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2-22 18:24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새벽메아리

대입지원의 실용성, 센터장의 간판 인사 속내는 버려야 한다

다양한 교육정책의 추진에도 불구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오직 대학입시에 있다. 그런 이유로 진로진학센터 구축은 대단한 호응을 얻는다. 이는 대입지원의 활성화와 실용적 효과에 대한 도민의 기대를 뜻한다. 학교교육은 고교에서 마무리된다. 다음은 취업과 대학의 영역이므로 고교 교육은 벗어난다. 그러나 그것이 시간적으로 고교를 벗어난다 해도 내용적으로는 고교 과정 내에 있음을 중요하게 인지해야 한다. 취업과 진학으로 잘 넘겨주는 역할을 고등학교가 충실히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대입지원은 학교교육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마지막 코스가 된다. 교육적 활동은 흔히 결과보다는 과정에 더 큰 의미를 두기도 하지만, 대입지원은 반드시 결과를 얻어야 하는 특수함이 있다. 과정이 화려해도 결과가 미약하면 그 가치는 전혀 인정받지 못한다. 오히려 그 과정의 효용성을 검토하여 바로잡아야 할 것으로 논의된다. 보통 대입상담이라면 원서지원 전략을 먼저 떠올린다. 매우 예민한 순간의 판단으로 원하는 대학을 거머쥘 수 있는 순간의 중요성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원서전략의 중요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는 폭이 좁고, 객관적 자료에 의하지만 요행성이 있다. 게다가 가능한 성적이 있고서야 그 요행적 판단도 신뢰와 가능성을 얻는다. 성적이 안 돼서 원서전략에 어려움이 있다면 고무적이었던 그 전략의 가치는 무산되고 만다. 성적은 길게 쌓아가는 것이고, 그것을 꾸준히 이끌어 주는 것은 원서전략이 아닌 근원적 대입전략이다. 진로진학센터가 이 근원적 대입전략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하려면 무엇보다도 실용성의 관점에서 센터장을 기용해야 한다. 대학을 보내는 입장과는 동떨어진 외부의 특정한 역할에서 화려하게 활동한 사람은 광고성 현혹은 있어도 정작 우리 지역과 아이들에게 필요한 방향의 경험이 없다. 게다가 전직자라면, 매년 달라지는 대입 판도에서 진학 감각과 현장의 판단이 약화된 상태이므로 간판의 역할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진학으로 부대껴 수도권과 지역 학교의 대입 판도를 인지하고 아이들의 대입 현실을 꼼꼼히 알고 있는 우리 지역의 생생한 입시전문가를 활용하는 것이 진정 내실을 다지는 길이다. 센터는 대교협이나 입시업체, 타 시도의 개괄적인 입시자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우리 지역 아이들의 전형 특성과 현상적 추이에 대한 데이터를 함께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아이들만의 지원 전형 분석, 합불사례 (합격·불합격 사례)에 대한 추이, 전형별 지역 편차, 불합격에 관한 특성과 원인 등, 전북 기반의 디테일한 대입 데이터를 만들어 전국 자료와 함께 대입지원에 적용해야 한다. 교과나 학종 전형 (학생부종합 전형)에 대한 입체적인 해석, 고교학점제에 따른 전략적 과목 선택, 수능의 계산된 선택과목 활용까지 맞춤형 대입상담을 학년별로 적용한 후 원서전략으로 최종 마무리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가장 내실 있는 실용적 대입전략이다. 이 전략 수행은 우리 지역 입시전문가와 함께 할 때 효과가 극대화될 것임은 명백하다. 센터 구축에 현란한 전시 효과의 어긋난 뜻을 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깊고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타당한 인적 자원과 전북의 면밀한 데이터 운용을 진지하고 섬세하게 적용해야 한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의 실현에 가장 큰 무게를 가진 진로진학 지원이 체계적이고 내실 있는 운용으로 그 실용적 가치를 충분히 확보하기 바란다. 송영주 전 군산동고등학교 교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5.03.04 18:09

파행( 跛行 , Claudication)!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

다리로 가는 동맥이 폐쇄되거나 허리의 신경이 압박을 받아 다리를 절게 되는 상태를 우리는 의학적 의미의 파행이라고합니다. 다시말해 의학적 의미의 파행에는 혈관인성(血管因性) 파행과 신경인성(神經因性) 파행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는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증상을 보일 수 있지만, 발생 원인과 치료 방법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두 가지 파행의 정의, 증상, 원인, 진단 및 치료 방법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혈관인성 파행은 주로 혈액 순환의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이 상태에서는 다리의 동맥이 좁아져서 혈액이 제대로 흐르지 않게 됩니다. 이로 인해 운동 중에 다리의 근육에 산소가 부족해지고, 그 결과 통증이 발생합니다. 혈관인성 파행의 주요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운동 중 통증: 걸을 때나 운동할 때 다리에 통증이 발생하며, 일반적으로 허벅지나 종아리에 느껴집니다. △휴식 시 완화: 통증은 몇 분간의 휴식을 취하면 완화됩니다. △차가운 느낌: 혈류 감소로 인해 허벅지나 종아리를 만지면 차갑게 느껴집니다. △피부 변화: 피부가 창백해지거나 윤기가 없을 수 있습니다. 혈관인성 파행의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동맥경화증: 혈관벽이 두꺼워지고 경직되어 혈류가 제한됩니다. △당뇨병: 혈당 조절이 어려워져 혈관에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고혈압: 지속적인 고혈압이 혈관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흡연: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액 순환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입니다. 혈관인성 파행의 진단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이루어집니다: △신체 검사: 의사가 다리의 맥박과 피부 상태를 검사합니다. △혈관 초음파: 혈관의 혈류 상태를 확인합니다. △도플러 초음파 검사: 혈관 내 혈류 속도를 측정합니다. 치료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생활습관 변화: 금연, 건강한 식단,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합니다. △약물 치료: 혈액 순환을 개선하는 약물이 처방될 수 있습니다. △수술 : 심한 경우에는 혈관 우회 수술이나 스텐트 삽입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신경성 파행은 주로 척추에서 발생하는 신경 압박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이 상태에서는 허리나 엉덩이에서 시작된 통증이 다리로 방사되며, 자세에 따라 통증의 양상이 달라집니다. 신경성 파행의 주요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리 방사통: 허리나 엉덩이에서 다리로 방사되는 통증이 특징입니다. △자세에 따른 통증 변화: 서 있을 때 통증이 심해지고, 앉거나 구부릴 때 통증이 완화 됩니다. △감각 이상: 다리의 감각이 둔해지거나 저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신경성 파행의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척추관 협착증: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는 상태입니다. △디스크 탈출증: 척추 디스크가 탈출하여 신경을 압박할 수 있습니다. △퇴행성 질환: 나이가 들면서 척추와 관절이 퇴화하면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신경성 파행의 진단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MRI 또는 CT 스캔: 척추와 신경의 상태를 확인합니다. △신경 검사: 신경 기능을 평가합니다. 치료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물리치료: 스트레칭과 근육강화 운동이 포함됩니다. △약물 치료: 근이완제 및 통증완화를 위한 통증 조절 약물이 처방될 수 있습니다. △수술: 심한 경우에는 신경압박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디스크 수술 및 척추관 확장술 등의 수술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혈관성 파행과 신경성 파행은 그 발생 원인이 다름으로 인해 증상, 진단, 치료 방법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비슷한 증상이지만 다른 질병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최근 우리사회 또한 정치적으로 심각한 파행을 겪고 있습니다. 성숙한 사회 일수록 각자 자기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하기 보다는 우리 사회의 정치적 파행이 어디로부터 왔는가하는 원인을 파악하는 일 또한 소중할 것으로 생각되는 아침입니다. 김대용 전주 우리들병원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5.02.25 18:02

