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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원팀 전북정치권의 민낯

새정부 출범을 바라보는 도민들은 지역발전에 큰 전기가 될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예산을 비롯한 각종 재원 배분 과정에서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면서 속앓이를 해왔던터라 “이제 좀 세상이 달라지려나”하면서 은근히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너무나 잘 알고있는 지역 정치인들은 항상 ‘원팀 정신’을 강조한다. 지역발전에 여야가 있을 수 없고, 특히 민주당내 역학 구도나 정치인들간 이해관계, 친소 등과 무관하게 전북을 위한 일이라면 대승적 차원에서 손을 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속내를 잘 들여다보면 이는 구두선에 불과하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 올림픽데이인 지난 23일 한국소리의전당에서는 '전주하계올림픽 범도민 유치위원회' 출범식이 열렸다. 도내 각계 인사 2036명으로 구성된 유치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면서 도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자리였다. 비단 전북에서뿐 아니라 대구, 충청 등 올림픽 공동 개최에 나선 시도에서도 지역별 유치위를 구성, 출범식을 가질 예정이다. 그런데 이날 행사는 전북 정치권이 처한 현실을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도민들이 단합해서 힘을 한곳으로 모으는 자리라면 지역 출신 국회의원 10명 전원, 14개 시장군수 전원이 참석하는게 당연할 것이다.하지만 국회의원 중에서는 유일하게 국민의힘 조배숙(비례대표) 의원만 참석했다. 계엄과 탄핵 과정에서 조 의원의 언행에 불만을 품은 민주당 소속 일부 지방의원이나 시민들은 그의 축사 도중 심한 야유까지 퍼부어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 요즘 전북에서 가장 핫한 이슈를 주제로 한 행사가 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출신 국회의원이 단 한명도 보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견제심리의 발동이라는게 지역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쉽게말해 김관영 지사가 최대 치적으로 꼽는 올림픽 유치 이슈에 지역 국회의원들이 들러리 서지 않겠다는 견제심리가 작동했다는 거다. 더욱이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관영 지사의 트레이트 마크 격인 올림픽 이슈가 썩 달갑지만은 않은 국회의원들도 있다고 한다.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림픽을 이슈로 한 주요 행사때 도내 국회의원들은 애써 이를 외면하는 분위기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견제심리가 바탕에 깔려있는 것이다. 정치인의 속성상 내가 생색나지 않고 상대가 빛나는 자리에 가는게 사실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일단 큰 틀에서는 함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거다. 올림픽 최종 유치를 하려면 인도, 사우디 등 쟁쟁한 나라들과 무려 10대 1의 경쟁을 뚫어야만 가능하다. 전북의 힘을 하나로 모으지 못한다면 최종 유치는 언감생심이다. 그 공이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하는 것은 추후의 문제며, 또한 지극히 사소한 문제다. 적어도 올림픽 유치 만큼은 지역 정치권이 원팀으로 움직였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5.06.25 18:49

[오목대] 룰라의 선택을 주목하는 이유

우리나라 외교 지평이 넓어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김영삼 정부가 ‘세계화’를 국정지표로 설정하면서 변화가 시작됐지만, 외교정책으로 보자면 우리의 세계화는 그 이후에도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 잘사는 나라들에 편중돼 있었다. 참여정부 시절, 콜롬비아 대사로 임명된 송기도 전 전북대 교수는 이러한 환경을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 등 제 3세계의 국가들이 여전히 변방에 머물러 있는 편향된 ‘세계화’였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가 덧붙인 말이 있다. "중남미는 한국이 ’세계화‘를 비로소 완성할 수 있는 대상이다." 중남미 국가들은 냉전 시대부터 우리나라와 우호적 관계를 견지해왔다. 덕분에 수교도 일찍 이뤄졌지만, 본격적으로 외교가 강화된 것은 중남미 국가들의 환경이 큰 폭으로 변화한 2000년대 들어서다. 중남미 최대 국가인 브라질은 그 변화를 이끈 대표적인 국가다. 2023년 1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가 브라질 39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중임으로 8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지 12년 만의 복귀였다. 룰라는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던 그는 어린 나이에 금속공장 노동자가 됐다. 노동 운동에 투신한 이후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일했던 그는 뛰어난 지도력으로 노동자들을 이끌면서 노동자당을 창립, 정치에 입문했다. 2002년 대선은 룰라의 네 번째 도전이었다. 당시 브라질은 부도 위기에 몰려 있었다. 물가는 치솟고, 실업자는 거리로 쏟아져 나왔으며 국가재정은 바닥이 났다. 룰라는 강경노조지도자, 좌파 대부란 이미지를 벗고 중도 좌파로 변신했다. 정책도 성장을 우선하는 자유무역에 주력했다. 그가 선택한 실용주의 노선은 주효했다. 룰라가 집권했던 8년, 브라질은 부채를 해결하고 세계 8위 경제 대국이 됐다. 빈민은 크게 줄고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은 안정됐다. 퇴임할 때도 국민은 그에게 높은 신뢰와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룰라는 정부의 부패척결수사 표적이 되어 부도덕한 정치인으로 몰락했다. 뇌물수수 혐의로 실형을 받고 피선거권까지 박탈당하면서 그의 정치생명은 끝난 듯 보였다. 그러나 룰라는 다시 일어섰다. 2021년 3월, 브라질 대법원은 그의 모든 혐의를 무효화 했다. G7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룰라 대통령이 만났다. 가난한 어린 시절, ‘소년공’으로 노동 현장을 지켰던 두 대통령은 성장 과정과 굴곡진 정치역정이 빼닮았다. 국정 방향도 두 대통령 모두 통합 정치와 실용주의 노선이다. 들여다보면 2000년대 브라질이 성취했던 결실은 눈부시다. 룰라 대통령의 선택이 전하는 메시지가 우선 반갑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5.06.24 19:12

