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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에 김승수(57) 전 전주시장을 임명했다고 9일 밝혔다. 임기는 3년이다. 김승수 신임 원장은 전주시장 및 (사)전국책읽는도시협의회 초대 회장을 지내며, 지역 출판 생태계 활성화와 책 문화 확산에 힘써왔다. 특히 전주시장 재임 당시 전주를 ‘책의 도시’로 선포한 바 있으며, 독서 문화 확산과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해 전주책사랑포인트 ‘책쿵20’을 도입하고 도서관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펼쳤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한국출판인회의가 주최하는 ‘올해의 출판인’ 특별상을 받았다. 최휘영 장관은 “신임 원장이 쌓아온 출판·독서 정책과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출판 생태계를 세심히 살펴 ‘케이-콘텐츠’의 뿌리인 출판문화산업이 재도약하고 책 문화가 활성화되도록 힘써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출판문화산업의 진흥·발전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2012년에 설립된 출판 전담 지원기관으로서, 출판 제작과 유통, 수출과 독서 등 출판 생태계 전반에 이르는 다양한 지원 책무를 수행하고 있다.
보랏빛을 유난히 애정하는 언니가 있다. 보라색 가방과 원피스는 물론, 머플러와 양산, 양말과 장갑까지 그녀의 일상은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다. 또한 제비꽃, 무스카리, 마편초, 라일락, 아스타, 붓꽃처럼 짙은 남보라 꽃들이나 등나무꽃, 오동꽃처럼 은은한 보라의 결을 지닌 꽃들을 즐겨 찾는다. 이제 보라색을 마주할 때마다 그 언니가 떠오르고, 자기 삶을 묵묵히 개척해 온 그녀의 묵직한 시간까지 함께 떠오르곤 한다. 얼마 전, 황숙 수필가의 《보랏빛 예찬》을 마주한 순간, 그 언니를 떠올리게 하는 보랏빛의 세계 속으로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수필가 황숙은 우리가 살아내는 일상을 ‘빨강과 파랑의 혼합으로 태어난 보라색’에 비유한다. ‘좋아서 하는 일과 책임으로 하는 일이 동아줄처럼 꼬여 이루어진 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버거운 순간들을 참고 견디다 보면 그 끝에 쌉쏘롬하면서도 달큼한 보랏빛이 스며든다’고 말한다. 이 비유는 삶이 단순히 고통이나 기쁨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감정과 경험이 어우러져 깊어지는 과정임을 설득력 있게 드러낸다. 저자의 이러한 시선은 독자에게도 자기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종종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 없다는 이유로 현재의 삶을 버겁게만 여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 속에는 기꺼이 선택한 기쁨과 어쩔 수 없이 감당해 온 책임이 함께 얽혀 있다. 어쩌면 삶이란 어느 한쪽의 색으로만 이루어질 수 없듯이 서로 다른 감정과 생각들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엮어질 때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저자는 여러 대학에서 한글과 한국문화를 가르치며, 자국민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한글의 우수성과 한국문화의 깊이를 전하고자 심혈을 기울였다. 이러한 경험은 글 전반에서 단단한 사명감으로 드러난다. 특히 여러 실학자 가운데에서도 홍대용에 대한 저자의 관심은 각별하다. 홍대용의 중국 여행기인 《을병연행록》에 심취하고, 프라하의 천문시계를 마주할 때나, 슬로베니아를 여행하는 길에서도 조선의 실학자 홍대용의 흔적을 찾고 그의 업적을 기리며 이어가려는 모습에서 그 애정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다. “만약 홍 선생의 혼천의와 나경적의 시계를 조합하고, 정학유의 ‘농가월령가’를 훈민정음으로 적어 첨성대 모양으로 세운다면…”이라는 저자의 상상에는, 세계적 유산인 한글에 대한 애정과 과학적 사유로 새로운 학문의 지평을 열었던 실학자의 정신을 따르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보랏빛 예찬》은 단순히 하나의 색을 이야기하는 글이 아니라, 삶의 결을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화려하지 않아도 깊어질 수 있고, 빠르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보랏빛에 빗대어 조용히 일깨운다. 어쩌면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서서히 익어가는 보랏빛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은 읽고 난 뒤에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삶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드는 따뜻한 지침서이다. 이진숙 수필가는 전직 국어교사이며 201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 당선했다. 최명희문학관에서 14년간 “혼불” 완독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우리 이제 다시 피어날 시간》 오디오북과 《나는 오늘도 괜찮다》 수필집을 발간했다.
봄은 시를 읽게 하는 계절일까. 이맘때쯤이면 유독 시집들이 서점 매대에 오른다. 봄 하면 떠오르는 것을 단순한 몇 가지로 간추리기 어려워서일까. 봄에 펴낸 시집은 유난히 각양각색이다. 수많은 시집들 중에 부안 변산에서 평생 흙을 일궈온 박형진 시인이 새 시집 <시의 부엌>(애지)을 펴냈다. 1984년부터 유기농사를 지으며 “땅에 대고 절하다 보니 어찌어찌 시를 쓰게 됐다”는 박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농경적 사유를 바탕으로 정직한 노동의 감각을 62편의 시로 엮어냈다. 사람과 자연과 뭇 생명이 교감하며 생동하는 순박한 시편들이 마치 오랜만에 고향에 온 듯한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시인에게 농사와 시는 분리되지 않는다. 등단 이후 30여 년간 10남매의 막내로서 그리고 네 자녀의 아버지로서 땅을 지켜왔다. 진실한 마음이 깃든 선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땀의 가치를 글로 표현한 그의 시에는 자연의 정기와 사람의 온기가 교차한다. “집이 낡아간다/ 지은 지 이십여 년 만에/ 차양이 떨어지고/ 마루가 삐걱대고/ 흙담 한 켠이 헐어진다// 나도 낡아간다/ 집보다 더 오래된 집은/ 지붕머리가 하얗게 세어지고/ 눈앞이 흐려지고/ 꿈에서도 이빨이 빠진다//(…중략…)// 지금은 잠이나 자고 싶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지”(‘나는 낡은 것이 좋다’ 부분) 이처럼 삶의 구석으로 밀려나 있는 존재들을 불러내는 시인은 사라져 간, 잊고 지냈던 것들에게 다정한 안부를 묻는다. 그리고 고향의 질박한 삶과 일상의 시간들을 진솔하게 복원해낸다. 자식을 키워낸 부모의 헌신과 평생을 농사로 살아온 노동의 숭고함이 결국은 ‘생명을 돌보는 일’이라는 하나의 본질로 수렴되는 과정을 담백한 필치로 그려낸다. 김용택 시인은 추천글을 통해 “박형진은 내가 좋아한 사람이다”라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오랜 세월 사용한 마을 말을 버리지 않고 그 말로 시를 쓴다”며 “모항 바닷가 작은 오두막 ‘시의 집 한 채’는, 그 존재가 막강한 아름다움이다”라고 밝혔다. 1958년 부안군 변산에서 10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시인은 1984년 결혼 후 변산에 정착하여 세 딸과 아들 하나를 기르는 자식농사와 함께 유기농사를 평생의 업으로 삼아왔다. 땅을 일구는 정직한 노동 속에서 시적 영감을 발견한 그는 1992년 ‘창비’ 봄호에 작품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저서로는 시집 <바구니 속 감자 싹은 시들어가고>, <콩밭에서> <밥값도 못하면서 무슨 짓이랑> <내 왼쪽 가슴 속의 밭> 등이 있다.
