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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시 없는 전북, 불이익 대책 있는가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마스다 히로야의 저서 지방소멸은 30년 안에 일본 자치단체의 절반(896곳)이 소멸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마스다 히로야는 이와테현 지사를 3선 역임한 관료 출신 정치인이다. 한국고용정보원도 우리나라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이 105곳에 이른다고 지난해 발표했다. 전체의 46%에 이르는 수치다. 지방소멸의 원인은 저출산, 고령화에다 수도권 인구유출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 공통 현상이다. 이런 흐름을 막을 대책은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지방소멸을 막을 대안으로 지방 거점도시 육성을 꼽는다.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산업, 교육, 의료, 복지시스템을 만들어 주민수요를 지역 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거점도시가 수도권 집중을 막을 방어선 기능을 하고, 수도권에 진출했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이른바 인구 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지난 연말 정부는 수도권 블랙홀에 맞서 지방소멸을 막고 균형발전을 꾀할 3+2+3권역별 메가시티 전략을 내놓았다. 수도권 동남권(부산울산경남) 충청권(충남충북세종)의 그랜드 메가시티, 대구경북광주전남의 행정통합형 메가시티, 전북강원제주의 강소권 메가시티가 그것이다. 이 전략은 광역시를 축으로 한 권역설정이 포인트다. 전북처럼 광역시가 없는 곳은 불이익을 받게 되고 불균형도 심화될 것이다. 국가예산, 공모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등 정책과 자원배분이 광역권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최근 전북 패싱으로 논란이 된 대도시권 광역교통망 계획도 그런 사례다. 국토교통부는 2030년까지 127조원을 투자하게 되는데 그 대상이 수도권, 부산울산권, 대구권, 광주권, 대전권 등 모두 광역시 위주다. 전북, 충북, 강원은 국물도 없다. 세수 역시 차별적이다. 광역시가 없는 전북은 광역시가 있는 권역별 예산의 2분의 1밖에 안된다. 광주나 울산은 1인당 세수가 600만원인데 비해 광역시 없는 권역 거점도시의 그것은 평균 300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반면 교통, 쓰레기, 복지, 환경 등 행정수요는 폭발적이다. 차제에 특례시 제도도 개혁돼야 맞다. 지난해 12월9일 국회 통과된 특례시 기준이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로 설정된 것은 광역자치단체의 의사를 반영한, 다분히 정치적인 결정이다. 미국과 일본도 인구 50만명 이상을 대도시권으로 분류하고 있거니와 생활인구, 유동인구, 정치경제 중심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해야 옳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 획일적인 기준 때문에 도청 소재지이면서 생활인구가 100만명에 육박하는 전주시가 특례시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광역시도 없거니와 특례시마저 배제된 전북은 지방소멸을 막고 수도권에 대응할 대도시 육성 전략에서 실패했다. 전주완주 통합 불발도 그 연장선에 있다. 학계의 지적은 통렬하다. 중앙정부의 일괄 특례 부여방식을 탈피, 상향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하동현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 지역의 정치 행정 경제 거점도시는 균형발전 차원에서 고려하는 것이 대도시 정책방향의 중요한 요소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서정섭 박사) 문제는 광역시가 없거나 거점도시 기능이 미약한 전북 같은 지역은 고립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국가균형발전위와 국토연구원은 수도권 중심의 국토공간 구조에 대응할 초광역 전략을 지방정부에 권유하고 있지만 전북으로선 돌파구 찾기가 쉽지 않다. 고육지책으로 독자권역을 추진한다지만 옹색하다. 균형발전은 선택이 아닌 지방 생존권의 문제다. 거점도시 규모가 미약하거나 광역시가 없는 지역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북의 정치권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 문제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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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25 17:48

해양 플라스틱이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다

홍성준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군산지방해양수산청에서는 해마다 여름이면 해수욕장에서 해양쓰레기 수거 행사를 하고 있다. 더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7월말 선유도해수욕장에서는 행사에 참석한 직원들 대여섯 명이 모래사장에 둘러서서 톱과 낫을 들고 모래 속에 묻혀 있는 뭉텅이 어망을 마치 칙이라도 캐듯이 당기며 썰고 자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폐어망이 워낙 깊이 박혀 있어서 장정 예닐곱 명이 힘을 써도 좀처럼 올라오지 않아 뿌리는 남겨두고 중간에 잘라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처럼 우리 연근해 바다는 눈에 띄지 않게 묻혀 있는 각종 폐그물이 산재해 있고, 가까운 어항이나 항만에 방치되어 있어 쉽게 볼 수 있는 부피가 큰 폐 FRP(Fiber Forced Plastics) 선박까지 다양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동안 언론에도 집중적으로 보도되었듯이 폐사한 바다거북에서는 비닐, 빨대 등이 다량 발견되어 우리를 놀라게 한 바 있고 특히, 우리가 자주 섭취하는 대표적인 수산물인 굴, 바지락, 가리비, 홍합 등에서는 미세 플라스틱(크기 5mm 이하)이 다량 검출되어 우리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2018년 기준으로 우리 연안에 부유하는 해양쓰레기는 육상에서 강을 따라 유입되는 육상기인(陸上起因) 쓰레기가 9.5만 톤, 해상에서 어로, 레저 등 해양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해상기인(海上起因) 쓰레기가 5만 톤 등 대략 14.5만 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 어업인들의 생활터전인 바다를 오염시키는 해상기인 쓰레기 가운데 75.6%에 해당하는 3.8만 톤이 어로행위나 양식 등 어업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어구가 유실되어 발생한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대부분 플라스틱 제품으로 만들어진 스티로폼 부표, 합성섬유 그물 등 폐어구는 미세플라스틱 발생의 진원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어업 활동에 사용되는 어구 사용량은 적정량인 5만 톤을 훨씬 뛰어넘어 2.5배나 많은 13만 톤에 이르고 있다고 하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에는 이처럼 넘쳐나는 해양플라스틱으로부터 바다 환경을 지켜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정부 주도로 펼쳐지는 가운데 어업분야의 해양쓰레기 저감 대책으로 친환경 소재를 접목한 어구의 보급, 폐어구나 폐 부표를 정해진 장소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지불하는 등 다양한 유인책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바다를 지속가능하게 이용하고자 하는 당사자들이 이러한 노력을 도외시하고 좀 더 저렴하다는 이유로 친환경 어구를 외면하는가 하면 많은 어획고를 올리기 위한 욕심에 정해진 규범을 벗어나 정부의 노력에 자발적으로 동참하지 않는 한은 풍요롭고 깨끗한 우리 삶의 터전인 예전의 바다로 돌아가는 일은 요원하기만 하고 종국에는 황폐한 바다가 오히려 우리의 삶을 옥죄어 올 것이다. 바다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짝이는 금빛 모래사장과 에메랄드 빛 파란 물결이 넘실거리는 낭만 가득한 장면을 상상하지만, 이대로라면 머지않은 미래에 쓰레기로 뒤덮인 오염되고 황량하고 냄새나는 아무도 찾지 않는 바다가 우리를 기다릴 날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을 다함께 걱정하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결국 우리 모두가 욕심을 버리고 바다를 내 것처럼 대하는 주인의식을 갖고 실천하는 것만이 우리 삶의 터전인 바다의 환경을 회복시키고 보존하는 해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홍성준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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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23 18:46