[오목대] 마을의 쇠락, 공동체의 위기

마을이 무너지고 있다. 공동체의 위기다.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도시를 점령하면서 전통적인 의미는 퇴색했지만 마을은 여전히 경제·문화·환경·교육·생활기반 등을 공유하는 우리 사회 기본 공동체다. 지역 문제를 주민들이 함께 고민하고, 힘을 모아 해결하는 마을공동체 활동도 이어졌다. 아이를 함께 키우는 육아·교육공동체를 비롯해서 에너지공동체, 아파트공동체, 마을기업 등 형태도 다양하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정부가 마을 복원과 공동체 활성화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지원정책을 추진했다. 지역소멸과 아동·노인 돌봄, 소외와 차별 등의 사회적 문제가 불거지면서 그 해결책으로 마을공동체의 역할에 주목한 것이다. 각 지자체에서도 속속 조례를 제정해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을 펼쳤다. 마을 만들기 사업, 공동체 활성화 사업은 읍·면지역의 경우 농어촌 활력사업, 도시지역은 도시재생사업 명목으로 추진됐다. 또 상당수 지자체에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와 같은 전담기구를 설립·운영했다. 그런데 지금 마을이, 마을공동체가 활력을 잃었다. 꼭 인구감소 때문만은 아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방향이 확 달라졌다. 공동체 복원, 도시재생에서 도시개발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인 2012년 설립된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는 2022년 ‘마을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가 폐지되면서 10년 만에 운영이 종료됐다. 전주시도 마찬가지다. 민선 8기 조직개편에서 ‘공동체 육성과’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이처럼 정치적 이해와 자치단체장의 철학에 따라 마을 조례가 일방 폐지되거나 공동체의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마을공동체의 지속성을 법률로 보장하자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지난 3월에는 민주당 박정현 의원이 ‘마을공동체 활성화 기본법’을 대표 발의하고, 국회에서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토론회를 열면서 관심이 쏠렸다. 법률 제정 여부를 떠나 마을 복원, 공동체 활성화 사업은 주민들의 주체적·자발적 참여가 관건이다. 주민들이 직접 만드는 마을미디어의 역할도 크다. 내 삶과 밀접한 이야기를 다루는 마을미디어를 통해 마을에서 일어나는 소식을 수시로 접하면서 지역과 사람을 잘 알게 되면 마을에 관심이 생겨서 주민 참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전주에서는 지난 2019년 창간된 ‘덕진동마을신문’이 눈길을 끈다. 지역소멸은 마을에서 시작된다. 마을공동체가 활력을 잃고 무너지기 시작하면 지역소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희망의 불씨는 마을에서 지펴야 한다. 새 정부의 도시 정책, 지역공동체 정책에 관심이 쏠린다. 주민들이 동네 자원을 활용해 함께 만든 마을기업에 생기가 돌고, 아파트에서 수시로 나눔장터가 열리고, 엄마들이 모여 운영하는 육아·교육공동체에 아이들이 북적이는, 그리고 이런 소식을 주민들이 마을미디어를 통해 직접 알려주는 활기찬 우리 마을을 기대해 본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5.06.23 19:14

[오목대] 발전의 기회가 온 전북

모든 일을 하는데는 때가 있다. 6.3 대선에서 민주당 이재명후보가 승리해 전북 한테도 발전할 기회가 왔다. 진보가 4번째로 정권을 잡아 이재명 대통령이 국론통일을 통한 나라발전을 시킬 4번 홈런 타자가 되었다. 워낙 윤석열 전 정권이 나라꼴을 실타래처럼 헝클어 놓았고 나라 안팎의 국제정세가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안갯속이어서 이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김관영 지사가 이끄는 전북은 윤 전정권 때문에 발전의 기회도 엿보지 못하고 벌만 쐬고 말았다. 낙후를 벗기 위해 갈길이 바빴던 전북은 윤 전대통령이 자신한테 14.4% 밖에 표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북을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았고 급기야 새만금잼버리 실패 책임을 물어 국가예산 삭감이란 사상 초유의 일을 겪게 했다. 과거 보수정권이 집권했을 때는 어느정도 원칙을 정해 인재등용이나 국가예산 배분 때 그렇게 보란듯이 차별은 않했다. 하지만 윤 전정권은 선거 때 새만금을 기업들로 바글거리도록 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등 아예 전북에 털끝 만큼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북도가 열심히 하려고 노력해도 집권세력이 지원을 해주지 않아 전북은 지난 윤석열정권때가 잃어버린 3년이 되고 말았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인천과 제주를 물리치고 유치한 한상대회를 전북대에서 성공적으로 치른 것을 발판삼아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개최지 후보지로 선정되었다. 도민들부터가 다윗인 전북이 골리앗인 서울을 이길 수 있겠느냐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IOC측의 후보지 결정 전략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지방연대 전략을 세우면서 대응했던 것이 주효했다. 한마디로 김관영 지사의 도전경성 철학이 맞아 떨어졌다. 세상사 노력없이 성공할 수 없지만 노력만 한다고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법도 아니다. 운때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흔한 말로 고스톱 칠 때도 운칠기삼이란 말이 있듯 운발이 세야 성공하는 법이다. 지난해부터 역경을 딛고 헤쳐나온 전북에게 이재명 정권이 출범하면서 서광이 비춰지는 것 같다. 그간 진보가 정권을 3번 잡았을 때가 전북발전의 좋은 기회였지만 그 기회를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살리지 못해 결국 낙후를 거듭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도민들이 경험을 통해 생각이 깨어있고 전북 정치권이 큰 일 할 수 있는 라인업이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5선의 정동영의원을 필두로 4선의 이춘석 3선의 안호영 한병도 김윤덕 재선의 이원택 윤준병 신영대 초선의 이성윤 박희승의원등이 이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탓이 크다. 그 결과로 정동영의원이 통일부장관에 내정됐고 와신상담 끝에 4선이 된 이춘석의원은 이재명 후보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이후 전대준비위원장과 국정기획위 분과장 까지 맡을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아무튼 도민들이 82.65%의 압도적인 지지를 이대통령 한테 보내면서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이번 만큼은 전북몫 차지를 꼭 해야 한다. 다만 염려되는 것은 도내 의원들 간에 과거처럼 헐뜯거나 자중지란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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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5.06.22 18:12

[오목대] 한옥마을 관광케이블카 논란

전주시가 한옥마을과 아중호수 일대를 지나는 관광 케이블카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달 중 사업 타당성 검토용역을 마치고 8월께 민간사업자 공모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총사업비는 900억원 규모다. 구체적으로 보면 한옥마을 인근에서 기린봉과 아중호수를 거쳐 전주 지방정원에 이르는 3㎞ 구간에 탑승장과 지주를 설치하고 케이블카를 운영하는 게 핵심이다. 우범기 시장의 3년 전 선거공약인 이 정책은 어디서 나왔을까. 당초 이 정책은 임정엽 전 완주군수의 아이디어였다. 당시 임 군수는 더불어민주당 전주시장 경선에 나서기 위해 복당을 신청했으나 불허되자, 시장 출마를 포기하고 우시장과 정책연합을 선언했다. 이때 임 군수의 선거공약인 케이블카 사업을 받은 것이다. 이후 이 사업은 수면 아래 잠복해 있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부상했다. 그러면 과연 실효성은 있을까. 전주시는 죽은(?) 도시다. 전북의 중추도시이면서도 내놓을만한 생산시설이나 IT 기업 등이 없어 인구가 줄고 활력을 잃은지 오래다. 그동안 한옥마을의 호황으로 버텼으나 이마저도 한계에 달했다. 케이블카 사업은 이러한 쇠락한 도시환경에 새로운 활력소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큰게 현실이다. 첫째는 관광수요와 수익성 문제다. 지금 케이블카는 전국적으로 우후죽순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관광용 케이블카(삭도 설비)가 43개에 이른다. 전북에는 무주 덕유산과 정읍 내장산, 대둔산 등 3곳이 운영 중이다. 여기에 지리산과 설악산 등 20여개의 신설이 추진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254개의 출렁다리와 함께 지방자치단체마다 열풍이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적자 상태다. 한때 대박을 쳤던 경남 통영의 케이블카는 지난해 탑승객 급감으로 39억원의 적자를, 전남 해남 명량해상케이블카는 최근 3년간 148억원의 누적적자를 냈다. 전주의 경우 타당성조사에서 B/C(비용 대비 편익)가 1.1이 나왔다. 통상 이 값이 1.0 이상이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나 현실은 다르다. 둘째는 역사자원 및 환경 훼손문제다. 동계올림픽이 치러졌던 강원도 가리왕산을 비롯해 곳곳이 환경훼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주의 경우 주산인 기린봉이 307m로 낮은데다 여기에 탑승장이 설치되고 쇠말뚝이 박힌다고 상상해 보라. 또 아중호수 인근은 견훤왕의 수릉(壽陵)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이 일대는 동고산성, 견훤왕궁터, 오목대 등 역사자원이 밀집돼 있고 후백제역사문화센터도 들어설 예정이다. 케이블카는 전주시가 지향하는 전통문화도시와 정원도시라는 정체성에 어긋난다. 10년 앞이라도 내다보면 어떨까.(조상진 논설고문)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06.19 17:54

