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만큼 우리나라 시대적 정서를 잘 나타내는 전통예술도 드물다. 한 명의 소리꾼이 고수의 장단에 맞추어 창(소리), 말(아니리), 몸짓(너름새)을 섞어가며 긴 이야기를 엮어가는 판소리는 삶의 희노애락을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청중도 참여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지금처럼 예술성 짙은 판소리는 주로 광대들에 의해 기록되고 보존돼 왔다. 그 과정에서 전북의 소리꾼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고, 1970∼80년대 민족예술에 대한 각성이 일면서 판소리 부흥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것도 판소리의 전통이 가장 강하게 남아있던 전북이다.
1975년 전주대사습대회와 남원 춘향제 판소리명창대회가 복원되고 84년 우석대에, 88년 전북대에 각각 국악과가 설치됐다. 92년엔 백제예술대에 전통예술고가 설치돼 전통음악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86년엔 도립국악원이 개원돼 판소리 저변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전주대사습대회는 이제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있는 판소리 경연대회로 뿌리내렸다.
판소리는 오늘날 민족문화의 꽃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과연 살아있는 음악으로서 의미를 갖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판소리의 대중화 문제다. 판소리를 대중화할려면 예술로서가 아닌, 문화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엄숙주의, 귀족주의 틀을 벗기고 판소리 그 자체를 ‘삶의 방식’으로 보자는 뜻이다(‘판소리의 겉모습과 역사’· 김대행 서울대교수). 전문가만의 것이 아니라 누구나의 것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결국 생활속으로 가져오는 일일 것이다.
때마침 전주시 평생학습센터(센터장 최용호)가 시민을 대상으로 '1인 1소리 교육'을 추진키로 해 기대가 크다. 이론강의와 소리내기, 단가배우기, 장단 치며 ‘호남가’ 부르기 등이 교육된다. 2010년엔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판소리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하니 전통문화 도시답게 발상이 좋다. 시민이라면 누구나 소리 한 대목쯤 부를 수 있게 된다면 판소리 대중화의 확실한 성공이랄 수 있겠다.
내친 김에 충, 효, 의리, 정절 등 조선시대 가치관에 국한된 사설(이야기)에서 벗어나 현대적 감각의 새로운 사설이 가미된 창작판소리, 창작단가를 개발하고 시간도 5분,10분짜리 등으로 세분하는 ‘상품’을 개척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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