자율성

채병숙 우석대 약학과 교수 자율성은 우리 각자 삶의 주체자로 살아가는데 절대적으로 존중해야 할 덕목이다. 또한 사회구성원이 자율성을 지니면서 타인의 자율성을 존중할 때, 자율성 가치가 지배적인 그 사회는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즉, 자율성은 개인이나 사회가 마치 마르지 않는 시냇가에 심겨진 나무와 같이 스스로 번창할 수 있는 강력한 조건인 것이다. 자율성이란 자기 스스로의 원칙에 따라 어떤 일을 하거나 자기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여 절제하는 성질이나 특성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자율성은 주어진 일에 대하여 스스로 선택권을 가지고 통제함으로서 자기존중감이 높은 주체적 삶을 살아가게 하는 주인의식이 담겨져 있다. 자율성은 세상에 대한 관심과 어떤 일에 대한 동기유발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율성이 누적되는 삶을 살아갈 때, 자기효능감과 자존감이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자율성이 통제받게 된다면, 특정한 상황에서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점점 약화되어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한다. 각종 동기유발은 저하되며 결국 학습된 무력감과 낮은 자존감을 갖게 된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또한 자율성이 통제받는 삶은 만성 스트레스와 심혈관계질환과 같은 질병의 위험성을 높이는 등 건강을 위협하고 기대수명도 낮아질 수 있다고 연구결과에서 밝히고 있다. 자율성은, 자발적으로 운행 되는 자연의 원리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생명력이 자연적으로 발현되는 본성의 하나이다. 자율성은 자연의 원리에 순행하는 삶의 특성을 보여주는데 반하여, 자율성 억압은 이 자연의 원리에 역행한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자율성은 나라는 존재에 대한 나에게 주어진 의무인 것이다. 그런데 일상에서 또는 우리 사회에서 당연하게 여겨왔고 익숙해져 있는 다양한 관념이나 가치들의 일부가 곡해되거나 변질되어 자율성 침해 요소가 복병처럼 존재하고 있지는 않는가? 낡은 전통 사상, 시대를 담지못하는 예절문화, 진리를 공허이 외치는 종교 교리, 획일화된 교육, 한쪽에 치우친 경제주도권, 국민 앞에서 거대해진 권력 등에서 우리의 자율성은 안전한가? 가족관계에서 형성되는 과잉보호성 사회적 지지는 사랑의 모습으로 보여지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오히려 자율성을 저하시키는 경향이 있어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착하게 산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보편적 사회적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만약 옳은 것에 우선성을 두지않고 자기자신에게 착하고 무조건적 순응을 강요한다면 스스로 자율성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먼저 나의 존재가 잘못된 가치관이나 믿음을 가짐으로써 자율성 통제 상태인지 알아차림이 중요하다. 항상 끊임없이 바로잡아주는 절대적 진리의 근원과 연결하면서, 자율성 억압에 따른 내적 충돌이 진리와 공명하지 못해 나타나는 내면의 소리임을 인지해야 한다. 절대적 진리에서 나오는 내면의 소리는 자기신뢰를 낳고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함에 있어서 용기를 갖게 할 것이다. 그러나 내면의 소리가 단절되어 자기불신으로 이어질 때 자율성은 약화되고, 낮은 자존감과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두려움 그리고 무력감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나는 진리의 근원과 연결되어 있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자율성을 지닌 주체적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가 라고 끊임없는 자기성찰의 물음이 따라야 만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것이다. /채병숙 우석대 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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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16 17:52

국립대 총장의 허와 실

서거석 세계잼버리 정부지원위원전 전북대 총장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대학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전국의 360개가 넘는 대학 중 국립대는 43개에 달한다. 그 국립대를 이끄는 최고 수장이 총장이다. 국립대 총장은 장관급이다. 민선으로 자치단체장을 선출하면서 국립대 총장의 위상이 격하되었지만, 여전히 정부 직제상으로는 도지사나 교육감이 차관급이니 전북에서는 전북대 총장의 지위가 제일 높은 셈이다. 국립대학교 총장이 되기는 매우 어렵다. 국립대 총장은 대학 구성원(교수, 교직원, 조교, 학생)들이 직접 선출한 후 교육부 장관의 제청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무원이다. 정치인인 도지사나 교육감, 시장, 군수처럼 선거에 의해 당선되면 별도의 임용절차 없이 바로 취임하는 것과 사뭇 다르다. 국립대 총장이 대통령의 임명을 받으려면 반드시 청와대의 철저한 인사(도덕성)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인사검증에는 위법 부당한 일은 물론,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음주운전 등 도덕성 문제와 학문적 성과까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그래서 총장선거에 당선되었지만 청와대의 인사검증을 통과하지 못해 총장 발령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 생긴다. 그렇기에 혹독한 청와대 인사검증을 통과한 사람에 대해서는 도덕성 시비를 걸기 어렵다. 나는 처음 총장이 될 때, 노무현정부 청와대의 이른바 386 보좌관들의 엄격한 도덕성 검증을 통과했다. 그리고 4년 후 재선 때, 다시 청와대의 인사검증을 통과한 바 있다. 일반인들은 이처럼 지위가 높고, 까다로운 청와대 인사 검증까지 거친 만큼 국립대 총장의 권한이 매우 클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국립대 총장은 자치단체장이나 교육감처럼 조직을 장악하고 통솔할 수 있는 가장 막강한 권한인 인사권을 갖고 있지 않다. 국립대 행정직원의 경우, 5급 사무관 이상의 공무원승진은 교육부에서 전권을 행사하고 교수의 신규채용은 100% 각 학과에서 주관하기 때문이다. 결국 국립대 총장이 조직을 이끌 수 있는 수단은 기본적으로 총장의 헌신과 희생이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과 화합이다. 나는 취임 첫학기부터 임기 만료때까지 8년간 매년 두차례 14개 단과 대학을 순회하면서 교수들과 직접 대화에 나섰을 뿐만 아니라 직원, 학생대표들과도 매년 두차례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대학 구성원과 정기적으로 소통의 장을 마련한 것은 당시로서는 대학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어느 조직이든 조직내외의 소통이 원활한 경우에는 그 조직이 발전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 조직이 결코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총장 재임 기간동안 대학 구성원간의 긴밀하고 원활한 소통을 토대로 대학을 변화와 혁신으로 이끈 결과, 전북대가 한국 대학혁신의 아이콘으로 전국 대학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그에 따라 부산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대학의 위상이 높아져 명문 국립대로 발돋움 할 수 있었다. 그 덕택에 나는 구성원으로부터 한 번도 어려운 총장에 연이어 두 번 선택 받았다. 실제로 전북대에서 직선으로 연임한 총장은 전무후무할 뿐만 아니라 전국 국립대에서도 매우 드문 예이다. 되돌아보면 국립대 총장은 희생하고 헌신하는 자리이지, 군림하며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대 총장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처럼 오해하는 분들을 만나면 솔직히 억울한 심정이다. 큰 조직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권력이나 권한이 아닌 리더의 소통과 헌신을 기반으로 한 구성원들의 의지와 열정이기 때문이다. /서거석 세계잼버리 정부지원위원전 전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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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09 17:50

군산항, 지금이 바로 재도약 할 시기

홍성준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는 중에도 군산항의 물동량은 1800만톤을 처리하며 전년대비 소폭 감소하였다. 항만과 관련된 여러 분야에서 많은 제약에도 불구하고 나름 선전하였으나, 국가관리무역항이 국가의 이해에 중대한 관계를 가지며 지역경제 활성화 정도를 판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라고 볼 때 군산항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군산항은 5만톤급 2선석 등 39개 선석, 3007만톤의 하역능력을 보유한 전북 유일의 수출입 관문이다. 2030년까지 잡화 5만톤급 5선석을 건설하는 새만금 신항만과 상생 발전하며 서해안권 물류중심항만으로 커 나가겠다는 그림을 그려오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만은 않다. 평택항 등 주변 항만들이 맹렬한 기세로 부상하고 있는 반면, 군산항은 배후산단 내 지역 산업기반 침체가 지속되며 물동량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그 입지가 계속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군산항이 위기상황이다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지속되는 이유다. 군산항의 현주소에 대한 정확한 직시와 군산항의 발전을 위한 모든 힘을 결집할 수 있는 방향 제시가 절실한 시점이다. 군산해양수산청에서는 이러한 정체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군산항 재도약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군산항 활성화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실행방안을 구체화하였다. 「군산항 활성화 종합계획」은「2050년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친환경특화산업 혁신거점, 군산항」을 비전으로 정립하고, 「물동량 2600만톤컨테이너 15만TEU 처리로 2030년 10위항만 진입」을 목표로 분야별 세부추진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첫째, 군산항기반 2050 탄소중립 친환경사업 육성이다. 군산항 배후산업단지에 계획된 친환경 재생에너지 산업을 지원하는 친환경사업 육성 거점으로 군산항에 미래 지향적인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전략으로, 중량장척화물 등 재생에너지 구조물의 원활한 물류체계를 구성하고 육상전원공급설비 도입 등 친환경 항만운영시설 확충 및 친환경에너지산업의 육성 등을 추진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군산항기반 주력산업 육성이다. 군산항에서 대규모안정적으로 처리하는 수입원료를 활용하여 지역특화산업을 육성하는 전략으로, 산업생태계 조성, 자동차산업육성, 에너지자립형 친환경 고급목재단지 조성, 군산항 항만물류 빅데이터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한다. 세 번째는 군산항기반 혁신적 미래산업 육성이다. 신산업 구성을 통한 군산항 특성화 발전전략으로 지능형친환경 콜드체인물류 지원단지 기능 발굴, 비수도권 해상전자상거래 특송화물 물류거점 조성 및 친환경 선박 수리조선 특화단지 조성 등이다. 마지막은 군산항 중장기 기능효율성 제고로 12부두의 단계적 기능재정립 및 공용부두 조성시범운영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군산항 활성화는 배후산업 연계와 중국과 최단 거리에 위치한다는 입지적 이점을 최대로 활용할 때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으며, 국가의탈탄소화 정책에 부응함으로써 당위성을 확보하여 관계자들의 강한 실행력을 유도할 수 있다고 보여 진다. 위기가 최대의 기회일 수 있다. 이제는 실행이 문제다. 하지만 항만당국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군산항의 활성화와 특화된 장점을 살린 발전방안이 실행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관련 지자체 및 기관, 항만 관계자, 지역주민 등의 관심과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홍성준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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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25 16:54

