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6 15:13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타향에서

존경받는 체육인의 긍지를 갖고 살아가자

필자는 체육을 전공하지 않았다. 이리농림고등학교 재학시절 축산과 학생으로서 병아리가 탄생하는 부화의 3대 요소가 무엇인가를 배우며 가축사육에 필요한 것을 배워나갔다. 정답은 온도, 습도, 환기다. 소나 돼지나 닭 등 가축을 통해서 미래를 설계하던 평범한 학생이 또래 친구들과 했던 팔씨름이 나를 운동선수의 길로 이끌었고 직업이 되어버렸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체육을 전공하지 못했다. 76학번인 필자는 영생대학(전주대학교 전신)야간에 입학하게 되었는데 당시 체육학과가 없어서 불어불문학과에 입학했다. 필자는 항상 체육 분야에서 일하면서도 체육학에 대한 열등감과 배우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이론적으로 체육을 배워야만 하는 터닝포인트가 있었다. 97년도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되면서 체육생리학을 꼭 배우고 싶어 동국대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 생리학을 공부하고 싶었던 이유는 체중조절종목(레슬링) 선수출신 감독이여서 궁금한 점이 너무 많았다. 체중조절을 하면 배고픔보다 갈증이 더욱 심해와 밥은 들어가지 않고 물만 찾는다. 그래서 궁금한 점은 첫째, 체중을 7~8kg를 감량하고 계체량을 통과한 후 뜨거운 물, 미지근한 물, 시원한 물 증 어떤 물을 마셔야 하나? 둘째, 연습 중에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갈증이 많이 나는데 물은 언제 마셔야 되고 한 번에 얼마나 마셔야 하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다시 마셔야 컨디셔닝에 가장 효과적인지? 셋째, 평상시 운동 끝나고 사우나를 하는데 어느 온도의 물에 들어가야 효과적인지? 등 궁금한 사항이 많아서 수업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리고 스포츠심리학도 흥미로워서 선수를 지도할 때 웃어야 할지, 엄한 표정을 지어야 할지 어떠한 태도로 지도해야 효과적인지도 궁금했고, 체벌과 경기력의 상관관계는 어떤지? 목소리 톤은 어때야 하는지? 정말 배움이 주는 즐거움으로 시간을 보냈다. 체육을 전공하면서 정말 행복했고 체육인으로 다시 한번 거듭나며 그동안의 열등감을 일순간에 씻어내 버린 것이다. 체육이란 무엇인가? 그때 배운 기억을 되살리면 체육은 인간의 근본을 신체활동을 통해서 교육함으로써 완벽한 인간을 만들어 가는 교육이다. 완벽한 인간이란 정신적, 육체적으로 완벽해야 된다. 지구상에 가장 훌륭한 교육은 바로 체육교육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체육인이라 하면 모든 면에서 모범이 되어야 하며 솔직해야 되고 약자를 돕고 상대를 배려하며 조직을 갈라치기 해서도 안 된다. 부끄럽게도 체육계에도 무늬만 체육인으로 진정한 체육인의 길을 걷지 못하는 체육인도 있다. 여름 장마철에 수박은 당도가 형편없이 떨어져 맛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여름 장마철 맛없는 수박도 수박이라 칭한다. 진정한 체육인 이라 하면 당도 높은 수박이 되어야 한다. 얼마 전 대표팀을 월드컵 16강에 올려두고 귀국한 손흥민 선수에게 전 국민이 열광하는 것은 단순히 손 선수의 퍼포먼스 뿐 만은 아닐 것이다. 그가 지닌 인성과 배려심, 리더쉽 등 모든 부분에서 체육인으로서 존경받을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며, 필자도 체육인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긍지와 확실한 철학으로 부끄럽지 않은 체육인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무늬만 체육인 인지 스스로 끊임없는 박차를 가하며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항상 노력할 것이다. 오늘의 글이 여러분과 만나는 마지막 글이다. 필자는 12개월 동안 타향에서 원고를 통해 여러분들과 만나게 되어 매우 행복했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으며 두서없는 부족한 글을 끝까지 읽어 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유인탁 진천국가대표 선수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12.14 11:08

후원회제도, 지역정치의 혈액순환

우리 지역의 문제는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남이 해결해 주지 않는다. 유능한 정치신인들이 우리 지역에서 성장할 수 있는 정치 풍토를 조성해야 가능한 일이다. 정치는 ‘돈’과 ‘조직’으로 이루어진다. 지난 미국의 중간선거는 ‘쩐의 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정치자금이 막대하게 사용되었다. 소수 갑부의 기부금으로 충당되었다고 한다. 거액의 정치후원금을 낸 특정 계층이나 단체가 미국의 정치를 좌우한다. 우리나라는 정치자금법에서 법인이나 단체의 정치후원금을 금지하고 있다. 개인이 기부할 수 있는 후원금의 한도액도 정해져 있다. 불법 정치자금을 끊어내고, 특정 계층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다수의 소액 후원금을 통해서 국민 대다수를 위한 정치문화를 만들어보자는 바람이다. 개개인의 국민이 참여하는 정치후원금은 평소 참신하고 열정적인 정치인에게 모일 것이고 정치인과 국민의 소통 채널이 되어 지역정치의 풀뿌리를 건실하게 만들 것이다. 지방자치제도가 새롭게 실시된 지 벌써 30년이 지났다. 이제 지방의회의원의 역할이 국회의원의 역할 못지않게 커졌다. 작년 어느 연구용역 결과에서 ‘국회의원의 업무량이 지방의회의원보다 많다’는 응답이 50.9%이고 ‘지방의회의원이 많다’는 답변이 15.1%로 나왔다. 한편 양자의 업무 비율이 ‘50:50이다’라고 답변한 비율은 34.0%이다. 응답자 중 49.1%가 양자의 업무량이 비슷하거나 지방의회의원의 업무량이 많다고 인식하고 있다. 지방의회의원들이 전문성을 확보하고 원활한 의정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후원회를 허용하여 정치자금을 합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1월 24일 국회의원은 후원회를 지정하여 정치자금을 받을 수 있는데 지방의회의원은 후원회를 지정할 수 없게 하는 정치자금법 제6조 제2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다는 결정을 내렸다. 우리 지역의 일꾼에게 우리의 후원금을 지원하고, 지역의 일들을 맡겨 함께 소통하는 꿈을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앞으로 지방의회의원도 후원회를 통한 정치자금을 받을 수 있게 하여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의회가 활성화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또한 지방의회의원은 지역주민과 가장 말단에서 소통할 수 있는 최근접 대표자이고, 주민들의 다양한 의사와 이해관계를 통합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의사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 후원회를 허용하는 것은 후원회 제도의 입법목적과 철학적 기초에 부합하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의견이다. 지방의회는 유능한 신인 정치인의 진입 통로가 되어야 한다. 한편 지방의회의원에게 지급되는 의정활동비는 의정활동을 전념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지방의회의원에게 후원회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경제력 및 조직력이 약한 사람도 정치입문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 고인 물이 썩지 않게 하는 것이다. 지역 현실에 관심이 없던 중앙의 인물들이 갑자기 낙하산으로 공천되어 오거나, 중앙정치인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이 선택받아 지역의 현실과 동떨어진 정치수혈이 지역주민의 불쾌감을 사기도 했다. 지방의회의원의 후원회가 활성화된다면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이웃을 정치인으로 발굴하여 십시일반 후원하고, 그들과 함께 지역의 일들을 돌보며, 생동하는 정치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문제를 우리가 스스로 해결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고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소순창 한국지방자치학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12.07 14:11

