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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방산허브화, 신뢰를 기반으로

약속의 무게는 무겁다. 로마의 정치가 푸블릴리우스는 심지어 적에게라도 지켜야 하는 것이 약속이라고 말했다. 서로간의 신뢰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일생동안 수많은 약속, 그리고 협상을 했던 나폴레옹은 차라리 '약속을 지키는 최상의 방법은 결코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이다'라고까지 말하며 약속의 무게,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거 경제적 풍요를 갈망하던 시대에는 생산 과정에 투입되던 생산 설비, 기계 등 물적 자본(physical capital)이 한 산업과 사회 번영의 핵심이 되고, 물적 자본을 가지고 있는 자본가들이 사회 곳곳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그러나 물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는 현대 지식사회에서는 물적 자본과 대비되는 인적 자본(human capital), 네트워크가 핵심이 된다.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뛰어 넘어 생각이나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다면 현대사회에서 핵심 가치를 점유하는 ‘영향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많은 인적 자본(human capital)을 점유하기 위해서는 상호 간의 관계에서 ‘신뢰’가 전제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K-방산 수출의 성공 역시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강점을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지리적 특수성이나 제조업 대국이라는 물적 자본에서 찾고는 한다. 이러한 특징들도 방위산업이 성장하게 된 계기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대한민국 방산 정책이 일관될 것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타국 정부와의 네트워크 능력이 융합되었기에 가능했다. 정부는 일관된 정책을 유지했고, 기업도 당장은 이득이 되지 않더라도 꾸준히 투자하고 노력했다. 반대로 만약 정부가 방산정책에 일관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또 큰 비용이 투자되어 생산된 무기를 돌연 구매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방산시장은 지속될 수 없을 것이다. 정권이 바뀌거나 정책에 변화가 있더라도 역대 모든 정부가 적어도 방위산업 정책에 있어서는 일관된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전 칼럼에서 필자는 전북도가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중심적 허브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신기술·신소재, 방산 인재양성의 거점을 지향해야한다고 제언했다. 전북도에게는 지난 10여 년간 우직스럽게 투자해온 탄소산업과 방산인재 양성에 집중할 수 있는 지역거점대학이 있으며, 광대한 새만금이 신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실험 및 생산에 활용될 자산일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산업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다소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정책 일관성을 가지고 새만금 지역의 방산 허브화를 추진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여러 기업들이나 도내·외의 방산 관련 기관들이 전북도의 일관된 산업 육성 의지를 신뢰하고 전북도만이 지닌 강점을 찾아 모일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 육성에 있어 ‘신뢰와 일관성’은 그 어떠한 가치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는 모름지기 그 발걸음에 신중해야 한다. 방위산업 허브화를 추진함에 있어 신뢰를 기반으로 한 우직하고 일관된 발걸음을 기대해본다. 업무협약은 지켜졌어야 했는데...... /강은호 국방과학연구소 정책자문위원∙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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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01 17:46

저들은 외친다, 살려달라고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 우리 곁으로 슬그머니 다가와, 맑고 높게 보이고 온갖 곡식이 익는 가을철이 되어 농부의 손이 분주하고,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나 역시 분주한 틈을 이용해서 김해국제비엔날레 행사에 참여하고 추석 연휴를 놓칠 수 없어 산행을 마음먹고, 민박하면서 평소에 가지 못한 산을 찾아다녔다. 누구나 바쁘게 살아온 삶의 한 페이지마다 사연이 있고, 배꼽이 빠지도록 웃으며 행복을 노래했고, 때론 좌절하고 낙망하여 방황도 하고, 하늘을 향하여 목청껏 울부짖기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얼룩진 눈물 자국은 세월이 덧없이 흐르고 있지 않음을 알려주고 있을 것이다. 수많은 아픔과 상처는 삶의 도전에 후원자가 되었고, 그러므로 세월과 함께 끝없이 달려가고 있으며, 오늘 하루도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고 있지 않을까? 인생 살다 보면, 낙화유수(落花流水)와 같아서 세월이 흐르면 몸도 약해져 보잘것없이 쇠해져 가고, 모든 것에서 손을 놓고 물러날 때가 있는 것이다. 천년만년 살 것처럼 욕심부리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다. 요즘 자연이 몸살을 앓고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다. 인구는 자꾸 줄어만 가는데, 조금 편리하게 살겠다고 자연을 희생시키고 있다. 10여 일 동안 돌아다니면서 느낀 것은 터널이 왜 그렇게 많은지, 가는 곳마다 터널을 지나지 않는 곳이 없으며, 산허리를 잘라 뻥뻥 뚫린 도로, 저들의 살을 깎고 핏줄을 끊어가면서 편하게 살겠다고, 희희낙락(喜喜樂樂)하며 떠드는 동안, 살 곳을 잃어가는 저들은 울부짖고 있다. 먹을 것을 찾아 헤매다가 길을 잃고 신나게 달리는 차에 치여 죽음을 맞이하는 가엾은 동물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심히 걱정된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지저분하게 흘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내가 좋아서 찾아갔으면, ‘다른 사람들도 좋아서 찾아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왜 못할까요? 많은 경비를 투자해서 광고도 하고 경고도 하지만 ’소귀에 경 읽기‘가 되었다. 내가 사용한 쓰레기는 자연에 버리지 말아야지, 여기저기 왜 던지고 다니는지, 내 집만 깨끗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져서일까요, 아니면 자기관리가 잘 안돼서일까요, 내 것이 중하면 남의 것도 중하다는 생각을 왜 못할까요, 모든 사람이 사용하는 자연을 사랑하고 아꼈으면 좋겠다. 또 동물들의 먹이를 훔쳐 가는 사람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아니면 그들의 먹이가 맛있어서 훔쳐 갈까요. 저들의 겨울 동안 먹을 양식을 훔쳐 가면 어떻게 되나요. 문명이 발달 되어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지만, 애완견을 모시고 부모를 버리는 시대에 살면서, 자연을 훼손하고 저들의 안식처를 침범하는 동안, 우리 사회는 얼마나 병들어가고 있는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범죄가 늘어나고, 가정이 무너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패륜(悖倫)을 저지르고도 반성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회가 되어 모두가 불안해하고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동물들이 비참하게 죽어있는 모습을 볼 때 가슴이 아프다. 노인과 자연이 울부짖고 있는 소리를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있다. 앞으로 더 이상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잘 보존하기 위하여, 터널과 도로 확장은 그만하고, 모두가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배낭에 잘 담아 왔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금수강산을 후손들에게 물려 주어야 하지 않을까? /김종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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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25 18:02

겸손(謙遜)은 최선의 처세술이다

오늘날 지구상의 인구는 약 80억명으로, 우리인간은 가족과 더불어, 사회와 더불어 생을 유지하고 있어, 인간을 사회적동물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사람과 사람간의 교류와 접촉을 통하여, 살아가는 과정에서, 서로가 인간의 도리와 예절을 지킴으로써, 원만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형성되고, 행복한 삶이 보장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도리와 예절이 지켜지지 않을 때, 사회가 무질서하게 될 것이고, 더구나 사회가 복잡하여지고 있는 가운데, 남이야 어찌되든,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범법자가 속출하여, 사회가 불안하고 혼란 속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혼란사회를 방지하기 위하여, 강제성을 지닌 법과 규약을 만들어 사회를 안정화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문 법(法)자를 파자하여 보면, 삼수 변에 갈 거로 구성되어 있어, 사회가 물같이 흘러 가도록 하여, 안전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법의 목표라고 생각된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말 가운데에, 예의바른 사람에게 “법 없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고 호평(好評)함과 동시에 존경하고 인정하는 것을 보면, 예의범절을 지키는 것이 우리 인간으로서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된다. 그럼 올바른 예절의 기준은 어디에 둘 것인가? 예절은 생활규범으로 오랜 관습을 통하여, 개선 발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변천 발전해나갈 것이다. 필자가 감히 예절에 대하여 쉽게 표현하면, “나 자신을 제외한 주위사람에게 폐해, 피해 부담을 주지 않은 것"이라 생각하며, 폐해, 피해 부담의 기준은 상식(常識)이라는 잣대로 진단하면 될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나 요즈음 예의범절과 법을 지키지 않고, 잔인무도한 범죄행위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것을 보면서, 탄식이 저절로 나오고 있다. 요 며칠 전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일어난 '묻지마' 살인사건, 부모를 학대하고 살해하는 패륜아 사건 등이 발생하고 있는데, 하루속히 사회가 정상화되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이러한 패륜적인 범죄가 빈발하는 원인은, 부족한 인성교육을 주요원인으로 꼽고 싶다. 옛날에는 가정교육, 학교교육, 사회교육을 통하여 인간성을 길러주고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교육시켜왔으나, 작금은 이러한 교육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 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다. 또 인간이 겸손(謙遜)하지 아니한 것도 범죄발생의 한 요인이라고 생각된다. 겸손은 자기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여 줌으로써, 사회가 화합되고 정의롭게 될 수 있다. 필자는 겸손 교육의 주요 내용으로, 노자의 수류육덕(水流六德)을 주목하고 싶다. 즉 물방울이 인내와 끈기로 바위를 뚫고, 어떤 그릇에나 담기는 융통성, 구정물도 받아주는 포용력, 막히면 돌아 갈줄 아는 지혜, 낮은 곳 을 향해 흘러 바다에 이르고 대의(大義), 넘치도록 채우지 않고, 적당할 때 멈추는 겸손이 물의 육덕(六德)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말하면 수류육덕을 거울삼아, 인성교육을 함에는 효심에 중점을 두고, 윗사람을 존경하는 마음을 기르고, 예의범절을 잘 행하도록하고, 팽배된 이기심을 줄이고 도덕심을 일깨우고, 이타심을 극대화하여, 온 사회가 겸손한 마음으로 충만 될 때, 사회가 화합되고 안전하고 평화롭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조현건 전 전북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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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18 18:06