교사의 마음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제도가 필요할 때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 한창 사랑받을 초등학교 1학년 김하늘양이 학교에서 교사에게 피살당하는 참담한 비극이 발생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조현병 이력이 있는 40대 교사가 돌봄교실을 마치고 하교하는 학생을 학교 시청각실에서 무참히 살해했다. 학생이 마음 놓고 지내야 할 공간인 학교에서 벌어진 참사에 국회와 정부, 그리고 교육계가 술렁인다. 계획된 범죄, 구조적 문제인가 개인적 문제인가?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묻지마 계획 살인 범죄이다. 물론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사가 학생을 대상으로 한 범죄이기에 사회에 주는 충격은 매우 컸다. 사회가 바라보는 교직은 도덕적 잣대가 매우 엄격하고, 학교는 학생들이 가정 다음으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비극적 사건은 ‘교사’가 ‘학생’을 대상으로 한 범죄로 보는 구조적인 접근보다 ‘범죄자’가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개인의 강력 범죄로 보아야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 (가칭) 하늘이법 추진을 통한 재발 방지 제도 개선 국회는 정신적 질환, 심리‧정서 고위기 등으로 주변에 위해를 가하거나 정상적‧지속적 직무 수행이 현저하게 어려운 교원에 대한 긴급 분리 및 긴급 조치를 시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칭 ‘하늘이법’ 입법을 추진한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국회 당정협의회에서 교원 임용단계부터 정신건강을 고려하고 재직 중인 교원에 대한 심리 검사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신 건강 문제를 가진 교사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교육 현장의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발표에 교원의 사기는 또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심리적으로 불안전한 교사는 모두 예비 살인자인가? 질병휴직을 사용하는 전국의 초중고 교사는 연간 2000명에 육박한다. 특히 초등교사의 휴직이 전체의 64%를 차지한다. 초등교사는 학생의 생활지도, 급식지도부터 학부모 상담, 각종 행정업무까지 과중한 업무부담을 지고 있다. 담임을 맡아 하루 종일 학생과 함께하는 직업적 특성상 정신적, 육체적 소진이 심각하다. 교육공무원의 직업성 정신질환 발생 위험도는 일반직 공무원의 2.16배에 달한다.* 전통적으로 교사에 대한 사회적 존경이 높고 교직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한국에서 교사들이 받는 마음의 상처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신과 진료 이력을 가진 교사들에게 ‘위험 교원’이라는 표식을 준다면 치료나 치유를 회피하거나 진료 이력을 감추는 등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정신건강과 폭력성 간의 연관성이 없다고 밝힌 만큼 심리적으로 불안전한 교사들을 예비 살인자 취급하는 정책이 추진되어서는 안된다.* 중앙보훈병원 민진령 연구부장, 서울대 의과대학예방의학교실 민경복 교수 공동연구팀 마음 건강 회복을 돕고 교육자로 돌아올 수 있는 제도 마련 시급 사회적 감정에 휩쓸린 여론몰이에 기반한 졸속적 입법으로 교직 수행 가능 여부를 따지고 교직에서 배제하는 방안은 교육력을 하락시킨다. 교권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교육 현장에 더 큰 문제를 던지는 꼴이다. 교원의 정신건강 관리는 필요하지만, 이 사건으로 교직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는 것은 절대 안될 일이다. 국회와 교육당국은 교육력 회복과 교원의 사기 증진을 위해서라도 교육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교원의 정신건강을 관리하고 치유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오준영 전북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5.02.18 17:08

문화예술 기획자와 예술가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진짜 협업’

문화예술 기획자와 예술가 간 협업의 관계 형성은 각자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고, 잘 해낼 수 있는지 최대한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통상적으로 기획자는 일정 프로젝트나 사업의 전반적인 수행계획을 마련하고 예산 확보부터 집행·정산을 담당한다. 그리고 전시나 행사 등 문화예술 이벤트의 연출감독을 도맡아 하는 경우도 있다. 기획자가 프로젝트를 구성했다면, 이에 적합한 예술가는 실행 구성원 또는 참여자, 공동연출자 등의 역할로 합류하여 공통의 목적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그렇다면, 실제 현장에서는 이렇게 각자 부여된 역할을 다하며 협업의 관계가 온전히 유지되고 있을까? 만약 각각의 입장에서 협업을 지속하고 싶다거나 그 반대의 경우라면, 어떠한 이유에서일까? 이러한 물음과 함께 시작한 고민은, 어느새 기획자와 예술가가 동반적인 입장에서 찾고 실행해야 할 협업에 대한 정의, ‘진짜 협업’에 대한 정리로 이어졌다. 그간의 경험에서 묵과했던 협업의 걸림돌들을 살펴보고, ‘진짜 협업’을 위한 요건을 몇 가지 공유해본다. ‘진짜 협업’의 요건 첫 번째는 일하는 태도에 관한 것, ‘책임감 있는 협력’이다. ‘책임감 있는 협력’은 함께 일한다는 관점에서 상호 결정한 수행일정에 대한 시간관리, 업무적 우선 순위 지정, 집중을 의미하며 이들은 기본 중에 기본 요건이다. 기본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실제 협업 과정에서 친분이나 개인 사정을 핑계로 가볍게 여겨지기 쉬운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획자와 예술가 서로가 업무적 긴밀함과 의존도가 높은 관계일 때, 해당 프로젝트에 쏟는 시간이 우선적이지 않을 경우 불협화음이 가장 먼저 나타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두 번째 요건은, 예술가나 기획자 각자의 전문성을 존중하되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직간접적인 경험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요건의 부재 시,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가짜 협업’이 될 수 있는 결정적 요인이기도 한데, 몰이해를 묵인하며 일하는 관계에서는 지속 가능한 협업을 기대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기획자의 예산 확보 과정이나 집행의 수고로움, 예술가가 감당하는 창작의 수고로움을 상호 알지 못하면, 이는 전체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일의 실행과 발전을 저해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러한 부분을 좀 더 알고 인정하는 사람을 찾게 될 것이다. 세 번째는, ‘진짜 협업’이 견고해질 수 있는 ‘지속 가능함에 대한 신뢰감’을 갖추는 것이다. 우리가 협업을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홀로 하는 것보다 협업을 통해 각종 위기 상황을 협력해 해결하고, 일하는 데 소모되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분배하여 완료할 수 있는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뢰감이 협업 관계 간에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한다면, 지속 가능함에 대한 동력을 잃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진짜 협업’을 가능하게 하는 위 세 가지의 요건은 결코 단순한 것들이 아니다. ‘가짜 협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 것도 지역 기획자로서 지속해서 함께 일할 예술가를 찾기 어렵다는 애로사항에서 시작되었고, 이러한 직접적인 문제인식은 현재의 협업구조와 일하는 태도까지도 깊이 들여다보도록 만들었다. 지역의 다양한 문화예술 협업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협업해야 하는 이유를 말하기에 앞서, 그 안에서 부딪치고 화합하는 협업 당사자들이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과 논의가 진지하게 이루어져야 할 때이다. 김현정 디자인에보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5.02.11 18:54

이토록 평범한 진리, ‘인사(人事)가 만사(萬事)’

퇴직 후 돌이켜 보니, 40년을 한 직장에 몸담고 있었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이런 우직한 직장생활이 구시대의 유물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어쩌다 시작된 공직에서 나 자신도 매번의 인사를 꽤 예민하게 바라보았던 것 같다. 공무원은 인사발표에 무척 예민하다. 고위직일수록 그 예민함과 긴장은 더 크다. 그런데 인사에 대한 판단은 비단 자신만의 자리를 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누가 갑자기 등용됐고, 누구는 어느 자리에 앉게 되었으며, 인사의 방향과 기준이 무엇인지 전체를 빠르게 감지한다. 그 결과로 구성원들은 앞으로의 업무 태도와 열정을 새로운 판도로 수정해 간다. 적재적소와 업무역량을 고려했다고 인정할 수 없을 때 그들의 업무태도는 바로 느슨해진다. 간혹 부정적 인사 기준을 응용하여 자신의 행보를 오직 그에 맞추는 패거리의 인물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보은인사, 캠프인사, 연줄인사, 예스인사 등의 말들이 있다. 이에는 분명 인사에 대한 절대적 부정이 내포되어 있다. 설령 보은, 캠프, 연줄, 예스 성향이 있는 인사였다 하더라도, 그 대상자에 대하여 역량, 적재적소, 가능성 등에 동의가 있다면 적어도 이런 표현으로 인사 결과를 매도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직 다양한 이유의 측근이라는 이유만으로 인사 혜택을 누렸다고 판단했을 때 이런 뒷소문이 흐르게 된다. 흔히 후폭풍이 예견되는 인사일수록 인사 보안유지가 더 철저한 경향이 있다. 인사가 꼭 서프라이즈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당한 시스템으로 인사를 예견하고 그 예견으로 일정 기간 다수의 평가가 온화하게 이루어지게 하는 CEO들도 있다. 이 인사가 공식화되면 주변 사람들은 진심으로 축하하며 원팀이 된다. 합리적이고 동의적이며 조직관리를 제대로 살리는 인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부정의 인사는 구성원의 부동의가 서프라이즈로 요동치면서 누군가의 연줄을 캐기에 바쁘다. 그래서 과도한 서프라이즈는 애초부터 부정의 후유증을 인사권자가 예측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단순한 과거 인연을 미래 지향의 조직 관리에 투입하는 치명적인 오류를 고백하는 것도 같다. 역량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은 그 자리를 지켜내지 못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혜택을 준 인사권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인사권자가 선출직이라면 그 기대의 시간을 더욱 과거 인연과 사심으로 채워 가면 안 되는 것이다. 무대에 오르지 않았을 때는 호소만으로 긍정적 기대를 갖게 할 수도 있지만, 기득권을 얻은 후로는 불 밝힌 무대 위에서 모든 것이 낱낱이 공개되고 철저하게 평가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지극히 평범한 말이 있다. 그러나 심혈을 기울여 조직을 운영해 본 사람은 안다. 이 말이 신박하지는 않지만 진리이고 가히 고전적 명언이라는 것을. 역량, 조직력, 적재적소의 인사로 업무 열정과 기쁨을 담보한 인사관리는 그 혜택이 결국은 인사권자 본인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더 진한 과거의 인연을 앞세우며 주변을 맴도는 사람들도 온당한 인사 관리가 실행되면 스스로 사라진다. 욕망의 사심을 노골적으로 심어야 할 필요도 없어진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는 조직력을 확보하고 정책을 실현케 함으로써 큰 기대의 박수를 다시 만들어 내는 힘이 있다. 대다수에게 공정하고 정의롭게 평가되는 인사가 조직, 성과, 기대를 해결하는 만사의 근원인 것이다. △송영주 전 교장은 법무부 청소년범죄예방위원회 위원, 제19대 전라북도교육감직인수위원회 위원, 학교법인 화봉학원(화산중학교) 이사 등을 지냈으며, 저서 <고등학교 교육을 말하다>를 집필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5.02.04 18:05

