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2-22 18:24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타향에서

인구절벽의 시대 필살기! 지방발 새로운 인구개념 도입

1983년 2.06, 2000년 1.48, 2017년 1.24, 2020년 0.84, 2021년 0.81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 변화 추이이다. 38개 OECD 회원국 가운데 2018년부터 부동의 꼴찌이다. 2021년 12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총인구가 5천 175만명으로 2020년 5천 184만명보다 9만명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총인구(국내 거주 외국인 포함) 규모가 처음으로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2020년부터 나타난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은 '데드 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의 국내 유입까지 급감한 여파다. 통계청이 2019년 3월에 인구 정점을 2028년(5천 194만명)으로 전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3년도 안 되는 기간에 인구절벽이 8년이나 앞당겨졌다.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초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면서 인구의 자연감소가 시작되고, 도시로의 이주가 증가함에 따라 지역은 지방소멸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한편, 교통․통신의 발달로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생활지역 간의 불일치 현상이 증가하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재택․원격 근무 등의 확대와 4도(都) 3촌(村)(나흘은 도시에서 사흘은 전원에서), 한달살기 등 새로운 삶의 방식이 등장하여 삶의 공간을 변화시키는 사회로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인구이동 및 균형발전을 위해 인구 이동성을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의 인구관리 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일본은 2016년 지역과 관계를 맺고 지속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관계인구' 개념을 도입하고, 2018년부터 '관계인구 창출사업'을 시작했다. 독일은 2003년 연방등록법 개정을 통해 생활인구 개념을 전제로 한 '복수주소제'를 도입․운영 중에 있다. 부주거지에는 제2거주지세를 부과하되, 개인이나 자영업자의 경우 부주거지에서 소요되는 비용(임대료, 교통비 등)을 소득세에서 일부 공제하는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소규모 또는 대학도시 등의 특성을 가진 도시에서 세수 확보 및 주거주지 이전의 유도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자체 차원에서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생활인구 등 새로운 인구개념 도입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경북도는 2021년 11월 '경북형 듀얼 라이프(두 지역 살기 프로젝트)' 기본계획을 발표, 복수주소제 도입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전북도는 지난 1월 '함께 인구' 개념을 도입한 인구정책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오는 7월부터 출향 도민, 지역 연고자 등에게 도민증을 발급하는 '전북사랑도민제도'를 추진할 계획이다. 전남도는 '전남 청년인구 유입정착 지원 조례'를 제정하여 관계인구를 활용한 인구유입 제도 기반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의 새로운 인구개념 도입 시도가 지방소멸 문제 해소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보다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그 움직임 속에는 지역이 살아남기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 있다. 인구절벽의 시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상황에서 곧 출범할 새 정부에서는 지역에서부터 시작된 새로운 인구개념 도입 운동이 지방소멸의 새로운 해법이 되어 지역이 활력을 되찾고 우리가 함께 사는 공동체가 더욱 건강해 지는 촉매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병관 행정안전부 국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03.23 14:02

대륙사슴을 기억하며

몇 년 전에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자연사 박물관 (The Natural History Museum)을 둘러본 적이 있다. 자연에서 수집한 많은 자료들이 오래 된 유럽식 건물에 잘 전시되어 있었다. 동물에 관한 학자이기에 여러 전시관 중에서 동물에 관한 부분을 좀 더 유심히 살펴보았다. 지구상의 많은 동물들이 멸종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으니, 관심을 가지고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전시가 잘 되어 있었다. 멸종 위기에 있는 한 동물에 대한 설명이 눈에 들어와서 자세히 읽어봤다. 그 동물의 이름은 코뿔소였다. 과거에 코뿔소가 정말 많았는데, 아시아 국가 (특히 중국)에서 코뿔소의 뼈를 수집하기 위하여 무차별적 포획하여 그 숫자가 줄어 이제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내용이다. 안타깝고, 아시아 국가의 사람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사실 산업화 및 도시화로 인하여, 지구상의 많은 종들이 멸종되거나 멸종위기에 처하고 있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우리 나라에 살던 호랑이는 이제 볼 수 없으며, 회식늑대 및 여우도 사라졌다. 멸종에 처한 동물들을 이제는 환경부에서 관리를 하면서, 더 이상의 멸종이 되지 않도록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이미 멸종한 동물을 복원하려고 많은 예산을 확보하여 관련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성공적인 예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반달가슴곰 복원이다. 수천억을 들여서 십년 이상의 노력으로 방사된 반달 가슴곰은 이제 서서히 서식지를 형성하면서 숫자가 늘어가고 있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다. 반달 가슴곰 다음으로 복원을 하려고 했던 동물로서 대륙사슴이 그 하나이다. 대륙사슴은 토종 꽃사슴으로 불리우며, 그 크기가 일반적인 꽃사슴보다는 크고, 엘크 사슴보다는 작다. 비무장지대에 일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서는 멸종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필자가 대륙사슴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장수군 뜬봉샘 생태공원에 방문하면서이다. 뜬봉샘 생태공원은 금강의 발원지에 위치한 생태공원으로서 여러 멸종 위기에 대한 동물을 관리하는 곳으로, 현재 전라북도의 대표 생태 공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몇 년 전에 방문했을 때 박제로 되어 있는 대륙사슴을 보았고, 잘 알지 못했던 대륙사슴의 존재와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대륙사슴의 복원을 위하여 전라북도를 포함하여 몇 몇 연구소에서 노력을 하였지만, 국내에서 원종을 확보하지 못해서 관련 복원 사업이 현재까지는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여러 기관에서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노력과 도전을 하고 있기 때문에 머지 않은 미래에 복원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대륙사슴의 성공적 복원을 성공하기 위해서 세 가지 조건이 필수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하나는 가장 먼저 원종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원종을 확인하는 유전자 분석 방법이 표준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확인된 원종을 번식시키기 위한 연구가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사슴 번식을 위한 전문적인 연구기관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륙사슴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미리 번식을 위한 전문적인 기관의 필요성도 고려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복원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생각하고, 관련 예산이 끊기지 않도록 행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반달가슴곰 복원에 2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 점을 고려하면, 10년이라는 시간이 짧을 수도 있다. 지금은 뜬봉샘 생태공원에 박제되어 전시되어 있는 대륙사슴이 언제가 복원되어 자연 환경이 잘 갖추어져 있는 장수군에서 뛰어 노는 상상을 해 본다. /장구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2.03.16 09:41

강력하고 신속하게 엄중 경고하라

유인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장 대한민국선수단은 첫 경기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지난 2월 7일 베이징 Capital indoor stadium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은 준결승을 통과해 결승에 진출했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황대헌과 이준서는 페널티를 받아 탈락해 버렸다. 레인변경 위반을 했다는 이유였다. 오심이 한 번 이상이면 그것은 고의다. 이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굵디굵은 땀방울을 흘려온 우리 선수들 땀방울의 의미를 송두리째 부정해 버리는 아주 나쁜 판정이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박장혁 선수는 상대선수의 반칙으로 손등에 11바늘을 꿰매는 부상을 입고 중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 화가 났던 이유는 우리 선수들이 실력이 아닌 오심과 타의에 의해 모두 실격되고 실격된 그 자리에 모두 중국선수들이 차지했다는 것이다. 점입가경은 결승에서 1등으로 들어왔던 헝가리 선수를 비디오 판독으로 우승을 빼앗더니 그 자리를 중국 선수들에게 1∼2위를 만들어줘 버렸다. 필자는 오랜 선수와 지도자 생활 중에 현장에서 수많은 경기를 봐왔지만, 이번 경기처럼 조금의 양심도 없고 눈치도 보지 않고 드러내놓고 천방지축 조자룡 헌 칼 쓰듯 함부로 칼춤을 추는 심판은 처음인 것 같다. 선수만 fair play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심판도 지도자도 관중도 sportsmanship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 선수단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국선수들과 한 조가 되면 위축이 돼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고 절대적으로 우리 선수들에게 안정감을 심어줘야 하는 일이 가장 큰일이었다. 오심이 아닌 고의 편파 판정이 계속 된다면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이 위축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에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했다. 그래서 이기흥 IOC위원겸 대한체육회 회장과 윤홍근 올림픽선수단 단장과 필자 등 선수단 긴급회의를 하게 됐다. 결론은 내려졌다. 강력하고 적극적이며 즉각적이고 엄중하게 경고하자는 것이었다. 첫째 심판위원장에게 이의서 제출 . 둘째 국제빙상연맹(ISU)항의 서한 발송 및 강력 민원제기. 셋째 IOC에 항의 서한 발송 및 바흐위원장 면담 요청. 넷째 CAS(국제 스포츠 중재 재판소)에 제소. 다섯째 대한체육회장과 선수단장 및 국제빙상연맹 회장과의 영상회의를 통해 편파판정 재발 방지 및 심판 교체 요구. 여섯째 국내,외 언론과의 기자회견을 통한 항의. 일곱째 의기소침해진 선수들에게 심리안정을 위한 심리상담사 투입. 마지막으로 계속 편파 판정이 이어진다면 팀 철수까지도 고려하자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엄중했었다. 윤홍근 단장께서 선수들을 경기 전날 불러서 미팅하였다. “너희는 경기에만 열중해라. 나머지는 우리가 한다” 라고 격려하면서 다독여 줬다. 경기 당일 심판도 바뀌었다. 분위기도 확 바뀌었다. 선수들은 신이 났다. 시빗거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 처음부터 앞서 내달렸다. 리더의 판단이 우리 선수단에게 미친 지대한 영향력은 우리 선수단의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그 결과 2014 소치올림픽 보다 1개의 메달을 더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다. 두려움 없는 도전, 최선을 다하는 열정, 국경을 뛰어넘는 우정, 공정한 경쟁 속에서 빛나는 스포츠맨십을 통해 국민께 감동과 기쁨을 선사 할 수 있도록 열렬히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드립니다. /유인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03.09 15:03

