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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와 올림픽

벼르고 별러서 연 국제행사인데 망신살만 뻗쳤다. 책임을 피할 수 없었지만 울분이 앞섰다. 전북도민 누구도 지자체의 책임을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머리띠를 두르고 주먹을 쥐었다. 행사 개최지인 전북에 마녀사냥식 비난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파행으로 얼룩지면서 책임의 칼날이 전북을 향했다. 갈길 바쁜 새만금 SOC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폭거가 뒤따랐다. 전북이 잼버리 유치에 나서면서 SOC 등 새만금 내부개발에 기폭제로 삼겠다는 의도와 기대가 있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견강부회(牽強附會)식 공세와 어이없는 문책성 조치에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지역사회 응어리진 설움과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했다. 시민단체와 종교계까지 나서 ‘도민의 명예를 훼손하는 정치공세를 멈추고 책임규명에 나서라’고 외쳤다. 은연중에 새만금 잼버리 유치 공로를 내세우면서 공동조직위원장까지 맡았던 모 국회의원은 곧바로 대정부 투쟁의 선봉장이 돼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김관영 전북지사는 “제기된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히겠다”면서 전북도가 먼저 자체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총성만 울린 채 중단됐다. 곧바로 감사원 감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예견된 일이다. 관련 법률에 명시된 ‘중복감사 금지’ 규정에 의해서다. 떠들썩하게 감사원 감사가 예고된 상황에서 김 지사가, 전북도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 억지 공세와 비난, 그리고 책임 떠넘기기에 대한 격한 항변, 울분 표출의 한 방식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어물쩍 건너뛴 자성의 시간이 다시 왔다. 감사원이 ‘2023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추진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마침내 내놓았다. 감사 착수 1년 6개월여 만이다. 준비‧운영기구인 조직위원회와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 행사를 유치한 전라북도의 부실한 업무처리와 무책임 행정이 겹친 총체적 부실이라는 게 감사원의 결론이다. 새만금잼버리 추진 주체 중 하나인 전북자치도에서도 ‘잘못한 만큼의 책임’을 되새기고, 반성해야 한다. 전북의 미래를 위해서다. 게다가 지금 전북은 잼버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지구촌 최대 축제 올림픽 유치에 나서지 않았는가. 골리앗 서울을 제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게 된 전북의 도전에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국제행사 개최 역량을 의심하면서 잼버리 파행의 아픈 기억을 애써 불러내고 있다. 경쟁에 뛰어들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어렵게 잡은 전북 대전환의 기회다. 걸림돌이 된 잼버리를 다시 디딤돌로 만들어야 한다. 보여주기식 반성과 입장 발표로 끝낼 일이 아니다. 드러난 과오를 꼼꼼히 살피고,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그해 여름날의 악몽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굳이 책임의 경중을 따져 뒤로 물러서려고 해서는 안 된다. 올림픽 유치에 나선 도시답게 책임감과 자신감을 보여줘야 한다. 실추된 도민의 명예와 자존심, 전북의 위상을 회복하는 길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5.04.14 16:05

100년 향한 춘향제, 세계적 축제로 우뚝서야

제95회 남원 춘향제가 오는 30일부터 5월 5일까지 남원 광한루원과 요천변 등에서 열린다. 일제 강점기에 남원의 유지들과 지역 국악인들이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춘향의 절개를 이어받기 위해 마련한 춘향제는 1931년 춘향사당을 건립하고 제사를 지내면서 본격 시작됐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축제다. 일제의 암울했던 시절부터 해방과 6·25 전쟁 등 격동의 시기에도 해를 거르지 않고 명맥을 유지해 왔다. 올해는 ‘춘향의 소리, 세상을 열다’라는 주제로 153개의 각종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춘향제는 100주년을 앞두고 있어 다양한 국가와 세대가 참여하는 글로벌 축제로의 성장을 꾀하고 있다. 정체성을 지키며 세계인을 품을 수 있는 축제로 도약했으면 한다. 남원시는 춘향제의 K문화 자산화를 통해 세계적 축제로 발돋움하기 위해 D-20일인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피스앤파크 컨벤션 파크홀에서 ‘제95회 남원 춘향제 프레스 데이’ & ‘춘향 앰버서더 네트워킹 데이’를 개최했다. 제1부 춘향제 프레스 데이는 국악인 오정해의 사회로 춘향제의 역사와 상징성을 소개하는 히스토리 영상과 쇼케이스 공연, ‘조갑녀 전통춤보존회’의 승무, '한복 패션쇼' 등이 큰 호응을 얻었다. 제2부 춘향 앰버서더 네트워킹 데이는 역대 춘향선발대회에서 배출한 춘향 엠버서더(홍보대사) 34명이 참여했다. 이들 행사는 춘행제의 세계화를 위한 홍보뿐 아니라 춘향의 가치 재정립과 춘향다움 등 한국미의 정수를 보여주는데 역점을 뒀다. 남원 춘향제는 그동안 큰 발전을 이뤘지만 행사 주체나 정체성, 영정 봉안, 바가지 요금 등을 둘러싸고 잡음이 없지 않았다. 행사는 관 주도로 개최해 오다 1986년부터 민간 주도로 넘어왔다. 하지만 춘향국악대전의 경우 주도권 다툼에서 비롯된 논란이 법적 싸움으로 확산된 바 있다. 정체성은 춘향의 정절과 국악의 성지로서 남원이 갖는 위상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로 모아진다. 남원은 송흥록, 박초월, 강도근 등 판소리의 뿌리여서 이를 K문화로 세계화할 수 있는 훌륭한 자산을 갖고 있다. 또 23개 읍면동민들이 참여하는 대동길놀이와 락 페스티벌, 한복 패션쇼 등도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공연으로 발돋움했으면 한다. 남원 춘향제가 전통문화, 공연예술, 놀이 체험 등 특화된 콘텐츠로 일본의 마쓰리(祭)나 유럽의 페스티벌 못지않은 세계적인 축제로 우뚝 서주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4.14 13:36