김관영지사가 소(牛)를 키우지 않으려면…

우리는 평소에 ‘특별(特別)’이라는 단어를 자주 즐겨 사용한다. ‘특별시’,‘특검’,‘특위’,‘특별손님’,‘특곰탕’ 등등 쓰임새도 다양하다. ‘특(特)’이라는 단어에는 ‘나는 남과 다르다’는, 원초적으로 우월적 지위를 갈망하는 인간 내면의 본성이 반영되어 있다. 중국 최초의 자전을 집필한 후한 허신(許愼, AD 58~ 148)의 ‘설문해자’에 따르면 ‘특(特)’이라는 한자어는 ‘소(牛)를 기르던 관청(寺)’이라는 뜻이다. 고대 농경사회에서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거나 희생제물로 쓰이는 소는 매우 귀한 짐승이었고 관청에서 특별하게 관리된 것에서 유래되었다. ‘별(別)’이라는 한자어 역시 중국 상(商)나라 시절 갑골 상형문자를 만들 때 칼로 뼈에서 살을 발라내어 분리하라는 뜻에서 나왔다. ‘특별’이라는 단어는 이미 사용될 때부터 이미 구별되는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전북도민의 숙원사업이라는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 지난 2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통과했다고 한다. 실질적 자치권을 가진 특별자치도로 승격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며 도내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환영 일색이다. ‘특별자치도’란 대한민국의 행정구역으로, 관련 특별법에 근거해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받는 구역을 말한다. 행정과 재정 부문에서 중앙정부가 갖고 있던 권한과 기능 중 일부를 부여받으며, 재정 특례를 통해 중앙정부로부터 다양한 재정 지원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 ‘특별자치’ 지위를 부여받아 운영되고 있는 지역으로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자치시가 있으며 강원도는 2023년 6월께부터 세 번째 광역 행정단위 특별자치도가 된다. 만약 바람대로 연내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전북이 네 번째가 되는 셈이다. 전라북도에 ‘특별’이 붙는다면 당장 위상이 달라질까? 솔직히 말하면 의문부호가 붙는다. 2006년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가 16년이 넘었지만 제주도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엇갈린다. 국제자유도시 조기 실현을 위해 외교·국방·사법 등 국가존립사무를 제외한 모든 사무를 이양받기로 했으나 여전히 타 지자체와의 형평성 논리 등에 발목 잡혀 주요 권한 이양과 예산 지원은 요원하다는 불만이 상존한다. 특별한 지역이 갖는 ‘특별함’이 이미 사라졌기 때문에 준연방제적 분권 국가를 위한 헌법적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소리를 제주도민들이 내는 것을 보면 훨씬 불리한 위치에서 출발할지도 모르는 ‘전북특별자치도’는 앞으로 많은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특별자치도의 진정한 완성을 위해서는 자기 결정권이 보장되는 중앙행정권한의 과감한 이양과 함께 무엇보다도 재정적 확보가 필요하다. 연방제 국가로 지방 자치권을 전폭적으로 보장하는 미국의 경우 디트로이트시가 2013년 180억달러 부채를 갚지 못해 파산하고,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유바리(夕張) 시가 파산을 경험한 것은 지자체의 독립은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큰 의미가 없다는 교훈을 준다. 강원도의 레고랜드 보증채무 미이행 사태로 지자체는 물론 국가 경제 전체가 흔들리는 여파를 겪으면서 ‘특별’이라는 수식어가 ‘특별한 삶’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를 위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에 앞서 김관영 도지사를 비롯한 도내 공직사회의 자질과 경쟁력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서 있는지, 마스터플랜 수립은 적절한지, 도민들의 여론은 제대로 수렴되고 있는지 지금부터 꼼꼼하게 반문해봐야 한다. 잘못하면 ‘특(特)’이 갖는 어원처럼 소나 키우던 관청의 시대로 돌아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민경중 한국외대 초빙교수·전 방송통신심의위 사무총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11.30 13:47

50년 전 전국체전과 합숙풍경, 두 번째 이야기

큰톱으로 얼음을 거칠게 절단하여 새끼줄로 묶어 사들고 친구집에 가서 세수대야에 얼음을 넣고 물과 사카린과 미숫가루를 넣으면 최고의 음료수이며 보양식이며 생명수였다. 마시면서 참으로 행복했다. 또한 옛날 경기용품은 어땠는가? 레슬링 경기화는 구둣방에서 맞추어 신었다. 가죽 품질이 좋지 않아 뻣뻣하고 질이 날려면 3개월 정도는 신어줘야 한다. 새 신발이라고 신을라치면 스키 부츠를 신은 것처럼 발목에 깁스한 것처럼 유연성이라곤 전혀 없다. 요즘 선수들에게 그 신을 신겨보면 어떨까? 상상이 안간다. 애지중지하던 경기화도 잘 찢어지고 떨어져서 연습중에 발가락이 보이면 가는 곳이 있다. 만능 수선소이다. 전주 남부 배차장 (구)상업은행 앞) 신발 꿰메는 할아버지께 맡긴다. 그곳이 고사동 올림피아 운동구점이며 당시 유명한 곳이였다. 신발도 덧데어 꿰메서 너덜너덜한 경기화를 신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 선수들의 훈련장비나 훈련용품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76년도 부산체육대회에서 평상시 64kg 나가는 친구가 있었다. 한계 체중이 52kg급이여서 12kg을 감량해야 했다. 사과한쪽으로 연명하며 거의 한달을 굶어가며 입술이 하얗고 창자가 꼬이고 뒤틀려서 런닝도 못하고 그 큰 고통을 감내하며 조절했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체중이 많이 OVER돼서 1~2시간 내로 2.5kg을 빼지 못하면 경기를 치룰 수 가 없었다. 최후의 수단으로 뜨거운 물에 삶는 방법밖에 없다.(당시 운동 현장에서는 삶는다 라고 표현) 수동으로 물을 틀어서 일반인은 손도 담기 힘든 뜨거운 물에 거의 1시간 삶고 다시 사우나에 들여보냈다. 비틀거리며 내보내 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이 선하다. 지도자도 뜨거우니까 돌아가며 사우나에 들어가 선수를 반강제로 가둬버린다. 코치도 뜨거워서 견디지 못해 문을 박차고 나가는데 선수는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손을 뻗었다 꽝 하고 사우나 문을 닫는 그 문틈에 손가락이 끼어서 큰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지금도 그 손가락이 굽혀지지가 않는다. 그러나 통증도 감각도 없었다고 한다. 바닥에 기절 직전 널부러져 있는 친구를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었다. 땀이 식으면 안되기에 뜨거운 물을 바가지로 퍼서 친구에게 계속 뿌려주니 그 친구 왈 너 내 인생 책임질 수 있냐?라고 묻는다. 죽음이 눈 앞에 보였다고 한다. 친구는 움직일 힘도 말할 힘도 없어 그만 좀 뿌리라고 말을 못했다 한다. 계체량 장소로 택시를 타고 가는데 담요를 덮어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체중을 달아보니 한계 체중보다 1kg이 더 빠져 3.5kg을 1~2시간 내에 뺏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계체 후 삼천원이 들어있던 바지가 없어져 아무 옷이나 입고 안광열회장께서 주신 오천원을 손에 쥐고 삼강사와 그리고 박카스 등 음료수를 먹고 몸 생각한다고 리어카에서 팔던 따뜻한 콩물을 마신 후 다 토하고 손에 쥐었던 몇천원의 돈 빠져 나가는 소리가 아주 크게 들렸고 그 소리를 들으면서 기절을 했단다. 그러면서 안광열회장님의“큰일났네 큰일났네”소리 이후 기억을 잃었다. 링거맞고 병원에서 배기열코치(전 예원대 교수)의 음성이 들려 깨어났으며, 주변에서 시합하지 마라 만류했으나 친구는 힘들게 체중을 뺏으니 하겠다고 고집을 부려 출전을 했는데 이원영(전 경북체고 교장)선수에게 폴패를 당하고 말았다. 몸에 너무 힘이 없어 주저 앉아 일어나질 못했다고 한다. 이렇게 체중조절하는 아들의 모습을 부모님이 보셨다면 어땠을까? 그 친구가 바로 박진규다. 전주대에서 36년 지도자 생활을 마치고 이젠 인생 2모작을 준비하고 있는 그 발걸음에 무한 영광이 깃들기를 바란다. 옛날과 비교해 훈련장비나 시설이나 스포츠과학도 빛의 속도로 발전했는데 경기력은 왜 뒷걸음 쳐질까? /유인탁 진천국가대표 선수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11.16 14:09

아름다운 인사청문회

인사가 만사다.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무릇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라북도가 전북문화관광재단 이경윤대표에 이어 전북개발공사 서경석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도의회와 불협화음이 많았다. 김관영지사는 「전라북도 산하 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 등의 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재협약식에서 “지역을 위하는 기관이 제 몫을 다할 수 있도록, 한 곳이라도 더 능력과 자질이 있는 인물을 찾아야 한다”며 인사청문 대상을 기존 5곳에서 9곳으로 확대하였다. 인사청문회에 대한 김관영지사의 적극적인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지사는 도정을 이끌어 가는 과정에서 철학과 가치를 함께하며, 전문성이 높은 사람과 함께 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선거와 인수위원회 과정에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도정을 이끌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적인 용어로 이를 ‘엽관제’라고 한다. 한편 기관장을 실력으로 선발하여 도정을 함께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소위 ‘실적제’라고 하는 인사행정 방법이다. 무엇이 옳을까? 답은 도민들이 평가한다. 윤석열정부가 교육부장관을 7개월이 다 되어, 지난 7일 국회 인사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겨우 임명하였다. 윤석열정부 들어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하는 14번째 고위직이다. 두 번의 인사청문 과정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아 국정이 흔들렸다. 국가 백년대계의 교육정책이 7개월 동안 공백상태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남겨졌다. 대한민국 교육자의 민낯이 드러났고, 기득권들의 몰염치에 국민들은 크게 실망하였다. 지방의회가 혁신적인 인사청문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도덕성의 검증, 청문회의 공개 여부, 청문대상과 위원 수, 청문의 실시 기간, 청문결과의 임명기속 여부 등이 있다. 특히 전문성과 도덕성의 검증과정에서 구체적인 세부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검증해야 할 요소 및 자료들을 ‘의회와 집행부의 협약서’에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대개 검증해야 할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의회와 집행부 간 갈등이 생기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세금탈루, 부동산 거래, 논문표절 등을 자료로 제출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대신 이러한 검증 과정을 비공개로 하여 개인의 정보 및 사생활의 보호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청문결과가 도지사의 임명권을 기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다. 대체적으로 임명권을 기속하는 것은 도정운영에 득보다는 실이 많다. 청문결과를 통하여 제기된 후보자의 자질을 충분히 고려하여 도지사는 의회와 소통하고 임명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충분한 소통없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그 책임은 오롯이 도지사가 감당해야 한다. 또한 청문회 과정을 비공개로 하되 도민참여제도의 적절한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직접민주주의적 요소, 즉 주민참여가 강조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전라북도 및 의회가 선도적으로 인사청문 과정에 도민참여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 도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 향후 의회와 집행부는 이번 청문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아름다운 청문회”가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임명된 기관장들은 청문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를 겸허히 수용하여 김관영지사의 도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도민을 위한 헌신과 성과로 보답해야 한다. /소순창 한국지방자치학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11.09 13:57

