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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야노 히데키, 그 이름이 가지는 의미

지난 연말, 조촐하지만 뜻 깊은 시상식이 있었다. 번쩍이는 조명이나 화환이 넘치는 화려함은 없었지만 시상식장은 내내 진지했고 화기애애했다. '제4회 임종국상' 시상식이었다.수상자들의 모습도 소박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학술부문 수상자는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준영씨였다. 일본이 이미 청산한 '식민지 법'을 한국은 여전히 계승하고 있다는 통렬한 자성을 담아 묵묵히 일제 식민지 사법제도에 관한 연구를 이어온 문 교수의 결실을 참석자들은 박수로 축하했다. 다만 사회부문 수상자 야노 히데키(矢野秀喜) 씨의 모습이 조금은 이채로웠다.'임종국상'이란 민족문제연구소와 임종국선생기념사업회가 친일청산에 앞장섰던 임종국 선생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친일청산에 공로가 깊은 분들에게 주는 상을 일본인이 받고 있다니. 그는 공식직함이 '강제병합 100년 공동행동 일본실행위원회' 사무국장이었다.그러나 그가 몸 바쳐 온 지난 세월을 생각하자면 고개를 갸웃거릴 일이 아니었다. 15년이 넘게 그는 한일 과거사의 올곧은 정립을 위해 온 몸을 던져온 일본인이었다. 여러 과거사 문제를 위한 모금운동이나 변론 지원에서부터 일제강점기의 피해와 참상을 알리고 그 반성의 길을 열기 위한 자리에는 언제나 그가 중심에 서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일본 우익으로부터 '반일 인물'로 지목되는 사람이다.지난 여름이었다. 간 나오토 일본총리의 '한일병합 100년과 관련한 담화'를 들은 것은 일본 후쿠오카에서였다. 나가사키에서 조선인 피폭자 추모모임과 청소년 교류회를 마치고 다음 강연지로 향하는 나에게 한 젊은 일본 언론인이 다가와서 물었다. 오늘 발표된 총리의 담화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강제병합 100년을 이야기해야 할 일본총리가 문화재 한두 점의 반환을 언급한 담화는 과거사 문제 해결이라는 본질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나름대로 한일과거사에 관심을 기울여왔던 나로서는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의미에서 더욱 그랬다. 국치 100년, 강제병합 100년을 맞으며 일본이 '선언적 의미의 반성'이라도 하기를 바랐던 원망(願望)을 뒤로 한 채 일본은 그렇게 2010이라는 중요한 매듭을 아무 매듭도 짓지 못한 채 보냈다.일본의 전후 처리는, 처음 대두되었던 천황의 전쟁책임을 군부의 책임으로 넘겨 버리고 이것을 다시 전국민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일억총참회'로 호도하면서 여기까지 와 버렸다. 그 일본이 근자에 와서는 원폭투하에 대하여 미국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여론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대한 반성은커녕, 전쟁 중에 '그때 왜 자신들에게 그런 폭탄을 썼는냐'고 사과를 받아내자는 발상, 이것이 일본이다.그러나 한일과거사에도 작은 진전은 이루어지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펴낸 '친일 인명사전'이 그 하나다. 이 책은 지난 연말로 3850질이 팔려나가면서 3쇄를 찍었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이 가지는 역사와 정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뜨겁다는 하나의 반증이다. 4389명의 친일, 반민족 행위가 기록된 이 사전의 편찬에는 국민들이 모아 준 성금도 7억원이나 들어 있었다. 인명사전에 조상의 이름이 올라 있지만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에 참여하고 도움을 주는 후손들도 많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진다.임종국상 시상식장에서 내가 느꼈던 감회의 바닥도 거기에 있었다. 강제병합 100년을 보내면서 이제 우리는 당당히 일본의 시민운동가 야노 씨에게 친일청산에 앞장 서서 고난의 삶을 살았던 임종국 선생을 기리는 상을 수여하고 있었던 것이다.야노 씨는 수상과 함께 받은 상금을 가지고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한국의 다른 시민단체에 그 상금을 희사하면서 아름다운 씨를 뿌렸다. 성숙된 한일관계가 첫걸음을 내딛는 향기로운 이야기가 아니가 생각했다. 이런 작은 향기와 씨앗들이 모여서 역사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서홍관(소설가세종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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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11 23:02

[금요칼럼] 중·미 정상회담과 한·미동맹 외줄타기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중미 정상회담은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진정한 G2 국가로 거듭나는 것을 알리는 전주곡이었다. 1990년 소련의 몰락 이후 미국은 유일한 슈퍼파워였으나, 냉전 당시 미국과 소련의 관계와 현재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먼저 소련은 미국에 버금가는 군사대국이었으나, 경제적인 면에서는 미국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은 미국 다음의 경제대국이며 연간 10%가 넘는 경제성장을 하고 있어 조만간 미국을 뛰어 넘고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다.둘째, 소련과 미국은 서로간의 교류와 대화를 극소화하고 노골적으로 적대시하는 냉전을 치렀지만, 현재 중국과 미국은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용어에서 나타나듯이 경제적 공생관계를 이루고 있다. 셋째, 소련은 군사력을 바탕으로 동부유럽에서 다수의 위성국가를 갖고 있어 불안정한 블록을 이루고 있었지만, 중국은 전 세계 인구의 1/4을 갖고 있으면서 문화적으로는 수천 년 동안의 통일을 이루고 있어 매우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미국과 중국이 세계를 양분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들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므로 이들이 나눈 대화와 협상 그리고 공동성명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문제는 이것들을 제대로 해석하는데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은 역시 양 정상들이 나눈 북한관련 안건과 중미 간에 채택된 공동성명 제18항이다. 미국의 유력지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타임즈는 오바마 미국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공산당 주석이 주요 안건이 논의되는 소규모 비공식 만찬에서 북한문제에 가장 큰 비중을 두었다고 보도하였다.여기서 오바마 대통령은 만약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하지 않으면 미국은 자국영토에 대한 북한의 잠재적인 공격을 막기 위해 아시아 지역에 병력을 이동배치(redeploy)할 수밖에 없음을 경고했다고 한다. 또한 발표된 공동성명 제18항에서는 '한반도의 비핵화,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이뤄진 기타약속 전면적 이행, 북한이 주장하는 우라늄 농축프로그램(UEP)에 대한 우려 표시, 그리고 6자회담 프로세스의 조속한 재개 등을 담고 있다.국내외 주요 언론들은 비공식 만찬에서 나온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과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에 대한 우려표시를 중국도 북한 압박에 동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한국의 입장이 보다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포함된 동북아 정세를 조금만 주의 깊게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중국의 UEP에 대한 우려표시를 이끌어낸 것을 외교적 승리로 해석하고 있으나 중국이 북핵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의 의장국으로 있듯이 중국은 북미 간 대화를 늘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그러므로 중국이 북한의 UEP에 대한 '우려'명시는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미국측 공동성명에는 부정적 의미의 deep concern이 사용됐으나 중국측 공동성명서에는 부정적 의미의 '우려'보다는 중립적 뉘앙스의 '큰 관심을 표시했다(表示關切)'는 표현이 사용됐다.또한 오바마 대통령이 소규모 비공식 만찬에서 한 북한 위협에 대한 미군 재배치 발언은 그동안 미국의 대북전략인 '전략적 인내'가 마침내 종지부를 찍고 적극적 대응으로 전환함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북한이 바라던 것이다. 이것은 주류 언론에서 보도하듯이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여 북한 압박에 동참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며 보다 설득력 있는 해석이다.중국이 목표로 하고 있는 소강(小康)사회건설을 위해서는 흑룡강, 길림, 요령성, 내몽고 등 동북4성 개발을 완성해야 하고, 동북4성 개발의 완성을 위해서는 북한의 적극적인 동참과 협력 그리고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가 필수 조건들이다. 이러한 중국에게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북한 압박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한국은 관리대상이다. 중국이 한국을 관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미국을 통해서이다. 영원한 우방도, 또 영원한 적도 없는 것이 국제관계의 냉엄한 현실이다. 한미동맹이라는 외줄타기만을 하는 한국이 왠지 불안해 보인다./ 박후건(경남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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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1.28 23:02

