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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숙 첫 시집 '그 잠 곁을 돌아 나왔다' 출간

이정숙 시인의 첫 시집 <그 잠 곁을 돌아 나왔다>(도서출판 애지)가 애지시선 시리즈 130번째 책으로 출간됐다. 그의 시는 철저히 ‘구체적 체험’ 위에 세워져 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만난 대상에게, 때로는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질문은 단순한 내면의 독백이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삶이란 무엇인가’를 함께 성찰하게 만드는 통로다. 그는 개인적 아픔을 보편적 정서로 승화시키며, 고통과 죽음조차 '맑고 아름다운 외피'로 감싸는 독창적 시 세계를 펼친다. 추상적 사유를 구체적 이미지로 형상화하면서도, 시적 긴장을 잃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세상 뜬 영감님 만나 겸상이라도 한 듯/ 벌어진 입가가 달차근한/ 근심없는 저 표정을 흔들 수 없다/ 저 푸성귀 몇/ 돈 바꾸어 무엇을 하고 싶었을까/ 죽을 복이라도 잘 타서/ 아무 날 아무 시/ 경로당 마실 가듯 까무룩 잠들어 떠나고 싶다던/ 그녀의 곤한 잠 곁을/ 나는 까치발로 돌아 나왔다"(‘그 잠 곁을 돌아 나왔다’ 중) 표제작 ‘그 잠 곁을 돌아 나왔다’에서 노점 좌판 앞에서 졸고 있는 노인을 깨우지 않고 돌아 나오는 장면을 통해 타인의 삶을 향한 따뜻한 연민을 그린다. 당장의 거래보다, 잠들어 있는 인간의 피로와 생을 존중하는 마음이 더 크다는 듯이. 이정숙의 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시인은 주관적 감정을 배제하고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시적, 미학적 거리를 유지하며 독자에게 그 답을 얻도록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타인의 삶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을 깊이 들여다보는 ‘사유의 예의’가 깃든 문장들이다. 또 다른 작품 ‘적화’에서는 복숭아나무 꽃을 솎으며 “나는 무슨 자격으로 꽃을 따내고 있을까”라고 묻는다. 이 질문은 사적 체험에서 시작해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존재의 근원으로 확장되며, 개인의 윤리에서 생명의 보편성으로 나아간다. 이렇듯 그의 시 세계는 이름과 존재, 사물의 관계를 탐구하며 ‘나’를 넘어 공동체적 자아로 확장된다. 복효근 시인은 해설을 통해 “이정숙 시인의 시는 어렵지 아니하면서도 순도 높은 진정성을 품고 있다”며 “시인은 특수한 개인의 경험을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으로 이어놓는 내공이 탁월하다. 뛰어난 직관으로 사물과 사건에서 시적 모티프를 발견하고 그것을 압축된 작은 서사로 구축하고 있다”고 평했다. 한편, 남원용북중학교와 남원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이정숙 시인은 지난 2020년 월간 모던포엠으로 등단했으며, 제14회 행주문학상 시 부문에서 ‘양간지풍’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 남원
  • 신기철
  • 2025.10.29 18:36

덕암 이용엽, ‘한국서화사에서 묻혀진 이계 신공제의 고찰’ 출간

조선 전기, 당대 최고의 서예가로 평가받았지만 오늘날에는 거의 잊혀진 문신(文臣)이 있다. 바로 이계(伊溪) 신공제(申公濟·1450~1522)다. 이용엽 진안역사박물관 운영위원장이 최근 펴낸 <한국서화사에서 묻혀진 이계 신공제의 고찰>(신아출판사)은 그의 생애와 예술세계를 체계적으로 복원하고, 서예사적 업적을 새롭게 조명한 연구서다. 저자는 오랜 기간 한국 서화사와 조선 전기 문인서예의 흐름을 탐구해온 연구자다. 이번 저서에서는 특히 신공제가 집자·간행한 것으로 알려진 <해동명적(海東名蹟)>을 중심으로 한국 서예사의 주요 전통과 명적(名蹟)들의 서풍을 비교·분석하며, 조선 서예의 형성과 전개를 새롭게 해석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이계 신공제의 해동명적과 한국서화사의 고찰’에서는 신공제의 생애와 서예적 업적을 다루며, 그가 활동하던 시대의 문화적 배경을 세밀히 추적한다. ‘당대 최고의 서예가로 평가받은 신공제’로부터 시작해, <해동명적>에 수록된 문종대왕·성종대왕·최치원·김생·신덕리·신장 등의 서첩을 원문과 번역문을 통해 분석했다. 이어 ‘온진정 중건기’와 ‘신도비명’을 중심으로 그의 문학적 필치와 예서·초서의 미적 균형감도 구체적으로 조명한다. 2부 ‘정부인 순창설씨의 역사적 고찰’은 신공제의 배우자이자 조선 전기 여성 문인으로 기록된 정부인 순창설씨(淳昌薛氏)를 다룬다. 『권선문첩(勸善文帖)』의 서화에 담긴 여성의 예학적 전통과 조선 여성 교화의 문화사적 의미를 탐구했다. 설씨 부인은 신공제와 교유한 문인층뿐 아니라 후대 여성 예술가들에게도 영향을 끼친 인물로, 저자는 승례문 편액(承禮門 扁額)에 드러난 그녀의 서예 감각과 신덕리·임명대군·유진동 등 동시대 문인들과의 교류 속에서 그녀의 위상을 재조명한다. 3부 ‘고령신씨 가문의 글과 그림’에서는 신공제의 후손인 신윤복(申潤福)과 신경준(申景濬)으로 이어지는 고령신씨 가문의 예술적 전통을 탐색한다. 특히 ‘신윤복 도록(畫譜)’을 중심으로 그의 회화세계를 재조명하며, 가계(家系)와 화풍(畵風), 대표작의 출처, 묘소 등과 관련된 체계적 연구를 덧붙였다. 이 책은 단순한 서예가의 평전이 아니다. 서화사 속에서 소외된 한 문신과 그 가족이 남긴 기록을 통해, 조선 중기 예학·문학·예술의 교차점을 읽어내려는 학문적 시도다. 이용엽 위원장은 “이계 신공제는 지역에서도, 가문 내에서도 충분히 조명되지 못한 인물이라 ‘신공제 신도비명’과 ‘해동명적’의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며 “신공제는 조선 서예사에서 『해동명적』을 편찬한 문인으로, 그 안에는 서풍의 변천과 미학의 자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책이 완성되기까지 전국을 돌며 자료를 수집하고, 경기도 이계 선생 묘역까지 찾아가 이장 작업을 함께해주신 신방수 회장님 등 문화재 보존에 헌신한 분들의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10.29 18:03