와부뇌명이 판치는 세상의 끝은

40여년간 영국과 캐나다 등에서 의사로서 수많은 죽음을 지켜본 데이비드 재럿(Dr David Jarrett)은 『33가지 죽음 수업』이라는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죽음에는 다양한 양상이 있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불편한 상태에서 오래 겪어야 하는 느린 죽음이 있고, 우리 모두가 선택권만 있다면 한 표 던질 돌연사도 있다. 물론 그런 선택권은 우리에게 없다. 돌연사는 죽는 당사자에게는 너그러울지 몰라도 가족과 목격자들에게는 잔인할 때가 많다.” 특히 그에게 가장 충격적인 경우는 젊은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심정지 상황을 맞닥뜨릴 때였다고 한다. 의학드라마에서와 달리 현실에서 심폐 소생술은 힘들고 혼돈으로 가득하다며 대개는 실패한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며칠간은 뉴스를 보는 것도 너무 떨렸다. 세월호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우리 사회에서 또 다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전북 도내 연고자 7명을 포함, 156명의 소중한 생명들이 허망하게 떠났다. 유가족들은 단장(斷腸)의 아픔을 겪고 있다. 전문적인 의사들조차도 힘든 돌발적 상황을 생존자들은 눈앞에서 겪어야 했다.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정부는 무능했고 지자체는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 대통령은 철저한 원인규명과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수사 당국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정치인들은 당 차원의 재발방지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언론은 본질보다 자극적인 속보 경쟁에 치중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발생했던 수많은 대형 참사의 데쟈뷰를 보는 듯하다. 그래서 화가 치민다. 아니 더 허망하다. 안전을 책임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과 소방인력을 미리 배치해서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구청에서는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 인파가 이정도로 몰릴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직 대통령을 포함해 정부차원에서 그 누구도 책임지겠다는 사람은 없다. 초나라 시인 굴원(屈原.BC 343?~BC 278?)이 한탄하며 외쳤다던 와부뇌명(瓦釜雷鳴)이 세상 곳곳에 판치고 있다. 질그릇과 솥이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천둥이 치는 소리로 착각한다는 뜻이다. 현자들은 세상을 만나지 못하여 이름 없이 사라지고 아첨꾼만이 세상에 가득 차 세상이 혼탁해지고 가치관의 혼란이 오던 당시를 한탄하며 지은 시의 한 대목이다. 매미 날개처럼 가벼운 것을 무겁다고 하고, 3만 근이나 나가는 무게를 가볍다고 여기는 결과는 결국 초나라를 멸망으로 몰았다. 산업화 시기 우리는 성장에 치중하여 안전을 소홀히 함으로써 비싼 대가를 치러야만했다. 성수대교 참사, 삼풍백화점붕괴, 대구지하철 화재사고, 세월호 침몰까지, 반복되는 대형 참사 속에서 재발방지는 늘 공염불이 되었고 슬픔은 늘 국민들의 몫이었다. 특히 희생자 156명중 104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20대는 이미 10대 시절, 또래들이 4.16 세월호 참사로 트라우마를 함께 겪었던 세대인데 또 다른 아픔을 준 것 같아 어른 세대로서 정말 그들에게 너무나도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뿐이다. 세월호 진상규명마저도 8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도 해경 123정장 처벌 외에 진상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채 미완의 숙제로 남아있다. 결국 엄중한 책임자 처벌과 함께 무능한 내각의 쇄신만이 희생자 유가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는 첫 출발점이 될 것이다. /민경중 한국외대 초빙교수·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11.02 13:33

50년 전 전국체전과 합숙풍경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7일 동안 주 개최도시인 울산과 그 일원에서 17개 광역시·도와 해외동포 선수들이 출전선수 각자의 고장의 명예를 걸고 경쟁했던 전국체전이 성료되었다. 필자는 각 종목 경기장을 방문하면서 경기력 점검과 협회와의 소통을 하고 선수들에게는 격려의 시간을 가지면서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과거의 체전과오늘날 체전은 확연히 달랐다. 개.폐회식 때 카드섹션이 사라졌고 선수입장도 개성을 살린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 입장을 하였으며 정말 오랜만에 대통령께서 참석하셨다. 당연히 VIP는 단상에서 선수단을 기다리는게 관례였는데 선수들과 같은 입구에서 서서 입장을 하였고 대기실에서 선수들에게 둘러싸여 사진을 찍고 주먹 악수를 하기 입장이 늦어지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운동은 예나 지금이나 합숙훈련을 하는데 과거의 합숙 풍경을 생각하면“아!그땐 그랬지”실소를 금할 수 없다. 필자는 구)이리농림고등학교(현 전북대학)에서 선수생활을 했으며 더 큰 도전과 선진 전주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전주에 와서 훈련을 하기도 했는데 그곳이 고사동에 있던 종합체육관이였다. 복싱, 태권도, 역도, 씨름, 레슬링 등 5개 종목 연습장이 있었으며 지금도 이 체육관 출신들은 선.후배 위계질서와 끈끈한 동료애로 긍지를 갖고 있다. 이리에서 체육관까지 가기 위해선 2시간 넘게 소요됐다. 이리농고에서 평화동 시내버스 터미널까지 걸어가서 완행버스를 타고 성덕에서 전주가는 버스를 다시 갈아타고 미원탑에서 하차(구.시청옆)후 고사동 체육관까지 걸어가면 연습도 하기 전에 에너지가 완전 방전되어 녹초가 되고 만다. 체육관에 들어서면“이리 놈들”“이리 놈들 왔구나”소리가 들린다. 그도 그럴것이 오늘날 전주에서 서울까지 가는 거리가 2시간 정도인데 익산에서 2시간이 걸리니 멀고도 먼 길이였기에 아주 시골 촌놈들이라고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하고 쓴웃음이 난다. 1974년도 전국체전에 전북대표로 출전하기 위해 화성여관(현 적십자병원 앞 고사동)에 숙식하며 훈련을 하고 전북대 앞 실내체육관에서 연습을 하였다. 여관은 가스보일러도 연탄보일러도 없었고 장작불로 방울 데우며 하나님과 동격인 무서운 선배님들 맛사지와 20여명의 선배님들의 빨래를 후배들이 세탁기도 없고 짤순이도 없는 상황에서 비틀어서 물을 짜다보면 너무 힘들어 후배들과 마주보고 좌우로 비틀어 짜곤 하였다. 그 많은 빨래를 위해 작두물 길어오는 담당도 있었다. 그 빨래는 널 곳이 부족해 지붕(기와)에 올라가 말려서 선배님들 운동 나가시기 전 머리맡에 둬야 운동이 시작되곤 했다. 하루종일 훈련하고 빨래하고 밥차리고 맛사지하고 선배님들 비유 맞추고(않맞을려고).. 그러나 어김없이 오늘도 빠따다. 방 따뜻하게 데울려고 쌓아놓은 장작이 도구가 되어 우리들의 엉덩이는 어느덧 핏빛이다. 엉덩이가 아파 어기적거리면 동작이 느리다고 때린데 또 때린다. 이런 시기를 어떻게 이겨냈을까? 목표가 없었다면 진즉 떠났을 것이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토요일 날 외출을 나가 갈증해소와 영양보충을 위해서 얼음을 샀다. 음료수 사먹을 돈은 없고 해서 친구(심경무 전)김제 금성여중교장)와 함께 큰 톱으로 쓰려서 새내끼로 묶어서 파는 얼음 한관을 사들고 친구집으로 향한다. 얼음물에 사카린 타서 먹던 이야기는 지면이 한정돼 있어 여기서 우선 멈추고 다음 달에는 찢어져 발가락 나오는 경기화, 체중조절 중에 기절해서 사경을 헤메던 이야기 등을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인탁 진천국가대표 선수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10.19 14:09