바다 위의 탄소중립 전쟁

얼마 전부터 시내버스에 천연가스 표기가 많아지더니 최근에는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이용하는 전기자동차가 급증하고 있다. 이것은 다음세대에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려는 인간의 기술개발을 통한 노력의 일부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유엔환경계획(UNEP)이나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 등 국제기구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특히, 지구의 71%를 차지하는 바다는 지속가능한 인류를 위해 반드시 보전되어야 할 자연이자 자원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각 대륙을 오가는 10만여척 이상의 상선들을 비롯해 각국의 연근해 소형선박들이 화석연료를 연소하면서 오염물질을 뿜어내고 있다. 이 선박들이 배출하는 총 탄소량은 이산화탄소 세계 5위 배출국인 일본의 총량과 맞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2008년 대비 50%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을 강제하기 시작했다. 당장 내년부터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들은 운항을 중단하거나 속도를 크게 낮춰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해상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유럽연합(EU)의 경우 ‘23년부터 역내를 기항하는 선박들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를 의무화하는 등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선사들은 기존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하거나, 친환경 연료를 사용해야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됨에 따라 우리 정부와 업계도 분주히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1년 12월에 친환경선박 보급 촉진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그린뉴딜, 탄소중립을 위한 친환경 선박 기본계획」을 수립하였으며, 국적원양선사인 HMM도 ‘2050 탄소중립 전략’을 발표하고 발 빠르게 친환경 선박확대를 추진 중에 있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 조선소들이 LNG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 건조기술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빠르게 진행되는 친환경 선박도입은 ‘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럽이나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침체된 우리나라 해운산업에 다시 활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기존 선박 대비 10~30% 가량의 추가 건조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 친환경 선박 도입의 걸림돌이 되고 있어 선박금융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2018년 선제적으로「친환경설비 개량 특별보증 프로그램」을 마련 후 현재까지 223척에 대한 4,900억원의 보증을 제공하여 국적선사 선박의 친환경 전환을 앞당겨왔고, 지난해에는 4,293억원의 선박금융을 제공하여 17척의 친환경 선박이 건조될 수 있도록 지원한 바 있다. 이어 공사는 정책금융기관들과 공동으로 ‘친환경선박 금융지원 플랫폼’을 구축하여 국적선사들이 제 때에 친환경 선박을 발주할 수 있도록 적기 자금지원체제를 마련하였으며, 나아가 친환경 선박 발주에 소요되는 업계의 자금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세제절감 혜택을 제공하는 선박 조세리스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친환경 선박 금융지원은 해운과 조선의 상생협력을 강화하는 촉매제가 되어 우리 조선소가 건조한 친환경 선박으로 우리 선사들이 친환경 해상운송을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여 우리 후손들에게 깨끗한 바다, 깨끗한 환경을 물려줄 수 있도록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03.02 14:06

하이퍼 로컬의 시대, 동네의 재발견

얼마 전 집을 이사했다. TV, 쇼파, 청소기 등 생활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마켓’을 방문했다. 처음 이용해 봤는데 직접 체험해 보니 내가 살아야 할 동네도 알게 되고, 좋은 물건도 싸게 득템하는 재미가 솔솔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우리가 새로 발견한 것은 집, 일상, 거리, 동네였다. 그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동네의 재발견’이 아닌가 싶다. 동네에 대한 관심은 방역 단계에서 시작됐다. 전국 상황보다는 우리가 사는 지역 상황이 궁금해 진 사람들이 시청, 군청, 구청 홈페이지를 찾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원거리 이동과 대형 실내 공간 방문이 어려워짐에따라 우리의 생활권이 동네로 좁혀졌고, 동네 가게, 거리, 상권이 우리의 관심사가 되었다. 로컬 그 이상의 로컬, 하이퍼 로컬(Hyperlocal, 지역 밀착)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사람들의 생활 반경은 주거 지역을 중심으로 좁혀졌고, 이런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발맞춰 ‘하이퍼 로컬’이 부상한 것이다. ‘아주 좁은 범위의 특정 지역에 맞춘’이라는 의미로 하이퍼 로컬 서비스는 특정 지역, 동네 자체를 경험하고 소비한다는 개념이다. 하이퍼 로컬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는 ‘동네’, 그리고 ‘이웃 사람’이다. 이른바 ‘슬세권’이라 말하는 슬리퍼를 신고 걸어갈 만큼 가까운 거리의 동네 안에서 이웃 간의 상호 작용이 일어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머물고 싶은 도시’는 근거리에서 일(職), 주거(住), 놀이(樂) 즉 ‘職·住·樂’이 15분 안에 가능한 동네가 삶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생활권 도시’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인터넷 쇼핑, 홈쇼핑 등 온택트 업종의 매출도 늘었지만, 정육점, 슈퍼마켓 같은 동네 업종들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동네 경제’의 가능성을 알아본 기업들은 동네 기반 서비스 개발에 일찌감치 뛰어들고 있다. 동네 주민 간 중고 거래를 중개하는 ‘○○마켓(당신의 근처에 있는 마켓)’은 가입자 수가 2,100만 명을 넘어섰다. 대한민국 가구당 1명은 당근을 쓴다. 네이버도 사용자 위치 기반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인 ‘이웃 서비스’를 오픈했다. ○○마켓과 이웃 서비스는 단순 거래 시장에서 탈피해 완전히 새로운 의미의 지역 커뮤니티를 생성한다. ○○마켓의 ‘동네 생활’과 네이버 이웃 서비스의 ‘이웃 소식’을 통해 동네 주민들은 일상을 나누고 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하이퍼 로컬 플랫폼을 통해 우리 동네를 재발견하고 있다. 지방자치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가히 창조적 파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관(官)보다 민(民)이 앞서 지역 주민 스스로 참여하는 지역 커뮤니티 공간을 창조함으로써 주민 중심의 생활 자치를 실현해 가고 있는 것이다. 하이퍼 로컬 시대, 동네의 재발견은 중앙과 지방 모두에게 지역발전 정책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중고 거래를 넘어 동네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제공하는 지역 커뮤니티가 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마켓의 대표가 밝힌 이 목표는 주민 중심의 자치분권 2.0 시대에 중앙과 지방 정부가 매우 깊이 있게 새겨들어야 할 진정한 주민자치를 위한 지향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동네의 재발견은 지방자치의 재발견이다. /최병관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