만성스트레스와 적응유연성

채병숙 우석대 약학과 교수 우리들 대부분은 빠르게 다변화되는 사회에서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 만성스트레스가 건강을 위협하고 그동안 쌓아올린 노력의 대가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는 삶의 파괴자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한 채 아슬아슬하게 살고있다. 스트레스(stress)란 해로운 내외적 자극에 대한 생체반응이라고 정의한다. 즉, 우리가 위험한 스트레스원(stressor)에 노출되면 살아남도록 설계된 정상적인 육체적정신적 반응이 스트레스다. 스트레스시스템은 곰의 공격과 같은 공포나 위협이 감지되면 교감신경계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PA 축)의 활성화를 통해 작동되기 시작한다. 이어서 노르에피네프린/에피네프린과 코티솔이 유리되면서 투쟁이나 도피를 할 수 있도록 신진대사등 생존시스템을 극대화한다. 그러나 위험상황이 종료될 때 그 작동은 멈춰지고 원상태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이 자극 후 회복되는 스트레스반응은 때로는 건강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육체적, 정서적, 인지적으로 점차 강하게 단련시키고, 작업능률을 높이는 등 삶의 활력소 역할을 한다. 그러나 만성스트레스는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만성감염이나 만성 염증성 질병은 물론 화와 같은 부정적 감정을 오랫동안 지닐 때 스트레스시스템은 계속 자극 받는다. 만약 일에 대한 압박감, 원만하지못한 인간관계, 하나의 잣대로 비교함으로 인한 열등감,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경제적 문제 등 각종 불쾌한 자극이 끊임없이 계속된다면, 불필요한 스트레스시스템의 활성화가 약하지만 지속적으로 작동하게 된다. 낮은 수준의 HPA 축의 활성화가 장기화 되면서, 유리된 저농도 코티솔은 억제적 피드백 기능을 잃은 채 계속 분비되고 지속적으로 작용한다. 이 스트레스호르몬은 미약한 수준의 만성염증 및 산화스트레스 등 유해한 반응들을 유발시켜 뇌, 면역계, 내분비계, 심혈관계, 대사계, 위장계 및 기타 장기 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결국 만성질환의 위험성을 높인다. 우리나라 최근 통계청자료에 따른 10대 사망원인 질환들 대부분은 만성스트레스와 관련되어 있어 그 심각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만성스트레스에 대한 적응유연성을 강화시켜가야 한다. 스트레스에 직면했을 때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능력인 적응유연성은 같은 상황에서도 각 개인마다 다르다. 마음과 몸은 연결되어 있고 양방향성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건강하지 못한 몸이나 비관적인 사람은 적응유연성이 약할 수 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시키는 운동과 유머감각은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건강한 생활습관이다. 또한 심리적 만성스트레스는 스트레스원에 대한 마음의 해석이나 감정의 인식에 의해 좌우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부정적 감정으로 해석하지 않는 낙천적인 마음이 중요하다 하겠다.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은 적응유연성을 월등히 약화시키지만, 감사, 기쁨, 평화, 행복 등은 적응유연성을 현저하게 강화시킨다고 한다. 그리고 과거집착이나 미래에 대한 염려는 현재 부정적 감정으로 인식되어 스트레스시스템을 활성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에 무게를 둬야한다. 지금은 그저 아름답고 평화로움으로 가득 차 있기만 한 것이다. 이제 중년의 나이에서 만성스트레스와 만성질환에 더욱 취약할 수 있는 만큼, 운동과 함께 주변 상황을 어떤 마음으로 해석할 것인가,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삶에 귀 기울이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건강에 대한 노후대책을 준비해야겠다. /채병숙 우석대 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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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8 17:06

디지털 성범죄, 교육으로 극복해야

서거석 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전 전북대 총장 일 년 전 3월, 코로나19에 더해 또 하나의 충격적인 사건이 터졌다.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으로 부르는 성착취 영상 공유 사건이다. 한 대학생 탐사대의 끈질긴 추적 끝에 그 실체가 드러난 이 사건으로 우리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미래를 위해 꿈을 펼쳐나가야 할 나이에 성착취로 평생 씻을 수 없는 인격 살해를 당한 아동 청소년과 여성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진다. 시나브로 우리 사회는 디지털 문화에 빠져들었다. 편리함과 경이로움, 그리고 재미가 있는 만큼 벗어나기 힘들다. 그러나 빛에 버금가는 그림자가 지뢰처럼 숨어있음도 잊어서는 안 된다. 보이스피싱, 음란물의 유포, 불법영상촬영 등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가해자나 피해자도 알고 보면 모두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다. 그 양상도 다양하다. 온라인 채팅이나 메신저 등을 통해 아동 청소년에게 접근, 친밀 관계를 형성한 뒤 성적 촬영물을 요구하고, 이를 증거로 협박하여 추가적인 범죄를 이어가는 디지털 그루밍이 대표적이다. 또한 텔레그램 N번방처럼 영상물로 돈을 버는 동영상 공유, AI를 활용하여 동영상 속 주인공의 얼굴을 익숙한 사람으로 합성하는 딥페이크 등으로 날로 진화하고 하고 있다.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청소년 성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예방교육이다. 올해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이 학교마다 실시되고 있다. 텔레그램 N번방으로 인한 사회적 심각성이 높아져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건이 터지면 그때만 반짝하는 대응은 효과가 없다. 무엇보다도 왜곡된 성인식이 문제를 만들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따라서 개인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디지털 모럴이 정립돼야 한다. 디지털 기기는 편리함만큼이나 그 위험성이 크다. 따라서 엄격하게 지켜야 할 도덕적 기준과 다양한 상황에 맞는 촘촘한 법제 마련이 우선이다. 무엇보다 익명성이나 비대면 속의 자유가 자칫 방종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인식시키고, 신인류인 디지털시민으로서 우리 학생들이 올바른 가치를 확립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인식과 함께 올바른 디지털 기기 사용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이루어져야 한다. 다음으로, 성인지 감수성을 정립 시킬 수 있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감수성은 어린 나이일수록 확실하게 스며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등 저학년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성장 단계에 따른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단계에 맞는 교육과정이 마련돼야 한다. 전적으로 외부 전문 강사에 의지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지금까지의 정책으로는 안 된다. 교육과정 속에서 교사들이 교과 수업으로 구현해 내야 한다. 아울러 교사들의 성인지 감수성 연수도 필요하다. 끝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인성 교육이 필요하다. 인권을 보호하고 평등주의를 실현해 오늘날 시민사회를 발전시킨 것처럼 디지털 세상에서도 결국 서로 보살피고, 배려하지 않으면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 균형 잡힌 인성을 갖춘 아이만이 사회의 공동선을 실현할 수 있는 당당한 주체로 성장할 수 있다. 디지털 기기는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다. 비대면 수업을 가능하게 한 것도 디지털 환경이다. 이제 온라인 쇼핑이 소비패턴의 대세가 됐다. 그런 위력만큼이나 범죄 수단으로 이용될 위험성도 커졌다.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미래세대를 보호하고, 또 범죄의 유혹에서 벗어나게 하는 길은 결국 교육으로만 가능하다. /서거석 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전 전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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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1 16:43

신 해양르네상스시대를 여는 핵심 아이템, ‘등대’

홍성준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등대지기는 초등학교 음악교과서에도 실려 있어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그 노래를 배우고 따라 불렀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일까? 등대는 우리들 마음 속에 막연한 동경과 그리움의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선박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인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 바로 등대였다. 육지가 없는 망망대해에서는 나침반과 별자리를 보며 운항을 할 수 있었지만, 육지와 가까워지면 곳곳에 숨어있는 암초와 여러 지형지물들을 피해 안전하게 항으로 입항하기 위해서 눈으로 보고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등대가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길잡이 역할을 했다. GPS, 레이더, 바다 내비게이션 등 항행안전 장비가 발달한 현대에도 등대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등대는 1903년에 만들어진 팔미도등대이며, 전라북도 관내에는 그보다 9년 늦은 1912년에 어청도등대가 건축되었다. BC 250년경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등대인 파로스등대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등대 역사는 매우 짧다고 할 수 있다. 헬레니즘 문화의 중심이자 해양도시였던 알렉산드리아는 전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 세계 제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높이 100미터가 넘는 파로스등대를 만든 반면, 우리나라는 서양인들을 오랑캐라고 업신여기고 배척하면서 쇄국정책을 고집하였다. 팔미도등대는 우리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운요호 사건(1875년) 이후 일본과 강제로 체결한 강화도조약(1876년)에 따라 인천항 개항을 위해 타의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어두운 역사를 지니고 있다. 비록 우리나라 등대 역사의 태동은 암울하지만 해양을 통해 부를 창출하고 국가발전을 도모하고자 1996년 해양수산부가 출범한 이후 해양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등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언제나 따스했으며, 이를 반영하듯 최근 드라마나 영화, 광고,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등대를 배경으로 촬영한 장면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해양수산부에서는 일반 국민들이 해양문화를 더 쉽게 향유할 수 있도록 유인등대를 중심으로 등대 구내와 그 주변에 전시실, 전망대, 체험숙소 및 관광 편의시설 등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등대해양문화공간 운영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양한 해양문화시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국민들의 체감효과가 가장 큰 시설은 등대체험숙소이다. 산림청의 경우 전국 주요 산림에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를 만들어 국민들이 지친 심신을 쉬고 갈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휴가철마다 국립자연휴양림 이용권을 얻기 위한 일반 국민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해양수산부도 유인등대 중 4곳(가덕도, 속초, 거문도, 간절곶)을 일반 국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등대체험숙소로 운영하고 있으나 숙소수가 너무 적어 국민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보다 많은 국민들이 주변경관이 수려하고 쾌적한 등대에서 휴식을 취하고 해양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시설과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등대체험숙소 확대를 통해 모든 국민들이 낭만이 가득한 등대에서 추억을 만들고 해양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신 해양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길 기대해 본다. /홍성준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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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28 16:52

