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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와 관광, 이대로 괜찮을까?

봄‧가을은 대표적인 축제의 계절이다. 특히 코로나가 끝난 후 지역마다 크고 작은 축제들이 연이어 열리고 있다. TV나 입소문을 통해 축제의 인지도가 있는 지역이라면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통계에 따르면 올해 개최 예정인 지역축제는 총 1,129개다. 하루에 3개 이상의 축제가 열리는 셈이다. 그리고 대부분 계절성 지역특산물이나 명소 중심으로 셋팅 된다. 잘 만든 축제가 지역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크다. 대표 먹거리를 내세운 축제들은 방문자 수와 판매수익으로 대변되는 관광 효과를 보여준다. 하지만 축제의 관광효과, 지역을 살리는 ‘돈’과 ‘실용’이라는 명목하에 이에 대한 비판이 종종 묵살된다. 몇 년 사이 지역 축제마다 트로트 가수 팬클럽 버스를 보는 일이 익숙한 풍경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어쨌든 방문객이 늘어 좋은 줄만 알았는데, ‘실익이 없다’ 는 푸념이 들린다. 타지역에서 가수의 팬들이 몰려와서 좋아했는데, 막상 공연이 끝나고 축제는 둘러보지도 않은 채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담당자들의 마음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현상을 몇몇 팬들의 이기심이나, 축제의 부작용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지금은 비슷비슷한 지역축제에 대해 스스로 물음을 던져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애초부터 지역과, 지역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지역축제가 단순히 특정 농수산물이나 먹거리로 대표되는 것이 너무 안일한 전략은 아니었는지 뒤돌아봐야 한다. 사실 많은 지역의 축제가 먹거리 중심, 명소 중심 일색인 데는 이유가 있다. 지역이 가진 한계 때문이다. 재정자립도가 받쳐주지 않으니 단발성 행사로 단기간에라도 성과를 내야 한다. 비슷비슷한 농산물이어도 경쟁적으로 선점해서 방문객 수든 경제적 효과든 입증해내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한 자극적인 콘텐츠나 유인책이 우선이 된다. 그리고 이런 구조 속에서 지역이 가진 이야기는 더욱 빈곤해진다. 축제가 가진 관광 효과 측면에서, 코펜하겐의 사례를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코펜하겐은 인어공주동상으로 유명한 덴마크의 작은 도시다. 코펜하겐 역시 몇몇 관광지로 인해 교통체증이 불거지고 ‘머무는 도시’가 아닌, ‘거쳐가는 도시’였다. 여기까지는 우리나라의 많은 소도시와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2017년, 코펜하겐은 ‘(기존)관광의 종말’을 선언하고 관광객 수에 목매는 양적 팽창 정책을 포기하기로 했다. 코펜하겐의 진짜 매력은 인어공주 상이 아닌 덴마크 사람과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것. 그래서 관광객을 ‘일시적 주민’으로 만드는 전략을 짰다. 덴마크의 문화를 경험하고 도시를 보여줄 수 있도록 관광정책을 주민이 주도하게 했다. 또한 우리처럼 방문객 수나 관광 인프라에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가 아니라 관광객의 재방문율, 혁신관광프로그램개발 등 평가지표를 혁신적으로 바꾸었다. 주민과 관광객의 만족도가 올라갔고, 목표가 아니었지만 관광객 수도 오히려 늘었다. 양적 관광에서 질적 관광으로 전환한 성공적인 사례다. 각자 다른 매력을 가진 도시의 축제와 관광을 위한 천편일률적인 해법은 없다. 하지만 가을과 함께 깊어가는 축제의 계절, 이제는 축제와 관광을 통해 지역을 활성화하려는 목적과 이유를 돌이켜보고 각자의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오민정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공생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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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5 17:08

그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리

올 추석에도 고향에 가지 못했다. 시골집 뜰안 대추나무 가지의 열매들은 단맛이 밴 채로 여물고, 뒤뜰의 석류나무는 과피(果皮)가 벌어진 채로 석류가 알알이 들어찬 제 붉은 속살을 드러내며, 멧비둘기 구구대는 앞산의 산밤나무에 매달린 푸른 밤송이들은 절로 벌어져 알밤을 투두둑 털어낼 테다. 아버지가 짓고 가족과 어린 시절을 보낸 옛집은 사라지고 없다. 고향마을의 느티나무는 무성한 가지를 드리운 채 늠름하고, 너른 들과 땅을 휘감아 돌아가는 강과 바람은 그대로이건만 고향의 새 주인들은 낯설다! 고향에서의 기억은 왜 달콤하고 아련한가? 그것은 과거를 화사하게 윤색하는 뇌의 환각작용 탓일까? 정지용의 시는 내가 오래 전에 낙원에서 추방된 자임을 일깨우며 서글픔에 빠뜨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산꿩이 알을 품고/뻐꾸기 제철에 울건만//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오늘도 뫼 끝에 홀로 오르니/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정지용, '고향').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가 우는 고향에의 기억은 달콤하고 아련하다. 그것은 지금의 고향이 아니고, 흘러간 옛날은 오늘의 괴로운 현실의 대안이 될 수가 없다. 고향을 떠난 자는 다시는 그 아늑하고 그리운 고향을 찾지 못한다. 고향을 그리는 나침반은 언제나 어린 시절의 목가적 생활을 가리킨다. 내 마음에 자꾸 향수병이 도지는 까닭은 무엇인가? 노스탤지어의 바탕은 지금 여기에 없는 것, 즉 옛날을 향한 동경과 그리움, 되찾을 수 없는 시간 회복에 대한 열망이다. 프랑스 철학자 블라디미르 얀켈레비치는 "향수병은 불가능한 것에 직면했을 때 갖는 절망이다"라고 한다. 노스탤지어는 고향 없음이 아니라 특정 장소로 돌아갈 수 없음, 고향 회귀의 불가능성에서 발원한다. 그 불가능성은 어떤 지리적 좌표를 찾는 게 아니라 고향에서의 시간을 회복하는 일인 까닭이다. 타향을 떠나 떠도는 자는 삶을 낭비하리라는 불안에 사로잡힌 채 존재한다. 이것은 노스탤지어의 질료적 바탕이 고향 회귀의 불가능함, 그리고 방향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라는 걸 암시한다. 내가 고향을 떠난 것은 열 살 무렵이다. 탈향의 세월이 쌓이면서 고향의 말도 다 잊고, 고향의 벗도 다 떠난 지금 고향은 내 마음의 지리학에서만 찾을 수 있다. "고향을 감미롭게 그리는 사람은 아직 주둥이가 노란 미숙자일 것이다. 모든 장소를 고향이라는 느낄 수 있는 자는 이미 강한 자다. 전 세계를 타향이라고 생각하는 자야말로 완벽한 인간이다." 나는 12세기 스콜라 철학자 생 빅토르 후고의 말을 여러 책에서 만났다. 고향을 떠난 지 오래되어도 고향에 집착한다면 그는 인격의 성숙함에 이르지 못하는 영원한 미숙아에 속할 테다. 나는 토성의 영향 아래 태어났다. 내가 원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나는 일찍이 고향을 떠났다. 고향을 잃은 채로 떠돌며 사는 동안 불신과 비관에 내 삶을 통째로 내주었다. 세상을 떠도는 자의 마음에서 빛이 꺼지고 무상함에 빠지기 쉬운 까닭은 분명 삶의 보람 없음과 기쁨의 배제의 결과인 오늘의 삭막함과 연관이 있을 테다. 나는 인격이 여문 어른의 삶을 살 수 있을까? 그것은 애초에 글러버린 꿈일까? 나는 고향을 잃어버린 삶을 사랑한다. 아니,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고향을 잃은 삶을 사랑하지 않고 견디며 살 수 있다. 내가 이미 오래 전부터 고향 없이 살아온 자이기 때문이다. 나는 탕약을 가득 채운 잔을 들이켜고 고향 상실자로 살아온 지 반세기가 넘었다. 삶은 쓰디썼다. 하지만 후회와 서글픔은 옅어지거나 사라졌다. 그렇건만 고향을 둘러싼 기억의 화사함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고토에서 몸은 멀어지건만 마음이 품은 노스탤지어는 사라질 기미가 없다. 오, 그대 다시는 고향을 찾지 못하리! 세계는 늙고, 나도 가슴에 남은 한줌의 노스탤지어를 품고 늙어간다. 살아보니, 늙음이 인생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인 걸 알겠다. 죽음이라는 외부가 덮치기 전까지 나는 더 꼼꼼하게 늙어갈 테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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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5 17:08