[오목대] 올림픽의 날 전주유치 출범식

오는 23일은 근대 올림픽이 발족된 날을 기념하는 ‘올림픽의 날’이다.국제 올림픽 위원회(IOC)는 쿠베르탱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인해 1894년 6월 23일 공식적으로 설립됐고 이후 1948년 IOC는 올림픽의 날을 정했다. 더 나아가 1987년엔 전 세계의 남성, 여성 및 어린이의 스포츠 참여 관행을 장려한다는 목표로 올림픽 데이 런(Olympic Day Run)이라는 개념도 생겼다. 올해, 특히 전주와 전북인들에겐 올림픽의 날이 새롭게 다가온다. 23일 오후 3시 ‘전주하계올림픽 범도민 유치 추진위원회’가 공식 출범하기 때문이다. 추진위원을 총 2036명으로 구성한 것은 2036년 전주올림픽을 의미한다. 이번 출범식을 계기로 전주올림픽 유치 열기를 높이고 일단 도민의 공감대 확산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전주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는 선언문 낭독과 퍼포먼스 등도 열릴 예정이다. 그런데 냉정하게 보면 전주올림픽 유치를 위해 갈 길이 참으로 멀고 험난하다. 적어도 내년말까지는 개최지가 최종 확정되지는 않을 것이기에 우선은 시간이 있다고는 하지만 당장 전북에서 도민들간에 두터운 공감대를 형성하는게 급선무다. 그 다음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올림픽 유치에 대한 찬반론이 있을 수 있고,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 국민적 의견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이재명 대통령이 앞장서서 대기업, 대한체육회 등과 함께 손을 맞잡고 유치 활동을 해야만 승산이 있다. 사실 아시아권에서 올림픽을 치른 나라는 한˙중˙일에 그치고 있고, 일본만 두차례 성공리에 치러냈다. 대한민국은 두번째 유치를 위해 나서고 있는데 1970년대 한국은 아시안게임 조차 반납할만큼 열악했다. 올림픽을 두번 이상 치러낸 나라치고 일류국가가 아닌곳이 없다. 미국, 호주, 일본, 프랑스, 영국 등등. 이제 대한민국이 그 곳에 얼굴을 들이밀 차례인데 외국의 견제보다 더 무서운 것은 내부의 냉소적 시각과 비협조다. G7 정상회의가 캐나다에서 열렸는데 아직 한국은 정식 회원국이 아니고 초청국에 불과하다. 과거 우리가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면 G7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초청국이라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할 일이지만 아직은 진정한 선진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요즘 지구촌 최대 화두는 단연 이스라엘과 이란간 교전 문제다. 화려했던 페르시아 대제국이 오늘날 이처럼 수모를 당하는 것은 어쩌면 자업자득일지도 모른다. 과거의 명성을 지키지 못한 약자의 운명은 결국 두들겨 맞기 마련이다. 지구촌에서 유일하게 마라톤을 하지않는 국가는 이란이다. BC 490년 아테네 병사가 마라톤평원에서 페르시아 군대를 무찌른 것을 조국에 알리기 위해 달렸던 것과 달리 페르시아는 패배의 아픈 추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올림픽의 날을 앞두고 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을 지켜보는 심정은 착잡함 그 자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5.06.18 15:42

일하는 노인, 일하는 청년

일본의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가 그 자신도 20대였던 2010년대 중반, 오랜 경기 불황의 늪에 놓인 일본 사회의 젊은 세대 의식을 분석해 내놓은 책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되어 출간된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이다. 1990년대 이후 거품경제의 불황에 빠져들기 시작한 일본은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젊은 세대에게는 더 절망적인 환경이었다. 그러나 충격적인 결과가 있었다. 당시 일본 내각부가 실시한 ‘국민생활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20대 젊은이 중 70%가 현재 생활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고 답했던 것이다. 20대 남성의 65.9%, 20대 여성의 75.2%가 현재의 생활에 ‘만족한다’는 결과는 그 이후에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지속되는 일본의 경제 위기에서도 젊은이들이 느끼는 생활만족도와 행복지수는 더 높아졌다. 후루이치가 주목한 것도 바로 이러한 현상이었다. 저자가 내놓은 답이 있었다. 그들이 ‘지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배경을 그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젊은 세대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회가 반드시 행복한 사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 저자는 젊은이들의 기회가 줄어드는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주목하면서 이로 인해 직면하게 될 위태로운 상황을 경고했다. 통계청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60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비율이 50%에 가까워졌다. 1년 전보다 1% 가까이 오른 수치다. 놀라운 것은 이 비율이 15세~29세 청년층의 경제활동인구 비율과 거의 같다는 것이다. 게다가 노인들의 경제활동 비율의 상승세는 점점 빨라지고 있으니 이대로라면 일하는 노인 비율이 일하는 청년 비율을 앞지를 날도 머지않았다. 사실 노인 일자리가 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현실적 문제는 그대로다. 일자리 상당수가 비정규직인데다 소득도 높지 않은 일자리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노인 일자리가 늘고 있음에도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분석하는 이유다. 문제는 또 있다. 일하는 노인층은 늘고 있으나 일하는 청년층은 줄어들고 있는 우리 사회의 구조다. 청년층의 경제활동은 지난해 5월 이후 계속 하락세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데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대기업들의 채용 환경 변화 탓이 크다. 늘고는 있으나 빈곤율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노인 일자리 환경, 일도 구직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들이 늘고 있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일하는 청년보다 일하는 노인들이 더 많아지는 사회가 다가오고 있다. 대책이 절박하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5.06.17 17:20

[오목대] 지자체의 ‘재미 경쟁’