서울에서 만난 전북-미당 서정주

햇볕이 좋은 계절입니다. 해마다 이 맘 때면 여기저기서 국화전시회가 열리지요. 그만큼 국화는 한국인의 삶에, 정신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국인이 좋아하는 시를 선정하면 꼭 빠지지 않는 시가 있습니다. 바로 ‘국화 옆에서’입니다. 제가 고등학생 시절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있었는데요. 1956년에 발표된 미당 서정주의 작품입니다. 미당만큼 한국 근현대 문학사에서 논란이 많은 시인도 드뭅니다. 그가 가진 문학적인 재능과 성과만큼이나 친일과 친독재의 논란도 두드러지기 때문인데요. 그 때문인지 요즘은 교과서에서도 거리의 시비에서도 미당의 흔적을 찾아보긴 쉽지 않습니다. 미당은 1915년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인촌 김성수 선생의 댁에서 소작인들을 관리하는 마름이었습니다. 그의 시 자화상에는 ‘애비는 종이었다.’라는 구절이 등장하지요. 하지만 마름과 종은 천지 차이입니다. 조정래 작가의 소설 ‘아리랑’을 통해 마름의 역할을 엿볼 수 있는데요. 지주를 대신해 소작료를 징수하거나 소작을 떼거나 붙여주는 일을 합니다. 그러니 빈민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그 덕분인지 미당은 줄포에 있는 공립학교를 졸업하고, 1929년 서울의 중앙고등보통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 시절 보통의 시골 사람보다는 훨씬 더 높은 배움의 기회를 얻게 된 것이지요. 그는 1929년 11월에 일어난 광주항일학생운동에 참여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었다가 풀려났습니다. 하지만, 다음 해 1주년 기념 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되어 퇴학당하고 말았지요. 1931년 고창고등보통학교에 2학년으로 편입했으나 일본 교육과 시험을 거부하는 사건을 주동해 자퇴를 하게 됩니다. 이런 사실들을 보면 그도 학생 시절에는 나라 잃은 설움을 딛고 일어서고자 하는 똑같은 조선 학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1933년부터 기고 형식으로 시를 발표하던 미당은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게 되는데요. 1940년대 들어 친일 행적을 보입니다. 그는 해방 후에도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하였는데요. 1987년에는 당시 대통령이던 전두환의 56세 생일을 기념하는 축시를 발표하는 등 친독재 논란에 휩싸이게 됩니다. 이런 행적으로 인해 시류에 편승하는 성향을 가졌다고 평가되기도 합니다. 서울시 관악구 남현동에는 1968년에 조성된 예술인 마을이 있습니다. 그 동네 한켠에 ‘서정주의 집’이 있는데요. 미당이 1970년부터 2000년까지 살았던 집입니다. 70년대 중산층이 살았던 전형적인 2층 양옥집인데요. 봉산산방(蓬蒜山房)이라는 이름이 함께합니다. ‘쑥과 마늘의 집’이라는 뜻에서 단군신화를 모티브로 삼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지요. 이 집에는 미당의 두상과 직접 붓으로 쓴 국화옆에서, 그의 생애를 관통하는 사진, 미당이 쓰던 생활용품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전에는 그의 시비가 여러 군데 있었는데요. 서울 금천구 은행공원, 부천시 상동 보행자 거리, 이천시 설봉공원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그의 친일행적으로 인해 현재는 모두 철거되어 땅 속에 묻히는 운명에 처해졌지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합니다. 미당은 죽어서 ‘서정주’라는 이름을 남겼습니다. 친일, 친독재라는 평가도 함께였지요. 역사적 평가는 시대에 따라 변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미당의 시비도 그 이름과 함께 다시 설 수 있을까요. /양중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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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11 15:05

빡빡함과 느슨함, 그사이 어딘가에 적당함이 있다

전북은 예로부터 온화한 기후와 넓은 평야, 그리고 농업용수의 공급이 원활하여 신선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전북이 명실상부 '맛의 고장'이 된 이유는 음식에 '중용의 미덕'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 음식은 너무 짜지도, 너무 싱겁지도 않은 '적당함'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음식 이야기로 화두를 던진 것은 '방위산업 육성'에 있어서도 적당함의 매력, 다시 말해 속도감 있는 추진력과 차근하게 내실을 다지는 신중함이라는 두 축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한 이후 첨단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모든 나라는 방산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신속하게 무기체계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무리하게 '속도'에만 집중할 경우 한 순간에 탈이 날 수 있다. 몇 달만에 드넓은 러시아를 뚫어내고 모스크바를 점령하고도 오히려 제국을 잃게 된 나폴레옹과 같은 영웅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러 기업인들도 흔히 범하는 치명적인 실수이다. 반대로, '돌다리도 두드리'는 신중함으로 방위산업을 육성하는 것 역시 시대의 조류에 뒤쳐질 위험이 있다. 장인정신이라는 신중한 사업문화로 전 세계를 제패했던 일본의 반도체업계를 떠올려보라. 속도와 추진력을 앞세운 한국의 후발기업들에게 속수무책으로 패배하였다. 결국,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은 급변하는 기술 발전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신속성 뿐만 아니라 차분히 견고한 기반을 마련하는 신중함이 결합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방산 전문인재 양성이다. 방산 전문인재는 첨단 방산기술을 개발하는 '연구개발 전문인력'과 용접 도금 등 생산 현장에서 숙련된 기술을 바탕으로 무기를 제조 생산하는 '현장기능 전문인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연구개발 전문인력'의 양성을 위해서는 필요한 첨단 지식을 통섭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전문교육은 기본이다. 더불어, 방산기술을 학술적 입증단계를 넘어 실제 전장상황에서 작동하는 무기체계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개발 초기 단계부터 야전 운용과 유사한 실험여건이 조성되어야 하고, 무기체계를 생산하는 기업 환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 현장기능 전문인력은 더더욱 지식의 학습만으로 육성되지 않는다. 학습과 더불어 현장 '노하우'의 체득이 필수적이다. 현장에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산 불모지였던 전북도에서 이제 새만금 지역을 중심으로 신기술 신소재 중심 방산 허브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도지사를 비롯하여 도청, 도의회, 도내 거점대학 등 주요 구성원들의 속도감있는 노력과 활동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내 성과도 기대된다. 다만, 몇몇 주요 방산시설이나 기업의 유치, 방산학과의 신설 등으로 방산 허브화가 달성될 것이라는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다. 방산 신기술, 방산기업, 그리고 전문가 양성체계 등 3자가 결합할 때 진정한 방산 허브화가 달성된다. 방산 전문가 양성은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 '착륜지의(斲輪之意)', 수레바퀴를 만들기 위해서는 너무 빡빡하거나 너무 느슨하지 않고 적당함의 지점을 스스로 체득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진정한 전문가 양성을 위해,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을 쌓는 축적의 시간을 부여하는 넉넉한 자세가 필요하다. / 강은호 국방과학연구소 정책자문위원∙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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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4 18:22

