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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상용특장차에 자율주행 기반 안전을 더하다⋯미래 모빌리티 시대 ‘선도’

미래를 이끌어갈 고부가가치 핵심 전략사업 중 하나로 특장차 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장차는 특수한 장비와 설비를 갖춰 특정 용도에 쓰이는 자동차를 뜻한다. 화재 현장에 사용되는 소방차를 비롯해 사다리차‧청소차‧제설차‧믹스트럭‧트레일러 등이 특장차에 해당한다. 그만큼 특장차는 우리 일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재난·재해 증가 및 시민복지 요구 증가‧레저 시장 확대 등으로 특장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전북자치도 역시 특장차 제조업체 및 부품기업이 집적되어 있어 특장차 산업의 기술고도화 및 경쟁력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지역 기업들의 특장차 만드는 기술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다만 매년 (상용)특장차 관련 사고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안정성 구축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런 가운데 한국건설기계연구원 기반기술연구센터가 미래 핵심 전략산업으로 육성 중인 특장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및 특장차에 자율주행 안전 기술을 더하는 등 미래 모빌리티 시대로 가는 중간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자율주행 기반 안전 플랫폼 시제품을 개발 및 공개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상용특장차의 안전성·신뢰성 높인다 국내 건설현장에서는 매년 상용특장차 관련 사고로 60~7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중대재해인 경우가 많다. 상용특장차는 특정한 용도로 제작돼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설비와 구조를 갖춘 자동차로 일반 승용차 대비 공차 중량이 5배 이상 무거운 중대형 특수차량에 속한다. 이러한 상용특장차의 사고가 발생한다면 대형사고 및 사망사고로 직결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해 금융·공시 평가와 연계한 제재를 강화하고, 반복적으로 사망사고를 내는 건설사에 대해서는 등록 말소까지 검토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예고했다. 해외 주요국도 강화된 안전 규제와 함께 자율주행·능동안정기술의 적용을 의무화하는 추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22년부터 총 220억 원을 투입, 자율주행을 바탕으로 한 ‘사고율 제로’에 도전하는 현장 안전 플랫폼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총괄연구개발기관인 한국건설기계연구원 주도로 12개 참여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종일 한국건설기계연구원 기반기술연구센터장은 “이번 과제는 공사현장 등에서 상용특장차의 안전성·신뢰성을 높이는 동시에 국내 특장차 자율주행 기술을 선진화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며 “사업 운영 등 기술개발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 플랫폼 구현을 위한 특장차·작업보조차·엣지 관제 시스템 동시 개발 한국건설기계연구원 기반기술연구센터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크게 두 가지 세부 과제로 나눠 추진되고 있다. 1세부 과제의 주관연구개발기관인 ㈜호룡(김영길 상무이사)는 공사현장에서 자율주행과 협업 제어가 가능한 특장차 및 작업보조차를 위한 하드웨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은 장애물‧노면 등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지하고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2세부 과제는 ㈜베이리스(오종환 기술이사)가 주관하고 있으며 기존 클라우드 방식의 한계를 보완한 엣지 컴퓨팅 기반의 통합 관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특수차량과 작업보조차에서 수집된 인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위험을 감지하는 한편 작업반경 통제 등 안전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안전 플랫폼은 △자율주행이 가능한 텔레스코픽 핸들러 1대 △위험 감지와 주변 통제를 수행하는 작업보조차 4대 △엣지 관제 시스템 등으로 구성된다. 이를 통해 위험환경을 조기 인지하고 경로를 조정해 사고를 예방한다. 특히 작업반경 20m 이내 접근 경고‧충돌 예방‧장비 사각지대 해소 등 다중 안전기능이 구현될 전망이다. ◇최종 연차 진입…시연 '눈 앞' 올해 최종 연차를 맞아 특장차 및 작업보조차량‧엣지 통합 관제시스템의 제작이 완료돼 현재 시스템 통합을 진행 중이다. 통합이 마무리되는 대로 올해 안으로 실제 건설현장을 모사한 실증 사이트에서 여러 차례 시연을 통해 다양한 위험 환경에서의 안정성 및 신뢰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일과 20일 이틀간 김제 실내체육관 일원에서 열린 ‘제3회 미래 특장차산업 박람회’에서 연구개발 시제품이 공개돼 관람객과 전문가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번 박람회에는 특장차와 특장 농기계, 자율 주행차 등 첨단 모빌리티 기술혁신 제품이 대거 선보였는데 이 중 '자율주행 기반 안전 플랫폼'이 큰 주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전시에서 제품과 더불어 라이다‧카메라 등 각종 센서를 활용한 실시간 시뮬레이션 기반 감지 기술 등이 선보였다. 이 센서들은 특장차와 작업보조차량에 부착되며,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관련 데이터를 엣지 통합 관제 시스템으로 송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엣지 통합 관제 시스템은 이를 분석한 뒤 위험 감지‧현장 통제 등을 담당한다. 시뮬레이션에는 특장차 및 작업보조차량에 부착된 센서의 실시간 감지 기능과 컨트롤 모듈‧ 가상환경에서 엣지 통합 관제 시스템의 위험 회피 알고리즘 구현 기능이 포함돼 있다. ◇국내 특수목적차 산업 경쟁력 '쑥' 연구개발 종료 후 후속 실증사업과 연계해 연구개발품의 안전성‧신뢰성 등을 단계적으로 검증할 예정이다. 건설현장 이외에 비포장 공사환경‧도심 공사구간‧실내 주행·협업 등으로 확장하기 위한 테스트도 병행할 예정이다. 축적되는 현장 데이터는 알고리즘과 관제 정책을 고도화하는데 활용되며, 건설기계·수송기계 등 유관 분야로 적용 가능성을 넓힐 수 있다. 작업보조차는 순찰·수송·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공공·산업 영역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실증이 완료되면 △사고위험 감소 △작업 안전성 향상 △현장 통제력 강화 △정책적 수요 대응이라는 네 가지 효과가 동시에 기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종일 기반기술연구센터장은 “이번 연구에 대한 실증이 완료되면 궁극적으로는 건설현장에서 반복되는 중대재해 예방에 기여하고, 국내 특수목적차 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군산
  • 이환규
  • 2025.09.25 09:22