‘더 재미있게, 더 독특하게 만들어라.’ 지방자치단체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홍보 경쟁이 치열하다. ‘충주맨’으로 잘 알려진 충북 충주시의 성공사례에 힘입어 전국 각 지자체들이 유튜브·인스타그램 같은 SNS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전담 인력을 뽑고 3D 캐릭터를 만들어 활용하는 곳도 적지 않다. ‘공공정책 홍보에서 SNS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게 지자체의 반응이다. 전북지역 지자체들도 너도나도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개성 있는 젊은 공무원들이 직접 출연해 스타일을 구기면서까지 이색 콘텐츠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지자체장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화제성 경쟁이 치열하다. 관심이 커질수록 우려도 커진다. 지나치게 재미를 추구하면서 자칫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무리수를 둘 수 있고, 거액이 들어가는 유명인 마케팅 경쟁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유명 연예인이나 인기 유튜버를 초청해 지역과 지역 행사를 홍보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양날의 검이다. 신중해야 한다. 해당 인물의 영향력에 힘입어 큰 홍보 효과를 거둘 수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부정적 파급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미보다 신뢰가 먼저여야 한다.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홍보채널에 주민들이 방문하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과연 재미있는 콘텐츠를 보기 위해서일까? 온라인 정보 홍수 시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물론 그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한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조회수 경쟁에 매몰돼 내용보다 ‘B급 감성’과 재미에 치중한다면 오히려 부정적 이슈로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지난 2023년 전북도가 1000만원의 제작비를 들여 공식 유튜브에 게시한 ‘아태 마스터스대회 홍보 영상’이 그렇다. ‘모태솔로인 중년 남성이 마스터스대회 참가를 통해 열 살 어린 여성을 만날 수 있었다’는 내용의 코믹 영상물이다. 당시 전북도는 대회 참가자 모집을 위해 재미있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상을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고 국제대회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거센 비난만 받아야했다. SNS 홍수시대, 조회수에 집착한 자극적인 콘텐츠 경쟁에 수용자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지나칠 정도로 재미와 화제성을 추구하고 있고, 여기에 진짜 같은 가짜 AI 영상까지 쏟아져 나오면서 혼란스럽다는 하소연이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이런 무한경쟁에 지자체까지 가세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렇다고 정해진 격식에서 벗어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권위적이고 딱딱한 방식의 시정 홍보가 아닌 우리 동네 이야기와 주민에게 유용한 생활정보를 재미있게 알려 시민의 공감을 얻는다면 훨씬 효율적인 소통수단이 될 것이다. 다만 다른 지자체와의 경쟁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SNS 채널에 매달린 것처럼 쓸데없는 ‘재미 경쟁’, ‘조회수 경쟁’에 매몰돼 기본을 망각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자는 것이다. 과하면 탈이 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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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5.06.16 18:50

[오목대] 전북몫 확보에 올인해야 할 국회의원

도민들이 이재명 후보 한테 82.65%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이유는 낙후된 전북한테 관심을 가져달라는 뜻이 제일 크다. 지금 전북의 현주소는 전국에서 가장 낙후지역으로 돼버렸다. 윤석열 전 정권 때는 새만금잼버리대회를 잘못 치렀다는 이유로 국가예산 삭감이란 초유의 사태를 겪기도 했다. 그간 3차례나 진보가 정권을 잡았지만 전북 도민들은 일방적으로 표만 주었지 결과적으로 얻은 게 없었다. 그렇다고 영향력 있는 자리에 발탁된 것도 아니고 이래저래 희망고문만 당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 때부터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강한 의지를 표명해왔다. 도민들도 이제 전북이 낙후의 한을 떨칠 때가 왔다면서 모두가 반기는 분위기다. 전국에서 가장 낙후도가 심한 전북은 이 대통령 한테 압도적인 표를 주었기 때문에 기대를 걸어도 될 정도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은 얼마나 자신 한테 지지를 해줬는가가 지원할 명분이 되는 법이다. 대통령도 똑 같다. 전북 유권자들은 지난 20대 때와 똑 같은 수준으로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전남 85.87% 광주 84.77% 에 비하면 차이가 나지만 오십보 백보나 다름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지지였다. 이 대통령이 전북을 챙길 수 있는 명분은 충분하게 갖춰졌다. 첫째로 득표율이 뒷받침됐고 특별자치도가 된 이후에도 중앙정부가 국가예산을 제대로 지원해 주지 않아 지역낙후가 가속화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라서 첫 단추를 잘 꿰는 게 제일 중요하다. 전북이 추진하려는 사업들이 우선적으로 국정과제로 들어가야 한다. 이 대통령이 아무리 전북을 도와주고 싶어도 우선순위에서 밀리면 안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전북 정치권이 말로만이 아닌 원팀으로 똘똘 뭉쳐 전북몫을 찾아오는데 힘을 합쳐야 한다. 이번 대선 기간 전북 출신 10명의 국회의원들이 골목을 누비면서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을 높히려고 안간힘을 썼다. 모두가 합심협력해서 얻은 값진 결과라서 의미가 컸다. 자신들 국회의원 선거 때보다 더 열심히 뛰어 기록적인 지지율을 올렸기 때문에 자신 있게 여당의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이제부터는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군수가 발이 닳도록 중앙부처를 찾아 다니면서 전북몫의 국가예산을 확보해야 한다.체면이나 염치 불구하고 오직 지역발전을 위해 더 헌신해야 한다. 도민들이 지난 총선 때 10석 전석을 민주당 한테 준 것은 개인적으로 입신양명하라고 준 게 아니다. 빼앗긴 정권을 되찾아 낙후된 전북을 살려 내라는 의미가 컸다. 지난 윤석열 전 정권의 3년은 전북 한테는 잃어버린 세월이었다. 고시3관왕으로 도지사가 된 김관영 지사도 의욕이 넘쳐 났지만 중앙정부로부터 국가예산을 지원 못 받아 실력발휘를 못했다. 단지 개인 네트워크에 의존해서 2036년 올림픽 국내 후보지가 된 것과 잼버리 실패 이후 보란듯이 지난해 전북대에서 한상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서 그 가능성을 엿보인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제 세상이 바뀌어 전북 국회의원들도 자신감을 갖고 전북몫 찾기에 매달려야 할 때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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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5.06.15 18:17

[오목대] 생전 장례식

“저 김병국은 85세입니다. 전립선암으로 병원생활을 한지 일년이 넘었습니다. 병세가 완화되기 보다는 조금씩 악화되고 있습니다. 전립선암이 몸 곳곳에 전이가 되었습니다. 소변 줄을 차고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습니다만 정신은 아직 반듯합니다. 죽지 않고 살아 있을 때 함께하고 싶습니다. 제 장례식에 오세요. 여러분의 손을 잡고 웃을 수 있을 때 인생의 작별인사를 나누고 싶습니다. 검은 옷 대신 밝고 예쁜 옷 입고 오세요. 같이 춤추고 노래 불러요.” 2018년 8월, 전립선암 말기 환자인 김씨가 생전 장례식(living funeral)을 위해 지인들에게 보낸 부고장(訃告狀)이다. 이날 김씨가 입원한 서울 동대문구 시립동부병원 3층 세미나실은 급하게 생전 장례식장으로 꾸며졌다. 여느 장례식장과 달리 풍선과 꽃으로 가득 찼다. 김씨도 환자복 대신 평상복으로 갈아 입고 휠체어에 앉은 채 조문객(?)을 맞았다. 장례식이 시작되자 50여명의 조문객들은 차례로 앞으로 나와 2시간 동안 김씨와의 추억을 얘기했다. 또 지난달 강원도 강릉 해변가에서는 원로 연극배우 박정자(83)씨의 생전 장례식이 열렸다. 유준상 감독이 찍고 있는 영화 ‘청명과 곡우 사이’의 마지막 장례장면 촬영을 핑계로 조문객들에게 연락을 취한 것이다. 이 자리에는 박씨와 평생 인연을 맺었던 탤런트 강부자와 소리꾼 장사익 등 한국의 내노라하는 문화예술계 인사 150여 명이 모여 잔치같이 유쾌한 장례를 치렀다. 박씨는 지인들에게 “장례식은 엄숙해야 한다고 누가 정했을까요. 오늘만큼은 다릅니다. 오래된 이야기와 가벼운 농담을, 우리가 함께 웃었던 순간을을 안고 오세요”라는 인상적인 부고를 냈다. 생전(사전) 장례식은 임종기 환자가 신체적 여건이 허락할 때 지인들을 불러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자리다. 장례식이라기 보다 사전 고별식 또는 이별파티가 더 어울릴지 모른다. 그리고 진짜 임종했을 때는 지인들에게 알리지 않고 가족끼리 조용히 장례를 치른다. 이러한 생전 장례식은 종활(終活)이 보편화된 일본 등에서는 흔한 일이다. 사실 우리나라 장례는 조심스럽고 엄숙하다. 갑작스레 닥친 죽음 앞에서 유족들은 황망하고 조문객들은 조문과 함께 육개장 한 그릇 비우고 분주히 떠나는 게 예사다. 고인을 위한 장례라기 보다 유족 중심이다. 반면 서구에서는 일찍부터 죽음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였다. 유언장에 농담을 남기기도 하고 자신의 장례식에 재즈 연주를 부탁하기도 한다. 생전 장례식은 지인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면서 감사와 용서, 화해를 하고 죽음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 않을까 싶다.(조상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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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25.06.12 18:36