질병은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그 누군가가 준 소중한 선물일 수 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질병 없는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고 혹시나 질병에 걸리면 불안해하고 힘들어 합니다.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신경외과 의사이며 지금까지 약 30년간 환자를 보고 진단하고 치료하며 살았습니다. 뇌종양 진단을 받고 절망에 빠지는 환자와 환자 가족분들! 뇌출혈이 발생하여 수술을 권유하면 어찌할지 몰라 하던 보호자 분들! 허리에 디스크가 파열되고 신경마비가 발생하여 수술을 해야 한다고 설명하면 본인의 건강 회복보다 직장 복귀를 먼저 걱정하던 40~50대 가장이셨던 직장인분들! 신경마비가 발생하여 다리를 절룩거리며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셔도 수술을 권유하면 퇴직 후에나 고민해보겠다고 대답하시던 60~70대 경비원 분들! 고혈압성 뇌출혈 수술을 받고 한쪽 편마비가 발생하여 대금을 불지 못하게 되셨던 남원의 어떤 인간문화제 분! 교통사고로 뇌사상태가 된 5살짜리 어린아이…. 돌이켜 보면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는 많은 환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불행이든 다행이든 이 모든 질병들은 결국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발생한다는 사실입니다. 죽은 사람에게는 질병이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질병은 죽은 사람이 맛볼 수 없는 살아있는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특권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세상에 완벽한 절대자가 있어 그 완벽한 절대자가 인간을 창조했다면 굳이 왜 불완전하고 불편한 질병이라는 혹을 인간에게 부쳐주었을까? 태어나서 살고 무탈하게 살다가 자연사하게 만들면 되지 않았을까? 가끔 생각해봅니다. 물론 자연사든 노화든 이 또한 질병의 하나로 볼 수 있기에 여차 저차 질병 없는 세상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겠지만 가끔 생각만 해본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질병은 인간에게 왜 허락된 것일까요? 이유 없는 존재는 없기에 가끔 이 또한 생각해봅니다. 55세의 완숙한 남자 가장에게 찾아온 파열성 디스크 병(Ruptured disc)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40대의 젊은 여자에게 찾아온 뇌종양은 이 젊은 여자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65세의 어머니에게 찾아온 척추 전방전위증은 이 어머니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혹 이 질병은 이 사람에게 누군가(신이 되었든 누가 되었든)가 준 선물은 아닐까? 인생을 충분히 살았고 열심히 세상과 가족을 위해 봉사하고 노력한 완숙한 중년의 환자들에게 찾아온 시련은 이분들에게 무슨 의미인 걸까? 자신의 몸 한 번 제대로 돌볼 시간도 없이 그저 열심히 살아온 환자분에게 신이 주신 선물일 수는 없는 것일까? 한 달에 하루 쉬는 것도 어려워서 그저 묵묵히 성실하게 살아온 우리 한국의 성실하고 착한 생활인들에게 신은 잠시라고 쉬면서 자신의 몸을 한 번쯤은 돌아보라고 주시는 선물은 아닐까?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세상과 가족을 위해 노심초사 고생한 나에게 조금의 휴식이라도 가지라는 그 누군가의 선물일 수는 없는 것일까? 녹슬고 고장난 자동차는 멀리 달릴 수 없습니다. 병든 몸을 이끌고 무조건 달려가기 보다는 좀 쉬면서 몸도 고치고 지금껏 잘 달려왔는지, 앞으로도 계속 이대로 달려가야 하는지, 아니면 목표도 수정하고 방향도 바꿔봐야 하는지 생각도 해보고 휴식도 취하라는 누군가의 선물은 아닐는지…. 몸이 건강해야 세상의 고난도 짊어질 수 있고 마음이 편안해야 일이 즐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질병은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그 누군가가 준 소중한 선물일 수 있습니다. △김대용 원장은 우리들병원(청담동 본원)척추 전임의, 광주 우리들병원 병원장, 광주 북구 우리들병원장을 역임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5.01.21 18:16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2025 교육 변혁 과제

못다 핀 교단의 꿈 지난 2006년 도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무리한 민원과 과중한 업무로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은 범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부당하고 비상식적인 학부모의 요구가 ‘늘상 벌어지는 일’처럼 되어버렸다. 2022년 정신질환으로 휴직한 공립학교 교직원은 6,530명으로 또다시 최대치를 경신하였고, 교사가 기피직업이 되면서 일본의 학교는 만성적인 교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2023년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전국의 교원이 검은 옷을 입고 국회의사당 앞에 모였다. 국회에서는 교권 5법을 통과시키고 교원의 처우를 개선한다고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있었으나 교원들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시급한 해결 과제, 교권신장‧행정업무경감‧처우개선 교권 보호 5법이 개정되어 정당한 교육활동은 아동학대로 보지 아니하도록 하였으며, 교원이 아동학대 조사‧수사를 받게 될 경우 교육감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되었다. 또 학교별 민원 대응팀 설치 등을 통해 악성 민원에 대한 대응체계가 구축 되었다. 하지만 서이초 교사 순직 1주기를 맞이하여 실시한 교원 설문조사 결과에는 서이초 사건이 심각한 교권 추락 현실을 사회에 알린 의미는 컸지만, 실제 교권 보호제도 개선은 체감되지 않았다고 나타났다. 교권 5법 개정 이후에도 전국 각지에서 교원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졌으며 초등생에게 뺨을 맞는 교감선생님도 전국 언론에 올랐다. 체험학습에서 버스 운전기사의 과실로 사고가 났음에도 인솔교사는 법정에 섰으며, 다툼을 중재하기 위해 서로 사과하라고 지도한 교사는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했다.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후속 법안 개정과 제도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막기 위해 정서적 아동학대 범위를 명확히 해야하고, 악성 민원이나 무분별한 신고에 대해서는 민‧형사 책임을 묻는 법과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더하기만 있고 빼기는 없다는 교원의 행정업무도 학교업무지원센터의 활성화를 통해 걷어내야 하며, 교원이 오롯이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제공도 필요하다. 최근 3년간 공무원 보수 인상률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보수인상률은 –7.2%이다. 2024년 신규 교사(초등)의 임금 실 수령액은 약 231만원 정도로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가 조사한 2023년 비혼 단신 근로자(1인가구) 생계비인 246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본급과 각종 수당 인상을 통해 교원의 처우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교육이 미래고, 교육이 희망이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국가백년지대계인 교육은 늘 중차대한 논제이고 화두였다. 국가 동량(棟樑)인 미래 인재 육성은 가장 중요한 국가 대사이자 높은 가치의 활동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악성민원과 왜곡된 아동학대 신고로 인해 대한민국 교육은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다. 교원이 사회적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인식 개선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위한 법령의 개‧제정, 제도 개선은 선행되어야 할 조건이다. 전문직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 가르침에 집중할 수 있는 근무 여건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며, 사회적 지위를 인정 받기 위해 처우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교육은 미래이자, 희망이다. 공교육의 훼손으로 가치 있는 민주시민으로의 성장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암흑으로 뒤덮일 것이기에, 교원의 행복을 찾아 온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오준영 회장은 교원단체 한국교총 2030청년위원장, 전북교총 정책연구위원장을 역임했고, 전북교총 역대 최연소 평교사 출신 회장으로 선출돼 교권보호를 통한 교육력 회복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오준영 전북특별자치도교원단체총연합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5.01.14 18:54

