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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상상 3. 의대 정원을 왜 늘려?

의사들이 파업을 한다 하고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집단행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만민이 평등하다는 법 위에 선 자들이다. 의사 판사 검사 모두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해 발광이다. 우리나라 카르텔의 최정점에 있는 그들은 모두 치외법권에 있는 것 같다. 그림도 그려주고 동영상도 만들어 주는 창작 AI시대에 문제은행을 달달 외워 국시 통과하면 연봉 수억 원이 보장되는 의사가 과연 언제까지 무풍지대일까?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해 갈수록 늘어나는 적자로 건강보험재정과 국가재정이 곧 고갈될텐데 연봉 수억 원에 차와 집과 별장을 준다 해도 지방에는 내려오지 않겠다는 저 의사들에게 과연 뭘 더 기대하겠다고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것인가? 의사 수를 늘려 희소성을 없애겠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걸 걱정해 의사들이 반발하는 것도 이해한다. 그러나 1분 진료받는 환자들은 끝까지 호구인가? 넉넉 잡아 3분이라 해도 겨우 30초나 환자를 쳐다보고 이야기할까 나머지는 컴퓨터 모니터만 보는데 과연 그 모니터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마 피와 오줌 분석과 같은 임상 결과와 영상판독 결과, 그리고 질병에 맞게 세팅이 된 처방전이 들어 있을 것이다. 모니터는 데이터이다. 데이터의 질과 양과 분석은 의사보다 AI가 뛰어나다. 이미 2018년 IBM에서 만든 왓슨이라는 영상진단 AI에 베테랑 영상의학과 의사가 완패당한 바 있다. 또한 고령자들 병은 당뇨 고혈압 등 대체로 비슷해 재진부터는 AI에 맡겨도 상관없다. 의지만 있다면 오히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연결해 자동 처방하면 누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여러 개 질병으로 인해 약 사이 부작용 없이 최선의 선택지를 제공하고 각 개인 질병 추이를 계산해 맞춤형 치료와 예방 솔루션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의사보다 간호사가 더 필요한 커뮤니티케어 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 오가기 힘든 노인이 많아지면 각 가정을 방문해 계호하는 가정방문 간호사가 더 필요하다. 그러기에 미래 한국 사회의 지속성과 국가재정을 위해 현 정권에 의해 거부권이 행사된 간호사법이 간호사의 역할을 더 보장하는 방향으로 재개정 되어야 한다, 아울러 이미 코로나 시기에 확대되었고 시행에 별 문제가 없었던 원격 비대면 진료가 확대되어야 한다. 이 정책이 대한 의사단체의 반대로 거기에 투자한 기업들이 망하고 있다. 과문하지만 AI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수술처럼 손을 쓰는 의사와 연구하는 의사를 제외하고는 법과 제도가 보장하지 않는 한, 의사는 잉여자원이 될 것이다. 의사라고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어디 있는가? 생산재라기보다는 소비재로서 의료계에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들이 몰리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SKY 이공계를 자퇴하고 의대를 진학하려는 N수생의 행렬을 막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비정상적인 산업구조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의대 정원을 동결하면서 AI진료를 확대하고 간호사 역할을 늘리면 일타 삼피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 참, 전교 1등짜리 의사들이 레이저로 점이나 빼고 보톡스나 주사하는 게 폼이 나나? 타투처럼 그 정도는 간호사나 에술가들에게 넘겨도 좋지 않나? 이미 많은 사람들이 눈썹 문신을 병원 밖에서 하고 있다. 20~30등도 먹고 좀 살자. /문상붕 도서출판 파자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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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27 15:21

청소년 아침 결식 개선 시범사업, 먹거리 통합돌봄의 마중물

“밥 안 먹고 학교가면, 큰 일 난다.” 어렸을 적 필자의 엄마는 학교갈 때 무조건 아침밥을 먹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그래서 당연히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에게도 아침밥을 꼭 먹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친구 중에는 아침밥을 먹고 오지 않는 친구도 꽤 있다고 한다. 한참 성장하고 공부를 해야 할 나이에 아침을 먹지 않는다고 하니, 괜히 마음이 쓰인다. 국민건강영양조사(1998~2018)에서 우리나라 전체 청소년의 아침 식사 결식률은 1998년 약 17.9%에서 2008년에는 약 27.0%, 2018년 약 37.4%로 지난 20년 사이에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2022년 교육부와 질병 관리청에서 조사한 ‘학생 건강’ 및 ‘청소년 건강 행태 조사’에 따르면 아침 식사 결식률은 39.0%로 나타났다. 식사 결식 이유로는 아침 식사 결식 이유로는 ‘시간이 없어서(35.1%)가 가장 많았고, ’식욕이 없어서(21.4%)가 뒤를 이었다. 전북교육청은 올해부터 도내 중학교 대상 ‘아침 결식 개선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위 조사에서 도내 초·중·고 학생 44.3%가 아침밥을 먹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전국 1위의 결식률을 보인 것에 대한 대책으로 보인다. 시범적으로 15개 학교를 대상으로 올해 3월부터 운영 계획이다. 아침 결식 시범사업 지원 대상은 교직원 간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친 도내 중학교 중 희망교 신청 학생이며, 학생 1인당 1일 3000원씩 연간 총 190일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아이들의 결식률을 낮추기 위한 노력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은 현장의 준비 상황과 예산의 부족이다. 아침 식사 제공을 위하여 조리원 근무를 확대하기 어려우며, 예산도 건강한 한 끼를 제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학생들에게 건강한 한 끼 식사가 아닌, 간편 가공식품이 제공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북 익산에는 사회적협동조합 청년식당이 있다. 애초 학교 밖 돌봄에서 출발했지만 최근 방 중 초등돌봄 도시락공급에 이어 인근 대학교 천원의 아침밥 공급으로 먹거리 돌봄 영역을 확장 중이다. 가능한 한 지역산 식재료를 쓰고, 인스턴트에 의존 않는 직접조리로 밥상안전과 질을 높이며, 일자리를 창출하는 1석 3조의 사회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청소년 아침 결식 사례를 포함해 생애주기별 먹거리 돌봄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학생 천원의 아침밥이 그러하고, 총선 국면에서 급부상 중인 주 5일 경로당 무료급식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공공성에 기반한 양질의 먹거리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그 방식은 청년식당 사례에서 보듯이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 단순한 현금지원 방식을 벗어나 밥상 질을 높이고, 지역 농업 연결망을 강화하며, 그 결과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먹거리 제 주체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통해 현실화해야 한다. 한편, 먹거리 돌봄은 시군 단위 또는 읍면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접근하고 추진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아동, 학생, 청년, 여성, 노인, 장애인, 취약계층 등 먹거리 돌봄을 수행할 핵심주체와 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공공형‧통합형 먹거리돌봄센터 모델이 떠오르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가 모델 구축의 선구자가 되길 기대한다. /이효진 (사)세상을바꾸는밥상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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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20 17:17