김수예 시인, 시집 '오아시스는 멀리에 있어' 발간

김수예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오아시스는 멀리에 있어>(달아실)를 펴냈다. 시집은 ‘1부, 흰 그림자를 물고’와 더불어 ‘2부, 모래 몰래’, ‘3부, 일월화수목금토’, ‘4부, 섬은 섬을 향한다’ 등 총 4부로 구성돼, 존재가 존재하는 방식에 대해 줄곧 바라본다. “잔에 김이 오른다/ 잠시 비는 멎고/ 커피가 식어가고/ 휘청거리는 대기에/ 둥둥 떠내려가는 발걸음/ 뒤꿈치는 쩍쩍 갈라져/ 야자수가 부풀었다 홀쭉해진다/ 오아시스는 멀리에 있어서 오아시스/ 초여름 눈빛은 휘지 않아/ 서로 물들어가는 중/ 얹혔던 속이 턱,/ 초목이 한숨을 뿜는다/ 폐부 깊숙이 더운 숨에/ 뭉근히 번져가는 흙내”(시 ‘입김’ 전문) 이처럼 김 시인은 멀리 있는 것들을 손끝과 몸의 감각으로 불러내, 촉각-기억의 시학으로 풀어내는 시인이다. 그는 대상을 만지고 감각하며, 그 가정에서 흘러나오는 기억과 관계의 깊이를 탐구한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첫 시집까지 가는 길은 가파른 오르막이었다. 등단이 늦은 만큼, 조급했었던 것 같다”라며 “‘시다움’이라는 주소를 들고 시의 집을 찾아가는 길은 힘겹고도 짜릿했다. 매 순간 절망하고, 매일매일 무릎을 꺾곤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번째 시집에 다다라서는 ‘시’와 소통하기 시작한 것 같다”며 “불도저의 시동을 끄고 내려와 가래로 흙을 고르기 시작한 듯, 시의 눈과 배를 맞추고자 손발은 헐렁거렸다”고 덧붙였다. 목포에서 나고 인천에서 자란 시인은 현재 전주에서 시를 읽고 쓰며 살고 있다. 그는 문학매거진<포엠포엠>으로 등단해, 저서로는 미디어콘텐츠북 <목소리가 얼굴에게>, 시집 <피어나 블루블루>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10.29 18:03

제4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31일부터 부산광역시 일원서 개최

제4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가 오는 31일부터 부산광역시 일원에서 열린다. 전북자치도장애인체육회는 지난 22일 전북여성가족재단 대강당에서 열린 결단식에서 필승을 다짐했다. 전북자치도선수단은 31개 개최종목 중 26개 종목에 500명(선수 307명, 임원 및 관계자 193명)이 출전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전북자치도 소속 국가대표 사이클 이도연, 김용기 선수의 대회 3관왕과 탁구 이근우, 태권도 이동호·이수빈, 보치아 김연하, 펜싱 류은환, 론볼 은해숙, 승마 김나영 선수의 입상이 기대된다. 육상 트랙에 임진홍 선수의 5년 연속 3관왕과 신기록 수립과 한국신기록 2개를 보유한 육상 필드 문지경 선수, 사이클 석호진·이민주·김윤공, 수영 최은지 선수의 다관왕 수립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전북자치도장애인체육회장인 김관영 도지사는 “무더웠던 날씨 등 힘겨운 훈련을 이겨내며 대회를 위해 최선을 다해준 선수 여러분이 자랑스럽다”며 “지도자와 가족, 대회를 준비하는 장애인선수들의 뜨거운 열정의 모습을 통해 2036년 하계패럴림픽 우리 지역 유치에 자신감과 더 넓은 무대, 보다 많은 기회를 드려야겠다는 사명감이 든다”고 선수단을 격려했다.

  • 스포츠일반
  • 오세림
  • 2025.10.29 18:03

역사 속 선자청 동화로 깨어나다⋯이경옥 작가, '바람을 만드는 아이들'

조선 시대, 더운 여름을 식혀주던 ‘에어컨 공장’이 있었다. 바로 부채를 만들던 관청, 선자청(扇子廳)이다. 이경옥 작가가 펴낸 신작 동화 <바람을 만드는 아이들>(고래책빵)은 신분과 성별의 벽을 넘어 부채를 만들던 한 여자아이의 성장담을 통해 ‘승리보다 중요한 행복’을 이야기한다. 주인공 달래는 전염병으로 동생을 잃고 생계를 위해 부채를 만들던 아버지를 도우며 살아간다. 어느 날 전라감영의 선자청에서 심부름꾼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하지만, “계집애는 관청에 들이지 않는다”는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힌다. 달래는 뜻을 꺾지 않고 친구 만복이와 함께 선자청으로 향하고, 우여곡절 끝에 그곳의 첫 여자 일꾼으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선자청은 달래에게 녹록지 않다. 부당한 대우와 조롱 속에서도 부채 만드는 기술을 익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늘 무시당한다. 결국 달래는 살아남기 위해 경쟁과 타협의 길을 택하지만, 그 선택이 가까운 이들의 상처로 돌아오면서 깊은 성찰의 시간을 맞는다. 달래는 방구부채 하나로도 다른 사람을 시원하게 하고 기쁘게 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작품은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행복’이라는 메시지를 중심에 둔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남는다’는 사회 속에서, 작가는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공동체의 가치를 되묻는다. 조선의 부채 공장을 ‘바람을 만드는 곳’으로 비유하며, 진정한 바람은 시원한 바람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간절한 바람임을 일깨운다. 이경옥 작가는 “어린이들이 자라 사회의 구성원이 되었을 때, 어른들의 편견이 아닌 스스로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길 바란다”며 “작품을 통해 타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두번 째 짝>으로 등단했다. 이후 2019년 우수출판제작지원사업과 지난해 한국예술위원회 ‘문학나눔’에 선정됐으며, 2024년 안데르센상 창작동화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의 저서로는 <달려라, 달구!>, <집고양이 꼭지의 우연한 외출>, <진짜 가족 맞아요>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10.29 18:00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영주 작가-신시아 라일런트, '그리운 메이 아줌마'

