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행정고시(17회)에 합격한 뒤 행정자치부에서 그야말로 청운의 꿈을 꾸던 시기에 유 지사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유 지사가 그를 선택한 건 지역주의 벽을 허물기 위한 실천의 방편이었다. 사람 하나 쓰는 걸로 지역주의가 가실 리 없지만 상징성은 컸다. 그는 중앙정부와의 가교 역할, 직원들과의 소통 등 모든 면에서 일처리를 깔끔하게 해냈다.
경기·제주도지사 당선인의 파격
새누리당의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정무부지사 자리를 야당에 제의한 것도 파격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정책협상을 먼저 하자고 역 제의해 엊그제 정책협상단을 꾸렸다. 전·현 국회의원과 경기 도의원, 남경필 당선인과 낙선한 김진표 전 의원 보좌관 등 여야 양측에서 각기 5명씩으로 구성됐다. 상생과 협력의 정치를 펴 나가기 위한 첫 단추를 뀄다. 이른바 연정이다. 새정치연합 김태년 경기도당 위원장은 “정치혁신, 민생우선, 도전정신을 3대 원칙으로 삼아 새로운 정치를 만드는데 헌신하겠다.”고 화답했다.
새누리당의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인은 아예 선거 라이벌이었던 새정치연합의 신구범 도지사 후보에게 도정인수위원장 직을 제안해 성사시켰다. 자신의 제1공약인 ‘협치를 통한 도민이 주도하는 도정 구현’의 일환이다. 신구범 위원장은 “제안이 신선하고 도전적이다. 선거가 끝난 지금 최우선 과제는 편가르기의 선을 지우고, 도민 힘을 한 데 모으는 일”이라며 수락했다.
이들 정치지도자들의 공통점은 혁신 마인드와 이를 실천에 옮기는 용기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관행을 깬 파격을 실험하고 있다.
실은 전북이야말로 혁신 마인드가 필요한 곳이다. 전북은 전통적 야당 텃밭이다. MB에 이어 새누리당 정권 7년째 정치적으로 고립무원의 동토지역이 돼 버렸다. 경제적으로는 ‘낙후’ ‘전국 3% 경제’라는 오명을 30년 넘게 달고 있다. 기업, 일자리, 소득 모두 최하위권이다. 걸출한 정치인들이 배출됐지만 지역은 달라지지 않았다. 전북의 존재감은 너무 희미하다. 전북이 처한 상황을 놓고 보면 뭔가 돌파구를 마련할 역동적인 혁신마인드가 필요한 곳이 바로 전북이다.
3년 전 MB정권 하에서 도정이 잘 풀리지 않던 시기에 정무부지사를 (당시) 한나라당의 추천을 받아 임용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김완주 도지사한테 한 적이 있다. 김 지사는 “그렇게 하면 도내 국회의원들이 나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글쎄, 국회의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지만 거기까지가 한계다.
전북도 지역발전·민생 위해 바꿔야
이젠 자치단체도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융합과 통섭이 시도되고 그 결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관행적 사고와 과거답습적 패러다임에 묶여 있는 한 전북은 미래가 암울하다 할 것이다.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역발전과 민생을 최우선시 한다면 정책과 정치연합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것이야말로 기득권을 버리고 새 길을 모색하는 정치혁신이자 새정치이다. 송하진 도지사 당선인이 당장 코 앞에 닥친 정무부지사 인선이나 전북의 미래 설계를 놓고 고민이 많을 것이다. ‘신선하고 도전적인, 관행을 깬 파격적인’ 구상들이 톡톡 튀어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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