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도움 없이 ‘그저 제기가 좋아’ 한옥마을 홍보대사 자처
“제기차기 또 하고 싶어 한옥마을 찾았다”는 말이 제일 기뻐
전주 한옥마을에 가면 전통놀이인 제기차기를 알리는 명물 할아버지가 있다. 하루 수천 개씩 제기를 찬다는 채규칠 씨(71)다.
제기를 차기도 하지만 제기차기 기술을 알려주고 손수 만든 제기를 나눠주기도 한다. 길을 묻거나 음식점을 찾는 등 관광객의 부탁을 들어주는 서비스는 덤이다. 지자체 요청이나 도움 없이 스스로 한옥마을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것이다.
채씨는 한옥마을에서 제기차기 할아버지로 유명하다. 전주 한옥마을 태조로와 은행로가 만나는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에서 제기를 알린다.
그가 제기를 차고 있으면 많은 관광객이 관심을 보인다. 제기 차기를 권하면 많은 이들이 제기차기를 시작한다. 어른은 옛 추억을 떠올리고, 아이들은 새로운 놀이에 즐겁다. 어느새 많은 이들이 제기차기 현장에 몰리며 구름인파를 이룬다. 관광객이 자연스레 전통놀이를 접하는 것이다. 전통놀이인 제기차기는 한옥마을 정체성과도 꼭 맞다.
채씨는 22년 전 제기차기를 시작했다. 어린 시절 재미삼아 차본 적이 있지만 취미로 제기차기를 시작한 건 1990년대 후반이다. 당시 왼쪽 다리가 불편해 지인에게 물으니 제기차기를 권했다. 의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그때부터 아픈 다리가 나았다.
제기차기는 소도구를 이용한 협응성 운동으로 분류된다. 협응성은 신체를 능률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수년 전 운영하던 헬스장을 접고 현직에서 은퇴한 뒤 우연히 한옥마을을 거닐다 제기차기를 하던 이와 경쟁이 붙었고 이겼다. 당시 재미있던 기억이 생생했다. 그렇게 한옥마을로 나와 가끔 제기를 차던 것이 지금까지 이르렀다. 그는 제기차기를 홍보하는 이유에 대해 “재미있다”고 답했다.
제기를 홍보하며 가장 즐거웠을 때는 한 관광객 가족이 “아이들에게 이번 여행은 어디로 갈까 물으니, 제기차기 할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가자고 해서 다시 찾아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다. 한옥마을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손수 만든 제기를 관광객에게 1달 평균 100여 개 가량 나눠주고 있다. 더 많이 나눠줄 수 있지만 잘 차는 사람이나 재능이 있는 아이에게만 준다. 재능이 없는 이에게 주면 결국 서랍에 들어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아들과 딸을 결혼시키고 혼자 생활하는 그는 기초연금 25만 원과 한 종교단체가 후원하는 20여만 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연신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하던 그는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 말하지 않다가 기자가 질문을 던지자 어렵게 입을 열었다.
채씨는 “생활이 넉넉하지 않지만 제기를 만드는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사실 전주시가 조금만 도움을 주면 더 신나게 이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옥마을 관광객이 좀 줄었다. 상인과 전주시민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관광객에게 친절하게 대했으면 좋겠다”고 마지막까지 한옥마을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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