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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 상담] 부모님의 땀방울 서린 농지, 지혜롭게 물려받는 법

최근에는 은퇴 후 고향으로 내려와 부모님의 가업을 잇는 자녀분들도 늘고 있는데, 이때 가장 큰 현실적인 고민은 단연 세금입니다. 다행히 우리 세법은 농업의 계속성을 돕기 위해 ‘영농자녀 증여세 감면’이라는 파격적인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이 제도의 가장 매력적인 혜택은 5년간 합산하여 최대 1억 원까지 증여세를 100% 감면해 준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증여는 자녀 공제 5,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 세율이 적용되지만, 영농자녀 감면을 활용하면 공시지가 수억 원대 농지도 세금 한 푼 없이 물려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증여 후 부모님이 10년 이내에 돌아가셔도 이 농지는 상속재산 가액에 합산되지 않아 추후 상속세 부담까지 낮춰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치가 공짜는 없듯이 조건은 매우 엄격합니다. 우선 부모님은 농지 소재지 인근에 거주하며 증여일로부터 소급하여 3년 이상 직접 농사를 지었어야 합니다. 물려받는 자녀 역시 만 18세 이상으로서 실제 영농에 종사해야 합니다. 특히 주의할 점은 소득 요건입니다. 부모나 자녀 중 어느 한 명이라도 농업 외 소득이 연간 3,700만 원을 넘는 해가 있다면, 그 기간은 영농 기간에서 제외됩니다.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이름만 올리는 식의 증여는 통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김제에서 20년째 벼농사를 짓는 A씨의 사례를 보겠습니다. A씨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아들 B씨가 귀농하자 시가 4억 원 상당의 논을 증여하기로 했습니다. 만약 B씨가 직장을 그만두고 내려와 실제 농사를 지으며 신고했다면, 자녀 공제와 영농자녀 감면을 통해 세금은 0원이 됩니다. 반면 B 씨가 명의만 넘겨받고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계속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추후 실경작 위반이 적발될 경우 감면받은 세금은 물론 이자 성격의 가산세까지 무겁게 추징당하게 됩니다. 혜택이 큰 만큼 사후 관리도 철저하기에 증여 후 5년 이내에 땅을 팔거나 농사를 그만두어서도 안 됩니다. 부모님의 땀이 서린 농지가 자녀에게 ‘독’이 아닌 ‘득’이 될 수 있도록, 증여 전 반드시 거주 요건과 소득 요건을 꼼꼼히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3.19 16:44

[사설] 관심 밖 교육감 선거, 정말 ‘남의 일’인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후보 공천 일정이 속속 진행되면서 지역사회가 선거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도지사와 시장·군수 등 단체장 후보 경선을 놓고 무대에 오른 후보들 간의 세 대결이 치열하다. 지역의 미래를 선택해야 하는 유권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전북특별자치도교육감 선거는 여전히 관심 밖이다. 치열한 경쟁에 나선 후보들의 이름조차 제대로 모르는 유권자가 적지 않다. 이렇게 각 후보의 교육철학과 정책이 제대로 검증되지 못한 채 선거일만 다가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전북일보와 JTV·전라일보가 최근 전북도민 10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6·3지방선거 여론조사에서 지지하는 교육감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무려 43%에 달했다. 이는 같은 조사에서 도지사 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모름·없음·무응답’으로 분류된 부동층 25%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비율이다. 교육감은 지역의 교육 방향을 결정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닌 자리다. 교육과정 운영, 교원정책, 학생복지와 같은 핵심 사안이 교육감의 판단에 따라 좌우된다. 지역사회의 미래를 좌우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유권자들은 관심이 없다. 특정 후보의 표절 논란과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후보 단일화 추진 등 떠들썩한 이슈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유권자들의 피로감만 키웠다. 정당 공천이 없는 선거 구조 속에서 유권자들이 선택의 기준을 찾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무관심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유권자의 관심과 참여가 줄어들면 후보들은 정책 경쟁보다 지지층 결집과 자극적인 공세에 더 의존하게 된다. 결국 선거는 맹목적 지지층 간의 싸움, ‘묻지마식 진영대결’로 축소될 위험성이 커진다. 무관심의 결과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 나아가 지역사회 전체에 돌아간다. 교육의 방향이 소수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상황을 방치한다면, 그 책임 또한 공동체 모두가 나눠 질 수밖에 없다. 교육감 선거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의 교실, 지역의 학교, 그리고 우리 사회의 내일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이다.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과 참여가 교육의 질을 바꾸고, 지역의 미래를 바꾼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3.18 19:04

[사설] 전북 공연계 양적 성장 넘어 질적 도약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5년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공연시장 총 판매액은 1조7000억원대로 전년 대비 18.8%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문화거점으로 자부해온 전북 공연예술계가 마주한 현실은 차갑다. 공연장을 찾는 관객은 늘었지만, 전북 공연산업의 체질은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광부 보고서는 전북 공연시장의 초라한 내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전북의 공연 티켓 예매 수는 30만 3,507매로 전년 대비 11.8% 증가했다. 도민들의 공연 관람 욕구와 수요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지표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티켓 판매액은 127억원으로 고작 3% 증가에 그쳤다. 전국 평균 판매액 증가율인 18.8%에 훨씬 못 미칠 뿐만 아니라, 23.0% 성장한 부산이나 72.2%나 폭등한 인천 등 타 지역과 비교해도 격차가 뚜렷하다. 이러한 괴리는 전북 공연시장이 질적 성장을 담보하지 못한 채 저가 구조에 안주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국 평균 티켓 가격이 7만 원대인 반면, 전북은 1~2만 원대 저가 공연이나 무료 공연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예매 건수가 늘어도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지역 공연단체들이 티켓 수익만으로 제작비를 충당하지 못해 보조금에만 매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이는 전북 시장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이른바 ‘킬러 콘텐츠’를 유치하거나 제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전북만의 고유한 서사를 담은 대형 레퍼토리 발굴과 브랜드화에 소홀히 한 결과다.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 역량과 콘텐츠 잠재력을 시장 소비로 연결할 유통과 마케팅 기반이 취약한 점 역시 공연시장 성장의 걸림돌이다. 공연예술은 지역의 품격이자 도민의 삶의 질과 연결된다. 전북 공연예술이 ‘문화거점’이라는 이름값을 하도록 대형 공연장들은 단순히 외부 유명 공연을 유치하는 대관 사업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지역 예술단체의 무대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쿼터제’ 도입 등 적극적인 육성 전략을 펼쳐야 한다. 또 공연 콘텐츠 개발, 전문 기획 인력 양성, 광역 단위 유통망 구축 등 공연 산업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창작자가 정당한 대가를 받고, 관객은 수준 높은 공연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예술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3.18 19:04

