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6 19:38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문화마주보기

[문화마주보기] 목소리가 작아도 이길 수 있는데 - 박영주

부끄럽게도 목소리가 크면 이긴다는 말이 우리 사회에 만연된 지 이미 오래이다. 매년 국회에서 행해지는 국정감사, 올해도 예외 없이 삿대질에 언성이 높아지는 장면들이 되풀이 되었다. 촛불시위에 유모차를 끌고 나왔다는 어느 아기엄마에게 고함을 치는 의원도 보이고, 사진 찍지 말라고 두 눈을 부릅뜬 어느 장관의 흥분되고 상기된 모습도 보았다. 마치 누가 먼저 큰 소리로 "기선"을 제압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라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국정감사에서 이른 바 열심히(?) 하는 모습을 자신의 지역구 국민들에게 보이는 방법은 많을 터인데 매년 연출되는 언어적 폭력과 고함은 토론에 관한 한 우리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국민을(?) 대표하는 일을 너무 열심히 하는 과정에서 피치 못해 생길 수 있는 장면이려니 하며 십분 너그러운 마음을 발휘해 볼 수도 있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치졸하고 비겁하기 짝이 없는 방법이다. 큰 소리로, 옳고 그름을 떠나 무조건 이긴다는 면에서 보면 좋을 것 같지만, 실상은 예의 없고 무식하기 그지없음이지 결코 "장땡"이 아니다. 일그러진 표정을 들이대며 갑작스럽게, 느닷없이 내지르는 큰소리는 인간의 심리 저변에 공포감, 무서움을 조성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어릴 적 부모님이 싸우면서 서로에게 내지르던 큰소리, 고함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것 역시 당시 어린 마음에 공포감이 생생하게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상대를 제압함은 물론 상대의 의견이 어떠한지 전혀 듣지 않고 무시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들어 있는 큰 소리는 상대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심어주기 때문에 폭력이나 진배없다. 흥분을 잘하기로 유명한 프랑스인들, 그들의 토론문화를 접해 본 경험에 의하면 두 명의 토론자는 누가 봐도 싸우기 일보 직전인 듯 거의 동시에 자신의 의견을 속사포로 쏟아낸다. 프랑스 사회에서도 설마 목소리가 크면 이기나 싶은 생각이 들었을 때 알게 된 사실은 그런 방식의 토론을 하면서도 상대의 말을 열심히 듣는 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반대든 찬성이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것인가. 요지는 공감과 경청의 방법,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자세, 신뢰의 차이가 아닐까. 목소리가 크다고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의 의견이 상대의 생각보다 옳다고, 더 나은 생각이라고 주장하려면 목소리만 키우지 말고 자신의 의견을 신뢰할 수 있는 적절하고 합당한 방법으로 전달해야 할 것이다. 합리와 이성보다는 힘을 앞세워 내 몫을 찾으려는 사회 분위기는 이제 그만 거두어야 할 것이다. 그럴 능력이 없으면 차라리 침묵하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침묵하는 동안 현명하게 경청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박영주(우석대 심리학 교수)

  • 오피니언
  • 기타
  • 2008.11.11 23:02

[문화마주보기] 스토리를 쌓아서 히스토리 만들자 - 정성환

▲ 儉而不陋, 華而不侈(검이불루, 화이불치)'천년'이라는 말이 우리지역만큼 흔히 쓰이는 지역도 많지 않을 것이다. 모임의 이름에도 흔히 쓰일 정도로 많이 쓰인다. 그런데 그 천년이라는 실체가 가시적으로 남아 있는 것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 천년은 개념상으로 역사 속에 그리고 문화 속에 고고하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래 그렇게 오랜 전통과 역사가 살아 숨쉬는 지역에 산다는 것은 매우 고마운 일이기는 한데, 그런데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를 생각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타인의 시각으로 우리의 것을 평가한 말 '검이불루, 화이불치 -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그런 의미에서 곰곰이 새겨 볼만한 것이다. 천여 년 전 요새로 치자면 지식인이자 역사학자였던 김부식이 삼국사기에 백제 문화의 컨셉트를 표현한 말이다. 그냥 천년의 역사가 어떻고 전통이 어떻고 하는 말보다 너무나 정확하게 우리문화의 정체성을 표현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그러면 그 다음은 또 무엇이 어떻게 되어야 할까.▲ 네오 재패니스크(Neo-Japanesque) - 품질'에서 '품격'으로우리의 천년, 즉 문화를 일본인들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마 어떻게든 활용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역시 일본사람들은 영악하다. 자포니즘(Japonism)'으로 불리던 일본풍(風)은 프랑스영국을 중심으로 30여 년간 이어지면서 인상파 등 유럽의 미술계작가들에 큰 영향을 미치며 유럽을 움직였듯이, 문화적 매력으로 21세기 경쟁력의 우위에 서겠다는 일본 정부의 거대한 야심이 담긴 신일본양식'- 네오 재패니스크(Neo-Ja panesque), 혹은 재패니스크 모던(Japanesque modern)을 2005년 7월 발표했다. 주식회사 일본'을 이끄는 경제산업성이 작전본부이다.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신일본양식(新日本樣式)의 확립에 대하여'라는 보고서는 "부가가치의 평가 기준이 '가격에서 질(質)로의 시대'를 거쳐 '질에서 품위(品位)로의 시대'로 이행했다. (중략) 경제는 물론, 일본의 문화감성마음 등 일본 고유의 자산을 토대로 종합적인 일본의 우수함, 즉 일본 브랜드의 가치를 향상시켜 세계에 발신하는 일이 긴요해졌다."며 품위품격'이라는 문화적 패러다임을 주창한 점으로 글로벌 경제전쟁의 핵심 경쟁력이 '품격(품위)'으로 바뀌었다고 선언하고 제품의 격(格)으로 경쟁하자는 새로운 산업 전략을 제시했다. 일본 경제가 가격품질 경쟁을 지나 문화적 가치 경쟁의 단계로 진입했음을 알린 시발점이었다.일본 기업의 전통적인 특기는 고품질 전략이 중국한국 등에 대해 품질과 기능의 우위만으로는 차별화하기가 곤란해졌고 일본 경제로서는 중국한국이 따라오지 못할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源泉)이 필요해졌으며 그것이 바로 품격이다. 품격이란 기존 경제학의 영역에선 존재하지 않던 개념으로 문화의 영역으로만 여겨지던 품격의 패러다임을 산업 현장으로 끌어오자고 경제산업성이 화두를 던진 것으로 일본은 '21세기판(版) 자포니즘'의 영광을 꿈꾸고 있다.(-중앙일보 참조)- "혹시 양이 넘치면 이 부분을 삭제해 주세요."▲ 우리의 스토리를 만들자.우리의 천년은 어떠한 가치로 되살려야 할까. 검이불루, 화이불치는 어떠한 가치로 되살려야 할까. 그것이 비록 모방이라 하더라도 방도는 찾아야 할 때일 것 같다. 너무 오랜 동안 흔들어 깨우지 않았던 것들을. 그의 한 대안으로 나는 점잖은 천년보다는 살아있는 발랄한 문회로, 디자인으로 재해석되고 활용되어야 함과 어떤 형식으로든 가시화되고 선언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라는 것이 영화 서편제의 대사에서와 마찬가지로 꼭 밥이 나오고 술이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기는 하지만 문화는 밥이 되고 술이 될 수도 있고 재미있고 변화무쌍함을 그리고 그것은 스토리라는 것을 알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우리시대에 재해석된, 많은 스토리가 덧대어져서 새로운 히스토리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천년의 비상은 가능해지지 않을까./정성환(전북대 교수)

