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2-25 23:57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전주 에코시티, 대형매장 입점 적극 검토해야

전주농협이 전주의 첫 번째 주거 랜드마크로 꼽히는 송천동 에코시티에 하나로마트 건립계획을 세워 주목된다. 내부 인준절차를 거쳐야 하겠으나 대형 매장이 없어 타지역으로 쇼핑을 가야하는 주민들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면 노조를 비롯한 일부 조합원들은 대규모 자금 투자에 따른 경영약화 등을 우려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전주농협 지도부와 노조 등이 접점을 찾아 상생의 결과를 도출했으면 한다. 전주 에코시티는 2020년 옛 35사단부지 199만여㎡에 아파트 등 1만3161가구, 인구 3만2903명이 거주하는 주거특화 생태신도시로 조성되었다. 실제로 이 지역은 송천동을 비롯해 천마지구 등 개발수요가 커 인구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신도시 안에 지역의 명물로 등장한 세병호와 잔디광장인 세병공원이 있고 인근 백석저수지에 공원이 추진되고 있어 자연 속의 주거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학교와 대형 쇼핑몰, 체육시설 등이 부족해 주민들의 불만이 없지 않았다. 다행히 초중고 등 학교가 신설 또는 이전이 추진되고 있고 2024년에 국비 등 196억원을 들인 복합커뮤니티센터가 완공되면 수영장 등 다목적체육관과 도서관 등이 들어선다. 그러나 인구에 비해 대형매장이 없어 불편은 여전한 형편이다. 2021년 9월 이마트 에코시티점이 개점했으나 기대에 못미쳐 더욱 그렇다. 에코시티점은 DK몰 지상 1개 층으로 매장의 면적은 2871㎡(870평) 규모다. 김승수 전 시장이 소상공인의 반대 등을 감안해 대형매장 승인을 안 해준 탓이다. 당초 이곳에는 코스트코나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이 입점하려 했다. 주민들은 이마트가 매장 규모가 작고 물품도 다양하지 않아 큰 식품 매장에 불과하다고 외면하고 있다. 전주농협은 650억원을 들여 DK몰을 인수할 예정인데 총회 승인과 타당성검토, 농협중앙회 투자승인 등을 얻어야 매입이 가능하다. 전주농협은 덕진권역 10만 주민들에게 편익제공과 농산물 판매망 확충, 향후 부동산 가치 상승, 시세의 절반가량에 매입 등 여러 가지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비해 노조 등은 전주농협에서 운영하고 있는 로컬푸드 5곳 중 4곳이 적자고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경우 조합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농협도 이롭고 지역주민도 편리하도록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1.27 18:26

주4일 근무제와 첩족선득(捷足先得)

첩족선득(捷足先得), 발이 빠른 자가 먼저 얻는다. 2015년 아이슬란드에서 세계 최초로 도입된 주4일 근무제는 세계경제포럼에서 매년 논의될 만큼 세계적인 관심사이다. 아랍에미리트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주4.5일 근무제를, 벨기에와 아시아 최초로 카자흐스탄이 주4일 근무제를 공식화하였다. 이외에도 영국, 스페인, 핀란드, 일본, 미국 등에서 많은 기업이 주4일 근무제를 실험 또는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세계 흐름과 달리 근로시간을 늘리는 논의가 있으나, 주4일 근무제는 가까운 미래이다. 여가사회라는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을 읽고 지역발전의 기회로 삼는 선견지명(先見之明)이 필요하다. 변화를 상상해보자. 5도2촌에서는 농촌집이 별장이라면 4도3촌에서는 또 다른 주거지이다. 복수주소제가 당연시된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영화관, 헬스장, 바비큐장 등 집의 기능이 확장된다. 주택시장이 획기적으로 달라지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캠핑도 늘어날 터이니 선호하는 자동차도 지금과는 다를 수 있다. 3일 동안 학교가 문을 열지 않으므로 사회교육이 매우 중요해진다. 어린이 주말 캠프와 가족이 함께 하는 워케이션이 늘어날 수 있다. 길어진 휴일을 반려동물과 보내는 이들도 많아지고, 원데이클래스 또는 나 홀로 여행을 떠나는 1인 가구도 늘어난다. 레저스포츠 인구도 당연히 증가한다. 적은 여가 비용으로 휴일을 더 길게 즐기고 건강도 챙기려는 이들이 산·들·강을 더 찾게 된다. 악기를 배우고 그림을 그리는 취미활동도 늘어나니 평생교육 시장이 커진다. 더 많은 상상이 가능하다. 이 상상을 현실에 적용하여 미리 준비하면 전북도가 선포한 ‘K-문화·체육·관광 거점’이라는 비전을 실현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모든 게 긍정적일 수는 없다. 휴일이 늘어나면서 전북을 찾던 여행객이 제주도나 외국으로 발길을 옮길지 모른다. 고급휴양시설이 부족한 전북은 확대되는 여가 시장의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다. 이제 빛을 보는 산업에 있어 인력 부족 등 어려움도 예상된다. 누구에게는 주4일 근무제가 위기일 수 있다. 도심 상권은 직장인이 4일만 근무하니 손님이 줄어들 수 있다. 제조업은 근로 시간 단축으로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의료진이 확충되지 않으면 의료서비스의 질이 나빠질 수 있다. 부모에게 4일 학교 교육은 답답함 그 자체이다. 길어지는 휴일만큼 돈도 많이 든다. 있는 사람은 외국 여행을 마음껏 떠나지만 없는 사람은 TV 보는 시간만 길어진다. 여가의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이야기이다. 일본의 아네요시 마을처럼 거안사위(居安思危)가 필요하다. 이 마을에는 ‘높은 데 살아야 평화롭다. 이 돌 아래로는 집을 짓지 마라’는 표석이 곳곳에 있다. 조상의 경고인데, 이 말을 따라 높은 곳에 집을 지은 덕에 2011년 엄청난 사망자를 낸 대지진과 쓰나미에도 피해자가 없었다고 한다. 주4일 근무제는 여가사회로 전환을 의미하므로 자연·문화자원이 풍부한 전북에는 분명 기회이다. 주4일 근무제가 인구감소로 지역이 사라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묘수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원만 믿다가는 기회가 사라지고 지역낙후의 위기만 더해질 수 있다. 거안사위와 선견지명의 자세로 거대한 흐름에 한발 앞서 대비하자. 첩족선득(捷足先得), 발이 빠른 자가 먼저 얻는다. 일찍 일어난 새가 피곤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으나,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을 확률이 높음은 분명하다. /이남호 전북연구원 원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11.27 16:44

