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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따 맞는 자식을 왜 낳으셨나요?

새로운 스포츠 현장의 발전적 미래를 위해 부끄러운 과거를 들추어 내놓고 속죄하고 반성하고자 조심스럽게 펜을 들어본다. 7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빠따(?) 문화가 삶의 현장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군대에서도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정말 다양한 곳에서 폭력은 이루어지고 있었다. 학생 때 선생님의 출석부 모서리로 안 맞아본 학생이 과연 몇이나 될까? 자를 세운 딱딱한 모서리로 손등 맞아본 친구들도 부지기수 일 것이다. 군대 상관이나 선임자에게 무릎 정강이 안 맞아본 군인들도 얼마나 될까? 나는 75년도 고3 때 태릉 국가대표선수촌에 훈련파트너로 입촌하였다. 우리 대한민국 건국 이후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우리 조국에 선사한 자랑스러운 양정모 선배가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도록 스파링 파트너로서 일조를 하였다는데 무한한 자부심을 갖는다. 태릉선수촌에 막내로 입촌하다 보니 후배는 한명도 없고 하늘같은 선배님뿐이었다. 그중에 전북출신으로 레슬링계를 평정한 안한영, 백승현, 김영준, 배기열, 강용식 등 기라성 같은 선배와 엄격한 상하 관계 속에서 무조건 상명하복이었다. 심지어 선배는 하나님과 동격이라고 배우며 성장했다. 그리고 거의 매일 선배님의 꾸지람과 혼냄의 연속이였고 그땐 그것이 스포츠 현장 문화의 일부분이었고 선배님들의 사랑이었으며 참고 이겨내야만 운동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선수나 지도자에게 지배적이었던 것 같다. 어찌 보면 훈련이나 부상보다 빠따(?)를 견디지 못해 운동을 포기한 동료들도 있었다. 심지어 몽둥이로 너무 많이 맞아서 때리는 선생님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하다가 기절하는 선수를 눈앞에서 목격하기도 했다. 70년대 후반 일본 도쿄에 있는 고쿠시간 대학교에 전지훈련 갔을 때 필자는 현지에서 생일을 맞이했다. 생일날 미역국에 따뜻한 축하와 사랑을 받아도 부족할 판에 생일날 빠따라니? 매일 두들겨 맞으니 생일날도 건너뛸 수가 없었다. 생일날 매를 맞고 너무 서러워서 합숙소 꼭대기에 올라가 서쪽하늘을 바라보며 하늘나라에 먼저 가신 어머니를 부르며 목 놓아 울어도 봤다. 어머니! 외국 땅에서 생일날 빠따맞는 자식을 왜 낳으셨나요? 너무나 서러웠다 우리나라 하늘을 바라보며 펑펑 울던 기억이 생생하고 지금도 그때 그 기억을 소환하면 마음이 먹먹해온다. 폭언 폭력은 다반사이고 인권이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한 단어 중 하나다. 선배님들의 빨래와 숙소 청소 피로회복을 위한 마사지 각종 심부름 등 지금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을 도맡아 했으며 빨래는 한 겨울에 연탄불에 끊인 물로 손빨래해서 짤순이(당시:탈수기)를 돌려서 라디에이터에 널어서 다음날 운동할 수 있도록 각 잡아서 선배님들을 드려야 했다. 혹시 라디에이터 위에 빨래가 뜨거워서 누렇게 변색이 됐다 하면 그날도 어김없이 매 맞는 날이다. 글을 쓰면서 그때를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40-50년이 흐른 지금의 스포츠 현장은 어떤가? 단언컨대 진천 국가대표선수촌과 스포츠 현장에는 폭행, 폭언, 기합, 빠따, 청소, 빨래는 물론 잔심부름조차 없어졌다. 인권이 살아 숨쉬는 스포츠 현장 뒤엔 꼭 인권이 존중되어야 한다. 국가대표처럼 생각하고, 국가대표처럼 행동하고, 국가대표처럼 최고가 되는 삶을 살아가자! /유인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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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2.09 19:22

99.7%의 중요성, 해운을 바로알자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바다에 대한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수산물, 해양환경 등에 대해서는 관심도가 높으나 해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다. 그러나 실제 해운이 국민경제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정부통계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총 수출입 물동량 9억5800만톤 중 해상 물동량이 9억5500만톤을 기록하며 그 비중이 99.7%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아도 전체 글로벌 무역 중 해상 물동량 비중은 85%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는 해상운송이 육상 대비 장거리 대량운송이 가능하고 거리 대비 운송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경제적인 특성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외무역 의존도는 약 60%로 경쟁국인 일본(29%) 이나 중국(32%)에 비해 두 배 가량 높은 상황이며 거의 모든 수출입 물량이 바다를 통해 운송된다는 점에서 해운산업은 대한민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매우 중요한 국가 기간산업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국내 해운선사들은 반도체, 자동차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연간 273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며 국제수지 개선에 크게 기여하는 동시에, 조선‧철강‧항만‧무역 등 전후방 관련 산업의 연계 발전을 주도하면서 다양한 산업군의 고용창출에도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안정적인 수출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무역규모를 감당할 수 있는 충분한 선박들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해운선사들이 실제 보유하고 있는 지배선대는 총 1,718척으로 중국(7,481척) 이나 일본(4,908척)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 국적선사들의 선박 확보를 위해서는 선박금융 지원이 필수적이다. 통상 국제운송에 사용되는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서는 선박 한 척당 200억 원에서 많게는 1,0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며,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만큼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는 것이 관건이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17년 한진해운 파산 이후 민간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이 급속도로 얼어붙어 선박건조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지배선대가 감소함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에 큰 차질이 생길 위기에 처했다. 이에 2018년 7월에 설립된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투자, 보증 등 다양한 금융지원책을 마련하여 국적선대 확충을 주도하고 있다. 공사는 민간 및 정책금융기관들이 선박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여 세계에서 가장 큰 컨테이너선 20척 대량 발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였고, 이를 통해 코로나 펜데믹 이후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의 운임급등과 선복부족에 따른 물류 대란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바 있다. 전 세계 외항 화물선 중 우리나라 선대 비중은 약 4% 정도에 그치고 있고, 국적선 부족으로 국내 화주들은 미국이나 유럽으로 수출하는 컨테이너 화물의 약 80% 정도는 외국 선사를 이용하고 있다. 국적선대를 더욱 늘려 우리기업의 원활한 수출입과 국제경쟁력의 향상을 지원해야 한다. 해운도 공기와 같다. 평소에는 고마움을 느끼기 어렵지만, 물류대란과 같은 위기 시에는 해운이 얼마나 중요한 국가 기간산업인지 알 수 있다. 평소에도 대한민국 해운에 대한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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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2.02 18:50

중앙과 지방이 함께 내딛는 협력의 첫걸음, 중앙지방협력회의

최병관 행안부 지방행정정책관 작년 8월 <국민과 주민을 위한 봉사자의 협력적 거버넌스 제도화>라는 제하로 타향에서에 기고를 한 적이 있다. 지난해 7월 중앙지방협력회의법제정을 기념하여 중앙지방협력회의가 2022년 1월부터 제도화되는 의미를 이야기하였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국민과 주민이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국민을 위한 봉사자인 중앙정부와 주민을 위한 봉사자인 지방정부가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야 함을 강조하는 글이었다. 드디어 2022년 1월13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첫 번째 중앙지방협력회의가 개최되었다. 회의 개최일인 1월 13일은 32년만에 전부개정된 「지방자치법」, 제정법인 「주민조례발안법」등 문재인 정부가 그간 자치분권 확대를 위해 준비해온 새로운 법률들이 시행되는 날로써, 제1회 회의의 개최일로서의 의미를 더하였다. 회의에 참석한 한 시도지사는 지방자치의 역사에서 한 획을 긋게 되는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현재 10월29일로 되어 있는 지방자치의 날을 1월13일로 수정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하였다. 중앙지방협력회의 담당 국장으로서 1차 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지방 4대 협의체 및 지방자치단체, 중앙 부처와 열린 자세로 소통을 하면서 안건을 발굴하고 협의하였다. 예전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프로세스를 만들고 준비하다 보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대통령께서 개회선언을 할 때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에 감회가 남달랐고 가슴이 벅차오르기까지 했다. 자치분권 2.0 시대, 중앙과 지방이 함께 내딛는 제도화된 협력의 첫걸음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명실상부 중앙지방협력회의는 대통령 주재 하에 중앙과 지방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이 함께 지방자치와 균형발전 관련 주요 정책 등을 심의하는 회의가 될 것이다. 중앙지방협력회의의 출범은 그간 비정기적으로 이루어진 중앙-지방간 소통과 협력을 제도화함으로써 자치분권 2.0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국정 운영의 플랫폼이 마련되었다는 의미가 있다. 그간 비정기적으로 이루어진 시도지사 간담회 등과는 달리, 분기별 1회 개최하여 지방 관련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실질적인 회의체로서 운영된다. 지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법률, 정책 등에 대해서는 국무회의 상정 전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필수적으로 논의하고, 개최결과를 국무회의에 공유함으로써 국무회의와 연계되는 명실상부한 제2국무회의로서 운영할 예정이다. 또한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중앙-지방간 소통과 협력, 공론의 장이 되도록 운영해 나갈 것이다. 중앙지방협력회의 공동부의장제, 실무협의회 공동위원장제 등을 통해 중앙-지방간 수평적 구조로 운영하고, 구성원이 자유로이 안건을 제출함으로써 상향식 논의가 이루어지도록 할 계획이다. 주요 의제 발굴부터 심의의결까지 모든 단계에서 중앙과 지방이 함께한다. 중앙지방협력회의의 출범은 중앙과 지방이 수직적이고 종속적이 아니라 수평적이고 대등한 관계로 거듭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년 12회는 지역 현장에서 찾아가는 중앙지방협력회의로 개최함으로써 지방의 생생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새롭게 시작되는 중앙지방협력회의가 국민과 주민의 봉사자들의 소통과 협력의 장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지방 인구 감소, 지역경제 활성화 등 국가적 의제를 함께 슬기롭게 해결해 나아가는 게임체인저가 되기를 바란다. /최병관 행안부 지방행정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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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26 19:34