[금요칼럼] 배우 초년생, 키높이의 기적을 이루다

2년 전 소극장에서만 10만 관객을 동원했던 「민들레 바람되어」를 21일부터 다시 공연한다. 주인공 남편 역을 이번엔 자이언트에서 '미친 존재감'이란 신종 호칭을 얻으며 제 2의 전성기를 누리는 정보석씨와 함께 하기로 했다. 이번 연극에서 정보석씨를 다시 만나면서 처음 그를 만나던 때가 떠올랐다. 1989년 난 대학로에서 연극을 막 시작하던 배우 초년생이었다.대선배(기주봉김학철)들과 하이네밀러작 '청부'라는 연극에 출연을 하고 있었고 운이 좋게도 포스터에 두 명의 선배와 함께 나오는 행운까지 얻었다. 그런데 거기다가 포스터가 기가 막히게 나왔다. 일단 내 키가 180cm는 되어보이게 나왔던 것이다. 나는 긴 의자에 앉아있고 키가 조금 큰 김학철 배우는 뒤에서 있고 키가 많이 작은 기주봉 선배는 내가 앉은 긴 의자 위에 서 있는 그런 구도였다. 기주봉선배의 키도 작았으나 나의 앉은 키가 남부럽지 않았던지 나와 별 차이 없이 포스터에 나온 것이다.문제는 이 포스터를 보고 영화사에서 연락이 온 거다. 이문열 원작곽지균 감독정보석 주연의 '젊은날의 초상'이란 작품에 운동권 친구역으로 나를 보자는 것이다. 조연급이었으나 신인인 나로서는 정말 좋은 기회였다. 꽃단장을 하고 충무로에 있는 영화사를 찾아갔다. 그런데 감독님과 관계자분들이 일제히 청바지에 운동화 신은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시더니 아무 말 없이 서로 얼굴을 보며 작은 소리로 뭐라고 대화를 나누시는 거다."키가 좀 작지않나.""좀이 아니라 역할하고는 안 맞는데, 많이 작아.""운동권학생이 굽 높은 구두를 신을 수도 없고.""그런데 얼굴은 좋네." (캬~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정일성 촬영감독님의 말씀이셨다.)나원참, 사람 키가 고무줄도 아니고 어쩔 수 없었다. '아! 키 때문에 이 좋은 기회를 놓치는구나'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부모님도 원망스럽고, '그래도 얼굴은 되는데 키는 어떻게 좀 안 될까요?' 라고 속에서만 외치고 있었다. 그때 감독님께서 나의 서운함을 읽으셨던 걸까? 우리가 다른 배우 몇 명을 더보기로 되어있으니 일주일 후에 다시 보자는 얘기셨다.그날 무거운 마음과 마지막 작은 희망을 안고 집으로 돌아와 거울을 보고 아무리 생각해도 키를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며칠을 고민해도 아니 고민으로 해결되지 않는 거였다. 그런데 바로 그때 머리에 섬광처럼 스치는 생각! 목 있는 운동화를 신고 그 안에 뭔가를 넣어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것저것 넣고 실험하다가 합판을 잘라서 차곡차곡 쌓아 5cm 넣었다. 발이 몹시 불편하고 아팠다. 하지만 틀림없이 키는 커보였다.약속한 날 영화사로 갔다. 나는 그 자리에서 감독님과 관계자들로부터 만장일치로 캐스팅 당했다. 나의 연기 초년시절은 이렇게 키높이 기적과 함께 시작되었다. 나는 배우 생활을 하며 내가 나태하거나 초심을 잃을 것 같을 땐 항상 키높이 신발을 생각했다. 올해를 시작하며 다시 한번 키높이 신발을 생각해 본다. 그 시절의 치열함과 절실함 그리고 설렘을.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그 당시 보단 생활도 나아졌고 좋은 집에 살고 있고 차도 더 좋은 차를 탄다. 배우로서도 제작자로서도 어느 정도 인정도 받으며 문화예술 전반에 관여하며 일도 하고 있다. 그 시절 보단 정말 나 자신도 나를 보는 시각도 나아진 건 확실하다.그러나 그 시절에 내 가슴과 머리에 꽉 차있던 절실함과 치열함은 지금 얼마만한 크기로 나에게 있는가를 반성해본다. 굳이 어려운 시절을 그리워하며 허리띠를 다시 졸라매자는 구태의연한 말을 늘어놓고 싶은 게 아니다. 물질은 풍요로워졌으나 오히려 우리를 설렘으로 이끌 무언가를 놓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한 번 되짚어 보고 싶은 것이다.이 겨울, 유난히 춥다. 추위로 움츠린 겨울을 녹일 뿐만 아니라 생명력 넘치는 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저마다의 '키 높이의 기적'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혹은 마음 깊은 곳에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그 기적의 기억을 되살려 낼 수 있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조재현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연극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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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1.21 23:02

[금요칼럼] 도가도비상도(圖可圖非常圖)

BC 6세기에 중국에 살았던 노자는 도덕경이라는 책을 저술하며 동양사상의 형성에 막대한 공헌을 하였다. 유가(儒家)의 사상이 인륜의 규범과 정치의 근본을 다룬 것이라면, 도가(道家)는 일반 대중의 삶에 대한 이치를 밝힌 것이라 우리 서민에게는 더욱 밀착된 고전이다. 도를 깨달아 덕을 얻는 내용으로 된 도덕경은 서른 세 장의 도경(道經)과 마흔 네 장의 덕경(德經)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도경의 첫 장에 나오는 구절이 도덕경 전체의 내용을 암시한다. 이런 글귀이다."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명가명비상명(名可名非常名)" '길이라 부르는 길이 다 길이 아니며, 이름이라고 하는 이름이 영원한 이름이 아니다.' 라는 이 문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원리나 법칙 그리고 지식의 체계나 현상들이 진실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이 명구가, 내가 관련하는 건축과 디자인의 세계를 생각하면 너무도 절실하게 다가온다.요즘 디자인이라는 단어는 마치 시대의 화두가 된 듯하다. 성장한계에 부닥친 기업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디자인에서 찾고, 모든 도시들이 디자인위원회를 앞다투어 신설하고 도시 디자인을 최우선의 정책으로 삼아 골몰하고 있다.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이 대거 그 일들에 참여하게 되니 건축가인 나로서는 반갑기 짝이 없는 일이다.그러나 과연 이 모든 일들이 디자인에 대한 본질을 알고 그 많은 전략과 정책을 생산해 내는 것일까? 나는 여러 곳에서 실제 진행된 디자인의 실상을 보면서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겉가죽의 분칠에 몰두하고 몇 가지 세련된 집기 설치로 디자인이 다 되었다고 우기는 게 그렇다. 세계의 디자인과 문화의 중심은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맞춰 급속히 변모해 나가는데, 우리만 '세계 디자인 수도'니 '아시아 문화 중심 도시'니 하는 허무한 레토릭으로 자위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불안하기까지 하다.디자인은 19세기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형성된 대량의 공업생산에 근거해서 세계 시장 속에서 자유롭게 유통되는 제품이나 오브제를 제조하여 배포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종래의 미술이나 건축 공예처럼, 그전까지는 고상한 취미를 가진 소수의 특권층만 즐기던 디자인 오브제가 대량 유통되어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되면서 권력과 상상력의 문명사적 변혁을 가져왔으며, 결국 이는 근대성의 자각을 이룬 20세기의 미학적, 기술적 그리고 경제적 구심점이 되었다. 디자인이란 그 자체로서 근대를 상징했으며, 그 공급자와 디자이너의 파워는 대단한 권력이 되었다.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도 이만저만하게 바뀐 게 아니다. IT기술의 발달로 인한 디지털환경으로 디자인은 전문적 영역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 누구나 디자인을 할 수 있게 된 시대에, 공급자 편의대로만 생산하는 방식은 이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고 어느 장소에서나 유효했던 디자인이 특별한 장소성을 강조하게 되었다. 즉 디자인에 대한 주체와 객체가 불분명해졌으며 다중의 보편성보다는 소수의 특별함이 우선되는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디자인의 유효기간도 지극히 단축되어 매일 다른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디자인 오브제가 가졌던 전통적 권위가 사라진 것이다.서구에서 형성된 20세기의 디자인 관념으로는 변화무상한 이 미디어테크놀로지의 현상을 설명할 수 없게 되어, 바야흐로 디자인은 새로운 정의를 요구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나는 올해 9월에 개최되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총감독직을 작년에 위촉 받아 그 주제를 정하면서 노자의 도덕경을 다시 들추었다. 현상에 대한 의문이 들 때면 본질로 회귀하는 습성 때문이며, 환경이 변할 때 그 근본을 다시 묻는 것은 그 변화의 정체를 모른 체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오히려 그 흐름을 움켜쥘 수 있는 유효한 방법이다. 노자의 도(道)를 그림이나 디자인을 뜻하는 다른 한자인 圖로 바꾸어 '圖可圖非常圖'로 주제를 정하였다. '디자인이라고 일컫는 디자인이 다 디자인이 아니다.'라는 뜻이 될 게다. 2500년이 지났지만, 오히려 지금 이 현자의 명구가 나에게 절박하게 꽂혔다. 도가도비상도(圖可圖非常圖). 지금 이 혼돈의 디자인시대에 우리 모두를 성찰하게 하는 절실한 주제어라고 믿는다./ 승효상 (건축가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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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1.14 23:02

[금요칼럼] 냉수 먹고 갈비 트림

새해 첫날의 일이었다. 얼어붙은 길에 차가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뒷바퀴가 헛돌며 비실비실 미끄러져 내려가던 차는 드디어 길 옆 개골창에 처박힐 듯 아슬아슬하게 멈춘다. 미사 시간은 십여 분 앞으로 다가오는데 성당을 눈앞에 두고 차가 움직이지를 못하니 이를 어쩔 것인가. 새해 첫 미사를 천주교 성지에서 드리기 위해 충북 진천의 깊은 산 속까지 찾아왔는데 자동차가 새해 첫날부터 너 죽고 나 죽자가 아닌가.성지로 전화를 했다. 어떻게든 미사라도 드릴 수 있게 도와달라는 말에 수녀는 성지관리인의 트럭을 보낼 테니 타고오라고 했다. 공사장비가 가득한 트럭에 간신히 엉덩이를 붙이고 겨우 성지에 도착했다. 서둘러 성당으로 올라가자니 가득하게 눈이 쌓인 주차장 한 옆에 걸려 있는 현수막이 바라보였다. '배티(梨峙)성지가 문화재로 지정 예고된 것을 축하한다'는 신자들의 현수막이었다.지자체가 지역의 문화재를 발굴하고 개발하는데 힘을 기울여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효과를 찾자면 멀리 갈 것도 없다. 바로 이곳 배티성지의 김웅렬 신부가 한 표본이 될 수 있다. 김 신부가 감곡성당을 맡아 성모님을 위한 성지로 가꾸어 가면서 전국에서 감곡 매괴성당(매괴는 장미꽃이라는 뜻)을 찾는 천주교 순례자가 하루 4천명을 넘는 날도 있었다. 한 성당을 찾아 조그만 지방 도시에 하루 4천명이 몰렸다면 이건 지역경제의 활성화라는 수치로 이야기할 일이 아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의 수익만도 얼마였겠는가. 그래서 김 신부가 감곡을 떠나 이곳 배티성지로 부임하게 되었을 때 감곡의 식당주인과 택시기사가 '신부님이 가시면 우리는 어쩌느냐'고 했다는 일화까지 전해진다. 문화의 힘이 무엇인가를 드러내 보여주는 좋은 예의 하나다.지역의 고유한 문화유산을 새롭게 조명하고 다듬어서 기리는 정책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문제는 그 문화재의, 그 가치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사려 깊은 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표현을 달리하자면 문화재를 개발한다면서 어디나 똑같은 형태의 쉼터, 벤치와 계단, 연못과 오솔길이 조경업자에 의해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문화재로 지정된 후 천주교 성지조차 곳곳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화려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 변신이 훼손에 가깝다. 이름도 없이 스러져가야 했던 무명순교자들을 기리며 담백했던 옛 사적지가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공원처럼 쉼터가 되어 가고 있다.배티가 이제 또 문화재로 지정된다는 것이다. 이곳은 한국의 두 번째 신부인 최양업 토마스 신부가 1년이면 7천리를 걸어서 전국을 돌며 12년간 사목활동을 했던 거점 마을 교우촌이었다. 이런 종교적 의미만이 아니다. 이 곳은 최초로 천주교 조선교구의 신학교가 설립되었던 곳이다. 두 칸짜리 초가집이 신학교 교사로 자리 잡고, 신학은 물론 라틴어와 프랑스어라는 최초의 서양학문과 언어를 익히는 교육이 이루어졌고 그렇게 해서 1854년 3월에는 세 명의 신학생이 말레이시아의 페낭신학교로 유학을 떠나게 된다. 이토록 역사적 가치가 깊은 곳이다.한 시대를 앞서 간 선각자적 눈뜸이라는 배티성지의 의미를 널리 알리고 내일의 지표로 삼는 것은 더할 수 없이 가치 있는 일이다. 일차적으로는 사적지 담당자의 양식의 문제이겠으나, 이 가치 있는 일이 그 가치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는 쪽으로 이루어지도록 충청북도 담당자들이 마음을 기울여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미사를 끝내고 나오며 바라본 배티성지의 산기슭은 눈이 덮인 채 얼어붙어서 가슴이 시리도록 희고 아름다웠다. 불쑥 버려두고 온 승용차가 떠올랐다. 이 깊은 산골짜기에서 개골창에 처박힐 듯 기울어져 있는 내 차는 어찌할 것인가. 지자체의 문화정책이 문제가 아니다. 우선 내 코가 석자로구나. 내가 지금 새해 첫날부터 냉수 먹고 갈비 트림 하는 꼴이 아닌가./ 한수산 (소설가세종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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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1.07 23:02

