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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민 선택권 짓밟는 지방의원 무투표 당선

6·3 지방선거에서 후보 등록만으로 당선이 확정된 무투표 당선자가 대거 나왔다. 호남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영남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들이 이에 해당한다. 당선자들은 행운이라고 좋아할지 몰라도 선택과 경쟁이 사라지면서 유권자들의 선택권이 박탈된 것이다. 과연 이렇게 당선된 지방의원들이 주민들을 위해 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회의원은 중앙당 지도부를 바라보고 지방의원은 공천권을 쥔 지역구 국회의원만을 우러르는 양당 구조가 낳은 비극이다. 이런 상태에서 풀뿌리 민주주의가 작동될 수 있을지 참담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14∼15일 후보자 등록 결과를 집계한 바에 따르면 투표없이 당선이 확정된 전국의 지방의원 후보는 선거구 2349곳 가운데 307곳(13%)으로 504명에 이른다. 기초단체장도 광주 2곳과 경기 시흥 등 3곳이다. 전북의 경우는 훨씬 심하다. 전북도의원의 경우 지역구 38곳 가운데 65.8%에 해당하는 25곳이 무투표 당선되었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비례대표 6명을 포함하면 도의원 44명 중 70.5%인 31명이 정당공천만으로 당선된 것이다. 10명 중 7명이 주민의 심판 없이 배지를 단 셈이다. 지방선거가 생긴 이래 최대 규모다. 특히 전주시는 전체 12개 선거구 중 10개 선거구에서 무투표 당선되었다. 익산시 5개, 완주군 2개, 고창군 2개 등 관내 선거구 모두 무혈입성했다. 기초의원의 경우도 21명의 후보가 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지었다. 이러한 현실은 정당이 주민의 선택권을 짓밟는 행위와 다름없다. 민주당의 경우 지방의원 후보는 권리당원 투표로 뽑는다. 전북의 경우 권리당원은 많아야 전체 주민의 20% 안팎이다. 그렇다면 전체 주민의 80%는 이미 투표권을 박탈당한 것이다. 그런데도 지방의원은 감투를 쓰면 완장질을 서슴지 않고 각종 이권과 인사 개입 등 바람 잘 날이 없다. 국회의원의 하수인이요 몸종 노릇만 잘하면 된다. 의식 있고 실력 있는 인사들은 아예 이러한 구조에 진입하려 하지 않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선거법 개정이 급선무다. 우선 후보가 1명이라도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공보물 발송과 정보 공개를 의무화해 최소한의 자질 검증 기회를 갖도록 해야 한다. 또한 중대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지역정당 허용 등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이러한 선거법 개정은 국회의원의 손에 맡길 수 없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나섰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5.18 19:06

[사설] 전주 하계 올림픽 유치, 열기가 식어서는 안된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전주시가 추진하는 ‘2036 전주 하계 올림픽’ 유치는 우리 지역의 미래 발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전북도 관계자들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유산 관리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강원도를 방문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2036년 대회’까지 10년여가 남은 듯 보이지만, IOC 유치 절차가 수시 대화체로 바뀌어 결코 시간이 넉넉지 않다. 올림픽 유치라는 국가적 대사가 선거철 정치 국면에 매몰되어 시계가 멈추거나 추진력이 약화돼서는 안 된다. 선거 등 그 어떤 상황에서도 올림픽 유치를 위한 준비와 열기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 현재 IOC는 ‘올림픽 어젠다 2020+5’를 통해 ‘저비용·고효율·친환경’ 중심의 지속가능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IOC의 기준은 “대회를 치를 역량이 있느냐”가 아니라 “대회 이후에도 도시가 지속 성장할 수 있느냐”로 바뀐 것이다. 전주가 세계의 다른 도시들을 제치고 선택받기 위해서는 ‘지속발전 가능성’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지 입증해야 한다. 기존 대도시 중심 올림픽과 차별화된 ‘지역 균형발전형·지방 연대형 올림픽’이라는 전북만의 모델을 더 정교하게 다듬고 준비해야 한다. 새만금, 전주한옥마을, 무주 태권도원 등 지역 내 생태·문화 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올림픽 이후 미래가 더 빛나는 도시”라는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을 제시해야 한다. 결코 전북도와 전주시만의 힘으로는 어렵다. 올림픽 유치는 자치단체의 역량을 넘어 국가적 총량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유관 기관, 문화·체육계,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협력이 총체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범정부 차원의 유치 지원 체계를 신속히 가동하고, 여야를 초월한 정부 지원 특별법 제정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 도민들의 공감과 참여도 중요하다. 올림픽 개최가 전북의 미래 교통망 확충, 문화 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 등 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어떻게 직결되는지 명확한 효능감을 제시하여 시민 주도형 상향식(Bottom-up) 열기를 결집해야 한다. 당위성만 앞세운 장밋빛 계획에서 벗어나, 범국가적 거버넌스와 정교한 지속가능성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 유관 기관들이 함께 손잡고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엄중한 책임감으로 유치 전략의 구체성을 다듬어나가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5.18 19:05

[오목대] 지워지는 이름들, 퇴장의 셈법

시작은 창대했다. 그런데 그 끝이 석연치 않다. ‘끝까지 뛰겠다’며 거듭 완주를 장담했던 전북교육감 예비후보의 단일화·사퇴 과정을 놓고 선거판이 시끄럽다. 그냥 조용히 물러날 수는 없었을까. 비단 이 한 사람만의 사례는 아니다. 이합집산의 단골 무대인 교육감 선거는 물론이고, 정당 공천 과정을 거치는 전북지역 시·군 단체장 선거에서도 단일화와 지지선언이 떠들썩하게 이어졌다. 너무 잦은 이합집산 탓에 어떤 조합이었는지조차 기억하기 어렵다. 무대 뒤로 퇴장하면서 등 뒤로 은밀한 계산서를 숨기고, 구차한 명분을 내세우는 그들의 모습이 볼썽사납다. 한편으로는 안쓰럽다. 일말의 승산조차 남지 않은 서글픈 현실 속에서 정치적 셈법으로 출구를 찾으려는 궁여지책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자신의 한계를 체감했다면 ‘조용히’ 물러나는 것이 정치인의 도리이자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그런데 현실의 선거판에서 그런 모습은 오히려 예외에 가깝다. 하나둘 이름이 지워진다. 후보자 등록 일정이 마무리됐지만, 투표일 직전까지도 퇴장은 이어질 수 있다. 현실의 한계에 직면한 후보들에게는 ‘퇴장의 기술’, 이른바 출구전략이 필요할 수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득표율 10%의 벽을 넘지 못할 경우 기탁금과 막대한 선거비용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당선 가능성이 없음을 알고도 끝까지 링 위에서 버티는 것은 엄청난 재정적·정치적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고독한 싸움이다. 여기서 그들의 계산이 시작됐을 것이다. 그때쯤이면 세 불리기에 급급한 다른 후보 측의 손짓도 빨라진다. 한 표가 아쉬운 선두권 후보의 세 확장 전략과 빚더미를 피하고 실리를 찾으려는 후보의 출구전략이 만나는 지점에서 ‘퇴장의 기술’이 완성된다. 이들이 마주 선 지점에는 그동안 외쳐왔던 개인의 신념이나 지역발전 정책 방향 따위는 끼어들 틈이 없다. 오직 상호 이해득실이라는 냉혹한 현실만 ‘밀실의 계산대’에 오른다. 후보 간 단일화나 정책연대, 지지선언이 ‘1+1의 단순한 덧셈’이 되지 못하고, 진영 내부의 강한 반발과 각자도생, 심지어 역선택까지 불러오는 이유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 전북교육감과 전주시장 선거 과정에서 이 같은 웃지 못할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래서 당선 가능성과 상관없이 지금도 링 위를 지키고 있는 몇 안 남은 후보들에게 눈길이 간다. 거대 정당의 전략적 공천이나 이해득실 계산 없이 신념 하나로 버텨온 후보라면 더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관습이 된 정치공학적 판단을 내려놓고, 거대 정당의 익숙한 소음도 잠시 차단해보면 어떨까. 진영논리와 정당 프레임에서 벗어나면 무대 구석에서 외롭게 버티고 있는 후보의 목소리가 들릴 것이다. 지금 그들의 이유 있는 ‘값비싼 목소리’에도 한번쯤 귀를 기울여보자.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6.05.18 19:05