고하 최승범 선생이 50여 년 동안 발행해 온 계간지 <전북문학>의 전통을 잇고 있는 고하최승범문학기념사업회가 통권 302호 봄호를 발간했다. 이번 호는 김태우 작가의 글 ‘고하 시조시 읽기’로 문을 연다. 김 작가는 최승범 시인의 작품 ‘꿈길’을 중심으로 기행 시의 특성과 시적 상상력을 조명한다. 그는 “최승범 시인이 몽골 울란바타르에서 열린 제7차 아시아 시인 회의에 참가하기로 결심한 뒤 꾼 꿈을 소재로 집필한 작품”이라며 “몽골 여행은 단순한 체험의 기록을 넘어 시적 대상화 과정을 거친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어디서 일어오는/ 바람인가 삽상한/ 어린시절 고향도 같고/ 마을 앞 어귀를 나섰을 뿐인데/ 이 몸을/ 돌고 스쳐가는/ 달기만 한 바람이여/ 두리번거리자 바람결에/ 들려오는 노랫소리/ -여기 살고 싶어라/ 연푸름한 빛의 초원/ (중략) 내 발길 이윽고/ 아, 눈앞 펼쳐진/ 초원의 바다인가/ 장히 넓은 사막인가/ 눈 비벼/ 자세히 살피려/ 눈을 뜨니/ 꿈길이었어”라는 구절은 낯선 공간에 대한 동경과 시적 환상을 동시에 드러낸다. 이어지는 ‘재미난 시 읽기’에서는 양병호 전북대 교수가 세 편의 작품을 해설한다. 양 교수는 조명제 시인의 ‘첫눈’을 통해 첫사랑의 기억을 환기하는 은유를 짚고, 노유섭 시인의 ‘그저 아득하리라’에서는 삶의 여정을 사색하는 서정성을 읽어낸다. 박지학 작가의 ‘백색 주석’에 대해서는 불길한 겨울의 분위기 속에서 언어의 모호성을 탐구하는 작품으로 해석했다. 엽편소설 코너에는 서철원 작가의 ‘새벽 강’이 실렸으며, 四於堂 최남규의 한시 감상에서는 두보의 ‘모옥위추풍소파가(茅屋爲秋風所破歌)’를 다뤘다. 이 밖에도 회원들의 신작 시 80여 편과 수필 20여 편이 함께 수록됐다. 윤수하 작가의 문학론 <한하운 시의 ‘길’과 내면의 상처 치유>는 한하운 시 세계의 정신적 지향과 치유적 의미를 세밀하게 조명한다. 고하최승범문학기념사업회는 ‘전북문학’ 발간을 비롯해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공동으로 고하최승범문학상 백일장 개최, 1주기 추모제 진행, 300호 특집호 간행, 고하문학관 운영 자문 등을 이어왔다. 앞으로도 고하문학선집 발간, 유고시집 출간, 시비 건립, 「전북문학」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등 다양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서예가 산민(山民) 이용의 예술적 생애와 철학을 집대성한 전시도록 <산민 이용 서예전>이 세상에 나왔다. 이번 도록은 오는 24일부터 29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리는 20번째 개인전을 기념하여 제작됐다. 도록에는 1988년부터 2025년까지 38년간 이어진 작가의 서예 인생을 연대기별로 기록했다.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는 총 265점의 작품이 수록되어 산민서예의 변천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3년간의 작업 결과물을 비롯해 노자의 철학을 시각화한 ‘노자 섹션’도 담겨 있다. 노자 섹션에는 금문(金文)과 사자성어를 활용한 해석이 돋보이며 작가가 오랜 시간 천착해온 고전 해석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다. 도록 후반부에는 1988년부터 2022년까지의 주요 구작(舊作) 65점이 수록됐다. 초기 필치부터 전성기의 유려한 서체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예술적 실험과 성장을 입체적으로 담아내어 서예 연구자 및 애호가들에게 사료적 가치를 제공한다. 시각적인 완성도도 눈에 띈다. 흑색 바탕에 금박으로 ‘산민(山民)‘을 새긴 표지는 묵직한 서업(書業)의 무게감을 보여준다. 내부 도판은 작품의 질감과 낙관의 선명도를 최대한 살려 인쇄됐다. 각 작품에는 한문 원문과 함께 국문 해석을 함께 넣어 독자들의 이해도를 높였다. 산민(山民) 이용 선생은 고대문자인 금문(金文)을 현대적인 조형미로 재해석하여 한국서예의 지평을 넓힌 서예가다. 400m에 달하는 법화경 전문 사경을 완수하는 등 예술적 집념을 작품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 또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의 기틀을 마련했고, 총감독을 역임하는 등 한국서예 세계화와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밍키』라는 책을 받아 든 순간 어떤 장면이 떠올랐다. 보자기를 어깨에 두른 채 엄마의 로션 병을 들고 요술공주 ‘밍키’ 주제가를 부르며 온 집 안을 뛰어다니는 여자아이의 모습. 작가는 이야기라는 술법으로 독자를 홀려 그가 만든 세계로 초대한다. 언니의 유산으로 받게 된 돈가방에 ‘밍키’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인물의 이야기. 소유했다고 믿었으나 ‘내 것’일 수 없는 것들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삶에 대해 질문하게 하는 표제작 「밍키」도 인상적이었지만, 유독 여운이 남았던 작품이 있다. 「대원의 소원」은 작가의 능청과 이야기꾼으로서의 탁월함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딸의 결혼식에 손잡고 들어가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해온 대원이라는 남자가 등장한다. 콘서트에 처음 간 대원이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아 온몸에 힘이 쭉 빠져” 있는 상태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는 공연장에 앉아 있기까지 꽤 험난한 과정을 통과해야 했다. 동료 택시 기사의 딸에게 도움받아 어렵사리 팬카페에 가입하고, 공연 표도 구할 수 있게 된 대원. 내친김에 그에게 ‘예은님’의 팬으로서 주의할 점과 교양 있게 공연 관람하는 법도 전수받는다. 행복감에 젖어 콘서트 날만 기다리던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닥친다. 하필 딸의 결혼식과 공연 날짜가 겹친 것. 그는 딸의 결혼식과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가는 걸 모두 성공하기 위해 물샐틈없는 작전을 전개한다. 주례사 시간을 줄이기 위해 자신이 직접 주례를 맡고, 여분의 옷을 미리 챙겨놓고, 동료에게 기차 시간에 늦지 않도록 역까지 자기를 데려다줄 것을 미리 부탁해 두었다. 전주에서 용산역까지, 기차에서 내려 공연장까지 가는 방법을 시간대별로 모두 계획해 두었다. 오전 10시 결혼식과 저녁 8시 공연 사이 그는 무대 위 연주자처럼 분주하다. 대원의 투박함과 소란스러움이 귀여워 보이는 것은 아내의 부재를 견디는 대원의 시간을 작가가 그려놓았기 때문이다. 상실을 경험한 이들이 감당해야 하는 일상의 훼손.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이 의식처럼 통과해야 하는 환멸과 치욕. 