『그리운 메이 아줌마』로 뉴베리상과 보스턴 글로브 혼북 상을 수상하고,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이 ‘올해의 최고 우수작’으로 선정된 작품성이 높은 작품이다. 잘 짜진 구성과 절제된 문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메이와 오브는 여섯 살 어린 서머를 보자마자 ‘우리 저 아이를 데려가요.’ 말할 만큼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그들은 낡은 트레일러에서 끊을 수 없는 가족이 된다. 수많은 바람개비로 가득한 그곳은 사랑받을 수 있으리라 서머를 믿게 한다. “천국에 대한 아저씨의 생각을 표현한 바람개비도 있었는데 언제라도 거기에서 천사들이 떨어져 나와 금빛으로 빛나며 유유히 트레일러 안을 날아다닐 것만 같았다. (중략) ’메이”라는 바람개비도 있었는데, 다른 바람개비보다 작은 날개들이 많고 모두 순백색이었다.’ 이 집 저 집 전전하며 다녔던 서머. 분명 윤기 나는 머리카락을 빗겨주고 존슨즈 베이비 로션을 골고루 발라주며 밤새도록 안고 또 안아주었을 엄마가 있었을 것이란 믿음으로 버텼다. 메이와 오브의 사랑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증거라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메이가 밭에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을 때 서머는 슬픔을 느낄 겨를조차 없다. 자신을 사랑해 주는 오브마저 떠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컸다. 메이를 분명히 다시 볼 수 있을 거라 집중하는 오브는 서머를 더 옭아맸다. 반짝이는 과자봉지부터 온갖 것을 수집하는 클리터스의 등장은 메이를 만나리라는 오브의 믿음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 클리터스가 물에 빠져 죽었다가 살아났다는 사연은 오브를 더 간절하게 했다. 급기야는 영혼을 만나게 해준다는 심령 목사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목사를 찾았을 때는 이미 죽은 뒤였다. 서머는 절망할 오브 생각에 모든 것을 멈추게 했다. 의외로 오브는 돌아가던 차 방향을 클리터스가 기대하는 주의회 의사당으로 향할 때 서머는 무기력했다. 낡은 트레일러로 돌아온 오브는 메이가 생전에 가꾸던 밭에 바람개비를 모두 걸어둔다. “큰 바람이 쏴아 불어와 모든 것을 자유롭게 날려 보내 주었다.” 는 해방을 상징했다.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은 강한 상실의 트라우마는 서머의 감정을 일찍이 제한시켰다. 메이와 오브와 가족이 된 것은 축복이기도 했지만 언제 없어질지 모를 두려움이었다. 메이의 죽음은 가족에 대한 간절함을 반 토막 냈다. 서머는 마음 놓고 메이 아줌마를 그리워할 수도, 모두 내려놓고 울 수조차 없게 만든다. 또다시 겪는 결핍은 서머를 보이지 않게 억눌렀다. 심령목사를 만나러 갔다 돌아오는 하루는 어느 시간보다 길었으며 정지되었다. 기억에도 없는 시간 속에서 엄마가 발라줬을 거라 믿는 베이비 로션은 극한 고독을 상징한다. 드리웠다 금방 사라질 연기보다 가볍다. 하지만 서머의 조였던 숨통을 트이게 한 건 밖으로 나온 바람개비다. 메이와 영원히 함께 할 거란 믿음을 상징한다. 『그리운 메이 아줌마』는 간결하지만 매 순간 극적이다. 서머의 상실과 결핍, 치유의 과정은 읽는 동안 숨죽이게 한다. 작가의 절제된 서술은 깊이를 더하게 하는 백미다. 김영주 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 당선됐다. 2018년 동양일보 동화부문 신인문학상 수상했으며, 2020년 장편동화 『레오와 레오 신부』 출간. 2021년 청소년 소설 『가족이 되다』출간했다. 이후 2023년 수필 오디오북 『구멍 난 영주 씨의 알바 보고서』와 『너의 여름이 되어줄게』5人앤솔러지 청소년소설 출간. 『크리스마스에 온 선물』등을 펴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10.29 18:00

[건축신문고] BIM, 가능성과 좌절 사이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은 설계부터 시공, 유지관리까지 건축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지만, 현실의 건축 현장에서는 여전히 ‘낯선 도구’로 머물러 있다. 첨단 기술로 포장됐지만, 다수의 설계사무소에서는 여전히 ‘형식적 결과물’이나 ‘추가 업무’로 인식된다.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과 인력이다. BIM 도입에는 고가의 소프트웨어와 장비, 전문 인력이 필요하지만, 중소 규모 사무소에는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 따라서 국가와 지자체가 전문인력 양성 및 공용 플랫폼을 지원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기술은 일부가 아닌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 둘째는 산업 구조의 단절이다. 설계자·시공자·운영자가 각자 움직이는 구조에서는 BIM의 통합성이 발휘되기 어렵다. 발주 단계에서부터 적용 범위와 데이터 소유권, 책임을 명확히 규정해 협업의 언어로 자리 잡게 해야 한다. 셋째는 표준화 부재다. 소프트웨어별 호환성 부족은 협업의 효율을 떨어뜨린다. 국제 표준(IFC)을 기반으로 한 국가 BIM 표준 강화와 공공기관의 철저한 적용이 필요하다. 건축의 언어가 통일될 때 데이터의 힘이 실현된다. 넷째는 생산성에 대한 오해다. 초기 단계에서 시간이 더 걸리지만, BIM은 장기적으로 시공 오류를 줄이고 유지관리비를 절감한다. 이런 효과를 수치화해 설계비 인센티브로 보상해야 한다. BIM은 단기 효율보다 장기적 가치의 도구다. 마지막으로 제도적 한계다. 여전히 법·제도는 2D 도면 작성 후 BIM으로 옮기는 전환설계를 전제한다. 발주 단계부터 BIM을 기본 설계 방식으로 채택해야 한다. 앞으로는 공공 발주에서 BIM 초기 설계를 의무화하고, 설계비 구조를 현실화해야 한다. 데이터 소유권과 책임 규정을 명확히 하며, 국가 차원의 기술 지원과 표준 체계도 병행돼야 한다. 또한 지역 기반의 교육과 인력 양성을 통해 지방 설계사무소도 BIM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BIM이 단순한 형식이 아닌 실질적 의사결정 도구로 자리 잡을 때, 건축의 전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살아 있는 건축 언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 경제일반
  • 기고
  • 2025.10.29 17:59

