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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으로 만나는 익산의 역사문물 ② 백제의 지방 거점, 익산

웅포리·입점리 고분 유적 / 마한세력 백제 편입 추정

▲ 입점리 고분 출토 금동신발.

익산지역에 대한 백제의 직접 통치가 이루어진 4세기 이후 이 지역에는 마한의 전통을 고수하는 집단이 있었다. 이는 마한 전통의 분구묘에서 5세기의 굽다리토기(高杯)가 다량으로 발견된 간촌리 분구묘를 통해 추론해볼 수 있다. 묵동유적 역시 백제계 분묘가 익산지역에 집중적으로 조영되는 5세기 중엽 이후에 해당하지만, 마한 토착문화의 특징을 보여준다. 묵동유적의 분묘는 마한 전통의 분구묘지만, 짧은목항아리, 곧은목항아리, 세발그릇 등 백제의 토기가 출토되었다.

 

이처럼 마한의 전통을 유지하려는 집단이 있었는가 하면, 백제의 귀족으로 편입된 집단도 있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유적이 바로 웅포리 고분과 입점리 고분이다.

 

웅포리 고분은 구덩식돌덧널무덤, 앞트기식돌덧널무덤, 굴식돌방무덤 등이 혼재되어 있다. 구덩식돌덧널무덤과 앞트기식돌덧널무덤에서는 곧은목항아리, 굽다리토기, 뚜껑접시, 쇠도끼, 쇠낫, 칼 등이 공통적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굴식돌방무덤에서는 앞서 두 유형의 무덤과는 달리 쇠도끼 등의 철기가 보이지 않는다.

 

쇠도끼, 쇠낫, 칼이 세트를 이뤄 부장된 널무덤이 마한 토착세력의 전통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구덩식돌덧널무덤과 앞트기식돌덧널무덤에 묻힌 주인공들은 마한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백제의 문화를 수용한 사람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백제 중앙 귀족의 묘제라 할 수 있는 굴식돌방무덤에 묻힌 주인공들은 완전히 백제의 귀족체계에 편입된 이들로 여겨진다.

 

입점리 고분은 굴식돌방무덤, 앞트기식돌방무덤, 구덩식돌덧널무덤, 독널무덤 등 21기가 확인되었다. 이 가운데 백제의 고분은 19기인데, 86-1호분을 제외한 나머지 무덤에서는 토기, 꺽쇠, 쇠못 등 일부만 남아 있었을 뿐 이미 파괴되거나 도굴된 상태였다.

 

온전하게 남아있던 86-1호분에서는 금동관을 비롯하여 금동신발, 귀걸이, 재갈·등자·행엽 등의 마구류와 청자 등이 출토되었다. 금동관이 출토된 1호분의 조성시기에 대해서는 한성도읍기 말기인 5세기 중엽, 웅진도읍기 초기인 5세기 후반, 무령왕릉과 비슷한 시기 또는 이보다 늦은 5세기 말~6세기 초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궁륭형의 천장 형태와 마구 등으로 볼 때 웅진시기 초기에 해당하는 5세기 4/4분기일 가능성이 높다.

 

한편 금동관을 착장한 입점리 고분의 주인공은 백제의 작호제(爵號制)에 따라 왕 또는 후라고 불렸을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양서〉(梁書) ‘백제전’에 언급되어 있는 22담로 가운데 하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익산지역에서 ‘왕’ 또는 ‘후’라고 불리며 백제 중앙의 고위 귀족에 편입될 수 있었던 집단은 한때 마한연맹체의 맹주를 자임하였던 건마국의 지배층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다면, 웅진도읍기 금강 하구를 중심으로 백제 중앙과 관련이 깊은 무덤이 집중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강은 웅진에서 서해로 가는 가장 빠른 교통로였다. 그러나 이 강은 양날의 검처럼 전란시에는 적군의 이동로가 되었다. 이 때문에 금강유역에 대한 방비는 백제에게 매우 중요해졌다. 백제의 입장에서는 금강 하구에 위치한 웅포리와 입점리 지역의 옛 마한세력에 대한 회유를 통해 친백제 세력으로 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한 노력의 산물이 웅포리 고분군의 굴식돌방무덤이고, 입점리 고분에서 출토된 금동관과 금동신발, 중국제 청자라고 할 수 있다.

 

·진정환(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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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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