꼰대가 아닌 성숙한 인간이 되자

꼰대란 나이가 어린 상대에게 억지로 가르치고 강요하려는 어른을 낮춰 부르는 말이다, 직장이나 단체 생활을 하는 곳에서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강요하는 사람을 꼰대’라고 부른다. 본인은 하지도 않으면서 아랫사람들에게 강압적으로 명령하는 사람, 그 앞에서는 따르는 척 하지만 뒤에서 꼰대라 말하면서 비웃으며 비아냥거리기 때문에 전혀 발전이 없는 부패하는 세상이 되어간다. 요즘 젊은이들은 각자의 취향과 삶의 방식에 따라 움직이려 한다.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고 스스로 길을 열어 가려고 하는 젊은이들에게, 앞에서 방향을 잘 제시해 주는 어른이 함께하는 세상이 되어주고, 강요나 명령보다는 스스로 참여하고 깨닫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존경받는 어른이 많은 세상이 되면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이다. 어느 날 버스 승강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중고등부 학생쯤 되어 보이는 두 명이 승강장 의자에 앉아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할아버지 한 분이 이들 곁으로 다가오시더니 다짜고짜 “어른이 오시면 벌떡 일어나 앉으세요”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야지 “건방지게 앉아 있어, 네 부모가 그렇게 가르치더냐,” 하시고 삿대질하며 소리를 지르셨다. 곁에 있는 내가 민망할 정도로 어이없는 일이었다. 그 할아버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시는 것이 ‘옆에서 왜 거들지 않고 바라만 보고 있느냐?’ 하는 듯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바라보고 계셨다. 버스가 오자 할아버지는 “버르장머리 없는 ㅇㅇㅇ”라고 욕을 하고 가셨다. 학생들은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침을 뱉으며 저러니까 대우받지 못하는 꼰대 같은 영감탱이, 어이가 없구먼” 하고 둘이 마주 보며 웃는다. 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옆자리가 비어있는데 구태여 그렇게 아이들에게 화를 내시며 호통을 치셔야 했을까? 그 순간 아이들이 ‘그래도 착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다른 아이들 같았으면 할아버지께 대들고 같이 욕을 하였을 텐데, 가끔 그런 경우를 봐왔기 때문에 은근히 속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시대가 변하다 보니 노인들만 꼰대가 아닌 젊은 꼰대들의 세상이 되어 심각한 상태가 되어 있다. 언론을 통하여 보도되는 것을 보면 젊은이들이 더 꼰대 짓을 할 때가 많다. 핵가족 시대를 살다 보니 어려서부터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전혀 없고 외골수로 자기주장이 강하여 꼰대 아닌 꼰대가 되어 있다.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화를 내고, 스트레스를 받고, 화풀이 대상이 필요하고, 그러다 보니 세상으로 뛰쳐나가 죄 없는 누군가에게 돌을 던져 상처를 주고 세상을 불안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간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하여야 할까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선친들이 말씀하셨는데, 꼰대가 많은 세상이 아니라, 사랑을 베풀고 허물을 감싸주는 어른들이 많은 세상이 되어야 하며, 아이들과 아랫사람들에게 호통치며 가르치려는 꼰대가 아니라, 그들에게 배우고, 배려하며 사랑을 주는 따뜻한 어른이 된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름다울 것이다. 먼저 남을 배려하는 자세와 용서하는 마음, 훈훈한 정을 나누어 주는 사랑과 서로 어우러져 사는 방법을 어려서부터 피부로 느끼고 배운다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이다. 먼저 꼰대가 아닌 존경받는 어른이 된다면, 젊은 꼰대들이 변화될 것이고, 살기 좋은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며, 불미스러운 일은 우리 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지 않을까? /김종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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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20 15:29

추석명절에 효와 예를 음미하며-밥상머리 교육등 가정교육이 품성형성의 중요 요인이다

타향에서의 추석을 쇨 때에는, 고향과 부모를 그리는 마음으로 가득 차게 된다. 우리는 추석을 옛날부터 중추가절, 또는 한가위 등으로 부르고 있고, 춥거나 덥지 않은, 일 년 중 가장 좋은 계절의 명절로 반기고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빈말이 아님을 실감케한다. 농민들은 일년내내 피땀 흘려 농사를 지어 수확한 곡식으로 만든 송편, 그리고 사과, 배 등으로, 다례 상을 차려 조상님께 감사하고, 가족과 함께 즐기며 조상의 묘소도 살피고[省墓] 넉넉한 인심으로, 이웃과 정을 나누는 미풍양속을 이어 가고 있다, 올해는 9월29일이 추석이어서, 지금쯤은 추석준비가 한창 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큰 명절을 쇨때 자연적으로 부모에게 효도하고, 조상을 공경하고, 정다운 이웃과 더불어 사는 성품을 기르게 되며,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자질을 터득하게 되어, 사회가 안정되고, 평화로운 사회가 조성되어 왔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현금에 와서는 가족구성이 핵가족화 되고, 극심한 이기심과 개인주의가 팽배하여,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이 퇴보해 가고, 거기에 더해 극히 일부분이지만,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파렴치범도 자주 발생하여 통탄을 금할 수 없다. 특히 요 근래 불특정다수인을 상대로 흉기를 마구 휘둘러 '묻지마 살생'을 하는 범죄행위가 자행되고 있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불충하고 사회를 불안과 혼란에 빠뜨리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필자는 가정교육의 부재, 그리고 학교와 사회교육이 충분치 않음으로써 발생한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옛날에는 밥상머리 교육이라 하여, 온 식구가 밥을 먹을 때 부모가 자식을 교육하였고, 이러한 가정교육은인간의 품성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기본교육이었다. 옛말에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과 같이,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시절에 효와 예에 대한 가정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좋아하는 명심보감 효행 편에 보면 “엄부(嚴父)는 출 효자하고, 엄모(嚴母)는 출 효녀”라는 구절이 있다. 이렇게 자녀교육은 우선 부모가 자녀교육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효와 예를 숭상하는 미풍양속인 추석명절 등을 더욱더 활성화시켜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토록 하고, 초∙중∙고 학과목에서 효와 예를 익힐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하고, 옛 성현들의 가르침을 강화하여, 인격수양교육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국민의식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켜, 높아진 민주시민의식의 토대위에서 정치가 국민의 눈높이에 걸맞게 선진화된다면, 우리 경제∙사회는 저절로 발전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특별히 기억하고 있는 것 중 하나를 소개하면 , 미국 제35대 케네디 대통령이 1961년 1월 20일 취임사에서의 명연설이 떠오른다, 케네디대통령은 “국가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물어보라”는 명연설을 하였다. 우리는 케네디 대통령의 명연설과 같이 민주시민의식을 고취함과 동시 위에서 지적한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을 강화한다면, 지금 현재 세계가 부러워 할 정도의 경제성장과 문화발전을 이룩한 토대 위에서, 더욱더 세계가 주목하는 국가로의 위상이 한층 더 높아지리라 확신한다. /조현건 전 전북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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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13 17:36

서울에서 만난 전북-가인 김병로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법률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하지만 가고 싶은 대학교는 있었지요. 운동을 좋아했던 저는 TV로 중계되는 고려대와 연세대의 정기전을 보면서 그 모습이 그렇게 좋아 보일 수 없었습니다. 학력고사 점수를 받아보니 마침 좋아하는 학교에 갈 점수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점수에 맞추어 법대에 진학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대학 생활을 하던 중 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친구들이 모두 사법시험을 공부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한다는 점이었지요. 결국 저도 친구들을 따라 시험 준비를 하게 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검사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시험에 합격한 후 지금까지 제일 많이 들은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가인 김병로’입니다. 대한민국 법조인의 표상과 같은 분이라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지요. 가인은 1888년 순창군 복흥면에서 태어났습니다. 가인도 처음부터 법조인의 꿈을 꾸었던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법조인이라는 직업 자체가 생소했고, 나라가 백척간두에 서있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가인은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된 후 최익현 선생이 이끄는 의병에 가담했습니다. 그러다가 1910년 일본으로 건너가 법률을 배우게 됩니다. 이후 보성전문학교 등에서 법률을 가르치다가 1919년 판사로 임용되었지요. 하지만, 일제에 협력하는 판사의 길이 맞지 않았는지 1년만에 변호사의 길로 나섰습니다. 그 후 13년 동안 독립운동가들을 위한 변론에 혼신의 힘을 쏟았습니다. 결국 일제의 탄압에 못이겨 1932년 경기도 양주군 노해면 창동리로 낙향해 나라 잃은 설움과 울분을 삼켰습니다. 지금은 서울시 도봉구 창동이 된 그곳에 가인의 동상이 서 있는 이유이지요. 창동역사문화공원에는 가인과 함께 위당 정인보, 고하 송진우 선생의 동상도 있습니다. ‘창동 3사자 동상’이라는 설명과 함께. 일제에의 협력을 거부하고 감시와 탄압을 피해 이주했던 독립운동가들이지요. 거기에는 이런 비문이 있습니다. ‘한평생 조국을 되찾고자 헌신하셨던 그분들을 기억하겠습니다.’ 사실 서울에는 가인의 동상이 한 곳에 더 있습니다. 바로 서초동에 있는 대법원 1층 로비이지요. ‘초대 대법원장 가인 김병로상’이라는 설명과 함께 흉상이 있습니다. 가인은 독립운동가들의 변호인로서도 모범적이었지만 우리나라 사법의 기틀을 마련한 점에서 더 큰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우선 일제의 영향권에 있던 법률체계를 벗어나기 위해 대한민국에 맞는 법률을 만드는데 앞장섰습니다. 사법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이승만 대통령과 대립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지요. ‘억울하면 절차를 밟아 항소하라.’ 발췌 개헌이 위법이라고 판결한 것에 대해 ‘우리나라 법관들은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권력을 행사한다.’고 대통령이 비판하자 맞대응한 말입니다. 그만큼 사법의 독립이 중요하다는 뜻이지요. 대한민국은 입법, 사법, 행정이 분리된 삼권분립 국가입니다. 국가의 권력이 어느 한 곳에 집중되지 않고 나누어져 있어야 서로 견제를 하고 균형을 이루어 국민들을 위해 제대로 작동한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과연 그런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서로의 영역을 탐하거나 시기하는 시도들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이지요. 그런 시도들 앞에서 가인은 이렇게 답하지 않을까요. ‘이의 있으면 절차를 밟아 항소하라.’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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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06 16:09