봄에 심는 나만의 씨앗

채병숙 우석대 약학과 교수 우리는 새롭게 봄을 맞이할 때마다 지난날을 돌아보고 자아성찰에 따른 피드백을 통하여 보다 더 나은 씨앗을 심겠다는 다짐을 하곤한다. 또한 갑작스럽게 어려움에 처하거나 건강을 잃게 되어 미래가 없이 절망에 빠져있을 때,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생명의 씨앗을 심어 살아갈 힘을 갖고자 한다. 작은 씨앗이 최적조건의 환경에서 잘 심겨지면 성장과 결실 그리고 생명에너지의 잠재력을 충분히 갖추게 된다는 특성을 고려하면서, 내가 올 봄에 심을 씨앗을 숙고해본다. 온유함은 오늘날 기형적 개인주의가 만연해가는 사회에서 생명의 씨앗을 심는데 중요한 조건이 된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세상이나 돌이 되어가는 메마른 땅과 같은 정서에서는 뿌려진 씨앗은 싹트지 못한다. 온유함은 봄철 따스한 햇빛과 온기를 지닌 봄바람과 같아서 엄동설한의 얼어붙었던 땅을 순식간에 녹인다. 또한 생명력이 없는 사막과 같은 마음의 토양에 단비의 생명수를 머무르게 하여 척박한 땅을 옥토로 변화시킨다. 온유함은 인과 자비 또는 사랑 속에 담겨져 있으면서 생명의 활동이 시작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인 것이다. 단지 진심어린 따뜻한 말 한마디로도 생명의 씨앗이 발아하기에 충분하다 하겠다. 또한, 어떠한 상황에서도 절대로 놓치 않아야 할 것이 한 점 희망의 빛이다. 희망은 마른 장작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과 같아서 생명활동의 시작과 미래가 있으며, 또 다른 희망을 싹 틔운다. 그러나 희망 없이 절망 속에서는 삶의 동기를 잃어버리고, 두려움에 떨며, 시작조차 못하고 모든 가능성을 땅속에 묻어둔다. 거듭된 실패나 안녕의 위협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맬 때, 바늘끝 같은 한 점의 미약한 빛의 희망일지라도 용기를 갖고 생명의 길로 향하게 하는 위대함을 지니기에 꽉 붙잡아야겠다. 희망을 현실화 하고 노력의 결실을 맺음에 있어서는 온전한 믿음 또한 강조되고 있다. 종교적으로 볼 때, 믿음은 우리가 볼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전지전능한 신이 우리를 위해 항상 일하고 있음을 굳게 믿는 것이라고 한다. 믿음은 진리와 함께하는 온전한 믿음이어야 하며 일 점의 불신이나 의심을 용납하지 않는다. 믿음은 마음의 짐을 내려놓음으로써 평화를 낳고, 희망을 실현시키는 강력한 힘을 지니며, 축복된 삶을 약속한다. 예수님께서 이르신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할 일이 없느니라, 또 너희가 만일 믿음이 한 겨자씨만큼만 있으면 이 산을 명하여 여기서 저기로 옮기라 하여도 옮길 것이요 또 너희가 못할 것이 없으리라라는 성경말씀을 깊이 새겨본다. 웃음과 그 강한 전파력은 우리 안의 부정적 감정으로 인해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유해한 에너지를 널리 정화시키는 신의 선물이다. 부정적 감정은 생명의 씨앗이 발아되어 뿌리를 잘 내리는데 있어서 강력한 훼방꾼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웃음은 이러한 부정적 감정과 동시에 함께할 수 없는 긍정의 상징이며 부정적 감정을 상쇄시키는 위력을 지닌다. 또한 웃음은 만성스트레스로 인해 유발될 수 있는 코티솔이나 에피네프린과 같은 스트레스호르몬 혈중농도를 떨어뜨리고 저하된 면역력을 높이며 통증완화효과를 지니는 등 항상성 유지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웃음은 정신건강에 좋은 우주의 언어로 알려져 있어 부정적 감정으로 인한 만성스트레스에 대해서는 자연이 주는 명약인 것이다. 올 봄엔 그 온기에 힘입어 비록 미약한 시작이라 할지라도 삶의 축복과 생명의 결실로 향한, 작지만 위대한 잠재력을 지닌 씨앗을 내 안에 새롭게 그리고 정성을 다하여 심고 가꿔 나가야겠다. /채병숙 우석대 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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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21 17:56

사람의 품격을 높이는 독서교육을

서거석 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전 전북대 총장 더 많이 읽으면 똑똑하게 되고, 학력이 높아지며, 그들이 결국 부자가 된다. <하루 15분 책읽어주기의 힘>의 저자 짐 트렐리즈의 주장이다. 동네 도서관에서 성장했다는 빌 게이츠나 리드대학의 인문학 고전을 섭렵한 스티브 잡스의 성공 비결이 독서였음은 세상이 다 아는 바이다. 핀란드가 세계 1위의 교육 강국일 수 있었던 것도 독서교육 때문이다. 우리 역시 교육과정 안에 독서교육을 강화하고 있지만, 독서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는 아직 역부족이다. 그 원인은 먼저, 수험과목 집중으로 인한 무관심일 것이다. 잠재적 역량을 기르기보다 당장 점수를 올리기에 급급하다 보니 독서가 입시 교과에 밀릴 수밖에 없다. 둘째, 스마트폰이나 컴퓨터게임 중독 때문이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게임 등이 책보다 훨씬 자극적이고 재미가 있으니 독서가 후순위가 된 것이다. 셋째, 매력적인 독서 프로그램의 부족이다. 무작정 독서의 가치만을 강조한다고 해서 학생들이 따르지는 않는다. 다양한 매체에 맞설 독서교육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독서교육을 활성화시키려면 첫째, 독서의 효과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독서보다 문제집을 풀어야 성적이 오른다는 사고를 버려야 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 2004년 당시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독서가 대입과 취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12년간 종단 연구했다. 2016년에 발표한 결과는 놀라웠다. 중학교 때 책을 많이 읽은 학생의 과목별 수능 표준 점수(환산치)가 22점 높았고,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 좋은 직장에 취업할 확률이 20%가 높게 나왔다. 더 놀라운 것은 책을 많이 읽은 저소득층 학생들이 부유하고 학력수준이 높은 가정의 학생들보다 수능점수가 10~20점 정도 높았다는 점이다. 둘째, 교육적 차원에서 아이들의 매체 접근을 조절해야 한다. 성인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려운데, 호기심 많은 학생들은 어떻겠는가? 서울시의회가 2020년 11월에 실시한 서울시내 초중고교생과 학부모 대상 설문에서 학생 62%, 학부모 72.7%가 학생들의 인터넷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우리 전북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간의 뇌 발달이 활발한 시기를 대략 12세까지로 보고 있다. 이때가 독서습관을 기르는 골든타임이다. 중독성 있는 일을 아이 스스로 자제하기는 어렵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접근을 교육적으로 조절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이유다. 셋째, 다양한 독서교육 활동이 수업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독서교육은 교육과정과 별개가 아니라 교육과정 내에서 교과, 창의적 체험활동과 연계해 실시되어야 한다. 체계적인 독서교육을 위해 읽기 전, 중, 후 활동 내용을 작성해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성취기준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온작품 읽기, 등장인물에게 편지 쓰기, 역할극으로 바꾸어 보기, 재미있는 장면 그림으로 표현하기, 모둠별 스토리 북 만들기, 줄거리를 노래나 랩으로 표현하기, 책속에 나오는 복장 관련 패션쇼 하기 등 학생들의 수준과 흥미를 고려한 맞춤형 독서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면 아이들의 독서에 대한 친화력이 높아질 것이다. 독서는 아이를 성공으로도 이끌지만,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통해 남을 이해하고 교감하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이처럼 독서를 통해 길러진 따뜻한 품성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함은 물론, 공동선을 위한 연대와 협력으로 나가게 할 것이다. 따라서 독서는 사람의 품격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길이다. 체계적인 독서교육이 절실한 이유이다. /서거석 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전 전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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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14 16:48