슘페터의 R&D와 '장자', 글로컬 대학 선정으로 지역과 산업 네트워크 발전 본격화

기차를 타고 남원캠퍼스에 강의를 하러가는 저녁 날은 매번 설렌다. 그리움을 찾아 어디론가 멀리 여행을 떠나고 싶다. 그날따라 철도를 바라보며 오늘 강의할 미국경제학자 슘페터(1883~1950)의 유명한 말을 떠올린다. “우편마차를 아무리 증가시켜도 거기서 철도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논밭에 쟁기를 아무리 늘린다고 해서 트랙터가 나타나지 않듯이 양이 많다고 저절로 질적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다. 낡은 것을 부수고 새로운 기술혁신에 도전하는 ‘창조적 파괴’가 선행되어야 철도가 나타난다. 슘페터는 낡은 시대와 단절하는 역동적 존재로서 모험적 기업가의 역할을 강조한다. 문제는 기업가의 혁신이 어디서 오는가에 있다. 슘페터가 더 이상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기술과 지식기반의 성장을 주도하는 대학과 R&D(연구개발)이 낡은 것과 단절하는 혁신적 토대임은 당연하다. 학생들에게 대학의 지식기반 혁신과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칠판에 <장자>의 한 대목을 적어놓으니 어리둥절해한다. 바로 쓸모없음(無用)이 쓸모 있음(用)을 지탱해주는 근원이라는 구절이었다. 장자는 장황하게도 비유까지 든다. “네가 지금 딛고 있는 발자국 자리를 제외하고 나머지 쓸모없는 땅을 모조리 파고 들어가 황천까지 이른다면 당신이 밟고 있는 땅이 사람에게 쓸모가 있겠는가?” 내가 걷고 있는 발자국만 땅으로 남아있다면 결국 깎아지른 절벽만 밟고 건너야 하는데 과연 한걸음이라도 뗄 수 있겠는가? 쓸모없음이 곧 쓸모 있음이라는 무용지용(無用之用)은 대학의 연구개발과도 통한다. 당장 돈만 되고 쓸모 있는 것만 연구하는 것은 미래의 성장 동력을 갉아 먹는 일이다. 쓸모없는 것처럼 보이는 대상과 평생 씨름하며 실패를 거듭하다가 쓸모 있는 지식과 기술혁신을 이루는 것이 대학이 존재가치이기도 하다. 어제 배송 받았던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비저(F. V. Wiser, 1851~1926)의 <화폐론>은 외국에서 근무하는 H박사가 수고료 한 푼도 없이 독일어 원전을 영어로 옮긴 번역서였다. 한국어로 번역할 생각도 했겠지만 선뜻 책을 내겠다는 출판사가 없었을 것이다. 일본어 번역판은 반세기도 훨씬 넘는 소화 16년(1941)에 나왔다.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때에 ‘경제학 명저 번역 총서’의 일환으로 번역이 진행되었으니 지금 생각해봐도 ‘너무나 쓸모없는 작업’이었겠다. 그것이 ‘얼마나 쓸모 있는 일’을 만들어냈는지는 가히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일본 전시와 비교해서 속상하지만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이 내리막길인데도 R&D 예산을 대폭 삭감한 정부의 야만적이고 퇴행적 조치와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그 다음 주 월요일 남원역에 도착하니 전북대의 글로컬 대학 선정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었다. 이렇게 대학이 지역에서 환영받았던 적은 없었다. 이번 글로컬 대학의 선정은 도내 모든 대학과 지역과 산업이 서로 벽을 허물고 공존 상생하여 전북발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것 같다. 특히 남원은 폐교 서남대 부지를 남원 글로컬 캠퍼스로 탈바꿈하여 도시 재생모델로 추진할 예정이어서 기쁨이 더 큰 듯 했다. 무엇보다 신설되는 JBNU 지역발전연구원 산하에 도내 14대 시군 연구소를 설립하여 지역발전의 씽크 탱크를 담당한다는 계획이 눈길을 끈다. 지역의 R&D 또한 내일의 쓸모를 위해 오늘을 인내하고 투자하는 창조적 파괴와 혁신의 원천이다. 지역마다 R&D가 모여서 불씨를 이루고 전체로 확산되는 대학 주도 성장과 네트워크 발전론이 본격화되고 있다. /원용찬 전북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3.11.27 16:44

신흥계곡에서 꼬리명주나비와 함께 춤을!

“꼬리명주나비다!” 짧은 외침에 모두가 하던 것을 멈추고 C의 발가락이 훤히 드러난 샌들 위에 앉은 나비를 보기 위해 달려들었다. 나비골로 불리기도 했던 신흥계곡에서 오래전에 사라져 그 이름만 남아 있던 꼬리명주나비다. 꼬리명주나비와의 첫 만남은 순간 너무도 친숙하게 느껴져 살짝 도취에 빠지게 했다. 병든 세계의 축소판에서 외상을 겪는 동무들이 이뤄낸 작은 꿈 앞에서 미친 듯이 행복했다. 놀라운 것은 이 나비가 자신의 온몸을 사방에 드러내어 작은 날개를 팔랑거리며 이리저리 사람들 사이에 오가며 오랜 시간 머물렀던 것. 그날은 신흥계곡 토요걷기 158주 차가 되는 3주년을 기억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였고, 사람 친화적인 나비는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 ‘나비-효과’를 뽐내고 있었다. 토요일마다 산이 뭉개지고, 계곡이 훼손되는 현장을 보며 걸을 수밖에 없던 동무들은 욕망의 자본주의를 건너뛰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방식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궁리 끝에 떠오른 것이 나비였다. 사라진 꼬리명주나비를 복원하여 사람들을 유혹해보자. 욕망과 돈의 기분에 따라 갈팡질팡해지는 시대에 나비는 사람들의 정서 속으로 가장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아름다운 곤충이지 않을까?. 또한 운이 좋으면 나비가 불러오는 그 ‘나비효과’라는 것이 신흥계곡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알 수 없지 않은가. 나비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다. 농약이 닿지 않는 하천을 주변에 두고 자주 살펴볼 수 있는 특정한 장소에 쥐방울덩굴을 심었다. (꼬리명주나비는 쥐방울덩굴만 먹는다) 지지대를 세워주고, 보듬어 주니 쥐방울덩굴이 잘 자랐다. 마침내 ‘애벌레 이주 대작전’을 진행했다. 부디 애벌레 중 한 마리만이라도 ‘걷기 3주년’ 되는 토요일에 우화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진행했다. 그런데, 바로 그날 수컷 꼬리명주나비 한 마리가 날라와서 우리를 그토록 매혹했던 것. 마침내 전설로만 듣던 꼬리명주나비를 신흥계곡에서 보는 순간 인간을 자연 속에서 하나의 종으로 생각하는 것이 가능함을 느꼈다. 인간중심적 관점에서 자연을 바라본다면 우리는 영영 ‘인간으로서의 실수’로 머물 수밖에 없을 테니까. 8월의 어느 날 폭풍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신흥계곡은 바람골로도 불릴 만큼 바람이 많다. 걱정되어 꼬리명주나비고치 105개를 유리온실로 옮겼다. 밤새 무섭게 폭풍이 몰아친 다음 날 온실에 가보니 수십 마리의 나비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제 막 고치에서 나온 나비는 그야말로 기진맥진하여 동그랗게 날개를 만 채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손으로 만져보니 축축했다. 날개가 마르기 시작하자 천천히 펴면서 위를 향해 조심스럽게 걸어 올라가더니 마침내 비상하는 나비가 되었다. 이제 세상을 향해 짧지만 아름다운 삶을 시작하는 것. 이 놀라운 광경에 꼼짝 못 하고 바라만 보았다. 나는 나비에 매혹당하고 있었다. “아직은 검은색을 띠지 않으니 열심히 노력하면 되돌릴 수 있어요.” 함께 신흥계곡을 걷던 황대권 선생님은 짙은 녹색의 해캄을 보며 말했다. 바람은 차갑고 계곡을 물들였던 낙엽은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걷기의 마지막 지점에 이르자 해캄은 계곡 바닥에 들러붙어 검은색이다. 선생님은 아무 말 없었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살아있는 실체로서의 지구에 우리가 다시 매혹되어야 지구를 파괴하려는 우리 자신의 행위로부터 지구를 구할 수 있다.”(토마스 베리) /이선애 농부∙완주자연지킴이연대 활동가

