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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피로감

오는 6·1 지방선거에 나서는 단체장 후보들이 윤곽을 드러낸 가운데 3선 도전에 나선 도지사와 시장·군수의 성공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민선자치 초기만 해도 한번 단체장이 되면 임기 내내 탄탄한 지지 기반을 다지면서 3선까지 무난했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주민의 민도가 높아짐에 따라 장기 집권에 대한 피로감이 드러나고 단체장의 공과에 대한 평가도 분명해지면서 3선 고지에 오르는 게 쉽지 않다. 여러 사정을 고려했겠지만 김승수 전주시장과 박성일 완주군수가 일찌감치 3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재선의 현직 단체장인 만큼 여타 시장·군수 후보들보다 조직력이나 인지도가 많이 앞서지만 직을 내려놓았다. 전국 광역 단체장 가운데는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3선 도전을 포기했다. 3선 피로감과 지지율, 그리고 대선 패배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도내에서는 송하진 지사와 정헌율 익산시장, 심민 임실군수가 3선 연임에 나선다. 전라북도와 익산시 임실군 모두 지금까지 3선 단체장이 나온 전례가 없는 만큼 이들의 3선 달성 여부가 이번 지방선거의 관전 포인트다. 송하진 지사와 정헌율 시장 심민 군수 모두 임기 중 실책이나 물의 없이 행정을 이끌었다는 평이지만 지난 재선 도전 때와는 여건이 다르다. 민선 도지사로서는 처음 3선 도전장을 낸 송하진 지사는 지난 재선 때는 다른 후보에 비해 월등히 높은 지지율을 보이면서 마땅한 경쟁 상대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3선 관문에는 민주당 내에서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이들은 전북 경제지표와 인구 감소 등을 거론하며 혁신 공천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주 전북일보와 KBS전주방송총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송 지사가 후보 적합도에서 23.8%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 재선 때 50%에 육박하던 적합도 지지율보다는 많이 떨어졌다. 아무래도 전·현직 국회의원 4명과 함께 경쟁하다 보니 표 분산과 3선 피로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민주당 공천장을 거머쥐면 송 지사의 3선 가도는 꽃길이 예상된다. 무소속으로 3선 기록에 도전하는 심민 임실군수는 상황이 좀 녹록하지 않다. 재선 도전 때는 여타 후보보다 지지율이 많이 앞섰으나 대선으로 인한 민주당에 대한 응집효과가 나타나면서 이번 여론조사에선 2위로 내려앉았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최정호 전 국토부 차관과 조용식 전 전북경찰청 등 당내 쟁쟁한 경쟁자의 도전을 받고 있지만 좀 여유 있는 모습이다. 여론조사 결과, 후보 적합도에서 이들을 크게 앞서면서 당내 공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3선의 중량감을 선호할지, 아니면 3선 피로감에 따른 새로운 인물을 선택할지 지켜볼 일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4.13 17:43

지구촌 화합과 희망의 메신저 ‘아치·태치’

엔데믹(endemic). ‘주기적으로 유행하는 풍토병’ 정도의 의미를 갖는 이 말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의한 감염병의 최상위 단계인 세계적 유행 즉, 펜데믹(pandemic)의 반대말이다. 우리에게는 머지않아 일상회복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반가운 말로 다가온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논평에서 캘리포니아대 의과대학 전염병 전문의인 모니카 간디 교수는 “한국은 높은 백신 접종률과 공중보건시스템에 대한 높은 신뢰 등 팬데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을 두루 보유하고 있다”라면서, “아마도 한국이 풍토병으로 전환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서서히 코로나 19의 검은 장막이 걷히고 있는 느낌이다. 아직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2020년 초부터 2년 넘게 시행돼 온 사회적 거리두기도 막바지에 이른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엄격한 방역대책은 전세계적으로 찬사를 받아 왔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코로나 19블루”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하였다. 빈틈없는 사회적 거리두기 규정 때문에 이벤트성 행사는 고사하고 친목회, 동호회 같은 사적모임 조차도 극도로 제한되어 왔으니, 이로 인한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이 나타날 만도 했다. 지난 1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 코로나19 국민정신 건강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4분기 우울 위험군이 국민 5명 중 1명이 위험상황에 놓인 것으로 나타나 일상회복을 위한 다방면의 촘촘한 정책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우울증 치료를 위해 매일 운동을 권한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이 운동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세로토닌”이란 행복 호르몬과 엔돌핀의 증가로 우울증 약보다 훨씬 효과가 좋다는 말도 있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 하루 30분의 꾸준한 운동으로 몸과 마음을 추스려 보면서 국제대회에 참여해 주인공이 되어보는 꿈도 꾸어보자. 의외로 가까운 곳에 꿈을 펼칠 무대가 준비되어 있다. 내년 5월, 전라북도에서는 26개 종목을 대상으로 세계 각국 1만여명의 선수들이 참여하는 국제생활체육올림픽으로 ‘2023 전북아시아·태평양 마스터스대회’가 열린다. 이 대회의 공식 마스코트는 아치(Achi)와 태치(Taechi)이다. 반가운 사람이나 소식이 올 것을 알려주는 길조인 ‘까치’처럼 전 세계인에게 기쁜 소식과 희망을 가득 전해주기를 바라는 의미로 전북의 도조(道鳥)인 까치를 형상화한 것이다. 대회 1년여를 앞둔 지금 아치와 태치가 몹시 바쁘다. 지난 3월에는 모 방송사의 축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우리 대회의 존재와 성격을 알리는데 기여하였고, 지금은 한옥마을 등 주요 관광지를 누비면서 대회 성공을 위한 키맨(keyman)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조직위원회와 전라북도 14개 시군에서는 지금 전세계에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일 따위 없이 마음껏 누렸던 일상의 소중함을 기억하고 또한 소망하면서, ‘2023 전북아시아․태평양마스터스대회’라는 열차에 탑승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워밍업을 해보는 건 어떨까? 지난 2년여 동안 전세계인의 발목을 잡아온 코로나 19도 서서히 세력을 잃고 머지않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갈 것이다. 언제나 기쁜 소식을 전해줄 아치와 태치가 ‘2023 전북아시아․태평양마스터스대회’를 통해 건강한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세계인의 꿈과 노력을 응원하고, 지구촌의 화합과 공동 번영의 희망을 전파하는 메신저가 되기를 소망한다. /김병하 전북아태마스터스대회 조직위 기획사업본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04.13 14:27