[오목대] 지방권력 교체의 허와 실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를 평가하는 하나의 잣대는 바로 민의에 의해 권력교체를 할 수 있는가 여부다. 선진국이든 저개발국가든간에 헌법상 견제와 감시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높이기 위한 여러 장치를 두고있다. 그런데 실제 운용 상황을 보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투표를 마친뒤 개표 절차를 밟다가도 집권층이 불리해지면 이를 중단해버리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고, 선거로 원하는 바가 이뤄지지 않으면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신생 독립국 대한민국도 이러한 전철을 고스란히 밟았던 아픈 경험이 있다. 많은 피를 흘렸고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대한민국은 이제 확실하게 민주주의를 해나갈 역량과 자격을 갖추고 있음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민의를 저버린 집권자를 언제든 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주의의 학교’라는 지방자치의 역사가 30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아직 대한민국에는 지방권력 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호남과 영남의 특정정당 독식구조가 굳어지면서 이곳에서는 민의에 의한 지방권력 교체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금전문제 등 각종 비리나 성추문, 음주운전, 갑질이나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빚거나 무능의 아이콘으로 지목된 사람도 버젓이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배지를 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감시의 눈이 집중되는 단체장은 비교적 큰 잘못이 있으면 배제되고 있으나 도의원이나 시군의원 등 지방의원은 어물쩍 넘어가는 일이 허다하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기가막힐 일이다. 특히 총선때마다 지역위원장들이 대거 바뀌면서 개인적인 친분이나 충성도에 의해 공천이 좌우되는 현행 시스템 하에서는 묘하게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이들이 연명하는 일도 자주 목격된다. 영남과 호남에서 민의에 의한 지방권력 교체가 어려워지면서 이곳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주민을 바라보는게 아니라 정당, 구체적으로 정당 실력자를 섬기는 일도 일상화하고 있다. 물론 다 그런건 아니지만 적어도 영호남 지방선거에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레샴의 법칙’이 통용되고 있다. 그래서 이젠 호남의 민주당, 영남의 국민의힘은 지방권력 교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치유해야 한다. 정당 실력자 한두사람에 의해 공천이 좌우돼선 안된다는 얘기다. 당 차원에서 지방선거 공천에 앞서 명쾌한 감점사유, 사회적 물의여부, 공적 등을 철저히 점검해서 배제할 사람은 배제해야 한다. 큰 잘못이 있어도 동아줄을 잡으면 살아나고, 별다른 과오없이 공을 세워도 특정인에 밉보이면 컷오프되던 잘못된 관행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내년 민선 9기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권당인 민주당은 적어도 전라도에서만큼은 이에대한 명확한 답변을 해야 할 때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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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06.11 18:39

[오목대]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2015년의 일이다. SNS를 통해 한 지역 서점이 화제가 됐다. 경남 진주에 있는 진주문고다. 이 서점은 그해 초, 특별한 책 두 권을 진열대에 올렸다. 한 권은 이명박 대통령이 쓴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이고, 또 한 권은 이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사용한 천문학적 비용을 고발하며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조명한 <MB의 비용>이었다. 같은 이슈를 상반된 시각으로 다룬 이 두 권의 책이 놓인 진열대에는 ‘판단은 당신의 몫’이라는 팻말이 놓였다. 그 뒤 SNS에는 ‘단 한 부 남은 책(MB의 비용)과 단 한 부 팔린 책(대통령의 시간)’이란 제목으로 전시된 책 사진이 다시 올라왔다. ‘주말 동안에 스코어는 이렇게 벌어졌습니다‘란 덧글이 붙었다. 얼마 되지 않아 진주문고는 또 한차례 관심을 모았다. 역시 진열대가 화제였다. 그해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기존에 실행해오던 무상급식 지원예산을 삭감하면서 무상급식을 중단했다. 그러자 진주문고는 '경남도지사에게 권하는 책'이라며 아홉 권 책을 별도의 진열대를 만들어 배치했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 쓴 <징검다리 교육감>을 비롯해 <개념원리 수학1>, <나는 복지국가에 산다> <밥값 했는가> <꿈의 도시 꾸리찌바> 등이었다. 도지사에 취임한 뒤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을 폐업한 데 이어 무상급식까지 중단하는 홍 지사의 정책을 비판하며 주민들과 인식을 공유하고자 했던 서점의 의지는 큰 반향을 불렀다. 유쾌하면서도 강단 있는 지역 서점의 행보에 환호하는 독자들은 많았다. 최근 알라딘이 독자 3,6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새 대통령에게 권하고 싶은 책>을 소개했다. 1위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였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이 소설을 꼽은 독자들은 ’그날의 아픔이 반복되지 않을 나라를 만들어 주시길‘ ’오늘을 있게 해준 5월의 영혼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등 댓글로 추천이유를 밝혔다. 뒤를 이은 책은 <어른 김장하>, <공정하다는 착각>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 <정의란 무엇인가> 등이다. 모두가 우리 사회의 궁핍한 면면을 드러내거나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책들이다. <국가란 무엇인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와 같이 국가 존립의 기반이 되는 정체성 위기를 성찰하게 하는 책들도 이어진다. 책의 면면을 들여다보니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이 다시 보인다. 독자들과 건강한 의식을 공유하려는 지역 서점, 새 대통령에게 자신들의 열망을 책으로 전달하려는 독자들의 풍경. 책을 통해 인식을 공유하며 연대하는 사회가 반갑고 미덥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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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5.06.10 18:49

