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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과 인구감소지역의 살아남기

최병관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대흥행을 일으키며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한 글로벌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오징어 게임은 83개국 중 82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상금 456억원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한 데스 게임 소재의 풍자극인 오징어 게임에 많은 사람들이 신드롬에 빠진 건 지금 우리 사회 현실을 이 드라마가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일 거다. 2년여 가까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빈익빈 부익부는 전 세계적으로 심화됐고, 양극화는 글로벌 사회를 관통하는 중요한 화두가 됐다. 2021년 9월 등장한 오징어 게임은 재미 삼아 하던 어린아이 놀이에 부와 생존이라는 양날의 검을 끼워 넣었다. 나락으로 떨어진 인생을 바꿀 일확천금의 기회는 경쟁이라는 징검다리를 통과해야만 쟁취할 수 있다. 자극적인 소재와 흥미로운 콘셉트의 조화, 여기에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메시지를 투영해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해외 언론 반응도 뜨겁다. 한국에서 오징어 게임이 흥행을 하게 된 건 불평등빚극단 경쟁 등 지금 우리 한국 사회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0월 18일 인구감소지역 89개를 지정발표하였다. 경기인천 각 2개를 제외하면 나머지 85개가 비수도권 지역이다. 전라북도도 14개 시군 중 10개가 포함되었다. 자연적 인구감소, 사회적 이동 등 자치단체의 복합적인 인구감소 원인을 고려하여 설계된 인구감소지수를 개발하여 정부 최초로 인구감소지역을 공식 발표한 것이다. 수도권은 날로 비대해지고 비수도권은 고사직전이다. 2020년에 수도권 거주자가 비수도권 거주자를 처음으로 넘어선 이후 수도권으로 인구 쏠림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올해 5월 기준 228개 시군구 중 36곳(15.8%), 3,553개 읍면동 중 1,067곳(30%)이 소멸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소멸위험지역으로의 진입은 큰 전환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고령층초고령층 중심 사회가 돼 공동체의 인구 기반이 점차 소멸될 것으로 예측하는 단계다. 정부는 지역 인구감소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곳에 대해서는 매년 1조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집중 투입하고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을 통해 제도적 기반을 보다 더 강화할 계획이다. 2023년부터는 고향사랑기부제도 시행된다. 인구감소지역 지정과 지원을 통해 지역이 활력을 되찾는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오징어 게임은 목숨을 건 경쟁 게임이다. 모 아니면 도이다. 공정한 경쟁 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기회와 과정이 모두 공정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약자는 항상 패자일 수밖에 없다. 진정한 지방자치가 되기 위해서는 자율과 경쟁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 국가가 지속가능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이 골고루 건강해야 한다. 지역 공동체가 활성화되고 활력이 넘쳐야 진정한 국가발전이 되는 것이다. 국민 누구나 어디에 살든지 행복한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이다. 인구감소지역 지정 및 지원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대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인구감소지역의 살아남기는 오징어 게임이 아니다. /최병관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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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27 16:52

꼰대에게도 배울 건 있다

왕미양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최근에 필자가 고등학생 자녀로부터 꼰대같다라는 말을 들었다. 거의 새 책이나 다름없는 필자의 큰아이의 학습교재를 작은아이에게 사용하라고 했다가 들은 말이다. 물론 그때 필자는 작은아이에게 나는 학교 다닐 때 전과 살 돈이 없어서 친구 책을 힘들게 빌려서 공부했는데 늬 들은 도대체....라는 말까지 곁들였다가 들은 말이다. 다행히 작은아이가 꼰대같다는 말을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했기 때문에 기분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 동안 방송 드라마나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무심코 들어왔던 꼰대라는 말, 꼰대의 정확한 뜻과 어원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인터넷을 검색해보았다.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에 따르면 꼰대는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이자,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로 정의되어 있다. 시사상식사전(네이버 지식백과)에서는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뜻을 담고 있고, 최근에는 기성세대 중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자신보다 지위가 낮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에서 파생된 꼰대질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다고 풀이되어 있다. 어원에 대해서는 나이 들어 주름이 많다는 의미에서 번데기의 영남 사투리인 '꼰데기'에서 시작되었다는 설과 일제강점기 당시 이완용 등 친일파들이 백작, 자작과 같은 작위를 수여받으면서 스스로를 프랑스어로 백작인 콩테(comte)라 불렀는데, 이를 비웃는 사람들이 일본식 발음으로 '꼰대'라고 부른 것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SNS상에는 자신이 꼰대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방법도 다양하고 재미있게 소개되어있다. 당연히 필자는 몇 개의 꼰대 셀프테스트를 통해 꼰대인지 여부를 확인해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아직은(?) 꼰대 범주에 들어가지 않았다. 인터넷을 통해 꼰대에 관한 많은 자료와 글을 검색하면서 청년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한 지침,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6가지 지침(이준행/북키닷컴 개발자의 글)이 눈에 띄고 와 닿아서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 외웠다. 그 6가지는 나이를 먼저 묻지 마라, 함부로 호구조사를 하거나 삶에 참견하지 마라, 자랑을 늘어놓지 마라, 딸 같아서 조언하는데 같은 수사는 붙이지 마라, 나이나 지위로 대우받으려 하지 마라, 스스로가 언제든 꼰대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젊은 청년들이 권위적인 생각만을 고집하고 공감능력 없는 어른, 꼰대들을 싫어하고 비판하는 모습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말하는 꼰대들에게서도 배울 점은 분명히 있다. 청년들이 젊은 혈기와 열의로 진지하게 인생을 계획하고 설계하고 있듯이, 꼰대들도 젊었을 때 그랬고, 현재도 많은 생각과 계획을 가지고 진지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확신한다. 청년들이 꼰대들의 생활방식과 경험들을 본받을 만한 업적으로 존중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원재활용의 실천이 필요한 요즘, 학습교재 재활용은 바람직하지 않은가. 큰아이가 사용한 학습교재를 다시 사용하라고 한 필자의 말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작은아이로부터 확인 받아야겠다. 작은아이에게 학습교재 재활용을 하라고 하면서 굳이 라떼는 말이야(나 때는 말이야)를 언급한 것은 꼰대질이었음을 인정하고 앞으로는 그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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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13 16:42

지식의 축적 · 계승 · 활용으로 대학 경쟁력 키워야

이석래 과기부 성과평가정책국장 이번 추석에 전주 남부시장 옆 새벽시장을 구경하고 아침을 먹기 위해 콩나물 국밥집에 갔다. 아침인데도 자리가 없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전주콩나물국밥은 시장에서 팔던 해장국으로 전주 모 식당과 남부시장에서 파는 국밥의 맛이 좋아, 입소문이 나고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다고 한다. 남원에는 추어탕이 유명하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월동에 들어가기 전의 미꾸라지는 살이 통통하고 맛이 있어 서민들이 가을 농한기에 쉽게 잡아 즐겼기에 추어라고 한단다. 미꾸라지를 푹 삶아 갈고 여기에 남원에 흔했던 시래기와 들깨를 넣어 독특한 남원만의 추어탕이 탄생했다. 남원 추어탕도 유명해진 것은 광한루 옆 어느 한 식당 때문이란다. 처음 작은 식당 한곳에서 시작한 것이 점점 퍼져서 전국 다른 지역에도 관련 노하우가 확산되어 유명해졌다. 이러한 맛 집은 수백 번 수천 번의 시행착오와 혁신적 아이디어로 기술과 노하우가 축적되고 후대로 계승발전 하면서 탄생하였을 것이다. 전구의 발명이 1870~80년대 영국의 스완과 미국의 에디슨이라는 천재적 머리에서 바로 나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전구가 나오기까진 그전의 70여 년의 지식의 축적 시간이 필요했다. 1800년대에 영국의 데이비드는 탄소에 전류를 흘리면 빛이 발생한다는 과학적 사실을 발견하였고 중간엔 많은 과학자들은 전구 형태의 발명품을 만들어 갔고 이것이 쌓여 전구가 나왔다. 이후에도 아르곤가스를 주입하고, 필라멘트를 탄소에서 텅스턴으로 바꾸어 안전성과 효율을 높이는 진화가 이루어져서 지금의 전구로 발전한 것이다. 뉴턴의 만유인력도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도 우연하게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전 시대, 동시대 그리고 그 이후 시대 과학자들의 수십 수백 년의 노력의 결과의 축적물이 어떤 계기로 명확화 되면서 정리되고 발전한 것이다. 전북 지역의 모 대학교수님이 퇴직하면서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30년 동안 연구했던 많은 자료들을 폐기하기가 너무 아쉽다는 말씀이다. 그 자료에는 실패했던 내용도 있을 것이고, 이루지 못하고 중단한 내용도 있을 것이며, 어쩌면 노벨상을 탈수 있는 혁신적 생각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자료들이 후배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볼 수 있고 후속 연구도 진행하면 좋겠는데 그럴 상황이 안 된다는 것이다. 훌륭한 대학도 훌륭한 인재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십 년 수백 년의 전통이 쌓여서 이루어진다. 전통이 쌓인다는 것은 단순히 오래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식이 축적되고 계승되어 더 발전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우리지역의 대학도 연구성과가 쌓이고 다음 연구자에게 계승되고 활용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때 명문 대학으로 도약하고 훌륭한 인재가 나올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과학적 능력과 기술력을 보유한 대학 연구집단을 국가연구실험실로 지정하여 연구결과물이 축적되고 활용 계승되도록 하는 연속성 있는 지원체제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 매년 10월 초면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노벨상 수상자의 이력을 보면 혼자만의 힘으로 수상한 사람은 거의 없다. 연구자의 아이디어와 성과가 후배연구자에 이어져 더 진화하고 실용화 될 때 노벨상에 근접한다. 뉴턴이 거인의 어깨위에서 세상을 보았던 것처럼 선배, 동료들의 연구성과가 후배연구자에 체계적으로 계승되고 발전한다면 우리지역 대학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만큼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석래 과기부 성과평가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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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06 16:29