‘고향집’과 ‘어머니의 아파트’

김승철 LH 전북본부장 얼마 전 애지중지 막둥이를 군입대 훈련소에 들여보내고 귀갓길에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 인근 해운대를 찾았다. 이국적인 해운대 풍경과 따뜻한 커피한 잔에 집사람의 애잔한 마음도 조금은 누그러진 듯 해보였다.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애닳아 하던 마음을 잠시 잊게 한 듯하다. 오랜만에 보는 해운대 풍경은 해안가에 늘어선 고층아파트 군락이 마치 홍콩의 완차이, 뉴욕 맨하튼이 연상될 정도의 이국적 풍경을 뽐내고 있었다. 저런 조망을 가진 아파트에서 한번 살아봤으면 하는 현실감 없는 욕구가 주책없이 밀려온다. 유년시절 우리네 집이라 하면 대부분이 단독형 주택으로 마당에서 안방, 부엌과 작은방으로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육신이 옹골차게 성장하였다. 울타리 안 풍경을 보면 요즘은 반려견이라 불리우는 해피, 메리가 대문 앞에서 충실히 제몫을 하고 있고, 텃밭에는 겨우내 얼었다 녹었다를 반복하는 봄동과 머리에 헌옷과 비닐을 두른 김장독이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그처럼 안온했던 고향집도 세월 앞에 장사 없듯이 철따라 이곳저곳 사람 손길을 필요로 하고 마당과 안방을 오르내리는 어머니의 무릎은 저절로 외마디 비명을 지르곤 했다. 가끔씩 아파트 아들 집에 오시면 마당으로 오르내릴 일 없어 겨울에 김장하기 편하고 방이 식을까봐 문닫기에 신경쓸 일 없어 좋겠다는 부러움을 내비치신다. 자식들의 성화에 힘입어 수십년을 살아내고 희로애락 세월 가득한 단독주택을 정리하고 아파트로 드디어 모시게 되니 자식들과 며느리가 더 행복해졌다. 철 따라 집수리 고역도 사라지고 앞마당 오르내릴 때마다 힘들어 하던 어머니의 무릎도 평온해졌으며, 햇빛 잘 드는 베란다에서는 겨울이면 몇 개씩 동사하던 화분이 철 모르고 꽃을 피우고 있다. 정부에서는 노후화된 중소도시 주택정비와 합리적 주거복지 정책실현을 위해 일명 마을정비형 공공주택사업을 LH공사를 통해 시행하고 있다. 사업내용을 보면 저렴하게 주민이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도로를 편리하게 정비하고 마을발전을 위한 다양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공동주택형(아파트 등)으로 건설되는 공공임대주택에는 이웃과의 소통과 주민복지를 위한 각종 시설이 설치되며, 최근에는 독거 노인세대를 위한 다양한 첨단장치들이 세대별로 설치되어 낙상에 따른 충격 감지센서, 움직임 감지센서, 가스 사용량 감지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안심주택 기능까지 가능하게 하고 있다. 또한 입주민 건강관리를 위해 가정에서 측정된 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수치정보를 무선으로 송수신하여 데이터를 관리하고 향후에는 비대면 의료 서비스까지 가능케 하기 위한 스마트 헬스케어(Smart Healthcare) 사업도 시범 도입 중에 있어 정부와 LH에서 시행하는 공공임대주택의 기능은 더욱 광범위하게 발전해 가고 있다. 입주민뿐만 아니라 지역주민과 가족 모두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중소도시에 건설되는 마을정비형 공공주택사업이 가뜩이나 인구감소로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 지역에 인구유입 역할과 전라북도 삼락농정 추진정책인 보람 찾고, 제값 받고, 사람 찾는 농촌 만들기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LH공사에서 시행하는 공공임대주택 건설계획과 입주 등에 관한 문의는 LH공사 전북본부 마이홈센터(전화 230-6162)를 통해 안내 받을 수 있다. /김승철 LH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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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07 16:56

여객선 안전은 어떻게 지켜지나

홍성준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코로나 대유행으로 연말연시와 설 연휴에도 가족 모임마저 취소되고 외부 활동마저 제한되면서 언제나 이런 암울한 상황이 끝날 수 있을지 막연하지만 코로나가 종식된다면 국민들 모두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마음껏 해외로 떠나긴 어렵지만, 여객선을 타고 섬에라도 가고 싶은 여행자의 망설임을 털어내기 위해 여객선 안전관리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선박의 안전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감항성이다. 감항성은 선박이 통상의 위험을 견디고 안전한 항해를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이러한 감항성이 중요한 이유는 선박은 해상에서 침몰, 충돌과 같은 해상고유의 위험에 직면한다는 것과 육상과 달리 항해 중에는 외부와 고립되어 구조 등 사후 조치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선박의 안전관리는 감항성 유지에 중점을 두고 이행되는데 선박 건조단계에서 설계도면 승인, 건조검사를 거쳐 선박검사증서 교부 및 이후 매년 중간검사를 통해 검사효력이 유지되는 선박검사 제도를 통해 선체감항성이 확보되도록 하고 있다. 화물을 안전하게 적재하고 고박(단단히 묶음)하여 항해중 화물의 특성에 맞게 적절한 방법으로 관리함으로서 화물의 감항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 여객이 운송을 요청하는 모든 화물을 선박에 적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적재대상화물 및 적재방법을 선박검사대행기관으로부터 미리 승인받은 화물에 한정해서 적재할 수 있다. 해양안전심판원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안에서 발생하는 해양사고의 원인 중 80% 이상이 인적과실에 의한 사고이다. 인적감항성이 상기 두 요소보다 더욱 강조되는 이유이다. 인적감항성은 선원의 자격 및 훈련, 선박 운항체계 및 안전감독으로 나뉜다. 선원은 관련 해기사면허를 소지하고, 선박의 종류에 따른 훈련을 이수한 후 건강검진을 받아야 승선이 가능하며, 최소승무정원에 맞게 배치되어야 비로소 인적감항성의 최소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선장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인해 많은 인명사상으로 이어진 세월호 사고와 같은 대규모 해양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여객선 선장은 취항항로의 표지, 조류, 비상상황 대응능력 등에 대한 숙지여부를 심사받는 적성심사를 통과해야만 한다. 선박의 운항체계는 선사의 운항관리규정을 중심으로 선사, 운항관리센터 및 정부의 역할이 구분된다. 선박의 안전관리책임자는 선원의 배치, 선박의 정비, 기상 악화 시 선박의 운항 여부 등을 결정하고 운항관리자는 여객선의 입출항 관리 및 안전점검을 수행하며, 선박이 운항관리규정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지 매일 점검하고, 선박이 항해하는 전 구간을 모니터링하여 선박의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 해사안전감독관은 여객선사 및 여객선이 정부가 승인한 운항관리규정에 따라 여객선을 안전하게 운영 및 운항되는지 여부를 지도감독하고, 여객선 출항시마다 운항관리자가 관련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운항관리업무를 수행하는지 여부를 지도감독하여 이중으로 여객선의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 기나긴 겨울 한파가 물러가고, 코로나 감염병이 조속히 극복되어 저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자유로운 여행을 떠나 지친 심신을 달래고, 여객선에 몸을 싣고 바다 넘어 봄 꽃 가득한 섬에서 마음껏 힐링 할 수 있는 날이 봄날의 햇살보다 더 빨리 다가오길 희망해 본다. /홍성준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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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21 17:29