재기 발랄한 젊은 작가의 위트로 반짝이는 소설집 같지만, 묵직하고 먹먹한 목소리가 스며있어 이야기는 힘을 갖는다. 작가는 일상의 균열과 관계의 변화에서 시작된 감정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포착하는 능력을 지녔다. 『밍키』에 수록된 8편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평범하다. 어디엔가 살고 있을 것 같은 사람들, 우리의 이웃이거나 친구이거나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일지 모를 인물들이 그의 소설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얼핏 보면 나와는 무관한 일처럼 보이지만 실핏줄처럼 얇고 가는 관계망 속에서 당신과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작가가 직조해 낸 이야기 속에서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자고 일어났더니 뿔이 생긴 「뿔 있으세요?」는 또 어떤가. 「뿔 있으세요?」에서 화자는 오빠의 결혼 상대를 소개받는 자리에서 제 몸에 이상한 일이 생겼음을 알게 된다. 엉덩이, 정확하게 꼬리뼈 부근에 뿔이 난 것이다. 이 뿔 때문에 화자와 화자의 주변에 한바탕 소동 아닌 소동이 벌어진다. “엉덩이에 힘을 바짝 주었다. 종일 허리를 펴고 앉았다고 등에 힘이 생긴 것 같았다.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당장 없앨 수도 없다면 일단 이 뿔과 사는 방법을 먼저 터득하면 될 일이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_ 「뿔」 부분 최아현 작가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그에게 계속 ‘뿔’이 있었으면 좋겠다. 남들에게 드러내서 보여줄 수도 없고 불편과 고통도 따르니 작가는 괴롭겠지만, 어쩐지 그 불편과 고통으로 인해 그가 다른 이들과는 다른 눈과 귀를 갖게 되었을 것 같다. “체급 차이가” 분명한 이 세계와 대적해 “엉덩이에 힘을 바짝 주”고 허리를 펴고 앉아 “그렇게 스스로 경험(글)을 쌓아나가면” 그의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즐거움이 될 테니까. 요술봉을 가진 손으로, 이야기를 계속, 계속, 써주기를. 김정경 시인은 2013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 「검은 줄」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시집 『골목의 날씨』가 있다.
유종인 수필가가 희수를 맞아 자신의 삶을 기록한 수필집 <쑥배 반바지>(수필과비평사)를 출간했다. 이번 수필집은 저자가 유년 시절의 기억부터 청소년기의 언어, 가족과의 인연과 제자·동료들과의 관계를 성찰적인 시각으로 복원해 낸 결과물이다.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수준을 넘어 현재 자신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담백한 어조로 풀어낸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글 밭에서의 희로애락을 맛보는 게 무엇보다 잘한 일이라고 여기며 잠을 설친 날도 있었다”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글과 함께 삶의 미래를 꿈꾸는 글 속 여행의 기쁨이 큰 보람이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글쓰기를 통해 작가도 되었고 멈추지 않고 하나씩 다듬으며 글과 함께 지내온 삶의 길을 잘 선택한 듯하다”고 덧붙였다. 책은 개인적 서사를 넘어 국내외 여행지에서 얻은 사연 등 세상을 향한 확장된 시선을 보여준다. 특히 음악을 전공한 저자의 이력이 문장에 자연스러운 리듬을 부여하고 있으며, 화려한 기교 대신 수식어를 덜어낸 문체로 삶의 무게를 진솔하게 전달한다. 1950년 정읍에서 출생한 저자는 진주교대와 전주사대 음악학사, 전북대 음악석사 학위를 받았다. 전주효정중학교 교장을 역임했고 2015년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했다. 아람수필, 교원문학, 우리문학, 전북수필, 전북문인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2회 우리문학 수필 부문 본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수필집 <그날의 합창>이 있다.
많은 독자에게 ‘소나기’, ‘학’ 등의 작품으로 친숙한 황순원 작가는 간결하고 절제된 문체,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자연 묘사로 한국 문학사에 금자탑을 쌓았다. 이처럼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황순원 문학의 정수를 담은 단편선집이 잇달아 출간되며 국내 문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황순원 작가의 탄생 111주년을 맞아 출판사 ‘학 북스’는 핵심 명작을 엄선한 <황순원 대표 단편선>을 비롯해 시대를 뛰어넘는 깊은 서정성과 감동을 전하는 <황순원 단편선집 1>, <황순원 단편선집 2> 등 총 3권을 동시에 펴냈다. ‘학 북스’는 황순원 작가의 손자가 발행인을 맡고 있으며, 작가의 삶과 문학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출판사다. 황순원기념사업회장 안영 소설가는 “모든 것을 다 말하지 않고 행간의 의미를 곱씹게 하는 황순원 특유의 여백의 미를 최대한 원본의 느낌 그대로 살리고자 했다”며 “이번 선집에 담긴 따뜻한 인간애와 생명 존중 사상, 깊은 서정성이 오늘의 독자들에게도 순수한 감동을 전할 것”이라며 이번 선집에 대해 설명했다. 선집은 작가의 111번째 탄생을 기념해 세월이 흘러도 바래지 않는, 맑고 투명한 언어의 결을 세 권의 책에 정성스럽게 담아낸 것으로, 그의 문학적 발자취를 의미 있게 되짚는다. 척박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깊은 울림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교과서와 기존 선집을 통해 널리 알려진 작품뿐 아니라 그동안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단편소설들도 다수 수록돼 문학사적 가치와 소장 가치를 높였다. <황순원 대표 단편선>은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주요 명작들을 엄선해 수록한 책이다. 나란히 출간된 <황순원 단편선집 1·2>는 문학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면서도 작품집 절판 등의 이유로 자주 접하기 어려웠던 단편들을 모아 소장 가치를 한층 높였다. 