지역 아티스트 레지던시의 역할론

아티스트 레지던시의 존재 목적과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지난 7년여간 지역에서 민간 레지던시를 운영하며 끊임없이 질문해 온 주제이다. 일반적으로 레지던시 운영의 기본 목적은 작가의 창작활동을 공간적,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데 있다. 대부분의 작가 입장에서는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 작가 역량 강화 기회에 매력을 느껴 레지던시에 입주한다. 국내외의 레지던시 운영 현황을 보면, 각 단체에서 수행되는 프로그램은 대동소이하다. 작가가 입주 후 공간에 머물며 작품주제를 연구하고, 일정 기간 동안 실행한 작품 연구 과정이나 그 결과를 전시하는 식이다. 갤러리나 미술관과 달리 레지던시가 지닌 가장 큰 특성은 바로 이 ‘작가의 머무름’에 있다. 작가는 실제 공간에 거주하면서 작업을 할 수 있고, 퍼블릭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 스스로가 대중, 또는 사회에 융화되어 창작물을 알리는 소통의 기회를 갖는다. 이 때 레지던시 운영진의 시대를 읽는 감각과 태도, 작가와 협력관계, 각종 프로그램 기획력들이 해당 레지던시만의 특색을 만들어 간다. 즉 레지던시는 일정 가치관을 토대로 작가의 머무름을 매니징함과 동시에 지역 커뮤니티와 결합을 매개하고 하나의 공공성을 지닌 예술 프로그램으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에보미디어레지던시의 운영 핵심 철학인 ‘공존(Coexistence)’ 역시 레지던시로서 지역사회에 공존하며 필요한 일을 지속해나가기를 제시하는 역할론적인 관점에 근거한다. 이는 곧 단발성 작가지원에 그치지 않고 레지던시 종료 이후에도 작가의 작품활동이 또 다른 전시나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작가의 생활이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결과적으로 레지던시의 역할은 아이러니하게도 작가 중심적 사고에 갇히지 않을 때 더욱 확장된다. 작품 판매의 목적을 지닌 갤러리나, 공공성을 띤 미술관이 미처 하지 못하는 부분을 레지던시에서는 좀 더 유연하게 운용 가능하다. 기존 통념상의 레지던시 역할에 안주하지 않고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작가를 둘러싼 환경을 분석하여 지속가능한 기반을 마련해보는 시도를 해보는 것이다. 또 레지던시가 ‘연결자’를 자처하고 작가와 기획자, 큐레이터, 공간주, 단체 및 기업들과 연결해 작가가 전방위적인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지역형 아티스트 에이전시 기능까지도 포괄할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내외부에 흩어져 각개전을 펼치고 있는 예술계 사람들을 한 데 모아 지역 기반의 문화예술 활동을 공유하고 상호 성장해나가는 상생의 구심점을 만든다. 현재까지도 여느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하는 전시는 알아도 레지던시 활동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레지던시가 대중과의 접점을 늘리는 데 주력하는 공간과는 다른 역할을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의미는 결국 ‘작가에게 제공하는 경험의 밀도와 확장’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대외적으로 보여지는 단편적인 공간 운영 지원에서 작가와 환경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관점의 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작가가 보다 안정적으로 작품에 집중하도록 돕고, 오랜 시간 연구한 결과물을 효율적으로 프레젠테이션 할 수 있는 전시기획과 홍보전략을 고심하며 국내외의 다양한 네트워킹이 밀도 높게 이뤄질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 더불어 입주 사후에도 작가의 경험이 확장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이 지역의 아티스트 레지던시의 역할, 존재 이유이다. △김현정 대표는 에보미디어레지던시 대표, 고택아트페스타 총괄감독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5.01.07 18:39

통(通)이 답이다

사람은 물론 동물도, 심지어 기계도 체(體) 내의 모든 기관이 원활하게 순환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어느 한 곳이라도 막히면 고장이 난다. ‘모든 것이 뜻대로 잘됨’이라는 뜻의 한자어 ‘만사형통’의 ‘통’자도 ‘순환’의 뜻을 갖고 있으니 통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하물며 여러 개체가 함께 섞여서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소통력’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 되었다. 한편 ‘소통’과 반대되는 뜻의 말은 ‘단절’이다. 단절은 ‘끊을 단’, ‘끊을 절’로 구성된 말로 지속가능하지 못한 상태를 의미한다. 단절은 관계의 끊어짐을 뜻하기도 한다. 관계는 인공지능, 첨단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사회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한 인간은 다른 인간과 서로 의존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본능인데, 최근 최첨단 인공지능기술은 편리성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제공하지만 관계의 단절도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사회적 약자들은 점점 고립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의 추종을 불허하는 IT 강국 대한민국의 화려한 모습 이면에는 OECD 가입국 중 노인의 상대적 빈곤 위험도 1위라는 어두운 면이 함께 존재한다. 2022년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지속가능목표(SDGs) 이행보고서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 66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 소득 인구의 비율)은 40.4%를 기록했다. 이는 18~65세 빈곤율(10.6%)의 4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18~65세 빈곤율 대비 66세 이상 빈곤율로 측정한 고령층의 상대적 빈곤 위험도는 367.8%(2018년 기준)로 OECD 국가 중 1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일본의 위험도가 153.8% 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우리사회의 심각성을 쉽게 인지할 수 있다. 농촌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농촌경제원은 최근 ‘2018~2022년 농가경제 심층분석’ 연구보고서를 통해 농촌 노인인구의 경제적 취약성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70대 이상의 1인 농가 비율은 74.7% 이다. 이들의 상대적 빈곤율 또한 최대 78.6%에 달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원인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우리 사회의 수도권 일극주의 체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의 농업·농촌 홀대가 최근만의 일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정책은 수도권 대도시를 향하고 있다. 답은 ‘통’(순환)에 있다. 농촌 고령층의 상대적 빈곤 위험도가 높다고 해서 고령층만을 위한 정책에 예산을 집중해서는 답이 없다. 농촌 지역 전 세대의 삶을 포괄할 수 있는 유기적이고 종합적이며 지속가능한 발전계획이 필요하다. 그 중 한 가지 방법이 지역사회 ‘돌봄’체계 구축이다. 돌봄은 기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다’의 뜻을 갖고 있다. 또한 ‘건강 여부를 막론하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거나 증진하고, 건강의 회복을 돕는 행위’를 뜻한다. 결국 돌봄은 사회 구성원 간의 관계와 소통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이를 잘 실행할 수 있는 사회·경제 체제가 ‘사회적경제’이다. 기본적으로 사회적경제는 ‘연대와 협동’을 바탕으로 하며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의 ‘통’(순환)을 추구한다면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구준회 농촌사회학 연구자

  • 오피니언
  • 기고
  • 2024.12.17 18:47

마을기업을 지켜야 하는 이유

흥부전의 배경지인 남원 인월면에는 농촌체험휴양마을이자 마을기업인 ‘달오름마을’이 있다. 사계절 농사와 먹거리 체험으로 학생들과 외국인 방문이 끊이지 않는 마을인데, 흥부 잔치밥이 인기 아이템이다. 천연 박 바가지에 갖은 나물과 밥을 넣어 쓱쓱 비벼 먹으면, 흥부전 속으로 시간여행을 한 듯 분위기가 절로 무르익는다. 마을기업은 지역과 관련된 스토리, 농산물, 자연경관 등 유무형 자원을 상품화하여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공동체 기업이다. 2010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이래 15년 동안,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주민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는 사회적경제 대표 모델로 성장해왔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 두각을 나타내어 농가공 및 체험으로 다양한 6차 산업 모델을 제시해왔다. 남원 주천면에 위치한 웅치마을영농회는 주민들이 농사지은 잡곡으로 전통 강정을 생산하고, 체험객이 연 2천명 방문하는 5년차 마을기업이다. 마을 어르신들과 강정 사업 준비를 하며, 물도 나오지 않는 회관 옥상에서 시제품을 만들던 시절을 지나 올해는 네덜란드와 독일, 미국에 곰재강정을 수출하는 데까지 성장했다. 최근에는 농촌 유휴시설을 활용한 마을기업 사례도 주목을 받고 있는데, 오는 13일에 오픈하는 하주발효마을카페는 폐농협창고를 리모델링하여 추진되었다. 2021년 예비단계를 거쳐 2022년 행안부 신규마을기업으로 발효를 테마로 한 베이커리와 장류 체험 사업을 해온 성과가 바탕이 되었다. 백세 건강마을이라는 비전을 세운 하주발효마을은 주민 카페를 기반으로 ‘설탕 없는 마을’을 선언하고, 마을에서 농사지은 현미로 구수한 무설탕 식빵을 만든다. 남원 서부권의 너른 들녘을 품고 있는 금지면 마을기업 ㈜비즌양조는 매일 아침, 마을에서 수매한 콩을 갈아 따끈한 순두부를 만든다. 방치되어 낡아가던 구판장을 개조한 마을식당의 주메뉴는 순두부와 청국장 정식이다. 점빵도 식당도 모두 사라졌던 마을 중심지에 되살린 밥집의 이름은 ‘화동(和同)식당’이다. 조화롭게 어울리며 살아가는 공동체의 미덕, 낡고 버려진 시설을 식당과 양조장으로 바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마을기업 비즌이 나아갈 길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처럼 지역의 활력이 되는 마을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관심있는 시민들을 모집하여 마을기업 투어를 다닌지 2년이 지났다. 남원뿐만 아니라 완주, 고창, 정읍, 순창, 익산, 군산, 순천까지 다양하게 참여 누적 인원만 200여명 가까이 된다. 마을기업을 실제로 준비하고 있는 이장단, 주민 활동가들도 있었고, 지역 투어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으로 참여한 시민들도 있었다. 강의와 현장 견학으로 빈틈없는 하루 일정을 함께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참여자들과 으레 소감을 나눈다. 주를 이루는 이야기는 사람과 희망이다. 마을기업을 만들고 함께 성장해온 주민 대표들이 전해준 여운이 남고, 이게 바로 지역이 소멸되지 않고 살아날 희망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미 행정안전부에서도 마을기업이 소규모 농가공와 6차 산업을 넘어 청년과 일자리, 지역사회 문화와 서비스 영역까지 확산되어야 한다는 비전을 세운 바 있다. 2025년 마을기업 공모가 진행중이다. 2024년에 예비와 신규 단계 지정을 하지 않았던 파행에 비하면 다행이지만, 공모는 하되 사업비가 확보되지 않아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마을기업은 농촌 공동체에 지속성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검증된 해법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최규혜 남원시공동체지원센터 사회적경제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12.10 18:32