제2회 전북포럼 남원서 개최…“생명경제도시 도약 발판 마련해야”

생명경제 비전 실현을 위한 글로벌 협력의 장인 제2회 ‘전북포럼’이 24일 남원 스위트호텔에서 열렸다. 전북특별자치도와 남원시가 공동 주최하고 전북연구원이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 전문가, 국제기구, 6개국 대사관 관계자 등 700여 명이 참석했다. 김관영 지사와 최경식 남원시장의 인사에 이어 국무총리, 지방시대위원장, 유네스코, FAO 관계자의 영상 축사가 이어졌다. 기조연설에 나선 사라트 다발라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의장은 “돌봄 중심 자본주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전북이 실험을 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국제관광연구학회 우비후 회장은 전북의 한옥마을·홍삼축제·산악치유 프로그램의 국제협력 가능성을 제시했고, 작곡가 윤일상은 K-POP과 판소리 융합을 통한 글로벌 음악 브랜드 비전을 설명했다. 오후에는 문화관광·농생명·국내 연계 세션으로 나뉘어 K-콘텐츠 세계화, 푸드테크 클러스터, 새만금 RE100 산업단지 등 전북형 신산업 전략이 논의됐다. 전북자치도는 이번 포럼을 국제사회와 정책 방향을 공유하는 계기로 삼아, 제안된 내용을 도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김 지사는 “전북이 생명경제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국제 전략을 다지는 자리였다”며 “포럼의 제안을 정책에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 정치일반
  • 이준서
  • 2025.09.24 20:45

정동영 “2030년 AI ‘추론’ 시장 340조 원 전망… 차세대 경쟁력 핵심”