  • 오피니언
  • 기고
  • 2023.11.27 16:44

예루살렘과 전북 익산

익산은 신흥종교에서 국내 4대 종교로 발돋움한 원불교의 성지이자 총본산이다. 원불교 교단을 총괄하는 중앙총부가 있고, 중·고교와 대학 등 이 교단에서 설립·운영하는 교육기관도 많다. 그렇다고 익산을 ‘원불교 도시’라고 부를 수는 없다. 익산은 다양한 종교의 문화와 역사·유적이 어우러진 곳이다. 국내 굴지의 역사문화도시로서 미륵사지를 비롯해 불교문화 유산이 풍부하고, 한국인 최초의 가톨릭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중국에서 사제서품을 받은 뒤 배를 타고 도착한 나바위 성지도 있다. 또 개신교의 뿌리도 깊다. 이 도시의 종교인 중 개신교 신자가 가장 많고, 관련 문화유산도 적지 않다. 이처럼 익산은 불교와 개신교·천주교·원불교 등 국내 4대 종단의 성지를 만날 수 있는 종교도시다. 굳이 비교하자면 유대교와 기독교·이슬람교의 성지로, 세계 종교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견줄 수 있다. 실제 지난 2016년에는 익산문화관광단체협의회가 ‘한국의 예루살렘은 익산’이라며 ‘세계문화유산 & 한국의 예루살렘, 익산’이라고 새긴 기념 달력을 발간하기도 했다. 인류 역사에서 종교는 사회발전에 큰 역할을 했지만, 수많은 전쟁과 깊숙이 관련돼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종교적 배타성으로 인한 갈등과 분쟁이 인류 평화에 큰 장애가 된 게 사실이다. 동·서로 분할된 종교도시 예루살렘을 놓고 오랫동안 대립해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 중이다. 한국의 예루살렘이라 불리는 익산도 첨예한 종교 갈등을 겪었다. 10년 전에는 원불교가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추진한 국제마음훈련원 건립사업을 놓고 종교 갈등의 내면을 보여줬다. 국제마음훈련원 건립 예산을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기로 한 데 대해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강력한 반발이 일었다. 특정 종교시설에 국민 혈세를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였다. 결국 사업은 무산됐고, 지역사회에 커다란 앙금을 남겼다. 그리고 지난 25일 이 같은 앙금을 말끔히 씻어낸 화합의 선율이 울려 퍼졌다. 익산시가 주최한 ‘4대 종교 한마음 합창제’다. 이날 합창제에는 기독교와 천주교·원불교·불교 등 4대 종교를 대표하는 지역 합창단이 아름다운 화합의 하모니를 만들어내 지역사회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익산을 비롯한 전북지역에서 4대 종교 교류·화합의 발걸음은 꽤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전북도가 주최하는 ‘세계종교문화축제’가 익산과 전주·완주·김제 등에서 해마다 열린다. 올해 제15회 행사는 지난 9월 종교 간 상생과 나눔의 정신을 알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축제는 지난 2009년 4대 종교가 뜻을 모아 전주와 익산·완주에 있는 각각의 성지를 연결한 ‘아름다운 순례길’을 열면서 시작됐다.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생과 화합의 길을 만들어낸 전북, 그리고 익산에서 종교인들이 손잡고 전한 화합·평화의 메시지가 지구촌 분쟁의 땅에 널리 울려퍼지길 바란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11.27 16:09

군산항 입국심사 시간 확 줄여라

외국여행을 하다보면 선진국과 후진국 간에 가장 확연하게 차이나는게 하나가 있는데 바로 입국심사 시간이다. 시스템이 잘 갖춰진 선진국의 경우 검사할 것은 다 하면서도 정말 빠르게 진행이 되는 반면, 후진국에 가보면 절차가 까다롭고 시간도 많이 걸려 첫 이미지부터 흐려지는 경우가 많다. 전세계를 통틀어 대한민국은 입출국 심사 시간이나 절차가 가장 빠르고 쉽게 이뤄지는 나라로 꼽힌다. 그런데 이는 비행기를 이용하는 상황일뿐 일부 지방도시에서 선박을 이용하는 경우 입국심사 시간이 너무 오래걸려 외국 관광객을 내쫒는 일이 많다. 가뜩이나 장기간 여행으로 피로가 쌓인 외국인들이 첫 절차를 밟는 경우부터 기분이 좋을리가 만무하다. 대표적인 곳이 군산항국제여객터미널이다. 입국심사가 걸려도 너무 오래 걸려서 외국인, 특히 중국 여행자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인력부족, 시스템 확충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론은 입국심사 시간을 확 줄이지 않고서는 외국 관광객, 특히 서해안을 이용하는 중국 관광객 유치는 헛구호에 불과하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1월부터 멈췄던 국제카페리 여객 운송이 지난 8월 재개되면서 군산항국제여객터미널이 살아나는가 하는 기대가 커졌다. 그런데 입국심사 지체로 인해 국제적인 망신을 사고있다. 중국에서 배를 타고 군산항에 올 경우 보통 12시간이 소요되는데 이들은 입국 심사 과정에서 기진맥진하기 일쑤다. 올들어 지난 9월까지 외국인 전북 방문객은 23만 3510명인데 이중 중국인(3만 8469명)이 가장 많다. 특히 중국 정부는 지난 8월부터 중국인의 방한 단체 관광을 전면 허용함에 따라 앞으로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여행사 대표단을 초청하는가 하면 전북도는 내년에 중국 현지에서 전북관광 설명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중국 관광객들은 전주·군산·익산·임실·진안·남원 등 주요 관광지를 방문하는 등 전북에 대한 매력에 푹 빠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었다. 군산항국제여객터미널 입국 시간에 많은 시간을 뺏기다보니 전북의 첫 이미지가 나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외국 관광객을 어떻게든 끌어와야 할 상황에서 한편에선 이들을 내쫒고 있는 것이다. 중국 가이드들은 군산항 입국 심사 인터뷰가 너무 길고 까다롭다고 하소연을 하고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군산출장소는 당장 대책을 세워서 외국 관광객을 내쫒는다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해야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1.27 14:46

존폐 위기, 지역화폐 예산 살려내야 한다

전통시장과 골목시장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해 온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지역화폐 예산을 한 푼도 반영하지 않은 가운데 전북도에서도 내년도 예산에 지역화폐 예산을 전년에 비해 대폭 감액하면서 지역사회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북도는 올해 지역화폐 예산으로 73억 원을 책정해 집행했는데, 내년 예산은 22억 원이 삭감된 51억 원을 편성했다. 올해에 비해 30% 감액한 것이다. 지역화폐는 지역자금의 역외 유출 방지와 소상공인 소득 증대를 위한 정책으로 정부와 전북도, 일선 시·군이 예산을 함께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역화폐는 지방 고유 사무로, 지자체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게 현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재정자립도가 낮아 지역화폐 사업을 정부 지원에 의존해온 지자체들은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물론 국비 지원 없이도 지역화폐 예산을 삭감 없이 편성한 지자체도 있지만 그럴 정도의 재정력을 갖춘 곳은 많지 않다. 정부가 예산 지원을 중단하면, 지역화폐는 지자체에 큰 부담을 안기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처럼 국회 심의과정에서 국비 예산이 일부나마 부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전북도에서도 도의회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이어지자 ‘추경을 통해 감액된 22억원을 반영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회 단계에서도 국비가 반영되지 않고 전북도 예산마저 줄어든다면 지역화폐 사업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지역상권도 다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지역소멸 위기의 시대, 지역상권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국회의 내년 예산심의 과정에서 지역화폐 예산을 적어도 올해 수준으로는 되살려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지역화폐 예산을 해마다 안정적으로 세워 무너지고 있는 지역경제에 희망의 불씨를 살려내야 한다. 아울러 전북도에서도 어려움은 있겠지만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감액된 내년 지역화폐 예산을 추경을 통해서라도 시급하게 반영해야 한다. 또 장기적으로는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의 지역화폐 활성화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1.26 18:16