[문화마주보기] 민화의 유쾌한 감성, 전시 콘텐츠로 개발을

2025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를 계기로 우리 민화 호작도(虎鵲圖)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졌다.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최신 트렌드인 K-팝과 한국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주된 이유겠지만, 호작도가 품고 있는 조형적 매력이 감각과 마음을 건드리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미술이란 그런 것이다. 전혀 모르는 낯선 작품이 문득 마음에 들어오는 경험, 누구에게나 있지 않은가. 전통미술을 소재로 한 다양한 문화상품 가운데 호작도 굿즈는 유독 친근하게 다가온다. 민화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조형과 감성이 일상의 맛깔난 양념 한 스푼이 된다. 민화 자체가 일상의 살림살이와 아주 가까운 장르이기 때문이 아닐까. 요즘 부쩍 늘어난 민화 그리기 강좌의 인기 또한 민화가 우리 일상에 가까이 있음을 느끼게 한다. 갤러리나 아트페어에서 민화의 모티프를 원용한 현대 작품을 만날 때는 더 반갑다. 알게 모르게 우리 삶 속에 각인된 문화 DNA가 작용하는 것이리라. 민화는 19세기 중후반에서 20세기 전반에 왕실이나 상류층의 고급 수요와는 달리 민간의 수요에 맞춰 성장하였다. 심오한 의미를 함축한 우의적(寓意的) 표현, 개인이나 한정된 수요자를 위한 맞춤 제작,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제작 공정 등은 민화의 몫이 아니다. 기복(祈福)과 액막이의 원초적인 상징, 강렬한 조형, 기성 이미지의 반복적 다량 생산, 쉽게 구매하고 빠르게 소비되는 유통 구조 등이 민화를 만들었다. 이러한 특징을 지닌 민화는 상업 기반이 갖추어진 도시 공간에서 형성되고 향유되는 대중문화의 한 갈래라고 할 수 있다. 전주는 전북의 중심지로서 오랫동안 역사를 이어온 만큼, 전통에서 근대도시로 이행의 자취가 비교적 잘 보존되고 있다. 그 자취는 민화의 시대와 겹쳐진다. 이 시기에 꽃 피어난 완판본 인쇄물, 판소리 등 전통 대중문화는 민화와 상통한다. 민화가 전주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지역의 중요한 문화 자산을 돋보이게 만들고 공통의 시대성을 드러내는 시각미술 아이템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지역 관련 민화 자료도 있다. 1837년에 태어나 전주에서 활동했다고 알려진 민화 화가 장산파(長山波)의 존재는 전라도 지역 민화의 양상과 특징을 파악하는 단서이다. 민화는 작가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 분야이기에 특히 중요하다. 전북 임실에서 제작되어 전국으로 퍼져나간 낙화(烙畫) 역시 지역 민화의 양상을 알려준다. 1세대 민화 수집가이자 연구자인 소호(小好) 김철순(金哲淳, 1931-2004) 선생의 민화 컬렉션은 전주역사박물관에 기증되어 소장품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전주에서 민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근거와 자산은 있지만, 민화에 대한 학술적 관심과 접근이 여전히 더디고, 실물 작품의 조사연구 성과 부족, 개념 정립의 과제 등으로 인해 활용의 폭이 넓지 않았던 아쉬움 또한 있다. 다행히 활용과 관련하여 민화는 확장의 여지가 크다는 장점이 있다. 공예품이나 복식, 장신구 등의 문양, 자수, 건축 등 의식주의 여러 세부 영역에서 민화와 공통된 모티프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도시문화와 대중문화의 한 갈래로, 생활미술의 영역에서, 한국적인 독특한 조형과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유쾌한 감성을 전시 콘텐츠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가장 먼저 민화 작품에 대한 현황 파악과 조사가 시급하다. 국립전주박물관을 비롯하여, 지역 공사립, 대학 박물관의 역할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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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6.05.18 19:04

[경제칼럼] 새로운 프런티어, ‘블루 이코노미’가 바꿀 전북의 미래

전북은 오랫동안 ‘황금들녘’으로 상징되는 대표적인 곡창지대이자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지역으로 사랑받아 왔다. 최근에는 농생명 바이오와 첨단 전략산업, 새만금사업을 중심으로 산업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전북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성장축인 ‘섬과 바다’에 주목해야 한다. 육지 중심 성장의 한계를 넘어 해안과 섬이 가진 잠재력을 적극 활용하고, 해양자원을 보전하며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블루 이코노미’도 전북의 새로운 미래 전략에 포함되어야 한다. 블루 이코노미는 단순한 해양 개발이 아니다. 해양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활용하면서 산업과 관광, 물류, 에너지, 바이오 산업을 함께 성장시키는 미래형 경제 모델이다. 전북은 새만금과 서해안, 고군산군도를 중심으로 이러한 전략을 실현할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이제 바다는 단순한 수산업 공간이 아니라 미래 산업과 글로벌 경제를 연결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인식돼야 한다. 전북의 해역은 해양 바이오산업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풍부한 해조류와 수산자원, 다양한 해양생물은 전북의 농생명 바이오산업과 결합할 때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단순한 수산물 생산과 가공을 넘어 의약품, 기능성 건강식품, 화장품 원료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해양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이 필요하다. 이는 침체된 어촌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청년 인재 유입을 이끄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통 수산업의 디지털 전환도 중요한 과제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양식 시스템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친환경·저탄소 어업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수온과 질병 등을 실시간 관리하는 기술이 확대되면 어업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어민들의 경험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될 때 전북의 바다는 미래 산업의 전진기지로 성장할 수 있다. 블루 이코노미의 핵심 거점은 새만금이다. 군산항과 새만금 신항을 연계해 해양 바이오와 재생에너지 산업 물류에 특화된 동북아 해양 물류 허브로 발전시켜야 한다. 특히 전북자치도가 추진하는 새만금 신항 크루즈 활성화 전략을 통해 전북 해양경제를 세계와 연결하는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 2027년 세미크루즈 유치와 2028년 정식 취항 목표가 현실화된다면 전북은 글로벌 해양관광 중심지로 도약할 가능성이 크다. 섬 발전 전략도 다시 새롭게 추진돼야 한다. 명도·방축도·신시도 등을 중심으로 기반시설과 생활 인프라를 개선하고, 고군산군도를 체류형 해양관광지로 육성해야 한다. 인도교와 트레킹 코스 조성, LPG 공급시설 확충 등은 관광 활성화뿐 아니라 주민 삶의 질 향상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섬은 단순한 관광지을 넘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생활공간이기 때문이다. 전북은 이제 내륙의 경계를 넘어 바다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스마트 수산업과 해양 바이오산업, 글로벌 항만과 크루즈 관광, 활력 넘치는 섬이 조화를 이룰 때 전북의 블루 이코노미는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물론 해양 생태계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이라는 책임도 함께 지켜 나가야 한다. 바다는 준비된 지역에 새로운 기회를 준다. 전북 미래의 또 하나의 축은 섬과 바다에 있으며, 그 새로운 여정을 채비해야 할 때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5.18 19:04