호랑이 세포

장구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2022년 새로운 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십이신지에 해당하는 동물 중에서 호랑이를 의미하며, 그 중에서는 검은 호랑이의 해라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호랑이를 중요한 동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호랑이의 용맹함과 강인함 등을 숭배하는 문화가 있어왔습니다. 영화나 소설에 보면 특정 마을을 지키는 호랑이 신이 있다던지, 산을 지배하는 호랑이가 있어서 그 호랑이의 노여움의 사면 불길한 일이 생긴다는 이야기들을 들은 적이 있을 것입니다. 과거 호랑이는 전 세계에 많이 존재하였지만, 도시화, 서식지 파괴, 무분별한 포획 등으로 이제 호랑이는 우리나라에는 멸종이 되었고, 지구촌 많은 곳에서도 그 숫자가 줄어서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수의사이며, 대학교수로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교육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동물을 접하고, 아픈 동물들을 치료도 해주며, 관련하여 대학교에서 여러 동물의 임신과 출산과 관련 교육을 진행합니다. 연구적인 측면에서는 동물 세포를 이용하여 여러 가지 연구를 수행합니다. 특히 동물의 생식세포를 이용하여 체외수정을 실시하고, 수정된 배아를 이용하여, 시험관 동물을 태어나도록 하는 연구를 합니다. 이런 연구를 수행하다가 보면 여러 동물의 세포를 만날 기회가 있습니다. 때로는 제가 이런 여러 동물들의 세포에 관심이 있어서 주변에 공동 연구를 하는 분들게 희귀한 동물이 죽으면 알려주세요. 세포를 얻어서 연구를 좀 하고 싶습니다 라고 요청을 해두었습니다. 이런 저의 요청을 받은 병리학 교수님이 몇 년 전에 호랑이가 죽어서 부검을 하는데, 필요하면 세포를 얻을 수 있다고 해서 부검 중에 일부 조직을 세포 배양을 제공해주었습니다. 조직을 연구실로 3-4시간에 걸쳐 배송하고, 오염이 되지 않도록 배양을 시도하였습니다. 세포 배양을 하다보면 미생물 오염으로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원들이 신경써주어서인지 호랑이 세포는 성공적으로 분리 배양이 되어서 초저온 냉동고에 보관을 하였습니다. 이렇게 보관된 세포를 이용하여 언제가 기회가 되면 이 세포를 이용하여 호랑이에 대한 이해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약 5년이 시간이 지나고, 바쁘게 연구 활동을 하던 때 우연히 공동연구를 하시는 교수님이랑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올해가 호랑이해라서, 제가 호랑이 세포가 있습니다 하니, 너무 놀라시면서, 재차 확인을 하시더군요. 초저온 냉동고에 잘 보관되어 있으니 필요하면 언제든지 요청하시면 제가 세포를 확인해보겠습니다. 기록을 찾아서 냉동되어 있던 세포를 융해하고, 현미경으로 관찰하니 세포가 잘 자는 것을 확인하였고, 이들 세포가 호랑이가 가지고 있는 염색체와 같은지 확인했는데, 잘 일치했습니다. 세포를 확인하고, 옛날 생각이 나서, 호랑이를 부검했던 교수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안부도 물을 겸해서⋯. 그 교수님은 전주덕진동물원 리모델링에 관여하면서, 이제 동물원이 과거의 동물원이 아니라, 생태 복지 동물원으로 변경되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저도 많이 공감합니다. 우리나라 동물원이 사실 너무 좁은 울타리 안에 동물들을 가두어두고, 사람들에게 구경거리만 제공하는 시절이었습니다. 최근 전주시는 덕진동물원을 생태동물원화를 결정하고, 여러 동물들의 시설을 동물 친화적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러 공무원들과 관계자들이 노력을 해서 이루어진 결과로 알고 있습니다. 공사가 끝나면 저도 한번 동물원에 가서 그 변화를 관찰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제가 연구년으로 있던 근대식 동물원의 시초로 알려져 있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쉔부른 동물원은 낡았지만, 동물들을 위한 공간이 매우 넓어서 참 인상 깊었습니다. 안타깝게 죽은 동물원의 호랑이로부터의 세포를 보면서, 연구자로서 그 동물의 세포 및 유전자에 대한 연구 기회를 얻었지만, 수의사로서 동물원의 동물들이 아프지 않고 오래 건강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제 우리나라 여러 동물원도 생태 동물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 노력했으면 합니다. /장구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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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19 19:40

글로벌 물류대란, 남의 일이 아니다

-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1956년 말콤 맥린은 화물을 적재한 트럭을 그대로 배에 실어 육상과 해상을 연계하는 운송을 고민하던 끝에 세계 최초의 컨테이너선 Ideal-X를 선보이며 ‘컨테이너의 아버지’로 불리게 된다.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58개의 컨테이너박스를 싣고 뉴저지에서 휴스턴으로 운송을 시작하면서 역사에 길이 남을 혁명의 시작을 알렸다. 컨테이너를 통한 물류혁명이 세계경제에 미친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뉴욕의 소비자가 주문한 상품이 동아시아 생산기지에서 컨테이너에 실려 LA항으로 12일간 이동하여 항만터미널에서 2일내 분류를 거친 후 고객의 손에 전달된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이처럼 획기적인 운송수단인 컨테이너박스가 글로벌 물류대란의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 서안 항구 및 터미널의 병목현상이 심해져 컨테이너박스가 터미널에 쌓여가는 동안, 하역을 기다리는 세계 각국의 대기선박이 100여척이 넘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이로 인해 회수되지 못한 컨테이너박스 품귀현상까지 더해져 전 세계가 공급망 붕괴라는 몸살을 앓고 있다. 항만 적체로 선박공급은 줄어드는데 COVID-19로 촉발된 일부 품목의 폭발적 소비증가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탓이다. 물류대란의 여파는 우리 삶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맥도날드 세트메뉴에서 감자튀김이 자취를 감춘 적이 있으며, 호주와 중국의 갈등으로 석탄수출이 규제되면서 중국 내 요소수 생산이 마비되어 100% 수입에 의존해온 우리나라 요소수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사례는 글로벌 공급망이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잘 보여준다. 문제는 GDP의 4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해상운임의 척도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물류대란 이전 1,000pt에서 현재 5,000pt를 넘어섰다는 것은 수출업자가 지불하는 운임이 5배 이상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물류대란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의 국제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 과거 효율이 낮은 산업을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하여 국제분업을 추구하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이 잦았으나, 최근 물류대란을 겪으며 무분별한 해외 이전보다 국가 전략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가 소부장산업과 일부 광물자원 조달에서 이미 어려움을 경험한 바와 같이, 물류부문 역시 국내에서 컨테이너박스를 생산하기보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온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향후에는 리쇼어링(re-shoring)이나 니어쇼어링(near-shoring)을 장려하기 위해 이들 업체에 세제혜택, 보조금 지급, 산업용지 제공 등 구체적인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정부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수출기업들의 선복확보를 위한 정책수립도 필요하다. 중소화주의 선복확보를 위해 임시선박 투입을 확대하고 물류바우처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대형화주에 대해서도 장기운송계약을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하여 선화주간 상생을 촉진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우리 해운물류기업들이 해외 항만터미널 확보, 내륙운송 진출 등을 통해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 공급망 병목현상을 극복하고 고객에게 정시성 있는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따른 물류대란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생존하여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70여년 전 컨테이너로 물류혁명의 장을 열었던 말콤 맥린의 창의적 사고와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은 인천대 석좌교수, 해양수산부 기획조정실장과 차관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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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19 13:56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국가대표 선수촌