황순신 발행인은 “학처럼 고고하게 순수문학을 지켜온 작가의 숭고한 발자취를 온전히 보존하고자 ‘학 북스’를 설립했다”며 “이번 출간을 시작으로 장편소설 7편과 시 104편 등 황순원 문학세계를 재조명하고 널리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김종회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촌장은 추천사를 통해 “20세기 한국 순수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황순원은 지금도 여전히 수발하고 의연한 거목과 같은 존재”라며 “그의 소설은 인간의 정신적 아름다움과 순수성, 인간 존엄에 대한 깊은 존중에서 출발했고 이를 흔들림 없이 지켜왔다”고 평했다. 이어 “황순원은 순수문학의 범주에 머무르지 않고 가장 한국적인 정서와 이야기를 가꿔낸 대표적 문인이며, 항일 저항 의지를 담은 문학정신과 좌우 이념의 대립 속에서도 균형 잡힌 시선을 견지하며 시대의 증인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며 “이번 선집을 계기로 황순원이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국민 작가로서 K-리트러처를 통해 세계 문단에서도 더욱 널리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어떤 이름은 그 존재만으로 견고한 울타리가 된다. 한국시단에서 ‘김용택’이라는 이름 뒤에 늘 그림자처럼 따라붙던 섬진강 시인이라는 수식어가 그랬다. 그것은 시인에게 가장 영광스러운 훈장인 동시에 그를 가두는 안온한 경계이기도 했다. 최근 김용택 시인이 펴낸 시집 <그날의 초록빛>(창비)은 그가 평생 일궈온 거대한 울타리를 스스로 허물고 나간 한 창작자의 치열하고도 정직한 모험이 담겨 있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자신이 오랫동안 다듬어온 과거의 문법을 과감히 ‘낡은 거울’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 거울의 표면을 깨뜨리고 나아가 거울 밖 미지의 생명들이 뿜어내는 가공되지 않은 파동에 온몸을 맡긴다. 시인은 노련함에 기대는 대신 낯설고 예민한 감각으로 세상을 다시 읽는다. 과거의 성취가 주는 지루함과 작별하고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언어들로 44편의 시를 완성해냈다. 이는 기성 문단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한 시인이 내뱉을 수 있는 가장 용기 있는 고백일지도 모른다. “마을회관에서 점심을 먹었다/ 내가 마을에 들고 나는 흔적이 없을 때까지/ 나는 마을을 걷고, 걷고, 걷고 또 걸어 회관 문턱을 넘어/ 마을 공동밥상 앞에 앉았다/ 공부는 떠나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는 것이어서/ 내 모든 공부가, 아는 것이, 지식이/마을에서 소용없어지고,/ 나는 그렇게/마을이 공인한 마을의 일원이 되었다/(…중략…)/ 나는 눈물을 짓는다/슬퍼서가 아니다/ 하루의 경제적 경영 범위에 따른/ 몸의 고졸한 움직임들이/ 그토록 아름답다”(‘고졸한 경제행위’ 부분) 시인이 마주한 세계는 조급하지 않다. 억지로 해석하거나 재단하려 들지도 않는다. 그는 자연의 순리 앞에 무릎을 꿇고 생의 진실을 겸손하게 응시한다. 무거운 세상을 균열내는 것은 강력한 힘이 아니라 끝내 꺾이지 않는 부드러움이라는 사실을 맑은 언어로 증명해낸다. 그런 의미에서 <그날의 초록빛>은 노년의 완숙미를 뽐내는 결과물이 아니다. 오히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생의 첫 초록을 목격한 소년의 설렘으로 가득하다. 생에 대한 경외심을 잃지 않는 한 삶은 언제든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나희덕 시인은 해설을 통해 “섬진강을 따라 오롯이 흘러온 김용택의 시적 생애가 이제 지구의 드넓은 대지에 이르렀다”며 “그의 시에는 여전히 싱그러운 흙이 묻어 있고 생명의 물기가 남아 있다”고 헌사했다. 그러면서 “‘나는 퀴퀴하게 낡은 나의 거울에서 나간다’라는 노익장의 선언은 자못 비장하기까지 하다”며 그가 보여준 문학적 탈피에 경의를 표했다. 1948년 임실에서 태어난 김 시인은 1982년 21인 신작 시집 <꺼지지 않는 횃불로>에 ‘섬진강 1’ 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시집 <섬진강>, <맑은 날>, <그 여자네 집>과 동시집 <콩, 너는 죽었다>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은하수를 건넜다> 등을 통해 문학의 지평을 넓혀왔다.
한국문학의 근대성과 보편성을 탐구하며 전북 평단의 위상을 높여온 이보영 문학평론가(전북대학교 명예교수)가 지난 27일 별세했다. 향년 93세. 1933년 전주에서 태어난 이씨는 전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전남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6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비평 ‘연화의비의(秘義)-김동리론’이 당선됐으며 같은 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추상미술과 인간’으로 미술평론 부분에 당선되기도 했다. 이후 모교인 전북대 교수로 재직하며 영문학자이자 한국문학 비평가로서 지역 평단을 이끄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 씨의 비평 철학은 식민지 시대를 관통한 한국적 특수성을 전제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는 작품을 단순히 분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텍스트를 분석하는 ‘자세히 읽기’를 통해 문학 속에 내재된 역사적 의미를 길어올리는 데 탁월한 역량을 보여줬다. 특히 국권침탈기의 문학을 ‘난세의 문학’이라 규정하고, 당시 작가들이 일제라는 거대한 타자를 의식하며 근대적 리얼리즘을 어떻게 구현했는지 규명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이러한 비평적 관점은 한국문학사의 주요 작품들을 재평가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그는 이광수의 <무정>에 내재된 친일적 성향과 몰정치성을 날카롭게 비판했고, 염상섭 소설 연구에 천착하며 학술적 기틀을 다졌다. 주요 저서로는 <식민지시대문학론>, <한국근대문학의 의미>, <이상의 세계>, <염상섭 문학론> 등이 있으며 <오스카 와일드 예술평론>, <톨스토이와 도스트예프스키> 등을 번역했다. 이 씨는 중앙 문단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 작가들의 작품세계에도 관심을 쏟으며 전북문학의 가치를 높이는 데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골 작은 읍에서 자란 내가 처음 만난 도시는 익산이다. 한 사람만 거치면 뼛속까지 다 아는 작은 마을에서, 낯선 도시로 떠나는 것은 무척 설레는 일이었다. 