[데스크 창] “민주당 공천이 당선?”···강제된 투표, 선택은 유권자 몫

지난 15일 마감된 6·3지방선거 후보 등록 결과 전북에서는 도의원 25명, 기초의원 21명이 경쟁후보 없이 무투표 당선을 확정했다. 이들은 모두 더불어민주당으로 유권자의 선택조차 받지 않은 채 당선이 결정됐다.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호남정치의 고질적 구조가 다시 확인된 셈이다. 선거는 본래 정책과 비전, 후보자의 자질을 놓고 유권자가 선택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 속 지방선거는 경쟁보다 결과가 먼저 정해진 듯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권자들은 후보 개인보다 정당 간판을 보고 투표하고, 선거는 민주적 경쟁이 아닌 사실상의 확인 절차로 변질되고 있어서다. 특히 시·도의원 선거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방의원은 주민 생활과 밀접한 예산과 정책을 다루고 행정을 감시해야 하는 자리다. 그럼에도 상당수 선거구에서는 민주당 공천 여부가 당락을 좌우하면서 후보자의 전문성과 도덕성, 의정역량에 대한 검증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경쟁후보조차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경우가 반복되면서 유권자의 선택권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이러한 정치구조가 또 다른 왜곡 현상까지 낳고 있다. 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정치인들이 다시 시·도의원 선거로 체급을 낮춰 출마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 같으면 기초단체장급 정치인이 지방의원 선거로 내려오는 것을 정치적 후퇴로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계산 아래 전략적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방의원직이 주민 대표성과 정책 역량 중심의 자리라기보다 공천 경쟁만 통과하면 안정적으로 당선될 수 있는 정치적 안전지대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지방의회의 기능 약화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지방의회는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지만, 특정 정당 중심으로 의회가 구성될 경우 비판과 토론 기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같은 정치적 기반 안에서 움직이는 의원들이 행정을 날카롭게 견제하기보다 안일한 의정활동에 머무르는 사례도 반복된다. 유권자들의 정치적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호남에서는 “어차피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선거에 대한 관심과 기대 역시 낮아지고 있다. 주민들은 후보 간 정책 차이나 능력을 비교하기보다 현실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 또는 정당만 보고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이는 자유로운 선택이라기보다 사실상 강요된 투표에 가깝다. 물론 특정 정당에 대한 호남 지역민의 지지는 역사적·정치적 경험 속에서 형성된 결과라는 점에서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특정 정당 독점구조가 장기화될 경우 나타나는 부작용 또한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경쟁이 사라진 정치권은 긴장감을 잃고, 공천권만 바라보는 정치문화가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지방정치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정당은 지역독점에 안주하기보다 책임 있는 공천시스템과 경쟁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유권자 역시 정당이 아니라 후보 개인의 정책과 역량을 보다 엄격하게 평가해야 한다. 지방선거는 단순히 당세를 재확인하는 무대가 아니다.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지방선거의 주인은 정당이 아니라 유권자인 만큼, 이제는 공천만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구조를 넘어 경쟁과 검증을 통해 주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정치구조를 되돌려줘야 한다. 그것이 지방자치를 바로 세우는 길이다.

  • 오피니언
  • 문정곤
  • 2026.05.18 19:04

[사설] 지역의 미래 맡길 후보, 자질·역량부터 따져야

6월 3일 열리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자 등록 일정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의 막이 올랐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21일부터 선거 전날인 다음 달 2일까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북도민들은 도지사와 교육감, 시장‧군수, 도의원, 시‧군의원까지 모두 260명의 선출직을 뽑게 된다. 또 군산김제부안갑, 군산김제부안을 등 2개 선거구에서는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을 선출한다. 그동안 정당 경선과 여론조사, 후보 자질 문제 등을 놓고 첨예한 논란이 계속되면서 유권자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여기에 후보 진영 간의 갈등과 대립이 고소‧고발전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지역사회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선거에 대한 피로감도 커졌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 정작 선거의 주인인 유권자는 없었다. 구경꾼에 불과했다. 게다가 선거가 진흙탕 싸움에 매몰되면서 후보의 자질과 역량, 정책 검증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번 선거 역시 정책과 비전 중심의 경쟁보다는 각종 공방과 진영 갈등이 앞서는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이제는 유권자의 시간이다. 선거는 상대방 흠집내기 경쟁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이끌 사람의 능력과 비전을 가려내는 과정이다. 누가 산적한 지역 현안을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지, 지역의 미래를 맡길 역량 있는 후보자가 누구인지 냉정하게 살펴봐야 할 때다. 특정 정당의 공천장이나 여론조사 수치 따위에 지역의 미래를 저당잡힐 수는 없다. 이제 진짜 주인이 나설 차례다. 선거의 본질은 결국 사람을 고르는 일이다. 소속 정당이나 개인적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누가 지역의 현안을 정확히 이해하고 해결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또 누가 미래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정책을 제시할 수 있는지가 선택의 핵심 기준이 되어야 한다. 지역의 미래는 유권자들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선택의 책임은 유권자에게 있고, 그 선택이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 지금의 선택이 후회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선거의 주인인 유권자들이 비방과 선동의 소음을 걷어내고, 과연 누가 전북의 미래를 이끌 적임자인지, 후보 개인의 자질과 역량부터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5.17 18:42

