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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 강론 전문

프란치스코 교황은 17일 충남 서산 해미읍성에 서 열린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 강론에서 "도움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간청에 연민과 자비와 사랑으로 응답해 주시는 그리스도처럼,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며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세상으로 나아가라"고 말했다. 다음은 교황의 폐막미사 강론 전문. ▲ 사랑하는 젊은 친구 여러분, "순교자의 영광이 너희를 비추고 있다!" 제6차 아시아 청년 대회 주제의 한 부분인 이 말씀은 우리 모두를 위로하고, 우리의 힘을 북돋워 줍니다. 아시아의 젊은이들, 여러분은 그리스도에 대한 고귀한 증언, 위대한 증거의 상속자들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의 빛이시고, 우리 삶의 빛이십니다! 한국의 순교자들은 ― 그리고 아시아 전역의 수많은 순교자들은 ― 자신의 몸을 박해자들에게 넘겨주었습니다. 그들은 우리들에게, 그리스도의 진리의 빛은 온갖 어두움을 몰아내고 그리스도의 사랑은 영광스럽게 승리한다는 영원한 증언을 남겨 주었습니다. 죽음을 이기신 그리스도의 승리에 대한 확실성과 그 승리에 우리도 동참한다는 확신으로, 우리는 이 시대와 환경 속에서 오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려는 도전을 똑바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방금 우리가 묵상한 이 말씀은 우리에게 위로가 됩니다. 아시아 청년 대회 주제의 다른 부분인 "아시아의 젊은이여, 일어나라!"는 말씀은 여러분들에게 의무와 책임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이 말씀을 한 마디씩 잠깐 묵상해 봅시다. 우선 첫 번째 표현인 "아시아"라는 낱말입니다. 여러분들은 아시아의 모든 지역에서 바로 여기 한국에 모였습니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은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도록 부르심을 받은 자기만의 자리와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풍요로운 철학적 종교적 전통을 지닌 아시아 대륙은 여러분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요한 14,6)이신 그리스도를 증언하여야 할 거대한 개척지로 남아 있습니다. 아시아에 살고 있는 젊은이로서, 이 위대한 대륙의 아들딸로서, 여러분들은 여러분의 사회생활에 온전히 참여할 권리와 의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사회생활의 모든 측면에 신앙의 지혜를 불어넣으십시오. 아시아인으로서 여러분은 또한 아시아 안에서, 여러분의 문화와 전통들 안에서,참되고 고귀하고 아름다운 그 모든 것을 보고 사랑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으로서 여러분은 또한 복음이 이 유산을 정화하고 승화시키고완성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세례 때에 받은 성령, 견진 성사로 여러분에게 그 인호가 새겨진 성령의 현존을 통하여, 그리고 여러분의 목자들과 일치하여, 여러분은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들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긍정적인 가치들을 존중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여러분들은 무엇이 가톨릭 신앙에 반대되는지, 무엇이 세례 때에 받은 은총의 삶에 어긋나는지, 이 시대 문화의 어떤 측면들이 사악하고 타락하여 우리를 죽음으로 이끌어 가는지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아시아 청년 대회의 주제로 다시 돌아가서, "젊은이"라는 두 번째 낱말을 묵상해 봅시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친구들은 바로 젊은 시절의 특징인 낙관주의와 선의 와 에너지로 충만해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의 본성적인 낙관주의를 그리스도교적인 희망으로, 여러분의 에너지를 윤리적인 덕으로, 여러분의 선의를 자신을 희생하는 순수한 사랑으로 변화시켜 주시도록 여러분을 맡겨 드리십시오. 이것이 바로 여러분이 걸어가도록 부르심을 받은 길입니다. 이것은 여러분의 삶과 문화에서 희망과 덕과 사랑을 위협하는 모든 것을 극복해 내는 승리의 길입니다. 이 길에서 여러분의 젊음은 세상과 예수님께 드리는 선물이 될 것입니다. 젊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노동자이든 학생이든, 이미 직장 생활을 시작하였든 혼인을 하였든, 수도 생활이나 사제직의 부르심에 응답을 하였든, 여러분은 교회의 미래의 한 부분일 뿐만 아니라 교회의 현재에도 반드시 필요한 사랑받는 지체입니다! 서로 일치를 이루십시오. 언제나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다가가십시오. 그리고 여러분의 주교님들과 신부님들과 함께, 더 거룩하고 더 선교적이고 겸손한 교회, 또한 가난한 이들, 외로운 이들, 아픈 이들, 소외된 이들을 찾아 섬기는 가운데 하느님을 경배하고 사랑하는 하나인 교회를 일으켜 세우며 올 한 해를 보내십시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제자들처럼, 여러분의 그리스도인 생활에서도 외국인과 궁핍하고 가난한 사람과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멀리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 기회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복음에 나오는 여인처럼, 이 사람들은 특별히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라고 부르짖는 그 여인의 절규를 되풀이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가나안 여인의 간청은 그리스도의 사랑과 환영 그리고 우정을 찾는 모든 이들의 부르짖음입니다. 우리 익명의 도시들 속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외침이고, 여러분 또래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외치는 절규이며, 오늘날에도 예수님의 이름 때문에 죽음과 박해의 고통을 겪고 있는 모든 순교자들의 기도입니다.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이것은 흔히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서 터져 나오는 절규입니다.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이 절규에 우리가 응답합시다. 마치 곤궁한 이들에게 봉사하는 것이 주님과 더 가까이 사는 데 방해가 되는 것처럼, 우리에게 도움을 간청하는 사람들을 밀쳐 내지 마십시오. 그래서는 안 됩니다! 도움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간청에 연민과 자비와 사랑으로 응답해 주시는 그리스도처럼,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시아 청년 대회 주제의 세 번째 부분 "일어나라!"는 말은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맡기신 책임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합니다. 성덕의 아름다움과 복음의 기쁨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무디게 만드는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죄와 유혹을, 또 그러한 압력을 허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 화답송 시편은 끊임없이 "기뻐하고 환호하라."고 우리를 초대합니다.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 우리 하느님이 복을 내리셨네!"(시편 67,6).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우리는 하느님에게서 "자비를 입었습니다"(로마 11,30).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세상으로 나아가십시오. 그리하여, 여러분의 친구들이, 직장 동료들이, 그리고 여러분의 국민과 이 거대한 대륙의 모든 사람이, "여러분에게 베풀어 주신 그 자비로, 이제 그들도 자비를 입게"(로마 11,31 참조) 하십시오. 하느님의 자비로 우리는 구원을 받았습니다. 사랑하는 아시아의 젊은이 여러분, 여러분이 그리스도와 하나 되고 교회와 하나되어, 분명 여러분에게 많은 기쁨을 가져다줄 이 길을 걸어가기를 바랍니다. 이제, 성찬의 식탁으로 나아가며, 예수님을 세상에 낳아 주신 우리 어머니, 성모 마리아께 간청합시다. 그렇습니다. 우리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는 예수님 모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어머니의 자애로운 도우심으로, 저희가 다른 이들에게 예수님을 전하고, 예수님을 충실히 섬기며, 이 나라와 아시아의 모든 나라에서 언제 어디서나 예수님을 찬양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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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8.15 23:02