[오목대] ‘종이빨대’는 어디로

6월 초 현충일 황금연휴에 묻혀 소리없이 지나간 법정기념일이 있다. ‘세계 환경의 날(6월 5일)’이다. 1972년 인류 최초의 지구촌 환경회의인 ‘유엔 인간환경회의’를 계기로 유엔총회에서 제정된 기념일이다. 국제사회가 지구 환경보전을 위해 공동 노력할 것을 선언하면서 UN 산하 전문기구로 ‘유엔환경계획(UNEP)’을 설립했고, 이 국제기구에서 매년 대륙별로 돌아가며 한 나라를 정해 세계 환경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세계 환경의 날 기념행사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BeatPlasticPollution)’을 주제로 19개국 1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4~5일, 대한민국 제주에서 열렸다. 이처럼 의미 있는 지구촌 행사가 우리나라에서 열렸는데도 우리 국민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대통령 선거 직후의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도 이유일 것이다. 전북지역에서도 몇몇 지자체와 관련 기관에서 자체 기념행사를 마련했지만 그들만의 요식행위에 그쳤다. 하지만 국내 환경단체는 지금 한껏 고무돼 있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환경정책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후환경 정책으로 온실가스 감축·탈(脫)플라스틱 공약을 내세웠다. 정부 조직개편을 통한 ‘기후에너지부’ 신설 공약도 차근차근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의 환경정책, 특히 1회용품 규제 정책은 그야말로 ‘오락가락’이었다. ‘종이빨대 논란’이 이를 대변한다. 윤석열 정부가 ‘1회용품·플라스틱 사용 규제’ 정책을 유예·축소·철회하면서 속도를 내던 기후·환경정책에 급제동이 걸렸다. 소비자는 물론 카페와 식당 등 1회용품 사용 매장과 생산업체에서도 극심한 혼란을 겪어야 했다. 특히 정부가 플라스틱 빨대 규제를 철회하면서 종이빨대 업계가 큰 타격을 받았다. 정부 정책을 믿고 생산설비를 늘리고 인력을 채용한 중소기업들이 벼랑 끝에 몰렸다. 최근에는 종이빨대 유해성 논란 속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라스틱 빨대로의 회귀를 선언하면서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환경문제와는 별개로 종이빨대가 음료 맛을 떨어뜨리고 쉽게 눅눅해져 사용이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재앙이 빈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당선으로,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공조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국제 환경단체들로부터 탄소중립 흐름에 역행하는 국가로 낙인찍혀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이래저래 새 정부의 ‘탈 플라스틱 정책’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윤석열 정부에서 후퇴한 환경정책에 대폭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쨌든 ‘플라스틱 및 1회용품 사용 규제’를 둘러싸고 수년간 지속된 우리 사회의 불확실성을 서둘러 해소해야 한다. 물론 ‘환경을 위해 일상의 작은 불편을 기꺼이 감내하는’ 시민의식이 우선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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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5.06.09 18:41

[오목대] 득표율 82.65%가 말하는 것

21대 대선에서도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전북에서 82.65%를 득표했다. 투표율이 82.5%인 가운데 순창군이 86.37%로 득표율 1위를 기록했다. 전북 도민들이 이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이유는 뭣일까. 삼중고에 시달린 전북낙후를 벗기 위해서 이 후보한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전북삼중소외론은 전북이 지방이라서 차별 받고 호남으로 홀대를 받는데 더해 호남안에서 전남 광주에 비해 소외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이 후보가 전북을 방문했을 때 동학정신이 계엄사태를 물리칠 수가 있었다면서 전북이 삼중소외를 받고 있는 것은 정부의 잘못이라면서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극복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실 도민들은 김대중 정권 때 지역발전이 획기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큰 기대를 걸었다. DJ로부터 정권승계가 이뤄진 노무현 정권 때도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기 때문에 지역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었다. 박근혜 탄핵으로 문재인 정권이 들어설 때는 64.8%의 지지를 보냈지만 지역발전에 기대치는 높았다. 하지만 진보정권이 3번이나 집권해서 나름대로 새만금사업 등이 획기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를 걸었지만 결국은 임기가 끝날 때까지 희망고문으로 끝나고 말았다. 선거가 총알보다 강한 것은 민심이 천심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한테 도민들이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던 것은 그가 전북의 현실을 너무도 정확하게 간파한 나머지 구체적으로 그 대응책을 제시했기 때문에 이심전심으로 지지를 보냈다. 전북 도민들은 그간 민주당 후보가 정권을 잡으면 전북 출신 인재들이 많이 기용되고 국가예산이 많이 배정돼 전북이 발전할 것으로 기대를 갖고 표를 던졌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종전 대선과 성격이 달라 12.3 계엄발령으로 민주주의가 무너져 내리고 국민경제가 도탄에 빠진 것을 구하려고 이재명 후보가 최일선에서 몸을 던져서 막아냈기 때문에 도민들도 함께 탄핵을 통해 장미대선을 가져오게 했던 것. 지난 역사를 뒤돌아볼때 전북은 역대 정권들로부터 매번 속아 왔다. 하지만 도민들은 인내심을 갖고 그 어느 땐가는 전북이 잘살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속으로 삭인채 인고의 세월을 보내왔었다. 16살 소년공으로 출발해서 역경을 이겨내고 대통령이 된 이재명 대통령의 말을 굳게 믿으며 그 어느때보다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때 이재명 대통령이 인재영입 케이스로 김관영지사를 민주당 후보로 영입해서 당선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에 도전경선으로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유치후보가 된 전북 전주가 그 뜻을 활짝 펴도록 지원해주길 바라고 있다. 1박2일 동안 전북의 동부 낙후지역과 전주 익산 정읍등을 샅샅이 살펴보면서 그 대책을 밝혔기 때문에 그가 약속한 말은 공약이나 다름 없다. 지금부터는 말보다 행동하는 양심으로 실천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도민들이 약속이나 한것처럼 이 후보 한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직접 전북 출신 인재를 제대로 발탁 기용해서 전북이 낙후의 한을 이 정권에서 풀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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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5.06.08 18:02

[오목대] 불꽃튀는 전북 지방선거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전북지역 투표율은 82.5%로 광주(83.9%), 전남(83.6%)에 이어 세번째로 높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전북 득표율은 82.65%로 전남(85.87%), 광주(84.77%) 보다 2∼3% 낮은 수치였다. 사소한듯해도 이런 수치가 이젠 하나의 잣대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지역구별 투표율과 득표율을 바탕으로 대선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점수로 환산해 내년 지방선거와 차기 총선 공천에 활용하기로 한 때문이다. 지역 국회의원과 단체장, 지방의원들이 선거운동에 올인한 것이 다 이유가 있다. 압도적인 민주당 강세지역인 전북에서 이같은 분위기는 좀 생소했다. 그만큼 수면하 지선 열기는 뜨겁다는 얘기다. 대선 기간중 권리당원 확보 작업은 일단 올스톱됐는데 지금부터 오는 8월말까지 지선을 염두에 둔 권리당원 확보 경쟁은 불을보듯 뻔하다. 그런데 민주당이 경선에서 호남지역 권리당원 비율을 타 시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추는 등 지역별 차등을 둘 가능성이 있기에 기성 정치인들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 전북 지선 기상도는 어떨까. 우선 도지사 후보군을 보면 현역인 김관영 지사가 재선 도전을 확실히 한 가운데 안호영, 김윤덕 의원 정도가 나설 것으로 탐문된다. 김 의원의 경우 당초 문체부장관 쪽에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는데 최근들어 지사 출마쪽으로 선회했다는 관측도 있다. 한편에선 정동영, 이원택 의원도 거론되고 있으나 실제 출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후문이다. 새정부 출범과 더불어 제3의 후보가 급부상할 가능성도 없지 않으나 구태여 부담을 가지면서까지 지역 정서와 거리가 있는 인물을 낙점하긴 쉽지않아 보인다. 교육감 선거는 오는 26일 서거석 교육감에 대한 대법원 최종심이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만일 생환한다면 서 교육감은 내년 선거때 가장 유력한 후보중 한명임에 분명하다. 그럴경우 출마설이 나도는 이남호 전북연구원장이 구태여 맞장뜨는 상황까지는 가지않을 전망이다.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 등도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군수 선거전에서는 지역정가 일각에서 일부 현역에 대한 컷오프 명단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지역위원장이 교체됐거나 중앙당의 평가 등이 결정적 변수가 된다는 건데 현실화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시장군수뿐 아니라 지방의원 등에 대해서도 컷 오프 설이 난무하고 있다. 작년 총선때 현역의원이 바뀐 곳을 중심으로 도의원이나 시군의원이 대거 교체될 전망이다. 이재명 새정부가 과연 민주당에 대한 장악력을 어느 정도까지 강하게 갖는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 판도는 요동치게 될 전망이다. 대선은 끝났지만 지선은 지금부터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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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06.04 18:34

