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씨구 들어간다/절씨구씨구 들어간다/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에헤야 품바가 잘도 논다/에헤야 품바가 잘도 논다/요놈의 소리가 요래도요 천량을 주고 배운 소리/한 푼 벌기가 땀이 난다/품 품 품바가 잘이헌다. 언제 들어도 구수하면서도 메말랐던 감정샘을 자극하는 품바타령이다.
세상에 잃을 것이라고는 몸뚱이 하나 밖에 없는 거지들이 목숨이라도 부지해보겠다고 남의 문전 기웃거리며 구성지게 뽑아대는 품바타령은 그 어느 오페라나 명곡보다도 감동적이다. 꾸밈도 기교도 없이 그냥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각설이, 그들이 아니면 누구도 혼을 섞을 수 없는 것이 품바타령인 것이다.
그렇다고 거지팔자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어찌어찌하다보니 거지가 돼 떠돌아다니는 것이다. 등 따습고 배 부를 때야 거지가 거지로 밖에 안 보이지만 어쩌다 길거리에 나앉게 될 신세가 되면 거지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부자와 걸인의 차이가 백지장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는 것도 알게 되는 것이다.
거지의 유형 또한 각양각색이다. 전쟁이나 재해 등으로 일시적인 걸식을 하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정신박약이나 질병, 노약 등으로 생활능력이 없어 얻어먹는 사람, 선천적인 방랑벽이나 후천적 나태함 때문에 거지가 된 사람도 있다. 이 중 세번째 유형은 갱생의 길만 제대로 찾는다면 거지족보에 빨간 줄을 칠 수도 있다.
평생을 거지들의 갱생에 몸바친 거지 대부 김춘삼(78)씨가 거지들의 통곡을 뒤로한 채 엊그제 하늘나라로 떠났다. 불과 여덟살 때 거지세계로 들어선 김씨는 필사적 투쟁 끝에 약관의 나이로 전국 거지를 통솔하는 거지 왕초가 됐다. 그는 한 때 김두한, 이정재, 이화룡 등과 함께 대한민국 주먹 1세대 반열에 올라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거지들이 구걸이나 도둑질을 일삼아서는 생의 희망이 없다" 그는 평소 지론대로 거지 구제사업에 혼신을 다했다. 1950년대에는 전국 10여 곳에 전쟁고아를 수용하는 '합심원'을 세웠고 '대한자활개척단' 등을 운영, 거지들에게 자활터전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연명하다 망원동 다세대주택에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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