등자와 야전삽, 그리고 첨단 무기

첨단무기라는 단어에 독자 분들께서는 F-35, 토마호크,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떠올리실 것이다. 첨단무기는 첨단기술의 집합체로서 전쟁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 등 강대국은 무기개발 시 자국의 첨단 기술역량을 총체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그러나, 첨단무기는 지나치게 고가인 경우가 일반적이고, 대부분의 나라들은 첨단기술을 보유하지 못하여 개발 자체를 꿈꾸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첨단무기를 첨단기술의 집합체로만 한정할 필요가 있는가? 기존의 무기에 신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첨단무기와 같은 역할을 한 사례를 소개한다. 먼저, 1950년대의 수류탄이 드론을 만나 러시아 탱크의 천적으로 변신한 사례이다. 작년 우크라이나 전장 상황의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례로, 우크라이나 드론부대는 회전날개 8기를 장착한 옥토콥터에 50년대 개발된 곤봉탄을 결합하여 300m 고공에서 투하, 러시아 군의 전차, 장갑차의 취약한 상단을 정확하게 타격하였다는 것이다. 옥토콥터는 약 1천만원, 곤봉탄은 13만 원에 불과하다. 러시아 전차는 최소 10억 원을 호가하니, 구형 곤봉탄이 드론이라는 신기술과 결합하여 최고의 가성비를 갖춘 첨단무기로 변신한 것이다. ‘등자’와 ‘야전삽’ 역시 그렇다. 등자는 말 안장에 연결해서 기수의 양발을 받쳐주는 도구이다. 등자의 발명 전에도 기병은 활용되었지만 양손을 활용하여 전투에 임할 수 있는 기병을 양성하는 데에는 수년이 소요되었다. 그러나 등자가 도입된 후부터 양 손으로 방어무기와 공격무기를 동시에 활용하거나 몸을 돌려 뒤 쫓아오는 적을 향해서도 활을 쏠 수 있는 안정적인 자세 유지가 용이해졌고 기병의 양성도 단기간에 가능하였다. 이후 보병 중심의 군 체계는 기병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했다. 일찍이 등자를 도입한 게르만 민족은 기병을 중심으로 군을 재편하여 보병 중심의 로마제국을 멸망시키기에 이른다. 야전삽! 중세의 영주들은 성을 쌓아 자신의 영지를 지키려 했고, 전쟁은 주로 이 성을 공격하는 공성전의 형태로 벌어졌다. 거대한 성벽이 제공하는 방호력은 소수의 병력으로 다수의 공격을 방어하는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거대한 성을 쌓아 방어하는 방식은 포병의 출현으로 사라진다. 우뚝 솟은 성은 포병의 쉬운 먹잇감이 된 것이다. 이러한 포병에 개인 병사가 대응하는 장구가 야전삽이다. 야전삽은 병사에게 수 십분만에 거대한 성과 유사한 수준의 방호력을 제공한다. 게다가 땅 속으로 파고들어 포격 대상으로 삼기에도 쉽지 않았다. 야전삽이 병사들의 개인 장구로 지급된 것은 1910년대로, 1차 세계대전은 지리한 참호전으로 전개되었다. 위 사례에서 기존 무기체계가 신기술과 창조적으로 결합되면 첨단무기로 재탄생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북도의 방산 허브화! 경량성, 고강도의 탄소소재 등 신기술을 기존 무기체계에 덧입혀 가성비 높은 첨단무기로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불시일번한철골 쟁득매화박비향(不是一翻寒徹骨 爭得梅花撲鼻香)! 당나라 황벽선사의 오도송이다. 한차례 뼈에 사무치는 추위를 겪어보지 않고서는 매화가 콧속을 파고드는 향기를 얻을 수 없다는 가르침이다. 전북도는 부가가치로 되돌아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소재 산업에 우직스럽게 투자해 왔다. 많은 아품의 시간을 견뎌왔다. 이제 코를 찌르는 향기를 얻을 때이다. 창조적인 방식으로!!! /강은호 국방과학연구소 정책자문위원∙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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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30 18:19

우리 꿈과 희망을 함께 이루어 가자.

어제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어제 수고의 열매가 오늘이 되고, 오늘의 준비가 내일을 있게 하리라 믿는데, 오늘 이 순간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일을 꿈꾸는 헛된 망상이 난무하는 시대를 살고 있으며, 희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헤매고 방황하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까요? 정원에 한 포기의 꽃을 심고 가꾸는 수고가 있어야 아름다운 꽃을 오랫동안 볼 수 있다. 물론 혼자만 보기 위하여 심지는 않고 누구나 와서 아름다운 꽃을 보고 즐길 수 있도록 정원을 열어 놓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나누는 행복한 하루를 서로 이야기꽃으로 아름답게 피워가는 멋진 정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꾸어 보자. 마음의 문을 닫고 어두운 동굴 속으로 들어가 상처를 내고 상처를 주며 불행의 수렁으로 빠져들어 결국은 자신을 무너뜨리는 어리석은 죄인이 되어 불행을 자초하며 살아가고 있는 소외된 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자. 매미의 삶을 생각해 보면, 매미의 한살이는 보통 자연에서 성충 매미의 수명은 1주일에서 2~3주일 정도, 길면 한 달 반 정도인데, 7년에서 17년까지도 되는 유충 시절에 비하면 엄청나게 짧은 생을 살다 간다. 살아있는 동안 수컷은 열심히 노래하고 암컷은 후손을 위한 알을 낳기 위하여 노래도 못하고 산란만 하다가 생을 마감한다. 수컷과 암컷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우리는 어떠한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잠시 생각해 보자. 백세 시대를 산다고 하는데 흉악한 범죄가 난무하고, 가정이 파괴되며 태어나 세상 빛을 보지 못하고 이슬처럼 사라지는 영혼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민화 작가로서 문자도를 사랑하고 좋아한다. '효제충신예의염치(孝悌忠信禮義廉恥)'라고 하는 문자도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지켜야 할 여덟 가지 덕목이다. 우리의 심성에 스며있는 유교적 사상으로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가 있고, 국가에 충성하며, 친구와의 믿음과 의리, 윗사람에 대한 예절,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청렴결백,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인간관계에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덕목이며, 생활 속에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실천한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름답고 행복한 곳이 될 것이다. 어느 할머니께서 손녀를 데리고 갤러리에 찾아오셔서 문자도에 대하여 설명을 부탁한다. 아마 두 자매를 무척 사랑하는 분이라 손녀들에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효제충신예의염치'라는 교육을 원하셨고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라고 연신 대답하며 빙그레 웃는 모습을 보며 할머니 부탁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아무도 산에 푸른 나무를 심지 않고 바라만 보면서 그늘을 원한다면, 그 시원한 그늘은 누가 만들어 줄까요? 혼자서 저절로 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광야에 사랑의 나무를 심고 열심히 가꾸어 보자. 상처투성이가 되어 세상을 원망하는 그들에게 손가락질하기 전에, 내가 먼저 사랑을 베풀고, 소외된 자들이 편히 쉼을 할 수 있도록 그들을 위한 안식처가 되어주면서, 행복한 정원을 만들어 간다면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되어 우리의 자자손손 안전하고 멋진 꿈을 꾸며 세상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우리의 삶을 바꾸어 놓듯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아름다운 사랑으로 멋진 세상을 향하여 우리의 꿈과 희망을 함께 이루어 가자. /김종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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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23 15:12