내우외환의 새만금

새만금 예산 삭감의 후폭풍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군산시와 김제시의 관할권 다툼 양상은 변함이 없어 도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하는 전북으로선 이들의 지나친 지역이기주의에 혀를 찬다. 설령 그들 주장이 옳다고 한들 지금 잼버리 민심이 최악인 상황에서 성과는커녕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더욱이 새만금 예산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국면에서 자칫 전열을 흐트러 뜨리지는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어찌됐든 잼버리 파행 책임을 새만금과 엮어 귀책 사유로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이들 지역 의회는 새만금 예산의 원상회복을 외치면서도 관할권 확보에 대한 의지는 여전했다. 각자 기자회견과 정책 토론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재확인하고 전북도가 갈등 해결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특히 군산은 지난 8월 잼버리 파행과 태풍 피해 와중에도 ‘새만금 관할권 사수대회’ 를 추진해 주위 반대 여론에 부닥쳤다. 새만금이 잼버리 파행 책임의 덤터기를 쓴 채 전방위 공세에 직면한 가운데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빌미를 주지 않을까 노심초사한 것이다. 실제 집회를 앞두고 공직사회는 물론 읍면동 주민회 심지어는 지역 정치권까지 우려를 표시했다. 관할권 다툼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에 전략적으로 접근해야지, 윽박지르고 물리력을 행사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더더욱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새만금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에 이어 새만금 신공항의 착공 절차 시점에 난데없는 잼버리 불똥이 튀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전북의 미래 성장 동력인 만큼 삭감된 78%의 예산 복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설 때다. 이같은 난기류 상황에서 지역 자치단체간 갈등 양상은 새만금 이미지만 흐리게 할 뿐이다. 10년 넘게 이어진 관할권 다툼은 도민들 인내심에도 한계를 뛰어넘은 상황이다. 자기중심적 논리만을 앞세워 대법원까지 간 방조제를 비롯해 동서도로, 신항만, 수변도시까지 먹잇감 대상으로 아귀다툼을 벌이는 건 도가 지나치다는 목소리다. 새만금을 둘러싼 자치단체 관할권 논쟁이 심각한 상황에서 그 대안으로 특별자치단체 설립 문제가 나왔다. 대국적 견지의 전북 미래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소지역주의에 매몰된 근시안적 사고탓이다. 이와 더불어 중앙 정부의 비우호적 시각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지난 1991년 새만금 개발사업이 첫 삽을 뜬 지 30년이 넘고 대통령이 7번 바뀌었지만 전체 매립 공정률은 아직도 절반에 못 미친다. 새만금개발청도 설립 5년 만인 2018년에서야 세종시에서 군산으로 청사를 옮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예산 칼질에서도 그런 시각이 어느 정도 감지된다. 정권마다 새만금을 볼모로 전북에 대한 당근과 채찍 전략을 구사해왔다. 지금은 새만금 완성을 위해 똘똘 뭉쳐 정부 상대로 싸울 때지, 우리끼리 다툴 시간은 없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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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3.10.05 17:08

전북 치매환자 특별관리대책 세워라

별다른 생각없이 늘상 쓰는 용어인 치매는 퇴행성 뇌질환을 폭넓게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치매의 의미를 따지고 들면 참으로 민망하다. '어리석을 치(癡)'와 '어리석을 매(呆)'가 이어진 한자어로, 부정적 편견을 키우고 환자와 가족에게 모멸감을 안겨준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이런 여론을 감안해 내년부터 대한민국 공문서에 치매라는 말이 사라질 전망이다. 전국 256곳에 설치돼 있는 치매안심센터 명칭에서도 빠진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안에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치매라는 단어 대신 '인지증', '인지저하증', '인지병' 등을 후보군으로 놓고 검토중이다. 정부는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를 표방하면서 국가적 지원을 약속했으나 아직 갈 길이 엄청나게 멀기만 하다. 예방하고, 관리하고 치료하고 편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살던 곳에서, 안전한 치료와 돌봄을 받다가 편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재택 의료를 활성화시킨다는 중앙정부 방침과는 별개로 자치단체 차원의 세심한 노력도 긴요하다. 노령인구가 많고 치매 유병률이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두 번째로 높은 전북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국회 김원이 의원(민주당 목포)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내 65세 이상 노인 944만 7274명 중 치매 환자(추정)는 무려 97만6923명으로 유병률은 10.3%였다. 이중 전북의 65세 이상 인구 40만7453명 중 치매 환자는 4만7951명으로 유병률은 11.8%에 달한다. 전북의 치매 추정 환자 수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치매 환자 유병률을 보인 전남(12.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지난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북에서 발생한 치매환자 실종신고는 모두 1416명이나 된다. 2019년 337명에서 2020년 283명, 2021년 306명, 2022년 336명 등으로 치매 환자 실종자 수는 매년 증가 추세다. 전북지역 시군의 치매예방 사업은 치매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치매 치료 대상도 매우 제한적이다. 유병률 감소 대책은 사실상 손을 놓다시피했다. 치매환자와 보호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치료가 관건이다. 치매진료비 지원 대상자의 소득기준을 완화해 혜택을 받는 폭을 확 넓혀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0.05 14:06

새만금 재생에너지사업 추진 동력 살려야

국내 최대 규모로 추진되고 있는 새만금 재생에너지(총 7GW) 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그렇지 않아도 사업이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기조로 인해 사업 추진 동력마저 급격하게 잃어가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제11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수립 사업에 들어간 가운데 실무위원 대부분이 원전 전문가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 공기업에서도 향후 5년간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투자계획이 거의 없거나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재생에너지 사업의 불확실한 미래를 보여주는 사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새만금은 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의 메카, 그린뉴딜과 탄소중립의 중심지로 도약할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으로 한껏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재생에너지 지원예산을 줄이고 규제 일변도 정책을 추진하면서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의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또 오는 2040년까지 새만금 국가산업단지(5·6공구)에 ‘RE100 산업단지’ 실현을 목표로 추진한 국내 최초의 ‘스마트 그린 국가시범산업단지’ 구축 사업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약속하는 국제 캠페인이다. 지구촌 기후위기 시대,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유럽 등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규제 일변도의 정책과 지원예산 축소로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세계 각국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도 ‘RE100’ 등 탄소중립과 ‘ESG 경영’(환경보호·사회공헌·윤리경영)을 천명하고 있다. 이제 기후위기 대응전략은 국가 경쟁력, 그리고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차원에서 필수 요소가 됐다. 정부가 친원전 기조를 보여주고 있지만,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여전히 국가의 미래가 달린 산업이다. 결코 포기하거나 축소할 분야가 아니다. 정부는 친환경·저탄소 경제로의 대전환 시대를 맞아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의 추진 동력을 다시 살려내 새만금을 대한민국 탄소중립의 메카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0.05 11:57