[사설] ‘희망고문 새만금’새 청장에 거는 기대 크다

새만금은 ‘희망고문’의 상징어가 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때와 그 이후 전북을 방문할 때 여러차례 언급하면서다. 착공 이후 35년째 도민 기대치만 높여왔다. 성과가 없으니 전북도민들에게 희망고문만 안겨준 꼴이다. ‘새만금 갖고 놀기’를 되풀이해 온 정치권은 그 책임이 크다. 이 대통령의 희망고문 발언도 “정치권 당신들 그동안 뭐했느냐“는 핀잔으로 들린다. 새만금은 이제 새판짜기가 시작됐다. 현대차그룹은 2월27일 9조원 대 새만금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지방투자를 위한 기업 간담회’ 이후 첫 번째 대규모 지방투자다. 2026년부터 로봇 제조공장, AI데이터센터, 수전해플랜트, AI수소시티, 태양광발전 설비 등이 구축된다. 이를 위해 RE100산단 조성 등 새만금의 재생에너지 허브 육성, 글로벌 메가박스 설정을 통한 기업투자 촉진, 기반시설 적기 조성 등 할 일이 많다. 새만금 마스터플랜(MP)도 새로 변경해야 하고 새만금의 에너지정책도 중요한 과제다. 전남 무안과 경쟁하고 있는 RE100산단 새만금 유치, 재생에너지 인프라와 계통 구축 등 시급한 현안이 많다. 내년도 새만금 국가 예산안 신청도 이달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김윤덕 국토부장관 등 관련 공무원단이 내일(19일) 새만금개발청을 방문, 새만금 대전환을 위한 현장 정책간담회를 여는 것도 이같은 새만금의 시급하고 절실한 당면 과제 때문이다. 때마침 신임 새만금개발청장에 문성요 전 국토교통부 기획조정실장이 임명됐다. 제주출신 정통 관료다. 새만금개발청의 청장과 차장이 장기간 공석 상태로 방치된 상태에서 지난 15일에야 인사가 이뤄졌다. 문성요 청장은 국토 도시개발 분야의 전문가다. 기대가 큰 만큼 추진력과 부처 간 협업 및 정책 조정 경험을 바탕으로 새만금의 투자유치와 기반시설 구축을 속도감 있게 진행시켜야 나아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새만금의 전환기에 맞춰 로봇, 수소,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산업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심혈을 쏟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5.17 18:41

[오목대] 모처럼만에 만들어진 경쟁구도

이번 6.3 지방선거는 다른 때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그 이유는 그간 지사선거가 민주당후보의 일방독주로 끝났지만 이번에는 민주당 대 무소속 대결로 건곤일척의 혈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북은 1987년 대선때 김대중 후보를 밀어주면서부터 줄곧 민주당 일당독주체제가 굳건해졌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작정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찍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정청래 대표가 김관영 지사를 경선을 코 앞에 두고 일방적으로 잘라버린 것이 도민감정을 자극, 무소속으로 나선 김 후보 한테 동정여론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뉴스1 전북취재본부가 지난 9. 10일 도내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전문업체인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전북지사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3.2%가 무소속 김관영 예비후보를, 39.7%가 이원택 예비후보라고 응답했다. 예전 같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에 민주당 지도부가 당황한 나머지 정대표를 비롯 한병도 원내대표가 이틀이 멀다않고 전북을 방문, 새만금공약을 쏟아내는 등 힘 있는 이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상당수 도민들은 김지사 한테 제대로 소명기회도 안주고 내친 사람들이 이제와서 무슨염치로 지역발전 운운하며 표 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다소 냉소적인 반응들이다. 특히 당원 중에는 정 대표가 공천을 놓고 친명계인 김 지사한테는 대리운전비를 현금으로 줬다고해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반면 이 후보 한테는 정읍고깃집 술값 밥값 대납을 놓고 김슬지 도의원만 꼬리자르기를 한 게 형평성에 어긋난 것이라면서 도민들도 이 점에서 화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가 정읍 고깃집 음식값 대납사건이 터지자 곧바로 당 윤리감찰단에 진상조사를 지시했지만 두차례 조사가 면피성 조사로 끝나 결국 눈가리고 아웅하는 꼴이 됐다면서 모두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지금 19만 당원의 전북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변함이 없지만 정 대표와 이후보에 대한 반감과 비호감이 커서 민주당 의지대로 좋은 결과를 얻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SNS가 선거판을 좌우하기 때문에 민주당측에서 그 누가와서 설득해도 잘 먹혀들지 않은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그래도 민주당 후보가 유리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하지만 그 말이 잘 먹혀들지 않고 있다. 심지어 농촌 할아버지 할머니도 김관영 지사가 억울하게 되었다는 말을 입에서 입으로 전해듣고 동조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김 후보가 지난 14일 내란방조의혹을 제기했던 이후보를 경찰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종근 강현욱 전 민선지사가 김 후보 선대위에 합류하자 이 후보측을 긴장시키고 있다. 남성고 선배인 유 전지사가 이 후보를 밀지 않고 김 후보를 밀어 선거판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지사자리를 놓고 민주당 안방에서 무소속과 한판 대결이 벌써부터 전국적으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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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6.05.17 18:39

[전북칼럼] 더는 속지 않는다, 새만금 희망고문 시즌 2가 되지 않으려면

“민주당 후보만이 새만금을 살릴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와 후보들이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해묵은 ‘새만금 팔이’에 나섰다. 13일, 새만금을 찾은 한병도 원내대표는 현장 간담회에서 “속도감 있는 새만금 사업 추진은 힘 있는 민주당 후보만이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원택 도지사 후보는 당정청 원팀을 KTX에, 무소속 후보를 완행열차에 비유하며 속도전을 강조했다. 지난 35년간 우리가 숱하게 들어온 익숙한 서사다. 전북의 표심을 낚는 꿀단지로 새만금을 이용해 온 이들은 선거 때마다 중앙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속도감 있는 추진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 엄청난 힘으로 지난 수십 년간 민주당이 새만금에서 해온 일이 무엇인가? 그들이 자랑하던 원팀의 성적표는 참담하다. 준설을 하는 만큼 썩어가는 새만금호와 생태계가 붕괴된 방조제 앞바다, 예산만 축내는 지지부진한 공정률, 덩그러니 남아 있는 잼버리 부지의 글로벌센터가 그들이 자랑하는 새만금의 실체다. 방향이 잘못된 열차는 빠를수록 더 큰 참사를 부를 뿐이다. 새만금이 답답한 사업의 전형이 된 것은 환경단체 때문이 아니라, 수질 개선과 미래 비전 없이 땅부터 보여주자는 개발 속도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토목 공사에만 매몰된 정치권의 무능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가 원하면 다 된다”는 김윤덕 국토부 장관의 발언은 공공의 자산을 기업의 요구에 바치는 행정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 현대차의 투자가 전북에 기회인 것은 분명하나, 그것이 밀실 협약과 비공개 정책 결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수라갯벌 등 생태계의 보루인 농생명용지 3공구를 현대차의 발전소 부지로 헌납하는 방식은 35년 실패의 역사를 되풀이하는 졸속 개발의 연장일 뿐이다. 현대차 투자는 새만금의 기회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밀실에서 투자 협약이 이뤄지고, 사업 내용은 베일에 가려진 채 일부 부처와 기업의 이해관계로만 정책이 결정된다면, 그 기회는 또 하나의 특혜 개발이자 실패한 국가사업으로 전락할 뿐이다. 대통령조차 새만금의 현실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새로운 전환을 언급하는 이 시점에, 지역 정치권만은 여전히 썩어가는 물 위에서 장밋빛 신기루를 그리며 표만 얻으려 한다. 새만금은 속도가 아니라 혁신이 필요하다. 수질 개선을 위해 호내 관리 수위를 높여 조력발전의 경제성을 확보하고, 무분별한 매립 대신 기존 조성된 부지의 완성형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농생명용지를 산업단지로 전용하는 꼼수 대신 영농형 태양광과 해상풍력을 연계한 에너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수라갯벌과 해창갯벌 등 생태 거점을 보존하며 지역과 상생하는 개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제 새만금 공약만으로는 표심을 얻을 수 없다. 도민들은 대기업의 낙수효과만을 기다리는 천수답식 경제가 아니라, 지역 자원을 활용한 내실 있는 발전과 중소기업 중심의 자립적 경제 구조를 원하고 있다. 지역 소멸 위기 대응 같은 민생 공약이 새만금 속도전에 가려져서는 안 된다. 이번 선거가 ‘새만금 희망고문 시즌 2’가 되지 않으려면, 기득권의 오만함을 버리고 새만금의 판을 새로 짜라는 도민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방향 잃은 KTX는 탈선 열차가 될 뿐이다. 죽어가는 새만금호와 도민의 삶을 살릴 길은 속도가 아닌 공존과 지속 가능성에 있다. 민주당은 뼈를 깎는 성찰을 통해 혁신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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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17 18:39