슈퍼파워독스

사람들은 오랜 역사 속에서 동물을 이용해서 살아왔다. 소, 돼지, 양 등을 가축화하여 우유와 고기 등을 획득하였고, 운송을 위하여 말과 당나귀가 이용 되었다. 또한 편지를 전달하는 비둘기 등 동물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활용해서 우리의 삶을 나아지도록 하였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동물들 중에 어떤 동물이 가장 다재 다능 할까요? 정답은 누구나 쉽게 맞출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인류의 가장 친한 친구 ‘개’이다. 사람과 삶을 공유하는 ‘개’는 우리 사회에서 과거에 비해 그 역할과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들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첫 번째로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따른 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족으로서 생활할 수 있다. 그래서 이제 ‘개’라는 단어보다는 ‘반려견’이라는 표현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가족으로서 역할 외에 다른 부분은 무엇이 있을까? 잘 아는 것처럼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도우미견’들이다. 앞이 안 보이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견, 소리가 듣지 못하는 사람들 위한 청각견이 있다. 안내견은 가끔 볼 수 있지만, 청각견은 생소할 수 있을 것이다. 개들은 소리에 대한 습득 능력이 높아서, 사람의 일상 생활 소리를 듣고 기억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에게 전화벨이 울리면, 전화기를 가져다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대단하지 않은가? 제목으로 ‘슈퍼파워독스(super power dogs)’라는 단어를 썼다. 사실 영화제목이다. 영화의 내용은 개들의 뛰어난 능력에 관한 것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슈퍼 독스 (Super dogs)은 눈사태가가 일어나 사람이 조난당한 현장에 헬리콥터를 타고 가서 눈에 파 묻혀 있는 사람을 찾아내고, 건물 붕괴 현장에서 메몰된 사람을 찾아내는 엄청난 능력을 발휘한다. 이런 능력은 단순히 반려견의 능력 뿐만 아니라 핸들러와의 호흡도 중요하다. 핸들러들은 자신의 개들이 이런 능력을 십분 발휘 할 수 있도록 격려해준다. 영화는 개들 중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개체들을 선발해서 이들이 사회 곳곳에서 사람의 부족한 능력을 대신해서 도와준다는 내용이다. 또한 국가에서 이들을 공무원 수준의 복지를 지원 해주고 있다. 영화 속의 관련 내용을 실제 기사로 찾아보면 더 쉽게 이해될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911테러에서 메몰된 사람을 찾은 구조견 ‘제이크’는 어떤가? 그리고 공항 및 항만에서 만나는 탐지견을 보았을 것이다. 이들은 몰래 가지고 들여오는 마약 및 축산물 등을 탐지하여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것들로부터 지켜준다. 이런 능력을 발휘 할 수 있는 이유는 개들의 후각능력이 사람보다 수 십배 이상의 뛰어나기 때문이다. 즉 사람이 구별할 수 없는 미세한 것까지도 식별 할 수 있다. 이 뛰어난 후각 능력은 사람의 건강을 확인하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건강을 확인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뛰어난 후각을 가진 일부 슈퍼 독스는 특정 암세포가 분비하는 냄새가 있는데, 이를 감별할 수 있다고 한다. 영국의 ‘데이지’라는 개는 500명 이상의 암에 걸린 사람에게서 냄새 확인을 통해, 암에 조기 대응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한다. 놀랍지 않은가? 이런 후각 능력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주목 받았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에게서는 특이한 냄새가 난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 냄새를 슈퍼 독스에게 훈련을 시켜보니, 감별 능력이 90% 정도 될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핀란드 헬싱키 공항에서 적용 되었다. 공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을 개들이 먼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양성이 사람을 선별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개’들의 능력은 더 있지만 지면의 한계 상 여기까지만 설명하겠다. 그럼 이렇게 사회적으로 사람들을 위해서 희생하고 있는 안내견, 청각견, 구조견, 탐지견들에 대한 사회적 제도를 어떨까? 안타깝게도 우리의 제도는 선진국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특히 이들이 아프거나 은퇴했을 때 이들에 대한 처우가 부족하다. 선진국의 사례처럼 우리도 슈퍼파워독스에 대한 문화가 자리 잡길 기대해 본다. /장구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2.04.13 14:27

2차 동학혁명 참여자 독립유공 인정하라

일제의 침략에 저항해 항일 무장투쟁을 전개한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이 독립유공자로 서훈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여·야 국회의원 60명이 최근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의 독립유공 서훈의 법적 근거를 담은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국권을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일제와 싸운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에 대한 독립유공 서훈 노력은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충남 천안 병)이 대표 발의한 독립유공자법 개정안은 지난 2004년 제정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명예회복 특별법에 근거해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을 독립유공자로 인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의 독립유공자 서훈을 넘어 역사 바로 세우기의 의미가 담긴 법안이다. 현행 독립유공자법은 ‘일제의 국권침탈에 항거하다가 순국한 자는 순국선열에 해당한다’고 규정해 순국선열에 해당하는 자는 독립유공자로 서훈된다. 그러나 독립유공자 서훈을 심사하는 국가보훈처가 ‘독립운동의 기점은 을미의병’이라는 내규를 적용해 1895년 을미의병에 가담한 양반 서생들은 독립유공자로 서훈된 반면 을미사변에 앞서 일제에 항거한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는 서훈 대상에서 배제돼 왔다. 동학농민혁명은 1894년 3월 봉건체제를 개혁하기 위한 1차 봉기에 이어 같은 해 9월 일제의 침략으로부터 국권을 수호하기 위한 2차 봉기로 이어졌다. 1895년 10월 을미사변에 앞서 1894년 6월 경복궁을 점령한 뒤 고종을 포로로 잡고 친일내각을 만들어 국권을 침탈한 일제에 대한 항일 무장투쟁이 2차 동학농민혁명이지만 독립운동의 기점을 을미의병으로 정한 내규가 서훈을 막아왔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전봉준·최시형 등 제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에 대한 독립운동 서훈 촉구 결의안’이 채택되고 국가보훈처 국정감사에서도 독립운동 서훈 요구가 지적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2차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했다가 순국한 119명의 독립유공 명예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에 발의된 독립유공자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돼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의 명예회복과 독립유공자 서훈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4.13 14:12