교황 "젊은이여 깨어있으라! 잠든 사람은 춤출 수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7일 충남 서산 해미읍성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 강론에서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 성덕의 아름다움과 복음의 기쁨에 대한 우리 감각을 무디게 만드는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죄와 유혹, 그러한 압력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경 시편 구절을 인용해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청년대회 참석자들을 '사랑하는 젊은 친구 여러분'으로 부르며 젊은이들이 교회와 사회의 미래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그들 역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교황은 "아시아에 살고 있는 젊은이로서, 이 위대한 대륙의 아들딸로서, 여러분들은 여러분의 사회생활에 온전히 참여할 권리와 의무를 지니고 있다"며 "두려워하지 말고, 사회생활의 모든 측면에 신앙의 지혜를 불어넣으라"고 당부했다. 그는 "여러분의 주교님들과 신부님들과 함께, 더 거룩하고 더 선교적이고 겸손한 교회, 또한 가난한 이들, 외로운 이들, 아픈 이들, 소외된 이들을 찾아 섬기는 가운데 하느님을 경배하고 사랑하는 하나인 교회를 일으켜 세우며 올 한해를 보내라"고 조언했다. 또 "외국인과 궁핍하고 가난한 사람,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멀리하고 싶은 유혹이 많을 것"이라며 "곤궁한 이들에게 봉사하는 것이 주님과 더 가까이 사는 데 방해가 되는 것처럼, 도움을 간청하는 사람들을 밀쳐 내서는 안 된다. 도움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간청에 연민과 자비와 사랑으로 응답하시는 그리스도처럼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시아의 젊은이들, 여러분은 그리스도에 대한 고귀한 증언, 위대한 증거의 상속자들"이라며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세상으로 나아가라"고 말했다. 폐막미사에는 청년대회 참석자 6천여 명과 천주교 신자, 시민 등 5만여 명이 참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전에는 해미 순교성지 성당에서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의 장 오스왈도 그라시아스 추기경을 비롯한 아시아 주교단 50여 명과 한국 주교단 19명을 만나 연설한 뒤 오찬을 함께했다. 교황은 "다른 이들에 대한 열린 마음으로, 아직 성좌와 완전한 관계를 맺지 않고 있는 아시아 대륙의 몇몇 국가들이 모두의 이익을 위하여 주저 없이 대화를 추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며 중국, 북한,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브루나이 등에 대화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는 "공감하고 진지하게 수용하는 자세로, 상대방에게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열 수 없다면 진정한 대화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른 이들, 다른 문화와 대화를 시도할 때 출발점과 근본 기준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우리의 정체성"이라며 "우리의 정체성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 없다"고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토대로 한 대화를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한국의 12개 종단지도자들을 만나는 데 이어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한다. 교황은 미사 강론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토대로 한 아시아 평화와 사회 문제 등에 관한 메시지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가 끝난 뒤 성남 서울공항에서 간단한 환송식을 갖고 로 마행 비행기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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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8.15 23:02

교황 "인간 존엄성 모독 죽음의 문화 배척하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빈다"며 인간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자고 밝혔다.교황은 이날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천주교 신자와 일반 시민 등 5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프란치스코 교황은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들을 거부하기를 빈다"며 "생명이신 하느님과 하느님의 모상을 경시하고, 모든 남성과 여성과 어린이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기를 빈다"고 말했다.그는 "고귀한 전통을 물려받은 한국 천주교인으로서 여러분은 그 유산의 가치를 드높이고, 이를 미래 세대에 물려주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새롭게 회개해야 하고, 우리 가운데 있는 가난하고 궁핍한 이들과 힘없는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이 제시하는 희망은 외적으로는 부유해도 내적으로 쓰라린 고통과 허무를 겪는 그런 사회 속에서 암처럼 자라나는 절망의 정신에 대한 해독제"라면서 "이러한 절망이 얼마나 많은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느냐"고 물었다.이어 "하늘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를 공경하면서, 우리는 또한 한국 교회의 어머니이신 그분께 간청한다"며 "세례 때에 우리가 받은 존엄한 자유에 충실하도록 우리를 도와주실 것을 간청하며, 하느님의 계획대로 세상을 변모시키려는 우리의 노력을 이끌어 주시도록 간청한다"고 기원했다.또 "이 나라의 교회가 한국 사회의 한가운데에서 하느님 나라의 누룩으로 더욱 충만히 부풀어 오르게 도와주실 것을 간청하며,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정신적 쇄신을 가져오는 풍성한 힘이 되기를 빈다"고 밝혔다.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늘날 우리 곁에 있는 젊은이들이 기쁨과 확신을 찾고, 결코 희망을 빼앗기지 않기를 바란다"며 젊은이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교황은 "한국인들은 그 역사적인 경험에 비추어 이 국가의 역사와 민족의 삶 안에서 활동하시는 성모님의 사랑과 전구를 인식하면서, 전통적으로 이 대축일을 거행하고 있다"며 "참된 자유는 아버지의 뜻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데 있다"고 말했다.그는 "은총이 가득하신 성모 마리아에게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자유가 단순히 죄에서 벗어나는 일보다 더 크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며 "그것은 영적으로 세상의 현실을 바라보는 새로운 길을 열어 주는 자유이며, 하느님과 형제자매들을 깨끗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자유이며, 그리스도의 나라가 오기를 기다리는 기쁨이 가득한 희망 안에서 살아가는 자유다"라고 했다.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느님 자녀들의 자유를 누리며 기뻐할 수 있도록, 그 자유를 지혜롭게 사용하여 형제자매를 섬길 수 있도록, 그리고 다스림이 곧 섬김인 영원한 나라에서 완성될 바로 그 희망의 표징으로서 일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성모님의 은총을 간청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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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8.15 23:02