  • 오피니언
  • 기고
  • 2022.02.23 14:11

동물의 심장을 가진 사람

수의학 분야의 사람들은 여러 종류의 동물을 치료하고 연구를 하면서 얻어지는 결과가 때로는 사람에게 중요한 의미를 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보통 연구 한다고 하면, 동물 중에서 쥐와 같은 설치류 (실험동물)만 생각하게 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수의학 측면에서는 모든 동물이 중요하기 때문에, 실험동물 뿐 만 아니라 반려동물, 농장 동물 및 야생 동물 등도 각자 가지고 있는 의미를 강조합니다. 본질적으로 수의사라는 직업이 농장 동물 (소)를 치료하는 사람에서 시작되었다는 문헌이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떤 동물 보다 인류의 문명의 발달에서 농장 동물 (소, 양, 염소 등)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은 고기 및 우유와 같은 식량을 주는 중요한 동물이었다는 점에서 수의사들은 안정적으로 위생적인 식량이 공급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식량을 주는 대표 동물로 ‘소’였다면, 지금은 동물의 종류가 소, 돼지, 양, 염소, 닭, 오리 등으로 다양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고기는 비싸기 때문에 조금은 저렴하고 좋은 단백질을 제공해주는 돼지는 최근에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보통 사람들은 돼지는 삼겹살과 수육 등을 제공해주는 동물로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수의사들은 돼지가 식량을 제공해주는 동물 말고는 의생명공학적 의미로서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돼지가 무슨 의생명공학적 의미가 있나?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놀랍게도 제목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실제 돼지의 심장을 이식 받아서 살아가는 사람이 존재합니다. 2022년 1월 11일 발표된 기사에 따르면 미국의 메릴랜드 대학병원에서 유전자 편집(도입)된 돼지로부터 심장을 확보해서, 말기 심장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이식을 실시한 것인데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까지는 자료를 살펴보니, 그 환자는 특별한 부작용이 없이 잘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왜 여러 동물 중에서 돼지일까? 지면의 한계 상 많은 내용을 설명하기 어렵지만, 돼지의 여러 장기의 크기와 생리학적인 특성이 사람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 때문에 실험동물로서 중요성을 인정받아 왔습니다. 그래서 유럽 및 미국과 같은 과학 선진국을 중심으로 의생명공학용 돼지를 개발하기 위하여 장기적인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이번 심장을 이식하는데 사용된 의생명공학용 돼지가 태어나고 실제 사용 될 때까지 적어도 20년 이상이 걸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돼지가 아니라 무균 시설에서 자라고 있으며, 사람에게 이식하기 위하여, 10개의 유전자가 편집 (변형)된 돼지입니다. 유전자 편집(변형)을 해본 사람을 알겠지만, 1개의 유전자 편집 (변형) 돼지 모델을 확립하는데, 적어도 2~3년 정도 소요됩니다. 10개의 유전자가 편집(변형) 되었다는게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연구를 했을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도 이 분야에서 선도적인 연구가 초기에 투자를 통해 이루어졌는데요. 그러나 점차 연구의 중심을 잃게 되었고, 단기 지원 중심의 국가 연구 과제 특성상 결국은 그 한계점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관련 분야에서 이제 선두권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10년이 지난 이 시점에 필자도 연구 초기에 돼지 연구를 수행하면서 느낀 점은 연구 디자인이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되었다는 것을 지울 수 없습니다. 또한 정부도 단기적인 성과나 논문의 인용지수가 낮으면 지원이 어려운 형태로 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과학 기술은 미래를 이끄는 중요한 분야이며, 코로나19에서와 같은 상황에서 오랫동안 누적되어온 진짜 실력이 나옵니다. 기초과학을 꾸준히 연구하고 관련 연구가 누적이 되어, 응용분야에 적용 되며, 산업적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또한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과학자들이 국가의 연구 과제 평가를 할 때 학연, 지연에 연연해하지 말고, 좀 더 냉정하게 도전적인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이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박수 치고, 밀어 주었으면 합니다. 이제 과학 기술 분야에서도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단기적인 시선을 버리고, 장기적인 계획과 관련 연구자들에게 즐겁게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때입니다. /장구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2.02.16 14:22

빠따 맞는 자식을 왜 낳으셨나요?

새로운 스포츠 현장의 발전적 미래를 위해 부끄러운 과거를 들추어 내놓고 속죄하고 반성하고자 조심스럽게 펜을 들어본다. 7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빠따(?) 문화가 삶의 현장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군대에서도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정말 다양한 곳에서 폭력은 이루어지고 있었다. 학생 때 선생님의 출석부 모서리로 안 맞아본 학생이 과연 몇이나 될까? 자를 세운 딱딱한 모서리로 손등 맞아본 친구들도 부지기수 일 것이다. 군대 상관이나 선임자에게 무릎 정강이 안 맞아본 군인들도 얼마나 될까? 나는 75년도 고3 때 태릉 국가대표선수촌에 훈련파트너로 입촌하였다. 우리 대한민국 건국 이후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우리 조국에 선사한 자랑스러운 양정모 선배가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도록 스파링 파트너로서 일조를 하였다는데 무한한 자부심을 갖는다. 태릉선수촌에 막내로 입촌하다 보니 후배는 한명도 없고 하늘같은 선배님뿐이었다. 그중에 전북출신으로 레슬링계를 평정한 안한영, 백승현, 김영준, 배기열, 강용식 등 기라성 같은 선배와 엄격한 상하 관계 속에서 무조건 상명하복이었다. 심지어 선배는 하나님과 동격이라고 배우며 성장했다. 그리고 거의 매일 선배님의 꾸지람과 혼냄의 연속이였고 그땐 그것이 스포츠 현장 문화의 일부분이었고 선배님들의 사랑이었으며 참고 이겨내야만 운동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선수나 지도자에게 지배적이었던 것 같다. 어찌 보면 훈련이나 부상보다 빠따(?)를 견디지 못해 운동을 포기한 동료들도 있었다. 심지어 몽둥이로 너무 많이 맞아서 때리는 선생님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하다가 기절하는 선수를 눈앞에서 목격하기도 했다. 70년대 후반 일본 도쿄에 있는 고쿠시간 대학교에 전지훈련 갔을 때 필자는 현지에서 생일을 맞이했다. 생일날 미역국에 따뜻한 축하와 사랑을 받아도 부족할 판에 생일날 빠따라니? 매일 두들겨 맞으니 생일날도 건너뛸 수가 없었다. 생일날 매를 맞고 너무 서러워서 합숙소 꼭대기에 올라가 서쪽하늘을 바라보며 하늘나라에 먼저 가신 어머니를 부르며 목 놓아 울어도 봤다. 어머니! 외국 땅에서 생일날 빠따맞는 자식을 왜 낳으셨나요? 너무나 서러웠다 우리나라 하늘을 바라보며 펑펑 울던 기억이 생생하고 지금도 그때 그 기억을 소환하면 마음이 먹먹해온다. 폭언 폭력은 다반사이고 인권이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한 단어 중 하나다. 선배님들의 빨래와 숙소 청소 피로회복을 위한 마사지 각종 심부름 등 지금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을 도맡아 했으며 빨래는 한 겨울에 연탄불에 끊인 물로 손빨래해서 짤순이(당시:탈수기)를 돌려서 라디에이터에 널어서 다음날 운동할 수 있도록 각 잡아서 선배님들을 드려야 했다. 혹시 라디에이터 위에 빨래가 뜨거워서 누렇게 변색이 됐다 하면 그날도 어김없이 매 맞는 날이다. 글을 쓰면서 그때를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40-50년이 흐른 지금의 스포츠 현장은 어떤가? 단언컨대 진천 국가대표선수촌과 스포츠 현장에는 폭행, 폭언, 기합, 빠따, 청소, 빨래는 물론 잔심부름조차 없어졌다. 인권이 살아 숨쉬는 스포츠 현장 뒤엔 꼭 인권이 존중되어야 한다. 국가대표처럼 생각하고, 국가대표처럼 행동하고, 국가대표처럼 최고가 되는 삶을 살아가자! /유인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02.09 19:22

99.7%의 중요성, 해운을 바로알자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바다에 대한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수산물, 해양환경 등에 대해서는 관심도가 높으나 해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다. 그러나 실제 해운이 국민경제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정부통계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총 수출입 물동량 9억5800만톤 중 해상 물동량이 9억5500만톤을 기록하며 그 비중이 99.7%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아도 전체 글로벌 무역 중 해상 물동량 비중은 85%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는 해상운송이 육상 대비 장거리 대량운송이 가능하고 거리 대비 운송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경제적인 특성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외무역 의존도는 약 60%로 경쟁국인 일본(29%) 이나 중국(32%)에 비해 두 배 가량 높은 상황이며 거의 모든 수출입 물량이 바다를 통해 운송된다는 점에서 해운산업은 대한민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매우 중요한 국가 기간산업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국내 해운선사들은 반도체, 자동차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연간 273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며 국제수지 개선에 크게 기여하는 동시에, 조선‧철강‧항만‧무역 등 전후방 관련 산업의 연계 발전을 주도하면서 다양한 산업군의 고용창출에도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안정적인 수출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무역규모를 감당할 수 있는 충분한 선박들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해운선사들이 실제 보유하고 있는 지배선대는 총 1,718척으로 중국(7,481척) 이나 일본(4,908척)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 국적선사들의 선박 확보를 위해서는 선박금융 지원이 필수적이다. 통상 국제운송에 사용되는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서는 선박 한 척당 200억 원에서 많게는 1,0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며,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만큼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는 것이 관건이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17년 한진해운 파산 이후 민간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이 급속도로 얼어붙어 선박건조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지배선대가 감소함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에 큰 차질이 생길 위기에 처했다. 이에 2018년 7월에 설립된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투자, 보증 등 다양한 금융지원책을 마련하여 국적선대 확충을 주도하고 있다. 공사는 민간 및 정책금융기관들이 선박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여 세계에서 가장 큰 컨테이너선 20척 대량 발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였고, 이를 통해 코로나 펜데믹 이후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의 운임급등과 선복부족에 따른 물류 대란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바 있다. 전 세계 외항 화물선 중 우리나라 선대 비중은 약 4% 정도에 그치고 있고, 국적선 부족으로 국내 화주들은 미국이나 유럽으로 수출하는 컨테이너 화물의 약 80% 정도는 외국 선사를 이용하고 있다. 국적선대를 더욱 늘려 우리기업의 원활한 수출입과 국제경쟁력의 향상을 지원해야 한다. 해운도 공기와 같다. 평소에는 고마움을 느끼기 어렵지만, 물류대란과 같은 위기 시에는 해운이 얼마나 중요한 국가 기간산업인지 알 수 있다. 평소에도 대한민국 해운에 대한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02.02 18:50

