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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만금특자체, 지방선거 전에 물꼬를 트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대를 모았던 완주·전주 행정통합이 물 건너가면서 새만금특별자치단체로 관심이 옮아가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새만금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자 지역에서도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결론부터 말하면 새만금특자체는 새만금사업을 조기에 완공하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일내 추진했으면 한다. 가능하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매듭짓든지 아니면 물꼬라도 텄으면 한다. ​​특별지자체는 2개 이상의 지자체가 공동으로 특정한 목적을 위해 설치하는 단체다. 공동 지방의회를 꾸려 조례를 만들고, 공동 단체장이 공무원도 임용한다. 새만금지역의 경우 인접한 군산과 김제, 부안이 대상이다. 전북도가 3년 전부터 조례 등을 만들어 주도하고 있으나 첨예한 대립으로 첫걸음도 내딛지 못했다. 새만금특자체는 2024년 전북자치도가 ‘새만금권역 공동발전 전략연구’ 용역을, 새만금개발청이 ‘새만금 메가시티 발전구상 연구’ 등을 실시해 분위기 조성을 이끌었다. 그리고 지난해 3월 군산시·김제시·부안군이 참여하는 특자체 출범을 위한 합동추진단 협약식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김제시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이들의 갈등은 꽤 오래전부터 잉태했다. 2010년 방조제 관할권에 이어 신항만 관할권 문제로 번졌다. 사사건건 대립의 날이 가시지 않았고 결국 서로 간의 반목과 불신으로 일관했다. 시장과 시의회가 나서더니 지역 국회의원과 도지사까지 불똥이 튀었다. 그러나 이러한 땅따먹기 분쟁은 결과적으로 선거 당선을 위한 지역 소이기주의가 근저에 깔려 있다. 점차 왜소해지고 외로운 섬이 되어가는 전북이라는 공동체는 남의 일이고 나만 당선되고 보자는 심리다. 그러나 이제 양상이 크게 변하고 있다. 광주·전남이 통 큰 행정통합을 통해 4년간 20조원의 예산 폭탄을 이끌어내는 등 규모의 경제 없이는 지자체가 소멸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현대차가 새만금에 내년부터 2029년까지 9조 원을 투자해 인공지능(AI)·로봇·에너지 기반 혁신 거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새만금, 나아가 전북에 획기적인 발전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황금 같은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새만금 특자체를 이룰 3개 시군은 물론 특히 김관영 지사와 이원택 의원, 그리고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될 군산지역 국회의원은 이 문제를 책임지고 풀었으면 한다. 이제 싸움만 하지 말고 한발씩 물러나 무엇이 전북이라는 공동체를 살릴 길인가를 숙고해주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3.31 18:48

[사설] 친일잔재 청산 확실히 해야한다

일제치하에서 해방된 지 작년에 80년이 됐으나 역사 청산이 크게 부진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광복회가 지난해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실시한 독립유공자 후손과 국민 대상 정체성 인식조사에서 ‘해방 이후 친일 잔재가 청산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후손 78.0%, 국민 70.9%로 나타났다. 지금이라도 친일 잔재 청산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후손 83.1%, 국민 71.8%에 달했다. 미완의 과제임이 분명하다. 때마침 전북특별자치도가 친일 잔재 청산에 다소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도 스스로 청산대상으로 규정한 인물들의 선양사업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전북도는 지난 2020년 ‘친일 잔재 전수조사 및 처리방안 연구용역’을 통해 도내 친일 잔재 133건을 규명했다. 가미카제 특공대를 미화하는 등 친일 행적이 뚜렷한 인물들을 명백한 청산대상으로 분류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 문화재단 지원사업에서 청산대상으로 지목된 인물을 기리는 특정 단체가 선정돼 자금지원을 받게 된 것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재단 측은 “기획안 내용이 우수하고 제자들에게까지 연좌제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해명했으나 어쨋든 친일잔재 논란을 만든 것은 어설픈 행정이다. 군산시가 운영하는 채만식문학관은 연간 1억3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되는데 친일행적 논란과 관련, 비판적 시각이 없지 않다. 군산의 ‘백릉길(채만식)’이나 고창의 ‘인촌로(김성수)’ 등 친일인사의 호를 도로명주소로 고수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이 있다. 물론 과거에 대한 행적에 대한 비판과 예술 창작에 대한 평가는 별개의 문제로 볼 수도 있겠으나 민족의식 고양이라고 하는 큰 틀에서 벗어나선 안된다. 지금까지도 친일잔재 청산이 완결되지 않은 것은 분명 큰 문제다. 미래세대에 정의로운 역사와 미래를 남기려면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친일잔재 청산에 강한 실행의지를 가져야 한다.차제에 도내 전역에 있는 친일 의심 인사 비석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와 정리도 병행됐으면 한다. 우리의 생활 전반에 걸쳐 남아있는 아픈 역사의 흔적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일정부분 보존의 가치가 있다손치더라도 민족의 정기를 훼손해선 안된다는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거듭 강조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3.31 18:48

[오목대] 호르무즈는 바다가 아니다

바닷길이 막혔다.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을 잇는 사실상 유일한 해상 통로 호르무즈 해협이다. 폭은 대체로 55~95km에 이르지만 실제 유조선이 드나드는 항로는 이보다 훨씬 좁다. 이란 북쪽 해안과 오만의 무산담 반도 사이에 놓여 있고 항로의 상당 부분은 오만 영해에 닿아 있지만, 특정 국가의 바다로만 규정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 해협은 국제해양법의 적용을 받는 바닷길이다. 그럼에도 이 좁은 바닷길을 두고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중동에서 세계 곳곳으로 원유를 실어 나르던 유조선들이 막힌 바닷길 앞에서 항해를 멈추자 세계 시장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왜 이 바닷길이 막히고, 왜 세계가 긴장하는지 묻게 된다. 이 바닷길을 둘러싼 긴장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 시작은 1980년, 이란과 이라크의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토 분쟁으로 시작된 이 전쟁이 길어지면서 이란과 이라크는 상대의 군대가 아니라 경제를 겨냥했다. 서로의 원유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페르시아만을 오가는 유조선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장은 육지에서 바다로 옮겨갔다. 유조선을 공격하는 이른바 ‘탱커전쟁’이다. 그때부터 호르무즈 해협은 더 이상 단순한 바닷길이 아니라 세계 경제를 흔드는 가장 좁은 관문이 되었다. 사실 이 해협의 의미는 전쟁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호르무즈는 오래전부터 교역의 관문이었다. 인도와 아라비아, 페르시아를 잇는 해상 교역로가 이곳을 지나갔고 중세에는 호르무즈 섬을 기반으로 한 상업 왕국이 형성되어 통행세와 중계무역으로 번영을 누렸다. 영토가 아니라 바닷길을 지배해 부를 축적한 드문 사례였다. 16세기 초에는 포르투갈이 점령해 요새를 세우고 통행을 통제했으며, 17세기에는 페르시아와 영국이 연합해 포르투갈을 몰아냈다. 호르무즈는 상인들이 주도하는 교역의 바다가 아니라 제국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장악하려는 전략 거점으로 바뀌었다. 20세기 호르무즈의 의미를 다시 규정한 것은 석유였다.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유조선을 공격하는 ‘탱커전쟁’을 거치며 해협은 군사적 긴장의 최전선이 되었다. 그때부터 호르무즈는 세계 경제와 군사 전략이 겹쳐지는 공간이 되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충돌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어지면서 세계가 다시 이 바닷길을 주목하고 있다. 원유와 가스 흐름이 막히자 국제 유가는 급등하고 세계 경제가 요동을 치고 있다. 미국은 해협을 다시 열기 위해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높이고 있지만, 이란은 이에 맞서 통행을 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실상의 통행세까지 내놓으며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서로를 빼앗고 지키는 전장터, 그 바닷길의 긴장이 지금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더 이상 바다가 아니다. 세계의 운명이 통과하는 길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6.03.31 18:47