[세계기록유산이 된 '동학농민혁명기록물'] 교남수록

(윗줄 왼쪽부터)교남수록 표지, 1894년 8월 병방신태휴행군하기, 1894년 9월 병방박항래 영관최처규행군하기. (아랫줄 왼쪽부터)1894년 10월 초관 장교혁 김천유진하기, 1894년 11월 초관이완근 지례유진하기, 1894년 12월 초관 김태인 행군하기.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제공1894년 8월부터 12월까지 경상감영에서 전라도와 충청도에 인접한 군현으로 9차에 걸친 남영병 파견 경비를 기록한 문서가 『교남수록(嶠南隨錄)』이다. 교남은 새재의 남쪽인 영남을 의미하고, 수록은 어떠한 일을 기록했다는 말이다. 경비를 사용한 구체적인 기록을 통해 갑오년의 경상도 실상이 생생히 나타난다. △갑오년 여름 영남지역의 격동 사태 경상도의 동학농민군은 전라도와 충청도의 재봉기 이전에 봉기해서 민보군과 일본군을 상대로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이 봉기 목적은 경상도에 있는 일본군을 공격하는 것이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요지마다 일본군이 병참부를 세우고 군용전신소를 연결했다. 북부에는 대구 – 선산 해평 – 상주 낙동 – 함창 태봉 – 문경으로 이어졌다. 이 노선을 따라 속속 일본군 제5사단 병력이 북상했다. 노즈 미치츠라(野津道貫) 사단장도 7월 23일부터 28일까지 기마병의 호위를 받으며 대구에서 문경으로 올라갔다. 이해 여름 서울 도성은 격동했다. 일본군이 6월 21일 새벽에 사대문을 막고 경복궁을 기습 점령해서 고종이 인질로 된 것이다. 그 직후 일본군 해군과 육군이 아산만과 충청도 성환에서 청국군을 공격하여 청일전쟁이 벌어졌다. 그 와중에 개화파정권은 체제를 바꾸는 개혁안을 잇달아 공포했다. 7월 하순에 개국 기원 사용과 반상 차별의 폐지, 그리고 조혼 금지와 공사노비 폐지 등도 전해졌다. 판서를 대신으로 부르는 등 정부 체제의 전격 혁신도 결정되었다. 국난 사태가 흉흉한 소문과 함께 전국에 전파되었다. 전국에서 동학 조직은 의병 봉기를 준비했다. 가장 먼저 항일투쟁을 시작한 지역이 경상도 북서부 일대였다. 동학농민군의 목표는 일본군 군용전신소였다. 전신주를 쓰러뜨리고 전선을 절단하자 히로시마대본영이 두 방면에서 반격에 나섰다. 일본군을 경상도로 보내서 직접 진압하는 것과 조선 정부에 강요해서 진압군을 파견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경상감영에서 남영병을 보낸 것이다. △경상감영의 남영군 파견 갑오년 당시 지방군 중 청주의 진남영과 전주의 무남영, 그리고 춘천의 진어영이 진압군을 보냈지만 출진 장졸의 수와 행군 일정 등을 전해주는 기록은 『교남수록』이 유일하다. 이 기록에 나타난 남영병의 9차례 출진 인원과 기간, 그리고 행군지와 주둔지는 다음과 같다. 병방 신태휴와 병정 200명의 예천 파견 시기가 8월 28일인 것이 주목된다. 전라도와 충청도에서 재봉기를 결정하기 이전에 경상도에서 동학농민군이 봉기한 것이다. 행군한 지역은 상주목과 용궁현, 그리고 예천군이었다. 이 일대에서 일어난 커다란 사건 때문에 남영병이 파견된 것이다. 그 사건은 8월 28일 동학농민군 수천 명이 예천 읍내를 공격해서 벌어진 공방전이었고, 또 태봉병참부의 일본군 대위가 정탐을 나왔다가 산양 집결지에서 피살된 것이었다. 9월 하순에는 더 큰 사건이 벌어졌다. 동학 교단의 기포령에 따라 상주성과 선산성이 동학농민군에게 점거되었다. 그래서 다시 병방 박항래가 이끈 남영병 120명이 파견되었다. 그렇지만 상주와 선산성은 병참부 주둔 일본군이 반격해서 동학농민군이 물러났다. △남영병의 출진 상황 잇달아 출진한 남영병의 행군지역은 김산과 안의와 같은 전라도와 충청도 접경 군현이었다. 10월이 되면 일본군과 민보군, 그리고 남영병이 경상도 북서부 일대의 동학농민군을 제압하였다. 그 이후 출진한 것은 전라도와 충청도의 대규모 동학농민군이 도의 경계를 넘어서 침입할 것에 대비한 것이었다. 12월 하순 충청도와 전라도의 동학농민군 주력이 해산되자 남영병은 대구 감영으로 돌아가게 된다. 「교남수록」의 경비내역 기록이 전해주는 당시 상황은 상세하다. 잡다한 지출 항목과 물건값이 나오기 때문이다. 주요 항목이 밥값 노자돈 말먹이값 짚신값 술값 담배값 등이다. 이런 항목으로 구입한 분량도 적었다. 저녁밥 254상, 말 죽 7통, 술 5동이, 짚신 428부 등이다. 모든 경비는 2만 3,771량 1전 2푼으로 실제 사용한 액수는 2만 1,553량 1전 8푼으로 나온다. 대구판관 지석영도 토포사에 임명되어 하동과 진주 일대를 순회했지만 남영병을 이끌고 가지 못했다. 병력을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영으로 가서 통제영의 병력을 배속받아 경상도 남부 일대에서 부산에서 온 일본군과 함께 이 지역 동학농민군을 진압하고 있었다.