하지만 내 고등학생 시절 익산은 기대했던 만큼 다채롭지 않았다. 새벽 기차를 타고 역에 내리면 파고들던 한기와 빽빽하게 짜인 일상에 도시의 풍경은 무채색에 가까웠다. 이리역 폭발사고로 다니던 학교도 피해를 보았다던 익산은 거대한 폭발이 남긴 침묵의 도시처럼 보였다. 활기차다기보다는 정체되어있었고 깊이보다 건조함이 느껴졌다. 그런데 『역사와 문화로 보는 도시 이야기 익산』은 내 기억과 생각이 얼마나 편협한 것이었는지를 일깨워주었다. 전은희 작가는 익산을 아파트 숲 사이에 수천 년 전 청동기 시대의 집터가 있고, 쓰던 항아리로 무덤을 만든 마한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엿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하고 있다. 익산이 인간의 삶과 시간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살아있는 유기체라는 것이다. 또한 작가는 ‘부드러움’과 ‘풍부함’이라는 키워드로 익산을 그리고 있다. 미륵사지 석탑은 백제 부흥을 간절히 원했던 무왕의 꿈을 품고 있고, 서동과 선화의 사랑 이야기는 우리가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은 낭만과 맞닿아있다. 발굴을 통해 그 웅장함을 드러낸 왕궁리 궁궐터는 비어있어 오히려 충만함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인간의 삶이 그러듯 도시 역시 아픔과 좌절의 시련을 겪는다. 만경강 변 배가 드나드는 나루였던 춘포는 일본인 지주의 농장이 자리를 잡으면서 대장촌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사람들은 맨손으로 둑을 막아 물길을 돌렸지만, 그곳에서 생산한 쌀은 모두 일본으로 실려 갔다. 이러한 일제의 수탈과 강압에 누구는 의병으로 또 누구는 독립운동과 만세운동으로 맞섰다. 그들의 숭고한 피와 목숨이 익산을 지켜낸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나는 무심코 걷던 그 차가운 아스팔트 아래 백제의 섬세한 예술혼이 잠들어 있었고, 철길을 따라 흐르던 근현대의 아픔이 역동적인 성장의 동력이었음을 깨달았다. 생각해보니 내 기억 속에도 회색빛을 뚫고 나오던 찬란했던 순간이 있었다. 매년 봄이면 교정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던 하얀 목련, 하숙집 좁은 방에 옹기종기 모여 친구들과 나누던 따뜻한 밥 한 끼, 그리고 야간자율학습 시간을 앞두고 학교 앞 문방구에서 쥐포 하나를 구워 들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게 뛰었던 시간들. 그 소소하고 명랑한 순간들 덕분에 나는 외롭고 힘들었던 내 고등학교 시절을 버틸 수 있었다. 이제 나는 익산을 생각할 때 기차역의 차가운 공기보다 그 공기를 가르며 피어났던 하얀 목련과 친구들의 웃음소리를 먼저 떠올린다. 도시의 역사를 안다는 것은, 결국 그 땅 위에서 치열하게 살아낸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일임을 이 책이 가르쳐 준 덕분이다. 장은영 동화작가는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통일 동화 공모전, 남도의병 콘텐츠 공모전 스토리 부분 대상, 전북아동문학상과 불꽃문학상을 수상했고 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표지원)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광대특공대>, <역사와 문화로 보는 도시 이야기 전주>, <책 깎는 소년>, <으랏차차 조선 실록 수호대> 등이 있다. <책 깎는 소년>은 6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었다.
70년 전, 제주의 밤은 천둥소리조차 비명이 되던 시간이었다. 국가라는 거대한 칼날 앞에 누군가는 이름을 잃었고, 누군가는 존재 자체를 지워야만 했다. 제주4·3의 심연을 20년 넘게 기록해온 허영선 전 제주4‧3연구소장이 나란히 펴낸 두 권의 시집은 어둠을 뚫고 살아남은 이들을 위한 헌사이다. 첫 번째 시집 <우린 천둥의 밤을 지나온 자들이어서: 4·3레퀴엠>(마음의숲)이 비극의 불바다를 건너온 여인들과 아이들의 생존을 풀어낸다면 <법 아닌 법 앞에서: 4·3법정일기>(마음의숲)는 70년 만에 열린 재심 법정의 차가운 공기를 뚫고 피어난 존엄의 기록이다. 저자는 이 두 권의 책을 통해 4·3이 지나간 역사가 아닌 지금 우리 곁에서 여전히 숨 쉬고 있는 현재형의 고통으로 소환한다. 저자의 문장은 화려한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대신 70년이라는 침묵의 시간을 뚫고 나온 증언들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하려는 단단함과 정직함을 담고 있다. 국가의 비수 앞에 학생복조차 입어보지 못한 채 산산조각 난 아이들의 눈동자를 직시하며 저자는 “철을 잃어버린 아이들/노래를 잃어버린 새처럼/사랑을 잃었어”('철을 잃은 아이들' 중)라며 나직하게 읊조린다. 이 기록들은 연민을 넘어선 유대감의 증표이다. 저자에게 글을 쓰는 일은 단순히 과거의 슬픔을 관조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폭력 앞에서도 스스로 생을 밀어 올린 이들의 주체적인 역사를 입증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집 <법 아닌 법 앞에서: 4·3법정일기>는 재심 법정의 건조한 기록을 문학적으로 재구성해냈다. 저자는 2021년 제주지방법원에서 울려 퍼진 ‘피고인 무죄’라는 글자를 붙잡아 억울하게 씌워진 낙인을 걷어내고 그들의 명예를 되찾아줬다. 이처럼 저자의 시선은 훼손된 존엄을 회복하는 일에 맞닿아 있다. 제주 4·3을 과거의 눈물로 소비하려는 관성적 태도를 거부하고 진실을 불러낸다. 시로 풀어낸 허영선의 기록은 제주라는 지리적 경계를 넘어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윤리적 응답으로 확장한 것이다. 그가 일궈온 긴 세월이 시집을 통해 마침내 ‘무죄’라는 단단한 마침표를 찍는다. 시인의 눈으로 직시하고 역사가의 마음으로 기록한 문장들은 70년 전 비극이 오늘날의 존엄으로 승화되는 치열한 현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시종 재일 시인은 “이 시집은 4·3사건에 대한 끝나지 않는 기억, 이것을 계승하는 자를 겸허히 만들고 있다”라며 “거기서 사유의 깊이를 바다 울음의 여운처럼 진동시키는 음운의 힘. 어찌 경약하지 않을 수 있겠나”라고 밝혔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허영선 시인은 제민일보 편집부국장과 제주4‧3평화재단 이사, 제주4‧3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시집 <추억처럼 나의 자유는> <해녀들>, 산문집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 역사서 <제주4.3을 묻는 너에게> 등을 펴냈다.
