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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몰랐던 제비에 관하여

요사이 우리나라 어디서든 제비를 관찰할 수 있다. 그만큼 많은 제비가 우리 주변에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제비는 제비집에서 일상생활을 하지 않는다. 제비에게 제비집은 알이 부화하고 새끼를 키우는 자궁과 같은 곳이다. 새에게 있어 둥지는 그래서 매우 소중한 장소가 된다. 제비집 아래 쌓인 똥은 부모 제비의 것이 아니라, 새끼 제비가 크면서 본능적으로 집 밖으로 똥을 싸게 되어 쌓인 것이다. 새끼 제비가 커서 집 밖으로 나서면 그때부터 제비집은 빈집이 된다. 7∼8월경이면 소재지나 마을에서 제비를 볼 수 없다. 제비는 남녘으로 떠난 것이 아니라 풀숲에서 잠을 잔다. 그곳을 잠자리 터(보금자리 터) 한다. 한 달가량 지속되는 잠은 남녘으로 떠나기 전 힘을 비축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제비가 남녘으로 떠날 무렵 제주도에 잠시 머물다 가는데 10만 마리 정도가 모인다고 한다. 제비는 새끼를 키워 함께 남녘으로 떠난다.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 겨울을 보내고 다시 찾아온다. 음력으로 삼월 삼짇날 무렵에 어김없이 찾아온다. 제비는 귀소(歸巢) 본능이 있어 자신의 둥지로 다시 찾아오는데, 사람이 살지 않은 집에는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제비가 둥지를 틀 때는 아무렇게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제비가 집을 짓기 전에 부부 제비 중 한 마리가 날아와서 집의 처마가 마음에 든다 싶으면 처마 밑에 표시를 한 후 같이 둥지를 짓기 시작한다고 한다. 이때 집주인의 성품도 관찰하는데 인상이 좋지 않으면 다른 집에 둥지를 짓는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제비는 이렇게 만든 기존 집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해서 집을 보수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집을 증·개축하여 새끼를 키울 보금자리를 만든다. 심지어는 기존 집을 방치하고 집 가까이에 새롭게 짓기도 한다. 특히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에 제비집을 짓는다. 제비는 절대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에 집을 짓지 않는다. 제비는 인간과 아주 가까운 조류다. 우리나라에 제비와 관련된 속담이 무척 많은데, 하나같이 긍정적인 내용이다. 그리고 다른 조류와 달리 인가(人家)에 둥지를 틀고 살아간다.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보호해 줄 것으로 믿는 것 같다. 마치 흥부전에서 새끼 제비가 둥지에서 떨어지자 흥부가 보호해 준 것처럼 말이다. 실제 주민에게서 떨어진 새끼 제비를 둥지에 넣어 주었다는 이야기는 쉽게 들을 수 있다. 사람이 사는 주변에 둥지를 틀면 고양이, 뱀, 구렁이 등으로부터 보호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제비에 대한 인식이 매우 좋아 보호해 주면 복을 받는다는 인식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흥부전은 이러한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하여 구성한 작품이다. 요사이 농산어촌뿐만 아니라 도시 변두리까지도 제비가 찾아온다. 우리 곁을 떠나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과다한 농약사용, 도시화, 산업화로 인한 주변 환경 악화에 있다. 그런데 다시 제비가 찾아오는 이유는 제비가 살만한 곳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예전에는 지나칠 정도로 논에 농약을 많이 했으나 요즘 벼농사는 거의 농약을 하지 않은 정도가 되었다. 이렇게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땅이 비옥해지고 주변 환경이 청정해졌기에 제비가 찾아오는 것 같다. 이중환은 『택리지』 복거총론에서 살만한 주거 입지의 조건을 지리(地理), 생리(生利), 인심(人心), 산수(山水)의 네 가지로 제시하였다. 제비가 찾아오는 것은 복거총론에서 제시한 4가지 요소를 갖춘 곳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상훈 (진안문화원 부원장, 전라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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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16 18:07

우리 안에 있는 노인에 대한 혐오를 거둬야 한다.

노인 인구 천만 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노인 인구 천만 명 시대에 우리는 노인과 노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노인이 되는 것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이며, 잘 늙어간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잘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렇지 않으면 우리 안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을까? 최근에 발생한 노인과 관련한 한 가지 사건과 두 가지 영화 속 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노인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첫 번째 사건은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이다. 그동안 노인에게 제공하던 지하철 무임승차를 폐지하자고 모 당의 대표가 제안했다. 노인이 지하철을 많이 타기 때문에 지하철이 장기 적자에 시달린다는 이유이다. 과연 그럴까? 평소 오랜 세월을 어르신들과 보내온 나로서는 어르신들에게 이동권의 문제는 그리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두 번째는 ‘플랜75’라는 일본 영화의 이야기다. 플랜75는 인구의 절반이 노인이 된 가까운 일본의 미래를 담고 있다. 인구 절반이 노인인 일본에서 청년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일본 정부는 75세 이상 국민의 죽음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 ‘플랜75’를 발표한다. ‘국가가 국민에게 죽음을 권한다.’라는 영화적 상상력은 단순히 영화적 상상력만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 안으로 준비 없이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본다. 세 번째는 황야라는 영화 이야기다. 지진으로 완전히 폐허가 된 세상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죽고 죽어가는 정글과 같은 삶을 살아간다. 생존이 최고의 선이 돼버린 “파괴 된 사람 숲” 안에서 제일 먼저 제거 대상이 되는 사람은 병들고 쓸모없는 노인이다. 세 가지 상황 모두 노인은 낭비이고, 쓸모 없어져서 정부가 적절한 방식으로 지원해 주면 되고, 적당한 시간이 되면 사라져야 할 대상으로 표현되고 있다. 심지어 플랜75라는 영화에서는 청년들의 삶을 방해하는 우리 공동체 안에서 훼방꾼으로 묘사하고 있다. 안타까운 상황이다. 우리 안에서 노인은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혐오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확산하고 있다. 노실버존, 노인네, 틀딱충, 할매미, 연금충 등과 같은 노인에 대한 극단적인 단어들이 늘어가고 있다. 왜, 노인 혐오는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을까? 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 종합보고서는 경제적 부양 부담과 세대 간의 갈등을 노인혐오 촉발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노인인권종합보고서는 청장년층의 80% 이상이 노인과 청장년 간 대화가 통하지 않고, 노인과 청장년 간 갈등이 심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결국, 노인에 대한 혐오을 부추기는 핵심적인 원인이 세대간의 갈등, 부양 부담으로 인한 경제적 문제를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결국, 노인 혐오는 우리가 살아온 세상에서 우리가 만들어 온 결과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인혐오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 내에서의 성숙한 정책대안 마련을 시작해야 한다. 모두가 늙어가는 사회에서 노인이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한 사회를 이끌어온 선배 시민으로서 존중받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대안과 실천, 노인과 노화에 대한 이해 교육, 베이비부머 시대의 등장과 더불어 세대공감 형 노인문화 등의 확산이 노인 혐오를 줄이는 시작이 될 수 있다. 노인 혐오가 늘어가는 사회는 모두가 불행한 사회임을 우리 모두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서양열 전북특별자치도사회서비스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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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02 17:32

