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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용서와 기억

이런 말이 있다. “용서하되 잊지는 말자.” 우리는 예전의 일을 너무 쉽게 잊는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이 반복되면 쉽게 같은 돌부리에 두번 넘어지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25년전 있었던 12·12사태는 아직 잊혀져서는 안될 일 중의 하나이다.12·12 사태가 일어난 때는 1979년 12월12일. 이 사태는 1964년 군부 내 사조직 ‘하나회’를 만들어 활동해 온 합동수사본부장 전두환이 당시 계엄사령관이자 육군참모총장 정승화 대장을 체포함으로써 계엄사령부와 육군본부 등을 장악하는 군사반란사건으로 규정된다. 전두환 합동수사본부장이 정승화 대장을 체포한 표면적인 사유는 김재규로부터 돈을 받았으며 10·26사건 수사에 소극적이고 비협조적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의 이유가 권력찬탈이라는 사실은 이제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다.계엄사령관 정승화 체포는 주도면밀한 계획에 따라 진행되었다. 그 해 11월 중순 전두환 합수부장은 국방부 군수차관보 유학성, 1군단장 황영시, 수도군단장 차규헌, 9사단장 노태우 등과 함께 정 총장의 체포를 사전에 모의하였다. 이들은 또한 20사단장 박준병, 1공수여단장 박희도, 3공수여단장 최세창, 5공수여단장 장기오 등과도 사전에 접촉한다. 그리고 12월 초순 전두환 합수부장은 보안사 대공처장 이학봉과 보안사 인사처장 허삼수, 육군본부 범죄수사단장 우경윤에게 정승화 연행 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시하게 된다.허삼수·우경윤 등 보안사 수사관과 수도경비사령부 33헌병대 병력 50명은 사전에 모의한 대로 12일 저녁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남입한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총장 경비원들에게 총격을 가하는 무력제압 과정을 거쳐 정승화를 보안사 서빙고 분실로 강제 연행하는데 성공한다. 이러한 정 총장의 체포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이들은 최규하 대통령을 협박하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 결과 최 대통령은 13일 새벽 정승화의 연행을 사후 재가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신군부세력은 제5공화국의 중심세력으로 등장하게 된다.우리 옛 속담에 “기둥을 치면 보가 울린다”고 했다. 12·12 군사반란은 이미 5·18 민주항쟁을 예고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일너사너는 안 될 일이었다. 물론 “열 사람이 지켜도 도둑 하나를 못 잡는다”는 말처럼, 계획적으로 저지른 신군부의 군사반란을 막기는 쉽비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군사반란을 막지 못해서 입은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금도 아쉽고 잊을 수 없는 역사로 남는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4.12.11 23:02

[오목대] 캐릭터 논란

고전소설을 배경으로 하는 관광개발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허술한 고증으로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남원시는 흥부마을이라며 태어난 마을과 자라난 마을로 나누어 두 곳에 각종 시설을 설치하고 관광지로 개발하여 왔다. 흥부마을이라고 주장하는 두 마을이 대립하자 학자들이 결국 해결책으로 출생지와 성장지를 구분하여 흥부 관련 마을을 두 마을로 만들어 놓았다.장성군과 강릉시가 각각 홍길동 출생지라며 생가를 지어놓고, 각종 캐릭터 및 관광사업을 펼치면서 서로 자기가 옳다고 재판을 벌이고 있다. 곡성군이 관련 설화가 자기 지역에 있다며 심청전의 배경지로 섬진강을 주장하고 관광지 개발에 나섰지만, 충남 예산군과 인천 옹진군은 심청이 바다에 빠졌다며 자신들의 지역이 배경지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고전소설의 주인공을 선점함으로써 유명인을 자기 지역의 인물로 만들고 동시에 캐릭터나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각 시군이 이들 주인공을 확보하기 위하여 치열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소설 내용이 특정 마을을 확증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을 확보하면 관광개발과 캐릭터 개발 등으로 돈을 벌 수 있어, 무조건 개발에 나서고 있다.완주군도 콩쥐팥쥐의 배경마을을 관광지로 개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완주군은 지난 10월 특허청에 콩쥐팥쥐 상표등록 출원을 마쳤고, 내년부터 년차적으로 콩쥐팥쥐 마을이라는 곳에 콩쥐팥쥐 집, 외갓댁, 연못, 전라감사 행차로 등을 만들고 앵곡역참도 재현해 교육전시 공간과 관광마을을 조성한다고 한다.이에 대해 김제시는 금구면 둔산마을이 콩쥐팥쥐 마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콩쥐팥쥐전에는 마을을 단정할만한 근거들이 빈약하다. 김제시나 완주군이 주장하는 마을들이 모두 전라감사가 부임하는 행차길에서 벗어나 있다. 전라감사가 한양에서 전주로 부임하는 데 일부러 한참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전주로 올라와야 앵곡이나 둔산마을을 지날 수 있다. 부임하는 전라감사가 전혀 지나칠 가능성이 없는 마을들이다.자치단체장들이 고전소설의 주인공을 빨리 확보하여 지역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겠다는 심정은 이해할만 하다. 그렇지만 빈약한 고증에 기초한 억지춘향식 관광개발은 두고두고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4.12.09 23:02

[오목대] 날치기

변화무쌍한 우리 정치사만큼이나 국회의 ‘날치기’역사도 파란만장하다. 의회정치가 아직 익숙하지 않던 자유당 정권 시절에는 강압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52년 피난지인 부산에서 발췌개헌안을 날치기 한 것이나, 58년 반공법 개정안 처리 때 무술경관을 동원해 야당 의원들을 의사당 지하실에 감금했던 것이 좋은 예다.부당한 방법으로 정권을 탈취한 군사정권(박정희·전두환) 때는 한술 더 떠 ‘밀실 날치기’라는 것이 등장했다. 69년도에 3선개헌안을 통과시키면서 여당 의원들끼리 새벽 2시에 도둑질하듯 해치워버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6공 때는 날치기 수법이 덩구 발전했다. 5공 시절만 하더라도 마이크와 의사봉은 최소한의 격식이었으나, 6공때부터 손으로 책상을 치거나 의사봉 없이 입으로만 통과를 시키는 경우가 허당했다.48년 제헌국회 이래 국회에서 의장 경호권이 발동된 횟수는 날치기 목적이 아닌 단순 경호권 발동 2건을 포함 모두 6건이다. 이가운데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키기 위해 발도한 경호권은 부메랑이 되어 자신들의 심장에 꽂히고 말았다. 대다수 국민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판사판식으로 밀어붙이더니, 곧 이어 실시된 총선에서 비참할 정도로 대패를 하고 만 것이다. 사실 날치기가 생걱처럼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그리고 헌법재판소 중 어느하나만 반대를 해도 성사되지 않기 때문이다. 첫째 국회의원들이 반대해 의결 정족수에 미달하면 날치기를 할 수 없다. 둘째 국회의장이 사회를 거부해도 날치기는 이뤄질 수 없다. 마지막으로 헌법재판소가 ‘무효 판결’을 하면 날치기는 국민들로 부터 욕만 실컷 먹고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만다.‘국가보안법 폐지안’의 법사위 상정을 위해 여당이 날치기를 했다고 해서 국회가 시끄럽다. 제밥그릇 챙기는 일이 아니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치고받는 싸움이니 그래도 보기가 싫지많은 않다. 그러나 이마저도 당리당략적으로 이용하려 든다면 국민들로부터 또다시 국회 무용론이 일어날 것이다. 날치기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 여론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무슨 일 있을 때마다 국민투표에 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제발 국민여론 좀 살피고 정치를 하기 바란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4.12.08 23:02