[금요칼럼] 수만리(水滿里) 통신

난리가 났습니다.폭풍경보와 한파경보에 폭설경보까지 겹친 험한 날씨가 동상면 수만리 오지 골짜기 학동마을로 들이닥쳤기 때문입니다."동상면 날씨 조짐이 엄청 수상스러우니 미리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큰 탈나겄소"수화기를 들 때마다 마을 기상예보관은 이런 투로 은근히 겁을 주고 있었는데 드디어 그 조짐이 맞아떨어진 것입니다.하늘이 뚫렸는지 밤낮 없이 눈이 내렸습니다. 마당이 묻히고 길이 묻히고 골짜기도 묻히고 마을이 온통 하얀 냉동고가 되어버렸습니다."자빠져서 다친 사람이 한 둘이 아니요. 절대 절대 나올 생각들 마시오. 이런 날씨는 내 생전 처음인디."마을 어른의 금족령이 아니래도 꼼짝없이 갇힌 몸이 되었습니다. 남녘으로 낸 통유리창으로 밖에서 뭔가 끝장을 내고야 말 것 같은 다급한 전황을 살피고 있는데, 굵은 눈발 사이로 뜬금없이 내 먼 유년시절의 겨울이 보이고 있었습니다. 창밖보다 더 추웠었던 그리고 지독히도 가난했었던 그 겨울이 보이고 있었습니다.방 방 아궁이마다 보듬어온 땔감으로 군불 지펴주셨던 어머니가 보였습니다. 연탄 반개라도 아끼려고 한밤중에 일어나 벌겋게 들어붙은 연탄을 식칼로 쪼개시던 야윈 어머니의 모습도 보이고 있었습니다.모두들 하나같이 입성은 허술했었고 아이들은 빨갛게 튼 손등을 내놓고 다녔으며 시린 발 때문에 늘상 동동거렸었습니다. 방안에선 화로 옆을 떠날 수가 없었고 윗목의 걸레와 자리끼의 물은 늘 꽁꽁 얼어 있었습니다.두레박질로 우물물을 길어오려면 미끄러운 우물가가 두려웠고 높은 토방과 더 높은 부엌 문턱 넘기가 힘들었었습니다. 뒤란에 가마니로 엉성하게 둘러놓은 화장실 생각만 하면 아프던 배도 조용해지곤 해서 눈쌓인 겨울철엔 며칠씩은 참고 참으면서 넘기곤 했었습니다.심야전기로 자동 난방된 훈훈한 집 안이 갑자기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습니다. 거실을 빙 둘러가며 안방 화장실 욕실 세탁실 부엌이 문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도 떠나신 어머니에겐 너무 죄송해서 가슴이 저렸습니다.천 리 만 리의 그리운 사람들과 얼굴 보면서 통화하고, 누워서 영화보고 스위치만 누르면 실내에서도 온수 냉수 나오고 밥 되고 국 끓는 기적 속에 살고 있음이 새삼 놀라우면서 새삼 신기한 일로 보여오고 있었습니다.허기진 산새들과 들고양이들이 먹이를 찾아 마당으로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일 년도 더 넘게 먹을 수 있는 맛깔스런 김장김치와 온갖 먹거리들이 집안 곳곳에 풍성하게 저장되어 있는 것에 왜 그동안 감격하지 않았는지 모를 일이었습니다.늘 주린 듯 허기졌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새큼한 괭이풀을 뜯어먹고 감꽃을 주워먹고 목이 막히는 줄 뻔히 알면서도 떫은 풋감을 주워 먹었었습니다.어머니 몰래 입에 생쌀을 넣고 오도독거리는 소릴 들키지 않으려고 매번 이불 속에 머릴 묻었던 생각도 납니다.김치 건더기는 어른들이 잡숫고 그 멀국으로만 밥을 비벼 먹었던 생각도 납니다.한끼니씩은 으레 굶거나 멀건 죽으로 때웠던 참으로 곤곤했던 그시절을 왜그리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었습니다.감사하고 감격할 것이 없다면서 강퍅하게만 살아왔던 마음이 오랜만에 녹고 있었습니다. 경보까지 달고 온 험악한 날씨가 창밖에서 강력하게 보여주는 그것 때문에 모처럼 가슴이 따뜻해지고 있었습니다.*한국수필 천료(1983)*저서 '따갑게 미소롭게' '내모습 이대로' '다시 만나기 위하여''내가 너희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랴'/ 국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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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1.07 23:02

[금요칼럼] '박근혜식 대권 행보' 에 대한 단상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대권 행보가 예상외로 빨라지고 있다. 박 전대표는 지난 20일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통해 한국형 복지 모델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자신의 정책을 구상하게 될 싱크탱크 성격의 '국가미래연구원'을 발족시켰다.박 전 대표는 연구원 발기인 총회에서 "우리나라는 지금 새로운 국가발전의 기로에 있다.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후 국가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대권용 정책연구원을 발족시킨 것은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보다 큰 틀 속에서 보면 박 전 대표의 정책연구원 발족은 여러 면에서 주목 할 만하다. 무엇보다 아직 임기가 2년이나 남은 이명박 정부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정책 경쟁을 통해 대선 과정의 질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지난 2007년 대선은 정책이 실종된 채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으로 시작해서 검찰의 BBK 수사로 끝난 선거였다. 물론 대선 후보의 도덕성 검증은 중요하지만 모든 것을 도덕성에만 맞추면 정책 없는 선거로 빠지기 쉽고 선거가 끝나도 여운이 남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연구원 발기인의 79%가 대학교수 등 학자들이고, 현역 의원은 단 한사람만 참여했다는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박 전 대표는 연구원을 최대한 활용해 정책 전문가로서의 이미지를 확대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구원이 '풍요롭고 자유로운 선진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현실에 바탕한 미래전략과 정책을 수립'하는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인 활동을 하려면 각오가 남달라야 한다.첫째, 정치 공학적인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박 전 대표 지지율이 다른 후보들보다 크게 앞서고 있기 때문에 기회가 될 때 세몰이로 대세를 굳혀야 한다"는 사고로는 국민을 감동시킬 수 없다. 우리는 대세론에 도취되어 변화와 개혁을 거부한 채 패배의 나락으로 떨어졌던 대권 후보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둘째,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 전 대표는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 세우자)'를 자신의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박전대표가 최근에 제시한 '한국형 복지'와 이 공약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확실하지가 않다. 성장을 근간으로 하는 '줄푸세' 공약을 포기한 것인지, 아니면 무게 중심을 성장에서 복지로 옮긴 것인지 정직하게 설명해야 한다.셋째, 열린 마음을 토대로 '정책 편가르기'를 해서는 안 된다. 진보와 보수를 넘어 서로 상충되는 반대 의견을 많이 청취하면서 통섭의 시각에서 진보의 가치를 수용하는 창조성이 요구된다.넷째, 연구원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양식과 지혜가 필요하다. 당장, 민주당 추천 방송통신위원인 이병기 종편심사위원장이 연구원 발기인에 참여함으로써 논란이 되고 있지 않은가?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의 발 빠른 '정책행보'가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하지만, 이런 행보가 한국 대선에서 최초로 후보의 철학이 살아 숨쉬고 치열한 정책 경쟁이 이뤄지는 격조 높은 선거가 도래하는 발판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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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1.01 23:02