발칙한 상상 4 - 전주교육대학교를 제2한예종으로

지방소멸 가속화로 전라북도는 최악의 위기에 접어들고 있다. 젊은이들은 떠나고, 남아 있는 중장년은 타시도에 비해 자산이 적어 성장동력이 없다. 지금이라도 당장 공공부문에서 흘러 나오는 예산이 없다면 전북의 경제는 파산할 것이다. 무진장의 경우는 공공영역에 의존하는 비율이 70%를 넘고, 전주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크게 다르지 않다. 한때 조선팔도에서 5대 도시에 들었던 전주가 이처럼 쪼그라든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정치계와 관의 구태의연한 행태에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정과 관 모두가 조직 유지에만 신경 쓴 나머지 혁신적인 정책 개발이나 수행 의지가 없다. 전주하면 떠오르는 것이 겨우 한옥마을 하나이다. 최근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사용하라 했더니 지자체 모두가 비슷한 용도의 건물만 지어대니 오히려 나중엔 유지관리에 돈 먹는 하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상상력이 없는 정과 관의 머리 속에는 따라하기, 베끼기에만 몰두해 반짝 효과만 낼 뿐 시설은 그대로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가르칠 학생이 없다. 신생아가 읍면에서는 1년에 한두 명 태어난다. 학령인구수는 갈수록 줄어 10년 전만 해도 년 50만 명 정도였던 신생아 수가 몇 년간 20만 명 초반대를 기록하니 20만 명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10년 전만 해도 교대 입학하면 거의 다 교사로 임용되었기에 높은 인기로 고등학교 상위 5% 이내 학생만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교대도 저출산 때문에 문 닫을 일만 남아 있다. 가르칠 학생이 없는데 교사 수요가 지금 같겠는가? 이 기회에 전주 교대는 전북대 사범대와 통폐합을 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그 교대 부지는 새로운 학교로 거듭나야 한다. 그 길은 제2한국종합예술학교 설립이다. 최근 한국은 문화적 역량이 세계에 빛나 K-Cultuer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미용, 음악, 드라마, 음식 가릴 것 없이 약진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할 인재들이 필요한데 이때 대규모 종합예술학교 설립으로 통섭적이고 융합적인 교육과정 운영과 영역간 활발한 상호 교류를 통해 창의적인 젊은 예술인들을 대거 기르는 것이다. 유입된 창의적이고 멋진 젊은 예술가들이 캠퍼스와 전주 시내 거리를 누비고 다닐 때 전주는 더 젊어지고 활기차게 될 것이다. 마침 전주는 완판본과 판소리 문화의 정수를 지닌 전통의 도시다. 예술 감수성이 높은 도시이자 외부인에 대한 텃세가 없는 도시다. 맛과 멋의 전주는 교대 부근에 서학예술마을 공동체와 한옥마을, 한벽당, 국립무형유산원, 평화의 전당 등 많은 공연시설과 크고 작은 전시공간, 그리고 풍부한 인적 인프라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 좋은 자원들이 따로 놀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예술학교 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지역 예술인들이 함께 한다면 전주는 한국의 애든버러가 될 것이고, 한국의 뉴욕이 될 것이다. 이 얼마나 멋진 전주인가? 학교가 없어지는 것은 추억과 역사가 사라지는 슬픈 일이다. 동문과 재학생 모두 상실감이 클 것이다. 그러나 차츰차츰 소멸되느니 더 크고 새로운 학교로 거듭나는 것이 대승적이다. 전주와 젊은이들의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다만 걱정되는 교직원들의 고용인데 이는 교양과정 운영과 전북대 통합 등으로 안정되는 길 또한 크게 열려 있다. 차분히 생각해볼 일이다. /문상붕 도서출판 파자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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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26 19:07

‘오마카세’ 열풍과 ‘빈자의 식탁’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오마카세’ 열풍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마카세는 일본어로 ‘맡긴다’는 뜻으로, 손님이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주방장이 그날의 재료를 보고 적절한 요리를 알아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값비싼 코스 요리로 알려지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서 ‘인증’이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메뉴도 한식과 중식까지 다양해지고, 1인 30만원의 코스도 예약이 꽉 찰 만큼 여전히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반편, 한쪽에서는 ‘빈자의 식탁’이 이슈가 되고 있다. 국내 한 신문사에서 2021년 연재했던 ‘빈자의 식탁 : ’선진국‘ 한국의 저소득층은 무엇을 먹고 사나’는 잔잔한 울림을 만들어 냈다. 매일 라면만 올라오거나, 일주일 중 사흘을 소면에 설탕만 뿌린 ‘설탕 국수’를 먹은 사람도 있었다. 이 기획에서는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먹고 싶은 음식이 아니어도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음식을 먹는 사람들에 주목했다. 경제 성장에 따라 줄었지만, 경제적인 양극화 심화로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충분히 먹지 못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 포럼의 발표에 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5.4%는 먹고 싶어도 경제력 등 여러 이유로 해당 식품을 구매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2023 FAO 한국협회에서 배포한 세계식량통계연감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건강한 식단 비용 추정치는 구매력 평가(PPP) 환율 기준 하루에 1인당 3.66 달러로 2020년 대비 4.3% 상승했다. 2020~2021년에 북미·유럽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건강한 식단 비용이 5% 이상 상승했는데, 이는 식량 인플레이션이 심화에 따른 것이다. 2021년 전 세계 인구의 42% 인 31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건강한 식단을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제력으로 인한 식품 구매력 감소는 영양섭취 부족으로 이어졌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하는 한국의 인권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70세 이상 노인의 영양섭취 부족자 비율이 19.9%에 달했다. 전년도인 2019년 18.9% 보다 1% 증가했으며, 2015년 10.2%에 비하면 무려 17.5에 비하면 9.7%나 증가한 것이다. 소득수준별로 살펴보면 소득수준 ‘하’의 영양섭취부족자 비율은 18.9% 이다. 이는 지난해와 돌일하나 5년 전인 2015년 14.7%에 비하면 4.2% 증가한 수치 이다. 경제가 성장하고 있지만, 취약 계층의 먹거리 질과 영양상태는 더 나빠진 것이다. 우리는 취약 계층의 건강 및 인권 증진을 위해 ‘먹거리 돌봄’에 주목해야 한다. 먹거리 돌봄은 시혜·자선적 차원의 선별적 식품 제공이 아닌 보편적인 인권 차원의 먹거리 보장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지역 농업과 지역 사회 연계를 모색해야 한다. 지역 단위로 먹거리 돌봄 시스템을 위한 협력적 거버넌스가 확대되어야 한다. 특히 공공의 관점에서 먹거리를 바라보고, 지역과 농업 그리고 사람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범적으로 추진했던 대학생 1천원의 아침밥 사업, 농식품 바우처 사업,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 사업 등이 그 맥락에서 지속되고 확대되기를 바란다. 누구나 안정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먹는 지역, 전북특별자치도를 꿈꾼다. /이효진 (사)세상을바꾸는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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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19 15:35

기후 위기 속 마을숲

올해 2월에 매화며 산수유 그리고 개나리, 꽃잔디꽃을 볼 수 있는 것은 이제 특별하지 않다. 기후변화는 기후 위기를 말한다. 기후 위기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다. 일기 예보에 의하면 3, 4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40~50% 이상일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당연히 올여름 도시의 폭염 기간은 무척 길 것이란 것은 쉽게 예견할 수 있다. 요즘 기후 위기 속에서 도시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마을숲이 언급되고 있다. 마을숲은 아직도 생소하다. 도심을 떠나면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관심을 가져야 만날 수 있다. 요사이 생태 분야에서 많은 관심 분야 중 하나가 마을숲이다. 마을숲은 우리나라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경관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마을공동체 삶의 표출로 마을 사람 공동으로 조성, 소유, 보호된 숲을 말한다. 그리고 마을숲은 역사적, 문화적, 생태적으로 다양한 요소가 결합한 문화유산이다. 또한 마을숲은 마을의 역사, 문화, 토속 신앙 등을 바탕으로 마을 사람들의 실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마을숲에 대한 연구는 조경학을 필두로 풍수학, 야생화, 조류학, 곤충학, 생태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는 종합 과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마을숲을 조성하게 이유는 마을에 터를 잡고 살아오면서 마을이 불안하거나 화재와 수해가 발생할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책으로 마을숲이 조성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요사이에는 마을숲의 생태적 기능에 주목하고 있다. 둥구나무에서 가장 쉽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나뭇잎의 상태를 보고 풍흉을 예언한다는 것이다. 흔히 나무의 잎이 푸르고 넓게 피면 그해 풍년이 들고 반대로 잎의 모양이 좋지 않으면 흉년이 들고 나무를 보고 풍흉을 점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야기에 대한 해석은 그해 땅의 수분 관계로 이해되고 있다. 마을숲에 담긴 가장 생태적인 기능으로 방풍과 온도 및 습도조절 효과다. 골바람이 많은 산간 지역에서는 마을숲으로 수구막이를 많이 한 이유가 방풍에 있다. 그래서 마을숲은 마을 전체를 감싸는 형식으로 사람뿐만 아니라 가축, 안들의 경작물을 보호했다. 진안군 하초 마을숲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마을숲으로 산림문화자원으로 지정 보존하고 있다. 하초 마을숲 연구에 따르면 바람 감소(바람 갈무리) 효과와 습도와 온도조절 기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마을숲 조성 배경에는 홍수와 같은 재해를 방지하는 기능이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마을숲은 물의 원천적 공급처로서 인식된다. 그래서 저수지를 판 다음 둑을 쌓고 안정시키기 위해 나무를 심었다. 마을숲은 생물 다양성 증진과 그에 따른 생태계 서비스 효과도 있다. 마을숲은 생물 다양성이 보전된 보고이다. 마을숲은 마을 역사와 함께하며 현대사의 굴곡진 역사를 지켜보았다. 마을숲은 마을이 형성될 무렵에 조성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새마을운동 무렵에 마을숲이 수난을 당했다. 그런데도 나머지 나무가 자라 오늘날 마을숲을 이루어 놓았다. 마을숲은 마을 사람들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전통적으로 마을숲은 마을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는 장소이기도 하다. 특히 마을숲은 오늘날 생태적으로 미래의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늘날 인간의 생존에 크게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탄소), 대기오염(미세먼지) 등에 대안으로 준비된 생태자원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농산어촌에 조성된 마을숲의 다양한 기능이 이제 그 범위를 도시공간까지 넓혀 생태적 삶을 누리게 할 대안으로 마을숲이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고 믿는다. /이상훈 진안문화원 부원장·전라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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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12 15:16