[위병기의 화룡점정] 안호영 불출마, 김관영과 후보 단일화

민주당 8월 전당대회의에는 정청래 현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전 대표 등 3자가 유력하게 거론되는데 이는 단순히 누가 당권을 잡느냐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차기 당대표는 2028년 23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며 잘만 하면 가장 유력한 차기 집권여당 대권주자로 떠오르게 된다. 대통령을 제외하곤 가장 강력한 권력자로 우뚝 서게 되는 셈이다. 현역 국회의원들도 누가 당대표가 되는가에 따라 정치적 명운이 좌우됨은 물론이다. 지금은 지선 후보들이 도마에 올랐으나 내년 말쯤엔 현재 국회의원들이 죽고사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요즘 지방선거에서 흔히 볼수있듯 컷오프나, 가점, 감점은 명쾌한 원칙에 의해 결정되는것 같지만 이는 포장만 그럴뿐 사실은 실권자가 엿장수 맘대로 하는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차기 당권 경쟁의 핵심은 과연 이재명 대통령이 당청관계의 조타수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하는 점인데, 지방선거 진행과정도 전당대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있다. 최근 들어 전북 지방선거 구도가 급변하고 있다. 우선 도지사의 경우 1차 경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김관영-안호영 연대 구도가 확실해졌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참조) 1강(김관영), 1중(이원택), 1약(안호영)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당연히 2차 결선투표까지 갈 것으로 전망됐으나 안호영 후보가 지사직 불출마로 결정하면서 환노위원장에 유임됐다. 지역정가 안팎에서는 최근 들어 김관영-안호영 후보 측이 확실하게 손을 잡았다고 한다. 안 후보측 참모들 사이에서는 “일단 1차 경선까지는 레이스를 하자”는 의견과 “결선 진출 가능성을 분석해서 조속히 결단하자”는 주장이 맞섰으나 후보가 불출마쪽으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안 후보는 1일 김관영 지사와 정책연대를 공식 피력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안호영 의원이 일단 국회 상임위원장을 맡되 8월 전당대회 직후 굵직한 당직을 맡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있다. 교육감 선거전도 요즘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고 있다. 한동안 소원했던 서거석 전 교육감이 최근 이남호 후보와 손을 잡고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고 한다. 교육감 선거는 2강(천호성 이남호) 1중(황호진) 1약(유성동)의 양상을 보여왔는데 결선 투표가 없기에 지금의 4자구도라면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는 천호성 후보가 유리하다. 그런데 최근들어 중하위권 후보들의 막판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하위권 후보가 승패를 좌우할 수도 있는 캐스팅 보트가 될 거라는 거다. 판을 흔들지 않으면 우열이 뒤바뀌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확산된 때문이다. 전주시장 선거전 역시 요즘 결선 투표에서 캐스팅 보트가 어느 편에 서는가에 따라 결과를 바꿀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민주당으로만 국한할 때 우범기, 조지훈 양강 구도 속 국주영은 후보가 추월하는 양상인데, 2차 결선에 갈 경우 3위 후보가 미는 쪽이 결국 승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3인 모두 “무조건 결선까지 간다”는 확고한 입장이어서 2차 결선때 과연 3위 후보가 누구를 미는가에 따라 승패는 좌우될 수밖에 없다. 우범기 감점, 국주영은 가점 이라는 커다란 변수가 향후 1차와 2차 경선 과정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만우절이지만 4월 1일 발표되는 여러 상황은 거짓이 아닌 현실이다. 화룡점정=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6.03.31 18:47

[새벽메아리] 헌신에 들이댄 불의의 칼날…전주 예수병원의 수난

전주 예수병원은 우리나라 최초 민간 선교병원으로 1898년 진료를 시작했다. 서울 소재 세브란스병원(연세대)보다 6년이나 빨랐다. 외국인 의료선교사들이 의료 황무지였던 호남에 뿌려놓은 사랑의 씨앗이었다. 예수병원이 전북에서 가지는 위상은 단순한 의료기관을 넘어선다. 전북 의료 현대사를 이끈 중심축이자 120년가량의 세월 동안 도민의 생명을 보살피면서 최후의 의료 보루가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예수병원은 당시 문교부로부터 의과대학 설립을 강력히 권유받았다. 하지만 당시 병원장 닥터 씰(Dr. Seel)은 정중히 거절했다. ‘의학 교육보다 선교와 진료가 우선’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권력과 명예보다 소외된 환자 곁을 지키겠다는 선교병원 본연의 소명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오늘의 의료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일깨우는 일화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칭찬받아 마땅할 예수병원에는 오히려 벌이 내려졌다. 처벌의 주체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의 보건당국이었다. 당시 병원들은 의료소모품 비용을 환자에게 전가했다. 원가에 못 미치는 저수가 체계 속 관행이었다. 이는 개별 병원의 탐욕 때문만은 아니었다. 저수가 제도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관계 당국은 이런 관행에 칼을 들이댔다. 하지만 잣대가 불공정했다. 예수병원엔 심한 차별의 칼날이 날아들었다. ‘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며 의료 사업에 뛰어들었던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 거대 재벌병원에 비해서 말이다. 칼날은 동일한 잘못의 대형병원을 제재하는 데는 무력했다. 해당 재벌병원 병원장들이 퇴직한 후에야 비로소 ‘약식기소’로 적당히 마무리한 것이다. 보건당국은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대형병원에 사실상 면죄부를 쥐어줬다. 반면, 정직하면서 위민 헌신한 예수병원에는 예리한 칼을 휘둘렀다. 이른바 ‘본보기’였다. 당시 예수병원은 소비조합을 통해 수익 구조를 투명하게 운영했다. 그러기에 금지된 관행의 적발이 아주 용이했다. 예수병원에 7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과징금 폭탄을 투하했다. 병원 존립을 위협받을 정도의 거액이었다. 지역민의 건강권을 지켜온 최초의 선교병원에 대한 대접치곤 너무나 지나쳤다. 가히 권력의 횡포였다. 의대 설립이라는 도약의 기회조차 마다하며 인술(仁術)만을 위해 땀을 흘려왔던 선교병원의 순수한 정신은 무참히 짓밟혀야 했다. 의료 현대사의 굴곡진 민낯이다. 전북 도민의 이름으로 반드시 바로잡혀야 할 대목이다. 예수병원은 국가가 제 기능을 못 하던 시절부터 전북 의료를 지켜왔다. 이런 병원에 상을 주지는 못할망정 ‘부도덕한 병원’이라는 낙인을 찍고 방치해선 안 될 일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당시의 잘못을 인정하고 낙인을 지워줘야 한다. 예수병원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 아울러 오늘의 지역 의료 문제점도 돌아봐야 한다. 지역의료원에 인센티브가 박한 신포괄수가제 등 정책 설계를 고쳐 지역 거점병원들이 겪는 ‘착한 적자’를 정당하게 보상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최초의 선교병원으로 착한 병원을 지향했던 예수병원이 겪은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오늘날 지역 의료가 처한 위기의 뿌리와도 같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제라도 진정성 있는 사과와 구제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평생을 지역 의료에 투신한 원로 의료인들과 예수병원의 한을 풀고 굴곡진 역사를 바로잡은 길이 될 것이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지 않는 국가에게 미래는 없을 것이다.

