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종이문화축제는 민선자치 이후 ‘축제+지역경제’관점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관 주도형 축제와는 달리 전주예총을 중심으로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한지의 본고장인 전주의 옛 명성을 되살리기 위해 연 순수한 문화축제다.
지난 99년 이지역 화가와 공예가들이 종이축제에 힘을 보태기 위해 열었던 기금마련 후원전만해도 이 축제가 자생적 문화축제로 자리잡기를 기대하는 열망이 바탕이 되었다.
종이문화축제가 5회째를 맞는 올해, 이상한 기류가 감돌고 있다. 전주예총이 주최권을 스스로 포기하자,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전주시가 축제를 떠맡게 된 형국 때문이다.
관 주도의 축제들이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로 보자면 거꾸로 가는 모양새다.
전주예총은 지난해 일었던 내부 갈등을 앞세워 축제 주최가 이권 다툼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최권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진동규회장은 이에 덧붙여 “종이축제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시에서 주최하거나 주관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시관계자들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닌가. 전주예총은 이 지역 문화예술계의 대표자격으로 종이축제를 운영해왔다.
그러니 전주예총이 종이축제를 치르지 못한다면 또 다른 주체를 찾거나 종이축제 개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설사 축제를 한해 거르더라도 그것이 진정으로 축제의 의미와 방향을 제대로 찾고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라면 당연히 그 과정을 선택해야 한다.
축제를 살려보겠다고 봉합에 나선 전주시도 당초의 뜻과는 관계없이 비판을 받고 있다. 5월로 다가온 축제 개최에만 급급해 땜질식 처방을 서두르고 있다는 혐의(?)다. 주인이 없어진 축제를 소생시켜보겠다고 나선 전주시로서는 억울한 일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종이축제의 안방을 스스럼 없이 내놓은 전주예총의 무책임한 행태나 개최강행의 의지를 앞세운 전주시의 ‘궁합’에 그리 좋은 결실을 기대하지는 못할 것 같다.
/임용묵(본사 교육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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