  • 오피니언
  • 기타
  • 2008.11.04 23:02

[문화마주보기] '전주스러움'에 대해 - 정명희

전주에 내려온지 꼭 1년이 되었다. 출퇴근길에 천변의 갈대를 보면서 벌써 1년이 흘렀구나 하는 생각들을 해본다. 전주의 첫 인상은 전주천변의 갈대였다. 청계천의 인공스러움과 달리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밭은 나에게 전주를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인 이미지가 되어 버렸다. 상암동 하늘공원의 갈대밭을 보면서 "전주 같아" 했더니 친구가 "너 벌써 전주애가 다 된거 같다?" 하면서 놀래댔었다. 같이 웃었지만 나름 전주에 내려와 있으면서도 서울스러움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어서인지 가끔씩 만나는 친구에게 물어본다 "나 이제 전주사람 다 된거 같지..?" "그래 너 좀 전주스러워졌어" 전주스럽다... 전주스러움은 뭘까?4-5천원에 한상 가득히 나오는 한정식집의 밥상, 비빔밥으로 유명하다지만 정작 비빕밥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대신 콩나물국밥을 무지하게 좋아하는 사람들, 바쁘면 반찬그릇을 던지듯 내려놔도 특별한 불쾌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식당 서비스, 공식적인 자리에 빨간색 원피스는 부담스러워 하는 전주의 색감, 감정표현이 무덤덤하고 불만을 정확하게 전달하는데 많이 서툰 사람들..전주스럽다는 어감에는 좋은 의미도 많이 들어있지만, 사실 낮은 수준의 서비스를 접하거나 세련되지 못한 것을 접할 때면 가끔씩 전주스럽다는 말로 스스로 위로하곤 했었다.뜻하지 않은 자리에서 서울의 한 교수님이 나에게 물어보셨다. "전주스러움이라면 어떤게 있을까요?" 지역 이미지에 관심이 많으셨던 그 교수님은 1년이 채 안 된 서울토박이가 느끼는 전주스러움이 꽤 궁금하셨던 것 같다. 나에게 전주스러움에 대해 이야기를 해달라 하신다. 참 어려운 질문이네.. 곰곰생각해보니 잘 모르겠다. "전통"의 이미지가 강하다고만 알고 있었던 전주는 내려와 보니 사실 전통문화가 많이 남아있기는 하다. 군데군데 남아있는 한문 간판이 그렇고, 무엇보다 한옥마을 구석구석의 한옥들과 문화공간들이 그렇다. 단지 좀 아쉬움이라면 상품화에 아직은 서툰 전통문화라고 할까.. 아무튼 그 교수님의 질문은 정말 전주스러움이란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과 과제를 남겨주었다. 내가 느끼는 전주스러움은 맞는 것일까 하는 생각부터 그 전주스럽다는 걸 잘 포장하면 최고의 지역 이미지 마케팅을 할 수 있겠다는 야심찬 생각까지.."~스럽다"는 명사의 뒤에 붙어서 그러한 성질이 있음을 더하고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이다. 전주..스럽다는 것이 어법상 틀릴 수는 있겠지만 사람들은 각자 느끼고 있는 전주의 이미지가 더 정확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전주스러움이 어떤 표현보다 가장 전주를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오늘도 전주천변을 열심히 걷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문득 궁금해진다."전주스러움은 어떤 것일까?"/정명희(전북발전硏 연구원)

  • 오피니언
  • 기타
  • 2008.10.28 23:02

[문화마주보기] 10월이 저물기 전에 전시회 가자 - 이원복

주위 풍경이 하루가 다르게 바뀐다. 감나무는 해거리를 한 탓에 올해는 가지가 찢어들 듯 많은 결실을 뽐낸다. 바람 불자 단풍 든 것과 아직 녹색을 유지한 잎들이 함께 우수수 떨어지는 장면을 접하니 만감이 교차된다. 열심히 최선을 다한 이들에게 준 훈장勳章처럼 감을 매달고 축 처진 가지를 보면 노인이 여러 명 아이를 업은 양 안쓰럽기도 하다. 해서 바람은 우선 나무 짐을 덜어주려 잎을 지움인가.'문화의 달' 10월은 각종 전시와 학술대회 문화행사로 전국이 들썩인다. 유사한 행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니 선택의 어려움이 있다. 우리 지역에선 5년 여 걸려 차근히 준비한 거석문화 전문 고창고인돌박물관이 지난 9월 25일 드디어 문을 연 쾌거快擧가 있었다. 문제는 앞으로 지속적인 운영을 위한 인력 증원이다. 이를 '훌륭한 시설의 병원에 유능한 의사'에 비유해 연구직硏究職 중요성을 거듭 힘주어 강조한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지건길 박사의 건배사는 정말 가슴 깊이 새겨 귀담아야 할 충언이 아닐 수 없다.새 정부 들어서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전국 12개 국립박물관이 연말까지 관람료를 무료로 해오고 있다. 더불어 지난해부터 시작한 지역박물관 특화사업의 일환으로 우리 박물관은 수개월에 걸쳐 지난 봄 1층 고대문화실을 새롭게 바꿨다. 이어 지금 문 닫고 개편에 들어간 2층 미술실도 연말이면 새롭게 탈바꿈 할 것이다.국립전주박물관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조명하고자 1999년 고창을 시작으로 도내 14처 군과 시를 대상으로 기획한 특별전이 어느새 중반을 넘겼다. 올해는 그 여덟 번째로 '전북의 역사문물전 Ⅷ 김제金堤'(10.21~11.30)이 열리고 있다. 금만평야의 풍요를 바탕으로 화사하게 전개된 지난날 김제 모습을 '김제의 여명黎明과 발전', '풍요豊饒의 땅 벽골제', '묵향墨香이 깃들고' 등 역사에 펼친 이 지역 문화의 본질과 독자성獨自性과 특징을 일곱 주제로 구성해 조명한다.1938년 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1906~1962)이 서울 성북동에 국내 최초의 사립박물관인 '우리 민족 문화유산의 보고寶庫'로 지칭되는 간송미술관澗松美術館을 건립했다. 이곳에서 1971년 가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매년 봄, 가을 두 차례 2주씩 특별전을 열어 비장의 문화재를 공개하니 이번이 75회이다. '보화각건립 70주년기념 서화대전'(10.12~10.26)으로 신윤복의 〈미인도美人圖〉를 비롯해 조선시대 서화 명품 108점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 전시를 놓치면 후회와 아쉬움이 클 것이다.가을은 한 해를 평생에 견줄 때 바야흐로 노년기 시점, 하루로는 저물 무렵 황혼이다. "단풍 든 잎이 봄꽃보다 곱다"는 문구가 떠오른다. 젊음의 생기만이 아닌 잘 숙성된 젓갈과 김치 그리고 술맛의 진가를 생각하게 한다. 순간에 열과 성을 다해 열심히 살았건 그렇지 않건 우리 모두가 피할 수 없는 시간에 이른 것이다. 이젠 조금은 숨을 돌리고 지난 시간들을 볼 때이기도 하다.무엇 때문에 그리 바쁜지를 되묻게 된다. 최근 삶의 질과 더불어 크게 화두가 된 '느리게 살기'의 첫 번째가 서두르지 않는 것이라 했던가. 시월이 저물 무렵, 우리 마음을 따듯하게 할 좋은 전시를 찾아 미술美術의 숲을 거님은 또 한 장의 아름다운 풍경화가 아닐까./이원복(국립전주박물관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8.10.21 23:02

[문화마주보기] 메워지지 않는 인간의 욕심 - 박영주

요즘 세상에 부자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재물이 많아 살림이 "넉넉한" 사람을 부자라고 하는데, 매달 정해진 날에 꼬박꼬박 월급이라는 재물을 받는 나는 부자일까? 살고 있는 집값이 9억과는 거리가 먼지라 일단 이 기준 상으로 볼 때 나는 부자가 아니다. 재물이 얼마만큼 이면 부자일까? 문제는 넉넉함의 기준이라는 것이 지극히 주관적인지라 물질적으로 어느 정도 지녀야 부자라고 할 수 있을지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성싶다. 연일 금융시장의 문제, 환율 폭등, 세계 경제시장의 붕괴니 악화니 하는 소식들로 시끄럽다. 거기다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소식까지 가세하면서 어느 장관님의 고소득자의 가슴에 대못 질 하면 되겠느냐는 말씀은 새삼 부자의 기준이 어디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노블레스 오블리즈 (Noblesse oblige) : 지위가 높으면 덕도 높아야 한다." 는 프랑스 속담이 겹쳐진다. 불어의 "obliger"라는 동사가 지니고 있는 의미에는 의무감, 책임감 등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어느 사회든 고소득자, 이른바 부자에게 그들의 부와 권력과 명성에 대하여 의무, 책임의식을 갖고 사회정의 실천에 앞장서라고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다. 스스로 판단하고 알아서 해야 할 일이다. 미국의 부시정권이 가장 힘쓴 정책 중에 하나도 세금 경감이었다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상속세 폐지에 대한 논란은 눈여겨 볼만 하다. 상속세 폐지를 반대 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바로 세계적인 부호로 알려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 워렌 버핏, 조지 소로스, 등이다. 이들은 미국에서도 가장 큰 굴지의 부자들로 구성된 "책임 있는 부자"라는 모임을 만들어 미국의 주요 언론들에 상속세 폐지 법안을 취소하라는 광고를 낸 것이다. 워렌 버핏은 "상속세가 없다면, 사람들이 재능이 아닌 유산에 의지해 국가의 부를 좌우할 능력을 얻게 된다." 라고 주장하며 상속세 폐지를 반대하였다는 것이다. 단순히 문화차이, 사람차이, 아니면 멘탈리티의 차이라고 치부하자니 많이 열등해 진다. 서민층이든 고소득층이든 사람의 가슴에 대못을 박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이 뒤따를 것이다. 그러나 신체적인 고통의 지수는 같을지 몰라도 지각된 고통의 차이는 매우 클 것이다. 그래서 잠시 유치한 생각을 해 본다. 고소득층의 가슴에 박힌 대못은 큰 걱정 없이 뺄 수 있는 여건이라도 있지만 서민은 그렇지 못하여 대못으로 인한 2차, 3차 감염까지 발생할 위험을 안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바다는 메울 수 있어도 인간의 욕심은 메울 수 없다는 말이 있는데 부자가 되기에는, 말 그대로 책임 있는 부자가 되기에는 여전히 허기진 자들의 욕심은 정말 채워질 수 없을까. 마음이 가난해야 복이 있다고, 그러면 천국이 저희 것이라고 하는데, 이미 박혀버린 대못은 말할 것도 없고 앞으로 얼마나 박힐지 모를 대못을 뺄 여력이 부족한 서민들의 일상은 천국 갈 날을 믿고 현실을 감내하기엔 시시때때로 먹먹할 때가 더 많은 것 같다./박영주(우석대 심리학 교수)