[오목대] 김민석-정청래 전북민심 잡기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은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고 했다. 이는 호남의 가치를 가장 명쾌하게 표현한다. 그런데 오늘날 민주당의 차기 당권, 대권가도 경쟁구도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 바로 약무호남, 시무국가라고 할 수 있다. 호남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당권도 대권도 없다는 거다. 민주당 권리당원의 ⅓ 가량이 호남에 몰려 있기에 ‘호남은 민주당의 심장’ 이라고 한다. 차기를 노리는 이들에게 호남은 ‘본선 진출권’ 티켓을 거머쥐는 핵심이다.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은 물론, 이재명 대통령도 호남의 지지를 발판 삼아 대세론을 형성했던 모델을 김민석 총리나 정청래 대표가 모를리 없다. 호남에서도 핫 플에이스가 바로 전북이다. 호남의 주도권은 광주전남이고 전북은 변방이라는 인식과 달리 전북이 민주당의 당권, 대권가도에서 한복판에 서게 된 것이다. 당장은 6월 지방선거와 8월 당대표 선거, 멀리는 대권가도를 앞두고, 전북은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치열한 민심 잡기 경쟁을 하는 최대 격전지가 됐다. 퇴임후 익산에서 살고싶다는 김민석 총리는 우선 당장 가족들이 익산으로 이사했다. 그는 국정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전북의 실질적인 발전을 책임질 수 있는 ‘유능한 총리’ 이미지를 강조하며 바닥 민심을 훑고 있다. 수시로 전주, 새만금, 익산 등을 방문하면서 ‘K-국정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도민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정청래 대표 또한 ‘전북의 아들’임을 자처하면서 전주와 순창 등지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잇달아 열고 있다. 정부가 아닌 당이 호남의 지갑을 채웠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방선거의 민감한 시점에 이들은 전북을 찾고 있다. 특히 전북도지사 공천과정을 둘러싸고 김민석 총리와 정청래 대표의 영향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가장 뜨거운 화약고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닌게 아니라 ‘특정후보 지원설’의 진위여부와는 관계없이 김민석 총리의 행사에는 김관영 지사가, 정청래 대표의 행사에는 이원택 의원이 동행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특이한 것은 지난 13일 순창에서 열린 최고위 행사 때에는 김관영 지사와 안호영 의원이 참석, 눈길을 끌었다. 지방선거 공천과정에 정계 실력자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 당권을 염두에 둔 심모원려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달 뉴스토마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당 대표 적합도에서 정청래 대표와 김민석 총리는 오차범위 내에서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 호남민심은 중요하고, 그중에서도 전북의 민심향배가 최대 관심사인듯하다. 유력한 차기 당권, 대권 주자들이 스스로 전북인임을 자처하는 지금 상황은 어쨋든 그동안 변방에 머물렀던 전북이 확실하게 그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호기다. 머지않아 ‘약무전북, 시무당권’이라는 말이 떠돌지도 모르겠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6.03.18 19:04

[의정단상] ‘전북회복’의 기회, 새만금!

지난 2월 말 이재명 대통령님이 전북 타운홀 미팅을 앞두고 “호남권 경제지도가 완전히 바뀔 것입니다”라며, 현대차 그룹과 새만금 9조 원대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이제 새만금은 오랜 희망 고문을 끝내고 진짜 ‘기회의 땅’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도 3월 11일 국무총리 주재 ‘새만금ㆍ전북 대혁신 T/F’ 첫 회의를 열어, 현대차 새만금 투자를 올해 5월까지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이날 T/F 회의에서 국무총리는 “새로운 혁신 성장의 출발이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새만금 투자는 매우 큰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기존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종합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며 계획 마련 속도를 강조했습니다. 30년 넘게 말만 앞서고, 실행은 없었던 전북인들의 염원, 새만금이 개발계획을 구체화하고 이전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하니 매우 반가운 일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통합”이 대세인데도, 전북은 통합열차에 탑승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현대차 투자를 시작으로 이번만큼은 여의도보다 140배 넓은 땅 새만금을 전북이 회복하고 도약하는 기회의 땅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새만금은 재생에너지만으로도 연간 68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새만금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가 가능한 지역입니다. 로봇ㆍAIㆍ수소 등 첨단 신산업을 떠받칠 수 있을 정도로 일조량과 물도 풍부합니다. 이번 현대차 투자도 이러한 새만금의 충분한 재생에너지를 보았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전북이 가진 튼튼한 제조업 기반을 피지컬 AI로 실증화하면, 전북은 우리나라 신산업 발전의 중심지로 발전합니다. 저는 지난 3월 13일 순창에서 열린 민주당 전북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많은 기업이 새만금에 투자하고 이전할 수 있도록 규제혁신과 인프라 지원을 끝까지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새만금공항과 도로, 철도를 차질없이 구축하고, 새만금과 전북 전체를 잇는 물류와 경제 혈맥을 열어야 합니다. 새만금 청사진 위에 산업, 일자리를 얹어야 새만금이 전북도민의 삶을 바꾸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습니다. 정청래 대표도 “다시 뛰는 전북, 다시 뜨는 전북”을 만들겠다고 하면서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최근 이재명 정부의 새만금 투자와 관심에 발맞추어, 전주와 김제 통합논의가 거세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주ㆍ김제 통합은 안으로는 힘을 모으고, 밖으로는 새만금과 바다를 향해 뻗어 나가는 길입니다. 1천 년간 내륙도시로 머물렀던 전주에서 이제 김제와 새만금을 넘어 해양으로 나아가자는 도민의 염원이 반영된 논의라 생각하고, 환영합니다. 이에 호응하듯, 전주시의회와 김제시의회도 전주ㆍ김제 통합 추진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좀 더 활발하고, 적극적인 통합논의로 전북이 “통합”이라는 대한민국 대세를 따라가자는 의미입니다. 새만금이 전북을 바다와 연결하고, 대한민국을 세계로 연결하는 발전을 이뤄내기를 희망합니다. 모처럼 ‘기회와 희망의 땅 새만금’에서 출발한 변화의 시작, 이 통합과 변화, 발전의 흐름에 우리 전북이 대한민국 성장의 새로운 모델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아픈 손가락 전북회복은 또 다른 대한민국 회복입니다. 전주시민, 전북도민과 함께 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성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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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8 19:03