[열린광장] 동학농민혁명 정신, 이제 헌법 전문으로

5월은 짙은 녹음으로 푸르르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역사의 결은 어느 때보다 깊고 묵직하다. 부패한 권력과 외세의 침탈에 맞서 들불처럼 일어났던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이 있는 달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군부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피로 지켜낸 5·18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정신이 깃든 달이기도 하다. 1894년 정읍 고부에서 시작된 동학농민혁명은 만민평등과 자주독립을 외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그 뜨거운 함성은 항일 독립운동을 거쳐 4·19 혁명과 5·18민주화운동, 촛불 혁명, 빛의 혁명에 이르기까지 우리 현대사에 면면히 이어져 왔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 역시 5월 11일 국가기념일 축사를 통해 이 혁명의 숭고한 가치와 시대적 의미를 분명히 짚었다. 대통령은 “동학농민혁명은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자 주인임을 일깨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첫 발걸음”이라고 했다. 아울러 “사람답게 사는 세상, 모두가 잘사는 대동 세상을 꿈꾸며 부당한 권력에 항거하던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은 우리의 가슴 속에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는 1894년 농민들이 간절히 꿈꾸었던 ‘대동 세상’이 오늘날 국민주권 시대의 철학과 정확히 맞닿아 있음을 보여주는 통찰이다. 동학의 정신이야말로 대한민국을 세계가 주목하는 민주주의 국가로 꽃피워낸 원천인 셈이다. 이처럼 동학농민혁명은 우리 헌정사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튼튼한 토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3·1운동과 4·19 민주이념의 계승만을 명시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서술은 대한민국의 근간을 온전히 담아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역사를 헌법에 새기는 일은 현실적으로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최근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으려던 개헌안조차 정치권의 대립에 부딪혀 결국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역사적 정당성이 충분한 사안이라도 정치적 논쟁으로 번지는 순간, 그 본질이 퇴색되고 한 걸음도 나아가기 어렵다는 뼈아픈 현실을 우리는 다시 한번 확인해야만 했다. 그렇기에 동학농민혁명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정치적 셈법을 내려놓고 우리 민주주의의 시발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순수한 역사적 의미에 집중해야 한다. 132년 전 이름 없는 농민들이 낫과 죽창을 들고 나섰던 이유는 대단한 권력을 쥐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원했던 절박한 외침이었다. 이 소박하고도 위대한 꿈은 특정 시대나 정파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 국민 누구나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보편적인 상식으로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헌법이라는 그릇에 담길 자격을 얻게 될 것이다. 정읍은 동학농민혁명이 시작된 역사의 고장이다. 이에 헌법 수록을 향한 험난한 여정에서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묵묵히 앞장서 걸으려 한다. 단순히 유적지를 정비하고 역사를 알리는 수준에 머물지 않겠다. 학계를 넘어 일반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동학의 정신에 온전히 공감할 수 있는 단단한 토대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1894년 농민들의 간절한 꿈은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들의 땀과 눈물이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실리는 날을 차분하고 치열하게 준비하겠다. 5월의 싱그러운 바람에 실려, 동학의 숭고한 정신이 국민 모두의 마음에 깊이 닿기를 간절히 바란다. 유호연 정읍시장 권한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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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17 18:38

[기고] 불 끄는 영웅들, 마음의 불은 누가 끄나

재난 현장과 응급상황의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소방공무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핵심 인력이다. 그러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바라볼 때, 우리는 소방공무원의 헌신 이면에 존재하는 심리적 손상과 정신건강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반복되는 외상 경험은 단순한 스트레스가 아니라 치료와 예방이 필요한 직업성 정신건강 문제이기 때문이다. 소방공무원은 화재, 교통사고, 사망사건, 자살 현장, 아동학대, 대형 재난 등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충격적 사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우울장애, 불안장애, 수면장애, 알코올사용장애, 소진 증후군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특히 외상은 한 번의 강한 사건보다 반복적이고 누적된 노출에서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는 담담해 보여도 감정둔마, 과각성, 악몽, 회피 행동, 짜증 증가, 집중력 저하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많은 소방공무원이 이러한 증상을 직업상 당연한 반응으로 여기며 참고 견딘다는 것이다. 조직문화상 강인함을 요구받는 분위기, 정신과 진료에 대한 사회적 편견, 상담 기록이 인사상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동료에게 약하게 보이고 싶지 않은 심리 등이 치료 접근을 지연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외상 경험의 영향은 근무 시간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반복된 긴장과 스트레스는 수면 부족과 만성 피로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일상생활과 가족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감정 표현이 줄어들거나 작은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의 인내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충분한 회복과 심리적 안전망을 함께 마련해야 하는 조직 차원의 과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소방공무원의 정신건강 지원은 선택적 복지가 아니라 필수 안전 정책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외상 사건 직후 심리적 응급처치, 고위험군 선별검사, 정기 정신건강 평가, 익명 기반 상담체계, 교대 근무자를 고려한 야간·비대면 진료 접근성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PTSD나 우울 증상이 확인될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평가를 통해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수면치료,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 등이 체계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특히 관리자 교육도 중요하다. 부하 직원의 수면 변화, 음주 증가, 분노 조절 문제, 결근, 대인관계 위축 등 위험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고 자연스럽게 치료를 권유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신체 부상은 즉시 치료하면서 마음의 부상은 방치하는 이중적 태도는 더 이상 지속되면 안 된다. 더 나아가 소방공무원 스스로도 ‘아프면 치료받는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마음의 상처 역시 치료 가능한 질환이며,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결코 약함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인식하고 회복하려는 태도는 현장을 지키는 전문가로서의 책임감 있는 행동이다. 소방공무원의 정신건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안전의 문제이다. 현장 대응 인력이 건강해야 판단력과 집중력이 유지되고, 시민에게 더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국민을 지키는 사람들의 마음을 지키는 일, 그것이야말로 성숙한 사회가 갖추어야 할 또 하나의 안전 인프라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소방공무원이 존중받고 보호받는 사회, 그것이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안전의 가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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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17 18:38