유인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장 지구촌 최고의 축제 중에 빠질 수 없는 축제 하나가 바로 올림픽이다. 그중에 4년마다 열리는 동계올림픽이 22년 2월4일 부터 베이징과 장자커우, 그리고 옌친에서 16일간의 대장정에 오르게 된다. 필자는 국가대표 선수촌장으로서 대한민국 선수단 총감독 및 부단장으로 16일간을 격전의 현장에서 우리 선수들과 함께 하게 된다. 우리나라 선수단은 금메달 1~2개 획득을 통해서 15위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포츠란게 팀 컨디션도 중요하지만 개인 컨디션도 중요해서 예상치 못한 선수가 선전하기도 하고 믿었던 선수가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경우도 있어서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없지만 월드컵 1~4차 대회를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 최고 강세 종목인 쇼트트랙에서 황대헌(남1000M)과 최민정(여1000M)에 기대를 걸어본다. 또한 스노우보드에 이상호는 경기력이 상승하고 있어 메달 가능성이 충분하고 빙상에 김민석 선수가 우리 선수단의 분위기를 좌우 할 수 있는 선수로 좋은 성적을 기대해본다. 스켈레톤은 평창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윤성빈 선수가 출전하지만 정승기 윤성빈 김지수 등 경쟁 체제를 구축해서 경쟁심을 유발 하고 순위가 현재 10위권 밖에 밀려 있어서 얼마 남지 않은 기간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컬링은 현재 세계 랭킹 10위로서 이번 올림픽에 턱걸이로 선발권을 획득하였다. 지구력, 집중력과 강한 체력이 필요한 경기로서 많은 경기 변수가 따르는 종목으로 메달권을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예상은 예상일뿐 누구에게나 기회는 균등하게 주어지기 때문에 선수들은 끝까지 멈추지 않는 도전이 필요하다. 4년을 쉼 없이 달려온 우리선수들이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국가대표 진천선수촌은 몇 가지 큰 틀에서 준비해 왔다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 훈련중단 경기력 및 체력 저하 등의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개인 방역과 시설 방역에 철저를 기하고 PCR검사 결과 음성 후 훈련개시를 하고 외부인 출입 통제 및 제한, 종목별 식당 및 훈련시설 이용시간 조정 등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몇 주 전 몽골 전 대통령도 선수촌 방문시 하루 전 PCR검사와 입촌 직전 신속항원 검사를 받아야만 했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도 솔선수범해 주시고 정부 관계자 및 종목단체 회장 등 아낌없이 협조해 주신 결과 선수촌에서는 아직까지 단 한명의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입촌시 번거롭게 해서 미안한 마음 없지 않지만 선수를 위해 함께 배려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제가 선수촌장으로 임명된 후 바로 동계올림픽 체제로 전환해서 동계종목단체 간담회를 개최하였고 종목의 의견과 건의 사항을 듣고 해외 전지훈련은 물론 장비구입 등 국제대회 참가를 적극 추진하기 위해 대한체육회와 문체부가 협의하여 32억을 추가 지원을 하였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4년 동안 가장 외롭고 힘든 자기와의 싸움을 하고 있다. 연습에서 울고 시합에서 웃는 멋진 선수가 되길 바라며 승패를 떠나 후회 없는 경기를 해주길 당부한다. 또 이렇게 힘들게 준비하고 있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국민 여러분의 진심어린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베이징 하늘에 태극기 휘날리며 애국가 울려 퍼지는 그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 파이팅! /유인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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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12 19:31

글로벌 물류대란, 남의 일이 아니다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1956년 말콤 맥린은 화물을 적재한 트럭을 그대로 배에 실어 육상과 해상을 연계하는 운송을 고민하던 끝에 세계 최초의 컨테이너선 Ideal-X를 선보이며 컨테이너의 아버지로 불리게 된다.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58개의 컨테이너박스를 싣고 뉴저지에서 휴스턴으로 운송을 시작하면서 역사에 길이 남을 혁명의 시작을 알렸다. 컨테이너를 통한 물류혁명이 세계경제에 미친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뉴욕의 소비자가 주문한 상품이 동아시아 생산기지에서 컨테이너에 실려 LA항으로 12일간 이동하여 항만터미널에서 2일내 분류를 거친 후 고객의 손에 전달된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이처럼 획기적인 운송수단인 컨테이너박스가 글로벌 물류대란의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 서안 항구 및 터미널의 병목현상이 심해져 컨테이너박스가 터미널에 쌓여가는 동안, 하역을 기다리는 세계 각국의 대기선박이 100여척이 넘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이로 인해 회수되지 못한 컨테이너박스 품귀현상까지 더해져 전 세계가 공급망 붕괴라는 몸살을 앓고 있다. 항만 적체로 선박공급은 줄어드는데 COVID-19로 촉발된 일부 품목의 폭발적 소비증가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탓이다. 물류대란의 여파는 우리 삶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맥도날드 세트메뉴에서 감자튀김이 자취를 감춘 적이 있으며, 호주와 중국의 갈등으로 석탄수출이 규제되면서 중국 내 요소수 생산이 마비되어 100% 수입에 의존해온 우리나라 요소수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사례는 글로벌 공급망이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잘 보여준다. 문제는 GDP의 4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해상운임의 척도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물류대란 이전 1,000pt에서 현재 5,000pt를 넘어섰다는 것은 수출업자가 지불하는 운임이 5배 이상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물류대란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의 국제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 과거 효율이 낮은 산업을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하여 국제분업을 추구하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이 잦았으나, 최근 물류대란을 겪으며 무분별한 해외 이전보다 국가 전략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가 소부장산업과 일부 광물자원 조달에서 이미 어려움을 경험한 바와 같이, 물류부문 역시 국내에서 컨테이너박스를 생산하기보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온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향후에는 리쇼어링(re-shoring)이나 니어쇼어링(near-shoring)을 장려하기 위해 이들 업체에 세제혜택, 보조금 지급, 산업용지 제공 등 구체적인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정부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수출기업들의 선복확보를 위한 정책수립도 필요하다. 중소화주의 선복확보를 위해 임시선박 투입을 확대하고 물류바우처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대형화주에 대해서도 장기운송계약을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하여 선화주간 상생을 촉진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우리 해운물류기업들이 해외 항만터미널 확보, 내륙운송 진출 등을 통해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 공급망 병목현상을 극복하고 고객에게 정시성 있는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따른 물류대란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생존하여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70여년 전 컨테이너로 물류혁명의 장을 열었던 말콤 맥린의 창의적 사고와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은 인천대 석좌교수, 해양수산부 기획조정실장과 차관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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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05 18:31