[오목대] 숙박업소

우리나라 숙박시설은 원래 사설보다는 공설로부터 시작되었다. 신라시대에 등장한 역(驛)이 공설 숙박시설의 시작이라는데 이의가 없다. 조선시대에는 귀한 손님을 접대하는 관이나 객사도 있었다.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전주객사도 그중 하나이다. 교통상 중요한 지점에는 원(院)이 설치되었다. 모두가 관용 숙박시설들이다.상공업이 발달하면서 보부상을 비롯한 상인들의 이동이 잦아지자 곳곳에 사설 숙박업소가 생기게 되었는데 객주와 여각 그리고 주막 등이 그것이다. 어찌보면 이러 시설은 서민적인 숙박시설이란 느낌이 풍긴다.물론 개항이후 근대적인 숙박업이 소개되면서 소규모의 여인숙과 여관들이 나타났고 서양식 호텔과 모텔 등도 곧 이어서 출현하게 되었다.그런데 규모나 느낌만으로 구분한다면 여인숙, 여관, 모텔, 호텔의 순서로 고급화되는 듯하지만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다. 여관의 시설과 규모가 호텔보다 나은 경우도 있고 여인숙도 아무런 제한없이 호텔이란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오늘의 상황이다. 즉, 모두가 여행객들에게 숙소와 식음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정한 대가를 받는 서비스 업체일 뿐이다. 서양식 모텔과는 좀 이질적이지만 가장 나중에 도입된 모텔이 오늘날 유행의 선두에 서 있다. 물론 여관과 여인숙은 사회발달과 함께 쇠퇴일로에 놓여 있다.한류열풍으로 최근 외국인 입국자가 늘면서 고급 호텔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성매매특별법의 영향으로 여관업이 타격을 입고 있어 숙박업소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한다. 호프집부터 유흥주점까지의 주점업 뿐만 아니라 미용, 욕탕 및 유사서비스업 등도 덩달아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원래 Hotel의 기원은 라틴어의 Hospitale로, '순례 또는 참배자를 위한 숙소'를 뜻한다. 이후 '여행자의 숙소 또는 휴식 장소‘라는 Hostel과 ’병자를 치료하고 고아나 노인들을 쉬게 하는 병원'이라는 Hospital로 분화되기도 했다. 이제 숙박업소들이 어느 정도 어원의 기능을 회복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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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4.12.07 23:02

[오목대] 한국어교육의 결실

지난 8월 30일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어교육원이 우석대학교에 설립되었다. 이 교육원은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한국어를 체계적으로 교육하기 위한 도내 최초의 전문교육기관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 교육원의 과정에는 유학생을 위한 한국어 교육과정, 한국어 어학연수 정규 교육과정, 한국어 어학연수 단기교육과정 등이 개설되어 있다. 여기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 학생들은 러시아 이르쿠츠크 국립언어대학, 중국 산동사범대학, 흑룡강대학, 남경효장대학 등에서 유학 온 경우이다.한국어교육원이 단순한 한국어 교육과정과 다른 점은 그 체계성에 있다. 한국어를 배운다고 하면 단어 습득과 간단한 생활회화 등을 단편적으로 구성해서 각 강좌의 유기적인 성격을 놓치기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한국문화 체험 역시 각강좌와의 연계성을 감안하여 선정되어야 효율적인 한국어교육이 가능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모든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평가일 것이다. 교육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 평가에 따라서 다음 교과과정과 교수요목 등이 다시 개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명절 등에 외국인들을 위로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경우를 한국어교육의 평가와 가장 비슷한 행사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이런 자리를 평가와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그런 관점에서 지난 2일 우석대에서 한국어교육원이 한 학기 동안 기울인 노력을 평가한 ‘학술제’자리는 다시 한 번 주목 받을 만하다. 연극제, 말하기, 합창제 그리고 뒤풀이까지 포함하면 모두 네 꼭지의 순서로 진행된 학술제는 유학생들과 그들의 친구가 되어준 재학생들에게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의 장이 되었다. 불과 16주 전에 한국 땅에 발을 디딘 외국인이 주인공이 된 연극과 말하기는 보는 이들에게 놀라움을 안겨 주기에 충분하였다.이러한 교육의 결과는 헌신적인 교육활동을 펼친 교수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규 교과과정 이외의 시간을 유학생들과 함께 하면서 한국어를 지도한 이들이 사실은 학술제의 주인공이 아닌가 싶다.한류열풍 등의 분위기를 타고 도내에서 외국 유학생들이 점차 늘고 잇다. 이들 유학생들이 전라북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어야 이러한 유학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 유학생에게 쏟아야 할 정성은 아무리 커도 지나치지 않다.