사촌오빠가 일본에 살아 자주 여행을 갔었다. 예쁘게 빚은 과자나 인형에 눈이 현혹되었다. 고풍스러운 가게를 들어갔다가 부채에 꽂혀 한참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이경옥 작가의 글에 나온 ‘방구부채’였다. 모양이 둥근 단선이라는 부채를 말한다. 부채 손잡이 직경이 1cm가 조금 넘는데, 작은 곳에서 부챗살이 40개로 갈라져 있다. 한눈에도 섬세하고 정교했다. 넋을 잃고 바라보는 내 모습에 오빠가 말했다. “저 부채 마음에 들어?” “아이고, 얼마나 비싼데? 신기해서 보는 거예요. 부챗살을 어떻게 잘랐을까 싶어서.” “그러니까 오빠가 사줄게. 장인 만든 아주 좋은 부채니까.” 오빠는 만류하는 나를 뿌리치고 기어이 사줬다. 10년이 넘게 지니고 있는 부채는 비싼 가격 탓에 고이 모셔두고만 있다. 책 속에 달래가 만들어주는 방구부채가 간절해진다. 이경옥 작가의 『바람을 만드는 아이들』은 부채를 만드는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다. 마치 바람처럼 말이다. 달래는 아버지가 만드는 부채를 보고 자라난 아이다. ‘대나무는 무작정 자르면 부러지니 손목에 힘을 빼고 결을 따라가는 것’이란 가르침을 듣고 부채를 만들고자 열망한다. 서로 다른 사연과 마음을 갖은 아이들이 부채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주인공 달래는 여자라는 이유로 불합리한 차별을 받는다. 하지만 달래는 정련방장이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다.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선자장의 계략으로 달래가 공들여 만든 변죽은 타버리고 만다. 달래는 그때야 선자청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남을 밟고 올라서려는 했던 자신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이다. 어느 결에 최고가 되려고 했던 것을 반성하고 진정한 ‘바람’을 나눠주려 결심한다. 달래의 마지막 말은 저마다 있어야 할 곳이 있음을 말해준다. “다른 사람을 웃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요.”달래는 낮은 자리에서 서로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는다. 각자 다른 곳에 있지만 함께 공동선을 이루자는 말이 묵직하게 와닿는다. 요즘 방송에 쟁점이 되는 뉴스는 최고 주목 받던 사람들이 줄줄이 모습을 감추는 것이다. 하나같이 겸손하지 않다. 하나같이 숨겨둔 것이 너무 많다. 그렇지만 세상을 떠난 별들의 제 평가가 그냥 지나쳐지지 않는다. 평생 조연을 하면서도, 자신을 불러주는 곳이라면 최선을 다했던 그들에게 고개를 숙이게 한다. 『바람을 만드는 아이들』에 등장인물들은 자기가 있을 자리를 찾아간다. 그 과정에는 힘겨움, 꼭 해내겠다는 끈기, 남보다 낫겠다는 시기, 끊임없는 도전 속에서 진정한 깨달음을 얻는다. 화해하고 함께 목표를 행해 가는 친구들을 격려해준다. 아이들은 부채를 통해 바람을 만들어 내듯 서로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낸다. 함께 용기를 내고, 서로를 위로하며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지금에 꼭 필요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김영주 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 당선됐다. 2018년 동양일보 동화부문 신인문학상 수상했으며, 2020년 장편동화 『레오와 레오 신부』 출간. 2021년 청소년 소설 『가족이 되다』출간했다. 이후 2023년 수필 오디오북 『구멍 난 영주 씨의 알바 보고서』와 『너의 여름이 되어줄게』5人앤솔러지 청소년소설 출간. 『크리스마스에 온 선물』등을 펴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모험담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역설적이게도 독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고전으로 꼽힌다. 생소한 비유와 방대한 분량 탓에 완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신화연구가 김원익이 내놓은 평역본 <오디세이아: 그리스 신화 원전>(세창출판사)은 이러한 무게감을 덜어내고 고전 본연의 재미를 완벽히 되살려냈다. 책은 트로이전쟁 이후 10년 동안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해 사투를 벌인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중심으로, 파편화된 그리스 신화 에피소드들을 하나의 입체적인 서사로 재구성했다. 단순히 이야기를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오디세우스라는 한 인간이 겪는 처절한 고뇌와 성장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김원익 평역자는 노래 형식의 고대 시(詩)였던 원전을 산문 형식으로 새롭게 번역했다. 원전의 깊이는 유지하되 문장을 현대적으로 다듬은 덕분에 독자는 난해한 표현에 가로막히지 않고 오디세우스의 모험을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이는 학문적 엄밀함과 문학적 감수성이 만나 고전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춘 성과라 할 수 있다. 독자를 향한 세심한 배려도 돋보인다. 풍부한 해설과 엄선된 명화는 추상적인 신화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며 이해를 돕는다. 또한 오디세우스의 항로를 담은 정밀한 지도는 독자가 모험에 직접 동참하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신과 영웅들의 관계를 정리한 계보도를 덧붙여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게 한 점은 김원익 평역자의 정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번 책은 고전을 향한 학자의 경외심과 독자를 향한 애정이 만났을 때 어떤 걸작이 탄생하는지를 보여준다. 원전의 묘미를 보존하면서도 가독성을 극대화한 이 책은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잊었던 이들에게는 새로운 자극을, 신화의 세계에 첫발을 들이는 이들에게는 친절한 입문서가 될 것이다. 김원익 평역자는 책 머리말에서 “평역에 부족한 부분과 실수가 있다면 앞으로 계속 다듬고 고치도록 하겠다”며 “그리스 신화의 원전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어도 좀처럼 다가갈 수 없었던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해묵은 갈증을 풀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평역자 김원익은 전주고와 연세대를 졸업하고 독일 마르부르크대학교에서 수학했다. 현재 홍익대 교수이자 세계신화연구소 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신통기>, <사랑의 기술> 등 고전의 정수를 담은 역서와 <그리스 로마신화와 서양문화>,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신화수업 365> 등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다.