작가에게 든든한 후원자의 존재

평생을 전업 작가로 산다는 것, 작가가 아닌 사람으로서 감히 짐작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나만의 작품 정체성을 찾고자 답을 알 수 없는 혼자만의 끝없는 싸움을 해야만 한다. 길을 찾았다 해도 작업에 몰입하며 산다는 것이 경제적 뒷받침이 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작품제작에 필요한 기본적인 비용과 피할 수 없는 생계 걱정을 해야 하니 묵묵히 작업하는 작가들이 존경스럽다. 가끔 연예인 작가들이 뉴스에 등장하곤 한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개인전을 개최하거나 아트페어에 참가하면 쉽게 이슈가 된다. 비슷한 경력의 작가들보다 작품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도 쉽게 그리고 많이 판매가 된다. 작품성과 작품 가격이 주관적이라고는 하지만 웬만한 전시로 주목조차 받기 힘든 것이 당연한 미술 시장에서 갑자기 등장한 스타 작가들이 참으로 놀랍고 부럽다. 살아생전에 단 한 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했던 빈센트 반 고흐에게는 든든한 후원자, 동생 테오 반 고흐가 있었다. 자신의 작품성을 끝까지 믿어 주고 경제적으로 지원을 해주었던 테오 덕분에 고흐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작업을 할 수 있었다. 테오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고흐의 멋진 작품들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작가에게 후원자의 존재는 그만큼 의미 있는 일이다. 후원자의 입장에서, 한 작가에게 관심을 가지면 그의 작업실을 방문하거나 작가가 참여하는 전시회를 찾게 된다. 작가를 진심으로 존중하면서 작가의 인생과 작품을 이해하게 되고 때로는 작품도 구입한다. 좋은 후원자는 이처럼 작품을 보는 기준이 분명하다. 유명한 작품이라고 해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미적 기준에 부합하는 작품을 선택한다. 작가의 입장에서는 후원자의 존재만으로도 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답답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어둠 속에서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맞다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작가에게는 힘이 된다. 경제적인 도움뿐만 아니라 큰 작가로서 성장해가는데 후원자는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전라북도 내에도 작가 지원과 관련된 여러 논의와 정책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신진 작가 지원 프로그램 (전북도립미술관 청년작가 선정, 전주문화재단 전주신진 예술가 지원 등)과 민간단체에서 운영하는 여러 미술상 (교동미술상, 군산청년미술상, 우진청년미술상, 전북청년미술상 등)이 있다. 꾸준히 작업하고 있는 작가들을 찾아 관심을 갖는 것은 고단한 순간에 잠시나마 숨 쉴 틈과 자신의 일에 의미를 찾는 계기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한 가지 제안을 한다면 개인 후원자를 넘어 문화예술 분야에 후원하는 기업이 많아졌으면 한다. 전라북도는 지역 기업이 문화예술 후원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적극 홍보를 하고, 후원기업은 예술지원기금을 마련하여 <A기업 창작스튜디오 프로그램>, <A기업 미술상> 등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기업에게는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장기적으로는 기업 이미지를 높여주며,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함께 한다는 점을 부각시킨다면 작가들에게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라 본다. 비로소 예향이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은. 도내 대학 미술 관련 학과가 점차 줄어든 것만 보아도 팍팍한 현실에 순수 미술을 고집하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그럼에도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작업하는 미련한(?) 작가들이 있어 세상은 아름답고 고귀하지 않을까. 작가 옆에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내가 좋아하는 미술 작품을 한 점씩 소장해보면 그 또한 소중한 일이 아닐까. 유가림 유휴열미술관 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12.03 17:19

의지력 관리, 성과를 높이는 첫걸음

“시험을 앞두고 성적을 올려보겠다는 굳은 다짐과 함께 책상에 앉는다. 공부를 막 시작하려고 하는데, 책상이 더럽고 정리가 안 된 것을 인지한다. 공부 시작 전, 열심히 책상을 정리한다. 온 힘을 기울여 청소를 끝낸 후, 거짓말같이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력이 사라지고 졸음이 몰려온다.” 이러한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이때 우리는 열정이나 의지가 부족했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책망한다. 하지만 진짜 본인의 의지력 부족 때문이었을까? 게리 켈러의 『원씽』에서는 한 가지 일을 위해 의지력을 사용했다면, 재충전하지 않은 한, 다음 일을 할 때 필요한 의지력이 부족해진다고 설명한다. 의지력은 마치 휴대폰 배터리와 같아서 책상 정리처럼 작은 일에 썼다면, 막상 중요한 공부를 하려고 할 때는 부족하게 되는 것이다. 즉, 강한 동기가 있다 하더라도 의지력은 무한정 발휘될 수 있는 자원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스탠포드 대학의 바바 쉬브 교수는 실험을 통해 “의지력은 한정된 자원”임을 실증적으로 증명했다.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두 자리 숫자와 일곱 자리 숫자를 외우게 한 후, 그들에게 간식으로 건강에 좋은 생과일과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혹적인 초콜릿 케이크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숫자를 많이 외운 그룹은 다수가 초콜릿 케이크를 선택했으며, 이는 정신적으로 피로해질수록 건강을 지키려는 의지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즉, 의지력은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면 할수록 소모되는 것임을 시사한다. 의지력이 한정된 자원이라면 그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많은 성공자들이 의지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의지력이 개인이나 조직을 성공으로 이끄는 중요한 요소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의지력 관리가 개인과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첫걸음이라는 것에 방점을 두어, 우리의 의지력이 치밀한 계획하에 발휘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종종 여러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려다 중요한 일을 놓치거나, 비효율적인 작업에 의지력을 소진 시킨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의지력을 갉아먹는 온갖 불필요한 상황을 최소화하고,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 설계를 해야 한다. 아울러, 소진된 배터리를 다시 쓰기 위해서 충전이 필요하듯, 의지력 재충전을 위해 충분한 휴식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의지력을 효과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리더십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리더는 단순히 업무를 배분하는 것으로 역할이 끝나지 않고,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책임을 진다. 리더는 구성원들의 의지력이 불필요하게 소모되지 않도록 배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업무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여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업무를 줄이고, 효율적인 업무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조직의 효율화에 힘써,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구성원들이 자신감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도록 심리적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하며, 의지력 재충전을 위해 유연한 근무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효과적 의지력을 발휘하기 위해 타이밍은 중요하다. 시간이 흐르면 의지력은 흩어진다. 의지력이 충만할 때, 덜 중요한 것은 뒤로 밀어두고 가장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임을 명심하자. 송상재 전북특별자치도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11.26 18:29

