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등 실화, 처벌해야 하나
【주제 다가서기】 얼마 전 호기심에 날린 풍등으로 인해 저유소의 휘발유탱크가 폭발하는 큰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은 CCTV를 확인해 풍등을 날린 외국인 노동자를 찾아내 중실화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이에 대해 안전관리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풍등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난이 일었다.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아 결국 혐의자를 석방하였지만, 이 사건을 통해 의도하지 않은 행위에 대한 처벌 문제가 이슈로 등장했다. 동기와 결과 중 어느 쪽이 중요한가에 대한 논쟁은 결과주의 윤리와 의무론적 윤리간의 논쟁으로 볼 수 있다. 사건을 바라보는 정당한 관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관련 교과와 단원】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결과론적 윤리와 의무론적 윤리 -고등학교 생활과 윤리, 다문화 사회의 윤리 【신문 읽고 생각하기】 읽기자료1 풍등 날리다가 고양 저유소 화재 피의자 긴급체포 17시간에 걸친 화재로 기름 260만ℓ를 연소시킨 경기 고양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고양 저유소)에서 발생한 휘발유 탱크 폭발 화재 사건의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고양경찰서는 중실화 혐의로 스리랑카 국적 노동자 ㄱ씨(27)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8일 밝혔다. ㄱ씨는 풍등을 날리는 과정에서 화재를 유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풍등은 등 안에 고체 연료로 불을 붙여 뜨거운 공기를 이용해 하늘로 날리는 소형 열기구다. 경찰 조사에서 고양 저유소 인근 강매터널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ㄱ씨가 날린 풍등이 저유소 잔디밭에 떨어지면서 불이 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 불씨가 저유탱크 유증 환기구를 통해 탱크 내부로 옮겨 붙으면서 불이나 폭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공사장과 저유소 사이 거리는 1㎞ 이내로 전해졌다. 경찰은 저유소 근처 폐쇄회로(CC)TV 분석 과정에서 이같은 정황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ㄱ씨는 풍등을 날린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불이 난 경위에 대해 상당 부분 분석을 마친 상태로, 9일 브리핑을 열고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설명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ㄱ씨가 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풍등을 날렸는데, 유류 저장소 근처 잔디밭에 떨어져 불이 붙은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이날 오후 4시30분쯤 근무지에서 일하고 있던 ㄱ씨를 긴급체포했다고 말했다. (중략) 불은 17시간만인 8일 오전 3시58분쯤 완전히 꺼졌다. 총 180만ℓ의 기름이 다른 탱크로 옮겨졌고, 260만ℓ는 연소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저유소에서 약 25㎞ 떨어진 서울 잠실 등에서도 검은 연기 기둥이 관측될 정도로 불길이 거세 인근 주민들은 휴일에 불안에 떨어야 했다.(경향신문 2018.10.9.10면) 1. ㄱ씨가 한 행위는 무엇인가요? 2. 일어난 사건을 간략해서 정리해보세요. 3. 화재로 발생한 피해는 무엇인가요? 읽기자료2 하필 스리랑카인이라서 스물일곱 살 스리랑카인 A씨가 한국의 터널 공사장에서 일하다 풍등을 주운 건 일요일이던 7일 오전이었다. 전날 인근 초등학교 아버지 캠프에서 날린 풍등 80개 중 2개가 하필 공사장에 떨어졌던 게다. 쉬는 시간이던 오전 10시32분, A씨는 풍등에 불을 붙였다. 풍등은 어어하는 사이 바람에 날아가 버렸다. 근무 중이라 한눈 팔 시간은 길지 않았을 터. 다시 현장으로 돌아갔다. A씨는 비전문취업(E-9) 비자로 입국했다. 근로자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단순노무직으로 취업할 수 있는 비자다. 법무부는 스리랑카를 포함, 협약을 맺은 16개국에 인원을 할당한다. 일단 취업하면 사업장 폐업 등 극단적 경우 외엔 이직할 수 없다. 한 곳에서 꾸준히 일해야 비자 연장도 수월하다. 회사에 운명이 묶인 A씨에게 주말 근무는 당연한 일상일 거다. 풍등은 공명등(孔明燈)이라고도 한다. 적에게 포위된 제갈공명이 바람을 계산해 구조 요청을 쓴 풍등을 날려 곤경에서 벗어난 데서 유래했다. 오늘날엔 소원과 복을 비는 용도로 날린다. 어느 초등학생과 아버지의 소원에 A씨의 소원을 덤으로 담은 풍등은 하필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고양저유소 옆 잔디밭에 떨어졌다. 잔디밭에 옮겨붙은 불꽃이 유증기 환기구로 빨려 들어가면서 폭발한 건 10시54분. 그때까지 누구도 불이 난 걸 몰랐다. 