추운 겨울 덥히는 기초수급 어르신들의 선행

정읍과 군산에서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들이 평소 조금씩 모은 성금을 어려운 이웃에게 기탁했다. 점점 추워지는 겨울을 따뜻하게 덥히는 아름다운 선행이다. 그것도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어렵게 마련한 성금이어서 더욱 빛난다. 갈수록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되는 우리 사회를 밝히는 등불같은 미담이다. 이러한 선행을 본받아 기부와 나눔의 문화가 더욱 확산되었으면 한다. 먼저 정읍의 사례를 보자. A어르신은 지난 22일 정읍시 연지동주민센터를 찾아 자신이 평생 모은 재산 4000만 원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았다. 직원이 받아든 봉투에는 담담한 글씨체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해주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이어 노인은 직원에게 “적은 금액이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를 하고 싶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알리지 말아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직원이 건네받은 봉투에는 1000만 원 짜리 수표 4장이 들어있었다. 주민센터에서 수소문한 결과 기부자는 넉넉지 않은 형편에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어르신은 혼자 살면서 돈을 쓸 일이 크게 없어 조금씩 모았고,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연말을 맞아 어려운 이웃들에게 보탬이 되고 싶어 기부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 군산에 사는 B어르신은 23일 나운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10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1000원자리 100장이 든 봉투였다. 홀로 사는 이 어르신 역시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어르신은 “생계가 막막하던 때 수급자가 되면서 정부의 도움을 받고 생활고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며 “이웃을 위해 보탬이 되고 싶어 1000원짜리 지폐를 한 장씩 모았다”고 했다. 요즘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이후 정규직과 비정규직, 있는 자와 없는 자 사이의 거리가 더 벌어졌다. 취약계층 등 복지 사각지대도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기초생활수급 어르신들의 선행은 감동적이다. 조금만 남을 도와도 생색내려 하는 게 세태다. 나이들수록 움켜 쥐려는 노욕을 가진 사람도 많다. 날씨는 추워지고 물가는 다락같이 오르는 팍팍한 현실에서 이들의 선행은 지금 남녁에 빨갛게 피어나는 동백꽃을 보는 것처럼 흐뭇하다. 힘들고 어려운 때일수록 더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가졌으면 좋겠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1.26 18:16

명품 순창형 전원마을 500호 조성, 순창으로 오세요

전원마을의 사전적 의미는 대도시 근교의 전원 지대에 계획적으로 건설된 마을이거나 전원의 정취와 쾌적함을 갖추고 있는 마을을 뜻한다. 전북 순창군은 대도시인 광주광역시와 전북 전주 등과 인접해 출퇴근 거리가 가깝고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 등 도로 상황이 좋아 오가기 좋다. 그래서 기존 아파트 섬 속에서 사는 삶에 지친 대도시 은퇴자나 귀농, 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을 유치하고자 대도시 인접 지역에 명품 전원마을을 조성한다. 은퇴자나 귀농, 귀촌 등의 인구 유치는 도시 인근 군 단위 지역의 주요 정책 중 하나다. 순창군도 예외일 수 없다. 순창군은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에 근거한 전국 89개 인구감소 지역 중 하나로, 인구 유입을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는 시기다. 2019년 2만 8382명, 2020년 2만 7810명, 2021년 2만 6855명, 2022년 2만 6727명 등 감소폭이 줄기는 했지만 매년 100명 이상 감소하며 인구가 늘지 않고 있다. 현재 전국 인구소멸지역은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의 존치가 걸린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는 시점으로 10년, 20년 앞의 미래가 두렵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래서 순창군은 아동행복수당, 대학생 생활지원금 지급, 농민기본소득 확대, 전원마을 500호 조성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중 전원마을 500호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아동행복수당, 대학생 생활지원금, 농민기본소득 확대 등은 생활비 보전을 위한 사업이라면 전원마을 500호 조성은 주거지 조성으로 실제 외부인들이 살고 싶어하는 터전을 만드는 사업이다. 특히 순창형 전원마을 500호 사업은 정주인구 증대를 위한 핵심사업 중 하나로 광주, 전주, 남원 등 인근 도시지역 인구 유입을 위한 순창의 미래를 완성시킬 수 있는 사업이다. 순창군은 도내 대표 도시인 전주시와 자동차 전용도로가 고속도로처럼 신호등이나 교차로가 없고 직선도로처럼 곧게 뻗어있어 막힘없이 달릴 수 있다. 또한 인근에 위치한 광주광역시와도 고속도로 등 도로망이 잘 갖추어져 있어 자가용으로 이동시간이 30분 이내 위치해 있을 뿐만 아니라 광주대구간고속도로 순창 인터체인지까지 있다 보니 호남과 경남 등으로 이동이 자유롭다. 그래서 광주광역시와 인접한 순창군 금과면에 ‘순창군 금과면 방축지구 전원마을 조성사업 추진위원회’를 승인하고 해당 후보지에 대한 민간투자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순창군 전원마을 조성 지원 조례 등 2건을 제정함으로써 지원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갖췄다. 더불어 순창군은 전북개발공사와 함께 순창읍과 구림면, 적성면 등 순창군 전체 450필지의 전원마을 후보지를 실사하여 이 가운데 최종 3곳에 대해 사업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투자심사 등의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다. 순창군은 이번 사업의 성패가 민간투자에 달린 만큼 광주광역시, 전주시, 서울특별시 등 도시민 유입을 위한 홍보와 전국 우수한 건설사를 대상으로 투자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군 단위 지역에 위치한 단순 전원마을이 아니라 명품 전원마을로 삶의 쉼을 느낄 수 있고, 도시 삶 속에 피폐해진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는 전원마을 완성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9년 경기도 이천의 특산품이 반도체라는 광고로 한때 이목이 쏠린 것처럼 민선 8기 순창의 특산품이 명품 전원마을이라고 불릴 날도 멀지 않았다. /최영일 순창군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3.11.26 18:16

바꿔야할 공천룰

국회의원을 보면 그 지역사람들의 정치적 수준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정치적 성향이나 기질을 파악할 수 있다. 전북 도민들은 DJ를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대선이나 총선 때마다 민주당 한테 일방적으로 표를 던졌다. DJ가 대통령이 되고 난 이후에도 거의 맹목적으로 민주당 한테 몰표를 안겼다. 총선이나 지방선거도 공천이 본선거나 다름 없을 정도로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떼어 논 당상' 이었다. 공화당 정권 때 국회의장을 지낸 대구 출신 이효상 씨가 지역주의를 대선에 활용하면서 영호남 지역주의가 토착화 돼 버렸다. 1노3김 이후 30여년 이상 전북의 정치토양이 민주당 일당독주로 계속 가다 보니까 건전한 경쟁으로 정치리더들이 뽑히지 않고 정치공학적으로 선거기술자만 양산되었다. 특히 대학 다녔을 때 운동권 출신들이 대거 정치권으로 유입되면서 국회의원이 되는 바람에 기대했던 것 만큼 본연의 역할을 못해왔다는 지적이다. 사실 국회의원을 한 두번 하고 나면 그 사람의 모든 정치적 역량이 드러나게 돼 있다. 국회가 선수(選數) 중심으로 운영된다고 하지만 역량만 있으면 얼마든지 초·재선 때도 크게 부각, 영향력 있는 전국 정치인이 될 수 있다. 지금 전북 정치권은 민주당 최고위원직에 도전장을 내민 의원이 없을 정도로 최약체다. 도대체 배지를 달고 다니면서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를 모를 정도다. 모든 특권은 다 누리고 다니면서 의정활동에서 존재감이 약하다. AI시대에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까 중앙방송에서 실시하는 TV토론회에 패널로도 참석치 못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 새만금예산 삭감 이후 두차례나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모여 범도민예산부활궐기대회를 개최했지만 아직 정치권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처럼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해서 도민들의 자존심이 짓밟힐대로 짓밟혀 뭉개졌는데도 서로간 사소한 이해관계로 일사분란하게 대응치 못한 것은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 다른 지역은 메가시티 건설로 큰 그림을 그려 방향을 잡고 지역발전을 모색하고 나가는데 전북은 새만금관할권 다툼이나 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특히 전주완주 통합이 시급한 현안인데도 지역구 의원들이 선거구 획정에만 관심 있을 뿐 일언반구 말이 없다. 민주당 지도부는 혁신공천을 빌미 삼아 전북 현역들의 컷오프 대상자 수를 최소 2∼3명으로 늘릴 것이다. 하지만 현역들은 자신들의 기득권 보호를 위해 여론과는 동떨어지게 중진들의 재진입을 알게 모르게 결사 반대하고 있다. 이미 새만금예산 삭감으로 현역 의원들의 정치력에 대한 평가가 낮다는 것이 기정사실화 돼버렸기 때문에 물갈이 여론도 거세졌다. 설령 부활시켜도 전액이 부활될 가능성이 낮아 민주당의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물갈이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 전북은 당심이나 민심이 같아 현행대로 50대 50으로 갈 경우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없다. 어차피 경쟁의 정치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100% 오픈프라이머리로 가는 게 좋다. 지금은 50%를 유급당원으로 하기 때문에 완전히 돈선거를 유발할 수 있어 공천제도를 바꿔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11.26 18:15