농촌사회와 주민자치

주민자치활동은 주민 스스로가 갖는 필요를 해결해나가고 동시에 불합리를 개선하여 종국에는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모든 행동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서비스 기반이 도시에 비해 열악한 농촌지역에서 주민자치의 중요성은 더 크다. 하지만 타 시도에서는 조례로 보장하며 실시하고 있는 주민총회, 마을발전 및 활성화계획, 읍·면에 배정된 주민참여예산에 대한 사업계획 처리 등이 아직 우리 지역에서는 진행되고 있지 못한 측면을 보아 전북특별자치도에서 주민자치의 위상은 타 시도에 비해 매우 낮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농촌지역에서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신선식품에 대한 주민의 접근성이다. 마을은 고사하고 면 소재지에도 식선식품을 살 수 있는 소매점이 사라지는 이른바 ‘식품사막’이 농촌지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현상이다. 자칫 농촌에서는 자신이 먹을 신선채소를 모두 텃밭에서 재배해서 먹을 것처럼 생각될 수 있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다. 수익성이 없는 농촌지역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계산법으로는 맞지 않는 일이다. 한편 통계청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3만7536곳 행정리 가운데 소매점이 없는 곳은 2만7609곳에 달한다. 무려 73.5%에 해당한다. 광역지자체별로 살펴보면 전북자치도내 행정리 5245개 중 83.6%가 마을에서 식료품을 살 수 있는 점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전남이 83.3%로 뒤를 이었다. 이러한 식품사막화 현상에 대한 문제점은 단순히 식품 구입의 불편함 문제가 아니라 고령화된 농촌 주민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위협한다는데 있다. 신선식품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지면서 보관이 편리한 가공식품의 구입 빈도가 높아지고 이는 곧 고열량 식품 섭취로 인한 건강 악화와 영양섭취부족, 영양불균형으로 이어져 농촌주민의 질병에 대한 저항력 감소, 면역력 저하 및 스트레스 증가 등을 유발해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 농촌의 지역사회는 어떤 해결책을 갖고 있는지 심각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전북연구원은 식품사막화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전북특별자치도 식품사막화 지도를 제작하여 관리해야 하며, 협동조합 식료품점 개설, 식료품 바구니 정책, 식품사막화 지수 등을 제안했다. 또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해 식품사막화와 이에 따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협동조합 식료품점을 지역적 특성에 따라 이동식 점포 또는 상시 매장으로 운영하는 정책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남 영광군의 ‘동락점빵’ 사례는 농촌지역에서 배우고 실천한 만하다. ‘동락점빵’은 인구 1,700명의 묘량면에서 활동을 하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이동 점빵이 매주 2회 면의 18개 행정리, 42개 자연마을을 돌면서 식료품, 생필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회복지사가 운영하는 이동 점빵은 물건을 전달하는 일을 넘어서서 고령화된 농촌사회 주민들의 종합적인 삶을 살피는 효과가 있다. 주거환경부터 식생활습관, 건강 체크까지 지역사회 돌봄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동락점빵’의 예는 식품사막화라는 문제를 주민들이 스스로 풀어가는 주민자치활동의 사례이다. 이와 같이 주민자치의 목적은 그들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생활의 여건을 개선하며 궁극적으로는 행복한 삶을 추구함에 있다. 농촌에 산적한 문제 해결이 곧 자치이고 자치가 곧 행복한 삶의 시작과 끝이다. 농촌사회에 존재하는 불합리를 주민자치로 풀어내자. 구준회 농촌사회학 연구자

  • 오피니언
  • 기고
  • 2024.11.19 18:08

쓰레기를 보물로 바꾸는 사람들

일본 도쿠시마현의 가미카츠초는 산림이 86%를 차지하고, 인구 1,430여명에 고령화율이 53%인 과소화 지역이다. 슈퍼마켓과 대중교통조차 없지만, 가미카츠초에는 일본 최초의‘쓰레기 정류장’이 있다. 쓰레기 무단 투기와 소각 문제로 고민하던 주민들이 2003년, 미래세대를 위한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선언을 통해 2020년까지 쓰레기 없는 마을 만들기에 뜻을 모은 것이다. 가미카츠초 주민들은 노약자를 제외하고는 직접 쓰레기 정류장을 방문하여 분리배출을 해야 한다. 플라스틱, 병, 캔, 종이 등의 쓰레기는 소재별로 세분화하여 무려 13개 분류 45종으로 나눠지며 각각의 배출함에는 쓰레기 처리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다. 캔과 종이처럼 재활용 자원으로 마을에 이익이 발생하면 초록색‘入’푯말이, 플라스틱과 폐건전지처럼 비용을 들여 처리해야 하면 빨간색으로‘出’푯말이 붙으며 발생 비용과 재활용을 위해 이동하는 지역, 어떤 품목으로 재활용되는지까지 꼼꼼하게 적혀있다.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한 완전 표시제이자 스토리 텔링인 셈이다. 제로웨이스트 20년간의 성과는 놀라웠다. 마을 쓰레기 배출량이 절반으로 줄었고, 처리비용은 60% 절감되었으며 재활용률은 80%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재활용할 수 없는 쓰레기의 상당 부분은 위생용품, 건축 폐기물이나 마스카라와 같은 복합재질의 제품이기에 가미카츠초 주민들은 이러한 영역에서도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생산과 기술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남원의 예비사회적기업‘협동조합 비니루없는점빵’은 가미카츠초와 같이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한 주민조직이다. 마을 배출장이 잘 관리되지 않아 생활 쓰레기부터 농업용 비닐까지 자체 소각하는 농촌 현실을 개선하고자 민·관 간담회를 통해 논의 테이블을 만들고, 쓰레기 매립장 주민 견학, 제로웨이스트 해외연수 등을 추진하며 관련 지식과 공감대를 넓혀나갔다. 포장재와 일회용품으로 인한 쓰레기 발생을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 대안 용품과 리필 생활재를 취급하는 제로웨이스트 매장‘비니루없는점빵’은 프리마켓과 남원 공설시장, 전통 오일장을 순회하는 이동 점빵으로 운영되다가 시민 활동 공유공간과 만나 상설 매장으로 발전했다. 원가 부담이 높은 친환경 생활재를 유통하는 특성상 점빵 경영은 고군분투 중이지만, 대안 소비문화를 보급하고 환경 교육과 체험, 영화제 등을 통해 시민들의 기후 감수성을 깨우는 구심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올여름에는‘쓰레기 보물찾기’캠페인으로 마을에 방문하여 환경 교육한 후, 어르신들 댁에 묵혀둔 재활용 쓰레기를 라면과 국수, 호미 등으로 교환해주는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저력이 쌓여 지난 9월, 남원 산내면 주민 한마당이‘쓰레기 없는 산내면민의 날’이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되었다. 면민 2천여 명, 18개 마을 규모의 행사에서 다회용기 혹은 본인 식기 지참을 장려하고, 쓰레기를 가장 적게 배출한 마을에 화합상을 수여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친환경 셀프 설거지 부스가 압권이었는데, 식기를 톱밥으로 문질러 기름기와 양념을 제거하고 EM과 밀가루 혼합액, EM 희석액, 맑은 물 헹굼으로 마무리하는 단계별 체험이었다. 이처럼 쓰레기 문제는 기후 위기 시대 주민자치의 우선 과제이지만, 몇몇 사례 차원을 넘어 지역 전체 단위의 몰입과 혁신이 필요하다. 이미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기후 재난은 한가롭게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규혜 남원시공동체지원센터 사회적경제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11.12 18:31

그림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미술 작품 전시를 보게 되면 작가에 따라 작품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누구나 이름을 알만한 작가의 작품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고가인 반면 그러지 않은 대부분 작가의 경우 작품 가격은 너무도 다양하게 책정되어 있다. 한 번쯤은 그림의 가격은 도대체 어떻게 결정되는 것인지 궁금했을 순간이 있을 것이다.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의 가격을 원가 측면에서 생각해보자. 캔버스에 물감 그리고 작품을 완성하는데 걸린 작가의 시간 즉 한 작품의 가격을 재료비와 인건비로 단순하게 산출해볼 수도 있다. 그런데 미술 작품은 일반적인 공산품과는 다르다. 작가의 창작물로서 작품에 내재된 예술적 가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작품이 가지는 미적인 요소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일반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는 투자를 하기 위한 객관적인 데이터가 있다. 그러나 미술 작품은 그 특성상 계산이 가능한 객관적인 지표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호당 가격제(1호 크기는 풍경화의 경우 가로 22.7㎝×세로 14㎝)가 통용되고 있다. 호당 가격을 결정하고 작품의 규격에 따라 작품 가격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같은 작가의 작품 중에서도 완성도의 차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으로 작품값이 매겨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호당가격제보다는 작품의 가치가 반영되는 작품당 가격제 도입을 주장하는 의견들도 있고 실제로 적용되기도 한다. 그림의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생각해보자. 작가의 인지도는 어떠한가. 주요 미술관에서의 전시 경력, 주요 국제전의 참가 경력, 작품 소장처, 영향력 있는 갤러리와의 관계에 따라 작품 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널리 알려진 작가 작품의 경우에는 부르는 게 값이 되어버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가격이 책정된다. 작품의 희소성도 가격 결정의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유일하거나 한정된 작품의 경우에는 그 작품이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작가가 사망한 후에 작품의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도 이 점과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미술품의 주제, 작품성, 보존 상태, 진위 여부, 거래된 장소, 유행, 홍보 등은 작품의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림도 역시 상품이라고 본다면 그림의 가격도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림의 가격 형성에는 너무도 많은 변수들이 작용하고 있다. 미술 시장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시장의 원리에 따라서만 움직인다고 볼 수 없다. 더군다나 우리 나라 미술 시장은 그림의 가격 결정에 구매자, 즉 콜렉터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미술품 가격은 그림을 구매하는 사람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손에 넣을 수 있을 때까지 내는 것이 가격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구매자의 영향력이 크다. 즉 그림값은 사는 사람이 결정한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작품 가격을 말할 때 그 작품이 그려져 나오기까지 작가의 노력과 고뇌의 시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투자나 부의 축적 수단으로 작품을 구입하는 소수의 콜렉터보다는 진정으로 그 그림을 좋아하고 함께 하고 싶어하는 순수한 소장자들이 작가들에게도 더 튼튼한 울타리가 된다. 그림이 판매되어야 다음 작품을 준비할 수 있고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저렴한 가격의 그림을 사는게 최선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작품을 구매하는게 가장 합리적인 그림을 사는 방법이 아닐까. 유가림 유휴열미술관 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11.05 18:20