중앙과 지방이 함께 내딛는 협력의 첫걸음, 중앙지방협력회의

최병관 행안부 지방행정정책관 작년 8월 <국민과 주민을 위한 봉사자의 협력적 거버넌스 제도화>라는 제하로 타향에서에 기고를 한 적이 있다. 지난해 7월 중앙지방협력회의법제정을 기념하여 중앙지방협력회의가 2022년 1월부터 제도화되는 의미를 이야기하였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국민과 주민이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국민을 위한 봉사자인 중앙정부와 주민을 위한 봉사자인 지방정부가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야 함을 강조하는 글이었다. 드디어 2022년 1월13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첫 번째 중앙지방협력회의가 개최되었다. 회의 개최일인 1월 13일은 32년만에 전부개정된 「지방자치법」, 제정법인 「주민조례발안법」등 문재인 정부가 그간 자치분권 확대를 위해 준비해온 새로운 법률들이 시행되는 날로써, 제1회 회의의 개최일로서의 의미를 더하였다. 회의에 참석한 한 시도지사는 지방자치의 역사에서 한 획을 긋게 되는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현재 10월29일로 되어 있는 지방자치의 날을 1월13일로 수정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하였다. 중앙지방협력회의 담당 국장으로서 1차 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지방 4대 협의체 및 지방자치단체, 중앙 부처와 열린 자세로 소통을 하면서 안건을 발굴하고 협의하였다. 예전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프로세스를 만들고 준비하다 보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대통령께서 개회선언을 할 때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에 감회가 남달랐고 가슴이 벅차오르기까지 했다. 자치분권 2.0 시대, 중앙과 지방이 함께 내딛는 제도화된 협력의 첫걸음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명실상부 중앙지방협력회의는 대통령 주재 하에 중앙과 지방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이 함께 지방자치와 균형발전 관련 주요 정책 등을 심의하는 회의가 될 것이다. 중앙지방협력회의의 출범은 그간 비정기적으로 이루어진 중앙-지방간 소통과 협력을 제도화함으로써 자치분권 2.0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국정 운영의 플랫폼이 마련되었다는 의미가 있다. 그간 비정기적으로 이루어진 시도지사 간담회 등과는 달리, 분기별 1회 개최하여 지방 관련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실질적인 회의체로서 운영된다. 지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법률, 정책 등에 대해서는 국무회의 상정 전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필수적으로 논의하고, 개최결과를 국무회의에 공유함으로써 국무회의와 연계되는 명실상부한 제2국무회의로서 운영할 예정이다. 또한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중앙-지방간 소통과 협력, 공론의 장이 되도록 운영해 나갈 것이다. 중앙지방협력회의 공동부의장제, 실무협의회 공동위원장제 등을 통해 중앙-지방간 수평적 구조로 운영하고, 구성원이 자유로이 안건을 제출함으로써 상향식 논의가 이루어지도록 할 계획이다. 주요 의제 발굴부터 심의의결까지 모든 단계에서 중앙과 지방이 함께한다. 중앙지방협력회의의 출범은 중앙과 지방이 수직적이고 종속적이 아니라 수평적이고 대등한 관계로 거듭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년 12회는 지역 현장에서 찾아가는 중앙지방협력회의로 개최함으로써 지방의 생생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새롭게 시작되는 중앙지방협력회의가 국민과 주민의 봉사자들의 소통과 협력의 장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지방 인구 감소, 지역경제 활성화 등 국가적 의제를 함께 슬기롭게 해결해 나아가는 게임체인저가 되기를 바란다. /최병관 행안부 지방행정정책관

  • 오피니언
  • 기고
  • 2022.01.26 19:34

호랑이 세포

장구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2022년 새로운 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십이신지에 해당하는 동물 중에서 호랑이를 의미하며, 그 중에서는 검은 호랑이의 해라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호랑이를 중요한 동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호랑이의 용맹함과 강인함 등을 숭배하는 문화가 있어왔습니다. 영화나 소설에 보면 특정 마을을 지키는 호랑이 신이 있다던지, 산을 지배하는 호랑이가 있어서 그 호랑이의 노여움의 사면 불길한 일이 생긴다는 이야기들을 들은 적이 있을 것입니다. 과거 호랑이는 전 세계에 많이 존재하였지만, 도시화, 서식지 파괴, 무분별한 포획 등으로 이제 호랑이는 우리나라에는 멸종이 되었고, 지구촌 많은 곳에서도 그 숫자가 줄어서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수의사이며, 대학교수로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교육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동물을 접하고, 아픈 동물들을 치료도 해주며, 관련하여 대학교에서 여러 동물의 임신과 출산과 관련 교육을 진행합니다. 연구적인 측면에서는 동물 세포를 이용하여 여러 가지 연구를 수행합니다. 특히 동물의 생식세포를 이용하여 체외수정을 실시하고, 수정된 배아를 이용하여, 시험관 동물을 태어나도록 하는 연구를 합니다. 이런 연구를 수행하다가 보면 여러 동물의 세포를 만날 기회가 있습니다. 때로는 제가 이런 여러 동물들의 세포에 관심이 있어서 주변에 공동 연구를 하는 분들게 희귀한 동물이 죽으면 알려주세요. 세포를 얻어서 연구를 좀 하고 싶습니다 라고 요청을 해두었습니다. 이런 저의 요청을 받은 병리학 교수님이 몇 년 전에 호랑이가 죽어서 부검을 하는데, 필요하면 세포를 얻을 수 있다고 해서 부검 중에 일부 조직을 세포 배양을 제공해주었습니다. 조직을 연구실로 3-4시간에 걸쳐 배송하고, 오염이 되지 않도록 배양을 시도하였습니다. 세포 배양을 하다보면 미생물 오염으로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원들이 신경써주어서인지 호랑이 세포는 성공적으로 분리 배양이 되어서 초저온 냉동고에 보관을 하였습니다. 이렇게 보관된 세포를 이용하여 언제가 기회가 되면 이 세포를 이용하여 호랑이에 대한 이해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약 5년이 시간이 지나고, 바쁘게 연구 활동을 하던 때 우연히 공동연구를 하시는 교수님이랑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올해가 호랑이해라서, 제가 호랑이 세포가 있습니다 하니, 너무 놀라시면서, 재차 확인을 하시더군요. 초저온 냉동고에 잘 보관되어 있으니 필요하면 언제든지 요청하시면 제가 세포를 확인해보겠습니다. 기록을 찾아서 냉동되어 있던 세포를 융해하고, 현미경으로 관찰하니 세포가 잘 자는 것을 확인하였고, 이들 세포가 호랑이가 가지고 있는 염색체와 같은지 확인했는데, 잘 일치했습니다. 세포를 확인하고, 옛날 생각이 나서, 호랑이를 부검했던 교수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안부도 물을 겸해서⋯. 그 교수님은 전주덕진동물원 리모델링에 관여하면서, 이제 동물원이 과거의 동물원이 아니라, 생태 복지 동물원으로 변경되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저도 많이 공감합니다. 우리나라 동물원이 사실 너무 좁은 울타리 안에 동물들을 가두어두고, 사람들에게 구경거리만 제공하는 시절이었습니다. 최근 전주시는 덕진동물원을 생태동물원화를 결정하고, 여러 동물들의 시설을 동물 친화적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러 공무원들과 관계자들이 노력을 해서 이루어진 결과로 알고 있습니다. 공사가 끝나면 저도 한번 동물원에 가서 그 변화를 관찰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제가 연구년으로 있던 근대식 동물원의 시초로 알려져 있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쉔부른 동물원은 낡았지만, 동물들을 위한 공간이 매우 넓어서 참 인상 깊었습니다. 안타깝게 죽은 동물원의 호랑이로부터의 세포를 보면서, 연구자로서 그 동물의 세포 및 유전자에 대한 연구 기회를 얻었지만, 수의사로서 동물원의 동물들이 아프지 않고 오래 건강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제 우리나라 여러 동물원도 생태 동물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 노력했으면 합니다. /장구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2.01.19 19:40