배드민턴 첫 모녀 금메달…전북에 희망을 줬다

추석연휴 동안 도민들에게 자랑스런 소식이 전해졌다.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전북출신 모녀(母女)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한 것이다.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에서 김혜정 선수(삼성생명)가 우승을 차지했는데 그의 어머니가 1980-90년대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이었던 정소영 선수다. 정씨는 29년 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그에 앞서 1992년 바로셀로나 올림픽에선 여자 복식 금메달을 딴 바 있다. 최근에는 전주에서 열린 ‘2023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시니어선수권대회’ 여자 복식에서 우승을 차지해 녹슬지 않은 실력을 뽐냈다. 이들 모녀의 기록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배드민턴 역사에서 유일하다. 가뜩이나 우울한 소식 뿐인 전북에 너무도 기쁜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전북은 지금 지난 8월 열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상태다. 정부는 행사 실패의 책임을 전북에 돌려 새만금 SOC 예산 등을 대폭 삭감했다. 이에 대해 도내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삭발과 단식으로 항의 중이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22년 동안 전북을 연고로 했던 KCC 농구단이 부산으로 옮겨가 버렸다. 도민들은 허탈감과 무기력에 빠져 공황장애를 겪을 지경이다. 이러한 때 들려온 모녀의 금메달 소식은 도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빛을 주기에 충분하다. 전북은 오래 전부터 한국 배드민턴의 본류(本流)였다. 세계 배드민턴의 전설로 불리는 박주봉 선수를 비롯해 기라성 같은 인재를 배출했다. 정소영, 장혜옥, 김동문, 하태권, 한성귀, 김문수, 정재성, 손승모, 이재진, 유연성, 김기정, 홍지훈, 김민정, 권승택, 이득춘, 김용현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국가대표나 각종 팀의 감독 등을 맡아 한국 배드민턴을 이끌어 왔다. 이중 박주봉은 영국과 말레이시아를 거쳐 일본 국가대표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제1회 박주봉 올림픽 제패기념 국제배드민턴 대회가 전주에서 열렸다. 또한 전북에는 200여개의 배드민턴 동호회와 50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모녀 금메달 획득을 계기로 배드민턴을 비롯한 전북체육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전북도와 전북체육회가 선수 발굴에서 지원까지 발군의 기량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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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10.04 18:25

한민족의 근간 농업 그리고 김제지평선축제

1차산업이 중심이었던 1960년대, 김제는 26만명이 넘는 웅군(雄郡)으로 전국 쌀 생산의 1/40을 책임지던 농업도시였다. 하지만 산업화시대의 급속한 도래와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 WTO 등을 겪으며 농민들은 시름에 빠졌고 망연자실해야만 했다. 한민족의 근간인 농업 여건을 돌파하고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성스러운 제사 의식의 근원 속에서 김제지평선축제는 그렇게 출발했다. 1,700년 전 축조된 우리나라 최대‧최고 수리시설 벽골제에서 흐르는 물은 김제 평야의 피가 되고 살이 되게 했고, 그로 인해 농민들은 풍년가로 농사를 지어 넉넉하고 풍요로운 쌀 생산지를 만들었다. 도작문화의 발상지 호남평야의 중심지에서 1999년 첫회를 시작한 지평선축제는 지역 특산품인 지평선 쌀과 국내 유일 무형의 지평선을 테마로 선조들의 땀과 숨결이 깃든 농경문화를 축제로 승화시켜 오늘날에 이르렀다. 그동안 지평선축제는 어른들에게는 짙은 농촌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농경문화의 가치와 정체성을 부각하고 어린이들은 선조들의 슬기롭고 지혜롭던 삶을 현 세대의 감각에 맞게 경험하며 농경문화와 현대문화가 조화롭게 공존해가는 대표 문화관광축제로 발전해왔다. 올해로 25회째를 맞은 지평선축제는 김제! 새로운 지평을 열다! 라는 슬로건 아래 오는 10월 5일부터 9일까지 벽골제와 시내권 일원에서 개최된다. 농경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전통, 문화, 체험, 야간, 부대 연계 행사 프로그램의 다채로움과 음식 가격의 바가지요금 불공정 행위를 원천적으로 근절한 풍요로운 먹거리로 고향의 넉넉한 인심을 담았다. 심각한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 노력으로는 축제장안에서다회용기와 친환경 용기 사용을 장려하고 에코존을 조성하여 재활용품 교환소와 다회용기 대여소를 운영함으로써 친환경 축제로의 변화를 시도한다. 무엇보다 청년농부와 청년창업가 그리고 지역예술인과 소상공인 등 다양한 민간단체가 축제의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공간구성과 프로그램 운영 전반을 함께하며 시민이 주인이 되는 축제, 지속가능한 축제, 모두의 축제로 한걸음 나아간다. 또한,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과 같이 가장 한국스러운 지평선축제는 세계로 향하기 위한 자생력을 갖추어 나가고 있다. 전문성을 강화한 축제관광재단 설립을 발판으로 지평선축제의 세계화 방안에 대한 전문가 포럼과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인바운드 여행업체와의 협업을 통한 여행 상품 개발은 물론 한류 문화와 연계된 해외 마케팅을 키워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글로벌 축제로의 도약을 꿈꾼다.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 속에서는 김제의 모습을 이같이 표현했다. 그 끝이 하늘에 맞닿아 있는 넓디나 넓은 들녘은 어느 누구나 기를 쓰고 걸어도 언제나 제자리에서 헛걸음질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했다. 그 벌판은 징게 맹갱 외에밋들 이라고 불리는 김제 만경평야로 곧 호남의 일부이며, 호남평야 안에서도 김제 만경 벌은 특히나 막히는 것 없이 탁 트여서 한반도 땅에서는 유일하게 지평선을 이루어 내고 있는 곳이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 징게 맹갱 외에밋들, 본질적인 지역 문화의 숨결을 느끼며 일상의 한가운데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시민들에게 삶의 원동력이 되는 축제 한마당으로 영원히 기억되길 소망해본다. /정성주 김제시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10.04 18:25