[타향에서] 전북이 ‘골든타임’을 잡으려면

최근 고향 전북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소식에 가슴이 뛰고 있음을 느낀다. 굴지의 기업들이 속속 투자를 결정하면서 전북이 중흥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정치적 위상의 변화다. 현 정부 출범 후 주요 부처 장관에 전북 출신 인사들이 발탁되며 국정 운영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국무회의 참석 권한을 갖는 국무위원만도 4명이나 전북 출신이 발탁됐다. 민간 부문에서도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인 현대자동차와 굴지의 인프라·조선 기업인 HJ중공업이 전북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는 소식은 지역 경제에 새로운 심장이 뛰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탄이다. 정치적 호기와 대기업의 실질적 투자가 맞물린 지금이야말로 전북이 도약할 수 있는 적기다. 그러나 바람이 분다고 저절로 배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다. 돛을 올리고 노를 젓는 맹렬한 노력이 뒤따라야만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 모처럼 찾아온 이 순풍을 전북 백년대계의 동력으로 삼으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공직에 몸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돌이켜 봤다. 첫째, 기업의 투자 방향에 맞춘 ‘맞춤형 지역 인재 양성 생태계’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과거처럼 저렴한 공장 부지와 세제 혜택만으로 기업을 묶어둘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현대자동차의 미래 산업 투자와 국내 조선사인 HJ중공업의 군산조선소 인수가 전북에 온전히 뿌리내리려면,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우수한 인력이 지역 내에서 수급되어야 한다. 지자체와 지역 대학, 그리고 기업이 삼위일체가 되어 학과 개편부터 실무 중심의 교육 과정 신설까지 파격적인 산학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거대한 투자도 결국 일시적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 둘째, 14개 시·군이 ‘소지역주의’의 장벽을 허물고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 뭉쳐야 한다. 큰 판이 벌어졌는데도 내부에서 주도권 다툼이나 지역 이기주의에 매몰된다면 중앙정부의 지원도 대기업의 투자 의지도 싸늘하게 식어버릴 것이다. 도내 핵심 거점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전북형 메가시티’의 비전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알을 깨기 위해 어미 닭과 병아리가 안팎에서 함께 쪼아야 한다는 줄탁동시(啐啄同時)의 지혜가 절실하다. 밖에서 밀어주는 거대한 흐름에 맞춰, 안에서도 한마음 한뜻으로 화답해야 한다. 셋째, 과감한 규제 혁파와 ‘적극 행정’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투자 계획도 거미줄 같은 낡은 규제와 소극적인 행정 처리에 가로막히면 적기를 놓치게 된다. 전북에 온 기업들이 “전북의 행정 지원은 대한민국 최고 수준”이라는 찬사를 보낼 수 있도록 지자체가 나서 투자 유치의 최전선에서 기업의 애로사항을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레드카펫 행정’을 펼쳐야 한다.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내에서 모든 권한을 다해 기업의 도전을 지원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때가 이르면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전북은 지금 그 어느 때 보다 절박함이 필요하다. 정치적 환경과 경제적 투자가 일치하는 타이밍은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다.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10년 뒤 전북의 지도는 눈부신 경제 수도로 바뀔 것이다. 180만 도민과 지자체, 정치권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똘똘 뭉쳐야 하는 이유다. 전북의 진정한 비상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최훈 새마을금고중앙회 지도이사·전 전북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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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8 19:03

[기고] 현대차 새만금 9조원 투자, 성공 방정식

1987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 후보의 공약으로 시작된 새만금 개발은 여의도의 140배에 달하는 국토를 대상으로 총사업비 22조 원이 투입됐지만,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반 조성조차 완결되지 못한 채 표류해 왔다. 또한 역대 여섯 명의 대통령이 선거 때마다 개발을 약속했지만 실행력은 부족했고, 그 사이 농도의 전북 경제는 산업 기반 약화로 GRDP 비중 2.7%, 담세율 1.8%라는 전국 최하위 수준에 머물며 지역 소멸 위험 1군 이라는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지금 현대차의 가장 큰 리스크는 비용이 아니라 시간이다. 지난 2월 27일 새만금 34만 평 부지에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자동차그룹과 전북특별자치도와 정부의 대통령이 AI로봇 수소 산업 투자 MOU를 체결한 것이다. 이는 호남 최초의 첨단산업 메가 클러스터 투자이자 한국 AI 수소 산업의 실증 테스트베드 구축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현대차는 향후 5년간 9조 원을 투자해 추진하는 AI 수소에너지 시티 는 단순한 산업단지를 넘어 국가 미래 산업 생태계 자체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5만장 GPU 기반 AI 데이터센터 구축, 로봇 및 부품 산업 육성, 태양광등 기반 RE100 산업단지 조성, 자율모빌리티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개발, 수전해 수소 생산 플랜트까지 포함한 종합 미래산업 도시다. 이 사업은 약 7만 개 일자리 창출과 16조 원 이상의 경제 유발 효과, 그리고 피지컬 AI 숙련 인재 양성을 기대하게 한다. 이러한 신성장 첨단 사업 성공 여부는 투자 규모가 아니라 추진 속도에 달려 있다. 첫째,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한 전력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초고압 345kV급 변전소와 송전망을 조기에 완공하고, 고농도 산업 폐수 처리시설 등 핵심 기반시설을 신속히 구축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산업의 인프라 지연은 곧 낙오와 투자 위측으로 실패 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 정부와 전북도의 과감한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 AI로봇 실증사업 규제 면제, 수소 생산 운송 인허가 원스톱 처리, 공공기관 보유 데이터 활용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 확대 등 선제적 제도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기술 경쟁은 규제 속도 경쟁이기도 하다. 셋째, 지역사회 통합과 도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군산, 김제, 부안 등 인접 지역 간 이해관계를 넘어 대의를 중심으로 협력할 때 기업은 장기 투자를 결단한다. 지역 갈등은 국내 대형 국책사업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기업은 정치적 약속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안정성과 협력 의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새만금 개발 지연은 정책 변화와 갈등의 반복으로 새만금 방조제는 16년간 환경 논쟁과 사회적 갈등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정주영 회장의 결단으로 완공될 수 있었으나 30여년 기초 터 닦기도 완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국가 전략사업이 부분적 이해 충돌로 멈춰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환경 보호는 중요하지만, 미래 기술 산업과 지속 가능한 발전의 삶에 더 큰 공익을 바라볼줄 알아야 할 것이다. 새만금 의 현대차 AI로봇, 수소에너지 시티의 성패는 기술에 앞서 속도 있는 로드멥의 관의 실행, 지역주민과 정주여건, 산학연 협력의 생태계 구축으로 새만금은 “글로벌 빅테크 혁신 거점” 으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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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8 19:03

