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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전자책 바람 부나…출판 기류변화

전자책(e-book) 시장 상황을 관망해오던 국내 출판사들의 기류가 최근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앞다퉈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읽을거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국내 전자책 시장에도 머잖아 거센 변화의 바람이 일 전망이다. 30일 출판업계와 서점가에 따르면 단행본 부문 국내 1위 출판사인 웅진씽크빅은 올해 전자책 1천 종을 선보일 계획이다 베스트셀러와 신간 중심의 전자책을 분기별로 100종씩 공급하고 '재테크 3종 세트', '청소년 논술 3종 세트' 등 독자 선호도에 따른 패키지 상품도 내놓는다. 웅진씽크빅은 오는 2012년까지 전자책 2천 종을 출시, 전자책 관련 부문에서만 70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웅진그룹의 출판유통 계열사 북센은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볼 수 있는 모비북(m.mobibook.co.kr) 사이트를 지난 1월에 열고 이미 웅진씽크북 전자책 200여 종 등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출판사는 멀티미디어 형태의 전자책을 연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삼성출판사는 유아, 아동용 도서 분야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 멀티미디어 형태의 유아, 아동용 전자책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문학동네는 지난달 초 작가 박범신 씨의 신작 장편 '은교'를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동시에 내놨다. 은교 전자책은 현재 교보문고 전자책 베스트셀러 8위에 올라 있다. 교보문고 독서홍보팀의 진영균 씨는 "아직 판매량에서는 종이책이 크게 앞서지만 출간한 지 얼마 안 돼 8위에 오른 것은 의미가 있다"며 실용서 위주였던 전자책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30-40대 남성들이 대다수였던 전자책 독자층이 20대 여성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 밀리언셀러를 내온 소설가 김진명 씨도 이달 초 자신의 소설 7종, 10권을 묶은 '김진명 베스트 컬렉션'(새움 펴냄)을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내놓았다. 앞서 문예출판사는 작년 말 세계문학전집 세트(50권)와 역사소설 '아사의 나라' 등 교양도서 40여 권을 아이폰 전용 전자책으로 출간했다. 문예출판사는 앞으로 종이책으로 출간되는 모든 도서를 전자책으로 함께 선보일 계획이다. 'Why?' 시리즈로 유명한 아동출판업체 예림당은 'Why?' 시리즈의 전자책과 애니메이션 등을 제작, 우선 미국 등 외국 시장을 공략한 뒤 내년쯤 국내에서도 전자책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최상원 예림당 신사업본부장은 "국내에도 당장 선보일 수 있지만, 아동 도서의 경우 컬러 단말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단말기 시장 환경을 지켜본 뒤 출시 시점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점들도 전자책 코너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인터넷서점 예스24는 다음달 중순 국내 도서 위주로 전자책 2만 종을 판매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전자책 단말기 '비스킷'을 출시한 인터파크는 신간 중심의 국내 서적 전자책 2만5천 종과 외국 원서 전자책 100만 종을 확보했으며 등록 작업을 거쳐 순차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반디앤루니스도 다음달 400종을 추가해 총 700종의 전자책을 공급할 예정이다. 6만8천 종의 전자책을 보유한 교보문고는 신간, 베스트셀러 등 독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우선 확보해 전자책의 '양보다는 질'에 주력할 방침이다. 하지만, 저작권 보호, 유통업체와의 수익 배분, 불법복제 등 문제는 출판사들이 전자책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여전히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민음사 관계자는 "전자책 시장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전자책이 출판시장의 새로운 활로가 되면 좋겠지만, 저작권 문제가 복잡한데다 특히 불법복제로 음반시장처럼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5.31 23:02