빡빡함과 느슨함, 그사이 어딘가에 적당함이 있다

전북은 예로부터 온화한 기후와 넓은 평야, 그리고 농업용수의 공급이 원활하여 신선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전북이 명실상부 '맛의 고장'이 된 이유는 음식에 '중용의 미덕'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 음식은 너무 짜지도, 너무 싱겁지도 않은 '적당함'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음식 이야기로 화두를 던진 것은 '방위산업 육성'에 있어서도 적당함의 매력, 다시 말해 속도감 있는 추진력과 차근하게 내실을 다지는 신중함이라는 두 축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한 이후 첨단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모든 나라는 방산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신속하게 무기체계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무리하게 '속도'에만 집중할 경우 한 순간에 탈이 날 수 있다. 몇 달만에 드넓은 러시아를 뚫어내고 모스크바를 점령하고도 오히려 제국을 잃게 된 나폴레옹과 같은 영웅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러 기업인들도 흔히 범하는 치명적인 실수이다. 반대로, '돌다리도 두드리'는 신중함으로 방위산업을 육성하는 것 역시 시대의 조류에 뒤쳐질 위험이 있다. 장인정신이라는 신중한 사업문화로 전 세계를 제패했던 일본의 반도체업계를 떠올려보라. 속도와 추진력을 앞세운 한국의 후발기업들에게 속수무책으로 패배하였다. 결국,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은 급변하는 기술 발전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신속성 뿐만 아니라 차분히 견고한 기반을 마련하는 신중함이 결합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방산 전문인재 양성이다. 방산 전문인재는 첨단 방산기술을 개발하는 '연구개발 전문인력'과 용접 도금 등 생산 현장에서 숙련된 기술을 바탕으로 무기를 제조 생산하는 '현장기능 전문인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연구개발 전문인력'의 양성을 위해서는 필요한 첨단 지식을 통섭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전문교육은 기본이다. 더불어, 방산기술을 학술적 입증단계를 넘어 실제 전장상황에서 작동하는 무기체계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개발 초기 단계부터 야전 운용과 유사한 실험여건이 조성되어야 하고, 무기체계를 생산하는 기업 환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 현장기능 전문인력은 더더욱 지식의 학습만으로 육성되지 않는다. 학습과 더불어 현장 '노하우'의 체득이 필수적이다. 현장에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산 불모지였던 전북도에서 이제 새만금 지역을 중심으로 신기술 신소재 중심 방산 허브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도지사를 비롯하여 도청, 도의회, 도내 거점대학 등 주요 구성원들의 속도감있는 노력과 활동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내 성과도 기대된다. 다만, 몇몇 주요 방산시설이나 기업의 유치, 방산학과의 신설 등으로 방산 허브화가 달성될 것이라는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다. 방산 신기술, 방산기업, 그리고 전문가 양성체계 등 3자가 결합할 때 진정한 방산 허브화가 달성된다. 방산 전문가 양성은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 '착륜지의(斲輪之意)', 수레바퀴를 만들기 위해서는 너무 빡빡하거나 너무 느슨하지 않고 적당함의 지점을 스스로 체득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진정한 전문가 양성을 위해,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을 쌓는 축적의 시간을 부여하는 넉넉한 자세가 필요하다. / 강은호 국방과학연구소 정책자문위원∙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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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4 18:22

선운사 동불암(東佛庵), 동불암(銅佛庵)이다

선운사 마애여래좌상은 1894년 동학도들이 복장 비결을 꺼낸 사건 이후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졌다가 1969년 5월 28일 한 나무꾼에 의해 발견, 신고 되었다. 그러나 접수 과정에서 『송사지』(조선후기)와 『전선원무장읍지』(1922) 등의 문헌에 동불암(銅佛庵)으로 기록 되어있는 동(銅)이 음이 같은 동(東)으로 오기(誤記)되었다. 1994년 보물로 지정될 때도 동불암(銅佛庵)의 한자표기가 수정되지 않은 채 ‘고창 선운사 동불암지 마애여래좌상(高敞禪雲寺東佛庵址磨崖如來坐像)’으로 등재되었다. 동(東)이 되려면 마애여래좌상의 위치가 선운사, 도솔암, 내원궁 중 한 기준점의 동쪽에 있어야 하는데 어느 곳에서도 동쪽이 아니며 기준점이 될 다른 건물이나 지형지물이 없다. 한자표기를 오기한 가장 큰 이유는 문헌조사를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 마애여래좌상이 언제 동불(銅佛)이 되었는지에 관해 조선후기 실학자 강후진의 『송사지』에 銅佛庵在五層殿下 高麗恭愍王時始刱(동불암재오층전하 고려공민왕시시창 “동불암은 오층전 아래 있는데 고려 공민왕 때 만들었다”)고 기록했다. 마애불을 동불로 만들 때 얼굴 위쪽에 청자기와를 올린 보호각을 설치하고 불상아래에 하도솔암(下兜率庵)을 지었으며, 이후 동불과 암자를 아울러 속칭 동불암(銅佛庵)이라 불렀다. 동불의 안면 구리주물이 언제 사라졌는지에 대해서는 『전선원무장읍지』와 이후 간행된 『무장현읍지(茂長縣邑誌)』 『무장읍지(茂長邑誌)』 등의 여러 문헌에 而面像則鑄銅而掛之(이면상측주동이괘지 “불상의 면상에 구리주물을 씌웠다”)는 것과 成至順治戊子年大風時墮地(성지순치무자년대풍시타지 “순치무자년(1648)에 태풍으로 땅에 떨어졌다”)는 동일한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조선왕조실록』은 1648년 7월 6일 기록에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태풍이 불어 부안, 변산의 소나무가 무수히 뽑혀 쓰러져 사람이 다닐 수가 없었다. 노령(蘆嶺) 이상의 피해가 더욱 혹독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는 동불이 떨어져 깨진 이유가 ‘태풍’ 때문이라는 『전선원무장읍지』 등의 기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고창학연구회는 지난 7월, 마애여래좌상 얼굴의 구리 주물 부착 흔적을 확인하기 위해 3회에 걸쳐 정밀 드론촬영을 실시해 다수의 근거를 찾았다. △구리 주물 고정을 위해 얼굴에 뚫은 20개의 구멍을 확인, 이 구멍들이 크기로 보아 1995년 실측조사 때 발견된 쇠못이나 쇳덩이들과 관련이 깊다고 판단 △구멍들이 좌우 대칭으로 뚫려있어 구리주물의 무게 중심을 잡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 △구리주물 부착으로 인한 산화의 흔적일 가능성이 있는 안면부 암석의 변색 부분을 발견했다. 문헌 자료와 마애여래좌상의 안면부 사진을 검토한 최선주 교수(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전 국립경주박물관 관장)가 “고려말 도솔암 두건형 금동지장보살이 조성된 후에 그 영향을 받아 마애불의 얼굴 부분에 청동주물을 만들어 걸었던 듯하다.”는 견해를 밝힌 것도 동불의 실체에 관한 신뢰도를 높여주고 있다. 문헌, 사진, 전문가 검토 의견 등을 종합할 때 마애여래좌상이 동불이었던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따라서 동(銅)을 동(東)으로 오기한 한자 표기는 마땅히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오강석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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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4 18:22