과학적 합리성, 객관성, 창의성은 성숙한 시민사회를 앞당긴다

이석래 과기부 성과평가정책국장 합리성은 영어로 Rationality, 그리스어 Logos를 번역한 라틴어 Ratio에서 나온 말로 이성, 계산, 추리, 수학적 비율 등의 의미를 갖는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연역적 추리나 귀납적 추리와 같은 논리적인 추론과 복잡한 수학적 계산 능력을 통한 진리에 대한 인식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인간이 무엇인가를 선택하려 할 때 최선의 선택을 위한 인간의 이성적 의식 활동을 말한다. 순간적 감정이나, 충동, 분노, 욕망, 알 수 없는 미신으로 판단하거나 행동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객관성이란 같은 상황이라면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 오늘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면 내일도 다른 곳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으로 합리적 판단을 했다면 객관성은 일부 확보되었다고 보기에 일맥상통한다. 창의성은 전통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롭고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말한다. 합리성, 객관성과 모순된 개념으로 보이지만 창의성은 그 자체가 진리라거나 지적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직면한 개인의 자세와 태도를 말한다. 사물과 현상을 새롭게, 남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바라보려고 하는 것을 말하며 이러한 태도는 지식의 저변을 넓히고 새로운 지식 창출에 원동력이 된다. 합리성과 객관성은 과학의 속성이자 과학으로 인정받기 위한 기본적인 요소이다. 당대에 과학으로 인정받았더라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합리성과 객관성이 없어지면 과학의 범주에서 멀어지게 된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연구결과를 광범위하게 공개하고 다른 연구자들이 재연해보고 평가해주길 바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과학은 진리에 가까이 간다. 과학은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기에 모든 것을 새롭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는 창의성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기존의 지식에 안주한다면 지식의 발전은 이루어지지 않고 정체되며 궁극적으로는 퇴보하게 된다. 창의적 사고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은 과학의 본질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연구자는 학사, 석사, 박사, 박사후 등 장기간에 걸친 연구과정에서 과학적 속성을 배우고 그에 따라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사회도 유지되기 위해서는 일반인이 행할 때 판단에 필요한 기준이 있어야 하며 이러한 기준을 갖고 행하는 일들은 순간순간 변하지 않아야 하고, 다른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어야하며,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기준이 비이성적이거나, 사회적 충동에 의해서 결정된다면 사회는 혼란과 무질서에 놓이게 되고 똑같은 일에 대해서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다면 믿음이란 사라지고 불신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렇기에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사고는 사회가 유지되는 근간이 된다. 그렇다고 너무 똑같은 가치가 지속된다면 기득권이 세력이 되고 사회의 활력이 떨어진다.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여 사회의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사회의 지속발전 측면에서는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창의성은 사회발전을 위한 또 하나의 근간이 된다. 시민이 합리성, 객관성, 창의성을 갖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과학의 속성을 생활 속에서 느끼고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접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과학은 어렵다거나 과학자들의 전유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기에 과학과 사회의 접점은 나름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체험을 통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거나, 교육과 토론을 통해서 자주 접하고 생각해야 한다. 생활과학교실, 체험교실, 과학축제와 주변의 과학관 등을 통해 과학을 생활 속에서 자주 보고, 느끼고, 생각하며, 행동한다면 합리성, 객관성, 창의성은 우리들 몸과 마음에 스며들고, 그에 비례해서 시민의식은 높아질 것이다. /이석래 과기부 성과평가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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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29 19:20

시간의 매듭

최병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한 해를 보내면서 마무리가 중요한 것은 누구나 공감한다. 마무리는 매듭을 잘 짓는 거다. 해마다 이 때쯤이면 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말을 하게 된다. 시작은 잘 하였으나 끝을 확실하게 매듭짓지 못하고 얼버무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시작이 반이다하여 시작을 중요하게 여기는 말도 있지만, 다 가서 문지방 못 넘어간다는 말로 끝마무리의 중요성을 우리 선조들은 함께 가르쳐 주었다. 시인 롱펠로우는 시작하는 재주는 위대하지만, 마무리 짓는 재주는 더욱 위대하다고 말했고, 세익스피어는 끝이 좋아야 모두가 좋다라고 했다. 알렉산더 대왕의 고르디우스의 매듭 이야기가 있다. 고대 소아시아의 프리기아란 나라가 내란으로 혼란할 무렵, 이륜마차를 타고 오는 첫 번째 사람이 나라를 구하고 왕이 되리란 신탁에 따라 농부였던 고르디우스가 왕으로 추대된다. 왕이 된 그는 자신이 타고 온 마차를 제우스 신전에 봉안하고 복잡한 매듭으로 묶어 둔다. 그리고 이 매듭을 푸는 사람이 아시아의 지배자가 되리란 신탁을 함께 내린다. 그 후로 수백 년 동안 많은 사람이 아시아의 지배자가 되기 위해 매듭 풀기에 도전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다. 그런데 어느 날 약관의 알렉산더가 나타나 단칼에 매듭을 잘라 버린다. 알렉산더는 결국 신탁에 따라 아시아의 지배자가 된다. 애를 써도 해결하지 못하는 복잡한 문제를 남들이 생각지 못한 대담한 방식으로 단번에 해결한다는 의미로 자주 인용되는 이야기다. 중국의쾌도난마(快刀亂麻)와 비슷하다. 대나무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오랜 시간에 거쳐 마디를 형성하는 매듭을 지으며 하늘 높이 자란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심한 태풍이 불어도 부러지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마디와 매듭 때문이다. 우리의 삶에도 하던 일을 멈추고 매듭지어 줄 때가 있다. 그게 바로 시간이다. 본래 시간에는 매듭이 없다. 즉 구분이 없고 무한정이다. 이러한 무한정의 시간에 인간이 여러 개의 매듭을 만들어 놓았다. 년, 월, 일, 시 등이다. 이러한 시간의 매듭을 통하여 시간의 지나감을 인식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무한정의 시간이 각각의 매듭 단위에 의해 구분되어 지고 한정된다. 시간은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위대한 발명품이다. 만약 이 시간의 매듭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아마도 무아, 혼돈, 그 자체가 아닐는지 싶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은 매듭을 짓는 일이다. 매듭이라고 하는 말에는 종결의 의미와 동시에 또 다른 시작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지만 다른 쪽에서 보면 매듭은 고통이며 상처이다. 매듭지을 때까지 한 동안 아픔이고 시련이다. 그러나 이 아픔 때문에 발전과 도약이 이루어진다. 시작보다 더 중요한 끝마무리를 멋지게 하기 위해서는 매듭을 잘 짓는 지혜가 필요하다. 코로나19의 암울한 터널 속을 우리는 지나가고 있다. 터널의 끝이 어디인지 모른다. 하지만 모든 터널은 끝이 있다. 우리는 그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고통스럽지만 그 끝에 다다를 때 우리도 모르게 아픈 만큼 성숙되어져 있을 것이다. 지금은 고르디우스의 매듭보다는 대나무의 매듭과 같은 슬기로운 마무리가 필요하다. 대나무의 매듭처럼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지금의 고통을 극복하는 지혜로운 매듭짓기를 한다면 어두운 긴 터널을 통과해서 다시 찾아온 일상의 소중한 시간 속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으리라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소망해 본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 최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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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22 19:27

‘아름다운 이혼’을 위하여

왕미양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이혼은 결혼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더 힘들다, 이 표현은 필자가 이혼 문제 상담을 할 때 당사자들에게 많이 하는 말이다. 그런데 최근 지인 교수님으로부터 배우자와의 이혼이 인생에서 두 번째로 스트레스가 높은 일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는 말을 듣고 출처를 찾아보았다. 미국의 정신의학자인 토마스 홈즈와 리차드 라헤 박사가 개인의 스트레스 지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살면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사건들에 대한 정신적 충격 점수를 부여하여 순위를 매긴 연구 내용이다. 배우자의 사망이 100점으로 가장 높았고, 이혼은 73점으로 2위, 결혼은 50점으로 7위였다. 미국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을 보면 이혼한 후에도 자녀와 함께 식사를 하거나 휴가를 가며 친구처럼 편한 사이로 지내는 모습들이 많이 보여서 개방적인 미국인들은 이혼으로 인한 분노와 스트레스가 약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요즘 필자가 재판하고 있는 이혼 사건의 당사자 중 한 분이 50대 중반의 남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재직 중인 직장에 입사한 이후 직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거의 주말도 없이 밤낮으로 일한 결과 조기퇴직도 당하지 않고 부장직함을 달고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는 남편이다. 남편은 직장일만 우선시하고 가족과 가정일은 등한시해 오다가 남편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50대 갱년기 아내로부터 이혼 소송을 당한 것이다. 남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이혼은 할 수 없다고 하였고, 또 아내가 변호사를 통해 작성한 10여 쪽 분량의 이혼 소장 내용 대부분이 거짓이고 오해를 하고 있다며 조목조목 반박한 20여 쪽 분량의 서면을 준비해왔다. 남편에 대한 실망, 슬픔, 분노의 말들이 가득 담긴 아내의 소장에 대한 반박을 준비하면서 남편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받았을지 안 봐도 비디오다 . 이혼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서로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서로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싸움을 한다. 때문에 필자는 서로에게 분노하며 비방하는 적대적인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아름다운 이혼의 조력자가 되기 위해 당사자의 말은 듣기만 하고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서면에는 최대한 간략하게 유화적으로 표현한다.(지난 20여 년 간 수많은 이혼 사건의 대리인 변호사, 서울가정법원의 조정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이혼 사유에 대한 다툼 대부분은 상처만 될 뿐 이혼 결과를 얻는 데는 영향이 없다는 경험적 산물이다) 앞서 말한 남편의 이혼 사건에서도 필자는 아내의 장점을 언급하고, 아내가 오해를 하고 있는 점에 대한 해명을 주 내용으로 한 6쪽짜리 답변서를 준비하여 법원에 조정의사를 피력하였고, 법원은 부부에 대한 가정법원 내부 조사절차를 거친 뒤 외부기관 등에서 부부상담을 받을 것을 명한 상태다. 필자가 보기에 남편은 아내 입장에서는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지만, 객관적으로 보기에 한 번쯤은 용서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다. 필자는 이들 부부가 상담을 받으면서 아내가 남편의 과거 행태를 용서하고 이혼의사를 철회하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끝내 이혼을 할 수밖에 없다면. 필자는 아내와 남편이 이혼 이후에도 미국 할리우드 영화배우들처럼 자녀와 함께 만나서 식사하고 여행을 갈 수 있는 아름다운 이혼을 한 부부가 될 수 있도록 조력자의 소임을 다할 것이다. /왕미양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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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08 15:54