  •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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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31 18:44

[기고] 환절기 악화되는 건선, 늦기 전에 진단과 치료를

일상을 가장 심하게 괴롭히는 피부 질환에는 무엇이 있을까? 건선과 아토피피부염이 단연 1‧2 위일 것이다. 건선이 협심증이나 고혈압 보다 삶의 질에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놀라운 과학적 논문도 존재한다. 요즘 같은 환절기는 특히 건선 환자들에게 가혹한 계절이다. 큰 일교차는 피부를 더욱 거칠게 만들고 건선 환자의 피부 각질이 두꺼워지는 불쾌한 경험으로 고통받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건선은 ‘피부가 건조해서 생기는 병’으로 오해하는데 건선은 단순히 피부가 건조한 질환은 아니다. 주로 무릎, 팔꿈치, 얼굴, 두피 등 노출된 부위에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눈에 쉽게 띄게 된다. 타인의 눈에 자신의 피부 상태가 쉽게 파악된다는 점 때문에 정신적 부담이 크고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는 등 환자들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건선은 아토피나 습진 등 다양한 피부 질환과 쉽게 혼동될 수 있다. 잘못된 치료를 오랫동안 받아 병을 악화시키거나, 민간요법이나 식품 등에 의존해 병을 오랜 기간 진행시키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렇게 건선이 오래 진행되면 피부뿐만 아니라 다른 신체 부위에도 영향을 미치게돼 손가락, 허리 관절염이 유발될 수 있고, 최근에는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가 있어, 조기에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선은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지만, 최근 여러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피부 증상을 최소화하고 합병증의 위험을 잘 관리하면서 보통의 삶을 누릴 수 있는 질환으로 여겨지고 있다. 건선의 치료로는 바르는 약을 일차적으로 사용하며, 특정 파장의 자외선을 이용한 광선치료를 시행한다. 바르는 약이나 광선치료로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때, 또는 빠른 치료 효과를 원할 때는 먹는 약, 혹은 주사를 통해 건선을 호전시키는 약물 치료가 진행된다. 광선치료나 기존 약물 치료에 충분한 호전을 보이지 않는 환자들에게는 생물학제제가 사용된다. 건선 환자의 몸속에는 염증을 일으키는 특정 단백질이 과도하게 증가되어 있다. 생물학제제는 이들을 차단하거나 억제해 치료하게 되는데, 최근 개발된 여러 생물학제제는 전신 치료제에 비해 효과는 뛰어나고 부작용은 적다는 장점이 있다. 생물학제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약물 치료에 충분한 호전을 보이지 않았던 환자들에게도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치료제의 부작용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이다. 치료 효과 측면에서 생물학제제는 매우 고무적이다. 치료 후 환자의 90%가 건선 병변의 90%가 소실될 정도의 놀라운 효과를 보인다. 이러한 생물학제제를 선택할 때는 환자마다 건선의 진행 정도와 양상, 동반 질환 등이 모두 달라서 피부과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생물학제제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건선은 환절기에는 증상이 쉽게 악화되는 만큼, 정확한 진단과 검증된 치료를 조기에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편함을 혼자 견디기보다는 전문 의료진과 상담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 계획을 세우면 오랜 기간 고통이었던 건선을 어는 순간 잊고 지내는 삶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박건 원광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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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31 18:44

[사설] 민주당 공천 공정성과 신뢰가 흔들린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했다. 사람들의 믿음이 없으면 존립할 수 없다는 뜻인데 정치나 정부는 신뢰를 잃어버릴 경우 존재할 수조차도 없다는 거다. 특히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와 관련, 전북의 맹주인 민주당 안팎에서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공정성과 신뢰가 크게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정당은 공천과정에서 신뢰를 크게 잃고 있고 상당수 후보들은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기는커녕 상대방 흠집내기로 일관하면서 유권자들의 염증을 키우고 있다. 그런가 하면 수사기관도 선거사범 수사와 관련, 차일피일 결론을 미루면서 원래 의도는 그렇지 않겠지만 결과적으로 특정 후보가 흠집나는 경우가 있다.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뇌물수수 의혹으로 수사해 온 정성주 김제시장을 불송치 했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다만 경찰은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는 전 김제시 국장 A 씨와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간판업체 대표 B 씨, 전 김제시청 청원경찰 C 씨 등 3명은 불구속 송치했다. 작년 8월 말 C 씨는 경찰에 ‘C 씨가 지난 2022년 12월과 2023년 8월 B 씨가 건넨 8300만 원을 정 시장과 A 씨에게 전달했다’는 내용의 진정을 제기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경찰의 애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사가 길어지면서 막바지 공천 경쟁에서 후보자가 겪었을 고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여러차례 압수수색까지 진행한 만큼 진작 결론을 내렸어야 함에도 시간이 지연되면서 후보자는 늘 컷오프의 살얼음판을 걸어야 했다. 완주군수 출마 예정자인 국영석 후보는 도당 공관위의 부적격 판정에 불복해 중앙당 재심위원회에서 이의신청을 내 인용 판정을 받았으나 결국 도당 공관위에서 또다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유권자들은 과연 도당이 잘하는 것인지, 중앙당이 잘하는 것인지 잘몰라도 어쨋든 모양새는 우습게 됐다. 그런데 정청래 당 대표가 최근 공문을 통해 예비후보 자격을 취득한 후보의 공천 배제에 우려를 표명하고 경선 참여를 지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한두가지 사례이기는 하지만 지방선거 과정에서 상식이 잘 통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당이나 후보자들이 더 겸허한 자세로 마음을 얻기 바란다. 그게 유권자의 명령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3.30 18:46

