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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빗나간 일기예보

임용묵 기자(고창주재)

자연산 새끼 뱀장어인 실뱀장어는 1kg에 7백만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많이 잡히지 않아 밤새 불을 밝히고 뜰채로 떠올려도 하루 일당 5∼6만원을 벌기 힘들다.

 

지난달 31일 높이 7m에 달하는 해일성 파도에 목숨을 잃은 일가족 3명은 이날 평소보다 실뱀장어가 많이 잡았다고 한다. 그래서 만조에 가까울 때까지 뜰채질을 열심히 했다는 게 주민들의 목격담이다.

 

현진건의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이 이들의 죽음과 겹쳐진다.

 

소설은 김첨지가 하룻동안 운좋게 돈은 벌었지만 결국 아내의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다는 내용으로 ‘운수 좋은 날’이란 말을 가장 참혹하고 비통한 날(운수 나쁜 날)에 대한 반어적 표현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이들 일가족에겐 정확한 일기예보만 있었다면 '운수 좋은 날'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

 

기상청은 "31일 최고 50mm 이상의 강우가 예상되고 돌풍과 함께 천둥, 번개가 치는 곳이 있다"고 했을 뿐 파도와 관련한 특보는 전혀 없었다.

 

기상청은 사건사고가 발생한 후에야 풍랑 관련 특보를 뒤늦게 발효하는 엉뚱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사고가 천재가 아닌 인재와 다름없다는 비난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기상청이 미리 거친 파도만 언급했다면 물때와 일기예보를 목숨처럼 여기는 어민들이 바다에 나가겠느냐는 게 주민들의 지적이다.

 

“기상청이 체육대회를 하면 비가 온다”는 우스갯소리를 하던 때가 있었다. 기상예보가 잘 맞지 않는 것을 비꼬는 유머였다. 빗나간 일기예보를 웃음으로 넘기는 시대는 지났다. 일기예보 오보는 막대한 재난사고를 야기한다는 것을 수차례 경험했다. 기상청은 더이상 제 2,3의 '운수 좋은 날'을 만들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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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묵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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