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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호 교수 〈인지시학의 실제비평〉현대문학 연구자 위한 이론·비평서

연구된 인지시학 이론 / 직접 작품에 적용 분석 / 12편의 실제 비평 모아

   
 

책이 쏟아진다. ‘책 공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책 대부분에는 저자의 혼이 담겨 있다. 본보는 저자로부터 저술의 동기와 배경, 내용을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책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국내에서 인지시학에 대한 연구가 촉발된 것은 90년대 중반 인지의미론자인 조지 레이코프, 마크 터너 등의 저서가 번역되면서부터다. 이후 언어학 분야에서는 인지의미론 영역이 활발하게 연구되었고, 문학 분야에서는 ‘은유’ 연구를 중심으로 인지의미론을 문학에 적용한 연구들이 대거 발표되었다.

 

본래‘인지시학’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이보다 앞서 1983년 헝가리 출신의 연구자 르우벤 춰에 의해서였는데, 이것이 국내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4년부터다.

 

이때부터 인지시학은 초기 은유 연구에서 벗어나 시어 및 운율, 시에 사용된 시나리오, 개념적 혼성 공간 등에 관한 연구, 소설에서의 문체, 인물, 플롯 및 우화에 관한 연구 등을 포함하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하나의 시학을 형성하기 시작하였다.

 

‘인지시학(Cognitive Poetics)’은 시인의 생각과 정서가 어떻게 텍스트로 기호화되는가, 독자가 시 텍스트를 어떠한 절차와 과정을 거쳐 인지하는가에 주목한다.

 

이와 같은 인지적 절차를 규명하고 연구하기 위해 ‘인지시학’은 언어학뿐만 아니라 심리학, 컴퓨터과학, 생물학, 문화인류학, 정신분석학 등을 넘나드는 제학문적 입장을 취하는 문학에 대한 새로운 사유 방식이다.

 

따라서 인지시학을 원용하여 시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은 이해주체자의 주체적인 의미의 구축과 탐색을 통해 창조적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

 

인지시학에서 주목하는 것 중의 하나가 ‘은유’ 연구인데, 은유는 단순한 언어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온갖 것들에 대한 사고의 문제라는 것이 인지시학의 입장이다. 인간의 개념 체계는 본능적으로 은유적이다. 하나의 사물을 인지할 때 다른 사물이 지니고 있는 형태나 속성 중 그와 비슷한 것을 선택하거나 인접적인 것을 상호 결합시키면서 이를 인지하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리하여 은유는 사물의 감춰진 속성을 인지하는 주요한 도구적 기능을 담당한다. 이렇게 인간의 개념 체계의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은유가 인지적 패러다임에서 매우 중심적인 관심사가 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은유의 토대가 인간의 경험 속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인지시학은 언어 구조의 비자의적이며 동기화된 성질을 강조하여 주목한다. 따라서 은유의 체험적 바탕에 대한 언급은 흔히 제기되는 문제인 언어와 문화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의미 있는 논의를 촉발시킨다.

 

국내 인지시학의 안내자로 전북대 이기우 교수를 꼽을 수 있는데, 1994년 번역된 <시와 인지> 를 비롯하여 많은 인지시학 관련 저서들을 번역하였다.

 

그러한 흐름을 지금은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시문학 연구팀이 이끌어가고 있으며, 이미 다수의 학위 논문 및 소논문들이 발표되었다.

 

필자와 연구자들이 이번에 공동으로 번역 출간한 <인지시학의 실제비평> 또한 그러한 연구의 연장선에 있으며, 현재도 서너 건의 번역 및 저술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그 동안 국내에 소개된 ‘인지시학’ 관련 서적들은 대부분 인지시학 방법론에 대한 개론서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출간된 이 책은 그간 현대문학 분야에서 연구되어 온 ‘인지시학’ 이론들을 직접 작품에 적용하여 분석한 12편의 실제 비평을 모아놓은 책이다. 하나의 이론으로서 자리매김한 ‘인지시학’을 실제 작품에 적용한 것으로 향후 인지시학 연구의 활성화에 폭넓게 기여할 것으로 자랑하고 싶다.

 

이 책을 구성한 12명의 저자들은 편집자인 제라드 스틴, 조안나 개빈스를 비롯하여 피터 스톡웰, 엘레나 세미노, 르우벤 춰 등 현재 세계 인지시학 분야를 이끌고 있는 핵심 연구자들이며, 필자와 함께 번역에 참여한 김혜원, 신현미, 정유미 연구자 또한 인지시학 분야에서 활발하게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신진 연구자들이다.

 

<인지시학의 실제비평> 이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인지시학’을 널리 알리고, 해당 분야 연구자들에게는 획기적인 길잡이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 전북대 양병호 교수(국문과)는 <시문학> 으로 등단한 시인이며, <구봉서와배삼룡> <간의공터> <한번 참말로 맑게 반짝이더라> <그러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의 시집을 냈다.

 

<한국 현대시의 인지 시학적 이해> <시여 연애를 하자> <그리운 시 여행에서 만나다> <한국현대문학의 이해>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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