한국 풍수학을 정립한 최창조 선생님

지난달 31일, 한 시대를 풍미했던 풍수학자 최창조(1950~2024)는 한 줌의 재로 영면에 들어갔다. 향년 74세. 평소 지론대로 화장하고 소박한 묘역에 안장되었다. 필자와의 인연은 1984년 대학 지도교수 만남으로 시작되었다. 인연은 40년 동안 끈끈하게 지속되었다. 그해 <한국의 풍수 사상> 출간은 한국 풍수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한국의 전통 지리 사상인 풍수가 학문 반열에 오르고 한국 풍수 1세대를 알리는 저서였다. <한국의 풍수 사상>에서 명당 개념은 ‘산과 물이 조화를 이룬 자연에 적덕한 사람들의 영원한 거소(居所), 이것이 풍수적 이상의 땅, 길지’라고 언급하였다. 그해 완주지역 연화도수, 장군대좌, 노서하전 등 소위 형국론 답사는 풍수에 관한 관심을 가지게 하였다. 이후 <좋은 땅이란 어디를 말함인가>에서는 수많은 지역 답사 자료를 사진과 곁들여 풍수를 이해하는 대중서로 많은 독자를 확보하게 되었다. 서울대 교수직을 내던지고 1990년대 이후 강단이 아닌 현장에서 풍수학의 성과로 기념비적인 <한국의 풍수지리> <땅의 논리, 인간의 논리> <땅의 눈물, 땅의 희망> <북한 유적 문화 답사기> <한국의 자생 1, 2> 등이 출간된다. 한국식 풍수를 ‘자생풍수’라 정의하고 명당 개념도 새롭게 정의한다. 자생풍수는 ‘치유의 지리학’이자 ‘인간의 지리학’이라 정의한다. 강단에 머물렀으면 결코 발견하지 못했을, 한반도 구석구석에 발걸음이 닿지 않았다면 찾아내지 못할 풍수의 핵심이다. 현재도 ‘자생풍수’는 풍수학의 정립을 넘어서 한국식 풍수를 설명하는 중요개념으로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다. <도시 풍수> <최창조의 새로운 풍수 이론> 등에 이르러서는 풍수의 파격이 등장한다. 좋은 땅이란 없다는 것이다. 명당은 찾아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만들어야 할 대상이라고 언급한다. 도시에서도 좋은 땅을 찾을 수 있는데 아주 간단하다.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 단정한다. 자생풍수의 개념 정립은 <사람의 지리학>에서 정리가 된다. 주관성(마음이 중요하다), 비보성(고침의 지리학), 정치성(새로운 세상, 개벽 지향), 현재성(지금, 이곳에서 적응하라), 불명성(비논리의 논리, 논리 뛰어넘기), 편의성(이상보다 현실에 충실하라), 개연성(그럴듯하게 보인다), 적응성(모든 삶의 분야와 연결된다), 자애성(내가 중심이다), 상보성(인간도 주인이고, 자연도 주인이다) 등이 그것이다. <한국 풍수 인물사>(2013)에서 선생의 명당 개념은 간단하게 정리된다. ‘사람을 평온하게 감싸 줄 수 있는 어머니 품속 같은 곳’ 그리고 마지막 저서 <한국 자생풍수의 기원, 도선>(2016)에서 풍수 여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저자는 일러두기에서 ‘풍수 공부의 최종 목적은 도선의 자생풍수를 더듬는 것입니다. 따라서 1978년 대한지리학회와 서울대 지리학과 논문집에서 발표한 논문 이래 지금까지 해온 작업은 이 책을 위한 과정이었습니다.’에서 밝힌 바와 같이 자생풍수를 이루려는 풍수학의 40여 년 여정은 2024년에 마무리되었다. 자생풍수를 내세우듯 선생의 품성은 인간적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한국 풍수 대가는 한 줌의 재로 그토록 사랑했던 부모님 근처에서 묻혔다. 바로 그곳이 명당일 것이다. 스승은 제자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풍수학의 정립은 이제 한국 풍수 2세대의 몫이 되었다. 이제 풍수는 생태환경 등 미래 학문으로 지평을 넓힐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 명당은 마음속에 있다. /이상훈 진안문화원 부원장·전라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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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3 16:35

'돌봄사회위원회' 구성으로 돌봄 기반을 조성을 확대하자!

돌봄은 전 생애에 걸쳐서 반드시 경험하게 되는 과정이며, 돌봄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2012년 개봉한 ‘늑대소년’이라는 영화를 기억할 것이다. 늑대에게 길러지면서 늑대화 되어 버린 인간의 모습을 통해서 환경 속에 길들여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떻게 성장하는가에 따라서 인간이 되기도 하고, 늑대 인간화 되기도 한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 태어날 때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어떤 돌봄을 받고 살아오는가에 따라서 각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떤 돌봄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신창원과 표창원 사례에서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돌봄을 받고 살아왔는가? 우리는 우리의 돌봄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철학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답하기 어렵고, 여전히 우리의 돌봄은 철저하게 개인의 문제로 접근하는 과거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가 더 나은 돌봄 체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돌봄 문제 자체가 전 사회적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하고, 좋은 돌봄 기반 중심의 돌봄 철학을 정립하여 함께 사는 돌봄 체계를 확대 재구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인적 책임에 머무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시대의 상황과 미래의 삶에 부합한 철학적 기반과 지속 가능한 좋은 돌봄 정책을 마련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공식적인 논의의 틀-돌봄사회위원회(가칭)-이 만들어지길 제안한다. 필자가 제안하는 '돌봄사회위원회'는 돌봄을 국가, 국민,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돌봄 문화의 토대를 형성하기 위한 출발이고, 돌봄을 모두의 문제로 전환하여 돌봄 중심 사회의 과정을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첫 시작이 될 것이다. 현재, 정부 부처의 돌봄 정책은 부서별로 흩어져 있어서 통합적인 파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특히 일부 지역의 돌봄 정책과 특별한 영역의 돌봄 정책은 매우 미비하다. 이에, 돌봄 정책의 종합적 발전 방향을 마련할 수 있는 '돌봄사회위원회'를 국가와 지방 모두에 시급히 설치하고, 기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제한적으로 논의 되는 돌봄 문제에 대해서 체계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틀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또한, '돌봄사회위원회'는 돌봄교육과 돌봄실천 활동, 지역별 돌봄 특화 정책 마련으로 좋은 돌봄 정책 마련을 잘 준비해 나가는 기반을 제공해야 하며, 돌봄 중심 사회로의 대전환을 준비하는 중심 기구로서 역할을 해 나가야 한다. 국가 차원의 돌봄 문제, 지역별 돌봄 문제의 특성을 파악하고,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와 지역별 과제를 발굴하면서 오래된 과거를 잘 계승하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지속 가능한 틀로 역할 해야 한다. 더불어, 좋은 돌봄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좋은 돌봄 철학을 잘 정립해야 하기 위한 토대 또한 다져 나가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의 돌봄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흩어져 있고, 돌봄 정책도 부처 간에 산만하게 흩어져 있다. 이에, 흩어져 있는 돌봄 사업을 잘 정비하고, 좋은 돌봄을 위한 철학적 기반을 국가 차원의 담론과 지역 차원의 담론, 지역사회 담론, 개인적인 실천 담론으로 정리해서 좋은 돌봄을 위한 철학적 기반을 먼저 다져 나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좋은 돌봄을 위한 본질에 다가설 수 있고, 돌봄을 통해서 함께 살아가는 가치를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서양열 전북특별자치도사회서비스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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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06 17:47

발칙한 상상 2.   채소공항을 아시나요?

‘채소공항’, 일본에서 도쿄 같은 대도시에 채소를 시들지 않고 신선한 상태로 배송을 하기 위해 농촌에 건설한 공항들로 경제성이 없어서 비행기 대신 파리만 날아다녔다는 공항이다. 채소공항은 경제학에서 흔히 비효율적인 정부 사업의 예시로 인용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15개의 공항 중 10개가 적자로 운영하면서 이미 돈 먹는 하마로 전락되었다. 양양국제공항은 2002 월드컵을 핑계로 건설되었는데 지금까지 누적 적자액이 1000억이 넘고 무안공항은 그 액수가 더 큰 형편이다. 채소공항의 비극은 건설카르텔(건설족)이 원인인데 정부와 건설업체가 공공사업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고, 언론과 학계와 시민단체가 이에 협력하거나 방조하는 구조이다. 일본의 예를 보면 건설업자에게 후원을 받으면서 공항건설이 지역발전이라고 생색내는 정치인, 막대한 건설비로 이득을 보는 건설업자, 건설업자에게 광고를 수주하는 언론인, 조직확대 기회로 삼는 지방정부 공무원, 대학을 중심으로 타당성 조사 등 허위용역 발주로 돈 버는 학계, 공갈로 기생하는 시민단체 등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시작된다. 이처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의 건설족이 장구 치고 북 치면서 주민들을 현혹해 여론을 조성하여 대규모 토목공사를 일으킨다. 나중에 적자가 나든 흑자가 나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일단 준공비에 이름이 오르고 나면 영세불망의 치적이 된다. 그러나 그 부패사슬은 온전히 세금을 탕진하고 국가발전을 가로막는다. 교통량도 거의 없는 섬과 섬 사이에 대규모 다리를 건설하는 등 일본은 70년대부터 채소공항으로 대표되는 과잉 토목 인프라 건설에 돈을 쏟아부은 결과, 잃어버린 30년을 넘어 지금까지도 극심한 ‘일본병’을 앓고 있다. 산업 경쟁력을 키우지 않고 헛돈을 쓴 결과 한때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데도 좀처럼 회생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AI로 지칭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임에도 쉽게 표를 얻으려 아직도 삽질로 경기나 부양하려는 정부와 정치인들을 본다. 대표적으로 지난 정권의 4대강 사업도 그러한데 그런 경향이 건설 인프라부터 문화영역까지 이어져 과잉투자 혹은 중복투자로 재정이 낭비된다. 이는 미래 먹거리인 신기술 개발과 혁신에도 방해가 되며 심지어는 하나뿐인 지구 환경을 파괴하기도 한다. 정확한 타당성 분석이 없이 주먹구구식 장밋빛 청사진만으로 천문학적인 사업을 진행한 결과, 치명적인 파산사태에 이른 강원도의 알펜시아와 레고랜드 사태를 우리는 보고 있다. 우리나라 지방에 있는 10개의 적자 공항들 대부분은 경제성보다는 정치 논리에 의해 만들어져 탑승객 수와 항공기 운항 편수가 매우 적다. 명색이 국제공항인데 국제선은 대부분 다 문을 닫았고 국내선은 제주도 라인만 겨우 몇 편 살아있는 형편이다. 내륙노선은 이미 KTX와 경쟁에서 밀려나 사실상 김해공항을 제외하고 개점휴업상태이다. 일단 공항은 안전을 위해 매우 복잡한 탑승 수속과 보안 검색, 보안구역 지정 운영 등에 있어 시간과 비용 면에서 KTX와 경쟁할 수 없다. 사정이 그러한데도 채소공항 같은 것을 또 건설하자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가? 그들에게 쿠팡의 로켓배송 시스템을 견학하게 하는 게 어떨까? 아니면 그들을 20세기에 로켓배송 시키는 게 어떨까? /문상붕 도서출판 파자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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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30 16:20

막내가 70세⋯농민이 사라진다면?