  • 기획
  • 기고
  • 2025.10.29 17:59

농촌주민수당임실운동본부, 시범사업 확대 대응 임실형기본소득사업 시행해야

농촌주민수당임실운동본부(상임대표 김진명)는 29일 임실군청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요청하고 “농촌기본소득 시범 확대에 앞서 임실군기본소득사업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촉구했다. 이날 간담회는 임실군이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 1차 공모에서 탈락함에 따라 향후 확대 시행에 앞서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김진명 상임대표는 “1차에서 탈락한 무주군은 자체 예산을 통해 무주형 기본소득사업 시행을 발표했다”며 “임실군도 실의에 빠진 군민을 위해 이같은 대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실군도 향후 시범사업에 선정될 경우 400억 원 가량의 재원이 지역상품권 형태로 순환, 지역경제가 눈부시게 성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상임대표는 또 시범사업 신청 시 임실군이 제시한 342억원의 일부를 활용해 군민 1인 당 연간 60만 원씩 지급하는 시행안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진관 부군수는“예산이 확정된 것이 아니므로 이 같은 문제는 향후 담당부서 및 의회 등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운동본부와도 협의를 거쳐 군민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날 운동본부는 시범사업 탈락과 관련 현재 임실군 전역에 게첨된 프랑카드를 전면 수거하겠다고 임실군 관계자에 통고했다. 아울러 향후 시범사업 공모 확대에 대비, 행정과 운동본부 간 상호 협력으로 협의체를 구성, 임실군이 반드시 선정될 수 있도록 대응체계를 갖추자고 제안했다.

  • 임실
  • 박정우
  • 2025.10.29 17:57

익산국토교통 미래포럼, 오는 11월 4일 출범

익산국토교통 미래포럼(이사장 최정호)이 오는 11월 4일 오후 6시 원광대학교 프라임관 컨퍼런스홀에서 출범식을 연다. 국토교통·도시경영 전문가를 표방하는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차관이 이사장을 맡고 각 분야 정책 전문가와 시민 등이 참여해 만들어진 이 포럼은 익산의 도시 경쟁력 강화 및 미래 발전을 이끌 핵심 정책 아젠다 개발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육성을 비롯해 청년·일자리, 도시계획·도시디자인, 익산 미래형 교통·물류 허브 구축, KTX익산역 복합환승센터 조성 등 실효성 있는 정책 비전 제시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정책간담회, 시민 타운홀미팅 등을 통해 지역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정책 구상에 반영할 예정이다. 최 전 차관은 “익산국토교통 미래포럼 출범은 국토의 균형발전과 교통 혁신, 그리고 미래세대를 향한 약속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통은 도시의 혈관이자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연결의 힘이며, 익산은 철도·도로 중심지로서 그 가능성을 증명해 왔다”면서 “이제 그 위에 첨단 모빌리티와 도시계획, 지속가능한 국토 비전을 더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익산 망성면 출신의 최 전 차관은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이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기획조정실장·제2차관, 전북특별자치도 정무부지사, 국립항공박물관장, 전북개발공사 사장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 익산
  • 송승욱
  • 2025.10.29 17:48

군산시의회 "핵융합 핵심기술 개발 및 첨단 인프라 군산이 최적"

시의회는 29일 열린 제278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지해춘 의원이 대표발의한 ‘핵융합 핵심기술 개발 및 첨단 인프라 구축사업 부지 군산시 유치 건의안’을 채택했다./사진제공=군산시의회 군산시의회가 미래 청정에너지 산업의 핵심인 ‘핵융합 핵심기술 개발 및 첨단 인프라 구축사업’의 부지를 군산에 유치할 것을 공식 건의했다. 시의회는 29일 열린 제278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지해춘 의원이 대표발의한 ‘핵융합 핵심기술 개발 및 첨단 인프라 구축사업 부지 군산시 유치 건의안’을 채택했다. 지 의원은 제안 설명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핵융합 핵심기술 개발사업은 국가 에너지 자립을 실현하고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국가사업”이라며 “군산은 이미 핵융합 연구 기반과 산업 인프라를 모두 갖춘 최적지”라고 밝혔다. 군산시는 2012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구 국가핵융합연구소) 및 전북특별자치도와 핵융합 연구단지 기반조성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토대로 플라즈마기술연구소를 설립해 핵융합·플라즈마 응용기술 연구의 중심기관으로 성장시켜왔다. 지 의원은 “이 연구소는 핵융합 원천기술 개발과 산업 응용 연구를 수행하며 국내외 협력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이는 군산이 실증적·응용적 연구역량을 이미 갖춘 지역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건의안에 따르면 군산이 새만금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에너지·소재·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항만·공항·철도·도로 등 교통 인프라와 국가 전력망 연계체계를 두루 갖춘 점을 부지 선정의 핵심 강점으로 꼽았다. 또한 지역 내 다수의 에너지·융복합 연구기관과의 연계가 가능해, 향후 핵융합 기술의 산업화 및 기업지원 체계 구축에도 유리하다는 점이 제시됐다. 시의회는 건의안을 통해 △부지 선정 시 군산의 핵융합 연구 인프라와 기존 협력 이력을 적극 반영할 것 △특정 지역에 산업시설이 집중되지 않도록 국가균형발전 원칙을 고려할 것 △군산의 플라즈마·에너지 산업기반을 연계해 핵융합 실증기술의 산업화 및 기업지원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 군산
  • 이환규
  • 2025.10.29 17:47