[딱따구리] 축제가 돼야 할 선거, 혐오와 막말로 얼룩진 전북 정치

선거는 민주주의의 대축제다. 원하는 후보를 선택하고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선거는 경쟁이지만 동시에 축제여야 한다. 그러나 최근 전북의 도지사 선거판을 바라보면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한둘이 아니다. 정책과 비전 경쟁은 실종되고, 혐오와 막말, 조롱과 편 가르기만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극성 지지자들의 행태는 도를 넘고 있다. 상대 후보를 향한 원색적 비난과 욕설은 기본이고, 온라인 공간에서는 상대를 조롱하는 글들이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장점과 정책을 알리기보다 상대 후보를 흠집 내는 데 더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심지어 한 극성 지지자는 단체 대화톡방에 “서로 힘 모아 미친X 김관영 XX버리자. 이원택 홧팅”이라는 입에 담기 힘든 표현까지 올렸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를 말리는 분위기보다 일부 참여자들이 ‘엄지척’으로 동조했다는 점이다. 정치적 반대는 있을 수 있지만, 상대 후보를 사람 취급조차 하지 않는 혐오 표현과 집단 조롱이 아무렇지 않게 소비되는 현실은 분명 심각하다. 선거가 과열되면서 이른바 수십 편의 장문 글을 연달아 올리며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데, 겉으로는 “존중한다”고 적어놓고 결국 끝은 상대 비난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논리도 맞지 않는 음모론과 과장된 주장까지 뒤섞이면서 사실상 흑색선전에 가까운 모습도 적지 않다. 선거 구도 역시 과열 양상이 심상치 않다. 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무소속 김관영 무소속 후보를 향해 날 선 공격을 이어가는 모습은 솔직히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당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위원, 사무총장까지 나서 이미 제명된 무소속 후보를 집중 공격하는 장면은 마치 거대 정당이 한 사람을 몰아세우는 듯한 인상까지 준다. 더 우려되는 것은 김관영 후보를 지지하는 도민들까지 ‘해당행위 조사’ 운운하며 압박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이라는 거대한 조직과 힘을 가진 정당이라면 무소속 후보와 정책과 비전으로 당당하게 경쟁해 승리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당 전체가 특정 후보 공격에 집중하는 모습은 오히려 조급함과 불안감으로 비쳐진다. 그만큼 이번 전북도지사 선거가 초접전이라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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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강모
  • 2026.05.14 17:29

[오목대] ‘쌍발통’과 ‘양날개’

‘참다래 아저씨' 정운천 전 국회의원이 전북에 남긴 정치적 여운은 여전히 인상적이다. 고려대에서 농경제학을 공부한 청년 정운천은 전남 해남으로 내려가 농사꾼이 됐다. 지금 처럼 신발에 흙을 묻히지 않고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스마트팜도 없었던 시절에 명문대를 나온 낯선 청년이 농사를 지어보겠다고 나타났으니 동네 주민들에게는 매우 놀랄 일이었을 것이다. ‘가장 낙후된 곳에서 기회를 찾으라’는 신념으로 농사를 시작했다는 그는 30여 년간 전업 농부의 외길을 걸었다. 수입 키위에 맞서 국산 재래종 ‘참다래’를 보급하고, 1991년 한국 최초의 농민 주주 회사 ‘한국참다래유통사업단’을 설립해 농업의 기업화를 이끌었다.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참다래 아저씨’로 소개된 그는 우리나라 신지식 농업인의 상징이 됐다. 농업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2008년 이명박 정부 초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임명됐지만 광우병 촛불 집회가 일어나면서 취임 5개월 만에 사퇴했다. 고향 전북에 돌아와 지역주의 타파를 부르짖으며 ‘쌍발통’을 외쳤다. 지성이면 감천,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외발 자전거는 쓰러지지만, 여야라는 두 개의 바퀴(쌍발통)가 있어야 전북이 전진한다”는 그의 외침에 지역 유권자들이 화답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전주시을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되며 전북에서 20년 만에 탄생한 보수 정당 국회의원이란 기록을 세웠고,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재선에 성공했다. 20대 국회 4년 연속 예결위원 기록을 세웠고, 21대 국회에서도 예결위 활동을 이어가며 7년 연속 예결위원을 맡아 전북 예산 확보에 기여했다. 그러나 ‘쌍발통의 꿈’은 윤석열의 내란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쌍발통에 이어 전북에 ‘양날개’란 새로운 구호가 등장했다. 진보당의 6.3 지방선거 캐치프레이즈다. 진보당의 ‘양날개’는 주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 노동자와 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를 상징한다. 지역에서는 주민들과 호흡하는 정치, 중앙에서는 진보적 대안을 제시하는 선명 야당이 되겠다는 전략적 구호다. 정운천의 ‘쌍발통’이 여당과 야당의 ‘협치와 소통’을 강조했다면, 진보당의 '양날개'는 주민의 삶과 진보적 가치를 강조한다. 정운천의 ‘쌍발통’이 중앙 정부의 예산을 전북으로 가져오는 ‘상향식 통로’를 강조했다면, 진보당의 ‘양날개’는 주민의 목소리를 정치로 밀어 올리는 ‘하향식 뿌리 정치’에 가깝다. ‘쌍발통’과 ‘양날개’의 형태는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독점은 정체를 낳고, 경쟁은 혁신을 낳는다’는 시장의 진리다. 특정 정당의 독점으로 인한 폐해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공천은 곧 당선’이란 인식으로 검증은 느슨해지고, 정책 경쟁은 실종된다. 경쟁자가 없는 시장에서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듯, 경쟁 없는 정치판에서는 선거가 끝나면 머슴이 주인이 된다. 유권자가 주인이라는 것을 보여줄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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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인석
  • 2026.05.14 16:35