“엄마가 70 먹을 때 까지는 김치 담가줄게.” 임실군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친정엄마가 나에게 했던 약속이다. 자식 중의 한 명은 가까이 살기를 바랐던 엄마는 전북에만 살아준다면 쌀과 김치는 책임지겠다고 약속하셨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할아버지가 농사지은 쌀과 할머니가 담가주신 김치를 먹고 자라고 있다. 그런데 친정엄마가 올해 어느덧 일흔이 되셨다. 엄마의 일흔을 아주 막연하게 먼 훗날의 이야기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덧 성큼 현실로 다가와 버렸다. 농촌으로 시집을 오셨던 친정엄마는 일평생 마을의 막내로 사셨다. 농촌 마을에 더는 사람이 들어오지 않았던 탓에 마을에서의 막내 역할을 평생 벗어나지 못하셨다. 그런데 마을의 막내가 이제 70세가 되었으니, 앞으로 10년쯤 지나면 내 고향이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12월 1일 기준 농가 인구는 216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4만9000명 각각 감소했다. 20년 전인 2002년 208만1,900가구, 522만2900명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통계청에서는 고령에 따른 농업 포기, 전업(轉業) 등으로 전년 대비 농가는 8000 가구(-0.8%), 농가 인구는 5만 명(-2.3%)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고령 인구 비율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49.8%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우리나라 전체 고령 인구 비율인 18%에 비해 농촌은 2.7배가량 많았다. 경지 규모로 보면 1.0ha 미만 농가가 75만 1000 가구로 전체 농가의 73.5%를 차지했다. 3.0ha, 이상 농가는 7만 4000 가구로 전체 농가의 7.2%에 불과했다. 농민은 왜 사라졌을까? 농산물 개방에 맞선 규모화 일변도의 경쟁력 강화정책이 70%가 넘는 가족 소농을 재촌 탈농으로 내몰았다. 농촌은 학교와 병·의원이 사라지고 목욕탕과 예식장, 식당과 슈퍼마켓조차도 문을 닫고 있다. 버스마저도 줄어들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편의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생활편의시설이 줄어들고, 일상 생활환경이 나빠지자 사람이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농민이 사라진다면? 캐나다 벤쿠버에는 농민이 20명밖에 남아 있지 않다. 이마저도 규모화된 수출농으로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먹을 수 없게 되자,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받게 되었다. 뒤늦게 벤쿠버 푸드 전략을 수립하고, 로컬푸드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아직 농민이 남아 있을 때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기도의 농어민 기회소득을 주목할 만하다. 농어촌 고령화에 따른 청년 및 귀농어민들의 농어업 활동,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유지하는 환경농업인들의 가치를 인정하기 위해, 청년농업인, 귀농어민, 환경농어업인 1만7700여명에게 월 15만원을 지역 화폐로 지급한다. 또한, 전북특별자치도의 광역먹거리 선순환 시스템 구축도 주목할 만 하다. 1 시∙군 1 공공급식센터 설치를 통해 시∙군 및 광역단위 먹거리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가족·소농을 재생산하는 계획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은 농민을 국토를 지키는 공무원이라 칭하며, 농업·농촌은 국가의 근간이라 말했다. 지역으로서의 농촌, 임시방편적 대증요법으로는 지속가능성을 얻을 수 없다. 일자리와 소득, 삶의 질이 보장될 때 비로소 농촌에 사람이 온다. 근본적인 대책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때다. /이효진 (사)세상을바꾸는밥상 대표이사 △이효진 대표는 완주소셜굿즈센터 센터장·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경영기획실장을 역임했으며 사회적협동조합 완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사단법인 한국사회적농업협회 이사·재단법인 완주먹거리통합지원센터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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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23 18:01

진안다움

‘-다움’이란 가치, 정체성, 특징 등을 담아내고 있는 용어이다. ‘인간다움’ ‘나다움’ ‘우리다움’ ‘아름다움’ 등 ‘다움’을 붙이면 그 의미가 명확해진다. 가치를 이야기할 수 있고 정체성과 특징을 결정지어 준다. 흔히 이야기하는 ‘인간다움’은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자질이나 덕목을 일컫는다고 한다. 최근 어느 철학자는 인간다움에 대하여 공감, 이성, 자유가 공존할 때 인간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연하자면 “인간다움이란 공감을 연료로 하고 이성을 엔진으로 하여금 자율적인 공동체적인 규범을 구성해 공존하는 성품”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농촌다움’ ‘도시다움’ 등 공간적 의미도 그 특징과 정체성을 분명하게 해준다. ‘농촌다움’은 오래된 전통과 마을공동체를 떠올리게 한다. ‘도시다움’은 세련되고 현대화된 문화를 생각하게 한다. 진안고원에 자리 잡고 있고, 마이산이 있는 진안군의 ‘진안다움’은 무엇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필자는 생태자연과 마을공동체, 정여립 선생의 대동사상을 담아내는 것 이라 생각한다. 한국 풍수사상을 학문적으로 체계를 이룬 풍수학자 최창조는 용담댐이 완공되기 전 진안군 일대를 답사하면서 진안군을 ‘자연사 박물관’이라 불려도 될 정도로 자연 생태가 잘 보존된 지역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마치 오래된 미래 같은 곳이 ‘진안’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무산되기는 했지만 최창조 풍수학자를 진안에서 거주하면서 집필과 강연할 수 있는 인문학 장소를 기획하기도 했었다. 이는 진안군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진안군을 한국 풍수의 메카로 만들고자 하는 생각이었다. 최근 진안군은 ‘진안고원’을 널리 홍보하고 있는데 이는 요즘 같은 기후변화 와 관련하여 적절하고 잘 어울리는 브랜딩이라 생각한다. 마이산 역시 놓칠 수 없는 진안군의 보물이다. 진안군은 잘 몰라도 마이산은 대한민국 국민이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이미지 중 하나가 되었다. 여기에 진안군 70여개 마을에 분포한 ‘마을숲’이 미래 기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진안의 생태자원으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여기에 진안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마을공동체의 모습은 진안다움을 더해 준다. 세계시민교육의 주요 격언인 우분투(ubuntu)는 “네가 있어 내가 있다” (I am Because you are)는 의미는 진안군 마을공동체 정신과 통한다. 진안군은 예로부터 마을에서 당산제를 비롯하여 공동체 행사가 곳곳에서 이루어졌다. 또한 마을마다 송계, 서당계, 장학계 등 소중한 기록이 남겨진 공동체 연구의 보고이다. 특히 최근 배수호 교수(성균관대)의 진안 중평 공동체 연구의 기본 자료인 진안군 중평마을의 산림계 정관과 산림계 수계기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진안군의 마을공동체는 이미 국제적으로 공인된 자산이 된 것이다. 현재도 진안군 마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마을 공동체 사업은 단언하건데 진안다움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진수이다. 진안다움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핵심은 진안 정신이다. 진안 정신은 지역과 관련된 수많은 역사적 인물이 있지만 정여립 선생의 ‘대동 정신’을 이야기 할 수 있다. 천반산 주변에 그의 수많은 전설은 진안군민 면면에 스며들어 있다. 그의 대동사상은 진안군민의 품격을 높여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부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푸른 용의 해 병진년 진안만의 가치를 만드는 ‘진안다움’을 이루는 원년이 되길 소망한다. /이상훈 진안문화원 부원장·전라고 교사 △이상훈 부원장은 현재 전라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으로서 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진안문화원의 부원장으로서 지역문화와 농촌교육에 대한 연구와 글쓰기를 하고 있다. 저서 『이상훈의 마을숲 이야기』『진안 가슴으로 담다』『우리마을』『진안의 마을신앙』『진안의 마을 유래』『진안지역 돌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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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16 17:33

함께 돌보는 사회를 준비해야 !