[금요칼럼] 지구온난화 방지, 국제적 합의 가능한가

인류는 산업혁명 이래 지난 200여 년간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으로 대기 중 온실가스가 증가하여 지구온도가 상승하고 있음을 과학적으로 규명하였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온실가스의 배출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증가할 경우 21세기 말까지 지구 온도는 최대 6.5도, 해수면은 59mm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지구온난화는 이상기후의 원인으로서 북극과 남극의 빙하감소, 홍수 및 가뭄 그리고 해수면 상승 등을 야기하여 자연재해를 유발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환경부 보고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평균기온 상승률은 세계 평균의 약 2배, 제주도 주변의 해수면 상승은 세계 평균의 약 3배에 달하고 있다. 급속한 기온의 상승은 집중호우와 태풍을 유발하여 막대한 인명 및 재산피해를 초래하고 있다.전 세계는 1992년 지구온난화 방지 국제협약을 체결하면서 인류가 온난화 방지를 위하여 공동 노력할 것을 합의하고 특히 선진국들은 산업혁명 이래 석탄과 석유의 과다소비로 지구온난화를 유발한 일차적인 책임이 자신들에 있음을 인정하면서 우선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노력할 것을 약속하였다. 1997년 일본 교토 총회는 국가별 법적 구속력 있는 감축목표를 명문화한 교토의정서를 채택하고 선진국들이 2012년까지 1990년 배출량 대비 평균 5.2%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도록 규정하였다. 교토의정서는 경제여건, 기후변화의 파급효과, 자연적인 여건 등이 상이한 전 세계 180여개 국가들이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합의 도출에 성공하였을 뿐 만 아니라 선진국들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의 감축을 약속함으로써 21세기 인류가 당면한 최대 과제인 지구온난화 문제의 해결 가능성을 보여준 인류 역사상 큰 의미가 있는 회의로 인식되고 있다.그러나 금년 12월 멕시코 칸쿤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협약 총회는 교토 의정서협약을 대체하는 2012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포스트 교토체계에 대한 구속력 있는 합의도출과 선진국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개발도상국들의 동참을 유도하지 못함으로써 실패한 회의로 인식되고 있다.전 세계의 유명 언론들이 칸쿤회의를 실패한 회의로 규정하고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적인 협력체계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특히 2012년의 기후변화 총회를 유치하려는 우리나라는 최근의 실패 원인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그 이유는 일차적으로 국가별 이기주의에 기인한다. 즉, 선진국들은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선진국들만의 노력으로는 지구온난화의 방지가 불가능하다는 인식하에 개도국의 참여가 없이는 선진국들도 온실가스의 감축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당분간 온실가스의 감축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둘째, 1990년대 말과 최근의 경제위기로 인하여 각국들은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하여 추가적인 부담을 감수할 것을 요청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지구온난화 관련 협의는 정부 간 협의로서 협상에 참여하는 각국의 대표들은 정부의 공무원들이다. 이들을 배후에서 조정하는 각국의 정치인들은 단기적인 이해에 집착하기 때문에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장기적인 노력에 미온적일 가능성이 높다.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전 세계의 노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각국이 단기적이고 이기주의적인 입장보다는 인류의 공존을 위하는 입장에서 협의를 진행해야 하며 협상 과정에서 각국의 공무원들 뿐 만 아니라 시민단체, 전문가그룹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새해에는 인류가 공존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남아프리카회의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진승(APEC 기후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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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2.24 23:02

[금요칼럼] 문화의 건강한 진화를 위하여

휴대폰은 사람들을 매우 바쁘게 하지만 그 정도의 번거로움 때문에 휴대폰이 가져다주는 '정보 황홀경'을 포기할 사람은 없다. 냉장고의 프레온가스는 오존층을 파괴하고 온실효과를 가져오지만 우리는 냉장고가 선사하는 서늘하고 시원한 맛의 환상을 포기하지 못한다. 자동차의 공해는 더욱 결정적이다. 그렇다고 누가 예전처럼 말을 타거나 걸어 다니겠는가?인간은 기계문명을 선택하면서 유기적 삶과 멀어져 갔다. 평화보다는 매력적 고통을 선택한 것이다. 즉 문명은 인간에게 삶의 평화보다는 매력을 선사하였으며, 기계문명이 가져다 준 온갖 편이성들은 삶을 매력 덩어리로 보이게 하였다. 게다가 문명의 속성인 집단주의는 숙명적으로 도시를 탄생시켰고, 과거 전원적이고 친환경적인 것들로부터 인간을 격리시키기 시작하였다. 인간은 그것이 문명의 짓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재앙임을 잘 알고 있다.텔레비전은 반세기 이상 활자문화, 독서문화를 타격하다가 정보를 무한대로 확장시킨 인터넷에 의하여 거꾸로 타격 당하고 있다. 대중문화의 황제는 이제 더 이상 텔레비전이 아니라 실시간 인간의 두뇌를 빠르게 확장시키는 온갖 정보매체이다. 텔레비전을 24시간 켜 놓아야 심리적 위안감을 갖던 인간들은 이제 텔레비전 대신 인터넷을 하루 종일 켜 놓고 정보 황홀경에 탐닉한다. 그들이 훨씬 재미있고 현실적이며, 유익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문명은 흡사 대중문화의 속성과 같아서 과거 시대의 우상을 가차 없이 청소해버린 뒤 새로운 우상을 탄생시키고, 신앙처럼 숭배한다.명예나 긍지, 민족애는 참 소중한 것이다. 한 나라의 문화는 이를테면 명예나 긍지, 민족의 뿌리 같은 것이라서 그것이 말살당하는 일에는 누구나 분노한다. 그런데 그 문화가 붙박이처럼 화석화되거나 천 년 만 년 변함없이 돌덩이가 되는 것은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 문화가 민족의 긍지임에도 불구하고 시대정신에 맞는 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독립기념관은 민족의 자주성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가르치는 매우 중요한 장소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단 한 명이 찾아오던 말든 그 존재가치는 지고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독립기념관에 관객이 없다는 사실을 우려하고 흥분하는가. 전쟁기념관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역사적, 민족적으로 중요한 장소라 하더라도 그것은 당연히 사람을 위한 장소이다. 그리고 그 곳에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죽은 장소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우리는 문화의 미래지형도와 그 생생한 가치를 다시 고민해보아야 한다. 독립기념관이나 전쟁기념관을 더 재미있고 유익하게 꾸밀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장소를 과거의 독트린에 가두어 지키려는 사람들의 선택이 그 곳을 화석화시키는 것이다. 만약 사람들이 더 많이 찾을 건강하고 재미있는 방법이 있다면 장소부터 먼저 살리고 더 재미있게 역사공부를 시킬 수 있는 산 교육의 장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이러한 교훈은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를 추진하고 있는 광주나 기타 국가 차원의 대형 문화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고 있는 부산, 대구, 인천 등에도 바로 적용된다. 만약 우리가 이념적 건물을 짓고, 쟁취의 역사를 기념하는 이념적 민주주의의 성지를 만들어낸다면 살아 있는 생생한 문화의 생기는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자칫 사당이 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는 전대의 역사를 숙명적으로 계승하여 살고 있는 후대들의 생각과 입장을 간과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문화는 과거의 향수가 아니다. 이 착각이 불러오는 의식의 참사가 문화를 화석화 시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정치적 명분을 위한 민족주의는 문화를 매우 위태롭게 한다. 세계적 사고를 반민족주의, 반지역주의 쯤으로 인식한다면 문화는 가망성이 없다. 가령 광주가 세계 문화의 중심도시가 되려면 광주사람들이 먼저 토호의식을 버려야 한다. 이는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다./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상임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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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2.17 23:02

[금요칼럼] 전쟁 불사가 진정한 용기인가?

지난달 23일 북측은 연평도를 포격했다. 이로 인해 해병대 병사 2명이 전사하고 15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민간인 부상자도 나왔다. 남측은 22일부터 서해상에서 군사훈련을 진행중이었고, 북측은 이 훈련은 '북침 전쟁연습'이라며 항의하는 전화통지문을 수차례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군 당국은 북측의 의례적인 항의라고 생각해 무시하고 사격훈련을 했다고 한다. 휴전 이후 남북이 해상이 아닌 육상에서 포격전을 벌이고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민간인 지역에 포탄이 떨어져 주민이 다치고 집이 전소되는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국민들치고 우려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김태영 국방부장관은 지난달 24일 오전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 대한 우리측 대응과 관련, '상황보고를 받은 대통령의 최초 지시가 뭐였느냐'는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의 질의에 "대통령의 최초 지시가 '단호하지만 확전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을 겸해서 말했다'"고 밝혔다. 유의원은 이 대통령의 '확전 방지' 발언을 문제삼으며 "국군통수권자가 확전을 두려워하니까 2~3배 대응 교전규칙이 있고 전투기까지 떴는데도 저쪽을 못 때린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그러나 임태희 청와대 대통령실장은 "사태 발생 이후 확전과 관련한 말은 한번도 한 적이 없다"고 황급하게 진화작업에 나섰고, 국방장관은 오후가 되자 "대통령이 확전을 막아야겠다고 말했다는 것은 들어보지 못한 것이다."고 바로 말을 바꿨다. 필자는 대통령이 확전 방지를 강조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확전을 해도 무방하니 마음껏 폭격하라고 말했다면 이 나라 국민의 생명을 책임진 대통령으로서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신임 김관진 국방장관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이 다시 도발한다면 전투기까지 동원해 폭격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또한 전면전 확대에 대한 질의에 대해 김장관은 "북한의 국가적 경제 사정이나 정치적 승계 등 내부 불안 요소가 있기 때문에 북한이 전면전을 일으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했다.과연 그럴까? 정치군사 평론가들은 도리어 내부 불안 요소가 있을 때 내부 갈등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모험적이고 도발적인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북측은 자신들의 영해 내에서 사격훈련이 진행될 경우, 무력 대응하겠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군사적 도발' 에 대한 '파국적 후과'를 경고하고 나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평도와 대청도 등 해상 경계선 일대에서 포격훈련이 진행되었을 때 확전하여 전면전으로 발전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으랴.또 그들의 예상과 달리 전쟁이 확전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가 가진 미사일을 북에 다 쏘고, 북이 가진 미사일을 남에 다 쏘면 누가 더 피해를 볼 것 같은가? 북은 산업시설도 낡고, 인구도 희박하여 피해를 상대적으로 적게 보지만 남은 산업시설도 많고, 인구도 밀집하여 훨씬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이런 위협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오히려 연평 사격훈련을 반드시 하겠다고 외치며 북한을 자극하고 있다.전쟁이 나면 국민들의 피해를 보상해 줄 것인가? 한국전쟁 때도 아무런 준비없이 큰소리만 치다가 낙동강까지 밀렸지만 그때도 이승만 대통령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라는 방송을 하지 않았던가.죽음을 불사하는 군인정신은 전쟁이 벌어졌을 때 필요한 것이지 전쟁을 도발하고 확전할 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국민은 우리 생명을 보호할 군인이 필요한 것이지 군대의 자존심을 위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과 미래와 평화를 송두리째 걸고 싸우는 군인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이 시간에도 자식을 군에 보낸 힘없고 평범한 부모들은 행여나 전쟁이 벌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대통령과 장관과 정치인들은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분향소에 조화를 보내기 전에 더 이상의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평화를 유지하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 국립암센터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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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2.10 23:02