지역정당을 통한 지역주권의 회복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10월 4일에서 6일에 걸쳐 조사한 정당지지도를 보면 ‘국민의힘’ 33%, ‘더불어민주당’ 32%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지지정당이 없다’는 ‘무당파층’(無黨派層)이 30%나 된다는 것이다. 특히 20대(18세~29세)의 ‘무당파층’은 무려 49%나 된다. 올해 1월에도 20대의 ‘무당파층’은 38%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높았던 ‘무당파층’이 3월 9일 대선 이후, 윤대통령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으로 4월에 27%로 줄었다가, 또 다시 기대감은 물거품이 되어 5월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 마침내 9월 43%, 10월에는 49%로 젊은이의 절반이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파층’으로 변신하였다. 젊은이들의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낮은 만족도에서 기인한 것도 있겠지만, 현실정치를 외면하는 중앙당의 정치행태에 대한 젊은이들의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작금에 거대 양당은 4년간 견제 받지 않는 절대 권력이다. 국가의 장기적 과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근시안적 사고에 머물러 있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지역소멸, 비수도권의 불균형, 그리고 젊은이들의 취업과 미래의 삶에 대하여 아예 외면하고 있다. 견제 받지 않는 절대 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다. 이제껏 국회의원들은 정당공천을 통하여 단체장 및 지방의회의원을 줄 세워 왔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지역구마다 공천후유증으로 지역정치가 파행으로 치닫는 것을 적잖게 목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중앙정치의 프레임으로 지역의 문제를 재단하여 지역정책이 왜곡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을 배제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있었지만 여전히 중앙정치의 개혁은 답보상태이다. 정치개혁 차원에서 중앙당의 독선과 오만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지역정당의 활성화를 통한 중앙당의 견제장치가 필요하다. 현행 정당법(17조, 18조)은 5개 이상의 시도에 각각 1천명 이상의 당원을 가져야 정당 설립이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거대한 양 정당만이 가능한 것으로 지역정당의 설립을 유명무실하게 하는 규정이었다. 특정 지역에만 설립할 수 있는 지역정당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규정은 지역정치의 활성화와 지역정당의 설립을 어렵게 하고 있으며, 지역정치 및 행정을 중앙정치에 예속시키고 있다. 일본은 ‘오키나와 사회대중당’, ‘오사카 유신회’, ‘감세일본’ 등 다양한 지역정당들이 있다. 특히 ‘오사카 유신회’는 지역정당으로 시작하여 중앙당을 견제하며 중앙정당화 될 정도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렇게 지역정당의 활성화는 중앙당과 건전한 경쟁관계를 형성하여 비수도권 지역을 위한 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현행 정당법을 개정하여 각 시·도에서 해당 지역의 다양한 문제를 다루고 지역정치에 반영할 수 있는 지역정당의 설립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중앙당과 지역정당이 건설적인 경쟁관계를 형성하여, 중앙당의 독점적인 정치권력을 지역정당과 나눠 가져야 한다. 새로운 지역정당의 설립은 지역주권을 회복하고, 새로운 정치 실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전라북도에도 ‘전북애향당’(가칭)이 생기고, 비수도권의 지역정당들이 연대하여 중앙당을 견제하는 새로운 정치질서가 확립되길 바란다. 지역정당이 비수도권의 불균형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고, 젊은이들이 고향을 찾아 돌아오도록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는 ‘지역정치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소순창(한국지방자치학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10.12 17:46

호남주재 중국 외교관이 던진 묵직한 한마디?

중국 공무원 사회에는 ‘괘직단련(掛職鍛煉)’이라는 제도가 있다. 젊은 간부 공무원들을 지방으로 내려 보내 서민들의 삶의 현장을 살펴보고 더 넓은 세계를 보고 오라는 제도다. 특히 이런 괘직단련은 준비된 중국 지도라들 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을 바라볼 때 흔히 그 사회는 당성과, 인맥, 학벌만으로 이뤄져 우리보다 비민주적이고 후진적으로 인사가 이뤄질 것 같은 선입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중국을 오랫동안 지켜 본 입장에서 괘직단련을 포함해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 배양은 매우 정교하고, 치밀하며, 복수의 검증과 훈련이 젊은 시절부터 치열하게 이뤄진다. 그 중 조직 내에서 전문성과 창의성, 국제적인 시야 같은 안목을 갖추지 못하면 절대로 간부로 성장하지 못한다. 시진핑(習近平)중국 국가주석도 문화대혁명의 와중에 반동분자의 아들로 몰려 15세에 중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베이징을 떠나 산시성 북부의 황량한 황토고원에 위치한 옌안 등지에서 7년간 상산샤상((上山下鄕)의 고된 과정을 견뎌야 했다. 공산당 개국 원로 시중쉰(習仲勳)의 아들로 태어나 고위 간부들의 자제들이 운집했던 베이징 81학교를 다니는 남부러울 것 없는 특권을 누렸던 그는 학교 대신 동굴을 집 삼고, 하늘을 이불 삼아 고된 노동을 하며, 말단 농촌 조직의 실상을 온 몸으로 느꼈다. 중국공산당 5세대로 불리며 시진핑과 정치의 축을 이루고 있는 리커창(李克强)총리,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 리위찬차오(李源潮)전 국가부주석 등도 동시대에 거의 비슷하게 중국 농촌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야 했다. 시진핑은 7년 만인 22살의 나이로 겨우 복권되어 칭화대학교 ‘공농병’ 청강생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가 제대로 중고교를 다니지 못하고 늦깎이 청강생으로 대학에 들어가 기초 화학 공식 하나 제대로 몰랐지만 후에 중국 최고의 자리에 올라간 이유로, ‘상산샤샹’의 경험과 수련이 정치적 자본이 되었음을 술회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얼마 전 중국 사회과학원과 연례적으로 열리는 한·중인문학포럼에 토론자로 참석차 광주를 방문한 김에 27년간 인연을 맺고 있는 중국주광주총영사관 장청강(張承剛) 총영사와 오찬을 함께 하며 전라남·북도 지방공무원들을 상대한 경험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하얼빈 출신인 그는 김일성대에서 한국어를 배운 후 91년 중국 외교부에 들어가 30년간 6번이나 남·북한 주재 경험이 있고, 92년 한·중수교 현장 배석, 98년 김대중 대통령 방중 시 정상 통역, 최근에는 6년간 평양주재 참사, 대리대사를 역임하고 2020년 7월 광주 총영사로 부임했다. 그도 역시 괘직단련의 과정을 거친 인재로, 충칭(重慶)시 관할의 융촨(永川)시 부시장을 역임하며 지방정부의 대외관계 투자 유치와 국제 업무를 담당한 경험이 있다. 한국을 거쳐 간 핵심 한반도 전문 외교관들 중에 역시 지방정부의 부시장 등을 역임한 사람은 내가 알고 있는 경우만 해도 4명이나 된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장 총영사가 호남 지역에 주재하며 활동한 2년 동안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라남·북도지사, 광주시장 접견 등 공무원 접촉 61회, 전·남북 언론사 인터뷰 및 기고 31회, 양국우호행사 49회, 대학 및 기관 강연 34회 등 홈페이지에 열거한 공식 행사만 열거해도 휴일을 빼면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지역을 누볐다. 역사를 전공한 그는 전·남북 지역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중국과의 접점 지역을 틈틈이 찾아다니며 공부하고, 전문가들의 해설을 경청한 경험을 들려줄 때는 소름마저 끼칠 정도였다. 지방 공무원들을 상대한 좋은 경험을 말 한 것은 빼고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딱 한 가지 우리가 새겨들어야할 말 한마디만 적고 싶다. “왜 한국은 모두가 사령관이 되려고 합니까? 조직 내에 사령관 말고도 참모도 필요하고 전략가도 필요하고 궂은일을 할 사람도 필요한데 모두 머리가 되려고 하고 하는지, 특히 투자유치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태도가 오히려 너무 권위적이어서 더 놀랍습니다.” 평소 벗이 잘되는 것을 즐거워한다는 뜻인 송무백열(松茂柏悅) 문구를 좋아한다는 그가 한국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고언이다. /민경중 한국외대 초빙교수·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10.05 14:00

항저우아시안게임과 파리올림픽, 이 선수들을 주목하라

원래대로 하면 항저우 A/G 선수단을 구성해 파견을 목전에 두고 지도자와 선수들은 경기력을 정점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한창 굵디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을 때이다. 임원들과 관계자들은 참가를 위한 행정 절차를 마치고 대한체육회와 국가대표선수촌은 현지에 우리 선수들이 도착해서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한 마무리를 해야 한다. 아울러 가장 중요한 숙소와 식당, 연습장과 최상의 컨디셔닝을 위한 치료와 재활에 필요한 여건을 최종 점검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 할 시기다. 그러나 코로나 사정으로 인하여 대회가 내년 9월로 연기가 되었다. 이쯤에서 항저우 하늘에 태극기를 휘날릴 수 있는 선수와 다크호스로 떠 오를 수 있는 히든카드를 찾아보기로 한다. 전문체육인은 극한의 상황에 자기 자신을 극복해야 하므로 기술, 체력, 정신력을 완벽하게 갖추어야 한다. 그런 선수들이 과연 누구일까? 필자는 주관적 생각으로 종목별로 구별해 보았다. 먼저 실력이 입증된 선수들을 들여다보자. 양궁은 효자종목이다. 우리나라가 스포츠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는 양궁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다. 김제덕 선수와 안산(리커브) 선수가 건재하다. 또한 펜싱은 오상욱 선수 등이 아직도 세계 탑 랭커에 있는 믿음직한 종목이다. 수영의 황선우 선수는 어떤가. 같은 종목의 전성기 선수들보다 나이가 어려 가능성이 크고 정신력이 좋다. 다만 큰 대회에 강해 경기력을 발휘하지만, 아직 후반 체력이 부족한 단점을 고쳐야 한다. 육상은 마라톤 외에 이렇다 할 성적이 없고 여전히 수준은 아시아 변방에 머무는 아쉬움이 있긴 하나 높이뛰기의 우상혁이라는 군계일학의 걸출한 스타가 탄생했다. 카타르 바심, 이탈리아의 탑베리와 자웅을 겨룰 우상혁은 작은 키와 좌. 우 다리 길이의 불균형이라는 단점을 잘 극복하고 있다. 지난 8월 31일 국군체육부대 전역 후 안정적 지원을 통한 사기 진작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근대5종의 전웅태 선수는 현재 세계랭킹 1위이며 5개 종목 중 펜싱 분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기력을 갖고 있어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체조의 여서정은 여자 4종목 중에 도마 종목에 특화돼 있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었으며 요즘에는 비장의 신기술을 연마하고 있다. 실력이 입증된 선수 외에 돋보이지 않는 비장의 히든카드를 살펴보자. 필자에게 히든카드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유도 이준환 선수(81kg급)다. 좌우 공격과 지구력까지 뛰어나 개인적으로 팬이 되어가는 중이다. 역도의 신록 선수는 안정적 경기 운영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통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사격의 김민정은 최근 경기에서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더 많은 경험을 쌓는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클라이밍의 서채현(여. 콤바인)과 이도현(남. 콤바인)은 꾸준히 국제대회에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배드민턴 안세영(여. 개인) 선수는 몇십 년 만에 한 명 태어날까 말까 하다는 유망주다. 아직 젊은 선수이기에 잘 지도관리만 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으나 공격력이 수비보다 부족하다는 단점을 극복해야 한다. 탁구의 장우진(남)과 신유빈(여) 역시 한국탁구의 미래이며 중국 벽을 넘기 쉽지는 않겠지만 힘들다고 못 오를 산이 없듯이 해낼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 부상 중인 신유빈 선수가 빨리 치유하기를 바란다. 내일 당장 올림픽이 열린다면 정상에 가장 가까운 다크호스는 펜싱의 송세라 선수다. 지면상 한계가 있어 더 많은 유망주를 소개하지 못해 아쉽지만, 독자들께서 관심과 성원을 보내 주시리라 생각한다. 생각만으로도 가슴 벅찬 태극기와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상상을 하며 희망찬 내일을 위해 오늘도 파이팅이다. /유인탁 진천국가대표 선수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09.21 14:26