대광법 빨리 공포하지 않고 뭐하나

대광법 개정안은 '인구 50만 이상의 대도시로서 도청이 소재한 도시 및 그 도시와 같은 교통생활권에 있는 지역'을 대도시권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북의 경우 그동안 단순히 광역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대도시권 광역교통망 구축을 위한 예산을 전혀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현상이 계속돼 왔다. 오히려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할 곳에는 재원 투자를 아예 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대광법 국회 통과는 앞으로 전주시 등에 국비 지원을 함으로써 광역 BRT 구축, 철도망 정비, 대중교통 환승체계 개선 등 실질적인 교통 인프라 확충 효과가 기대된다. 국토교통부가 수립 중인 '제5차 대도시권 광역교통 시행계획(2026~2030년)' 연구용역부터 전북권에 필요한 광역교통망 수요를 반영시킬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은 그만큼 전북에는 중요한 일이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대광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피력해왔다. 광역 시도 간의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법률의 취지에 맞지않고 유사한 광역권 추가 확대 부분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반대하던 끝에 결국 야당 주도로 상임위와 법사위를 거쳐 지난 2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여당 의원들이 본회의에서 반대나 기권표를 행사한 개정안에 대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만 법률안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급기야 전주시의회는 지난 11일 박형배(효자 5동)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대광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즉시 공포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대광법 개정안을 조속히 공포해 전주와 전북의 균형 발전과 교통 인프라를 개선하라는 것이다. 현실을 보면 전주시의 하루 평균 통행 차량 27만여 대 가운데 18만여 대가 대중교통 차량이지만 대광법에 따른 광역버스는 전무한 실정이다. 전주시의 광역교통시설 확충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수불가결함을 알 수 있다. 제아무리 여야간 정쟁구도가 격화돼 있다고 하지만 지역균형발전과 민생 문제 등은 정치적 이유에 의해 쟁점이 돼선 안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대광법을 조속히 공포해야 한다. 그게 바로 민심에도 맞고 타당성이 있는 결정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4.14 13:04

잼버리 부실 반면교사 하계올림픽 철저 준비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웃 잼버리’ 파행은 준비 운영주체인 조직위와 주무 부처이자 감독기관인 여성가족부의 준비 부족, 현장대응 미숙, 부적합한 부지 선정 등이 주요 실패 원인으로 지적됐다. 감사원이 지난 10일 발표한 새만금 잼버리 감사결과에서 드러난 것이다. 여가부의 안일한 대응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직원들은 화장실과 샤워장 배관 및 전기 이음작업 공사가 진행 중인 데도, 장관에게 '최종 설치가 완료됐다'는 취지로 허위 보고했다. 이 때문에 화장실·샤워장 설치가 제대로 안된 숙영시설에 참가자들이 입영하게 돼 원성을 샀다. 조직위도 마찬가지다. 여가부 퇴직공무원인 최창행 조직위 사무총장은 스카우트와 국제행사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부족해 숙영시설 설치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 관련 예산이 있는데도 폭염 대비용 얼음 구매를 막기도 했다. 국제경험 직원 비율도 6.3%(159명중 10명)에 그칠 정도로 전문성 없는 인원으로 조직을 꾸렸다. 대회 준비 및 운영업무를 총괄하는 조직위가 이런 꼴이니 화장실‧폭염·배수·해충 문제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건 불보듯 뻔하다. 이른바 전문성 부족과 안이한 대응, 허위보고 등 총체적 난맥이 파행으로 결과됐다. 전북도는 부지 선정 부적절, 포플러 10만 그루 식재 미이행, 개최계획서 부실 작성 지적을 받았지만 감사결과는 여가부와 조직위의 책임을 무겁게 묻고 있다. 부실 운영의 ‘누명’을 쓰고 새만금 SOC예산 6626억원 중 78%를 삭감 당해야 했던 전북으로선 억울하지만 파행의 실질적인 책임소재가 밝혀져 다행이지만 개최지가 전북이라는 점에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남은 과제는 ‘새만금 세계스카웃 잼버리’ 파행을 교훈 삼아 2036 하계올림픽 유치 준비를 철저히 하는 일이다. 하계올림픽 준비는 인프라 확충계획과 인적 네트워킹, 예산, 글로벌 유치위원회 구성, 세계인의 기호에 맞는 슬로건과 대회 컨셉 등 종합적인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잼버리 부실을 반면교사 삼아 향후 국제대회 유치 및 운영에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도록 전북자치도는 세심하게 준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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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4.13 17:59

전북경찰, 무너진 신뢰 어쩔 것인가

경찰이 이러면 정말 안 된다. 전북경찰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어섰다. 간부급 경찰관이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고, 동료 경찰관을 성추행하는 등의 비위가 연이어 발생하더니 최근에는 호송 중이던 피의자를 차량에서 성추행하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발생했다. 전북경찰청이 호송 도중 여성 피의자의 신체 일부를 만진 혐의로 기소된 전주완산경찰서 소속 경찰관을 파면했다. 경찰이 직무 중 성범죄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를 내린 것이다. 물론 경찰 내부에서도 어처구니없는 사건에 당황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국민의 충격이 훨씬 더 크다. 성추행 범죄가 공권력에 의해 경찰 차량 내부라는 공권력의 공간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흔들리던 민중이 지팡이에 대한 신뢰가 더 추락할 수밖에 없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공무를 수행하고 있는 대다수 경찰관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 국민은 사회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에게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기대한다. 이런 국민의 요구와 기대를 저버린 비위 경찰관에게 강도 높은 처벌과 징계를 내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직무 중 성범죄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에 대한 전북경찰의 신속한 대응과 중징계는 적절했다. 하지만 비위 당사자에 대한 처벌과 징계만으로는 등돌린 민심을 잡을 수 없다. 경찰이 기강을 바로 세우지 못한다면 ‘범죄 억지력’마저 약화될 수 있다.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철저한 반성과 함께 공직기강 확립, 조직쇄신 노력이 필요하다. 구성원 비위가 발생할 때마다 형식적으로 내놓는 말뿐인 대책이어서는 안 된다. 실제 그동안에도 국정감사 등을 통해 호된 질타를 받은 전북경찰이 공직기강을 확립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누차 강조했지만 그뿐이었다. 경찰은 국민의 안전과 권리 보호 역할을 담당한 최일선의 공직자다. 당연히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어야 한다. 믿기 힘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강력한 내부 인권교육과 공직기강 확립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전문가들이 제안해온 '경찰옴부즈맨'이나 ‘시민감시제’ 도입 등 제도 정비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경찰 내부의 뼈를 깎는 자정 노력이 우선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4.13 17:58