교장선생님이 들려주는 마음 밝히는 이야기

어느 바닷가에 곰 부부가 살고 있었다. 남편 곰은 매일 바다에 그물을 던져 물고기를 잡은 후 부인 곰에게 싱싱한 것을 가져다주고 나머지는 해오라기들에게 나눠줬다. 그러던 어느 날 부인 곰은 물고기 맛에 질려 해오라기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한다. 남편 곰은 평소와는 다르게 해오라기 한 마리를 잡겠다는 마음을 먹고 바닷가에 나왔다. 그러나 그날따라 바닷가에는 해오라기가 한 마리도 없었다. 곰이 오기만 하면 모여들던 해오라기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남편 곰은 자신의 살기(殺氣)가 자신도 모르게 드러난 것을 깨닫고 크게 뉘우친다. "마땅히 머무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라는 금강경의 핵심구절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다. 대한불교 진각종 대원심인당 주교이자 서울 진선여중 교장인 덕일 권영택 정사는 새로 낸 책 '마음 밝히는 이야기'에서 재미있는 우화를 들려주면서 그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불교의 가르침을 전한다. 곰 부부의 이야기에서는 "내 마음을 열고 밝히면 일체가 다 밝게 되고, 밝은 것들이 나에게 모인다고 한다. 이렇듯 기심(살기)이란 말 못하는 미물들까지 느낄 수 있는 것"이라며 "조화로운 인간관계란 주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주는 마음은 열린 마음이다. 그의 말을 들어주고 그의 마음을 받아주는 것, 그것이 열린 마음이다"는 설명을 붙였다. 덕일 정사는 "탐진치(貪瞋痴 탐욕ㆍ분노ㆍ어리석음)의 삼독심(三毒心)이 만들어 낸 병을 치료하는 명약이 바로 마음 밝히는 공부"라고 말한다. "탐심을 없애기 위해 자비심으로 일체중생을 위해 널리 베푸는 마음 쓰는 공부, 진심을 없애기 위해 용맹심으로 참고 용서하고 이해하는 마음 다스리는 공부, 치심을 없애기 위해 지혜심으로 삿된 생각을 버리는 마음 찾는 공부가 바로 그것입니다."더북스. 190쪽. 1만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5.27 23:02

마크 트웨인 자서전 100년 만에 출간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의 자서전이 사후 100년 만에 출간된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이 23일 전했다. 트웨인은 1910년 사망 당시 5천 페이지 분량의 편집되지 않은 회고록을 남겼으며 여기에는 사후 최소 100년 간 이를 출간하지 않길 바란다는 육필 기록도 포함돼 있다. 자서전 원고를 보관해 온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 캠퍼스(UCB)는 트웨인 타계 100주년을 맞아 오는 11월 마크 트웨인 자서전 3부작 중 제1권을 출간할 예정이다. 트웨인이 왜 자신의 자서전을 이렇게 오랜 기간 공개하지 않길 원했는지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분분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신의 유명세를 즐겼던 그가 출간을 미룸으로써 21세기에도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게 됐다는 것이다. 자서전에는 스캔들 관계였던 이자벨 반 클리크 라이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400페이지 분량의 부록으로 실릴 예정이다. 이는 트웨인이 말년에 쓴 것이다. 라이언은 1904년 트웨인의 아내 올리비아가 죽은 뒤 그의 비서로 일했다. 두 사람은 매우 가까운 관계였지만 트웨인은 1909년 라이언에 홀려 그녀에게 재산 대리인의 권력까지 주게 됐다고 말한 뒤 라이언을 해고했다. 올해 라이언에 관한 책을 출간한 역사저술가 로라 트롬블리는 "트웨인이 팬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말년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자서전은 그의 말년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며 "그는 자신의 말년 6개월을 비방으로 가득한 원고를 쓰면서 보냈다"고 말했다. 트웨인이 이 책을 사후 출간하도록 한 또 다른 이유는 '위대한 미국인'이라는 그의 명성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올해 트웨인의 말년에 관한 책을 출간한 마이클 셸던은 트웨인이 개인적으로 지녔던 견해 중 일부는 대중적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 있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셸던은 "트웨인은 신에 대한 의심을 지니고 있었고, 자서전에서 미국이 쿠바, 푸에르토 리코, 필리핀 등지에서 수행한 제국주의적 임무에도 의문을 제기했으며, 루스벨트 전 대통령과 애국주의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책의 일부는 트웨인이 죽기 전 (그가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미국 잡지에 발췌 형식으로 실린 적이 있다. 그의 열악한 재정 상황 때문에 과거 자서전으로 출간된 세 권의 책에 이 원고의 일부 내용이 들어갔다. 하지만 편집을 맡은 UCB의 로버트 허스트 박사는 원고 전체의 절반 이상이 아직 출간되지 않은 것으로 학자와 전기작가들만 볼 수 있었다며 "트웨인은 사람들이 책을 사고 싶어 하게 만드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5.25 23:02