내 탓이오

채병숙 우석대 약학과 교수 때로는 우리는 살아가면서 한발짝도 뗄 수 없는 힘든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아무리 발버둥쳐도 밑바닥 아래 또 밑바닥을 향해가고 있고 거듭되는 악순환의 시기에 처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인생 위기의 출발점에는 환경 탓과 남 탓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가 접하고 있는 각종 환경은 다양한 관계성을 형성하면서, 때로는 행복하게 하고 때로는 고통을 주면서 우리를 성장시키고 단련시킨다. 그래서 환경이 주는 신호를 알아차리고 바르게 잘 대한다면, 여러 환경을 통하여 에너지를 얻고 성숙해지며 행운을 받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편향된 가치관에 맞추려고 환경 탓과 남 탓을 멈추지 않는다면, 삶을 위협하는 방향으로 자발적 변화가 일어나 눈덩이처럼 점점 확장되어 가면서 자폐적이고 파괴적인 삶을 낳게 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역풍이 몰아치는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될 때마다 못나게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지 못하고,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환경 탓만을 하면서 살아왔던가? 오히려 너 때문에 그런거야 라는 굳건한 믿음이 자리잡고 있어 자기자신이 만든 환경 탓을 벗어나지 못하고 갇힌 채, 풍전등화 같은 인생을 살아오지는 않았는가? 만약 소중히 여겨야 하는 나의 주변에 대하여 환경 탓만 할 때, 나와 내 가족의 안녕은 위태롭고, 형제자매나 친구들과의 관계는 틀어지며, 직장에서의 갈등 그리고 결혼 파경 등등 거듭되는 악순환에 처하게 될 것이다. 또한 건강과 살아갈 힘을 점점 상실하게 되고 결국 이 넓은 세상에 고립되고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가 바로 눈 앞에 있음을 모르고 남 탓을 멈추지 않고 살아간다면, 이 얼마나 슬프고 또 슬픈 일인가. 그래서 많은 선각자들은 말하기를, 환경은 나로부터 형성되며 내가 변하면 그 환경이 변하기 때문에, 남 탓이 아닌 자기자신의 탓임을 알라고 한다. 또한 환경이 주는 관계성에서 생명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환경을 탓하는 것은 생명력을 지닌 환경과의 단절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주어진 환경에 지배받지 말고 주체자가 되어 스스로 살아갈 에너지를 채울 수 있도록, 먼저 자기자신의 부족함을 인지하고 환경으로부터의 배움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경은 최악의 조건이라 할지라도 나의 성장에 필요한 상황을 만들어 성장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우리는 상생의 환경을 만들어 갈 것인가, 아니면 상극의 환경을 만들어 갈 것인가의 선택의 기로에 항상 서 있다. 환경 탓 대신에 내 탓임을 먼저 깨닫고 나를 올바르게 세우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여야만 상극에서 상생으로 이어지는 제어장치가 작동한다. 아, 잘못 살아왔구나, 내 탓이었구나! 하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는 그 순간부터 비로소 하락세에서 변곡점을 찍고 상승세를 타게 되면서, 뒤틀린 주변 관계성이 점점 바로 잡아지게 되고 회복되고 치유될 수 있는 것이다. /채병숙 우석대 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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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14 16:47

기후위기에 대응할 ‘생태환경교육’

서거석 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전 전북대 총장 다큐멘터리 작가인 크리스 조던이 제작한 영화 알바트로스는 충격적이었다. 비행이 가능한 조류 중에 가장 큰 알바트로스는 60년 정도 살면서 단 하나의 이성과 짝짓기를 한다. 자식 사랑 또한 지극하다. 영화는 먹이로 알고 먹인 플라스틱이 새끼의 몸에 쌓여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게 된다는 내용이다. 인간의 무분별한 소비가 생태계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쓰레기도 문제지만 화석 연료의 남용으로 대기 환경도 급격히 파괴되고 있다. 이미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런 위기 속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탄소중립이란 온실가스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상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교육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생태환경교육이 갈수록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학교에서는 환경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한 환경교육이 독립된 교과목으로 되어 있지 않고, 대부분의 학교에 환경 교사가 없다는 점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환경교육은 지극히 단편적이어서 교과과정 속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 초청 특강이나 동영상 시청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해서는 효율적인 생태환경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생태환경교육의 목적은 생태계와 인간사회의 상호작용에 대한 지식과 체험을 토대로 환경문제를 이해하고, 환경에 대한 바람직한 가치관과 태도를 기르는데 있다. 따라서 생태환경교육은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해야 한다. 먼저, 거시적인 생태 환경에 대한 인식 개선은 물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생태환경 감수성을 길러야 한다.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등 당장 눈앞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구가 우리 세대만이 누리고 살 공간이 아님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둘째, 무작정 생산만이 아닌, 리사이클링(Recycling)이나 업사이클링(Upcycling)에 대한 필요성과 방법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생태나 기후환경의 변화가 한 국가나 대륙을 넘어 지구라는 공간, 그리고 현재만이 아닌 미래의 시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게 해야 한다. 셋째, 생태환경교육, 특히 체험중심 생태환경교육의 계획, 실천, 평가의 전 과정에서 학교와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상호보완적인 기능을 해야 한다. 생태환경교육은 대부분의 교과목과는 달리, 학교나 지역사회가 서로 협업할 때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학생들에게 생태 에너지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시켜 그 분야를 발전시킬 인재로 길러야 한다. 탈원전과 화석에너지를 줄이는 방법은 결국 친환경 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이다. 앞으로 이 분야는 엄청난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다. 위기도 극복하고 경제적 부도 누릴 수 있는 블루오션인 것이다. 최근 늦은 감은 있으나 각 시도교육청이 생태환경교육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다가올 기후 위기문제를 교육적인 측면에서 해결하려는 시도여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울산시교육청은 내년에 기후위기대응교육센터를 건립하기로 했고, 광주교육청은 작년에 기후환경협력팀을 신설했다. 또한 전북도교육청도 올해 지역 및 시민사회와 함께 환경생태교육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한다. 유발 하라리는 저서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핵전쟁보다 더 위험한 것이 기후위기라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생태환경교육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서거석 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전 전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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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07 17:05

‘그린리모델링’과 따뜻한 아랫목

김승철 LH 전북본부장 전국의 초가지붕을 걷어내던 새마을운동이 들불처럼 번지던 70년대를 어린 시절 나이테로 새긴 이유에서 인지 해마다 이맘때면 그 시절 겨울이 찾아오곤 한다. 그 때 겨울은 왜 그리도 매서웠는지 바깥세상의 모든 걸 얼려버리곤 했다. 겨우 얻은 더운물 한 바가지로 아침 단장을 마치고 처마 밑 고드름을 깨물며 투명한 계절을 맛보노라면 밤새 빈 몸속으로 겨울이 흘러든다. 방학동안의 일상은 골목길에서 시작되었고 그 곳에서 대부분 마무리 되었다. 넓지 않은 그 길마저 이제는 자동차가 주인 행세를 하고 있지만 예전엔 동네 아이들의 해방구였다. 일상의 즐거움이 커질수록 방학숙제는 밀려만 가고 한꺼번에 써내려간 일기는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았으며 기억 저편 날씨는 아득하기만 했다. 그 시절 여느 집과 다름없이 시종일관 웰빙 식단 시래기국과 된장국은 양식 메마른 계절의 한가운데 있음을 알려주었고 주체할 수 없는 아이들의 성난 기운을 순하게 만들어 주었다. 어느 때인가 문득 계절 중에 새하얀 눈과 방학이 있어 겨울이 좋다라는 말에 어머니께서 없는 사람에게는 겨울보다 가혹한 계절은 없는 거란다 하시던 말씀이 무슨 의미인지 세월가면서 또렷하게 다가왔다. 자취방 연탄불에 삶의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던 도회지 유학생 시절 심심찮게 꺼뜨린 연탄 불씨를 통해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게 겨울일 수 도 있다는 것을 몸으로 알게 되었다. 아버지의 늦은 귀가에 이따금 귀를 세우는 바둑이와 아랫목 밥그룻이 제 몸 식는 줄 모르고 졸고만 있던 고향집은 바람이 익숙하게 문풍지를 넘나들던 웃풍이 있고 아랫목을 두고 장유유서를 배우던 이른바 환경 친화적 주택 이었다. 바람 잘 날 없는 추운 겨우살이도 이제는 옛 추억로 남게 되었다. 정부와 LH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는 노후주택에 대한 성능개량을 위해 그린리모델링 사업을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그린리모델링 사업은 정부의 주거복지정책 전담 수행기관인 LH공사에서 헌집 주오~ 새집 줄게! 라는 사명감으로 노후화 된 공공임대주택에 대해 소형평형을 좀 더 넓은 평형으로 확장하는 세대통합형 리모델링과 기존 집을 더욱 새롭게 만드는 단일세대 리모델링 등 으로서 다자녀가구, 대학생, 주거취약계층 등에 새집 형태로 임대 공급하는 사업이다. 리모델링은 정성과 우수한 기술을 들여 친환경 자재, 보일러 및 LED전등교체, 빌트인 가전 등을 설치함으로써 입주민에게 커다란 만족감을 안겨주고 있다. 국비와 LH공사 비용부담을 통해 사업이 진행되는데 올해는 특히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우리지역 국회의원의 예산확보 노력으로 대상 규모를 크게 확대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린리모델링 사업은 공공임대주택 입주민에게는 따스함과 행복감을 정부와 LH공사에게는 일하는 보람을 안겨주는 사업이다. 앞으로 더 많은 예산 확보를 통해 입주민 모두에게 고루 혜택이 주어지고 누구나 살고 싶은 따뜻한 공공임대주택 만들기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날로 새로움과 따스함이 있는 공공임대주택 입주와 수선 등 에 관한 문의는 가까운 주민센터 또는 LH공사 전북지역본부 마이홈센터 등을 통해 안내 받을 수 있다. /김승철 LH 전북본부장 △김승철 본부장은 LH공사 하남 감일사업단장과 광명시흥본부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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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31 17:07