주변엔 화재 감지 센서도 없었다. 17시간 동안 휘발유 226만3000L가 탔다. 핵미사일이나 장사정포 없이 그저 풍등 몇 개면 남한을 마비시킬 수 있으리라는 엄청난 국가 기밀이 드러났다. (중략) A씨가 한국인이거나 선진국 국민이었어도 같은 취급을 당했을까. 아버지 캠프가 열리던 날 풍등이 저유소가 아닌 공사장으로 날아간 건 누군가 제갈공명처럼 바람을 기막히게 계산해서가 아니라 그저 운이 좋아서 아닌가. 범인은 스리랑카인이라며 약소국민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고 국가와 시스템의 더 큰 책임을 가리려 하지 말라. 우리의 허술함을 일깨워준 A씨에게 훈장을 줘도 모자랄 판에. .. (중앙일보 2018.10.11.30면) 1. 풍등을 날린 세 사람을 찾아보세요. 2. 세 사람이 풍등을 날린 결과를 각각 진술하시오. 3. 필자는 왜 A씨에게 훈장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4. 똑같은 행위는 똑같이 처벌하거나 대우해야 하나요? 5. 결과가 다르면 다르게 대우해야 하나요? 1번 답-①스리랑카인 노동자 ②초등학교 행사 참여 아버지 ③제갈공명 읽기자료3 결과론적 윤리와 의무론적 윤리 결과론적 윤리는 행위의 옳고 그름이 그 행위를 수행함으로써 발생하는 결과에 의존하며, 올바른 행위란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행위라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결과론적 윤리에서는 행위의 가치가 결정되어 있지 않으며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도덕적 문제 상황은 다양하기 때문에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행위도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행위 자체는 어떤 본질적 가치를 갖지 않으며, 단지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가질 뿐이다. 공리주의는 대표적인 결과주의 윤리이다. 의무론적 윤리는 우리가 마땅히 지켜야 할 도덕법칙이 있고, 그 도덕법칙에 의해서 행위의 옳고 그름이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의무론적 윤리에서는 행위의 결과보다 행위의 종류를 중시한다. 만약 어떤 행위가 마땅히 행해야 할 의무의 종류에 속한다면 그 행위는 옳다. 반면 어떤 행위가 하지 말아야 할 의무의 종류에 속한다면 그 행위는 결과에 상관없이 그른 것이 된다. 예를 들어 거짓말을 하거나 약속을 어기는 것은 옳지 않은 종류의 행위이므로, 아무리 좋은 목적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칸트는 대표적인 의무론자이다. (미래앤,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176면, 186면 발췌) 【생각키우기】 -풍등을 날린 스리랑카인을 처벌해야 할지를 결과론적 윤리와 의무론적 윤리에 관련지어 의견을 쓰시오. 【참고도서】 철학, 역사를 만나다. 안광복 저. 역사와 철학의 성공적인 융합을 이뤄냈다는 평을 받으며 주요 추천도서로 선정됐다. 공리주의와 칸트의 의무론도 역사적인 사례와 연결지어 설명해주고 있어 이해가 편안하다. 철학이 탄생하는 시대의 세계사적 장면들을 포착해서 그 철학과 사상이 어떤 역사적 배경에서 싹텄는지 설명한다. 철학과 역사를 단편적으로 나열하지 않고, 하나의 흐름 안에서 소개해준다. 지식과 더불어 통찰의 힘을 기르게 해줄 것이다.(yes 24 소개 참조)
【학생글】 중실화 처벌은 부당하다. 하연수 (정읍여고 2년) 2018년 10월 7일, 고양 저유소에서 화재 사건이 발생하였다. 화재의 원인은 근처 공사장에서 일하던 스리랑카 인이 날린 풍등 때문이었다. 풍등은 전날 인근의 초등학교 행사에서 날아온 것이었는데, 이 스리랑카 인이 호기심에 불을 붙여 날렸다가 큰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스리랑카 인을 긴급 체포하여 조사를 한 후에 그에게 중실화 혐의를 적용해 구속 영장을 신청하였다. 그러나 영장은 반려되었고, 스리랑카 인은 48시간 만에 풀려나게 되었다. 칸트는 의무론적 윤리 사상을 발전시켰다. 의무론적 윤리란 행위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그 동기에 의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윤리 이론이다. 칸트는 행위의 결과는 우리의 의도를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에 전적인 책임을 질 수 없고, 오직 의지만이 전적인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말한다. 칸트의 입장에서 이 사건을 보았을 때, 나는 스리랑카 인에 대한 처벌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이유는 그가 풍등을 날린 동기가 악하지 않다는 것이다. 칸트는 도덕적 행위를 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동기가 도덕 법칙에 일치하는 행위라고 보았다. 스리랑카 인이 풍등을 날린 것은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고, 그 호기심이 도덕 법칙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스리랑카 인을 처벌해서는 안 되는 두 번째 이유는 형평성의 문제이다. 그는 단지 풍등을 날렸을 뿐이다. 