글로벌 물류대란, 남의 일이 아니다

-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1956년 말콤 맥린은 화물을 적재한 트럭을 그대로 배에 실어 육상과 해상을 연계하는 운송을 고민하던 끝에 세계 최초의 컨테이너선 Ideal-X를 선보이며 ‘컨테이너의 아버지’로 불리게 된다.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58개의 컨테이너박스를 싣고 뉴저지에서 휴스턴으로 운송을 시작하면서 역사에 길이 남을 혁명의 시작을 알렸다. 컨테이너를 통한 물류혁명이 세계경제에 미친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뉴욕의 소비자가 주문한 상품이 동아시아 생산기지에서 컨테이너에 실려 LA항으로 12일간 이동하여 항만터미널에서 2일내 분류를 거친 후 고객의 손에 전달된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이처럼 획기적인 운송수단인 컨테이너박스가 글로벌 물류대란의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 서안 항구 및 터미널의 병목현상이 심해져 컨테이너박스가 터미널에 쌓여가는 동안, 하역을 기다리는 세계 각국의 대기선박이 100여척이 넘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이로 인해 회수되지 못한 컨테이너박스 품귀현상까지 더해져 전 세계가 공급망 붕괴라는 몸살을 앓고 있다. 항만 적체로 선박공급은 줄어드는데 COVID-19로 촉발된 일부 품목의 폭발적 소비증가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탓이다. 물류대란의 여파는 우리 삶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맥도날드 세트메뉴에서 감자튀김이 자취를 감춘 적이 있으며, 호주와 중국의 갈등으로 석탄수출이 규제되면서 중국 내 요소수 생산이 마비되어 100% 수입에 의존해온 우리나라 요소수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사례는 글로벌 공급망이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잘 보여준다. 문제는 GDP의 4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해상운임의 척도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물류대란 이전 1,000pt에서 현재 5,000pt를 넘어섰다는 것은 수출업자가 지불하는 운임이 5배 이상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물류대란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의 국제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 과거 효율이 낮은 산업을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하여 국제분업을 추구하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이 잦았으나, 최근 물류대란을 겪으며 무분별한 해외 이전보다 국가 전략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가 소부장산업과 일부 광물자원 조달에서 이미 어려움을 경험한 바와 같이, 물류부문 역시 국내에서 컨테이너박스를 생산하기보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온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향후에는 리쇼어링(re-shoring)이나 니어쇼어링(near-shoring)을 장려하기 위해 이들 업체에 세제혜택, 보조금 지급, 산업용지 제공 등 구체적인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정부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수출기업들의 선복확보를 위한 정책수립도 필요하다. 중소화주의 선복확보를 위해 임시선박 투입을 확대하고 물류바우처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대형화주에 대해서도 장기운송계약을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하여 선화주간 상생을 촉진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우리 해운물류기업들이 해외 항만터미널 확보, 내륙운송 진출 등을 통해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 공급망 병목현상을 극복하고 고객에게 정시성 있는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따른 물류대란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생존하여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70여년 전 컨테이너로 물류혁명의 장을 열었던 말콤 맥린의 창의적 사고와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은 인천대 석좌교수, 해양수산부 기획조정실장과 차관을 지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2.01.19 13:56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국가대표 선수촌

유인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장 지구촌 최고의 축제 중에 빠질 수 없는 축제 하나가 바로 올림픽이다. 그중에 4년마다 열리는 동계올림픽이 22년 2월4일 부터 베이징과 장자커우, 그리고 옌친에서 16일간의 대장정에 오르게 된다. 필자는 국가대표 선수촌장으로서 대한민국 선수단 총감독 및 부단장으로 16일간을 격전의 현장에서 우리 선수들과 함께 하게 된다. 우리나라 선수단은 금메달 1~2개 획득을 통해서 15위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포츠란게 팀 컨디션도 중요하지만 개인 컨디션도 중요해서 예상치 못한 선수가 선전하기도 하고 믿었던 선수가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경우도 있어서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없지만 월드컵 1~4차 대회를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 최고 강세 종목인 쇼트트랙에서 황대헌(남1000M)과 최민정(여1000M)에 기대를 걸어본다. 또한 스노우보드에 이상호는 경기력이 상승하고 있어 메달 가능성이 충분하고 빙상에 김민석 선수가 우리 선수단의 분위기를 좌우 할 수 있는 선수로 좋은 성적을 기대해본다. 스켈레톤은 평창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윤성빈 선수가 출전하지만 정승기 윤성빈 김지수 등 경쟁 체제를 구축해서 경쟁심을 유발 하고 순위가 현재 10위권 밖에 밀려 있어서 얼마 남지 않은 기간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컬링은 현재 세계 랭킹 10위로서 이번 올림픽에 턱걸이로 선발권을 획득하였다. 지구력, 집중력과 강한 체력이 필요한 경기로서 많은 경기 변수가 따르는 종목으로 메달권을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예상은 예상일뿐 누구에게나 기회는 균등하게 주어지기 때문에 선수들은 끝까지 멈추지 않는 도전이 필요하다. 4년을 쉼 없이 달려온 우리선수들이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국가대표 진천선수촌은 몇 가지 큰 틀에서 준비해 왔다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 훈련중단 경기력 및 체력 저하 등의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개인 방역과 시설 방역에 철저를 기하고 PCR검사 결과 음성 후 훈련개시를 하고 외부인 출입 통제 및 제한, 종목별 식당 및 훈련시설 이용시간 조정 등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몇 주 전 몽골 전 대통령도 선수촌 방문시 하루 전 PCR검사와 입촌 직전 신속항원 검사를 받아야만 했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도 솔선수범해 주시고 정부 관계자 및 종목단체 회장 등 아낌없이 협조해 주신 결과 선수촌에서는 아직까지 단 한명의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입촌시 번거롭게 해서 미안한 마음 없지 않지만 선수를 위해 함께 배려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제가 선수촌장으로 임명된 후 바로 동계올림픽 체제로 전환해서 동계종목단체 간담회를 개최하였고 종목의 의견과 건의 사항을 듣고 해외 전지훈련은 물론 장비구입 등 국제대회 참가를 적극 추진하기 위해 대한체육회와 문체부가 협의하여 32억을 추가 지원을 하였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4년 동안 가장 외롭고 힘든 자기와의 싸움을 하고 있다. 연습에서 울고 시합에서 웃는 멋진 선수가 되길 바라며 승패를 떠나 후회 없는 경기를 해주길 당부한다. 또 이렇게 힘들게 준비하고 있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국민 여러분의 진심어린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베이징 하늘에 태극기 휘날리며 애국가 울려 퍼지는 그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 파이팅! /유인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01.12 19:31

글로벌 물류대란, 남의 일이 아니다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1956년 말콤 맥린은 화물을 적재한 트럭을 그대로 배에 실어 육상과 해상을 연계하는 운송을 고민하던 끝에 세계 최초의 컨테이너선 Ideal-X를 선보이며 컨테이너의 아버지로 불리게 된다.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58개의 컨테이너박스를 싣고 뉴저지에서 휴스턴으로 운송을 시작하면서 역사에 길이 남을 혁명의 시작을 알렸다. 컨테이너를 통한 물류혁명이 세계경제에 미친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뉴욕의 소비자가 주문한 상품이 동아시아 생산기지에서 컨테이너에 실려 LA항으로 12일간 이동하여 항만터미널에서 2일내 분류를 거친 후 고객의 손에 전달된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이처럼 획기적인 운송수단인 컨테이너박스가 글로벌 물류대란의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 서안 항구 및 터미널의 병목현상이 심해져 컨테이너박스가 터미널에 쌓여가는 동안, 하역을 기다리는 세계 각국의 대기선박이 100여척이 넘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이로 인해 회수되지 못한 컨테이너박스 품귀현상까지 더해져 전 세계가 공급망 붕괴라는 몸살을 앓고 있다. 항만 적체로 선박공급은 줄어드는데 COVID-19로 촉발된 일부 품목의 폭발적 소비증가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탓이다. 물류대란의 여파는 우리 삶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맥도날드 세트메뉴에서 감자튀김이 자취를 감춘 적이 있으며, 호주와 중국의 갈등으로 석탄수출이 규제되면서 중국 내 요소수 생산이 마비되어 100% 수입에 의존해온 우리나라 요소수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사례는 글로벌 공급망이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잘 보여준다. 문제는 GDP의 4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해상운임의 척도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물류대란 이전 1,000pt에서 현재 5,000pt를 넘어섰다는 것은 수출업자가 지불하는 운임이 5배 이상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물류대란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의 국제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 과거 효율이 낮은 산업을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하여 국제분업을 추구하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이 잦았으나, 최근 물류대란을 겪으며 무분별한 해외 이전보다 국가 전략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가 소부장산업과 일부 광물자원 조달에서 이미 어려움을 경험한 바와 같이, 물류부문 역시 국내에서 컨테이너박스를 생산하기보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온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향후에는 리쇼어링(re-shoring)이나 니어쇼어링(near-shoring)을 장려하기 위해 이들 업체에 세제혜택, 보조금 지급, 산업용지 제공 등 구체적인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정부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수출기업들의 선복확보를 위한 정책수립도 필요하다. 중소화주의 선복확보를 위해 임시선박 투입을 확대하고 물류바우처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대형화주에 대해서도 장기운송계약을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하여 선화주간 상생을 촉진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우리 해운물류기업들이 해외 항만터미널 확보, 내륙운송 진출 등을 통해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 공급망 병목현상을 극복하고 고객에게 정시성 있는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따른 물류대란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생존하여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70여년 전 컨테이너로 물류혁명의 장을 열었던 말콤 맥린의 창의적 사고와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은 인천대 석좌교수, 해양수산부 기획조정실장과 차관을 지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2.01.05 18:31