돌봄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상황이다. 고독사, 고립, 자살, 보육과 양육, 장애, 노령, 정신건강의 문제까지 돌봄이 필요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수없이 많은 영역이 돌봄의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한복판에 돌봄과 관련된 이슈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긴 했지만, 엔데믹 선언과 최근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돌봄 문제는 사라진 이슈로 치부되고 있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돌봄에 대한 이슈는 절대 사라져야 할 이슈가 아니며, 그때그때 가볍게 취급되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유지되어야 한다. 스피노자는 정동 이론에서 코나투스(Conatus)를 말했다. 스피노자의 코나투스(Conatus)는 ‘자기보존의 본능’ 혹은 ‘자기 파괴를 부정하는 본능’을 말하며, 코나투스가 인간에게 드러날 때 스피노자는 그것을 ‘욕망’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욕망이란 것은 인간이 그 자신의 파괴를 부정하고자 하는 본성 그 자체를 의미하며, 인간은 인간 스스로 존중받지 못하는 삶의 현장을 부정하는 기본적 욕망을 품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도 매한가지인데, 외모·가난·성별·피부·지역 등으로 차별받거나 돌봄 없는 일상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특별히, 혐오와 차별이 당연하게 인정되는 사회에서 우리의 삶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을 향한 돌봄의 방향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우리 스스로 더 진지하게 물어야 할 중요한 시기이다. 돌봄은 매우 세밀하고, 섬세한 삶의 문제들과 맞닿아 있다. 단순히 개인 혼자서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온전히 국가 책임만으로도 해결하는 것도 불가능하며, 돌봄이 돌봄답게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국가의 강도 높은 책임과 개인의 책무성, 함께 돌보는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대대적인 준비가 반듯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우리들 스스로 혼자 살아갈 수 없고, 돌보고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준비를 온 사회가 함께해야 한다. 인간 자체로의 존엄이 지켜지고, 인간이 존중받는 돌봄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국가 책임을 높이는 공정 담론을 넘어서서 함께 돌보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상호성의 가치가 실현될 돌봄 문화를 준비하고 만들어가야 한다. 인간 삶의 기본이 돌봄이다. 돌봄은 인간 삶의 관계로 구성되고, 관계는 상호성으로 이루어지며. 그런 의미에서 돌봄을 잘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상호성의 기본 원칙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고, 관계를 이끄는 힘-상호성-은 서로 주고받는 과정을 의미하며, 일정한 법칙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돌봄은 인간 삶의 가장 깊숙한 인간 사이의 관계 속에 있고, 관계를 이끄는 상호성의 법칙에 기반하고 있다. 돌봄은 우리가 이해하듯이 잘 드러나지 않고 지극히 개인적이며, 타인에게 드러나지 않고, 나만의 돌봄 방식에 빠지기가 쉽기 때문이다. 결국, 돌봄은 매우 섬세한 인간 삶의 총체적 방식이다. 돌봄은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의 변화에 따라서 변화해 갈 수밖에 없어서 좋은 돌봄을 위해서는 시대적 흐름에 따른 좋은 돌봄 문화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 “함께의 같이를 가치 있게” 실현하기 위해서, 국가와 개인, 우리 사회 전반이 함께 돌보는 사회를 준비해야 하며, 함께 돌보고 살아가는 사회를 잘 준비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삶을 만나기 위한 필수조건임을 반듯이 기억해야 한다. /서양열 전북사회서비스원 원장 △서양열 원장은 한국노인복지관협회 전북지회장을 지냈으며 한일장신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겸임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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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09 16:03

발칙한 상상 1.  - 추첨제 민주주의를 허하라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인가 보다. 여기저기서 마음 바쁜 정치지망생들의 출판기념회가 손짓한다. 후원금도 걷고 사람도 모아 얼굴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출판기념회마다 저자에게 눈도장을 찍는 사람들이 책 한 권씩 들고 나선다. 애써 만든 책은 아마 한 번 쓱 훑어보다가 재활용 박스로 직행할 것이다. 정치지망생이 저마다 꿈과 비전을, 그리고 걸어온 길을 이야기하지만 그다지 울림이 없고 그밥에 그나물인 능력과 인물군에 정치 무용론이 나오기까지 한다. 그놈이 그놈 같고, 좀 새 인물로 바꿔도 보지만 여전히 함량 미달이다. 어떤 정치 평론가는 인물을 안 키워서 그런다고 하고, 어떤 평론가는 일당 독식하는 정치지형 때문이라고 한다. 이유라면 정말 이게 다인가? 선거는 정말 민주주의 꽃인가? 선거는 정말 최선의 정치 제도인지 의심해본 적 있는가? 선거제 자체가 한계에 다다르지는 않은지 생각해본다. 정치인들만 욕한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나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굴을 바꾸고 당을 바꾼다고 해서 정치가 나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동안 각 정당에서 선거를 앞두고 얼마나 많은 젊은 피들을 수혈해왔는가? 1992년, 현역장교로 군 부정투표를 양심 선언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공정한 선거제도를 이끈 이지문 박사는 대안으로 추첨제 민주주의를 제시한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추첨은 민주적이요, 선거는 귀족적이다”라고 말했다 한다. 맞는 말이다. 선거 한 번 치르자면 어마어마한 돈이 드는데 그걸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전북 광역단위만 해도 도내에 플래카드 한 번 거는데 수천만 원이 든다. 그걸 한두 번 해서는 얼굴 알리기가 힘들다. 문자 발송비도 한 번에 수천만 원씩 드는데 아무리 돈 안 쓰는 선거를 한다 해도 수억 원이 금방 바닥난다. 이러니 정책경쟁보다는 죽기살기로 선거투쟁에 뛰어들고 패자가 되는 순간 엄청난 빚을 지게 된다. 따라서 돈 없는 사람은 선거에 나오기 어려우니 현행 선거제도는 당연히 귀족적이다. 더구나 막강한 자본을 배경으로 한 시장과 언론이 여론을 조작하고 선동하기까지 한다. 또한 사람들은 뇌 구조상 생각하기를 싫어하고 대신 판단하기를 좋아하기에 선거제도의 맹점이 있다. 합리적 판단 대신 진영논리에 의한 확증편향과 이미지 정치에 놀아나기 쉬운 현실을 지금도 보고 있지 않은가? 모두가 평등한 1인 1표를 통해 공직자를 선출한다고 민주주의는 아니다. 유럽 내 가장 지적이고 민주적이었던 바이마르 시대에 선거로 선출된 독일의 히틀러가 그 증거이다. 이미 추첨제 민주주의는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법원의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추첨이 그러하다. 재판 결과가 기존의 판사 결정과 80% 유사하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추첨제로 뽑는 것이 어렵다면 지방의회나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정상적인 시민을 대상으로 추첨제를 실시해보는 것이 어떤가? 지구당 당협위원장에 줄을 안 서도 되고, 돈도 들지 않는다. 상갓집마다 좇아다니지 않아도 되는 정치를 꿈꾸어보자. 재선을 꿈꾸지 않기에 부패할 필요가 없고 상식과 소신으로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정말 민주적인 지방자치를 만들어보자. 중앙의 정치 풍향에 눈치나 보는 정치. 영향력 있는 지방의 건달이나 토호들에게 돌아가는 이 비민주적인 정치를 끝장내는 발칙한 상상, 새해 벽두에 꿈꾸어 보는 것은 어떤가? /문상붕 도서출판 파자마 대표 △문상붕 대표는 전북국어교사모임 회장∙정읍고등학교 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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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02 15:32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의 제정을 위하여

큰 충격을 받은 사건이 있었던 날은 시간이 지나도 그날 내가 무엇을 했는지 선명하게 기억하고는 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에는 일 때문에 군부대에 갈일이 있었고, 근처에서 혼자 밥을 먹으며 식당에서 틀어놓은 뉴스를 보고 있었다. 당시 전원 구조라는 거짓 뉴스가 계속 보도되고 있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다행이다는 생각을 했던 것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당일에는 변호사회에서 1박2일 경주 야유회를 갔고, 숙소에 돌아와 티비를 켰는데 정말 이게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맞는 건가 싶은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나라가 이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고 하니 그렇게까지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지는 않겠지라는 그나마 희망적인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 그러나 다음날 사망 159명, 부상 196명이라는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대형참사가 대한민국 그것도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이미 사고 전날부터 이태원 뒷골목엔 움직이기 힘들 정도의 인파가 모였고, 위험한 상황이 목격되기도 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임이 인지되었다. 사고 당일 오후 6시 34분에는 압사를 언급하는 최초 신고가 접수되었고, 112신고가 경찰이 공개한 것만 11건이었다. 심지어 사고 직전인 오후 8시 33분에도 사람이 쓰러지고 있는데 현장 통제가 안된다 심각하다는 신고가 접수되었다. 시민들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데 누구하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미 위험 징후가 여러 차례 있었고, 사전에 6호선 이태원역 지하철 무정차, 이태원로 일대 도로 통제와 같은 조치만 했어도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고 말한다.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고, 유가족들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제공도 없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만 보이다 유가족들은 어느새 2차 가해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이태원에 간 것이 불법인가그 시간에 그 곳에 있었을 뿐인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국가는 헌법 제34조 제6항에 따라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무를 게을리하였고, 국가의 보호 아래 안전해야 할 국민들이 국가의 재난 컨트롤 시스템의 미비로 인하여 막을 수 있는 인재로 희생당한 것이다. 유가족이 바라는 것은 이태원 참사의 발생원인과 책임소재 등에 관한 진상 규명이다. 이를 위해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이 이루어져야만 하고, 특별법의 주요 내용 역시 특별조사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진상규명 조사, 청문회 및 특별검사 임명, 피해자 지원, 공동체 회복 지원이다. 이 당연한 내용이 참사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이 참담하고,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어떠한 이유로 정쟁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서 답답한 노릇이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 난지 1년이 훌쩍 지났다. 유족들의 요구는 지극히 당연해서 이것이 왜 이렇게 아직도 이루어질 수 없는지 조차 이해하기 어렵다. 여야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둘러싼 협의가 진척이 없자 12월 21일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제안하면서 회기 내 처리를 다짐했지만 끝내 상정이 연기되었다. 유가족들은 추운 겨울날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국회 둘레 오채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 이들의 아픔을 진심으로 위로할 수 있도록 12월 28일 본회의에서는 부디 안건으로 상정하여 통과될 수 있기를 바란다. /우아롬 변호사∙민변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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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6 15:38

도시재생, 도시의 풍요를 꿈꾸며....