100원 택시와 찾아가는 지역 공공서비스 혁신

최병관 행안부 지방행정정책관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매일 매일 받기도 하고 이용하기도 하지만 그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게 뭘까? 바로 지역 공공서비스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씻고, 음식을 데워 먹고, 남는 음식물은 버리고 재활용 처리도 한다. 아침, 저녁으로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한다. 상하수도, 가스, 전기, 교통 등 지역 공공서비스를 매일 받으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지역 공공서비스는 중앙정부가 아니라 주민 최접점에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여기서 우리는 지방자치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된다. 평소에는 소중함을 잘 모르다가 노조 파업이나 단수, 정전 등으로 서비스를 잠시라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우리의 일상생활은 엄청 불편해진다. 아니 그런 상황이 며칠만 지속된다면 우리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집 앞 쓰레기를 며칠만 수거하지 않으면 생활환경이 최악이 되는 경우를 우리는 뉴스를 통해 접해봐서 잘 알고 있다. 이렇게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소중한 지역 공공서비스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차별 없이 보편적인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차별 없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결합시킨다. 예를 들면, 버스 공영제, 지방 공기업 등을 통해 저렴한 요금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는 요금 감면을 통해 부담을 덜어 준다. 몇 해 전부터 거동이 불편한 사회적 약자를 위해 지자체에서는 찾아가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엔젤복지통신원을 통해 소외된 이웃들에게 사회의 보살핌을 제공하는 복지 네트워크 사업, 주민과 수시로 접촉하는 관내 상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관에서 발굴하기 어려운 사회적 고립가구 등 사각지대에 놓인 복지 대상자를 발굴하는 우리동네 희망지기 행동상점, 임산부 안심+ 119 구급서비스, 찾아가는 장애인 독서문화 프로그램 등등. 지자체별로 지역 특성에 맞게 창의적으로 맞춤형 지역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것이다. 얼마 전 뉴욕 타임지는 충남 서천군의 100원 택시를 소개하며 `신이 준 선물, 교통 혁명이라고 극찬을 해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서천군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대중교통 운용난을 겪었고 버스 노선이 폐지되면서 교통에 취약한 농촌 마을 주민을 위해 2013년부터 100원 택시 서비스를 시행해 왔다. 답은 역시 현장에 있었다. 주민 최접점에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아니 제공해야만 하는 지자체의 절실하고 창의적인 노력으로 차별 없는 보편적 지역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해결책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찾아가는 지역 공공서비스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자체가 지역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절박하게 고민한 혁신의 산물이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만 그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보충성의 원칙을 우리는 100원 택시 서비스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자체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중앙정부는 지원자적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창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지자체에게는 과감한 재정 인센티브 등을 통해 우수사례가 확산 되도록 장려해야 한다. 국민 누구나 촘촘한 공공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지자체발 찾아가는 지역 공공서비스 혁신이 공공행정의 롤모델로 각광 받기를 기대해 본다. /최병관 행안부 지방행정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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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29 16:39

편 가르기 없는 사회 - 화이부동

왕미양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필자가 초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학교에서 가훈(家訓) 쓰기 또는 좌우명(座右銘) 정하기 숙제가 많았다. 대청마루나 안방 벽면 한가운데에 성실, 정직, 근면, 가화만사성 등의 가훈이 걸려있던 모습이 흔했다. 그러한 교육 덕분인지 필자는 그 동안 줄곧 마음속에 이런 저런 인생 좌우명을 만들었다 지웠다 했다. 필자가 십여 년 전부터 마음속에 담아 온 화이부동 좌우명은 마지막까지 지우지 않을 것 같다. "君子和而不同(군자화이부동), 小人同而不和(소인동이불화)", 중국 춘추시대의 사상가 공자와 그 제자들의 언행을 기록한 유교경전인 논어에 나오는 공자 말씀이다. 군자는 화합하나 부화뇌동하지 아니하고, 소인은 부화뇌동하나 화합하지 아니한다는 뜻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찾아본 좀 더 긴 풀이는 "군자는 서로의 생각을 조절하여 화합을 이루기는 하지만 이익을 얻기 위하여 주관을 버리고 상대방에게 뇌동하지는 않으며, 소인은 이익을 얻기 위하여 주관을 버리고 상대방에게 뇌동하기는 하지만 서로의 생각을 조절하여 화합을 이루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바쁜 와중에도 취미활동으로 붓글씨를 쓰고 있는 필자의 가까운 후배(대회에 출품하여 입선까지 한 실력자임)로부터 필자가 좋아하는 사자성어 화이부동 족자를 선물 받았다. 필자의 사무실 정면에 걸린 족자를 보면서 매일 소인의 탈을 벗기 위해 노력한다. 평소 가깝게 지내오던 두 사람이 있었는데, 두 사람은 작년에 발생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만나지 않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정치적 성향이 박시장의 죽음에 대한 평가로 이어져 사이가 나빠졌다고 한다. 누구든지 나와 다른 생각, 나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나와 같은 생각, 나와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더 편하고 기분도 좋을 것이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을 두 사람은 인정하지 않은 결과인 것 같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편 가르기는 망국적 현상임을 알고 있다. 편 가르기는 사회현안에 대한 합리적 토론이나 대안 모색을 불가능하게 하고 상대방과 타협조차 할 수 없게 한다. 토론을 하면 할수록 대립과 갈등이 더 심화되어 상대방을 적대시하게까지 만든다. 요즘 내년 3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대통령 후보 경선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주변에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후보들에 대한 호불호를 드러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간혹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를 싫어한다고 말하면 인연을 끊을 것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만남도 불편하고 대화도 불편하다. 정치인들이야 정치공학적으로 선거를 앞두고 편 가르기를 할 수 있다지만 일반 국민들이 정치인들의 행동에 부화뇌동하여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을 가진 사람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며 적군 대하듯이 싸우는 모습은 매우 볼썽사납다. 편 가르기 없는 사회, 다양성이 기본이 된 사회에서 서로의 차이를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세상,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좌우명으로 삼은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왕미양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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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15 16:58

