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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설 연휴 맞아 공명선거 분위기 흐려선 안돼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 연휴를 앞두고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현수막은 물론 카톡과 문자 폭탄이 잇달고 있고 출판기념회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러한 움직임은 전국적인 귀향 등 민심이 출렁이는 설 명절을 전후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국가와 지역의 미래를 생각했으면 한다.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에서 인구 감소로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한 우리 지역을 이끌 리더를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6·3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 들어 첫 실시되는 전국 동시선거다. 선관위에 따르면 오는 20일부터 시장과 도의원 및 시의원 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며 군수와 군의원 예비후보자는 3월 22일부터 등록이 시작된다.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면 선거사무소 설치와 선거운동용 명함 배부, 선거구 안 세대수의 10%에 해당하는 수 이내에서 예비후보자 홍보물 작성과 발송, 어깨띠 또는 표지물 착용·소지 등을 할 수 있다. 또 이번 지방선거에는 국회 신영대 의원(군산·김제·부안갑)의 대법원 확정판결로 재보선도 함께 치러진다. 전북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에 자격심사를 신청한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만 495명에 이르는 등 800명 이상이 선거에 뜻을 세우고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각종 SNS 활동을 비롯해 허위사실 유포, 딥페이크 등 첨단 기술을 악용한 가짜 뉴스, 명절 전후 금품 제공과 기부행위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이러한 불법 혼탁 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행정안전부는 지난 6일 공명선거지원상황실을 설치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선거인명부작성을 지원하고 선관위와 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협조 업무를 담당한다. 특히 지방정부 공무원이 선거 중립 의무를 준수하도록 감찰반을 편성해 특정 정당·후보자의 지지·비방, 각종 모임 주선 등 부정·불법 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지방선거는 우리 지역의 리더를 내 손으로 뽑는 선거인 만큼 불법·탈법을 일삼는 선거꾼을 골라내야 한다. 거짓 정보로 환심을 사려는 사람들은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러한 불법·탈법 운동은 명절 등 분위기가 어수선할 때 더욱 기승을 부리기 마련이다. 선관위와 경찰 등은 명절 전후에 긴장의 끈을 조이고 유권자들도 감시의 눈을 부릅떴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2.12 18:26

[사설] 즐거운 설 명절 연휴, ‘안전’이 최우선이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다. 5일간의 연휴, 가족과 친지를 만나 정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다.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 서두르게 되지만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가치는 바로 ‘안전’이다. 안전이 지켜지지 않으면 즐거움은 한순간에 후회와 탄식으로 바뀔 수 있다. 먼저 귀성·귀경길 교통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출발 전 차량을 꼼꼼하게 점검해야 하고, 운전 중 안전거리 확보와 규정 속도 준수는 기본이다. 겨울철 화재 예방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도민 각자가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감염병도 간과할 수 없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명절의 특성상 개인위생 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고령자나 기저질환이 있는 가족이 있다면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안전하고 평온한 설 연휴를 위해 지자체와 경찰의 역할도 중요하다. 철저한 사전 대비와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지자체는 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을 강화하고, 교통·소방·보건 등 관계기관과의 협조체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사전점검을 실시하고, 위험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는 예방행정이 필요하다. 폭설이나 한파 등 겨울철 자연재난에 대비해 제설작업과 취약계층 보호 대책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 경찰이 맡아야 할 역할도 많다. 연휴 기간 교통량이 급증하는 만큼 고속도로와 주요 간선도로의 교통 관리, 상습 정체구간 소통 대책 마련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빈집털이 등 명절 기간 증가할 수 있는 생활범죄 예방 순찰도 강화해야 한다. 가축 전염병이나 감염병 확산 방지 역시 협력의 대상이다. 축산농가 인근 통제와 방역 협조, 불법 축산물 반입 단속 등은 경찰과 지자체가 함께 힘을 모아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축산농가 역시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농장 내외부 소독을 철저히 하며, 전염병 의심 증상이 발견될 경우 즉시 신고하는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설 명절은 가족의 안녕과 공동체의 따뜻함을 확인하는 소통의 시간이다. 서로를 배려하고 안전수칙을 지키는 작은 실천들이 모여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즐겁고 편안한 시간이 만들어진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 즐거운 설 명절, 모두의 노력이 더해져 안전하고 평온한 연휴가 되기를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2.12 18:26

[오목대] 첫마중길과 ‘도시 침술’

가끔 전주역 방향으로 운전할 때면 도로 한 가운데 심어진 나무와 산책길에 눈길을 보내곤 한다. 도로 양 옆에 새로 들어선 호텔과 고층 아파트, 맛집 간판들을 살펴보기도 한다. 시속 40㎞ 도로여서 서행해도 뒤에서 경적을 울려대는 일도 없다. 10년 전 ‘첫마중길’로 이름 지어진 이 길이 곧게 뻗어진 왕복 8차선의 시속 60㎞ 도로였다면 생각하지 못했을 일이다. 2015년 시작된 전주역 앞 첫마중길 조성사업은 사업 초기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8차선 도로를 6차선으로 줄이고 중앙 차선 2개를 보행도로와 명품 숲길로 만들겠다는, 당시로서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무모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주변 상인들은 교통 체증으로 인한 상권 몰락을 우려했고, 전주역을 오가는 버스와 택시, 전주역을 자주 이용하는 승객들의 비판도 거셌다. 2017년 5월 17일 전주역 앞 첫마중길. 공식 개통을 일주일 앞두고 출입기자들과 함께 현장설명회에 나선 당시 김승수 전주시장은 “첫마중길은 전주의 첫인상을 바꾸는 길로 도시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차가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로, 그 시작의 문을 첫마중길이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첫마중길이 전주역 주변과 인근 6지구의 침체된 상권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했다. 10년이 지난 뒤 외지 관광객들의 첫마중길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전주에 도착하자마자 마주하는 느티나무 숲길이 “전주라는 도시가 나를 환영해 주는 느낌을 준다”며 만족감을 표시한다. 첫마중길 중앙 광장에 설치된 야간 조명과 곡선 도로는 SNS 인증샷 명소가 됐다. 빨간 컨테이너 안에 2021년 4월 문을 연 ‘첫마중길 여행자 도서관’은 기차 시간을 기다리는 관광객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예쁜 대기실”이라는 평을 받는다. 첫마중길 주변엔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고 식당과 카페도 늘고 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침체된 상권 회복의 결실이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첫마중길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 공간의 아름다움에 비해 “보고 나면 할 게 없다. 길은 예쁜데 10~20분 정도 걷고 나면 더 이상 할 게 없다”는 즐길거리 부족 지적이 나온다. 교통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있다. 익숙한 풍경을 바꾸려는 시도는 언제나 저항에 부딪히고, 변화는 완성된 후에야 비로소 이해된다. 세계 생태 수도로 유명한 브라질 쿠리치바를 ‘꿈의 생태도시’로 만든 자이미 레르네르(Jaime Lerner)는 ‘도시 침술(Urban Acupuncture)’을 주창했다. 작은 자극이 만드는 큰 변화를 의미하는 ‘도시 침술’은 한의사가 작은 침 하나로 질병을 치료하듯, 개발이 필요한 도시에 최소한의 인위적 개입을 통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건축가·도시계획전문가로 쿠리치바 시장을 세 차례 맡고 파라나주 주지사를 역임한 레르네르의 도시 침술 이론은 콜롬비아 메데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빌바오, 일본 삿포로 등 세계 많은 도시의 변화를 이끌었다. 서울 청계천 복원도 도시 침술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는 예술이자, 미래의 가치를 현재로 가져오는 행위다. 쇠퇴해가는 골목, 방치된 유휴 부지, 끊어진 보행로 등 도시의 기혈이 막힌 곳에 ‘정책의 침’이 필요하다. 도시 침술사가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인이 많아질수록, 우리 도시들은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강인석 디지털미디어국장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6.02.12 18:26