대형유통기업과 소상공인의 갈등, 해법은 상생이다

전북에 첫 번째 코스트코가 들어설 것인가. 지난해 12월 코스트코 코리아가 전북 익산의 왕궁물류단지와 약 5만㎡부지에 대한 조건부 계약을 체결하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에 익산시도 코스트코가 지역 상권에 미칠 영향 분석과 시민 의견 수렴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코스트코와 같은 대형유통기업의 입점은 해당 지역으로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품질과 편의성을 갖춘 쇼핑몰의 입점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대형유통기업이 가져올 유동인구 유입, 세수 증대, 일자리 창출 등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생존권을 위협받는 지역 내 소상공인으로서는 대규모 유통자본이 골목 상권마저 위협한다며 격렬하게 반발하게 마련이다. 코스트코의 경우 당초 전주 에코시티 출점을 추진했으나, 전주시와 지역 소상공인들의 반대로 출점 의지를 접은 바 있다. 코스트코뿐 아니라 대형마트, 백화점, 기업형 수퍼마켓(SSM) 등 대형유통기업의 출점은 소상공인의 생존권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복잡한 문제로 인해 큰 반발과 저항을 낳곤 한다. 해법이 없지는 않다. 지역 상권과 대형유통기업이 함께 살 수 있는 방도도 있다. 이 과정에서의 원칙은 ‘상생’이다. 필자가 광명시장 재임시절 ‘상생적 개발’에 성공했던 KTX광명역 역세권 사례가 모범답안이 될 수 있다. 광명역은 KTX노선의 출발역이란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인근 58만 평이 허허벌판으로 남아 광명시의 애물단지였다. 그래서 2010년 광명시장에 취임한 후 공무원들과 함께 사즉생의 각오로 뛰고 또 뛰어 코스트코 한국본사와 이케아 한국1호점 등을 유치하게 됐다. 이 때 광명지역은 물론 인근의 안양, 시흥 등의 중소상인까지 강하게 저항하고 반발했다. 광명시청 앞에서 상복을 입고 광명시장인 필자의 모형을 만들어 불에 태우는 화형식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들에게는 절박한 생존권의 문제였다. 하지만 이때도 해법은 ‘상생’에 있었다. 역세권 활성화와 소상공인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광명시 차원에서 강도 높은 지원책을 추진했다. 광명전통시장 고객쉼터 건립, 공동물류센터 건립, 가구문화의 거리 주차장 조성, 광명새마을시장 고객지원센터 리모델링, 광명새마을시장 아케이드 재정비 및 광명전통시장 주차장 건립 등을 추진하여 성사시켰다. 적극적인 지원에 중소상인들의 마음이 움직여 결국 대형유통기업들과 상생협약을 맺었다. 필자는 상생협약이 마무리된 후 이들 중소상인들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정치 인생의 가장 큰 위기가 가장 의미 있는 시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대형 유통기업 입점을 둘러싼 중소상인과의 갈등을 푸는 성공적인 상생 모델을 만들었다는 좋은 평가도 받았다. 시련과 고통 속에 얻은 성과인만큼 큰 의미가 있었다. 이 사례는 전국으로 확산되며 여러 지역에서 상생의 성과를 거두는 길잡이가 됐다. 상생협약을 통해 지역 내 고용을 확대하고 지역 산품 구매를 늘리는 게 좋은 대안이다. 대형마트 내 일정 규모의 지역특산물 코너를 개설하거나 정기 프리마켓 공간 제공 등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대형유통기업과 지자체는 중소상인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 뭐든지 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위기는 기회다. 함께 살겠다는 상생의 정신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반드시 길이 보인다. /양기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광명시을)

  • 오피니언
  • 기고
  • 2022.04.13 13:58

거리두기 완화·나들이철, 음주운전 경각심을

꽁꽁 얼어붙었던 코로나의 겨울이 가고 화창한 봄날씨 속에 방역조치 완화와 함께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마침 봄나들이철에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까지 겹치면서 다시 음주운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실 회식 등 모임이 크게 줄어든 코로나 시국에도 우리 사회 음주운전과 그로 인한 사고는 줄어들지 않았다. 게다가 음주운전으로 인명 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한 ‘윤창호법’이 코로나 시국 직전부터 전면 시행됐는데도 운전자들의 인식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전북지역에서도 최근 3년(2019∼2021년)간 1만 3213건의 음주운전이 적발됐다. 이 기간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도 1734건이나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추가 완화와 전폭적인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니 음주운전이 급증하지 않을까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 음주운전 척결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캠페인과 함께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강화하고, 지자체에서도 공직자 징계 기준을 강화하는 등 음주운전 근절대책을 세워 노력했지만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운전자들은 여전히 나왔다. 이처럼 음주운전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우리 사회 일각에 남아있는 관용적 태도와 운전자들의 안이한 인식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하고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살인행위와 다름없는 음주운전은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복까지 파괴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다. 코로나 시국에 다소 느슨해진 사회적 기강을 바로잡고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더라도 음주운전과의 거리두기는 절대 풀거나 완화해서는 안 된다. 지구촌이 ‘일시 멈춤’상태가 된 코로나 시대 인류는 미증유의 사건과 현상을 경험했다. 또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정치와 경제, 교육, 보건, 환경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새로운 인식과 흐름이 형성됐다. 그리고 팬데믹이 바꿔놓은 인식은 일시멈춤에서 풀려난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엄청난 사회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대전환의 시기를 기회삼아 음주운전 근절에 우리 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4.13 12:03

은행 과도한 예대마진 제한 방안 마련해야

금융권의 지나친 예대마진으로 인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서민들의 금리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이를 제도적으로 제한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예금 때는 쥐꼬리 이자를 지급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때마다 대출 금리는 가파르게 올려 금융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지주사의 당기순이익은 총 21조1890억 원으로 전년 15조1184억 원 대비 6조706억 원이 늘어났다. 지난해 금융자주사의 당기순이익이 무려 40% 넘게 폭증한 것은 은행들의 역대급 예대마진 수익이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예대마진 수익은 KB국민은행 7조2600억 원, 농협은행 5조8000억 원, 신한은행 5조7800억 원, 하나은행 5조6300억 원, 우리은행 5조3400억 원에 달했다. 이들 시중 은행의 예대 마진율은 3.3%~3.8% 대로 나타났다. 저신용자 등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의 예대 마진율은 7%대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과도한 예대마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일부 상품의 대출금리를 0.2~0.5% 포인트 정도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여전히 고금리 장사를 하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서민들의 대출 금리 부담은 높은 실정이다. 은행의 고금리 장사를 막기 위해 10여 년 전 국회에서 예대 마진율 3% 제한 입법을 추진했지만 금융권의 강력 반발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적이 있다. 이에 지난 20대 대선 때 대선 후보들이 예대마진 제한 공약을 경쟁적으로 제시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공약을 내걸었고 인수위원회에서 매달 예대금리차를 공개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은행들의 지나친 예대마진에 상당한 압박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이미 한국은행과 은행연합회 금융감독원 등에서 매달 예대금리차 공시가 이뤄지고 있기에 실효성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불만이 크다. 돈놀이에 급급한 행태에 대한 원성도 높다. 은행 스스로 사회적 책임과 공공재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도 서민들의 은행에 대한 불만과 원성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4.12 17:42