농촌, 농업 추억이 아닌 과학기술과 함께 해야

이석래 과기부 성과평가정책국장 완주 톨 게이트에서 나와 전주시내로 가는 길 오른편으로 농산물을 파는 농협이 하나 있다.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분비고 우리가족도 큰 집 가기 전에 꼭 들르는 곳이다. 매장 안에는 그날그날 생산되는 신선한 농산물이 가득하고 가격도 나름 저렴하다. 가격이 저렴하고 농산물이 신선한 이유가 농민들이 직접 농산물을 바로바로 제공하고, 중간 유통 마진을 최소화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경기도에 있는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농장을 견학 간적이 있다. 시설설비에 목돈이 많이 드는데 정부의 지원이 있어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하다. 운영하면서 인건비가 가장 문제일 듯한데 의외로 인건비보다도 난방비가 가장 많이 든다고 한다. 인건비가 적게 드는 이유는 이곳은 대부분 자동화가 이루어져서 핸드폰 조작으로 자동적으로 물을 주고 공기도 정화하며, 재배과정도 자동화가 많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란다. 인상적인 것은 외국에서 유학한 아들이 농사를 이어받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기업에 다니는 것보다 수익이 더 많단다. 농촌에서 일반적인 현상은 아닐 것이나 농업에서 작은 희망을 보았었다. 전주 남부시장 옆 천변에는 매일 새벽 농민들이 수확한 농산물 직거래 장터가 열린다. 살 것이 없어도 옛 추억에 이리저리 두 바뀌는 돌면서 필요가 없는 것도 사오곤 한다. 구경하는 나의 마음은 언제나 정겹고 포근하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새벽부터 나와 파도 직접 다듬고, 들과 산에서 딴 드릅, 취나물 등도 다듬어 파는 것을 보면 옛 시골 장터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지금도 시골에 가면 조그만 텃밭에 할머니는 하루 종일 쪼그리고 앉아서 풀을 뽑고 계시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어릴 때 보아왔던 그 모습, 변하지 않는 그 모습이 좋아 보일 때도 있다. 세상이 너무 쉽게 변하고 도시 생활의 삭막함에 어릴 때의 목가적 낭만을 그리워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목가적 낭만만 있는 농촌에 젊은 사람들이 살려고 할까? 이에 몇십년전부터 경제적 측면과 교육?문화적 측면에 대한 고민과 어르신들이 떠난 후의 농촌과 농업은 누가 책임질지에 대한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재로서의 대안은 생산에서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과학기술이 더 폭넓게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ICT(정보통신기술)를 접목하여 편리성을 극대화하고, 다양한 자동화, 기계화 기술이 작물을 기르는데 기여하여 노동력 투입을 줄여나가야 한다. 다행이 우리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이 좋다. 혁신도시에 농촌진흥청이 있기에 지역 농민이 과학적 영농을 손쉽게 획득할 수 있고 새로운 시범사업을 지역 농민들과 함께 하면 새로운 기술을 먼저 접목할 수 있다. 여기에 익산에 있는 국가식품클러스터와 한국식품연구원의 기능을 적극 활용한다면 우리지역 농산물이 우선적으로 식품으로 가공되어 이익이 될 수 있다. 젊은이들이 농촌에 벤처를 만드는 것을 적극 지원해주면 좋을 수 있다. 벤처라 위험이 있지만 젊은이들은 최신정보의 획득에서부터 분석 능력이 뛰어나고 첨단 기술에 익숙하기에 작물 선정에서부터 과학적 영농 보급, 판로에 이르기까지 전체를 총괄 조정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정부에서 추진 중인 1마을 1마을기업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성공사례가 확산되어 많은 젊은이들이 농촌에서 도전적으로 벤처를 설립하고, 직접 농업에 종사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이석래 과기부 성과평가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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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08 16:41

착한 기부 활성화로 따뜻한 지역 공동체 만들기

최병관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 착한 임대인, 착한 소비, 착한 가격업소. 요즘 경제가 어렵다 보니 나눔, 배려, 책임 등의 가치를 함축하고 있는 착한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기독교 신약 성경에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가 나온다. 강도를 당하여 길에 쓰러진 유대인을 보고 당시 사회의 상류층인 제사장은 그냥 지나쳤으나 유대인과 적대 관계인 사마리아인이 구해 주었다는 이야기이다. 이 성경 이야기는 인간의 고귀함은 겉으로 드러나는 신분이나 재산이 아니라 타인을 위하는 따뜻한 마음에 있다는 교훈이 담겨 있다. 이 이야기에서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유래되었다. 착한 건물주님! 고객님께 이 고마움을 나눌게요 어느 한 식당에 걸린 현수막 내용이다. 건물주가 임대료를 낮춰준 것에 고마워하며 설렁탕을 5000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작년 2월 전주 한옥마을에서 시작된 착한 임대인 운동이 정부와 지자체의 착한 건물주 지원책 등에 힘입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착한 임대인 운동이 따뜻함을 전하며 코로나19를 이겨내는 상생과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의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원하고,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기업의 제품을 구입하려고 하는 착한 소비도 요즘 많은 소비자들이 공감하고 있다. 전통시장 이용, 친환경 제품 구매, 동네 작은 상점에서의 물품 구매, 사회적 기업 제품의 구매 등 착한 소비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환경, 사회, 책임 등을 강조하는 ESG 경영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도 착한 소비와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려운 때일수록 지역 공동체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나눔과 배려가 절실히 필요하다. 나눔과 배려를 위한 대표적인 행동 중 하나가 기부이다. 기부는 일반적으로 자선이나 대의를 목적으로 대가 없이 내놓는 것을 말한다. 기부는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 어려운 사람들의 부족한 것을 보듬고 채워주는 기쁨이다. 한국 전쟁 후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이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통해 이제는 원조 수여국에서 공여국이 되었으며, 지난 7월에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우리나라를 개도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G7 정상회의에 초청받아 신장한 국력을 방증했다. 그러나 경제성장 규모에 비해 기부 규모는 초라하다. 영국의 자선재원재단에서 발표한 2019년 세계기부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기부지수는 57위로 GDP 규모가 세계 8번째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한 나라의 기부 규모도 중요하지만, 성숙한 기부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착한 기부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착한 기부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기부자들이 선한 의도로 기부 행위를 해야 하고, 모금 단체가 투명하게 기부금을 관리사용해야 한다. 아울러 수혜자들의 삶에 체감적으로 도움이 되어야 한다. 기부자-모금단체-수혜자 간의 선순환 구조가 되어야 나쁜 기부가 아닌 착한 기부가 되는 것이다. 정부가 1365 기부 포털 운영, 기부금 모집사용 내역 공개를 강화하는 이유도 착한 기부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얼마 있으면 추석 명절이다. 착한 기부가 많이 되어 나눔과 배려 문화가 확산됨으로써 지역공동체 모든 사람들이 따뜻하고 훈훈한 추석 명절 나기가 되길 희망해 본다. /최병관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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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01 16:51

전북 지역 대학들의 발전을 기원하며

왕미양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필자는 고향인 전북에서 대학교까지 졸업하였고, 그 후 서울에서 생활해왔다. 대학에 입학할 당시 가정형편으로는 서울에 있는 대학(이류든지 삼류든지)은 꿈도 꿀 수 없었지만 철없는 필자는 그냥 서울로 가고 싶었다. 이런 필자의 마음을 학교 선생님께서는 필자가 입학한 대학을 전라북도의 서울대라는 말씀으로 위로해주셨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필자는 전라북도의 서울대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말해왔다. 필자의 모교에 대한 기쁜 소식은 필자의 기쁨이었고, 나쁜 소식은 필자의 아픔이었다. 최근 유명한 대학 입시학원에서 집계한 2021년 대입 수시 정시 대학별 최종 등록률 지역별 현황자료에 대한 어느 언론사의 분석 기사를 보았다. 요지는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 합쳐서 최종 등록률이 사상 처음으로 90% 아래로 떨어졌고, 대학 입학생 수도 50만 명 선이 붕괴되었으며, 이러한 학령인구 감소는 지방대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었다. 지방대 출신인 필자의 마음은 많이 무거웠다. 지방대의 앞날이 밝지 않은 이유는 학령인구의 감소가 크겠지만 필자도 그랬듯이 지방에서 서울로 가고 싶은 동경심은 시간이 흘렀어도 변하지 않았기 때문인 점도 있을 것이다. 요즘 같은 온라인 시대에는 사는 지역이 어디든 교육의 기회는 균등하다고 하나 아직도 서울과 수도권으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은 분명 서울에는 지방에서는 누릴 수 없는, 지방에서는 가질 수 없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방에는 없고 서울에만 있는 것을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다. 서울에는 지방에 비해 다양한 일자리들이 많고, 서울에서는 영화 관람 외에 특별 공연이나 전시회 등 각종 문화행사를 언제든지 누릴 수 있다. 다양한 일자리와 풍부한 문화적 혜택은 서울이라는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다양한 일자리가 있고 문화적인 혜택이 많다보니 지방 사람들은 서울에 가고 싶어 하고, 서울은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더 많이 발전했다. 이러한 순환구조에서는 인위적으로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고(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경제적인 논리와 무관하게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전시회와 공연이 열리지 않고서야 사람이 부족한 지방의 발전은 답이 없다. 지역경제와 운명을 같이하는 지방대학의 생존이 걱정된다. 지역경제가 발전하면 지방대학이 발전하고, 지방대학이 발전하면 지역경제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지만 지금까지 보아온 현상으로는 지방대학의 발전은 지역경제에 달려있는 것 같다. 전북은 이미 어렵게 설립된 대학이 너무 쉽게 폐교당하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1991년 2월에 남원시에 설립된 서남대학교가 2018년 2월에 폐교되었다. 그로인해 학교 주변 상권은 당연히 전멸했고, 남원시의 인구는 약 2000여 명이나 감소하였다고 한다. 위 대학이 폐교당한 원인에는 재단비리와 부실경영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학생 부족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남원이라는 지역이 학생들에게 메리트가 없었던 것이다. 전북의 현직 송하진 도지사님과 미래의 도지사님을 비롯하여 전북 지역 유력 경제인님들께 간절히 바란다. 필자와 같은 전북 지역 대학을 졸업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학생수 미달이라는 소식 말고 전북 지역 대학들의 입학 경쟁률이 서울과 수도권 대학 수준에 이르렀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시기를. /왕미양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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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18 16:12