교황 "세월호 아픔 기억"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 공항에 영접 나온 세월호 유족을 만나 “꼭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말했다.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 10시 16분께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 영접 나온 세월호 유족들과 인사하면서 손을 잡고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위로했다.공항 환영행사에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故) 남윤철 안산 단원고 교사의 아버지 남수현 씨와 부인 송경옥 씨, 사제를 꿈꿨던 예비신학생 고 박성호(단원고 2학년) 군의 아버지 박윤오 씨, 일반인 희생자 고 정원재 씨의 부인 김봉희 씨 등 세월호 유족 4명이 참여했다.천천히 걸으며 영접 나온 사람들과 악수를 하던 교황은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남 교사의 부모 앞에 걸음을 멈췄고, 한 손을 가슴에 댄 채 세월호 가족들과 눈을 마주치며 통역을 통해 위로 메시지를 전달했다.세월호 가족들은 교황 비행기가 착륙할 때부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교황에게 준비해 간 말들을 미처 하지는 못했다고 박윤오 씨는 상황을 전했다.박씨는 “교황을 만나 영광스럽기도 하지만 이렇게 아들의 죽음을 통해 만나야 하나 싶어 아들에게 미안했다”며 “마음속으로 사회 지도층들이 회개해 모든 아픔이 잊혀졌으면 하고 교황에게 기도를 전했다”고 말했다.교황 입국과 비슷한 시각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교황이 전한 메시지를 기자에게 전해 듣고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다”며 울음을 터뜨렸다.그는 “교황이 방한해주신다고 세월호 문제가 물론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교황 방한으로 청와대와 여당이 전향적인 자세로 우리와 대화하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유 대변인은 광화문 시복미사에 세월호 가족 농성장을 그대로 유지한 채 세월호 가족 600여명이 모여 함께 미사를 드릴 예정이라고 전했다.유 대변인은 “교황방한준비위에서 농성 텐트는 철거할 필요 없다며 크게 부담갖지 말라고 알려왔다”며 “하지만 교황이 광화문광장을 한 바퀴 돌 텐데 시야를 가리면 안 되니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가족대책위는 전날 광화문광장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어‘교황에게 드리는 편지’를 전하면서 “세월호 가족들의 소망을 항상 약자와 고통받는 자의 편에 서는 전 세계인과 나눠달라”고 당부했다.세월호 가족 10명은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미사 직후 교황과 비공개로 면담할 예정이다.특히 대전 미사에서는 전국을 도보순례 중인 세월호 가족 3명이 지고 다니는 십자가를 교황이 직접 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가족대책위는 전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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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8.15 23:02

한국땅 밟은 교황의 첫 가르침 '평화와 치유'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도착 후 처음 꺼낸 화두는 평화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 성남 서울공항에 내려 박근혜 대통령의 영접을 받는 자리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교황 방한을 계기로 국민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전해지고 분단과 대립의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시대가 열리길 바란다"는 인사말에 대한 화답이었다. 교황은 영접 나온 세월호 유족들을 만나 안타까운 표정으로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가난하고 소외된 자를 중시하면서 갈수록 극으로 치닫는 개인주의와 물질주의를 경계하자고 목소리를 높여 온 평소 그대로 모습이었다. 이번 방문의 공식 목적은 사목방문이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행이 단순히 종교적 차원을 넘어 사회의 어둡고 구석진 곳을 살피고, 평화와 화해를 지향하는 데 큰 뜻이 있음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한국민들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윤리적, 영적으로 새롭게 태어나기 바란다"고 말했다. 온 나라가 슬픔에 빠진 상황에서 조심스럽게 에둘러 한 표현이었지만 물질과 경쟁에 함몰돼 인간성을 잃어가는 한국 사회를 향한 무거운 비판이었다. 교황의 이번 방한에는 한국이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남아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교황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공식 석상에서 남북한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여러차례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가 아시아와 세계 평화에 필수적이라는 게 그의 인식이 다. 교황은 이날 청와대 연설에서도 참 평화를 강조할 것이라고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 허영엽 대변이 전했다. 입으로만 말하는 거짓평화는 더 이상 안 된다는 따끔한 경고다. 이날 공항 영접행사에 참석한 다양한 평신도의 면면을 봐도 교황이 어떤 마음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는지 짐작케 한다. 공항에는 이번에 복자로 선포되는 시복대상 후손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새터민, 외국인 이주노동자, 범죄피해자 가족모임 회원, 장애인, 중고교생, 가톨릭노동청년 등이 함께 나와 교황을 맞았다. 한결같이 그늘진 곳에서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들이다. 교황은 방한 기간에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유족을 따로 만난다. 또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기다리며 오랜 세월 고통 속에 살아 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용산참사 유족,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제주 해군기지와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을 하는 강정마을과 밀양 주민들과도 만난다. 방한 마지막날인 18일에는 서울 명동성당에서 참혹한 전쟁과 갈등의 상처를 안은 각계 인사 1천500여 명을 초청해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도 연다. 천주교 안팎에서 일부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16일 잡혀 있는 가톨릭 장애인 복지시설인 음성 꽃동네 방문 일정도 소외된 자 없이 모든 이들이 행복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교황의 지향과 맞닿아 있다. '순교자의 땅' 한국에 내리자마자 모습이 드러난 '낮은 곳'을 향한 교황의 행보가 4박5일의 방한 기간에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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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14.08.14 23:02

프란치스코 교황 한국 도착…방한일정 시작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전 10시16분께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항에서 마중 나온 박근혜 대통령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등의 영접을 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항에 도착해 "한국을 방문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교황은 공항에 마중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영접을 받고 "나도 한국에 오게 돼 기쁘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한국인들과 좋은 관계를 맺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교황 방한 계기로 따뜻한 위로가 전해지고 분단과 대립의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시대가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고, 교황은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고 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영접 나온 세월호 유족들과 인사하면서 손을 맞잡고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항 환영행사에는 한국 사회에서 위로와 치유가 필요한 이들을 비롯한 천주교 평신도 32명도 함께 교황을 맞아 눈길을 끌었다. 환영단에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4명을 비롯해 새터민, 필리핀과 볼리비아 출신 이주노동자, 범죄피해자 가족모임 해밀 회원, 장애인, 시복대상자 후손, 외국인 선교사, 수도자 대표 등이 포함됐다. 또 결혼을 앞두고 세례를 받으려는 예비신자들과 중고생, 가톨릭노동청년, 어르신 대표들도 공항에서 교황을 만나는 영예를 누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면담하고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연설한다. 이어 중곡동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를 방문해 한국주교단을 만나는 것으로 방한 첫날 일정을 마무리한다. 교황은 4박5일의 방한 기간에 아시아 가톨릭청년대회와 천주교 순교자 124위 시복식 등 4차례 미사를 집전하고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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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14.08.14 23:02