  • 오피니언
  • 기타
  • 2008.10.14 23:02

[문화마주보기] BUY JEONBUK과 BY JEONBUK. - 정성환

▲ 사랑은 아무나 하나? 눈이라도 마주쳐야지.거의 모든 상품들의 품질은 동일해졌다. 생산기술력이 기업의 큰 경쟁력이었던 시대는 이제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래서 요즘 브랜드, 디자인이 부쩍 강조되며 관심과 투자는 기업은 물론 국가, 지역을 막론하고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이 제품개발을 할 때 소비자의 욕구(need)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들은 달라졌다. 필요도 욕구도 아닌 요구(want)를 파악해야만 한다. 더구나 유통구조의 변화로 지역의 작은 기업도 판매현장에서는 엄청난 광고, 판촉비용을 사용하는 대기업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는 처절한 상황이다.이쯤 되면 떠오르는 노래가사가 있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눈이라도 마주쳐야지.' 그래 Buy Jeonbuk, 전북의 상품을 사랑하려고 해도 눈이라도 마주치는 상품, 디자인, 브랜드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외할머니 떡도 커야 사먹는다'우리 속담에 외할머니 떠도 커야 사먹는다는 말이 있다. 아마 물건을 고르고 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 물건 살 때 외할머니도 안 봐주는데 어줍지 않게 애향심 같은데 의존했다가는 낭패 보는 것은 뻔한 일이다. 사랑받는 전북의 상품이 되기 위해서 눈이라도 마주치는 상품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소비자의 진정한 요구가 무엇인지를 찾아낼 수 있을까. 우리 지역의 중소기업들의 노력만으로 해결이 가능할까. 이러한 고민의 해결방법으로 많은 정책적 지원이 있어왔고 또 현재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며 또한 지원책이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적은 예산의 브랜드, 디자인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 도리어 자생력과 경쟁력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게끔 하는 역기능을 하지는 않을까, 적은 예산만큼 결과 또한 저급한 결과를 가져오고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결과만 양산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할 때이다.▲ Good design is good business.각각의 기업에 대한 디자인 지원으로 BUY JEONBUK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BY JEONBUK을 더 고민할 때이다. BY JEONBUK이란 우리의 무엇이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여 우리의 것을 사랑하게 할 수 있을까, 우리의 정서로만이 해결 가능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우리만이 가능한 가치를 만드는 것이며 이것이 당면한 문제이자 고민해야 할 때이다. 소비자들에게 BY JEONBUK이 사랑받지 못하는데 그들이 BUY JEONBUK을 할 이유가 있겠는가. 지금은 마치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서 '다이나믹 코리아'로 국가 브랜드를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 있었듯이 그리고 그 표상으로서 디자인이 중요한 기능을 했듯이 우리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이다.마침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우리의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이 곧 발표될 예정이다. 부디 'Good design is good business.' 좋은 디자인으로 좋은 비즈니스라는 말과 같이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이 우리의 기대에 부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정성환(전북대 교수)

  • 오피니언
  • 기타
  • 2008.10.07 23:02

[문화마주보기] 역사문화자원 도심재생에 활용하자 - 정명희

지난 26~27일 문화재청은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와 공동으로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도시재생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최근 화두로 대두된 역사문화자원의 창조적 활용기법과 발전방향을 모색하면서, 문화재 보존과 활용의 합리적 조화방안을 위한 정책적 제언들이 제시되었다. 특히, 도시를 노동과 소비의 장소에서 개성미 넘치고 문화의 향기가 넘치는 자아실현의 공간으로 개발을 시도한 선진사례들을 통해 우리의 도시들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자리였다. 전국적으로 도시화율이 90%를 뛰어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도시의 기능과 경관을 우리 삶에서 보다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게 한 자리였다고 생각된다. 활기찬 환경과 건강한 경제만큼 역사문화자원이 이러한 도시의 장소성 형성에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이보다 하루 앞선 25일 전주 전통문화센터 한벽극장에서는 『전라감영 복원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다양한 관점에서 전라감영복원의 의미에 대한 의견들이 제시되었고, 전라감영 복원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개발방향도 제시되었다. 전라감영을 역사문화자원의 복원 차원에서 보아야 할 것이냐, 구도심 활성화라는 현실적인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에 관한 의견 차이는 있었지만 무엇을 위한 복원이어야 하느냐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였다.역사문화유산을 너무 소극적으로 다루어 왔다는 반성과 함께 역사문화 정체성 확보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새정부가 역사?문화자원의 활용가치 제고를 문화정책의 큰 방향으로 표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많은 도시들은 역사문화자원의 활용을 통해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으며, 또한 역사문화자원을 도시재생의 중요한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역사문화자원의 복원과 활용에 대한 선진사례 연구와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문화자원의 활용이 외부인 유입을 통한 소비촉진과 경제성 창출을 위한 목적만으로 활용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역사문화자원의 활용이 지나치게 과거지향적으로 흐르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보호 또는 보존과 활용이 도시재생에 있어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도시민 생활 속의 역사문화자원으로 거듭나야 한다. 문화유산을 도시재생에 있어서 강력한 잠재력을 가진 대상으로 이해함으로써 도시계획과 역사문화자원의 보존계획을 통합하고 조화시켜야 한다.오늘도 날개잘린 풍남문과 활기 잃은 주변 상가들을 보면서 이 둘을 모두 살릴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욕심을 부려본다/정명희(전북발전硏 연구원)