[사설] 교통약자 택시 ‘이지콜’ 운영개선 필요

전주시 교통약자 전용택시인 '이지콜' 운영 전반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교통수단 이용이 불편한 교통약자를 위해 마련한 전주시 ‘이지콜’은 전주시설공단이 전화, 앱, 홈페이지를 통해 365일 24시간 운행하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등록 이용객은 3125명으로 휠체어 이용객이 59%, 비휠체어 이용객이 41%를 차지한다. 월평균 이용객은 3만 명이다. 최근 전주시의회 신유정의원이 이지콜 운영에 제기한 내용에 따르면 "이지콜은 장애인, 노약자, 일시적 휠체어 이용자 등 이동이 어려운 시민의 발이 되는 중요한 교통복지 서비스인데도 불편이 적지 않다"며 문제점 개선의 시급성을 제기하였다. 전주시 이지콜 운영 과정에서 제기된 불편사항은 예측 불가능한 대기 시간, 비효율적 배차 구조, 순번제와 시스템 오류, 시간대별 운행 불균형 등이 지적되고 있다. 이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대기 시간을 예측할 수 없는 현재의 서비스 상황이다. 이용자들이 이지콜 신청 후 배차 시점을 알 수 없어 병원 진료 등 일정 조정이 어렵고, 병원 예약이 집중되는 시간대에는 지연이 심각해 가장 불편한 부분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근거리 배차가 우선되면서 먼저 호출한 이용자가 순번이 바뀌는 일도 발생해 불만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신청후 평균 대기 시간은 3년 연속 감소 추세이지만 전체 평균 34분, 특장택시 37분으로 여전히 길어 이용 불편이 누적되고 있다. 한편 차고지가 전주월드컵 경기장과 삼천동 두 곳에 위치하고 있어 교통약자들의 실제 이용지역과 상대적으로 멀어 근거리 배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비효율적인 배차 문제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 같은 교통약자를 위한 이지콜 운영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가장 우선적으로 대기시간 예측 시스템 도입, 순번제 시스템 개선, 수요 집중 시간대 운영 확대 등이 제안된다. 또한 현재 이지콜은 전북광역이동지원센터 아래 14개 시·군센터가 운영되는 구조로 기초지자체가 단독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전주시와 전북도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이용자 불편을 적극 개선해 나가기를 바란다. 결국 최대한 차량 대수를 늘리고 배차 및 운용에 합리성을 발휘해 교통약자와 함께하는 정책이 강화되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0.29 17:42

[사설] 국방부 소유 전주 기무사 부지, 무상 양여해야

전주 에코시티에 수년간 흉물로 방치돼 있는 국방부 소유의 옛 기무사 부지 활용 방안이 여전히 안갯속이다. 서둘러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전주시 송천동 에코시티 중심부에 위치한 옛 전주 기무부대 부지는 지난 2018년 국군 기무사령부가 해체되면서 남겨진 약 3만8000㎡의 금싸리기 땅이다. 당초 전주시는 국유지인 이 땅을 국방부로부터 무상 양여받아 도시공원과 주차장 등 시민 친화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이후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을 이곳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추진됐다. 하지만 국방부가 이 땅을 지자체에 매각·교환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전주시의 부지 활용 계획은 큰 벽에 가로막혔다. 부지 활용 방안을 세워달라는 주민들의 민원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전주시는 당장 뚜렷한 대책이 없다. 막대한 예산이 문제다. 신도시 개발로 땅값이 크게 오르면서 현재 시세는 약 400억원에 달한다. 이미 6000억원의 빚(지방채)을 안고 있는 전주시의 재정상태에서 부지 매입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전락한 데다 도시 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고, 청소년 탈선이나 범죄 소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둘러 해법을 찾아야 한다. 지자체와 지역 정치권, 그리고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는 국유지 무상양여를 통한 공공 활용이 답이다. 전례도 있다. 광주 기무사의 경우 지난 2005년 부대를 31사단으로 이전하면서 국방부가 매각을 추진하다가 시민사회에서 강력 반발하자 2014년 광주시와 무상양여 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광주시가 공공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군사시설은 국가가 군사 목적으로 국민의 땅을 빌려쓴 것이다. 특히 기무사는 국민의 개혁 요구에 따라 해체된 만큼, 지역 주민의 품에 그 부지를 돌려주는 게 맞다. 늦은 감이 있지만 국방부가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전주시에 부지를 무상 양여하거나 ‘국유재산 토지개발 선도사업지’로 지정해 효율적인 활용·개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전주시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역 정치권과 함께 국방부와 공식 협의 테이블을 만들어 합의안을 도출해내야 한다. 더 이상 이 금싸라기 땅을 흉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0.29 17:42