10대 소년들 눈에 비친 6·25

1950년 7월, 6·25전쟁 통에 간단한 봇짐만 챙긴 채 일가족이 피난길에 오른다. "첫 관문은 한강을 건너는 문제였다. 인도교는 끊어졌고 함께 끊어진 철교는 기괴하고 흉측했다. 군인 시체들의 참혹한 광경도 눈에 들어왔다. 머리가 없는 시체, 다리가 끊어진 시체, 어깨만 내어놓고 강물에 떠내려가는 시체도 있었다."당시 31살인 어머니와 9살, 3살, 생후 10개월인 세 여동생과 함께 아버지를 찾아 피난길에 오른 김경엽(당시 12살) 전(前) 삼신올스테이트생명 대표이사는 "가슴 아린 추억담"이라며 힘겨웠던 피난 생활을 떠올렸다. 서울법대 58학번 동기들이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전쟁 회고담 '6·25와 나'(까치 펴냄)를 출간했다. 가족들과 함께 흥남 철수 작전의 마지막 날 배에 올라 남한 땅을 밟은 이야기, 누이와 함께 서울에서 전라남도까지 어머니를 찾아간 이야기 등 저자 39명은 6·25 전쟁을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배고프고 고달픈 피란 시절이었지만 아이들은 꿈을 꿨다. 아이들은 천막 교사에서 영어 알파벳과 구구단을 외웠다. 바닥에 가마니를 깐 채 제대로 된 교과서도 없었지만 배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해 하던 시절이었다. 정성진 전 법무장관은 이 책에 "비록 전란 중이기는 했으나 그 시절의 우리는 늘 꿈을 가지고 그 꿈을 먹고 키우면서 하루하루를 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일종의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썼다. 10살 남짓의 소년들은 이제 백발이 성성한 70대 노인들이 됐다. 가슴 한편에 묻어두었던 힘겨웠던 지난 시절의 아픈 이야기를 애써 끄집어 낸 것은 자신들의 체험을 기록으로 남겨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에게 전쟁의 참혹함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동기들의 회고담을 엮은 이하우 전 금호그룹 상임고문과 최명 전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책의 머리말에서 6·25 전쟁이 잊혀져가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내면서 "우리는 6·25를 기억하는 거의 마지막 세대이다. 선배들이 기억을 남기지 않고 우리가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6·25는 신라와 백제의 전쟁처럼 역사의 한 장면이 되어버릴 것이 분명하다"며 6·25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452쪽. 1만6천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5.21 23:02

방콕 매춘가에서 만나는 우리 자신의 모습

소설집 '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 '자정의 픽션' 등으로 주목받은 작가 박형서(38) 씨의 첫 장편소설 '새벽의 나나'(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 지난해 계간지 '문학과사회'에 연재해 결말을 보여주지 않고 마감했으나 이번에 결말을 더해 단행본으로 완성했다. 작품의 무대는 태국 방콕 수쿰빗 지역의 나나역을 중심으로 뻗어 있는 매춘가다. 태국에서 현지인처럼 먹고 입으며 꼼꼼하게 실태를 취재한 박씨는 방콕의 뒷골목 거리가 눈앞에 보이고 냄새까지 전달되듯 생생하게 방콕의 뒷골목을 묘사한다. 2005년 동남아 여행 중에 이 소설을 구상한 박씨는 중국 광둥성 주하이의 한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던 2007년 매달 방콕을 찾았다. 2008년 여름 강의 계약이 끝나자 방콕으로 들어가 일곱 달 동안 구상한 이야기를 엮었다. 소설은 여행길에 오른 한국 남자 레오가 경유지인 태국에서 만난 매력적인 매춘부 플로이에게 빠져 그곳에 머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레오의 최종 목적지는 아프리카이지만 그는 소설이 끝날 때까지 수쿰빗의 이방인으로 남는다. 그러나 이 소설은 레오와 플로이의 애절한 연애담이 아니다. 작가는 두 사람의 사랑보다는 그들이 지낸 거리의 수많은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과 인간관계에 집중하고 그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게 한다. 박씨는 작가의 말에서 "우리는 단 한 순간도 선택에서 소외된 적이 없었고 흘러간 모든 시간들은 우리 스스로가 의도한 것"이라며 "이 책은 선택에 관한 이야기이자 여행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우리는 항상 어디론가 떠나고 돌아온다. 하지만 돌아온 우리가 떠날 때의 우리가 아니듯, 돌아온 곳도 떠날 때의 그곳이 아니다. 우리는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여행을 매 순간 치러내며 살고 있다."406쪽. 1만1천500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5.20 23:02

