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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정원의 재해석 ③ 벤치마킹-순천정원박람회

'생명 공간' 호평 속 시멘트 조영물에 실망

▲ 2013순천국제정원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수목원전망지에서 박람회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2013순천국제정원박람회에 투입된 예산은 약 2500억원에 달한다. 주박람회장 조성에 1064억원, 국제습지센터 건립에 443억원, 수목원 조성에도 211억원을 들였다. 예산의 상당부분을 순천시가 마련했고, 국비도 469억원이 투입됐다. 순천시의 한해 예산이 8000억원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순천시가 순천국제정원박람회에 쏟는 애정과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가늠할 수 있다.

 

지난 4월 20일 '지구의 정원, 순천만(Garden of the Earth)'을 주제로 내걸고 발을 뗀 순천국제정원박람회는 최근까지 3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리면서 성황을 이루고 있다.

 

'생태박람회'를 오브제 삼아 전국에서 손꼽히는 생태관광도시로 발돋움하려는 순천시의 의지는, 덕진공원 전통정원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전주시에게도 적지않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다음달 20일까지 184일의 대장정이 이어지고 있는 순천국제정원박람회는 순천시 풍덕동·오천동 일대 111만2000㎡의 부지에 습지센터, 수목원, 세계정원, 습지 등을 품에 안은 채 인파를 맞고 있다. 주박람회장의 경우 세계정원, 테마정원, 참여정원 등으로 구성됐다. 세계적 정원디자이너인 찰스 쟁스가 설계한 순천호수정원과 영국 첼시플라워쇼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황지해씨의 '갯지렁이 다니는 길' 등이 이채롭다.

 

또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비롯한 세계정원 11곳, 테마정원 11곳 등 23개국 83개의 각양각색 정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열심히 다리품을 판다면 동양과 서양의 정원, 각국의 전통정원 등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무엇보다 박람회장내 서문쪽에 자리잡은 한국정원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진다.

 

궁궐의 정원, 군자의 정원, 소망의 정원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한국정원의 경우 경복궁 교태전의 아미산 화계, 창덕궁 후원의 부용지·부용정, 담양 소쇄원의 광풍각, 영양 서석지의 경정 등을 재현하는 데 주력했다.

 

또 한국정원 인근의 수목원전망지에서는 한국정원과 박람회장을 조망할 수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정원들을 순천만에서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 철쭉정원 주변의 시멘트로 마감한 조경물이 아쉬움을 준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는 다소의 실망으로 바뀐다는 점에 상당수 관람객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수백년의 시간이 빚어낸 한국 대표 전통정원들이 휴식과 위안을 선사하는 반면 급조된 한국정원 조영물에서는 감흥을 찾을 수 없다. 곳곳에서 시멘트로 덧칠한 국적불명의 조영물도 눈에 띄었다.

 

세계정원에서도 실망감은 누그러지지 않았다. 다만 실내정원에서는 창의력과 친환경소재를 앞세운 다채로운 조경예술을 접할 수 있었다.

 

순천국제정원박람회는 '자연이 일구고 사람이 가꾼 생명의 공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생명의 공간에 얼마나 생명력과 활기를 불어넣었는가는 미지수로 남을 듯 싶다.

 

박람회장을 둘러볼 수록 '만들었다'는 주최측의 자부심에 공감하기 보다는, '왜 어떻게 만들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 신상섭 우석대 조경도시디자인학과 교수 "전주 한브랜드사업 마지막 과제 북부권 도시재생과도 일맥상통"

 

△가장 한국적인 도시 낙토(樂土) 전주

 

조선 영조때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擇里志)에서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전주부는 감사가 머무는 곳이다. 동편에 위봉산성이 있고, 조금 북쪽에 기린봉이 자리한다. 여기에서 한 맥이 나와 부의 서북편에서 건지산이 되었는데…건지산의 한 맥이 서쪽으로 가다가 덕지(德池·덕진연못)가 되었고…만마동 물을 거슬러 받아 지리가 아름다우니 참으로 살 만한 곳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건지산을 배후로 하는 덕진연못은 북서 계절풍에 취약한 전주부 북서 기맥의 허함을 보완하려는 풍수적 경관짜임이 작용되었다. 이에 더하여 소나무를 심어 솔내(松川)와 숲정이를 구축한 선조들의 지혜는 옛 전주의 미기후 조절을 위한 환경 개선이며 낙토경영 전략이었고, 역사경관 해석의 주요 근거가 된다.

 

즉, 건지산과 덕진연못 일대의 유'무형 경관 자산은 전통시대 사회, 문화적 역량이 결집된 현실세계의 낙원(樂園)이었고, 인간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며, 문화적 자긍심을 촉발하는 환경소통(environmental communication)의 장(場)이었다.

 

△전주 북부권 전통경관 되살리기

 

오늘날 덕진공원과 건지산 일대 권역은 개발압력 증대에 따른 난개발(도로 확포장·대규모 공공시설 및 건물군), 고층 건물군에 의한 스카이라인 파괴, 노후 건물의 슬럼화 현상, 인식부족에서 파생된 낭만과 풍경미 상실 등으로 도시환경의 '건전성과 지속성'이라는 절대가치가 도전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주팔경의 하나인 덕진연못 명소경관과 건지산 동산 숲을 중심으로 조경단, 전북대학교 캠퍼스, 동물원과 체련공원, 어린이회관과 소리문화의 전당, 승마장, 오송제 등 다양한 도시휴양 및 교육문화체험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선조들의 문화적 풍퓨성과 자연 친화성을 바탕으로 가꾸어진 역사경관, 그리고 현대적 도시 어메니티(쾌적성·amenity) 시설의 상호 보완적 네트워킹 전략으로 전통정원 조성이라고 하는 명제는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을 갖는다. 즉, 광역적 개념의 전통을 주제로 한 테마정원 조성은 전주의 북부권 도시재생 전략과도 맥을 같이하는 당위성을 갖는다 하겠다.

 

△'한브랜드'의 또 다른 가능성

 

전주시는 그동안 '한브랜드'사업을 관광마케팅 전략으로 지속성 있게 수행하여 한옥마을과 같은 대표적 명소경관을 견인하였다. 이 전략에 포함되지 않은 유일한 테마가 전통정원 가꾸기 사업과 같은 역사경관 되살리기 영역이 아닐까 한다.

 

올 벽두부터 전주시는 문화관광 도시재생 전략과 연계하여 덕진공원 일대의 자연 특성을 살리고 역사성을 연계하여, 환경 친화적인 전통정원 벨트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덕진공원 일대를 전통정원 조성의 최적부지라는 판단아래 전통체험 및 테마가 연계된 품격있는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도시의 격(格)과 매력의 향상이라는 부가가치를 살리고 전주의 정체성 향상은 물론 한국적인 문화경관 찾기, 그리고 도시의 건전성과 지속성이라는 관점에서 바람직한 전략이라 하겠다.

 

오늘날, 힐링과 친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대되는 상황인식 속에서 공동체의 건강과 환경적 지속성을 중시하는 LOHAS(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시대사조 양상을 발견할 수 있다. 도시개발이라는 우월적 사고의 틀을 깨고 도시녹화, 도시정원, 도시공원 등 녹색환경복지 정책이 도시전략의 중심에 서있으며, 녹색성장과 그린 마케팅 같은 건전한 사회적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덕진공원과 건지산 일대 역사경관 권역의 교란된 토지이용에 대한 설득력있는 조명과 이해를 바탕으로 문화와 생태 교감의 산물이자 교과서로서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의 전통문화정원 벨트화 사업이 녹색성장 개념 속에서 조속히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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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epicur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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