[사설] 민주당 전북도당 공정성, 투명성이 없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매사에 공명정대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을 가장 우선시한다. 공정성이나 투명성이 무너졌을 때 우리 사회가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 구태여 사례를 열거할 필요도 없다. 공정성과 투명성이 생명인 선거 과정에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전북의 현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시장군수, 도의원이나 시군의원 공천 과정을 보면 부끄럽기만 하다. 민주당 공천장 하나만 있으면 지방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가 사실상 보장되는 상황 속에서 전북도당의 행태는 실망, 그 자체다. 공관위원이나 심사위원은 명쾌하고도, 보편타당한 논리에 근거하지 않고 친소관계나 자신을 추천한 사람의 오더를 수행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의 16일 논평은 공천 과정의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참여자치는 “6·3 지방선거를 앞둔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의 공천 심사 과정이 불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심사 기준과 결과를 도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전북도당 공관위가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 등 432명의 적격 여부를 심사해 35명을 부적격 처리했으나 결과를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당사자에게만 개별 통보하는 ‘깜깜이 심사’를 고수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심사 기준과 감점 사유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누가 어떤 근거로 적격 판정을 받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전북도당의 폐쇄성은 결국 무성한 억측과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휴대전화까지 수거하며 보안을 강조했던 회의 결과는 공식 발표 전, 특정 언론을 통해 실명과 감점 수치까지 유출되고 있다. 결국 민주당 도당의 공천 시스템은 신뢰성을 상실했다는 거다. 도당 공관위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후보들이 중앙당 재심에서 잇따라 뒤집히는가 하면, 다시 도당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는 등 도통 이해하기가 어렵다. 공천은 단지 민주당 내부의 행사가 아니다. 주민들에게 공직 후보를 추천하는 공적 인 행위다. 지금이라도 명쾌한 해명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도민을 기만하고 무시하는 오만, 그 자체다. 윤준병 도당위원장이 상황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확실하게 해명하고 도민의 이해를 구해야 할 때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3.17 19:49

[사설] 변호사 낀 대규모 전세사기, 처벌 강화하라

주거 취약계층의 전세대출 제도를 악용해 85억원 상당의 자금을 편취한 전세사기 일당 88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총책과 관리책, 모집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전세사기는 제도의 취지를 악용하고 20대 사회초년생 등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악질적이다. 더욱이 변호사, 아파트 시행사 대표, 공인중개사 등 주거 관련 전문가들이 치밀하게 범행을 모의해 지탄받아 마땅하다. 범죄수익을 최대한 빨리 몰수 추징하고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다. 전북경찰에 따르면 사기범 일당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다세대주택을 대상으로 69건의 허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총 85억원 상당의 전세자금 대출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 시기 도입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인터넷 은행의 비대면 대출 심사 허점을 조직적으로 악용했다. 당시는 전세계약서와 주택임대차계약 신고필증만 제출하면 별도의 현장 확인이나 실거주 검증 없이 대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노렸다. 총책을 중심으로 임대인을 모집하는 관리책, 허위 임차인을 모집하는 모집책, 대출 서류를 작성·관리하는 공인중개사 등으로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특히 사회초년생인 20대 등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을 허위 임차인으로 모집한 뒤 대출을 신청해 전세보증금을 받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는 모집책 역할을 맡아 범행을 지원했고, 공인중개사는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허위 전세계약을 홍보하거나 ‘깡통전세’ 거래를 중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대부분 사회초년생인 허위 임차인들에게 명의를 빌리는 대가로 매달 100만~200만원을 지급키로 했으나 돌려막기를 통한 상환능력이 한계에 이르면서 덜미가 잡혔다. 일반적으로 전세사기는 피해자들이 전 재산을 날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전북에서의 전세사기는 임대인과 허위 임차인이 수혜자였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지원 자금을 갉아먹는 범죄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전세사기는 다수의 취약계층을 상대로 한 민생 범죄다. 그리고 피해자가 대규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순히 금전적 손실을 넘어 국민의 생존권과 주거권 등 공동체의 안녕을 해친다. 이번 사기단의 역할별 범죄수익과 배분 등을 철저히 따져 한 푼의 누수 없이 전액을 몰수·추징해 주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3.17 19:46

[오목대] 왕의 초상, 태조 어진

초상화는 단순히 얼굴을 그리는 그림이 아니라 ‘사람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할 것인가’에 대한 시대의 생각을 보여주는 장르다. 그래서 초상화의 역사는 어느 장르보다도 풍요롭다. 우리나라 초상화도 그 역사가 깊다. 고구려 고분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초상화는 조선 시대에 이르러 황금기를 맞는다. ‘조선은 초상화의 왕국’이라 할 정도로 많이 그려졌고 그 수준 또한 빼어났다. 덕분에 조선 시대 초상화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사실적인 초상화의 전통’으로 평가받는다. 조선 시대 초상화 가운데에는 놀라운 경지에 이른 작품들이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초상화가 있다. 극도의 사실성이 요구됐던 왕의 초상, ‘어진’이다. 조선 시대 초상화는 전란을 겪으며 대부분 사라졌다. 게다가 초상화를 사용하다 오래되어 낡게 되면 불태워 없애고 새로 제작하는 관행도 있었으니 원본이 남아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왕의 초상 역시 전란과 화재로 대부분 소실됐다. 오늘날 남아 있는 조선 왕의 어진은 태조와 영조 어진뿐이다. 그 가운데 전신을 그린 초상으로 유일하게 남은 그림이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다. 왕의 초상 ‘태조 어진’이 일반에게 공개된 것은 2005년이다. 111년 만의 외출이었다. 그해 전시실 진열장 유리 너머로 마주한 ‘왕의 초상’은 아름답고 화려했다. 섬세한 필력과 강렬한 채색의 조화, 배채 기법으로 스며든 듯 배어 나오는 색감,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왕의 얼굴은 실재하는 인물처럼 다가왔다. 어진은 단순한 초상화가 아니었다. 왕이 부재한 자리에서도 왕의 존재를 대신하는 정치적 장치였다. 왕의 초상 앞에서 신하들은 예를 올렸고, 국가의 중요한 의례도 어진이 모셔진 진전에서 이루어졌다. 어진은 그만큼 왕권과 국가의 권위를 상징하는 존재였다. 왕의 얼굴을 남기는 일은 그래서 단순한 초상 제작이 아니었다. 왕의 권위와 왕조의 정통성을 기록하는 국가적 사업이었다. 어진 제작에는 당대 최고의 화원들이 참여했고, 여러 차례의 수정과 검증을 거쳐 완성됐다. 왕이 직접 그림을 확인하고 수정하도록 하는 과정도 있었다. 한 사람의 얼굴을 그리는 일이 아니라 왕조의 상징을 만드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태조 어진은 여기에 조선을 세운 창업 군주의 초상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조선 왕조의 시작을 상징하는 이 초상은 단순히 한 인물을 그린 그림을 넘어 새로운 시대의 출발을 상징하는 이미지다. 마침 국립전주박물관에서 태조 어진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경기전을 떠나 박물관 전시실에서 마주한 왕의 초상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문득 초상화가 한 시대가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 600여 년의 시간을 건너온 왕의 초상 태조 어진이 오늘의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과연 한 시대를 만든 인물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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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6.03.17 19:45