지방정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정부의 국세 수입 부족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지방교부세 지급 규모가 감소된다. 이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정부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교부세는 내국세와 연동되어 지자체에 배분되는 재원으로, 재정적으로 어려운 지방에 필수적인 공공서비스 제공을 돕는 중요한 재정적 기초이다. 경기둔화와 감세 기조는 지방교부세 축소, 복지 재정의 축소로 이어져 재정적 약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낙수효과의 허구성 감세 기조에 대해 긍정적 입장에서는 감세가 민간경제의 활력을 되찾게 하고, 복지지출 조정을 통해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영을 정상화한다고 본다. 이 견해는 세 부담을 줄임으로써 시장 중심의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는 전통적인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여러 문제점이 있다. 상위 계층의 세 부담을 줄임으로써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겠다는 낙수효과는 오랜 기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낙수효과를 노린 정책들은 실제로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켰고,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IMF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20%의 소득이 증가하면 경제성장률이 오히려 하락하는 반면, 하위 20%의 소득이 증가하면 경제성장률이 더 높아진다고 한다. 이는 낙수효과가 허구임을 증명하며, 동시에 경제성장과 복지확대는 상충되지 않고, 오히려 소득 재분배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1970년대의 롤스의 정의론은 50년이 지난 지금에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중요한 철학적 토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롤스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공정한 출발선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제시한 ‘최소극대화 원칙’은 사회적 불평등이 정당화될 수 있는 때는 오로지 그 불평등이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최대한의 이익을 줄 수 있을 때라고 본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자유나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자유주의적 접근을 넘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불평등 완화를 중심으로 한 정책을 우리 사회에 요구한다. 사회적 불평등 해소와 안전망 강화 롤스는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 개념을 제시하여, 사람들이 자신이 처할 사회적 지위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공정한 사회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자신이 언제든지 경제적 약자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가정하에,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기회와 안전망을 제공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감세와 복지 축소는 재정적으로 유리한 계층과 지역에는 혜택을 줄 수 있지만, 롤스가 강조하는 정의로운 사회에 비추어 보았을 때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재검토가 필요한 정책이다. 감세로 인한 복지 축소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의 교육, 복지, 치안 등 주민의 삶과 직결되는 공공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제적 자유와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 이상의 접근이 필요하다. 사회적 불평등 해소와 안전망 강화가 필수적이다. 감세정책과 복지 축소가 하위 계층과 재정적 취약 지역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지방정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여 지역 간 균형을 이루고, 더 나아가 모두가 공정한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송상재 전북특별자치도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10.29 18:42

지역사회 돌봄의 의미

구준회 농촌사회학 연구자 미래사회가 마하(Mach)의 속도로 오고 있다. 매일 새로운 기술 개발 소식이 뉴스를 가득 채운다. 그만큼 우리가 맞이할 미래사회는 현재의 모습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래사회를 결정하는 변수를 인구구조, 기후위기, 융합기술(첨단기술) 세 가지로 설명한다. 원광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흥주교수는 인구구조의 변화추이에 따른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변화에 대해 설명하며, 2024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인 0.78명이 이대로 계속된다면 2020년 기준 3,762만 명인 생산가능인구는 2070년 1,533만 명으로 감소하게 될 것이며, 이는 사회 재생산의 불가함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현재 수준인 3,700만 명 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되어야 하는데 현재의 구조로 보았을 때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미래사회를 결정하는 두 번째 변수는 기후위기이다. 지난 10년간의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 추이를 살펴보면, 12.8°C 이었던 2014년의 연평균 기온이 2023년에는 13.7°C 로 상승했다.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된 2024년의 연평균 기온은 더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기후의 변화는 단순한 변화를 넘어서서 ‘위기’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주식인 쌀의 재배만 보더라도 유례없는 고온으로 생산성은 떨어지고, 벼멸구와 같은 병충해 피해도 심각하다. 이는 식량의 재배 조건이 앞으로는 스마트팜과 같은 첨단기술을 요함을 의미한다. 당연하게도 이는 식량의 생산비 증가로 이어지고 있으며 농업을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또한 이는 식량안보 문제와 깊은 관계가 있으며 인간의 보편적 권리인 ‘먹거리기본권’ 문제와 직결된다. 기후재난과 더불어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또한 미래사회를 결정짓는 주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세 번째 변수인 융합기술(첨단기술)은 자동화와 인공지능의 활용으로 노동과정의 변화, 즉 인간노동의 대체와 전환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스마트팜, 원격진료와 같은 산업구조의 변화를 불러올 것이며, 가상공간과 비대면 관계의 확대, 초개인화 사회 등 사회구조의 변화를 유발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이러한 변화에는 첨단기술의 일상화, 가상공간의 확대 등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하지만 분절과 갈등, 불신이 증폭되는 상태, 디지털 격차, 부의 집중화 등 부정적인 측면도 동시에 존재한다. 김흥주교수는 기술변화에 따른 미래사회를 ‘개인화된 사회’, ‘파편화된 사회’, ‘계층화된 사회’라고 정의하였다. 이는 2030세대의 자발적 선택에 따른 비혼, 가족의 해체, 공동체의 붕괴를 의미하고 이러한 현상은 사회의 분절과 폐쇄, 혐오를 양산한다. 이러한 미래사회의 부정적인 현상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러한 부정적 측면을 해소할 수 있는 미래사회 구성원의 능력에 대해 김교수는 조화, 이해, 감성, 연대와 같은 ‘교감력’과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사고, 사회적 책임감을 키우는 문제해결 능력, 지속적인 학습 및 적응능력과 같은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결국 개인화, 파편화, 계층화된 사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돌봄’의 실천에 있다. 각종 인프라가 취약한 농촌지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돌봄은 인류만이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이고 어쩌면 지역사회의 돌봄 능력은 급변하는 미래사회에서 인류가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일지 모른다. 구준회 농촌사회학 연구자