[사설] 생명과 직결되는 소방차 진입로 확보해야

소방차 진입은 1분, 1초가 생명과 직결된다. 골든타임에 진입하지 못하면 건물은 잿더미가 되고 무엇보다 생명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재 진압 시 진입로 확보와 소화전 주변 주차금지는 너무도 중요하다. 그런데도 불법 주차 등으로 진입로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소화전을 이용할 수 없어 급수가 불가능한 경우가 흔하다. 생명은 물론 재산과 직결되는 소방차 진입에 시민 모두가 적극적으로 협조했으면 한다. 소방차 진입로의 경우 불법 주차 차량으로 피해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상가나 아파트 밀집 지역, 원룸촌 일대는 도로 양옆을 가득 메운 주차 차량들로 인해 일방통행로로 변해 버렸다. 긴급상황이 발생해도 소방차가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다. 소방청은 폭 3m 이상의 도로 중 장애물로 인해 소방차가 들어가기 어려운 구간을 소방차 진입 곤란 지역으로 정하고 있다. 대부분 이를 충족하고 있지만 실제 상황은 다르다. 불법주정차 차량과 상습 장애물 방치가 주범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18년 개정된 소방기본법은 소방차의 신속한 현장 진입을 위해 불법 주정차 차량을 강제 처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강제처분 사례는 전국적으로 4건에 불과하다. 소방서 관계자들에 따르면 “법으로 밀고 들어갈 수 있어도 민원·보상 문제가 있어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당한 법 집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은 소방관 개인이 아닌 국가가 책임지는 시스템을 확립하고 강제처분에 대해서도 명확한 가이드 라인과 면책 조항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 또 소화전 주변 주차 차량으로 인해 긴급상황 발생 시 급수를 신속히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현행 도로교통법은 소화전 주변 5m 이내 주정차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위반 시 승용차는 최대 9만 원, 승합차는 최대 1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4년(2022~2025년)간 도내 소화전 주변 불법주정차 단속 건수는 총 5042건으로 나타났다. 매년 1200건 이상의 소화전 주변 불법주정차가 단속되고 있는 셈이다. 단속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붉은 노면 표시 레드코트 설치율도 저조하다. 전주시의 경우 2091개의 소화전 중 레드코트가 있는 곳은 600여 곳 안팎에 그치고 있다. 소방차 진입로 불법 주차와 소화전 주차는 나와 이웃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임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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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3.30 18:42

[오목대] ‘본말전도’ 여론조사

‘02로 오는 전화, 꼭 받아주세요.’ 여론조사의 계절이다. ‘아무개를 꼭 선택해 달라’는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넘쳐난다. 각 후보 진영에서 전화가 걸려올 날짜와 응답 방법, 주의사항까지 세세하게 알려준다. 여론조사는 민심을 읽는 보조수단일 뿐이다. 그 자체가 민심의 전부로 취급되거나 최종 결론이 될 수는 없다. 한계도 분명하다. 표본 선정, 질문의 구성, 조사방식과 시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더 큰 문제는 악의적인 조작과 왜곡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실제 그 사례가 드러나기도 했다.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공정성과 신뢰도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가 민심 측정 도구에 그치지 않고,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 즉 조사결과 지지율이 높은 후보에게 표가 더 몰리는 현상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 서부개척시대에 악단이 탄 마차가 요란하게 지나가면 사람들이 그 뒤를 졸졸 따르던 모습에서 유래한 용어다. 실제 지금의 선거 여론조사는 민심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끌고 가는 형국이다. 게다가 주요 정당이 각 선거에서 권리당원 투표와 일반시민 여론조사 결과를 각각 50%씩 반영하는 국민참여경선 방식을 택하면서 여론조사는 공천의 핵심 도구로 부상했다. 결국 여론조사를 통해 당선자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전북에서는 그렇다.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인 선거구도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당의 후보 경선절차가 한창인 지금이 선거운동의 정점이다. 여론조사가 ‘사실상의 선거’로 변질됐다.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됐다. 민의를 파악하는 보조수단이 민의를 결정하는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유권자는 ‘주권자’가 아니라, 여론조사기관이 무작위로 던지는 전화를 받아야만 겨우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수동적 응답자’로 전락했다. 여론조사가 선거의 핵심이 되면서 정책선거는 더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후보들은 지역 현안을 고민하고 정책의 내실을 다지기보다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미지 정치’에 목을 맨다. 정당의 공천은 후보의 도덕성, 정책수행 능력, 지역 공헌도 등을 꼼꼼히 따지는 검증절차가 핵심이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낮은 응답률과 조직적인 응답 유도 등 여론조사의 구조적 한계는 무시된 채, 오직 ‘숫자’만이 공천의 근거가 된다. 결국 정당은 복잡하고 책임이 따르면 후보 검증 역할을 여론조사 기관에 떠넘기고, 후보는 그 숫자를 높이기 위해 세 결집과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수치로만 표시되는 여론조사가 유권자의 판단을 가로막고 예고된 결과를 강요하거나, 아예 최종 결과가 되는 지금의 현실은 분명 문제가 있다. 본말이 전도된 선거 양상을 바로잡기 위해, 여론조사에 넘겨준 정치의 ‘결정권’을 이제는 회수해야 한다. 그 방법과 대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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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6.03.30 18:41

[문화마주보기] 전북 혁신가들이 그리는 로컬 스케일업의 새 지도

전주의 어느 이름 없는 작업실에서 디자이너의 손끝을 거친 한복과 전통 장신구가 방탄소년단의 몸짓을 타고 전 세계로 발신되고 있다. 고창의 붉은 황토 위에서 농민의 땀으로 맺힌 땅콩은 고소한 땅콩버터가 되어 국경 너머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무주의 청년들은 덕유산과 지장산, 대덕산의 굽이치는 능선을 전국 백패커들이 열망하는 성지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최근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북만의 자산을 비즈니스로 확장시킬 중소벤처기업부 ‘로컬창업 기업 육성’ 전북권 주관기관으로 선정되며, 연간 50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하고, 그동안 자체적인 로컬 스케일업 사업이 없던 전북에 숨통을 트이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번 사업은 특히 전북만이 가지고 있는 독보적 서사를 중심으로, 단순한 창업지원이 아닌, 로컬 기반 앵커 기업 육성을 통한 생태계 기반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북의 로컬창업 기업 육성사업은 전북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세 가지 키워드에 집중하여 ‘전북다움’을 비즈니스로 승화시키고자 한다. 첫째, 문화유산(K-Heritage)이다. 천년의 시간을 품은 전주와 익산 등의 역사와 전통문화, 장인정신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동시대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살아 숨 쉬게 하고자 한다. 둘째, 농업(Agriculture)이다, 한국 농생명의 심장부로서 고창, 익산, 김제 등의 생산 역량을 푸드테크와 결합하여,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적 먹거리 비즈니스를 육성한다. 셋째, 자연(Nature)이다. 백두대간의 중심부인 남원, 장수, 무주의 산세 등 천혜의 생태 자원을 활용, 지속 가능한 관광 콘텐츠와 아웃도어 비즈니스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한다. 전북은 이미 ‘로컬 창업의 성지’가 될 완벽한 토양을 갖추고 있다. 농촌진흥청과 한국식품연구원 등 국가급 연구기관이 집결해 있고, 국가식품클러스터와 스마트팜 혁신밸리 같은 강력한 생산 인프라가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구슬도 꿰어야 보배이듯, 뛰어난 연구 성과와 인프라가 창의적 비즈니스 현장으로 물 흐르듯 이어지지 못하는 연계의 부족은 여전한 숙제이다. 기술적 문턱을 낮추고, 연구기관의 지식 자산을 기업의 스케일업 동력으로 전환하는 연결의 미학이 절실하다. 전북을 진정한 로컬 벤처의 요람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정책적 혁신 사다리 관점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바로, 창업가와 연구자의 언어를 이어줄 중간 지원조직의 전문화이다. 특화 액셀러레이터를 육성, 연계하여 해당 기술 이전과 사업화의 가교 역할을 강화해야 하고, 관련기관의 인프라와 기술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벽을 허물고, 공동 프로젝트를 활성화해야 한다. 그리고, 로컬 전용 펀드를 확대 조성하고, 전북의 관광, 농업, 브랜드에 집중 투자하는 민간 주도 펀드를 강화하여, 유망한 기업들이 자금의 가뭄 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로컬창업은 단순히 지역 내에서의 생존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역 고유의 로컬리티를 뿌리 삼아, 혁신적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하고, 국경을 넘나드는 확장성을 증명해 내는 과정이다. 전북만의 창의적 감각과 생산성을 동시에 품고, 흩어진 자원들을 하나로 꿰어내는 정책의 힘이 더해질 때, 전북의 문화, 농업, 자연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날 것이다. 도시와 농촌, 산촌의 모든 혁신가들이 주인공이 되는 전북의 새로운 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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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30 18:41