한표의 가치를 되새기자

정치는 생활이고 생활은 곧 정치다. 국민을 배부르고 등 다습게 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다. 모든 정치 행위는 과정이며 이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질 때 국민이 추구하는 정의와 자유와 평화가 담보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지방의회 의원, 기초단체장, 도의원, 도지사, 국회의원, 대통령선거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투표로 결정한다. 어느 단계의 투표에서라도 한번 선택을 잘못하는 투표는 선거결과를 망치는 선거가 될것이라고 했다. 물론, 주민소환제가 있으며 또한 현저한 헌법위반 등 행위가 빚어질 경우는 탄핵이라는 절차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 또한 쉬지 않은 일이다. 국민의 한 표, 한 표는 그만큼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이제 5개월 앞으로 다가온 국회의원선거가 눈앞에 와있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국민의 힘 등 모든 정당은 선거전략과 후보공천을 둘러싼 설왕설래는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지역에서는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셈법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어떤 인물을 공천하느냐는 것이다. 전북의 경우 선거구 획정 문제에 따라 9명이냐 10명이냐는 문제도 중요할뿐더러 1개 선거구마다 2-5명까지 죽기 살기의 경쟁을 보이고 있다. 현재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진 바로는 대의원 50%, 주민여론 50%로 결정한다는 것이지만 이는 자칫 엉뚱한 후보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누가 대의원을 많이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 후보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도의원, 단체장 후보과정에서 경선이라는 투표방법을 보면 기득권층에 확실하게 유리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었다. 이를 최종결정사항으로만 본다면 정치개혁은 불가능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개혁이 절실한 실정이다. 그래서 당원들의 여론도 중요하지만 심층적 지역여론은 더욱 중요하다. 지역주민들은 『내 정치가 아닌 지역과 나라를 위해 마음껏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을 원하고 있다. 지역에 대한 애착심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나를 『내 던질줄아는 용기와 정치적 소신이 확고한 인물』을 바라는 마음에서다. 각 선거구 마다 자신을 알리기 위한 갖가지 방법이 동원되지만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약속도 중요하나 그보다는 정치인으로서의 지역과 나라를 위하는 혜안이 절대적이다. 정치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식견과 어느 사안에 대해 예리한 판단, 투지력, 소신을 견지할줄아는 인물을 선택하도록 후보공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최소한 국회의원은 자신을 불태우면서 국가의 운명을 겨누는 담대한 정치력을 가진 인물이 절실한 상황이다. 내년 4월에 실시하는 총선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선거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전북은 더불어민주당 공천이면 당선의 가능성을 거의 담보하고 있다. 전북도민들은 하나의 가치를 추구하면 쉽게 돌아서지 않으며 이를 지키려는 의리의 지조를 반영하는 데서 나오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는 정치인이 있다는 설에 대한 감정은 의리의 지조에 대한 훼손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런 정치적 처신을 한 국회의원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사실이라면 한숨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지역과 나라를 위해 국회의원선거는 참으로 중요하다. 내 한표가 수박(?)같은 국회의원을 선택하는 불행한 일이 없도록 해야 하리라고 본다.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며 지역의 대변자로서 국정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인물의 선택에서 한 표의 가치를 되새겨 봄직한 일이다. /김철규 시인∙전 전북도의회 의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11.26 17:27

한식 세계화와 전북의 역할

현재 세계 곳곳에서 한식 프랜차이즈 식당들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라면 등 한식 제품 또한 역대 최고 수출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최근 K-팝과 K-무비 등 식을 줄 모르는 한류 인기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집에서 조리해 먹는 떡볶이, 볶음면 등 간편식 K-푸드는 K-영화‧드라마 장면을 통해 자연스럽게 화면에 노출되며 세계시민들이 함께 즐기는 음식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러한 한식 세계화의 성취에는 우리 전북의 음식문화가 큰 기여를 해왔다. 대한민국의 한식 대표지역이자 인력 양성에 진심이기 때문이다. 전라북도와 전주시는 전주비빔밥축제와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 등을 매년 성공적으로 개최해 오고 있다. 또한, 전주시는 국내 최초, 세계 4번째 '유네스코 음식 창의도시' 로 지정되며 K-푸드의 위상을 높여 왔다. 금년에 몽골, 미국 워싱턴주와 캘리포니아주, 카자흐스탄에서 개최된 전라북도 공공외교 한마당에서 전북의 대표 음식과 농산물 등이 현지인들에게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여기에 전주대 한식조리학과는 국내 최초 한식 전문 인력 양성기관으로 많은 전문 인력을 배출해 왔고,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 자리한 한식창의센터는 한식 관련 기술 개발, 한식 R&D 지원 등을 통해 한식 세계화 기반을 조성해 왔다. 이 같은 성과 이면에는 전북이 한식 세계화를 지속 추진하고 더욱 도약시켜야 하는 무거운 책무도 계속 지고 가야 한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세계적으로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월등히 높아졌다. 또 가속화되는 인공지능(AI)시대에 세계 농식품 및 외식 산업의 혁명적 변화 또한 감지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세계 농림축산식품 시장 규모가 급격한 성장을 거듭하며 2022년에 전년 대비 4.9% 증가한 7조 9,800억 달러를 기록했고, 특히 온라인 농식품시장 규모는 2020년 이후 매년 20% 이상 성장해 2024년에는 1조 7,7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한식 속에 숨겨진 웰빙 요소의 재발견은 한식의 세계적 브랜드화를 위해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우선 현재 한식의 국내외 인기와 별개로 글로벌 트렌드에 부응하는 한식 세계화 전략과 체계적 분석이 필요하다. 동시에 인공지능(AI)시대에 적응할 한식 산업 밸류체인 조성 방안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즉, 한식도 외식 산업의 글로벌 스탠다드에 견주어 객관적으로 분석되고, 한식 산업화를 위한 이론과 방법론도 현실에 맞게 재검토되어야 한다. 한식의 세계화를 넘어 현대화와 미래발전성을 위한 단계별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한식은 좋은 음식"이라는 무조건적 도식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과거에 이렇게 조리되고 먹었다 라는 이유만으로 미화하거나 방치해선 안되고, 개선의 여지가 있고 최선이 아니라면 과감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 부문과 민간이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며 긴밀히 협업해야 한다. 공공 부문은 한식 인력 양성, R&D와 기술 개발 등 기초 인프라를 지속 확충하고, 민간은 한식의 응용 등을 통해 한식의 산업화를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밸류체인 재구성에 매진해야 한다. 이렇게 서로의 역할에 충실할 때, 지구촌 가족의 식탁위에 한식이 계속 자리할 수 있을 것이다. /류창수 전라북도 국제관계대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3.11.26 17:26