도시재생의 시작이 시민의 자산을 기반으로 하여 운용과 사회적 투자로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고도로 성장했던 도시의 성장 속도가 한계에 다다르고 즉, 공급과 소비가 도시의 성장을 이끌었던 시대가 저물고 공급을 위한 소비체제 강화 속에 자본이 자본을 증식하는 시대로 자꾸 몰리고 있는 듯하다. 또한 정체된 인구성장은 감소로 이어지고 어떤 지역은 소멸을 논하기도 한다. 더불어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지역 곳곳에서 인구감소, 산업체 급감, 슬럼화 등의 지표로 쇠퇴지역은 고령화와 청년인구 감소와 더불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재생이 지역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론적 정책일 것이다. 도시재생 정책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해보면, 침체된 지역의 활성화가 정책적 지원만으로 지역의 쇠퇴 현상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도시재생이 급격한 도시성장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단순한 도구로 쓰임으로만 대두되었을까? 지역의 시민 자본과 그 지역 주민들의 고유한 자산이 모여지지 않고 정책적 지원만으로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려 한다면 지역의 자생력은 더욱 약해지지 않을까? 도시재생의 지역 활성화 정책에서 주요한 개념인 시민 혹은 주민참여란 방법의 접근방식이 지원사업의 운용에만 국한된다면 지역은 새롭게 활성화되거나 새로운 출구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그간 여러 지원사업으로 인한 주민 간 갈등과 예산 대비 사업성과의 실효적인 측면의 한계가 현재 드러나 있기도 하다. 주민역량증진과 참여가 계몽적 방식으로 치우쳐 문제의 해결자가 되어야 할 주민들이 계몽적 학습안에 갇히거나, 참여하는 방식이 또 다른 민원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역의 쇠퇴와 문제를 해결할 거라는 시작의 설렘과 순수했던 목적을 잃어버리는 답답한 상황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공감하고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합의와 실천력 또한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공공성 등 우리가 만들어 왔고 지켜왔던 도시의 건설방식과는 다른 다양한 접근방식의 해법과 사회적 실험이 여전히 우리에게 숙제로 남아 있다. 개인의 편의와 편익의 욕구에서 공공과 개인의 이익이 조화를 이루는 지역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한 보편적 정당성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시의 성장만이 보편적 이익을 가져줄 수 있는 시대가 다시 올지 기대하기 어려운 이 시기에 지역에서 살아갈 우리에게 매우 다양한 분야의 많은 과제가 주어지고 있다. 성장의 정량치도 중요하지만, 성장의 내용과 과정 그리고 질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도시의 부는 도시의 생명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만큼 균형감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인구지표, 산업적 증가 등 총량이 절대적으로 성장하는 시대는 분명히 아니다. 그러나 물리적 풍요는 차고 넘치는 시대라 한다. 반면 불균형 또한 극심한 시대라 한다. 중년 이후는 고령화의 노후를 고민하고 청년들은 자기 성장과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빈곤한 시대라 한다. 그만큼 세대 간 연대와 이해 공간에는 세대 간 경쟁과 불만, 불안이 채워지고 있는 시대이다. 도시는 우리 삶에 어떤 무대로 관리되고 만들어져야 할까 진지하게 고민할 때이다. 우리는 이러한 시대에 각자의 삶을 어떻게 지탱하면 살아가야 할까. 도시의 풍요로움, 물질적 풍요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상상력, 실천력, 그러한 새로운 내일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실험적 접근과 도전을 받아줄 수 있는 여유가 우리의 도시를 풍요롭게 하지 않을까. /소영식 전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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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19 15:34

12월의 무게

연말연시는 콩나물국밥 장사하는 이에게 최대 대목이나 다름없다. 송년회며 신년회 모임이 넘쳐나고 모임은 대부분 술자리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 짓을 다시는 안 하리라 뻔한 거짓말을 되뇌며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모여 가엾은 위장을 달래기 위해 콩나물국밥을 마주하게 된다. 덜 깬 술기운에 버석한 얼굴을 하고서도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크리스마스며 연말연시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렸을 때는 12월이 시작되면 ‘착한 아이’로 변신했다. 순진하게도, 크리스마스 직전까지 당분간만 착하게 지내면 산타클로스가 내 소원을 들어줄 거라고 믿었다. 서양의 명절을 제대로 아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최소한 크리스마스 즈음하여 돌아보고 반성할 줄 아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혹은, 솔직히 그저 누군가 내 소원을 들어주고 선물을 나눠준다는 것에 맹목적으로 매달렸을 수도 있다. 온갖 말썽을 부리고 동네 아이들과 쌈박질을 해댈 때마다 엄마의 평화를 위해 외갓집으로 쫓겨났으면서 12월이 되면 제 발로 외갓집을 찾았다. 만석꾼인 외할머니 댁에서는 연말연시면 아무래도 묻어나는 콩고물의 크기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동네 교회에 가서 받는 과자 꾸러미와는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일꾼들이 받는 세경은 연 단위로 12월에 계산했는데 외할머니는 대부분 계약한 금액보다 넉넉하게 지급했다. 그러면 일꾼들은 그 고마움을 소소한 선물로 내게 나누어주었다. 올 때는 하나였던 가방이 집에 돌아갈 때는 두세 개로 늘어있기 마련이었다. 먹을 것도 더할 나위 없이 풍족했다. 누구네 아기가 첫겨울을 건강하게 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누구는 신혼인데도 밤낮없이 일한 게 고마워서, 누구네 셋째가 새봄에 학교에 가니까, 작년에 사라졌던 일꾼이 다시 돌아온 게 반가워서. 꿰어다 놓으면 대충 그럴듯해지는 갖은 이유를 들어 외할머니는 하루가 멀다 하고 떡을 쪄 나누었다. 12월의 분위기는 집안의 경제력과 관련이 깊다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나는 어렴풋이 알았던 것 같다. 연말이면 가게에 수북이 쌓였던 달력이 사라진 지 여러 해 되었다. 눈앞에 늘어놓고 스케줄을 고민하게 했던 공연 초대장도 거의 모습을 감췄다. 국밥을 핑계로 찾아와 작은 선물을 쥐어 주던 이웃도 발길이 줄었다. 이런저런 나눔 봉사에 함께 하자는 권유가 줄고 대신 현금 기부 요청이 부쩍 늘어났다. ‘세계적으로 장기화된 경기 불황’ 어쩌고 하는 뉴스를 볼 필요도 없다. 손님들의 딱딱한 어깨에 걸린 12월의 무게가 다르다. 12월은 매일이 크리스마스인 것 같았던 마법은 끝났다. 거리마다 캐럴이 울려 퍼지고 가벼운 관계에도 너그러이 선물을 주고받으며 딱히 이유 없이 인심이 후해져 가던 걸음을 돌려 구세군 바구니를 향하던 즐거움은 어디로 갔나. 이제 크리스마스는 교회나 백화점에 가야만 있다. /유대성 전주왱이콩나물국밥 전문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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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05 17:04