프란치스코 교황은 첫 남미·예수회 출신…가난한 자 위한 삶 파격행보

오늘 방한하는 아르헨티나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78)은 지난해 3월 제266대 교황으로 취임했다. 본명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최초의 남미 출신 교황이자 첫 예수회 출신 교황이다. 청빈하고 겸손한 인품으로 교황에 오르기 전부터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위한 교회를 늘 강조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지난해 말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을 정도로 즉위 직후부터 영향력이 컸다.교황명을 프란치스코로 삼은 것은 평생 청빈한 삶을 산 아시시의 성인 프란치스코를 본받아 가난의 영성을 통해 교회 쇄신과 복음 선포, 사회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였다.그는 지난 1936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탈리아 출신 철도노동자 가정의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화학 기술자가 되려 했다가 22살 때 예수회에 입문해 수도사의 길로 들어섰다. 산미겔 산호세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뒤 신학생들에게 철학과 문학을 가르쳤다.1969년 사제품을 받은 그는 30대에 수도사로서 탁월한 지도력을 인정받아 1970년대 후반까지 아르헨티나 지방을 돌며 사목활동을 했다. 1980년에는 36살의 나이에 산미겔 예수회 수도원 원장으로 발탁됐다.칠레에서 인문학을 공부한 그는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해 후학 양성에 힘썼다. 독일어와 스페인어, 이탈리아어에도 능통하다.199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에 오른 데 이어 2001년 추기경에 서임됐다. 2005년 교황선거(콘클라베)에서도 유력 후보로 꼽혔으나 베네딕토 16세에게 교황 자리를 내줬다가 8년 만에 베네딕토 16세의 사임으로 교황에 즉위했다.그는 대주교가 된 뒤에도 운전기사도 두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주교 관저에 살지 않고 작은 아파트에서 살았다.교황 즉위 뒤에도 파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10년 관행을 깨고 호화로운 교황 관저가 아니라 게스트하우스 ‘성녀 마르타의 집’에 머문다. 첫 강론에서도 가난한 자들을 위한 교회를 선언했다.취임 후 처음 맞은 ‘성 목요일’(3월28일)을 맞아 남자 신도 12명의 발을 씻겨주던 기존 세족식 관행을 깨고 로마의 한 소년원을 찾아 소녀와 무슬림, 그리스정교회 신도 등 소년원생의 발을 씻기고 입을 맞췄다. 자신의 생일에는 노숙자 3명을 불러 아침 식사를 함께했다.교황 프란치스코는 한국에도 큰 관심을 보여왔다. 한반도의 중요성과 남북한 화해와 평화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역설했다. 연합뉴스

  • 종교
  • 연합
  • 2014.08.14 23:02

교황 호감도 급등… 16개월전 보다 20%p 높아

천주교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한국갤럽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황에 대한 호감지수가 최근 들어 급격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한국갤럽이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4명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호감 여부를 물은 결과 62%가 호감이 간다, 13%는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25%는 의견을 유보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2013년 3월 13일) 한달이 지난 시점인 작년 4월 8~11일 전국 성인 1,220명 조사에서는 교황에 대해 호감이 간다 38%, 호감이 가지 않는다 9%였고 응답자의 절반(53%)이 의견을 유보한 바 있어, 교황에 대한 호감도는 16개월 만에 2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지역, 성, 연령 등 대부분의 응답자 특성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호감이 간다는 응답이 50%를 넘었다. 종교인별로 보면, 특히 천주교 신자의 89%가 교황에게 호감이 간다고 답했고 그 외 비천주교 신자, 즉 불교인(61%)이나 개신교인(56%), 그리고 어떤 종교도 믿지 않는 사람들 중에서도 60%가 호감을 표해 종교를 넘어선 대중적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호감이 간다는 사람들(624명)은 그 이유로 세계적으로 존경 받는 인물/성직자(22%), 빈자의 편/서민을 위함(17%), 우리나라를 방문해서(15%), 겸손/소탈/탈권위(14%), 천주교에 호감/천주교 신자라서(5%), 말과 행보에 공감(5%) 등 종교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보다는 주로 검소한 생활, 약자 보호, 사회 갈등 해소 등 교황의 평소 생활 모습이나 메시지를 더 많이 꼽았다. 교황에게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사람들(128명)은 절반 가까이가 종교가 다름/관심 없음(47%)을 꼽았고, 그 다음으로는 너무 신격화한다(5%), 천주교가 맘에 안든다(4%) 등의 이유를 들었다. 한국갤럽의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전국 만 19세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추출은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형식을 취했다.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로 응답률은 16%(총 통화 6,449명 중 1,004명 응답 완료)였다.

  • 종교
  • 위병기
  • 2014.08.13 23:02

전북서 순교한 시복 대상 24분은?