번듯한 종합연구소 하나, 전북을 살린다

이석래 과기부 성과평가정책국장 한 끼 밥 먹기도 힘든 시기인 1966년, 내가 태어나던 해에 우리나라에 종합연구소인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가 세워졌다. 월남전 참전 대가로 무상 718만불, 유상 186만불을 미국이 지원하고 바텔 연구소를 벤치마킹하여 설립되었다고 한다. 과학자가 부족한 우리나라는 우수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해외에 유학중인 과학자들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모시고 왔다. 파격적인 조건이라 해도 선진국에 정착하는 것보다는 못할 것은 당연한데도 많은 과학자분들이 조국의 부름에 KIST로 와주셨다. 통행금지가 있었을 때 과학자들이 자정 넘어 연구소를 나오면 단속하던 경찰관이 과학자 안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집에까지 모셔주시기도 했다는 일화도 회자된다. 과학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 또는 첨단 연구를 하고 싶었을 수도 있지만, 과학자적 호기심을 포기하고 기업에 신기술을 전파하고, 기업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담당하셨다. 과학자로서 국가의 산업발전을 더 크게 생각하셨고, 이러한 노고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번듯한 연구소는 그 지역의 지속가능발전을 가능하게 한다. 지역 산업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고, 지역의 사회문제도 종합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고, 더욱이 지역의 우수한 인재가 지역에 남아 지역에 공헌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대학-연구소-기업이 연계되어 협력 체제를 갖추면 지역의 자립은 가능하다. 우리 전북에도 연구소가 없는 건 아니다. 특화된 소규모 연구소도 많고 지원조직도 많다. 분야별로 특화되어 그 분야의 산업과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했고 지금도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규모도 작고, 인원도 적으며 처우도 변변치 못해 우수인력의 유입도 많지 않고 종합적인 문제해결 능력도 떨어지고 있다. 현 시점에서 전북을 위해 기술별로 분화된 다수의 작은 연구소들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냉철한 점검이 필요하다. 현대의 기술은 복잡해지고 융합화 되어 하나의 전문적인 기술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새로운 산업과 제품은 융합된 복잡해진 기술이 내재되어 있다. 최근엔 정보통신기술(ICT)은 모든 산업에 융합되어 있고 향후에는 바이오 기술(BT)이 모든 산업에 접목될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는 융합이 대세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다면 초기 KIST와 같은 하나의 종합연구소 모델이 더 좋을 수 있다. 각 분야의 과학자가 모여 기업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기술이전, 기술사업화와 창업을 도와주며, 지역의 문제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종합적인 think tank가 바람직하다. 일부 연구원은 기업에 1년 정도 파견 나가 현장에서 기업을 성장시키는 것도 좋고, 기술금융도 포함될 수 있으면 금상첨화이다. 우리지역 인재가 이 연구소에 들어오고 싶도록 최고의 대접과 혜택을 주고,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종합연구소 설립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규모도 지금 지역 모든 연구소와 지원기관을 통합한 규모의 2배(연구 인력 2배, 연구비 2배)는 되어 젊은 지역 인재가 지속적으로 연구소로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 지역의 우수인재가 지역을 발전시키는 선순환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전북이 아기 울음소리와 어르신들의 웃음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 되기 위해 번듯한 연구소 건립을 위한 결단과 희생은 꼭 필요하다. /이석래 과기부 성과평가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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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11 16:28

국민과 주민을 위한 봉사자의 협력적 거버넌스 제도화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 최병관 대한민국 헌법 제7조 제1항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라고 되어 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기 위한 조문이다. 제117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라고 되어 있다. 지방자치에 관한 근거 조문이다. 헌법 규정 취지와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시각을 달리해서 두 조문을 중앙과 지방의 협력 관점에서 해석해 보기로 하자. 키워드는 공무원, 국민, 주민, 봉사자 등이다. 중앙부처의 고객은 국민이고, 지자체의 고객은 주민이다. 그래서 중앙부처 공무원은 국민을 위한 봉사자이고, 지자체 공무원은 주민을 위한 봉사자다. 국민은 추상적이고, 주민은 구체적이다. 추상적인 국민을 대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중앙부처 공무원은 보편적인 접근을 먼저하는 반면, 구체적인 주민에게 서비스하는 지자체 공무원은 현장 중심적이다. 국민의 봉사자들은 그들이 설계하는 정책과 제도의 파급력이 국민 전체와 지자체에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기에 보다 신중하고 엄격하다. 주민의 봉사자들의 행정서비스는 주민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바로 느끼기 때문에 보다 임기응변적이고 창의적이다. 우리 헌법은 국민주권을 천명하고 있다. 자치분권의 관점에서는 국민주권은 주민주권이다. 국민주권에서는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고, 주민주권에서는 주민이 지역의 주인이다. 주민은 지방의 이익과 견해가 우선이라는 지방주의나 공동체주의에 기초한다. 주민은 자치분권이 활성화될수록 지역의 주인으로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 국민은 주로 대의제 민주주의를 통해 간접적으로 참여하지만, 주민은 직접 참여의 기회가 국민에 비해 많다. 주민투표, 주민소환, 주민참여예산 등등. 국민은 국가 운영 체제나 사회적 가치 등 국가적 사안에 관심이 많다면, 주민은 일상의 삶과 관련된 사항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지방자치는 생활자치이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30년이 지났다. 자치분권이 확대되어 오면서 국민을 위한 봉사자들과 주민을 위한 봉사자들의 협력적 거버넌스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각 정책 주체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리면서 서로 협력이 활발해질수록 서비스 수혜자인 국민과 주민들은 더욱 더 행복해진다. 코로나19가 국민들에게 많은 고통을 주고 있지만, 빠른 일상 회복을 위해 중앙과 지방이 긴밀하게 협업을 하고 있다. 국무총리장관들과 시도지사 등이 거의 매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지혜를 모으고 있다. 협력적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모습을 우리는 매일 보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있는 K-방역은 국민의 봉사자들과 주민의 봉사자들의 합작품이다. 국민의 봉사자들과 주민을 위한 봉사자들의 협력적 거버넌스가 이제는 제도화된다. 지난 6월 중앙지방협력회의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중앙지방협력회의가 2022년 1월부터 정례적으로 개최된다. 중앙지방협력회의는 대통령이 의장이 되고, 각 부처 장관과 시도지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중앙과 지방의 현안을 서로 공유협력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중앙과 지방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플랫홈이 만들어 지는 것이고, 제2 국무회의와 같이 운영될 것이다. 이렇게 제도화된 중앙지방협력회의가 국민을 위한 봉사자들과 주민을 위한 봉사자들의 연대와 협력의 장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 최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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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04 16:31