신안 1004대교와 새만금

대한민국 자치단체 중 가장 섬이 많은 곳은 단연 전남 신안군이다. 신안군에는 무려 1025개의 섬이 있는데 사람들은 흔히 1004개로 알고 있다. 천사대교 하나가 신안군 섬의 갯수를 바꿔놓은 셈이다. 천사대교는 신안군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하는 연륙교인데 총연장 10.8km이며, 2019년 4월 개통됐다. 비금도, 도초도, 하의도, 신의도, 장산도, 안좌도, 팔금도, 암태도, 자은도 9개면 섬들이 마치 다이아몬드 처럼 펼쳐진 소위 ‘신안 다이아몬드 제도’를 연결하는 최단거리 육상 교통망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신안하면 곧바로 천사(1004또는 Angel)를 떠올린다. 다리와 건물의 지붕과 창틀, 주민들이 사용하는 식기에 이르기까지 모두 보라색으로 칠해진 퍼플섬(반월·박지도)은 한해 관광객이 무려 50만명이나 다녀가는 관광명소다. 그런가하면 ‘순례자의 섬’으로 일컬어지는 기점·소악도와 ‘섬티아고 순례길’은 특정 종교 유무와 관계없이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섬티아고는 섬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합친 말인데 12개의 작은 예배당을 찾는 이들로 붐빈다. 맨드라미 하나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병풍도 역시 각광을 받고 있다. 신안군은 '1도 1 뮤지엄, 1섬 1 테마정원'과 ‘사계절 꽃피는 1004섬’ 프로젝트로 이미지를 확 바꾸는데 성공한 대표적인 경우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오늘날 신안이 이처럼 전국적인 관광명소가 되고 사람들의 찬사를 받기까지 참으로 험난한 과정이 있었다. 기억도 생생한 신안 염전노예와 신안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2014년 2월 신안군 신의도에 있는 염전에서 지적장애인에게 직업을 소개해준다며 약취 및 유괴하여 감금하고 피해자들을 강제 노동에 종사시킨 것이 드러나면서 엄청난 파장을 몰고왔다. 특히 섬 지역 일부 주민들과 공무원들이 범죄에 가담하거나 은폐한 정황까지 드러나 논란이 됐다. 오죽하면 노예 사건 후 대통령까지 나서 "신안 염전 노예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게 하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까. 이뿐만이 아니다. 2016년 5월엔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참담한 일이 신안에서 발생했는데 소위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다. 국민적인 공분과 충격이 임계치를 넘어서면서 급기야 이낙연 당시 전남지사가 대국민 사과까지 해야만했다. 2개의 사건으로 인해 단순히 신안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정말 선량한 주민들은 감내하기 어려운 시달림을 받았다. 상황은 좀 다르지만 새만금잼버리 파행으로 인한 전북도민들의 참담함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특히 잼버리 파행을 이유로 전혀 무관한 새만금사업 예산 전면삭감및 사업전반에 대한 재검토는 감내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오늘의 위기를 잘 견뎌내서 더 많은 시간이 흐른뒤 전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새만금이 되기를 기대한다. 지역민들의 인내와 지혜가 절실한 시간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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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4 15:15

‘전북 에듀페이’ 부당거래·부정사용 막아야

전북교육청이 역점 추진한 에듀페이 제도 시행과 동시에 우려됐던 바우처 카드 부당거래 사례가 적발됐다.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 전북 에듀페이 카드를 할인 판매하겠다는 글이 다수 올라온 것이다. 전북 에듀페이는 전북교육청이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위기 속에서 보편적 교육복지 확대를 위해 전국 최초로 시행한 맞춤형 교육비 지원사업으로 올해는 168억 원 상당이 지급될 예정이다. 초등학교 1학년에게는 입학지원금 30만 원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고등학교 2학년(20만 원)과 학교밖 청소년(월 10만원)에게는 학습지원비, 중학교 3학년과 고교 3학년 학생에게는 진로지원비(30만원)를 선불카드(바우처)로 지급한다. 이렇게 지급된 바우처 카드는 학습·진로지원이라는 목적에 맞게 서점과 문구점, 독서실,스터디카페 등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온라인이나 백화점·대형마트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전북교육청에서도 에듀페이 지급 방식으로 바우처 카드를 선택했을 때 이 같은 온라인 할인 거래를 우려했다. 그동안 재난지원금 카드 할인 판매 등 전국에서 비슷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된 셈이다. 바우처 카드는 당연히 본인 사용이 원칙이며, 제3자에게 판매하거나 양도·대여할 수 없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한 불법행위가 된다. 전북교육청에서는 곧바로 각 학교를 통해 이 같은 부당거래 사례가 없도록 학생과 학부모에게 당부했다. 또 중고거래 플랫폼 등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고거래 플랫폼 측에 적극 요청해 에듀페이라는 검색어가 포함된 게시물을 아예 삭제하고, 해당 글을 올린 사람의 회원 자격을 박탈하도록 하는 등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예상치 못한 바우처 카드 부당거래·부정사용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전북교육청이 내년에는 에듀페이 지원 대상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바우처 카드 부당거래 사례도 늘어날 수 있다. 이 같은 부당거래가 늘어난다면 전북교육청 에듀페이 정책의 취지는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학령인구 감소 시대, 전북 에듀페이 정책이 제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철저한 대책을 세워 바우처 카드 부당거래·부정사용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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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10.04 12:09

전통주의 부활과 상품화

전주에서 가양주 바람이 불었던 때가 있다. 20년 전쯤, 전주술박물관이 문을 열었던 즈음의 일이다. 당시 대중 강좌를 통한 가양주 담기는 큰 관심을 모았다. 강사로 초대됐던 전통주연구가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은 우리 전통주에 눈을 뜨게 되면 그릇된 술 문화도 바로 잡고, 음주에 따른 건강의 폐해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가양주의 부활은 박 소장이 우리 술의 전통과 특성을 살리는 통로로 제안하는 방법이었다. 그는 다양하고 새로운 맛과 향기를 간직한 가양주들의 상품화가 수월해지면 우리 스스로가 고유의 술향기와 맛을 알게 되고 다른 술과의 경쟁력과 대안이 마련될 수 있다고 믿었다. 가양주(家釀酒)는 이름의 뜻 그대로 집에서 담근 술이다. 예부터 가정에서 술을 빚어 마시는 풍습은 꽤 오랫동안 지속됐다. 지역에 따라, 집안 또는 빚는 사람에 따라 술을 만드는 방법과 기술이 서로 달라 특별한 향과 맛을 가진 가양주가 대물림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전통주를 대표하는 이 가양주들은 대량으로 생산되는 술과 음주문화의 변화에 밀려 잊혀 갔다. 전통주가 사라지면서 우리의 일상에 들어온 것은 맥주와 소주 양주나 와인이었다. 전통주의 뿌리인 가양주는 대부분 사라졌으나 다행히 지역의 몇몇 전통주는 향토주란 이름으로 살아남았다. 우리나라의 술의 특성은 여럿이다. 술빚는 방법이 다양하고 그 과정이 복잡하다. 재료를 다루는 방법도 쉽지 않고 발효시키는 과정도 다른 술에 비해 매우 까다롭다. 향을 더하고 약재를 많이 넣어 약효를 높이는 것도 우리 술이 가진 특성이다. 우리 지역에도 이름을 알린 향토주가 적지 않다. 전북의 향토주는 역사성과 재료의 특수성이 돋보이는 술로 꼽힌다. 조선 시대 명주로 꼽혔던 전주의 이강주와 장군주(과하주), 완주의 송화백일주와 송죽오곡주, 김제의 송순주가 특히 그렇다. 이 술들은 모두 쌀 이외에 부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그 부재료들은 생강, 배, 오미자, 울금, 송순, 솔잎, 오곡 등 전북지역의 특산품이거나 일상적으로 널리 이용되는 자연산물이다. 음주와 건강을 따로 여기지 않고 약주(약용 약주)를 즐겼던 옛사람들의 문화를 보여주는 예다.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토속주도 여럿 있다. 그 맥이 대부분 끊겼거나 살아남았다 해도 미미하지만, 장수 지역의 점주(청주)와 삼겹점술, 남원지역의 삼해주, 천황주, 강쇠주, 지리산 지역의 송화주와 춘향주, 약초주, 순창지역의 삼해백일약주, 전주의 이미주, 정읍의 약주 등이 이름을 남겼다. 그러나 전통주의 존재는 미미해져 간다. 몇몇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만 전통주가 기능으로만 간신히 맥을 잇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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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3.10.03 16:46