칠월 칠석, 오작교와 견우직녀

음력 칠월이면 가을에 접어든다는 입추와 더불어 천고마비의 계절로 접어든다. 특히 8월 22일은 우리 세시풍속인 칠월칠석으로 1년에 한번 ‘오작교’에서 견우와 직녀가 만나 애틋한 사랑을 속삭이는 날이라고 한다. 사실 요즘 독자들은 ‘오작교’하면 견우직녀의 오작교보다는 필자의 고향이 있는 광한루 오작교 부근에서 열리는 춘향제전행사가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필자도 지난 5월 25일부터 5월 29일까지 개최된 제93회 ‘춘향제전행사’에 많은 관심과 남다른 애정을 갖고 참여한 바 있으며, 성대하고 화려한 춘향제전 행사를 즐기며 뜻도 새겨보았다. 잠시 춘향제전의 내용을 소개하자면, 우선 춘향제의 꽃인 ‘춘향선발대회’를 빼놓을 수 없다. 초창기에는 출전자격을 남원시 관내출신으로 제한하였으나, 몇 년 전부터는 전국적으로 확대 선발하여 한국을 대표하는 미인대회가 되었다. 또 민속씨름대회, 춘향국악대전 등의 볼거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먹거리도 있는데 광한루 안에 있는 월매집 막걸리 맛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인기가 절정이라 독자들도 기회가 된다면 꼭 경험해 보시기를 바란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광한루의 대표 상징인 오작교의 의미에 대해 살펴보자. 오작교는 이름 그대로 까마귀 오(烏)자와 까치 작(鵲)으로 까마귀와 까치가 놓은 다리를 말한다. 은하계에서는 오작교에서 견우와 직녀가 만나 서로 사랑을 속삭이고, 지상에서는 광한루 오작교에서 이도령과 춘향이 만나서 사랑을 속삭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럼 오작교의 주인공인 ‘견우직녀’에게는 어떤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전해지는지 조금 더 생각해보자. 견우(牽牛)는 한문으로 끌견, 소우로 소를 끌며 농사짓는 목동이고, 직녀(織女)는 배짤직, 여자녀로 배를 짜는 여자라는 뜻으로 견우성, 직녀성으로도 불리고 있다, 별의 이름으로 ‘견우’와 ‘직녀’ 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별의 고귀함을 생각해 볼 때 견우직녀의 격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견우직녀는 지금말로 표현하면 선남선녀로 인정받아 결혼도 하고 함께 같이 살게 되었으나, 결혼 후 사랑의 즐거움에 빠져 자기 본분을 망각하고 게을러져 이를 본 옥황상제가 견우직녀를 은하수 동쪽에는 견우, 은하수 서쪽에는 직녀가 살도록 하였다. 이 안타까운 견우직녀의 소식을 들은 까마귀와 까치가 남을 돕는다는 사랑과 봉사정신을 발휘하여, 매년 칠월칠석에 위험을 무릅쓰고 하늘로 올라가서 몸을 맞대어 오작교라는 다리를 놓아 줌으로 견우직녀가 사랑을 속삭이도록 하였으나, 그리움을 안고 다시 헤어질 수밖에 없는 서러운 심정으로 너무 많은 눈물을 흘려 칠월칠석에는 비가 많이 내린다고도 한다.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묻지마 식의 사건들이 자주 발생하는 요즘, 견우직녀의 숭고한 사랑을 도와주기 위한 까마귀와 까치의 봉사정신은 예로부터 전해져 오는 우리의 인정어린 덕행(德行)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또 견우와 직녀는 당초 부지런하고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결혼 후 그들만의 사랑에 빠져 자기 본연의 책무를 다 하지 않은 점을 보면서, 우리 인간도 비록 좋은 의도를 가진 행동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자신의 본연의 책무에서 벗어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부여된 책무를 다하는 것이, 우리가 가야할 정도(正道)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조현건 전 전북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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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16 17:37

서울에서 만난 전북 -한양도성

코흘리개를 겨우 면하고 중학교에 입학했을 시절의 일입니다. 제가 다녔던 남원중학교는 시내에서 꽤 떨어진 야트막한 산밑에 자리잡고 있었지요. 입학식을 마치고 보니 학교 옆으로 뭔가 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만인의총(萬人義塚)’이라는 시설을 만드는 공사였습니다. 1만명의 의로운 사람들의 무덤이라는 뜻이지요. 정유재란 당시 왜군과 싸우다 돌아가신 조명연합군과 백성들의 무덤을 이장해 그분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시설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 시절에 자주 있었던 것처럼 저희도 그 공사에 투입되었습니다. 흙을 나르고 돌을 고르고 잡초를 뽑는 일이었지요. 남원성 전투 당시 왜군의 지휘관 중에는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도 있었습니다. 왜군의 선봉장으로 부산포에 처음 상륙했던 인물이지요. 그는 가토 기요마사(加藤清正)와 경쟁 끝에 흥인지문(동대문)을 통해 한양도성에 처음 입성하기도 했습니다. 무능한 왕 선조는 이미 한양을 버리고 몽진을 떠난 후였지요. 태조는 조선을 건국한 후 천도를 계획하면서 한양도성을 쌓았습니다. 길이만 해도 약 18.627Km에 이릅니다. 백악산(북악산)을 주산으로 낙산 ~ 목멱산(남산) ~ 인왕산까지 내사산(內四山)을 잇는 매우 긴 성이지요. 한양도성은 백악산을 기점으로 97개의 구간으로 나누어 팔도의 백성들을 동원해 만들었습니다. 당시 동원된 인부 약 12만명 중 18,255명이 전라도 출신이었지요. 전라도 백성들은 천자문 59번째 글자인 이(李)부터 74번째 글자인 용(龍)까지의 구간을 담당했습니다. 목멱산 서쪽에서 시작해 백범광장과 숭례문(남대문)을 거쳐 이화여고 부근까지의 구간입니다. 농한기를 이용해 상경한 그들은 아침 저녁으로 고향을 향해 절을 하면서 마음으로 가족들의 안부를 묻곤 했습니다. 물론 그 중에는 다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변변한 기계와 기구가 없던 시절, 맨손으로 성을 쌓다 보니 많은 사고가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태조 대에 신축되고 세종, 숙종, 순조 대에 개축된 한양도성은 이후 일제에 의해 많은 부분이 헐렸습니다. 그로 인해 전라도 백성들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구간은 현재 목멱산 서쪽부터 숭례문에 이르는 구간만 남아 있습니다. 전라도 백성들의 노고는 세종 때 개축되면서 그 흔적을 뚜렷하게 남겼습니다. 흥인지문에서 낙산에 이르는 구간인데요. 그곳 성벽에는 지금도 井邑(정읍), 金堤(김제), 沃溝(옥구), 咸悅(함열)과 같은 지역 이름이 남아 있습니다. 성벽이 무너지면 그곳을 담당한 지역 백성들에게 보수를 시키기 위해 일종의 공사실명제를 실시한 까닭이지요. 남원 출신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최철호 소장은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내사산 중 낙산이 125m로 제일 낮다 보니 왜구의 침입에 대비해 성곽을 견고하게 쌓아본 경험이 있는 전라도 백성들이 낙산구간에 동원된 것으로 추측한다.” 한양도성은 일제가 조선을 침탈한 후 도시를 새로 정비한다는 미명 아래 헐릴 운명에 처합니다. 전차길을 낸다는 명목하에 결국 서대문, 혜화문 등이 헐리게 되지요. 그런데 숭례문과 흥인지문은 살아남았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가또와 고니시가 두 문을 통해 한양으로 입성했다는 이유 때문이었지요. 한양도성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역사는 아이러니의 연속이라고. 남원성을 파괴했던 고니시로 인해 흥인지문이 살아남았으니까요.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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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09 16:12

전북인의 DNA, 4차 산업혁명시대의 방위산업에 특화되어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선천적 ‘기질(氣質)’, 세칭 DNA를 가지고 태어난다. Y세대나 MZ세대, 해변 지역과 내륙 지역 사람들의 성향이 다른 것은 이러한 기질이 시간과 공간에 따라 집단적으로 고유한 특성을 가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DNA가 성공적인 삶의 결정적인 요소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을 부인할 수도 없을 것이다. 농경시대의 성공적인 DNA는 무엇일까? 근면, 성실, 그리고 협동심일 것이다. 농업은 지역 공동체가 함께 일구어 나가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산업화 시대의 DNA는? 산업화 시대는 특정 분야의 깊이 있는 기술적 지식과 경험이 조합된 전문성을 요구한다. 전문성을 위한 기질은 집중성이다. 정보화 시대에는 아마도 지식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제 때에 정확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민첩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필요로 하는 기질은? 정보통신 기술의 융합으로 이루어지는 이 시대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등 모든 것이 연결되는 융합의 시대이다. 융합능력이 핵심이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방위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DNA는 융합성과 국가 공동체에 대한 사랑 즉 애국심이라고 확신한다. 우리 전북인의 DNA는 무엇일까? 전북을 대표하는 표현들, 즉 지평선이 보이는 ‘넓은 농지’, ‘수양버들 같다’는 평판, 그리고 대표음식 ‘비빔밥’, 이 세가지에서 전북인의 DNA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북인은 수천년간 이어져내려온 농경인의 DNA, 근면 성실 협동심을 가지고 태어난다. 여기에 수양버들 같은 유연함과 느긋함이 덧붙여져 있다. 마지막으로 비빔밥! 다양한 식재료를 불로 굽거나 끓여서 제3의 맛을 내는 화학적 결합형 음식들과는 달리 비빔밥은 각 재료의 고유 특성은 유지하되 섞고 비벼서 새롭게 증강된 맛을 내는 융합형 음식의 대명사이다. 따라서, 전북인의 DNA는 근면 성실 협동심 유연함과 느긋함 그리고 융합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DNA로 농경시대는 주도하였으나 특정 기술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산업화 시대와 민첩성이 핵심인 정보화 시대에는 조금은 잘 어울리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시대, 특히 이 시대의 방위산업의 주역은 전북인이 될 것이다. 근면 성실은 꼭 해야 할 일이라면 하기 싫거나 힘들더라도 지금 미리 지속적으로 실행하는 기질이다.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성공적인 삶을 위한 기본 요소이다. 여기에 전북인은 유연함과 융합능력이 탁월하다. 공동체가 함께 일하는 협동심은 국가를 향해서는 애국심으로 표출된다. 전북인은 이러한 DNA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를 기다려 온 듯하다. 특히, 이 시대의 방위산업을 이끌기 위해 특화된 듯하다. 다만, 근면 성실이 완고한 고집으로, 유연함이 우유부단함으로, 협동심이 소아적 파벌의식 또는 집단주의로 흐르지 않도록 끊임 없이 경계해야 한다. 봉산개도(逢山開道) 우수가교(遇水架橋)! ‘산을 만나면 길을 만들어 나가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아 건넌다’는 뜻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특히 이 시대 방위산업의 주역이 되는 과정에서는 수많은 산과 물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 때마다 전북인의 DNA로 길과 다리를 만들어 나가리라 믿는다. /강은호 국방과학연구소 정책자문위원∙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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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02 14:59