내란은 현재진행중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있던 바로 그 시각, 용산행 기차 안에서 휴대폰으로 생중계를 보고 있었다. 주문선고가 끝나자마자 기차 안이었으나 여기저기서 환호와 박수가 터졌다. 그랬다. 나 혼자만 생중계를 보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기차 안에 있던 거의 모든 사람이 숨죽이고 보고 있던 것이었다. 그 순간 파노라마처럼 지난겨울에 시작된 기나긴 행진의 풍경들이 떠올랐다. 여의도에 처음 등장한 응원봉의 물결, 남태령 고개에서 트랙터 농민들과 함께 했던 철야농성과 인근 사당역에 쏟아진 응원물품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혹한의 밤에 은박지를 몸에 두르고 밤을 지새운 키세스 농성단의 풍경, 광화문 천막마다 단식농성하는 시민들과 응원봉의 빛 속에서 빛나던 온갖 깃발들의 장엄과 삼보일배와 백팔배를 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고 콧날이 시큰했다. 더하여 전주 객사 앞에 모인 시민들과 익산과 군산의 소도시에서도 윤석열 파면 촉구 시위에 참가했던 시민들에게 경의를 보냈다. 무엇보다도 집회를 준비하고 행진을 이끌었던 실무자들. 코피를 쏟아가며 영양제 링거를 맞아가며 무대 뒤에서 묵묵하게 준비를 해주신 실무자들에게 존경과 감사한 마음을 보냈다. 긴 겨울 동안 광장과 거리에서 온몸으로 싸워준 실무자들의 노고를 우리는 기억해야만 한다. 그러나 윤석열 파면으로 끝날 것 같았던 내란은 종식되지 않았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 증표로 한덕수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2인의 지명을 들 수 있다. 심지어 헌법재판관으로 지명된 두 사람의 면면을 보면, 골라도 골라도 그토록 수준 낮고 편향적인 인사만 핀셋으로 집어내듯이 골랐는지 감탄을 면치 못할 정도이다. 윤석열 정부 내내 삼류급 인사만 골라 국무위원으로 임명하고, 방통위원장 등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도 삼류급으로만 선택한 수준이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할 지경이다. 민주주의는 여전히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이기고 돌아왔다.”라는 윤석열의 포효는 ‘아Q’의 정신승리를 넘어 본인이 내란의 지휘자임을 분명하게 선언한 것이다. 윤석열의 포효를 정신승리나 망상으로 취급하지 말고, 그저 비웃을 것이 아니라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신호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한덕수는 윤석열이다. 모든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위헌판결에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 내뱉은 말을 쉽게 바꾸고, 도탄에 빠진 민생경제를 외면하고, 파면된 대통령실의 참모를 그대로 두고 윤석열표 알박기 인사를 서슴지 않는 것을 보면 한덕수는 윤석열과 한몸인 것이 분명하다. 국회는 당장이라도 내란세력의 새로운 수괴인 한덕수를 탄핵하여 새로운 정부 출범 이후에 개시될 완전한 내란 종식을 위한 디딤돌을 놓아야 한다. 내란 세력은 행정부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사법부에도 존재하는데, 윤석열에게만 특혜를 주는 법원의 여러 조치가 그 세력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검찰은 검찰총장을 비롯해 세력화의 수준이 더욱 뚜렷하다. 사법사상 유례가 없는 시간 단위로 따진 구속기간 계산법으로 윤석열을 석방하고 즉시항고도 하지 않는 일련의 행위가 바로 그 증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내란세력을 뿌리 뽑고, 극우 파시즘의 등장을 그 싹에서부터 잘라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민주주의는 겨우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다. 정도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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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13 17:57

삼십 분 농촌생활권, 살아나는 농촌을 위한 첫걸음

농촌에서는 아프면 참고, 문화를 누리려면 도시로 나가야 한다. 서울의 평균 버스 배차 간격이 10분 남짓인 데 비해, 전북 일부 지역은 50분을 넘기기 일쑤다. 그나마 정기적으로 버스가 다닌다는 점에서 나은 편이다. 하루 두세 번만 버스가 오가거나, 아예 대중교통이 끊긴 마을도 많다. 이런 곳에서는 병원을 다녀오려면 하루를 통째로 써야 하고, 장을 보거나 자녀 교육을 위한 외출조차도 ‘여정’이다. 이동이 고난이 되는 일상. 교통이 끊긴다는 것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서 지역의 생존 조건이 무너진다는 의미다. 농촌 주민은 단순히 ‘멀리’ 사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인 의료, 교육, 행정, 문화 서비스에 접근조차 어려운 환경 속에 살아간다. 도시에서는 당연한 일상이 농촌에서는 ‘계획하고 감수해야 하는 일’이 되고 있다. 이처럼 서비스 접근 자체가 제약받는 상황에서 농촌의 삶의 질을 논하는 것은 넌센스다. ‘30분 농촌생활권’은 지금 이 시점에서 국가가 반드시 실현해야 할 과제다. 도시의 ‘15분 생활권’ 개념처럼, 농촌에서도 30분 안에 필수 생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간과 인프라를 재설계하자는 제안이다. 이는 단순한 교통망의 확충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사회적 조치다. 헌법이 보장한 ‘삶의 권리’를 국토 전역에서 실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농촌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서비스 접근에서 배제된다면, 그것은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책임 회피다.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130곳이 소멸 위험지역이다. 전북은 전주를 제외한 13개 시군이 해당되며, 그중 절반 이상은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인구 감소는 통계적 수치가 아니라, 지역이 감당해야 할 현실이다.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는 결과일 뿐, 원인은 머무를 수 없는 생활 여건에 있다. 병원이 멀고, 학교가 사라지고, 버스가 오지 않는 환경에서 사람들이 떠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선택인 것이다. 지방소멸은 인구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인프라가 붕괴되는 구조적 문제다. 교통은 수단이 아니라 생존의 기반인 셈이다. 철도역 하나, 버스 노선 하나의 유무가 지역의 존립 여부를 좌우하는 것이기에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접근 가능성은 곧 거주 가능성을 결정하고, 일상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한다. 이동이 끊기면 경제도, 교육도, 돌봄도 멈춘다. 이렇듯 교통과 접근성은 지역이 작동하는 필수조건이자, 사회가 유지되는 근간인 것이다. 자율주행버스 도입, 수요응답형 교통(DRT) 확대, 여객과 물류의 통합, 광역 교통망 구축 등의 과제는 이제 기술적 실험이 아니라 국가적 전략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공공교통 서비스의 빈틈을 메우고, 삶의 기반이 유지되도록 지원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의 책무다. 이제는 국가가 직접 나서야 한다. 더는 지역이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생존의 문제를 지방정부나 주민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농촌 주민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스스로 설정한 공공의 약속이다. 국토의 균형 발전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이어야 한다. 왜 농촌의 시간은 도시보다 길어야 하는가. 왜 농촌 주민은 일상을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가. ‘30분의 권리’는 거창한 이상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국민에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약속이며, 사라지는 지역이 아니라 살아나는 농촌을 위한 가장 실질적인 첫걸음이다. /이남호 전북연구원장 △이 글은 전북연구원 김상엽 선임연구위원과 공도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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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13 17:57