전라도 표심은 왜 외길이 되었나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을 하면서 항일 변호사로 활동했고, 광복 후에는 우리나라 초대 대법원장을 맡아 살아있는 법전이라는 별명과 함께 법조인들에게 청렴을 강조하며 권력에 아부하지 않고 정파와 이념을 초월해 사법부의 독립과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헌신하신 위인(偉人), 법조인의 모범적인 표상으로 꼽히는 가인(街人) 김병로는 전북 순창 출신이시다. 우스운 얘기지만 필자에게 초대 대법원장 김병로는 와 닿지 않았다. 가인 선생이 전북 순창 출신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깨가 으쓱해지고 우리 가인 선생이 되었다. 어느덧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생활한 시간들이 고향에 머물렀던 시간보다 더 길다. 태생적으로 잔정이 많은(필자만의 생각) 필자는 고향 사람들을 만나면 반갑고 바로 친밀감을 느낀다. 선택할 일이 있으면 그들을 선택하여 도움이 되고 싶었다. 필자의 이런 모습들은 사회를 분열시키고 정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지역주의, 지역감정의 발현인가? 선거철만 되면 화두로 등장하는 지역주의, 지역감정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았다. 서구 사회에서 지역주의는 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생활의 장(場)인 자신들의 지역을 개선하고자 하는 일종의 집합 의식이라는 긍정적 개념으로 사용되었지만 우리의 경우는 지역집단별 이기주의 및 지역 간 적대감이나 대결적인 경쟁의식, 즉 지역 갈등이라는 부정적 의미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지역감정은 지역적인 내외집단의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상대 지역민에게 공격적이고 차별적 태도나 행위로 나타날 수 있는 감정 상태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에 실시된 전국동시지방선거결과에 대한 어떤 논평이 생각난다. 집권당이 민주당이었더라도 세월호 참사는 막을 수 없었겠지만 그랬어도 전라도는 민주당을 찍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정치와는 무관한 일개 시민 위치에서 수십 년간 선거철에 보여준 고향사람들의 표심에 대한 필자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타 지역 출신 가까운 사람들은 필자에게 당신 동네 사람들은 왜 그러냐고 묻곤 했고, 필자는 하고 싶은 말은 있었지만 그 말로 이해시킬 자신이 없었다. 전라도의 표심은 왜 외길이 되었는가? 한국의 지역주의, 지역감정은 사회경제적 산출물이 아니고 정치적인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고, 이는 극복될 수는 없고 부작용을 줄여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다. 필자는 2000년도부터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이고, 지난 2년 동안은 운 좋게도 변호사 3만 명 시대의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여성변호사로서 최초로 사무총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올 한해는 안식년으로 생각하고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도 자주 찾아뵙고, 소중한 추억이 있는 전주도 종종 내려가 선후배들과 잔을 부딪치고 싶었다. 그러던 중 고향 언론사로서 전북을 대표하는 전북일보가 2021년 하반기 칼럼 필진을 새로 꾸린다면서 필자에게 칼럼 기고 제안을 해왔다. 필자는 황송하고 영광스러운 마음으로 승낙했다. 필자는 앞으로 고향에 살고 있는 선후배 지인들과 더 많이 교류하는 행복을 찾고 싶다. 필자는 전북일보의 칼럼 타향에서의 코너를 통해 전라도에서의 지역주의가 지역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지향하는 긍정적 의미로 구현될 수 있도록 일조하고 싶다. /왕미양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왕미양 부회장은 전북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대한변호사협회 제50대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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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21 16:27

과학기술 중심, 전북을 꿈꾸며

전북의 중소도시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그곳을 떠난 지 36년이 지났다. 한 두 달에 한번 씩 고향을 방문하면 마음이 포근해지고 아련한 추억에 눈시울도 뜨거워진다. 하지만 어렸을 때 본 산천은 변함이 없는데 내가 알던 그 친구들은 그곳에 없다. 고향을 떠나 타향을 헤매지 않고 고향에 터를 잡을 수 는 없을지,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내가 고향을 떠나 지금까지 한일은 과학기술을 육성하는 일이다. 난 과학기술에서 우리 고향의 미래를 보고자 한다. 세상은 보이는 것과 실제 움직이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 돈이고 권력인 것처럼 보이나 실질적인 움직임은 작은 연구실험실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19로 지금의 사는 방식과 지금의 생각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인류 전체에 펴지고 있다. 좋던 싫던 간에 사고와 생활방식에 피할 수 없는 변화가 오고 있으며, 불안과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확실한 답을 주진 못하지만 변화, 불안, 기대, 이 모든 것이 어느 한 곳을 지적하고 그것이 변화의 핵심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것은 과학기술이다. 과학기술이 힘을 얻기 시작한 시기는 근대 이후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사고의 혼돈과 갈등이 가장 컸던 시대는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시기이다. 이때 사람들은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과 세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하는 세계관의 혼동 속에서 길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종교개혁, 인문학 발달, 과학적 발견 등 기존의 사고체계를 송두리 체 흔드는 일들이 많이 발생했다. 수많은 혼동과 갈등에서 그나마 종지부를 찍고, 마지막 결론에 이르게 한 한마디는 데카르트의 I think, therefor I am이라고 생각한다. 신의 섭리의 시대를 마무리하고 인간의 이성의 시대를 여는 핵심 선언이다. 중세 종교적 삶의 근거로 신의 말씀이 있었다면 근대이후 인간의 이성적 판단 근거는 무엇일까? 철학, 역사, 자본, 인간심리, 사회정의 등 많은 근거들이 탄생하고 지지를 받았으나 현재 최후의 승자는 과학이 아닐까. 과학적 근거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 것과 동일시되고 이러한 믿음이 점점 더 큰 힘을 갖게 되고 있다. 과학은 사회에서 가치 판단의 근거 또는 증거로서의 지위를 획득했고 과학적 사고가 합리성과 동일시되면서 건전한 사회를 유지하는 근간으로 간주되었다. 자본, 노동, 정치적 권력, 철학적 가치, 법 등도 큰 힘을 가졌다고 보지만 그 힘도 과학적 합리성을 가지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그 권위를 잃을 수 있다. 특히 위기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변화의 중심에 과학이 있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며 양면성도 있다. 인간의 힘으로 통제하여 적절하게 활용하면 엄청난 긍정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으나, 잘못 활용되면 인류에 큰 해를 줄 수도 있다. 이제 우리 전북도 과학기술의 긍정적인 측면을 최대한 활용하여 안전과 풍요를 동시에 얻어야 한다. 번듯한 연구소 하나가 지역의 지속가능발전을 가능하게 하고, 과학자 한명이 지역을 먹여 살리며, 과학적 농업이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고, 과학에 근거한 전통문화가 전북의 품격을 높여준다. 과학에 근거한 행정과 정치는 효율성을 높이고, 과학에 근거한 사회 문제해결로 주민의 불만을 줄여줄 수 있다. 이제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이석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성과평가정책국장 △이석래 국장은 제40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남원 성원고서울대를 졸업하고 현재 한양대 대학원에서 과학기술정책학을 전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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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14 17:03

지역 건강한 성장, ‘청년 살고 싶은 곳’에 답 있다

최병관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 2014년 지방소멸, 2017년 인구절벽, 그리고 2021년 인구지진(Age-quake). 전 세계적으로 인구 감소에 따른 충격을 예고하는 경고음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인구에 초민감해야 하는 이유는 인구 감소가 우리 경제사회 근간을 흔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020년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19년에 사상 처음으로 출생자 수가 사망자 수보다 낮게 나타나는 데드 크로스(dead cross)의 등장을 목격하였다. 2020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다. 미국은 1.73명, 일본은 1.42명이다. 우리나라가 회원국 중 유일하게 0명대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수도권 거주자(2,604만명)가 비수도권 거주자(2,579만명)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참으로 우울한 통계이다. 지방소멸의 근본적인 요인은 무엇보다도 지방 청년들의 수도권으로의 유출에 있다. 지방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이 고등학교 졸업 후 학업 또는 취직을 위해 수도권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 지방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지역이 건강한 성장을 할 수 없는 구조로 서서히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2021년 6월말 기준 수도권 인구의 평균연령이 42.5세로, 비수도권 인구의 43.8세보다 1.3세 낮게 나타났다. 지방의 청년인구 유출 문제는 단순히 인구 감소라는 수치상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청년인구의 유출은 향후 30년 이상 경제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지역 활동에 참여하고 지역 사회를 이끌어나갈 주된 동력원의 상실이라는 점에서 지역 활력 저하로 이어진다. 지역 내 청년인구 비율은 향후 그 지역의 건강한 성장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지표가 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지자체마다 청년 유출을 막기 위해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는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전북 완주에서 개최된 2021년 청년마을 합동 발대식은 지역 사회에 희망을 보여 준 행사였다. 청년들은 지역 특산물전통산업 등 고루하게 느껴졌던 지역자원에 MZ세대의 힙(Hip)한 감성을 녹여내 창업 아이템으로 재탄생시키고, 유휴공간을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지역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행안부는 2021년까지 청년마을을 12개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는 자연재난인 지진을 피할 수 없다. 다만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내진 설계를 강화하고 있다. 10년 뒤 다가올 인구지진 역시 피하기는 어렵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지역별 인구변동 추이를 계속적으로 살피고 지역의 특성에 맞는 인구정책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청년인구의 유출을 막고 우리 지역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은 인구지진의 피해를 줄여 줄 최상의 내진 설계가 될 것이다. 지역이 더 이상 청년을 키우고 길러내는 공간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여 정말 살고 싶은 지역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지금의 우리 세대가 미래를 책임질 후손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천천히 서둘러라!(Festina lente) /최병관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 △최병관 정책관은 행정안전부 대변인, 지역경제지원관, 전라북도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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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07 16:37