[경제칼럼] 속도와 방향이 조화를 이루는 감동의 전북경제

경제를 평가할 때 우리는 흔히 성장률이나 투자 규모 같은 ‘속도’에 주목한다.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지가 경제의 성적표처럼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단순한 속도만이 아니다. 속도와 더불어 더 중요한 요소는 바로 방향이다. 아무리 빠르게 달려가더라도 방향이 잘못되면 결국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 전북경제는 어느 정도의 속도로, 또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이다. 건강한 경제는 속도와 방향이 조화를 이룰 때 만들어진다. 방향이 기본요소라면 속도는 감동요소라고 할 수 있다. 건축에서 기초가 튼튼해야 오랜 시간 견디는 건물을 지을 수 있듯이, 경제 역시 올바른 방향이 먼저 세워져야 한다. 음악에서도 멜로디가 탄탄할 때, 템포의 변화는 더욱 큰 감동을 만들어낸다. 멜로디가 충분히 안정적이지 않으면, 빠른 템포는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기보다 소음처럼 느껴지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에서도 기본이 되는 방향이 분명할 때 비로소 속도는 의미 있는 성과와 감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북경제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멀리 내다보는 원려의 지혜”가 필요하다. 안중근 의사는 “사람이 멀리를 내다보는 생각이 없으면 큰일을 이루기 어렵다”는 말을 여순감옥에서 남긴 유묵에 담았다(리더의 길과 지혜). 경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단기적인 성과에 매달리기보다 장기적인 비전과 목표를 분명히 하고, 이를 흔들림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추진력이 중요하다. 지역경제는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방향을 세우고 꾸준히 나아갈 때 변화의 힘이 쌓이고, 그 축적된 힘이 결국 새로운 도약을 가능하게 만든다. 전북경제의 진정한 힘은 거창한 구호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를 연결하고 엮어내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사람과 사람을 잇고, 산업과 기술을 연결하며,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하나의 가치로 묶어내는 힘이다. 특히 사람을 중심에 두는 경제가 중요하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산업의 구조도 끊임없이 변하지만, 결국 경제를 움직이는 주체는 사람이다. 사람을 품고 기술을 융합할 때 새로운 산업이 태어나고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진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교육과 일자리, 그리고 정주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지역에서 배우고, 지역에서 일하며, 지역에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때 지역경제는 지속 가능한 기반을 갖게 된다. 청년들은 지역을 떠나지 않고, 떠났던 청년을 포함한 중·장년은 돌아와 일하고 정착할 수 있는 지역, 기업이 사람과 함께 성장하는 지역이야말로 건강한 경제가 자리 잡을 수 있는 토대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전북형 RISE 정책의 핵심 또한 대학과 지역, 산업을 연결하여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제도적으로 만들어 가는 데 있다. 결국 전북경제의 미래는 ‘사람’에 달려 있다. 사람을 품는다는 것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공감하며, 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책임지겠다는 용기에서 출발한다. 지역사회와 기업이 이러한 가치를 공유할 때 경제는 단순한 생산과 소비의 체계를 넘어 공동체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힘이 된다. 사람을 품는 전북, 사람을 존중하는 전북의 기업문화는 결국 사람을 중심에 둔 전북경제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이 바로 지속 가능하고 행복한 전북, 풍요로운 전북을 만들어 가는 길이다. 이제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전북경제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으며, 우리는 그 길을 어떤 속도로 걸어가고 있는가. 속도와 방향이 조화를 이루는 감동의 전북경제, 그것이 앞으로 전북이 만들어 가야 할 새로운 성장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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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30 18:41

[기고] “나 오늘 투표하러 왔어!”… 우리 지역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입니다.

안녕하세요. 얼마 전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을 통해 인사드렸던 군산시청에 근무하는 박지수 주무관입니다. 강호동, 서장훈씨 같은 쟁쟁한 ‘형님들’ 앞에서 우리 지역을 알리던 그 시간은 제게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방송 이후‘스타 공무원’이라느니‘100만 유튜버’라느니 과분한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카메라 불이 꺼지면 저 또한 우리 지역의 내일을 걱정하고 활기를 잃은 골목상권의 회복을 고민하는 평범한 공무원이자, 제가 사는 동네를 아끼고 사랑하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 돌아옵니다. 방송을 하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습니다. 아무리 최고의 제작진이 기획하고 화려한 출연진이 있어도, 결국 그 프로그램을 완성하는 건 시청자의‘관심’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 지방자치도 똑같습니다. 시청률이 낮으면 프로그램이 폐지되듯, 시민의 관심이 낮으면 지역의 미래는 길을 잃습니다. 많은 분이“선거는 재미없다”,“나와 상관없는 일이다”혹은“누가 나와도 그놈이 그놈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우리가 즐겨 보는 예능 프로그램도 시청자가 자꾸 피드백을 주고 응원을 보내야 더 재밌는 콘텐츠가 나오듯, 우리 동네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유권자가 투표소에 직접 나가 주인공으로서 한 표를 던져야 정치인들도 유권자라는‘시청자’를 의식하며 공감하고 박수 받을 수 있는 좋은 정책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유튜브 영상을 만들 때 조회 수 하나, 댓글 하나에 일희일비합니다. 그게 곧 시민들이 보내주시는 가장 솔직한 반응이자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던지는 한 표 한 표는 정치인들에게는 비판과 격려가 담긴‘실시간 댓글’이자‘좋아요’입니다. 오는 6월 3일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입니다. 도지사·교육감, 시장·군수, 지역구 도의원, 지역구 시·군의원, 비례대표 도의원, 비례대표 시·군의원 총 7개의 선거가 동시에 실시되고, 국회의원 재선거가 실시되는 군산지역(대야면,회현면 제외)은 8개의 선거가 동시에 실시됩니다. 선거기간이 되면 각 선거별(도지사·교육감, 시·군의장 및 비례대표광역의회의원선거)로 방영될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후보자 토론회를 잘 시청해 주시고, 매세대에 배달되는 선거 공보물을 통해서도 정당과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꼼꼼히 비교해 주십시오. 어떤 후보자가 침체된 우리 동네 상권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고,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뛰어놀 공원을 더 멋지게 만들지 세밀하게 살펴봐 주시기 바랍니다. 선거 당일인 6월 3일(수)에 참여하기 어려우시다면, 우리에겐‘사전투표‘라는 기회도 있습니다. 5월 29일과 30일 이틀간 실시되고, 신분증을 가지고 방문하시면 전국 어디서나 여러분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나 오늘 투표하러 왔어!”라고 외치며 투표소 문을 열어주시는 유권자 여러분의 모습이야말로, 한 편의 멋진 유튜브 영상이자, 우리 지역의 내일을 여는 결정적인 장면이 될 것입니다. 6월 3일, 우리 지역의‘주인공’이 되어 주십시오. 유권자 여러분의 투표가 우리 동네의 미래를 밝게 만듭니다. 민주주의라는 축제의 장인 선거, 그중에서도 가장 따끈 따끈한 투표 현장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군산시 공보협력과 박지수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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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30 18:40