[권혁남의 一口一言 ] 회색 코뿔소와 전북의 선택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더라.” 사철가 첫 대목이 이토록 가슴 시리게 들리는 봄이 또 있을까 싶다. 여기저기서 꽃들이 앞다퉈 꽃망울을 터뜨리며 새 생명을 축복한다. 이웃인 전남광주에서도 새 세상이 열렸다고 새봄을 노래한다. 이를 바라보는 전북 도민들의 맘은 씁쓸하기만 하다. 전북은 늘 제 자리다. 도대체 달라지는 게 없다. 우리만 소외되고, 따로 노는 것만 같다. 지역 간 통합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마저 전북 땅을 비켜 가고 있다. 우리 스스로 발로 걷어찬 것이다. 뒤늦게 시동 건 광주와 전남이 먼저 하나 되어 전남광주특별시가 출범한다. 서울특별시에 버금가는 지위와 권한을 갖게 되어 천지개벽을 꿈꾼다. 20조 원의 재정 지원과 수많은 특례, 자율권이 주어진다.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지역 균형발전 정책의 상징적 모델이 된 전남광주시에 엄청난 지원이 따를 것이다. 이웃 지역들은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몸집을 불리며 미래를 향해 나가는데, 전북은 좁디좁은 행정구역 울타리만 움켜쥔 채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2일 안호영 의원의 전주·완주 통합 추진 선언에도 알량한 골목 감투에 눈이 먼 완주군의원들의 강한 반대로 정말로 좋은 기회를 허망하게 날려버렸다. 전주·완주 통합이 삐걱거리자 김제시가 통합하자고 나섰다. 전주·완주 통합이 ‘한 지붕 두 살림’ 통합이라면, 전주·김제 통합은 ‘두 지붕 두 가족’이 담장을 허물고 더 큰 집을 짓자는 것이다. 전북의 심장이자 성장엔진인 전주를 살려 전북 전체를 살리는 길이라면 담장을 사이에 두고 있는 전주·김제 통합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제는 만경평야의 넉넉함을 품은 우리나라 농업의 상징이다. 넉넉하고 풍요로운 김제의 대지 위에 전주의 산업과 문화의 활력이 심어진다면 농업과 산업, 첨단과 생태가 융합된 강력한 성장엔진이 될 수 있다. 분명 전주·김제 통합은 더 넓고, 더 강한 전북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이다. 지역 간 통합은 흡수가 아니라 확장이며, 미래 세대를 위해 늦출 수 없는 선택이다. 완주군의원들과 통합을 반대하는 지역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는 젊은 청년들, 늘어만 가는 빈집과 빈 상가가 진정 안 보이는가? 반 푼어치도 못 되는 알량한 골목 권력을 지키기 위해 자손과 전북의 미래를 버리는가? 훗날 후손들이 “그때 왜 좋은 기회를 놓쳤느냐”고 물으면 뭐라 답하겠는가? 전북은 이미 소멸이 진행되고 있다. 전북의 성장엔진이 꺼져가고 있다. 회색 코뿔소가 달려오고 있는 것을 뻔히 보고 있으면서도 ‘설마 나를 들이받겠어?’ ‘아직은 아니겠지’ 하다가 결국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예고 없이 닥치는 블랙스완과는 달리 회색 코뿔소 위험은 사전에 인지하면서도 안이한 대처나 결단력 부족으로 맞는 재앙이다. 우리 전북이 직면하고 있는 위험이 전형적인 회색 코뿔소다. 지금 전북 앞에는 회색 코뿔소가 지축을 흔들며 코앞까지 다가오고 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네 차례 실패한 전주·완주 사례와 단번에 성공한 전남·광주 사례에서 보듯이 지역 간 통합은 결단과 속도가 생명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미래를 향해 가고자 하는 결단의 용기다. 용기 내어 하나가 될 때 회색 코뿔소를 이겨낼 수 있다. 제발 낡은 울타리를 걷어치우고 통합과 번영의 광장으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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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7 19:45