  • 지역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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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12.04 23:02

[오목대] 원숭이 이야기

올해는 갑신년(甲申年)으로 잔나비해이다. 잔은 잔꾀나 잔재주의 잔과 같은 의미라 한다. 이를 납(원숭이)과 합쳐 만든 단어다. 따라서 그냥 원숭이 띠라고도 불린다. 잔나비는 인간과 함께 영장류에 속한다. 인간과 95% 많으면 98.5%의 유전자가 비슷하고 몸의 형태와 움직임이 인간과 비슷하다. 그래서 원숭이는 인간처럼 민첩하고 꾀가 많고 장난을 잘하는 동물로 간주된다. 원래 12간지(十二干支)는 불교에서 온 이야기다. 이 세상의 동서남북을 동물신들이 지켰는데 원숭이는 서남서를 지키는 수호신이다. 각 동물신은 각각 자기가 속한 해에 태어난 사람들의 운명을 조종하고 보호하는 수호신이다. 원숭이신은 원래 11가지 얼굴을 가진 십일면보살이 수억의 얼굴이 있는 인간세상에 내려가 그 얼굴을 파악하고 평정하라는 명령을 받고 지상에 내려와 원숭이신이 되었다고 한다. 원숭이신은 12 지신상(支神像)의 하나로 통일신라시대부터 등장한다. 무덤을 지키는 호석(護石)이나 탑상(塔像) 등에서 머리는 원숭이, 몸체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무기를 손에 들고 지키는 형상이다. 또한 원숭이상은 궁궐 등의 추녀마루에 악귀를 제압하는 동물상의 하나로 올려져 있다. 백제의 금동대향로에도 원숭이상이 조각되어 있다. 청자(靑磁)와 백자(白磁)에도 원숭이가 여러 가지로 장식되어 있다. 봉산탈춤에서는 원숭이탈이 나온다. '원숭이도 나무에 떨어질 날이 있다' 등과 같은 속담이나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원숭이는 인간과 가장 많이 닮은 영장동물로 갖가지 만능의 재주꾼으로 묘사되고 있다. 상신일(上申日)은 새해 들어 처음 맞는 원숭이날이다. 여자보다 남자가 먼저 일어나서 문밖에 나가고, 비를 들고 부엌의 네 귀를 쓴 후 다시 마당의 네 귀를 쓴다. 이렇게 남자가 먼저 부엌에 들어가 청소하면 부엌 귀신을 쫓아내 가족이 무병하다고 전해진다. 제주도에서는 납날이라고도 하며, 특히 이 날은 나무를 자르지 않는다. 이 날에 나무를 자르면 손을 베거나 다치고 그 재목에 좀이 많이 든다고 한다. 원숭이가 사는 나무를 잘라 재수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의하면 잔나비띠에게 수재(水災), 화재(火災), 풍재(風災)의 삼재(三災)가 드는 해가 인묘진(寅卯辰)의 해이다. 이때는 세 마리의 매를 그려 문설주에 붙여 액을 방지한다고 한다. 과거에 이렇게 믿다보니 원숭이띠는 말썽도 많고 장난도 많고 재주도 많고 재치도 많다고 믿었었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4.01.01 23:02

[오목대] 제야(際夜)

한해의 마지막 날을 맞았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는 제야(除夜)의 풍습은 세계 각 나라마다 독특하다. 양력을 기준으로 한 유럽문화에서 이날 풍습의 가장 큰 특징은 시끄럽다는 것이다. 못된 악마를 쫓기 위함이다. 오늘날 뉴욕 파리등 세계 대도시에서 12월31일 저녁이면 수십만명이 모여 불꽃놀이와 함께 요란한 행사를 벌이는 것도 이같은 데서 유래된 것으로 볼 수 있다.그중에서도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광장 제야행사는 특히 유명하다. 자정을 앞두고 광장에 모인 수많은 인파는 자정이 1분 남았을때 카운트 다운을 시작하여 마침내 12시 새해가 시작되면 ‘올드 랭 사인’을 합창하며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얼싸안고 악수하면서 새해인사를 나눈다. 파리에서도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샹젤리제 거리에 모인 사람들은 샴페인 축배를 터뜨리며 새해를 축하한다. 베를린에서는 화려한 폭죽과 불꽃놀이로 축제분위기를 북돋운다.이처럼 화려하고 요란스러운 유럽의 제야행사에 비하면 동양의 행사는 비교적 차분했다. 한해를 되돌아보고 새해를 설계화는 시간으로 보냈다. 일본인들은 제야의 종이 울리면 집근처 절이나 신사에 가서 가족의 건강과 행운을 빈다. 우리도 섣달 그믐날이면 집안팎을 깨끗이 청소하고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한뒤 제야의 종 타종을 들으면서 경건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는다. 제야의 종을 33번 치는 것은 도리천 33천에 널리 퍼져 국태민안(國泰民安)하고 모든 중생이 구제받기를 기원하는 불교적 의미가 깃들여있다고 한다.이제 계미년이 저물어 간다. 어느 한해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해가 있었으마 마는 올해는 특히 많은 갈등과 헷갈림으로 점철된 한해였다. 오죽하면 교수들이 올해의 대표적 단어로 우왕좌왕(右往左往)을 선정했을까.대선 불법자금문제로 불거진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 등으로 정치권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서민들의 가구당 빚은 늘어나고 신용불량자는 계속 증가하면서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청년실업이 크게 늘어나면서 젊은이들이 꿈을 잃고 거리를 헤매고 있다.도내에서도 새만금사업에이은 방폐장문제가 도민들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오늘 제야를 맞아 우리 조상들이 빚이나 외상은 해를 넘기지 않고 섣달 그믐날 다 청산했던 것처럼 올해의 갈등을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흘려 보내고 희망의 새해를 맞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12.31 23:02

[오목대] 선거 브로커

미국에서 브로커(Broker)란 중개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보험이나 증권, 부동산 거래는 물론 결혼 중매인도 브로커로 통한다. 브로커 앞에 파워(Power)가 붙으면 정계 실력자로 불리듯이 뉴욕 증권거래소의 브로커들은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 할 정도로 막강하다. IMF위기때 해지펀드운용자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소로스도 따지고 보면 빌(Bill)브로커에 다름아니다.영어권 국가에서 제법 엘리트군에 속하는 이 직업인들이 그러나 우리나라에와서는 제대로 대접(?)을 못받는것 같다. 이미지가 그리 밝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브로커 하면 흔히 '사건 해결사'나 '꾀많은 거간꾼'쯤으로 치부되는게 보통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활동무대도 자연 변호사 업계 쪽이다. 이들은 사건 유치 경쟁을 틈타 한푼이라도 더 커미션을 챙기면서 법률시장을 오염시킨다는 비난을 자초한다. 심지어 고용변호사를 두고 법률가 행세를 하는 브로커들도 있을 정도다.이쁜이 아니다. 관공서를 상대로 한 이권청탁이나 운행의 대출알선, 취업부탁등 브로커들이 개입하지 않는일이란 거의 없다. 이권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것이 브로커의 세계다. 오죽하면 미국같은 브로커의 본바닥에서도 '굶주린 메뚜기떼 같은 변호사'니 '뒤파리 같이 우굴대는 브로커들'이란 말이 나왔을까. 뒤집어서 현실을 우리나라에 대입해 보면 실상은 훨씬 더 복잡하고 지저분 할 수 밖에 없다.17대 총선이 임박하면서 아니나 다를까 선거 브로커들이 슬슬 기지개를 켜고 있다한다. 이들은 연말연시를 맞아 동창회나 향우회, 계모임등을 들먹이며 입지자들에 접근해 표를 모아 주겠다며 금품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신인들의 경우는 지역내 조직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도 이들의 도움이 필요하기때문에 제의를 거절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덥썩 손을 잡을수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입장에 처하는 일이 많다는 호소다. 하긴 미국에서도 선거브로커들의 네거티브 전략과 과다한 선거자금 모금으로 폐해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것을 보면 정도의 차이일뿐 선거란 다 그런것인지도 모른다.그렇다고 선거때마다 불거지는 이런 병폐를 그대로 두고는 깨끗한 선거란 공염물일 수 밖에 없다. 정치지망생들의 매표(買票)유혹이나 브로커들의 매표(賣票)행위는 모두 자제되거나 단속돼야 할 구태다.