지방화시대, 비수도권에 기회의 창이 열려야

한국지방자치학회가 2022년 하계학술대회를 유서 깊고 아름다운 도시, 전라북도 남원에서 개최하였다. 비수도권지역으로 지역소멸위기 지역인 남원에는 지리산을 중심으로 경남(하동, 산청, 함양), 전남(구례, 곡성), 전북(장수, 남원)으로 구성된 “지리산관광개발조합”이 있다. 향후 다양한 지역문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지자체간의 협력이 무엇보다도 중요시되고 있지만, 고군분투하고 있는 조합은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은 ‘기회’의 천국이다. 반면, 비수도권은 작은 기회의 불씨마저 사라지고 있다. 그런 기회가 부족한 비수도권 지역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한 것은 우리 지방자치학회만의 특별한 의미이다. 지방자치학회는 기회가 척박한 곳, 지역의 현장에서 그들의 고민을 듣고 논의하면서 미래의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절실하기에 남원에서 학회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학회장소를 섭외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전국 규모의 학회를 개최하려 하니 세미나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절망하기도 했다. 가림막을 치고, 좁은 장소를 나눠가면서 밤샘작업을 하여 학회장을 만들었다. 시설이 부족하고, 협소한 비수도권 지역의 현실을 직시하며 서글픈 마음뿐이었다. 게다가 일부 수도권의 전문가들이 정신적 다소 거리감이 있는 남원까지 오는 것을 꺼려하기도 하였다. 이 지역에 연고를 두고 있는 국회의원들도 학회 현장에서 함께 하지 못해 영상으로 참여하는 실정이었다. 학회 개최를 위한 후원은 더 할 말이 없을 정도이다. 그나마 남원시와 조합이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어 전국적인 하계학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이것이 비수도권 지역의 현실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후일담이다. 윤석열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식에서 ‘자유’라는 발언을 35번,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33차례나 강조했다고 한다. 자유롭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강변이다. 그러나 자유는 ‘수도권’에는 ‘기회’가 되고, ‘비수도권’에는 ‘기회의 박탈’이 될 수 있다. ‘지방분권’은 모든 지방자치단체를 믿고 맡기는 ‘자유’(자율)라는 기본적인 개념에서 비롯되었다. 자유라는 미명하에 지방분권만을 강조하다 보면, 기회가 척박한 비수도권 및 중소도시, 농촌지역은 경쟁에서 밀려나 소멸되어 사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 지역을 위한 세심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것이다. 존 스튜어트 밀(J.S.Mill)은 그의 저서 ‘자유론’에서 “개인(지방자치단체)을 믿고 그 바탕 위에서 자유로운 ‘창발성’이 경쟁하게 하여야, 그 과정 안에서 가장 풍요로운 ‘다원성’이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의 풍요로움은 빈부격차,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를 심화시켰다. 이러한 영국을 바라보며 밀(J.S.Mill)은 개인의 자유는 항상 “사회성”과 조화를 이루려는 의지가 존재한다며 공동체의 자유를 강조하였다. 우리도 이제는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집중’과 ‘불균형’에서 전국 모든 지역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기회의 '공정', ‘분산’ 그리고 ‘균형’이 함께 고려되는 정책적 고민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대전환기에 지방자치의 새로운 방향은 지방자치단체 간의 ‘협력’,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도시와 중소도시 및 농촌간의 ‘균형’, 모든 지역을 믿고 맡기는 ‘분권’의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지역소멸위기에 처한 비수도권의 남원뿐만 아니라 전북도 이웃 지자체와 협력하며 지역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소순창 한국지방자치학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09.14 14:16

당신은 누군가에게 봄날의 햇살 같은 존재입니까

1959년 어느 날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집안의 두 신입생이 만났습니다. 샌디와 아트는 우정을 키우며 어떤 어려움도 함께 극복해 나갈 것을 맹세했습니다. 그런데 샌디는 3학년 진학을 앞두고 야구 시합 도중 갑자기 눈앞이 흐릿해졌습니다. 진단 결과는 녹내장이었습니다. 변호사를 꿈꾸던 희망은 사라지고 불과 스무 살에 평생을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을 맞았습니다. 샌디는 모든 걸 포기하고 고향인 버펄로로 돌아가 실의의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의 집안 내력만 보면 불운의 연속이었습니다. 아버지는 홀로코스트를 피해 미국에서 재단사가 됐으나 그의 나이 5살 때 사망했습니다. 엄마의 재혼으로 얻은 새 아버지는 불만을 품은 직원에게 눈을 맞아 한쪽 눈을 다쳤습니다, 할머니도 8살 때 아기를 돌보다 요람의 스프링이 부러져 한쪽 눈을 잃었습니다. 흔치 않게 한 집안에 세 명이나 눈을 다치는 일은 샌디에게는 절망을 넘어 삶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아트가 찾아왔습니다. “학교로 꼭 돌아올 거지?” 샌디는 말했습니다. “어떤 방법도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하라고.” 그러자 아트는 “우리가 서로 맹세했던 것처럼 이 위기를 함께 이겨나가면 되는 거야”라며 설득을 하고 함께 캠퍼스로 돌아옵니다. "그는 저를 돕기 위해 자신의 모든 습관을 바꿨다"라고 훗날 술회한 것처럼 샌디는 강의실에 가기, 넘어졌을 때 밴드 감아주기, 책 읽어주기, 대학원 지원서 써주기 등 헌신적으로 도와준 아트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아트는 공감을 보이기 위해 자신을 ‘어둠(Darkness)’이라고 스스로 불렀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둘이 함께 뉴욕 그랜드 중앙역에 가게 되었는데 아트가 갑자기 할 일이 생겼다며 샌디를 혼자 넓은 역 한복판에 두고 떠납니다. 그는 학교로 돌아오기 위해 행인과 부딪치고 커피를 엎지르고, 지하철에서 넘어지고 이마까지 찢어집니다. 겨우 학교에 돌아와 교정에 첫발을 디디는데 낯익은 아트의 음성이 들립니다. 사실 아트는 한순간도 샌디의 곁을 떠나지 않고 계속 옆에서 지켜봐 왔던 것입니다. 이 일이 있은 뒤부터 샌디는 시각장애인이지만 독립적인 인물로 성장, 하버드 대학원 박사학위 취득과 함께 전국적인 훌륭한 변호사가 되고, 사업으로도 성공하여 존스홉킨스대 월머아이 인스티튜트 이사장, 대통령 보좌관 등을 역임했고, 매년 전 세계 실명 치료 연구자나 의료팀에게 3백만 달러를 주는 상까지 만들었습니다. 샌디가 대학원에 다니던 어느 날 아트가 샌디에게 전화를 하여 "학교를 그만두고 건축사 대신에 가수가 되기 위해 친구인 폴과 앨범 녹음을 하기로 했는데 필요한 경비가 400불이나 되어서 걱정이야"라고 합니다. 60년 전이니 400달러는 꽤 큰 돈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망설임 없이 신혼살림을 위해 준비했던 통장 속 404달러를 탈탈 털어 아트에게 전해 줍니다. 친구의 도움으로 결국 아트는 꿈꾸던 앨범을 발표했고, 바로 그 곡이 20세기 최고의 팝 음악 중 한 곡으로 꼽히는 사이먼 앤 가펑클의 ‘Sound of Silence(적막의 소리)’입니다. 이 곡의 도입부인 ‘Hello Darkness My Old Friend(안녕, 내 오랜 친구 어둠이여)’는 아트와 샌디의 우정에서 영감을 받아 폴 사이먼이 쓴 가사라고 합니다. 얼마 전 자폐 스펙트럼과 천재적 두뇌를 가진 ‘서번트 증후군(석학증후군)’ 신입 변호사의 맹활약을 그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가 매회 가슴에 와닿는 메시지와 감동을 선사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저는 우영우 변호사(박은빈 분)도 관심이었지만 학창 시절부터 로펌까지 늘 우영우 곁에서 소리 없이 조력해준 최수연(하윤경 분)에게 “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림이야,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라고 진심으로 던지는 대사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샌디 그린버그와 아트 가펑클의 오랜 우정 이야기는 드라마를 뛰어넘어 현실에서 이뤄진 일이어서 더 감동적입니다. 혹시 여러분은 지금 주변에 ’봄날의 햇살‘ 같은 존재가 되고 있습니까? /민경중 한국외대 초빙교수·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09.07 13:46