  • 오피니언
  • 기타
  • 2008.09.30 23:02

[문화마주보기] 빠롤레, 빠롤레, 아 ~ 달콤한 속삭임! - 박영주

"그대는 바이올린을 노래하게 만드는 바람과 같고, 장미의 향기를 멀리로 실어 나르지," 달리다(Dalida)와 알랭 드롱(Alain Delon)이 불렀던 "빠롤레 빠롤레(Parole, Parole)"라는 노래의 한 부분이다. '달콤한 속삭임!' 제목이 참 멋스럽다. 선율만을 감상하고 있자면 알랭 드롱의 목소리는 참으로 감미로워 달콤한 속삭임처럼 들린다. 그런데 가사를 음미해 보면 말(Parole)이라는 것이 참기 어려울 만큼 가볍고, 쉽고, 약하여 공허하기가 그지없다. 그래서일까 달리다(Dalida)는 끊임없이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는 남자를 향해 "빠롤레, 빠롤레",말, 그저 말일뿐 이제는 끝나버린 사랑과 그동안의 숱한 빈말, 거짓말에 대해 탄식하며 오직 말뿐인 사랑 고백을 거절한다. 요즘 여기저기에서 변화를 부르짖으며 어려워진 경제를 살린다, 다 같이 잘살아보자며 듣기 좋은 말들이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그 많은 말들이 말이 아니라 단지 소리의 난무를 추면서 난장판을 벌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선거 때마다 자신의 지역구나 또는 전국의 국민(서민?)을 찾아다니며 친근한 척 손을 잡아끌어 악수를 해대고, 한 표를 달라며 '주민 여러분, 국민 여러분 사랑 합니다, 머슴처럼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섬기겠습니다, 747 공약을 꼭 이루겠습니다, 조세제도를 개편하여 서민의 세금 부담을 줄이겠습니다, 주가지수는 임기 내 5000을 돌파할 것입니다' 라고 한다. 참으로 감미로워 듣기만 해도 배가 부르고 서민들은 머지않아 자신과 자신의 집도 상위 20% 계층에 속하게 될 것 같은 꿈에 부푼다. 어리석은 백성이라 했던가. 말이 말다우려면, 듣는 자에게 진실 되게 받아들여지려면 말이 지니고 있는 의미가 그에 따른 행동의 결과로 드러나야 할 것이다. 747은 온데간데없고, 세금 덜 내게 해준다는 정책은 강남사람들과는 달리 서민들에게는 체감하기엔 거리가 멀고, 상호적이라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소통은 아무리 속삭이는 소리가 감미롭더라도 그 말은 너무 가벼워 바람에 흩어져 버리거나 소음이 되어 아, 또 시끄럽게 말만 하는구나, 정말 믿어도 되는 것인가 하며 의심만 더 커지지 않겠는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10년을 찾으려니 마음도 바쁘고 그러자니 말실수에 그에 따른 엇박자의 결과도 나올 수 있는데 성급하게 말의 의미가 지켜지지 않는다고 벌써(?)부터 성화를 부리냐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흔히 하는 말로 첫 단추가 잘 끼워져야 한다고들 하지 않던가. 그러니 성화라고, 급하다고 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믿고 기다려 달라고 하려면 타당한 설명이 있는 대책을 제시하면서 믿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 무조건 참고 기다려 보라고 하기엔 서민의 일상은 시시때때로 너무 버겁다. 국민은 오직 4년, 5년에 딱 한번만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 서민이고 나머지 시간동안에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마음대로 휘둘러도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말고 내뱉는 말에 믿음이 배어나도록 말의 진솔함을 보여주기 바란다. /박영주(우석대 심리학과 교수)

  • 오피니언
  • 기타
  • 2008.09.16 23:02

[문화마주보기] 디자인은 상상력+창의력 -정성환

디자인 - 물론 누구나 할 수도 있다.아인슈타인은 '상상력은 지식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창의력이란 훈련된 상상력은 이다.'라고 창의력이 정의되기도 한다. 어찌되었든 상상력, 창의력은 지식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은 꼭이 디자인이 아니어도 모든 분야에서 당연시 되고 있다.상상력, 창의력, 디자인 - 이렇게 생각하는 것, 이렇게 시작하는 것.매일 쓰는 비누가 매번 물에 퉁퉁 불어 있어 불쾌했다. 참으면 상상력도 창의력도 필요 없다. 자전거 보관대에 놓아두었던 자전거 바퀴의 바람이 빠져 낑낑대고 바람 넣으러 가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역시 상상력도 창의력도 필요 없다. 그렇지만 파인애플 통조림 모양으로 생겨 걸어 놓을 수 있도록 비누를 만들면 어떨까, 자전거 보관대 끝에 공기펌프를 달아 놓으면 어떨까 라고 생각해보았다면 그것이 곧 상상력이고 창의력이다.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에 대한 해결방법을 찾는 것- 그것이 디자인이다. 누구나 상상을 시작하는 순간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디자인 - 그렇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대부분의 디자인은 처음 제안된 것과 최종 결정된 것이 전혀 달라진 경우가 많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계원이 고치고 계장, 과장, 부장, 그래서 사장까지 고치고 나면 결국 원래의 디자인은 괴물이 되기 마련이다. 애초에 디자이너의 의견 따위는 별로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경험과 몇몇 디자인을 예를 시작으로 경쟁적으로 평가를 시작, 결정과정에 참여한 모든 이의 의견을 종합하면 도무지 아무런 대책이 없는 난감한 경험을 디자이너라면 대부분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종종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왜 다들 그렇게 디자인에 대해서만은 자신이 넘치는지 자신의 의견을 꼭 반영하려 하는지.더 큰 문제는 여론조사로 디자인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것도 각각의 디자인에 딱지를 붙이는 -방송에서 하는 것과 같은 원시작인 조사방법으로- 디자인 목표, 의도, 예측되는 결과에 대한 전략적 이해가 전무한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그래서 좋은 디자인이 결정될 수는 정말 없지 않은가.기적을 이루는 디자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디자인의 성공 사례 중 극단적인 사례로 일본의 한 유제품회사는 브랜드와 포장디자인을 교체하여 매출이 180배가 증가하였다고 한다. 멕시코에서도 시장점유율 1위의 맥주회사의 매출이 1.8배가 증가했다는 사례도 있다. 두 사례 모두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디자인이 기업에 기여하는 바는 크다고 할 수 있다.이러한 일이 가능했던 것은 이해와 신뢰가 있어서 이지 않았을까. 디자인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며 디자인은 디자이너들의 정말 치열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통해 만들어지며 결과가 예측 가능하다라는 믿음을 가져줄 때 기적을 만드는 디자인은 가능하지 않을까.본디 디자이너들이란 잘 쉬지 않고 잘 자지도 않으면서 고민을 하는 족속들이다. 내 주위에 많은 디자이너들은 백발에 머리가 절반쯤은 빠진 이들이 많다. 나 또한 아주 젊어서부터 백발이었다. 이것만으로도 디자이너들이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보다는 좀 더 전문가일 수도 있다고 믿어만 준다면 디자인이 지금보다는 훨씬 신날 것 같다./정성환(전북대 교수)

  • 오피니언
  • 기타
  • 2008.09.09 23:02

[문화마주보기] 내기 하실래요?

내가 생각하기에 너무 당연하거나 분명한 일에 대해 상대방과 의견이 대립될 때 나는 곧잘 이렇게 말하곤 한다. 내가 옳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의사표현인 셈이다. 대개는 커피내기 또는 식사내기를 하지만 이런 나의 성향을 도박성이라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누군가 물어온다. 내기를 좋아하시는 거보니 도박게임도 좋아하시겠는데요? 나는 도박성향이 강한 것일까?BC3000년~BC2000년경 이집트와 인도에도 정형화된 내기가 있었으며, 성서에도 제비뽑기를 하였다는 기록이 있는 걸 보면 도박의 역사는 꽤 긴 것 같다. 유흥과 모임이 유난히 많았던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1926년 대중적인 도박장이 합법화된 이후, 고용창출을 포함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이유로 많은 국가가 전략적으로 사행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마카오는 명실상부한 "동양의 라스베이거스"를 만들기 위해 대규모의 카지노 호텔을 조성하고 있고, 싱가포르 역시 센토사 인근에 대규모 카지노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강원도가 폐광으로 인해 위축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카지노를 택했으며, 중독과 부정?부패 등 각종 사회적 비용과 지역경제활성화라는 양 측면을 경험하고 있다.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한국성인 중 20%가 도박을 즐기고 이 중 20%가 중독성향을 보인다고 한다. 이 결과가 맞다면 전체성인의 4%는 도박중독인 셈이다. 사감위는 2000년 6조원대에 머무르던 국내 사행산업규모가 2007년에는 15조원에 육박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0.67%에 이른다고 발표하였다. 사행산업은 경마, 경륜, 경정, 복권, 카지노 등을 포함한다. 온라인 도박 사이트나 음지화 된 도박시장까지를 포함하면 실제 도박시장의 규모는 이를 훌쩍 뛰어 넘을 것이다. 급기야 정부는 9월에 강력한 사행산업 규제안을 마련하고 사행산업의 규모를 제한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규제안은 국내 사행산업에 매출총량제를 도입하고 그 규모를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200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0.67% 수준인 사행산업 시장규모를 2011년 0.58%로 줄이고 2011년 이후에는 시장 성장률을 GDP 성장률에 연동시킨다는 것이다.지역발전의 성장동력을 관광산업의 육성과 관광객 유입을 통해 달성하려는 지자체가 많아질수록 사행산업의 도입에 대한 찬반의 논란은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사행산업의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행산업의 총량규제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에게 "노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추석이 다가온다. 추석에는 대보름 놀이, 강강수월래 등을 하고 논다고 배웠지만 실제로는 먹는 것과 고스톱이 전부인 사람들에게 어떤 놀이 방법을 알려주어야 할까?/정명희(전북발전硏 연구원)

