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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정원의 재해석 - 8. 중국정원 벤치마킹(상)-이화원

인공경관·대자연 어우러진 '황실 별궁'…건축규모 세계 최대

▲ 중국의 노인들이 곤명호를 바라보며 한가롭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정원을 원림(園林)으로 부른다. 동아시아 문화의 원류가 대부분 중국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차용해보면 정원문화의 발원지도 중국인 셈이다. 그러면서도 원림은 낯설다. 인위적인 돌더미, 인공호수, 복잡하게 연결된 회랑 등이 한국정원과는 궤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두차례에 걸쳐 베이징(北京)을 중심으로 규모를 키운 북방의 황가원림(皇家園林), 쑤저우(蘇州)·항저우(杭州)에서 융성한 남방의 민간정원인 사가원림(私家園林) 등을 들춰본다.

 

다리가 아팠다. '잠깐 쉬자'는 일행의 애원을 뒤로 한 채 몇시간째 쉬지 않고 걸었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었다.

 

중국 베이징의 서북쪽에 위치한 이화원. 중국 황실의 여름 별궁이자 최대 규모의 황실 정원으로, 총면적이 2.9k㎡에 달한다. '서태후의 여름궁전'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영문명도 'Summer Palace'다. 금나라때인 12세기 초에 처음 조성됐고, 1750년 청나라 건륭제(乾隆帝)가 이곳의 규모를 크게 늘렸다. 1860년 서구 열강의 침공으로 파괴된 뒤 서태후가 실권을 쥐고 있던 1886년에 재건됐다.

▲ 한 관광객이 곤명호쪽에서 만수산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이화원은 전세계적으로도 건축규모가 가장 크고 보존이 가장 완전하며 문화적인 가치가 가장 높고 인공경관과 대자연이 가장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황가원림"이라는 옹전화 교수의 설명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이화원의 중심축은 60m 높이의 만수산(萬壽山)과 220만㎡(66만평)에 달하는 곤명호(昆明湖)다. 그리고 각종 전각(殿閣)과 사원, 회랑 등 3000여 칸의 전통 건축물이 실핏줄처럼 자리잡고 있다. 이 가운데 전체면적의 3/4을 차지하는 인공호수 곤명호가 가장 눈길을 끈다. 항저우의 서호(西湖)을 모방해 만들었다는 곤명호는 바다처럼 광활해 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넓은 호수를 파기 위해 동원됐을 민초들의 절규가 남아있는 듯하다. 만수산도 곤명호와 뗄수 없는 관계다. 호수를 조성할 때 파낸 흙을 쌓아 만든 인공산이다.

▲ 만수산 정상에서 바라본 불향각.

만수산 정상에 있는 불당 지혜해(智慧海)에 오르면 이화원 전체를 조망하고 있고, 바로 아래에는 21m 높이의 6각형 불전인 불향각(佛香閣)이 버티고 있다. 중국 최대의 경극극장이 있는 덕화원(德和園), 관세음보살상이 모셔져 있는 배운전(排云殿), 길이가 778m에 273칸으로 나뉜 중국 최장의 복도 장랑(長廊)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원림건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랑은 햇볕과 비를 피하기 위한 전천후 산책로다.

 

원림의 경우 대국에 자리잡은 만큼 규모나 내용면에서 한국이나 일본의 정원의 압도한다. 이곳은 또 소수의 가진 자를 위한 폐쇄공간이었고, 다수의 민중은 이화원 증축공사에 동원돼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199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중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 됐다.

 

역사의 부침에도, 이화원을 찾은 방문객들은 규모에 탄성을 지르고, 곤명호는 유유히 윤슬을 일렁이게 한다. 역사는 그렇게 돌고 돈다.

 

● 쑤저우과학기술대 옹전화 교수 "모든 황가원림의 으뜸 이화원 우수한 건축공예 정수 보여줘"

"이화원은 중국 역사상 모든 황가원림의 기본배치, 문화적인 정취와 우수한 건축공예를 승계한 중국 고전 원림의 정수입니다"

 

쑤저우과학기술대 옹전화 교수(雍振華·56)는 "이화원은 청나라 건륭제가 어머니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만든 정원"이라면서 "만수산이 박쥐의 모양을, 곤명호가 복숭아형인 것도 그런 의미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옹전화 교수는 "중국인들은 과거에 박쥐는 행복을 의미하고, 복숭아는 장수를 의미한다고 여겼다"면서 "이를 통해 행복과 장수에 대한 중국인들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림은 주로 자연적인 산수를 바탕으로 인공적인 궁전, 주랑, 건물, 누각 등을 배치해 인공적인 수단으로 자연을 담는 구조를 지향합니다. 그 속에는 서로 다른 역사적 시기의 인문사상, 특히 시(詩)·사(詞)·회화(繪畵)의 사상적인 경계가 담겨 있습니다. 또 꽃과 나무 등을 재료로 해 인류가 주체가 되는 정신문화를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옹전화 교수는 황가원림과 민간원림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강남의 민간원림이 황가원림의 조영기법들을 많이 모방하면서 유사점이 더 많다"면서도 "황가원림과 민간원림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점은 크게 3가지"라고 말했다.

 

"첫 번째는 봉사하는 대상이 다릅니다. 황가원림은 봉건제왕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고, 민간원림은 사가가 소유했던 만큼 원림의 주인이 달랐고, 각자의 요구도 같을 수 없었습니다. 두 번째는 규모와 외적환경에서 차이가 뚜렷합니다. 황가원림은 규모가 크고 면적이 광활하며 대체로 자연풍경이 아름다운 산림, 호수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반면 민간원림은 규모가 작고 대부분이 도시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기후조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북방은 기후가 춥고 건조하지만, 강남은 기후가 온화하고 다습합니다. 이를 통해 강남 원림은 화려하고 다양한 변화를 추구했습니다"

 

옹전화 교수는 "황가원림은 제왕의 휴식과 향락을 위한 공간"이라면서 "통치계급의 시각으로 국가의 산하는 모두 황가의 소유에 속한 만큼 황가원림의 규모가 굉장하고, 건축도 색채가 화려하고 아름답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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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epicur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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