‘전북은 이미 사멸(死滅) 중’

대한민국 인구가 2020년 5183만6239명으로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인구 격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높다. 지난해 총인구는 처음으로 9만1363명이 줄었다. 앞으로는 감소 속도가 빨라져 2041년엔 4000만 명대로, 2066년엔 3000만 명대, 2080년대가 되면 2000만 명대 국가로 쪼그라들 것이라는 우려다. 21세기 말엔 1000만 명대를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다. 총인구 감소는 일찌감치 예견됐다. 평균수명이 늘면서 인구 감소가 늦어졌을 뿐 출생아는 1971년 102만4773명을 정점으로 줄곧 하락했다. 1975년 80만 명대로 떨어진 출생아는 2002년 50만 명 아래로 내려오더니 지난해엔 26만562명을 기록했다. 50년 만에 출생아 74.6% 감소는 세계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제 막 시작된 총인구 감소와 달리 전북의 인구는 줄기 시작한 지 반세기가 넘었다. 1966년 252만1207명을 최고점으로 전북 인구는 매년 감소해 올해 7월 말 177만6949명으로 오그라들었다. 농촌지역은 더욱 심각하다. 1966년 17만5044명에 달했던 부안군 인구는 올해 7월 말 5만451명으로 56년 만에 71.2% 감소했다. 농사만 짓는 상서면 인구는 1965년 1만2454명에서 현재 2144명으로 82.8% 감소했다. 21세기 말 우리나라 인구가 지금의 5분의 1로 줄 것이라는 예상이 전북의 농촌에서는 이미 현실이다. 인구 감소의 공포는 학교에서 두드러진다. 1972년 49만1141명이었던 전북의 초등학생은 지난해 9만2914명으로 81.1% 줄었다. 250만 전북 인구가 30% 가까이 주는 데 50년 넘게 걸렸지만 앞으로는 더욱 가속화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농어촌학교는 대부분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필자가 졸업한 상서초등학교는 1970년대 학생 수가 1000명 안팎이었지만, 올해는 단 14명이다. 그것도 상서면 출신은 3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1명은 ‘어울림 학교’인 부안읍내 학교에서 꿔온 학생이다. 미래는 더욱 암담하다. 상서면 출생아는 최근 연간 2, 3명 수준이다. 상서면 내 2개 초등학교를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사들의 인건비를 빼고도 14명의 어린이를 위한 교육 예산이 연간 4억 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시골 지역의 인구 감소는 전국적 현상이다. 하지만 문제는 전북의 감소세가 가장 심각하다는 데 있다. 출생아 감소는 전국적 현상이지만 도내 인구의 극심한 타 지역 유출은 또 다른 문제다. 전라북도는 인구대책에 매년 1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입해왔다. 하지만 효과는 없다시피 했다. 신혼부부에게 출산장려금을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타 지역에 뒤지지 않는 사회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일자리, 정주 여건 및 교육환경, 지역 소득(GRDP) 등 다방면에서 타 지역에 뒤지지 않아야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있다. 고향에서 살아도 내 삶이 뒤처지지 않고 자식들을 경쟁력 갖춘 인재로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이 들도록 해줘야 한다. 전북을 ‘살만한 곳 수준이 아니라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모든 인프라가 전국 꼴찌 수준인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21세기 중엽엔 전북 자체가 사멸할 수도 있다. ‘없는 것이 없는, 모든 물산의 집산지’라는 자랑스러운 뜻을 가진 전주(全州)를 중심도시로 둔 전라북도가 5000년 역사에서 이처럼 ‘거시기’했던 적은 없다. /하종대 전 채널A앵커

  • 오피니언
  • 기고
  • 2022.08.31 18:06

유인탁 선수가 이겼습니다! 5:4로 이겼습니다!

당시 KBS TV 홍승택 아나운서의 중계멘트가 아직도 귀에 익어서인지 쟁쟁하다. 84년 LA 올림픽 레슬링 68kg급 결승 중계 멘트중에 유인탁 선수가 이겼습니다. 우리 조국에 금메달을 안겨주었습니다. 38년 만에 결승경기장 그곳을 향해 갔다. 가슴 설레게 하는 그곳이 바로 미국 LA의 에너하임 컨벤션센터 레슬링 경기장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항상 그 경기장의 함성소리가 그리웠고 경기장 밖의 모습도 보고 싶었다. 몸 풀던 연습장이 어디에 있었는지? 자주 가던 화장실은 어디에 있었는지? 필자를 응원하던 우리 교민들이 앉았던 관중석이 어느 쪽인지? 우승이 확정된 순간 승리를 만끽하며 포효하던 그곳에 다시 서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드디어 38년 만에 거기에 가게 되니 너무도 설렌다. 결승경기장 옆에 키가 큰 야자나무로 둘러싸인 디즈니랜드를 지나치는 순간 에너하임 경기장이라 한다. 경기장이 디즈니랜드와 붙어 있었다니. 그것도 모르고 있었다. 체육관을 마주 보는 순간 차 안에서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아! 여그가 거그구나! 일행들이 다 같이 큰소리로 웃는다. 나도 따라 웃었다. 그런데 체육관 전경이 너무도 생소하고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일행들이 축하해주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줘도 기억이 없다. 이유는 이렇다. 경기당일 기억이 나지 않는 숙소에서 차를 타고 경기장 앞에 내리면 바로 경기장에 들어가 몸 푸는 장소로 가서 상대 선수 장단점 분석하고 몸 풀고 상대 선수와 경기하고 끝나면 차 타고 숙소로 돌아와서 내일 경기를 위해서 휴식하는 게 패턴이었기 때문에 체육관 외관을 볼 기회가 없었다. 신기한 외관을 들러 보고 경기장 내로 들어가려는데 들어갈 수가 없다. 입구를 모두 막아 놓고 다음 행사를 위한 무대를 만드는지 몰라도 여기저기 다 굳게 닫혀 있어 참으로 난감했다. 열려있는 게이트를 찾아봤다. 얼마나 기다려 왔던 소중한 기회인가? 필자는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 마지막으로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 관리소를 동행한 일행들과 방문해서 “나는 84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며,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 대한민국에서 왔다”고 하니깐 “Yes, Sir! Ok” 즉시 안내한다. 미국은 승자를 예우하고 패자에게 따뜻한 위로를 해주는 체육현장 문화가 참으로 부럽기도 했다. 경기장 안에 들어서는 순간 가슴이 터질 것처럼 벅차오른다. 3,000여 명의 관중이 일방적으로 미국 선수 응원의 함성소리가 내 폐부를 찌르는 듯하다. 텅 빈 관중석의 의자색깔이 파란색이었던걸 그제야 알았다. 그때는 모두 관중들이 앉아있었기에 무슨 색인지 알 수 없었다. 사합전 긴장돼서 화장실을 자주 들렸었는데 그때 모습도 참 정겹다. 레슬링 시합메트는 치워졌지만, 우승 직후 빠떼루 아저씨가 날 무등 태우고 환호하던 그곳을 걸어보면서 관중석을 바라볼 때 미국관중의 함성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경기장 높은 곳에 매달려 있는 대형 전광판 옆에 미국 성조기와 무빙스타 깃발이 걸려있는 모습이 또 한 번 내 가슴을 요동치게 한다. 잊고 지냈던 그 시간으로의 여행이 너무도 짜릿했다. 전북에 레슬링을 58년도에 처음 도입하셨던 안광열 사범님께서 항상 하시던 말씀 중에 “부산에는 양정모 선수가 금메달을 따서 부러웠는데 이제 네가 이루어줘서 고맙다.” 이젠 제가 후배 레슬러들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 차례이다. “후배들이여 이젠 여러분들이 금맥을 이어가서 고맙다는 나의 인사 받고 싶지 않은가? 분발해주길 바란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2.08.24 18:07