[청춘예찬] 처벌은 누구를 보호하는가

사건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엄벌을 외친다. 분노는 책임을 묻고 질서를 회복하려는 자연스러운 본능에 가깝다. 다만 마약 수사의 최전선에서 돌아온 나는 묻고 싶다. 그 처벌은 과연 누구를 보호하는가. 처벌은 사회적 기준을 세우는 필수 장치다. 하지만 처벌이 유일한 해법이 될 때 문제는 시작된다. 우리는 엄벌이 내려지면 사회가 더 안전해질 것이라 믿지만 현실은 반대다. 수사관 시절 내가 목격한 것은 처벌 이후 더 깊은 주변부로 밀려나 결국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악순환이었다. 2021년 기준 국내 마약류 사범의 재범률은 35.0%로 절도(22%)나 강도(20%)보다 높다. 더 주목할 점은 교육 프로그램 이수 여부에 따른 격차다. 남경애 박사의 논문 ‘마약류 중독자 전환 프로그램의 경제성 평가’에 따르면, 프로그램을 이수한 경우 재범률은 11.2%에 불과하지만 미이수자는 43.0%에 달한다. 31.8%포인트의 차이는 처벌 방식의 선택이 그 사람의 미래를, 나아가 사회의 안전을 결정한다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 비용의 차이는 더 극명하다. 초범에게 교육조건부 기소유예를 적용하면 1인당 약 316만 원의 사회적 비용이 절감된다. 반면 재범자는 76만 원으로 급감한다. 이 240만 원의 격차는 골든타임을 놓쳤을 때 사회가 치러야 할 실패비용이다. 2019년 교육 명령 의무화 이후 4년간 평균 재범률이 37.0%에서 34.3%로 감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국의 마약 공급책 뿌리를 뽑겠다는 사명감으로 주말 밤낮없이 수사에 몰두해 당시 거물급 마약왕 ‘전세계’의 국내 최대 공급망을 최초로 검거해 우수 수사관이 된 적이 있다. 그러나 기쁘지 않았다. 공급망 하나를 쳐내도 새로운 조직은 곧바로 생겨나고 투약자는 줄지 않았다. 처벌은 결과를 정리하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위험의 총량을 낮추는 데는 무력했다. 이미 모든 것이 지나간 뒤에야 작동하는 처벌은 늘 끝에 서 있다. 조사실에서 만난 한 투약자는 처벌보다 다시 약에 손을 대게 될 상황을 더 두려워했다. 처벌은 범죄자라는 결론만 기록할 뿐, 그가 왜 그 길로 들어섰고 어떻게 돌아올지는 지워버린다. 특히 청년들에게 전과 기록은 취업과 주거 등 사회적 재진입을 가로막는 배제로 기능한다. 책임은 분명히 물어야 한다. 그러나 그 방식이 가두고 지우는 것에 머문다면, 사회가 무언가를 했다는 안도감만 남기는 비효율적인 행정일 뿐이다. 진정한 보호는 문제가 반복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전주라는 작은 공동체에서 청년으로 산다는 것은 이 질문과 더 밀접하다. 한 번의 실패가 낙인이 되어 재기 불능으로 이어지는 사회는 결코 안전할 수 없다. 진정한 안전은 실패 이후에도 다시 설 수 있는 통로가 준비된 이전의 단계에서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엄벌이라는 감정적 만족 뒤에 숨겨진 막대한 실패 비용을 계산해야 한다. 초범 316만 원 대 재범 76만 원, 이수자 11.2% 대 미이수자 43.0%. 우리가 사회의 어느 지점에 자원을 투입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것이 내가 수사관 직을 내려놓고 세상을 향해 던지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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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2 18:25

[금요칼럼] 우리는 이제 누구와 함께 살아갈 것인가

2026년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국은 이미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의 배우자에 대한 재판은 첫 결과들을 내놓기 시작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새로운 관세 부과를 시사하고 있다. 세계 정치와 변화의 거센 흐름 속에서 작은 한반도 국가는 그 파도에 떠밀리고 있는듯하다. 결코 쉽지 않은 시기다. 그러나 이러한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 바로 사상 최저 출산율로 인한 노동력 공백과 급속한 고령화가 초래할 재정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와 관련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주 거론되는 방안 중 하나가 더 많은 외국인을 한국 사회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는 지난 2년간 법무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이민정책과 다문화 관련 사안에 대한 자문을 맡아왔다. 그 과정에서 보다 조화로운 다문화사회를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지, 그리고 한국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한국에 오는 이민자들을 어떻게 수용해야 할지에 대해 다양한 전문가들과 논의를 이어왔다. 한국은 오랜 세월 외부로부터 이민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한 나라가 아니었다. 전쟁과 박해, 더 나은 삶을 찾아 많은 한국인들이 해외로 떠났고 현재 전 세계에는 약 700만 명이 넘는 재외 동포가 살고 있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한국에 와서 정착하고자 하는 외국인은 많지 않았다. 1990년대 초반, 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시선을 받는 일이 흔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현재 한국인 구의 약 5%가 외국 출생자이며 이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적 성공과 소프트파워의 확장은 다양한 배경의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며, 정착하기를 원하게 만들었다. 급격한 변화는 수 세기 동안 비교적 단일한 사회구조를 유지해 온 한국에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이민 문제를 이야기할 때 한국 사회 곳곳에서 두려움이나 반감이 함께 감지된다. AI와 로봇의 시대에 과연 더 많은 외국인이 필요한가, 이민은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꾸게 될 것인가, 유럽에서 보아온 갈등이 반복되지는 않을까 하는 질문들이다. 이러한 문제 제기 자체는 충분히 타당하며 곧바로 혐오로 치부되어서는 안된다. 중요한 것은 두려움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제도와 정책의 언어로 전환하는 일이다. 나는 기술발전이 제조업, 농업, 어업, 건설업 등에서 줄어드는 노동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육체노동은 이미 인기 있는 선택지가 아니며 일부 분야에서 장인 정신을 기반으로 한 회복이 가능하더라도 노동력 공백은 계속될 것이다. 한국은 결국 더 많은 외국인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구조적 변화에 대한 대응의 문제다. 이 흐름은 단지 육체노동의 문제가 아니다. 젊은 세대는 일자리와 삶의 파트너, 더 나은 삶을 찾아 국경을 넘는 이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 역시 세계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정책과 동맹은 바뀔 수 있지만 오늘날 사람의 이동 자체를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이 선택은 단기적인 여론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수십 년간 한국 사회의 형태를 결정짓는 방향의 문제다. 불가피한 변화를 거부할 것인가, 아니면 이를 어떻게 관리하고 함께 살아갈 것인가. 다문화주의는 그 자체로 선도 악도 아니다. 그것을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하느냐의 문제다. 미국과 독일을 비롯해 50개가 넘는 민족과 수 백 개의 언어가 공존하는 중국까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들 대부분은 다문화사회다. 애플, 아마존, 테슬라, 엔비디아와 같은 글로벌기업들 역시 이민자 혹은 이민자의 자녀들에 의해 창립되었다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이러한 사회들은 성장과 활력만큼이나 동시에 갈등과 긴장이라는 현실을 함께 안고 있다. 변화는 언제나 불편함과 긴장을 동반한다. 그러나 변화에 대한 거부가 반복될수록 사회적 균열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삶은 본질적으로 변화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사계절이 분명한 이 땅에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새로운 것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은 사라져야 한다는 사실을. 고통스러운 과정이 따르더라도, 변화를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글로벌하고 코스모폴리탄한 한국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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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2 18:25