초등학교에서 공사장으로 날아온 풍등을 날린 사람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풍등을 날린 사람을 처벌하려면 초등학교 행사에서 풍등을 날린 사람들도 똑같이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은 걸 봤을 때,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편견이 작용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이 사건의 주인공이 힘없는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라 선진국에서 온 사람이었어도 이러한 결과가 나왔을까? 물론 결과로만 본다면 스리랑카 인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므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를 보고 그 행위를 판단하는 것이 과연 정당할까? 좋은 의도로 한 행위가 나쁜 결과를 일으켰다고 나쁜 행위라고 말하는 것은 부당하다. 또한 나쁜 의도를 가지고 행동했는데 결과가 좋다는 이유로 그 행위를 선하다고 보는 것도 부당하다. 결국 행위를 판단하는데 있어서는 동기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동기를 고려하지 않고 오직 결과에 의해서만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러므로 스리랑카 인에게 중실화 혐의로 처벌하려한 것은 옳지 않다. / 하연수 (정읍여고 2년) 피해를 일으킨 행위는 처벌해야 한다. 권의빈 (정읍여고 2년) 고양 저유소 인근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가 호기심에서 날린 풍등이 큰 화재를 일으켰다. 잔디밭에 떨어진 불씨가 저유탱크로 옮겨 붙어 폭발사고가 일어났고, 휘발유 약 260만 리터가 연소되어 43억 원 이상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국가기반시설이 화재 안전장치도 없이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걱정이 든다. 관리의 책임을 물어 마땅한 처벌이 내려질 것이다. 하지만 풍등을 날린 스리랑카 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벌해야 할까? 의견은 두 가지로 갈렸다. 단지 호기심에서 한 일인데 책임을 그에게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과, 막대한 피해와 위험을 일으킨 죄를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나는 이 사람에게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위험을 일으킨 행위에 대해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단지 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풍등을 날렸지만, 결국 그 일로 인해 불이 일어났고, 국가자원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43억 여 원의 재산 피해를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그가 날린 풍등이 우리나라에서 얻을 수 있었던 막대한 행복과 혜택을 빼앗아 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결과보다 동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그가 불을 낼 의도가 없었으므로 잘못이 없다고 말한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의도와 결과 중 무엇을 중시하는가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A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만 시험점수가 나쁘다. A의 엄마는 괜찮다고 다독이지만 A는 자꾸 시험점수를 떠올리게 된다. 이런 경험을 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A는 왜 자꾸 시험점수를 떠올렸을까? 시험점수를 높이고자 의도했지만, 나쁜 점수라는 결과를 중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어떤 행위를 할 때 의도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 사건도 결과가 중대하기 때문에 결과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불을 낸 그 사람이 어떤 처벌을 받을지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경찰은 그에게 중실화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두 번이나 반려 당했고, 결국 그는 긴급체포 48시간 만에 석방되었다. 석방되었다고 해서 죄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중실화 혐의의 적용이 어렵다는 것일 뿐이다. 그는 풍등을 날렸고, 그가 날린 풍등이 화재를 일으켰다. 그리고 막대한 피해라는 결과를 일으킨 원인은 그에게 있다. 또한 그가 한 행위로 인해 우리 사회가 누려야 할 혜택과 이익을 빼앗겼다. 다른 사람을 해친 행위는 처벌되어야 한다. 막대한 피해를 일으켜 다른 사람의 행복과 이익을 빼앗은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아주 정당한 일이다. / 권의빈 (정읍여고 2년)
/제작=이춘주 (정읍여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