선거브로커 여론 조작이 남긴 것

최근 민주당의 지방선거 컷오프를 둘러싸고 당내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결과에 불복해 후보가 법원에 효력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가 하면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도 엇갈린 판단이 나오는 등 심사에 대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심지어 막후 ‘보이지 않는 힘’ 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뒷배설까지 불거져 뒤숭숭하다. 이와 함께 후보를 검증 심사해야 할 위원회 구성부터 공정성 담보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원 위촉은 2년 뒤 총선 출마를 포석에 두고 코드에 맞는 인물을 알박기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부적절하다는 것. 중복으로 위원을 배정한 것도 인재풀의 한계를 노출함으로써 비난을 자초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 브로커가 개입해 선거판을 좌지우지 한다는 충격적인 폭로가 나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 브로커는 선거 조직과 자금을 미끼로 인사권과 사업 인허가권을 요구하고, 지지율 여론 조작도 휴대폰 주소지 변경을 통해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선 전주시장 예비후보는 이같은 사실을 밝히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며 후보직을 사퇴했다. 그간 입소문으로만 떠돌던 정치권과 선거 브로커의 검은 커넥션이 세상에 드러났다. 불순 세력에 의해 지지율 여론 조작까지 이뤄졌다는 점에서 공천 방식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유권자들은 공천과 관련한 여론조사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사실상 여론조사 지지율이 후보의 경쟁력을 대변한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후보자 입장에서도 지지율 높이기에 혈안이 돼 있다. 극히 일부지만 브로커들이 여론조사 지지율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공신력에도 치명적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의 파장이 공천 작업 중인 지방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선거 때마다 봇물을 이루는 여론조사에 대해 유권자들이 강한 불신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죽하면 여론조사가 오히려 여론을 왜곡한다는 비아냥거림도 있다. 어쩌면 정당이 공천 혁신을 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해졌다. 여론조사에 대한 불투명한 의혹이 난무한 상황에서 이를 반영한 공천 방식은 손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텃밭을 자처한 민주당은 단체장의 경우 여론조사 50%와 권리당원 50% 합산 방식으로 공천이 이뤄진다. 지방의원은 권리당원 투표 100%로 결정된다. 지금까지 여론조사는 전적으로 주민 의사가 100% 반영된다고 해서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그에 비해 기득권 세력의 농간인 양 비춰지는 권리당원 투표는 진입 장벽만 높임으로써 정치권 물갈이를 가로막는다는 비판에 시달려 왔다. 그런데 이젠 여론조사마저 선거 브로커가 개입해 민심을 왜곡한다면 이런 공천 방식을 통해 선출된 후보를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중차대한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당의 환골탈태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04.12 17:05

가정폭력 공권력 조기·선제 대응 필요하다

가정폭력 사건에 대한 사회의 강력한 대응 요구와 달리 경찰 내부의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이다. 재범 우려가 높고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가정폭력 범죄를 사건발생 초기부터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과 자칫 범죄자 양산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가정폭력은 정상적인 가정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고 가정내에서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경찰의 조기·선제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가정폭력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가정폭력이 얼마나 흉폭해질 수 있는지를 그동안 여러 사건들을 통해 경험해 왔다. 지난해 인천에서는 50대 남성이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경찰 조사결과 이 남성은 20여 년 전부터 술에 취하면 가족들을 폭행하는 등 가정폭력의 강도가 갈수록 심해졌다고 한다. 오랫동안 이어진 가정폭력에 사회가 발 빠르게 대처했다면 막을 수도 있었던 비극이란 지적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 범죄가 가부장적인 가장의 경제적 무능과 가정내 불화에 대한 대화 및 해결 능력 부족에서 주로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홧김에 술을 마시고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으며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가정폭력을 단순한 가정사로 방치해선 안되며 사건 발생 초기부터 공권력의 개입과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가정폭력에 대한 조기·선제 대응 필요성과 달리 범죄사건으로 처리되는 경우는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2019~2021년)간 112에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가 1만1852건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27.5%에 불과한 3261건만 사건으로 처리됐다고 한다. 매년 3000여 건의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되지만 불과 1000여 건 만 범죄사건으로 처리되고 있는 셈이다. 가정폭력 사건에 대한 공권력의 조기·선제 대응이 또다른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가정폭력 피해자가 겪는 고통이 간과돼선 안된다. 가정폭력은 가정문제가 아니며, 사회문제이자 중대한 범죄라는 인식이 뿌리내려야 한다. 가정폭력 사건에 대한 공권력의 조기·선제 대응과 함께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방지하려는 범사회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4.12 16:38

놀음과 도박의 사이

한국의 놀이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놀이문화는 개인놀이와 집단놀이, 성인놀이와 아동놀이가 있다. 현대사회에서 놀이문화가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컴퓨터와 놀이를 즐긴다. 컴퓨터 게임은 사람과 기계의 놀음이다. 컴퓨터에는 정이 없지만, 사람들끼리 놀음은 정(情)이 오고간다.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컴퓨터게임에 빠지면 중독 현상이 나타난다. 컴퓨터게임은 대체로 싸우고 찌르고 죽이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놀이는 흥미진진하다. 문화인류학자 호이징아는 ‘인간은 놀이하는 동물’이라 하여, 인간을 호모루덴스(Homo Ludens)라고 했다. 인간의 본질은 놀이를 즐기는 동물이다. 문화는 놀이에서 시작되었다. 인간은 놀게 해야 한다. 놀음의 억제는 인간의 기본권을 통제하는 일이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놀음이 통제되고 있다. 18세기말 한국 풍속화에는 밀희투전(密戱鬪牋:賭博)이 등장한다. 도박과 투전(投錢)은 다르지만 기본은 돈놀음이다. 놀이에 돈을 걸면 놀음이 된다. 놀음은 일시적인 놀이인데, 도박은 상습적이다. 놀음과 도박은 둘다 똑같이 돈놀음인데, 폐쇄적이냐, 개방적이냐 차이다. 도박꾼들은 은폐된 공간에서 돈놀음을 즐기는데, 놀음꾼들은 개방적인 공간에서 돈놀음을 한다. 돈놀음에는 판돈이 오고간다. 판돈이 커지면 도박이고, 작으면 놀음이다. 도박과 놀음 둘다 오늘날 사회적 범죄로서 단속 대상이다. 놀음의 단속은 일제강점기 식민통치의 잔재이다. 사실 증권과 복권도 국가가 장려하는 돈놀음이다. 놀음과 도박은 구분되어야 한다. 놀음은 국가가 권장해야 하고, 도박은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놀음은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 일으켜 정신건강에 좋지만, 도박은 중독 증상을 일으켜 정신건강에 해롭다. 불과 50여전만 하더라도 향읍(鄕邑)에서 난장이 섰다. 주로 모심기를 마친 직후에 단오난장이 섰다. 난장(亂場․orgy)에 사람들이 모여들면 자연스럽게 놀음판이 선다. 씨름판과 투전판이 대표적이다. 놀음판에서 씨름과 투전은 같다. 씨름은 힘겨루기이고 투전(投錢)은 돈겨루기이다. 순창군에서 올해 단오날에 난장이 설 것 같다. 순창 단오난장의 전통은 고려말까지 올라간다. 순창군에서 1992년에 발견된 순창성황대신사적 현판에 순창 단오절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황숙주 순창군수는 순창 단오성황제 복원 원년으로 삼고 단오난장 복원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순창 단오난장에서는 씨름판과 투전판이 가장 큰 놀음이었다고 어른들의 기억속에 살아있다. 18세기말 김홍도 풍속화에 등장하는 바씨름이 순창 단오난장에서 벌어졌었다. 바씨름은 오늘날 허리띠 씨름보다 더 원형이다. 한국 씨름의 원형은 바씨름이다. 순창 단오난장이 복원된다니 가슴설레인다. 순창의 전통 단오굿놀이는 단오난장과 두룡정 물맞이, 응향정(凝香亭:현 순창군청 내) 연못지의 추천이다. 단오날이며 순창부녀자들은 응향정 연못가에서 그네뛰기(鞦韆)을 즐겼다. 부녀자들은 물맞이와 그네뛰기 단오놀이를 즐겼다면, 남자들은 단오난장에서 씨름과 투전을 즐겼다. 순창 단오난장에서 투전을 즐기게 하자. 투전은 돈놀음이지만 도박은 아니다. 투전판에서는 판돈이 커질 수가 없다. 판돈이 커지면 판이 깨진다. 난장투전(亂場投錢)은 동전던지기이니 도박은 일어나지 않는다. 투전은 전통문화유산이니, 온나라 백성들에게 놀이문화로 즐기도록 하자. 일본 빠찡코도 국가 승인 놀음판이다. 지금도 전국 마을 곳곳에서는 윷놀이 투전판이 열린다. 윷놀이와 투전판 모두 민족 고유의 문화유산이다. 대한민국 형법 제246조 1항에 도박을 한 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일시적인 오락 정도에 불과한 자는 예외로 한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 놀음은 일시적인 오락행위이다. 순창 단오난장에서 놀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리고 놀음의 단속은 일제강점기 통제문화이니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 /송화섭 후백제학회장·전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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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12 14:18