[금요칼럼] 착각과 환상에서 벗어나라

북한은 왜 연평도에 기습 포격을 감행했을까. 정보가 부재한 상태에서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북한이 도발 전에 행한 일련의 행동들을 면밀히 고찰하면 윤곽이 드러난다.올해 북한은 3월 천안함 폭침, 5월과 8월 김정일의 중국 방문, 11월 고농축 우라늄 시설 공개와 연평도 기습 포격 등 이례적인 행동들을 취했다.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올해 김정일의 두 차례 중국 방문은 3대 세습체제를 인정받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문제는 이런 추정이 맞는다면 북한은 철저하게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북한은 아시안 게임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 핵 전문가를 불러들여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했고, 뒤이어 연평도를 기습 포격했다. 더구나, 북한은 중국 후진타오 주석의 개혁개방 충고나 6자회담으로의 복귀를 철저하게 무시하면서 독자적인 무모한 행보를 계속 취했다.이런 맥락에서 볼 때 북한의 최대 현안은 3대 세습 체제 구축이 아니라 핵 무장을 통해 주체 국가로 거듭나 2012년에 강성 대국을 완성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런데 북한의 이런 의도와 목표를 달성하는 데 걸림돌은 역설적으로 미국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일 수도 있다. 중국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동북아의 핵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필연적으로 일본이 핵을 갖게 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따라서 중국은 표면상으로 북한과의 혈맹관계를 강조하고 북한의 후원자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활용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런 중국의 이중적 태도에 북한은 저항하고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치밀한 전술을 구현하고 있는지 모른다.따라서 북한이 노리는 것은 미국이 할 수 없이 파키스탄의 핵 보유를 인정한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도록 하는 것 일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 연평도 포격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은 바로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로 인해 불어 닥칠 국제사회와 중국의 비난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술책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한 이런 추론과 진단에 근거한다면 우리는 그동안 품고 있었던 착각과 환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첫째, 중국이 북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환상이다. 북한은 중국이 현재와 같은 집단지도체제와 2012년에 시진핑을 중심으로 제 5세대 체제로의 출범 전까지는 어느 누구도 홀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무리를 해서라도 2012년까지 핵 무장을 완성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둘째, 햇볕정책의 허구성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햇볕정책 추종자들은 햇볕을 쪼이면 북한이 언젠가는 변화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었다. 반면, 북한은 교묘한 위장평화 전략으로 대한민국 국민을 기만했다. 북한의 이런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채 민군이 죽고 연평도가 쑥대밭이 됐는데도 햇볕정책의 지속이냐 폐기냐를 놓고 대립하고 갈등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셋째, 김정일의 건강 악화와 경제난과 대량 탈북 등으로 민심이 요동치면서 북한은 곧 망할 것이라는 착각이다. 정치 경제, 사회, 국방 분야에서 북한의 불안정성은 과거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아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김정일의 체제 장악 능력, 당, 군 공안기구의 통제력, 국가의 위기 대응 능력 등을 포함한 북한의 통제 역량은 오히려 증가했을 수도 있다.이제 북한 스스로 핵을 포기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정부와 국민이 무엇을 해야 할 지 분명해졌다. 정부는 치밀하게 준비해서 말보다는 제대로 된 응징을 해야 하고, 국민들은 북한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해 단합된 모습으로 국가 안보의 최전선에 서야 할 것이다. '하나된 국민이 최강의 안보'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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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2.03 23:02

[금요칼럼] 담배 가격 인상과 정책조정 기능의 상실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이 "흡연율 감소를 위하여 세계보건기구(WHO)와 담배가격의 적정수준에 대한 대안을 물색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시작으로 담배가격 인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반면 국무총리는 "복지부 입장에서는 검토하는지 모르겠지만 서민물가 등을 고려해 신중해야 할 문제이며, (담배가격을)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담배가격 인상에 관한 정부 고위공무원들의 상반된 의견을 들으면서 우리는 두 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담배가격 인상이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가 하는 점과 과연 행정부 내에 정책수립 과정에서 발생되는 부처 간의 이견을 조정하는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는가 하는 우려이다.복지부가 담배가격을 인상하려는 주요 이유는 첫째, 흡연율의 감소를 통하여 흡연이 주요 원인인 암, 뇌졸중, 관상동맥질환 등의 발생률과 사망률 감소를 유도하려는 것이다. 둘째, 복지부는 담배가격의 인상을 통하여 얻어지는 추가적인 수입을 일반재정의 지원 부족으로 지연되고 있는 보건의료서비스의 확충과 질 향상에 투입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리고 셋째, 흡연은 당사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비흡연자들에게도 건강상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외부효과를 가짐으로 국가가 금연정책을 추진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보건복지부의 주장에 대하여 행정부의 관련부처, 국회, 그리고 이해당사자들은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이 갖는 이견은 담배는 습관성이 있는 기호식품으로 가격 상승이 장기적으로 흡연율 하락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담배가격 인상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추가 수입이 흡연 관련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만 국한되어 활용되는지 확실치 않으며 오히려 일반재정에서 지원되어야 하는 복지부의 사업들을 편의상 담배가격 인상으로 발생되는 수입으로 운용하려는 의도가 많으며 이는 재정의 일반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흡연자들의 권리에 대한 침해와 함께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친서민 정책과 상충되는 정책이라고 주장한다.특정 부처의 정책은 다른 부처에도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관련 부처 간의 이견을 조정하기 위하여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부처 간의 협의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나아가 규제개혁위원회, 차관회의,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를 통하여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도록 법제화하고 있다. 최근 담배가격 인상에 관한 국무총리, 관련부처의 이견을 들으면서 과연 부처 간의 정책조율을 담당하는 국무총리실이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 하는 점과 보건복지부를 포함한 관련부처들이 정책수립 과정에서 법에 명시된 협의과정을 충실히 지키고 있는지에 대하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담배가격 인상에 관한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 수년간에 걸쳐 복지부는 유사한 논리를 동원하여 가격인상을 지속적으로 시도한 바 있으며, 관련부처는 항상 유사한 논리로 지연, 또는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여 왔다. 지금까지 반복적으로 논란이 되어왔던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파급효과, 담배가격의 인상이 흡연율의 감소에 미치는 영향, 담배가격의 인상으로 발생되는 추가적인 재원의 활용방안 등은 이미 국내외에 많은 사례가 있으며 부처 이기주의를 벗어난다면 단기간에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과제들이다.지금부터라도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부처 간의 협의를 진행하여 담배가격 인상 여부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고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성을 회복해야 한다.담배가격 인상과 같은 비교적 간단한 정책에 관하여도 범정부적인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남북문제와 같이 복잡하고 이해가 첨예하거나 대립되는 정책을 행정부는 어떻게 다룰 것인가? 정부가 부처 간의 협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어떻게 외부의 이해당사자들과 이미 다음 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는 국회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정부의 강력한 흡연율 감소정책이 지연되어 수없이 많은 국민들이 흡연으로 인하여 생명을 잃는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정진승 (APEC기후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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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1.26 23:02

[금요칼럼] 상품 대신 예술품을 만들어라

스티브 잡스(Steve Jobs)를 최고의 경영인으로 꼽는 이유는 그가 상품을 잘 파는 재주를 가졌다기보다는, 상품을 예술품으로 둔갑시키는 천재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물론 잡스는 애플의 CEO(최고경영자)이다. 그러나 그가 직접 나서서 권하는 제품은 상품출시에 맞춰 소비자가 줄서서 사야하고 손꼽아 기다려야 하는, 이를테면 거의 예술품이 된 것이다.아이폰이 출시되었을 때 미국인들은 판매 당일은 물론 며칠 동안 긴 줄을 서서 상품을 사는 진풍경을 연출하였다. 상술에 속아 소비자가 농락당했다고 간주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만큼 아이폰은 예술이라고 탄복할 정도로 기능이 탁월하였으며, 상품을 능가하여 소비자가 인정하는 기술의 혼이 들어 있었다. 소비자는 고가의 값을 지불하고 상품을 습득하면서도 상품이 아닌 그 이상의 것을 획득하는 듯 한 기분을 선사한 것이다.그 후 유사한 스마트 폰들이 다수 출시되었지만 아이폰의 신화를 크게 능가하지는 못하였다. 결과적으로 잡스는 소비자가 아이폰을 가짐으로써 흡사 첨단예술을 소유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준 것이다. 그리고 테크놀로지를 누리면서 시대를 리드하는 신세대들의 신화에 가담하게 해주는 메신저를 자처하였다.1960년대에 불길처럼 등장한 블루진은 단순히 청바지가 아니라 그 시대를 대변하는 문화였다. 당시 젊은이들은 청바지를 입은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아이돌을 걸치고 다녔으며, 오늘날에는 세대를 뛰어 넘는 광범위한 문화적 산물이 되었다. 그러므로 청바지를 입는 소비자는 하체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예술과 문화를 입는 것이다.시장경제와 소비중심사회는 시장과 소비자가 그 중심에 있지만 그것을 지탱하는 뿌리는 대중과 대중문화이다. 대중의 속성, 대중문화의 흐름이 시장과 소비를 좌우하는 것이다. 오늘날 대중이 창조해내는 영웅과 아이콘들은 때로는 아이돌을 만들어내며, 때로는 그 많은 상품들 중 일부를 독특한 예술품으로 만들어내는 기가 막힌 사례들을 보여준다. 이러한 경우는 비단 상품 뿐 만이 아니라 심지어는 문화예술이벤트까지 이에 적용된다.가령 베니스비엔날레는 다른 비엔날레와는 달리 4일간 프레 오프닝 행사를 한다. 이 기간 중 베니스를 찾는 관계자들은 전 세계에서 줄잡아 3만 여 명에 이른다. 그러다보니 베니스 시내는 물론 인근의 호텔들은 평소보다 배 이상의 요금을 받는다. 매 2년마다 베니스를 가득 메우는 이 전문가집단들은 세계 최고의 수상도시 베니스가 갖는 도시의 숭고미에 취하기도 하지만, 베니스비엔날레가 선사하는 독보적인 비엔날레의 질에 취한다. 비엔날레는 이제 베니스만의 독과점 상품도 아니지만, 베니스만이 창조하고 누리는 최고의 관광혼합형 이벤트로서의 가치가 바로 예술이기 때문이다.지난 9월초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을 전후하여 광주 일원의 호텔이 초만원을 이룬 적이 있다. 아트페어와 시기가 겹친 탓도 있지만 1천 5백여 명의 손님들이 한꺼번에 지구촌에서 몰아닥쳐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는 광주비엔날레 15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의미는 남달랐다. 그렇다고 광주비엔날레가 베니스처럼 비엔날레 특수를 누리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광주의 전시상품이 아닌, 그 무엇을 애써 가꾸는 과정에서 찾아 온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이고 싶은 것이다.오늘날과 같은 소비사회는 소비자가 시장의 중심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상품 그 자체가 소비자들에게 발언할 수 있는 상품중심주의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상품중심주의란 상품이 광고 이상의 독특한 질과 기능을 가져야 하며, 소비자들의 입소문이 광고를 압도하는 기능중심주의적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광고시장에서 업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분야가 소비자들이 결정하여 시장을 리드하는 바로 '입소문'이다./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상임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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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1.19 23:02