가석방 없는 무기형이 흉악범죄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가

현행 형법에서는 무기징역 또는 무기 금고형을 선고 받은 경우 행상(行狀)이 양호하여 뉘우침이 뚜렷한 때에는 20년이 지나면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형법 제42조 및 형법 제72조). 그런데 지난달 법원이 가석방 없는 무기형인‘절대적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대부분 국가에서 가석방이 가능한 무기형 제도를 운영하고, 절대적 종신형은 미국과 영국 등에서 운영되는 이례적인 제도이다. 개정안이 국회까지 통과하여 시행되면 앞으로 무기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가석방이 허용되는지 여부를 함께 선고하게 된다. 개정법률의 제안 이유는 “다수의 생명ㆍ신체를 중대하고 심각하게 침해하거나 여성ㆍ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등 그 죄질이 흉악하고 준법의식과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존중이 현저히 결여되어 교화ㆍ개선의 가능성을 찾기 어려운 범죄자의 경우에는 사회로부터 영구적인 격리가 요구되고, 실제로 가석방으로 풀려난 무기수가 재범을 저지르고 또다시 수감 되는 사례가 있는 데다 이러한 법 집행의 현실과 국민 법 감정 사이의 괴리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 판결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무기형의 가석방과 관련하여서 그 요건 및 기간 또한 상향함으로써 범죄피해로부터 국민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범죄자에게는 죄질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개정안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교화·개선의 가능성을 찾기 어려운지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은 무엇인지 그리고 영구적인 격리가 범죄 피해로부터 국민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확정적인 사실인지에 관한 의문이 든다. 우선 가석방 제도는 20년이 경과하면 의무적으로 가석방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수형자가 교화가 불가능하고 재범 위험이 높다면 가석방을 불허할 수 있다. 개정안에서 우려하는 바와 같이 가석방으로 풀려난 무기수가 재범률이 높다면 가석방 심사의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가석방 여부는 형 중에 있는 기결수의 교화·개선가능성에 따라 형 집행 과정에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인데 법관이 판결 당시 앞으로의 교화 및 개선 가능성을 확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그 근거가 미비하고, 가석방 제도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더욱이 형벌의 목적은 응보에만 있지 않고, '교정', '감화', ‘치료’ 라는 점에서 형사정책적으로도 정당화되기 힘들다. 절대적 종신형은 수형자의 교화가능성을 박탈하는데다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좌절감이 교도소 내에서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 역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절대적 종신형은 신체의 자유를 다시 향유 할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제도이고, 독일의 경우에는 1978년에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린 바 있다. 엄벌주의와 중형주의가 강력범죄를 예방할 것이라는 것은 기대감에 불과하고 그 효과가 불분명하다. 실제로 절대적 종신형을 운영중인 미국이 강력범죄 발생률이 낮다고 볼 수도 없다. 오히려 범죄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범죄의 근본 원인을 찾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아롬 변호사∙민변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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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8 17:34

도시재생, 사업으로 시작하지만 이후 …지역사회가 함께 할수 있는 더 긴 시간을 내다봐야

도시재생사업의 사업기간은 재생유형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4년~5년, 새뜰마을 사업기간은 4년이다. 사업기간이 완료되면 정주환경정비 시설과 사업기간 다져왔던 주민협의체의 활동역량과 재생거점시설이 결과물로 발굴된다. 그렇지만 보조형태의 활동지원사업도 동시에 완료되기 때문에 이후 지역활성화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쟁점이 지역사회에 대두되고 있다. 그중에 에서도 당면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쟁점은 거점시설운영의 지속가능성이다. 어쩌면 거점시설운영이 현실의 벽에 부딪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주민의 운영과 경영역량이 5년 만에 강화될 수 있다고 믿는 것 아닐까. 수년 혹은 수십년동안 진행된 인구감소와 사업체수 감소로인한 경제적 쇠퇴의 활성화를 재생사업선정과 한정된 사업기간을 통해 단기간에 회복한다는 목적을 수행하는 것은 주민들로서도 한정된 기간이 부담스럽다. 또한 해당지역의 고령화에도 대응해야 된다는 사회적 쟁점도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거점시설에 대한 사회적 쟁점이 주민이 (거점시설을 운영하지 않고) 빠지는 이유는 5년이 지나면 예산이 끊겨서란 단순한 원인만 부각되고 있다. 해당지역의 주민참여가 그 지역의 문제진단과 해결력을 찾는데 매우 중요하지만. 해당지역의 주민만으로 실행하고 문제해결하겠다는 사업전개 방식의 한계가 드러난 것은 아닐까. 도시란 틀에서 보면 재생지역의 쇠퇴도는 수녑간 누적되어온 도시 변화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시의 변화는 경제활동의 이동, 공급과 수요에 의해 흐름을 결과물 이기도 하다. 도시재생사업 실행기간동안 환경정비가 되고 주민참여을 통해 지역의 현실적인 진단과 해결법은 찾아내고 그것을 지속가능한 활동으로 안정화 하는 기재로 시설을 짓고하는 일련사업의 과정을 해당지역 활성화을 위한 실효적인 관점에서 재점검하는 논의가 필요할 때이다. 주민참여가 주민만하는 과정이 아닌 재생지역의 쇠퇴진단과 문제가 지역사회에 공유되고 공감되면서 해법을 함께 찾아가는 폭넓은 전개가 필요하다. 그러한 과정에서 해당지역의 지속가능한 활성화와 안정화을 견인하고 현실적인 해법을 실행할수 있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과 인력이 찾고 함께할 수 있는 사업실행의 가이드와 구조를 재구성 해야 할 것이다. 수십년간 누적된 점진적 쇠퇴의 양상 혹은 도시변화가 도시의 균형적이고 안정적 성장보다는 개발위주 였다면 도시재생에서 단순히 시설을 짓고 예산대비 그걸 기한 내에 모든 성과를 내고 끝낼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시설을 짓는 속도로 주민의 역량이 강화되지 않을뿐더러 고령화와 맞물린 문제해결력 또한 높지 않기 때문이다. 주민참여가 그지역의 주민만으로 진행되는고립된 구조를 만들어서도 안될 것이다. 지역 주민들이 동네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역량을, 특히 경제적 역량까지 갖추게 하려면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과 입체적인 실행전략을 세워야할 것이고 재생사업완료 후에도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도시재생 사업을 왜 할까를 고민해 보면, 거점시설을 만드는 것도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20년, 30년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역량 강화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지역 안에서 지속 가능하게 살 수 있는 삶의 공간을 만드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소영식 전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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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1 16:04

김장 못 해요

“사장님, 올해는 김장 언제 하십니까? 김장하는 날 맞춰와야 새 김치 얻어먹잖아요.” 어느덧 김장철이 코 앞이다. 여느 해 같으면 시장도 돌아다니고 그동안 거래했던 배추밭들도 돌아보며 김장 준비에 발품을 파느라 바쁠 시기다. 다만 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는 김장 안 하기로 했어요. 인증받은 우리 지역 김치공장하고 계약했거든요. 재료도 다 국산이고 맛이며 위생이며 다 검증받은, 믿을만한 회사예요.” “아, 왱이집 김장만 기다렸는데 아쉽네요.” 며칠 동안 김장을 물어보는 손님들이 이어졌다. 대답을 거듭할수록 죄송한 마음이 쌓여갔다.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야 손님들보다 배는 크면 컸지, 적지 않을 것이다. 여러 해 동안 미련을 가지고 고민을 거듭했지만, 결론은 명확했다. 요즘 음식점 가운데 김장을 계속하는 곳이 많지 않다. 반찬 중 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곳일수록 좀 더 쉽게 매입 김치를 선택한다. 반찬 가짓수가 많지 않아 김치에 많이 의존하는 음식점들은 그나마 김장을 유지하기도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우리 가게와 다르지 않은 고민 들을 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가게에서 김장을 계속해 왔던 이유는 어찌 보면 단순했다. 나에게 ‘김장’이란 ‘나누는 잔치’였기 때문이다. 어릴 적 김장을 하던 날이면, 내 역할은 하나였다. 이웃집에 김장 김치를 돌리는 일이었다. 옆집에 잘생긴 오빠라도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무거운 그릇을 들고도 발걸음이 날아다녔다. “아이고, 반가운 김장 김치네. 잘 먹을게. 고맙다!” 김치를 받아 드는 이웃의 인사가 나를 향한 칭찬인 것만 같았다. 아마도 그 반가운 목소리 때문에 가게에서도 김장하는 날이면 갓 담근 김치를 손님들에게 맛보여 드렸던 것 같다. 잘 먹었노라 인사하는 손님께는 김치 한 통씩 싸드리곤 했다. 왱이집과 오랜 세월을 함께해온 손님들에겐 그것이 하나의 풍속놀이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헌데 젊은 손님들은 상황이 좀 다르다. 김치 자체에 손이 많이 가지도 않거니와 한두 젓가락 건드리고 마는 경우가 많았다. 한번 손님상에 올라간 음식은 재활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갓 담근 맛깔 난 김치를 고스란히 음식물쓰레기로 버려야 하는 심정은 쓰라리기 그지없었다. 또 한 가지 곤란한 것은 젓갈 달이는 냄새였다. 우리 김장 김치는 멸치젓갈과 황석어젓갈을 직접 달여 사용했는데 이 냄새를 둘러싼 민원이 적지 않았다. 동문사거리 이웃들은 그나마 왱이집의 오랜 전통이라 여겨 냄새나는 며칠을 참아주었지만, 손님들은 아무래도 불편해했다. 이 냄새가 나면 며칠 후 김장 김치를 맛볼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식사하는 동안 옷에 젓갈 냄새가 밸까봐 신경을 썼다. 쌀쌀해지는 날씨에도 일주일은 모든 문을 활짝 열고서 환기하며 여간 조마조마했던 것이 아니다. 결정적인 것은 ‘맛손’ 부족이다. 우리 가게는 오래 일한 직원들이 많았다. 그런데 절반 이상이 노환으로 가게를 떠나시고 젊은 사람들은 힘든 일을 피하려 하니 일손을 구하는 것이 아무래도 어렵다. 수십 년 동안 한결같은 솜씨로 김장 김치 맛을 내오던 이모님들이 점차 나이 들어 일손을 놓게 되니 이제는 혼자서 직원들 진두지휘하며 김장을 치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런저런 푸념을 늘어놓지만 결국 하고 싶은 건 사과이다. “올해는 김장 못 해요. 김장 김치도 못 싸드려요. 죄송합니다. 저도 그 시절이 그리워요.” /유대성 전주왱이콩나물국밥전문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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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07 17:53