키맨 안 의원이 해결하라

전주시민들은 완주 전주 통합에 찬성인데 반해 완주군민들은 소극적이며 반대가 많다. 양측의 통합을 놓고 찬반단체가 구성돼 찬반 활동에 들어갔으나 완주 무주 진안 출신 민주당 안호영 국회의원과 유희태 군수, 완주군의회가 결사 반대해 자칫 4번째 통합이 물건너 갈 상황에 놓여 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양측이 속내를 감추지만 그 실상을 알아보면 정치적 이해관계가 철저하게 대립돼 진전이 안되고 있다. 느닷없이 계엄령을 발동해서 대한민국을 하루아침에 아프리카 변방국 보다 못한 나라로 만들었던 윤석열 전대통령을 파면시켜 6월3일 장미대선을 치르게 한 위대한 시민정신을 갖고 있기에 완주 전주 통합도 역사의식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 생활권이 같은 완주와 전주는 경제적으로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공장부지가 없어 더 공단을 조성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전주시는 비싼 아파트 분양가와 청년들의 일자리가 없어 65만 인구가 해마다 줄고 있다. 완주 전주 통합은 전북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다. 전북은 대광법 통과로 발전의 전기를 마련했다. 도로와 철길 등 사회간접시설을 국비로 건설할 수 있어 그 만큼 경쟁력이 강화된다. 이 같은 좋은 여건을 일부 정치인의 이해관계로 살려 나가지 못하면 천추의 한으로 남게 될 것이다. 사실 완주는 공단분양이 잘 되어 다시금 공단을 조성해야 할 상황이라서 앞길이 탄탄해 보인다. 인구 10만명 달성도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어서 통합문제에 굳이 목을 멜 입장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통합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더 발전할 기회가 있음에도 그 기회를 살리지 않고 오불관언으로 일관하면 후세들에게 죄를 짓는 행위나 다름 없다. 지금은 수도권대 비수도권 대결구도로 파이를 키우기 위한 통합이 대세다. 이미 청원과 청주가 통합해서 어떤 결과를 도출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청원과 통합한 청주시는 중부권 허브도시로 발전을 거듭, 수도권에서 밀려난 기업들이 입주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가질 않아도 일자리를 마련해 삶의 질을 높여가고 있다. 통합을 놓고 바라다 보는 눈 높이를 너무 미시적 잣대를 갖고 들이대선 안된다. 각종 복지혜택이 잘 갖춰진 마당에 굳이 전주시와 통합할 필요가 있느냐는 완주군민의 생각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아적 태도에 불과할 따름이다. 지금부터는 완주군민들이 통합을 통해 전북을 발전시켜 나간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통합작업에 나서야 한다. 안호영의원도 지역구 문제라서 신경이 곤두세워지겠지만 적극 반대하는 군수와 군의회 의원들을 설득해서 통합토록 해야 한다. 그간 안 의원도 민주당을 지지하는 군민들의 사랑과 격려를 충분하게 받았기에 그에 보답하는 자세로 나와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전주시도 말로만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고 할 게 아니라 통합시장 통합시의장을 완주 출신한테 준다고 선언해야 한다. 끝으로 전주시는 완주군민이 요구하는 사항을 다 들어줘야 한다. 아무튼 장미대선에 나선 이재명 후보도 이 문제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5.04.13 17:57

[금요칼럼] 새봄이 왔어요

아침에 늦잠을 잤다. 이불 속에서 평소보다 오래 누워 있었다. 내가 이렇게 아침 이불 속에 누워 늑장을 부린 적이 없었는데, 일어나야겠다. 일곱 시가 다 되었다. 거실로 나가 누워서 하는 스트레칭(내가 스스로 개발한 열 서너 가지)을 하였다. 몸 컨디션이 괜찮다. 스트레칭을 하고 창을 가린 블라인드를 올렸다. 햇살이 밝고 맑다. 물을 마시고 서재로 가기 위해 현관문을 열었다. 현관문 옆에 샘물이 맑다. 며칠 전 봄비가 왔었다. 비가 오면 샘물이 맑아진다. 샘에는 샘 물길을 내주는 가재가 살고 찬물에서만 서식하는 옴 개구리(이 개구리가 옴 개구리인지 정확하게 모르겠다)가 산다. 비가 오면 바위 틈에서 나와 노는 가제와 개구리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때가 아닌 모양이다. 샘을 둘러싸고 있는 돌들과 샘 위에 바위에는 이끼가 푸르다. 이끼를 자세히 보았는데, 이끼 꽃이 벌써 맺혀 있다. 우리 집 샘 가 커다란 바위가 하나 있고, 그 바위에는 사시사철 이끼가 산다. 이끼는 겨울철에도 물기만 있으면 눈 속에서도 푸르다. 바위 바로 위에 아주 작은 조팝나무 한 그루를 가꾸고 있는데, 그 조팝나무 작은 실 가지를 뚫고 돋아나 있던 잎 눈이 푸른 잎 눈을 틔웠다. 금방 잎이 피고 그곳에서 바로 작은 꽃대들이 오복 하게 솟아 금방 금방 흰 꽃이 하나둘 셋 넷, 일일이 툭툭 터질 때, 아니 튀밥처럼 툭툭 튈 때, 나는 봄에 감격하고 감동한다. 이 조팝나무 온몸에 지는 햇살이라고 떨어지면, 오! 이런, 세상에 이런 일이, 이렇게 새롭고, 이렇게 신비롭고, 이렇게 생생한 감동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마당을 내려 섰다. 작년 잔디는 노랗게 아주 눕고, 그 사이 사이에 작은 못 끝같이 생긴 푸른 새싹이 돋는다. 봄을 맞이하기 위해 새로 단장해 놓은 화단에는 며칠 전부터 수선화가 피어났다. 수선화는 노란색이다. 앵초 꽃이 피고 있다. 할미꽃, 돌 단풍 꽃은 진즉 피었다. 오늘 아침에는 드디어 봄맞이 꽃이 피어난다. 이 희고 작은 꽃잎이 다섯 장인, 이 똑똑한 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눈이 시려서, 내 눈이 실눈이 된다. 무릎을 꿇어야 잘 보이는 흰 냉이 꽃도 곳곳에 피어났다. 물 까치들이 아침을 먹기 위해 소리를 지르며 날아다닌다. 뒤 안에 작은 살구나무 꽃이 핀다. 빈집 샘 가 앵두 꽃이 피어난다. 집 뒷산에 심어 놓은 작은 벚나무 꽃이 피어나고, 마을 뒷산 4백 년이 넘었다는 느티나무와 마을 앞 2백 년에 되었다는 느티나무와 50년이 넘은 느티나무들은 연두색 불꽃이 터진다. 느티나무 세 그루는 해마다 마을의 새 역사를 쓰고 내게 새 시를 쓰게 하고, 새 정부를 세운다. 봄 비로 몸 단장을 한 까치는 흰 날개를 펼치고 난다. 딱새는 아직 짝을 찾지 못했는지, 전깃줄에 앉아 애타는 연정의 노래를 작곡하여 노래 부른다. 지금 쯤 우리 마을을 향해 꾀꼬리와 파랑새와 호반 새는 날아오고 있을 것이다. 나는 시를 써야지, 새와 바람과 논과 밭과 작은 벌레들과 오래된 농부들의 농사와 떠다니는 아침 구름과 저문 노을에 대해서, 달을 따라다니는 길을 따라 걸으며 시를 쓸 것이다. 나는 이유 없이 도도해지고 싶다. 명랑해지고 싶다. 그 어떤 바람이 불어와도 아첨하지 않고, 앞 산 푸른 소나무에 기죽지 않은 아름다운 시를 쓰겠다. 그날 그때, 문형배 헌법 재판관이‘대통령 윤석열 탄핵 판결 문’을 읽어가다가 ‘민주 공화국의 주권 자인 대한 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하였습니다.’는 판결문에서 ‘대한 국민’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울컥 먹먹했던 것은 나만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판결문은 이 땅에 사는 우리 개개인의 삶과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국가 공동 운명 체에 답하는 역사적 기록 문이었고 훼손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켜 내야 한다는 명문이었다. 꽃피고 새우는 우리나라 우리 봄이 우리를 다시 찾아왔다. 우리 집 작은 한옥 처마 밑 기와 틈에 참새 한 쌍이 짝을 짓고 새로 집을 짓느라 바쁘다. 나는 기쁘고, 나는 이 봄이 좋다. 저 참새 부부가 집 짓는 공사장으로 새참이라도 챙겨가서 이런저런 우리나라 봄을 이야기하며 같이 먹고 싶다. 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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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10 18:53