  • 오피니언
  • 기고
  • 2024.10.22 17:45

소리로 통하는 공동체, 시민오케스트라

최규혜 남원시공동체지원센터 사회적경제팀장 첫눈에 반하는 사건은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 같지는 않다. 스무 살 무렵 등산길에서 마주쳤던 흐드러진 산딸나무에 반했었고, 어느 출근길 이어폰에서 랜덤으로 재생되던 선율에 반한 적이 있다. 예상치 못한 눈물 한 방울을 툭 떨어지게 했던 소리의 발상지는 클라리넷이라는 악기였다.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전문 클래스도 전공자도 드문 소도시에서 클라리넷이란 흡사 우유니 소금사막처럼 나의 일상과 동떨어진 찬란한 존재 같았다. 놀랍게도 불과 1년 후에 당시 근무하던 조합 홍보 현장에서 우연히 클라리넷 연주를 접하고 동아리를 추진해 스승을 모셨으니, 나의 관악 입문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각자의 사연들이 모여 반짝이는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남원윈드오케스트라는 플루트, 클라리넷, 색소폰, 트럼펫, 트럼본, 유포니움, 호른 등 다양한 관악기 동호인 30여 명으로 결성된 아마추어 시민 연주단이다. 88회 춘향제 길놀이를 미리 준비하기 위한 시민참여 프로젝트로 2017년에 창단되었다. 당시‘매력적인 직업계고’육성사업에 선정된 남원용성고등학교와 다양한 시민 동아리를 운영 중이던 남원생협, 춘향제전위원회와 한국음악협회 남원지부가 4자 협약을 통해 음악을 통한 시민화합에 뜻을 모았다. 한 달여 만에 40명이 넘는 단원들이 모였는데, 남원지역 중장년 세대의 학창 시절 명물이었던 남원농고(현 용성고) 관악부 출신들이 대거 합류하였다. 농부, 자영업자, 교사, 공무원, 은퇴자 등 각계각층 시민들과 용성고등학교 방과후 관악반 학생들까지 10대부터 70대가 함께한 88회 춘향제 길놀이를 본 지역 어르신들은 예전 남원 농고의 시가행진을 다시 보는 것 같다며 반가워했고, 여행 감독 고재열 기자는 SNS를 통해 춘향제 소감을 이렇게 회고하기도 했다. ″……인상적인 것은 퍼레이드였다. 동원형이 아니라 자율형이 분명했다. 스스로 즐기기 위해 나왔다. 다른 축제가 결코 풀지 못한 숙제를 이미 푼 상태다…….″ 중창이나 합창, 합주를 한 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나의 소리를 내는 것보다 남의 소리를 잘 듣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 각자가 표현하는 부분들이 만나 조화로운 화음을 이룰 때 뭉클한 감동과 희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처럼 오케스트라는 몸으로 공동체의 원리를 체득하는 교육의 장이며, 비대면 시대에 더욱 특별한 대면의 장이기도 하다. 오케스트라가 지역에 안착하려면 사람과 공간, 시간의 누적이 모두 필요한데, 그중에서도 관건은 바로 공간이다. 큰 합주 공간 하나와 다수의 작은 파트 연습공간이 정기적으로 필요한 특성상, 지역의 유휴 공간과 잘 연결된다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양한 예술 동호회가 공유하는 공간이 있다면 장르를 넘어 소통하는 생활 문화의 허브가 될 수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에는 다양한 전문 오케스트라와 시민 오케스트라가 있고, 65개의 초중고 학교 오케스트라가 있다. 14개 시군에 모두 분포된 보석 같은 존재들이다.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전문 예술인 유출도 심각한 지경인데, 문화 예술 생태계를 지켜내는 작은 보루로서 지역 오케스트라는 정책적으로 육성할 가치가 충분한 영역이다. 오는 10월 18일부터 20일까지 남원 광한루원 일대에서 진행되는 문화의 달 축제에 남원윈드오케스트라가 완월정 무대에 오른다. 시민 오케스트라 또 한 번의 비상이 기대된다. 최규혜 남원시공동체지원센터 사회적경제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10.15 16:41

미술관과 도서관

전주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특색 있고 재미있는 도서관들을 마주할 수 있다. 학산숲속시집 도서관, 다가여행자도서관, 연화정도서관 등 기존의 도서관과는 다른 편안한 분위기에서 책과 함께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공간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도서관은 여러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고 그 결과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또한 전주에서는 전주국제그림책도서전, 전주도서관여행 등 문화 행사가 열리고 있어 언젠가부터 전주는 책의 도시가 되었다. 그런데 미술관은 어떠한가. 책과 미술 작품은 대중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 영역 중 하나일 만큼 문화생활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분야이다. 그리고 미술관과 도서관은 공공에게 문화의 기회를 공적으로 제공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 지역에는 전북도립미술관을 비롯하여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여러 사립 미술관이 있다. 하지만 수도권과 비교해 보았을 때 다양한 전시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여 문화적 불평등이 존재하는 지역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특색 있는 다양한 전시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만큼 미술관 입장에서도 운영 자체가 쉽지만은 않다. 전주 한옥마을 근처에는 서학동 예술마을이 있다. 1980~1990년대 옛 골목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이곳에는 예술가들이 운영하는 갤러리와 공방들이 많이 모여 있다. 서학동사진미술관, 구석집, 적요쉼쉬다, 서학아트스페이스 등 여러 전시 공간들이 있고 작가들도 자신의 작업실과 공방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며,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전주에 오면 한옥마을은 누구나 다 찾고 있지만 서학동 예술마을은 옛 모습 그대로 구석구석 볼거리가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한옥마을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전주시에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도서관과 함께 미술관을 운영하는 등 미술관 저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 예로 서학동 예술마을에 위치한 서학예술마을도서관에는 담쟁이갤러리라는 전시 공간이 운영되고 있다.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미술 작품 감상의 기회를 함께 제공한다면 풍부한 문화의 경험을 동시에 할 수 있고 사람들이 미술을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둘째, 소규모 미술관에 재정적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도립미술관이나 시립미술관 등 규모가 큰 미술관만이 미술관으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동네의 작은 미술관이 때로는 독특하고 특색 있는 전시로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음에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지속적인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 미술관 입장에서도 지원을 받게 된다면 좀 더 책임감을 느끼며 품격있는 전시를 마련하고자 고심할 것이다. 셋째, 아파트 재개발, 재건축시 커뮤니티센터에 전시 공간을 마련하는 조례를 제정했으면 한다. 일상적인 삶의 공간에서 미술 작품을 가깝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예술과 문화가 우리 삶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주가 도서관에 심혈을 기울여 책의 도시가 된 것처럼 미술관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하게 된다면 더 생기있고 품위 있는 멋진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변화와 성장이 더디고 인구도 줄어 경제적으로 위축된 작은 도시이지만 정서적으로 예술적으로 행복하고 풍요로운 도시, 전주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유가림 유휴열미술관 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10.01 16:06

노력도 재능이다

인생에서 죽어라 노력했는데 실패를 경험했던 적이 있는가? 필자는 온 힘을 다해 노력했지만 어느 한계치 이상은 도저히 뛰어넘기 어려웠던 순간을 기억한다. 어쩔 수 없이 포기했지만, ‘내 노력 부족’이라고만 하기에는 분명 억울한 측면이 있었다. 성공의 비밀 ‘1만 시간의 법칙’을 기억하는가? “특정 분야에서 아웃라이어(보통사람의 범위를 뛰어넘은 사람)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행동경제학자들은 ‘1만 시간의 법칙’을 매직넘버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재미있는 책 하나를 접했다. 연세대 김영훈 교수의 <노력의 배신>이다. 이 책에서는“1만 시간의 법칙은 틀렸다”라고 주장한다. 잭 햄브릭 미국 미시간주립대 심리학과 교수가 1만 1135명이 참여한 88개의 연구를 분석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노력한 시간이 실력의 차이를 결정짓는 비율은 4%에 불과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우리 자녀들에게 늘 공부하라고 잔소리하지만, ‘공부를 잘하는 것’에 ‘노력’이라는 변수의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어쩌면 최선의 노력으로 공부를 잘하게 되었다는 것도 우리의 착각”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믿는 것만큼 노력이 성공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재능과 비교한다면 노력의 역할은 초라하며, 심지어 “노력은 성실성을 기반으로 하는데, 그런 성격도 큰 범주에서는 재능의 영역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럼, 이 책의 교훈은 ‘노력하지 말자’일까? 대부분 사람들은 노력보다 더 중요한 조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우리 삶이 더 비참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역설적으로 노력 신드롬에 빠질수록 우리의 삶은 더 비참해진다고 말한다. 취직이 안 되고, 돈을 충분히 벌지 못해 부모님의 병원비, 자녀의 학비가 부족한 것이 단지 개인의 노력 부족 탓일까? 어떤 실패를 사회적·구조적 문제가 아닌 개인의 노력 부재만으로 몰아가는 우리 사회가 노력의 힘을 과신하고 악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노력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무조건적 노력 맹신 태도를 경계하고, 우리의 노력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적합한 곳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한다. “실패는 노력 부족 탓일까?” 당신이 지금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면, 교만하지 않아야 한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과 운, 특별한 환경이 그 성공을 도왔을 것이다. 그 성공에는 분명 당신의 피나는 노력도 필수적으로 있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노력도 사실, 타고난 성격이 산만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며, 재능이 있었기 때문에 노력도 빛을 발한 것이다. 따라서 성공한 사람은 성공의 혜택을 주변 사람들과 나눌 줄 알아야 한다. 또한, 타인의 실패를 “노력 부족”이라고 함부로 탓해서도 안 될 것이다. 반면, 당신이 재능 없음을 현재 노력으로 극복하고 있다면, 당신은 역설적으로 ‘재능 있는 사람’이다. “노력”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재능 없는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도 아니다. “노력도 재능”인 것이다. 노력 이외에도 수많은 변수들이 성공과 실패를 가름한다. 뜨거운 가슴으로 노력의 열정을 불태우되, 항상 노력에 비례해서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는 것도 명심하자. “현재의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당신, 좌절 금지!” /송상재 전북특별자치도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09.24 17:14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