마을과 동네 중심의 지역사회돌봄 체계 마련되어야

2019년 보건복지부는 지역사회통합돌봄 정책 추진을 발표했다. 지역사회통합돌봄정책은 자신이 살던 곳에서 더 오랫동안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지역 친화 돌봄정책을 의미한다. 2019년 발표한 정책은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왔다. 전주에서 추진한 통합돌봄 정책은 지역사회내에서 어르신들이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 것과 보건의료 안전망, 촘촘한 주거지원망, 전국 최초 통합돌봄서포터스단 운영 등의 매우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5년이 흐른 지금 살던 곳에서 오래 살도록 하겠다는 정책은 각 지자체별로 대거 확산 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는 의료모델 중심의 통합돌봄 사업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더 나은 방식으로 지역사회 통합돌봄체계가 확대될 방안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어려움과 한계에 머무르고 있다. 지금 보다 더 나은 지역사회 돌봄체계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핵심은 지역사회 안에서의 서로가 함께 살아가는 지지체계를 확대하는 것이며, 그 대표적인 체계는 지역사회이며,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중심축은 마을과 동네이다. 우리는 마을과 동네 안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을 배우고, 사람들에게 의지하고, 사람 사이의 무너짐도 배웠다. 그러나 지금, 우리 안에 마을과 동네가 사라지면서 우리가 느끼는 골목 안에서의 공동체의 감정도 사라져버렸고, 마을과 동네 안에서의 사람살이와 사람 살이 간에 돌봄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안에 마을과 동네가 새로운 방식으로 복원되길 제안한다. 마을과 동네의 복원은 지역사회복지와 지역사회 지지망 구축의 새로운 출발이 될 것이다. 마을과 동네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삶의 기본 단위로 옮겨 마을과 동네 골목 중심으로 재편하는 “골목 돌봄”을 구성해 나가야 한다. 수천억을 투자했음에도 마을이나 동네는 쉽게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듯이 마을과 동네를 살린다는 것은 허무맹랑한 이야기 일수도 있다. 그래도 마을에서 함께 살기, 동네에서 같이 살기, 마을과 동네에서의 사람들간의 상호 연결 등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특별히, 돌봄이 중심인 사회에서는 마을에서 함께 돌보고, 함께 살아가는 것은 우리 삶의 전부일수도 있다. 꼭, 기억해야 한다. 지역사회 안에서의 핵심은 연결의 촉진이다. 아파트안에 누가 살아가는지를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아는 것 자체, 알려고 하는 것 자체가 서로에게 불편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철저히 개인적인 생활에 익숙하게 훈련되어 온 우리의 삶은 더욱더 개인화를 부추기고 있다. 이런 개인주의의 질주를 멈추기 위해서는 우리들 스스로가 잠시 멈춰서 마을과 골목을 다시 마주해야 한다. 우리 서로를 위해서 함께 할 시간을 우리들 스스로 내어 놓아야 한다. 마을과 동네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그 만큼 교육받고 훈련 받아야 하고,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삶의 과정속에서 가능하다고 우리가 함께 인지해야 한다. 그래야, 마을과 동네의 골목이 제대로 살아날 수 있다. 마을 골목에서 위로 받고 응원받던 시절에 “골목 돌봄”이 오래된 추억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현시대에 맞게 재 생산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행복 미래가 찾아올 것이다. /서양열 전북특별자치도사회서비스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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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05 18:27

발칙한 상상 3. 의대 정원을 왜 늘려?

의사들이 파업을 한다 하고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집단행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만민이 평등하다는 법 위에 선 자들이다. 의사 판사 검사 모두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해 발광이다. 우리나라 카르텔의 최정점에 있는 그들은 모두 치외법권에 있는 것 같다. 그림도 그려주고 동영상도 만들어 주는 창작 AI시대에 문제은행을 달달 외워 국시 통과하면 연봉 수억 원이 보장되는 의사가 과연 언제까지 무풍지대일까?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해 갈수록 늘어나는 적자로 건강보험재정과 국가재정이 곧 고갈될텐데 연봉 수억 원에 차와 집과 별장을 준다 해도 지방에는 내려오지 않겠다는 저 의사들에게 과연 뭘 더 기대하겠다고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것인가? 의사 수를 늘려 희소성을 없애겠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걸 걱정해 의사들이 반발하는 것도 이해한다. 그러나 1분 진료받는 환자들은 끝까지 호구인가? 넉넉 잡아 3분이라 해도 겨우 30초나 환자를 쳐다보고 이야기할까 나머지는 컴퓨터 모니터만 보는데 과연 그 모니터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마 피와 오줌 분석과 같은 임상 결과와 영상판독 결과, 그리고 질병에 맞게 세팅이 된 처방전이 들어 있을 것이다. 모니터는 데이터이다. 데이터의 질과 양과 분석은 의사보다 AI가 뛰어나다. 이미 2018년 IBM에서 만든 왓슨이라는 영상진단 AI에 베테랑 영상의학과 의사가 완패당한 바 있다. 또한 고령자들 병은 당뇨 고혈압 등 대체로 비슷해 재진부터는 AI에 맡겨도 상관없다. 의지만 있다면 오히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연결해 자동 처방하면 누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여러 개 질병으로 인해 약 사이 부작용 없이 최선의 선택지를 제공하고 각 개인 질병 추이를 계산해 맞춤형 치료와 예방 솔루션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의사보다 간호사가 더 필요한 커뮤니티케어 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 오가기 힘든 노인이 많아지면 각 가정을 방문해 계호하는 가정방문 간호사가 더 필요하다. 그러기에 미래 한국 사회의 지속성과 국가재정을 위해 현 정권에 의해 거부권이 행사된 간호사법이 간호사의 역할을 더 보장하는 방향으로 재개정 되어야 한다, 아울러 이미 코로나 시기에 확대되었고 시행에 별 문제가 없었던 원격 비대면 진료가 확대되어야 한다. 이 정책이 대한 의사단체의 반대로 거기에 투자한 기업들이 망하고 있다. 과문하지만 AI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수술처럼 손을 쓰는 의사와 연구하는 의사를 제외하고는 법과 제도가 보장하지 않는 한, 의사는 잉여자원이 될 것이다. 의사라고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어디 있는가? 생산재라기보다는 소비재로서 의료계에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들이 몰리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SKY 이공계를 자퇴하고 의대를 진학하려는 N수생의 행렬을 막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비정상적인 산업구조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의대 정원을 동결하면서 AI진료를 확대하고 간호사 역할을 늘리면 일타 삼피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 참, 전교 1등짜리 의사들이 레이저로 점이나 빼고 보톡스나 주사하는 게 폼이 나나? 타투처럼 그 정도는 간호사나 에술가들에게 넘겨도 좋지 않나? 이미 많은 사람들이 눈썹 문신을 병원 밖에서 하고 있다. 20~30등도 먹고 좀 살자. /문상붕 도서출판 파자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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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27 15:21

청소년 아침 결식 개선 시범사업, 먹거리 통합돌봄의 마중물

“밥 안 먹고 학교가면, 큰 일 난다.” 어렸을 적 필자의 엄마는 학교갈 때 무조건 아침밥을 먹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그래서 당연히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에게도 아침밥을 꼭 먹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친구 중에는 아침밥을 먹고 오지 않는 친구도 꽤 있다고 한다. 한참 성장하고 공부를 해야 할 나이에 아침을 먹지 않는다고 하니, 괜히 마음이 쓰인다. 국민건강영양조사(1998~2018)에서 우리나라 전체 청소년의 아침 식사 결식률은 1998년 약 17.9%에서 2008년에는 약 27.0%, 2018년 약 37.4%로 지난 20년 사이에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2022년 교육부와 질병 관리청에서 조사한 ‘학생 건강’ 및 ‘청소년 건강 행태 조사’에 따르면 아침 식사 결식률은 39.0%로 나타났다. 식사 결식 이유로는 아침 식사 결식 이유로는 ‘시간이 없어서(35.1%)가 가장 많았고, ’식욕이 없어서(21.4%)가 뒤를 이었다. 전북교육청은 올해부터 도내 중학교 대상 ‘아침 결식 개선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위 조사에서 도내 초·중·고 학생 44.3%가 아침밥을 먹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전국 1위의 결식률을 보인 것에 대한 대책으로 보인다. 시범적으로 15개 학교를 대상으로 올해 3월부터 운영 계획이다. 아침 결식 시범사업 지원 대상은 교직원 간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친 도내 중학교 중 희망교 신청 학생이며, 학생 1인당 1일 3000원씩 연간 총 190일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아이들의 결식률을 낮추기 위한 노력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은 현장의 준비 상황과 예산의 부족이다. 아침 식사 제공을 위하여 조리원 근무를 확대하기 어려우며, 예산도 건강한 한 끼를 제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학생들에게 건강한 한 끼 식사가 아닌, 간편 가공식품이 제공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북 익산에는 사회적협동조합 청년식당이 있다. 애초 학교 밖 돌봄에서 출발했지만 최근 방 중 초등돌봄 도시락공급에 이어 인근 대학교 천원의 아침밥 공급으로 먹거리 돌봄 영역을 확장 중이다. 가능한 한 지역산 식재료를 쓰고, 인스턴트에 의존 않는 직접조리로 밥상안전과 질을 높이며, 일자리를 창출하는 1석 3조의 사회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청소년 아침 결식 사례를 포함해 생애주기별 먹거리 돌봄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학생 천원의 아침밥이 그러하고, 총선 국면에서 급부상 중인 주 5일 경로당 무료급식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공공성에 기반한 양질의 먹거리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그 방식은 청년식당 사례에서 보듯이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 단순한 현금지원 방식을 벗어나 밥상 질을 높이고, 지역 농업 연결망을 강화하며, 그 결과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먹거리 제 주체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통해 현실화해야 한다. 한편, 먹거리 돌봄은 시군 단위 또는 읍면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접근하고 추진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아동, 학생, 청년, 여성, 노인, 장애인, 취약계층 등 먹거리 돌봄을 수행할 핵심주체와 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공공형‧통합형 먹거리돌봄센터 모델이 떠오르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가 모델 구축의 선구자가 되길 기대한다. /이효진 (사)세상을바꾸는밥상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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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20 17:17

