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은) 지금까지 시민 자존심에 상처를 주거나 기대감을 저버린 적이 없습니다.”
코레일 한광덕 전북본부장이 지난 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둘러싼 지역 내 갈등을 빗대 에둘러 밝힌 해명이다.
지난 6월말 취임해 처음으로 출입기자들과 대면을 가진 한 본부장은 익산역 광장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근본적으로 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다만 전국 철도역 광장에 설치된 사례가 없고, 올해에도 천안아산역에서 불허한 상황 등을 고려해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의 압박이 시작된 지 하루 만에 코레일 본사가 긍정적인 검토를 약속했지만 그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관리권한을 가진 전북본부가 결정을 해서 본사의 승인을 얻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국 최초로 역 광장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승인한 점은 ‘박수 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런 발언이 모두 궁색한 변명에 그쳤다는 게 금세 탄로 났다.
전북본부는 수차례에 걸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와의 간담회에서 불허 입장을 거듭 밝혀왔고, 익산시에 보낸 단 두 줄짜리 공문에도 곤란하다고 써 보냈다. 논의중에 발생한 오해라는 해명은 성의없이 보낸 이 공문을 통해 거짓말로 확인됐다.
특히 시민들이 익산역 광장에서 철야 농성을 벌이며 서명운동을 벌였던 닷새간도 코레일은 묵묵부답이었다. 새 정부 들어 분위기가 바뀌고 여당 사무총장에 야당 4선 국회의원의 코레일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도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는 발언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북본부가 승인하기 이전에 코레일 본사에서 정치권에 긍정적인 약속을 한 것이 이미 언론을 통해 공표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혼자서만 완강하게 버티던 전북본부가 본사의 승인을 따르게 됐다는 비난을 받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 본부장은 이제라도 궁색한 변명을 멈추고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발언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그래야 뒤늦게라도 박수 받을 자격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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