싸늘한 추석 민심…정치력으로 위기 극복해야

추석 연휴가 끝나고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었다. 엿새 동안 이어진 연휴 동안 도민들은 성묘를 마친후 모처럼 긴 휴식을 취했을 것이다. 이 기간 동안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전북 출신 모녀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한 것이다.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에서 김혜정 선수가 우승을 했는데 그의 어머니가 29년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을 차지한 정소영 선수다. 전북체육회 이사로 있는 정씨는 당시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 스타 중 하나였다. 이처럼 기쁜 소식과 달리 도민들은 대부분 우울증과 무기력에 시달리고 있다. 연휴 동안 느낀 민심은 다락같이 오른 물가에 대한 걱정과 추락한 전북의 자긍심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모아진다. 추석 차례상을 준비하면서 느꼈겠지만 오르지 않은 게 없을 정도였다. 과일 채소를 비롯해 우유, LPG, 기름값, 외식비 등이 줄줄이 인상되었다. 더구나 연휴가 끝난 뒤 그동안 억눌렸던 식품가격, 교통요금 인상 등이 대기하고 있다. 또 원유(原乳)값 인상은 각종 유제품과 빵, 과자,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가격을 연쇄적으로 끌어 올릴 것이다. 이처럼 고물가에 고금리, 고환율 등 3고의 파고가 다시 밀려 들고 있지만 경제난이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와 함께 도민들은 지난 8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이후 밀어닥친 정부의 전북에 대한 홀대로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 실제로 새만금 SOC 예산을 비롯해 국가예산이 크게 삭감됐고 새만금기본계획도 다시 수립 중이다. 여기에 22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KCC농구단이 부산으로 이전해 버렸다. 엎친데 덮친 격이다. 이처럼 계속된 핍박과 이전으로 도민들은 허탈감과 무기력에 빠져 있다. 특히 이려한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실망스러운 것은 전북 정치권의 대응능력이다. 정부의 대폭적인 예산 삭감 등 치욕적인 일이 거듭되는데도 대안이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도민들 사이에서는 전북의 주류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전북정치권을 대폭 물갈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4·10 총선이 그 분수령이다. 이번 추석 민심은 계속된 인구 감소와 피폐해진 경제력을 회복하고 전북의 자긍심을 살려야 한다는데 모아진 것으로 보인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0.03 16:44

세수오차 부담 지자체에 전가 안된다

'세수 펑크'에 전북 14개 시군 가용재원이 대폭 감소하면서 자치단체 살림살이에 비상등이 켜졌다. 올해 국세 수입이 기존 세입 예산안 전망치 400조 5000억 원에서 341조 4000억 원으로 무려 59조 1000억 원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기존 전망치보다 14.8%나 부족한 수치다. 올해 국세 수입이 당초보다 이처럼 크게 감소하면서 가뜩이나 살림이 어려운 전북 시군은 초비상 상태다. 일단 정부는 지자체와 논의해서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고, 꼭 필요한 지출은 34조 원 규모의 통합재정 안정화 기금에서 조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세수 오차로 인해 발생한 부담을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책임을 고스란히 전가할 우려가 커지면서 자치단체는 비상등이 켜졌다. 취·등록세 등 지방세수 감소로 긴축 재정에 돌입한 지자체들은 지방교부세까지 줄면서 예정된 사업을 대폭 축소해야 할 상황이다. 시도교육청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줄면서 하반기 사업을 추진하는데 애로를 겪을 것은 불을보듯 뻔하다. 정부는 세입예산을 기준으로 지자체와 교육청에 지방교부세 일정액을 나눠서 보내는데 세수가 부족할 것으로 추계되면 지급하는 액수를 줄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자체의 세출 구조조정, 불용 예산 최소화 등이 하나의 해법이다. 자치단체에만 부담을 전가해선 안되지만 차제에 자치단체나 교육청 등도 방만한 운영 관행에서 벗어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짜는 내핍 노력이 필요하다. 서민복지를 비롯해 당장 먹고 살 문제가 아닌 각종 축제나 이벤트성 행사는 대폭적인 구조조정도 반드시 해야한다. 시군의 보통교부세 감소액은 80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며 전북도는 1968억원 넘게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김제시, 진안군, 정읍시, 임실군의 자주재원 대비 보통교부세 감소율은 13%를 초과해 공공서비스 제공조차 차질이 우려된다. 문제는 시군의 자주재원 대비 보통교부세 감소율이 커,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가용재원의 폭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이다. 자치단체의 내핍 노력과 더불어 중앙정부가 2023 회계연도의 정산 마감인 2025년 예산안까지 연차적으로 세수 부족분을 나눠 교부하는 등 적극적인 해법찾기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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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10.03 15:38

교권 보호 4법의 의미

학부모들의 과도한 민원에 시달리던 교사들이 잇달아 사망하자 뒤늦게 교권 보호를 위한 법률 개정이 논의 되었고,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이른바 '교권 보호 4법'이 9월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교권보호 4법’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등 4개 법률을 말한다. ‘교원지위법’ 개정안은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됐더라도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직위해제 처분을 금지하고, 교장은 교육 활동 침해행위를 축소·은폐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교육감은 교원을 각종 소송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공제사업을 할 수 있다는 조항도 담겼다. 교육지원청이 교권 침해 조치 업무를 맡고, 지역교권보호위원회를 설치한다는 내용, 아동학대 신고로 조사나 수사가 진행되면 교육감은 반드시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는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것과 학생보호자가 교직원이나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학교 민원은 교장이 책임진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유아교육법’ 개정안은 교원의 유아 생활 지도권을 신설하고,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되었으며, ‘교육기본법’ 개정안은 부모 등 보호자가 학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협조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규정했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선생님을 보호 ② 악성민원으로부터 선생님의 교육활동을 보호 ③ 피해 교원에 대한 확실한 보호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강화 ④ 정부의 책무와 행정지원체제 강화, 유아생활지도 권한 명시 ⑤ 보호자의 권리와 책임 간의 균형을 위해 의무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개정안의 내용은 너무 당연한 내용이어서 그동안은 이를 법으로 규정하지 않았어도 사회에서 당연히 지켜져 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명문화의 필요성도 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는 변했고 어느 순간 교사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좋은 교사가 될 수 있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면 아동학대 범죄자가 될지도 모르는 불합리한 현실에 놓이게 되었다. 근본적인 원인은 교사를 상대로 갑질을 하는 몰상식한 학부모에게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너무 쉽게 이를 개인의 문제로만 책임을 돌릴 수 없다. 자신의 권리의식만 앞세우는 사회 분위기 속에 이제는 선생님에 대한 존중마저 강제해야 지켜지는 것이 현실이 되었고, 교사들은 적절한 대응책도 없이 수년 동안 아무런 지원 없이 혼자 싸워야 했다.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책임자들은 회피하는 모습만 보여왔다. 무엇보다 원인을 제공한 악성 민원인들에 대한 처벌도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엔 이들에 대한 신상공개 등의 사적제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보장되는 것으로서 정당한 자격을 갖춘 교사의 전문적이고 광범위한 재량에 따른 판단과 교육 활동에 대해서는 이를 침해하거나 부당하게 간섭하여서는 안 된다는 법리를 최초로 판시했다. 교권보호 4법 개정을 통해 교권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보장되는 것이고, 악성 민원은 범죄라는 상식이 통용되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우아롬 민변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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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3 15:24