한국 풍수학을 정립한 최창조 선생님

지난달 31일, 한 시대를 풍미했던 풍수학자 최창조(1950~2024)는 한 줌의 재로 영면에 들어갔다. 향년 74세. 평소 지론대로 화장하고 소박한 묘역에 안장되었다. 필자와의 인연은 1984년 대학 지도교수 만남으로 시작되었다. 인연은 40년 동안 끈끈하게 지속되었다. 그해 <한국의 풍수 사상> 출간은 한국 풍수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한국의 전통 지리 사상인 풍수가 학문 반열에 오르고 한국 풍수 1세대를 알리는 저서였다. <한국의 풍수 사상>에서 명당 개념은 ‘산과 물이 조화를 이룬 자연에 적덕한 사람들의 영원한 거소(居所), 이것이 풍수적 이상의 땅, 길지’라고 언급하였다. 그해 완주지역 연화도수, 장군대좌, 노서하전 등 소위 형국론 답사는 풍수에 관한 관심을 가지게 하였다. 이후 <좋은 땅이란 어디를 말함인가>에서는 수많은 지역 답사 자료를 사진과 곁들여 풍수를 이해하는 대중서로 많은 독자를 확보하게 되었다. 서울대 교수직을 내던지고 1990년대 이후 강단이 아닌 현장에서 풍수학의 성과로 기념비적인 <한국의 풍수지리> <땅의 논리, 인간의 논리> <땅의 눈물, 땅의 희망> <북한 유적 문화 답사기> <한국의 자생 1, 2> 등이 출간된다. 한국식 풍수를 ‘자생풍수’라 정의하고 명당 개념도 새롭게 정의한다. 자생풍수는 ‘치유의 지리학’이자 ‘인간의 지리학’이라 정의한다. 강단에 머물렀으면 결코 발견하지 못했을, 한반도 구석구석에 발걸음이 닿지 않았다면 찾아내지 못할 풍수의 핵심이다. 현재도 ‘자생풍수’는 풍수학의 정립을 넘어서 한국식 풍수를 설명하는 중요개념으로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다. <도시 풍수> <최창조의 새로운 풍수 이론> 등에 이르러서는 풍수의 파격이 등장한다. 좋은 땅이란 없다는 것이다. 명당은 찾아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만들어야 할 대상이라고 언급한다. 도시에서도 좋은 땅을 찾을 수 있는데 아주 간단하다.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 단정한다. 자생풍수의 개념 정립은 <사람의 지리학>에서 정리가 된다. 주관성(마음이 중요하다), 비보성(고침의 지리학), 정치성(새로운 세상, 개벽 지향), 현재성(지금, 이곳에서 적응하라), 불명성(비논리의 논리, 논리 뛰어넘기), 편의성(이상보다 현실에 충실하라), 개연성(그럴듯하게 보인다), 적응성(모든 삶의 분야와 연결된다), 자애성(내가 중심이다), 상보성(인간도 주인이고, 자연도 주인이다) 등이 그것이다. <한국 풍수 인물사>(2013)에서 선생의 명당 개념은 간단하게 정리된다. ‘사람을 평온하게 감싸 줄 수 있는 어머니 품속 같은 곳’ 그리고 마지막 저서 <한국 자생풍수의 기원, 도선>(2016)에서 풍수 여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저자는 일러두기에서 ‘풍수 공부의 최종 목적은 도선의 자생풍수를 더듬는 것입니다. 따라서 1978년 대한지리학회와 서울대 지리학과 논문집에서 발표한 논문 이래 지금까지 해온 작업은 이 책을 위한 과정이었습니다.’에서 밝힌 바와 같이 자생풍수를 이루려는 풍수학의 40여 년 여정은 2024년에 마무리되었다. 자생풍수를 내세우듯 선생의 품성은 인간적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한국 풍수 대가는 한 줌의 재로 그토록 사랑했던 부모님 근처에서 묻혔다. 바로 그곳이 명당일 것이다. 스승은 제자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풍수학의 정립은 이제 한국 풍수 2세대의 몫이 되었다. 이제 풍수는 생태환경 등 미래 학문으로 지평을 넓힐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 명당은 마음속에 있다. /이상훈 진안문화원 부원장·전라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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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3 16:35

'돌봄사회위원회' 구성으로 돌봄 기반을 조성을 확대하자!

돌봄은 전 생애에 걸쳐서 반드시 경험하게 되는 과정이며, 돌봄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2012년 개봉한 ‘늑대소년’이라는 영화를 기억할 것이다. 늑대에게 길러지면서 늑대화 되어 버린 인간의 모습을 통해서 환경 속에 길들여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떻게 성장하는가에 따라서 인간이 되기도 하고, 늑대 인간화 되기도 한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 태어날 때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어떤 돌봄을 받고 살아오는가에 따라서 각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떤 돌봄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신창원과 표창원 사례에서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돌봄을 받고 살아왔는가? 우리는 우리의 돌봄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철학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답하기 어렵고, 여전히 우리의 돌봄은 철저하게 개인의 문제로 접근하는 과거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가 더 나은 돌봄 체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돌봄 문제 자체가 전 사회적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하고, 좋은 돌봄 기반 중심의 돌봄 철학을 정립하여 함께 사는 돌봄 체계를 확대 재구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인적 책임에 머무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시대의 상황과 미래의 삶에 부합한 철학적 기반과 지속 가능한 좋은 돌봄 정책을 마련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공식적인 논의의 틀-돌봄사회위원회(가칭)-이 만들어지길 제안한다. 필자가 제안하는 '돌봄사회위원회'는 돌봄을 국가, 국민,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돌봄 문화의 토대를 형성하기 위한 출발이고, 돌봄을 모두의 문제로 전환하여 돌봄 중심 사회의 과정을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첫 시작이 될 것이다. 현재, 정부 부처의 돌봄 정책은 부서별로 흩어져 있어서 통합적인 파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특히 일부 지역의 돌봄 정책과 특별한 영역의 돌봄 정책은 매우 미비하다. 이에, 돌봄 정책의 종합적 발전 방향을 마련할 수 있는 '돌봄사회위원회'를 국가와 지방 모두에 시급히 설치하고, 기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제한적으로 논의 되는 돌봄 문제에 대해서 체계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틀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또한, '돌봄사회위원회'는 돌봄교육과 돌봄실천 활동, 지역별 돌봄 특화 정책 마련으로 좋은 돌봄 정책 마련을 잘 준비해 나가는 기반을 제공해야 하며, 돌봄 중심 사회로의 대전환을 준비하는 중심 기구로서 역할을 해 나가야 한다. 국가 차원의 돌봄 문제, 지역별 돌봄 문제의 특성을 파악하고,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와 지역별 과제를 발굴하면서 오래된 과거를 잘 계승하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지속 가능한 틀로 역할 해야 한다. 더불어, 좋은 돌봄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좋은 돌봄 철학을 잘 정립해야 하기 위한 토대 또한 다져 나가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의 돌봄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흩어져 있고, 돌봄 정책도 부처 간에 산만하게 흩어져 있다. 이에, 흩어져 있는 돌봄 사업을 잘 정비하고, 좋은 돌봄을 위한 철학적 기반을 국가 차원의 담론과 지역 차원의 담론, 지역사회 담론, 개인적인 실천 담론으로 정리해서 좋은 돌봄을 위한 철학적 기반을 먼저 다져 나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좋은 돌봄을 위한 본질에 다가설 수 있고, 돌봄을 통해서 함께 살아가는 가치를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서양열 전북특별자치도사회서비스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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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06 17:47

발칙한 상상 2.   채소공항을 아시나요?