[오목대] 최민희 논란과 전북의 현실

국정감사가 진행중인 요즘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논란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국감 중 증인으로 등장한 특정 언론사 간부를 퇴장 조치한데 이어, 휘발성이 강한 딸 결혼식 축의금 논란까지 터지면서 당 지도부도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국정감사 도중 국회에서 자녀 혼사를 치른 것 만으로도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카드결재는 물론 부적절한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경우까지 축의금을 받은 때문이다. 뉘늦게 되돌려줬다고 하지만, 축의금이 50만원, 100만원 단위이고 더욱이 최 위원장이 '노벨생리의학상과 노무현 정신, 그리고 깨시민(깨어 있는 시민)'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의원의 비판에 직면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하는 분위기다. 사실 이 사안은 지역정가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현역 국회의원들은 앞다퉈 출판기념회, 후원회 등을 통해 수많은 이해관계인들로부터 충분한 실탄을 지급받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공천만 받으면 선거가 필요없는 전북의 현실속에서 현역 의원들은 선거를 치르면 치를수록 차곡차곡 돈이 쌓이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게 바로 전북의 현실이다. 지출해야 할 돈은 많지않고, 여기저기서 받을 돈은 많은 구조적 여건 때문이다. 모든 의원들이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지방선거를 앞둔 후보군들로부터 참빗으로 훑다시피 걷어갔다는 뒷말이 무성하지 않았던가.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체장이나 유력한 지방의원 후보군들은 출판기념회나 결혼식 등을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고 한다. 철저히 약육강식의 피라미드식 지배구조로 꽉 짜여진 틀 속에서 벗어날 이는 많지않다. 비단 관가 안팎이나 정당 주변 뿐 아니라 지역 중소기업인들도 보험 성격의 후원금을 내지 않을 수 없는게 현실이다. 요즘엔 국회의원 후원회나 출판기념회 등에 내는 한도가 정해져 있으나 그게 없던 시절,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은 공천을 받기 위해 지역위원장인 국회의원들에게 늘 두툼한 돈봉투를 상납해야만 했다. 대졸 초임이 100만원도 되지 않던 90년대 초중반, 끼니 걱정을 하던 지방의원이 한번에 내야만 하는 후원금은 보통 200만원을 넘어섰다. 노무현 대통령이 등장한 이후 깨끗한 정치가 모토가 됐고, 사과상자로 일컬어졌던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이 사라지기 시작한게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이번 최민희 사건에서 알 수 있듯 갑을관계에서 발생하는 성의 표시는 서민들이 생각하는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문제는 이게 서울 일부 지역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거다. 지역으로 갈수록, 농어촌으로 갈수록 거의 삥을 뜯다시피 하는 풍토는 여전하다는 거다. 이제 지역 정치풍토 역시 크게 바뀔때가 됐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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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10.29 17:42

[의정단상] 재정의 골든타임 지켜야

우리나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정부 예산안이 국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은 728조 원으로 2001년 정부예산안이 사상 처음 100조 원을 돌파한 이래 25년 만에 7배가 증가했다. 정부는 선도국가 도약을 위해 재정을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우리 경제의 대혁신을 이끌 AI 대전환, 신산업 혁신, 지방거점성장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에서는 R&D 예산이 올해 29.6조 원에서 내년 35.3조 원으로 증가하고,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이 28.2조 원에서 32.3조 원으로 대폭 증가한 부분이 눈에 띈다. 더 주목할 부분은 재정사업에 지방을 우대하고 지방 자율성을 제고하겠다는 부분이다. 아동수당, 노인일자리, 지역사랑상품권 등 7개 주요 재정사업에 인구감소와 지역낙후도 등을 반영한 우대 원칙을 시범 도입하기로 했고, 지방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편성하는 포괄보조 규모도 내년 10.6조원으로 올해보다 3배 가까이 확대했다. 광역 내에서 지역간 특화산업 연계와 자원 공동활용으로 시너지를 창출하는 사업에 인센티브도 부여하기로 했는데 새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5극 3특’균형성장정책에 대한 추진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북에 특화된 신산업 예산은 피지컬AI와 자율제조, 푸드 분야에서 ‘피지컬 AI 제조 테스트베드 사업’400억원(총 1조원), ‘국가식품클러스터’관련 250억원, ‘특장산업 기반 건설기계 상용화’사업 16억원(총 262억원) 등이 반영됐다. 예산에는 정책 의지가 담겨있다. 이 의지가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나타나고 지속성을 가지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병행되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지방은 여전히 국가의 지원 없이 생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더 많은 재원이 지방에 만들어지고 있지만 국비 의존 구조는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지특회계 내 초광역특별계정 신설 및 포괄보조를 확대하고 지특회계 예산 편성 시 지방시대위원회의 의견을 듣도록 관련 법규를 개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은 반가운 일이다. 나아가 특별자치도에 자치재정권을 강화해야 한다. 지방세 과세의 자율성과 국고보조사업 매칭 비율 완화 같은 과감한‘특례’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0%대 저성장 위기에 지방 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재정의 역할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최근 ‘정책 효과로 소비가 증가하는 등 경기 회복에 긍정적 신호가 강화되고 있다’며 앞선 2차 추경의 적극적 재정 정책이 경제 전망을 밝게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AI 대전환을 통해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 바로 지금이다. 이 시간을 놓친다면 저성장의 늪에 빠져 더 큰 불균형을 초래하고 결국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다. 안팎으로 우리나라를 둘러싼 환경이 어려운 시기에 국회도 당연히 국민께서 맡긴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 예결위가 상설화된 16대 국회 시절인 2001년, 사상 최초로 예산안이 100조 원을 돌파한 이후 25년 동안 국가 예산은 7배가 늘어났다. 그러나 국회에 주어진 심사 기간은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제출부터 의결까지 단 60일에 불과하다. 심사 과정에서 국민의 목소리, 현장의 목소리, 지방의 목소리를 더 듣고 예산안에 잘 녹여 국회도 국민과 약속한 ‘골든 타임’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한병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익산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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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29 17:41