[오목대] 기후 정책이 후퇴한 이유

지난 5월 말, 스위스의 한 산간 마을이 거대한 산사태로 사라져버렸다. 발레주에 속한 블라텐 마을이다. 마을의 90%가 바위와 흙더미에 묻혀버린 산사태 원인은 놀랍게도 알프스산맥 빙하의 붕괴다. 드론 영상에 포착돼 전 세계에 전해진 붕괴 순간은 끔찍했다. 거대한 먼지구름이 순식간에 산 아래로 밀려 내려오더니 얼음덩어리와 암석, 흙이 쏟아지면서 마을을 덮친다. 마을이 자취를 감추기까지는 몇 초 걸리지 않았다. 산사태 경보 시스템 덕분에 마을 주민 300여 명은 대피해 큰 피해를 면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경고는 더 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강이 산사태로 막히면서 작은 호수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이 호수가 넘치면 이어지게 될 홍수의 위험이다. 스위스 알프스 산간 마을의 산사태 위험은 여러 해 전부터 예고(?)됐다. 알프스 빙하와 고산지대의 얼어 있는 땅이 녹으면서 지반이 불안정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100년 안에 알프스 빙하가 모두 녹아 사라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도 무겁다. 빙하의 위기는 알프스에만 찾아온 것이 아니다. 가장 많은 대륙 빙하를 가진 얼음 왕국 그린란드도 위태롭다. 그린란드는 기후 변화를 가장 먼저 알려주는 기후 변화의 지표 같은 곳이다.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으면 전 세계가 영향을 받게 되는데, 특히 해안 지역이 먼저 침수되면서 저지대 국가들은 더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녹아내린 빙하의 물이 전 세계 해수면을 높이기 때문이다. 끔찍한 재해 소식은 또 이어진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중부도시 모크와가 극심한 폭우와 홍수 피해로 최소 150명이 사망하고 수백 채의 집이 파괴되었으며 3천여 명이 집을 잃었다. 나이지리아의 홍수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에는 홍수 피해로 600명 이상이, 지난해에는 1,200명이 홍수로 사망했다. 돌아보면 해마다 갱신하는 폭염과 폭설, 산불과 홍수 등 기후 재난이 몰고 오는 폐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구상 모든 나라가 겪고 있거나 곧 겪게 될 재난이다. 21대 대선후보들의 토론에서 ‘기후 위기’가 공식 주제로 다뤄졌다. TV 토론회가 도입된 1997년 이후 처음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후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치인을 뽑고 싶어 하는 유권자가 30%나 된다는 통계도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기후 정책은 미미했다. 오히려 기후 공약은 지난 대선 때보다도 후퇴했거나 실종됐으니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이제 새 정부가 출범한다. 산적한 과제가 적지 않지만, 기후 대책은 그중에서도 절박한 과제다. 적극적인 정책을 만들고 실천하는 새 정부의 지혜를 보고 싶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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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5.06.03 19:16

[오목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충청표심

다시금 떠올리기도 싫었던 12.3 계엄이 6개월만에 장미대선으로 그 막을 내리게 되었다. 윤석열을 탄핵해야 한다는 분노의 함성이 전국 산하를 메아리 치자 도내서도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애국 시민이 속속 전주 객사 앞 광장으로 모여 결국 탄핵을 이끌어 내는데 큰 원동력이 되었다. 도민들은 역사의 어려운 고비 때마다 사람이 하늘이라는 인내천 사상 즉 동학정신을 몸소 실천한 동학의 후예답게 이번 탄핵때도 선봉에 서서 목이 터져라고 외쳐댔었다. 해방과 더불어 동족상잔을 겪으면서 남북이 갈라진 이후 이토록 국론이 분열되면서 이념대결로 사회가 어수선 한 적이 없었다. 지역주의를 바탕에 깔고 소득양극화에 따른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눠지면서 지방은 인구소멸이 가속화, 내일을 점칠 수 없을 정도로 피폐 되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뤄냈다고해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던 대한민국이 대통령의 주술통치로 급기야 계엄을 선포하기에 이르면서 자존심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6.3 대선일은 나라를 다시 세우는 건국일이나 다름 없다. 소중한 한표를 잘 행사하여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가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대선 기간 동안 삼권분립에 대한 각 후보간의 주장이 맞부딪치면서 혼란과 걱정이 주어졌지만 제대로 된 후보를 뽑으면 이 같은 걱정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제일 걱정스런 대목은 대선 후에 어떻게 국민통합을 가져오게 할 수 있느냐 그 여부다. 반목과 이념갈등으로 갈기갈기 찢긴 생각들을 치유해서 국가발전을 이룩하는데 힘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국민들은 공정하게 법치가 이뤄지고 있는가에 의문을 갖고 있다. 법의 잣대가 형평성이 무너진다면 민주주의 근본이 무너진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삼권분립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만인이 법 앞에 평등이 이뤄져야 그게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이다. 그간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인권이 무시당하고 자유가 유린당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누구나 차별받지 않은 세상이 이뤄지길 바란 이유가 딴 데 있는 게 아니다. 사전투표율 53.01%로 전국 3위를 기록한 도민들이 왜 장미대선이 치러지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어 한 사람도 빠지 않고 주권행사를 할 것이다. 도민들은 윤석열 전 정권에 혹시나 행여나 하고 지난 대선 때 14.4%라는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계엄을 일으켜 장미대선을 가져오게 했고 지난 새만금잼버리대회 때 그 실패 실책을 몽땅 전북도에다가 뒤집어 씌워 사상유례가 없는 국가예산삭감을 가져오게 한 세력들과 다름 없어 지지율은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도민들은 그간 지역감정을 바탕으로 한 선거가 어떤 부작용을 낳는지를 깨닫고 2012년 세종특별자치시가 만들어지면서 10년간 충청도 인구가 31만이 늘었을 때 호남은 21만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간 선거 때마다 충청도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 것이 지역발전으로 연결되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총알보다 강한 선거를 통해 그간 챙기지 못한 전북몫을 꼭 챙겨와야 할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사람들
  • 백성일
  • 2025.06.01 16:02