진영논리가 일상을 잠식했다. 어제의 정의가 오늘의 불의가 된다. 내가 어디에 서 있느냐에 따라 진실조차 뒤바뀐다. 혼란에 빠진 한국사회는 중심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법조인이자 ‘헌법적 자유주의자’로 살아온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이 펴낸 <소신>(도서출판 새빛)은 바로 이런 시대를 향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권력의 유혹이나, 진영의 이익이 아닌 변하지 않는 원칙을 붙들고 있는가?”라고 말이다. 저자 이석연은 법제처장과 헌법재판소 제1호 헌법연구관을 지낸 대표적인 법치주의자다. 평생 권력이 아닌 ‘법의 잣대’로 세상을 바라본 저자는 이번 신간에서 자신의 인생을 관통한 통찰을 5부에 걸쳐 풀어냈다. 세계 각지를 답사하며 얻은 인문학적 사유부터 한국 사회의 예민한 헌법적 쟁점, 치열했던 젊은 날의 기록까지 저자의 인생 전체를 엮어 독자들을 깊은 사유의 세계로 안내한다. “사람들은 종종 헌법을 추상적인 것,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으로 여긴다. 잘못된 생각이다. 헌법은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가장 구체적인 약속이다.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 우리는 독재와 전횡의 시대로 돌아간다. 헌법은 추상적인 문장이 아니라 권력을 견제하는 살아있는 기준이어야 한다.”(p. 6) 저자가 말하는 원칙은 고집이 아니다. 특정 진영에 속하지 않는 ‘헌법의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인 것이다. 그는 2024년 말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을 거치며 헌법의 가치를 다시 확인했다. 헌법은 법전 속의 죽은 문자가 아니라, 일상을 지키는 가장 구체적인 방패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권력은 늘 선을 넘으려고 하지만 유혹을 막아낼 때 마지막 보루는 결국 헌법이라고 역설한다. 보수와 진보 양쪽으로부터 동시에 비판을 받으면서도 그가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는 판단의 유일한 잣대를 헌법에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철학적 근간은 20대 시절에 확립됐다. 산속 암자에서 독파한 500여권의 책은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기초를 만들어줬다. 남들과 다른 길을 택했던 젊은 날의 모험이 지금의 ‘이석연’을 만든 셈이다. 저자는 “완성된 삶은 없으며 인간은 죽는 날까지 미완성”이라고 강조한다. 책의 종착지는 통합이다. 저자가 말하는 통합은 거창하지 않다.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 다름을 인정하며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지극히 평범함 일상의 실천이다. 복숭아나무와 오얏나무는 말이 없어도 그 아래 절로 길이 생긴다는 ‘도리불언 하자성혜’의 가르침처럼 저자는 원칙을 지키는 묵묵한 삶이 결국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을 전한다. 저자 이석연은 정읍 출생으로 중학교 졸업 6개월 후 대학 입학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금산사에 들어가 2년간 책을 읽었다. 전북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23회)와 사법시험(27회)에 합격했으며 수도이전법 등 30여건의 위헌 결정을 받아낸 논쟁적 법률가로 알려져 있다. 저서로는 <책이라는 밥> <판단력 수업> <헌법은 상식이다> 등 20여권이 있다.
임실 출신 이근풍 시인이 시집 <흐르는 세월 속에서>(오늘의문학사)를 펴냈다. 이번 시집은 시인의 23번째 작품집으로, 1부 ‘흘러가는 세월 속에’를 시작으로 2부 ‘어머니 별’, 3부 ‘자신도 모른 사이’, 4부 ‘사랑받는 사람으로’, 5부 ‘사랑의 불꽃’까지 총 5부로 구성됐으며 약 100편의 시를 담았다. “노년기에 접어들어/ 무력감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보내면서/ 내가 할 일 무엇인가/ 다각도로 생각해도/ 떠오르는 영감 없고/ 흘러가는 세월 속에/ 해야 할 일 못 찾으면/무엇하고 살 것인가/ 여러 갈래 길 가운데/ 가야 할 길 안 보이면/ 노력으로 찾은 거다”(시 ‘흘러가는 세월 속에’ 전문) 시집 속 ‘흘러가는 세월 속에’는 노년의 시간 속에서 삶의 의미를 되짚는 성찰을 담고 있다. 무력감과 방황 속에서도 스스로의 길을 찾고자 하는 의지가 담담하게 드러난다. 이어 ‘서시-맑은 정신으로’에서는 시 창작을 통해 삶을 견뎌온 시인의 내면이 응축돼 있다. 시인은 “인생살이 하는 동안 최고의 선택은 시를 쓰는 것이었다”고 밝히며, 시를 통해 얻은 깨달음과 평온을 고백한다. 시를 쓰는 과정이 잡념을 덜어내고 삶을 맑게 하는 시간이었다는 점도 강조된다. 전반적으로 이번 시집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욕심을 내려놓고 삶을 관조하는 태도를 바탕으로, 시인이 체득한 삶의 의미를 서정적으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리헌석 문학평론가는 발문에서 “졸수를 넘긴 연세에도 순수 서정시집을 펴낸 시인의 노당익장을 박수로 응원한다”며 “작품 곳곳에 담긴 ‘시인의 본분’에 대한 성찰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시인은 전북대학교 상과대학을 졸업하고 경찰공무원으로 정년 퇴임했다. 계간 <오늘의문학> 16집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와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전북경찰문학회, 전북임실문학회, 문학사랑협의회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오랫동안 순정한 시선으로 묵묵히 시의 길을 걷고 있는 유응교 시인이 시조집 <꽃에게 사랑을 묻는다Ⅱ>(신아출판사)를 펴냈다. 2007년 출간한 시집 <꽃에게 사랑을 묻는다> 이후 19년 만에 선보이는 시조집은 꽃을 매개로 삶을 이야기하고 사랑을 노래한다. “떠날 때 떠나는 건/얼마나 눈부신가/일시에 흩날리며/환하게 웃으면서/손 털고/일어서 버린/ 멋진 삶이 좋아라//끈질긴 애착으로/붙들지 아니하고/화사한 추억들만/이승에 남겨놓고/가볍게/손짓하면서/떠난 삶이 좋아라”(‘벚꽃의 꿈’) 시집에는 감꽃 개나리꽃과 꽃구절초 금낭화 동백꽃 모란꽃 물망초 백일홍 벚꽃 산수유 수선화 등 80여 종의 꽃이 시가 됐다. 꽃은 시인에게 어머니고 사랑이며, 삶을 대변한다. 시인은 “꽃은 흘러간 지난날의 추억 속에 아름다운 꿈을 꾸게 해준다”며 “꽃은 우리의 마음을 정화하고 나아가 우리의 몸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꽃에 대한 많은 사랑과 관심을 갖고 꽃을 선물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공학박사이자 전북대 학생처장을 역임한 명예교수인 유 시인은 다수의 대학 전공 이론서와 칼럼집, 시집을 냈다. 한국예총이 수여하는 한국예술문화대상, (주)국제해운이 수여하는 해양문학상(바다사랑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칼럼집 <전북의 꿈과 이상>, 시집 <그리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등이 있다. 현재는 전라시조문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권노갑, ‘김대중의 영원한 비서실장’을 기리는 책이 출간됐다. 