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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냐 민생이냐

▲ 신경민 국회의원·민주당 최고위원
1년을 넘긴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사건이 2월 초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1심 판결, 3월에서 4월 사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1심 판결로 일단 한 매듭을 짓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사건과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을 애써 피해 왔다. 일 년 내내 의미 있는 얘기라고는 재판 결과를 보자는 것뿐이었다. 관련자들이 이 언급에 덧붙이려하지 않지만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우리나라의 사법체계는 3심제라고 말하는 점으로 볼 때 원세훈, 김용판의 재판결과와 상관없이 청와대의 반응은 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1심 판결은 대선개입사태에서 오히려 새로운 논란의 시작, 새로운 은폐의 시작이 될 것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 현대사 대사건

 

일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재판 결과와는 무관하게 이미 국정원 사건은 한국 현대사에서 지울 수 없는 대사건이 되었다. 지금 한국정치의 모든 길은 2012년 12월 11일 역삼동 오피스텔로 통하고 있고 당분간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와대와 국정원의 집요한 훼방과 집권세력에 영합하는 언론의 철저한 무시에도 불구하고 진상의 80~90% 이상이 드러났다.

 

국가의 기초가 되는 국가기관들은 하나같이 정치세력의 눈짓에 무너져 내려 버려 기초적 책임마저 저버렸다. 사건의 초기에는 ‘그런 일 없다. 모른다’고 발뺌하다가 조금씩 드러나면 ‘개인적 일탈이다’고 변명하다가, 급기야 상황이 불리해지면 ‘대선불복이냐’고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 보다 몇 배 큰 정치개입과 진실은폐 공작이 공공연하게 벌어졌지만 우리 사회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그냥 지나치고 있다. 아무 것도 고치지 못하고 책임을 묻지 못한 채 지나치는 이 같은 정치적 몰상식과 무감각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돼있다.

 

야당은 반성할 대목이 있다. 진실을 감춰보려는 집권세력에 맞서 싸우는 와중에 충분하게 제대로 했느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판단을 잘못하거나 내부 정쟁에 발이 묶이거나 다른 한편으로는 민생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주장에 묶여 있었다. 그러나 민주가 제대로 서지 않으면 민생도 공염불임을 역사와 경험을 통해 충분히 배워 국민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동시에 정부여당이 불리한 정치적 상황에 맞서서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민생을 강조하거나, 안보위기를 강조하곤 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따져보면 민주의 문제가 곧바로 민생의 문제와 직결된다는 역사적 진실을 가장 뼈저리게 배워 알고 있는 지역이 바로 호남이다. 정치의 기능이 마비되고 독재가 횡행할 때, 국가의 주요 정책 결정은 국민의 여론, 합리적 토론에 의해서가 아니라 절대 권력자의 의중에 따라 좌우되었다. 절대 권력을 둘러싼 인맥과 연고의 이해관계에 따라 엄중한 국가지계가 결정되곤 했다. 그 속에서 호남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봤다. 정치가 자신과 주변의 모든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진실을 오래전부터 피부로 느껴왔다. 그래서 호남인의 정치의식은 유난히 높았고, 결국 호남은 독재정권을 물리치고 민주화를 이끌어내는 근거지가 되었다. 오늘날 야당 정치는 이런 배경으로 호남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전북, 정치 발전 적극적 소리 내야

 

120년 전 갑오년에는 농민항쟁이 있었고, 60년 전 갑오년은 한국전쟁 직후의 혼란 상황이었다. 올 갑오년도 조용한 한해가 되기는 어렵다. 지방 선거를 비롯해 많은 선거가 있고 북한과 경제가 심상치 않다. 재구성, 연합, 재편 등 뭐라고 이름 붙이건 정치적 변동과 변화가 이뤄질 것이다. 정치 지형을 지켜봐야 하지만 호남의 선택, 특히 전북의 선택이 방향타 역할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치 발전의 길에서 전북이 적극적으로 소리 내면서 현명한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한다.

 

△신경민 의원은 MBC 뉴스데스크 앵커를 지냈으며 국회 법제사법위·정보위 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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