[금요수필] 굽은 가지의 미학

어느새 바람결이 싸늘하다. 근래 가장 무더웠던 여름 기운이 채 가시기도 전 겨울이 문턱까지 도래했다. 뒤엉킨 화단을 보며 내 마음도 그처럼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동안 미루어둔 정리를 시작했다. 화단의 꽃과 나무들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제멋대로 번지고 뒤엉켰다. 이번엔 모두 걷어내고 대신 그 자리에 소나무 한 그루를 심기로 했다. 우리 집 화단은 비록 소나무들이 좋아하는 넓은 공간과 햇빛, 바람길을 갖추지 못했지만, 나는 그들에게 자리를 내주듯 공간을 넓히고 흙을 채웠다. 땅이 조금 넓어졌을 뿐인데 마음도 함께 넓어진 것 같았다. 며칠 후 소나무가 도착했다. 세월이 비틀어 놓은 흔적을 고스란히 품은 적송이었다. 천연기념물 제290호 자목(子木)이다. 가지는 곧지 않았지만, 용트림하듯 굽은 선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그 굽음은 모진 역경을 버틴 세월의 증거처럼 보였고, 내 삶과도 많이 닮았다. 우리 삶도 이렇게 비틀리며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날 이후 화단 기운이 달라졌다. 좁았던 공간이 넓은 정원처럼 느껴지고, 흙냄새가 은근히 코끝을 유혹했다. 햇살은 소나무를 중심으로 반짝였고, 그늘이 단정하게 드리워졌다. 바람이 굽은 가지 사이를 스쳐 지나며 솔 향을 흩뿌렸다. 화려한 꽃 대신 푸른 침엽이 자리를 지키자, 공간 전체가 차분하고 묵직해졌다. 나무 한 그루가 이렇게 집안의 표정까지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어릴 적엔 소나무가 흔한 나무라 여겼다. 사계절 내내 푸르고, 어느 산에서나 볼 수 있고, 특별할 것도 없이 그저 흔해빠진 존재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세월을 지나며 사철 모진 비바람과 뜨거운 해볕, 그리고 차가운 눈보라를 온전히 견디며 빛을 잃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자체가 말 없는 삶의 언어라는 것을 알았다. 소나무는 햇빛을 향해 자신을 비틀고, 바람을 피하듯 가지를 눕힌다. 그 굽음은 억지가 아니라 순응이다. 굽어서 하늘을 품고, 비틀려 땅에 닿는 모습은 세상살이의 태도와 닮았다. 누구나 곧게 살고 싶어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우리를 어느 방향으로든 휘게 만든다. 그 굽음 속에서 우리는 견디며 법을 배우고, 다시 일어서는 힘을 얻었다. 소나무의 껍질은 거칠고 따뜻하다. 세월의 켜가 쌓여 갈라진 틈마다 송진이 맺혀 호박빛으로 반짝인다. 상처가 많다는 것은 오래 견뎠다는 증거다. 굽은 가지와 갈라진 껍질이야말로 나무가 지나온 세월을 말해주는 언어다. 비 오는 날이면 잎사귀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묘한 위안을 준다. 삶은 완벽한 직선이 아니다. 굽은 선이기에 품을 수 있는 하늘이 있다. 굽은 가지가 들려주는 미학은 언제나 내 삶을 돌아보게 한다. 나는 오늘도 소나무 가지 아래서 삶의 길을 다시 배운다. Δ윤철 수필가는 김제에서 태어나 공무원으로 정년퇴직을 했다. 전북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전북수필문학회 회장, 종합문예지 <표현> 편집위원, 전북협 이사, 에세이스트작가회 이사, 행촌수필문학 이사직을 맡았으며 저서로 수필집 <칸트에게 보내는 편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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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6.05.14 15:30

[사설] 화재진화차 확대로 취약지역 ‘안전 격차’ 해소해야

도내 소방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화재진화차 도입 확대가 시급하다. 최근 군산 어청도 화재 당시 화재진화차가 초기 진압에 결정적 역할을 하며 실효성을 입증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이러한 장비조차 없는 취약 지역의 위태로운 현실을 잘 보여준다. 화재 대응에서 시간은 생명과 직결된다. 하지만 진안·무주·장수 등 산간 오지와 수많은 섬, 긴 해안선을 가진 고창·부안 등 전북의 지리적 특성은 소방차의 신속한 접근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좁은 농로와 굽이진 산길 탓에 가장 가까운 소방관서에서 출동하더라도 20~30분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초기 5~10분 대응에 따라 피해 규모가 결정되는 화재 특성상, 이러한 시간 공백은 사실상 ‘방치’나 다름없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도입된 화재진화차의 역할은 지대하다. 1톤 소형 차량을 활용해 기동성을 높인 이 장비는 정규 소방력이 도착하기 전까지 불길의 확산을 막는 ‘안전 보루’ 역할을 한다. 어청도와 개야도 등 이미 배치가 완료된 12곳의 사례는 화재진화차가 주민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잘 보여준다. 문제는 이러한 혜택이 일부 지역에만 국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현재 추가 배치를 검토 중인 고창 심원면 외에도 소방 장비가 절실한 취약 지역은 도내에 수두룩하다. 심원면 의용소방대원들이 소방차 도착 지연을 우려해 사비를 모아 직접 트럭을 개조해 화재에 대응하고 있다는 소식은 공공 안전 서비스의 불균형을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다. 여기에 이미 배치된 장비 중 상당수가 노후화되어 있하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전북의 소방망은 위태로운 수준이다. 물론 근본적인 해결책은 소방관서 신설과 인력 확충이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당장 화마(火魔)로부터 주민을 보호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화재진화차의 확대 배치다. 예산과 효율성을 이유로 도입을 늦추는 사이 주민의 안전권은 침해받게 된다. 거주 지역에 따라 생명을 지킬 기회조차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전북소방본부와 각 지자체는 도내 전역의 소방 도달 시간을 정밀 조사하여 화재진화차가 필요한 취약지를 추가로 발굴하고 예산을 우선 배정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뒤늦은 후회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선제적이고 촘촘한 소방망 구축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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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14 15:25

[사설] ‘5·18’ 46주년, 민주주의 정신 되새기자

1980년 5월, 민주주의를 향한 외침이 광주를 가득 채웠던 그날로부터 어느덧 46년이 흘렀다. 그날의 숭고한 희생을 추모하며, ‘오월 정신’이 오늘 우리 사회에 던지는 준엄한 화두를 다시 가슴에 새겨야 할 때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5·18 민주화운동이 단순한 과거의 사건을 넘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공동체 정신의 뿌리임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5·18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가 올해 ‘오월의 꽃, 오늘의 빛’을 슬로건으로 다양한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전북에서도 기념식과 이세종 열사 추모식, 이세종 장학금 전달식, 전북도민 순례단, 사진 전시회, 학술제 등의 기념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광주 현장뿐만 아니라 전주와 김제 등 각지에서 열리는 행사에 시민들이 마음을 보탤 때, 오월 정신은 특정 지역과 세대의 전유물을 넘어 보편적 가치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올해는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전문에 수록한 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면서 기대가 컸다.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은 단순한 문구 추가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정통성을 완결짓는 중대한 행보다. 하지만 6‧3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추진됐던 개헌 시도는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서 결실을 맺지 못했다.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39년 만에 찾아온 개헌의 기회가 여야 정쟁의 벽을 넘지 못한 점은 5‧18 민주화운동 46주년을 맞는 오늘, 우리에게 더 큰 아쉬움과 과제를 남긴다. 사실 오월 정신은 헌법 전문에 실리느냐 아니냐를 떠나 이미 우리 민주주의의 근간으로 살아 숨 쉬고 있다. 비록 이번 개헌 시도는 무산됐지만, 헌법 전문 수록은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정치권의 과제이자 시대의 명령이다. 그래서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적 가치’로 바로 세우기 위한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결집하는 일도 중요하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완성하는 일은 그 가치를 믿고 행동하는 시민의 몫이다. 정치적 합의가 멈춰버린 자리에서 그 가치를 이어가는 것은 결국 시민의 기억과 실천이다. 지금 우리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응답은 5‧18 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우리의 일상으로 소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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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14 15:09