[금요수필]오디의 추억

아직도 봄인데도 초여름으로 치닫는지 이른 더위가 피어난다. 아파트 철책 담장에 널브러지게 핀 개량종 장미가 요염한 미소로 행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놀러 가는 건 즐거운 일이다. 더구나 코로나19도 다소 진정되었고, 마스크 착용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자유롭게 되니 살 것 같다. 이렇게 모임도 무시로 가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우리가 가는 곳은 정읍에 자리한 농촌 마을이었다. 서울에서 교직생활을 마치고 고향에 내려와 숲속에 집을 짓고 취미생활을 즐기며 사는 지인이 우리 일행을 초대했다. 승용차가 전주를 출발해서 국도를 따라 교외로 삐지니 신록의 계절이라서 산도 가로수도 녹음이 짙고 풋풋한 내음이 상쾌하고 싱그럽다. 한참 신나게 달리니 들녘이 나오고 낮은 야산에 자리한 마을들이 여기저기 나타났다. 동리 이름이 대산리라서 큰 산 밑에 있을까 여겼는데 그렇지 않았다. 좁다란 마을길을 따라 올라가니 얕은 산자락 숲속에 지은 아담한 집과 넓은 마당이 나왔다. 이름하여 '행복제작소'란다. 마당 주위엔 각종 나무들이 울타리를 이루고 있었다. 주차장으로도 쓰고, 캠핑 장소로 이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낮이라 나무 그늘 속으로 들어가니 야외 취사 설도 갖춰 있고, 불판과 장작도 가지런히 놓여있다. 내 짐작이 들어맞은 거다. 의자에 앉아 모처럼 느끼는 여유로움을 만끽하는데, 동료 하나가 나를 부른다. '오디'가 익어 한창이란다. 귀가 번쩍 띄어 가보니 마당 한쪽에 뽕나무가 몇 그루 있고, 검게 잘 익은 오디가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얼마 만인가! 20여 년도 넘지 싶다. 대수술의 후유증을 겪으면서부터 시골가는 일들이 멀어진 탓이다. 하나씩 따먹으니 양이 차지않기에 한주먹씩 따 서 털어 넣어도 시원찮았다. 한참 동안 정신없이 따먹었더니 이러다간 점심을 못 먹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또한 내 입술이 흡혈귀 같을 거라는 느낌이 들어 화장실로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거울 속의 나는 영락없는 '쥐 잡아 먹은 고양이 입처럼 검붉었다. 완전 동심에 젖어본 순간이었다. 문득 70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갔다. 초등학교 5학년 때다. 일요일 오후에 여느 때처럼 백구를 데리고 백화산 자락으로 놀러를 나갔다. 앞서가던 백구가 짖어대 굽어보니 어린티를 갓 벗은 멧돼지와 싸움이 붙었는데, 멧돼지가 개를 공격하는 중이었다. 나는 순간 옆에 있는 오디나무로 얼른 올라갔다. 그랬더니 멧돼지가 오디나무를 떠받는 바람에 하마터면 나무에서 떨어질 뻔했다. '휘청'하고 나무가 흔들리니 생 땀이 났고 정신이 아찔했다. 그때 개가 멧돼지 목을 물고서 뒹굴었다. 한참을 실랑이를 하다가 멧돼지가 줄행랑을 쳐 싸움은 끝이 났다. 그제서야 나무에서 내려올 수 있었고, 난 백구를 끌어안고 눈물 바람을 했었다. 개는 영특하고 의리가 있어 주인을 버리고 도망치는 법이 없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걸 이후에도 본적이 있다. 비록 지금은 개를 키우지 않지만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까닭이다. 그때, 산을 내려오기 전 검게 익은 오디를 한참 동안 따먹으며 허기진 배를 채우던 일은 평생 못 잊고 산다. 오랜만에 검게 잘 익은 오디를 따먹으며 지난날의 추억도 돌아보는 행복한 시간을 대산리에 자리한 행복제작소에서 보내고 돌아왔다. △문광섭 수필가는 2014년 대한문학 여름호에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표현문학, 가톨릭문우회, 전주문인협회 회원과 전북수필, 전북문인협회, 행촌수필 이사, 꽃밭정이수필문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3.11.23 18:49

구십 세

“올해 아버지 구순인 거, 알고 있지?” 친정엄마의 귀띔에 기절하게 놀란 사람은 다행히 나뿐이 아니었다. 오빠도 사정은 마찬가지라서, 우리 남매는 아버지가 올해 구순인 것을 생신 일주일 전에야 간신히 알았다. 서양식 나이 계산법에 익숙한 우리는 아버지가 34년생이시니까 내년에 구순인 줄 알고 아무 생각이 없었다. 혹시나 해서 엄마가 알려주지 않았으면 아버지의 구순은 자식들이 아무도 모른 채 넘어갈 뻔했다. 우리는 서둘러 분위기 좋은 음식점에 예약을 했고, 가족들의 오붓한 축하 속에 아버지의 구순 파티를 괜찮게 보낼 수 있었다. 생일파티라는 말에 메뉴에 없는 미역국을 준비해주신 음식점 직원들은 아버지가 무려 구순이라는 말을 듣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날렵한 청바지와 재킷을 입고 오신 아버지의 외모는 아무리 보아도 구십세라는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시에 구순을 맞이한 바람에 구순 기념 여행이나 다른 축하 이벤트는 당연히 준비하지 못했다. 늦가을의 바쁜 일정들을 얼추 넘겼다 싶은 즈음이 되어서 아버지와 강화도에 새우구이나 먹으러 다녀올까 하고 연락을 드렸더니 ‘안그래도 한번 놀러가보려던 참’이었다며 난데없는 액셀 파일을 즉시 보내셨다. 2박3일의 철원 여행 계획표가 완벽하게 짜여 있었고 숙소와 관광택시와 민간인 통제구역 출입 예약까지 완료되어 있었다. 엄마와 두분이 철원에 나들이 다녀오실 생각이었는데 딸도 함께 한다면 얼마든지 환영이라고 하셨다. 내가 모시고 가는 여행이 아니라 두분의 여행에 얹혀 가는 셈이 되었다. 아버지의 꼼꼼한 여행 계획표에 의하면 일산에서 철원까지 한번에 가는 시외버스가 없어서, 버스를 서너 번 갈아타야 하는 복잡한 방식이었다. 내가 운전해서 모시고 다녀오면 딱 좋을 것인데, 내 스케줄 상 최대 1박2일만 가능했다. “아버지, 제가 마지막 날은 다른 일이 있어서요. 일정을 1박2일로 줄여서 다녀오시는건 어떨까요? 제 차로 다니면 이동시간이 많이 줄어들 테니 1박2일이나 2박3일이나 차이가 없을 거예요.” “아니 됐다. 예약 다 해놨는데 이제 와서 바꾸려면 오히려 복잡하다. 너는 처음 계획했던 것처럼 그냥 하루만 함께 다니는 걸로 하자.” 아버지는 일정을 조절해서 함께 다니자는 제안을 쿨하게 거절했다. 두분이 배낭을 메고 버스를 서너번 갈아타는 것이 고되지 않겠냐고 했더니 원래 그렇게 잘 다녔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셨다. 나는 걱정하는 척하던 것도 빠르게 집어치웠다. 실은 ‘알아서 할테니 신경쓸거 없다’는 아버지의 말처럼 반가운 것이 없었고, 원래 아버지는 나보다 훨씬 나은 여행자였다. 계획을 이미 다 짜놓으셨으니 나는 아무 고민이나 연구 없이 운전병만을 자처하며 쭐레쭐레 따라나섰는데, 계획표에 있는 일정이 그렇게 강행군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철원 주상절리길이 편도 3.6킬로미터라고 하길래 평소 걷기에는 자신이 있으니 혼자라면 왕복도 하겠구나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오르막과 내리막이 꽤 많은 길이었다. 왕복은커녕 편도조차 꽤 힘들었다. 아버지도 생각보다 힘들었는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중간에 포기하고 원점으로 돌아가시는게 어떻겠냐고 권하는 말이 듣기 싫어서 쌩하니 앞질러 가버리셨다. 여러번 쉬어가며 간신히 완주한 주상절리길 끄트머리의 휴식공간에는 아버지처럼 이 길을 과소평가하고 쉽사리 도전했던 노년의 어른들이 여러 명 넋이 빠져 앉아있었는데, 비슷한 몰골로 숨이 턱에 닿아 도착하는 후행들에게 웃음 섞인 격려를 보내주었다. “고생했어! 이제 다 왔다고!” 모르는 사이였지만 그렇게 완주의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고 모르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던 그 길이 어쩌면 아버지의 인생을 닮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의 건강한 노년을 내가 물려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건강은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하늘에 맡길 일이다. 내가 배워야할 것은 구십세에도 스스로 일상을 가꾸어나가는 아버지의 한결같은 자세일 것이다. /심윤경 소설가