새만금 국책사업 기댄 허울뿐인 특별자치도가 되려는가

새만금 사업이 1991년 11월 28일 방조제 착공식으로 시작되었다. 서해안 시대의 꿈을 품고 시작한지 30년이 지났지만 그 성과는 미미하다. 도민의 체감도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기대는 희미해져 가고 있다. 과연 새만금 사업은 성공할 수 있을까? 앞으로도 희망이 잿빛 하늘이다. 새만금 국제공항, 국제투자진흥지구, 대규모 복합테마파크, 국제학교. 국민에게는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솔직히 새만금 사업은 전북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다. 국가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북이 ‘나 몰라’라 하라는 것은 아니다. ‘도민’을 넘어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책사업은 제로 썸(zero-sum) 게임이 될 수도 있다. 지역 간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로 나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김동연지사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의 설치를 도민들에게 공약했다. 김지사의 일성은 경기북부지역이 차별당했다는 논리를 특별자치도의 설치근거로 삼지 말라고 간청한 바 있다. 현명한 판단이다. 차별받은 곳이 경기 북부지역뿐만이 아니다. 비수도권의 차별은 차원이 다르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경기북부 지역의 이슈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성장동력의 이슈로 전개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지난 대선에서 '5극 3특' 체제의 공약을 제시하면서, 강원, 제주, 그리고 전북이 3특 체제로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 문제에 대응하여 초광역 메가시티의 대안을 채택했다. 김관영지사는 제주, 강원에 이어 새만금 중심의 전북특별자치도를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했다. 연말까지 특별자치도 특별법 제정을 서두르겠다는 의지도 도내 국회의원과의 만남에서 내비친 것으로 안다. 그러나 지방분권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낭패일 수 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지방선거 시기에 맞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졸속으로 만들어졌다. 강원특별자치도법의 조문은 23개로 제주특별자치도법 조문 481개에 비해 보잘것없다. 알맹이는 없고 선언문에 가까운 ‘깡통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강원특별자치도의 재탕이 되지 않아야 한다. 전혀 숙성되지 않은 정책을 졸속으로 추진하다가 국민의 저항으로 경질된 박순애교육부총리의 ‘학제개편안’이 될까 걱정이 앞선다. 우선 깡통 법안이 되지 않기 위해서 무엇으로 내용(정책)을 채울 것인가? 중앙부처, 국회, 학회, 그리고 도민들과의 충분한 공론화를 통한 합의가 필요하다. 학계 전문가들은 제주특별자치도 및 세종특별자치시 이외의 4대 특례시 및 특별자치시·도에 대한 부정적 입장이 적지 않다. 특별하지 않은 획일적 지자체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북특별자치도의 특별한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새만금 지역 중심의 특별자치도에 집중하다가 전북의 동부권 지역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전북특별자치도는 전 도민의 합의 없이 순항하기 어렵다. 급하게 추진하다가 연목구어로 끝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먼저 전라북도의 장기적인 균형발전정책을 설계하여 도민들의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한다. 특정 지역을 소외시키는 것은 정책의 순응성을 담보할 수 없어 대사를 그르칠 수 있다. 중앙정치인들이 결단하면 되는 양, 시도지사가 밀어붙이는 방식은 집권적 세상에 길들어진 권위주의 정부의 방식이다. 다양성의 지방분권 가치를 소중히 여겨 부디 전북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소순창 한국지방자치학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08.17 09:08

미원 탑과 전북은행 옛 본점이 떠올린 추억

얼마 전 서울에 사는 동창들이 만나서 서로 어린 시절 가장 기억나는 전주의 상징물을 하나씩 떠올려 보기로 했다. 첫 번째는 미원탑을 꼽았다. 초등학교 때 영문도 모르고 박수부대로 단체로 동원되어 카퍼레이드를 맞을 때 지프차들이 개선문처럼 아치형 탑 밑으로 지나던 풍경이 떠오른다. 두 번째는 풍남문이다. 상권의 중심이자 전라도 통할(統轄)의 위세를 보여주는 호남의 자존심이었다. 필자가 선택한 기억은 경원동에 있었던 옛 전북은행 본점이었다. 팔달로에 있었던 5층짜리 현대식 은행 건물은 어린아이 눈에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처럼 보였다. 서울을 다녀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최근 발표된 2022년도 상반기 지방은행 금융실적에서 JB금융지주(회장 김기홍)가 순이익 3,2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성장한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하는 것은 지방은행 중 최고 수준이라는 기사를 접했다. 은행의 효율성 지표인 ROA(총자산이익률), ROE(자기자본이익률) 모두 BNK, DGB 등 지방금융지주 3사 중에서 유일하게 JB금융만이 올 상반기 ROA·ROE 동반 상승세(전년동기 대비)를 달성했다고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미 작년에 당기순이익(지배지분)이 5,066억 원으로, 지주사 설립 이후 최대 규모의 실적을 경신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의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금융환경 속에서 이례적인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시기 섞인 부러움을 보낸다고 한다. JB금융그룹의 행보는 2019년 김기홍 체제 출범 이후 전북은행, 광주은행에 머물지 않고 JB우리캐피탈, JB자산운용, JB인베스트먼트를 자회사로, 프놈펜상업은행(PPCBank), JB캐피탈 미얀마, JB증권 베트남, JB프놈펜자산운용 등 손자회사로, 해외로까지 거침없이 향하고 있다. 전북은행은 지방은행 중 처음으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인 고팍스와 맞손을 잡고 실명인증 입출금계좌 발급 계약을 맺기도 하는 등 가상 자산시장에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21년 국내 산업별 매출을 보면 제조업(27%)과 도·소매업(22%)에 이어 금융·보험업은 16%를 차지할 정도로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서울시는 금융·보험업이 34%로 1위 매출을 차지, 금융 중심 도시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반면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수년째 바라는 전북은 16.1조 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9위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JB금융그룹이 버텨주는 덕분에 이 정도다. 지금 금융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애플, 아마존, 구글, 메타와 같은 거대 IT 기업들까지 혁신적인 서비스를 통해 빠른 속도로 고객을 끌어모으며 핀테크 경쟁에 가세하고 있고, 국내도 카카오뱅크와 네이버, 토스뱅크가 금융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1969년 창립 당시 납입자본금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전북도민 1인 1주 갖기 운동’까지 벌이면서 다른 지역보다 2년 늦게 출범한 전북은행이 이제는 지역과 국내를 넘어 ‘향유고래’처럼 글로벌을 향해 나가고 있다. 고향 사랑 운동을 멀리서 찾기에 앞서 나부터라도 조만간 고향 은행 계좌를 하나쯤 개설해볼 생각이다. /민경중 전 방송통신심의원회 사무총장·한국외대 초빙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2.08.10 14:23

“새만금 더 이상 ‘희망고문’ 말기를”

대한민국의 미래 옥토(沃土) 새만금 간척지.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웬만한 시·군 크기(409㎢)다. 새만금은 비행기로 2시간 내에 인구 100만 도시가 60여 개에 이르는 등 동아시아 경제의 심장부에 위치해 있다. 간척비가 저렴하고 활용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정치인, 학자 모두 “새만금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말뿐이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새만금 사업 조기 완공”을 강조하지만 그 때뿐이다. 정치인들은 ‘한철 장사’라도 하지만 180만 전북도민에겐 ‘기대와 낙심’을 오가는 도돌이표 ‘희망 고문’일 뿐이다. 일부 정치인은 선거철엔 ‘희망 고문’, 선거 끝나면 예산 타령을 하며 ‘애물단지’로 여긴다. 정부가 새만금 간척사업을 구상한 것은 반세기 전인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농림수산부는 식량 자급을 위해 만경강, 동진강 하구를 개발해 새로운 농지를 조성하기로 하고, 총 466㎢에 이르는 ‘옥서지구 농업종합개발계획’을 수립했다. 새만금 사업은 1975년 정부가 서남해안 간척 예정지 59곳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포함됐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계획만 세웠을 뿐 구체적인 사업 추진은 전혀 없었다. 새만금 사업이 온 국민의 화두가 된 건 1987년 대선 때. 노태우 후보는 부진한 호남지역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새만금 사업을 최우선 사업으로 선정하여 임기 내 이룩하겠다”고 공약했다. 불과 대선 투표일을 6일 앞둔 12월 10일이었다. ‘20·07·29’라는 대통령 공약 코드넘버까지 부여된 새만금 사업은 2년 뒤인 1989년 11월 첫 기본계획이 잡혔다. 다시 2년이 지난 1991년 11월 28일 착공됐다. 하지만 공사는 지지부진했다. 기본계획은(MP·마스터플랜)은 구상까지 포함해 6번이나 바뀌었다. 심지어 소송에 휘말려 2번이나 공사가 중단됐다. 그럼에도 2009년 설치된 새만금위원회는 지난해 말까지 14년간 26번 회의에 그쳤다. 그것도 대면회의는 16회로 연간 1회에 불과했다. 33년간 개발 계획은 우왕좌왕 헤맸고, 공사는 시늉만 냈다. 그러나 보니 기초적인 매립공사마저도 공사 시작 30년이 넘은 올해 3월 현재 22.4% 진척에 불과하다. 1990년 뒤늦게 시작한 중국 상하이(上海) 푸둥(浦東) 금융지구 개발지에 들어간 투자액은 2019년까지 524조7284억 원. 1989년부터 최근까지 민자(民資)를 포함해 새만금 사업에 들어간 총 투자액은 10조1809억 원, 푸둥의 1.94%에 불과하다. 2020년 말 현재 푸둥엔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346개가 진출했다. 다국적 기업만 170개국 3만6200여 개가 입주했다. 외국기업이 10개도 채 안 되는 새만금 지역과 천양지차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새만금에 있습니다.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지체가 돼서 속도감 있게 쭉쭉 밀고 나갈 수 있게 해야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22일 새만금 33센터를 방문해 이같이 강조했다. 군산-김제-부안을 메가시티로 통합하고 새만금을 국제투자진흥지구로 조기 지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새만금특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바꾸고 새만금 특별회계를 조성해야 한다. 2050년 마무리한다는 공사도 늦어도 2035년에는 끝내야 한다. 공약 이후 35년간 말잔치로 지역민에게 희망고문만 해온 역대 정부와 중앙 정치인들,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하종대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22.08.03 14:11