[금요칼럼] 복지국가를 지향하는가, 반대로 가는가

우리나라는 해마다 1만 5천명 이상이 자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매일 42.2명이 자살하고 있으며, 이를 달리 계산하면 34분 당 한 명이 자살한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75세 이상 노인들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에서 1위다. 그것도 10만 명 당 109.6명으로 60.4명으로 2위인 헝가리와 47.8로 3위인 스위스를 여유있게 따돌리고 있다.10만명당 자살률이 60대는 54.6명인데, 70대는 80.2명, 80세 이상은 127명으로 나이가 많아질수록 그 비율은 더 높아진다. 그럼 왜 이렇게 노인들이 자살을 많이 하는가? 이들은 한국전쟁 이후 50년대와 60년대의 가난 속에서 자녀교육에 매진하여 70년대와 80년대 이후의 경제개발을 이루는데 땀 흘렸건만 경제적 성공을 이룬 지금 돌아오는 것은 냉대와 무관심이다.노인들은 배우자의 죽음, 직업 및 사회적 지위 상실, 건강 악화 등으로 정신신체적으로 매우 취약하다. 특히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사회가 주는 복지혜택은 미미하다. 소외된 도시 빈민과 농촌 노인들은 사각지대에 방치된 셈이다. 특히 독거노인이나 무의탁 노인들은 사회와의 연결이 끊어지는 고독감과 상실감에 시달려야 한다. 자녀가 있어도 부모를 방치하는 경우에는 더 심각하다. 호적상으로는 부양자가 있기 때문에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이중의 고통까지 겪기 때문이다.노인들은 더 치밀하게 자살을 준비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젊은이들의 자살에 비해 사망할 확률이 3~5배 높다. 흔히들 목을 매거나 시골에서는 농약이나 제초제를 마시는데 제초제는 치명률이 높다. 남자 노인들은 여자에 비해 더 무능해지기 때문에 혼자 남을 경우 더 고달픈 삶을 영위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남자 노인의 자살률이 여자에 비해 높다.그런데 이들 노인들이 그나마 모여서 시간을 보내고 외로움을 달래는 경로당 겨울 난방비가 전액 삭감된다는 듣기만 해도 추운 소식이 들린다. 이 난방비는 5만 6480개 경로당에 매월 30만원씩 3개월간 90만원 난방비를 지원하는 예산인데 이 천금같이 귀한 411억원이 내년 예산에서 전액 삭감되는 안으로 제출되었다는 것이다.친서민정책을 편다고 표방하는 현정부가 이런 예산안을 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내년도 국가 총예산 규모는 약 309조 6천억원이다. 그런데 내년 4대강 사업은 중앙정부 예산으로 3조 3천억원, 수자원공사 예산으로 3조 8천억원으로 총 7조1천억원이 예산에 잡혀 있다. 7조원은 전체 예산에 비하면 작은 액수인 것 같지만 정부 예산의 많은 부분은 기본적으로 줄이고 말 것이 없는 비용들이다. 따라서 한해 7조를 줄이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 노력이 하필 복지예산이었고, 그것도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예산의 대폭 감소로 나타나는 것이다.복지가 위협받는 계층은 노인들만이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2009년부터 2년간 기초생활수급자를 163만 2천명으로 동결하여 편성한 전례가 있고, 내년도에는 아예 수급대상자 2만 7천명을 대폭 축소하여 160만 5천명으로 편성하였다.장애인들도 지원 축소의 예외가 아니다. 장애인들의 외출이나 활동을 돕는 장애인 활동보조 지원 사업비는 매년 예산부족으로 장애인들의 요구가 높았으나 이 예산을 14.6% 축소, 196억원을 삭감하여 장애인들의 자립을 돕는 지원을 끊고 말았다.현재 우리나라의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고,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 전락하는 서민들의 신음소리가 높아지는데 이들을 위한 정부의 지원조차 적어진다면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세계 13~14위라는 것이 이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으며 1인당 GDP가 2만불을 넘었다는 것이 저들만의 잔치로 느껴질 때 자신에게 무슨 혜택으로 느껴지겠는가.임진왜란이 벌어졌을 때 임금과 벼슬아치들이 떠난 서울에서 경복궁이 불타고 서울이 무법천지가 되었을 때 나라에 불을 지른 사람은 일본군이 아니라 소외되고 버림받은 이 나라 백성들이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 국립암센터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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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1.12 23:02

[금요칼럼] 기본으로 돌아가라

정치권이 뒤숭숭하다. 태광그룹, C&그룹, 한화그룹에 대한 조사에서 검찰 사정의 칼날이 비리 정치인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청목회가 청원경찰법 개정과 관련해 다수의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주고 불법 로비를 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정치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이런 와중에 한나라당은 2013년부터 시행되는 소득법인세 최고 세율 인하 철회를 둘러싸고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더욱이, 한나라당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청와대측의 감세 기조 불변 입장에도 불구하고 '감세철회 촉구를 위한 의원총회 소집요구' 서명을 받고 있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감세 철회를 주장하는 측은 "부자대기업 중심의 정책 노선을 친서민 정책 노선으로 수정해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서민중도층 표심을 잡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한편, 감세 유지를 지지하는 측은 "감세는 현 정권의 핵심 정책 기조인 만큼 이를 철회하는 것은 현 정부와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훼손시키는 것이다"는 점을 지적한다. 여하튼 여당 내에서 부자 감세 철회 논쟁이 제기된 것은 본질적으로 차기 총선과 대선을 의식한 '표' 때문이다.최근 한나라당에게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한나라당 소장파들의 모임인 민본21 토론회에서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선에서 박근혜 전대표를 지지한다는 층의 30.4%,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층의 33.6%가 '정권 교체'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면상으로는 한나라당에게 유리한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듯 하지만 동시에 민심의 밑바닥에는 '정권 교체'에 대한 강력한 욕구가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민주당이 마냥 좋아할 만은 일은 아니다. 민주당도 민심의 경고를 받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정권 교체에 대한 욕구가 크고 보수에 대한 혐오감도 큰 데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도와 야권 대선 후보 지지도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다. 이런 사실은 국민들의 마음속에 아직 민주당이 정권을 맡아도 좋다는 믿음이 생기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손학규 대표 체체가 출범한지 한 달이 지났다. 하지만 처음에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손대표가 4대강 문제와 사정 정국, 개헌 등 국정 현안에 대해 야당 수장으로서 강경한 입장을 드러내면서 여당과의 대립각을 만들어 당의 존재감을 살렸다는 점은 인정할 만 하다. 하지만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핵심 어젠다에 대한 비판과 반대의 목소리만 냈지 정작 국민들이 공감하는 비전과 어젠다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국민들이 정치권에 요구하는 것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국민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면서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정도의 정치를 하라는 것이다. 국민들로부터 국회가 부패한 집단으로 불신받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집권당 대표가 청목회 입법 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을 향해 '좌시하지 않겠다'고 협박성 발언을 할 수 있는가? 오히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거액의 후원금을 수수한 의원들을 상대로 자체 진상 조사를 실시해 옥석을 가려내는 것이 정도가 아닌가? 당 최고위원회에서 논의되었던 감세 철회가 대통령 경제특보 말 한마디에 어떻게 지도부가 서둘러 논쟁을 중단시킬 수 있는가? 개혁적 중도 보수론을 제기하고 있는 한나라당이라면 감세 철회 주장을 일방적으로 거부할 것이 아니라 생산적인 논쟁을 통해 결론짓는 성숙하고 활력 넘치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하지 않겠는가?민주당도 다를 바 없다.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 대통령을 '평화의 훼방꾼'으로 몰고 간 의원과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면책특권 뒤에 숨어 비방 폭로에 앞장선 의원을 제 식구라고 무조건 감쌀 것이 아니라 국민이 눈높이에 맞춰 잘못된 것이 없는지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 국정 운영과 관련해서는 사사건건 정면 충돌해온 여야 정치권이 검찰 수사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는 진풍경을 보면서 어떻게 국민들이 대한민국 정치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정치권은 "어려울때 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조언을 깊이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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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1.05 23:02