문화예술이 살아야 하는데

우렁찬 노래를 부르며 세상 밖으로 홀로 나왔다. 가족이란 울타리 속에서 사랑받고 세상이 무엇인지 모르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과잉보호 속에서 자라, 어느 날 수많은 경쟁을 하면서 넓은 세상으로 나왔다. 상처와 오해와 비난 속에서 우리의 삶이 무척 힘들고 지쳐 때론 자살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포기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으로 덮어주고 그냥 그렇게 살아가면 안 될까? 오랜 해외 생활하면서 느낀 것은 타인 인격을 존중하는 것을 배웠다. 남이 잘하면 아낌없는 박수와 함께 칭찬해 준다.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해 주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는 좋은 습관은 어릴 때부터 칭찬 속에서 자라서일까? 자존심도 강하고 스스로 알아서 행동하며, 타인에 대한 배려심도 강하다.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필자는 미술에 대하여 필요한 것을 배우는데 게으르지 않았다. 예술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는 한마디씩 던지는 전공 하였느냐는 질문에 상처받을 때가 있었다. 필자는 전공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뒤 쳐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노력하여 책을 읽고 필요한 정보는 인터넷에서 찾아 활용한다. 필자는 상처를 극복하기 위하여 '예술인은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끝없이 노력해 왔다. 또한 많은 작가를 만나며 기자로서 SNS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작가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작품의 색깔과 살아온 삶의 냄새가 느껴진다. 어려운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순간을 잘 극복한 작가의 내면에서 우러나온 작품 세계는 겸손과 행복이 성공한 작가를 대변해 주는 듯하다. 필자는 학연, 지연, 혈연 때문에 예술 분야가 많이 부패하여 있어 서글프다, 가끔은 재벌 작가도 있지만 가난한 작가들도 많고, 요즘은 특히 전공한 30~40대에 대가가 되어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들도 많다. 또한 대부분 삶의 현장에서 물러난 백발이 된 늦깎이 작가들의 노련한 삶이 묻어나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하며 어렵고 힘들게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들을 보며 마음이 아프고 슬픈 현실이 피부에 와 닿는다. 꿈을 갖고 열심히 준비하여 공모전에 출품을 하였는데 인맥이 없어 떨어졌다는 출품자의 말을 들을 때마다, 새싹이 자라기도 전에 짓밟혀버리면 저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상처를 받아 꿈을 접어버리는 안타까운 작가들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가슴이 답답하다. 필자는 아직도 공부를 하고 있다. 물론 경제적인 여건으로 좋은 대학에서 공부는 하지 못하지만 필요한 자료나 정보는 온라인으로 혼자 터득하며 열심히 노력한다. 우리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학연, 지연, 혈연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미국인들은 어려서부터 훈련을 그렇게 받아서인지 자존심이 강하고 남이 부족하면 서로 인정하고 채워주는 아름다운 생각을 가지고 있다. 맨하튼 미술박물관을 방문하다 보면 유치원생이 끄적거린 것 같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하며 칭찬해 주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가 종종 있었다. 저들의 마음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작가들의 실력을 공정하게 평가하고 평가받는 세상, 다시 말하면, 작가의 표현하고자 하는 있는 그대로의 작품으로 인정받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예술인들 역시 작가들의 작품을 볼 때에 작가의 내면세계를 먼저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인정해 주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김종숙 작가 △김종숙 작가는 재경 남원문학협회 이사이며 (사)한국전업미술가협회 대외협력위원회 위원장․아트코리아방송 뉴욕뉴저지 지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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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26 16:46

타향(他鄕)과 애수(哀愁)

먼저 타향을 말하기 전에, 고향이란 어떤 곳인가 하는 것부터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고향(故鄕)이란 부모로부터 태어나서, 어릴 적부터 살아오고, 죽마고우와 같이 뛰놀고, 공부하던 어릴적 정서가 응집된 곳이며, 조상대대로 살아 온 곳 이라할 수 있다. 그럼 타향(他鄕)이란 어떤 곳인가? 옛날 조상들은 타향의 달과 구름을 보면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 생각과 그리움에 빠져드는 것을 망운지정 (望雲之情) 또는 망향(望鄕) 이라고 부르곤 했다 망운지정이나, 망향이나 모두 고향 부모를 생각하고, 그리워한다는 뜻임에는 다를 바 없다. 따라서 고향을 떠나 낯설고 물설은 곳이 타향이고, 타향이란 말만 들어도 외롭고 쓸쓸한 곳으로 떠올리며 한숨과 눈물로 지새는 곳이 타향이라 부르곤 했다. 이러한 타향에서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달래기 위하여 고복수 선생의 타향살이를 목청껏 부르며, 타향의 외로움과 서러움을 달래려 한 것 같다. 그래서 고복수 선생의 '타향살이' 노래 가사를 음미하면 타향살이의 서러운 마음을 알 것 같아 적어본다. “타향살이 몇 해던가 손꼽아 혜어보니, 고향 떠난 10여년에 청춘만 늙어, 부평 같은 내신세가 혼자도 기가 막혀서, 창문열고 바라보니 하늘만 저쪽, 고향 앞에 버드나무 올봄도 푸르련만, 버들피리 꺾어 불던 그 때는 옛날⋯“ 이 노래의 가사를 음미해보면, 무슨 사연으로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고향을 훌쩍 떠나 어렵고 서러운 세월 속에, 타향에서 지 낸지, 10여년이 흘렀건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고, 청춘만 늙어감을 한탄하는 노래가 타향살이를 하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주어, 타향에서 사는 사람들의 애창곡이 되었나 싶다. 그래서 고향을 떠나 타향에서 서러움과 그리움으로 빠져있는 상태를, 애수(哀愁)에 빠져있다고들 말하며. 이 상태를 벗어나고자 하였던 것이다. 또 우리가 많이 쓰고 있는 사자성어중에 '수구초심(首丘初心)' 이라는 말이 있다, 여우가 죽을 때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구릉으로 향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호랑이도 자기 새끼를 둔 굴을 소중히 여기며, 죽을 때에는 자기가 살았던 골짜기를 향하여 죽는다는 말도 있는 것을 보면 ,짐승도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겠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으로서는 말할 나위가 없다 하겠다. 필자의 고향은 춘향고을 남원으로 고등학교까지 고향에서 다녔고, 대학을 다니고, 직장을 다니기 위하여 고향을 떠나, 전주∙서울 등지에서 생활 하다 보니까 고향에 대한 애향심이 남다르게 간직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필자가 1980년대 초반에 서울에 올라와 느꼈 던 사실로, 당시 서울시내를 질주하던 차량들 중 지역(전북) 표시와 함께 차량번호가 쓰여 있는 차량을 발견하면, 내 고향 남원사람이 타고 있을 까? 혹시 아는 사람이 아닐까하는 마음에서 고개를 쭉 내밀며 뒤쫓아 가면서 애향심에 찬 마음으로 고향 생각에 빠졌던 때가 많았었다. 타향에서 생활하는 모든 분의 마음이 이와 같다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이 인간의 본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따라서 우리는 타향에 있더라도 항상 고향을 그리며, 고향 발전을 위하여 밀알이 되어야지 하는 성찰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조현건 전 전북지방병무청장 △조현건 전 청장은 남원 출신으로 원광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동국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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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19 16:22