  • 정치일반
  • 전북일보
  • 2003.12.30 23:02

[오목대] 우울한 세밑

어느 해라고 다사다난(多事多難)하지 않았던 해가 있었겠는가 마는 올해는 유독 맥풀리는 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아니었는가 싶다. 날만 새면 싸움질만 해대는 정치권이 그렇고, 이에 질세ㅏ 내 몫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극한투쟁만 일삼은 민심이 그렇고, 불황으로 시작해서 불황으로 끝난 경제가 그렇다. 어느 것 하나 속시원히 뚫리는 것은 없고 온통 맺히고 헝크러지는 것들 뿐이다.정치하는 사람들 부터 제정신이 아니니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턱이 없다. 내년 총선에만 정신이 팔려 경제가 망가지든, 나라가 갈갈이 찢겨지든 정치놀음에만 몰두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이 성하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니겠는가. 장기 불황의 여파로 법원에 접수되는 가압류와 가처분 신청이 사상 최대치(전년 대비 2배)를 기록하고, 체불임금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 전년보다 44%나 증가했다. 가계대출 또한 5백조원대를 육박하여 가구당 평균 3천1백만원의 빚을 지고 있고, 청년실업률이 7%대를 넘나들어 이태백(2십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신조어가 떠돌아다니고 있다. 그뿐인가. 카드빚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부지기수고, 거리에는 노숙자들이 넘쳐 나고 있다. 그래도 정치인들은 눈하나 깜박하지 않는다. 인터넷 사이트에 '한 탕 하자'는 글들이 스스럼없이 올라오는 세상인데도 정부는 도대체 딴전이나 피우고 있으니, 이나라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올해는 유난히 많은 고승들이 입적을 했다. 3월말 서암스님의 입적을 시작으로 9월에 고송스님, 11월에 청화·정대·덕암스님, 12월에 덕명·월하·서옹스님이 차례로 열반에 들었다. 어느 칼럼리스트는 "세상이 얼마나 더 험악해지려고 덕이 높은 스님들이 서둘러 저 세상으로 가시는지 두려움이 앞선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임종계(臨終係)를 남겨달라는 제자들의 간청에 "그 노장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갔다고 하라”는 말을 남긴 서암스님의 높은 경지가 더 경외스럽게 느껴지는 세밑이다.해마다 이맘때면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지만, 올해는 기업들조차 불법 정치자금 대느라 거덜이 났는지, 발길이 뚝 끊겼다고 한다.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는 어느 소녀의 보도사진 한 장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정말 우울한 세밑이다.

  • 경제일반
  • 전북일보
  • 2003.12.29 23:02

[오목대] 전임대우 강사제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실제 속내 사이에 차이가 큰 것을 두고 흔히 '빙산(氷山)의 일각(一角)'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표현처럼 어느 직종(職種)인들 그 아픔이 없을 리 없다. 단지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엊그제 가까운 익산지역에서 시간강사가 살인을 저지른 사건이 보도되었다. 살인이야 특정한 개인이 특정한 연유로 저지르기 마련이지만 실제 보도되는 형편을 보면 그렇게 개별화되지도 못하는가 보다. 이 사건을 통해서 사람들은 시간강사도 살이늘 저지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시간강사, 말 그대로 강의를 한 시간만큼만 계산해서 강의료를 받는, 아니 강의 먼저 하고 그 다음에 후불로 강의료를 받는 사람들이다. 세인(世人)들이 아는 시간강사라는 직업세계는 어디까지일까 하는 의문이 고개를 든다.일반적으로 시간강사를 하기 위해서는 대학 4년과 대학원 석사, 박사과정을 모두 이수해야 한다. 햇수로는 대학과정부터 최소 9년이라는 시간이 투자된다. 금전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다. 국리대에서 과정을 이수하게 되면 그 비용이 가장 저렴하겠지만 외국 유학이라도 하는 경우에는 억대가 훌쩍 넘는 돈을 마련해야 한다.그런 경제적인 부담이 있더라도 사람들은 외국에서 공부하기를 원한다. 왜냐하면 교수 채용시 외국박사, 특히 미국박사를 선호하는 경향때문이다. 학술단체 협의회에서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가 발표한 것에 따르면, 대학전임교수 임용룰을 보면 미국 박사가 77.6%로 가장 높은 반면, 국내 박사는 57.8%로 가장 낮다. 학위 취득 이후 대학 강단에 서기까지도 미국 박사(18개월)보다 국내 박사가 2배(36개월)나 오래 기다려야 한다. 재직 지역의 경우, 미국 박사의 67%가 수도권 주요대학을 점유하고 있는 반면, 국내 박사는 12.4%에 불과하다. 하지만 실제 개별적인 사례로 보면 이러한 수치는 그야말로 통계의 마술'에 지나지 않는다. 시간강사들이 체감하고 있는 취업의 문은 이보다 훨씬 좁기 때문이다.서울대에서 내년 1학기부터 월 2백50만원을 보장하고 4대 보험혜택을 주는 '전임대우 강사제'를 도입한다고 한다. 바라기는 이런 제도가 모든 대학에 도입되어서 이들 시간강사가 학문 후속세대로서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되었으면 한다.

