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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통과의례

통과의례는 개인의 사회적·종교적 지위가 변할 대 치르는 의식이다. 이런 의식은 그 형식이 다르기는 하지만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에는 존재한다. 가장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변화라면 출생, 성장, 결혼, 죽음 등을 들 수가 있다. 그리고 학교와 직장에 들어가는 경우에도 통과의례는 존재한다. 이런 통과의례의 개념은 프랑스의 민속학자인 아르놀트 반 헤네드(Arnold van Gennep)가 1909년 처음 사용하였다. 그에 의하면 의례는 이탈, 경과, 통합의 세 단계가 가장 보편적인 구성이라고 한다.

 

관혼상제(冠婚喪祭)인 성년식(成年式), 결혼식, 장례식, 그리고 제사(祭祀)로 압축되는 통과의례는 우리나라의 가장 전통적이고 전형적인 의식으로, 혈연공동체생활에 기초를 두는 특징을 찾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통과의례는 시련의 극복 과정을 갖는다. 사회 구성원으로 진입하게 되는 관문으로서의 통과의례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더 강조된다. 유태인들의 할례와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문신이나 상처내기 등이 그러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러한 관문을 잘 통과한 개인은 그 집단의 구성원으로 공인받게 되는 것이다.

 

조선시대 처음 관직에 나가는 관원이 선배관원에게 베풀었다던 ‘면신례(免新禮)’ 역시 이러한 통과의례 중 하나로 보인다. ‘허참례(許參禮)’로 신고를 한 후 열흘 정도 지난 다음에 치르는 이 예식의 출발은 고려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권세 있는 집안의 자제들의 교만하고 방자한 기세를 꺽고 조직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시작된 풍습에서 출발하였지만 조선시대를 지나면서 그러한 본래의 취지에서 멀어져 금품이 오가고 과도한 잔치를 베푸는 등 그 의미가 퇴색되었다.

 

요즈음이면 신입생들이 학교생활을 시작하면서 학교문화에 대한 안내를 받을 무렵이다. 그런데 말로 해도 괜찮을 나이의 학생들에게 통과의례라고 보기에는 지나친 육체적 가혹행위가 마치 전통인 것처럼 일어나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새로이 진입하게 되는 후배들에게 학교의 규율을 가르치는 과정으로 육체적인 고통과 인간적인 모멸감을 동원한다면 그런 집단의 문화수준은 결코 높을 수 없다. 먹을 것이 적고 입을 것이 마땅치 않았던 예전에는 소위 헝그리정신을 고취하기 위해서라고나 둘러댈 수 있겠지만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서 그러한 방법이 어떤 설득력을 갖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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