한국천주교 순교자 124위가 오는 16일 시복식을 통해 복자(福者)로 선포된다. 그중 전북에서 순교한 24위가 복자 품에 안긴다. 전라도 천주교회는 1801년 신유박해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으며, 이번에 시복된 전북 순교자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노론 벽파는 정조 사망 후 정조의 개혁정치를 주도했던 천주교와 연결된 남인 시파를 제거하기 위해 천주교에 대한 탄압을 대대적으로 단행했으며, 전라도에서 200여 명에 이르는 많은 신자들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4위가 순교한 곳은 숲정이가 가장 많고(김천애, 이순이, 유중성, 신태보, 이일언, 이태권, 정태봉, 김대권, 홍재영, 최조이, 이조이, 오종례), 전주감옥(유중철, 유문석, 이경언, 김조이, 심조이, 이봉금), 전주남문 밖(윤지충, 권상연, 유항검, 윤지헌), 김제동헌(한지흠), 고창 개갑장터(최여겸) 등이다. 전북지역 24위 복자 중에는 한국천주교 역사에 큰 점을 찍은 분들이 상당수 이른다. 124위의 대표 순교자로 복자에 오른 신해박해 때 첫 순교자가 된 윤지충과 호남의 사도유항검, 동정부부 유중철이순이가 그 대표적이다. 시복식을 앞두고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시복 시성주교특별위원회의 자료를 토대로 이들의 행적을 정리했다.△천주교 첫 순교자 윤지충이번 시복 대상에서 124위의 대표자로 이름을 올린 윤지충 바오르(1759~1791년)는 1791년 12월 8일 한국천주교회에서 첫 번째로 참수된 분이다. 전라도 진산 출신(1963년 전북에서 충남 금산으로 편입)으로, 1790년 모친상을 천주교식으로 치렀다가 체포돼 전주 남문 밖에서 참수형을 당했다. 그의 이종사촌인 권상연(1751~1791년, 야고보)도 함께 참수돼 이번에 시복됐다. 양반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1783년 고종사촌 정약용을 통해 천주교 신앙을 처음 접한 후 1787년 인척인 이승훈에게서 세례를 받았다. 어머니와 아우 지헌, 이종사촌 권상연에게도 교리를 가르치고 인척인 유항검과도 자주 왕래하면서 복음을 전파했다.1790년 베이징의 구베아 주교가 조선 교회에 제사 금지령을 내리자 윤지충은 권상연과 함께 집안에 있던 신주를 불살랐다. 이듬해 어머니가 세상을 뜨자 천주교 예절에 따라 장례를 치렀다. 어머니의 유언이기도 했다. 체포령을 피해 몸을 숨겼다가 숙부의 감금 소식을 듣고 자수했다. 윤지충은 진산 관아를 거쳐 전주 감영으로까지 이어진 설득과 회유, 문초에도 신앙을 굳게 지면서 교회나 교우들에게 해가 되는 말은 절대 입밖에 내지 않았다. 결국 조정의 사형 명령으로 1791년 12월 전주 남문 밖에서 권상연과 함께 처형됐다.△호남의 사도 유항검호남의 사도 유항검 아우구스티노(1756~1801)는 1784년 한국 천주교회 창설 직후 세례를 받아 전라도 최초의 신자가 됐다. 전라도 교회의 우두머리로 지목됐으나 끝내 자백하지 않고 처형됐다. 아들 중철문석(요한)도 순교했으며, 친척과 자신의 집에서 부리던 종들도 모두 전교 대상으로 삼았다.전주 초남(현 완주군 이서면 남계리)의 양반 집안 출신으로, 전주 땅의 상당 부분이 유항검 집안의 것이었다고 전해진다. 경기도 양근(현 양평 일대)에 살던 인척 권일신에게서 교리를 배우고 이승훈에게서 세례를 받은 뒤 고향으로 돌아가 복음을 전했다. 천주교 신자가 된 그에게는 빈부귀천이 없었다. 교회의 가르침을 실천하면서 모두에게 모범을 보였고 종들과 가난한 이웃을 불쌍히 여겨 아낌없이 재물을 나눠줬다고 한다.1790년 베이징의 구베아 주교가 조선 교회에 제사금지령을 내리자 신주를 땅에 묻고 제사를 지내지 않았다. 이종사촌 윤지충이 제사를 폐지한 죄로 체포되자 피신했다가 자수한 뒤 형식적으로 배교를 선언하고 석방됐다.유항검은 신유박해가 일어나자 전라도 교회의 우두머리로 지목돼 가장 먼저 검거됐다. 한양으로 압송돼 포도청과 형조, 의금부를 차례로 거치며 문초와 형벌을 받았다. 전주 남문 밖에서 능지처참형에 처해졌다.△동정녀 부부 유중철-이순이유항검의 아들 부부인 유중철 요한(1779~1801년)이순이 루갈다(1782~1802년)는 주문모 신부에게 동정 생활의 뜻을 전하고 결혼 뒤에도 오누이처럼 지냈다. 유중철이 아내에게 보낸 서한 중에 누이여, 천국에서 다시 만납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전주교구에서는 매년 가을 이들을 기리는 요안 루갈다제를 연다.유항검의 장남인 유중철은 전라도 신앙 공동체의 중심지가 된 집안의 영향으로 일찍 세례를 받고 신앙 속에서 자라났다. 16세가 되던 1795년 주문모 신부가 마을을 방문했을 때 동정 생활을 하겠다는 결심을 밝혔다. 2년 뒤 한양에 살던 이순이에게서 동정을 지키도록 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주 신부가 둘의 혼인을 주선했다.유중철과 이순이는 1798년 부모 앞에서 동정 서약을 하고 일생을 오누이처럼 살겠다고 다짐했다. 유중철은 동정 서약을 어길 마음이 생길 때마다 이순이와 함께 기도와 묵상으로 극복하면서 순교의 길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1801년 신유박해 때 체포돼 교수형에 처해졌다. 이순이는 한양의 양반 집안에서 어려서부터 신앙생활을 했다. 1801년 순교한 이경도와 1804년 순교한 이경언은 그녀와 남매간이다. 여자가 혼인을 하지 않고 살기가 어려웠던 당시 조선사회에서 그녀는 동정생활을 결심한 유중철과 배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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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4.08.12 23:02

최후의 승자

한 농부가 자신의 농장에 대나무를 심고 기다렸습니다. 첫 해는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둘째 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셋째, 넷째 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섯째 해가 되었을 때 대나무의 싹들이 지면을 뚫고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대나무는 순식간에 한 자가 넘게 자랐습니다. 불과 여섯 주 만에 대나무들은 15미터 이상 키가 자랐습니다. 농부가 심은 대나무는 중국 동부에 자라는 ‘모소’라는 품종입니다. ‘모소’의 뿌리는 싹을 내기 전에 사방 수십 미터까지 뻗어갑니다. 그래서 일단 싹을 틔우면 뿌리에서 보내 주는 거대한 양의 자양분 덕에 순식간에 키가 자라게 됩니다. 4년이라는 시간은 뿌리를 키우기 위한 준비 기간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나무는 위로 성장하기 전에 아래로 성장합니다. 뿌리를 깊이 내릴 줄 압니다. 4년 동안 자신을 감추되, 결코 서두르지 않습니다. 감추는 기간 동안 미래를 준비합니다. 뿌리를 튼튼히 하고 영양분을 공급합니다. 뿌리를 가꾸면서 때가 됐을 때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자신을 준비합니다.미국으로 이민 간 어떤 사람의 절절한 소원이 있었습니다. 최고급 벤츠 승용차와 다이아몬드가 박힌 롤렉스 시계를 차고 다니는 것입니다. 드디어 돈도 벌고 출세해서 벤츠 승용차를 타고 롤렉스 시계도 차게 됐습니다. 그래서 시계를 차고 차를 몰다가 그만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져 그 비싼 벤츠가 박살이 났습니다. 간신히 사고 차에서 기어 나온 사람이 울부짖기를 “내 벤츠, 내 벤츠…!”하더랍니다. 그 모습을 보던 구조대원이 어이가 없어서 한마디 쏴 붙였습니다. “아니 당신은 지금 이 판국에 벤츠가 문제입니까? 당신 팔뚝이 달아났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이쿠 내 아까운 롤렉스 시계! 그게 얼마짜린데!”하더랍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저마다 물질에, 권력에, 정욕에, 명예에, 인기에 목말라 있습니다. 그러나 인생의 헛된 목마름은 세상 그 무엇으로도 채워질 수 없습니다.우리가 살아가며 흔하게 범하는 잘못 중의 하나는 줏대 없이 사는 것입니다. 내 생각과 판단에 따라 살지 못하고 다른 이들의 장단에 내 삶을 맞추며 살아갑니다. 그 이유는 자기 잣대가 없기 때문입니다. 내 삶을 잴 수 있는 엄격하고 분명한 자기 잣대가 필요한데 대부분의 경우 다른 사람의 잣대로 자신의 삶을 재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내 삶을 맞추게 되고 그런 것이 쌓이다 보면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내 고유한 삶을 잃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1만 미터 상공에서 비행기가 고장이 났습니다. 다급해진 승무원들은 방송을 통해 모든 승객에게 위급상황을 알리고 재빨리 구호장비를 착용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기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갑작스러운 위급 상황에 대부분의 승객은 몹시 당황했고, 극심한 공포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한 할머니만 아무런 요동 없이 눈만 지그시 감고 있더랍니다. 마치 할머니는 공포나 두려움 따위는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비행기는 공항에 착륙했습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감에 오금을 저렸던 승객 하나가 이 할머니를 발견하고 냉큼 다가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할머니, 그렇게 위급한 상황에서 어쩜 그리도 차분하실 수 있나요?” 할머니의 대답은 간단하고도 의미심장했습니다. “난 두 딸이 있어요. 큰 딸은 2년 전에 죽었고, 둘째 딸은 이곳 텍사스에 살고 있지요. 저는 지금 둘째 딸을 만나러 텍사스에 온 거랍니다. 비행기가 고장 났다는 방송을 듣고 저는 이렇게 생각했지요. 만약 안전하게 착륙한다면 예정대로 둘째 딸을 만나러 가는 거고, 만에 하나 큰 사고라도 나면 먼저 하늘나라에 간 큰 딸을 만나러 가는 거라고요. 어차피 어느 쪽이든 사랑하는 내 딸들을 만나게 되는 거니까요.”최후의 승리를 얻을 수 있는 사람. 즉,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믿음의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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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8.12 23:02