거리이름에서 만나는 베트남 위인들

박노완 주 베트남 대사 한국에서도 요즘은 거리이름으로 주소를 표기하지만, 그 역사가 길지 않아 보통사람들의 기억 속에 있는 거리이름은 종로, 충무로, 백제로 등 대표적인 도로명이 대부분이다. 내가 1995년 베트남에 처음 왔을 때 인상 깊게 보았던 것 중 하나는 도로변 상가 간판하단에 도로이름과 번지수까지 정확히 적혀있는 주소표기였다. 이곳은 주소를 표기할 때 도로이름으로 반드시 표기하기 때문에 약속장소를 정할 때나 관광지를 찾아 갈 때 늘 도로이름을 접하게 된다. 심지어 작은 골목까지 도로표기가 잘 되어있어서 찾는 데 불편함이 없다. 거리이름이 적힌 주소를 들고 낯선 곳을 찾아 갈 때, 대부분 택시기사들은 작은 골목까지 잘 알고 있어서 놀랐던 기억도 많다. 처음에는 도로이름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었는데, 유난히 위인들의 이름이 도로명에 많이 쓰였다는 것을 차차 알게 되었다, 베트남 사람들이라면 거의 알고 있는 위인들이며, 베트남 역사에 영향을 미친 일부 외국 위인들의 이름을 딴 거리들도 있다. 베트남에서는 일상적으로 거리이름을 접하게 되는 문화이다 보니 거리이름을 통해 위인들의 업적이 베트남 사람들의 머릿속에 잘 각인되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세월이 지나도 일상에서 매일 접하기 때문에 잊지 않고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1975년 통일이후 민족독립에 큰 공헌을 한 호치민 주석의 이름을 따서 사이공시를 호치민시로 헌법에 명기하여 사용하고 있을 정도이니 베트남 사람들이 역사적 위인을 존경하고 기리는 모습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모습들이 오늘날 베트남 민족의 정체성과 자긍심 고취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 같다. 위인들의 이름을 딴 거리들이 수두룩하지만, 어느 도시에서나 자주 볼 수 있는 거리이름을 예로 들면, 하노이 락롱꿘 거리와 어우꺼 거리는 건국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과 아름다운 산신의 이름이며, 하이바쯩 거리는 1세기경 중국에 항거하여 최초로 베트남을 독립시킨 두 명의 쯩 자매를 일컫는 말이다. 또한, 쩐흥다오 거리는 13세기경 몽골군의 침입을 막아내고 베트남을 지킨, 우리의 이순신 장군과 같은 전쟁영웅을 기리고자 하는 데에서 비롯되었다. 호치민에 알렉산드르 드 로드 거리는 알파벳을 이용하여 현재 사용하고 있는 베트남 문자를 만든 프랑스 신부이름을 딴 거리이며, 1891년 사이공에 천연두와 광견병 확산을 막기 위해 실험실을 설치한 미생물의 아버지 파스퇴르 이름을 딴 거리도 있다. 이처럼 거리이름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상기시켜 주는 베트남이지만, 아쉽게도 베트남에는 한국을 연상시키는 거리이름은 사실상 없다. 50년 전 월남 파병용사들이 호치민시에 건설한 대한로(大韓路)가 있었으나, 호치민에 거주하고 있는 일부 한국 사람들의 기억에만 존재 할 뿐, 현재는 사용하지 않아 아쉽기만 하다. 다만 서울의 용산구와 베트남 중부 꾸이년시와 자매결연을 통해 상호 문화거리 조성 차원에서 서울 용산구에 작은 규모의 베트남 문화거리와 베트남 꾸이년시에 용산 거리만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서울의 테헤란로가 한국과 이란간 우호관계의 상징물인 것처럼, 2022년 수교 3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과 베트남간의 우호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베트남에 한국거리, 한국에 베트남 거리 조성을 추진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박노완 주 베트남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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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30 17:18

새싹 돋아라, 새싹 돋아라

구자갑 인스코비 대표이사 필 미켈슨이 지난 5월 열린 PGA 챔피언십에서 만 50세 11개월의 나이로 골프 사상 최고령 메이저 우승자가 됐다. 10여 년 전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인 건선성관절염 진단을 받았던 그가 약물치료와 규칙적인 단식으로 면역체계를 바로잡아 일궈낸 성취라서 더 돋보인다. 자가면역질환은 면역력이 떨어져 생기는 질환이 아니다. 방향성을 잃은 면역계가 정작 방어해야 할 자기 몸을 공격하는 병이다. 내 몸의 어디를 공격하느냐에 따라 거기에 염증이 생기고 나타나는 증상이 다르다. 관절을 공격하면 류마티스관절염, 피부에는 건선, 점막은 쇼그렌증후군, 전신을 공격하면 다발성경화증 등의 질환이 생긴다. 자가면역질환처럼 몸의 방어력을 높이기 위한 치료 과정이 되레 다 자승자박이 되고 마는 뒤죽박죽인 병도 없다. 면역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쓰기도 한다. 코로나 시대에 오직 자기 면역력 하나로 버티는 사람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정말 못할 일이다. 알려진 자가면역질환의 종류만 100여 가지이고 다양한 치료법들이 연구되고 있다. 만성염증성장질환인 크론병 환자를 기생충으로 치료하는 방안이 참 기발하다. 기생충을 일종의 미끼로 체내에 넣어주면 면역계가 방향성을 잃었더라도 같은 편을 공격하는 일이 줄어든다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같은 맥락에서 돼지편충알이 궤양성대장염 치료약으로 유럽에서 승인되었다. 원형탈모도 자가면역질환으로 알려져 있는데 부작용이 있지만 스테로이드제로 치료한다. 류머티스성염증도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우선 처방하고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스테로이드제를 처방한다. 면역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되돌릴 수 있는 약이 아직 없기 때문에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대증요법으로 고통스러운 증상을 완화시키는게 고작이다. 미국과 한국에서 외상성통증 환자들을 진료하던 한 의사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와 스테로이드제로 환자를 치료하는데 한계를 느끼고, 벌독으로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데 평생을 헌신한다. 성분과 용량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만들어내 의료용 벌독을 환자에게 투여했는데 통증을 제어할 뿐만 아니라 면역계를 정상화시키는 데에도 유의성 있는 효과를 확인했다. 국내 천연물신약 1호 아피톡신이 탄생한 배경이다. 벌독은 염증과 통증을 가라앉히는 멜리틴이라는 주성분과 다른 미세성분들이 협업작용을 일으키는 천연물질이다. 적은 양의 벌독이 몸에 들어가면 면역계가 벌독에 대응하여 싸우기 시작한다. 용량을 점차 늘리면 면역계는 내 몸을 향해 작용하던 방향을 벌독 쪽으로 되돌린다. 면역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작용하도록 유도하는 이를테면 노크효과를 발휘한다. 최근 건선, 류머티스관절염, 다발성경화증 등 만성 재발성 자가면역질환 환자의 삶의 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병의 경과가 길고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난치성 질환이라 시간이 내편이 아니다. 치료비는 물론 신체적, 정서적 부담도 크다. 인내심을 갖고 장기간 치료해야 하니 부작용이 거의 없는 벌독과 같은 천연물 치료제의 출현이 절실하다. 임상과정에서 정상으로 돌아온 환자가 실제로 많았다는 점에서 완치까지 가능하다고 본다. 그간의 치료로는 효과를 얻지 못했던 환자에게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까지 증상을 누그러뜨리고 재발 빈도를 낮추는 것만으로도 환자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시간을 내편으로 돌리기 위해 방향을 잃은 면역계에 희망의 씨를 뿌리고 문을 두드리며 리부트 주문을 건다. 새싹 돋아라, 새싹 돋아라. /구자갑 인스코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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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23 16:55

