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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가정 파괴한 고리사채

임상훈 기자(사회부)

한창 일할 나이인 30대 부부가 고리사채에 허덕이다 못해 동반자살을 시도했다.

 

혼자 남게 될 어린 딸을 걱정한 부부는 자신들의 자살에 13개월 된 딸을 끌어들였다.

 

이 때문에 남편은 살인미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부인은 수배자가 됐다.

 

부부가 고리사채에 손 댄 건 아이가 태어나기 5개월 전. 아이는 태어나기 전에 부모가 진 빚 때문에 짧은 삶을 마감할 뻔 했다.

 

훗날 큰 탈 없이 자라 어른이 됐을 때 이 아이는 살해미수범으로 누구를 지목할까.

 

고리사채로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진, 무능력한 부모가 첫 번째 용의자가 될 것이다. 알량한 부를 무기로 가난에 찌든 서민들의 등골을 빨아낸 파렴치한 고리사채업자들이 두 번째 용의자가 될 것이다. 또 가난한 서민들이 감당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고리사채에 손을 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 우리사회가 세 번째 용의자가 될 것이다.

 

대부업 광고에 출연한 연예인들이 거센 사회적 비난에 봉착해 위약금을 물고 광고계약을 해지하는 현실. 현행 대부업법의 이자제한율이 연리 66%로 높아 30%대로 내리는 이자제한법이 조만간 부활하는 현실.

 

고리사채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은 이 정도면 충분히 높다.

 

그러나 왜 젊은 부부가 고리사채에 손을 댈 수밖에 없었는지, 이들은 결코 제도권 금융을 다시는 이용할 수 없는지에 대한 고민들도 함께 진행돼야 할 것이다. 오는 7월 이자제한법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고리사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신용을 잃어,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없는 과다채무자들. 자녀가 있고 경제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다시 고리사채의 늪에 빠지지 않는 구조적 장치가 마련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임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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