서울에서 만난 전북- 녹두장군 전봉준

38년 전의 일입니다. 남원역에서 통일호 기차를 타고 대학교 원서를 내러 처음 서울이라는 곳을 갔지요. 그야말로 별천지였습니다. 세상에 이런 곳도 있구나! 중학교 1학년 시절 처음 기차를 타고 남원에서 전주를 갔을 때 느꼈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여의도를 지날 때 보았던 63빌딩의 위용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을 정도였지요. 그때부터 제 생활의 주무대는 남원과 전주를 떠나 서울이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안암동과 종각역, 이대앞이었지요. 지금은 강남역, 가로수길, 압구정처럼 핫플이 많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최고의 핫플은 종각역이었습니다. 저도 주로 그곳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미팅을 하곤 했지요. 오랜만에 대학 시절을 추억하며, 추억의 핫플을 가보았습니다. ‘서울에서 만난 전북’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지요. 지하철 1호선 종각역, 5번 혹은 6번 출구로 나와 뒤를 돌아보면 그가 있습니다. 오랜 감옥 생활과 모진 고문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형형한, 무엇에도 굴하지 않는 눈빛을 가졌습니다. 바로 녹두장군 전봉준입니다. 그는 1855년 1월 15일 태인현, 지금의 정읍시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 농민들의 사정은 비슷했지만 세 마지기의 논밭으로 온 가족이 먹고살기에 세상은 너무나 배가 고팠지요. 그마저도 탐관오리들의 수탈로 온전히 식구들의 입으로 들어가긴 어려웠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농민들이 일어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겁니다. 나라가 나라다우려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 백성의 안전과 배고픔이지요. 조선은 건국 이래 그런 기본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임진왜란 때 그랬고, 병자호란 때 그랬습니다. 당시에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지요. 그가 이끄는 농민군은 한때 전주성을 점령했지만, 우금치에서 패한 후 일본군에 쫓기게 되었지요. 결국 옛 부하의 밀고로 체포된 후 서울로 압송돼 전옥서(典獄署)에 수감되었습니다. 전옥서는 형조와 의금부에서 취조하는 중죄인들을 가두어두는 지금의 구치소 같은 곳이었지요. 바로 그 전옥서가 있던 자리에 장군의 동상이 세워졌습니다. 포털 사이트에 ‘전봉준’을 검색하면 가마 위에 타고 있는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일본영사관에서 취조를 받은 후 전옥서로 압송되던 당시의 사진입니다. 혹독한 고문으로 제대로 걷기 어려워 가마에 탈 수밖에 없었다고 하지요. 그럼에도 그의 눈빛은 여전합니다. 1895년 4월 19일 대한제국에서 재판소구성법을 공포했습니다. 나흘 후인 4월 23일 그는 처음으로 설치된 재판소에서 사형 판결을 받고 다음 날 새벽 2시 교수형에 처해졌습니다. 망나니의 칼을 받던 참수형에서 교수형으로 바뀐 후 처음 사형이 집행된 것이지요. 문명개화의 탈을 쓰고 있지만, 재판절차를 보면 너무도 형식적이고 야만적이었습니다. 아마도 농민군을 하루빨리 잠재우려는 무능한 정부와 일본의 합작품이었겠지요. 아이러니한 것은 그를 재판한 재판관이었습니다. 바로 법무아문 대신이자 대표적인 개화파였던 서광범이었지요. 세상을 바로잡고자 하는 뜻은 같았지만, 길은 서로 달랐습니다. 장군이 돌아가신 2년 후 서광범도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로부터 10여년 후 조선인은 결국 나라를 잃었습니다. 둘은 저승에서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요. 마음이 어지러울 때 서울 한복판에서 녹두장군을 만나보세요. 그는 아직 살아있는 눈빛으로 이렇게 말할 겁니다.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양중진 변호사는 전라고∙고려대를 졸업한 뒤 중앙지검 공안1부장∙국정원장 법률보좌관 등을 역임했으며, <검사의 스포츠> <검사의 삼국지> <검사의 대화법>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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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12 16:20

전라북도, 방위산업 허브화 추진! 지금이 적기이다

독자 중에는 전라북도에 웬 방위산업이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방산기반이 타 지자체에 비해 극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전라북도는 방위산업 불모지로 여겨졌고, 첨단기술의 집합체인 방위산업을 육성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전북도청을 처음 방문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작년 7월 말, 전북도청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김관영 지사를 면담하였다. 면담 내용은 뜻밖이었다. 전북도의 미래 산업으로 방위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며, 행정적으로 확고히 지원할 예정이니 함께 해달라는 제안이었다. 전북도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온 탄소섬유 산업의 활용성이 이 매우 크다고 판단되어, 그 자리에서 함께하겠다고 약속하였다. 더불어, 전북도가 방산영역을 새롭게 확대하는 확장성에 중점을 두고 기존 방산중심 지자체와 협업하며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방식으로 추진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방위산업의 허브가 될 수 있다고 제언하였고, 김지사는 이에 흔쾌히 동의하였다. 그렇다면 후발주자인 전북도가 방산의 허브가 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 확장성과 협업이 핵심 키워드이다. 최근 폴란드와 초대형 수출계약 등 K-방산의 전성기를 알리는 소식이 연이어 들리고 있다. CNN은 “한국 방위산업은 이미 메이저리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50여 년간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방산 현장을 지켜온 연구자들, 방산업체, 그리고 정부의 일관된 방산육성 정책이 맞물려 이룩한 성과이다. 이러한 성과를 지속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신무기 위력이 증명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우주감시체계 유무인복합체계 등 최첨단 신기술을 끊임 없이 개발하여 기존 무기체계와 접목해야 한다. 그리고 최고의 방산기술 인재를 양성하여 투입해야 한다. 여기서 전북도의 역할을 찾을 수 있다. 방위산업은 초기 막대한 투자가 수반되는 산업이다. 기존 방산 중심의 지자체는 수십년간 막대한 투자를 해왔고 현재 그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후발주자인 전북도가 타 지자체와 경쟁하는 방식으로 방산육성에 나선다면 성공할 수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전북도가 방위산업의 미래를 보장하는 신기술 신소재 개발 및 생산, 인재 양성의 메카가 되어 기존 방산 지자체에 제공하는 중심적 허브 역할을 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가? 전북도가 지난 10여 년간 우직스럽게 투자해온 탄소섬유 산업은 미래전의 핵심인 우주 및 유무인 복합무기체계의 기반산업으로서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 그리고 방산인재 양성에 집중할 수 있는 지역거점 대학과 신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실험 및 생산에 활용할 수 있는 광대한 공간 새만금이 있다. 여기에 미래를 내다보는 훌륭한 리더십과 이를 뒷받침하는 대학, 지자체 공무원, 핵심기술을 축적해온 방산 유관기업 등이 있다. 최근 국방과학연구소와 새만금청은 신기술·신소재 개발을 위한 인프라 조성 등을 주 내용으로 ‘첨단기술 개발 및 산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필요한 조치를 가속화하고 있다. 또한 전북대는 올해 내 국내 최초로 학부과정 방위산업학과를 신설하여 방산에 특화된 인재를 양성할 예정이다. 방산인재 양성과 신기술 개발에 주요 방산기업이 동참하고 있다. ‘춘매추국 각유시(春梅秋菊 各有時)’, 매화와 국화 저마다 다 때가 있다는 뜻이다. ‘전북도 방위산업 허브화 추진’ 지금이 그 “때”다. /강은호 국방과학연구소 정책자문위원∙전북대 특임교수 △강은호 정책자문위원은 미국 싱크탱크 CSIS 방문연구원, 방위사업청 차장과 청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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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05 17:46