[기고] 그렇게 드시면 체해요

며칠 전 늦은 점심시간이었다. 주차장 관리를 하느라 빙빙 돌고 있는데 가게 쪽에서 어르신 한 분이 혼자 걸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 전에 분명히 예약실에서 가족들과 식사하시는 모습을 뵈었는데 어째서 혼자 나오시는 걸까 싶었다. 휘청이는 모습이 불안해 보여 가만히 주시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한 손을 뻗어 머리 쪽으로 가져가는가 싶더니 머리에는 손이 닿지도 못하고 그대로 팔을 뻗은 채 멈춰버린 것이었다. 급하게 다가가 마침 옆에 있던 의자로 어르신을 이끌었다. 당황한 채 어찌할 바를 몰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가게 이모 한 분이 지나가는 게 보였다. “이모! 예약실에 어르신 가족들 있으니까 빨리 나와보라고 하세요. 어르신이 편찮으신 것 같아요!” 그러고는 되는 대로 어르신의 팔과 손을 주물렀다. “어르신! 지금 어르신 편찮으신 거 같아서 제가 좀 주물러 드릴게요. 제 손이 딱 봐도 약손 같이 생겼죠? 가게에 식구들 데리러 갔으니까 조금만 기다리셔요.” 어르신을 안심시키느라 하는 말이었지만 사실 내가 더 당황해서 정신이 없었다. 무슨 이유인지 알 것도 같았다. 가게에서 가족들이 식사하고 있을 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더랬다. 지나가며 귀동냥으로 엿들은 얘기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아버지와 아들들 사이에 지지하는 후보가 달라 언쟁이 일어난 듯 보였다. 아들은 아버지가 옛날 분이라 뭘 잘 모르신다 생각하고 열심히 설득하려 했고 아버지는 당신이 살아온 경험이 있으시니 그에 비추어 당신의 판단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혼자 걸어 나오신 걸로 보아 아무래도 식구들에게 단단히 화가 나신 듯했다. 어르신이 모진 말씀을 하시고 일어섰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화장실이라도 가다가 곱씹어보니 괘씸해 그 길로 나와 버렸을 수도 있다. 사정이야 있었겠지만 그래도 식사 자리를 혼자 박차고 나오신 어르신을 누구도 따라 나오지 않은 것은 내가 다 속상했다. 잠시 후, 가족들이 헐레벌떡 다가왔고 얼른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할 것 같다는 말과 함께 나는 어르신을 가족들 손에 인계해 드렸다. 이번에는 극단적인 상황이기는 했지만 요즘 가게에서는 이와 비슷한 상황이 심심찮게 눈에 뜨이곤 한다. 학연이나 지연 때문에 지지하는 후보가 달라서, 전주-완주 통합에 의견이 엇갈려서, 개인적 경험에 의해 누구는 절대 안 된다는 주장이 있어서 실컷 밥을 나누는 자리에서 언성이 높아지고 얼굴을 붉히는 것이다. 그렇게 화내면서 먹으면 뜨신 죽이라도 체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정치적인 문제로 다투는 모습이 보이면 나는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곤 한다. 나 같은 장삼이사(張三李四)에게도 귀가 솔깃한 이야기가 이리저리 흘러들어오는 것이 선거철이고 또 자칫 잘못하면 어느 한 편으로 소문나 두고두고 불편과 어려움을 겪게 되는 상황은 피하려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꾸 이런저런 연을 끌어 붙이며 어느 한 편으로 인연 지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선거철에는 오히려 사람들을 피하게 된다. 각별하다고 생각해 그러는 거라고 좋게 생각하려 하지만 대체로 그러한 일들은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사실은 팔랑거리는 내 마음 때문이다. 얄팍한 이익에 자꾸 흔들리는 마음 말이다. 머리로는 ‘함께 잘 사는 세상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시시때때로 마음을 흔드는 것은 ‘내가 잘 사는 것’이다. 그러니 애당초 유혹은 피하는 수밖에. 그러니 ‘함께 잘 사는 세상’을 오래도록 꿈꿀 수 있도록 저 좀 흔들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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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2 18:13

[딱따구리] 대통령 ‘타운홀 미팅’에 전북이 거는 기대

요즘 전북 정치가 ‘전성시대’라고 한다. 정부 요직에 지역 출신 장관들이 배치됐고 여당 원내대표도 도내 지역구 의원이 맡고 있다. 이들이 일당백을 하면 상황은 빠르게 변할 거라 기대했지만 삼중소외에 고통 받는 전북 도민의 하소연은 깊어만 간다. 지난 정부 새만금 SOC 예산 삭감이 어제 일 같은데 5극 등쌀에 전북은 외딴 섬 신세다. 전북의 친구라고 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었다면 전북의 식구 같은 이재명 대통령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82%가 넘는 득표율을 전북에서 거뒀다. 그런데 도민들의 아우성은 그치질 않는다. 전북 특별법 개정, 완주 전주 통합 갈등 같이 매듭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하다. 김민석 총리의 국정 설명회는 하는 게 좋았지만 도민의 갈증을 풀기엔 부족했다는 평이다. 이때문에 조만 간 전북에서 열릴 타운홀 미팅에 도민들의 기대가 쏠린다. 정동영 장관이 최근 국무회의 때 “광주 전남 통합을 격려하기 위해 초청 오찬을 했듯이 전북에도 기회를 달라”고 건의했는데 이 대통령이 “나중에 판단하겠다”는 답변은 2% 부족하다. “동네 힘 센 사람이 길을 고치자, 나무 좀 심자 하면 따라가죠” 지난 2006년 고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평통자문회의에서 발언한 내용 중 일부다. 전세계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를 무시할 수 없다는 대목에서 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정이 운영되는 우리나라의 형태도 마찬가지다. 힘 있는 대통령이 “저 산에 나무가 없어 보인다”고 헬기 타고 한 마디 하면 바로 녹화사업에 돌입해 민둥산이 푸른 산으로 변화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은가. 사이다 같은 청량감을 주는 타운홀미팅을 바라며 이렇게 외쳐본다. 응답하라, 이재명 대통령! 김영호 기자