포트(PORT), 항만국통제와 선박안전

홍성준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선박에서는 왜 왼쪽을 포트(PORT), 오른쪽을 스타보드(STARBOARD)라고 할까? 우리가 선박에서 많이 듣는 용어인 포트는 좌현, 스타보드는 우현을 말하며, 이는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해사(海事)용어이다. 하지만 굳이 좌현과 우현을 레프트와 라이트라고 하지 않고 어렵게 포트와 스타보드라고 부르는 것일까? 그 이유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왼쪽, 오른쪽으로 명칭을 정했을 때 사람의 위치 및 시선에 따라 방향이 바뀌게 되어 위급상황 및 작업 시 혼선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포트와 스타보드의 어원을 알아보면, 현재와는 달리 옛날에는 모두 노를 사용하여 배를 움직였고, 이때 조타용 노(OAR)를 사용하여 배의 방향을 조정하였는데 옛날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른손잡이였기 때문에 조타용 노를 우현에 설치하게 되었으며, 이 조타용 노를 가리키는 의미의 고대 영어 STEOR-BOARD에서 유래되어 현재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포트는 영어의 사전적 의미처럼 항구(港口) 측을 말하며, 조타용 노가 오른쪽에 있어 정박 시 노를 보호하기 위해 항상 좌현 쪽으로 배를 붙여 정박 할 수밖에 없고, 초기에는 하역작업이라는 고대 영어인 LARBOARD라고 불렀으나 우현의 스타보드와 발음이 비슷하여 이후 항구 측을 말하는 포트로 변경되어 정착된 것이다. 비행기와 같이 선박에도 포트에는 홍색등(燈), 스타보드에는 녹색등을 설치하여 야간 항해 시 자신의 진로를 표시하고 다른 선박과의 충돌을 방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포트는 비상시 안전과 관련된 바다 용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포트라는 용어는 우리 가까운 곳에서 또 다른 형태로 안전에 더욱 깊이 관여하고 있다. 바로 항만국통제(Port State Control, 港灣國統制)이다. 항만에는 매년 수많은 선박이 입출항하고 있는데 그 많은 선박을 보면서 한번쯤은 저 배들이 모두 안전한가? 또는 불량선박이 있다면 어떻게 가려내고 조치할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군산지방해양수산청에서는 국제협약에 따라 세계적 수준의 항만국통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군산항에 입항하는 외국적 선박 가운데 고위험 선박을 식별점검하고 그 결과 안전과 환경기준에 미달되는 선박에 대해서는 결함사항 시정을 요구할 수 있으며, 결함이 개선될 때까지 해당 선박의 출항을 금지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청에서는 서해 항만지역에서 선박연료유의 황함유량을 위반한 외국적 선박을 적발하여 우리나라에서 항만국통제가 시행된 이래 최장기간인 190일간 출항을 정지시킨 사례가 있다. 이러한 항만국통제는 승선경력과 자격 및 선박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항만국통제관이 수행하고 있으며, 우리청의 경우 2명의 항만국통제관이 있다. 적은 인원으로 연간 3,500여척의 크고 복잡한 대형선박의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점검하는 일은 어렵고 고된 일이지만, 그들은 항상 해양안전의 마지막 보루라는 책임감으로 안전하고 깨끗한 군산항을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고 있다. 한번쯤은 우리들의 안전을 위해 그들이 그곳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고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홍성준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홍성준 청장은 군산지방해양수산청 운영지원과장, 항만운영과 항만보안팀장, 코로나19긴급대응반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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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24 16:54

삶의 중용

채병숙 우석대학교 약학과 교수 새해를 맞이하여 한 살 늘어난 중년으로 살아감에 있어서 과연 세상을 보다 더 균형 있게 바라보며 행동하려고 노력할 것인가라고 자문해 본다. 새해 신축년에도 여전히 고정관념, 나만의 상식 그리고 사회문화의 편향된 가치관에 갇혀, 세상의 충돌과 대립 속에서 감정의 균형을 잃고, 내 자신을 과소과대 평가하고, 나의 문제를 남 탓으로 돌리며, 갈등과 분열을 가져오는 균형 잃은 목소리만 높이면서 힘들고 파괴적으로 살아갈 것인가? 세상을 균형 있게 바라본다는 것에는 중용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중용이란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아니한, 떳떳하며 변함이 없는 상태나 정도를 말한다. 중용은 끊임없는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자연과 인간의 생명현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연은 음과 양의 균형과 지속적인 변화의 흐름 속에서 중용의 생명력을 지닌다. 소우주인 우리 몸에서도 건강의 항상성은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그리고 영적으로 중용의 균형이 삶에 녹아나야만 가능하다. 중용은 우리의 살아가는 방식에서 균형의 지혜를 말하고 있는데 특히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지나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용에 대하여 공자의 논어에서는 정도가 지나침은 미치지못한 것과 같다고 하였고, 고대 그리스 아폴로 신전 입구에 무엇이나 지나치지 않게라는 경구가 새겨져 있다. 요즘 세상은 물질과 지식, 정보 그리고 가치관 표출 등이 부족하기보다는 넘치기 쉬운 시대이기에 우리사회에서 살아가는데 중용의 가치가 더 절실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중용에서 말하는 중간이 아닌, 지나치지 않는다는 의미에는 삶 속에서 결정하고 판단하는데 혼란이 따른다. 세상의 정한 이치를 실행함에 있어서 중용의 치우치지 않음은 시대, 장소나 상황에 따라서 다르며, 각 개인, 가정, 사회, 그리고 국가적 차원에서 하나로 규정할 수 없다. 그저 종교에서는 의와 참선을 말하고, 사회에서는 도덕과 상식을 내세우며, 국가는 정의와 엄격한 법의 잣대에서 최소한의 기준을 정하여 그 경계 안에 있을 것을 강조하고 있을 뿐, 우리의 삶은 중용을 충족시킬 수 없고 지나침으로 기울어지기 쉽기 때문에 많은 모순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자신과 사회는 중용의 지나치지 않음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함께 바르게 바라볼 수 있도록 끊임없는 성찰이 수반되어야 한다. 생각에 의한 과도한 희노애락은 오장육부를 상하게 하고, 나 자신을 사회 도덕적 기준이나 종교적 신념의 틀에 맞추고자 스스로 지나치게 몰아갈 때 낮은 자존감과 죄의식을 안고 살아갈 수 있음을 중용의 지혜로 바로 보아야 한다. 또한 순수함을 지니고 출발한 사회적 가치관이 중용의 균형을 점점 잃어감으로써 역지사지, 소통과 타협 없이 내로남불로 치우쳐 갈등과 분열로 인한 소모적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약해지고 위험해지며 그 구성원은 점점 병들어 감을 중용은 말하고 있다. 매사에 중용의 삶을 요구하는 것은 불완전한 우리들에게는 참으로 벅찬 일이다. 다만 치우친 삶에 따른 불편함과 고통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지혜를 중용이 제시하고 있음을 안다. 이제 생각하는 것이 원만하여 어떤 일을 들으면 곧 이해가 된다는 이순에 가까이 다가가면서, 삶에서 중용의 지혜를 보다 더 올바로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한 발짝씩 내딛으며 가야겠다. /채병숙 우석대학교 약학과 교수 △채병숙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전문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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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7 16:50