과학적 합리성, 객관성, 창의성은 성숙한 시민사회를 앞당긴다

이석래 과기부 성과평가정책국장 합리성은 영어로 Rationality, 그리스어 Logos를 번역한 라틴어 Ratio에서 나온 말로 이성, 계산, 추리, 수학적 비율 등의 의미를 갖는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연역적 추리나 귀납적 추리와 같은 논리적인 추론과 복잡한 수학적 계산 능력을 통한 진리에 대한 인식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인간이 무엇인가를 선택하려 할 때 최선의 선택을 위한 인간의 이성적 의식 활동을 말한다. 순간적 감정이나, 충동, 분노, 욕망, 알 수 없는 미신으로 판단하거나 행동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객관성이란 같은 상황이라면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 오늘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면 내일도 다른 곳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으로 합리적 판단을 했다면 객관성은 일부 확보되었다고 보기에 일맥상통한다. 창의성은 전통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롭고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말한다. 합리성, 객관성과 모순된 개념으로 보이지만 창의성은 그 자체가 진리라거나 지적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직면한 개인의 자세와 태도를 말한다. 사물과 현상을 새롭게, 남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바라보려고 하는 것을 말하며 이러한 태도는 지식의 저변을 넓히고 새로운 지식 창출에 원동력이 된다. 합리성과 객관성은 과학의 속성이자 과학으로 인정받기 위한 기본적인 요소이다. 당대에 과학으로 인정받았더라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합리성과 객관성이 없어지면 과학의 범주에서 멀어지게 된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연구결과를 광범위하게 공개하고 다른 연구자들이 재연해보고 평가해주길 바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과학은 진리에 가까이 간다. 과학은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기에 모든 것을 새롭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는 창의성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기존의 지식에 안주한다면 지식의 발전은 이루어지지 않고 정체되며 궁극적으로는 퇴보하게 된다. 창의적 사고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은 과학의 본질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연구자는 학사, 석사, 박사, 박사후 등 장기간에 걸친 연구과정에서 과학적 속성을 배우고 그에 따라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사회도 유지되기 위해서는 일반인이 행할 때 판단에 필요한 기준이 있어야 하며 이러한 기준을 갖고 행하는 일들은 순간순간 변하지 않아야 하고, 다른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어야하며,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기준이 비이성적이거나, 사회적 충동에 의해서 결정된다면 사회는 혼란과 무질서에 놓이게 되고 똑같은 일에 대해서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다면 믿음이란 사라지고 불신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렇기에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사고는 사회가 유지되는 근간이 된다. 그렇다고 너무 똑같은 가치가 지속된다면 기득권이 세력이 되고 사회의 활력이 떨어진다.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여 사회의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사회의 지속발전 측면에서는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창의성은 사회발전을 위한 또 하나의 근간이 된다. 시민이 합리성, 객관성, 창의성을 갖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과학의 속성을 생활 속에서 느끼고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접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과학은 어렵다거나 과학자들의 전유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기에 과학과 사회의 접점은 나름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체험을 통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거나, 교육과 토론을 통해서 자주 접하고 생각해야 한다. 생활과학교실, 체험교실, 과학축제와 주변의 과학관 등을 통해 과학을 생활 속에서 자주 보고, 느끼고, 생각하며, 행동한다면 합리성, 객관성, 창의성은 우리들 몸과 마음에 스며들고, 그에 비례해서 시민의식은 높아질 것이다. /이석래 과기부 성과평가정책국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1.12.29 19:20

시간의 매듭

최병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한 해를 보내면서 마무리가 중요한 것은 누구나 공감한다. 마무리는 매듭을 잘 짓는 거다. 해마다 이 때쯤이면 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말을 하게 된다. 시작은 잘 하였으나 끝을 확실하게 매듭짓지 못하고 얼버무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시작이 반이다하여 시작을 중요하게 여기는 말도 있지만, 다 가서 문지방 못 넘어간다는 말로 끝마무리의 중요성을 우리 선조들은 함께 가르쳐 주었다. 시인 롱펠로우는 시작하는 재주는 위대하지만, 마무리 짓는 재주는 더욱 위대하다고 말했고, 세익스피어는 끝이 좋아야 모두가 좋다라고 했다. 알렉산더 대왕의 고르디우스의 매듭 이야기가 있다. 고대 소아시아의 프리기아란 나라가 내란으로 혼란할 무렵, 이륜마차를 타고 오는 첫 번째 사람이 나라를 구하고 왕이 되리란 신탁에 따라 농부였던 고르디우스가 왕으로 추대된다. 왕이 된 그는 자신이 타고 온 마차를 제우스 신전에 봉안하고 복잡한 매듭으로 묶어 둔다. 그리고 이 매듭을 푸는 사람이 아시아의 지배자가 되리란 신탁을 함께 내린다. 그 후로 수백 년 동안 많은 사람이 아시아의 지배자가 되기 위해 매듭 풀기에 도전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다. 그런데 어느 날 약관의 알렉산더가 나타나 단칼에 매듭을 잘라 버린다. 알렉산더는 결국 신탁에 따라 아시아의 지배자가 된다. 애를 써도 해결하지 못하는 복잡한 문제를 남들이 생각지 못한 대담한 방식으로 단번에 해결한다는 의미로 자주 인용되는 이야기다. 중국의쾌도난마(快刀亂麻)와 비슷하다. 대나무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오랜 시간에 거쳐 마디를 형성하는 매듭을 지으며 하늘 높이 자란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심한 태풍이 불어도 부러지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마디와 매듭 때문이다. 우리의 삶에도 하던 일을 멈추고 매듭지어 줄 때가 있다. 그게 바로 시간이다. 본래 시간에는 매듭이 없다. 즉 구분이 없고 무한정이다. 이러한 무한정의 시간에 인간이 여러 개의 매듭을 만들어 놓았다. 년, 월, 일, 시 등이다. 이러한 시간의 매듭을 통하여 시간의 지나감을 인식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무한정의 시간이 각각의 매듭 단위에 의해 구분되어 지고 한정된다. 시간은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위대한 발명품이다. 만약 이 시간의 매듭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아마도 무아, 혼돈, 그 자체가 아닐는지 싶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은 매듭을 짓는 일이다. 매듭이라고 하는 말에는 종결의 의미와 동시에 또 다른 시작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지만 다른 쪽에서 보면 매듭은 고통이며 상처이다. 매듭지을 때까지 한 동안 아픔이고 시련이다. 그러나 이 아픔 때문에 발전과 도약이 이루어진다. 시작보다 더 중요한 끝마무리를 멋지게 하기 위해서는 매듭을 잘 짓는 지혜가 필요하다. 코로나19의 암울한 터널 속을 우리는 지나가고 있다. 터널의 끝이 어디인지 모른다. 하지만 모든 터널은 끝이 있다. 우리는 그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고통스럽지만 그 끝에 다다를 때 우리도 모르게 아픈 만큼 성숙되어져 있을 것이다. 지금은 고르디우스의 매듭보다는 대나무의 매듭과 같은 슬기로운 마무리가 필요하다. 대나무의 매듭처럼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지금의 고통을 극복하는 지혜로운 매듭짓기를 한다면 어두운 긴 터널을 통과해서 다시 찾아온 일상의 소중한 시간 속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으리라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소망해 본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 최병관

