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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정읍 태인초 - 일제 강점기 민족교육 선봉…이젠 디지털 선도학교

나라 잃은 설움 공차며 달래 전북 축구인재 산실로 명성 / 태산선비문화권 명맥 잇고 하모니카 연주 등 감성교육

▲ 일제로부터 해방된 1945년 '해방' 글씨를 만든 뒤 좋아하는 33회 학생들의 모습.

정읍 태인초등학교를 지키고 있는 개교 100주년 기념탑은 '영원한 등불'을 상징한다. 시대적 어둠을 밝혀주고 희망을 제시한 등댓불 역할을 해온 것. 이 학교 총동창회장을 지냈던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은 "'크게 어질다'는 뜻을 나타내는 태인(泰仁) 땅에 세워진 태인초는 일제강점기 나라 잃은 설움을 희망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선현들에 의해 문을 열었다"고 했다.

 

△ 1911년 9월 개교

 

일제강점기인 1911년 9월 25일 태인보통학교로 문을 연 태인초등은 그동안 졸업생 1만7000여 명을 배출했다. 일제 강점기 시절 나라 잃은 설움으로 일장기를 걸어놓고 칠판에는 '총성'이나 '일장기' 등 한자를 써놓고 따라 읽던 치욕의 시대도 겪었다.

 

태인동화중(도래미산)에서 신사를 참배하던 학생들의 긴 줄을 떠올리던 동문들은 그 역사적 상흔을 축구로 달랬다. 1920년 조선체육회 창립을 계기로 시작된 축구는 일제강점기 질곡의 역사 속 숨통을 트여준 유일한 스포츠다. 강제 해산된 조선체육회의 재조직으로 태인초 축구부는 다시 기지개를 켜며 축구 인재 배출로 이어졌다.

 

태인초는 태인제일공립심상소학교, 태인중앙공립국민학교, 태인공립국민학교 등을 거쳐 보림·오봉초등학교와 통폐합됐다. 태인초 최초의 한국인 교사인 정방모 선생은 학교 부지 일부를 기증해 식민지 통치 아래 민족혼을 일깨운 주인공이다.

 

지난 2011년 총동문회장이었던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 주축으로 100년 역사를 집대성한 '100주년 기념관'을 열고 영원한 등불을 주제로 한 '100주년 기념탑'을 세웠다. 동문들도 흩어져 있던 사진을 기증해 운동회·소풍·수업 풍광 등 학교 변천사를 정리했으며, 자긍심 넘치는 교육자 출신 졸업생들이 '태인초등학교 100년사' 편찬에 일조했다. 플라타너스나무 아래 야외학습하던 추억을 되새기던 동문들의 헌수로 새롭게 조성된 학교 숲에서 열린 100주년 동문대축제에서는 1600여 명의 동문들이 하나가 됐다.

 

△ 자랑스러운 동문들

태인초 동문들이 헌사를 아끼지 않는 인물 중 하나가 '수학의 정석'의 저자인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37회)이다. 그는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에 팔소매를 걷어부친 주역일 만큼 모교에 관한 애정이 남달랐다. 홍 이사장은 "7남매가 모두 태인초 동문인 데다 조카들도 여기에서 배움을 닦았으니 우리 집안은 3대가 거쳤다"고 했다. 100주년을 기점으로 '송암장학회'를 통해 모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쾌척해오고 있는 송희용 전 송암내과 원장(23회)도 드러내지 않고 학교에 힘을 보태는 졸업생.

 

홍 이사장의 바통을 넘겨 받아 총동문회를 이끄는 김영구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장(42회)은 국회의원을 지냈고, 김경안 전 도의원(54회)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브라운관에서 자주 만났던 가수 송대관(44회)과 아나운서 출신인 성경환 TBS 교통방송 대표(54회)도 태인초 졸업생. 박순호 원광대 명예교수(42회)와 여형구 호원대 호텔관광학과 교수(56회)는 학계에서 자리를 잡았다.

 

전북 축구의 역사는 태인초 축구부와 일정 부분 궤와 함께 한다. 대한축구협회 일급 심판원 출신으로 전북축구협회 부회장을 역임한 이희근(41회), 조흥은행 축구선수로 활약한 이희성(46회), 모교에서 축구팀 사령탑을 이끈 김동주(48회), 유일하게 축구 국가대표를 지낸 조관섭(58회), '일화' 축구선수를 지낸 장창선(61회) 등은 태인 축구의 산증인이다.

 

△ 스마트 교육 환경 구축

 

'꿈, 창조, 사랑'으로 세계 인재 육성을 기본 방향으로 정한 태인초는 지역사회와 학부모가 함께하는 학교를 목표로 삼고 있다. 전국적 분위기이긴 하나 최근 10년 사이 학생수가 급감해 현재 전교생이 110여 명까지 줄어든 상태. 태인초는 학년 별로 반도 1개에 그친다.

▲ 현재의 정읍 태인초등학교 전경.

그럼에도 태인초는 2009년 도교육청의 디지털 교과서 연구학교(2009~2010년), 디지털산업 선도학교(2011년)로 선정되면서 스마트한 학업 환경 구축을 통해 '맞춤형 학습'과 '자기주도형 학습'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교과서·문제집·학습사전·멀티미디어 자료 등이 포함된 미래형 디지털 교과서를 선보여 4~5학년 사회·과학수업에 활용하고 있으며, 태블릿 PC와 전자칠판을 활용한 스마트한 혁명을 선도해나가고 있다.

 

100주년 때 시작된 학교 숲 조성을 기점으로 태인초는 교목인 소나무 등을 심고 인조 잔디 등이 깔려 산림욕을 해도 좋은 환경을 갖추게 됐다.

 

태인초는 예절교육과 사물놀이 등으로도 태산선비문화권의 명맥을 잇고 있다. 2002년부터 시작된 하모니카 연주회와 이달의 하모니카 연주 동요 선정 등은 감성 교육과 함께 분기별 사제간 체육대회는 태인초의 아름다운 전통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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