과학기술 위대한 변화의 시작, 미래의 희망

이석래 과기부 성과평가정책국장 TV에서 산속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데 중년의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다. 자연에서 혼자 사는 이유 중 가장 많은 경우가 건강문제이고 다음으로 IMF 사태 이후 경제적 어려움을 피해 들어온 것이다. 우리나라가 IMF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은 금모으기 등 국민의 통합된 의지가 크지만,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정보통신기술(ICT)의 성장이다. IMF 이후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중화학공업에서 ICT 산업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IMF 이전인 1992년 세계 최초로 64M DRAM을 개발하면서 세계 반도체 선진국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였으며 1996년에는 디지털 이동통신시스템을 개발하여 이동통신 기술을 확보한다. 1998년 10년 동안 80조원을 투입하여 초고속인터넷망 구축을 발표하고, 계획대비 1/3의 비용으로 조기 구축을 이루어 세계에서 ICT 산업이 성장하기 가장 좋은 환경이 된다. 이러한 노력으로 1997년 8.6%에서 2002년 14.9%까지 ICT 산업의 비중이 커지고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은 2008년 9월 글로벌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가 6000억 달러 규모의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확산되고, 2009년 1분기에만 6.4%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침체를 겪게 된다. 500만 가구가 집을, 800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몇 조 달러의 국가적 손실이 발생한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제조업의 부활이다. 7000억 달러의 공적 자금 투입 등 미국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컸겠지만 과학기술에서 미국 제조업 성장에 기여한 커다란 성과가 있었으니, 셰일가스를 채굴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이다. 2008년 수압파쇄(Fracking) 기술의 성공으로 셰일가스 공급이 가능해지고 이로 인해 미국 내 제조업 생산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으며 해외로 나갔던 공장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Reshoring도 일어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결국 Fracking 기술의 성공이 미국경제 부활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인류의 미래를 바꾸어 놓은 힘은 과학기술의 발견과 발명이다. 증기기관의 발명은 인간의 직접적인 노동을 기계로 바꾸었고 산업혁명을 일으켜 풍요로운 삶의 시작을 알렸다. 공기 중 질소와 수소로 암모니아를 합성하여 비료화 함으로써 농작물의 생산량 증가, 경작지 확대로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항생제를 개발하여 세균으로 부터의 해방을 이루었고, 인터넷 기술은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단축시켰다. 이제 우주기술은 지구를 넘어 우주로의 진출도 가능하게 하였다. 산업생산, 먹거리, 건강, 미래터전 등 모든 분야에서 과학기술은 세상을 바꾸었다. 과학기술은 지역의 문제 해결에도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현재 지역은 정주여건에서부터 경제문화적 원인으로 인구가 줄고 몇몇 마을은 공동화가 진행되고 있다. 근본적인 변화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위기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기업이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공정의 변화로 생산성을 높이며, 지역사회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과학기술은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 변화와 희망을 줄 수 있다. 떠나려는 사람이 떠나지 않고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올 수 있으며 어려운 기업이 되살아나고 각종 문제도 해결이 가능하다. 이제 우리는 근본적 변화를 준비해야 하며 이때 변화의 시작, 미래에 희망은 과학기술을 통한 혁신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석래 과기부 성과평가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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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01 16:36

지역의 첫인상! 공공 디자인 혁신으로 품격있게 만들자

최병관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 필자의 고향은 익산이다. 어릴 적 부모님의 손을 잡고 익산에서 버스를 타고 벚꽃길로 유명한 전군 도로를 지나 전주 동물원에 가끔 가곤 했다. 전주에 들어서자마자 한옥 기와로 만든 큰 문을 지나던 기억이 난다. 대문 가운데에 한문으로 뭐라고 써 있었는데 잘 모르지만어린 나에게는 뭔가 신비로워 보이고 이 문을 지나면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시간이 지나 알게 되었지만 바로 호남제일문(湖南第一門)이라는 글자였다. 호남고속도로 전주 IC를 빠져나와 전주 시내로 들어가는 기린대로에 우뚝 서서 길목을 지키고 있는 호남제일문은 옛 전라감영이 있었던 전주의 관문이다. 호남제일문은 전주 입성을 알리는 상징적인 건축물로 예술성에서도 의미가 있어 전주 미래유산 19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전통 한옥 지붕 호남제일문은 핫플레이스 전주 한옥마을과 잘 어우러져 전주의 이미지를 만든 대표적인 공공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 이쁜이 곱분이 모두 나와 반겨 주겠지달려라 고향열차 작곡가 임종수씨가 황등역을 거쳐 익산역으로 통학하다 철길 옆 코스모스를 보고 고향의 부모님과 친구들이 보고 싶어 노래로 지었다고 하는 나훈아가 부른 고향역의 가사 말이다. 몇 년 전 코레일 전북본부는 전라선과 호남선의 환승역 기능을 하는 익산역에서 매시간 안내방송과 함께 고향역 노래를 틀어 주었다. 익산시는 익산역-황등역 구간에 코스모스를 심는 등 노래 가사에 어울리는 옛 정취를 되살려 이를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익산역하면 고향역이라는 노래 가사가 떠오르게 되어 마치 자기 고향처럼 포근한 지역 이미지를 만들어 준다. 세계의 도시들은 저마다 연상되는 상징 조형물을 가지고 있다. 파리는 로맨스, 밀라노는 스타일, 뉴욕은 활기찬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는 시드니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3대 항구의 하나가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베를린 지명의 기원인 곰(Berlin Bear), 싱가포르의 전설 속 동물인 머라이언 등은 그 도시의 전통문화나 역사적 사실과 관련된 소재에 기대어 고유한 상징을 지역 이미지화한 사례다. 세계인들에게 익숙한 아이러브뉴욕(INY)도 황폐화해 가는 뉴욕의 도시 재생 캠페인의 슬로건으로 고안된 것인데, 시간이 흐르면서 대중화돼 이제는 뉴욕의 상징 이미지가 된 사례이다. 서초구는 사람 중심 공공 디자인 혁신을 통해 도시의 품격을 높인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늘막의 표준이 된 서리풀 원두막, 서리풀 이글루, 온돌꽃자리의자, 비대면 선별진료소 등이 서초구에서 창안한 공공 디자인이다. 이처럼 공공 디자인은 지역의 이미지를 구체적인 실체로 표현하는 것으로 그 대상이 매우 다양하고 포괄적이어서 건축, 조경, 공공시설, 교통시설을 비롯하여 공공용품이나 심볼 등 물리적비물리적 영역에 이르기까지 매우 복합적으로 어우러짐으로써 그 도시와 지역의 이미지를 만들어 간다. 사람과의 만남에 첫인상이 매우 중요하듯이 지역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전북은 아름다운 자연 자원과 유서 깊은 전통문화 자원을 가지고 있다. 공공 디자인 혁신을 통해 전북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 시킴으로써 품격있고 차별화된 지역 이미지를 만들어 나간다면 전라북도의 첫인상 개선 효과뿐만 아니라 관광문화 산업과 연계하여 전라북도의 경쟁력을 한 단계 더 향상시킬 수 있으리라 본다. /최병관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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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4 17:01

‘한국여성변호사회’를 아시나요?