  • 오피니언
  • 김영호
  • 2026.02.12 15:33

[사설] 완주·전주 통합,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안호영 국회의원의 결단으로 다시 물꼬를 튼 완주·전주 통합 논의가 좀처럼 추진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네번째로 시도되는 행정통합의 길은 역시 순탄치 않다. 다시 완주군의회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완주군의회가 11일 ‘군민 동의 없는 통합 추진에 결사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완주·전주 통합은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치거나, 필요할 경우 주민투표를 통해 주민의 직접적인 동의를 받아야 한다. 지역주민의 뜻을 대변하는 군의회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 정책에는 타이밍이 있다. 열릴 때는 짧고, 닫히면 오래 걸린다.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균형발전 전략이 본격적으로 실행되면서, 광주·전남, 대전·충남, 대구경북, 부·울·경 등 광역단위의 행정통합이 속속 추진되고 있다. 통합특별법 추진과 파격적인 지원정책까지 쏟아져 나오는 지금, 완주·전주 통합 논의도 놓칠 수 없는 기회의 순간에 놓여 있다. 물론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과 합의다. 하지만 골든타임은 빠르게 지나가고 자주 오지도 않는다. 게다가 완주·전주는 네 차례나 통합을 시도하면서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쳤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역 간 경제·생활권 연계는 깊어지고, 지역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통합의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이제는 책임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완주가 지역구인 안호영 국회의원이 이 시점에서 입장을 바꿔 통합 추진에 적극 나서기로 한 이유와 배경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행정통합은 단순한 행정 편의가 아니라, 지역 경쟁력 강화와 균형발전의 핵심 수단이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의 대의기관인 완주군의회의 대승적 결단이 요구된다. 개인의 실리나 정치적 이해관계보다 지역의 미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정부의 정책·입법 지원 등이 맞물린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대승적 논의와 실천적 결단만이 통합의 기회를 현실로 바꿀 수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이 행동할 수 있는 마지막 찬스일 수도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대책도 필요하다. 정부 차원의 파격적이고 구체적인 인센티브와 재원 대책이 제시돼야 한다. 아울러 완주·전주 통합 이후 특례시 지정과 자치구 설치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입법 절차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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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2.11 18:27

[사설] 전주시립미술관 콘텐츠 없는 건립 과연 옳은 길인가

전주시가 540억 원을 투입해 추진 중인 시립미술관 건립사업이 시작부터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건축 규모만 커졌지 작품 수집 예산은 전체 사업비의 0.18%에 불과한 1억 원 수준에 머물러 ‘껍데기 미술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술관의 본질이 건물이 아니라 소장품과 운영 철학이라는 점을 간과하는 것 아닌지 되묻게 한다. 특히 개관 전 작품 100점 확보 목표를 기준으로 할 때 작품 한 점당 평균 100만 원이라는 계산은 사실상 수준 있는 작품 확보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다. 결국 기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증 중심으로 작품이 채워질 경우 미술관 초기 컬렉션의 방향성과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 전주시가 향후 50억 원 규모의 작품 구입비를 확보하겠다고는 하지만, 확정된 재원 없이 추진된다면 신뢰를 얻기 어렵다. 전문가들이 별도 기금 조성이나 건립비 일정 비율을 작품 구입에 의무적으로 배정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장 선임과 전담 조직 구성을 착공 이후로 미루고 있는 현 상황도 문제다. 전시 콘텐츠와 전문 인력, 장기적 운영 계획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축 사업에만 치중할 경우 개관 이후 정체성 논란을 빚을 수 있다. 공사 시작 전부터 전문 인력이 참여해 건축 설계와 전시 전략을 함께 설계한 울산시립미술관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울산시는 건립 단계에서부터 미술관 운영 철학을 명확히 하기 위해 전문 관장을 조기에 임명하고, 전시 콘텐츠와 건축 설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이 과정에서 `어떤 미술관을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이 설계의 출발점이 됐다. 전주시립미술관 건립에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건물을 먼저 세우고 콘텐츠를 뒤따라 채우는 방식이 아니라, 전주다운 컬렉션과 운영 철학을 먼저 세워야 한다. 전주시는 문화도시를 자임해 왔다. 그렇다면 시립미술관 역시 단순한 랜드마크가 아니라 지역 예술 생태계를 키우는 플랫폼이어야 한다. 건축비와 작품 수집비의 불균형, 전문성 공백이라는 지적을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사업 구조를 재점검하고, 지역 예술계가 납득할 수 있는 내실 중심의 계획으로 전환해야 한다. 건물이 아니라 채워질 내용이 전주시립미술관의 미래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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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2.11 18:27

[오목대] 새만금 공항과 돔구장

며칠 있으면 민족의 명절 설날이다. 요즘엔 명절 연휴를 이용해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다녀오는 이들이 많으며 제주도 등 국내 주요 관광지 역시 인산인해를 이룬다. 모두가 고향을 찾던 시절 귀성 인파는 어마어마했다. 제대로 된 운송수단이 없던 시절, 몰려들로 인파로 인해 참담한 사고도 있었다. 설 명절을 이틀 앞둔 날 터진 서울역 압사 사고가 대표적이다. 때는 1960년 1월26일 밤 11시 서울역 승강장. 서울역에서 익산, 정읍을 거쳐 목포로 향하는 호남선 하행열차 승강장에는 구름같은 인파가 몰렸다. 역 직원이 “열차 출발 5분 전”이라고 외치자 사람들은 쏜살같이 승강장 계단 쪽으로 내달리다가 넘어지면서 압사사고가 발생, 역내 계단에서만 31명이 사망하고 41명이 부상당했다. 요즘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그게 바로 60여년 전,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빚어진 참사였다. 요즘엔 귀성객도 크게 줄었거니와 자가용, 비행기, 고속철도 등이 잘 갖춰져 전세계적으로도 대한민국은 교통에 관한 한 최고의 선진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거미줄처럼 잘 짜여진 국내 항공노선 역시 가장 선진화 한시스템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며칠 전 눈에 띄는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베트남 하노이-호찌민 노선은 월간 좌석 수 115만148석을 기록,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국내선 노선 1위에 올랐다. 그동안 최상위 자리를 지켜온 ‘제주-김포’노선이 ‘하노이-호치민’ 노선으로 바뀐 것이다. 약 3만명 차이로 한국은 2위로 밀렸다. 새만금에 올인하다시피 하고 있는 전북의 약진 여부는 결국 국제공항이 얼마나 빨리, 어느 정도 규모로 완공되는가에 달려있다. 특히 2036 올림픽 유치의 성사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탐문되면서 그동안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중앙정부에서도 최근들어 기류가 급변하고 있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열린 국무회의에서 “전북은 (하계)올림픽을 유치한다고 난리인데, 중요한 현안인데 보고를 했어야 했다”고 관계부서를 질타하면서 청와대 참모나 문화체육관광부 등도 바짝 고삐를 당기는 분위기다. 새만금개발과 올림픽 유치 등을 염두에 둔 전북이 앞으로 강력하면서도 빠르게 추진해 할 과제가 바로 공항과 돔 구장이다. 공항의 필요성이야 두말할 것도 없지만, 이젠 돔 구장을 누가 먼저 갖추는가 하는게 K컬쳐의 잇점을 살릴 수 있는 요체다. 굵직한 스포츠 행사는 물론, 연중 비중있는 공연 등을 개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돔 구장은 연중 스포츠 행사나 공연 등으로 쉬는 날이 없다. 국내에는 현재 고척 돔 하나만 가동중인데 최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5만석 규모의 돔 구장 건설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공개적으로 제안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2036올림픽 개막식을 전주 돔구장에서 갖는 것은 과연 꿈같은 일 일까.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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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6.02.11 18:26

