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시작으로 생활에 필수적인 공공요금이 가파르게 오르며 서민경제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택시요금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고 전국 곳곳에서 택시요금과 시내버스 요금이 오르면서 전체 공공서비스 물가가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서울 버스요금은 지난 8월에 300~700원이 올랐고 부산도 10월부터 350원이 오릅니다. 인천, 울산, 강원, 충북에서도 버스요금이 인상될 예정입니다.
고물가 상황에서 우리나라는자동차 유류세 인하 정책을 펼쳐 왔습니다. 반면 해외에서는 대중교통 요금을 낮추는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전 세계가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을 때 독일 정부는 ‘9유로 티켓’이라는 혁신적인 정책을 시범 도입했습니다. 월 9유로(약 1만 3천원)만 내면 전국 대부분의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티켓으로 가계부담 완화, 대중교통 이용률 증가, 온실가스 감축 효과 등을 보였습니다. 시범도입한 ‘9유로 티켓’은 현재 49유로로 가격을 조정해 상시 시행중입니다. 요금 인하에 그치지 않고 룩셈부르크에서는 2020년부터 모든 대중교통을 전면 무료화했고 미국 워싱턴DC에서도 버스요금 무료화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연령 제한이 있지만 어르신 무상버스, 청소년 100원 버스 등 시민들의 대중교통 요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속속 도입하고 있습니다. 전남 13개 시군은 청소년 버스요금이 100원입니다. 광역단체 중에서는 충청남도가 전국 최초로 75세 이상 노인과 6~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무료 버스를 시행했습니다. 경북 청송군은 기초단체 중 최초로 거주지에 상관없이 누구나 무료로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도내에서도 무상교통 정책 도입을 계획하고 있거나 일부 요금을 지원하는 지자체들이 많습니다. 전주, 익산, 군산, 완주를 제외한 10개 시군은 청소년 500원, 성인 1,000원으로 교통비 부담을 완화하고 있습니다. 군산시는 올해 12월부터 고등학생, 내년부터는 중학생까지 확대해서 무상교통을 시행할 예정이며, 익산시는 내년부터 어린이·청소년 100원 버스 시행 예정입니다.
무상교통을 논할 때 예산낭비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단순히 투입되는 예산 외에 따르는 편익을 잘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물가·고금리 현상이 지속되며 공공요금 등 생활에 필수적인 비용이 내려갈 줄 모르는 상황에서 매월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교통비도 서민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서민경제 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 정책도 좋지만, 대중교통 요금을 낮추는 새로운 시도도 필요합니다.
무상교통 정책의 또다른 효과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독일 ‘9유로 티켓’은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 이용을 늘려 탄소 감축 효과를 보였습니다. 독일교통기업연합(VDV)에 따르면 9유로 티켓 3개월 시행 동안 180만t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거뒀다고 추산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 이용률을 늘리는 대중교통 정책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무상교통 정책은 가계부담 완화, 대중교통 활성화, 탄소 배출 감축, 이동권 보장 등 여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혁신적인 교통정책입니다. 이미 세계 주요 국가들이 시행하는 정책이자 국내에서도 버스요금 무료화 또는 100원 버스 정책을 시행하는 지자체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제는 전주시도 무상교통 정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입니다.
모두가 지역의 인구소멸을 걱정합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그 사회에서 존중받고 대접받는 경험이 늘어나야 합니다. 시민들의 만족감, 삶의 질이 높은 전주시를 위해 저 역시 법·제도 개선, 인식 변화를 위해 적극 나서겠습니다.
/강성희 국회의원(전주을.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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