[금요수필] 거울 속의 거울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다. 일단 눈으로 보면 확인이 된다. 보지 않고서는 믿을 수 없고 확정할 수도 없다. 앎과 인식의 첫 단계가 바로 보는 것. 거울에 비춤과 거울이 다시 되비추는 것이다. 이를 '미러링'이라 한다. 몽골에서의 시간은 초원과 야생과 사람에 대한 미러링의 경험이었다. 단체생활을 가장 오래 해본 여행길, 열악한 환경에서 한솥밥을 먹고 같이 자고, 움직이면서 사람들의 거울로 내가 대비되어 비쳤다. 그동안 무지로 차폐되었던 것들이 내 앞에서 파다닥 깨어나 거울처럼 나타났다. 여행은 대면의 시간, 타자를 만나고 시공간을 만나는 일이다. 길든 관습에서 벗어나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길트기 행위이다. 보고, 듣고, 즐기고, 사귀기 위하여 인간은 여행이란 채널을 가동하는지도 모르겠다. 서로의 민낯을 보는 데는 여행만큼 좋은 것이 없다. 나와 다른 것을 접하면서 나를 객관화시켜 볼 기회이다. 타지에서의 삶은 일 상의 가면이 벗겨지기 쉽다. 지극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낯익은 사람의 낯선 모습, 천사가 되기도 하고 비호감이기도 했다. 타자의 부 정성과 변모가 경험을 만들어 낸다. 먼발치에서 피상적으로 좋게만 보였던 사람이 그것이 아님을 보았고, 나름 선입견을 품고 있었던 사람이 내 좁은 편견이었음도 알겠다. 선입견으로 오류를 범한다. 선입견은 안개의 눈이다. 적당히 포커 페이스 하는 일상의 사람들, 그건 진실을 숨긴 얼굴이다. 그러나 일상 의 바깥에서는 몸의 실체를 만나기 일쑤이다. 그래서 여행은 언제나 익숙한 것에서부터의 일탈이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실험일 수 있다. 나는 노점상 앞에서나, 고위 간부 앞에서나 똑같은 인성과 태도를 지니는지? 그럴싸한 분장으로 내 본성을 감추지는 않았는지? 나는 내 관점에 규정지어 놓고 동전의 양면처럼 한쪽만 보아도 얼마짜리인지 다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데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사람을 알고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주름 까지 펼쳐보는 일이 아닐까? 아름다운 마네킹 뒷면에 수많은 핀이 꽂혀있듯이 뒷면의 숨겨져 있는 것까지 다 읽어내야 제대로 그 사람을 본 것이다. 사람들이 보고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나의 속성을 알게 되고 나는 성장해갈 수 있으리라.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보듯 타인에 비친 나를 본다. 거울은 외면뿐 아니라 내면의 상태를 비추는 창이기도 하다. 거울을 단순히 사물 그러니까 물리적 세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유리막 정도로 간주하면 그 사람은 거울을 모르는 사람이다. 나 스스로는 제대로 볼 수 없지만, 타인을 거울에 비추어 그 거울 속에서 나를 들여다보는 일은 나를 성찰하는 작업이다. 외출할 때 거울 앞에서 화장한다. 밖에서도 한두 번은 거울을 본다. 그 봄은 외관의 매무새를 확인하는 것으로 그친다. 내면은 별로 점검하지 않았다. 진실을 마주하자. 내·외면 모두를 들여다 보는 거울 보기를 하자. 타인의 거울에 나의 단면을 속속들이 비추어 보자. 거울아, 거울아 나를 훤히 비춰다오. 몽골 여행을 통해 커다란 거울 하나 선물 받았다. △이정숙은 정읍에서 출생했다. <수필과비평>으로 등단했으며, 국제PEN한국본부 전북지역위원회장과 온글문학회, 가톨릭문우회, 문예가족, 한국미래문화연구원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지금은 노랑신호등> <내 안의 어처구니> <꽃잎에 데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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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10 18:49

