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촛불 혁명으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도 벌써 임기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전북의 정치지형은 사분오열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중앙정치 무대에서 여전히 변방과 아류에 머물러 있다. 문재인 정부에 도민들은 전국 최고 득표율이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혜택은 여전히 미약하기만 하다. 이러한 원인은 전북 정치 세력이 집권당인 민주당 내에서 역할이 거의 없을 정도로 지리멸렬하고 문재인 캠프에도 이렇다할 주요 인물군으로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철저하게 캠프 출신을 중심으로 회전문 인사로 일관하여 캠프의 결합이 적고 비중이 낮은 전북 인사들은 핵심적인 역할로 나서지 못했다. 정·차관, 청와대 등에 등용된 사람이 몇이냐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진정 전북을 대변할 수 있는 인사인가? 전북에 뿌리를 두고 활동하는가?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가? 의 관점에서 볼 때 역부족이었다고 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지위와 역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토부 장관이 전북 출신이지만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없을 정도이다. 대개 본인에게는 영달이지만 전북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전북 정치권 전체가 노회 한 박지원 의원 한 사람만도 못하다는 자조적인 한탄이 나오고 있지 않은가!.
내년도 총선 후보군을 보아도 전북 정치를 확 바꾸고 전북 정치를 새롭게 선도해 나갈 인물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서너 명의 정치신인 이외에는 이미 대부분 이전 정치 활동으로 역량이 검증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인은 민주당의 경선이 철저하게 기득권에 유리한 방식으로 역량 있는 정치 신인이 입문하기 어려운데 기안한 바가 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 밥의 그 나물’ ‘묻지 마 출마자’ 들의 경연장이라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촛불 혁명은 검찰 개혁, 언론 개혁 보다도 정치 개혁에 대한 요구도 높았지만 입법 기관을 장악한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기득권은 단 하나도 내려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현재의 전북 정치권에 기대어 전북 발전을 논한다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이다. 정당을 떠나 거의 30여 년 독점으로 형성된 기존 정치 질서를 걷어내고 새로운 정치세력들이 자유롭게 등장해야만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정치세력은 하루아침에 저절로 형성되지 않는다. 균형 발전, 분권과 자치도 정치권의 수혜가 아니라 시민의 힘으로 쟁취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 이미 검증되었다. 기존 정치권은 현란한 수사로 활용만 할 뿐 당선되면 기득권으로 회귀했다. 새로운 정치 세력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은 정치권이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세력들이 소통과 연대를 통해 힘을 모아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정치 틀을 고민해야 한다. 청년과 여성을 비롯하여 서민들을 대변할 수 있는 다양한 세력들이 나서야 한다. ‘모 아니면 도’의 요행이 아니라 한 알의 밀알이 될지언정 끝까지 시민과 호흡하며 미래를 개척해 나간다면 적어도 차차기 총선과 지방 선거에서는 꽃망울을 터트릴 수 있다고 본다. 눈앞의 성과에 연연하다가 실망하며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역량에 맞는 준비를 차곡차곡해나가다면 ‘십 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는 말처럼 전북의 미래를 책일질 동량들이 시민들의 두터운 지지를 등에 업고 책임 있는 정치 주체로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전북과 전북 정치는 새로운 정치 세력의 출연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이것은 시민의 힘을 믿고 온 힘을 다해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과 세력의 몫이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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