  • 노동·노사
  • 전북일보
  • 2003.12.27 23:02

[오목대] 연하장

성탄절을 보내고 이제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이맘 때 쯤이면 평소에 서로 마음은 있으면서도 바쁜 일상에 쫓겨 만나지 못한 사람들끼리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따뜻한 정이 담긴 연하장을 주고 받는다. 얼마전 까지만해도 우체국에서는 연말연시에 산더미처럼 쌓이는 연하장과 카드를 분류하기 위해 전 직원이 철야로 매달리고, 엄청난 배달물량으로 집배원들의 한쪽 어깨가 더욱 처지기도 했다.그러나 모든 연하장이 받는 사람을 기쁘고 흐뭇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이름과 직책도 틀리게 해서 보내거나 똑같은 이름으로 두장씩 보내는 경우도 허다했다. 천편일률적 내용에 자필서명까지 인쇄한 연하장을 받을 경우에는 고맙기는 커녕 짜증과 불쾌감에 바로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리는 사람도 많았다.우리의 연하장 격인 성탄절 카드는 1843년 영국의 미술교육가 헨리 콜경이 왕립미술 아카데미회원인 존 칼레 호슬리에게 만들도록 부탁한 것이 그 시초라고 한다. 당시 카드에는 한 가운데에 행복스런 가정의 모습이, 양 옆에는 굶주리고 헐벗은 사람을 먹여주고 입혀주는 두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우리나라에서 일반인들에게 성탄절 카드가 널리 퍼지기 시작한 것은 6·25직후 미군부대에서 카드가 흘러나오면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유행하면서 부터이다. 그에 앞서 우리에게도 비슷한 풍속이 있었다. 조선조때 새해를 맞아 하급관리가 상관집에 문안을 드리고 명함을 놓고 오는 세함 풍습이 그것이다. 세배를 갔다가 윗사람이 없을 때는 방명록에 해당하는 세장(歲帳)에 이름을 써놓고 왔다. 오늘날 일종의 연하장인 셈이다.초고속 인터넷 보급이 1천만대를 돌파하면서 세계 1위의 보급률을 자랑하는 우리의 눈부신 정보화가 연하장 문화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e-메일 사용의 보편화로 종이 연하장의 수요가 크게 줄고, 반면에 인터넷을 이용한 연하카드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e-카드사업을 하는 한 업체는 시작 첫해인 2000년 연말에 회원수가 10만명에 불과했으나 3년만에 2백만명으로 늘었다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디지털세상이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추세라지만 정성스럽게 사연을 적어 두고두고 온기가 남는 아날로그식 종이 연하장이 이대로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12.26 23:02

[오목대] 선거법 개악

정말 한탄스러운 일이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선거법을 개악하여 선관위의 권한을 크게 축소시키고 또한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처벌조항을 약화시키고자 하고 있다.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이 합의하여 선관위의 선거범죄 자료제출 요구원, 금품 향응 관련 증거물수거권, 금품향응관련 동행과 출석 요구권, 정치자금 허위보고 자료제출요구권을 삭제키로 합의했다가 비판이 거세지자 선거범죄자료제출 요구권만 다시 되살리기로 하였다. 또한 금융거래 자료제출요구권을 선관위에 신고한 계좌로만 한정하여 실제 다른 계좌들을 추적할 수 없게 만들어 있으나마나 한 조항으로 만들었다. 선관위 직원 직권남용처벌조항을 신설하여 선관위 직원들의 손발을 묶어 놓으려다 반발이 거세지자 이 조항을 포기하였다. 정치개혁을 위해 선관위에 더 많은 권한을 주어 정치과정의 선거자금을 철저히 감시하기 위해 필요한 내부고발자 보호, 계좌추적권, 정치자금법 위반혐의자 임의 동행권, 돈받은 유권자 처벌, 축·부의금·식사제공 상시금지, 당원집회 금지 확대 등도 모두 거부하고 있다. 야3당은 선관위 직원의 법죄혐의장소출입조사권을 방해하거나 선거비용범죄 조사불응 및 자료제출 불응시 징역형에 처했던 현행법을 새로운 선거법에 벌금300만으로 축소키로 합의했다. 1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으면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벌금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또한 후보자들의 식사비, 내방객 다과비까지도 국고에서 부담하도록 하여 국민의 세부담을 두배 이상 늘리기로 합의했다. 세금으로 자신들의 사적인 선거운동까지 하겠다는 뜻인가? 더구나 자신들은 30일전까지 의정보고회를 할 수 있게 하여 상시적인 선거운동을 가능케 하고는 예비후보자들은 90일전부터만 선거운동을 하도록 하고 있다. 야3당의 합의 내용이 전체적으로 선관위를 약화시키고 있어 선관위 손발을 묶고 있어, 선거과정에서 탈법적이고 불법적인 선거운동을 어떻게 막겠다는 뜻인지 모르겠다. 아니면 탈불법 선거운동을 계속 하겠다는 뜻은 아닌지 모르겠다. 특히 기존 국회의원 출마자가 훨씬 유리한 선거관련 규정을 만들려고 하고 있어 더욱 더 현역 국회의원의 힘을 키우겠다는 의사로 보인다. 정말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를 하자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그렇게도 이들에게는 전달되지 않는 것일까?