손편지 진정성, 인사로 보여달라

정권교체 때 지역민들이 가장 높은 관심을 갖는 게 지역 현안의 국책사업 반영과 지역 출신 인사의 중용 여부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로서도 선거로 갈라진 민심을 다독이며 사회통합을 이루는데 지역균형발전정책과 탕평 인사만한 좋은 수단이 없다. 지역발전사업은 임기 중 하나씩 풀어갈 문제다. 인사가 당장 시험대다. 새 정부가 보통 첫 부처 장관급 인사에서 출신 지역을 고려하는 것도 지역갈등 해소와 지역화합을 중요 과제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대 보수정권은 인사에서 지역배려를 외면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강부자(강남 땅부자)’ 내각이라는 유행어가 나올 만큼 학연·지연 등 연고주의에 함몰됐다. 박근혜 정부 때도 조각 초기부터 내내 변변한 장관 한 자리에 앉은 전북 인사가 없었으며, 주요 핵심 권력에 곁불도 쬐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엊그제 발표한 8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영남 인사가 절반이 넘는 5명이다. 호남 출신 인사는 1명도 없다. 아직 절반의 부처 장관 인사를 남겨두고 있지만, 일단 1차 인선만 보면 역대 보수정권에서의 호남 차별 인사가 재연될 것 같은 조짐이다. 보수정권들이 흔히 능력중심의 인사원칙을 앞세운다. 윤 당선인도 그 맥을 같이 하는 것 같다. 그는 부처 장관 지명 후 “인선에 할당이나 안배는 하지 않겠다” “유능한 분을 찾아 지명을 하다 보면 결국 지역과 세대, 남녀의 균형이 잡힐 것”이라고 했다. 출신 배경을 떠나 출중한 능력을 가진 분을 모셔 국가의 동량으로 쓴다는 걸 탓할 국민은 없다. 그러나 능력이라는 게 주관적이다. ‘능력’이라는 미명 아래 얼마든지 정실 인사와 밀실 인사, 낙하산 인사가 합리화 될 수 있다. 지역 안배 인사를 운운하는 것이 ‘능력 인사’ 앞에 협량하게 보인다. 인사권자에게 ‘능력중심’의 인사원칙은 그야말로 요술방망이인 셈이다. 대선에서 표를 많이 준 지역을 배려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호남에서 갓 10%대 지지를 해놓고 지역 안배 인사를 요구하는 게 가당치 않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 부처 장관 자리를 승자의 전리품으로 전락시켜선 안 된다고 본다. 대통령이 실질적인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요 정무직 자리가 수백 개에 이른다. 올바른 방향은 아니지만, 정실 인사가 가능한 자리들이다. 그러나 부처 장관은 해당 부서의 최고 책임자일 뿐 아니라 국가운영 전반을 논의하는 국무위원이다. 부처 장관 임명 때 국회 청문회를 거치게 하는 것도 이 같은 상징성과 중요성 때문이리라. 물론 전북 출신 부처 장관 중 지역의 기대에 걸맞은 역할을 했는지 의문부호가 따른다. 지역안배 차원에서 배려를 받고도 본인의 입신양명만 생각하는 ‘무늬만 전북인’도 없지 않았다. 역대 정권 중 가장 많은 전북 출신 장차관과 청와대 참모들이 활동했으나 지역 현안들은 그대로다. 정치인들만 호가호위 했을 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럼에도 ‘나무는 큰 나무 덕을 못 보아도 사람은 큰 사람 덕을 본다'고 했다. 10년 보수정권시절 나돌던 전북 출신 중간 간부급도 찾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쏙 들어간 것만으로도 어디인가.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시절에 호남발전을 약속하는 내용의 손편지까지 썼으며, 재경도민회 행사에 참석해 호남이 홀대받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그 시금석이 인사라고 본다. 굳이 당선인의 약속이 아니더라도 국가의 중요정책 과정에서 인력을 균형있게 활용하는 것은 대통령의 책무다. 차기 정부의 안정적 착근이나 국민의힘의 진정성 있는 호남동행을 위해서도 탕평인사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조만간 이뤄질 2차 정부 부처 장관 인선을 지켜볼 일이다. 보수정권 때마다 입에 붙은 ‘호남 차별’이라는 말이 윤석열 정부에서 마침표를 찍길 바란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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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22.04.12 14:16