[의정단상] 설 민생대책·경제 회복 중심은 소상공인이다

‘본립도생(本立道生)’, 뿌리가 바로 서야 길이 열린다는 말처럼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지역경제의 근간이다. 이 뿌리가 단단해야 전북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에서 농축수산물 구매 시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가 시행될 예정이다. 소비 촉진이라는 취지는 좋으나,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주도하다 보니 같은 시장 안에서도 비(非) 농축수산물을 판매하는 상인들은 정책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부처 간 칸막이 행정’의 폐해다. 전북은 대형 상권보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이를 고려하면 중소벤처기업부를 포함한 부처 간 통합 정책을 통해 모든 상인에게 동일한 혜택이 돌아가도록 정책 설계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중소벤처기업부가 칸막이를 내려놓고 통합된 민생대책을 추진하길 바란다. 최근 논란이 된 대형마트 온라인·새벽배송 허용 논의도 같은 맥락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오프라인 유통업 역차별 해소’나 ‘플랫폼 독주 견제’의 수단으로 보지만, 정작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소상공인은 고려 대상에서 빠져 있다. 전북처럼 지역 상권 의존도가 높은 곳에서는 그 충격이 더 직접적이고 깊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의 온라인·새벽배송 허용은 유통 산업 생태계와 「유통산업발전법」의 근간을 흔드는 변화다. 대형마트가 상생 기금을 내놓고 정부가 지원을 늘린다고 해도, 하루 매출에 생존이 걸린 소상공인의 피해가 상쇄되기는 어렵다. 시설 개선이나 위탁 판매를 내세워 규제 완화를 수용하라는 것은 소상공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기만적 행위다. 플랫폼 독주의 문제는 대형마트 규제 완화가 아니라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시장지배력 남용·과도한 수수료·불합리한 정산 구조를 바로잡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문제의 본질은 플랫폼의 구조적 불공정이지, 대형마트의 규제 여부가 아니다. 이러한 논란은 개별 정책의 찬반을 넘어, 정부 정책이 어떤 기준과 시선으로 지역 경제를 바라보고 있느냐는 근본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전국을 하나의 잣대로 재단하는 방식만으로는 지역 상권이 처한 조건과 회복 속도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전북은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전략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첨단 AI 모빌리티, 푸드·헬스테크를 미래 성장엔진으로 설정했다. 익산 국가식품산업클러스터와 농생명 산업, 지역 제조업의 고도화는 전북의 지도를 바꿀 거대한 흐름이다. 그러나 아무리 화려한 첨단 산업의 탑을 쌓아 올려도, 그 바닥을 지탱하는 소상공인이라는 토대가 부실하면 그 탑은 모래성에 불과하다. 소상공인은 전북 경제의 실핏줄이자 도민의 일상을 떠받치는 뿌리다. 첨단 산업이 거시적 성장을 이끈다면, 소상공인은 그 성과를 지역 구석구석으로 전달하며 민생 경제의 온기를 유지한다. 소상공인이 무너지는 것은 단순히 상점 몇 곳이 문을 닫는 문제가 아니다. 전북도민 생활의 만족도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붕괴되는 것이다. 전북의 미래는 골목과 시장, 그리고 그곳을 지켜온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 따뜻한 온기가 퍼지고, 지역경제의 뿌리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도 회복의 기운이 전해지기를 바란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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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1 18:26

[타향에서] 당장 결혼이 어려우면 연애나 동거부터 해보자

프랑스에는 결혼(mariage) 외에도 ‘동거(cohabitation, 꼬아비따숑)’와 ‘시민연대계약(PACS)’이라는 두 제도가 있다. 결혼 전에도 법적 보호는 다소 약하지만 동거를 통해 관계를 경험할 수 있고, PACS를 체결하면 결혼과 거의 다름없는 혜택을 받는다. 젊은 세대가 결혼 대신 동거나 PACS를 거치는 것은, 완전한 결합이 아닌 단계적 관계를 통해 사귐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려는 시도다. 전주와 완주의 통합 논의를 보며 이 프랑스식 접근이 떠오른다. 통합이란 ‘결혼’일 테고, 연합은 ‘동거’나 ‘PACS’에 가깝다. 전주·완주 통합은 수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안호영 의원이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서며 불씨는 살아났지만, 완주군의회와 다수의 주민들은 여전히 “배신”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의 찬반이 엇갈리며 논의는 다시 가열되고 있다. 통합이 성공하려면 중앙정부의 법적, 재정적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 현재처럼 주민 반발이 큰 상황에서는 통합 추진만 밀어부치기보다는 공론화와 인센티브 확대를 먼저 하는 노력이 우선일 수도 있다. ‘전남·광주 통합특례법’에서처럼 과도한 요구가 특례쟁탈전으로 비화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자치권 범위를 넘어서는 초헌법적 요구는 허용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도시공학전공인 전북 출신의 서울시립대 정석(鄭石) 교수는 “통합이 어렵다면 연합부터 해보라”고 제안한다. 전주와 완주는 생활, 경제권이 이미 깊이 겹쳐 있다. 꼭 행정구역을 합치지 않더라도 교통과 문화, 경제 협력을 강화하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자가용보다 더 빠른 BRT(간선급행버스체계) 확충, 지간선 버스 노선 개편 통합, 전주시 체육·문화예술시설과 의료시설의 완주 주민 개방, 택시사업구역 통합 등이다. 이런 실질적 연합 경험은 주민들에게 통합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1998년 여수·여천시·여천군(3여)의 통합은 주민들의 자발적 발의와 충분한 논의 끝에 성공했지만, 대구·경북과 목포·무안의 통합은 충분한 설득이 부족해 실패로 기록됐다. 전주·완주 통합이 그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통합이 ‘수술’이라면 연합은 ‘시술’이다. 수술이 위험할 때는 시술부터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지역을 살리는 길은 행정구역을 억지로 지우는 데에만 있지 않다. 교통, 경제, 복지, 문화, 정책의 연결을 통해 자연스레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이는 데에서 해법이 나올 수 있다. 충북 증평, 진천, 괴산,음성의 ‘중부 4군’과 전남 강진,해남, 영암의 ‘강해영’은 연합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전주와 완주. 지금은 연합이라는 우회로가 통합으로 가는 현실적 길일지도 모른다. 당장 결혼이 어렵다면 연애부터, 동거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여기서 한 가지 유념할 게 있다. “완주 쪽이 통합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며 무조건 비난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완주는 작년 말로 인구가 10만명을 넘기면서 정읍을 제치고 인구 4위가 됐고 지금도 전북 14개 시군 중 유일하게 인구가 늘고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의회 의원수는 정읍이 17명, 완주는 11명이다. 불만에 이유가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지원도 필수적이지만 그 전에 전북도에서부터 완주에 어떤 유인책과 장려혜택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며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전주, 완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관계자들이 애면글면 애쓰고 있는 만큼 결국에는 잘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좀 미워보이더라도 완주를 잘 안고 가야 한다. 김기만 정론실천연대 대표·전 청와대 춘추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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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1 18:26