[금요칼럼] 전작권 전환 조건의 불편한 진실

전시 작전 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 시기를 두고 한미가 서로 다른 견해를 내세우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임기 내 환수를,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은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를 주장한다. 2014년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검토한 필자로서 감회가 새롭다. 2006년 처음 제기된 전작권 전환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장을 달리해 왔다. 그 조건은 첫째 한국군의 군사적 연합방위 지휘 능력 확보, 둘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억제를 위한 동맹의 포괄적인 대응능력 확보, 셋째 한반도 및 역내의 안정적인 안보 환경 조성이다. 조건 충족 여부는 세 단계 평가를 거쳐 검증하게 되어있다. 기본운용(IOC), 완전운용(FOC), 완전임무수행(FMC) 능력 평가이며 2단계를 진행 중이다. 하나같이 계량화가 어려운 정성적 평가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핵심은 우리가 한미 연합군을 지휘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유엔사(연합사) 사령관은 지난 70여 년간 대한민국의 전작권을 행사해 왔다. 반면 북한은 독자적으로 작전권을 행사하며 전쟁 수행 능력을 키워 왔다. 그런 경험이 없는 우리에게 전작권 환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 주도해 온 연합방위 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중히 살펴봐야 한다. 남이 하는 일을 어깨너머로 지켜보는 것과 직접 하는 건 차원이 다르다. 우리 국민의 의견 또한 둘로 나뉜다. 주권 국가의 자존심으로 보는 쪽은 하루빨리, 국가 안보를 우선하는 쪽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할 수만 있다면 전작권은 하루라도 빨리 환수하는 게 좋다. 주인 정신을 가지고 국가 방위 태세를 확립하기 위해서다. 필자는 2015년 연합 작전계획(5015)을 수정하며 이를 실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 계획을 반영하려 했으나 끝내 이루지 못했다. 전작권을 환수하면 작전계획은 물론 훈련계획도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 문제는 전작권 전환 조건의 충족이 과연 현실적이냐는 것이다. 전작권을 환수하며 세가지 조건 외에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다. 먼저, 전작권 환수가 주한 미군에 미칠 영향이다. 지나치게 서두르면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거론되는 시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한 미군은 주둔하는 그 자체로 미국이 제공하는 군사력 이상의 억제 효과가 있다. 다음은 ‘미군은 타국에 군 지휘권을 넘기지 않는다’는 ‘퍼싱 원칙’이다. 법적 효력은 없으나 정서적으로 극복이 쉽지 않은 과제다. 첫번째 조건인 연합 지휘 능력은 미국의 첨단 지휘통제체계에 어떻게 편입하느냐의 문제다. 미국은 육·해·공군을 하나로 묶은 다 영역 지휘통제체계(JADC2)로 전 세계 작전을 지휘한다. 우리 역시 전작권 전환에 대비해 한국형 지휘통제체계(AKJCCS)를 개발해 2015년 전력화했다. 그러나 능력과 보안상의 이유로 미 체계와 연동이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 제공하는 연합전력은 지휘 통제가 어렵다. 두번째 조건은 재래식 3축 체제와 확장 억제전략의 실효성 문제다. 우선 재래식 무기체계를 이용한 3축 체제(킬체인·한국형 대공방어·대량보복)는 근본적으로 핵무기 대응에 한계가 있다. 확장 억제전략 역시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에 대한 최종 권한을 가지는 한 회의적이다. 거기에 미국의 ‘한반도 현상 유지 정책’은 북한의 오판을 불러왔다. 북한이 자행한 3천여 건의 도발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며 핵무기를 개발했고 같은 맥락으로 연합 억제 방안 역시 실행할 의지가 없다고 본다. 세번째 안정적인 역내 안보 환경 조성 역시 중국의 해양 팽창정책을 고려 시 부정적이다. 대만사태와 한반도 분쟁은 동시에 발생할 것이며 중국 견제로 역내 갈등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전환 조건 충족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 진화와 함께 끝없는 여정이다. 그렇다면 전작권 환수는 정책적 판단일 수밖에 없다. 나아가 자체 핵 능력이 없이는 실효성이 없다. 핵 개발을 포함한 독자적인 국방 태세 확립이 시급하다. 국제적 비난과 이런저런 고통은 함께 감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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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14 15:08

[청춘예찬] 도와주는 사람은 왜 늘 부족한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람이 늘 부족한 이유를 “요즘은 이기적인 사회가 되었다”는 말로 설명하곤 한다. 그러나 질문의 방향을 달리해야 한다. 도움은 왜 늘 개인의 희생에 기대는가. 우리 사회에서 돕는 일은 여전히 개인의 선의로 설명된다. 자발적으로 나서서 시간을 쪼개어 헌신하는 사람, 보수를 바라지 않는 사람에 대한 사회의 찬사. 공공의 책임이 개인의 미덕으로 치환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공공의 책임이 미담의 영역에 머무는 구조는 결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선의는 무한하지 않고, 헌신은 자동으로 재생산되기 어렵다. 특정 개인에게 반복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는 결국 헌신적인 사람들을 가장 먼저 소진시킨다. “제가 아니면 누가 하겠어요”라는 미담에 의존하는 구조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사명감은 노동 조건을 대신할 수 없다. 오히려 이에 기대는 구조는 그들의 값어치에 대한 정당한 문제 제기를 어렵게 만들고 침묵을 강요한다. 필수적인 것은 저렴해도 된다는 전제가 있다. 언제나 거기에 있을 테니까. 그리고 당연히 공급될 것이니까 말이다. 팔수록 손해가 나도 괜찮다고 말이다. 수요가 필수적이니 값을 올릴 이유가 없을까. 하지만 공급이 무너지면 그 계산은 첫 단추부터 틀린 것이다. 약이 하나씩 사라지고, 사람이 하나씩 떠나 현장이 비워진 뒤에야 우리는 그것이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알파제약의 알파아세트아미노펜정 500mg의 상한 약가는 11원이다. 퇴장방지의약품 제도가 도입된 지 25년이 넘었지만 가격이 그대로다. 원료비와 인건비, 품질관리 비용 상승이 반영되지 않아, 팔수록 손해가 나는 역마진 구조이다. 채산성 문제로 결국 제약사들이 하나씩 생산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2025년 한 해 동안 공급 중단 의약품 신고 건수는 332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으며, 그중 채산성 부족이 원인인 사례가 106건(38.6%)이다. “대체 가능한 약제가 있어 환자 영향은 제한적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나 이러한 판단이 누적될 때의 결과를 감당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2mg당 약가가 782원에 불과한 아티반 주사제의 국내 유일 생산처인 일동제약이 2025년 말 식약처에 생산 중단을 보고했다. 이 약은 소아 경련 환자의 1차 치료제로서 간 대사 부담이 적어 생명줄과 같은 약이다. 정부는 미다졸람이나 디아제팜을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전문가들은 “작용 시간과 부작용(호흡 억제 등)이 달라 단순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경고한다. 식약처가 대체 위탁생산을 논의중이나, 낮은 수익성 때문에 선뜻 나서는 곳이 없어 난항중이다. 의료 현장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일명 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열악한 처우와 그 값어치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은 보상 구조에 처해 있다. 여기에 법적 구조상 최선을 다해도 쉽사리 수십 억원의 민사배상 판결을 받고 형사처벌의 피의자가 되기도 한다. 저렴한 약가와 수가. 그에 따른 희생은 당연한 것일까. 사명감으로 시작해도 시스템이 받쳐주지 않으면 떠나게 된다. 선의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이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사명감은 구조를 대신할 수 없다. 필수적일수록 그에 걸맞은 조건이 필요하다. 그래야 약이 남고, 사람이 남는다. 11원짜리 약과 소진된 의료진은 우리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국민 건강을 지키는 데 우리는 기꺼이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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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1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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