[법률 상담] 아파트 주차 스티커, ‘재물손괴’ 논란보다 ‘이웃 예의’가 먼저

내담자는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주차 자리가 없어서 잠시 대놨을 뿐인데 보조석 앞 유리에 주차금지 스티커를 붙여놨다”며 억울해했다. “창피해서 바로 떼려고 했는데 접착력이 너무 강해서 잘 안 떨어졌고, 겨우 뗐는데도 자국이 남아서 애를 먹었다”며 “이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재물손괴죄로 고소할 수 있다고 했다며, 당장이라도 고소하겠다는 듯 거친 숨을 몰아쉬며 흥분한 상태였다. 아파트 관리 규약에 따라 관리실이 무단주차 차량에 경고 스티커를 부착하는 것은 주차 질서 확립을 위한 정당한 행위로 보아 재물손괴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만, 스티커가 쉽게 제거되지 않고, 제거 과정에서 유리에 스크래치가 발생하거나 끈끈이가 남는 등으로 원상복구가 어렵거나 운전자의 시야를 크게 방해하는 운전석 앞유리, 중앙, 사이드미러 등 주행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하거나 운전을 불가능하게 만들면 형법 제366조(재물손괴죄)에 해당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정당한 경고 목적이어도 과도한 부착은 위법 소지가 있다. 반면에 단순히 끈적임이 남지 않거나 물로 쉽게 떼어낼 수 있는 일반적인 경고 스티커나, 스티커를 접착하지 않고 올려두는 경우와 같이 쉽게 제거되는 스티커의 경우에는 손괴죄가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주차관리를 위한 적법한 경고를 위해서는 제거가 용이한 위치에 부착하고 사진 등을 미리 촬영하여 관리 목적임을 증빙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법대로 하자’는 식의 다툼이 진정 이웃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최선일까? 아마도 우리 모두는 ‘법’ 이전에 ‘예의’를 먼저 찾는 것이 성숙한 해결책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법적 처벌이나 스티커 부착은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서로 얼굴 붉히는 고소·고발보다는, 조금 느리더라도 대화와 배려를 통해 성숙한 이웃 간의 예의를 지키는 우리가 되길 진심으로 당부하며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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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30 18:38

[사설] 웅치전적지 성역화 사업 ‘적극행정’을

결사항전 끝에 왜군을 물리치고 곡창 호남평야를 지켜낸 임진왜란 첫 육상 승전지 ‘웅치전적지’가 국가지정문화재 ‘사적(史蹟)’으로 승격 지정된 지도 벌써 3년이 훌쩍 넘었다. 당시 문화재청이 사적 지정을 결정한 것은 웅치전적지가 민족사적 위기 상황에서 호남을 지켜 나라를 구한 구국의 현장으로,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지정을 계기로 지역사회에서는 웅치전적지에 대한 체계적인 성역화 사업, 선양 사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적지 유적 발굴과 보존·관리, 활용 방안을 마련해 역사적 가치와 국가문화재로서의 위상을 전국에 알려야 한다는 요구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진안군 부귀면과 완주군 소양면 일대 총 23만2329m²를 대상으로 ‘임진왜란 웅치전적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해 성역화 사업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후 용역을 통해 종합정비계획은 수립됐다. 그런데 정작 정비사업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지난해 10월 종합정비계획을 국가유산청에 제출했으나 보완 요구를 받았고, 지난달에야 수정안을 다시 제출했다. 또 사업구역 내 토지 매입 협의도 난항이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토지 매입과 행정 절차가 지연되면서 핵심 사업은 첫 단추조차 제대로 끼우지 못한 상태다. 사적으로 지정된 2022년 말 이후 지난해까지 일부 탐방로 정비와 기반시설 개선 사업이 진행됐지만 체감 효과는 거의 없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적극행정’이 요구된다. 우선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종합정비계획 승인부터 받아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국가예산 확보에 역량을 모으고 토지매입도 더 서둘러야 할 것이다. 웅치전적지는 민족사적 위기상황에서 호남을 지켜 나라를 구한 구국의 현장이다. 특히 완주와 진안군민을 비롯해 전북도민에게는 불굴의 의지로 국가를 지켜낸 선조들의 호국정신을 기리고,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는 역사적 장소다. 그래서 웅치전적지 성역화 사업은 과거를 기리는 일이자,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좀처럼 진전이 없다. 사업 추진 동력도 미약하다. 더 늦어진다면 사적 승격 과정에서 보여줬던 지역사회의 관심과 결집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행정의 의지와 적극적인 실행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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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29 18:45

[사설] 복잡한 선관위 후보조회시스템 개편 ‘마땅’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유권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유권자들의 관심은 후보에 관한 각종 정보다. 후보를 판별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이 제한된 상황에서 중앙선관위가 제공하는 이력조회시스템은 후보 판별의 유력한 장치다. 특히 후보자의 전과기록 등 윤리 도덕적 측면은 유권자 선택의 중요한 포인트다. 그런데 중앙선관위의 전과 이력조회시스템에 대한 접근이 너무 복잡하고 까다롭다는 비판이 많다. 이 시스템에 접속해 군산지역 시장·도의원·시의원 후보 50여명의 전과를 전수 조사했더니 후보자 명단 파악부터 개별 전과 조회까지 30분 이상이 소요됐다. 후보자마다 정보가 별도 페이지에 분리돼 있기 때문인데 이름 검색 후 상세 페이지로 재 진입해야 하는 등 시스템 상의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이다. 다른 지역 모두 공통 현상이다, 특히 모바일 환경에서는 화면 제약 때문에 PC보다 조작이 더 까다롭고, 처음 이용하는 유권자나 나이 든 유권자들은 사실상 접근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선출직 공직자들은 공적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청렴성과 도덕성이 중요한 덕목이다. 이는 유권자들의 판단기준이 되고 항상 국민들의 감시를 받아야 하는 덕목이기도 하다. 따라서 간단하고 신속한 정보제공을 통해 유권자들이 올바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관위의 역할이라 할 것이다. 현재 선관위 시스템은 ‘예비후보자 등록현황’을 시작으로 예비후보자명부~시·도지사선거~구·시·군의장선거~시·도의회의원선거~구·시·군의회의원선거~교육감선거 단계를 순차적으로 클릭하도록 돼 있다. 후보자의 범죄경력을 확인하기 위해 30분이 소요된다면 정보 접근성이 생명인 이력조회 시스템은 실패작이다. 조회 시스템은 시스템 접속~지역~선거유형~후보자 등 4단계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유권자 알권리는 후보자와 선거의 핵심 정보를 확인해 투표를 결정할 수 있도록 보장받는 권리다. 유권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장치가 복잡하고 반복되는 절차 때문에 오히려 알권리를 포기하게 만드는 꼴이니 당장 개편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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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3.29 18:44