우상혁의 진정한 도전은 이제부터다

절대로 불가능할 것 같았던 선수가 세계무대를 호령한다면 우리는 그 선수에게 열광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게 바로 우상혁이다! 2018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조차 금메달 1개로 아시아 변방으로 밀려나 있는게 육상 현실이다. 여기에 가뭄에 단비처럼 우상혁 선수가 고군분투하며 육상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환한 미소와 에너지 넘치는 몸동작, 긍정의 아이콘, 한국육상의 자존심, 우상혁 선수의 격려와 응원차 필자는 미국 오리건주로 향했다. 필자가 보는 우상혁은 컨디션이 나빠 보였으며 여느때의 루틴이 아니었다. 자신감과 활력이 부족한듯 보였다. 반면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카타르의 바심은 실내 육상선수권대회에서의 부진은 사라지고 펄펄 날랐다. 도쿄올림픽 우승자였던 이탈리아의 탐베리는 굉장히 몸이 무거워 보였고 예선부터 3차 시기에 겨우 통과하는 부진을 보였다. 미국 관중들은 우상혁 선수가 뛰기 전부터 이름을 외쳐줬다. “Woo Woo Woo ” 예선을 거쳐 결선에 우상혁과 프로첸코(독일), 바르심(카타르), 탐베리(이탈리아) 홈그라운드 이점을 살린 멕퀸(미국), 시노(일본) 등이 올랐다 우상혁은 2M33㎝, 2차시기까지 뛰어넘지 못하고 3차 마지막 시기에 넘으면 메달 가능성과 넘지 못하면 메달권 밖이 되고 만다. 숨이 막히는 긴장되는 순간에 2M33㎝를 기적적으로 뛰어넘었다. 한국 교포들과 육상관계자와 관중들이 한목소리로 “Woo Woo Woo ”를 외쳐주고 우상혁은 포효로 기쁨을 만끽했다. 결국 2M35㎝를 뛰어넘어 2M37㎝을 뛴 바심선수에 이어 준우승을 하였다. 세계육상계에서도 이미 우상혁은 스타가 되어있었다. 경기 다음 날 필자가 머무는 숙소에 아침 일찍 감독과 함께 찾아와 아침 식사를 같이했다. 좋아하는 라면과 도너츠로 아침상을 차려주고 선배로서 몇 가지 궁금한 것을 질문했다. 1. 선수로서의 좌우명은? 꿈은 계속 꾸면 이루어진다. 2. 이번 대회 컨디션은? 준비한 것만큼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내몸 상태를 빨리 인정하고 몰입과 집중을 하니 자기 기록을 뛸 수 있었다. 이런 부분이 여러번 경험이 있었다면 경기 운영이 더욱 수월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 3. 2M33㎝에서 2차 시기까지 실패 후 마음가짐은? 항상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마음속으로 되새기며 이럴수록 침착하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4. 자신의 단점은? 타 선수에 비해 절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하다. 파리 올림픽까지 2년 동안 많은 경기를 통해 경험을 쌓는다면 충분히 금메달을 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5. 바르심(카타르) 경기를 보고 느낀점은? 역시 경험 많은 선수는 큰 대회에 강하다는 걸 느꼈으며 저도 경험이 쌓여가고 있어 자신감도 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 체육이 무너지고 선수 자원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 상황 속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우상혁 선수는 우리 체육의 보배이다. 대한체육회와 국가대표선수촌, 육상경기연맹이 삼위일체가 되어 힘을 모아야 되겠다. 논과 밭에 나는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 우상혁 선수에게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려주시기를 온 국민에게 바람을 가져본다. 우상혁의 도전은 이루어진다! /유인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07.27 14:05

연대와 협력을 통한 전북의 성장동력 발굴

지역균형발전은 역대 정부가 국민과 약속한 국정과제의 단골 반찬이다. 참여정부는 균형발전의 가치와 철학에 근거하여 과감한 정책을 추진하였다. 공공기관이전 등 균형발전의 초석은 다졌으나 아직도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다. 문재인정부는 자치분권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균형발전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특히 인구는 수도권으로 집중하였고, 부동산 가격은 급등하여 정권 재창출의 걸림돌이 되었다. 한편 위기에 처한 비수도권 광역지역들은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남, 대전·세종·충청 등으로 연대·협력하여 절체절명의 마지막 몸부림을 하고 있다. 전북은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논의과정에서 지금껏 외면당해 왔다. 다행히 지난 대선과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전북을 고려한 지역균형발전의 공약으로 ‘초광역단위 5극3특 체제’와 ‘새만금 메가시티 조성’이 논의되었다. 이제는 고립무원의 전북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벼랑 끝에서 그 누구와도 연대와 협력을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새만금은 전북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중앙정부가 도와주지 않아서 어렵다는 피해 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북이 주도적으로 관련 지자체들을 독려하여 바로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리지 말고 장기적으로 전북의 성장동력을 확대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돌아오고, 사람들이 떠나지 않으며, 지역경제 및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새만금특별자치시’의 설치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북의 유력 정치인 정운천국회의원은 새만금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도지사와 정당은 다르지만, 고향을 위해 돕겠다는 의지가 남다르다. 전북도민의 삶이 윤택해지고 전북의 성장 파이를 무한히 키울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 주길 바란다. 지리산은 전북의 둘도 없는 관광자원이다. ‘지리산권관광개발조합’은 남원을 중심으로 하는 영호남 7개 시군이 조합원으로 함께 하고 있다. 필자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취임하고 첫 번째 방문했던 곳이기도 하다. 전북 및 남원 입장에서는 지리산권을 중심으로 관광산업을 활성화하여 지역의 성장동력을 확장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축소 지향적인’ 전북의 이미지를 탈피하여 주도적으로 전남, 경남과 함께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어느 지역보다 남원시가 주도하여 중앙부처의 도움으로 ‘지리산권특별지방자치단체’를 마련하는 노력도 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광역개발계획에 3조원 규모의 예산을 투자한다고 한다. 지리산을 좀 더 크게 확장하여 초광역메가시티를 구축하는 방안도 전북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남 진주와 전남 순천은 연계협력을 위한 사업을 구상 중이다. 전북만 소외되어 있다. 이제라도 전북이 함께하여 전북 동부권 6개 시군, 경남 서부권 8개 시군, 전남 동부권 7개 시군이 연대·협력하여 ‘지리산권초광역메가시티’를 구축하는 방안도 모색하길 바란다. 전국적인 규모의 한국지방자치학회가 8월 말 남원에서 개최된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의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에서 희망적 대안을 찾고자 하는 학술대회이다. 모처럼 전국 학회가 남원시에서 열리는 만큼 학회 전문가들의 혜안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동부지역 지리산권과 서부지역 새만금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여 쇠락하고 있는 전북이 진취적인 기상으로 다시 한번 도약해야 한다. /소순창 한국지방자치학회장 △소순창 학회장은 남원 출신으로 건국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2.07.20 14:05

내 고향이 늙어간다

내 고향이 늙어간다. 유엔 기준으로 고령의 기준은 65세다. 고령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인 사회는 '고령화사회', 14% 이상인 사회는 '고령사회', 20% 이상인 사회는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전북은 6월 말 현재 고령인구 비율이 22.7%에 이른다. 초고령사회로 이미 접어들었다. 전남 24.7%, 경북 23.3%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다. 고령인구 비율이 높을 것 같은 강원도도 22.2%로 전북보다 한 단계 낮다. 전국 17개 시·도 중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지역은 부산광역시 (20.9%), 충남 (20.2%)를 포함, 모두 6개 지역이다. 옆 동네 광주광역시는 15.1%로 전국에서 가장 고령화율이 늦게 진행되고 있다. 비결이 궁금하다. 전국 평균 고령인구 비율은 17.5%다. 현재 추세로 2025년이면 대한민국 전체가 초고령사회로 접어든다. 2018년 고령사회로 진입한 후 7년 만에 최단기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OECD 국가 중 최초의 사례가 된다. 합계 출산율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전북은 0.909명(2020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10번째다. 신생아는 적게 태어나고 노인 인구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점점 떨어지고 재정부담은 늘어난다. 지방 정부 힘만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타향살이하며 가장 큰 걱정은 아무래도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 안부다. 6.25 참전용사로 구순이 되신 부친은 초기 치매를 앓고 계셔서 이른바 ‘노치원’에 다니시고 연로하신 모친은 힘에 부치신다. 데이케어 센터분들과 아파트 이웃분들 덕분에 서울 사는 불효자들은 죄스러운 마음을 조금은 덜고 고향에 빚을 지며 살아간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는 ‘연령차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탐구’라는 기사에서 30년 이상의 연구를 통해 나이 차별이 사람의 수명을 몇 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전했다. ‘연령차별’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 초대 소장을 지낸 로버트 닐 버틀러(Robert Neil Butler, 1927년~ 2010년) 박사다. 조부모와 함께 뉴저지에서 자란 버틀러는 의과대학 내에서조차 의료진들이 노인과 그들의 질병에 대해 경멸하고 노인에 대한 차별적 관행이 존재함에 충격을 받아 1969년 ‘성차별(sexism)’과 ‘인종차별(racism)’을 본떠 ‘연령차별(Ageism)’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노쇠가 노화와 함께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결과라는 사실을 밝혀낸 그는 평생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제도적 관행을 바꾸고 미국 정부의 노인정책 수립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때로는 사회를 바꾸는데 다수가 아닌 신념을 가진 단 한 명의 노력이 더 빛을 발할 때도 있다. 민선 8기 제36대 전라북도 김관영 지사는 취임사에서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전북을 위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늙어가는 전북과 달리 김 지사는 전국 17명의 시·도 지사 중 가장 나이가 젊은 50대 초반의 리더다. 변혁적 리더십으로 중앙정치에서 제 목소리를 냈던 그가 ‘젊은 전북’으로 만들어 주길 멀리서나마 응원하며 기대해 본다. /민경중 전 방송통신심의위 사무총장 △민경중 전 방송통신심의위 사무총장은 한국방송학회 부회장 등을 지냈으며, 법무법인 제이피 고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2.07.13 13:45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