[새벽메아리] 다문화 시대, 한국어 교육은 준비되었는가

다문화 사회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산업 현장에는 다양한 국적의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일하고 있고, 지역사회 곳곳에는 결혼이주여성과 그 자녀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다. 학교 교실에서도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수도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북 역시 농업과 제조업 현장을 중심으로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이 꾸준히 늘어나며 지역사회의 모습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 비해 우리가 준비한 것은 충분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어 교육은 다문화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임에도 여전히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이주민들에게 한국어는 단순한 외국어가 아니다. 한국어는 일자리를 찾고 병원을 이용하며 행정기관을 방문하고 이웃과 관계를 맺기 위해 필요한 생활 언어이자 생존 언어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노동 현장에서 자신의 권리를 이해하기 어렵고 자녀의 학교 생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힘들다. 결국 언어의 장벽은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기 쉽다. 낯선 사회에서 언어를 배우는 과정은 단순한 학습을 넘어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전북에서 외국인 노동자 쉼터를 운영하며 여러 이주민들을 만나다 보면 한국어를 배우려는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자주 느끼게 된다. 긴 노동 시간을 마친 뒤에도 시간을 내어 한국어 수업에 참여하고 서툰 발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를 또박또박 읽어 내려간다. 그 모습 속에는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살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특히 이주청소년의 경우 언어 문제는 더욱 복합적인 어려움으로 나타난다. 또래 친구들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어렵고 학습 격차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전북 지역 학교에서도 다문화 학생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체계적인 언어 지원은 아직 충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다행히 전북도교육청에서는 다문화 학생들의 학교 적응을 돕기 위해 ‘찾아가는 한국어 교육’을 운영하며 언어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 강사가 학교로 직접 찾아가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은 학생들의 초기 학교 적응을 돕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현장만으로 모든 교육 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렵다. 학교 밖에서도 이어지는 한국어 교육이 함께 이루어질 때 교육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현재 전북에서도 가족센터와 외국인지원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만 교육 기회와 프로그램의 질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농촌 지역이나 산업단지 인근에서는 교육 참여 자체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한국어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들의 처우가 안정적이지 못해 지속적인 교육 체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현실도 있다. 이제 한국어 교육을 단순한 지원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기반으로 바라봐야 한다. 지자체와 교육기관, 지역 단체가 협력해 학교 안과 밖을 연결하는 체계적인 교육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문화 사회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변화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그 변화에 걸맞은 한국어 교육의 준비이다. 한국어 교육의 수준은 결국 우리 사회의 포용성과 준비 정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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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7 19:45

[기고] 이재명 정부 새만금 시대, 전북대학교는 무엇을 할 것인가

새만금 개발 사업은 전북의 미래 100년을 좌우할 국가 산업 프로젝트다. 지난 35년 동안 기대와 좌절을 반복하며 ‘희망고문’이라는 말까지 낳았던 새만금이, 이재명 정부 들어 다시 ‘미래 희망’의 출발점에 서게 되었다. 이제 질문은 하나다.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 지역거점 국립대학인 전북대학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새만금 사업은 군산·김제·부안 일원의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를 막아 조성한 대규모 간척 국책사업이다. 1987년 노태우 후보의 ‘식량 생산기지’ 공약에서 시작해 ‘대중국 교두보’와 ‘환황해 경제권 전진기지’라는 전략적 목표로 확대되었지만, 환경과 수질문제, 경제성 논란, 지역 갈등 등으로 오랜 기간 속도를 내지 못했다. 최근 새만금과 전북에 긴 가뭄속의 단비 같은 희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2월 27일 군산 새만금 컨벤션센터에서 이재명 정부와 현대차그룹 그리고 전북특자도가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2026년부터 2029년까지 약 9조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 AI 데이터센터, 로봇제조·부품클러스터, 수전해 기반 에너지 플랜트, 태양광 산업이 핵심이다. 이는 새만금을 단순한 산업단지가 아니라 AI·수소·로봇·에너지가 결합된 미래 산업 거점으로 가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전북의 산업 구조를 바꾸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전북대학교에도 분명한 도전 과제를 던지고 있다. 새만금 산업을 뒷받침할 인재를 어떻게 키우고 대학 교육을 지역 산업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제는 기존의 교육의 틀을 넘어서는 대학 교육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전북대학교는 그동안 새만금 개발과 연계한 여러 노력을 이어왔다. 2023년 ‘새만금 거점대학-산업도시 구축’ 사업을 통해 이차전지 특화단지, 반도체·방위산업 클러스터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추진했고, 글로컬30 사업에서도 대학-산업-도시 상생(JUIC Triangle) 모델을 구축하며 산학협력 기반을 마련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성균관대, 한양대, 카이스트 등이 산학협력으로 삼성과 맺고 있는 계약학과 도입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전북대학교가 현대차그룹과 협력해 기존 학과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AI·로봇·수소 분야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를 신설하고 공동 커리큘럼과 졸업생 채용 연계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대학과 산업을 연결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산자부에 따르면, 2030년 로봇과 AI 인재 수요가 약 10만 명에 이른다. 이 모델은 전북대 글로컬30 사업과 연계할 경우 2027년부터 운영이 가능하다. 아울러 학부에는 로봇-AI와 AI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융합 전공, 수소·에너지 융합학 시스템 트랙을 신설하고, 대학원에는 AI·수소·로봇 융합대학원 과정을 만들어 대학과 기업이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물론 지역거점 국립대학의 역할이 신산업 인력 공급에 쏠려서도 안 된다. 기초 학문과 인문사회학 부흥, 농생명 분야를 발전시키며 지역과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는 공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새롭게 열리는 새만금 시대의 성공은 지역의 우수한 인재 양성에 달려 있다. 이제 전북대학교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그것이 전북의 미래를 바꾸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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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7 19:45

[사설] 새 주인 맞는 군산조선소, 신조선박 보고 싶다

반쪽 가동으로 도민들의 애를 태우던 군산조선소가 새 주인을 맞았다.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은 13일 HD현대중공업과 군산조선소 자산 양수도(양수 양도)를 위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최종 계약은 실사 과정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지만 군산조선소는 새 주인을 맞으면서 그동안의 단순 부품 제작 공장을 벗어나 신조(선박 건조) 기능이 회복될 수 있게 됐다. 이번 매각을 계기로 군산조선소가 다시 활기를 찾고 전북, 나아가 서해안지역 K-스마트 조선의 전초기지로 발전했으면 한다. 2010년 1조2000억원을 들여 군산 제2국가산단에 들어선 HD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초창기 연간 1조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는 등 전북 경제의 희망이었다. 그러다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이 닥치면서 2017년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5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협력업체 74곳이 문을 닫았다. 그러다 지역의 재가동 요구가 거세지면서 2022년 선박 블록 생산 공장으로 부분 재가동에 들어갔다. 현재는 연간 약 10만t 규모의 선박 블록을 제작해 울산조선소로 보낸다. 하지만 군산조선소는 180만㎡ 규모의 부지에 700m급 도크와 1650t급 골리앗 크레인을 갖춘 국내 최대 수준의 생산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연간 25만t 규모의 조립 능력을 갖고 18만t급 벌크선을 기준으로 연간 12척가량을 건조할 수 있다. 이번 매각 성사는 조선업 업황 회복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와 관련해 활용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욱이 에코프라임의 자회사인 HJ중공업은 특수선과 방산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자칫 장밋빛 전망은 성급할 수 있다. 군산조선소는 오랫동안 공백이 큰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신조 전환을 위해 대대적인 설비 투자를 적기에 하는 게 중요하다. 또 기존 HD현대중공업의 기술 의존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다. 3년 동안 블록 물량을 밀어주고 각종 지원을 해 주기로 했으나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인력 수급도 문제다. 그동안 흩어졌던 필수 전문인력과 협력업체를 모으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에코프라임은 물론 전북자치도와 정부 차원의 지원 역시 필수적이다. 빠른 시일내 군산에서 신조로 생산된 선박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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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3.16 18:24