‘채소공항’, 일본에서 도쿄 같은 대도시에 채소를 시들지 않고 신선한 상태로 배송을 하기 위해 농촌에 건설한 공항들로 경제성이 없어서 비행기 대신 파리만 날아다녔다는 공항이다. 채소공항은 경제학에서 흔히 비효율적인 정부 사업의 예시로 인용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15개의 공항 중 10개가 적자로 운영하면서 이미 돈 먹는 하마로 전락되었다. 양양국제공항은 2002 월드컵을 핑계로 건설되었는데 지금까지 누적 적자액이 1000억이 넘고 무안공항은 그 액수가 더 큰 형편이다. 채소공항의 비극은 건설카르텔(건설족)이 원인인데 정부와 건설업체가 공공사업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고, 언론과 학계와 시민단체가 이에 협력하거나 방조하는 구조이다. 일본의 예를 보면 건설업자에게 후원을 받으면서 공항건설이 지역발전이라고 생색내는 정치인, 막대한 건설비로 이득을 보는 건설업자, 건설업자에게 광고를 수주하는 언론인, 조직확대 기회로 삼는 지방정부 공무원, 대학을 중심으로 타당성 조사 등 허위용역 발주로 돈 버는 학계, 공갈로 기생하는 시민단체 등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시작된다. 이처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의 건설족이 장구 치고 북 치면서 주민들을 현혹해 여론을 조성하여 대규모 토목공사를 일으킨다. 나중에 적자가 나든 흑자가 나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일단 준공비에 이름이 오르고 나면 영세불망의 치적이 된다. 그러나 그 부패사슬은 온전히 세금을 탕진하고 국가발전을 가로막는다. 교통량도 거의 없는 섬과 섬 사이에 대규모 다리를 건설하는 등 일본은 70년대부터 채소공항으로 대표되는 과잉 토목 인프라 건설에 돈을 쏟아부은 결과, 잃어버린 30년을 넘어 지금까지도 극심한 ‘일본병’을 앓고 있다. 산업 경쟁력을 키우지 않고 헛돈을 쓴 결과 한때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데도 좀처럼 회생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AI로 지칭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임에도 쉽게 표를 얻으려 아직도 삽질로 경기나 부양하려는 정부와 정치인들을 본다. 대표적으로 지난 정권의 4대강 사업도 그러한데 그런 경향이 건설 인프라부터 문화영역까지 이어져 과잉투자 혹은 중복투자로 재정이 낭비된다. 이는 미래 먹거리인 신기술 개발과 혁신에도 방해가 되며 심지어는 하나뿐인 지구 환경을 파괴하기도 한다. 정확한 타당성 분석이 없이 주먹구구식 장밋빛 청사진만으로 천문학적인 사업을 진행한 결과, 치명적인 파산사태에 이른 강원도의 알펜시아와 레고랜드 사태를 우리는 보고 있다. 우리나라 지방에 있는 10개의 적자 공항들 대부분은 경제성보다는 정치 논리에 의해 만들어져 탑승객 수와 항공기 운항 편수가 매우 적다. 명색이 국제공항인데 국제선은 대부분 다 문을 닫았고 국내선은 제주도 라인만 겨우 몇 편 살아있는 형편이다. 내륙노선은 이미 KTX와 경쟁에서 밀려나 사실상 김해공항을 제외하고 개점휴업상태이다. 일단 공항은 안전을 위해 매우 복잡한 탑승 수속과 보안 검색, 보안구역 지정 운영 등에 있어 시간과 비용 면에서 KTX와 경쟁할 수 없다. 사정이 그러한데도 채소공항 같은 것을 또 건설하자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가? 그들에게 쿠팡의 로켓배송 시스템을 견학하게 하는 게 어떨까? 아니면 그들을 20세기에 로켓배송 시키는 게 어떨까? /문상붕 도서출판 파자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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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30 16:20

막내가 70세⋯농민이 사라진다면?

“엄마가 70 먹을 때 까지는 김치 담가줄게.” 임실군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친정엄마가 나에게 했던 약속이다. 자식 중의 한 명은 가까이 살기를 바랐던 엄마는 전북에만 살아준다면 쌀과 김치는 책임지겠다고 약속하셨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할아버지가 농사지은 쌀과 할머니가 담가주신 김치를 먹고 자라고 있다. 그런데 친정엄마가 올해 어느덧 일흔이 되셨다. 엄마의 일흔을 아주 막연하게 먼 훗날의 이야기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덧 성큼 현실로 다가와 버렸다. 농촌으로 시집을 오셨던 친정엄마는 일평생 마을의 막내로 사셨다. 농촌 마을에 더는 사람이 들어오지 않았던 탓에 마을에서의 막내 역할을 평생 벗어나지 못하셨다. 그런데 마을의 막내가 이제 70세가 되었으니, 앞으로 10년쯤 지나면 내 고향이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12월 1일 기준 농가 인구는 216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4만9000명 각각 감소했다. 20년 전인 2002년 208만1,900가구, 522만2900명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통계청에서는 고령에 따른 농업 포기, 전업(轉業) 등으로 전년 대비 농가는 8000 가구(-0.8%), 농가 인구는 5만 명(-2.3%)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고령 인구 비율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49.8%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우리나라 전체 고령 인구 비율인 18%에 비해 농촌은 2.7배가량 많았다. 경지 규모로 보면 1.0ha 미만 농가가 75만 1000 가구로 전체 농가의 73.5%를 차지했다. 3.0ha, 이상 농가는 7만 4000 가구로 전체 농가의 7.2%에 불과했다. 농민은 왜 사라졌을까? 농산물 개방에 맞선 규모화 일변도의 경쟁력 강화정책이 70%가 넘는 가족 소농을 재촌 탈농으로 내몰았다. 농촌은 학교와 병·의원이 사라지고 목욕탕과 예식장, 식당과 슈퍼마켓조차도 문을 닫고 있다. 버스마저도 줄어들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편의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생활편의시설이 줄어들고, 일상 생활환경이 나빠지자 사람이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농민이 사라진다면? 캐나다 벤쿠버에는 농민이 20명밖에 남아 있지 않다. 이마저도 규모화된 수출농으로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먹을 수 없게 되자,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받게 되었다. 뒤늦게 벤쿠버 푸드 전략을 수립하고, 로컬푸드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아직 농민이 남아 있을 때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기도의 농어민 기회소득을 주목할 만하다. 농어촌 고령화에 따른 청년 및 귀농어민들의 농어업 활동,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유지하는 환경농업인들의 가치를 인정하기 위해, 청년농업인, 귀농어민, 환경농어업인 1만7700여명에게 월 15만원을 지역 화폐로 지급한다. 또한, 전북특별자치도의 광역먹거리 선순환 시스템 구축도 주목할 만 하다. 1 시∙군 1 공공급식센터 설치를 통해 시∙군 및 광역단위 먹거리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가족·소농을 재생산하는 계획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은 농민을 국토를 지키는 공무원이라 칭하며, 농업·농촌은 국가의 근간이라 말했다. 지역으로서의 농촌, 임시방편적 대증요법으로는 지속가능성을 얻을 수 없다. 일자리와 소득, 삶의 질이 보장될 때 비로소 농촌에 사람이 온다. 근본적인 대책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때다. /이효진 (사)세상을바꾸는밥상 대표이사 △이효진 대표는 완주소셜굿즈센터 센터장·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경영기획실장을 역임했으며 사회적협동조합 완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사단법인 한국사회적농업협회 이사·재단법인 완주먹거리통합지원센터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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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23 18:01