전봉준장군 유언(공초록)에 따르면 무장은 동학농민혁명군의 ‘기포지’ 아닌 ‘경유지’였다

지난 9월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정읍시 주최·주관으로 열린 ‘고부농민봉기 재평가 및 고부 관아 복원을 위한 학술대회’에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는 ‘사발통문’이 주된 내용이었다. 사발통문은 고부면 강고리 종암마을에 살고 있던 송기태 씨가 족보를 살펴 보다가 발견한 것으로 1968년 12월 4일 고창 출신 최현식 정읍문화원장에게 전해줬고 최 원장은 역사학자인 김상기 박사에게 전해 동아일보에 발표됨으로써 세상에 알려졌다. 사발통문에 대해 1970년 4월 7일 당시 문화공보부에서 감정 결과(조사자 문화재위원 역사학자 이홍식 박사), “문화재로 지정 가치는 없으나 역사적 가치는 중요하니 지방문화재로 보존관리에 만전을 기하라”라는 요지의 내용을 전북도지사에게 통보했다. 사발통문은 문화재 지정 인정을 못 받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대한 특별법 제2조 제1항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범위에 들지 못하고 탈락했다. 그러나 사발통문이 올해 5월 18일 동학농민혁명 관련 기록물이란 이름으로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은 동학혁명 거사계획에 의해 전개된 고부 농민봉기가 동학농민혁명의 원초였다는 의미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류종기 언론인이 발행한 <동학혁명>에 필자가 ‘전봉준 장군의 법정 기록’ 전문을 발췌, 직접 편집해 ”무장 포고문은 동학농민혁명과 무관“ 부제목을 달고 한정판을 발간해 발표자와 토론자들에게 회의 시작 직전에 배부했다. 군수로 부임한 조병갑은 갖가지 명분으로 세금을 징수하는 등 농민을 수탈했다. 전봉준이 이끄는 고부군민들은 1894년 음력 1월 10일 고부관아를 점령하고 황무지 늑징세(勒徵稅)는 회수하고, 백성들을 강제 동원해 관에서 쌓은 보를 헐어 버렸다. 계속 승승장구하다 우금치 전투에서 패한 뒤 12월 2일 순창에서 옛 동지(김경천)의 배신으로 전봉준은 붙잡히고 말았다. 전봉준은 조선 법무아문에 넘겨져 재판관 법무아문 대신 서광범과 일본영사 내전정추로부터 1895년 2월 9일부터 3월 10일까지 5차례 심문을 받았다. 3월 29일 서광범 재판장은 부대시참(不待時斬)을 선고했다. 선고기록을 보면 재판관이 ‘흩어진 후 무슨 일로 다시 기포했는냐?’고 묻자 ‘장흥부사 이용태가 안핵사로 고부에 와서 민란의 주동자들을 모두 동학교도로 몰아 잡아가고 그들 집을 불태우며 당사자 없으면 처자를 잡아다가 살육을 자행했다’고 진술했다. 전봉준은 법정에서 제1차 기포를 한 이유에 대해 조정에서 파견한 관리들이 아무 죄 없는 백성들을 살육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밝혔다. 특히 주목할 점은 3월 20일 무장이 기포지가 아니라, 고부에서 기포해 전주를 향했고, 경유지는 무장, 태인, 금구를 거쳐 전주까지 진출했다고 진술했다. 그 후 100년이 지난 2004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대한 특별법 제2조 제1항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범위를 전봉준 공초록에는 ‘동학혁명군의 행진 경유지다’라고 기록돼 있는데, 견강부회로 1894년 3월 무장이 동학농민혁명 기포지로 둔갑했다. 이 역사적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자칫 사실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엉뚱한 동학농민혁명 기포지로 잘못 알게 될수도 있기 때문에 필자는 이를 정확하게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이 부분{무장 기포}에 대해 최초로 알려진 전봉준 공초록은 구전이나 문헌이 아니고 판결문(재판과정에서 나온 전봉준 장군의 실제 담화다)이다. 따라서 고부 농민들이 관아를 점령한 음력 1월 10일로 관련법을 개정해 동학농민운동혁명 참여자로 등재해야 한다. /김정일 중앙대학교 4.19혁명기념사업회장∙ 4.19혁명동지회 부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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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3 15:23

지방 없는 지방시대, 그리고 지방시대위원회

마을 어귀, 명절이면 어김없이 줄지어 내걸렸던 귀성객 환영 현수막이 크게 줄었다. 정치인들의 낯내기용 명절 인사 현수막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데도 말이다. 표 계산에 도가 튼 정치인들의 셈법이니 그 이유가 분명하다. 고향을 찾은 차량들로 빈틈이 없었던 마을 정자나무 앞 공터엔 찬바람만 지나간다. 그렇게 한가위 연휴가 훌쩍 지나갔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농어촌의 명절 풍경이 또 달라졌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일찌감치 수도권으로 떠나고 수명이 늘어난 노인들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농어촌 마을에 명절의 흥은 없었다. 이맘때, 그래도 며칠간은 마을이 떠들썩했는데 이제는 그렇지도 않다. 남아 있는 주민이 줄어드니 귀성객의 발길도 점차 끊어질 수밖에 없다. 예정된 수순이다. 지방의 사람과 재물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된 수도권이 흡인력을 키우고 있다. 그렇게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렸다. 그런데도 역대 정부는 이 블랙홀을 키우면서 균형발전을 외쳐댔다. 대규모 SOC사업은 수도권에 집중됐고, 수도권 신도시는 3기, 4기로 흔들림 없이 이어진다. 지방 살리기, 균형발전은 항상 말뿐이었다. 어렵사리 시작된 지방도시 SOC사업은 제때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공사 중단과 속개를 반복하기 일쑤다. 공사 중인 도로에서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건설장비가 녹슬어간다. 인구절벽 시대, 각 지자체는 성과 없는 인구 늘리기 시책을 사실상 포기했다. 효과를 과대 포장한 관계인구‧생활인구 늘리기로 출구전략을 세우더니, 최근 들어서는 외국인 이민정책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새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지방시대위원회가 지난 7월 출범했다. 윤석열 정부 국정목표인 ‘지방시대’ 정책의 컨트롤타워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부산과 울산, 대전, 충북, 경남, 제주특별자치도 등 각 시‧도에서도 속속 지방시대위원회를 발족했다. 전북에서도 지난달 13일 ‘전라북도 지방시대위원회 운영 조례’가 도의회를 통과했으니 위원회 출범이 목전에 있다. 지방시대위원회가 지역균형발전, 지역분권시대 개막에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기대하기 어렵다. 애초부터 큰 기대를 걸 수 없는 구조다. 위원회가 대통령 자문기구로 확정된 탓에 그 한계가 분명하다. 국가균형발전, 지방시대를 약속했던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와 GTX(수도권 광역 급행철도) 확대, ‘1기 신도시 특별법’ 추진 등의 행보를 보이면서 사실상 지방시대가 아닌 수도권 확장 시대를 지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방시대위원회가 기껏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정도의 기능으로 지방분권‧균형발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각 시‧도 지방시대위원회의 역할에는 더 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부가 위촉한 민간위원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보여주기식 구색 맞추기에 노력한 흔적만 보인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도대체 뭘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권에 명분만 안겨주는 유명무실한 기구로 남을까 걱정된다. 행여 전문성과 관계없이 개인의 스펙쌓기나 정치적 행보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덥석 위원직을 수락했다면, 하루빨리 물러나야 한다. 민간위원들이 중앙정부를 향해 날선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 적어도 지방 몫으로 위촉된 위원들은 이 허울뿐인 감투를 언제든 집어던질 각오로 나서 지방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것이다. 신도시 정책 등을 통해 수도권 블랙홀을 키우면서 국가 균형발전시대를 열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수도권 확장을 억제하고, 지방에 책임이 아닌 권한을 대폭 이양해 ‘지방이 주도하는 지방시대’를 열어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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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3.10.03 14:58

