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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삼성투자 쇼' 왜 침묵하는가

도내 국회의원·정치권, 당시 MOU추진 배경 등 국정감사 통해 조명해야

▲ 객원논설위원

김완주 전 지사는 임기 말년에 판단력이 상당히 흐려져 있었던 것 같다. 새만금 삼성투자에 대한 확신이 그것인데 임기가 끝나는 시점까지도 삼성은 새만금에 확실히 투자할 거로 믿었다.

 

2014년 6월30일 이임식 때의 발언이 이를 증명해 준다. “삼성이 2020년에 투자한다고 한 만큼, 6년 남았으니 누구 말이 진실인지 지나보면 알게 될 것” “당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유치 실패를 덮으려는 ‘정치적 쇼’라고 공격받아 가슴 아팠는데 절대 그런 것은 아니다.”

 

차라리 이 발언을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확신은 빗나갔다. 삼성은 지난 5월17일 “전북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상무를 보내 전북도에 통보했다. 내수부진과 글로벌 경기침체를 이유로 들었다.

 

삼성은 지금 구조조정 중이다. 직원 3000여명을 구조조정을 했고 작년에는 방산(防産)업체를 한화에, 케미컬 분야는 롯데에 매각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작년 초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걸 잘 하기란 어렵다. 삼성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며 IT와 바이오산업을 꼽았다. 새만금 투자 건도 이런 연장 선상에서 정리돼 통보됐을 것이다. 격을 높여 사장이 찾아온들 빈손일 게 뻔하다.

 

삼성의 새만금투자 MOU(양해각서)는 1단계(2021~2025년) 7조6000억원을 포함, 2040년까지 20조원을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임채민 국무조정실장, 김재수 농림부 1차관(현 농림식품부 장관), 김정관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정책실장, 김순택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완주 도지사가 서명했다.

 

2011년 4월27일의 일이다. 김완주 지사는 서명 다음날 LH 무산에 따른 ‘이명박 정부 규탄 플래카드’를 ‘삼성투자 환영 플래카드’로 대체하도록 지시한다. 하루 만에 도내 전역은 새만금 삼성투자 환영 물결로 뒤덮였다. 20일 뒤 LH의 경남 진주 이전이 발표되고, 임채민 국무조정실장은 넉달 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영전한다.

 

이 ‘기획’에 삼성이 왜 끼어들었을까. 이건희 회장은 MOU 체결 한달 전쯤 “MB정부의 경제정책은 낙제점”이라고 비판했고 정운찬 총리가 이슈화시킨 이익공유제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경제학을 공부해 왔지만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공산주의에서 나오는 말이냐”고 날선 비판을 했다.

 

정부에 밉보인 삼성은 관계개선이 필요했고 MB정부의 전략분야인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마지못해 수용했을 것이다.

 

그래서 허술하기 짝이 없는 내용으로 MOU가 성안됐다. 심지어 MOU는 구속력이 없다는 문구까지 협약내용에 언급된다. 결국 LH 유치 무산에 따른 성난 민심을 삼성 투자로 바꿔치기한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전북도민을 속여먹은 것이다.

 

이럴진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팔짱을끼고 침묵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전북의 정치권은 새만금 삼성 투자 건을 누가 기획하고 제안한 것인지, 왜 이렇게 결과된 것인지 밝혀야 한다. 특히 도민 대표기관인 전북도의회는 특위 하나 구성치 못하고 왜 침묵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MOU 추진 배경을 가장 잘 아는 김완주 지사도 침묵해선 안된다. 국회의원 역시 국정감사 때 증인채택을 통해 이 문제를 조명해야 마땅하다.

 

선거 때마다 전북의 자존심을 세우겠다는 정치인들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이리 휘둘리고, 저리 채여도 꼬리 내린 개처럼 굴었다간 배알도 없단 소릴 또 들을 지도 모른다.

 

일당백(一當百)은 커녕 십당일(十當一)도 못하는 정치판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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