[전북칼럼] 전북 지역발전, 혁신적인 의식의 대전환이 급선무다

최근 들어 전북 지역은 수십 년 동안 희망고문의 대명사가 되었던 새만금 땅에 현대자동차그룹이 대단위 AI․로봇․수소 산업단지를 구축하기 위해 9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희망에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이처럼 큰 기대와 희망에 차 있는 이유는 그만큼 오랫동안 새만금을 중심으로 한 도민들의 지역발전 염원이 사무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이 시점에서 강조하고 싶은 바는 우리가 지금부터 당장 해내야 할 과제들과 과감하게 바꾸어야 할 것들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우선 현대자동차그룹의 새만금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앞으로 낙후된 도내 전 지역이 역동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터덕거리고 있는 공항․항만․철도․도로 등 물류 교통 인프라 구축이 발등의 불이다. 그뿐만 아니라 전주와 다른 기초단체의 통합으로 지역경제의 튼튼한 성장거점 확보, 지역 차원의 AI 등 첨단기술 인력 양성체계 구축도 한시가 급하다. 그러나 이러한 물리적 해결과제 못지않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지역 내 정치권과 행정당국, 대학, 업계, 시민단체 등 모든 구성체들이 창조적 파괴를 통한 대대적인 지역혁신을 추진하는 것이다. 혁신이라는 말은 과거엔 모험기업의 전용어처럼 여겨졌지만, 오늘날과 같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는 국가나 지역의 성공적인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추진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지역발전을 위한 지역혁신은 기술혁신은 물론 지역정치․행정혁신, 지역사회혁신, 그리고 지역문화혁신 등 매우 넓은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각 분야의 지역혁신은 긴밀하게 연관되어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따라서 지역혁신은 지역의 정치권과 행정당국뿐만 아니라 산업계, 학계, 시민단체 등의 여러 역할 주체, 그리고 지역주민들까지 지역발전을 위한 협력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호 학습 체계를 확립해 나감으로써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즉 지역발전을 위한 지역혁신은 단지 구호를 외친다고 저절로 달성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현대자동차그룹의 야심 찬 새만금 투자뿐만 아니라 향후 연이어 타 기업들로부터 수백조 원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필수요건인 지역혁신을 치열하게 해낼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는가? 외람되지만 낙관적인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다른 분야의 지역혁신은 차치하더라도 우선 지역정치와 행정혁신 측면에서 한 가지 예를 보자. 완주․전주 통합이 전북 지역발전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지역이기주의와 몇몇 골목대장들의 알량한 기득권 유지 욕심 때문에 결국 무산되어 가지 않는가. 그뿐만 아니다. 우리 지역사회는 지금까지 타 지역에 비해 변화와 발전을 위한 과단성이 부족했다. 또한 특질적으로 변화에 대처하는 자세가 너무 느긋하다. 특히 공직사회는 여전히 폐쇄적이고 기업친화적이지 못하며, 세련된 세일즈맨십이 부족하다. 그래서 각종 규제 타파에 앞장서기보다는 오히려 쓸데없는 규정들을 앞세워 자꾸만 얽어매는 데 익숙해져 있다.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면 과거에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마누라만 빼고 모두 다 바꿔야 한다고 했던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결국 우리 지역이 늦게나마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 모든 역할주체들이 가만히 앉아 기업이 들어오길 기다리는 자세를 당장 떨쳐 버리고, 지역혁신 주체로서 과감하게 인식과 행동을 바꾸는 대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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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29 18:44