교황 16일 광화문광장 시복식,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미사 형태로

오는 16일 교황 프란치스코의 주례로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시복식은 미사 형태로 진행된다.교황이 순교자의 땅을 직접 찾아 시복미사를 거행하는 아주 드문 일이다. 보통은 교황청 시성성 장관 추기경이 교황을 대신해 바티칸에서 주례한다. 이번 시복식은 한국 가톨릭교회가 사상 처음으로 자력으로 추진한 시복 작업의 성과라는 의미도 있다.미사가 시작되면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한 주교단이 중앙통로로 줄지어 입장한다. 교황과 공동 집전자인 염수정 추기경,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제대 앞에서 성호를 긋고 죄를 반성하는 참회 예식과 자비송을 바친 뒤 시복 예식에 들어간다. 순교자들을 복자로 선포하는 시복 예식은 시복미사의 핵심이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안명옥 주교와 124위 순교자 시복을 위한 로마 주재 청원인으로 일해 온 김종수 신부가 한국 천주교를 대표해시복 청원을 한다. 안 주교 등이 124위의 약전을 낭독하면 교황은 시복 선언을 한다. 이어 124위 복자화(福者畵) ‘새벽 빛을 여는 사람들’이 제막돼 모습을 드러낸다. 복자화는 가톨릭 미술작가 김형주 화백의 작품으로 가로 3m, 세로 2m의 유화로 그려졌다.시복 예식이 끝나면 통상적인 미사 순서대로 대영광송을 부르고 교황이 미사의 주제를 드러내는 본기도를 바친다. 성경을 읽고 신앙을 고백하는 ‘말씀 전례’에서는 구약성경, 신약성경, 복음서를 읽는다.복음 낭독이 끝나면 교황의 메시지인 강론이 이어진다. 이날 강론은 124위 순교자의 삶과 죽음이 갖는 의미와 오늘날 신자들이 본받을 것에 관한 내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강론을 마치면 가톨릭의 전통 기도인 사도신경을 바치며 신앙고백을 한 뒤 평화, 한국, 순교자들의 모범을 통한 복음화 등을 주제로 ‘신자들의 기도’(보편 지향 기도)를 올린다. 이어 최후의 만찬을 기념하고 예수의 몸을 나누는 성찬 전례를 한다. 이번 시복미사에서는 서울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면서 20년 동안 매일 첫 매상을 지구촌의 가난한 이웃을 위해 기부해 온 바리스타 가족이 빵과 포도주를 예물로 바친다.축성(祝聖), 경배에 이어 염 추기경이 라틴어로 ‘신앙의 신비여’를 노래하면 교황은 예수의 몸과 피를 받는 의미의 예식인 성체성사를 한다.영성체가 끝나면 교황과 염 추기경의 기도에 이어 교황이 신자들에게 하느님의 복을 빌어주고 시복미사를 모두 마치게 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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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14.08.06 23:02

인생 전차

미국 뉴올리언스에 가면 ‘욕망의 거리’라는 전차노선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처를 타고 가다가 문득 ‘이게 인생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인생이란 저마다 욕망의 전차를 타고 달리는 것이다. 욕망을 싣고 달리는 인생 전차의 종착점은 어디일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브레이크 없는 욕망열차를 타고 질주하고 있는가? 결국 사람들은 욕망의 열차를 타고 가다가 죽음이라는 묘지선을 갈아타겠지. 그리곤 지옥, 아니면 천국이라는 종착역에 도달하겠구나’하고 깨달은 사람이 바로 테네시 윌리엄스라는 사람입니다. 이후 윌리엄스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라는 희곡을 썼고, 이 작품은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윌리엄스는 플리처 상을, 주인공 비비안리는 아카데미·베니스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휩쓸게 됩니다. 인생은 ‘시간이라는 이름의 전차’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시간이라는 인생전차에 무엇인가를 싣고 달립니다.어떤 사람은 인생의 여러 문제에 이끌려 살아갑니다. 자나 깨나 문제를 가슴에 끌어안고 걱정하며 염려하며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어떤 사람들은 내가 무엇을 가질 것인가? 소유에 이끌려 살아갑니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가?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의견에 이끌려 살아갑니다. 어떤 사람들은 외모에 이끌려 어떻게 꾸밀까? 또 성형수술을 하고 집안을 가꾸고 무슨 옷을 입을까? 여기에 온갖 관심을 가지고 생의 모든 자원을 여기에 투자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한 부자 여인이 있었습니다. 심장마비로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수술도중에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 이제 제 인생의 마지막입니까?’묻자 하나님이 ‘아니다 40~50년은 더 살 것이다’. 수술 후에 깨어나니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이왕 병원에 입원한 김에 고치자! 얼굴을 팽팽하게 고치고 배에 지방을 빼고 눈을 키우고 코를 세우고 금발 머리카락을 심어서 아주 멋진 여인이 되어서 기분 좋게 병원 문을 박차고 달려 나오다가 달려오는 앰블런스에 치어서 죽었습니다. 그는 하나님에게 항의를 했습니다. ‘40~50년은 더 산다고 약속하지 않았습니까?’하자 하나님은 ‘너무 많이 뜯어 고쳐서 내가 못 알아봤다’.혹 어떤 사람들은 과거에 받은 상처를 싣고 상처에 이끌려 인생을 살아갑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내가 무슨 일을 할 것인가? 직업, 명예, 사회적 위치에 이끌려 인생을 살아갑니다.그러나 우리에게 시간이라는 인생 전차는 ‘우리의 목적’을 싣고 달려가게 하기 위함입니다. 신학자 더글라스 스티어는 신앙의 사람,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공통점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안전을 구하기보다는 진실을 구합니다. 환경이 달라지기를 구하지 않고 ‘어디서나 성실하게 살게 해 주십시오’ 그런 기도를 합니다. 역경을 자신의 삶으로, 은사로 받아들입니다.가장 강한 사람은 자신을 이기는 사람입니다. 자기욕망, 자기교만, 게으름을 이길 줄 아는 사람입니다. 또한 가장 큰 부자는 바로 자기 처지를 만족하게 여기는 사람, 어떤 처지에 있든지 그 속마음은 가진 것에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사람입니다.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불만과 원망으로 살아간다면 그 사람은 가난한 사람입니다. 만족과 감사에 부유함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품는 부유한 사람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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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8.05 23:02