올해 96세를 맞은 그를 위해 대통령과 영부인, 국회의장, 국무총리, 장관, 정치적 동지와 후배, 경쟁자와 벗에 이르기까지 117명의 기억을 모은 <권노갑 백인 평전>(메디치미디어)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한 원로 정치인을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현대 정치사를 입체적으로 기록한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인물들이 같은 시대를 회고하며, 한 사람의 삶을 통해 한국 정치의 굴곡과 민주주의의 여정을 다시 불러낸다. 1부 ‘시대의 이름이 말하는 권노갑’에서는 대통령과 영부인, 국회의장, 국무총리, 당대표 등 시대의 지도자들이 직접 전하는 권노갑의 이야기가 담겼다. 민주주의의 분기점마다 그가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음을 증언한다. 이어 2부 ‘권노갑과 그의 시대’는 그와 함께 시대를 건너온 인물들의 기록이다. 독재와 탄압, 정권교체와 화해의 시간을 지나며 형성된 한 정치인의 윤곽이 드러난다. 특히 양영두 사선문화제전 위원장의 글 ‘대한민국 민주역사에 크게 기록되길 소망하며!’가 실려,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던 시절의 권노갑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3부 ‘권노갑의 일과 삶’은 그의 삶의 태도를 조명한다. 김대중의 사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실천한 동반자이자, 승리보다 책임을, 계산보다 신의를 앞세운 참모로서의 면모가 담겼다. 마지막 4부 ‘권노갑의 끝없는 배움’은 정치 이후의 삶을 비춘다. 아흔이 넘은 나이에 다시 교실로 돌아간 만학도의 모습, 가르치기보다 배우기를 택한 자유인의 태도는 정치인을 넘어 한 인간으로서의 속내를 보여준다. 각 부 도입부에는 권노갑 인생의 주요 순간을 담은 자료사진이 실렸다.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함께했던 시절부터, 96세의 나이에도 정계 원로로서 역할을 이어가는 현재까지 그의 삶의 궤적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책 말미에는 당시 정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기사와 대담, 연보가 부록으로 수록됐다. 특히 13대 국회 초선 시절 권노갑 의원과 노무현 의원이 지역감정과 정치 구조를 주제로 나눈 대담이 담겨, 두 정치인이 바라본 한국 정치의 고민과 현실 인식을 생생한 목소리로 전한다. 아울러 김대중 정치의 현장을 기록한 취재수첩 기사들도 함께 실려, 민주화 시대 정치 현장의 긴장과 사건들을 전한다. 권노갑의 삶은 김대중이라는 이름과 분리될 수 없지만, 그는 단순한 그림자가 아니라 그 역사를 지탱해온 또 하나의 축이었음을 이 책은 분명히 보여준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동화 전문 잡지 <동화마중> 2026년 상반기 통권 8호가 발간됐다. 이번 호는 권두언 ‘동화를 쓰는 마음’에서 박운규 동화작가의 글 ‘날개와 옹달샘’으로 문을 연다. 특집에서는 ‘2025 전주 올해의 책’에 선정된 김근혜 아동문학가의 <베프 떼어내기 프로젝트>를 읽고 김순정 작가가 쓴 서평 ‘베프 떼어내기? 베프 찾기!’와, 강경수 작가의 그림책 <세상>을 다룬 백명숙 작가의 서평 ‘세상으로 향한 관문에서 세계를 마주하는 용기’ 등 두 편의 글이 실렸다. 이어 마중초대 작가 코너에서는 김은숙 작가의 ‘새가 되고 싶은 왕자’와 신동일 작가의 ‘새’를 만나볼 수 있다. 또 이번 호에는 ‘제5회 동화마중 신인문학상’ 당선자로 선정된 김경숙·이윤재 씨의 작품 ‘혹성탈출’과 ‘내 친구 버디’를 비롯해 당선 소감과 신인문학상 심사평도 함께 수록돼 신인 아동문학가들의 설렘과 기대를 전한다. 이 밖에도 ‘동화 마당’ 코너에는 김영주·김일환·노영희·도건영·배다인·안수연·이선화·이옥근·주미라·허진호 작가의 작품이 실렸으며, 평론 섹션에서는 서철원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김민서 작가의 작품 <율의 시선>을 다룬 글도 만나볼 수 있다. 전현아 기자
매일 같이 반복되는 복잡한 행정 절차와 예상치 못한 민원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지친 의료인들에게 든든한 방패가 되어줄 책이 출판됐다. 김기범 내과의사와 장성환·박형윤 변호사가 의기투합해 발간한 신간 <자신만만 병원민원>(군자출판사)가 바로 그것이다. 책은 의료기관에서 실제로 빈번히 마주치는 각종 민원 해결을 위한 실무 지침서를 목표로 기획돼 출간됐다. 이번 책은 단순히 법령을 나열한 딱딱한 이론서가 아닌, 20년 현장 경험을 가진 개원의와 의료계의 굵직하고 민감한 사건들을 해결해 온 베테랑 변호사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의료기관 맞춤형 생존 전략서’다. 책의 구성 또한 매우 치밀하고 실용적이다. ‘제1장 서류의 해석과 작성요령’에서는 김기범 내과의사가 오랜 개원 현장의 경험과 의사회 보험, 법제 관련 활동으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건강보험공단의 방문 확인부터 의료기관 서류 발급의 세세한 원칙까지 현장에서 즉각 활용할 수 있는 실무가 정리돼 있다. 이어지는 ‘제2장 의료행위 관련 민원’에서는 장성환 변호사가 의료법의 날카로운 통찰력을 통해 현지조사와 의료사고 등 의료기관의 존립을 흔들 수 있는 위험 요소들에 대한 명쾌한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마지막 ‘제3장 환자 민원과 의료기관 운영 관련 민원’에서는 박형윤 변호사가 수사기관의 자료제출 요구에 대한 대응방법부터 악성 댓글 대응, 노무 관리까지 환자의 접점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중재하고 해결하는 실전 비법이 담겼다. 기획부터 교열까지 애쓴 김기범 원장은 “애매한 상황에 부딪히면 의사들도 사회관계망과 AI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며, 당황한 상황에는 책을 찾아볼 여유도 없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번 책을 발간하게 된 이유는 AI와 사회관계망에서는 정답이 아닌 대다수가 선택하는 트렌드를 알려주고, 아주 중요한 상황에서는 AI의 답변만을 신뢰하고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바쁜 일상으로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기관 종사자가 찾기 쉬운 참고서가 필요하다 느꼈다”며 “책자는 분야별로 비교적 흔히 접하는 내용을 엄선해, 소제목만 읽더라도 접근이 쉽게 구성했다. 원칙만을 정리하기보다는 전문가들이 실제 겪고 느낀 현실적 소회를 첨부했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책자인 만큼 보수적으로 작성할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김태빈 경기도내과의사회 회장은 추천사를 통해 “의료인에게 법적 위험을 점검하는 안전벨트로 이 책을 추천한다”며 “의료인들이 더 이상 서류 작업과 민원 앞에 당황하지 않고 오로지 환자 진료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현아 기자
전북지사 후보 ‘문화산업화’ 공약 한목소리…구체성은 ‘빈약’
전주설화 담은 인형창극 손맛 어떨까
제20회 바다문학상 대상, 강성재 시인 선정
'다시 서는 남자이야기' 21일 소리문화전당
[이 영화 한편!] '스파이더맨3' 더 화려해진 CG...줄거리는 식상
출판계, 출판진흥기구 설립 지원
한승헌 변호사 '…고백과 증언' 자서전 출간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기우 작가 - 전북도 ‘전라북도 방언사전’
[한자교실] 건배(乾杯)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박복영 작가-박경원 ‘등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