[금요칼럼] 거꾸로 가는 지역균형발전

최근 지방의 한 대도시에 설립된 전문 연구기관의 책임자로 근무를 시작한 지인으로부터 힘들었던 경험 두 가지를 전해 들었다.무엇보다 전문 연구기관에서 함께 일할 젊은 직원을 채용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대부분의 전문성을 갖춘 젊은이들은 새로운 정보의 획득이 가능하고 연구비가 많으며,장래 발전을 위한 인적 네트워크의 구축이 비교적 용이한 수도권 지역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수도권의 젊고 의욕 있는 젊은층이 비수도권으로 오려고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수도권의 젊고 유능한 인력들이 수도권으로 몰려듦으로 인해 비수도권은 인력난에 봉착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따라서 수도권의 유능한 인재들을 지방으로 유입하면서 비수도권의 인재들을 지역에 남아 있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수도권에서 얻을 수 있는 금전적비금전적 혜택을 비수도권에서도 향유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또 그는 갓 설립한 연구기관의 운영에 몰두하기 위하여 수도권에 있는 주택을 정리하고 가족과 함께 지방 생활에 정착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으나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했다. 다양한 중앙부서와의 업무 협조와 수도권에서 집중적으로 개최되는 전문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빈번한 출장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른 시간의 낭비와 비용의 지출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특히 연구소 운영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하여 관련 중앙 부처 방문 및 설명을 위한 출장은 현재의 국가재정 운영체제 하에서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이러한 문제들,즉 수도권으로의 빈번한 출장으로 인한 불필요한 행정 비용의 발생과 지역의 인재난으로 인한 생산성 높은 산업의 지방 이전 거부,그리고 이로 인한 지방경제의 산업구조 고도화의 지연은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에 기인하는 것이다.이는 개별 지방정부 또는 기업이 아닌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우리나라에서 지역균형 발전은 과거로부터 현정부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중요한 국가정책의 핵심과제로 다루어져 왔다.그 이유는 수도권으로의 인구 및 경제력의 과도한 집중이 규모의 경제보다는 비효율성을 발생하기 시작하였고,결과적으로 경제의 성장잠재력 하락을 유발하고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일 것이다.따라서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하여 지역균형 발전이 국가의 핵심적인 어젠다로 대두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판단된다.정부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균형발전이란 지역 격차,특히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줄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역 격차를 축소한다는 의미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논의할 수 있으나 특정지역의 1인당 총생산량의 차이를 지역 간의 격차를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이는 전 세계의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분하는 지표로도 사용된다.우리나라의 지역 간 1인당 총생산의 차이는 1990년대 중반까지 완화되는 경향을 보였으나 1990년대 말을 전후하여 격차가 다시 심화되기 시작하였다.이는 지난 10여 년 간 정부가 지역균형 발전의 필요성을 과거 어느 때보다 강조하고 막대한 국가재정을 투입했으나 관련 정책의 실효성이 없었음을 의미한다.또 이는 중앙과 지방의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지역균형 발전을 악용한 결과이기도 하다.지역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행정과 재정의 실질적인 분권화(decentralization)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세계적으로도 하나의 큰 흐름으로 이미 정착되어 가고 있다.또한 경제의 세계화와 지식기반화가 전 세계적으로 진전되면서 국가가 아닌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전 세계의 지방정부와 직접 교류할 수 있는 시대(Glocalization)가 진전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특히 지식기반경제 체제 하에서는 지방의 인적 자본의 형성을 위한 교육 및 훈련에 재원을 투자함으로써 지방정부의 역량을 향상시키고,지방 산업구조를 고부가가치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이러한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통제적 간섭은 제거되어야 하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지방정부가 지도록 해야 한다. 지역 격차를 이용하여 지역감정을 부추김으로써 자신들의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려는 지방출신 정치인들에게 의존하려는 지방정부의 행태도 근절되어야 마땅하다./ 정진승 (APEC기후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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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0.29 23:02

[금요칼럼] 약사(藥師)와 약장수-이용우

약사와 약장수는 어감으로 보면 매우 유사한 직종이다. 구체적으로는 다를지 몰라도 둘 다 분명 약을 다루고 약을 판다. 그런데 약사와 약장수를 받아들이는 문화와 감성의 차이는 판이하다. 두 직종을 가르는 가장 큰 이슈는 면허의 문제이다. 약사는 일정한 자격에 따라 주무관청의 면허를 받아 의약품에 관한 일에 종사하는, 이를테면 전문 직종 종사자를 말하지만 약장수는 면허와 상관이 없다. 약장수가 면허가 필요한 직종이라면 그것은 이미 약장수가 아니다.약사나 약장수나 둘 다 나름대로 심각한 직업이지만 약장수는 오늘날 현대사회 들어 본래의 의미가 크게 퇴색하였다. 구성진 가락을 내세운 만담을 들을 기회도 적어졌고, 약장수의 서식처인 재래시장이 점점 사라져가기 때문이다. 약장수의 단골메뉴인 몸보신용 동물의 거시기 등을 파는 행위도 보기 힘들어진지 오래이다.약장수는 오래 전부터 역할보다는 의미의 전환이 이루어져 전혀 다른 의미로 통용된다. 과거 유사 인생 상담사이자 재간꾼으로서의 약장수 역할은 능숙한 화술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매우 부정적인 화술꾼의 이미지로 바뀌었다. 과거 우리 주변에 소비자가 그토록 관대한 직종은 아마도 약장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약사는 동네 어귀마다 있지만 인생 상담사이자 재간꾼인 약장수는 하나 둘씩 없어져 이제는 약에 쓰기도 어렵게 되었다. 대신 약장수의 화술만 사회 각층에 떠돌아다니면서 사회 곳곳에 유사 약장수가 창궐하게 되었다.의료제도가 정착되지 않아 약사와 의사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던 시절, 그리고 국민건강이 체계화되지 않았던 시절에 약장수는 대중의 건강은 물론 접대요소까지 곁들인 엔터테이너로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은 안 되었지만 인삼, 녹용, 뱀, 웅담을 팔고 성인 남녀들의 남녀열혈지사에 관하여 너스레를 떨던 시절의 약장수는 시장바닥의 명인들이었으며, 의약적 판단은 제쳐두고라도 사회적 추억거리였다.오늘날 약사와 약장수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갭이 있다. 만약 약사(pharmacist)를 약장수로 불렀다가는 호되게 당할 가능성이 많다. 진짜 약장수는 거의 소멸한 대신 직종별 유희적 약장수가 늘었으나 누구도 후자의 약장수로 불리기를 꺼려한다. 진짜 약장수는 기껏해야 지방의 서커스 정도를 구경 가야 한, 두 명을 만날 수 있을 정도이지만 가짜 약장수는 어디에나 있다. 기막힌 아이러니이다.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약사보다 약장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국민건강을 고려해서가 아니라 추억과 추억의 재생산을 위하여, 과장하자면 국민의 정신건강을 생각하여 약상(藥商)의 존재감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산업화는 대도시를 쉴 새 없이 탄생시키지만 약장수와 같은 인간 친화적이고 설명적인 직종은 하나 둘 씩 사라져간다. 그 대신 약장수는 특정한 직업이라기보다 도처에서 약장수와 같은 기능자들이 약장수를 대신하고 있다.과거 약장수의 말에 속아 인생을 망치거나 건강을 심하게 망친 경우는 사실상 드물다. 기껏해야 약간의 금전적 손해를 보거나, 효험이 적은 약재를 달여 먹고 후회한 정도가 최대의 피해일 것이다. 그 정도라면 약장수의 너스레에 대한 팁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럴듯한 화술이나 언어의 조작, 과장광고, 과대포장 등 현대사회의 약장수들이 뿜어내는 독소는 상상 이상이다.진짜 약장수가 사라지는 동안, 우리 사회는 유사약장수의 터전을 제공할 가공의 무대들이 생겨난 것이다. 깨닫지 못하는 사이 우리는 분별없이 너도 나도 약장수가 되어 간다. 정치인 약장수, 기업인 약장수, 예술인 약장수, 공무원 약장수, 노조원 약장수, 언론인 약장수, 법조인 약장수, 교육자 약장수, 지식인 약장수 등.제발 진짜 약장수만큼만 되어라!/이용우(광주비엔날레 상임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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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0.22 23:02

[금요칼럼] 종교와 과학의 거리 - 서홍관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1978년 시험관아기 기술을 세계 최초로 성공시킨 영국 에드워즈 박사가 선정됐다. 이 기술을 이용해 현재까지 약 400만 명의 생명이 태어났다고 한다. 시험관 아기는 아기를 간절하게 원하는 불임부부들에게 과학이 가져다 준 커다란 희망임에 틀림없다.그런데 교황청은 이번 노벨상 수상에 대해 "에드워즈 교수가 없었다면 수백만개의 난자가 팔리는 시장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고, 인간배아로 가득찬 수많은 냉동실도 없었을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교황청은 시험관 아기 뿐아니라 기본적으로 인간이 생명의 탄생에 개입하는 어떤 시도도 잘못된 것으로 간주한다.따라서 자녀의 수를 조절하기 위해 콘돔이나 정관수술을 비롯한 어떤 방법도 금지하며 인공임신중절술을 반대하기 때문에 심지어 강간으로 인해 임신하더라도 그 아이를 낳도록 권하고 있다. 그 조차도 신의 뜻이라는 견해를 교황청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톨릭 신도들조차도 이런 교황청의 견해를 현실적인 이유로 제대로 따르지 못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가톨릭 신자들도 자녀를 조절하기 위해 갈등을 느끼면서도 콘돔을 사용하거나 정관수술을 받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종교와 과학은 자주 갈등을 빚어왔다. 과거에 종교가 우위일 때는 신학자들이 과학자의 새로운 발견이 옳은지 아닌지를 판단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갈릴레이의 지동설에 대해 교황청에서 대대적인 탄압을 한 사건이다.지동설이 제기되었을 때 신학자들이 지동설이 틀렸다고 주장한 근거는 구약성서 여호수와 10장에 있었다. 성서에는 여호수아가 아모리 다섯 왕과 전투를 할 때 태양과 달을 멈추도록 여호와께 부탁했고 여호와는 태양과 달을 멈추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그들은 '만약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다면 여호와가 지구를 멈추도록 하셨겠지만 태양이 돌았기 때문에 태양을 멈추도록 하신 것'이라고 하면서 천동설이 맞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지금 기독교의 신학자들이나 신도들이 성경을 근거로 지동설을 부정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것은 누가 봐도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이다.이와 유사한 일들이 다윈이 150년 전에 진화론을 발표했을 때도 벌어졌다. 다윈은 자신의 면밀한 관찰과 화석자료를 토대로 자연선택이 이 모든 생명체 변화의 기본원리임을 주장하고, 대담하게도 모든 생명체가 한 가지 공통조상으로부터 왔다고 추론하였다. 그 뒤 우주와 지구의 생성 과정에 대한 발견과 화석 자료의 발견은 물론이고, DNA 발견 이후 현생 생명체들의 유전자에 대한 분석을 통해 많은 생명과학자들은 다윈이 150년 전에 내린 결론이 옳다는 것을 경이롭게 체험하고 있다.우연히 케이블방송에서 유명한 목사님이 강론을 하시는 걸 보게 되었다. "진화론은 내가 아주 간단히 깰 수 있단 말여. 원숭이에서 사람이 되었으면 그 중간 것이 있을 것 아녀. 그런데 그런 것이 왜 없냔 말여. 그리고 원숭이가 사람이 되었으면 원숭이는 싹 없어졌어야 하는데 원숭이가 왜 남어 있냔 말여." 그 설교를 듣는 신도들은 깔깔대고 웃으면서 목사님의 정곡을 찌르는 듯한 명쾌한 강론에 감탄하는 듯 했다. 그런데 생물시간에 제대로 들었다면 중고등학생도 진화론이 그런 것이 아니란 것은 안다. 진화론은 원숭이가 사람으로 변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과 원숭이의 공통조상으로부터 지금의 원숭이와 사람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할 뿐이다. 그리고 그 공통조상은 사라지고 만 것일 뿐이다. 자신이 신도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그 목사는 진화론을 강론하려면 진화론에 대해 최소한의 공부는 했어야 한다.종교가 과학을 지나치게 간섭하면 비극이 발생한다. 수 천년 전에 쓰여진 저술들을 근거로 종교가 과학을 구속할 경우에 발생하는 모순과 폐단을 막기 위해 종교가 종교 본연의 영역인 인생의 목표와 행복, 인간 영혼의 구원에 집중한다면, 과학과 상생하는 길이 될 것이다./ 서홍관(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 국립암센터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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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0.15 23:02

