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을 이은 박근혜 정부는 선거 전에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외쳤지만 취임 이후 창조경제를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사실 창조경제는 10년 전 영국 학자가 내세운 개념이었다. 우리에게 창조경제란 국가적으로는 과학기술을 앞세워 추격형에서 선도형 경제체제로 변화시키고, 사회적으로는 교육과 아이디어를 통해 누구나 산업진출을 용이하게 하는 경제활성화 정책을 의미한다. 창조경제 또한 지금 우리가 너무나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하지만 기술과 아이디어만 있다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그 전제조건으로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통제되지 않는 대기업 권력이 시장경제 생태계 정점에서 내려오지 않는 한, 기술과 아이디어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정책 구호는 공허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지난 7월 "경제민주화 주요 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돼 거의 끝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경제민주화의 종료를 공식화했다. 불통의 정치, 군림의 정치 속에서 개인에게 아이디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기업이 군림하는 경제에서 아이디어의 산업화를 기대하기 또한 더욱 어렵다. 결국 창조경제는 녹색성장과 같이 언어의 잔치라는 전철을 밟을 확률이 높아졌다. 이명박 정부 당시 "때때로 정부에 언어학 전문가가 참여하는 게 아닌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 어느 교수의 말과 같이 박 대통령 주변에도 언어학 전문가가 함께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박근혜 정권은 부패한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하였지만, 그들은 근본적으로 동일한 세력, 동일한 보수정권이다. 보수정권의 특징은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보수 정권은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국가권력층을 국가의 주인이라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국민위에 군림하는 보수정권은 당연히 역사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고도경제성장의 추억과 분단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대기업 중심의 관치경제와 대립적 대북정책을 주장하는 보수정권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국민적 지지가 보수정권의 재림이라는 악순환을 만들고 말았다.
그들의 공통점은 국민 위에 군림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하찮게 여긴다는 것이다. 우리는 전 정권에서 4대강을 위한 '녹색없는 녹색성장'을 보았듯이, 다시 1%를 위한'창조없는 창조경제'를 볼 것이다. 아직 새 정권이 출범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그 결과는 뻔할 것이다. 무척이나 두렵고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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