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민 기자(경제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벌레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대책이 없어’ 지난주(5일) 기자는 한통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진안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라고 자신을 밝힌 이 농부는 기자에게 애벌레들이 너무 많이 나와 농사를 지을 수 없다며 대책을 하소연했다.
전화를 받은 뒤 찾은 현장에서는 눈을 뜨고는 볼 수 없는 관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지름이 50㎝가 넘는 늙은 호박이 여기저기 썩어서 나뒹굴고 있고, 멀쩡한 호박을 쪼개보니 그 속에서는 애벌레들이 득시글했다. 늙은 호박뿐 아니라 단 호박에서도 애벌레들이 발견됐다.
농민들은 어느 때부터인지 호박에서 벌레들이 나와 전체 재배면적의 절반 이상을 버려야 할 판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취재를 진행하면서 이 애벌레들이 호박과실파리의 유충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지난 1974년 전남 광양군 백양산에서 처음 채집된 호박과실파리는 이후 줄곧 우리나라의 산간지역의 박과류 식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피해를 줘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놀라운 것은 이 파리가 30년을 넘게 피해를 줘 왔는데도 농민들은 파리가 꽃에 알을 낳고 그것들이 열매에 들어가 부화한다고 알고 있다는 점이다. 호박과실파리는 꽃에 알을 낳지 않고 어린호박의 몸통에 직접 알을 낳는다.
더욱이 수십 년간의 피해에도 불구하고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아직까지 한 가지도 없다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가 과연 선진국이라 말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농진청은 연구를 계속해서 진행했지만 실험실에서 배양을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전북대에서 실험실 대량 배양에 성공해 곧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외국의 경우 벌써 호박과실파리와 유사한 과실파리에 대한 방제 책들을 내놓고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농진청은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예산지원과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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