청춘의 '두려움' 바이러스 대처법

"젊은 세대는 사랑 혹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삶의 의지를 지배하잖아요. 삶에 대한 공포라는 바이러스를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영화 '모던보이'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 이지민(36) 씨가 이번에는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청춘물을 선보인다. 그의 새 장편소설 '청춘극한기'(자음과모음)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게 되는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여자의 청춘을 그린다. 청춘의 로맨스가 아닌 청춘 그 자체를 파고드는 청춘소설이다. 출간을 맞아 17일 기자들과 만난 이 씨는 "두려움과 불안감에 아파하는 청춘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라며 "작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청춘물을 쓰고 싶어하는데 확실한 30대 후반이 되기 전에 써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두운 것을 쓰면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은 때가 온다"며 "이번 소설은 나 자신에게 필요했으며 독자들에게도 그런 에너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누구나 강력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잖아요. 그게 연애일 수도 있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요. 그 바이러스를 이겨내기도 하고 꺾이기도 하죠. 바이러스라는 소재를 통해 인생의 중간점검을 하는 기회를 가져보고자 했어요."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일과 연애, 행복 등에 대한 미련을 버린 지 오래인 여성 옥택선. 어느 날 아무런 기대 없이 나간 과학자와 소개팅을 하고 그를 통해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걸리는 순간 상대가 누구든 사랑에 빠져버리는, 치료제도 없는 바이러스에 걸린 택선은 백신 개발을 위해 실험 대상이 된다. 생사를 넘나드는 모험 속에서 그는 비로소 진정한 청춘의 의미를 알게 된다. 바이러스를 등장시킨 작품이지만 과학적, 사실적이기보다는 '생활 SF'라는 작가의 표현처럼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로 풀어냈다. 이지민 씨는 "과학자인 언니의 도움을 받아 과학적인 이야기로 쓸 수 있었지만 오히려 현실감과 긴장감이 떨어질 것 같았다"며 "그래서 반대로 우화적으로 꾸며 과학적이기보다는 내면적, 정서적으로 접근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영화 '모던보이'의 원작인 소설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로 2000년 등단했으며 장편소설 '좌절금지' '나와 마릴린', 소설집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 등을 펴냈다. 268쪽. 1만1천500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5.18 23:02