연기와 혼돈: 자기형성과 자율

세상은 질서정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기괴한 혼돈의 세계다. 인간의 지적 능력으로는 어떤 것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인간의 인지 능력으로 보기에 세상은 혼돈의 세계일 뿐이다.뉴턴(Issac Newton, 1642-1727) 시대 이래로 과학자들은 우주를 기계장치의 일종으로 이해했다. ‘일정한 규칙에 따라 복잡하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주가 작동하는 법칙만 찾아낸다면, 미래는 예측할 수 있다고 믿었다. 정밀하게 측정하기만 한다면 예측할 수 없는 미래란 없어보였다. 모든 미래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었다.이러한 발상은 매우 위험했다. 예를 들어, 수학자가 자연계의 질서를 수리법칙으로 이해하고자 하나 사람의 죽음이나 정신, 생체, 지능 등 외부 자연현상과 내부 심리현상을 포함한 모든 것들을 수학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생물학자가 어떤 차별도 없는 단세포에서 온갖 차별을 가진 자연계의 다양한 것들로 변화한 것을 설명할 수 있을까. 뿐만 아니라 먼지가 날아가는 속도와 방향을 예측하는 것이나, 연기가 퍼져나가는 속도와 넓이 등을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부처님은 모든 것(諸法)이 스스로의 작용력에 의해 자율적으로 ‘형성(行)’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것을 ‘연기’라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작용력이 발생하는 원인은 인간의 인지능력으로 파악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명’이라고 했다. 이것을 두고 현대 과학에서는 ‘자율형성’과 ‘혼돈(Chaos)’이라고 하는 것 같다. 혼돈은 단순히 ‘복잡하다’는 개념이 아니라, 어떤 것이 외부의 개입 없이 예측불허의 상태로 변하는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Lorenz, 1917-2008)도 자연(우주)을 기계장치 또는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으로 보았다. 따라서 충분히 고려하기만 한다면 자연현상 쯤은 언제나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검토하고 내린 기상예측은 번번히 불확실한 것들 뿐이었다. 로렌츠는 이를 두고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고 했다. ‘브라질의 숲 속에 있는 나비가 날개짓을 하면 그것이 텍사스의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했다.예측 불가능한 것들에 대한 문제제기는 수 없이 많다. 끝없이 증가할 것만 같던 인구문제가 자율조절 작용으로 증감을 반복하고, 초원의 동물 개체수도 외부의 작동이나 개입 등 특별한 이유없이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연계에는 증시의 요동이나 민심의 이동 등 ‘예측 불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이것 말고는 진실이라고 할 게 없어 보인다. 자연계의 자율형성 능력에 따라 그리고 나비효과의 혼돈적 결과로, 자연은 예측불가능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혼돈’ 작용은 자율형성력에 의한 생성·변화·소멸하는 것으로 인간의 인지 능력 범위를 벗어난 것들이다. 모든 것들은 간단한 수리방식에 의해 좌우되지 않으며, 대신 많은 요인들이 동시에 관계를 맺으면서 ‘나비효과’가 되어 중복과 증폭의 과정을 거치면서 예측 불가능한 상태로 변하고 만다. 이를 두고 ‘질서’와 ‘무질서’가 동일한 수리등식에 공존한다고 한다.아무리 복잡한 시스템이라고 하더라고 예외 없이 단순한 규칙에 기반한다는 것은 만물에 적용된다. 예를 들어, 새떼가 날아가는 것도 단순한 것 같지만 실은 그 가운데 복잡한 질서가 내재하고 있다. 그리고 새떼가 날아갈 때 그 방향이나 속도, 높이 등은 늘 우리의 예측을 벗어난 것들이다. 새떼가 날아가는 것은 동일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결코 동일하게 반응하지 않으며, 완전하게 동일한 상황을 재연할 수도 없다. 꽃이 피는 것도, 사막의 모레 언덕이 형성되는 것도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불가능한 것들뿐이다.대안은 자율형성 뿐이다. 이를 두고 불교에서는 ‘의지(行)’라고 조망한다. 무의식적인 단순 규칙이 의식적 사고 없이 놀랍도록 복잡한 시스템을 창출하는 힘을 갖고 있는 것이다. 우주의 복잡함이나 마음의 섬세함 등 모든 것(諸法)은 자기형성 체계에 따라 존재한다. 이러한 것들을 우리는 ‘연기(緣起)’, ‘혼돈(Chaos·카오스)’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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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7.29 23:02

교황 방한때 세계 주교 90명 동행 내달 14~18일…23개국 내외신 기자 2800여명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내달 14일부터 18일로 확정된 가운데, 이 기간중 수행단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90여 명의 주교가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박근혜 대통령은 28일부터 청와대 관저에서 여름휴가를 갖지만, 청와대는 교황의 방한 준비에 분주한 분위기다. 정상회담 준비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엄청난 행사이기 때문이다. 교황 방한행사 취재 신청을 받은 결과, 23개국의 내외신 기자가 무려 2800여 명이나 등록할 만큼 폭발적인 관심사다.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방준위)는 28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 정례 브리핑을 열고 교황 수행단 30여 명과 아시아 각국의 주교 60여 명 등 90여 명의 주교가 방한 행사에 참석한다고 밝혔다.교황 수행단에는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인류복음화성 장관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 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의장 스타니스와프 리우코 추기경 등이 포함됐으며 교황의 아시아 첫 방문의 의미에 맞게 아시아 각국의 주교들도 대거 방한할 예정이다.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의장 오스왈도 그라시아스 추기경을 비롯해 일본미얀마필리핀몽골라오스 등의 주교들도 한국을 방문하며, 일본의 경우 주교단 15명이 방한한다.교황 프란치스코가 추기경 시절 인연을 맺은 아르헨티나 산 마르틴 교구 문한림 주교와 염수정 추기경과 같은 날 추기경에 서임된 부르키나파소 와가두구대교구 필립페 웨드라고 추기경도 방한 행사에 초청됐다.이들 주교는 아시아 가톨릭청년대회, 교황과 아시아 주교들의 만남,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등 주요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교황방한준비위는 브리핑에서 교황을 비롯한 참석자들의 안전을 위해 의료안전대책을 세우고 각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청소방방재청보건복지부와 합동지원 체제를 위한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서울 광화문광장과 대전월드컵경기장, 솔뫼성지, 해미읍성 등 각 행사장에도 의료진을 배치하고 응급의료소를 설치한다. 특히 교황과 수행원에 대한 의료 지원을 위해 의료인력 2개조 30명이 방한기간 내내 24시간 비상 대기한다.방준위는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8월16일 시복미사 때 제단을 광화문과 경복궁 쪽인 광장 북단에 설치해 세계인들이 서울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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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14.07.29 23:02