[사설] 새만금 수목원 공사 지역업체 배제해선 안돼

국립새만금수목원은 총사업비 2115억 원을 들여 2027년 준공 예정이다. 국내 최초의 해안형 수목원인 새만금수목원은 간척지 151㏊ 부지에 조성된다. 올해에는 하수처리시설 설치 등 토목공사는 물론, 전시원 식재 등 조경공사, 온실 건축공사를 하게 된다. 무려 1조7000억 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와 1만6000명의 고용 창출도 예상된다는 거다. 단순히 지역경제를 살려내는 역할에 그치는 게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탄소중립 실현에도 한몫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새만금수목원’ 공사의 자재 납품 과정에서 지역업체가 배제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산림청이 발주한 사업이기는 하지만, 시공사인 DL이앤씨가 자체 기준을 적용해 지역업체 참여를 제한했다는 거다. 만일 사실이라면 지역 상생을 목표로 한다는 당초 사업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게 된다. 집성목 납품업체 선정과정 중 지역업체는 당초 현장에 설치된 시공사 지역사무소를 통해 납품참여 의사를 전달했으며, 진행 과정에서는 참여업체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안내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추후 시공사(=DL이앤씨) 측이 자체 기준 미달 등을 이유로 입찰 참여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영세한 지역업체 입장에서는 최소한 입찰에 참여는 할 수 있어야 하지만 대기업이 엄격한 자체 기준을 정해 현실적으로 납품사업 참여를 봉쇄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보가 누차 지적했듯이 지역에서 추진되는 사업은 일정 부분 지역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게 마땅하다. 지역업체에 가점을 부여하는 것도 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보완장치다. 그런데 산림청 발주 사업에서 지역업체 배제라는 일이 발생한 것은 매우 우려스럽고 유감스런 일이다. 지역업체 납품 논란은 DL이앤씨가 운영하고 있는 협력업체 기준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DL이앤씨는 외주, 자재, 용역, 물품 등 분야에서 신용평가등급 B+~B- 이상의 등급을 받은 업체만 협력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준을 운영, 자칫 지역업체의 참여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실적인 한계가 있겠으나 하도급에서도 지역업체들이 일정 부분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게 바로 상생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3.16 18:23

[오목대] ‘기호지세(騎虎之勢)’ 새만금

떨어지면 끝장이다. 절호의 기회를 잡아 동력을 얻었다. 하지만 어긋나면 파국이다. ‘기호지세(騎虎之勢)’의 형국이다. 길을 헤매다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판세는 단번에 뒤집혔다. 그렇다고 마냥 기세등등할 일은 아니다.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거나 긴장의 끈이 풀어져 등에서 떨어진다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스스로 내려와도 마찬가지다. 정해놓은 궤도를 벗어나서는 안 되는 길이다. 지금 새만금이 그렇다. 30년 넘게 전북도민에게 희망고문으로 남아있던 새만금이 올봄 대전환의 기로에 섰다. 지난달 말 현대자동차그룹의 9조원 투자 발표로, 새만금이 미래 첨단산업의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이를 계기로 중앙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구성된 범정부협의체 ‘새만금·전북 대혁신 TF’도 출범했다. 그야말로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이다. 이제는 멈출 수도, 물러설 수도 없다. 거침없는 질주의 시간이다. 어렵게 잡은 기회를 성과로 만들어내야 한다. ‘2026년, 전북의 봄’이 새롭다. 새만금 잼버리 파행 이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거듭 읊조려야 했던 지년 몇 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지만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으로 또 다른 희망도 키우고 있다. 상처입었던 지역의 자존심도 회복되는 모습이다. 그토록 매달려왔던 대규모 투자유치 과제를 풀어냈다. 30년 넘게 이어져온 ‘희망고문’을 끝낼 기회를 맞았다. 새만금의 시간이 다시 시작됐다. 이전과는 다르다. 시곗바늘을 잠시 세워놓거나 뒤로 돌릴 수 없다. 이번에는 정말 기회를 현실로 바꿀 수 있을지, 전북의 역량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이제 관건은 구호나 선언이 아니다. 과감한 실행이다. 대규모 투자 선언이 실제 산업 생태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치밀하게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재차 길을 묻거나 머뭇거릴 여유는 없다.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는 성과로 답해야 할 시간이다. 이 희망의 봄을 결실의 계절로 이어가야 한다. 그런데 이 중차대한 시점에서 지역 정치권의 행보가 실망스럽다. 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지사 후보 경선 과정에서는 지역의 미래 비전이나 정책 경쟁 대신 네거티브 공방이 난무하고 있다. 또 최일선에서 새만금 개발사업을 지원해야 할 정부기관의 수장은 개인의 정치적 행보를 위해 직을 내던졌다. 지금 전북에 필요한 것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다. 내부 갈등과 분열은 공멸의 길이다. 뜨겁게 달아오른 6·3지방선거 국면에서 전북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지역의 미래를 이끌 적임자’를 자처했다면 갈등과 분열이 아닌 해법을 보여줘야 한다. 모처럼 ‘희망의 봄’이다. 천신만고 끝에 틔운 꽃망울을 활짝 피워내 열매를 맺게 하는 일은 결국 전북의 몫이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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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6.03.16 18:23