[오목대] 간병비 급여화 공약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간병비는 피해갈 수 없는 가장 큰 노후문제가 되었다. 개인과 가정이 부담하기 버거워짐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덜어주는 돌봄정책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오죽하면 간병 지옥, 간병 파산, 간병 자살, 간병 살인이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통계청에 따르면 간병비는 하루 평균 2019년 7~9만원에서 2023년 12~15만원으로 늘어 월평균 380~4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이 300만원인데 간병비로 400만원이 나간다고 호소하는 가족도 있다. 정부에서도 이 문제를 간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이번 21대 대선에서 요양병원 간병비 문제가 각 후보들의 중요 공약에 들어갔다. 이미 2022년 20대 대선에서도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간병비 급여화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환자는 간병비, 입원비, 진료비 등을 내는데, 이중 간병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100% 부담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간병비 부담을 개인이 아닌 사회가 함께 나누겠다"며 "공공이 부담을 나눠 간병으로 인한 파산 걱정을 덜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보호자나 간병인이 병실에 상주할 필요 없이 간호팀이 포괄적인 전문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도 "어르신 건강을 국가가 챙겨서 자식 눈치를 안 보도록 하겠다"며 "요양병원 입원환자 간병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가족 간병 시에는 최소 월 50만원, 65세 이상 배우자는 월 100만원을 지급한다는 구체적인 안을 내놓았다. 문제는 재원이다. 요양병원 간병비를 급여화하면 가뜩이나 휘청이는 건강보험 재정이 더욱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건강보험 재정전망 추계'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제도를 유지하더라도 인구 고령화와 보장성 강화 등으로 건보 재정은 2026년 적자로 돌아서고 2030년엔 누적 준비금이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요양병원 간병비는 최소 1조2000억원(대한요양병원협회)에서 최대 15조원(건강보험연구원)까지 다양하게 추산되고 있다. 간병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1342곳에 이르는 요양병원 구조개편부터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요양병원은 치료보다 돌봄에 초점을 맞춘 ‘사회적 입원’ 환자가 적잖아서 중증도가 높아 진짜 간병이 필요한 환자는 30% 정도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돌봄 복지국가로의 이행을 위해 돌봄 인프라 확충과 돌봄 노동의 가치 재평가, 돌봄의 지방분권화도 논의되었으면 한다.(조상진 논설고문)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05.29 18:19

[오목대] 전주올림픽과 프로야구 11구단

전 지구촌을 통틀어 가장 많은 관중을 몰고 다니는 스포츠는 단연 축구다. 국제축구연맹(FIFA) 가입국은 무려 211개로 유엔보다도 많다. 시장 규모나 파급효과 등을 감안하면 월드컵이 올림픽 보다도 더 크다. 축구와 더불어 쌍벽을 이루고 있는 종목이 야구다. 그런데 야구를 하는 나라는 유럽권에선 거의 없고 미국, 일본, 한국 등을 제외하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 많지않다. 묘하게 숫자는 많지 않아도 야구 시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이나 한국에서 프로야구는 이미 큰 시장이 됐다. 프로야구 출범 원년(1982년) 한국의 수준은 국제무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미 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박철순은 OB 베어스(현재 두산 베어스)에서 무려 22연승을 올렸고, 일본 프로무대에서 뛰던 백인천은 40세 때인 1982년 MBC 청룡에서 무려 4할대 기록을 세웠다. 지금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숫자다. 세월이 흐르면서 한국 프로야구도 이젠 저변이 탄탄해졌다. 지난해 국내 프로 스포츠 사상 최초로 한 시즌 1천만 관중을 넘어섰고 올해에는 1200만명까지 바라보고 있다. 전북은 프로 스포츠 시장을 놓고 보면 축구를 제외하곤 변방중의 변방이다. 전북현대모터스는 지난해를 제외하곤 늘 최상위권을 질주했고, 전주월드컵경기장은 항상 관중수가 전국 3위이내에 랭크될만큼 열성팬들이 많다. 그러나 지난해 프로농구단인 전주KCC를 빼앗기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자치단체의 무관심, 상대적으로 열악한 시장규모 등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 이런 상황속에서 최근들어 프로야구 11구단 얘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2013년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에 올인했다가 분루를 삼켰던 전북으로서는 솔깃해지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당시 부영을 내세웠던 전북은 KT를 앞세운 수원에게 밀렸다. 우선 11구단으로 할지, 아니면 12구단 체제로 할지는 결정된 바 없으나 이미 타 시도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분위기다. 최근 신상진 성남시장과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야구전용구장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2만석 이상 규모 프로야구장을 오는 2027년 말 준공 예정이다. 협약에 따라 KBO는 연간 10개 이상의 프로야구 1군 경기를 비롯해 올스타전과 국가대표 경기 등 야구대회와 유소년 교육 프로그램 등을 성남에서 운영하며 장기적으로 1부 리그 기업구단을 유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성남시뿐 아니라 울산시, 용인, 화성, 동탄 등도 프로야구단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게 작금의 상황이다. 전주올림픽에 매진하는 전주와 전북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프로야구단 증설 문제를 지금처럼 수수방관할 일이 아닌듯 하다. 흐름을 놓치면 다 잃는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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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05.28 18:32

[오목대] '키오스크'가 뺏어간 일자리

청년 일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것도 역대 최대폭 감소세다. 통계청이 지난해 4분기 임금 근로 일자리를 분석한 결과다. 주목할만한 내용은 또 있다. 전체적으로 소폭 늘어난 일자리를 견인하는 층이 60대 이상 노령층이라는 사실이다. 연령대별로는 20대 이하와 ‘고용 허리’라 할 수 있는 40대 일자리는 감소했지만, 60대 이상 일자리는 평균 증가세를 웃돈다. 성별로는 남자보다 여자 일자리가 늘었다. 고령층과 여자 일자리가 늘어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들 모두 요양병원 종사자, 요양 보호사 등 보건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자리가 늘었다. 고령화되어가는 우리 사회의 환경 변화가 이어낸 일자리인 셈이다. 사실 20대 이하 일자리는 지속해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3분기에는 전년 대비 14만 6,000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역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한 데 이어 4분기에는 감소세 기록이 다시 깨졌다. 전문가들은 경기 악화와 경기 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을 젊은 층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원인으로 꼽는다. 젊은 층 일자리 감소를 가져온 원인은 또 있다. 빠르게 적용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 환경이다. 부분적이긴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결과가 있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음식점업의 일자리 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음식점에서 키오스크를 도입한 경우, 근로자 고용이 11.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 등 주로 단기 근로자들이지만 20대 이하에서는 23.1%가 일자리를 뺏겼다. IT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자동화와 키오스크 확산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으니 청년들의 단기 일자리는 갈수록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 여름, 오스트리아의 오래된 도시를 찾았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 도시들의 음식점이나 카페의 풍경이었다. 다양한 연령층의 종사자들이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고 계산을 하는 풍경. 되돌아보니 우리가 찾았던 크고 작은 모든 가게에서 그 흔한 키오스크를 본 적이 없었다. 빈 옆에 있는 작은 도시 바덴바이빈도 그중 하나다. 이 도시는 휴양도시로 이름을 알렸지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예외 없이 인구 소멸 위기에 놓인 오래된 도시다. 그러나 지난 2010년대까지 2만 5천 명이었던 인구가 늘어나 지금은 3만 명을 웃돈다. 휴양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발전시키는 정책으로 인구를 유입하고 관광객을 늘려온 덕분이다. 유럽의 도시들이 IT 기술의 효율성을 간파하지 못해 디지털화 대신 일자리를 그대로 고수하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일자리를 없애고 다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정책을 만드는 우리의 모순된(?) 환경. 그 앞뒤를 제대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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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5.05.2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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