마약범죄 근절을 위한 대책이 필요한 요즘

연일 연예인 마약 투약과 기상천외한 사기 범죄가 보도되고 있다. 필자 역시 최근 가장 많이 처리한 형사사건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니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마약류관리법’) 위반과 사기죄였다. 그만큼 주변에서 매우 흔하게 발생하는 범죄유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전 펜싱 국가대표와 관련 있는 희대의 사기극은 개인의 윤리의식 문제로 볼 수 있지만 마약범죄는 개인의 일탈을 넘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이 더 커 보인다. 마약류관리법 위반의 경우 법에 따르지 않은 마약류 사용, 마약의 원료가 되는 식물의 재배, 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 등 매매, 매매의 알선, 수수, 소지, 흡연, 섭취를 금지하고 있고, 마약류의 종류 및 행위 유형에 따라 처벌수위를 달리 정하고 있다. 단순 투약에 그치지 않고 제조, 매매, 알선을 할 경우에는 경우에 따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처하는 등 처벌 수위가 매우 높으며, 실형선고나 구속 수사 가능성이 매우 높은 범죄이다. 이렇듯 상당히 엄한 처벌을 하고 있지만 이번 국정감사 기간에도 지적되고 있는 바와 같이 마약 밀수 건수와 범죄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마약은 한 번 복용하면 쉽게 중독되기 때문에 재범률이 매우 높다. 마약범죄 피고인들의 범죄경력 등 조회 회보서를 살펴보면 마약범죄로만 해당 문서가 몇 장인 경우가 있을 정도다. 이렇듯 한 번 마약범죄를 저지르게 되면 벗어나기 매우 힘들고, 이러한 이유로 중독자들에 대한 치료도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마약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는게 오히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마약류를 구하는 것이 지나치게 쉽다는 문제가 있다. 마약을 구하고자 하는 이들은 텔레그램 등을 이용하여 공급책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그들이 알려준 계좌로 마약 구매비를 입금하면 미리 특정 장소에서 은닉한 마약을 수령하는 일명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입수한다. 그 과정이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사건의 기록에 나타난 범죄의 수법과 습득의 과정을 보다 보면 그 과정이 너무 쉬워 깜짝 놀라곤 한다. 우스개 소리로 지금은 구하기가 쉬워졌지만 한창 유행일 당시 구하고 싶어도 구하지 못했던‘먹태깡’보다 구하기 쉬운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마약이 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는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예만 봐도 알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태생지이자 중심이었던 샌프란시스코는 낭만의 도시로 유명했지만 최악의 마약이라고 하는 펜타닐로 인한 사회문제가 심각해져 이제는 좀비도시라는 악명에 시달리고 있다. 마약 복용자들에게 관대했던 도시는 대낮에도 ‘좀비 마약’ 펜타닐을 투약한 홈리스가 진을 치고 있고, 약물중독자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자 이제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하는 마약 사망 사건을 살인 사건처럼 취급해 증거를 수집하고 범죄 조직을 수사하도록 하고, 펜타닐을 판매하는 판매상을 살인 혐의로 기소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마약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마약류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이를 구하기 어렵게 만들어야 하고, 중독자를 적시에 치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마약류 중독자를 적시에 치료할 수 있도록 치료보호기관의 판별검사 및 치료보호에 드는 비용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하는 등을 내용으로 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기도 했다. 이제 대한민국은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사회 전체를 파괴하는 마약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우아롬 변호사∙민변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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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31 16:00

전주의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쇠퇴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전주도시재생사업은 2011년부터 도시재생 테스트베드 사업을 시작해 오래된 주거지를 중심으로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전주의 도시재생사업은 역사와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한 원도심도시재생을 시작으로 전주의 오래된 주거지와 상권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도 손 꼽힐만큼 현재 전주 곳곳에서 다수 진행중에 있다. 도시재생 지역의 활성화를 위한 촉매제, 지원센터 전주시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는 이와 같이 전주 여러지역의 도시재생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현장에서 소통하며 추진하는 조직이라 할 수 있다. 전주시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전주 곳곳에서 도시재생 사업 발굴과 사회적 공동체 육성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 등 상민과 주민간의 협력네트워크가 원활하게 이루어 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도시쟁지원센터는 도시재생 마스터플랜의 방향을 현장에 적용하고자, 현장의 환경에 맞는 방향을 재설정해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센터가 추진하는고자 하는 도시재생 활동과 사업은 하드웨어만을 목적으로하기 보다는 하드웨어가 완성되고 쇠퇴된 공간과 장소에 새로운 활력 불어 넣기위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주민공동체와 지역사회중심의 사회적주체를 양성하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한 협력과 소통, 지원센터 쇠퇴한 도시를 다시 살리기 위해 현장에서 활동 중인 전문가들은 ‘협력과 소통’이 도시재생의 중요한 요소임을 늘 강조하고 있다. 사업의 크기가 아닌, 주민과 주민사이의 관계 속에서 비롯되는 갈등을 해결하고 상생의 방안을 찾기 위한 지속적인 교류 또한 중요하다, 이 부분에 있어 각자의 경험과 정보의 차이로 생기는 갈등을 관리하고 풀어낼수 있는 기재가 매우 중요하다. 현장 센터가 운영되는 5년이란 기간은 해당지역의 활성화 지점을 찾아내고 그 과정에서 주민간의 다른 이해에 따른 차이를 원만히 풀어내고, 동네을 활성화하기 위한 최적의 협력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어쩌면 재생현장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차이를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으로 맞물리게 만드는 과정의 공간일 것이다. 센터는 그 경계에서 지역의 주민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상생의 가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어낼수 있게하고, 사이와 사이을 연결하고 서로를 잇는 곳일 것이다 이렇듯 센터는 재생현장에서 정책(행정)과 주민의 연결 고리로서 지역사회와 함께 전주를 시민의 삶터로 만들기위해 노력하는 곳이다. 도시재생은 성장하고 완성된 도시에서 성장 멈추거나 쇠퇴된 동네에 대한 회복과 활성화를 고민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센터는 그 안에서 도시의 살림이 잘 운영되도록 주민들의 참여을 도모하고, 참여자들의 지속 가능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일들을 해나가고 있다. 전주의 가치를 높이고 건강한 소비를 유도하는 도시재생사업! 상생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하는 전주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전주 곳곳에 더 좋은 변화를 만들어내고 전주가 도시재생 선도도시로 자리잡는데 초석같은 역할을 하기 바란다. 또한 “앞으로 전주도시재생이 더 전문적이고 고도화를 이뤄 전주의 오래되고 쇠퇴한 곳곳을 건강하고 활기차게 회복하길 바란다.” /소영식 전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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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24 15:16