[타향에서] ‘통합의 지혜’로 여는 지속가능한 미래, 넷제로 2050 국제기후포럼

인류는 지금 문명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기록적 이상기후는 ‘기후위기’가 더 이상 미래의 경고 아닌, 오늘 우리 눈앞 현실임을 생생히 보여준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넷제로 2050 기후재단은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 해법 모색을 위해 2022년부터 꾸준히 국제기후포럼을 개최, 지혜를 모았다. 재단은 2022년 아프리카 기후 불평등을 다루었고, 2023년 유럽 선진국의 탄소중립 전략, 2024년 기후테크 기반 대응 방안을 논의하며 전문성·신뢰를 쌓았다. 매년 포럼을 지탱한 큰 동력은 발표자·토론자의 진정성 있는 참여, 뜨거운 질의응답과 활발한 토론으로 좌석을 메운 참석자들, 그리고 전북 도민의 깊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였다. 이는 필자의 큰 소회이자 보람이었다. 이들의 열의 없이는 재단의 국제기후포럼은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넷제로 2050 기후재단은 그간 노력을 집대성하여 재단 창립 5주년을 맞아 제4회 국제기후포럼을 개최한다. 「전환의 기로에서: 글로벌 기술, 협력, 정책 이행으로 여는 지속가능한 미래」라는 부제 아래, 우리는 기존 포럼 한계를 넘어 기후기술(Tech), 정책(Policy), 국제협력(Cooperation), 기업 대응 전략(Corporate Strategy)을 총괄하는 ‘통합형 종합 국제포럼’을 준비했다. 기후위기는 한 분야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복합 과제이기에, 모든 요소의 유기적 연동이 필수라는 신념에서 기획됐다. 전 세계 유례없는 다층적·종합적 접근 방식을 시도한다. 오늘 포럼에는 인류 지속가능성 비전을 제시해 온 반기문 제8대 유엔 사무총장이 기조연설로 자리를 빛낼 예정이다. 주한 독일·덴마크 대사, 각국의 외교사절, 국내외 정부 관계자, 학계·선도 기업 최고 전문가들을 비롯해 약 800여 명의 참석자가 모인다. 특히 전북 지역을 대표하는 한병도 국회의원과 정헌율 익산시장 등 주요 인사들도 대거 참여하여 포럼의 깊이를 더하고 의견을 리드할 것이다.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 선도국 덴마크와 독일의 그린에너지 비전, 한국의 기후테크 활성화 정책,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 대응, 국내외 기업 실질적 탄소중립 전략 및 경쟁력 강화 방안 등 심층적 논의가 활발히 펼쳐질 것이다. 존경하는 전북 도민 여러분, 기후위기 대응은 더 이상 특정 전문가 몫이 아니다. 삶의 터전이자 미래 세대 자산인 전북의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지역 경제를 만드는 중요한 문제다. 탄소중립 사회 전환은 지역 경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창출할 잠재력을 갖는다. 오늘 국제포럼에서 논의될 세계 각국의 지혜와 전략은 많은 전북 도민의 깊은 관심과 참여 속에서 전북이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넷제로 2050 기후재단은 앞으로도 인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통합 해법을 모색하고, 실질적 기후행동 촉진에 앞장설 것이다. 이 길에 적극적으로 함께해 주는 여러분과 전북 도민들의 지속적 관심과 참여는 우리 모두가 '전환의 기로'를 성공적으로 헤쳐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큰 힘이 될 것이다. 부디 이 포럼이 지구를 살리고, 우리 모두의 내일을 밝히는 이정표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장대식 넷제로 2050 기후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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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29 17:41

李대통령, 트럼프에 "핵추진잠수함 연료공급 허용 결단해달라"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핵추진잠수함의 연료를 우리가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전에 충분히 자세한 설명을 해드리지 못해 약간의 오해가 있으신 것 같다. 우리가 핵무기를 적재한 잠수함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측 잠수함에 대한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며 "연료 공급을 허용해주시면 저희가 저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 한반도 해역의 방어 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에 대해 "이미 지지해주신 것으로 이해하지만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 부문에서도 실질적 협의가 진척되도록 지시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한미관계는 동맹의 현대화를 통해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대한민국도 방위비 증액과 방위산업 발전을 통해 자체적 방위역량을 대폭 키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의 방위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방위비 증액은 저희가 확실하게 해 나갈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양국 관세협상과 맞물린 대미 투자와 관련해선 "대미투자 및 구매 확대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선협력도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며 "그게 양국 경제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한미동맹을 실질화하고 심화하는 데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순방 기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 일정을 잡지 못했지만, 앞으로도 북한과 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난 한반도에서 여러분이 공식적으로 전쟁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겠다"며 "난 우리가 합리적인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지 보기 위해 당신, 당신의 팀,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매우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난 김정은을 매우 잘 안다. 우리는 매우 잘 지낸다. 우리는 정말 시간을 맞추지를 못했다"(We really weren't able to work out timing)며 이번에 김 위원장과의 회동이 성사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이 예정돼 있다면서 "난 그를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고 이번 방문은 그게 정말 우리의 초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우리는 다른 방문도 하게 될 것이며 우리는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김정은, 그리고 모두와 매우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정치일반
  • 김준호
  • 2025.10.29 17:29

따뜻한 시선으로 삶의 가치를 전하다…박성우 '열두 살 자기소개'

어린이에게 따뜻한 시선으로 삶의 가치를 말하는 박성우 시인이 그림책 <열두 살 자기 소개>(창비)를 펴냈다. '좋은 자기소개란 무엇일까?' 라는 물음에서 출발해 '제일 아끼는 사진', '고치고 싶은 말 습관', '싫어하는 사람' 등 정해진 틀에서 벗어난 자기소개 키워드 30개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즐거움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책은 개성 넘치는 다섯 명의 어린이가 등장해 주제별로 저마다의 생각을 솔직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새 학년 첫날 자기소개 시간, 낯선 친구들 앞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힘들어하는 어린이의 마음을 세심하게 포착했다. 책 속에는 운동은 싫어하지만 훌라후프 돌리기를 좋아하는 아이, 교우 관계도 좋고 활달한 성격이지만 공부를 잘하는 언니와 비교당하면 남몰래 속상해하는 아이, 숫자에는 약하지만 독서와 음악 감상을 좋아하는 아이 그리고 휠체어를 타고 누구보다 활발하게 농구와 여행을 즐기는 아이까지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를 배치해 실제 어린이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마음성장 교양서를 선보이며 어린이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도 특유의 따뜻함으로 잔잔한 위로와 용기를 건넨다. 책장을 넘길수록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성정이 드러나는 흐름은 한 사람 안에 여러 얼굴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또한 어린이책 <삼행시의 달인> <열두 살 장래희망> 등에 삽화를 그려온 홍그림 작가가 그림을 맡아 독자 눈높이에 꼭 맞는 삽화들로 책의 재미를 한층 높였다. 1971년 정읍에서 태어난 박성우 시인은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고,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웃는 연습> <남겨두고 싶은 순간들> 동시집 <불량 꽃게> 그림책 <소나기 놀이터> 등 다수의 책을 펴내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10.29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