  • 오피니언
  • 기타
  • 2008.09.02 23:02

[문화마주보기] 9월을 맞으며 - 이원복

금년은 온고을도 꽤나 무더웠다. 수은주는 매년 기록을 갱신하니 지구의 온난화溫暖化를 절감하게 된다. 장마철을 보내고 나서 국지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으며 내년부터는 장마예보도 사라진다고 한다. 지구의 노쇠인지 생태계 파계가 초래한 이상현상인지? 세찬 풀벌레 울음소리와 더불어 염장군炎將軍의 기세는 처서處暑를 넘기자 한풀 꺾였다. 이 시기에 떨어지는 감은 지상에서나마 노랗게 바뀐다. 8,9월 뙤약볕 속에 결실은 성숙으로 달린다. 생활여건과 의학의 발달로 인류의 수명은 매년 늘어난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에서 빗겨갈 유기체는 없다. 젊음의 아름다움은 이를 보낸 뒤 깨닫게 된다. 같이 있을 때는 고마움을 모르고 잃었을 때, 떠났을 때 비로소 그 가치를 깨닫게 됨은 사람이나 나이나 마찬가지이다.올 여름 열기는 베이징 올림픽과 함께 더했다. 역사를 살필 때 우리 강토는 외침 등 열강의 각축장角逐場으로 시련이 적지 않았다. 이번 세계 7위의 등수는 넓진 않으나 짧지 않은 역사를 지닌 결코 만만하지 않은 나라란 생각과 더불어 민족에 대한 자존自尊과 긍지矜持를 더하게 된다. 기특하고 대견한 민족임을 재삼 확인하게 된다. 이젠 잔치는 끝났으나 오늘을 새로운 시작의 날로 삼아야 한다. 내일은 오늘에 의해 결정되기에 이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누군가가 '어제는 역사history, 내일은 신비mystery, 오늘은 선물present'이라 했는데 가슴에 와 닿는다. 결실의 9월은 인간의 삶에선 노년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가을에 뿌리는 씨들이 있듯이, 후반생後半生 새로운 삶을 꾀하는 이들에겐 노년은 아니다.얼마 전 서울 지하철 내에서의 일이다. 그날 회의가 오후 2시여서 지하철은 붐비지 않았고 빈 좌석도 있었다. 건너편에 한 돌 반쯤 보이는 아이가 엄마와 이모 사이에서 부산한 태도로 신을 벗지 않겠노라 실랑이를 버리는 것이 아닌가. 이를 바라보다 아이와 시선이 만나게 되자 다소 무게 실은 낮은 목소리나 미소를 머금은 편한 표정을 지으며 '이리 와!' 하니 칭얼대던 녀석이 별로 낯을 가리지 않는 듯 다소 뒤뚱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악수를 청하니 그대로 따른다. 나이 든 이를 알아봄인가.곧 되돌아가 엄마 품에 안기면서 먼저 내게 손을 뻗으며 '하부지!' 하더니만 내 곁에 있는 학생에겐 '삼촌'하는 게 아닌가. 순간 뜨끔했고 잠시나마 여러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이 순수한 아이 눈이 가장 분명한 것 아닌가. 동안童顔으로 통하며 또래보다는 젊다고 자부하며 비교적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사는 편이나 친구들과 막걸리 잔을 기울인 다음 날 아침 거울에 비친 얼굴은 자신에게도 생경한 노인에 가깝다.사무엘 울만이 지은 '청춘이란' 길지 아니한 글 속에는 '용기 없는 20대는 노인이며 용기 있는 60대는 한참 청춘'이라고, '나이를 먹음으로 늙는 것이 아닌 꿈을 잃어갈 때 늙는 것', '세월이 얼굴에 주름을 남기듯 정열을 잃으면 정신에 주름'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도홧빛 볼생동감 넘치는 긴장감을 동반한 젊음의 풋풋한 아름다움이 있는가 하면 여유餘裕와 완숙完熟이 주는 중후한 아름다움도 엄존한다. 새 포도주의 싱그러움과 오래 묵은 깊은 향을 지닌 술맛이 다르듯. 강렬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타오르는 정열, 신선한 정신, 생동감을 주문처럼 외우며 가을, 9월을 맞이한다. 아직은 청춘이라 외치며.../이원복(국립전주박물관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8.08.26 23:02

[문화마주보기] 너도 한 자리, 나도 한 자리 - 박영주

국가의 수반이 바뀌면 그를 주축으로 새로운 인물들이 등용된다. 국민들은 새로운 인물들이 그들의 능력과 기량을 펼쳐 이전 보다는 더 나은 결과를 생산해 주기를 기대한다. 얼마 전 한 방송사의 신임 사장 선출 장면을 보았다. 소통보다는 무지막지한 인간 장벽을 앞에 두고 불과 몇 초 만에 사장이 선출되는 것이 참으로 가관이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잠깐 궁금했다. 개그 프로그램을 방불케 하는 과정을 통해 사장이 된 사람의 심정은 어떨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쁠까?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절차에 따라 선출되었는데도 많은 직원들이 인정할 수 없다며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으니 기분 나쁠까? 열렬한 환영은 아닐망정 적어도 낙하산 타고 적진에 투하되는 병사의 모습 보다는 조금은 "폼"나게 선출되었으면 오죽이나 좋았을까! 그리고 조금 더 궁금해졌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바뀌는 사람은 얼마나 되고 또 바뀔 자리 수는 몇 개나 될까. 3천개? 7천개? 그렇다면 지금까지 총 몇 개의 자리에 새로운 사람이 앉았을까. 또한 그들이 앉아 있는 자리들은 진정으로 자리의 성격에 부합한 주인을 찾았을까. 아직 남은(?) 자리를 향해 간절한 바람으로 내 자리는 언제나 비워질까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될까.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이는 인사문제가 그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 것일 게다. 중국 당나라 때 관리를 선발하는 기준은 신언서판(身言書判 )이었다는데 오늘날 우리나라의 선발기준은 무엇일까. 부모는 자식에게 집안의 대소사를 맡길 때 무엇을 기준으로 맡길까. 부모는 자식에게 "난 너를 믿는다."라고 말하며 책임감 강하고 능력을 갖춘 자식에게 집안일을 맡기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어떤 부모는 좀 더 사랑(편애?)한다는 이유나 아니면 자식이 하고 싶다고 떼쓰거나, 그저 원한다는 이유로 책임감도 부족하고 자격도 없는 자식에게 집안의 대소사를 맡기기도 한다. 이런 자식이 "운" 좋게 일을 잘한다면야 더 이상 바랄게 없겠지만 어찌 집안의 대소사가 단지 운으로만 이루어지겠는가. 이런 부모는 자식이 실패나 실수를 할 경우 원인을 분석하고 평가하여 향후에는 현명하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길러주기 보다는 맹목적인 사랑으로 자식이 벌려 놓은 일을 대신 책임진다. 자식은 그런 부모가 한없이 고맙겠지만 그의 무의식 속에서는 그것이 진정한 사랑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는 자식의 수동적 의존성을 더 키우고 나아가 진정으로 독립된 자유와 도덕적 능력이 발달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 역시 사랑의 이름으로 뒷감당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자신에게 있음을 용납하지 못하고 오직 실수만을 만회해 보려는 안간힘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형태의 인사관리 체제일지라도 기본은 있어야 할 것이다. 즉, 특정학교나 종교, 특정지역에 국한되기 보다는 자리의 성격에 부합된 실력(智)을 갖추고 신념이 있어야 하며 상대에 대한 배려와 자신이 하는 일의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용기 그리고 감정이나 개인적인 인연에 연연하지 않는 엄격함이 그것이다. 이러한 기본을 갖춘 사람, 말뿐이 아닌 진정으로 국민 섬기기를 다하는 사람이 자리에 앉아야 한다./박영주(우석대 교수심리학)