진안다움

‘-다움’이란 가치, 정체성, 특징 등을 담아내고 있는 용어이다. ‘인간다움’ ‘나다움’ ‘우리다움’ ‘아름다움’ 등 ‘다움’을 붙이면 그 의미가 명확해진다. 가치를 이야기할 수 있고 정체성과 특징을 결정지어 준다. 흔히 이야기하는 ‘인간다움’은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자질이나 덕목을 일컫는다고 한다. 최근 어느 철학자는 인간다움에 대하여 공감, 이성, 자유가 공존할 때 인간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연하자면 “인간다움이란 공감을 연료로 하고 이성을 엔진으로 하여금 자율적인 공동체적인 규범을 구성해 공존하는 성품”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농촌다움’ ‘도시다움’ 등 공간적 의미도 그 특징과 정체성을 분명하게 해준다. ‘농촌다움’은 오래된 전통과 마을공동체를 떠올리게 한다. ‘도시다움’은 세련되고 현대화된 문화를 생각하게 한다. 진안고원에 자리 잡고 있고, 마이산이 있는 진안군의 ‘진안다움’은 무엇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필자는 생태자연과 마을공동체, 정여립 선생의 대동사상을 담아내는 것 이라 생각한다. 한국 풍수사상을 학문적으로 체계를 이룬 풍수학자 최창조는 용담댐이 완공되기 전 진안군 일대를 답사하면서 진안군을 ‘자연사 박물관’이라 불려도 될 정도로 자연 생태가 잘 보존된 지역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마치 오래된 미래 같은 곳이 ‘진안’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무산되기는 했지만 최창조 풍수학자를 진안에서 거주하면서 집필과 강연할 수 있는 인문학 장소를 기획하기도 했었다. 이는 진안군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진안군을 한국 풍수의 메카로 만들고자 하는 생각이었다. 최근 진안군은 ‘진안고원’을 널리 홍보하고 있는데 이는 요즘 같은 기후변화 와 관련하여 적절하고 잘 어울리는 브랜딩이라 생각한다. 마이산 역시 놓칠 수 없는 진안군의 보물이다. 진안군은 잘 몰라도 마이산은 대한민국 국민이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이미지 중 하나가 되었다. 여기에 진안군 70여개 마을에 분포한 ‘마을숲’이 미래 기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진안의 생태자원으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여기에 진안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마을공동체의 모습은 진안다움을 더해 준다. 세계시민교육의 주요 격언인 우분투(ubuntu)는 “네가 있어 내가 있다” (I am Because you are)는 의미는 진안군 마을공동체 정신과 통한다. 진안군은 예로부터 마을에서 당산제를 비롯하여 공동체 행사가 곳곳에서 이루어졌다. 또한 마을마다 송계, 서당계, 장학계 등 소중한 기록이 남겨진 공동체 연구의 보고이다. 특히 최근 배수호 교수(성균관대)의 진안 중평 공동체 연구의 기본 자료인 진안군 중평마을의 산림계 정관과 산림계 수계기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진안군의 마을공동체는 이미 국제적으로 공인된 자산이 된 것이다. 현재도 진안군 마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마을 공동체 사업은 단언하건데 진안다움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진수이다. 진안다움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핵심은 진안 정신이다. 진안 정신은 지역과 관련된 수많은 역사적 인물이 있지만 정여립 선생의 ‘대동 정신’을 이야기 할 수 있다. 천반산 주변에 그의 수많은 전설은 진안군민 면면에 스며들어 있다. 그의 대동사상은 진안군민의 품격을 높여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부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푸른 용의 해 병진년 진안만의 가치를 만드는 ‘진안다움’을 이루는 원년이 되길 소망한다. /이상훈 진안문화원 부원장·전라고 교사 △이상훈 부원장은 현재 전라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으로서 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진안문화원의 부원장으로서 지역문화와 농촌교육에 대한 연구와 글쓰기를 하고 있다. 저서 『이상훈의 마을숲 이야기』『진안 가슴으로 담다』『우리마을』『진안의 마을신앙』『진안의 마을 유래』『진안지역 돌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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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16 17:33

함께 돌보는 사회를 준비해야 !

돌봄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상황이다. 고독사, 고립, 자살, 보육과 양육, 장애, 노령, 정신건강의 문제까지 돌봄이 필요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수없이 많은 영역이 돌봄의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한복판에 돌봄과 관련된 이슈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긴 했지만, 엔데믹 선언과 최근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돌봄 문제는 사라진 이슈로 치부되고 있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돌봄에 대한 이슈는 절대 사라져야 할 이슈가 아니며, 그때그때 가볍게 취급되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유지되어야 한다. 스피노자는 정동 이론에서 코나투스(Conatus)를 말했다. 스피노자의 코나투스(Conatus)는 ‘자기보존의 본능’ 혹은 ‘자기 파괴를 부정하는 본능’을 말하며, 코나투스가 인간에게 드러날 때 스피노자는 그것을 ‘욕망’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욕망이란 것은 인간이 그 자신의 파괴를 부정하고자 하는 본성 그 자체를 의미하며, 인간은 인간 스스로 존중받지 못하는 삶의 현장을 부정하는 기본적 욕망을 품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도 매한가지인데, 외모·가난·성별·피부·지역 등으로 차별받거나 돌봄 없는 일상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특별히, 혐오와 차별이 당연하게 인정되는 사회에서 우리의 삶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을 향한 돌봄의 방향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우리 스스로 더 진지하게 물어야 할 중요한 시기이다. 돌봄은 매우 세밀하고, 섬세한 삶의 문제들과 맞닿아 있다. 단순히 개인 혼자서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온전히 국가 책임만으로도 해결하는 것도 불가능하며, 돌봄이 돌봄답게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국가의 강도 높은 책임과 개인의 책무성, 함께 돌보는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대대적인 준비가 반듯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우리들 스스로 혼자 살아갈 수 없고, 돌보고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준비를 온 사회가 함께해야 한다. 인간 자체로의 존엄이 지켜지고, 인간이 존중받는 돌봄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국가 책임을 높이는 공정 담론을 넘어서서 함께 돌보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상호성의 가치가 실현될 돌봄 문화를 준비하고 만들어가야 한다. 인간 삶의 기본이 돌봄이다. 돌봄은 인간 삶의 관계로 구성되고, 관계는 상호성으로 이루어지며. 그런 의미에서 돌봄을 잘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상호성의 기본 원칙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고, 관계를 이끄는 힘-상호성-은 서로 주고받는 과정을 의미하며, 일정한 법칙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돌봄은 인간 삶의 가장 깊숙한 인간 사이의 관계 속에 있고, 관계를 이끄는 상호성의 법칙에 기반하고 있다. 돌봄은 우리가 이해하듯이 잘 드러나지 않고 지극히 개인적이며, 타인에게 드러나지 않고, 나만의 돌봄 방식에 빠지기가 쉽기 때문이다. 결국, 돌봄은 매우 섬세한 인간 삶의 총체적 방식이다. 돌봄은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의 변화에 따라서 변화해 갈 수밖에 없어서 좋은 돌봄을 위해서는 시대적 흐름에 따른 좋은 돌봄 문화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 “함께의 같이를 가치 있게” 실현하기 위해서, 국가와 개인, 우리 사회 전반이 함께 돌보는 사회를 준비해야 하며, 함께 돌보고 살아가는 사회를 잘 준비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삶을 만나기 위한 필수조건임을 반듯이 기억해야 한다. /서양열 전북사회서비스원 원장 △서양열 원장은 한국노인복지관협회 전북지회장을 지냈으며 한일장신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겸임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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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09 16:03

발칙한 상상 1.  - 추첨제 민주주의를 허하라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인가 보다. 여기저기서 마음 바쁜 정치지망생들의 출판기념회가 손짓한다. 후원금도 걷고 사람도 모아 얼굴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출판기념회마다 저자에게 눈도장을 찍는 사람들이 책 한 권씩 들고 나선다. 애써 만든 책은 아마 한 번 쓱 훑어보다가 재활용 박스로 직행할 것이다. 정치지망생이 저마다 꿈과 비전을, 그리고 걸어온 길을 이야기하지만 그다지 울림이 없고 그밥에 그나물인 능력과 인물군에 정치 무용론이 나오기까지 한다. 그놈이 그놈 같고, 좀 새 인물로 바꿔도 보지만 여전히 함량 미달이다. 어떤 정치 평론가는 인물을 안 키워서 그런다고 하고, 어떤 평론가는 일당 독식하는 정치지형 때문이라고 한다. 이유라면 정말 이게 다인가? 선거는 정말 민주주의 꽃인가? 선거는 정말 최선의 정치 제도인지 의심해본 적 있는가? 선거제 자체가 한계에 다다르지는 않은지 생각해본다. 정치인들만 욕한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나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굴을 바꾸고 당을 바꾼다고 해서 정치가 나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동안 각 정당에서 선거를 앞두고 얼마나 많은 젊은 피들을 수혈해왔는가? 1992년, 현역장교로 군 부정투표를 양심 선언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공정한 선거제도를 이끈 이지문 박사는 대안으로 추첨제 민주주의를 제시한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추첨은 민주적이요, 선거는 귀족적이다”라고 말했다 한다. 맞는 말이다. 선거 한 번 치르자면 어마어마한 돈이 드는데 그걸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전북 광역단위만 해도 도내에 플래카드 한 번 거는데 수천만 원이 든다. 그걸 한두 번 해서는 얼굴 알리기가 힘들다. 문자 발송비도 한 번에 수천만 원씩 드는데 아무리 돈 안 쓰는 선거를 한다 해도 수억 원이 금방 바닥난다. 이러니 정책경쟁보다는 죽기살기로 선거투쟁에 뛰어들고 패자가 되는 순간 엄청난 빚을 지게 된다. 따라서 돈 없는 사람은 선거에 나오기 어려우니 현행 선거제도는 당연히 귀족적이다. 더구나 막강한 자본을 배경으로 한 시장과 언론이 여론을 조작하고 선동하기까지 한다. 또한 사람들은 뇌 구조상 생각하기를 싫어하고 대신 판단하기를 좋아하기에 선거제도의 맹점이 있다. 합리적 판단 대신 진영논리에 의한 확증편향과 이미지 정치에 놀아나기 쉬운 현실을 지금도 보고 있지 않은가? 모두가 평등한 1인 1표를 통해 공직자를 선출한다고 민주주의는 아니다. 유럽 내 가장 지적이고 민주적이었던 바이마르 시대에 선거로 선출된 독일의 히틀러가 그 증거이다. 이미 추첨제 민주주의는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법원의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추첨이 그러하다. 재판 결과가 기존의 판사 결정과 80% 유사하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추첨제로 뽑는 것이 어렵다면 지방의회나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정상적인 시민을 대상으로 추첨제를 실시해보는 것이 어떤가? 지구당 당협위원장에 줄을 안 서도 되고, 돈도 들지 않는다. 상갓집마다 좇아다니지 않아도 되는 정치를 꿈꾸어보자. 재선을 꿈꾸지 않기에 부패할 필요가 없고 상식과 소신으로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정말 민주적인 지방자치를 만들어보자. 중앙의 정치 풍향에 눈치나 보는 정치. 영향력 있는 지방의 건달이나 토호들에게 돌아가는 이 비민주적인 정치를 끝장내는 발칙한 상상, 새해 벽두에 꿈꾸어 보는 것은 어떤가? /문상붕 도서출판 파자마 대표 △문상붕 대표는 전북국어교사모임 회장∙정읍고등학교 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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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02 15:32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의 제정을 위하여