[청춘예찬] 만물은 이면을 봐야 한다

요즘 카카오톡 프로필을 비롯한, 각종 소셜미디어(SNS)의 게시물들은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그린 듯한 사진들로 가득하다. 챗지피티(ChatGPT)에서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삽입하고, ‘지브리풍으로 바꿔줘’와 같은 명령어를 입력하면 순식간에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챗지피티는 스튜디오 지브리에 소속된 수많은 작가의 그림체를 완벽하게 흡수했다. 하루도 안 되는 시간, 심지어 빠르면 단 몇 분 만에 뚝딱 나온다. 몇 초의 장면을 위해 오랜 시간을 쏟아내는 작가들의 노력이 무색했다. 이는 분명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씨가 나를 주인공으로 채택하지 않는 한, 살면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 만물이 그렇듯, 모든 것에는 좋은 면만 있을 수는 없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지브리풍 그림’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린다. 하지만 이 기술은 사람들 사이에서 분열을 야기하기도 했다. 하루는 인터넷을 하던 중, 여러 게시물과 댓글 사이에서 지브리풍 사진 변환에 대한 논박을 목격했다. 지브리풍으로 사진을 변환한 것이 무슨 잘못이냐며 논박을 주고받는 모습이었다. 한쪽 진영은 저작권 문제와 윤리의식을 꼬집으며 이야기했고, 또 다른 쪽은 어차피 다른 사람들 다 사용하는 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입장이었다. 본인은 분명 문제가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하므로 전자 주장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문제와 연관된 게시물들을 더 찾다 보니, 주변인을 향한 외모 평가도 심심찮게 있었다. 평상시에는 자신 있게 본인 얼굴을 올리지도 못할 거면서 지브리풍 그림으로 바꿀 수 있으니 올린다는 주장이었다. 솔직히 후자의 주장은 이야기를 나눌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남에 대해 참 관심도 많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러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우리나라는 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분열이 발생하는 거 같다. 위와 같은 사소한 부분부터 시작해 당장 생각나는 것만 읊어도 젠더 갈등, 정치적 문제, 장애인 이동권, 수저론 등이 있다. 그리고 대체로 먼 옛날부터 이어온 문제라기 보다, 비교적 최근이라 볼 수 있는 2010년대부터 들끓고 있다. 물론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배워나가는 것은 아주 좋은 자세다. 하지만 주제를 막론하고 집중해야 할 부분은 모든 것들이 토론이라고 정의하기보다 억지스러운 부분, 그리고 비방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에는 인터넷, 그리고 이곳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익명성에 있는 거 같다. 생각해 보면 인터넷은 파급력이 크지만, 발언에 대한 책임은 비교적 약하다. 예를 들어 상대를 비방하는 발언을 대면으로 할 수 있을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절대 면전에서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은 이야기가 다르다. 비방글이 매일같이 쏟아진다. 하루에 수십, 어쩌면 수백 건 이상이 있을 수도 있다. 같은 말인데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고, 글로 쓰는 건 참 쉽다. 인터넷이란 인간에게 정말 황금 같은 존재나 무책임의 수렁이기도 한 이중적인 존재다. 인터넷 없이 살아가기란 너무 크게 돌아왔고 그렇다고 이런 사태를 손 놓고 보는 것은 무책임한 거 같다. 겉에 보이는 측면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그 이면에 집중해야 할 때다. 이예령 전북대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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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10 18:47

낡은 전북 소방헬기 교체 시급하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임차, 운영중인 산불진화용 헬기 3대가 모두 오래된 것이어서 하루빨리 새것으로 교체하거나 신형헬기로 임차하는 등 안전관리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정된 예산상의 이유로 어쩔수 없이 낡은 헬기를 사용하고 있으나 추락 위험 우려가 커지는 등 안전전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전북도가 운용중인 산불진화용 헬기는 3대인데 모두 민간 항공사에서 임차해 쓰고 있다. 그런데 최근들어 전국적으로 크고작은 산불이 자주 발생하면서 산불진화 헬기의 안전성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임차한 헬기들이 제작된 지 최소 20년∼40년이나 된 낡은 기종이기 때문이다. 지난 6일 대구 북구 산불 현장에서 생산된 지 44년 된 진화 헬기 1대가 또다시 추락하면서 낡은 헬기의 안전성 문제는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경북 의성군 신평면에서도 진화 헬기 1대가 추락해 기장이 사망했다. 이 헬기는 강원도 인제군 소속으로 담수 용량 1천200ℓ의 S-76 기종 임차 헬기로 30년 가깝게 운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낡은 진화 헬기가 산불 현장 등에 투입됐다가 추락하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면서 낡은 진화 헬기를 순차적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헬기는 산불이 발생했을때 초동 진화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데 낡은 헬기의 교체는 가장 시급한 과제다. 산림청에서 보유 중인 진화 헬기는 모두 50대인데 이중 기령이 30년 이상 된 헬기는 12대나 된다. 전북도의 경우 현재 운용하고 있는 산불진화용 헬기 중 가장 오래된 헬기는 담수 용량 1500리터의 S-76B 기종으로 올해로 제작된 지 37년째다. 또 다른 산불진화용 헬기는 담수 용량 1500리터의 S-76B 기종 헬기로 올해가 제작 된 지 34년째, 담수 용량이 1200리터로 다른 운용 헬기들 보다 비교적 작은 S-76C 기종 헬기는 올해로 제작된 지 21년이 됐다. 결론은 낡은 진화 헬기를 순차적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거다. 안전문제는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다.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진화에 나선 헬기가 낡아서 추락하는 일이 또다시 발생한다면 앞으로 더이상 대한민국을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가 없다. 당장 새것으로 교체가 어렵다면, 하다못해 노후화 정도가 적은 헬기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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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10 13:53

[오목대] 헌재 판결이 남긴 것

‘주문 :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같이 주문을 낭독하고 재판을 마쳤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123일, 국회 탄핵소추로부터 111일만의 일이다. 이 기간동안 많은 국민들은 가슴 졸이며 불안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연일 엄청난 시위와 함께 가짜뉴스가 난무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문 대행 등 8명의 헌법재판관은 수십차례 머리를 맞대며 고통스런 평의를 거쳐 전원일치 결론을 냈다. 8 : 0이라는 만장일치를 통해 국가적 혼란을 막고 사회통합의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역사적 결정문(판결문)은 광인(狂人)과도 같은 윤석열 시대의 막을 내리고 새로운 정부 수립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도록 했다.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본질적 의미 외에도 많은 함의를 던졌다. 그 중 두 가지를 꼽아 보겠다. 첫째, 114쪽에 이르는 방대한 결정문은 헌법교과서요, 명문장이다. 이번 결정문은 계엄선포 요건 등 쟁점마다 객관적 증거와 법 조항을 대며 법리적 해석을 내놓았고 군더더기 없이 간단명료했다. 부사 형용사 등을 자제하고 어려운 한자나 법률용어를 최소화하는 등 생활언어를 사용하려 노력한 점이 눈에 띤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결정문의 백미(白眉)는 5쪽 분량의 ‘결론’부분에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헌법 제1조 제1항)로 시작하는 이 대목은 ‘헌법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하였다’고 끝맺고 있다. 여기서 대한국민은 헌법 전문에 나오는 용어다. 둘째, 헌법재판관의 노블레스 오블리제가 계엄사태로 감정이 메마른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해줬다. 대표적인 게 문 대행의 일화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었던 문 대행은 경남 진주에서 한약방을 하던 김장하 선생(본보 2024년 4월 2일자)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아 공부할 수 있었다. 그가 6년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두 일화는 감동 그 자체다. 하나는 “제가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인사하러 간 자리에서 선생은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닌 이 사회에 갚아라’ 하였고, 그 말씀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했다. 또 하나는 “제가 결혼할 때 다짐한 게 있다. 평균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최근 통계에서 가구당 평균 재산이 한 3억원 남짓 되는 거로 아는데 제 재산은 (아버지 재산을 제외하면) 4억원이 조금 못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평균 재산을 좀 넘긴 거 같아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읍출신 김형두 재판관은 지난해 12월 25일 부친상을 당하고도 정상출근해 변론기일을 준비했다. 또 자폐성 장애를 가진 둘째 아들을 헌신적으로 보살피고 그로부터 세상을 폭넓게 이해하는 법관으로서의 자세를 배운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의 가슴 따뜻한 일화는 선한 영향력으로 어려운 시대에 등불이 되었으면 한다.(조상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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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25.04.10 13:49