[기고] 완주‧전주 통합으로 전북의 새로운 천년을 준비하자

지난 2일 전북특별자치도의회 기자회견장에서 안호영 의원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 그리고 이성윤 민주당 최고위원이 완주‧전주 통합 관련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북특별자치도에 살면서 오랜만에 도내 정치인들의 통 큰 결단과 도민을 위한 발걸음이 어디를 향해야 하고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적 사례를 본 것 같아 도민의 한 사람으로 뿌듯했다. 안호영 의원은 정세균 전 총리의 지역구인 완주‧무주‧진안이라는 변방에서 3선을 연임하며 30년간 이루지 못한 완주‧전주 통합 논의로 곤혹을 치른 게 사실이다. 전주시민 80% 넘는 수가 통합에 찬성하지만 완주군민 65%가 통합에 반대하는 상황이었으니 10만 지역구를 가진 안 의원은 군민들의 의견과 중론을 거스를 수 없었음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고 정부 주도의 행정개편안이 발표되고 ‘5극 3특’이라는 광역권에 대한 정부의 특별지원책이 나오면서 안 의원의 고민은 깊어졌다. 특히 전북특별자치도라는 명칭과 행정개편안을 제안하고 발의했던 당사자로 완주‧전주 통합에 대한 물꼬를 트지 않을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완주 ‧전주 통합의 길이 완주 군민들의 미래와 전북특별자치도의 발전을 위해서는 꼭 이루어야 할 과제라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 완주‧전주 통합의 키는 완주군의회의 결의와 통합에 상응하는 이재명 정부의 지원 대책, 즉 어떤 선물 보따리를 지역으로 내려주느냐의 내용으로 귀결 되어질 것이라고 여겨진다. 완주‧전주 통합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완주에서 오랜 기간 정치를 한 분들의 소외감과 박탈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다는 점은 안타까운 사실이다. 그러나 정동영 장관의 말대로 우리는 지금 발아래를 보아서는 완주‧전주의 발전을 이끌어 낼 수가 없고 미래 세대와 후손들을 위해 저 멀리 산 너머를 보고 달려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완주‧전주 통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과거에 발목이 잡혀 미래로는 한 발도 나서지 못 할 것이다. 나는 평범한 도민의 한사람으로 완주군민과 완주군의회에 호소 드린다. 언제까지 완주를 전주의 변방이라 생각하고 살 것인지? 스위스는 알프스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시계 산업의 중심지로 만들어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고 환경관련 세계기구를 유치하여 수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도록 만들었다. 완주도 대한민국의 중심이 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지금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보라! 20년 전만 하더라도 아시아에서 꿈틀거리는 잠룡에 불과했으나 2026년 지금 대한민국은 미래산업을 주도할 아이템으로 세계 10대 강국으로 발돋음했고 코스피 5000 시대를 넘어 7000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완주도 전주와 통합하여 피지컬AI 센터 유치와 반도체클러스터 산업단지 조성으로 세계에서 만민들이 찾아오고 본받을 도시로 만들어 전북지역의 미래 세대에게자랑스런 유산을 물려 주어야 한다. 완주군민과 완주군의회의 선택으로 전북특별자치도의 발전과 천년 먹거리가 결정되는 순간이 다가왔다. 현명한 선택과 결단을 도민들은 기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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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1 18:25

[사설] 민주당, 전북이 텃밭이라 만만한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논의 과정에서 ‘6·3 지방선거 전북도지사 공천권’을 협상 카드 중 하나로 거론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분명한 경위를 밝혀야겠지만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기가 찰 일이다. 전북을 얼마나 만만하게 봤으면 이런 얘기가 나올 수 있는가. 전북은 국민의힘 정부에서 무시당하고 도민들이 표를 몰아준 민주당에서도 팽(烹) 당하고 있는 모양새다. ‘주머니 속 공깃돌’이라는 말이 딱 맞을듯하다. 전북 정치권은 이번 사태의 전말을 도민들에게 소상히 밝히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발단은 정청래 대표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통합문제를 제기한 이후, 민주당 사무처가 자체 작성한 대외비 문건에서 비롯되었다. 민주당의 ‘합당 절차 및 추진 일정 검토(안)’ 문건에는 합당 추진 일정과 합당 시 경선 및 공천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고 한다. 특히 여기에는 ‘전북도지사 공천권을 (조국혁신당에) 제공하려 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민주당 일부 최고위원들은 ‘밀실 합의’라며 합당 논의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도내 정치권과 시민단체도 발끈하고 나섰다. 6·3 지방선거에 도지사 후보로 나선 안호영 의원과 김관영 지사는 ‘도민에 대한 모독’, ‘전북도민의 자존심 훼손’이라며 한목소리로 불쾌감을 표했다. 참여자치시민연대도 “밀약 의혹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문건 작성 경위와 책임 주체, 지역 권력 배분 논의 여부를 밝히고 합당 논의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반면 조국혁신당은 “어떠한 공직도 합당의 조건이나 거래 대상으로 논의한 사실이 없다”며 “전북도지사 공천 거래설은 허위”라고 못 박았다. 전북을 포함한 호남은 흔히 민주당의 텃밭이라 불린다. ‘민주당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고 할 정도다. 그래서 그런지 민주당 중앙당은 걸핏하면 전북정치를 주체가 아닌 ‘거래 대상’이나 ‘들러리’로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지난 총선에서도 전북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전주을 지역구를 전략경선으로 확정했다. 부득이한 측면이 없지 않았겠으나 전북쯤은 마음대로 주물러도 된다는 오만이 깃들어 있다. 도내 정치권은 이를 일시적 해프닝으로 생각해선 안되며 중앙당에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 짝사랑에도 임계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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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2.10 19:50