  • 오피니언
  • 기고
  • 2021.12.22 19:27

‘아름다운 이혼’을 위하여

왕미양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이혼은 결혼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더 힘들다, 이 표현은 필자가 이혼 문제 상담을 할 때 당사자들에게 많이 하는 말이다. 그런데 최근 지인 교수님으로부터 배우자와의 이혼이 인생에서 두 번째로 스트레스가 높은 일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는 말을 듣고 출처를 찾아보았다. 미국의 정신의학자인 토마스 홈즈와 리차드 라헤 박사가 개인의 스트레스 지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살면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사건들에 대한 정신적 충격 점수를 부여하여 순위를 매긴 연구 내용이다. 배우자의 사망이 100점으로 가장 높았고, 이혼은 73점으로 2위, 결혼은 50점으로 7위였다. 미국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을 보면 이혼한 후에도 자녀와 함께 식사를 하거나 휴가를 가며 친구처럼 편한 사이로 지내는 모습들이 많이 보여서 개방적인 미국인들은 이혼으로 인한 분노와 스트레스가 약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요즘 필자가 재판하고 있는 이혼 사건의 당사자 중 한 분이 50대 중반의 남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재직 중인 직장에 입사한 이후 직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거의 주말도 없이 밤낮으로 일한 결과 조기퇴직도 당하지 않고 부장직함을 달고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는 남편이다. 남편은 직장일만 우선시하고 가족과 가정일은 등한시해 오다가 남편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50대 갱년기 아내로부터 이혼 소송을 당한 것이다. 남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이혼은 할 수 없다고 하였고, 또 아내가 변호사를 통해 작성한 10여 쪽 분량의 이혼 소장 내용 대부분이 거짓이고 오해를 하고 있다며 조목조목 반박한 20여 쪽 분량의 서면을 준비해왔다. 남편에 대한 실망, 슬픔, 분노의 말들이 가득 담긴 아내의 소장에 대한 반박을 준비하면서 남편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받았을지 안 봐도 비디오다 . 이혼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서로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서로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싸움을 한다. 때문에 필자는 서로에게 분노하며 비방하는 적대적인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아름다운 이혼의 조력자가 되기 위해 당사자의 말은 듣기만 하고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서면에는 최대한 간략하게 유화적으로 표현한다.(지난 20여 년 간 수많은 이혼 사건의 대리인 변호사, 서울가정법원의 조정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이혼 사유에 대한 다툼 대부분은 상처만 될 뿐 이혼 결과를 얻는 데는 영향이 없다는 경험적 산물이다) 앞서 말한 남편의 이혼 사건에서도 필자는 아내의 장점을 언급하고, 아내가 오해를 하고 있는 점에 대한 해명을 주 내용으로 한 6쪽짜리 답변서를 준비하여 법원에 조정의사를 피력하였고, 법원은 부부에 대한 가정법원 내부 조사절차를 거친 뒤 외부기관 등에서 부부상담을 받을 것을 명한 상태다. 필자가 보기에 남편은 아내 입장에서는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지만, 객관적으로 보기에 한 번쯤은 용서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다. 필자는 이들 부부가 상담을 받으면서 아내가 남편의 과거 행태를 용서하고 이혼의사를 철회하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끝내 이혼을 할 수밖에 없다면. 필자는 아내와 남편이 이혼 이후에도 미국 할리우드 영화배우들처럼 자녀와 함께 만나서 식사하고 여행을 갈 수 있는 아름다운 이혼을 한 부부가 될 수 있도록 조력자의 소임을 다할 것이다. /왕미양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1.12.08 15:54

과학기술 위대한 변화의 시작, 미래의 희망

이석래 과기부 성과평가정책국장 TV에서 산속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데 중년의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다. 자연에서 혼자 사는 이유 중 가장 많은 경우가 건강문제이고 다음으로 IMF 사태 이후 경제적 어려움을 피해 들어온 것이다. 우리나라가 IMF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은 금모으기 등 국민의 통합된 의지가 크지만,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정보통신기술(ICT)의 성장이다. IMF 이후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중화학공업에서 ICT 산업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IMF 이전인 1992년 세계 최초로 64M DRAM을 개발하면서 세계 반도체 선진국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였으며 1996년에는 디지털 이동통신시스템을 개발하여 이동통신 기술을 확보한다. 1998년 10년 동안 80조원을 투입하여 초고속인터넷망 구축을 발표하고, 계획대비 1/3의 비용으로 조기 구축을 이루어 세계에서 ICT 산업이 성장하기 가장 좋은 환경이 된다. 이러한 노력으로 1997년 8.6%에서 2002년 14.9%까지 ICT 산업의 비중이 커지고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은 2008년 9월 글로벌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가 6000억 달러 규모의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확산되고, 2009년 1분기에만 6.4%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침체를 겪게 된다. 500만 가구가 집을, 800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몇 조 달러의 국가적 손실이 발생한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제조업의 부활이다. 7000억 달러의 공적 자금 투입 등 미국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컸겠지만 과학기술에서 미국 제조업 성장에 기여한 커다란 성과가 있었으니, 셰일가스를 채굴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이다. 2008년 수압파쇄(Fracking) 기술의 성공으로 셰일가스 공급이 가능해지고 이로 인해 미국 내 제조업 생산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으며 해외로 나갔던 공장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Reshoring도 일어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결국 Fracking 기술의 성공이 미국경제 부활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인류의 미래를 바꾸어 놓은 힘은 과학기술의 발견과 발명이다. 증기기관의 발명은 인간의 직접적인 노동을 기계로 바꾸었고 산업혁명을 일으켜 풍요로운 삶의 시작을 알렸다. 공기 중 질소와 수소로 암모니아를 합성하여 비료화 함으로써 농작물의 생산량 증가, 경작지 확대로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항생제를 개발하여 세균으로 부터의 해방을 이루었고, 인터넷 기술은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단축시켰다. 이제 우주기술은 지구를 넘어 우주로의 진출도 가능하게 하였다. 산업생산, 먹거리, 건강, 미래터전 등 모든 분야에서 과학기술은 세상을 바꾸었다. 과학기술은 지역의 문제 해결에도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현재 지역은 정주여건에서부터 경제문화적 원인으로 인구가 줄고 몇몇 마을은 공동화가 진행되고 있다. 근본적인 변화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위기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기업이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공정의 변화로 생산성을 높이며, 지역사회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과학기술은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 변화와 희망을 줄 수 있다. 떠나려는 사람이 떠나지 않고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올 수 있으며 어려운 기업이 되살아나고 각종 문제도 해결이 가능하다. 이제 우리는 근본적 변화를 준비해야 하며 이때 변화의 시작, 미래에 희망은 과학기술을 통한 혁신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석래 과기부 성과평가정책국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1.12.01 16:36

지역의 첫인상! 공공 디자인 혁신으로 품격있게 만들자

최병관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 필자의 고향은 익산이다. 어릴 적 부모님의 손을 잡고 익산에서 버스를 타고 벚꽃길로 유명한 전군 도로를 지나 전주 동물원에 가끔 가곤 했다. 전주에 들어서자마자 한옥 기와로 만든 큰 문을 지나던 기억이 난다. 대문 가운데에 한문으로 뭐라고 써 있었는데 잘 모르지만어린 나에게는 뭔가 신비로워 보이고 이 문을 지나면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시간이 지나 알게 되었지만 바로 호남제일문(湖南第一門)이라는 글자였다. 호남고속도로 전주 IC를 빠져나와 전주 시내로 들어가는 기린대로에 우뚝 서서 길목을 지키고 있는 호남제일문은 옛 전라감영이 있었던 전주의 관문이다. 호남제일문은 전주 입성을 알리는 상징적인 건축물로 예술성에서도 의미가 있어 전주 미래유산 19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전통 한옥 지붕 호남제일문은 핫플레이스 전주 한옥마을과 잘 어우러져 전주의 이미지를 만든 대표적인 공공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 이쁜이 곱분이 모두 나와 반겨 주겠지달려라 고향열차 작곡가 임종수씨가 황등역을 거쳐 익산역으로 통학하다 철길 옆 코스모스를 보고 고향의 부모님과 친구들이 보고 싶어 노래로 지었다고 하는 나훈아가 부른 고향역의 가사 말이다. 몇 년 전 코레일 전북본부는 전라선과 호남선의 환승역 기능을 하는 익산역에서 매시간 안내방송과 함께 고향역 노래를 틀어 주었다. 익산시는 익산역-황등역 구간에 코스모스를 심는 등 노래 가사에 어울리는 옛 정취를 되살려 이를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익산역하면 고향역이라는 노래 가사가 떠오르게 되어 마치 자기 고향처럼 포근한 지역 이미지를 만들어 준다. 세계의 도시들은 저마다 연상되는 상징 조형물을 가지고 있다. 파리는 로맨스, 밀라노는 스타일, 뉴욕은 활기찬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는 시드니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3대 항구의 하나가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베를린 지명의 기원인 곰(Berlin Bear), 싱가포르의 전설 속 동물인 머라이언 등은 그 도시의 전통문화나 역사적 사실과 관련된 소재에 기대어 고유한 상징을 지역 이미지화한 사례다. 세계인들에게 익숙한 아이러브뉴욕(INY)도 황폐화해 가는 뉴욕의 도시 재생 캠페인의 슬로건으로 고안된 것인데, 시간이 흐르면서 대중화돼 이제는 뉴욕의 상징 이미지가 된 사례이다. 서초구는 사람 중심 공공 디자인 혁신을 통해 도시의 품격을 높인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늘막의 표준이 된 서리풀 원두막, 서리풀 이글루, 온돌꽃자리의자, 비대면 선별진료소 등이 서초구에서 창안한 공공 디자인이다. 이처럼 공공 디자인은 지역의 이미지를 구체적인 실체로 표현하는 것으로 그 대상이 매우 다양하고 포괄적이어서 건축, 조경, 공공시설, 교통시설을 비롯하여 공공용품이나 심볼 등 물리적비물리적 영역에 이르기까지 매우 복합적으로 어우러짐으로써 그 도시와 지역의 이미지를 만들어 간다. 사람과의 만남에 첫인상이 매우 중요하듯이 지역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전북은 아름다운 자연 자원과 유서 깊은 전통문화 자원을 가지고 있다. 공공 디자인 혁신을 통해 전북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 시킴으로써 품격있고 차별화된 지역 이미지를 만들어 나간다면 전라북도의 첫인상 개선 효과뿐만 아니라 관광문화 산업과 연계하여 전라북도의 경쟁력을 한 단계 더 향상시킬 수 있으리라 본다. /최병관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