[오항녕의 인문학 에세이] 효(孝)에 대한 생물학적 사색

▲ 재아는 단지 생각이 짧았을 뿐재아(宰我)가 물었다. "1년이 지나면 새로 추수도 해서 햇곡식도 나오고, 불씨도 바꾸게 마련입니다. 3년이 아니라 1년이 어떻습니까?" 그러자 공자(孔子)는 말이 없었다. 제자가 나가고 나자 공자는 뒤에다 대고 들으란 듯이 말했다. "재아는 3년 동안 부모 품에 안긴 적이 없었나보군!"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3년 상례(喪禮)를 한다는 공자의 말이 있었든지, 재아는 위와 같이 물었다. 그랬다가, 공자의 극한 분노를 불렀고 (그는 제자의 질문에 이렇게 침묵으로 대응하는 일이 좀처럼 없었다. 그는 무척 언짢았던 거다.), 급기야 재아가 세미나 자리를 나가고 난 뒤에, 그 뒤에다 대고 요즘 말로 하면 '후레자식'이라는 욕설을 퍼붓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 일화는 동아시아 최고의 고전 「논어(論語)」에 실렸고, 이후 무려 2500년간 재아에 대한 세인들의 인상을 구겨놓았다.그러나 이 장면을 잘 헤아려 보면 재아의 질문이 터무니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닌 게 아니라, 1년이면 대체로 수확이 끝나 햇곡이 나오게 마련이고, 캘린더도 바꾸게 된다. 사람들의 시간 구획 정서에 1년은 그만큼 명징하게 다가온다. 그러므로 상례도 이런 자연순환의 메커니즘에 따라 1년으로 하는 게 훨씬 합리적이고 상징성도 있다는 게 재아의 질문이었던 것이다.그럼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것은 공자의 말에 있다. 3년은 부모 품에서 커야 한다는 너무도 명료한 사실이 그것이다. 공자의 삼년상(만 2년)은 바로 이 생물학적 토대에서 출발했다. 재아가 놓친 것은 이런 자연순환의 일반성과 다른 인간이란 동물의 자연성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이 대화를 전후해 어떤 불쾌한 일이 있었는지 우리로서는 알 수 없다. 아무튼 아무리 생각해도 재아가 공자에게서 이런 말까지 들을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미숙아를 낳았기 때문에가끔 텔레비전에서 '동물의 왕국'을 보면서 늘 의아했던 일이 있다. 종종 사자의 먹이감이 되는 가젤(소과에 속하는 영양류)은, 새끼가 어미 뱃속에서 나오면 잠시 비척거리다가 거의 10초 안에 걷고, 곧이어 뛴다. 얼마 전 본 영화 '적벽'에서 거꾸로 들어선 망아지를 제갈공명이 바로 돌려 순산시키는 장면이 나왔는데, 거기서도 망아지는 태어나자마자 거의 가젤과 같은 수준으로 '자립'했다.그러나 인간은 절대 이렇게 못한다. 종종 막 태어난 갓난아기를 보면서 귀엽다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난 아직도 그 말이 곧이곧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실제로 큰 놈, 작은 놈이 태어났을 때도 나는 귀엽다는 느낌보다는 징그러웠다. (이런 느낌의 배후에는 내 인격 수준이 있기도 하겠지만.) 나중에 귀여워지기는 했다.태어난 뒤 3년 이상은 안고 먹이고 싸게 하고 온갖 수발을 다 들어주어야만 인간은 가젤이나 말, 소가 태어나면서 불과 10초 만에 도달하는 운동 능력에 가까스로 도달할 수 있다. 여기서 문명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진화에 필요한 기간은 제외하자. 다만, 그 기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 교육 기간이 늘어나고, 혼인 시기가 늦추어지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정도만 짚고 넘어가자.▲ 영장(靈長) 신화의 실제이렇게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부모 품에 있어야 하고, '그 오랜 보살핌이 보다 영속적인 유대를 이루리라'는 말처럼, 가족이란 것이 생겼다. 그리고 공자의 말은 바로 이런 생물학적 조건을 '삼년상'이라는 제도와 윤리로 표현한 것 뿐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적어도 삼 년은 품안에서 널 키워준 은혜 정도는 생각하는 게 사람답지 않겠느냐는, 이 호소가 그렇게 무리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그렇다고 해서 미심쩍은 인간 중심주의마저도 양해되는 것은 아니다. 태어난 지 10초 만에 뛰지 못한다고 해서 인간이 가젤이나 말보다 못하다고 비하하려는 건 더욱 아니다. 적어도 인간이 진화의 역사에서 도달해야할 정점, 흔히 말하는 만물의 영장은 아니라는 점은 확인해야겠다.미숙아의 탄생은 직립(直立)에서 연유한다. 직립으로 도구 사용이 가능해졌다고 하지만 그건 전혀 근거가 없다. 직립을 하면서 골반이 작아졌고, 도저히 오랫 동안 자궁에 태아를 담고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가젤처럼 태어나서 바로 걷기 위해서는 적어도 태아를 자궁에 1년 이상을 더 데리고 있어야 하는데, 지금보다 임신 기간이 1년 이상 늘어날 때 그 태아를 정상적으로 분만할 수 있는 산모가 많지 않다는 게 의학계의 정설이다. 아마 산모 사망률이 대폭 늘어날 것이다. 돌이 지난 애를 낳는다고 생각하면 상상이 쉽다. 그나마 열 달 짜리 태아는 머리뼈가 말랑말랑해서 자궁을 빠져나오기 쉽다. 그러나 22개월 된 태아는 머리뼈가 굳어져서 현재 인간의 골반 수준이라면 이런 아이를 제대로 분만할 수 있는 산모는 열에 한 둘 뿐이다. 간단히 말하면 멸종한다는 뜻이다.▲ 다시 생각해보는 효(孝)이상이 생물 진화 일반에서 본 약간 슬픈 인간의 모습이라면, 좀 더 인간적인 수준에서 재아와 공자의 대화는 색다른 슬픔을 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 공자의 '오버'를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 서운함 말이다. 그건 우리가 흔히 듣는 말, "너도 애 키워 봐라!" 하는 조금 저주의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악의적이지만은 않은 말 속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인간은 숙명적으로 부모보다 늦게 태어나게 되어 있다. (설마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분이 있을까?) 그리고 미숙한 상태로 품안에서 적어도 3년 이상을 지낸다. 그러나 머리가 크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엄마가 나에게 해준 게 뭐 있어!"하면서 대든다. 그 때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이 대개, 체념을 섞어서, "너도 애 키워 봐라!" 하신다. 그 말을 들으면 대부분의 자식들은 "또 그 소리!" 하는 마음으로 멀뚱멀뚱 눈알만 굴린다. 짐작이 가지 않는 차원의 일이므로.그런데 나중에 막상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자신들이 새끼들을 키워보면 그제서야 "아, 그 말이었구나!" 하면서 때늦은 후회로 온다. 그래서 명절 때 차례 지낸 후 유난히 쓸쓸한 햇살을 받으며 그리워하고, 어쩌다 속을 썩이거나 흐뭇하게 만드는 새끼들을 보면 그 분들을 떠올리곤 눈물 짓는다. 이 숙명, 결코 바꿀 수 없다. 그래서 효를 가르쳤던 유가(儒家)의 정조에는 슬픔이 배어있다. 효는 부모를 위한 게 아니라, 자식·새끼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새끼들은 그걸 모른다. 숙명이다. 그러나 가르치기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부모가 돌아가신 뒤 덜 마음이 아플 테니까. 새끼들이….지난 8일, 어버이날이라고 큰 놈, 작은 놈 모두 카네이션을 만들고, 문자메시지 정도의 세 줄짜리 글을 편지랍시고 내밀었다. 내용 ? 뻔했다. 별로 감동을 주지 못하는. 이 관계의 진실을 알고 있는 나는 약간 슬프면서도 또 조금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 또한 숙명이다. / 오항녕(한국고전문화연구원)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10.05.14 23:02