내 삶의 발자국

일본 에모토 마사로 교수가 쓴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을 봅시다. 이 분은 한평생 온 세계, 각 지방 물만 연구한 사람입니다. 특별한 것은 물의 입자를 사진으로 찍고 현미경으로 확대했는데 근본입자가 에머랄드색의 꽃처름 아름답고 화려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물을 앞에 놓고 ‘사랑한다 감사하다 고맙다’ 등 애정표현을 하면 파동이 전달되면서 물색이 예뻐지고 여기에 원망, 불평, 욕 등 화내고 미워하면 색깔이 당장 빨강색으로 깨지며 물이 사람 마음의 파동을 읽고 자체의 변화를 일으킨다는 내용입니다. 이 책에 보면 어느 도시 안에 있는 호수가 잘못 관리돼 물이 썩어 물고기가 살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한번은 호숫가 옆 큰 야외 음악당에서 유명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통해 수많은 사람이 감동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행사가 있은 뒤 그 호수의 물이 살아나고 물고기가 살 수 있었다는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매체에서는 정수기 광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물을 대할 때 어떤 마음을 갖느냐가 중요합니다. 물의 정수는 필터가 아니라 우리 마음에서 됩니다. 물질적 가치보다 영적 가치가 더욱 귀한 것을 깨닫고 이기주의적인 삶에서 이타주의의 사람으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욱 소중하고 육신적 가치보다 영적인 가치가 본질적으로 추구할 가치입니다. 이는 바로 내적인 자기 변화 없이는 외적 변화를 기대할 수 없음을 생각하게 합니다. 종교인의 생활이 여기에 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긍정적인 생각으로 변하고, 소극적인 사고가 적극적인 사고로 변하며, 불평불만의 언어가 감사와 기쁨의 언어로 변하고 혐오감이 있는 행동이 고상하고 아름다운 행동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내부의 정화작용입니다. 마음이 바뀌면 행동이 바뀝니다.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결정됩니다. 그와 같은 행동이 반복되면 그 행동에 따른 습관이 생깁니다. 한번 습관이 생기면 그 습관은 그 사람의 성격과 생활을 지배합니다. 적극적인 생각을 하면 적극적인 행동을 하게 되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부정적인 행동을 하게 됩니다.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면 끊임없이 비판적인 행동으로 살아가고 감사의 생각을 가지면 항상 감사가 넘치는 생활을 하게 됩니다. 불평불만의 생각을 가지고 보면 항상 불평불만할 것만 보이고 일생을 그렇게 살아가게 됩니다. 일본의 미우라 이야꼬 소설 <빙점>의 마지막 대목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어느날 우연히 자기가 사생아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은 주인공은 자기를 낳은 어머니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게 됩니다. 급기야 자신의 출생을 비관하며 삶의 의욕을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추운 어느 겨울날 눈 덮인 언덕길을 오릅니다. 높은 언덕에 오른 주인공은 하얀 눈길 위에 남겨진 자신이 걸어온 지상에서의 마지막 발자국을 바라봅니다. 순간 너무나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분명히 자신은 똑바로 앞만 보고 걸어왔는데 눈길위에 남겨진 발자국은 술 취한 듯 비틀거리며 찍혀 있었습니다. 자신의 모습과 상반되게 남겨진 발자국을 본 주인공은 그동안 어머니를 용서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나는 옳다고 생각하며 걸어온 날을 돌아보면 비뚤어진 흔적을 남기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의롭다고 생각했던 날은 오히려 불의한 날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지금까지 지나온 삶의 발자취를 돌아보면 아쉬움과 뉘우침이 앞섭니다. 교만과 시기와 질투와 게으름과 남을 비판하고 정죄하며 비뚤어지고 흐트러진 발자국을 남기면서도 마냥 자신이 걷는 길이 바르고 옳다고 생각합니다. 전반기 6개월을 살아온 이즈음에 다시 자신을 조용히 돌아보며 새로운 다짐을 해봅시다. 더 사랑하고 이해하고 관용하고 용서하며 살아가는 삶의 발자국을 찍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남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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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7.22 23:02

나무의 지혜

근대 프랑스가 낳은 가장 위대한 수도자였던 샤를 드 푸코는 1858년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크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 프랑스는 가톨릭 국가였기에 그 역시 태어나면서부터 신자였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여의면서 그는 신앙의 길을 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육군 사관학교에 입학, 장교가 되는데 상관의 명령에 따라 반란군의 심장을 겨누어 총을 쏘면서 그는 인생에 대해 큰 회의를 느낍니다.그는 학자로서 모로코를 탐험하던 중, 그곳의 이슬람교도들의 깊은 신앙의 모습을 보며 자신도 다시 하나님께로 시선을 돌리고 신앙을 다지게 됩니다.당시 세상에서 가장 버림받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여겨지던 아프리카 사하라의 베니아스로 들어가 1916년 12월 토착민이 쏜 총에 맞아 숨질 때까지 15년 동안 그곳에서 원주민들과 더불어 살면서 그들에게 복음을 전했습니다.어느 날 푸코는 나무를 보면서 깊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나무는 떨어지는 자신의 잎이나 부서져 나가는 가지에 대해 아무런 염려를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떨어지지 못하도록 기를 쓰거나, 떨어지는 것을 잡으려고 안달하지도 않았습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그저 의연할 뿐이었습니다.그는 신앙인이 떨어져 나가는 재물이나 건강 또는 생명 때문에 염려하고 절망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하찮은 나무보다도 더 못한 존재로 전락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절대자를 믿으며 어떤 상황 속에서도 근심하거나 탄식하지 않게 되었습니다.오늘날 우리는 얼마나 쉽게 절대자를 믿는다고 말할지, 정말로 믿음이 있는지 돌아보아 올바른 신앙생활을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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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7.1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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