[금요칼럼] 손학규 대표가 넘어야 할 난제들 - 김형준

손학규 후보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로 선출됐다. 손 대표의 진정성과 집권 의지, 그리고 당원들의 전략적 선택이 결합되어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손 대표는 2008년 총선에서 참패한 후 춘천에 칩거하면서 지방선거, 재보선 등 당이 요구할 때 마다 주저하지 않고 열정을 다해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대표 선출은 당원들에게 이런 진정성이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대선때 잃어버렸던 600만표를 되찾아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집권의지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승리의 요인이 되었다. 특히, 지난 2002년 대선에서 호남 기반의 민주당이 영남 출신 노무현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에 정권재창출에 성공했던 학습효과가 작동된 것이 선거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 결과로 손 대표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대권고지에 먼저 한발 다가서게 되었다. 하지만 손대표의 대권 가도에는 걸림돌이 적지 않다. 집권 의지가 강하다고 승리가 담보되지는 않는다. 손 대표가 한나라당 출신 핸디캡을 딛고 대권 가도를 더욱 탄탄히 하기 위해서 첫째, 경선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당내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당이 순수집단지도체제로 전환되면서 당내 주요 실세 인사들이 모두 지도부에 입성했다. 따라서 자칫 '비주류의 전략적 대표 흔들기'로 당 운영에 차질이 올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손 대표의 안정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손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민주당은 지금 이 순간 하나가 된 것"이라고 선언했듯이 당분간 계파 화합을 통해 당을 추수려야 한다. 신주류를 만들어 구주류를 몰아내고 비주류와 대립하는 위험한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 둘째, 생산적인 진보 담론을 주도해야 한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담대한 진보' '정의로운 복지 국가', '보편적 복지' 등 각종 진보 담론들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더구나, 민주당은 이번 전대에서 당헌당규를 개정해 기존의 '중도 개혁' 노선을 삭제했다. 하지만, 손대표는 이념적 진보보다는 생활정치와 실천적 진보를 강조하면서 "정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중도층을 흡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런데, 이런 손학규식 진보 해석은 그를 고립무원에 빠뜨리게 할 가능성이 있다. 당장, 손대표가 진보 진영이 적극 반대하는 한미 FTA 비준 문제를 둘러싸고 발생할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하지 관건이다. 손 대표는 과거 경기 도지사 시절부터 한미 FTA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취했다. 만약 손대표가 그때 입장을 바꿔 FTA를 반대하면 신뢰가 무너지게 되고, 찬성하게 되면 정체성 문제에 직면할게 될 것이다. 셋째, 독자 세력화를 선언한 486그룹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486을 대표하는 이인영후보의 4위 등극이다. 만약, 최재성 후보와의 단일화가 이뤄졌다면 두 후보 득표의 단순 집계만으로도 3위를 할 수 있었다. 단일화를 하지 않았어도 486후보가 4위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당심의 기저에 세대교체의 욕구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손대표는 안정적 당 운영과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강원(이광재)-충청(안희정)-영남(김두관)으로 연결되는 젊은 친노 벨트를 우군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넷째, 진보 민주 개혁 세력을 하나로 묶는 연합정치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보듯이 진보세력의 경우, 후보 단일화를 이뤄낼 때만이 승리하는 방정식이 성립된다. 따라서, 손대표는 당 대표 자리를 자신의 기득권을 확대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범진보 진영을 묶어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는 연합을 만드는데 매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손 대표는 "그 어떤 기득권도 저를 위해 만들지 않을 것이고 그 어떤 기득권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진정성있게 실천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제시된 과제 하나하나가 실천하기에 결코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손 대표가 3당 합당으로 민자당에 들어가 대권을 거머쥔 김영삼이 될 것인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민주당에 들어가 이용만 당하고 팽당한 이인제가 될 것인가의 여부는 지금부터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달려있다. 길게 호흡하면서 국민과 함께하는 통큰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김형준(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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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0.08 23:02

[금요칼럼]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협의개최 의의

금년 10월 11일부터 4일 동안 부산광역시에서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IPCC) 총회가 개최된다. IPCC는 1988년 설립된 유엔 산하 기구로서 전 세계의 과학, 경제, 정책수립 전문가들이 모여 기후변화의 추세와 원인에 관한 과학적인 근거를 제공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적, 경제적 및 사회적 영향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기구이다. IPCC가 1990년 1차보고서를 통하여 인간의 생산 및 소비활동의 증가로 인한 오염물질의 발생 증가가 기후변화의 원인이며 파급효과가 광범위함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이후 인류는 기후변화 방지를 21세기의 최우선과제로 인식하고 오염물질의 발생 감소를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고 있다. IPCC는 설립이후 지금까지 4차에 걸친 보고서를 발행하면서 기후변화와 관련된 국제회의와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정책 수립 과정에서 중요한 과학적인 기초자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였으며 그 공로로 2007년에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전 세계의 약 2,500여명의 과학자들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이번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IPCC 총회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첫째, 최근들어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재해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이로 인한 피해규모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모든 국가들이 기상재해의 원인 규명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과학적인 방안을 IPCC에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는 4월까지 전례 없는 저온현상이 지속되어 양식업과 과수농가가 큰 피해를 입었으며, 한 여름인 지난 6월부터 8월 기간 중 평균 온도보다 1.3도가 높은 찜통더위가 지속되어 국민들을 어렵게 하였다. 추석 연휴 기간 중에는 서울의 중심인 광화문 일대가 물바다로 변하였고, 곳곳이 침수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정부가 예측한 20-60mm의 강수량보다 4배나 넘는 약 260mm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는 우리나라에서 뿐 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심각하게 발생하였다. 유럽, 러시아, 일본 등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고 파키스탄에서는 홍수로 약 1,500여명이 일시에 사망하였고 중국 간수성에서도 폭우로 인하여 약 1,300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었다. 그러나 같은 중국의 원난성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둘째, IPCC 총회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가 간의 성공적 협의를 위한 돌파구를 제시하여야 한다. IPCC가 지구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1990년 이후 세계의 모든 국가들은 지구온난화 가스의 배출을 줄이기 위한 협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하여 왔다. 1997년 기후변화 총회에서는 선진국들이 2012년까지 1990년 기준으로 온실가스의 배출을 평균 5.2% 줄이기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작년에 개최된 덴마크회의에서는 2012년 이후의 온실가스 배출감소 목표를 합의하는데 실패하였을 뿐 만 아니라 금년 말 멕시코에서 개최되는 기후변화 총회에서의 합의 가능성도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지구온난화에 관한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한 IPCC는 멕시코 회의가 성공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는 총회가 되어야 한다.마지막으로 셋째, IPCC는 지금까지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인 규명에 크게 기여하였으나 최근 검증되지 않은 자료를 출간함으로서 신뢰성이 크게 하락하였다. 예를 들면 IPCC가 과학적인 검증 절차를 생략하고 "2035년까지 히말라야 빙하가 소멸될 것"이라는 과장된 내용을 보고서에 포함시키는 실수를 범한 것이다. 이는 IPCC 자체의 신뢰성 하락뿐 만 아니라 지구온난화현상이 과연 존재하는가하는 의구심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금번 IPCC 총회에서는 비대하여진 IPCC 조직 전반에 대한 개편을 통하여 연구 결과에 대한 검증을 위한 보다 엄격한 기준의 적용 등에 관한 원칙을 수립함으로서 IPCC의 신뢰성 회복을 위한 조치들이 마련되어져야 한다.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인 근거와 해결책을 제시하는 가장 권위 있는 IPCC 총회가 우리나라의 부산에서 개최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성공적인 IPCC 총회를 통하여 단기적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의 기후재난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을 제시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온실가스의 감축을 위한 국가 간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현재 추진 중인 환경보전과 경제성장의 조화를 위한 녹색성장 모델을 전 세계에 파급할 수 있는 적절한 기회이기도 하다.인류를 기상재난에서 보호하기 위하여 성공적인 IPCC 총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진승(APEC기후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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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0.0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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