작가들의 특별한 수업 이야기

소설가 이순원 씨는 중학교 시절 어느 국어 시간 "이 반에는 문교부장관이 누군지 아는 사람이 있나?"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기운차게 손을 들었다. 교과서를 뒤져보니 '문교부장관 검정필'이라고 쓰여있어 자신 있게 "우리나라 문교부장관의 이름은 검정필입니다"라고 답했고, 선생님은 바로 포복절도했다. 펼쳐보지도 않을 영어사전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급우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고 애썼던 그는 그다음 날부터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다시는 갖고 다니지 않았다고 한다. 이씨의 사연을 비롯해 소설과 시인 18명이 추억이나 특별한 의미가 있는 수업을 주제로 쓴 에세이집 '수업'(황소북스)이 출간됐다. 유쾌한 입담을 자랑하는 소설가 김종광 씨는 초등학교 산수 시간에 있었던 '검투사'와 '검사조' 이야기를 전한다. 선생님은 검투사에게는 칠판 앞에서 산수 문제를 풀게 시키고, 검사조를 불러내 그 답을 검사하도록 했다. 검사조였던 김씨는 친구의 답이 틀렸다고 했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자신이 내린 답이 틀렸다. 용기를 내 사실을 실토한 그는 선생님에게 친구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누명을 씌웠다며 야단맞았다. 사과하는 그에게 친구는 "너두 나 때문에 된통 맞았잖여. 피장파장이지 뭐. 그런디 앞으로는 신경 좀 써. 검사조 애들 너무 건성으로 풀더라구"라고 읊조린다. 소설가 양귀자 씨는 오랜만에 발표한 자신의 소설을 읽었다는 어느 독자의 편지를 소개한다. "오래간만에 '현대문학' 2010년 1월호에 눈곱만치 몇 자 적었습디다. 구렁이 알같이 아껴 저금해놓은 수월찮은 돈으로 샀는데, 글이 짧아 원 참, 애간장을 녹입니다. 지금껏 글만 써왔으면 참 좋으련만…"아직 답장을 쓰지 못했다는 양씨는 "다시 소설을 쓴다면, 그 소설은 아마도 많은 부분 이 수업에 빚지고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밖에 책은 작은 분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 월부 책 장수가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을 갖고 온 것을 계기로 책에 파고들었던 시인 김용택 씨의 이야기 등을 전한다. 256쪽. 1만3천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5.12 23:02

