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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호남제일문 - 조상진

호남고속도로에서 전주로 들어서려면 두번 한옥으로 된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첫번째는 전주IC 톨 게이트에 세워진 일주문이요, 다음은 전주시내 초입에 서 있는 호남제일문(湖南第一門)이다. 모두 한옥 지붕을 이고 있어 낯선 이들에게 이곳이 전통문화와 관련해 "뭔가 범상치 않은 고장이구나"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먼저 톨 게이트의 일주문. 이 문은 한국도로공사가 200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CBS 전북방송 자리에서 현 위치로 이전하면서 세운 것이다. 당초에는 한옥이 아니었으나 전통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는 전주시의 요청에 의해 다시 설계를 했다.

 

'전주'라는 현판은 민체(民體)를 개발해 한글 서예의 대중화를 꾀해 온 원광대 여태명 교수가 썼으며 서각(書刻)은 조각가 김종연씨가 맡았다.

 

다음은 여의동 대로를 지키고 있는 호남제일문. 이 문은 1977년 당시 4차선 도로에 건립돼 전주의 랜드 마크 구실을 톡톡히 했다. 1991년 전주에서 개최된 전국체전때 도로 확장공사로 헐렸다가 1994년 현재의 모습으로 다시 세워졌다. 당시만 해도 인근이 훵 했으나 월드컵 경기장이 들어서 짜임새를 갖췄다. 팔작 겹치마의 전통한옥 지붕 양식이며 길이 43m 폭 3.5m 높이 12.4m로 전국에서 가장 크다.

 

호남제일문이란 명칭이 붙은 것은 전주에 전라감영이 있어, 조선시대 이래 전남·북과 제주도를 통할하는 중심지였기 때문. 풍남문이 전주제일성(全州第一城)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한 호남평야의 첫 관문이란 의미도 담겨있다. 현판 글씨는 강암 송성용이 썼다. 강암은 효산 이광열에 이어 석전 황욱과 함께 전북서예계의 양대 산맥을 이뤘다.

 

호남제일문은 육교 기능까지 겸하고 있어 자동차가 밀려오는 도로를 내려다 보는 맛이 남다르다. 또한 풍수적으로 '북(北)이 허해 부(富)가 드물다'하여 지세상 허술한 북쪽을 누르기 위해 세웠다는 것도 흥미롭다.

 

그러나 이들 건물은 한옥 외관의 재료와 형태만을 모사(模寫)하였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전주시는 호남제일문의 문화재 등록을 추진한다고 한다. 역사가 너무 일천해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것보다 전주가 글자 그대로 호남의 수부(首府)로 부활했으면 좋겠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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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cho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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