학교 현장에서 꽃 피울 민주시민교육

서거석 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전 전북대 총장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유명 사립학교에 다니던 자녀들을 자퇴시키고 자기 집 차고를 리모델링해서 애드 아스트라(Ad Astra: 별을 향해)라는 학교를 세웠다. 그는 지식과 정보는 인공지능에게 맡길 수 있으나 윤리적 선택, 사회적 가치 판단은 인공지능에게 넘길 수 없으니 민주시민교육이 더 절실하다고 하였다. 그것이 그가 학교를 세운 이유였다. 민주시민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초중고교를 거치면서 민주시민의 자양분을 흡수하고 근육을 길러야한다. 민주시민교육은 착하게 살자와 같은 구호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체험과 실천 속에서 아이들 스스로 민주시민의 힘과 가치를 깨우치고 성장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민주시민교육을 꽃 피우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는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참여일 것이다. 첫째,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을 참여시켜야 한다. 학교운영위원회는 교장,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학생은 빠져 있다. 왜인가? 학생을 교육의 주체로 보지 않고 교육의 대상(피교육생)으로만 보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민주적이다. 비민주적인 구조를 만들어놓고 민주시민교육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학생을 교사, 학부모와 동등한 교육의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학교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학생을 참여시키고 학생이 스스로 그 주체임을 깨닫게 독려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민주시민교육이다. 둘째, 학교가 학생자치의 실질적인 실천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간 학생자치 예산은 체육대회나 축제 등 기존의 학생관련 예산을 중심으로 학교 기본 운영비의 1%를 편성하여 담당 교사의 지도감독하에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학생자치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적정수준의 예산을 배정하고, 독립적인 운용 권한을 주어 학생회 책임하에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수업에서 민주시민교육을 녹여내야 한다. 민주시민의 자질은 질문과 토론, 상대에 대한 존중이다. 질문하는 능력, 사유하는 힘을 기르려면 질문과 토론이 있는 수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교실이 사회와 단절되어서는 안 된다. 교실은 우리 사회의 현안과 소통해야 한다. 사회 현안과 연계해서 그 이슈의 의미와 영향에 대해 학생들 스스로 사유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간혹 학문적, 정치적으로 논쟁이 되는 사안에 대해 교사가 자신의 가치 판단을 학생들에게 주입시킨다는 지적이 일곤 한다. 그러나 교사와 학생의 양식, 판단력, 자정력을 믿는 긍정적 자세가 필요하다. 논쟁적인 사안에 대해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1976년 독일의 이른바 보이텔스바흐 합의(Beutelsbacher Konsens)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사는 자신의 신념을 학생들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 현실정치에서 논쟁적인 내용을 수업에서도 논쟁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이러한 기준은 이미 우리 학교 현장에서도 충실히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치와 연대, 소통과 협력이라는 민주적 풍토 속에서 성장한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민주적으로 생활하며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새롭게 열린 2021학년도는 민주시민교육이 교육현장에서 뿌리내리고 꽃피우는 원년이 되길 기대한다. /서거석 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전 전북대 총장 △서거석 이사장은 현재 군산대 석좌교수로, 노무현정부 혁신지방분권위원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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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0 16:54

‘우보만리(牛步萬里)’의 자세로 한 걸음씩 나아가자

최규명 LX 전북지역본부장 쥐의 해로 시작한 경자년(庚子年)이 저물고 하얀 소의 해 신축년(辛丑年)이 시작됐다. 신축년은 육십간지 중 38번째로 백색에 해당하는 천간(天干)의 신(辛)과 소에 해당하는 지지(地支)인 축(丑)이 만나 하얀 소띠의 해를 의미한다. 하얀 소는 예로부터 신성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 여겨져 2021년도는 상서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해로 일컬어지고 있다. 상서롭다함은 복되고 길한 일이 일어날 조짐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오랜 과거부터 소는 민중의 동반자로 여겨졌다. 중국의 삼국지와 후한서, 동이전을 보면 부여의 관직명으로 소(牛加)가 쓰였으며, 만주에서 한반도에 이르기까지 모두 소를 사육했고, 농사일과 짐 부리는 일 등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으며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있는 신축년을 맞이하여 전라북도는 안정되고 평안해야 멀리까지 이를 수 있다는 의미의 영정치원(寧靜致遠)을 2021년 신축년 사자성어로 선정했다. 제갈공명이 쓴 계자서(誡子書)에 나오는 非澹泊無以明志 非寧靜無以致遠(비담박무이명지 비녕정무이치원)을 인용한 영정치원은 마음이 맑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고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하지 않으면 원대함을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 도민생활의 안정을 꾀하고, 이를 바탕으로 농생명산업과 융복합 미래 신산업을 육성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특히 신속한 방역과 같은 재난의 예방대응과 특화자원을 활용한 뉴딜추진으로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를 활성화함과 동시에, 개발위주 발전의 한계를 인식하고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는 생태전환적 사회로 이동하자는 뜻을 담아 영정치원(寧靜致遠)을 올해의 도정 키워드로 선정했다. 전라북도의 도정운영 방향과도 맞게 이미 LX한국국토정보공사는 재난재해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실제 공간을 디지털로 구현하여 다양한 모델링을 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고 있다. 가상공간에서 화재나 지진 등 재난뿐만 아니라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확산 경로 등을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해 신속하고 효과적인 예방체계 구축을 가능하게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외에도 비대면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디지털 기반 업무방식의 확대를 위해 공사의 주요 업무인 지적측량을 비대면 서비스로 전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힘든 경제사회적 여건이었던 경자년(庚子年)을 심기일전(心機一轉)의 계기로 삼아 새로운 희망을 심어야 한다. 환경 변화 속에서도 묵묵히 정진해 맡은 바 일을 완수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대개 소처럼 일을 잘한다고 칭찬한다. 소의 특성을 높이 평가하는 말은 관용적 표현 외에 사자성어에서도 숱하게 사용된다. 특히 우보만리(牛步萬里)는 우직한 소처럼 천천히 걸어 만리를 간다는 뜻으로, 인내하며 끝까지 나아가면 뜻을 이룬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작년에 이어 새해도 출발부터 모두가 어렵고 힘들다. 그러나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듯 이제 밝게 빛나는 해를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곧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부터 우직하게 차근차근 준비하고,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도민의 역량을 한곳으로 모아야 할 때이다. /최규명 LX 전북지역본부장 △최규명 본부장은 한국국토정보공사 감사실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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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03 17:42

시작과 끝 사이

한병성 전북대 명예교수 연말이다. 한해의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나에게는 세월의 흐름이 급류와 같이 느껴진다. 젊을 때 조용히 흐르던 강물이 오십을 넘으면 성이 잔뜩 난 급류가 되고 육십이 넘으면 강둑 무너져 흐르듯 무서운 속도로 변한다. 나도 나이가 들어서 일까. 어떻든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세상 모든 만사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게 마련인 이 단순한 이치가 새삼 가슴깊이 깨달음으로 다가 온다. 나에게만은 끝없이 영원할 것만 같아 기고만장했던 젊음도 가고, 삶의 끝자락이 잡힐 듯 가까워지고 있다. 그렇다, 인생도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일 년 사계처럼 그 속에 크고 작은 희로애락들로 채워져 왔으니, 요즘은 하는 일 모두가 다 조심스럽고 또 그간에 맺어왔던 이런저런 인연들 모두가 다 귀하게만 느껴진다. 되돌아 생각해 보면 가슴을 흥분케 했거나 아련하게 했던 일들이 참 많았다. 어디 삶만 그려라. 일도 인간관계도 역시 모든 것이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게 마련인 것을. 이 작은 진리마저도 깨닫지 못하고 덤벙댔던 시간들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기에 인간관계 중 가장 위대하여 그래서 항상 생각만 해도 가슴 저 밑바닥까지 아련해 지는 어머니와의 관계도 탄생의 시작과 죽음이라는 끝이 있기에 크게 가슴 아파 하지 않던가. 이 생애/ 잊지 못할 두 번의 울음소리/ 한번은, 내 생명의 시작에 있었고/ 다른 한번은, 당신 생명의 마침에 있었으니, 첫 번째 울음은/ 전 기억할 수 없었지만, 당신이 말해 주어 알았고/ 두 번째 울음은/ 당신께선 알 수 없었겠지만, 제가 말해 드려도 아무 소용없었지요. 라며 중국의 시인 위주앙종은 두 번의 울음과 그 사이라는 모난일(母難日)에서 탄생과 죽음사이의 가슴시린 애절함을 시로 노래하고 있다. 올해는 유난히도 흘려보내기에 참으로 힘든 한 해였다. 코로나로 전 인류가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코로나 블루(blue)라고 코로나로 인한 우울한 사회적 분위기를 대신하는 용어가 만들어졌겠는가. 금년은 바이러스로 특별히 더 힘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살아보니 어디 어느 한해 쉽고 즐거움만으로 가득 찼던 시절이 있었던가. 되돌아보면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니 거의 없었던 것만 같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지금까지 삶을 영위해 왔고, 앞으로도 또 계속해서 이어만 가야 하기에, 눈앞에 마주선 어려움을 강인함으로 맞서지 않으면 안 된다. 당신이 몇 년을 걸려 세운 것이/ 하룻밤 사이에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으켜 세우라. (중략) 당신이 가진 최고의 것을 세상과 나누라/ 언제나 부족해 보일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것을 세상에 주라. 인도 꼴까따 마더하우스(사랑의선교회 본부) 벽에 붙어 있는 시의 한 구절이다. 그렇다 이 시의 언어처럼 무너져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또 일으켜 세우는 강인함으로 지속되어야 한다. 삶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 그것이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다. 그리고 걷는 길 굽이굽이 마다 잊지 말고 가져야 할 모습은 위대하게 생각하고, 당신이 가진 최고의 것을 세상과 나누는 것 그것이어야 한다. 곧 새해가 시작된다. 내년에도 여러 가지 상황들이 크게 좋아질 것만 같지 않아 걱정이 크다. 그래도 어찌 하랴. 여기서 주저 앉아버릴 수는 없지 않는가. 흔들리지 않고 항해하는 배가 어디 있으랴. 희망을 갖고 다시 시작하자. 더 나은 이념과 가치창조를 위한 위대한 발 거름이 멈추어져서는 안 된다. 가자. 다시 일어서자. /한병성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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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2.27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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