바닥을 본다

가을에는 바닥을 본다. 나의 바닥은 어떠한지.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무늬. 가게 주차장 앞 의자에 앉아 바닥을 보고 있는데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볼 때마다 개수가 늘어. 한두 푼도 아니고. 이러니 명절이 두렵다.” 명절이 반짝 반가운 식당 사장 입장에서는 슬그머니 피하고 싶은 순간이다. “학교 다닐 때 공부 좀 열심히 해서 치과의사나 될 걸 그랬나. 내 얼굴에 임플란트가 쓰여 있냐고.” 화분에서 떨어진 잎이 소리 없는 무늬를 그리며 바닥을 구른다. 발로 슬쩍 무늬를 뭉개며 가게 안으로 향했다. 이번 추석에는 연로하신 부모님을 동반한 가족 손님이 많았다. 3년 만이다. 코로나 때문에 요양병원으로 모신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하다가 3년 만에 모시고 나왔다는 사연을 여럿 들었다. 며느리와 손주를 얻은 이후, 3대가 동반한 가족 손님이 더욱 반갑다. 마음이 가까우니 눈길이 가깝다. 어린 자녀를 둔 손님에게는 어린이용 숟가락과 육수 부은 수란도 하나 더 가져다주고 어르신이 계신 테이블에는 가위도 챙겨드렸다. 몰려든 손님에 깜빡 설명을 잊어도 아이에게 밥 말아주라는 수란인 줄은 다들 안다. 어머니 마음은 똑같다. 내 식사 챙기기 전에 수란에 밥부터 말아 아이 입에 떠넣는다. 그런데 아이 숟가락과 수란의 사용법은 설명하지 않아도 척척 아는데 도통 가위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필요 없다’라며 바로 내미는 경우도 있었다. 국밥을 뒤적이며 밥알만 뜨는 어르신 옆에서 가위를 들었다. “어르신, 콩나물이 질기지는 않으세요? 씹기 힘드시면 잘게 잘라 드세요. 콩나물도 드셔야 피부도 좋아지고 화장실도 잘 가는데, 제가 좀 잘라드려 볼까요?” 우리 엄마도 임플란트하셨던가?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다. 멀리서 사는 막내를 늘 안타까워하고 애달파하셨던 엄마는 내게 약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셨다. 이가 부실하면 먹는 것이 시원찮고, 영양 섭취가 부족하니 야위기 십상이다. 그러다 한 번 아프기라도 하면 부쩍 늙어버리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병환에 시달리는 동안 먹을 것이나 변변찮았을 터이다. 친정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그리운 얼굴들은 연휴 내 이어졌다. 명절마다 반기던 얼굴을 3년 만에 마주하고 보니 뭉클했다. ‘그새 부쩍 굽으셨구나.’ 내 귀에도 ‘할머니’보다 ‘어머니’라는 호칭이 달가우니 ‘어머니, 오랜만에 뵙네요. 건강하시지요?’라며 호들갑에 가깝게 인사드렸다. 그런데 인사를 받는 표정에 변화가 없다. ‘어머니’라는 호칭이 맘에 안 드시나, 잠깐 고민하는 사이 아들이 작게 설명했다. “치매가 심해지셔서요.” 요양병원에 모실 때만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이제는 가족 얼굴도 몰라보신단다. 3년이 길었다. 수란에 참기름과 김가루 듬뿍 뿌려 어르신 앞에 놓아드리는데 슬그머니 손을 잡아 오셨다. “반갑네. 손 보니 알겠구먼. 잘 지냈는가?” 어쩌면 나의 바닥은 이 손이 아닐까. 손에 새겨진 무늬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내 무늬를 기억하던 어르신을 떠올려본다. / 유대성 전주왱이콩나물국밥전문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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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10 15:15

교권 보호 4법의 의미

학부모들의 과도한 민원에 시달리던 교사들이 잇달아 사망하자 뒤늦게 교권 보호를 위한 법률 개정이 논의 되었고,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이른바 '교권 보호 4법'이 9월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교권보호 4법’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등 4개 법률을 말한다. ‘교원지위법’ 개정안은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됐더라도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직위해제 처분을 금지하고, 교장은 교육 활동 침해행위를 축소·은폐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교육감은 교원을 각종 소송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공제사업을 할 수 있다는 조항도 담겼다. 교육지원청이 교권 침해 조치 업무를 맡고, 지역교권보호위원회를 설치한다는 내용, 아동학대 신고로 조사나 수사가 진행되면 교육감은 반드시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는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것과 학생보호자가 교직원이나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학교 민원은 교장이 책임진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유아교육법’ 개정안은 교원의 유아 생활 지도권을 신설하고,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되었으며, ‘교육기본법’ 개정안은 부모 등 보호자가 학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협조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규정했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선생님을 보호 ② 악성민원으로부터 선생님의 교육활동을 보호 ③ 피해 교원에 대한 확실한 보호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강화 ④ 정부의 책무와 행정지원체제 강화, 유아생활지도 권한 명시 ⑤ 보호자의 권리와 책임 간의 균형을 위해 의무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개정안의 내용은 너무 당연한 내용이어서 그동안은 이를 법으로 규정하지 않았어도 사회에서 당연히 지켜져 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명문화의 필요성도 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는 변했고 어느 순간 교사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좋은 교사가 될 수 있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면 아동학대 범죄자가 될지도 모르는 불합리한 현실에 놓이게 되었다. 근본적인 원인은 교사를 상대로 갑질을 하는 몰상식한 학부모에게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너무 쉽게 이를 개인의 문제로만 책임을 돌릴 수 없다. 자신의 권리의식만 앞세우는 사회 분위기 속에 이제는 선생님에 대한 존중마저 강제해야 지켜지는 것이 현실이 되었고, 교사들은 적절한 대응책도 없이 수년 동안 아무런 지원 없이 혼자 싸워야 했다.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책임자들은 회피하는 모습만 보여왔다. 무엇보다 원인을 제공한 악성 민원인들에 대한 처벌도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엔 이들에 대한 신상공개 등의 사적제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보장되는 것으로서 정당한 자격을 갖춘 교사의 전문적이고 광범위한 재량에 따른 판단과 교육 활동에 대해서는 이를 침해하거나 부당하게 간섭하여서는 안 된다는 법리를 최초로 판시했다. 교권보호 4법 개정을 통해 교권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보장되는 것이고, 악성 민원은 범죄라는 상식이 통용되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우아롬 민변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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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3 15:24

사람은 공간을 만들지만, 그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윈스턴 처칠의 “사람은 공간을 만들지만, 그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명언이 있다. 처칠은 1943년 런던 폭격으로 파괴된 하원을 재건하기 위한 연설에서 한 말이다. 처칠은 기존의 작고 좁은 하원 공간처럼 ‘서로를 마주보며, 가까이에서 토론하는 공론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좌우가 가까이에서 토론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영국 의회의 모습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무엇인가 ? 역세권, 구도심, 주거지, 전통시장등 다양한 현장에서 공동체 재생 혹은 마을이란 주제로 여러 사업들이 펼쳐지고 있다. 그 안에서 항상 고민해왔던 지점은 ‘우리는 어떻게 협력 하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생산하고 소비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은 우리를 어떻게 성장시키고 있는가?’였다. 즉,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무엇인가?’란 근본적인 질문으로 다시 돌아오곤 했다. 도시의 압축적인 성장과 개발(과도한 팽창) 속에서 만들어진 공간은 혹은 장소는 삶의 지평을 안정화하기 보다는 자본을 축적 시키는 부동산 가치로 환원되지 오래다. 결국 어떤 소비만을 독촉하는 시설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삶을 담아내기란 쉽지 않다. 편의시설은 많아졌지만, 삶의 공간과 장소들은 한쪽으로 계속 내몰려 잃어가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관습화되고 상투적으로 변질된 공간과 장소 속에서 삶에 의미 있는 생산을 멈춘 지 오래고, 어쩌면 공급과 소비란 단순화된 패턴의 공간과 시설 속에서 반복된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에게 창조란 행위가 관념적이거나 도시민의 삶(일상과 생활)과 괴리된 무거운 단어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반면, 요즘 도시와 농촌공간에 대한 개발과 성장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실험중이기도 하다. 공동체, 재생, 창조, 협력과 협동, 주민-시민, 순환, 문화적 생태계 란 가치 중심적 관점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문화적 공동체, 일상과 생활의 새로운 탐독, 문화와 예술로 관계 맺기, 일상적 장소에 대한 재생과 같은 다양한 시도와 새로운 문화적 실험들이 신선하게 이루지고 있다. 결국 이러한 시도들이 연결되어 시대의 또 다른 흐름으로 단단히 성장하기를 열망 해본다. 관념에 갇히지 않고 즐겁게 상상하는 것 현재의 일에 지쳐 있지만 휴식을 계획하고 새로운 일을 꾸며내는 당찬 기운은 부러울 만큼 힘찼다. 아직도 뭔가를 해봐야 되는 열정과 앞으로 살아낼 시간에 대한 설렘과 불안이 섞여 있는 청년들이지만, 그들 각자의 또 다른 길에 대한 불안과 부족함을 관계를 통해 채우고 위로할 줄 아는 현명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한 청년들일 것이다. 사는 것은 진지하고 무겁다. 살수록 더욱 그렇다. 경험이 많을수록 자기만의 고정관념에 빠지기 쉽다. ‘새로움이란 창조란 그러한 것을 유쾌하게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즐거움’일 것이다. 유쾌한 해석과 실천을 해나가는 것 결국, 우리네 삶의 모습과 활동이 공간을 디자인하고 장소를 창조하는 것 아닐까? 창조적인 행위가, 장소가 일부 전문가와 극히 일부의 예술가의 생산적 전유물이 아닌, 우리네 일상과 생활의 무대가 되는 평범한 공간과 장소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실천의 모습을 찾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소영식 전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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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2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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