  • 오피니언
  • 기타
  • 2008.08.19 23:02

[문화마주보기] 야, 이 사람 사람 잡네! - 정성환

가슴 아픈 얘기MP3 '아이리버 신화' 주역의 몰락, 레인콤 창업 멤버 L씨 친정 회사서 기술 도용 진정서 제출해 구속이라는 가슴 아픈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 삼성전자 엔지니어로 고속 승진, 34세에 개발담당 부장, 레인콤을 설립, 2000년 당시 소니 필립스 등 세계 굴지의 업체들이 진출해 있는 MP3플레이어 사업에 '멀티 코덱' 기술과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뛰어들었고, 시장의 반응은 뜨거워 미국 진출 6개월 만에 점유율 1위, 2004년 매출액은 4540억 원. 세계 MP3 시장의 11%를 차지했다.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아이리버를 공개 시연회에서 수차례 소개할 정도였다.그러나 미국 애플사가 '아이팟'을 출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매출은 줄어들고 적자가 쌓였고 2006년 8월 L씨는 창업멤버 4명과 함께 퇴사했다.배 아픈 얘기'이분들 전화기 때문에 이러고 계십니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사진 두 장과 함께 실렸다. 왼쪽 사진 -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 쇼핑가에서 동물 탈을 쓰고 세계 22개국에 동시에 출시되는 애플의 3세대(3G) '아이폰'을 사기 위해 줄지어 앉아 있는 일본 소비자들. 오른쪽 사진 - 미국 뉴욕 5번가 애플 매장에서 '아이폰'을 구매하기 위해 지난 4일부터 애플 매장 근처에 캠프를 차려 판매 개시를 일주일간 미국 소비자들은 기다렸다.'아이팟', '아이폰', 그리고 스티브 잡스. 멀쩡하게 잘 나가던 회사를 쓰러뜨리고 멀쩡한 사람들을 1주일 동안 한시적 노숙자로 만드는 사람. 그렇게 해서라도 갖고 싶어 하는 것을 만들 줄 아는 사람. 그의 말대로 소비자들에게 그들 스스로가 바라고 있었는지 조차 알지 못하는 것을 디자인해서 보여주는 사람. 스티브 잡스는 디자이너가 아니다.문제를 정확히 알고 해결하는 창의력을 가진 사람. 디자인을 잘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뼈아픈 얘기서울시교육청, 디자인과목 신설 결정. '문제 해결-창의력에 도움'. 디자인이 21세기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2010년부터 서울시내 중고교에 디자인 과목을 신설하기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교육청은 "새 정부의 중점과제 가운데 하나가 '창의적인 디자인 강국 육성'일 정도로 디자인의 중요성이 경제나 실생활에서 커지고 있다"며 "이 같은 시대적 추세를 반영해 디자인 과목을 중고교 교육과정에 도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요즘 디자인에 대한 엄청난 관심에 정작 디자이너인 나조차도 어리둥절할 때가 있다. 기업에서, 지자체에서 드디어 중고교에서 부터 디자인을 가르친단다. 전주가 아니고 전라북도도 아니고 왜 또 하필이면 서울에서 부터냐.우리는 언제 우리의 스티브 잡스를 키우지. 우리의 스티브 잡스는 또 서울보다 한참 후에 나타나는 걸까./정성환(전북대 교수)

  • 오피니언
  • 기타
  • 2008.08.12 23:02

[문화마주보기] 9일 놀기위해 한 달 월급 소비한다고 - 정명희

"유류할증료는 별도구요. 항공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52만원부터 70만원이 넘기도 하거든요"연일 계속되는 유가상승 소식에 유류할증료가 많이 올랐을꺼라 짐작은 했지만 이건 좀 심하다 싶다. 성수기 동안 유럽항공권은 작년 가격의 두 배 가까이 가격이 올랐고, 9일 정도의 휴가를 위해서 예상되는 지출금액은 평균 근로자의 한달 월급을 훌쩍 뛰어넘는다. 여행업계는 2003년 "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이후 2개월 연속 해외여행객이 감소하고 있으며, 당분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바야흐로 레저홀릭 시대!"21세기가 원하는 경쟁력은 휴식에서 창조되고 놀이에서 발견된다" 던가 "잘 쉬고 잘 노는게 경쟁력" 이라는 휴테크(休tech) 경영전략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웰빙, 주5일제 등과 더불어 여가는 우리 삶에서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었다. 일을 지향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오직 일을 통해서만 행복을 얻었으나, 여가가 사회의 지배적 패러다임인 현대사회에서는 여가가 삶의 질을 좌우한다. 그러나 여가를 즐기기 위해 반대로 노동시간을 늘려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과 소비의 교활한 악순환"쇼르(Schor)는 미국사회에서 지난 20년 동안 생산성이 급격하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동시간은 증가하고 여가시간은 감소하는 모순적 결과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였다. 여가와 소비에 쓸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은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생활수준을 극적으로 향상시켰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한 노동생활은 점점 과도해진다. 특히, 자본주의의 결과물인 소비주의는 소비자의 불만을 새로운 자원을 소비함으로써 해소하게 하고, 이러한 소비를 위해 사람들은 보다 장시간 노동할 수 밖에 없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현대의 여가생활은 대부분 소비활동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며, 비용적 제약이 여가활동을 좌우하는 큰 변수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여가산업의 규모는 2005년 기준으로 GDP의 28.78%에 해당하는 23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가계 총소비지출액에서 차지하는 오락문화비만 국민 1인당 연간 66만 2천원으로 나타났다.〈휴테크 성공학〉 〈노는 만큼 성공한다〉 등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휴가분산제, 여가시간 총량제 도입에 대한 캠페인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여가를 즐기기에는 금전적인 한계가 따른다. 휴가를 반드시 해외로 가야 하는가 또는 많은 금전적 소비를 필요로 하는가는 논외로 하더라도, 여가를 위해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하고, 이를 위해 보다 많이 일해야 하는 현상은 자본주의의 '장시간 노동'을 위한 구조적 결과라고 볼 수 있다.9일을 쉬기 위해 한달 월급을 바칠 것인가?그 판단은 개인의 가치관과 관련된 것이므로 옳다 그르다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일과 삶의 조화(work and life balance)는 이상적이지만 현실에서는 참 어렵고도 멀게 느껴진다./정명희(전북발전硏 연구원)

  • 오피니언
  • 기타
  • 2008.08.05 23:02

[문화마주보기] 조선시대 초상화 초본 특별전 - 이원복

한여름 장마철엔 습도에 민감한 서화를 대상으로 한 기획전시는 가급적 피하는 게 원칙이다. 전시실은 현대적인 시설과 장비로 조명은 물론 온습도 조정이 가능하나 이동 중 문제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전주박물관에선 원래 예정과 달리 초복 사흘 뒤 대서(大暑)인 지난 7월 22일 '조선시대 초상화 초본(草本)' 특별전시를 열었다. 이는 지난해부터 복원수리에 들어간 보물 제931호인 〈태조어진(太祖御眞)〉 귀향 예정일에 맞춘 그야말로 특별한 파격적 처사였다.하지만 이 어진 귀환이 10월로 늦춰져 본의 아닌 차질이 발생했다. 이에 이 지역 출신 어용화사(御容畵師) 채용신(蔡龍臣,1850-1941)이 그린 〈고종어진(高宗御眞)〉으로 대체했다. 별도의 개막행사는 접고 22일 당일 두 차례에 걸쳐 전시품 설명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중앙서 연 전시이나 서울과 달리 박물관에 기탁된 보물 제792호로 〈이상길(李尙吉,1566-1637)초상〉등 명품들이 추가되었다. '조선의 화불(畵佛)'로 지칭되는 김명국(金命國,1600-1663이후)이 1634에 그린, 드문 조선중기 양식을 지닌 점에서 중시된다.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초상화는 우리 옛 그림에서 점하는 비중이 높고 그림 됨됨이인 화격(畵格)이나 기량 모두에서 크게 주목된다.잘 알려진 것처럼 용산에 신축된 국립중앙박물관은 근 10년 걸려 규모나 내용 모두에서 국제적으로도 손색없는 대규모 박물관으로 일신되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답보상태였던 지역 소재 국립박물관들도 지난해부터 특화사업이 시작되어 국립전주박물관은 금년 봄 '고대문화실'이 새롭게 탈바꿈을 시도했다. 연말까지 2층 '미술실'을 그동안 발굴과 학문성과를 반영하고 이 지역 출토 문화재를 중심 불교문화와 도자공예, 조선 종실서화 및 전북의 서화 등 지역적 특징을 강조한 전시실로 새롭게 개편한다. 2010년 후년이면 개관 20주년을 맞으니 그 때까지 세 전시실이 모두 바뀌니 일단락된다. 새 정부 들어서 일단 금년 말까지로 제한적이긴 하나 전국 국립박물관 모두는 대규모 기획전을 제외한 상설전시는 무료이니 전주도 예외가 아니다.염장군(炎將軍)의 기세가 대단한 그야말로 복중(伏中)이다. 장마가 끝난다는 보도는 휴가와 피서여행 등 마냥 꿈에 들뜨게 할 무렵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제적인 고유가 등 국내외 결코 밝지 않은 경제 여건은 우리들에게 예년과는 같지 않다. 도심에서 냉방시설이 썩 잘된 곳으론 은행이 있다. 잠간 무더위를 피할 장소로 애용되어 특히 노인 분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에 지지 않는 다른 장소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도심에서 조금은 외진 곳이나 시내버스가 닿는 곳, 근 2만 평에 이르는 대지, 푸름이 싱그러운 소나무 숲이 있는 곳, 정문을 거쳐 매미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걸어 들어와 현관을 통과하면 된다. 다름 아닌 완산구 효자동 쑥고개길에 위치한 국립전주박물관이 다름 아닌 그곳이다. 전시를 두루 둘러본 뒤 정원 한 모퉁이 언덕,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박물관 뜰을 내려보는 멋도 각별하다./이원복(국립전주박물관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8.07.29 23:02