  • 오피니언
  • 기고
  • 2023.11.23 18:04

옷과 이별하는 중입니다

어릴 적 필자는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색깔별, 길이별, 소재별로 다른 옷을 사들이곤 했다. 하늘 아래 같은 옷은 없다고 비슷한 옷을 사 왔고, 나에게 어울릴지 고민하기보다 눈에 예쁘면 샀다. 계절이 지났으니까 또 사고, 유행을 따라가야 한다는 이유로 또 샀다. 그렇게 일 년, 이 년이 지나니 옷방은 옷으로 가득 차게 되었고 저절로 안 입는 옷도 늘어갔다. 그러다 끝없을 것 같던 구매 행진을 멈췄다.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하면서부터이다. 별생각 없이 구매하는 옷을 만들기 위해 환경이 심각하게 파괴된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 온 죄책감 때문이다. 옷 한 벌을 만들기 위해 욕조 약 11통 정도의 물이 사용된다. 대량의 물이 들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섬유를 염색하면서 화학 물질도 배출된다. 염색과 처리 과정에서 지하수와 하천의 수질이 악화된다. 세계 공업용수 오염 원인의 20%가 의류 때문일 정도다. 옷을 만들며 원료를 조달하고, 방적, 염색, 봉제, 유통 과정에서 수많은 화석연료를 필요로 하는데, 이 과정에서 생기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 우리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옷을 생산하고 염료 처리하는 것을 본 적이 없으니까 잘 안 와닿을지도 모르겠다. 옷을 다 입고 버릴 때도 마찬가지이다. 옷이 해져서, 늘어져서, 유행이 지나서, 작아져서 와 같은 이유로 의류 수거함에 넣을 때 다른 나라의 옷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서 누군가 유용하게 입어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뿌듯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게 웬걸. 버려지는 옷의 95%는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이렇게 버려지는 양은 연간 약 48만 톤.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옷이 도착한 가나에서는 강 대신 버려진 옷이 가득 차 있고 소가 풀이 아닌 옷들을 뜯어먹는다. 경악스럽다. 내가 생각 없이 샀던 옷들을 처리하기 위해 누가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나에게 옷 구매 빈도를 확연히 줄이게 만들었다. 옷을 오래 입어야 하니 자연히 싸고 유행에 맞춰진 옷을 고르는 것 대신 지구에 부담이 덜 가는 직물과 오래 입을 수 있는 것, 유행을 타지 않는 것에 손이 간다. 매년 생산되는 옷은 1,000억 개에 달한다. 그중 330억 개가 그 해, 그대로 다시 버려진다. 이처럼 빠른 주기로 생산되고 유행을 타다 버려지는 패스트패션(Fast-fashion)이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는 미디어로 접하는 트렌드와 유행에 더욱 민감해지며, 새로운 유행을 금방 소비하고 금방 질려 한다. 옷을 쉽게 사고 쉽게 버리게 된다. 우리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무엇보다 옷 구매를 지양하고, 이미 산 옷은 오래 입으려고 한다. 벌써 10년 가까이 입고 있는 옷도 있고, 해졌지만 빈티지한 멋으로 입는 옷도 있다. 이제는 주위에서 옷 좀 사라고 잔소리도 하고, 해진 옷을 입고 있는 게 안 되어 보인다며 옷을 사줄 때도 있다. 사실 학생 때의 옷이 대부분이어서, 옷을 사고 싶은 충동이 들 때도 있다. 그렇지만 이제 나에게 옷은 꾸밈이나 미용적 목적보다는 보온 등 기능의 목적을 착실히 수행하기만 하면 돼서 나름의 방법을 찾아 즐겨찾기에 있던 쇼핑몰 목록을 없애고, 구독도 취소하였다. 우리는 이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고, 유행과 옷과 서서히 이별할 때이다. /모아름드리 환경단체 프리데코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3.11.23 18:04

다운계약서 작성해도 될까요?

아파트 실거래가 조회를 해보면 시세보다 유난히 적은금액이 있기도 합니다. 물론 정말 급하게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 가격을 내려 파는 경우도 있을 수도 있지만, 다운계약서를 작성하여 부동산 거래를 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면 다운계약서를 왜 작성할까요? 매도인 입장에서는 양도세를 줄일 수가 있고, 매수인 입장에서는 그만큼 취등록세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매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다운계약서는 서로에게 윈윈처럼 보이지만 이는 현행법상 불법입니다. 그래서 매도인과 매수인 그리고 중개업자 모두 처벌을 받게 됩니다. 매도인은 양도소득세 추징과 가산세, 거래금액의 최대 5% 범위내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또한 비과세 및 감면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라도 배제 후 추징을 하게 됩니다. 매수인은 취득세 3배 이하의 과태료 부과에 향후 매도시 비과세 및 감면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중개업자는 등록취소 또는 6개월 이하 업무정지와 거래금액의 5% 범위내 과태료 등의 불이익이 있습니다. 2017년부터 부동산다운계약서에 대한 자진신고제도가 시행이 되었습니다. 이 제도는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양 당사자 중 한명이 자진신고하면 최초 신고자에게 과태료 100%를 면제해주는 제도입니다. 매수인 측이 다운계약한 부동산을 양도를 하게 될 경우 양도세의 부담을 느껴 자진신고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매수인은 과태료에 대한 부담을 덜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이익이 있기 때문입니다. 죄수의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으니 다운계약서를 협력한 사람으로서는 항상 불안함에 지내야할 것입니다. 부동산 다운계약서에 대한 처벌은 생각보다 강도가 높습니다. 공소시효는 10년이기 때문에 긴 세월동안 불안함속에 지내는 것보다 절대로 다운계약서 작성을 안하시는 편이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정권세무회계사무소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3.11.23 18:04