'마한시대 분묘 역사' 한눈에 본다

전북대학교 박물관(관장 김승옥)이 고대 묘제 연구에 있어 중요한 기초자료로 평가받고 있는 완주 상운리 유적의 연구성과를 정리, 「상운리(上雲里)」를 펴냈다.익산∼장수간 고속도로 건설구간 내 완주군 용진면 상운리 일대에 위치한 상운리 유적은 분구묘 30기, 매장주체부 163기 등 현재까지 발견된 마한계 분묘 중 최대 규모다. 또한 토기류 320여 점, 철기류 500여 점, 옥류 6000여 점 등 약 7000여 점이 조사돼 호남지역에서는 최고의 출토량을 기록했다.상운리 유적은 전북대 박물관이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여에 걸쳐 발굴조사했다. 당시 발굴조사 총책임자였던 김승옥 전북대 박물관장은 "마한 최대 규모의 분묘 유적인 상운리는 근초고왕의 남정으로 마한이 백제에 병합되는 4세기 이후에도 여전히 완주지역에서 마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며 "호남지역에서 마한이 백제로 전환되는 고고학적·역사적 발판"이라고 말했다. 김관장은 "상운리 유적은 정치·사회·문화·기술·이념 등 당시 사회체제가 압축돼 있는 고고학적 아카이브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상운리」는 총 3권으로 구성됐다. Ⅰ권에는 상운리 분구묘에 대한 조사방법과 조사내용이, Ⅱ권에는 분구묘와 목관묘군에 대한 조사내용이, Ⅲ권에는 생활유구와 분묘·유적에 대한 고찰 등이 담겼다.

  • 문학·출판
  • 도휘정
  • 2010.05.11 23:02

영상을 만난 문학, 어디로 가야 하나

"1960-1970년대 아날로그 문학인의 눈으로 볼 때 만화 같은 내용 및 형식의 2,30대 디지털 세대 문학과, 젊은 디지털 문인들에게 이조 잔영(과거의 그림자)처럼 보이는 노후한 문학이 공존하고 있다. 안타까움은 그러나, 이 공존이 화평의 공존일까 하는 의문에 있다."문학 평론가 김주연(69ㆍ한국문학번역원장)씨는 최근 출간한 '문학, 영상을 만나다'(돌베개)에서 문단에 일고 있는 영상문화의 바람을 냉철하게 바라봤다. 김씨는 "2000년대 이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일군의 젊은 소설가들은 이미 전통 서사에서 벗어나 소설 자체가 하나의 영상 내지 만화와 같은 공간을 빚어내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는 최근 젊은 소설들을 거의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씨는 만화의 종주국인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한국은 소설에서도 그 영향이 적지 않아 만화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폭력과 섹스가 소설 속에 강하게 스며들어 있으며 여기에 이들이 혼합해 만들어 내는 자학과 공포가 회화적인 분위기를 타고 어두운 화상을 빚어낸다고 주장한다. 이런 분위기는 소설만이 아니라 시에서도 영화가 보여주는 "검은 영상"을 만들어낸다고 덧붙였다. 이제 "개인의 인격적인 완성 추구와 윤리 문제를 갖고 고민했던 1960년대 이후의 문학적 가치는 더이상 아름다움으로 존중되지 않는 상황이 됐다"고 안타까워할 정도다. "종이 문화 전통의 끝에 앉아 있는 세대의 문학인"인 김씨는 새롭게 대두된 영상 문학에 어느 정도 비판적인 시각이 잠재돼 있다고 고백한다. 그 이유는 영상 문학의 특징이 명멸에 있음에 반해, 각인을 특징으로 하는 활자 문학은 삶의 순간순간을 기억하게 하는 중요한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앞서 말한 활자 문학과 영상 문학의 '화평'을 위해 아날로그는 디지털을, 디지털은 아날로그를 배워야 한다고 제안한다. "디지털을 배경으로 한 인터넷 문화, 영상 문화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가고 있다 하더라도, 근대 문명의 축이 되어 온 종이 문화와 책의 근간이 되는 아날로그 시대가 단순 배격될 수는 없는 것이다. 양자의 상호 연구는 이 시대 문학의 불가피한 요체가 아닐 수 없다." 돌베개 출판사의 '석학인문강좌' 시리즈 열 번째 책이다. 262쪽. 1만2천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5.07 23:02

28일 법정스님 49재…스님 조명한 책들 '유감'

