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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만금 행정통합, 샌프란시스코에서 배운다

곽병선 전 군산대학교 총장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하는 두 도시, 북부의 샌프란시스코와 남부의 로스앤젤레스는 프로야구·농구·미식축구에서 저마다 독자적인 팀을 보유하며, 지역 라이벌 의식만큼이나 도시 발전의 궤적도 뚜렷이 다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1883년 뉴욕 고담스(New York Gothams)로 출발해 1886년 뉴욕 자이언츠로 개칭한 뒤, 1958년 샌프란시스코로 연고지를 옮겼다. 월드시리즈 우승만 8회. LA 다저스 역시 같은 해인 1883년 브루클린에서 창단되어 1958년 LA로 이전했으며, 월드시리즈 우승 9회를 자랑한다. 두 팀은 역사의 뿌리도, 이전 시기도 똑같지만, 지금은 리그 최고의 라이벌로 매 시즌을 불태운다.

그런데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두 팀의 승패가 아니라, 샌프란시스코만(灣) 일대의 도시들이 걸어온 광역 협치(廣域 協治)의 경험이다.

샌프란시스코만 주변에는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산호세·프리몬트·헤이워드·버클리 등 크고 작은 도시들이 만을 에워싸고 있다. 이들은 각각 독립된 자치단체이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고속도로망이 뻗어나가고 교외 주거지가 급팽창하면서, 교통·주택·환경 문제가 더 이상 한 도시의 경계 안에 머물지 않게 된 것이다.

이에 1961년, 지역 공통 현안을 광역적 시각으로 다룰 필요성을 인식한 지방정부 지도자들은 캘리포니아 최초의 지방정부협의회인 ABAG(Association of Bay Area Governments, 베이 지역 정부 연합)를 결성했다. ABAG는 출범 이후 주택·교통·경제개발·환경 등 광역 현안을 꾸준히 다뤄왔으며, 1970년에는 베이 지역 최초의 종합 광역계획인 「지역계획 1970~1990」을 수립했다. 2021년에는 약 4년의 작업 끝에 2만여 명의 주민 의견을 반영한 「Plan Bay Area 2050」을 채택했다. 주택·교통·경제·환경 4개 분야에 걸친 35개 전략과 1조 4,000억 달러 규모의 장기 비전으로, 2050년까지 영구 저렴주택 100만 호 공급, 저소득층 대중교통 요금 개혁, 일자리 훈련 및 기본소득 도입 등을 담고 있다.

강제력 없이도 101개 도시와 9개 카운티를 하나의 테이블에 모아 60년 넘게 광역계획을 이어온 것, 그것이 ABAG의 가장 큰 성취다.

새만금 권역은 만경강과 동진강을 품은 광활한 방조제 안쪽에 대규모 호소(湖沼)가 자리하고, 그 주변으로 수변도시·산업단지·연구단지·관광단지·농업용지·공항·철도·항만이 층층이 포진해 있다. 기존의 군산·김제·부안 세 자치단체가 권역을 에워싼 채 각자의 행정을 유지하고 있으며, 새롭게 조성 중인 새만금수변도시(인구 4만여 명 규모)는 그 틈새에서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중이다.

이처럼 복잡한 구조 속에서 네 주체를 단번에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통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법·제도적 정비는 물론, 주민 공감대와 정치적 합의가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샌프란시스코만의 경험은 하나의 나침반이 된다. 행정통합이라는 최종 목표를 중장기 과제로 두되, 우선은 군산·김제·부안과 수변도시가 광역 협의체를 구성해 공통 현안부터 함께 풀어가는 것이다. 광역교통망 구축, 통합 도시계획, 환경 관리, 산업 기반 조성 같은 과제들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서로 모르던 두 사람이 시간을 두고 만남을 이어가며 서로를 이해하고, 마침내 한 가정을 꾸리듯이, 새만금 행정통합 역시 신뢰와 협력의 축적 위에서 단계적으로 완성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하는 법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완벽한 통합이 아니라, 함께 시작하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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