[열린광장] 장수군엔 특별한 역사가 숨 쉰다

고향인 장수군에서 30여년을 공직자로서 일해왔고, 이제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양한 업무와 매일 연속되는 사무처리와 회의, 결재가 이어져 살다 보니 시간이 덧없이 흘러갔다. 되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 장수가 가진 유형, 무형의 자산들이 떠올라 간간히 후배들에 잔소리처럼 장수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중 현장에서 만난 ‘옛 것’에 대한 소중함이 깊이를 더하는 듯 하다. 돌 하나, 흙 한 줌, 작은 유물 하나가 우리 지역의 가치를 말해 준다고 생각된다. 역사가 남긴 유산의 가치는 많이 있다고 좋은게 아니라 특별함이 중요하다 생각된다. 또한 어떻게 지키고, 어떻게 이야기하고 활용 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사업을 만들고, 예산을 세우고, 주민들과 함께하면서 가치를 더해간다. 장수군의 특별함을 세 가지로 요약해 본다. 첫째, 장수의 땅과 물이다. 장수는 금남호남정맥 줄기에 자리해 있다. 고산지대 넓게 펼쳐진 분지도 품고, 금강의 발원지인 뜬봉샘이 자리하고 있다. 강은 흐르며 길을 만든다. 사람도 그 길을 따라 오가고, 물건도 함께 움직인다. 그래서 “금강이 장수에서 시작한다”는 말은 그냥 지리 이야기만이 아니다. 장수의 삶과 역사가 다른 지역과 이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금강 첫물이 시작되는 곳, 물이 높은 지역이라 이지역을“長水”라 불리게 됐을 것이다. 둘째, 자원과 기술의 흔적이다. 장수에는 쇠와 관련된 단서들이 있다. 수십 곳의 고대 제철 유적지가 존재하고 있다. 쇠는 농사 도구도 만들고, 생활 도구도 만들고, 무기도 만든다. 쇠를 다루는 기술이 있다는 건 그만큼 사람이 모이고, 물건이 오가고, 힘이 생긴다는 뜻이다. 옛사람들이 어디서 무엇을 얻고, 어떻게 살았는지를 읽을 수 있다. 셋째, 여러 시대가 겹쳐 있는 점이다. 장수에서는 선사시대 흔적도 보이고, 삼국 시대 가야, 신라, 백제와 그 뒤 시대의 흔적도 혼재되어 나타난다. 보통은 한 시대의 흔적이 다른 흔적을 덮어 버리기 쉬운데, 장수는 층층이 남아 있어 비교하며 볼 수 있다. 그래서 장수는 ‘역사의 책장’이 여러 장 남아 있는 곳처럼 느껴진다. 이런 장수의 특별함 중에 최근에 발굴된 삼봉리 산성을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산성이라 하면 보통 “적을 막는 성”이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산성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했다. 물건을 쌓아 두고, 나르고, 관리하는 곳이기도 했다. 행정으로 치면 ‘작은 거점’이다. 삼봉리산성에는 최근에 발굴된 특색있는 유물이 있다. 도량형(度量衡)이다. 도량형은 길이, 무게, 부피를 재는 기준과 도구를 말한다. 쉽게 말해 자, 되, 말, 저울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이게 왜 중요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같은 기준으로 재야 서로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콩 한 되를 판다고 치자. 누군가는 되를 크게 쓰고, 누군가는 작게 쓰면 싸움이 난다. 세금도 마찬가지다. 백성 입장에서는 “내가 왜 더 내야 하냐”가 되고, 나라 입장에서는 “어떻게 공평하게 거둘 거냐”가 된다. 그래서 도량형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사회가 돌아가게 만드는 약속이고, 질서다. 삼봉리산성에서 도량형 흔적이 보인다는 건, 그곳이 그냥 군사 시설만은 아니었을 가능성을 보여 준다. 사람과 물자가 드나들고, 관리가 이루어졌을 수 있다. 말하자면 “규칙이 작동하던 장소”였을지 모른다. 퇴직을 앞두고 이런 생각을 한다. 유산을 찾아내는 것만큼, 찾아낸 뒤에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이다. 첫째, 연구는 어렵지 않게 정리해야 한다. 전문가의 분석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결과는 주민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유물은 무엇이고, 어디에 쓰였고, 왜 중요한가”를 쉬운 말로 풀어야 한다. 그래야 역사가 멋진 말이 아니라, 근거 있는 이야기로 남는다. 둘째, 보존 계획을 꼼꼼히 세워야 한다. 유적은 공개하면 좋지만, 그만큼 상처도 받는다. 비바람, 온도 변화, 관람객 발길이 모두 영향을 준다. 동선과 안전, 관리 방식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이런 ‘조용한 시스템’이 유산을 오래 살린다. 셋째, 전시와 이야기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 장수는 시대가 다양하다. 그런데 그냥 많이 보여 주기만 하면 복잡해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주제를 하나 세우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측정과 질서(도량형)’를 중심으로 삼으면, 산성, 교역, 쇠, 강의 흐름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리고 금강이 장수에서 시작해 공주 쪽으로 흐르듯, 장수의 역사도 다른 지역과 연결돼 있다는 점을 함께 보여 줄 수 있다. 넷째, 교육과 참여가 늘어나야 한다. 국가유산은 주민이 “내 이야기”라고 느낄 때 오래 간다. 학교 답사, 시민 해설, 마을 기록 활동 같은 프로그램이 도움이 된다. 아이들이 직접 길이와 무게를 재보며 “같게 재는 약속이 사회를 만든다”는 걸 배우면, 유산은 과거가 아니라 오늘의 공부가 된다. 마지막으로 개발과 보존의 갈등은 싸움이 아니라 조정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늘 부딪히는 문제가 그거였다. “지킬 거냐, 만들 거냐”라는 질문은 너무 단순하다. 지켜야 할 구역과 활용할 구역을 나누고, 경관과 길을 잘 설계하면 둘 다 살릴 수 있다. 큰 걸 무리하게 끌어오기보다, 장수만의 깊이를 살리는 게 더 오래 간다. 이제 내가 하던 업무도 내년엔 후임자가 할 것이다. 바라는 게 하나 있다. 장수의 역사가 ‘어렵고 먼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 이해하고 자랑할 수 있는 ‘우리 이야기’가 되었으면 한다. 삼봉리산성의 도량형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재는 일은 기술이지만, 결국 서로를 믿기 위해 만든 약속이다. 장수의 역사를 잘 다듬어 나간다는 건, 그 약속을 오늘의 말로 다시 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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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29 18:43

[기고] 새만금 9조 원의 약속, 전북 대도약의 ‘확신’으로 답하다

△봄바람과 함께 찾아온 전북의 대전환 유난히 길었던 겨울이 지나고 전북의 산하에도 봄기운이 완연하다. 그러나 올해 전북을 스쳐 가는 봄바람은 단지 계절의 변화만을 알리지 않는다. 그것은 오래 기다려온 전환의 시작이자, 전북 산업의 지도를 새롭게 그려낼 거대한 흐름의 예고편이다. 지난 2월 대통령 주재 타운홀 미팅과 현대자동차그룹의 9조 원 규모 새만금 투자 발표는 전북이 맞이한 역사적 분기점이었다. 전북은 이제 대한민국 미래 첨단산업의 실증 거점이자 국가 경제의 새로운 중심으로 향하는 문 앞에 서 있다. △9조 원, 전북 역대 최대의 단일 기업 투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약속한 9조 원은 전북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기업 투자다. 새만금에는 AI 데이터센터와 수전해 플랜트, 로봇 제조공장, 수소 스마트도시 조성 등 미래 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차례로 들어설 예정이다. 이는 단순히 공장 몇 곳을 세우는 일이 아니다. 산업의 결이 바뀌고, 지역의 체질이 달라지며, 전북의 내일이 다시 쓰이는 일이다. 약 16조 원에 이르는 경제 유발 효과와 7만 1천 명의 직·간접 고용 창출 전망은 이 투자가 지역의 삶과 경제에 얼마나 깊은 변화를 가져올지 말해준다. 정부 5개 부처와 지자체, 민간이 함께 서명한 ‘7자 협약’ 역시 새만금을 국가 차원의 미래산업 테스트베드로 키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기다림을 확신으로 바꾸는 ‘책임 행정’ 그러나 선언만으로 미래는 오지 않는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이 거대한 약속이 말에 머무르지 않도록 실행 중심의 책임 행정을 곧바로 가동했다. 협약 직후 경제부지사를 단장으로 한 전담 공무원 지정과 현대자동차 투자 지원단을 본격 가동해 인허가와 부처 협의, 인프라 지원, 세부 실행계획 수립, 사업 일정 관리와 현안 해결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내고 있다. 행정이 먼저 움직이고, 현장의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듣고,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체계다. 기다림을 확신으로 바꾸는 힘은 결국 이런 책임 행정에서 나온다. △전북 산업 생태계를 재편할 실질적 동력 이번 투자는 단순한 기업 유치를 넘어 전북 산업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로봇 제조공장은 국내 최초의 대규모 전문 생산기지로 자리 잡고, AI 데이터센터는 지역 데이터 산업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것이다. 수전해 플랜트와 수소 스마트도시는 전북을 수소경제 중심지로 도약시키는 든든한 기반이 된다. 여기에 국무총리 주재 ‘새만금·전북 대혁신 TF’의 출범은 범정부적 지원의 무게를 더하고, 전북특별법 개정을 통한 로봇 실증 특구 지정 논의는 변화에 제도적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산업의 씨앗이 정책의 토양을 만나고, 기업의 도전이 행정의 뒷받침을 얻을 때 비로소 지역은 새로운 성장의 시간을 맞는다. △함께 혁신하고 함께 성공하는 전북 지금 전북은 전례 없는 기회의 문 앞에 서 있다. 정부의 정책 의지와 민간의 과감한 투자가 맞물린 지금이야말로 산업 대전환을 현실로 만들 적기다. 전북특별자치도는 기업의 투자가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지고, 그 온기가 지역 경제 전반으로 번져가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새만금을 중심으로 모인 변화의 바람이 전북 전역으로 확산되어, 그 성과가 도민 모두의 삶 속에 스며들도록 하겠다. 전북의 대전환은 이미 시작되었고, 그 결실은 결국 도민 모두가 함께 누리는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다. 김종훈 전북특별자치도 경제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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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2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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