  • 정치일반
  • 전북일보
  • 2003.12.25 23:02

[오목대] 정치권의 물 級數

물의 청탁(淸濁)정도를 알아 보려면 그 물속에 살고있는 물고기를 살펴 보면 된다. 깨끗한 물에만 사는 물고기가 있는가 하면 탁한 물에 적응하는 물고기도 있기 때문이다.가령 열목어나 버들치 산천어가 노니는 물이면 물어볼것도 없이 1급수다. 사람들이 그냥 마셔도 끄떡없다. 피라미나 쉬리 갈겨니 모래무치 따위가 사는 물이면 2급수다. 요즘 하천 살리기운동으로 제법 깨끗해진 전주천을 상기하면 된다. 붕어나 잉어가 서식하는 물이면 3급수다. 가장 흔한 저수지나 소류지, 어느정도 탁한 냇물 정도가 될 것이다. 하수도관을 타고 흘러 내린 물이나 오래 고여 냄새나는 물이면 4급수다. 아예 물고기가 살수 없으니 썩은 물, 수찻물이다.수장(水葬)을 물고기 서식 환경에 따라 분류한것은 지난해 작고한 서울대민물고기박사 최기철 교수에 의해서다. 그는 30여년동안 전국의 호수·하천·저수지·강물등 70여만곳을 답사한 끝에 ‘지표물고기’라는 분류방식을 통해 물의 청탁도(淸濁度)를 가려낸바있다.왜 난데없이 물과 물고기론인가. 다름아닌 노무현(盧武絃)대통령의 엊그제 ‘리멤버 1219 ’행사장 발언때문이다. ‘노사모’가 대선승리 1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이날 행사에서 노대통령은 정치권을 물에 비유하면서 ‘시민혁명론’을 제기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1급수가 없으면 2급수라도 찾자. 1급수는 그냥 마시고 2급수는 약을 타거나 정화하면 훌륭한 수돗물이 될 수 있다. 3급수는 공업용수다. 4급수는 목욕도 하면 안된다. 피부병 생긴다. 2급수를 찾아서 여러분이 뛰고 도우면 마침내 그들이 1급수가 된다’요컨대 지금 정치권은 더욱 오염됐으니 국민들에 힘을 모아 정치개혁을 이뤄나가자는 뜻으로 풀이된다.이미 자신도 열목어나 산천어처럼 1급수에서만 살아온 깨끗한 정치인이 아님을 고백한바 있는터라 노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정치권의 통렬한 자기반성을 촉구한 면이 강하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야전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대통령 그만 두고 재야투사 될것인가’라는 비아냥에 명백한 쏟아져 새로운 전쟁(戰爭)의 불씨가 되고 있다.그러나 노대통령의 말대로 우리 정치권에서 과연 누가 1급수라고 자신할 사람이 있는가. 요즘 불법대선자금 수사 과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2급수는 그만두고 3급수·4급수에도 못미칠 정치인이 수두룩한데. 서로 상대방을 헐뜯기전에 정치권이 지금 할 일은 오직 ‘내 탓이오’운동뿐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12.24 23:02

[오목대] 부자들의 소비

우리나라에는 채권이나 예금 주식으로 알토란 같은 이자를 챙기는 부자들이 적지 않다. 한 통계에 의하면 그런 부자들이 10만명이 넘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여기에는 물론 5억원 이상 현금을 굴리는 그야말로 알부자들도 포함된다. IMF를 맞아 고금리 혜택을 톡톡히 누렸던 그들도 금융권의 금리인하 추세로 지금은 사정이 달라 졌다. 은행에 5억원쯤 맡겨봐야 금융소득에 대한 종합과세로 세금을 떼이고 나면 푼돈의 이자를 손에 쥘 뿐이라는 하소연이다. 실제로 이자소득만으로 생계를 꾸리면서 삶의 여유를 즐길수 있었던 시절은 이미 옛 얘기가 돼 버렸다. 그러나 그들이 우리 사회 계층에서 부자인것만은 틀림없다. 쥐뿔도 없이 자존심이나 체면유지를 위해 신용카드를 긁어대는 가난한 셀러리맨들과는 다르다. 하물며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소득으로 '한 끼의 식사 해결'을 성취로 여기는 극빈자들과는 아예 비교대상이 아니다. 그러니 그들은 여유있는 만큼 돈을 써야 한다.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는 가진 사람들에 대해 백안시하는 경향이 다분하다.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믿음부족 이거나 잘못된 평등의식의 발로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노력에 따른 성취든, 인생의 심지뽑기에서 행운을 거머쥔 경우도 부자는 부자다. 그리고 가진 사람들이 돈을 씀으로써 사회에 기여하는 측면은 강하다. 그러니 그들은 부지런히(?) 돈을 쓰는것이 미덕이 될수도 있고 그것이 자본주의 경제 바탕이 되기도한다.요즘 경기침체가 장기화 하면서 소비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 대형 백화점이나 쇼핑센터, 상가등이 연말 세일을 실시하면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매출은 신통치 못하다고 한다. 송년회다 망년회다 해서 일부 음식점만 조금씩 북쩍거릴뿐 불황의 그늘이 너무 짙게 깔려 상인들이 울쌍이다.경기가 나빠지면 소비가 감소하는것은 당연하다. 수입이 주는데 지출이 늘어날수 없는 것이다. 이 때 정말 필요한것이 '건전한 소비'다. 그 소비에 앞장 서야 할 사람들이 부자들이다. 돈이 있는 사람이 돈을 써야 돈이 도는것은 정한 이치다. 다만 꼴사납게 흥청망청 해서 가난한 서민들에게 위화감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물론 건전한 소비가 따로 있는것은 아니다. '부자는 부자에 맞게''서민은 서민대로'씀씀이를 맞추면 되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소비가 필요하다는 논리는 정설인가, 역설인가.

  • 경제일반
  • 전북일보
  • 2003.12.23 23:02

[오목대] 인구 늘리기

농촌에 아기 울음소리 그친지 오래고 초상이 나도 사여 멜 젊은이가 없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다시말해 농촌은 공동화 현상이 진행될대로 진행돼 어느 유행가 가사 처럼 '기름진 문전 옥답 잡초에 묻혀'허허벌판으로 변할 날이 멀지않았다는 말이다. 아무리 농촌 공동화 현상이 산업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회 재편현상의 결과라고 하지만 농업 또한 엄연히 산업의 한분야인데 그동안 정부가 어떻게 대처했으면 이지경까지 몰렸는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이제 가까스로 농촌을 지탱하고 있는 몇 안되는 노인들마저 세상 뜨고 나면, 무슨 수로 생명산업을 지켜나갈 것인지 참으로 답답하다. 하기야 장기불황으로 도시에는 노숙자가 넘쳐나는데, 농촌 빈집으로 들어와 농사일이라도 거들며 살겠다는 사람하나 없는 것을 보면, 꼭 정부 탓만 할 일도 아닌 것 같다.전형적인 농도인 전북도가 주민등록상 인구 늘리기에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이다. 관련 법령에 따라 주민등록 인구가 2년 연속 일정 기준을 밑돌면, 해당 지자체의 기구가 줄어들고 교부세가 감소하는 등 여러가지 불이익을 받게되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말 간신히 2백만명을 넘어서 위기를 모면한 전북도는, 지난해에 이어 금년에도 2백만명을 채우지 못해 행자부 규정대로라면 1개 실·국 4개과가 감축될 위기에 놓여있다. 만약 기구가 축소된다면 그로인해 파생되는 손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물론 지자체의 인구 늘리기는 전북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농촌을 끼고 있는 광역자치단체나 기초자치단체 모두 다 고민이다. 지자체의 인구 늘리기 백태를 보면 실로 눈물이 날 지경이다. 농어촌 신생아에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영구임대아파트를 지어 주는가 하면, 쓰레기 봉투나 각종 입장권을 무료로 나눠주기도 한다. 또 어느 지자체는 '출산과 사망은 고향에서'라는 캐치플레이즈를 내걸기도 하고 도시 노숙자들에게 빈집과 노는 땅을 소개해주는 자치단체도 생겨났다. 그러나 인구 늘리기가 자치단체 차원의 노력만으로 쉽게 해결될 문제인가. 농어촌을 살리고 국토를 균형있기 발전시키는 근본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백년하청이 되고 말것이다. 산이 없으면 계곡이 없듯이 농촌이 없으면 도시도 없다. 더 늦기전에 농촌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 사회일반
  • 전북일보
  • 2003.12.22 23:02