변호사의 변론권

우리나라 헌법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이 구속된 때, 피고인이 미성년자인 때, 피고인이 70세 이상인 때, 피고인이 듣거나 말하는 데 모두 장애가 있는 사람인 때, 피고인이 심신장애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때,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때 국가에서 필요적으로 변호인을 선정하여 준다. 또 법원은 피고인이 빈곤이나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피고인이 청구하면 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하며, 피고인의 나이·지능 및 교육 정도 등을 참작하여 권리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피고인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헌법은 국민 누구나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기본권으로서 보장한다. 그 국민이 흉악범으로서 만인의 지탄을 받고 있을지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함에 있어 수사기관이 가지는 지위와 대등한 위치를 피의자 등에게 보장함으로써 형사소추를 당한 자에게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으며,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고 확장하는 데에 가장 핵심 규정으로서 모든 국민에게 예외 없이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권에 해당한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을 보다 보면 ‘이런 흉악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변호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이런 사람을 변호하는 변호사도 문제 아닌가?’라는 댓글들을 심심찮게 보곤 한다. 만일 변호인이 흉악범을 변론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게 된다면, 이는 국가권력에 대하여 헌법상 보장된 피고인의 방어권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될 수 있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대한 부당한 침해가 관습적으로 자리 잡게 되어 자칫 사법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법치주의가 흔들릴 수 있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이라도 법원에서 판결이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되며, 변호사윤리장전은 변호사가 사건 내용이 사회 일반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변호를 거절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변호인은 이러한 법의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해 단 한 명의 피고인이라도 억울함이 없도록 변론을 해야 한다. 따라서 변호사들이 사회적 시선과 여론의 압박 때문에 의뢰인을 가리게 되면, 헌법이 보장하는 재판받을 권리 등 국민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할 수 있으며, 이는 ‘당사자 평등의 원칙’과 ‘무기 대등의 원칙’을 보장하는 근대 법치주의 정신과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변호사 제도의 도입 취지에도 어긋난다. 이러한 이유로, 변호사가 사회적 지탄받는 강력범죄자를 변호한 활동 자체를 이유로 윤리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폄훼하거나 신상을 유포하고, 인신 공격적 비난을 하는 것은 헌법 정신과 제도적 장치의 취지에 기본적으로 반하는 것으로 지극히 부당하다. 흉악범죄자들 또한 헌법으로 보호받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기 때문에 헌법상 무죄추정을 받는 피고인을 변호인은 피고인이 사회에서 어떠한 비난을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헌법의 요구에 따라 피고인에게 필요한 충분한 조력을 다하여야 한다. 물론 국민의 입장에선 이러한 상황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변호사는 형사소추를 당한 피의자 등이 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라 하더라도 피의자 등에게 억울함이 없도록 변론을 해야 하는 것이 직업적 사명이다. /홍요셉 전북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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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12 13:41

MZ세대의 스토킹과 정치

익산의 중요한 역사문화 자산으로 꼽히는 서동과 선화공주 이야기가 이달 초 인천의 한 여성인권단체가 게시한 스토킹 처벌법 캠페인 동영상에 등장했다. 동영상 속 선화공주는 스토킹 피해자, 서동은 스토킹 범죄자가 됐다. 이 여성인권단체가 게시한 다른 스토킹 처벌법 캠페인 동영상에는 선녀와 나무꾼 편도 등장한다. 역시 선녀는 스토킹 피해자, 나무꾼은 스토킹 범죄자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서동 설화가 스토킹으로 표현된 이후 익산이 발끈했다. 백제 30대 무왕의 어린 시절인 서동과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공주의 사랑 이야기는 국경과 신분을 초월한 러브 스토리로 전해오며 매년 열리는 서동축제의 기반이 되고 있는 익산의 대표적 역사문화 콘텐츠다. 동영상 게시이후 지역사회에서는 곧바로 소중한 역사문화 콘텐츠의 가치를 훼손하고 익산의 도시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행태라는 비판이 나왔다. 해당 여성인권단체는 문제가 제기된 이후 동영상을 삭제해 논란은 일단락됐다. 주목할 부분은 논란을 부른 동영상 아이디어가 대학생들에게서 나왔다는 점이다. 부산대 학생 4명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주력 광고계열사인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지난해 7월 경찰청과 함께 진행한 스토킹 처벌법 캠페인 아이디어 공모에 ‘다시 쓰는 전래동화’를 콘셉트로 한 아이디어를 제출해 대상을 받았다. 선녀와 나무꾼이 사례였는데 서동 설화까지 스토킹 동영상에 담겼다. “대학생들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제작하다 보니 면밀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동영상 제작업체의 해명이 있었지만 전래동화인 선녀와 나무꾼, 서동 설화를 스토킹 관점에서 바라본 MZ세대의 사고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10대 후반에서 30대 청년층을 칭하는 MZ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하고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신세대다. 스토킹 캠페인 아이디어도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선녀 입장에서도 아름다운 이야기였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MZ세대의 색다른 사고에 대한 이야기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년 정치인 발굴에 나서고 있는 지역 정치권에서도 들린다. ‘의원님’이란 호칭을 듣는 것이 거북해 출마를 기피하거나, 부모뻘 되는 공직자들로 부터 보고받고 대접받는 것이 체질에 맞지 않는다며 정치권 진출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방정치 개혁을 위한 행동에 나서는 것은 주저하는 셈이다. 지난 8일 마감된 민주당 전북도당의 지방선거 후보자 공모에 청년은 44명으로 전체 후보자 446명의 9.8%에 그쳤다. 여성·청년 가점과 정치신인 가점 등 파격적 혜택을 부여하고 여성·청년 30% 이상 공천을 약속해도 인재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MZ세대의 스토킹과 정치 인식은 이들의 단선적인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생각은 자유롭게, 표현은 신중하게, 행동은 과감하게’. 미래 사회를 이끌 MZ세대가 성숙과 발전을 위해 생각해볼 대목이 아닐까 싶다.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2.04.11 16:41

민주당 조직·동원 경선 방지대책 세워라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 브로커의 금권 선거 파장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를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더불어민주당이 조직 동원 경선부터 차단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전북은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인식 때문에 대의원과 불특정 소수를 대상으로 한 후보 경선을 대비해 조직 동원 선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당내 경선에서 수백 명만 동원해도 지역에 따라 5~10% 정도 지지도를 올릴 수 있기에 후보자들이 이에 대한 유혹을 쉽게 떨쳐버릴 수 없다. 이러한 틈새를 노리고 선거 브로커들이 동창회나 친목회 동호회 각종 단체 등을 내세워 후보자에게 접근해 은밀한 거래를 하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번 전주시장 후보 경선을 앞두고 불거진 정치 브로커 파문도 이러한 조직 동원 선거의 폐단을 여실히 드러냈다. 지방 선거 입지자들도 당내 후보 경선의 경우 조직 동원을 통해 얼마든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에 너도나도 조직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면 적어도 몇 해 전부터 씨줄 날줄처럼 조직기반을 구축하면서 지지세력을 규합에 나선다. 현직의 경우도 자신의 지위를 활용해 임기 내내 각계각층을 망라한 탄탄한 조직을 만들어 철옹성을 구축한다. 이러한 조직력은 소수를 대상으로 한 당내 후보 경선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조직 동원 선거가 끼치는 폐해는 적지 않다. 먼저 막대한 조직을 구축하고 가동하려면 금권 선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정치 브로커의 제안에서도 보듯이 후보가 자금동원 능력이 없으면 사후 이권 보장이나 인사권을 요구하는 게 현실이다. 이렇게 해서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되면 자치행정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특히 조직 동원 선거는 민심을 왜곡하고 정직하고 능력 있는 새로운 인물의 지방정치 진출을 가로막아 지방자치와 지역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여론조작을 통해 당선된 사람이 올바른 행정을 펼칠 수는 없다. 따라서 민주당은 지역 발전을 위해 제대로 된 인물을 내세우려면 조직 동원 선거를 뿌리 뽑아야 한다. 조직 동원 술수를 쓰는 후보는 아예 공천 대상에서 배제하고 이를 방지하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소멸 위기의 지역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4.11 16:29