[문화마주보기] '좋은 국민' 을 만들려면 - 박영주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이 국민들과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며 연거푸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래서 소통의 문제를 바로 잡아주려나 하는 기대로 기다렸더니 사과 담화문이 곧 소통이라 착각했는지 이제는 오히려 국민들이 정부와 대통령을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어 국가의 안녕을 어지럽힌다고 살수차, 소화기, 방패 등 1970년대 유행했던, 한물가도 한참 간 공포의 종합선물세트를 안겨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 특이한 소통 방법이다.한 가정의 가장이 부모라면 한 나라의 가장은 대통령이다.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를 성공하는 아이, 좋은 아이, 나아가 자신이 원하는 아이로 만들고 싶어 한다. 대통령인들 국민을 자신을 믿어주는 국민, 좋은 국민으로 만들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민을 망치는 교육법만 피하면 될 일이다.《기트너 교육법》으로 알려진 앨리스 기트너 박사가 얼마 전 내한하여 우리나라 부모들을 대상으로 성공하는 아이를 위한 교육법에 대해 강연을 했는데 그 중에서 "아이를 망치는 교육법"이 눈길을 끈다. 사실 좋은 아이, 공부 잘하고 똑똑하고, 성공하는 아이로 키우는 법에 관한 정보들은 너무 많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부모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내 아이가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혹시 부모 탓인가 하는 죄책감마저 갖게 된다. 그에 반해 아이를 망치지 않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은 의외로 간단한데 이는 바로 아이를 위협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사탕발림 같은 보상으로 꼬드기지 말라는 것이다. 앞으로 한 번만 더 그러면 가만 안 놔둔다는 식의 위협은 아이의 자율성을 심히 저해한다. 사실 사람의 심리가 위협을 받으면 오히려 반감이 커질 수 있고 금지하는 것을 어기고 싶어 하는 마음이 더 커지지 않던가. 아이에게 차근차근 설명하면 될 일이다. 이것이 소통 아니고 무언가! 마찬가지다. 화가 난 국민들에게 소통이 안 돼서 벌어진 일이라 사과를 했으면 그 다음엔 정말 소통다운 소통을 하면 좋은 국민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대통령과 국민을 이어주는 진정한 소통, 대화는 국민의 감정에 대응하는 것이다. 왜 화가 났는지 알아달라고 외치는 국민들을 향해 그들로 인해 경제가 어려워지고, 외국관광객의 방문이 줄어들고, 하는 이런 어줍지 않은 죄의식을 심어 주려는 구태의연한 방식에 의존하지 말고 분노한 연유와 무엇을 요구하는지 들어보면 되는 것이다. 즉, 이해와 감정이입이 위협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말과 행동은 지그재그이면서 단지 부모라는 이유로,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인 권위를 행사하는 것은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것과 같고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부모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말 잘 들어 줄 때만 사랑스러운 내 아이이고, 정부가 무슨 짓을 해도 아무런 의사표시 없이 조용(?)한 국민일 때만 좋은 국민이라면 이는 아이의 자아형성을 망치는 지름길이요 민주사회를 죽이는 지름길이다. 부모의 권위는 아이에게 이해되어 질 때 진정한 권위가 된다. 좋은 아이, 어진 국민을 얻고자 한다면 이해와 감정이입이 바탕이 된 소통을 해야 할 것이다. 이는 위협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간단하다!※ 박영주 교수는 프랑스 리용 2대학에서 심리학 석사박사 과정을 마치고 2000년부터 우석대학교 심리학과에 재직하고 있습니다./박영주(우석대 교수)

  • 오피니언
  • 기타
  • 2008.07.22 23:02

[문화마주보기] 창의력 돋보이는 필립스탁 디자인 - 정성환

선물로 파리채 받아 본적 있으세요?한 학기 수업을 끝내고 감사의 표시로 내게 미국인 교수가 선물이라며 책상서랍 속에서 긴 박스를 꺼내 건네었다. 고마움의 표시가 파리채라.그런데 그게 필립스탁 디자인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필립스탁은 파리채 아랫부분에 삼각대처럼 생긴 다리를 달아 세워 놓을 수 있도록 했는데 역시 파리잡는데는 더 효과적일 것이다. 또한 윗부분의 재미없는 연속무늬를 점의 크기를 달리해 재미있는 표정을 집어넣었다.비행기에서 포크, 나이프, 스푼 챙겨 가지고 내리세요?911 테러사건 이후 기내에서는 플라스틱 포크, 나이프, 스푼만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사용상의 문제해결을 위해 필립스탁이 디자인한 에어 프랑스의 포크, 나이프, 스푼은 승무원의 양해를 구하고 챙겨 와야 할 만 한 것으로 이는 어떤 분의 경험담이다.레몬 즙 짜는 물건을 왜 대리석 좌대 위에?필립스탁 디자인의 레몬즙 짜는 도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대부분은 마치 현대 조각 작품처럼 소중하게 디스플레이해 놓고 감상한다.마치 럭비공모양의 작은 머리통을 거미의 다리같이 생긴 세 개의 다리로 구성되어 있다. 머리 부분은 레몬즙이 아랫부분으로 흐르게 하고 높은 다리 밑에 컵을 놓을 수 있는 기능을 고려하여 디자인되었지만 형태 또한 매우 조형적이다.필립스탁 디자인은 공통점들을 가지고 있다.첫째, 디자인들이 대단한 발상이나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든 것이 아니라 너무나 상식적이고 주변에 흔히 있는 것들을 활용한 디자인임에도 그 방법이 절묘하다는 것이다.둘째, 다른 사람은 의식하지 못하는 것을 문제를 발견했고 그렇기 때문에 해결방법 또한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것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셋째, 그를 세계적 디자이너로 만든 사고의 유연성, 관찰력, 상상력 그리고 이것들을 모두 합친 창의력은 사물을 남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었으며 그 결과로 어떤 사물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고 디자인을 통해 가치를 실현되도록 했다.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에게 훈련된 상상력이라고 정의되기도 하는 창의력만큼 소중한 것이 또 있을까.아침마다 중학생인 애들 교복을 다림질하면서 생각한다. 이렇게 똑같은 교복, 두발상태, 미술, 음악, 체육도 암기해서 시험을 치러야 하고, 방과 후 학원으로, 과외로, 학습지로.우리의 애들은 무엇을 상상할까, 이런 교육으로 창의력이 개발될까, 우리의 아이들이 한번이라도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 깊게 사고하는 시간이 있을까?그러다가 우리 아이들에게서 필립스탁은 고사하고 필립도, 스탁도 안 나오는 것 아닐까?※ 정성환 교수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제일기획 등에서 일했으며 1989년 이후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산업디자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정성환(전북대 교수)