[문화마주보기] 초상화, 시간을 넘어선 공감의 순간

1713년, 조선 19대 임금 숙종은 자신의 초상화를 그렸다. 임진왜란 이후, 살아 있는 왕의 얼굴을 직접 보고 초상화를 그리는 일은 처음이었기에 그 진행 과정이 녹록하지는 않았겠지만 비교적 매끄럽게 이루어졌다. 25년 전인 1688년에 경기전의 태조어진을 모사하는 사업을 했었는데, 그 과정이 <태조어진모사도감의궤>(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상세히 기록된 덕분에 참고가 되었기 때문이다. 1688년 경기전의 태조어진은 1410년에 그려진 것이었다. 경기전에서 한양으로 이안(移安)하여 모사한 뒤 완성본을 영희전에 모셨다. 세월이 흘러 영희전 어진이 퇴색하자 1872년에 다시 모사 사업을 벌였는데, 예전에 원본이 되었던 경기전의 어진 또한 오래되어 낡았으므로 한 본을 더 모사하여 경기전에 봉안하고 구 어진은 세초(洗草)하여 묻었다. 이 때 새로 봉안된 초상화가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태조어진〉(어진박물관)이다. 전신상으로 온전하게 남아 있는 유일한 왕의 초상화, 건국 초기에 제작되어 두 번의 모사를 통해 전승된 역사의 산물이며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이 초상화 덕분에 무려 600여 년 전의 인물인 태조의 실제 모습을 지금 우리가 마주한다. 〈태조어진〉의 이성계는 조선의 창업군주로서 화려하고 위엄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당당하게 정면을 직시하는 모습은 한 치의 고민도, 흔들림도 없는 군왕의 카리스마를 내보이며, 그의 왕조가 영원토록 굳건할 것임을 웅변한다. 소매가 좁은 청색 포(袍)에 금실로 직조한 용보(龍補)는 고려의 영향이 남아 있는 복제(服制)이다. 반복적인 무늬와 색채가 돋보이는 채전(彩氈), 금빛 용을 그려 넣은 어탑(御榻) 등은 정치하고 세련된 화가의 솜씨다. 원본을 거의 그대로 옮겨 그리는 초상화 모사의 전통을 생각해 볼 때 1688년, 숙종 시기 어진의 품격 또한 유추할 수 있다. 어진 제작은 지금의 사업추진단이나 집행위원회 격인 한시적 조직 ‘도감(都監)’을 설치하여 진행한 큰 사업이었다. 그런 만큼 사업을 벌인 연유가 단지 ‘초상화가 낡아서’만은 아니었을 터다. 어진을 모사하기 위해 원본을 한양으로, 완성본을 다시 봉안처로 이안하는 행렬은 예를 갖춘 위엄 있고 웅장한 광경이었을 것이다. 그림 그리는 일을 넘어서는 정치적 기획이었고, 행렬을 직접 보는 신하와 백성들의 반응을 의식했을 거라는 이야기다. 창업군주의 위엄을 빌어 자신의 권위를 강화하려는 후대 왕들의 기대를 짐작할 수 있다. 태조의 어진은 숙종과 고종이 기대했을 완벽한 왕의 초상화로 완성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우리는 고뇌를 가진 한 사람으로서 이성계(1335~1408)의 삶 또한 알고 있다. 그는 73년의 생애 중 왕으로 7년, 형제들의 골육상잔을 겪은 뒤 상왕과 태상왕으로 10년을 보내고 세상을 떠났다. 조선시대의 뛰어난 초상화는 사람의 외모뿐만 아니라 내면까지도 표출할 것을 요구받았다. 초상화를 통해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마주하고 성찰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인간적 아픔이 다 감추인 채 흠결 없는 군주의 모습으로 정좌한 〈태조어진〉은 어찌 보면 자신의 일부를 잃어버린 슬픈 초상화가 아닐까. 그 순간 정면을 직시하는 시선이 따뜻해 보인다. 눈이 마주친 듯, 과거의 유산이 말을 걸어오는 놀라운 순간이다. 세상이 기대하는 모습으로 열일 중인 왕의 초상화 앞에서 왜인지 모를 뜻밖의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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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6 18:23

[경제칼럼] 전북, 대한민국 균형성장의 새로운 중심축

저성장의 장기화와 저출산·고령화,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역 소멸의 위기 가운데 국가 균형발전의 실험 무대이자 핵심 거점으로 전북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변방이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의 실질적 성과를 가늠할 전략적 공간이라는 시각이다. 즉 전북에 필요한 것은 단기 처방이 아니라 산업·인구·에너지 체계를 아우르는 전환 전략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과감한 선택과 책임 있는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 출발점은 산업혁신이다. 농업 중심지라는 기존 이미지는 한편으로 한계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전북의 가장 확실한 자산이다. 농생명 자원과 식품 산업 기반에 데이터, 인공지능, 자동화 기술을 결합한다면 농생명 바이오경제의 선도지역으로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연물·미생물 기반 소재 개발, 스마트팜 고도화, 산업용 헴프와 푸드테크 산업의 육성은 1차 산업을 연구·가공·유통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이는 전통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미래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경쟁력을 만드는 과정이다. 최근 이슈가 된 현대자동차그룹의 전북 투자 계획이 현실화 될 경우 폭발적인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지능 데이터 인프라 구축과 로봇 제조, 수소 활용 산업 구상은 전북 산업 생태계 고도화의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핵심은 단순한 기업 유치가 아니라 지역 기업과 인재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대기업 투자와 중소·중견기업의 역량 강화, 지역 인재 채용이 연결될 때 산업 체질은 근본적으로 개선된다. 에너지 전환 또한 전북이 주도할 수 있는 분야다.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바탕으로 수소 생산·저장·활용 체계를 구축한다면 전북은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에너지는 단순한 발전 설비의 문제가 아니라 모빌리티와 제조업, 도시 시스템과 연결되는 플랫폼 산업이다. 에너지와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실증 모델을 축적해 나간다면 전북은 탄소중립 시대 국가 전략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성장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내 성과 축적과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연구개발부터 사업화, 인력양성까지 전 과정을 지역 내에서 연결하는 산업 가치사슬을 구축해야 한다. 기업과 대학, 지방정부의 협력을 통해 지역 대학을 혁신 거점으로 육성하고 청년이 배우고 취업하며 창업까지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인재가 머무는 지역만이 장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인구 정책 또한 삶의 질 중심으로 새롭게 설계되어야 한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주거, 문화 인프라 확충과 함께 유·청소년부터 중장년, 시니어 세대까지 사회 참여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형태의 정주와 교류를 허용하는 개방적 지역 모델 역시 전북 활력을 높이는 기반이 될 것이다. 결국 전북의 도전은 생존을 넘어 선도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산업혁신과 에너지 전환, 사람 중심 전략이 함께 작동할 때 전북은 대한민국 균형성장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비전은 이미 제시되어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계획을 현실로 만드는 실행력과 흔들림 없는 추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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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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