왕미양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가족들은 필자가 오지랖이 넓다고 불만이다. 사람을 좋아하여 이런 저런 모임에서 초대하면 거절하지 못하고 최대한 참석하려고 노력한 산물이다. 변호사인 필자가 모임 활동 중 가장 애정을 갖고 보람 있게 활동해 온 단체가 한국여성변호사회다. 총무(현재 사무총장) 또는 이사였다가 지금은 부회장, 나이 먹은 것을 실감한다. 최근 가깝게 지내온 후배 남성변호사와 또래 여성변호사로부터 한국여성변호사회라는 단체에 대한 그들의 선입견을 전해 듣고 놀랐다. 변호사까지 된 여자들이 뭐가 부족해서, 뭘 더 얻어내겠다고 단체를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1954년 한국 최초로 여성변호사가 된 이태영변호사를 필두로 여성변호사들이 50여명에 이르게 된 1988년도에 여성법우회가 결성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1991년도에 한국여성변호사회가 만들어졌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회원들과 임원들에게서 갹출한 회비와 후원금을 재원으로 초창기부터 가정폭력, 이혼, 자녀양육문제 등 경제적으로 어렵고 고통 받는 여성들의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여성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하여 무료법률상담센터를 운영하였다. 2012년 사단법인화 한 이후에는 아동학대피해자, 코피노(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자녀), 국내 체류자격이 없는 미등록 이주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익소송 등으로 활동 범위를 확장하여 왔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여성변호사들의 권익증진만을 위한 이익단체가 아니고, 여타 변호사들 단체와는 달리 정치색도 전혀 없는 공익단체다. 이에 그 동안 대한변호사협회(국내 모든 변호사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법정 공익단체) 집행부는 재정적으로 열악한 한국여성변호사회의 활동을 격려하며 매년 일정 금액을 지원하였고, 여성변호사들은 대한변협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각종 인권 활동은 물론 열위에 있는 신입변호사들과 여성변호사들 지원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등 대한변협의 발전을 위해 적극 참여하고 협력하였다. 그런데 올해 초 대한변협 협회장 (직접)선거에서 라이벌이었던 여성후보(한국여성변호사회 전임 회장이었음)를 누르고 꾸려진 대한변협 집행부는 최근 여성변호사들이 그 여성후보를 지지하였다는 사적 감정으로(여성변호사들의 해석임) 전국 변호사들을 상대로 한국여성변호사회의 그 동안의 공익활동을 폄훼하고 왜곡하고 있다. 또 그 동안 한국여성변호사회를 지원한 대한변협의 역대 집행부에도 어떤 잘못이 있는 것처럼 왜곡하고 한국여성변호사회의 지원 중단 명분을 얻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얼토당토않은 내용의 설문조사까지 실시했다. 최근 여성변호사는 전체 변호사 중 약 30%에 이를 정도로 급격히 늘었지만 여전히 여성변호사들은 임신출산육아문제 등으로 남성변호사들에 비해 부당한 편견과 차별을 받고 있다. 대한변협은 그러한 여성변호사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아 변호사의 공공적 책무(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수행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칭찬하기는커녕 사적 감정에 의한 보복조치, 소인배적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필자가 소속된 단체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부끄럽다. 하지만 2022년 3월에 실시되는 20대 대통령 선거의 양당 후보들 모두 경선당시 마음 상한 일로 경선에서 이긴 후보와 진 후보 간 화해가 쉽지 않고, 경선에서 이긴 양당 후보 진영에서는 서로 내가 이기면 구속시키겠다고 난리인 모습을 보면서 선거는 다 그런 거라고,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왕미양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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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10 16:44

위기는 기회다…탄소중립을 기회로

이석래 과기부 성과평가정책국장 아테네가 그리스의 중심 도시국가로 도약한 계기는 페르시아와의 전쟁이다.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테네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고 도시국가로서 감당하기 힘든 막대한 예산을 투입, 군선 200척을 단기간에 건조하여 페르시아와의 살라미스 해전에서 승리를 거둔다. 이를 발판으로 에게 해까지 장악하여 아테네를 해상무역의 중심으로 발전시킨다. 또한 아테네와 피레우스 항구를 연결하는 양쪽 성벽 6m, 길이 7.5km의 대로를 건설하여 육지중심에서 바다중심으로의 대전환 이룬다. 이후 아테네는 100년의 번영을 이끌었고 그리스의 중심을 넘어 세계의 중심이 된다. 이러한 일을 앞에서 뒤에서 끊임없이 계획하고 추진한 이는 테미스토클레스라는 인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핵심 성공 요인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멀리 보는 통찰력과 비전의 제시, 시민을 위한 정책 그리고 포용적 추진력이 기반이 되었다. 며칠 전까지 반팔 옷을 입고 다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 코트를 입었다. 기온의 차이가 너무 심해 적응하기가 쉽진 않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진 우리나라 가을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감이 든다. 맑고 푸른 하늘, 황금 들판, 조금씩 짙어가는 단풍을 보면서 덥지도 춥지도 않는 시원한 가을날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우리세대가 누릴 수 있는 커다란 행복임에 틀림없다. 먹을 것도 풍족해서 인심도 좋아지는 결실의 시기이기에 마음에 남는 따뜻한 추억도 많은 계절이다. 이 기간이 짧아지고 있고 곧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드는 것은 나만의 걱정인가? 지난 10월 민간정부 합동위원회인『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을 심의의결한바 있다. 2050년에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2030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 대비 40% 감축으로 기존의 26.3%에서 상향하는 방향으로 제안하였다. 이는 결코 쉽지 않은 목표로 산업 전 분야와 국민생활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전환이 없으면 달성하기 어려운 일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철강공정 전환, 석유화학 및 시멘트 원료전환, 제로에너지 건축 활성화, 에너지 고효율 기기 보급, 친환경차 보급 확대, 비료사용 저감, 저 메탄 사료공급 확대, 가축분뇨 질소 저감, 지속가능 산림경영, 도시녹지 조성 등 산업과 생활 전 부문에 걸쳐 감축 계획이 포함되어 있어 미리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일부 기업은 어려움을 겪고, 국민 특히 취약계층의 위기는 더욱 커질 수 있다. 기후변화의 문제가 중앙정부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지방자치단체도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개발하고, 제도와 예산의 지원해야 한다. 도민과의 소통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함께 고민하고 과학기술을 통해 문제의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에는 도달하지 않더라도 지역 기업, 지역 농촌의 작은 문제 등은 해결이 가능하다고 본다. 기후변화대응 체제로서 파리협정의 목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2℃보다 아래로 유지하고 나아가 1.5℃ 이내로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인류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전북은 이를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해결책을 찾아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탄소중립 산업이 미래 먹거리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이석래 과기부 성과평가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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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03 16:40

오징어 게임과 인구감소지역의 살아남기

최병관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대흥행을 일으키며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한 글로벌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오징어 게임은 83개국 중 82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상금 456억원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한 데스 게임 소재의 풍자극인 오징어 게임에 많은 사람들이 신드롬에 빠진 건 지금 우리 사회 현실을 이 드라마가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일 거다. 2년여 가까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빈익빈 부익부는 전 세계적으로 심화됐고, 양극화는 글로벌 사회를 관통하는 중요한 화두가 됐다. 2021년 9월 등장한 오징어 게임은 재미 삼아 하던 어린아이 놀이에 부와 생존이라는 양날의 검을 끼워 넣었다. 나락으로 떨어진 인생을 바꿀 일확천금의 기회는 경쟁이라는 징검다리를 통과해야만 쟁취할 수 있다. 자극적인 소재와 흥미로운 콘셉트의 조화, 여기에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메시지를 투영해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해외 언론 반응도 뜨겁다. 한국에서 오징어 게임이 흥행을 하게 된 건 불평등빚극단 경쟁 등 지금 우리 한국 사회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0월 18일 인구감소지역 89개를 지정발표하였다. 경기인천 각 2개를 제외하면 나머지 85개가 비수도권 지역이다. 전라북도도 14개 시군 중 10개가 포함되었다. 자연적 인구감소, 사회적 이동 등 자치단체의 복합적인 인구감소 원인을 고려하여 설계된 인구감소지수를 개발하여 정부 최초로 인구감소지역을 공식 발표한 것이다. 수도권은 날로 비대해지고 비수도권은 고사직전이다. 2020년에 수도권 거주자가 비수도권 거주자를 처음으로 넘어선 이후 수도권으로 인구 쏠림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올해 5월 기준 228개 시군구 중 36곳(15.8%), 3,553개 읍면동 중 1,067곳(30%)이 소멸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소멸위험지역으로의 진입은 큰 전환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고령층초고령층 중심 사회가 돼 공동체의 인구 기반이 점차 소멸될 것으로 예측하는 단계다. 정부는 지역 인구감소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곳에 대해서는 매년 1조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집중 투입하고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을 통해 제도적 기반을 보다 더 강화할 계획이다. 2023년부터는 고향사랑기부제도 시행된다. 인구감소지역 지정과 지원을 통해 지역이 활력을 되찾는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오징어 게임은 목숨을 건 경쟁 게임이다. 모 아니면 도이다. 공정한 경쟁 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기회와 과정이 모두 공정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약자는 항상 패자일 수밖에 없다. 진정한 지방자치가 되기 위해서는 자율과 경쟁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 국가가 지속가능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이 골고루 건강해야 한다. 지역 공동체가 활성화되고 활력이 넘쳐야 진정한 국가발전이 되는 것이다. 국민 누구나 어디에 살든지 행복한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이다. 인구감소지역 지정 및 지원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대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인구감소지역의 살아남기는 오징어 게임이 아니다. /최병관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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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27 16:52