  • 오피니언
  • 기고
  • 2021.11.24 17:01

‘한국여성변호사회’를 아시나요?

왕미양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가족들은 필자가 오지랖이 넓다고 불만이다. 사람을 좋아하여 이런 저런 모임에서 초대하면 거절하지 못하고 최대한 참석하려고 노력한 산물이다. 변호사인 필자가 모임 활동 중 가장 애정을 갖고 보람 있게 활동해 온 단체가 한국여성변호사회다. 총무(현재 사무총장) 또는 이사였다가 지금은 부회장, 나이 먹은 것을 실감한다. 최근 가깝게 지내온 후배 남성변호사와 또래 여성변호사로부터 한국여성변호사회라는 단체에 대한 그들의 선입견을 전해 듣고 놀랐다. 변호사까지 된 여자들이 뭐가 부족해서, 뭘 더 얻어내겠다고 단체를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1954년 한국 최초로 여성변호사가 된 이태영변호사를 필두로 여성변호사들이 50여명에 이르게 된 1988년도에 여성법우회가 결성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1991년도에 한국여성변호사회가 만들어졌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회원들과 임원들에게서 갹출한 회비와 후원금을 재원으로 초창기부터 가정폭력, 이혼, 자녀양육문제 등 경제적으로 어렵고 고통 받는 여성들의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여성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하여 무료법률상담센터를 운영하였다. 2012년 사단법인화 한 이후에는 아동학대피해자, 코피노(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자녀), 국내 체류자격이 없는 미등록 이주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익소송 등으로 활동 범위를 확장하여 왔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여성변호사들의 권익증진만을 위한 이익단체가 아니고, 여타 변호사들 단체와는 달리 정치색도 전혀 없는 공익단체다. 이에 그 동안 대한변호사협회(국내 모든 변호사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법정 공익단체) 집행부는 재정적으로 열악한 한국여성변호사회의 활동을 격려하며 매년 일정 금액을 지원하였고, 여성변호사들은 대한변협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각종 인권 활동은 물론 열위에 있는 신입변호사들과 여성변호사들 지원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등 대한변협의 발전을 위해 적극 참여하고 협력하였다. 그런데 올해 초 대한변협 협회장 (직접)선거에서 라이벌이었던 여성후보(한국여성변호사회 전임 회장이었음)를 누르고 꾸려진 대한변협 집행부는 최근 여성변호사들이 그 여성후보를 지지하였다는 사적 감정으로(여성변호사들의 해석임) 전국 변호사들을 상대로 한국여성변호사회의 그 동안의 공익활동을 폄훼하고 왜곡하고 있다. 또 그 동안 한국여성변호사회를 지원한 대한변협의 역대 집행부에도 어떤 잘못이 있는 것처럼 왜곡하고 한국여성변호사회의 지원 중단 명분을 얻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얼토당토않은 내용의 설문조사까지 실시했다. 최근 여성변호사는 전체 변호사 중 약 30%에 이를 정도로 급격히 늘었지만 여전히 여성변호사들은 임신출산육아문제 등으로 남성변호사들에 비해 부당한 편견과 차별을 받고 있다. 대한변협은 그러한 여성변호사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아 변호사의 공공적 책무(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수행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칭찬하기는커녕 사적 감정에 의한 보복조치, 소인배적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필자가 소속된 단체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부끄럽다. 하지만 2022년 3월에 실시되는 20대 대통령 선거의 양당 후보들 모두 경선당시 마음 상한 일로 경선에서 이긴 후보와 진 후보 간 화해가 쉽지 않고, 경선에서 이긴 양당 후보 진영에서는 서로 내가 이기면 구속시키겠다고 난리인 모습을 보면서 선거는 다 그런 거라고,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왕미양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1.11.10 16:44

위기는 기회다…탄소중립을 기회로

이석래 과기부 성과평가정책국장 아테네가 그리스의 중심 도시국가로 도약한 계기는 페르시아와의 전쟁이다.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테네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고 도시국가로서 감당하기 힘든 막대한 예산을 투입, 군선 200척을 단기간에 건조하여 페르시아와의 살라미스 해전에서 승리를 거둔다. 이를 발판으로 에게 해까지 장악하여 아테네를 해상무역의 중심으로 발전시킨다. 또한 아테네와 피레우스 항구를 연결하는 양쪽 성벽 6m, 길이 7.5km의 대로를 건설하여 육지중심에서 바다중심으로의 대전환 이룬다. 이후 아테네는 100년의 번영을 이끌었고 그리스의 중심을 넘어 세계의 중심이 된다. 이러한 일을 앞에서 뒤에서 끊임없이 계획하고 추진한 이는 테미스토클레스라는 인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핵심 성공 요인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멀리 보는 통찰력과 비전의 제시, 시민을 위한 정책 그리고 포용적 추진력이 기반이 되었다. 며칠 전까지 반팔 옷을 입고 다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 코트를 입었다. 기온의 차이가 너무 심해 적응하기가 쉽진 않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진 우리나라 가을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감이 든다. 맑고 푸른 하늘, 황금 들판, 조금씩 짙어가는 단풍을 보면서 덥지도 춥지도 않는 시원한 가을날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우리세대가 누릴 수 있는 커다란 행복임에 틀림없다. 먹을 것도 풍족해서 인심도 좋아지는 결실의 시기이기에 마음에 남는 따뜻한 추억도 많은 계절이다. 이 기간이 짧아지고 있고 곧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드는 것은 나만의 걱정인가? 지난 10월 민간정부 합동위원회인『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을 심의의결한바 있다. 2050년에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2030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 대비 40% 감축으로 기존의 26.3%에서 상향하는 방향으로 제안하였다. 이는 결코 쉽지 않은 목표로 산업 전 분야와 국민생활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전환이 없으면 달성하기 어려운 일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철강공정 전환, 석유화학 및 시멘트 원료전환, 제로에너지 건축 활성화, 에너지 고효율 기기 보급, 친환경차 보급 확대, 비료사용 저감, 저 메탄 사료공급 확대, 가축분뇨 질소 저감, 지속가능 산림경영, 도시녹지 조성 등 산업과 생활 전 부문에 걸쳐 감축 계획이 포함되어 있어 미리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일부 기업은 어려움을 겪고, 국민 특히 취약계층의 위기는 더욱 커질 수 있다. 기후변화의 문제가 중앙정부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지방자치단체도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개발하고, 제도와 예산의 지원해야 한다. 도민과의 소통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함께 고민하고 과학기술을 통해 문제의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에는 도달하지 않더라도 지역 기업, 지역 농촌의 작은 문제 등은 해결이 가능하다고 본다. 기후변화대응 체제로서 파리협정의 목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2℃보다 아래로 유지하고 나아가 1.5℃ 이내로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인류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전북은 이를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해결책을 찾아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탄소중립 산업이 미래 먹거리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이석래 과기부 성과평가정책국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1.11.03 16:4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