큰 충격을 받은 사건이 있었던 날은 시간이 지나도 그날 내가 무엇을 했는지 선명하게 기억하고는 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에는 일 때문에 군부대에 갈일이 있었고, 근처에서 혼자 밥을 먹으며 식당에서 틀어놓은 뉴스를 보고 있었다. 당시 전원 구조라는 거짓 뉴스가 계속 보도되고 있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다행이다는 생각을 했던 것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당일에는 변호사회에서 1박2일 경주 야유회를 갔고, 숙소에 돌아와 티비를 켰는데 정말 이게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맞는 건가 싶은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나라가 이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고 하니 그렇게까지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지는 않겠지라는 그나마 희망적인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 그러나 다음날 사망 159명, 부상 196명이라는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대형참사가 대한민국 그것도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이미 사고 전날부터 이태원 뒷골목엔 움직이기 힘들 정도의 인파가 모였고, 위험한 상황이 목격되기도 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임이 인지되었다. 사고 당일 오후 6시 34분에는 압사를 언급하는 최초 신고가 접수되었고, 112신고가 경찰이 공개한 것만 11건이었다. 심지어 사고 직전인 오후 8시 33분에도 사람이 쓰러지고 있는데 현장 통제가 안된다 심각하다는 신고가 접수되었다. 시민들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데 누구하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미 위험 징후가 여러 차례 있었고, 사전에 6호선 이태원역 지하철 무정차, 이태원로 일대 도로 통제와 같은 조치만 했어도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고 말한다.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고, 유가족들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제공도 없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만 보이다 유가족들은 어느새 2차 가해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이태원에 간 것이 불법인가그 시간에 그 곳에 있었을 뿐인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국가는 헌법 제34조 제6항에 따라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무를 게을리하였고, 국가의 보호 아래 안전해야 할 국민들이 국가의 재난 컨트롤 시스템의 미비로 인하여 막을 수 있는 인재로 희생당한 것이다. 유가족이 바라는 것은 이태원 참사의 발생원인과 책임소재 등에 관한 진상 규명이다. 이를 위해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이 이루어져야만 하고, 특별법의 주요 내용 역시 특별조사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진상규명 조사, 청문회 및 특별검사 임명, 피해자 지원, 공동체 회복 지원이다. 이 당연한 내용이 참사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이 참담하고,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어떠한 이유로 정쟁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서 답답한 노릇이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 난지 1년이 훌쩍 지났다. 유족들의 요구는 지극히 당연해서 이것이 왜 이렇게 아직도 이루어질 수 없는지 조차 이해하기 어렵다. 여야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둘러싼 협의가 진척이 없자 12월 21일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제안하면서 회기 내 처리를 다짐했지만 끝내 상정이 연기되었다. 유가족들은 추운 겨울날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국회 둘레 오채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 이들의 아픔을 진심으로 위로할 수 있도록 12월 28일 본회의에서는 부디 안건으로 상정하여 통과될 수 있기를 바란다. /우아롬 변호사∙민변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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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6 15:38

도시재생, 도시의 풍요를 꿈꾸며....

도시재생의 시작이 시민의 자산을 기반으로 하여 운용과 사회적 투자로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고도로 성장했던 도시의 성장 속도가 한계에 다다르고 즉, 공급과 소비가 도시의 성장을 이끌었던 시대가 저물고 공급을 위한 소비체제 강화 속에 자본이 자본을 증식하는 시대로 자꾸 몰리고 있는 듯하다. 또한 정체된 인구성장은 감소로 이어지고 어떤 지역은 소멸을 논하기도 한다. 더불어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지역 곳곳에서 인구감소, 산업체 급감, 슬럼화 등의 지표로 쇠퇴지역은 고령화와 청년인구 감소와 더불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재생이 지역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론적 정책일 것이다. 도시재생 정책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해보면, 침체된 지역의 활성화가 정책적 지원만으로 지역의 쇠퇴 현상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도시재생이 급격한 도시성장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단순한 도구로 쓰임으로만 대두되었을까? 지역의 시민 자본과 그 지역 주민들의 고유한 자산이 모여지지 않고 정책적 지원만으로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려 한다면 지역의 자생력은 더욱 약해지지 않을까? 도시재생의 지역 활성화 정책에서 주요한 개념인 시민 혹은 주민참여란 방법의 접근방식이 지원사업의 운용에만 국한된다면 지역은 새롭게 활성화되거나 새로운 출구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그간 여러 지원사업으로 인한 주민 간 갈등과 예산 대비 사업성과의 실효적인 측면의 한계가 현재 드러나 있기도 하다. 주민역량증진과 참여가 계몽적 방식으로 치우쳐 문제의 해결자가 되어야 할 주민들이 계몽적 학습안에 갇히거나, 참여하는 방식이 또 다른 민원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역의 쇠퇴와 문제를 해결할 거라는 시작의 설렘과 순수했던 목적을 잃어버리는 답답한 상황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공감하고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합의와 실천력 또한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공공성 등 우리가 만들어 왔고 지켜왔던 도시의 건설방식과는 다른 다양한 접근방식의 해법과 사회적 실험이 여전히 우리에게 숙제로 남아 있다. 개인의 편의와 편익의 욕구에서 공공과 개인의 이익이 조화를 이루는 지역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한 보편적 정당성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시의 성장만이 보편적 이익을 가져줄 수 있는 시대가 다시 올지 기대하기 어려운 이 시기에 지역에서 살아갈 우리에게 매우 다양한 분야의 많은 과제가 주어지고 있다. 성장의 정량치도 중요하지만, 성장의 내용과 과정 그리고 질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도시의 부는 도시의 생명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만큼 균형감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인구지표, 산업적 증가 등 총량이 절대적으로 성장하는 시대는 분명히 아니다. 그러나 물리적 풍요는 차고 넘치는 시대라 한다. 반면 불균형 또한 극심한 시대라 한다. 중년 이후는 고령화의 노후를 고민하고 청년들은 자기 성장과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빈곤한 시대라 한다. 그만큼 세대 간 연대와 이해 공간에는 세대 간 경쟁과 불만, 불안이 채워지고 있는 시대이다. 도시는 우리 삶에 어떤 무대로 관리되고 만들어져야 할까 진지하게 고민할 때이다. 우리는 이러한 시대에 각자의 삶을 어떻게 지탱하면 살아가야 할까. 도시의 풍요로움, 물질적 풍요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상상력, 실천력, 그러한 새로운 내일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실험적 접근과 도전을 받아줄 수 있는 여유가 우리의 도시를 풍요롭게 하지 않을까. /소영식 전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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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19 15:34