꼰대에게도 배울 건 있다

왕미양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최근에 필자가 고등학생 자녀로부터 꼰대같다라는 말을 들었다. 거의 새 책이나 다름없는 필자의 큰아이의 학습교재를 작은아이에게 사용하라고 했다가 들은 말이다. 물론 그때 필자는 작은아이에게 나는 학교 다닐 때 전과 살 돈이 없어서 친구 책을 힘들게 빌려서 공부했는데 늬 들은 도대체....라는 말까지 곁들였다가 들은 말이다. 다행히 작은아이가 꼰대같다는 말을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했기 때문에 기분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 동안 방송 드라마나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무심코 들어왔던 꼰대라는 말, 꼰대의 정확한 뜻과 어원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인터넷을 검색해보았다.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에 따르면 꼰대는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이자,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로 정의되어 있다. 시사상식사전(네이버 지식백과)에서는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뜻을 담고 있고, 최근에는 기성세대 중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자신보다 지위가 낮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에서 파생된 꼰대질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다고 풀이되어 있다. 어원에 대해서는 나이 들어 주름이 많다는 의미에서 번데기의 영남 사투리인 '꼰데기'에서 시작되었다는 설과 일제강점기 당시 이완용 등 친일파들이 백작, 자작과 같은 작위를 수여받으면서 스스로를 프랑스어로 백작인 콩테(comte)라 불렀는데, 이를 비웃는 사람들이 일본식 발음으로 '꼰대'라고 부른 것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SNS상에는 자신이 꼰대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방법도 다양하고 재미있게 소개되어있다. 당연히 필자는 몇 개의 꼰대 셀프테스트를 통해 꼰대인지 여부를 확인해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아직은(?) 꼰대 범주에 들어가지 않았다. 인터넷을 통해 꼰대에 관한 많은 자료와 글을 검색하면서 청년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한 지침,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6가지 지침(이준행/북키닷컴 개발자의 글)이 눈에 띄고 와 닿아서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 외웠다. 그 6가지는 나이를 먼저 묻지 마라, 함부로 호구조사를 하거나 삶에 참견하지 마라, 자랑을 늘어놓지 마라, 딸 같아서 조언하는데 같은 수사는 붙이지 마라, 나이나 지위로 대우받으려 하지 마라, 스스로가 언제든 꼰대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젊은 청년들이 권위적인 생각만을 고집하고 공감능력 없는 어른, 꼰대들을 싫어하고 비판하는 모습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말하는 꼰대들에게서도 배울 점은 분명히 있다. 청년들이 젊은 혈기와 열의로 진지하게 인생을 계획하고 설계하고 있듯이, 꼰대들도 젊었을 때 그랬고, 현재도 많은 생각과 계획을 가지고 진지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확신한다. 청년들이 꼰대들의 생활방식과 경험들을 본받을 만한 업적으로 존중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원재활용의 실천이 필요한 요즘, 학습교재 재활용은 바람직하지 않은가. 큰아이가 사용한 학습교재를 다시 사용하라고 한 필자의 말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작은아이로부터 확인 받아야겠다. 작은아이에게 학습교재 재활용을 하라고 하면서 굳이 라떼는 말이야(나 때는 말이야)를 언급한 것은 꼰대질이었음을 인정하고 앞으로는 그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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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13 16:42

지식의 축적 · 계승 · 활용으로 대학 경쟁력 키워야

이석래 과기부 성과평가정책국장 이번 추석에 전주 남부시장 옆 새벽시장을 구경하고 아침을 먹기 위해 콩나물 국밥집에 갔다. 아침인데도 자리가 없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전주콩나물국밥은 시장에서 팔던 해장국으로 전주 모 식당과 남부시장에서 파는 국밥의 맛이 좋아, 입소문이 나고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다고 한다. 남원에는 추어탕이 유명하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월동에 들어가기 전의 미꾸라지는 살이 통통하고 맛이 있어 서민들이 가을 농한기에 쉽게 잡아 즐겼기에 추어라고 한단다. 미꾸라지를 푹 삶아 갈고 여기에 남원에 흔했던 시래기와 들깨를 넣어 독특한 남원만의 추어탕이 탄생했다. 남원 추어탕도 유명해진 것은 광한루 옆 어느 한 식당 때문이란다. 처음 작은 식당 한곳에서 시작한 것이 점점 퍼져서 전국 다른 지역에도 관련 노하우가 확산되어 유명해졌다. 이러한 맛 집은 수백 번 수천 번의 시행착오와 혁신적 아이디어로 기술과 노하우가 축적되고 후대로 계승발전 하면서 탄생하였을 것이다. 전구의 발명이 1870~80년대 영국의 스완과 미국의 에디슨이라는 천재적 머리에서 바로 나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전구가 나오기까진 그전의 70여 년의 지식의 축적 시간이 필요했다. 1800년대에 영국의 데이비드는 탄소에 전류를 흘리면 빛이 발생한다는 과학적 사실을 발견하였고 중간엔 많은 과학자들은 전구 형태의 발명품을 만들어 갔고 이것이 쌓여 전구가 나왔다. 이후에도 아르곤가스를 주입하고, 필라멘트를 탄소에서 텅스턴으로 바꾸어 안전성과 효율을 높이는 진화가 이루어져서 지금의 전구로 발전한 것이다. 뉴턴의 만유인력도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도 우연하게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전 시대, 동시대 그리고 그 이후 시대 과학자들의 수십 수백 년의 노력의 결과의 축적물이 어떤 계기로 명확화 되면서 정리되고 발전한 것이다. 전북 지역의 모 대학교수님이 퇴직하면서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30년 동안 연구했던 많은 자료들을 폐기하기가 너무 아쉽다는 말씀이다. 그 자료에는 실패했던 내용도 있을 것이고, 이루지 못하고 중단한 내용도 있을 것이며, 어쩌면 노벨상을 탈수 있는 혁신적 생각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자료들이 후배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볼 수 있고 후속 연구도 진행하면 좋겠는데 그럴 상황이 안 된다는 것이다. 훌륭한 대학도 훌륭한 인재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십 년 수백 년의 전통이 쌓여서 이루어진다. 전통이 쌓인다는 것은 단순히 오래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식이 축적되고 계승되어 더 발전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우리지역의 대학도 연구성과가 쌓이고 다음 연구자에게 계승되고 활용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때 명문 대학으로 도약하고 훌륭한 인재가 나올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과학적 능력과 기술력을 보유한 대학 연구집단을 국가연구실험실로 지정하여 연구결과물이 축적되고 활용 계승되도록 하는 연속성 있는 지원체제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 매년 10월 초면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노벨상 수상자의 이력을 보면 혼자만의 힘으로 수상한 사람은 거의 없다. 연구자의 아이디어와 성과가 후배연구자에 이어져 더 진화하고 실용화 될 때 노벨상에 근접한다. 뉴턴이 거인의 어깨위에서 세상을 보았던 것처럼 선배, 동료들의 연구성과가 후배연구자에 체계적으로 계승되고 발전한다면 우리지역 대학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만큼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석래 과기부 성과평가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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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06 16:29