내 이름이 어때서

들꽃 이름을 불러보면 오래 소식 끊긴 친구들이 하나하나 떠오릅니다. 비비추 더워지기 으아리 진득찰 바위손 소리쟁이 매듭풀 절굿대 노랑하늘타리 딱지꽃 모시대 애기똥풀 개불알꽃 며느리배꼽 꿩의다리 노루오줌 도꼬마리 엉겅퀴 민들레 질경이 둥굴레 속새 잔대 고들빼기 꽃다지 바늘고사리 애기원추리 곰취 개미취… 덕팔이 다남이 점순이 간난이 끝순이 귀돌이 쇠돌이 개똥이 쌍점이 복실이… -<권달웅시인의 ‘들꽃이름’ 에서> 그렇습니다. 시부저기 들꽃 이름들을 웅얼거리다가, 슬며시 소웃음을 짓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나 멋들어진 이름을 지었을까요.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 들꽃은 하느님이 키우신다(유안진시인)’는데, 정말 하느님이 풀꽃 이름들을 지으셨나 봅니다. 그저 듣기만 해도, 가슴이 훈훈해지고, 정겹던 코흘리개 꾀복쟁이 동무들이 생각납니다. 그 동무들은 지금 다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송기숙선생의 소설 <녹두장군>엔 구한말 ‘으뜸 이름 뽑기대회’가 재미나게 그려집니다. 1892년 음력 11월 삼례대집회 때, 동학 군중들이 펼친 놀이마당 무대를 익살스럽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저마다 제 이름을 뽐낼 때마다 군중들은 배꼽을 부여잡고 한바탕 웃음을 쏟아냅니다. 그렇다면 우선 130여 년 전 ‘조선 이름 콩쿠르’부터 구경하고 볼 일입니다. 무대에 오른 이름들의 사연은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앞으로도 아들만 계속 낳으라고 김쪼르르, 아들 또 낳으라고 또쇠, 재취로 올 때 데리고 왔대서 얻은복이, 양자로 왔대서 모종쇠, 조용히 살래서 솔부엉이, 똘똘하라고 똘남이, 한 천년 살래서 한천돌이, 가뭄에 소나기처럼 아들 쌍둥이 낳자 땅소나기(형)-또소나기(아우), 울퉁불퉁 숫돌머리라서 싯뚜리, 얼씨구 아들이구나 해서 어아나리, 만년 춘삼월 되라 김만세춘, 작두 고두쇠처럼 꼭 필요한 사람 되라고 장고두쇠 그밖에 덩실이, 동삼이, 물렁이, 상쇠, 전쥐불, 신등치, 오꼼춘이, 남똥구리, 최차돌, 이무던이… 백정출신 의적 임꺽정(?~1562)의 원래 이름은 ‘놈’이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이놈아! 저놈아!”로 불린 것입니다. 그러다가 그의 외할머니가 손자의 앞날이 걱정되어 “걱정아! 걱정아!” 불렀던 게 ‘꺽정’으로 굳어졌습니다. 임꺽정의 아버지 임돌이, 누나 섭섭이, 형 가도치(加都致), 아내 황은총의 이름도 순박하고 살갑습니다. 임꺽정의 여섯 두령 중 길막봉이, 황천동이, 배돌석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선시대 백정은 이름 없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있어봤자 제대로 불러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냥 ‘~개’로 불리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작은개(作斤介) 일개(一介) 언개(彦介) 헌개(獻介) 떡개(德介) 똥개(同介) 젖은개…. 동록개(?~1895)는 구한말 김제 금산사 앞자락 원평에 살던 백정이었습니다. 동록개란 ‘동네 (얼룩덜룩 비루먹은)개’를 뜻합니다. 그는 원평 동학대접주 김덕명에게 “신분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며 자신의 집을 헌납했습니다. 온갖 수모와 멸시를 받으며 모았을 재산을 아낌없이 내놓았습니다. 그 후 동록개의 행적은 알려진 게 없습니다. 공주 우금치전투 이후, 수많은 백성이 동학의 ‘동’자만 붙어도 잡혀 죽었습니다. 아마 당시 동록개도 그 그물망을 벗어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오늘날 원평엔 동록개가 기증한 ‘초가 집강소건물’이 남아있습니다. 이름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주문(名字是世上最短呪文)입니다. 목숨을 바쳐 지키고 싶은 게 바로 자신의 이름 석 자입니다. 세상에 삐까뻔쩍한 이름은 차고 넘칩니다. 이름도 모자라 호(號)니 자(字)니 주렁주렁 달고 다니며 으스댑니다. 그렇습니다. 차라리 ‘동네 개’가 천배 만배 나은 세상입니다. 그 속엔 동록개의 ‘평등 세상에 대한 꿈’이 간절하게 담겨 있습니다. /김화성 전 동아일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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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21 17:19

호모 푸투루스를 위하여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지식인에게 부여된 가장 큰 소명은 시대정신(zeitgeist)을 찾아내는 일이라 믿는다. 시대정신은 현재를 살아가는 이유이자,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길(路)이기 때문이다. 시대정신을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이 세 문장이라고 본다. 폴 고갱의 그림 제목이기도 하다. 올해 ‘타향에서’ 필진이 되어 6번의 칼럼을 쓰면서 전북발전을 위해 필요한 시대정신이 무엇일지 나름대로 치열한 고민을 했다. 그 결과, 다섯 개의 새로운 인간상(像)을 제시했다. 유동하는 인간, 새로운 경제인, 공정한 인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인간, 협동하는 인간 등이다. 오늘은 결론으로 미래의 인간, 즉 호모 푸투루스(Homo Futurus)를 제안한다. 먼저 다섯 번의 논의를 상기해보면, 첫째는 인구문제였다. 총인구가 줄어들고, 상주인구의 고령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젊은 층의 유출이 거듭되는 2중의 어려움 속에서 대안은 유동하는 인구(호모 모벤스)이다. 지역을 찾아오는 인구가 많아지도록 관광 등 다양한 시책이 필요하다. 둘째는 변화한 경제 여건을 고민했다. 물가가 높고 금리가 천정부지이다. 더구나 좋은 일자리는 늘지 않고, 경제 규모도 더 이상 커지지 않는 시대이다. 이런 여건에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존과는 다른 생존전략(新 호모 이코노미쿠스)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는 공정과 정의에 관한 문제였다. 세대간, 계층간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시대에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공정(호모 주리디쿠스)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과정, 결과 모두 공정해야만 지속가능한 사회가 된다. 넷째는 기후변화였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이상 기후가 반복되는 어려운 강을 건너야 한다. 솔선수범, 공동 노력, 국제 공조가 절실히 요청(호모 클리마투스)된다. 다섯째는 공동체의 내의 협동이다. 지역발전을 위해 모두 친화력과 다정함에 바탕을 둔 소통으로 공동선을 창출(호모 코포런스)해내야 한다. 상호 도와야만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이런 시대적 여건에 맞는 미래를 위한 준비는 무엇일까? 다른 질문을 하면, 지역발전을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과 대비를 해야 하는가? 인구 감소, 고령화, 청년인구 유출 등은 ’먼저 온 미래(future arrived)’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해야 한다. 현재 도에서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기업 유치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이차전지, 새만금, 농업 등을 활용하여 먹거리의 판을 키워야 한다. 다음은 ‘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인 전북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 호지 여사가 ‘오래된 미래로 칭송한 라다크’처럼. 전북은 맛, 멋, 문화, 자연환경 등의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미래의 큰 자산이 될 거라 본다. L. 스티븐슨은 목표를 달성해버린 것보다 희망이 있어서 계속 여행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전북발전이라는 긴 여행에 반드시 희망이 있을 것이다. 시인 조동화는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마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전북발전을 위한 다양한 생각과 계획, 열정이 모이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 그게 오늘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호모 푸투루스의 길일 것이다. 생각과 글로 고향 분들을 만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김광휘 행안부 지역경제지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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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4 15:03

인구가 늘어야 나라가 산다

한국이 무너지고 있다라는 보도기사가 각종 매스컴에서 연일 떠들썩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인구 감소가 갈수록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매년 2월 기준 출생아 수는 1981년 93,556명 이던 것이 2001년 49,939명, 올해는 2만명 아래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인구는 2019년 11월부터 3년 4개월째 자연 감소중이라고 하며 전북도 역시 자연 감소가 두드러진 지역의 하나다. 전세계 인구가 80억명, 2080년 104억명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인구 80억명 돌파는 “인류 발전의 이정표”를 의미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구성장의 시대가 저무는 현실도 포함돼 있다라고 지적하며 젊은층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 성장률 둔화세에서 주목되는 것은 ‘나라가 잘 살수록 아이를 안 낳는다는 고성장, 저출산 현상이다. 그동안 중국이 최대 인구 대국의 자리를 지켜오다가 얼마전 인도(14억 2천8백만명)에게 뒤쳐지는것으로 발표됐다. 1970년대 ’한자녀 정책‘을 시작한 중국은 개혁개방과 고속성장 속에서 저출산으로 2012년 이후 인구감소가 시작되자 2016년 ’2자녀‘를 허용한데 이어 지난해 3자녀 정책까지 도입했다. 현재도 결혼 개혁 실험지구 지정, 공무원들이 중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데이트 휴가제공, 사교육 전면금지 등으로 인구 증가 정책을 펼치고 있다. 나라마다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저출산, 고령화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우리는 사교육비, 일자리, 비싼 집값 등이 결혼과 출산을 막는 근복적 요인으로 보고, 이런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해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고 (지난 15년간 280조 투입) 있지만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0.78명이다. 정부에서는 인구 늘리기 위한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결혼과 출산이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것을 가로막는 사회 경제적 요인을 보면 양육과 교육비가 늘어나고 주거비용이 높아지며 또한 육아로 인해서 경력 단절의 문제 등이 대표적 원인인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과 사회구조적인 해법이절실하다. 인구수 증가의 가장 핵심 계층은 2030 청년층이다. 청년이 희망과 꿈을 가지고 인구 증가에 앞장서 나가도록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한다. 배우자와 결혼하여 아이들을 많이 낳아 기를 수 있는 사회구조와 시스템 도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각 자치단체마다 인구 증가 시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출산 지원금 경우 지원금액도 다르고 다른 지역에서 하고 있으니 우리도 해야한다라는 구색 맞추기에 급급하고 있으며, 영아·육아 수당지급, 학비지원, 일자리(취업,창업) 청년부부 결혼지원, 주거 지원 등 백화점식 지원 방안을 나열하고 있으나 청년들이 이러한 지원제도를 보고 결혼하여 아이를 많이 낳아 기르겠다라는 생각을 얼마나 갖게될지 의구심이 든다. 세계에서 양육비가 가장 비싼 우리나라이지만 출생아의 생육과 성장에 필요한 생활비, 학비, 취업, 결혼까지 일련의 연속적이고 파격적인 지원 시스템을 우리 고장만이라도 도입해줄 것을 제안해본다. 이러한 사회구조적인 지원시스템이 갖춰지면 청년 누구라도 결혼과 출산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청년들이 사회 생활 유지에 자신감을 갖도록 지원 규모나 방법을 청년 정책 연구와 각 계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면 되리라 본다. /유성민 에코에너지원(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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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0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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