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18:18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의정단상
일반기사

40년, 기억과 전환

추모 익숙해진 한국 더이상 희생 없도록 대비와 경계 철저히

▲ 조배숙 국회의원

오는 11월 11일은 이리역 폭발사고가 있은 지 40주기가 되는 날이다.

 

‘이리역 폭발사고는 1977년 11월 11일 오후 9시 15분에 일어났다...(중략)...시민 59명 사망, 중상 185명, 경상 1158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였고 1674세대 7873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익산KTX역사 한 편에 서있는 이리역 폭발 희생자 추모탑 비문에 이처럼 당시의 참혹했던 기억이 새겨져 있다.

 

한국전쟁 이후 가장 큰 인재사고였다는 이리역 폭발사고는 ‘작은 부주의’가 빚은 참극이었다.

 

벌써 40년이 지났다. 하루가 무섭게 변한다는 시대에 40년은 아득한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진다. 이웃한 김제는 물론 전주와 군산에서까지 폭음이 ‘쿵’하고 울렸었다는 이리역 폭발사고. 당시 이리에 주재하던 한 기자는 북한의 공습으로 오인하여 서울 본사에 연락해 “이리는 쑥밭이다! 서울은 무사하냐?”고 물었다는 얘기가 전설처럼 전해온다.

 

생지옥과 같던 아수라장에서 있었던 가수 하춘화씨와 고인이 된 이주일씨의 삼남극장 일화도 마찬가지다.

 

화약 열차에 옮겨 붙은 불을 끄고자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던 철도원들의 숭고한 희생도 희미한 기억 속에 묻혀가고 있다.

 

하지만 그 날의 아픈 기억을 현재의 시각에서 재조명하고자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주신 분들도 계시다.

 

2008년에 개봉됐던 영화 ‘이리’가 있다. 배우 윤진서씨와 엄태웅씨가 주연을 맡았다. 재중동포 장률 감독이 이리역 폭발사고를 소재로 제작한 영화다.

 

최근에는 이리역 폭발사고를 다룬 장편소설 ‘삼남극장’이 출간됐다.

 

오늘의 작가상 수상자인 익산 출신 김호경 작가의 20년만의 신작이다.

 

이밖에도 이리역 폭발사고는 다양한 분야에서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이리역 폭발사고는 한국사회 현대적 대형재난의 시초라 할 수 있다.

 

이리역 폭발사고의 뼈아픈 교훈을 뒤로 한 채 지난 40년 간 대형재난은 끊이지 않았다.

 

부산 구포역 열차 탈선 사고, 서해 페리호 침몰 사고, 성수대교 붕괴 사고,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최근의 세월호 참사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부주의나 안전 불감증이 불러온 대형재난 사고와 사건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과 분노를 안겨줬다.

 

후진국형 대형재난 사고와 사건으로 영문도 모르고 죽어간 영혼들, 크게 다치거나 불구의 몸이 되어야 했던 사람들 그리고 한 순간 삶의 터전을 잃어야 했던 많은 사람들의 기억들이 40년 동안 떠돌고 있다.

 

추모에 익숙해져 버린 한국사회의 부끄러운 기억들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다시는 이 땅에서 후진국형 대형재난으로 인해 억울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고 경계해야 한다.

 

오는 11월 6일 오후 2시부터 익산역 대회의실에서 이리역 폭발사고 40주기 「40년, 기억과 전환」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세월호의 아픔을 겪은 안산시 김도훈 희망마을사업추진단장이 발제자로 참석해 세월호 이후 공동체 회복의 경험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을 갖는다.

 

특히, 이리역 폭발사고를 다룬 장편소설 ‘삼남극장’을 펴낸 김호경 작가가 토론자로 나서 작가의 시각에서 이리역 폭발사고를 재조명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