횡재세 도입과 고금리 장사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자영업 소상공인의 겨울은 유난히 춥고 혹독하다. 실물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당장 문을 닫고 싶어도 빚더미에 허덕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은행권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은 죄다 가져다 썼기 때문에 이젠 기댈 언덕조차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말 그대로 하루하루가 피를 말리는 고통의 연속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자영업자 대출은 313만명에 1043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같은 기간 연체액도 1조원 늘어난 7조3000억원으로 역대급이다. 얼마 전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특례보증 대출이 오픈런을 통해 삽시간에 마감되면서 돈줄이 막힌 시중의 자금 사정을 여실히 보여줬다. 정치권의 때아닌 ‘횡재세’ 도입 논란도 이 때문이다. 천문학적 영업 이익을 거둔 은행권을 정조준해 고금리 장사로 배를 불리는 만큼 이자 부담에 허덕이는 서민들을 도와달라는 것이다. 오죽하면 윤석열 대통령도 이 문제를 언급 “은행권은 강력한 기득권층이다. 이들의 독과점 행태를 정부가 방치해선 안된다” 며 전면적 쇄신책을 주문했다. 금융 수장들도 이 같은 기류에 적극 호응하며 은행의 사회적 기여를 공개적으로 강조했다. 금감원장은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를 합친 것보다 은행권 영업 이익이 더 많다며 개선 의지를 시사하기도 했다. 민주당도 국민 70% 이상이 동의한다며 입법 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런 전방위 고강도 압박에 은행권도 일단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정부가 밝힌 “고객들이 납득하고 체감할 수 있는 수준” 에 부응하기 위해 이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과거에도 소나기를 피해 가듯이 생색내기에 그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와 같은 눈가림식 일회성 퍼포먼스는 지금의 상황에서 오히려 역풍을 불러일으켜 부메랑을 맞기 십상이다. 실제 유럽 일부 국가에선 이 제도를 활용해 고객 이익으로 되돌려 주고 있다. 올해 3분기 5대 시중은행의 누적 이자 이익은 30조 93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했다. 30조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은 서민들이 돈 필요할 때 빌릴 수 있는 다정한 이웃이다. 주로 고객 이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인데도 문턱이 너무 높은 게 문제다. ‘상생 협력’ ‘동반 성장’ ‘든든한 가족’ 이란 슬로건 이미지와는 달리 고객 대출을 좌우하는 건 결국 신용등급, 담보, 연체 등이다. 코로나를 겪으며 유례없는 경제난 속에 겨우 돌려막기로 연명하는 자영업 소상공인에게 이 같은 전제 조건은 대출을 못해주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횡재세 논란이 불거진 것도 말만 번지르르 하기 보다는 슬로건처럼 실천하라는 일종의 압박 전략이다. 오랜 기간 거래하던 신용 우수 고객이 뜻하지 않은 경영난에 봉착했을 때 그들은 도움을 주기는커녕 리스크 관리에만 혈안이 된다. 한마디로 비올 때 우산을 뻿는 식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11.23 17:29

지방의원, 갑질행태 이젠 버려라

지방의회 출범 초기에 비해 지금은 전문성이 높고 성별, 세대별, 직업별 다양성도 많이 확보돼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못난 송아지 엉덩이 뿔난다” 속담이 틀린게 아니라는 걸 입증하는 이들이 있다. 공익을 빙자해 특정 업체나 특정인의 사익을 우선시하는 지방의원이 있는가 하면, 소속 피감기관에 대해 고압적이면서도 철저한 갑질을 일삼는 경우도 없지 않다. 자질과 능력을 제대로 갖춘 지방의원이 있는가 하면 가장 기본적인 소양과 예의조차 등한시하는 이도 없지 않다. 며칠전 전주시의회에서 실제로 있었던 하나의 사례다.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갓 30세를 넘은 초선의원이 자신의 입맛에 맞지않는 형식의 자료를 제출했다고 해서 한 소속기관의 장을 공개석상에서 아주 저질스럽게 비아냥거리며 핀잔을 주는 일이 있었다. 아무리 의원이라고는 해도 자식뻘되는 초선의원이 부하직원과 타 부서 직원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빈정대는 것을 견뎌야 하는 이의 심정을 알기나 할까.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기초의원으로서 기본적 소양을 의심케 하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함부로 행동해도 보복이 무서워 감히 의원에게 대들지 못할 것이라는 얄팍한 계산이 깔려있음은 두말할나위가 없다. 전주시의회의 경우 총 35명의 의원 중 초선의원은 무려 17명이나 된다. 초선의원은 상대적으로 젊고 열정과 사명감도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일 또한 그러한 욕심과 열정을 담아내는 과정에서 드러난 사소한 실수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질타하고 지적하는 것도 격이 있는 법이다. 구태여 실명을 밝혀 지적하지 않지만 본란을 읽는 해당 의원은 자신임을 잘 알 것이다. 해당 의원의 맹성을 촉구한다. 갑의 관계에 있다고 해서 못살게 굴면 대우받는다고 여기는 것은 천민의식의 발로가 아닐 수 없다. 비단 전주시의회뿐만이 아니다. 전북 14개 시군의회 상황은 대동소이하며 광역의회인 도의회도 오십보백보다. 도의회의 경우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피감기관 직원들의 의원실 앞 ‘줄서기 문화’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를 은근히 즐기는 문화가 자리잡은지 오래다. 더 많은 직원들이 찾아오는 것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어떤 의원은 쓸데없이 많은 자료 요구를 해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열정과 에너지를 저급한 형태의 갑질행위에 동원하면 되겠는가.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1.23 15:11

농촌 활로 찾기, 도·농교류 활성화 대책을

인구절벽 시대, 지역소멸은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상대적으로 심한 농촌 지역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농촌 지역의 인구 위기는 이미 심각하다.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고, 그나마 수명이 늘어난 노인들로 간신히 공동체를 지켜내고 있는 실정이다. 위기의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오래전부터 도·농교류 사업이 추진됐다. 도시와 농촌지역 지자체가 자매결연 협약을 체결하거나 마을 단위로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맺고,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하는 형태다. 특히 도시 소비자들이 믿을 수 있는 농특산물을 농촌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농민들은 제값을 받고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도·농 지자체간 자매결연이 잇따랐고, 농산물 직판행사 등 교류행사도 크게 늘었다. 그러면서 지난 2007년에는 ‘도시와 농어촌 간의 교류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도시와 농어촌 간 교류를 촉진하여 농어촌의 사회·경제적 활력을 증진시키고, 도시민의 농어촌 체험과 휴양 수요를 충족시켜 도·농 균형발전과 국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자는 게 이 법률의 취지다. 또 2013년에는 법률 개정을 통해 매년 7월 7일을 ‘도농교류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해마다 칠월칠석에 견우와 직녀가 애틋한 만남을 이어가듯 농촌과 도시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교류하자는 취지다. 또 몇년 전부터는 인구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인구의 범위를 관광객과 출향인·농촌체험 참여자 등 해당 지역과 관계를 맺은 사람들로 넓힌 ‘관계인구’에 관심이 쏠리면서 도·농교류가 농촌지역 인구대책으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도·농교류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면서 교류 활동도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우리지역 농어촌 마을 생활모습’ 자료에 따르면 도·농교류를 하고 있는 전북지역 마을 수는 2010년 637개에서 2020년 537개로 크게 줄었다. 또 자매결연도 10년새 66.5%나 감소했다. 시간이 없다. 농촌 공동체가 활력을 잃고 붕괴의 길로 접어든다면 도·농 교류는 추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농촌과 도시가 상생하면서 균형발전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농촌지역 각 지자체가 현 시점에 맞는 도·농 교류 활성화 대책을 다시 세우고, 이를 역점 추진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1.23 11:57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