지난달 11일 오후 1시51분 입적한 법정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매주 수요일 진행돼온 49재가 28일 오전 10시부터 열리는 순천 송광사의 49재 막재(終齋)로 마무리된다. 49재는 끝나지만, 법정스님이 법문과 책을 통해 남긴 무소유의 정신은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간직해야 할 맑고 향기로운 가르침이다. 법정스님은 '말빚을 다음 생에 가지고 가지 않겠다'며 자신이 쓴 책들을 절판하라고 유언, 법정스님의 유지를 받든 사단법인 '맑고향기롭게'와 출판사들은 기존 책들을 올해 연말까지만 판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법정스님의 49재에 맞추기라도 한 듯 법정스님을 기리는 책들이 최근 소설이나 전기, 산문 등 형태로 쏟아져 나왔다. 과연 이 책들은 법정스님의 뜻을 잘 받들고 있는지, 불교계에서는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설로 재구성한 법정스님의 생애 = 소설가 정찬주씨와 백금남씨가 최근 나란히 '소설 무소유'(열림원), '법정-맑고 향기로운 사람'(은행나무)을 내놓았다. 동국대 국문과 출신으로 불교적 사유가 배어 있는 소설을 여러 권 내온 정찬주씨는 '소설 무소유'에서 법정스님이 전남대 상대 시절 출가를 결심하고 입적할 때까지를 전지적 작가 시점의 소설로 재구성했다. 해남과 목포에서 지낸 법정스님의 청년기, 행자 시절과 다래헌 시기 등 생애 전반기의 삶에 집중했으나 후반기로 갈수록 밀도가 조금 떨어지는 면이 있다. 법정스님의 맏상좌 덕조스님, 역시 법정스님의 상좌로 길상사 주지이자 맑고향기롭게 이사장 직무대행인 덕현스님, 법정스님의 속가 조카이면서 맑고향기롭게 이사인 현장스님의 추천글이 붙었다. 역시 불교관련 소설을 많이 출간해온 백금남씨가 5년간 집필했다는 '법정-맑고 향기로운 사람'은 역시 법정스님의 출가와 사회참여활동, 입적까지를 그려냈다. 출판사측은 책은 법정스님이 30대에 쓴 시 4편을 발굴해 수록, 산문인 뿐만이 아니라 시인이었던 법정스님을 재조명해 차별화를 꾀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평전 전문 작가가 법정스님의 일대기를 재구성하고 산문집 내용도 곁들인 책, 법정스님과 함께 일하던 시민단체 관계자가 펴낸 책 등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책들은 대체로 법정스님이 남긴 여러 산문집과 법문들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법정스님의 머리를 깎아준 은사 효봉스님을 비롯한 사형과 도반 이야기, 여러 에피소드들이 소설 등의 옷을 갈아입었으나 지금껏 공개된 것 이상의 새로운 내용은 드물고, 심지어 법정스님의 산문이나 법문 내용을 그대로 발췌해 실은 경우도 있다는 것이 일부 법정스님 지인들의 평가다. 조계종의 한 스님은 "소설의 경우, 법정스님의 생애를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복원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한지 의문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맑고향기롭게' 관계자는 홈페이지 게시판에 "요즘 '법정스님의 000'하는 책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다 챙겨보고 있는 중이지만 결국은 스님의 글을 짜깁기한 것들이다. 어찌 그리 재주들이 좋은지…"라고 아쉬워하면서 "우리에게는 스님의 글이 있다. 그 글을 보고 읽으면 되지 다른데 시선을 팔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저작권 침해의 소지마저 다분한 책들도 있다. 맑고향기롭게 관계자는 "한 출판사에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내용 증명을 발송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출판사들이 교묘하게 법정스님의 이름을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지만 떠들썩하게 시비를 하는 것 자체가 스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염려도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송광사 49재ㆍ추모 다큐 = 28일 순천 송광사에서 열리는 49재는 법종소리와 함께 시작돼 법요식에 이어 상좌스님 등의 헌향, 헌다 등과 함께 법정스님의 생전 법문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순서가 마련된다. 1만여명(송광사 예상)이 참여할 이번 49재에서는 전(前)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이 법문을 하고 길상사 합창단의 조가, 송광사 주지 영조스님의 인사 등이 이어진다. 약 1시간에 걸쳐 49재가 끝나면 법정스님이 기거하던 송광사 불일암에서 산골(散骨)의식도 거행된다. 조계종에서는 지관스님을 비롯해 자승 총무원장 스님, 혜총 포교원장 스님, 중앙종회의장 보선스님 등이 49재에 참석하고 송광사 사중에서는 원명, 법흥, 현호스님 등이 참석한다. 한편, BBS불교방송에서는 법정스님의 49재를 맞아 추모특집 다큐멘터리 '꽃들아 수고 많았다'를 27일 오후 3시 방송하고 28일 오후 3시와 29일 오후 5시에 재방송한다. 또 스님의 60년 지기 친구인 박광순 전남대 명예교수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수준 높은 철학적인 책을 애독하던 법정스님의 면모를 전한다. 스님이 불일암으로 떠나기 전까지 생활하던 봉은사 다래헌 시절 '씨알의 소리'에 투고하기 위해 작성한 '악을 선으로 바꿈'이라는 원고도 소개한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4.2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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