[사설] 민주당, 송곳 검증으로 흠결 후보 걸러내라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당이 예비후보자 자격심사에 들어갔다. 후보 공천을 위한 절차로 법적·도덕적 결격 여부, 당원 활동을 통한 정체성·기여도, 정책 수행능력 등을 엄정하게 심사해 도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과 능력을 갖춘 후보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의 책임이 막중하다. 어느 때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송곳 검증이 요구된다. 전북지역은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인 선거구도가 고착돼 있다. 사실상 승부가 결정되는 날은 6월 3일 선거일이 아니다. 정당 공천이 없는 교육감과 무소속 후보가 강세인 몇몇 선거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민주당 경선에서 갈린다. 전북에서 민주당의 후보 검증·공천의 무게는 그 어느 지역보다 무겁다. 후보 검증과 공천 과정을 단순한 당내 절차로 여겨서는 안 된다. 민주당 공천이 당선의 보증수표로 인식되는 만큼, 검증의 기준은 더욱 높고 엄격해야만 한다. 후보 검증과 공천이 부실하게 이뤄질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과 도민에게 돌아간다. 특히 현직 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이들에 대한 자격 심사가 관행과 인지도·조직력·당선 가능성에 기대어 진행된다면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 현직 단체장이나 현역 정치인에 대한 검증이 느슨해질 경우, 공천은 경쟁의 장이 아니라 특정 후보에 대한 면죄부로 전락하게 된다. 최근 민주당 전남도당이 예비후보 자격심사를 통해 현직 군수 3명을 정밀심사 대상으로 결정해 1차 검증에서 탈락시켰다. 전남도당이 현직 여부와 인지도에 흔들리지 않고 원칙을 적용한 이 사례는, 전북도당 역시 엄격한 기준에 따른 송곳 검증에 나서야 함을 분명히 보여준다. ‘당선 가능성’이 아닌 ‘후보자의 자격’을 중심에 둔 검증이어야 한다. 법적·도덕적 흠결이 조금이라도 있는 후보는 당선 가능성과 상관없이 과감하게 걸러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민주당에 대한 도민의 절대적인 신뢰에 답하는 길이다. 민주당 전북도당의 후보자 검증은 당내 절차를 넘어 지역 유권자에 대한 책임이다. 철저한 검증을 통해 흠결 있는 후보, 도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후보를 과감하게 걸러내는 게 전북도민의 신뢰를 지키고, 정당의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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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2.10 19:50

[오목대] 출판기념회의 정치적 함수

출판기념회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행사는 대부분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에 집중된다. 지난 주말에도 지역 곳곳에서 출판기념회가 이어졌다. 선거를 앞두고 열리는 출판기념회는 출마예정자들이 출마를 공표하는 일종의 출정식과도 같다. 선거판의 출판기념회는 이제 선거의 시간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주는 신호처럼 읽힌다. 문득 궁금해진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언제부터 필수적인 의례가 되었을까. 사실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오래된 관행처럼 보이지만 그리 오래된 문화가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선거판의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 규제가 강화된 1990년대 후반 무렵 등장한 비교적 새로운 정치 풍경이다.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법의 직접적인 규제 대상이 아니다. 출판기념회를 통해 얻은 수익을 공개할 의무도, 모금 상한도 없다. 그렇다 보니 책값보다 훨씬 많은 축하금이 오가더라도 법적으로 제재하기 어렵다. 특히 2004년 정치자금법이 대폭 개정되면서 정치후원금 통로는 좁아지고 합법적 모금 방식이 제한되었으니 정치자금을 위한 합법적 수단으로서의 출판기념회는 꽤 쓸모있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출판기념회가 정치적 의례로 자리 잡게 된 이유는 또 있다. 선거판의 출판기념회는 후보를 알리고 조직을 점검하며 지지세를 과시하는 정치적 의식처럼 기능한다. 책은 읽히기보다 배포되고, 출판은 기념되기보다 동원을 위한 장치로 작동한다.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면서 동시에 조직을 결집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출판기념회가 책 내용보다 행사 규모와 참석자에 주목하며 정치적 세를 과시하는 이벤트의 장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0년대 이후 정치자금 규제는 더 강화되고 후원금은 투명해졌다. 그러나 출판기념회는 여전히 선거판의 공식 의례로 남아 있다. 제도가 바뀌었으나 정치적 방식과 관행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출판기념회가 선거 준비의 통과의례처럼 반복되는 풍경은 정치가 얼마나 관성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선거를 준비하는 방식이 곧 정치의 수준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이러한 관행은 더욱 뿌리 깊다. 책이 정치의 도구가 되고, 읽히는 것이 아니라 배포되며 기념의 의미를 담지 못한 채 소비되는 출판기념회의 풍경은 우리 정치문화의 한 단면이다. 책이 정치의 결과물이 아니라 정치의 출발 신호가 되는 문화에 우리는 너무 익숙해진 것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선거의 형식뿐 아니라 정치의 방식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책이 정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소비되는 한, 정치문화의 성숙을 말하기는 어렵다. 정치의 성숙은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일보다 오래된 의례를 내려놓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행사와 동원의 형식이 아니라 설득과 책임의 정치가 함께하는 출판기념회의 풍경을 만나고 싶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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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6.02.10 19:49

[이경재 세상보기] 완주전주 통합 의회의결, ‘역사적 결단’ 평가될 것

줄탁동기(啐啄同機) 알에서 깨어 나오기 위해서는 알 속의 새끼와 밖에 있는 어미가 함께 알껍데기를 쪼아야 한다는 고사 명언이다.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안팎의 타이밍이 맞아야 하고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철리(哲理)를 표현하고 있다. 균형발전의 ‘5극 3특’ 국토정책이 화두다. 광주·전남, 대전·충남은 줄탁동기의 본보기다. 대구‧경북, 부‧울‧경도 시동을 걸었다. 재정 인센티브, 공공기관 이전 우대 등 파격적인 지원정책의 타이밍에 맞춰 통합선언과 의회의결, 특별법 제정 등으로 호응하고 있다.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네 번째 시도되는 완주·전주 행정통합은 어떤가. ‘정동영 감독 안호영 주연’의 통합 찬성 방향선회는 완주군의회의 반발에 부딪쳐 있다. 안호영 의원이 통합 찬성 입장을 밝힌 다음날 반대 단체는 안호영 규탄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지역 수용성이 뒷받침되지 않아 일을 그르친 사례는 여럿이다. 김제공항은 기본설계까지 추진됐음에도 일부 정치권 반발에 부딪쳐 무산됐다. 부안 방폐장은 기형아, 환경오염에 부딪쳐 역사 유적도시 경주로 갔다. 가짜뉴스였다. 새만금특별자치단체는 띄워보지도 못한 채 침잠해 있다. 자치단체들끼리 관할권을 놓고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을 벌였다. 누굴 탓할 수도 없다. 줘도 못 얻어먹는 우리 내부의 역량이 문제다. 그 결과 전북인구는 170만명대로 쪼그라들었고 청년들은 한해 8000여명씩 수도권으로 빠져 나간다. 경남 내륙철도사업(사업비 7조원)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새만금공항과 함께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 받은 사업이다. 이 사업이 지난 6일 거제에서 착공식을 가졌다. 반면 새만금공항은 기본계획 철회라는 법원의 명령을 받았으니 현실적, 심리적 간극이 너무 크다. 광주‧전남통합특별시는 전북에 메가톤급 위협 대상이다. 387개 조의 특별법(안)에는 행정·재정·산업특례 외에도 ‘통합 특별시에 2배 이상 공공기관 배정’ ‘신설‧추가 이전의 경우 특별시장이 요구하는 공공기관 우선 배치’ 등의 공공기관 이전 특례도 담겨 있다. 이 법안이 실행된다면 공공기관 이전은 초광역 통합시에 집중되고 전북의 선택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광역시가 없는 전북은 광주·전남, 대전·충남에 끼여 고립무원의 외톨이로 전락할 수도 있다. 해법은 성장 거점도시, 중추도시를 만들어 경쟁력과 성장축을 추동시키는 일이다. 완주·전주 통합, 새만금특별자치단체 구성 등이 그런 예다. 완주·전주 통합의 열쇠는 완주군의회가 쥐고 있다. 광주‧전남처럼 의회 의결 뒤 특별법에 특례 조항을 담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지원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건 유감이지만 통합을 의결하면 대책을 제시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국회는 2월중 행정통합 특별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어서 시간이 많지 않다. 균형발전과 행정통합은 국정과제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철학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원팀, 원 보이스로 이재명 정부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럴진대 민주당원인 완주군수나 군의원이 국정과제와 대통령의 철학, 당 대표의 방침에 동의하지 않고 엇갈린 행보를 보인다면 지역의 미래는 어찌 되겠는가. 안호영 의원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따라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완주군의회가 통합을 의결한다면 더 의미 있는 역사적 결단이 될 것이다. 전북정치 전성기인 지금이야말로 줄탁동기의 철리를 실행해야 할 때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 과거에 머무르지 말고 기회가 왔을 때 매의 몸놀림으로 낚아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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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0 19:49