  • 오피니언
  • 기타
  • 2008.07.15 23:02

[문화마주보기] 전북, 관광선진 프로젝트 필요 - 정명희

새정부 출범과 함께 관광선진화를 위한 5대 과제가 발표됐다.세계 관광시장은 성장추세임에 반해 한국관광시장의 지속적인 정체 상태로 관광수지 적자의 폭이 심화되고 있다는 위기감에서다.그 결과 정부는 매력적인 관광상품 개발과 함께 파격적인 규제완화와 세제지원, 환경개선 등의 과제들이 도출됐다.새만금 방조제 개통을 계기로 전라북도 관광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 전북 관광산업에 대한 진단과 점검에 관한 로드맵이 필요한 시점이다.그렇다면 전라북도 관광선진화를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문제점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대비가 필요하다.한국관광공사에서 실시하는 국민여행실태조사 결과 국내여행 경험률 및 1인당 국내여행 참가회수는 1999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그러나 전북은 2004년 이후 관광총량 및 숙박관광 참가자 수가 줄고 있어 정체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2006년 국내관광객의 전라북도 숙박관광 경험은 5.3%로 전남(9.3%), 충남(9.5%), 경남(10.0%)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전라북도 관광산업의 부진함은 여러 가지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으나, 관광서비스에 대한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관광숙박시설 등 물리적 시설은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우나 관광서비스와 같은 소프트웨어는 단기간의 교육만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하지만 도내 음식점 숙박업 종사자들을 보면 서비스 정신에 대한 철학이 부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숙박 관광의 비율이 낮아지는 것도 결국 서비스를 개선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된다.따라서 서비스 질 저하로 전북의 관광산업의 부진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타 지자체가 관광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발굴하고 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북에서도 서비스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경상북도는 지난해 '경북방문의 해'의 성공적 개최를 계기로 '경북 관광 아카데미'를 매월 운영해왔다. 관광업체 종사자 및 유관기관 단체 직원, 담당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친절한 관광서비스와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프로그램이었다.관광업체종사자 등 일반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친절서비스 소양교육' 4개 과정과 관광분야 담당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직무 역량 강화교육' 4개 과정 등을 실시해 민간인 뿐만 아니라 공무원들에게도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시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지방자치단체간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기에 전라북도도 관광 선진화를 위해 새로운 비전을 담은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도내 관광종사자와 관계공무원들의 관광 마인드를 제고하고 전문화하여 지역관광의 리더로 운용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정명희 전북발전연구원 문화관광팀 부연구원은 한양대 관광학과 대학원 석사박사과정을 마친 뒤 한양대 BK21 연구원, 농촌생활연구소 연구원, 한양대 관광연구소 연구원 등을 거쳐 전북발전연구원 문화관광팀에 재직하고 있다.문광부에서 기획한「문화관광축제 평가모형 개발」「농촌관광 체험 프로그램 개발」등 각종 프로젝트에 참여해왔다./정명희(전북발전硏 연구원)

  • 오피니언
  • 기타
  • 2008.07.08 23:02

[문화마주보기] 소치 탄생 200주기를 맞아 - 이원복

전통문화 형성에 있어 나라 밖의 영향은 문화의 속성상 어느 민족도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 옛 그림을 살핌에 있어 조선후기 진경산수나 풍속화만이 참된 우리 그림이고 정형산수인 중국풍의 남종화는 단순한 모방이나 아류로 봄은 큰 잘못이다. 문화와 예술에는 국제성과 토속미가 공존한다. 국제적 흐름에 적극적, 능동적으로 동참하여 새로운 독자성을 이룩함이 민족의 문화역량이다.금년은 19세기 조선화단에서 묵포도로 이름 높은 옥구의 최석환(1808- 1883이후)과 '남도산수화의 종장(宗匠)'인 진도의 소치 허련(1808-1893)이 탄생한지 2백주년이 되는 해이다. 두 화가 모두 호남 출신으로, 특히 소치는 이른바 지식층 그림인 남종화의 거장으로 생존 당시부터 명성이 지대했다. 몇 차례 소규모 소치 기획전이 열렸지만 국립광주박물관에서 그의 예술세계와 생애를 조명하는 대규모 특별전인 '남종화의 거장, 소치 허련 2백년'(2008.7.8-8.31)을 개최하니 이는 문화사적 의의를 지니는 쾌거가 아일 수 없다.김정희는 편지 글에서"우리나라의 누추한 습관을 깨끗이 씻어 버렸으니 압록강 동쪽에는 이에 비교할 그림이 없다."라 극찬했다. 오늘날 전해온 묵서 중에는 대원군 이하응이 쓴'소치서화대방가(小癡書畵大方家), 민영익이 쓴 현판'운림소치묵신(雲林小癡墨神)', 정인보는 추사가 소치를'묘수(妙手)'로 지칭함이 언급되었고 최순우는'원말 사대가풍의 산수 그림 중에서 시골티를 활짝 벗은 가작을 남긴 지식인 화가'등 긍정적 평가가 이어졌다.소치가 산 말기화단은 왕조의 말폐상과 열강의 각축 등 내우외환으로 범벅된 시기이나 이런 와중에도 미래를 향한 바람직하며 긍정적인 일련의 움직임도 엄존한다. 소치 그림세계는 묵란과 서예에 집중한 추사의 회화 창작의 욕망을 구현해준 그리고 그가 꿈꾸던 세계를 소치가 현실에 형상화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말년 매너리즘으로 양식화된 그림을 제외하면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이다.소치는 탄탄한 이론을 바탕으로 많은 고서화를 접하고, 실제로 수집하며 감식안을 키웠으며 오랜 세월 쉼이 없이 붓을 잡았다. 시서화를 아우른 학문과 예술의 일치로 필법과 구도에 있어 남종화의 법통을 이어 자신의 모습으로 개진했다. 때론 끝이 달아서 무디어진 몽당붓[禿筆]을 사용해 먹 위주의 거칠고 분방한 필치에 담청과 담황 가채로 강약의 조화를 이룬다. 그림과 글씨가 동가를 이루며 속기가 배제된 청신하며 유현한 분위기의 조촐하면서도 맑고 담박한 그림세계이다.남종화로 대변되는 문인화는 전통을 맹목적으로 고수하거나 답습함이 아닌, 법고창신(法古創新)과 청출어람(靑出於藍)이 말해주듯 과감하게 새로운 시도를 꾀해 자신만의 화경(畵境)을 이룩함에 그 진정한 의의가 있다. 이점에서 조선의 남종화는 동양화가 아닌 우리 그림, 한국화가 된다. 오늘날 소치를 되새기는 의의 또한 다름 아닌 이 점에 있다.▲ 이관장은 서강대학교 사학과 석사박사과정을 마치고,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를 시작으로 국립공주박물관장, 국립청주박물관장,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 국립광주박물관장을 지낸 뒤 현재 국립전주박물관장로 활동하고 있다.저서로는 「나는 공부하러 박물관 간다」, 「한국의 말 그림」, 「회화」 등 10여편의 공저가 있다./이원복(국립전주박물관 관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8.07.01 23:02

[문화마주보기] 겉치레 연하장 삼가자 - 정수완

2006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 지난 한 해를 반성하고 밝아오는 새해를 준비할 시간입니다. 여러 가지로 바쁜 때이지만 이맘때가 되면 매년 잊지 않고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연하장을 보내는 일입니다. 한 해를 보내며 지난 1년 동안 도움을 주신 많은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연하장을 준비하는 일은 참으로 아름다운 우리의 풍속중의 하나입니다. 늘 감사의 마음이 있어도 이렇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아니면 우리의 마음을 그분들께 전하지 못하는 게으름이 죄스럽기도 하지만, 이렇게 한 해 한번이라도 감사의 마음을 표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기도 합니다.그런데 원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아름다운 풍속인 연하장 보내기가 요즘은 형식적인 행사로 전락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지난 주 연하장을 사기위해 한 서점에 들렀습니다. 받아보실 한 분 한 분을 생각하며 그분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의 연하장들을 고르면서 도움 받은 많은 분들을 떠올리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연하장을 한 무더기씩 쉽게 골라 계산대로 향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겉치레 때문에 연하장을 보내는 일은 이제 그만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와 같은 불쾌감은 연하장을 받는 입장이 될 때에도 느끼게 됩니다. 똑같은 문구로 시작하는 마음이 담기지 않은 연하장은 바쁜 현대 생활을 생각할 때 이해하기로 했지만, 받는 사람의 이름이 틀려 있거나, 똑같은 사람으로부터 2장의 연하장을 받았을 때의 기분은 썩 좋지 못합니다. 이름도 확인하지 않고 바쁘게 보내야하는 연하장이라면 차라리 보내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이런 얄팍한 감사의 마음 전하기는 다만 연하장 보내기에만 국한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연하장 계산대에서 계산기가 고장이 나서 10분을 기다렸습니다. 다시 계산기가 가동되자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계산이 시작되었습니다. 계산기 뒤에는 1년 동안 아껴주신 고객들께 감사하다는 말이 크게 적혀있었습니다. 우리사회에서 너무나 쉽게 사용되는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이제는 진정한 마음이 담긴 감사와 사과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해를 되돌아보면 감사드릴 분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가깝게는 부모님과 동료, 선후배들로부터, 영화제에 도움을 주셨던 많은 분들과 모자라는 글을 넓은 마음으로 읽고 격려해주신 많은 독자여러분들에 이르기까지 한해를 무사히 보내기위해서 너무도 많은 분들께 신세지고 도움을 받았습니다. 모두 찾아뵈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어 아쉽고, 대신 연하장으로 마음을 전하지만 그것도 모두 할 수 없어 죄송합니다. 모두에게 연하장을 보낼 수는 없지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연하장 준비가 진정한 마음을 보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여러분 모두 2007년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정수완(전주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 오피니언
  • 기타
  • 2006.12.27 23:02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