윤진철이 소리하다가 울었다

토요일 국립극장에서 윤진철 명창의 완창 <심청가> 공연이 펼쳐졌다. 이 공연은 오후 세시에 시작해서 여덟시까지 꼬박 다섯시간을 채웠다. 윤진철은 격조있고 우아한 소리를 연행하면서, 청중을 상대로 우스갯소리를 통해 소리판을 사로잡았다. 윤진철의 목소리는 수리성으로, 단단하고 질러내는 상청도 추종을 불허하지만 중하성의 연행도 아주 멋들어지게 풀어내는 당대의 소리꾼이다. 그의 목소리는 극적인 대목을 제대로 연출하여 맛있게 표현하며, 특히 찐한 진계면을 실감나게 노래하는 것이 최고 장기이다. 윤진철 명창은 언제나 자신의 소리에 온갖 정성을 다한다. 나는 윤진철이 무대에서 혼신을 다해 소리하는 모습을 볼 때면, 저렇게 소리하다가 정말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여러번 들었다. 그는 높이 질러내는 소리를 내기 위하여 특별한 기교를 갖고 있다. 단전에 힘을 모으려고 몸을 앞으로 수그려 잔뜩 웅크린 자세를 보이다가, 몸을 펼치면서 터트려 질러낸다. 그렇게 질러내는 고음에 나는 여러번 진저리 쳤다. 윤진철은 그가 이번 무대를 혹시 자신의 마지막 무대로 생각하고 임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방울의 기운도 남기지 않고 모두 소모해버리는 진정한 소리꾼이다. 그런데, 윤진철 명창이 소리를 하다가 울었다. 심청이 인당수로 떠나기 전날 밤의 정황을 그려내는 노래, ‘눈어둔 백발부친’을 부르다가 울었다. 행선날을 하루 앞두고, 죽음을 마주한 심청이 잠든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부르는 처연한 대목이다. 처음에 울먹울먹하다가 아예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듯 노래를 이어갔다. 노래부르다가, 문득 병원에 계셔서 면회도 어려운 어머니 생각과 겹쳐서 주체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그런 와중에도 소리를 제대로 이끌고 갔다. 판소리가 울음소리와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 그 소리는 오장육부에서 쏟아져 나오는 통곡처럼 다가와서, 나도 안경 너머로 눈물을 닦아내다가 아예 안경을 벗고 그냥 따라서 울었다. 윤진철의 진정성을 따라서 관객들도 동조해가면서 흐느꼈다. 흔히 인터미션이 지나면 관객 일부가 빠져나가 객석이 비는데, 이날 공연에서는 한 사람도 나가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광대 윤진철이 소리를 마치자, 당연하게도 모든 관객들이 윤진철을 향해 일어나 환호작약하면서 박수를 쳤다. 이런 찐팬들이 있다면 소리꾼은 얼마나 신이 날까. 공연을 마치고 나가는 관객들이 나를 향해 말한다. “역대급 공연이었어요”, “이런 공연은 10만원으로 봐도 안 아까워요.” 어떤 분이 나를 향해, “아까 우시던데요!”라고 놀렸다. 그래서, “선생님도 우셨잖아요?”하니까, “어떻게 아셨죠. 펑펑 울었어요.”라고 대답하고 산뜻하게 극장을 나선다. 소리판은 마치고 그와 함께 늦은 저녁을 먹었는데, 윤진철 명창은 지금까지 48년 소리하면서 이렇게 일순간에 관객이 기립박수를 치는 것은 처음 경험이라고 기뻐했다. 그런데 좋은 공연을 본 다음 날인 지금, 나는 몸이 몽둥이로 마구잡이로 맞은 듯 뻐근하다. 예전부터 좋은 소리를 들으면 다음날 몸살이 날 듯 아프다고 했는데 그 말이 잘 들어맞았다. 좋은 소리를 듣고서, 다음날 몸이 기운을 잃고 멍하니 있게 되는 현상을 ‘소리몸살’이라고 부른다. 소리를 부른 사람에게도 몸살이 오지만 관객도 광대가 부르는 다섯 시간의 소리 흐름을 따라 마음을 죄었다 풀었다 하느라고 저절로 굳게 되는데, 그 몸살이 여태까지다. 그러나 이런 유쾌한 몸살이라면 얼마든지 아파도 좋다. 그걸로 다른 설움을 풀게 되니까. /유영대 국악방송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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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11 14:47