[새벽메아리] 지역사회 안전망으로서의 외국인 노동자 쉼터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외국인 근로자 인권침해 사건은 우리 사회가 이주노동자를 어떤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지 다시 묻게 한다. 폭언과 폭행, 열악한 숙소와 노동환경 속에서 장기간 방치되었다는 사실은 특정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관리의 공백이 만든 구조적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농축산업과 제조업 등 인력 부족이 심한 산업 현장을 지탱하는 중요한 구성원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위기 상황에 놓였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지역 기반 보호 체계는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주노동자는 언어 장벽과 정보 부족, 고립된 생활환경으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건 발생 이후의 대응을 넘어 예방 중심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첫째, 정기적인 사업장 점검과 숙소 환경 실태조사를 통해 노동환경을 상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둘째, 이주노동자 전담 상담창구와 통역 지원 체계를 확대하여 피해 발생 시 즉각적인 보호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셋째, 지역 내 임시 숙소 제공 체계 구축 및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휴식하고 지역사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넷째, 고용주 대상 인권교육과 노동관계법 교육을 의무화하여 예방 중심의 관리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 변경이나 임금 체납, 근로환경 갈등, 인권 침해 상황 등을 겪을 경우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거주 공간의 부재다. 숙소를 제공하던 사업장을 떠나게 되면 단기간 머물 공간을 구하기 어렵고, 언어와 제도에 익숙하지 않은 노동자들에게 주거 문제는 곧 생계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안정적인 임시거주 공간의 확보는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노동자의 안전과 인권을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라 할 수 있다. <전북전주외국인노동자 쉼터> 운영 경험을 통해 보면,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지원보다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공간과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창구였으며, 작은 상담과 휴식 지원만으로도 그들의 불안은 크게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지역 기반 보호망은 위기 상황을 예방하는 중요한 안전장치가 된다. 특히 설 명절과 같은 시기에는 쉼터의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고향에 가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함께 서로의 음식과 문화를 이야기하며 명절을 보내는 모습은 지역사회가 지향해야 할 공존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안에서 형성되는 관계와 경험은 노동자들에게 위로와 안정감을 주고, 지역사회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는 계기가 된다. 이제 외국인 노동자 쉼터와 임시 거주 지원을 민간의 노력에만 맡겨 둘 단계는 지났다. 외국인 노동자 긴급 거주 지원을 지역 복지 정책의 한 영역으로 포함하고, 지자체가 안정적인 운영 예산과 협력 체계를 마련하는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 쉼터는 위기 대응을 위한 임시 공간을 넘어 노동자의 권리 보호와 지역사회 안정에 기여하는 공공적 인프라로 인식되어야 한다. 지자체와 고용 관련 기관, 민간단체가 연계된 지역 기반 외국인 노동자 보호 체계를 구축할 때 보다 지속가능한 지원이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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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0 19:49

[기고] 전북 등 3특 지역 파격 지원책 절실하다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가 밝으면서 새로운 다짐을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월이 지나고 설 명절을 앞두고 있다. 거리에는 제사용품을 사고, 명절 선물을 주고받는 손길로 분주한 모습이다. 문뜩 이번 명절 때 고향을 찾아 돌아올 가족과 이웃들을 생각하니, 그분들은 과연 우리 지역을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전에 비해 많이 변하고 달라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수도권과 영남권에 비해 뒤처져 있고 인구마저 줄고 있는 고향을 보면서 말이다. 그래서 이재명 정부는 이런 지역 간의 격차를 해소하고 대한민국 어디나 잘사는 곳을 만들기 위해 ‘5극 3특’이란 국정과제를 채택했다. 전국을 5개 초광역권과 전북을 포함한 강원, 제주 등 3개 특별자치도로 나눠 균형적 발전을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특히 행정 통합을 한 초광역 자치단체에는 4년간 최대 20조 원을 지원하고,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대우와 2차 공공기관 이전 우선 등의 지원책도 제시했다. 근래 들어서 인근 광주·전남에 비해서도 홀대받는다는 인식이 강해진 우리 지역을 생각하면 이런 정부의 국정 기조는 큰 기대를 해볼 만한 제안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5극 3특’의 국가균형발전을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도 현실 속에서는 5극 지역에 지원책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행정 통합을 이룬 초광역 지자체를 중심으로 재정과 권한을 집중해 수도권과 견줄만한 거대 도시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그중 대전·충남과 광주·전남은 매우 빠르게 통합을 위한 단계를 밟아 나가고 있다. 반면 3특 지역에 해당하는 전북은 현실적으로 광역 통합이 어려워 정부의 지원 대상에서 한 발 뒤처져 있는 양상이다. 이재명 정부에서 말한 ‘5극 3특’ 체제의 국가 발전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광역시가 없는 전북과 같은 3특 지역에도 5극 지역과 동등한 형태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전주와 완주 같은 도시 간의 통합의 경우에도 정부의 행정 통합 기조에 부응하는 것으로 보고, 파격적인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 규모는 다르지만, 같은 뜻의 국정과제를 놓고 5특에만 지원이 집중된다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사실 전북은 자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전북의 자존심으로까지 여겨졌던 전주마저 한 해 1만 명씩 인구가 줄고, 기업 유치, 일자리 창출과 같은 면에서도 수도권은 물론 다른 지역과도 그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가 전북을 비롯한 3특 지역 챙기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나 전북은 이 정권을 창출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곳이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의 근간이다. 전주‧완주 통합, 나아가 쇠퇴에서 벗어 나가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전북의 발전을 위해 정부는 파격적인 행정적 재정적 지원책을 내놓아야 하고, 정치권이 이를 이끌어야 한다. 마침, 최근 여당에 우리 지역 출신의 국회의원인 한병도 원내대표와 이성윤 최고위원이 당선돼 큰 힘이 되고 있다. 나와 같은 기초의원부터 도의원,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 군수 등 모두가 힘을 모아, 그 열정을 도민 모두와 하나로 결집해야 할 때다. 올 설 명절에는 고향을 찾는 가족과 이웃들에게 ‘지역 발전의 희망’이란 선물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윤미(효자 2·3·4동) 전주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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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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