100원 택시와 찾아가는 지역 공공서비스 혁신

최병관 행안부 지방행정정책관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매일 매일 받기도 하고 이용하기도 하지만 그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게 뭘까? 바로 지역 공공서비스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씻고, 음식을 데워 먹고, 남는 음식물은 버리고 재활용 처리도 한다. 아침, 저녁으로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한다. 상하수도, 가스, 전기, 교통 등 지역 공공서비스를 매일 받으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지역 공공서비스는 중앙정부가 아니라 주민 최접점에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여기서 우리는 지방자치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된다. 평소에는 소중함을 잘 모르다가 노조 파업이나 단수, 정전 등으로 서비스를 잠시라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우리의 일상생활은 엄청 불편해진다. 아니 그런 상황이 며칠만 지속된다면 우리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집 앞 쓰레기를 며칠만 수거하지 않으면 생활환경이 최악이 되는 경우를 우리는 뉴스를 통해 접해봐서 잘 알고 있다. 이렇게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소중한 지역 공공서비스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차별 없이 보편적인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차별 없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결합시킨다. 예를 들면, 버스 공영제, 지방 공기업 등을 통해 저렴한 요금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는 요금 감면을 통해 부담을 덜어 준다. 몇 해 전부터 거동이 불편한 사회적 약자를 위해 지자체에서는 찾아가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엔젤복지통신원을 통해 소외된 이웃들에게 사회의 보살핌을 제공하는 복지 네트워크 사업, 주민과 수시로 접촉하는 관내 상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관에서 발굴하기 어려운 사회적 고립가구 등 사각지대에 놓인 복지 대상자를 발굴하는 우리동네 희망지기 행동상점, 임산부 안심+ 119 구급서비스, 찾아가는 장애인 독서문화 프로그램 등등. 지자체별로 지역 특성에 맞게 창의적으로 맞춤형 지역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것이다. 얼마 전 뉴욕 타임지는 충남 서천군의 100원 택시를 소개하며 `신이 준 선물, 교통 혁명이라고 극찬을 해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서천군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대중교통 운용난을 겪었고 버스 노선이 폐지되면서 교통에 취약한 농촌 마을 주민을 위해 2013년부터 100원 택시 서비스를 시행해 왔다. 답은 역시 현장에 있었다. 주민 최접점에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아니 제공해야만 하는 지자체의 절실하고 창의적인 노력으로 차별 없는 보편적 지역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해결책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찾아가는 지역 공공서비스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자체가 지역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절박하게 고민한 혁신의 산물이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만 그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보충성의 원칙을 우리는 100원 택시 서비스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자체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중앙정부는 지원자적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창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지자체에게는 과감한 재정 인센티브 등을 통해 우수사례가 확산 되도록 장려해야 한다. 국민 누구나 촘촘한 공공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지자체발 찾아가는 지역 공공서비스 혁신이 공공행정의 롤모델로 각광 받기를 기대해 본다. /최병관 행안부 지방행정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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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29 16:39

편 가르기 없는 사회 - 화이부동

왕미양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필자가 초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학교에서 가훈(家訓) 쓰기 또는 좌우명(座右銘) 정하기 숙제가 많았다. 대청마루나 안방 벽면 한가운데에 성실, 정직, 근면, 가화만사성 등의 가훈이 걸려있던 모습이 흔했다. 그러한 교육 덕분인지 필자는 그 동안 줄곧 마음속에 이런 저런 인생 좌우명을 만들었다 지웠다 했다. 필자가 십여 년 전부터 마음속에 담아 온 화이부동 좌우명은 마지막까지 지우지 않을 것 같다. "君子和而不同(군자화이부동), 小人同而不和(소인동이불화)", 중국 춘추시대의 사상가 공자와 그 제자들의 언행을 기록한 유교경전인 논어에 나오는 공자 말씀이다. 군자는 화합하나 부화뇌동하지 아니하고, 소인은 부화뇌동하나 화합하지 아니한다는 뜻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찾아본 좀 더 긴 풀이는 "군자는 서로의 생각을 조절하여 화합을 이루기는 하지만 이익을 얻기 위하여 주관을 버리고 상대방에게 뇌동하지는 않으며, 소인은 이익을 얻기 위하여 주관을 버리고 상대방에게 뇌동하기는 하지만 서로의 생각을 조절하여 화합을 이루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바쁜 와중에도 취미활동으로 붓글씨를 쓰고 있는 필자의 가까운 후배(대회에 출품하여 입선까지 한 실력자임)로부터 필자가 좋아하는 사자성어 화이부동 족자를 선물 받았다. 필자의 사무실 정면에 걸린 족자를 보면서 매일 소인의 탈을 벗기 위해 노력한다. 평소 가깝게 지내오던 두 사람이 있었는데, 두 사람은 작년에 발생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만나지 않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정치적 성향이 박시장의 죽음에 대한 평가로 이어져 사이가 나빠졌다고 한다. 누구든지 나와 다른 생각, 나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나와 같은 생각, 나와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더 편하고 기분도 좋을 것이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을 두 사람은 인정하지 않은 결과인 것 같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편 가르기는 망국적 현상임을 알고 있다. 편 가르기는 사회현안에 대한 합리적 토론이나 대안 모색을 불가능하게 하고 상대방과 타협조차 할 수 없게 한다. 토론을 하면 할수록 대립과 갈등이 더 심화되어 상대방을 적대시하게까지 만든다. 요즘 내년 3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대통령 후보 경선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주변에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후보들에 대한 호불호를 드러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간혹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를 싫어한다고 말하면 인연을 끊을 것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만남도 불편하고 대화도 불편하다. 정치인들이야 정치공학적으로 선거를 앞두고 편 가르기를 할 수 있다지만 일반 국민들이 정치인들의 행동에 부화뇌동하여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을 가진 사람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며 적군 대하듯이 싸우는 모습은 매우 볼썽사납다. 편 가르기 없는 사회, 다양성이 기본이 된 사회에서 서로의 차이를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세상,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좌우명으로 삼은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왕미양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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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15 16:58

농촌, 농업 추억이 아닌 과학기술과 함께 해야

이석래 과기부 성과평가정책국장 완주 톨 게이트에서 나와 전주시내로 가는 길 오른편으로 농산물을 파는 농협이 하나 있다.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분비고 우리가족도 큰 집 가기 전에 꼭 들르는 곳이다. 매장 안에는 그날그날 생산되는 신선한 농산물이 가득하고 가격도 나름 저렴하다. 가격이 저렴하고 농산물이 신선한 이유가 농민들이 직접 농산물을 바로바로 제공하고, 중간 유통 마진을 최소화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경기도에 있는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농장을 견학 간적이 있다. 시설설비에 목돈이 많이 드는데 정부의 지원이 있어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하다. 운영하면서 인건비가 가장 문제일 듯한데 의외로 인건비보다도 난방비가 가장 많이 든다고 한다. 인건비가 적게 드는 이유는 이곳은 대부분 자동화가 이루어져서 핸드폰 조작으로 자동적으로 물을 주고 공기도 정화하며, 재배과정도 자동화가 많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란다. 인상적인 것은 외국에서 유학한 아들이 농사를 이어받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기업에 다니는 것보다 수익이 더 많단다. 농촌에서 일반적인 현상은 아닐 것이나 농업에서 작은 희망을 보았었다. 전주 남부시장 옆 천변에는 매일 새벽 농민들이 수확한 농산물 직거래 장터가 열린다. 살 것이 없어도 옛 추억에 이리저리 두 바뀌는 돌면서 필요가 없는 것도 사오곤 한다. 구경하는 나의 마음은 언제나 정겹고 포근하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새벽부터 나와 파도 직접 다듬고, 들과 산에서 딴 드릅, 취나물 등도 다듬어 파는 것을 보면 옛 시골 장터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지금도 시골에 가면 조그만 텃밭에 할머니는 하루 종일 쪼그리고 앉아서 풀을 뽑고 계시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어릴 때 보아왔던 그 모습, 변하지 않는 그 모습이 좋아 보일 때도 있다. 세상이 너무 쉽게 변하고 도시 생활의 삭막함에 어릴 때의 목가적 낭만을 그리워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목가적 낭만만 있는 농촌에 젊은 사람들이 살려고 할까? 이에 몇십년전부터 경제적 측면과 교육?문화적 측면에 대한 고민과 어르신들이 떠난 후의 농촌과 농업은 누가 책임질지에 대한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재로서의 대안은 생산에서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과학기술이 더 폭넓게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ICT(정보통신기술)를 접목하여 편리성을 극대화하고, 다양한 자동화, 기계화 기술이 작물을 기르는데 기여하여 노동력 투입을 줄여나가야 한다. 다행이 우리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이 좋다. 혁신도시에 농촌진흥청이 있기에 지역 농민이 과학적 영농을 손쉽게 획득할 수 있고 새로운 시범사업을 지역 농민들과 함께 하면 새로운 기술을 먼저 접목할 수 있다. 여기에 익산에 있는 국가식품클러스터와 한국식품연구원의 기능을 적극 활용한다면 우리지역 농산물이 우선적으로 식품으로 가공되어 이익이 될 수 있다. 젊은이들이 농촌에 벤처를 만드는 것을 적극 지원해주면 좋을 수 있다. 벤처라 위험이 있지만 젊은이들은 최신정보의 획득에서부터 분석 능력이 뛰어나고 첨단 기술에 익숙하기에 작물 선정에서부터 과학적 영농 보급, 판로에 이르기까지 전체를 총괄 조정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정부에서 추진 중인 1마을 1마을기업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성공사례가 확산되어 많은 젊은이들이 농촌에서 도전적으로 벤처를 설립하고, 직접 농업에 종사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이석래 과기부 성과평가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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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0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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