12월의 무게

연말연시는 콩나물국밥 장사하는 이에게 최대 대목이나 다름없다. 송년회며 신년회 모임이 넘쳐나고 모임은 대부분 술자리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 짓을 다시는 안 하리라 뻔한 거짓말을 되뇌며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모여 가엾은 위장을 달래기 위해 콩나물국밥을 마주하게 된다. 덜 깬 술기운에 버석한 얼굴을 하고서도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크리스마스며 연말연시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렸을 때는 12월이 시작되면 ‘착한 아이’로 변신했다. 순진하게도, 크리스마스 직전까지 당분간만 착하게 지내면 산타클로스가 내 소원을 들어줄 거라고 믿었다. 서양의 명절을 제대로 아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최소한 크리스마스 즈음하여 돌아보고 반성할 줄 아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혹은, 솔직히 그저 누군가 내 소원을 들어주고 선물을 나눠준다는 것에 맹목적으로 매달렸을 수도 있다. 온갖 말썽을 부리고 동네 아이들과 쌈박질을 해댈 때마다 엄마의 평화를 위해 외갓집으로 쫓겨났으면서 12월이 되면 제 발로 외갓집을 찾았다. 만석꾼인 외할머니 댁에서는 연말연시면 아무래도 묻어나는 콩고물의 크기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동네 교회에 가서 받는 과자 꾸러미와는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일꾼들이 받는 세경은 연 단위로 12월에 계산했는데 외할머니는 대부분 계약한 금액보다 넉넉하게 지급했다. 그러면 일꾼들은 그 고마움을 소소한 선물로 내게 나누어주었다. 올 때는 하나였던 가방이 집에 돌아갈 때는 두세 개로 늘어있기 마련이었다. 먹을 것도 더할 나위 없이 풍족했다. 누구네 아기가 첫겨울을 건강하게 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누구는 신혼인데도 밤낮없이 일한 게 고마워서, 누구네 셋째가 새봄에 학교에 가니까, 작년에 사라졌던 일꾼이 다시 돌아온 게 반가워서. 꿰어다 놓으면 대충 그럴듯해지는 갖은 이유를 들어 외할머니는 하루가 멀다 하고 떡을 쪄 나누었다. 12월의 분위기는 집안의 경제력과 관련이 깊다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나는 어렴풋이 알았던 것 같다. 연말이면 가게에 수북이 쌓였던 달력이 사라진 지 여러 해 되었다. 눈앞에 늘어놓고 스케줄을 고민하게 했던 공연 초대장도 거의 모습을 감췄다. 국밥을 핑계로 찾아와 작은 선물을 쥐어 주던 이웃도 발길이 줄었다. 이런저런 나눔 봉사에 함께 하자는 권유가 줄고 대신 현금 기부 요청이 부쩍 늘어났다. ‘세계적으로 장기화된 경기 불황’ 어쩌고 하는 뉴스를 볼 필요도 없다. 손님들의 딱딱한 어깨에 걸린 12월의 무게가 다르다. 12월은 매일이 크리스마스인 것 같았던 마법은 끝났다. 거리마다 캐럴이 울려 퍼지고 가벼운 관계에도 너그러이 선물을 주고받으며 딱히 이유 없이 인심이 후해져 가던 걸음을 돌려 구세군 바구니를 향하던 즐거움은 어디로 갔나. 이제 크리스마스는 교회나 백화점에 가야만 있다. /유대성 전주왱이콩나물국밥 전문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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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05 17:04

가석방 없는 무기형이 흉악범죄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가

현행 형법에서는 무기징역 또는 무기 금고형을 선고 받은 경우 행상(行狀)이 양호하여 뉘우침이 뚜렷한 때에는 20년이 지나면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형법 제42조 및 형법 제72조). 그런데 지난달 법원이 가석방 없는 무기형인‘절대적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대부분 국가에서 가석방이 가능한 무기형 제도를 운영하고, 절대적 종신형은 미국과 영국 등에서 운영되는 이례적인 제도이다. 개정안이 국회까지 통과하여 시행되면 앞으로 무기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가석방이 허용되는지 여부를 함께 선고하게 된다. 개정법률의 제안 이유는 “다수의 생명ㆍ신체를 중대하고 심각하게 침해하거나 여성ㆍ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등 그 죄질이 흉악하고 준법의식과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존중이 현저히 결여되어 교화ㆍ개선의 가능성을 찾기 어려운 범죄자의 경우에는 사회로부터 영구적인 격리가 요구되고, 실제로 가석방으로 풀려난 무기수가 재범을 저지르고 또다시 수감 되는 사례가 있는 데다 이러한 법 집행의 현실과 국민 법 감정 사이의 괴리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 판결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무기형의 가석방과 관련하여서 그 요건 및 기간 또한 상향함으로써 범죄피해로부터 국민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범죄자에게는 죄질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개정안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교화·개선의 가능성을 찾기 어려운지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은 무엇인지 그리고 영구적인 격리가 범죄 피해로부터 국민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확정적인 사실인지에 관한 의문이 든다. 우선 가석방 제도는 20년이 경과하면 의무적으로 가석방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수형자가 교화가 불가능하고 재범 위험이 높다면 가석방을 불허할 수 있다. 개정안에서 우려하는 바와 같이 가석방으로 풀려난 무기수가 재범률이 높다면 가석방 심사의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가석방 여부는 형 중에 있는 기결수의 교화·개선가능성에 따라 형 집행 과정에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인데 법관이 판결 당시 앞으로의 교화 및 개선 가능성을 확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그 근거가 미비하고, 가석방 제도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더욱이 형벌의 목적은 응보에만 있지 않고, '교정', '감화', ‘치료’ 라는 점에서 형사정책적으로도 정당화되기 힘들다. 절대적 종신형은 수형자의 교화가능성을 박탈하는데다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좌절감이 교도소 내에서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 역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절대적 종신형은 신체의 자유를 다시 향유 할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제도이고, 독일의 경우에는 1978년에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린 바 있다. 엄벌주의와 중형주의가 강력범죄를 예방할 것이라는 것은 기대감에 불과하고 그 효과가 불분명하다. 실제로 절대적 종신형을 운영중인 미국이 강력범죄 발생률이 낮다고 볼 수도 없다. 오히려 범죄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범죄의 근본 원인을 찾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아롬 변호사∙민변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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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8 17:34

도시재생, 사업으로 시작하지만 이후 …지역사회가 함께 할수 있는 더 긴 시간을 내다봐야

도시재생사업의 사업기간은 재생유형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4년~5년, 새뜰마을 사업기간은 4년이다. 사업기간이 완료되면 정주환경정비 시설과 사업기간 다져왔던 주민협의체의 활동역량과 재생거점시설이 결과물로 발굴된다. 그렇지만 보조형태의 활동지원사업도 동시에 완료되기 때문에 이후 지역활성화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쟁점이 지역사회에 대두되고 있다. 그중에 에서도 당면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쟁점은 거점시설운영의 지속가능성이다. 어쩌면 거점시설운영이 현실의 벽에 부딪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주민의 운영과 경영역량이 5년 만에 강화될 수 있다고 믿는 것 아닐까. 수년 혹은 수십년동안 진행된 인구감소와 사업체수 감소로인한 경제적 쇠퇴의 활성화를 재생사업선정과 한정된 사업기간을 통해 단기간에 회복한다는 목적을 수행하는 것은 주민들로서도 한정된 기간이 부담스럽다. 또한 해당지역의 고령화에도 대응해야 된다는 사회적 쟁점도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거점시설에 대한 사회적 쟁점이 주민이 (거점시설을 운영하지 않고) 빠지는 이유는 5년이 지나면 예산이 끊겨서란 단순한 원인만 부각되고 있다. 해당지역의 주민참여가 그 지역의 문제진단과 해결력을 찾는데 매우 중요하지만. 해당지역의 주민만으로 실행하고 문제해결하겠다는 사업전개 방식의 한계가 드러난 것은 아닐까. 도시란 틀에서 보면 재생지역의 쇠퇴도는 수녑간 누적되어온 도시 변화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시의 변화는 경제활동의 이동, 공급과 수요에 의해 흐름을 결과물 이기도 하다. 도시재생사업 실행기간동안 환경정비가 되고 주민참여을 통해 지역의 현실적인 진단과 해결법은 찾아내고 그것을 지속가능한 활동으로 안정화 하는 기재로 시설을 짓고하는 일련사업의 과정을 해당지역 활성화을 위한 실효적인 관점에서 재점검하는 논의가 필요할 때이다. 주민참여가 주민만하는 과정이 아닌 재생지역의 쇠퇴진단과 문제가 지역사회에 공유되고 공감되면서 해법을 함께 찾아가는 폭넓은 전개가 필요하다. 그러한 과정에서 해당지역의 지속가능한 활성화와 안정화을 견인하고 현실적인 해법을 실행할수 있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과 인력이 찾고 함께할 수 있는 사업실행의 가이드와 구조를 재구성 해야 할 것이다. 수십년간 누적된 점진적 쇠퇴의 양상 혹은 도시변화가 도시의 균형적이고 안정적 성장보다는 개발위주 였다면 도시재생에서 단순히 시설을 짓고 예산대비 그걸 기한 내에 모든 성과를 내고 끝낼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시설을 짓는 속도로 주민의 역량이 강화되지 않을뿐더러 고령화와 맞물린 문제해결력 또한 높지 않기 때문이다. 주민참여가 그지역의 주민만으로 진행되는고립된 구조를 만들어서도 안될 것이다. 지역 주민들이 동네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역량을, 특히 경제적 역량까지 갖추게 하려면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과 입체적인 실행전략을 세워야할 것이고 재생사업완료 후에도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도시재생 사업을 왜 할까를 고민해 보면, 거점시설을 만드는 것도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20년, 30년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역량 강화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지역 안에서 지속 가능하게 살 수 있는 삶의 공간을 만드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소영식 전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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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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