12년 수학공부, 헛수고는 이제 그만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우리나라 학생들은 고등학교 졸업까지 수학 공부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할까? 통계청에 따르면, 초중고 12년간 학생 한 명이 수학을 공부하는 시간은 약 15,000 시간이다. 이는 교육 선진국 대비 약 2배인데, OECD 회원국 15세 학생 대상의 수학 능력 평가 결과는 의외다. 우리에 비해 절반의 시간을 공부하는 핀란드나 스웨덴과 점수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3 수학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2015년 4.6%에서 2020년 13.4%로 3배 증가했고, 수학 사교육비는 2019년에 역대 최고치인 6.3조 원을 기록한 이후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학생들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학부모들은 많은 돈을 수학 공부에 투자하는 대한민국. 그럼에도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Fields Medal) 수상자 한 명 배출하지 못하고, 컴퓨팅 사고력 기반의 문제 해결력을 가진 IT 엔지니어가 부족해 업계 불만이 늘어나는 우리의 수학 교육. 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 못된 것일까? 학부모님 대부분이 수학 공부를 연산과 사고력으로 양분한다. 저학년은 사고력 수학으로 개념을 잡고 고학년은 연산을 시켜야 한다지만, 문제는 이 연산이 기계적 연산이라는 점이다. 초등학생용 연산 문제의 풀이를 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바로 드러난다. 출제 의도를 알 수 있거나 왜?라는 질문의 여지없이 공식과 요령만 쓰여 있을 뿐이다. 당연히 이를 외우지 않고는 틀리거나 수학을 못 하는 사람이 된다. 결국 아이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지 않는다. 생각, 과정이 어찌 됐든 답만 맞히면 수학 잘 한다는 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답을 맞힌 아이에게 풀이 과정과 그것을 생각하게 된 이유, 그리고 문제에 포함된 원리가 무엇인지 설명해달라고 한다면, 아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대부분 공식대로 풀었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되묻거나 아는 내용을 설명하던 중에 얼버무릴 것이다. 수차례 강조했지만, 설명하지 못하면 아는 것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수능 문제마저도 수학, 컴퓨터, 물리, 자연과학 등 관련 분야 어디에도 사용되지 않는 문제들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공식과 요령으로 잘 푸는 것을 수학 공부의 전부로 아는 것. 관련 산업과 학문은 고사하고 실생활에서도 써먹지 못하도록 수학을 배운다는 것이 문제다! 아이들의 호기심은 무시한 채 단절된 수학 개념과 원리를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교과 과정. 그리고 (기계적)연산, 사고력 수학 등 겉으론 그럴싸하지만 내용은 교과 과정에 편승해 아이들을 기계보다 못한 계산기로 전락시키는 수학 교육. 이를 혁신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내가 10년이 넘는 연구를 통해 수학을 쉽고 재미있게 효율적으로 정복하는 <깨봉수학>을 개발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고자 유튜브 채널까지 직접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입만을 목표로 기계적 연산 문제로 가능한 수능을 위해 12년간 15,000시간씩 공식과 요령을 죽어라 외우는 우리 아이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IT 혁명 시대는 과거와 달리 문제 정의, 핵심 파악, 해법 찾기, 그리고 해석까지 매우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사람만이 가져야 할 능력들 중 1%도 안 되는 기계적 연산에 이토록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과연 옳은 방법일까? 이제 헛수고는 그만하자! 절반 이하의 시간과 노력 만으로도 배우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충분한 수학 실력과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새롭고 혁신적인 수학으로, 우리 아이들을 진정한 미래 인재로 길러 내고 대한민국을 인공지능과 IT 분야의 세계적인 강국으로 만들자!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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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9 16:27

아오자이에 담긴 소중한 인연

박노완 주 베트남 대사 요즈음 베트남과 교류가 많아서 대부분 한국 사람들이 아오자이가 베트남의 대표적인 전통의상을 일컫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내가 이 단어를 처음으로 접한 시기는 50년 전 초등학교 5학년 때이다. 임실 강진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녔었는데, 5학년 음악시간에 담임 선생님(성함: 이근종)께서 풍금을 치시면서 아오자이 아가씨로 시작하는 노래를 가르쳐 주셨다. 지금도 기억나는 노래가사는 아오자이 아가씨 야, 말 물어 보자, 나에게도 너와 같은 예쁜 동생이 있다.라는 내용이다. 그 당시에는 아오자이가 무슨 뜻인지 모르고 즐겁게 불렀으나, 내가 그 단어의 뜻을 정확히 알게 된 때는 한국외국어대학 베트남어과 신입생 환영회에서였다. 아오자이(Ao Dai)란 긴 옷이라는 뜻으로 우리 전통 한복처럼 주요행사나 예식 때 입는 베트남의 대표적인 전통의상을 의미한다. 나의 초등학교 5-6학년 담임 선생님은 키가 크고 부리부리한 눈에 건장한 체격으로 다져진 아주 용감한 군인 같은 인상을 가지신 분이셨다. 그 당시 선생님께서 아오자이 노래를 가르쳐 주신 것으로 보아, 아마도 선생님은 월남전 파병용사가 아니었나 싶다. 간단한 노래이지만, 어릴 적 배운 노래이기에 지금도 가끔 그 가사를 읇곤 한다. 돌이켜 보면 이것이 나와 베트남과의 첫 인연의 시작이었고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추억의 순간들이다. 외국어대 베트남어과에 어렵게 진학하여 이어진 나와 베트남과의 인연은 천신만고 끝에 외교관이 되어 1995년 베트남 하노이로 첫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내가 처음 보게 된 베트남은 내가 어린 시절에 농촌에서 경험했던 1960년대를 연상시키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되돌아 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노이 시내는 높은 건물도 없이 한적하였고 시클로(Xichlo: 자전거 인력거),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함께 뒤섞여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또한, 하노이 시는 곳곳에 크고 작은 호수(지금은 많이 매립)가 참 많고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조용하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대부분 생머리를 한 여성들은 생활력이 강해 보였고, 삼삼오오 모여 거리에서 한가하게 차를 마시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특히, 여학생들이 하얀색 아오자이를 입고 긴 머리를 휘날리며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하는 모습은 참으로 평화롭고 정결해 보였다. 50년 전 나와 아오자이와의 첫 인연이 이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감동적인 순간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모습들이 하노이에서 볼 수 없는 추억 속에 남아있는 풍경일 뿐이다. 그 뒤로 2010년 베트남 하노이에 다시 근무를 시작하여 호치민 총영사에 이어, 베트남 대사까지 역임하면서 나와 베트남과 인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각별하고 소중한 인연으로 굳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곳에서 오랜 외교활동을 하면서 베트남 사람들의 정서가 잘 이해되고 친근감을 느끼는 것도 오랜 인연의 덕이 아닌가 싶다. 한국과 인연이 되어 함께 일하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 베트남에 와서 열심히 살고 있는 한국 사람들, 나에겐 모두가 소중한 사람들이고, 똑 같은 사람들이다. 그들 모두가 한국과 베트남과의 인연을 소중히 이어가길 바란다. 내가 여기서 고향을 그리워하듯이 먼 훗날 난 고향땅에서 베트남에서 보냈던 그 시간들을 그리워 할 것이다. /박노완 주 베트남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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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2 18:08

세상에 하찮고 쓸모없는 것은 없다

구자갑 인스코비 대표이사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는 모든 제품이 재사용될 수 있도록 장려하며 폐기물을 방지하는데 초점을 맞춘 운동이다. 매립지나 소각장, 바다에 쓰레기를 보내지 않는 것이 목표지만 현실은 플라스틱의 9%만이 재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생산과 유통 시스템 자체를 재구축하는 한편 폐기물을 잘 제거하고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도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A기업은 대량 배양한 미생물로 시설 한 곳에서 하루 10톤 규모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한다. 미생물이 유기성폐기물을 24시간 내에 95% 이상 먹어 치워 오폐수나 잔여물도 거의 남기지 않는다. B 기업은 아예 여러 지자체의 위탁을 받아 음식물류폐기물과 가축분뇨 자원화시설을 설계, 시공하고 운영까지 맡는 등 3박자를 연계하여 토탈 솔루션을 제공한다. 미생물을 활용하여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공기를 투입하여 처리하는 호기성 방식과 공기를 차단하여 처리하는 혐기성 방식이 혼용된다. 줄지렁이는 화장실에 남겨진 사람의 배설물을 소화시키는 능력이 있다. 지렁이가 사람의 배설물을 소화시킨 후 내놓는 분비물은 농작물 경작 등에 퇴비로 사용된다. 화학비료보다 질이 좋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렁이들이 배설물을 먹게 되면서 화장실은 깨끗함을 유지하고 사용수명도 길어진다. 축산분뇨와 음식폐기물에서 나오는 폐수를 활용해 생산하는 바이오가스 분야도 시장성이 커서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농가의 분뇨 처리와 축산악취 해소에도 기여한다. 호주 기업 Goterra는 파리 애벌레를 이용해 음식물 쓰레기를 동물사료와 비료로 바꾸는 기술로 주목받는 스타트업이다. 기계에 넣어 잘게 부순 음식물 쓰레기는 열처리 가공을 거쳐 애벌레가 있는 곳으로 이동된다. 애벌레가 그것을 먹고 싼 배설물은 품질 좋은 토양비료가 되고 애벌레 자체는 가루가 되어 고단백의 동물사료로 이용된다. 양돈장에서 나오는 배설물을 먹이로 파리 애벌레를 키워 양식 물고기 사료인 어분의 대체재를 만들기도 한다. 처리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98%까지 줄이면서 음식물 쓰레기로 좋은 품질의 단백질을 만들어 낸다.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 환경파괴를 막는 등 꿩 먹고 알 먹기다. 우리나라의 폐기물 처리량은 하루 평균 43만톤이고 연평균 3%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쇼핑과 음식배달 문화 확산에 따라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규제, 님비현상, 높은 진입비용 등으로 폐기물처리 사업에 새로 진입하기가 만만치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 5년간 매립단가와 소각단가는 연평균 각각 15%와 9% 상승했다. 폐기물처리 산업은 단가와 폐기량이 동시에 증가하는 성장시장이다. 자본시장에서도 폐기물처리 업체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경기부침의 영향이 작다는 평가를 받던 상황에서 나아가 ESG 투자처로 인식되며 몸값이 치솟고 있다. 신사업 확보를 위해 뛰어든 건설사들은 물론 사모펀드와 투자은행 업계에서도 성공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 자금을 아끼지 않는다. 보유중인 기업과 유사하거나 같은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을 연달아 인수해서 규모를 키우는 볼트온(Bolt-on) 전략이 동원된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가격 경쟁력 등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하찮고 쓸모없는 것은 없다. 밝은 눈,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안에 감춰진 가치를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는 세상이다. /구자갑 인스코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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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26 17:52

