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으로선 억울할 수도 있다. 장외투쟁도 했고 장내에 들어와서도 할 일 다 했는데 이런 평가를 받다니? 밤 새도록 공부 했는데 시험점수가 형편 없이 나왔다면 속 상할 일이다. 하지만 민심은 천심이다. 지난 1년여 동안 민주당은 줄곧 태동도 하지 않은 ‘안 신당’한테 맥을 추지 못했다.
리더십 부재…정국주도 호기 날려
왜 그럴까. 정치쇄신을 등한히 했고 기득권에 안주했기 때문이다. 야성(野性)과 리더십도 부재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0개월 동안 호재(好材)가 많았다.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공약파기, 인사난맥 등은 정국을 주도하기에 충분한 소재들이다. 그런데도 손에 쥔 성과물이 없다. 만약 DJ가 지휘했다면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공약 파기도 좋은 재료다. 기초연금, 인사 대탕평, 지역 현안들이 식언이 됐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도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인사문제는 또 어떤가. 인수위 위원장은 중도 낙마했고, 대변인은 사고를 쳤다. 내각 인사에서 탕평인사는 헛 공약이 됐다. 그리곤 ‘신 PK(경남)’ 시대가 열렸다. 정홍원 국무총리(하동)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겸 인사위원장(거제), 감사원장(마산), 검찰총장(사천), 청와대 민정수석(마산)이 모두 PK다. 이건 비정상의 극치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겠다고 말한 사람은 박 대통령 아닌가.
박 대통령은 국민대통합을 약속했다. 그런데 포용과 화합, 통합은 실종되고 국론은 분열돼 있다. 대립각은 더 커졌다. 이렇게 결과된 책임을 준엄하게 묻고 따지는 것이야말로 야당의 존재이유다. 난세에 영웅 나고, 위기 때 리더십은 더욱 돋보이는 법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그런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민주당 내부 균열도 문제다. 힘을 합해도 모자랄 판에 김밥 옆구리 터지듯 내부에서 힘을 빼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집안이 시끄러우면 밖에서도 대접 받지 못하는 법인데 민주당이 꼭 그런 꼴이다.
민주당이 다급해진 모양이다. ‘안 신당’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안 신당’은 사실 인물, 조직, 비전이 구체화되지 않은 예비 정당이다. 60년 정통 야당이 걸음마도 떼지 않은 예비 정당을 공격한다면 등 돌린 민심이 돌아올까. ‘너나 잘 하세요’란 핀잔을 들을 것 같다.
내년은 지방선거의 해다. ‘안 신당’과 한판 승부를 해야 한다. ‘안 신당’의 핵심 열쇳말은 ‘새정치’와 ‘국민과 함께’다. 민주당은 어떻게 하는 것이 새정치이고, 국민과 함께 가는 길이 무엇인지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중앙당, 기득권을 버려라
몇가지 제안이 있다. 첫째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일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사심을 버려야 가능한 일이다. 둘째 각 지역 시·도당 주도하에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중앙당의 권한을 이양하는 일이다. 호남 영남 수도권 등 각 지역실정이 다른 지방선거인 만큼 지역에 맡기라는 뜻이다. 셋째 정책 승부다. 경제는 피폐하고 민생은 죽을 맛이다. 거대담론에 가려 실종된 생활정치, 민생정치를 복원할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넷째 임기중 공천자가 법의 처벌을 받아 낙마할 경우 재·보선 공천 포기를 약속하는 것이다. 지역에선 돈 안 먹을 사람, 깨끗한 사람을 내보내라는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런 제안은 그다지 어려운 것도 아니다. 국회의원과 중앙당이 기득권만 버리면 가능하다. 민주당이 사는 길이다. 그런데 이걸 실행할 수 있을까.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게 민주당의 한계다. 발가락이 가려운데 구두만 긁는다면 여지없이 나가 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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