[오목대] 중년 남성 성형 붐

중국 당(唐)나라 시대에 시행되던 전족이나 서양에서 고안된 코르셋은 당시대 미인의 조건을 갖추기 위한 피눈물나는 고행이었다. 이 같이 예나 지금이나 그 시대 미의 기준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넓은 의미의 성형으로 볼 수 있겠지만 원래 성형수술은 선천성 기형이나 후천적 변형을 조직이식 등 외과적 기술로 고치는 것이었다. 16세기말 유럽대륙에 유행됐던 매독으로 함몰된 코를 세우기 위해 시술한 것을 성형수술의 효시로 보고 있다.그러나 요즘엔 성형수술을 이러한 본래적 의미보다 미용성형이 전부인 것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다. 일반적인 미용성형은 외꺼풀 눈을 쌍꺼풀로 바꾸고, 낮은 코는 세우며, 주름살은 당겨 올리고, 주걱턱은 깎아내며, 처진 가슴은 끌어 올어올리는 것 등이다. 여기에 최근 레이저 박시풀, 지방흡입술, 내시경 수술등 신기술이 속속 개발되면서 성형대상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시체 전체로 확대됐다. 이에따른 수술만도 1백여 가지에 이른다고 한다.미용성형의 주고객은 성격상 여성들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같은 생각을 뒤집는 현상이 최근 벌어지고 있다. 취업을 앞둔 젊은 남성들이 면접때 호감을 주기위해 성형수술을 하는 사례는 있어왔지만 최근들어 40대이상 중년남성들의 미용성형이 크게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남자가 무슨 성형수술이냐'며 손사래를 치던 중년 남성들이 기꺼이 수술대에 오르고 있다. '오륙도'와 '사오정'에 이어 '삼팔선'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요즘의 불안정한 직장현실에서 한살이라도 젊게 보이려고 눈물겨운 안간힘을 다하는 것이다.이들이 주로 하는 시술은 검버섯과 잡티 제거를 비롯 주금살및 눈밑 지방 제거 등이다. 머리가 많이 빠져 고민하는 사람은 모발 이식수술까지 받는다. 나이가 경륜과 존경의 대상이 아닌 무기력과 퇴출의 대상으로 치부되고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하든 젊게 보이려는 처절한 몸부림인 것이다. 서울의 한 피부과 자료는 이같은 현상을 주명하게 보여준다. 지난 2001년 1천3백건이던 40세기이상 남성의 피부미용시술이 올해는 11월말기준 3천4백11건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나이도 벼슬'이라며 대접해주던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직장에서 밀려나거나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 인위적으로 나이를 거슬러가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새삼 서글퍼진다.

  • 여성·생활
  • 전북일보
  • 2003.12.19 23:02

[오목대] 후세인과 이라크

이라크 대통령이었던 사담 후세인이 땅굴에 숨어 있다가 미군에 체포되었다. 미국의 여론이 이라크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것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 그렇지만 사담 후세인이 잡혔다고 이라크의 상황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까? 작은 변화는 있겠지만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는 땅굴에 숨어 있었던 과거의 독재자이지, 실질적으로 저항운동을 지휘했던 지도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량살상무기를 가진 흔적도 없고, 미국에 대한 테러에 가담한 흔적도 없어, 미국으로서는 후세인을 처리하는 데 세계여론과 이라크 여론이라는 부담을 지니게 되었다. 이라크에서 미국에 저항하는 여러 세력들에 후세인을 증오하던 집단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시아파가 그러한 예이다. 물론 후세인 추종자들이 가장 극렬하게 저항했겠지만, 후세인을 싫어하던 시아파나 이슬람 근본주의 추종자들도 미국의 정복에 저항해왔다. 이들은 현재의 이라크의 문제를 후세인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문제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으로 미국이 부당하게 중동을 압박하는 국가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실제 이스라엘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해온 부쉬 정권에 대해 이라크를 포함한 아랍 사람들의 불만은 크다. 미국으로서는 이를 피하기 위해 이라크인들에게 정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라크 내부의 투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즉, 미국이 정복하고 있어도 저항이 심해질 것이고, 넘겨줘도 내부 혼란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미국이 이라크 국민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라크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초기부터 생활안정을 이룩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심어줘야 했었는데 이에 실패했다. 더구나 아랍대중의 거대한 반미감정 때문에 미국에 저항하기 위해 아랍에서 이라크로 들어가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 이라크문제가 아랍문제로 확산될 기미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려면 이라크 문제와 이스라엘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그래야 아랍대중이 미국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후세인보다는 이슬람 대중의 마음을 얻도록 노력할 때 이라크 문제의 해결기미가 보일 것이다. 후세인을 체포했다고 좋아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후세인이 아니라 이라크 국민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 정치일반
  • 전북일보
  • 2003.12.18 23:02

[오목대] 아쉬운 ‘해넘이 축제’