글을 쓰는 이유

이강만 한화에스테이트 대표 지난 달 칼럼에서 언급했던 친구가 불쑥 물었다. 전북일보에 자주 글을 쓰던데 출마하려고 그런가? 약간 뜬금없는 얘기라, 정치는 무슨하고 정색하며 말을 잘랐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 싶었다. 기고를 하다 보니 또 다른 질문도 있다. 중앙언론사 대표 중 몇몇은 글이 참 좋던데 왜 자기네 신문사에는 기고를 안 하냐며 진심인지 인사치렌지 다그치기도 한다. 지난주에는 모 언론사 사장과의 식사 와중에 똑같은 얘기가 반복되어서 내년에는 칼럼 하나 맡아 써보겠다면서 화제를 돌렸다. 그분들 말처럼 실제 전북일보에만 기고를 하고 있는 셈이다. 10년 전 우연한 기회에 칼럼 요청을 받아 처음 글을 올린 곳이 전북일보다. 게다가 고향 언론사이니 애정이 더 있어 이리 된 것 같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글을 받아주는 곳이면 어디든 굳이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다. 10여년 이어져 온 전북일보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좀 더 다양하게 세상과 만나는 게 좋을 듯해서다. 신문 칼럼뿐만 아니라 필자는 회사에서의 대내외 메시지 대부분을 직접 구상해서 쓴다. 바쁜 와중에 굳이 글을 쓰고 이를 대중에게 선보이는 이유가 무얼까? 친구의 질문처럼 정치적 의도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랬다면 중앙 언론사 지인들에게 글 쓸 공간을 마련해 주실 수 있냐고 오히려 반문했을지도 모른다. 이유는 간단하다. 하나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진정성 있게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는 것이다. 필자는 일상을 관찰하는 게 참 좋다. 특히 본이 될 만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찾는 일에 인박여 살아 왔다. 미담을 목격하면 이를 적지 않고는 베겨낼 재간이 없다. 이의 발현이 미생이야기이다. 그리고 이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언론사에 기고되는 글들이 대부분 특정 사안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비판이지만 누군가는 따뜻하게 세상을 보듬는 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좋은 면을 좀 더 클로즈업해서 보여줄 필요가 있고, 그래서 이 일을 하는 것이다. 가슴 찐한 내용으로 인기를 끌었던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未生)은 2011년에 처음 선을 보였다. 그런데 그 3개월 전에 미생(美生)이야기가 있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과 가슴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 말이다. 이를 매개로 함께 활동해온 사람들이 지난주에는 봉사 나눔의 사단법인 미생이야기 창립총회를 열기에 이르렀다. 단순한 글쓰기가 만들어 낸 커다란 영향력이다. 그래서 글쓰기를 멈출 수 없다. 또 다른 이유인 세상과의 소통은 항상 실감하는 일이다. 원고 초안은 가족들이 보게 되는데 이때 첫 소통이 이루어진다. 그다음 신문에 글이 실리면 지인들로부터 피드백이 오고 자연스레 또 소통이 된다. 나중에도 여러모로 글이 되새김질 되면서 소통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연초 이런 일이 있었다. 어떤 분이 칼럼 기사를 카메라로 찍어서 보내주셨다. 필자가 강사로 초청된 곳에서 스치듯 만난 분이다. 매월 칼럼이 신문에 나오는 아침마다 그는 이를 반복하였다. 학창시절에는 언감생심 조우도 꿈꾸지 못했을 분, 옛날 그 빵집 주인은 아니지만 추억이 서린 전주의 명품 풍년제과 대표다. 글이 가져다 준 또 다른 세상과의 소통이다. 이 두 가지 이유만으로도 앞으로 글쓰기를 멈추기는 어려울 것 같다. 세상과 진정으로 소통하기를 원하면 우선 글을 쓰라고 권하고 싶다. 글을 잘 쓰든 못쓰든 그게 무슨 대순가? 그냥 연애편지 쓰듯 한번 시작해보는 거다. 진심을 전하는 것은 말보다 글이 더 위력적일 테니까. /이강만 한화에스테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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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19 17:52

컴퓨테이셔널 싱킹(Computational Thinking)의 핵심은 수학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이후, 인공지능은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의 삶에 밀접한 수준까지 대중화되었고, 언택트가 일상이 되면서 많은 산업이 온라인으로 바뀌고 다양한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쌓이며 활용되는 세상이 되었다. 이런 변화는 대부분의 학문과 산업 분야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예를 들어 농업은 날씨, 양분, 크기, 성장 속도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토대로 수확량을 예측하는 스마트팜(Smart Farm)이 등장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음악, 가사, 외모, 의상 등 대중의 취향이 담긴 데이터를 분석해 가수를 기획하고 데뷔시키며, 넷플릭스는 시청 패턴을 분석해 필요한 콘텐츠를 예측하고 추천하는 인공지능을 사용한다. 이런 거대한 변화 속에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가장 먼저 반응해야 하는 곳은 다름 아닌 교육이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알고리듬을 설계해 자동화하거나 예측하는 등 IT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문제 해결 사고 방식을 Computational Thinking(이하 CT)이라 하는데, CT의 핵심 학문이 바로 <수학>이다. 따라서 수학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우리는 여전히 쓸모 없는 과거 산업시대에나 필요했던 반복적인 기계적 연산만을 가르치는데 함몰되어 있다. 인간의 지식노동을 컴퓨터가 대신하는 4차 산업혁명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계산을 아무리 빠르고 정확히 해도 사람은 컴퓨터를 이길 수 없다. 따라서 사람은 컴퓨터가 못 하는 일, 컴퓨터와 차별화되는 일을 해야 살아남는다. 예를 들어 42803998의 몫과 나머지를 묻는 문제를 보자. 대부분 이 문제를 기계적인 세로셈법으로 풀 텐데, 나눗셈 문제는 이렇게 푸는 거야라며 주입식으로 배운 이런 요령이 기계적 연산의 대표적인 폐해다. 사람은 기계적 연산이 아니라 어떻게 효율적으로 빨리 풀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다시 말해 어려운 문제도 쉽고 내가 아는 것으로 바꾸어 풀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에는 <깨봉수학>에서 가르치는 방법으로 생각해 보자. 먼저 복잡해 보이는 42803은 42000과 803으로 분리할 수 있다. 그리고 998은 쉽게 1000으로 생각하면, 42000은 1000으로 42번 나누어진다. 하지만 998은 1000에서 2가 부족하니 2씩 42번 남는다. 여기에 처음 남겨놓은 803을 합하면 나머지가 된다. 그래서 몫은 42이고 나머지는 2 x 42 + 803이다. 자, 이 문제 해결 과정에 기계적 연산이 하나라도 있는가? 만일 있더라도 그것은 계산기를 쓰면 된다. 아무 의미도 모른 채 하는 기계적 연산. 그리고 수를 분해하고 수의 특성을 활용해 문제를 어떻게 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힘을 배우는 것 중 어떤 것이 사람이 배우고 길러야 할 능력일까? 기계적 연산은 가장 낮은 수준의 기술이다. 아무리 반복해도 빨라지지 않으며, 다른 영역으로 응용할 수도 없다. 결국 우리는 아이들에게 아무 쓸모도 없는 일을 죽어라 훈련시키고 있는 것이다! 수학을 입시용 과목으로 보고 단순한 계산 능력만 키우는 구시대적 사고와 관점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 인공지능과 언택트로 촉발된 세상의 변화에 맞도록 진정한 CT를 갖추려면 수학 교육의 내용과 형식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주도할 뛰어난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며, 1분 1초가 시급한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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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1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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