길을 사랑한 건축가

가벼운 운동복에 물 한 병 들고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봄바람과 함께 달리니 코에 봄기운이 가득해진다. 건물을 벗어나 천변을 따라 내려가니 화려한 봄꽃과 우아한 몸짓의 새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한 무리의 까치가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유유히 걸어 다니고 통통해진 오리들도 사람을 피해 도망가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물속에도 물고기가 있는지 수중발레 선수처럼 두 다리만 물 밖으로 내놓고 머리는 바닥을 탐색하고 있다. 오리 구경도 하면서 봄에 취해 한참 달리다 보면 내가 목표했던 반환점을 지나쳐 돌아올 때는 온몸이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다. 요즘 도시는 자전거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인도와 자전거길이 구분되어 있고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로 주말에는 제법 북적거린다. 의자에 앉아 잠시 쉬어가면 주변의 풍경들에 눈이 즐겁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바로 옆 높은 빌딩을 가로지르는 자동차들 사이로 자전거 길을 벗어나면 오래된 단독주택들이 보인다. 좁고 오래된 골목길을 천천히 걸어가면 내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마치 예쁜 수채화 그림을 보는 듯하다. 그 작은 공간이 주는 친근함과 포근함에 길을 걷다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도시에 살면서 고개를 들어 편안하게 하늘을 보는 게 몇 번이나 될까. 사무실에서 컴퓨터나 문서 더미에 쌓여 있다가 낡은 골목길에서 만난 사소한 만남이 지친 몸과 마음을 해방한다.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다. 사람들이 만든 구조물과 다양한 형태의 공간에서 그에 맞춰 적응하며 살아간다. 정보기술의 변화 속도가 워낙 빠르고 역동적이라 질 좋은 장소로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도시 간의 격차, 도시 내의 격차도 점점 커진다. 가상공간은 처음에는 현실 공간과 정반대로 구상되었지만, 점차 현실 공간과 비슷해지고 있고 온라인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하지만 새로운 고립과 불평등도 만들어 낸다. 현실과 가상이 혼재하는 정보화 시대에 기술과 정보는 풍성하지만 건조한 기술의 세계에 갇히지 않도록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공간을 조율해야 한다.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현재를 분석하고 진단한다면 건축가는 공간을 통해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변화하는 건축의 중심에 서서 도시 진화의 기반을 마련하며 정보 교류의 장으로서 관련 조직 간 화합을 유도해야 한다. 옛것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방향과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재해석하여 창조하는 방향이 공존해야 한다. 삶과 건축은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이고 건축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이며 우리 삶의 본질적 요소이기도 하다. 오늘날 경쟁과 자본사회의 집적공간인 도시에서 생존을 위한 요소들은 저절로 제공되지 않는다. 도시를 이루는 다양한 요소 중 시민의 삶을 담는 건축은 중요한 물리적 환경이며 새롭게 변화하는 건축을 통해 도시는 더 나은 환경으로 진화 할 수 있다. 길과 광장을 예찬한 많은 역사학자와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무미건조한 산업도시를 비판한다. 도시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과 새로운 변화 요구에 부응하는 건축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도시는 변형을 거듭했지만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은 여전히 남아 있다. 걷는 수고를 받아들이고 얻은 뿌듯함과 돌아서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세월의 흔적 하나하나가 정겹고 사랑스럽다. 등줄기로 흐르는 땀을 식히기 위해 길모퉁이 그늘에 앉아 나른한 피로와 함께 도시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이길환 길종합건축사사무소ENG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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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11 14:44

디지털대전환은 전북산업의 미래다

디지털대전환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은, 제조중소기업의 체질혁신을 통한 ‘디지털대전환을 달성’하고, 전환된 환경에 ‘디지털 청년인력’들이 자발적으로 유입되는 디지털 근무환경을 조성하기위해 국가주도로 강력하게 추진되어온 역점사업이다. 우리경제가 산업사회, 정보화사회를 쉬지않고 달려와 UN이 인정하는 선진국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은, 온 국민이 하나같이 혼신의 힘을다해 밤낮없이 일하던 산업현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수십년 동안 이어온 과거 방식을 답습하며 앞으로의 지속적 성장을 보장할 수 있겠는지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왔고, 우려의 중심에는 사회 첫발을 내딛는 청년세대들이 과거 아버지 세대가 이뤄놓은 산업현장에 뛰어들기를 극도로 주저하고 있다는 ‘근원적 문제’에 봉착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디지털로 무장된 청년들의 발길을 산업현장으로 이끌기 위한 노력의 중심에 정부주도의 『디지털 대전환 정책』이 있고, 그 핵심에 스마트공장구축사업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전북지역 스마트공장 도입은 전국평균의 3%인 691개 기업이며, 년말까지 약 900여개 기업의 스마트공장 도입이 예상되나, 4차 산업혁명의 핵심키워드인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와 연동되는 중간1단계 이상의 지능화수준 스마트공장비율은 14%인 95개 기업에 불과하다. 스마트공장 도입기업의 수준은 기초단계, 중간 1단계, 중간 2단계, 고도화 단계로 구분되며, 스마트공장 구축절차는 ‘생산자동화 수준의 MES/ERP/POP 등의 기초단계를 우선적으로 구축’하고, 구축이 완료된 기업을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콘텐츠인 D.N.A와 연동되는 『지능형 스마트공장 도입을 추가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청년들이 관심을 갖고 자발적 유입이 진행될 매력적인 디지털 일자리는 지능형 스마트공장 구축이 시작되는 중간1, 2 및 고도화 단계 구축사업장이 될 것이므로, 이 단계로 진입하는 사업장의 지속적 증가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청년세대들의 자발적 유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느냐고? 태어날 때부터 컴퓨터를 손에 만지며 살아온 ‘디지털 청년세대’들이 기꺼이 산업현장에 들어와 재능을 발휘하며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느냐고? 디지털대전환의 중단없는 정책추진과, 도입기업들의 적극적 의지, 그리고 제조중소기업에 자신의 미래를 투자할 젊은 청년들의 패기와 노력 모두 전북산업의 미래를 견인할 ‘소중한 전략자산이자 미래사회의 주인공’들이 아닐 수 없다. 패기있는 청년인재들을 발굴하여 도전을 권하고, 미래를 향해 한 걸음 더 뛰려는 기업을 찾아 도입을 장려하는 역할을 보람으로 삼아, 전북 산업의 밝은 미래에 조그마한 기여라도 하고자 하는 즐거운 상상을 가져본다. /이한규 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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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11 14:44

새 정부 ‘균형잡힌 인사’를 기대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을 앞두고 국무총리 후보자에 이어 각 부처 장관 후보자들을 속속 발표하면서 새 정부의 첫 내각 인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재등용의 기준과 함께 국정운영의 비전과 철학까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8개 부처 장관 후보자 발표와 관련해서는 정치권에서 지역과 성별, 정책 노선 등에서 ‘균형’이 미흡하고 통합과 협치의 원칙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8명의 후보자 중 영남 출신이 5명이고 호남과 강원 출신은 없었다. 전북지역에서는 ‘역대 보수정권에서의 호남 차별 인사가 다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이 후보시절 전북을 방문한 자리에서 호남인사 등용을 약속했지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윤 당선인은 “인선에 할당이나 안배는 하지 않겠다”며 능력 중심의 인사원칙을 강조했다. 또 “유능한 분을 찾아 지명을 하다 보면 어차피 공직이 많고, 대한민국의 인재가 어느 한쪽에 쏠려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지역과 세대, 남녀의 균형이 잡힐 것”이라고 했다.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임명하기 위한 검증시스템을 거치면서 능력보다 출신 지역이 우선되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당연히 할당·안배가 아닌 능력위주의 인사가 마땅하다. 하지만 그 능력을 평가하는 객관적인 잣대가 없고, 평가 대상도 제한적이라는 게 문제다. 결국은 인사권자의 주관적 잣대에 의해서 인선이 이뤄지고 그게 당사자의 능력으로 포장되어 왔고, 또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역대 정권에서 ‘나눠먹기식 논공행상 인사’라는 야당의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이런 이유가 크다. 새 정부의 첫 내각 인선 절차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또 집권 기간 수차례의 내각 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다. 윤 당선인의 말처럼 대한민국의 인재는 어느 한쪽에 쏠려있지 않다. 각 분야에서 능력있는 인재를 지역안배 없이 발탁하겠다는 인사 원칙에 흔들림이 없기를 바란다. 지난 대선에서의 지지율이 반영돼 특정 지역이 철저하게 소외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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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1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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