어느 시인이 서해안 낙조를 보고 그랬다. ‘그대여 서해에 와서 지는 낙조를 보고 울기전엔/왜 내가 채석강변에 사는지 묻지 말아라’고. (‘여름 낙조’:송수권)이 시인의 감성대로 부안 변산반도에서 바라다 보이는 서해안 낙조는 울고싶을 정도로의 처연함과 아름다움을 함께 선사한다.부안군 하서면에서 시작되는 국립공원 변산반도 일주 해안도로는 곰소항까지 장장 54㎞에 이른다. 그 해안선을 따라 변산해수욕장과 채석강, 격포·곰소항이 자리하고 있다. 산과 들, 강과 바다, 기름진 갯벌과 포구가 펼쳐지며 크고 작은 섬들이 저 멀리 바다위에서 키재기를 하고 있는 사이로 일몰의 장관이 연출되는 것이다.이 낙조를 주제로 변산반도에서 의미있는 ‘해넘이 축제’가 처음 시작된것은 지난 1999년이었다. 전세계가 밀레니엄을 앞두고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환상의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다. 세기가 바뀌는 마지막 태양의 그 장엄한 일몰을 길이 간직하기 위해 갖가지 행사가 마련됐다. 옛선현묵객들이 극찬했듯이 ‘해지는 모습은 서해안 변산이 으뜸’이란 명성을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세게적인 ‘저녁노을’의 고장을 만들겠다는게 부안군의 야심찬 계획이었다. 그리고 그런 프로그램은 성공적이었다. 지난해까지 치른 네번의 축제로도 이미 변산반도 ‘해넘이 축제’는 국내는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주는 관광상품화했다.‘내변산 고운 자태 홍조띤 서해’로 표현되는 이 축제가 그러니 올해에는 열리지 못할 모양이다. 방폐장 문제로 지역민심이 뒤숭숭한데다가 불경기로 축제분위기를 띠울만한 여건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며 한해를 정리하고 새해 소망을 설계했던 ‘해넘이 축제’가 지역내 사정으로 열리지 못하는것은 못내 아쉬운 일이다. 일몰 채화로 ‘희망의 불’을 이어가는 행사같은 경우 연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 맥이 끊기는것 또한 허탈하다.그러나 지금이라도 늦지는 않다. 오히려 불신과 갈등을 봉합하고 새로운 한 해를 희망으로 맞이하기 위해 이 축제가 ‘화합의 고리’가 될수는 없는 것인지 군민들은 지혜를 모아 볼 필요가 없을까? 앞의 그 시인은 이런 말도 했다. ‘더러는 비워놓고 살일이다/하루에 한번씩/저 뻘밭이 갯물을 비우듯이/더러는 그리워 하며 살 일이다’서해안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빼어난 ‘해넘이 장관’은 결국 부안군민 모두의 것이 아닌가.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12.17 23:02

[오목대] 연말과 술

구한말 우리나라를 답사한 후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이라는 책을 펴 낸 이사벨라 비숍여사가 한국인들의 음주습관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조선 사람들은 과음하는 관습이 유난스러워 주정뱅이들이 보이지 않는 날이 없었다.(중략) 이 나라에서는 어떤 사람이 이성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셨다해도 아무도 그를 비난하지 않는다'이미 1백여년전 파란 눈의 서양인이 본 우리나라 사람들의 음주습관이 이랬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이라고 그때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서양인들이 술을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에 필요한 윤활유로 즐기면서 마시는데 비해 우리는 거기 덧붙여 취할때까지 죽기살길 퍼마시는 폭음습관이 남 다르다. 그러니 흔히 말하는 '술이 술을 마시고 술이 사람을 마시는' 꼴불견 주정뱅이 양산국 반열에 드는 것이다.실제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중의 하나이다. 한 통게에 따르면 성인중 87.5%가 술을 마시며 일주일에 5일이상 마시는 사람이 10.6%에 달하고 음주인구의 50%가 과음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와같은 과음의 원인으로 강압적인 술잔 돌리기, 원샷, 갖가지 폭탄주, 사발주등 폭음을 유발하는 가부장적 음주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대학생들의 동아리 모임이나 신입사원 미팅에서의 음주 사고도 이런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더욱 우려스러운것은 이런 사회분위기 탓에 음주인구는 줄지 않고 최근에는 오히려 청소년과 여성음주인구가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이다. 10대 청소년들이 만취상태에서 차를 몰다가 사고를 내는 일이 다반사고 대낮에 음주운전에 적발되는 여성운전자가 늘어나는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이러다가 가히 '음주공화국' '음주망국'이라는 개탄의 목소리가 빈말이 아닌때가 오지 않을까 두려울 정도다.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결과로는 음주로 인한 우리사회의 경제사회적 손실은 생산성 감소나 의료비등을 포함해 연간 1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해가 저물어가면서 요즘 망년회다 송년회다 해서 술자리가 자주 벌어지는 때다. 살기가 어렵고 불황이라 예년만 못하다해도 우리의 음주문화는 여전할 터, 즐거워서 마시는 술이나 세상 돌아가는 꼴이 한심ㅎ서 마시는 술이나 그저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일만은 잊지 말아야 한다. 과음이나 폭음은 손해다.

  • 사회일반
  • 전북일보
  • 2003.12.16 23:02

[오목대] 말 바꾸기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 제 81장 현질(顯質)편에 “질실된 말은 꾸미지 않고(信言不美)꾸민 말은 진실성이 없다(美言不信). 착한 사람은 말을 잘 못하고(善者不辯) 말잘하는 사람은 착하지 못하다(辯者不善). 참으로 아는 사람은 박식하지 못하고(知者不博) 박식한 사람은 제대로 알지 못한다(博者知不)”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말의 허와 실’, 그리고 ‘말의 가벼움’에 대해 수천년 전대 사상가가 통찰한 내용으로 ‘말이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기 때문에 말 속에 진실을 담기가 어렵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사람이 세상을 살다보면 본의든 아니든 말실수를 하여 말 바꾸기를 할 때가 있다. 또 사정이 워낙 급박하여 말 바꾸기를 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도 있다. 가령 무고한 피의자가 혹독한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자백을 했다가, 재판과정에서 말을 바꾸는 것은 하등의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한 바는 아니지만, 말 바꾸기를 재치있게 하여 기지넘치는 정치인으로 오늘날까지 기억되는 노정객이 있다. 서슬이 시퍼렇던 군사독재정권 시절, 정보기관에 끌려간 민주당 김상현의원이 기관원들의 허위자백 강요에 ‘때리지만 말라’며 순순히 자백(?)하고 서명날인 했다가, 기관문을 나서면서 “이건 너희들이 강제 자백 시켰기 때문에 모두 무효다”고 소리쳤다는 이야기는 말 바구기의 부도덕성 보다는 가슴 찡한 에 피소드로 지금가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요즘 세상 사람들 머리가 좋아져서인지, 아니면 세태가 각박해져서인지 수시로 말 바구기를 해서 도무지 헷갈릴 때가 많다. 그것도 일반인들의 실언이라면 그냥 웃어넘길 수도 있지만, 공인의 실언은 간혹예기치 못한 파동을 일으켜 값비싼 사회적 비용을 물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공인의 말은 천금처럼 무거워야 한다. 한데 민주화의 영향인가, 근래 들어 공인 중의 공인이라 할 수 있는 정부각료나 정치인들까지 시류에 영합하는 말을 쏟아놓거나, 말 뒤집기를 밥먹듯이 하여 사회혼란과 국론분열을 부추기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이 시대 인류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방폐장 문제를 간단히 해치워버리려던 정부가 사태가 여의치 않자 숱한 말 바꾸기를 하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다. 다시는 국민을 상대로 현란한 말 바꾸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12.1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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