BRT 추진 전주, 시내버스 서비스 혁신부터

전주시가 ‘대중교통 혁신을 통해 시민들에게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수년 전부터 추진해온 ‘BRT(Bus Rapid Transit·간선급행버스 체계)’ 구축사업도 우여곡절 끝에 오는 8월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다. BRT는 도심과 외곽을 잇는 주요 간선도로 중앙에 정류장과 버스 전용차로를 설치해 급행버스를 운행하는 대중교통 시스템이다. 전주 기린대로 BRT 사업이 완료되면 시내버스가 전용차로를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운행되고, 상습 정체구간이 개선돼 교통 혼잡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주시는 ‘BRT가 구축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하루가 조금 더 편하고 안전하게 바뀔 것’이라고 했다. 또 ‘BRT 도입을 계기로 대중교통 서비스의 질을 한 차원 높이겠다’고도 했다.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기대가 한층 높아졌다. 시민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서비스 개선이 급하다. 시민들의 시내버스 이용률을 높이지 못한다면 BRT 시스템은 불편만 안기는 도시의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새로운 버스 운행체계를 구축해 놓고도 정작 시민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시내버스를 외면한다면 그 효과는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전주 시내버스 서비스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올해도 전주시청 홈페이지에는 시내버스 기사의 난폭운전과 폭언, 승차거부 등 서비스 문제를 지적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된 고질적 병폐인데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체 시내버스 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친절교육, 안전교육을 대폭 강화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선정된 ‘친절‧안전기사’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시내버스는 ‘시민의 발’이자 ‘도시의 얼굴’이다. 여행객들에게는 도시의 첫인상이 되는 만큼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도 서비스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시내버스 운영에 매년 막대한 혈세를 지원하고 있는 전주시가 시민을 위해 확고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업계와 종사자들의 자정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칼을 빼들어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다수의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시내버스 서비스 혁신이 BRT 구축보다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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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4.10 12:09

내란의 겨울을 넘어 국민통합의 봄으로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윤석열 파면은 우리 국민이 헌법과 민주주의 가치를 끝까지 지켜냈음을 보여준 역사적 선언이었다. 지난 몇 달간 대한민국은 혼란과 공포 속에서 깊은 상처를 입었다. 법적 절차를 무시한 불법 계엄령 선포, 군대를 동원한 국회 봉쇄, 국회의원 체포 시도 등 대한민국 역사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 벌어졌다. 이는 명백한 내란 행위였다. 그러나 국민은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거리로 나와 윤석열 파면을 외치며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 결정은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이 국민이라는 헌법 정신을 다시 확인시켜 준 중요한 이정표였다. 하지만 윤석열 파면이 모든 문제의 끝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너진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헌법을 위협했던 내란 세력들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책임을 묻지 않으면 같은 위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한 이완규 법제처장은 12.3 계엄 사태에 연루돼 경찰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책무는 헌정 질서를 수호하고 혼란을 수습하는 데 있지만, 한덕수 권한대행은 오히려 헌법 질서를 위협한 혐의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는 중대한 월권 행위를 저질렀다. 내란세력 척결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사실을, 한덕수 권한대행 스스로가 증명한 셈이다. 동시에 우리 사회는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 통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탄핵 정국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깊게 분열됐고 서로에 대한 불신이 증폭됐다. 이제 서로를 탓하고 비난하는 과거의 방식을 끝내고, 상처를 치유하는 화합의 길로 가야한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 전반에서 폭넓은 대화와 타협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경제 회복 노력 역시 절실하다. 윤석열이 야기한 혼란으로 대한민국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서민과 자영업자들은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지역경제의 침체는 청년들을 도시 밖으로 밀어내고 있으며, 수도권과 지역 간 불균형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구호나 선언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정부와 각 분야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명확하고 현실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거리에서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추위와 공포를 견뎌낸 국민의 헌신을 기억해야 한다. 12.3 내란 사태 그날부터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전국 곳곳의 거리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던 국민들의 용기가 없었다면, 오늘의 이 변화는 없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위기의 순간마다 결국 국민의 힘으로 다시 일어섰다. 이제 다시 한번 국민과 함께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만들어가자. 국민은 항상 옳았고, 앞으로도 옳을 것이다. 안호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완주진안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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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09 18:28

원동산공원 의견상, 오수개와 다르네

지난 2월12일 이 코너 ‘타향에서’를 통해 오수개 이야기를 했다(‘오수개 있음에 임실이 있네’) 술에 취한 주인이 들판에서 잠이 든 사이 불이 나자 개울을 오가며 제 몸에 물을 적셔 주인을 살리고 죽은 개다. 오늘 한 번 더 오수개, 정확히는 오수개 동상을 이야기한다. 남원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우리집은 남원 시내보다 임실군 오수면과 더 가까웠다. 오수개의 사연을 일찌감치 접할 수 밖에 없었다. 오수개 복원의 첫 걸음으로 1996년 오수견연구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된 것도, 성장기에 오수개의 강렬한 스토리가 뇌리에 각인됐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후 각고의 노력 끝에 오수개를 부활시켰다. 과학은 기본이고 미(美)까지 탐구했다. ‘목적에 적합하도록 완성된 것이 아름답다’는 명제에 충실했다. 처음부터 막연하나마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했다. 국제축견연맹(FCI)의 원산지 기준을 과정과 단계마다 엄격히 적용했다. 중후하고 믿음직한 오수개는 그렇게 부활했다. 역사에서 현실로 실체를 드러낸 오수개, 복원된 오수개는 그러나 시빗거리도 들고 왔다. 바로 임실군 오수면 오수리 322번지 원동산 공원의 의견상이다. 고증과 유전학으로 육종해 낸 오수개와 의견상의 오수개 모습이 딴판이기 때문이다. 오수JC 심재석 전 회장이 특히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이다. 이 의견상은 1997년 세워졌다. 오수개를 되살려 내기 전이다. 동상 오수개가 실물 오수개를 닮지 않은 이유다. 상상으로 만든 것이니 어쩔 수 없다. 귀와 갈기털 등 오수개와 다른 구석이 많다. 게다가 너무 높은 곳에 동상을 설치한 바람에 기특하다고 머리를 쓰다듬기는커녕 기념촬영을 하기에도 불편하다. 동상을 실제 오수개 형태로 다시 빚고, 명칭도 ‘의로운 오수개’식으로 새로 붙임직하다. 동상은 ‘그까짓’ 게 아니다. 동상은 일방적, 무조건적 긍정이다. 본받아야 마땅할 대상만 동상으로 제작해 기린다.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 형상으로 제시하는 것이 동상이다. 따라서 동상은 사실과 진실에 기반해야 한다. 기존의 의견상은 오수개의 상징성을 웅변하기에 부족하다. 동상을 보고 받은 감동과 교훈을 살아있는 오수개에게서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오수개의 감동적인 충의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미덕이다.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조각한 여인상과 사랑에 빠졌다. 극진한 사랑에 감동한 여신 아프로디테는 피그말리온의 여성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줬다. 간절하면 하늘도 돕는 법이다. 그리스 신화의 ‘피그말리온 효과’를 오수개 동상에 원용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새로운 오수의견상에는 ‘불끄는 개’의 이미지가 추가됐으면 좋겠다. 119구조견, 그 가운데서도 소방견으로 오수개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화재예방협회(NFPA)의 달마시안종 소방견 ‘스파키’처럼 오수개도 글로벌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오수의견문화제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심민 임실군 군수의 적극행정 덕분에 해를 거듭할수록 알이 꽉꽉 차는 행사다. 올해는 더욱 성황을 이룰 것이다. 윤신근 서울 윤신근박사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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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09 18:28