한덕수 총리, 김관영 지사, 김홍국 회장의 역할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모든이에게 풍요로운 때인데 웬지 이번 추석을 맞는 전북도민들의 마음은 넉넉하지 않다. 잼버리 파행과 새만금사업 예산 난도질로 인해 전북도민으로서의 자긍심이 크게 훼손된 때문이다. 어떤 이는 통곡하고, 어떤 이는 한탄하며, 또 다른 이는 삭발과 단식으로 울분을 토하고 있다. 이보다 훨씬 많은 도민들은 안타까운 눈으로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러한 때 전북 출신 한덕수 총리, 김관영 지사, 김홍국 재경도민회장 등 3인이 더 확실히 해야할게 있다. 올 초 재경 전북도민회 신년인사회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내로라하는 전북 출신 인사 1천여 명이 함께하는 신년인사회에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현직 총리는 신년하례회에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왕왕 있었고 특히 작년 총리 지명때 전북권 일각에서 고향 논란이 제기될때 재경도민회가 앞장서서 힘을 모아줬기에 그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든든했다. 그리고 반년 이상이 지난 뒤, 잼버리 사태와 그에 이은 새만금사업 재검토가 화두에 올랐다. 도민들은 한 총리의 뚝심과 용기가 백척간두에 선 전북에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한 총리의 행보는 그가 정녕 국가백년대계를 위해 몸을 불사르는 용기있는 지도자인가를 되묻게 한다. 전북 출신 총리이기에 전북의 이익을 대변하라는 편협한 얘기가 아니다. 훗날 그가 고향을 사랑했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총리로 기억되려면 보다 확실한 행보를 보여야 한다. 애매하게 정부여당의 논리만을 전하는 허세총리가 아니고 현 정부의 실세총리로 확실히 각인되기를 바란다. 새만금 SOC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고향에서 돌팔매를 맞더라도 앞장서서 설득에 나서라. 만일 그 반대라면 용퇴를 각오하고 새만금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총리가 대통령을 설득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명색이 총리가 고향 사업 하나에 연연하느냐”는 비판이 무서워 애매한 입장을 취하다가 총리를 퇴임한다면 과연 훗날 고향사람들에게 무엇이라고 말할 것인가. 10여 년의 정치활동에서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한 김관영 지사는 이제 냉철한 해결자가 돼야 한다. 민주당 중심의 전북에서 국회의원, 지방의원, 각 사회단체나 야당인 민주당이 해야 할 몫은 따로있다. 결정적인 해법은 지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면담해서 어떻게든 답을 구해야 한다. 전직 정무부지사가 나서서 대통령 핵심 참모들과 접촉한다는 얘기도 들리고,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선 나름대로 견마지로를 다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정문일침의 해법은 지사가 어떻게든 대통령과 직접 면담해서 이해를 구하고 담판을 지어야 한다. 과거 김완주 지사때 논란이 됐던 ‘새만금 편지’처럼 구걸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분노하는 것은 쉬운 것이다. 정말 어려운 것은 인내하면서 최선의 해법을 찾는 것이다. 일반인에겐 잘 드러나 있지 않지만 김홍국 재경도민회장의 행동하는 양심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 언필칭 500만 전북도민 이라고 한다. 300만 이상의 출향인들이 있다는 얘기다. 이들을 대표하는 김홍국 회장은 고향 사람들의 울분과 요구에 일정 부분 공감할 입장에 있다. 하림그룹이 대기업 반열에 들어가 있고 더욱이 최근 HMM 인수를 추진하는 상황속에서 그가 확실한 스탠스를 취하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대기업 총수 자격이 아니고 재경도민회장으로서 그는 고향의 부름과 물음에 앞장서서 답해야 한다. 현 정부와도 교감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그가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타협하는 면모를 보여야 한다. 이번에 출향인들의 구심점 역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훗날 김홍국 재경도민회장에 대한 평가 또한 새롭게 매겨질 것이다. 이래저래 생각이 깊어지는 한가위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9.26 15:58

삼성, 전북에 첫 투자…도민들도 애정 가져야

삼성전자가 고창에 3000억원을 투자해 대규모 물류센터를 조성키로 했다. 이번 투자는 삼성의 전북지역 첫 투자다. 전북도와 고창군, 삼성전자는 25일 고창 신활력산업단지 내 산업시설용지 18만㎡에 오는 2026년까지 자동화 기술을 접목한 첨단 가전 물류센터를 건립키로 하는 내용의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물류센터는 최첨단 자동화시스템을 갖춰 호남권 중심의 물류 및 유통을 책임지며 500여명의 직간접적 고용 창출이 이뤄질 전망이다. 물류단지 조성을 계기로 삼성은 전북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전북도민들도 삼성이 더 크게 성장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았으면 한다. 삼성은 그동안 전북과 좋은 관계를 맺지 못했다. 전북은 2000년대 초부터 삼성에 구애를 했으나 결과는 항상 공허했다. 당시 김완주 전주시장과 정동영 의원은 삼성그룹을 찾아가 투자유치를 부탁했다. 그때 삼성은 제조업 분야 23개 대단위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으나 전북에는 하나도 없었다. 반면 보험 증권 유통 건설분야에서 해마다 수조원을 블랙홀처럼 빨아간다는 비난이 비등했다. 2006년에는 강현욱 전북지사가 삼성유치 TF팀을 만들었고 완주군은 ‘삼성기업유치운동본부’ 발대식을 가졌다. 그러다 2011년 LH 사태 때 삼성은 전북도, 국무총리실과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부지에 2021-2040년 7조6000억원을 투자해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구축한다는 투자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2016년 투자를 공식 포기해 아쉬움을 샀다. LH사태를 무마하기 위한 ‘사기극’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삼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이다. 그중에서도 삼성전자는 2023년 시가총액 420조로 삼성그룹 전체의 68%를 차지하는 핵심기업이다. 나아가 세계적으로도 가장 인지도가 높은 우리나라 최대의 다국적기업이다. 직간접 고용만 15만명에 이른다. 전북도와 고창군은 삼성전자 물류센터가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행정절차 등 최대한 편의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기업이 필요해서 투자를 했겠지만 삼성전자가 물류시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스마트 생산기반과 2차전지, 바이오, 의생명 분야에도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도민들도 삼성전자가 더 커지고 성장할 수 있게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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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9.2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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