서해안철도의 필요성과 국가 균형 발전

​지난 3월 18일, 국회에서 많은 전문가들과 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해안철도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제시하고 정부 및 관계기관의 정책적 결정을 촉구하는 정책포럼이 개최되었다. 이번 포럼에서는 서해안 지역의 철도 인프라 확충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최근 개통한 동해선 철도와 더불어 서해안철도는 중요한 서쪽의 횡단축을 담당할 것이며 국가 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철도공급이 부족한 서해안 지역에 서해안철도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서해안 지역은 수도권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가지고 있으며, 평택·당진항, 군산항, 목포항 등 주요 항만이 위치해 있다. 또한, 충남 당진·서산, 전북자치도 군산·익산·고창, 전남 광양·목포 등지에는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이번 정책포럼에서도 이러한 산업단지와 항만을 연결하는 철도망 구축이 기업들의 물류 비용 절감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도로 교통은 지속적인 정체 문제와 물류비 상승을 초래하며, 해운은 기상 조건에 따른 제약이 크다. 이러한 서해안 지역에 철도가 건설된다면, 기존 도로 및 해운 수송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안정적인 물류망이 공급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 및 인구 구조는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이 심화되고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지역재생은 필수적인 키워드이다. 아무런 투자없이 지역재생을 통한 지역상생을 기대할 수 없기에 철도사업과 같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구심점이 되어야 할 것이며 철도역사 중심의 거점개발과 도시재생은 일본이나 유럽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이다. 이번 정책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서해안철도가 건설될 경우 수도권과 서해안 지역 간의 이동 시간이 대폭 단축되고, 접근성이 향상되어 인구 및 산업이 균형 있게 분포할 수 있을 것이며 전북·전남 등 상대적으로 개발이 더딘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서해안 지역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역사·문화 유적이 풍부한 지역이다. 군산 선유도해수욕장, 변산반도의 채석강, 고인돌 유적지와 고창읍성, 10킬로미터가 넘는 고창동호해수욕장을 포함한 명사십리해안, 목포 근대역사문화거리 등은 관광 자원으로서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철도를 활용한 관광산업은 교통약자나 걷고 싶어하는 도보 여행자에게 충분한 만족도를 제공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서 관광수요 증대에 따라 따라 지역의 특산물 소비와 전통시장 활성화 등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서해안 지역에 철도가 구축된다면 도로 운송의 비중을 줄이고 탄소 배출 저감에 기여할 수 있다. 실제 지난 2021년 동해선 광역전철개통이후 울산~부산 버스수송객이 8만8,876명에서 2년만에 1만 9,912명으로 감소하면서 빠르게 도로수요를 흡수한 사례가 있고 최근 개통한 동해선도 지역간 버스 수요를 많게는 50%이상 흡수하고 있다. 서해안철도의 건설은 단순히 한 지역의 교통 인프라 확충을 넘어 철도 역사를 새롭게 쓰는 완성작이자 국가 경제의 균형 발전을 위한 필수 과제이다. 물류, 산업, 관광, 환경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는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서해안철도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이번 정책포럼을 계기로 서해안철도 사업이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서해안철도가 완공된다면 대한민국의 교통 인프라는 더욱 촘촘하고 균형 잡힌 형태로 발전할 것이며, 이를 통해 지역 경제 발전과 지역 균형 발전이 현실화 될 것이며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 이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실장·한국철도학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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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표
  • 2025.04.09 18:27

파손된 '보행로 점자블록' 제기능 찾아야

전주시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인도에 설치한 점자블럭이 파손되고 마모되어 기능을 못하고 있어 문제이다.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이 보행할 때 발바닥이나 지팡이의 촉감으로 위치와 방향을 알 수 있도록 표면에 돌기를 만든 블록을 뜻한다.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인도에 설치된 점자블럭을 통해 보행의 안정성이 확보되는 데 파손되거나 마모된 점자블록으로 인해 시각장애인들의 보행 안ㅈ전이 위협받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전주시 덕진구지역에 설치된 점자블록 가운데 점자블록들의 돌기 부분이 마모되거나 부서져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태가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 완산구 역시 비슷한 상황으로 점자블록은 절반 가까이 손상된 상태로 방치되거나, 먼지와 흙, 모래로 덮여 점자블록과 보도블록이 구분이 힘든 곳도 있는 상황이다. 시각장애인들은 이렇듯 마모되거나 파손된 점자블록이 방치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며 도시미관 측면에서도 관리와 유지에 문제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 한편, 관련 전문가는 선제적인 점자블록 관리와 함께 주변 보도블록 관리도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연구원은 발로 감지해야 하는 점자블록의 특성상, 마모되거나 파손된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의 보행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점자블록이 잘 포장되어 있더라도 주변 보도블록이 들뜨거나 파손돼 시각장애인들에게 혼란을 발생시키기도 한다고 설명해 결국 점자블럭과 보도블럭 전체에 대한 세심한 관리와 유지 보수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하여 전북시각장애인연합회장은 “점자블록은 사람이 다니는 곳은 기본적인 연결라인을 유지하며 설치되어야 하는 데 서로 연결되지 않은 채 점자블록을 붙여놓은 곳도 많다”고 토로해 형식적인 설치도 문제임을 보여준다. 결국 보도에 설치된 점자블럭은 보행로 전체에 대한 관리 체계속에서 점자블록의 상태와 설치 공간에 대한 보다 심도있는 유지 보수방안 마련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번 기회에 점자블럭 설치 인도에 대한 전수 조사와 연결 상태에 대한 확인 및 관리를 위해 시민봉사단체나 각급 학교별 학생 봉사 활동 등과도 연결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장애-비장애가 함께하는 전주시 인도관리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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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4.0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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