국회 과학기술통신위원회 위원(전주병 국회의원)을 겸임하고 있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국내외 전문가들과 모여 AI 산업의 차세대 경쟁력은 ‘추론(Inference)’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24일 정 장관은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AI G3 강국 신기술 전략 조찬포럼’을 열고 추론 중심으로 전환되는 글로벌 AI 시장 흐름을 집중 조명했다. 정 장관은 “추론의 높은 비용 효율성이 경쟁력의 핵심이며, 국가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전력 수급 문제와도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역시 “앞으로 AI 서비스 상용화 단계에서는 학습보다 추론이 더 큰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며, 전력 1W당 성능 효율을 핵심 지표로 꼽았다. 임문영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은 “정부 데이터 사일로를 깨고 AI가 순환하는 에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올해 11월까지 AI 액션플랜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부처별 역할을 나누는 ‘법인제 부처’ 구성을 통해 정책 조정 기능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김경수 KAIST 부총장은 “뉴욕, 보스턴 등 현지에서 직접 인재를 모집해 박사급 연구자 398명을 영입했다”며 “AI를 필수 과목으로 지정해 대학 차원에서도 에코 시스템 구축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 인프라 문제도 거론됐다. 이영탁 SK텔레콤 부사장은 “변전소 1기 건설에 약 1천억 원이 들어가고, 전선 설치비만 수십억 원이 든다”며 “GPU보다 전력 효율이 높은 NPU(신경망 처리 장치) 활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국회·정당
  • 김윤정
  • 2025.09.24 18:49

부안에 전국 최초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준공…청정수소시대 선도

전북특별자치도에서 상업용 수전해 기반 수소연료가 생산된다. 전북자치도는 국내 최초 상업용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가 부안 신재생에너지단지 내에서 문을 열고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기지는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청정수소 생산을 상업 규모로 구현한 첫 사례로, 전북도는 이에 따라 수소 생산부터 공급, 활용까지 연결하는 수소 생태계 구축에 전북이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준공식은 김종훈 도 경제부지사, 권익현 부안군수, 김정기 전북도의원, 한국수소연합·현대건설·한국수력원자력·테크로스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 사업은 지난 2022년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에 선정된 뒤 3년 간 추진됐다. 전북테크노파크가 총괄하고 현대건설, 한수원, 테크로스워터앤에너지, 테크로스환경서비스 등 4개 기업이 공동 참여했다. 총사업비는 119억 7000만 원으로, 국비 54억 원이 투입됐다. 부지 5426㎡ 규모의 생산 기지는 2.5MW급 수전해 설비를 갖추고 하루 최대 1t의 수소를 생산한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청정수소 생산이 가능하다. 생산된 수소는 압축 과정을 거쳐 부안 수소충전소와 연구시설에 공급되며, 향후 공급처 확대도 검토 중이다. 역할 분담도 뚜렷하다. 현대건설은 설계와 시공을, 한수원은 설비 안전관리와 수익모델 개발을, 테크로스 계열사는 수처리와 출하 설비 구축을 맡았다. 민간 기술과 공공 지원이 결합해 국내 수소산업의 상업화를 실증한 첫 모델이 됐다. 청정수소 생산량은 수소승용차 기준 하루 약 200대, 수소버스 기준 약 33대를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생산된 수소는 부안 수소도시 사업과 연계돼 교통·에너지 활용과 실증 연구에 쓰일 예정이다. 김 부지사는 “부안 수소생산기지는 전북이 청정수소 산업의 선두주자로 도약하는 상징적인 첫 발걸음”이라며 “생산부터 활용까지 아우르는 인프라를 지속 확충해 전북을 글로벌 청정수소 허브로 키워나가겠다”고 전했다. 이준서, 부안=홍경선 기자

  • 정치일반
  • 이준서외(1)
  • 2025.09.24 18:49

문화·관광·산업·경제 한 곳에…전주 심장부 거듭난다

지난 반세기 이상 전주의 심장부였던 옛 전주종합경기장 일대가 전주컨벤션센터 건립공사를 시작으로 문화와 관광, 마이스산업, AI 기반 콘텐츠 등이 한데 어우러진 전주 경제의 새로운 거점이 된다. 시는 이곳에 다양한 마이스산업 인프라와 문화시설 등을 집적화해 사람이 모이고 경제가 꿈틀거리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미래 광역도시 전주의 100년을 책임질 경제 중심지로 만들 계획이다. 컨벤션센터·호텔 등 마이스 인프라 ‘집적화’ 전주시는 강한 경제 전주의 심장부이자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전주컨벤션센터를 기반으로 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중심도시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한 핵심 시설인 전주컨벤션센터는 1만㎡ 전시장과 2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대회의실, 22개 중소회의실 및 회의 공간, 1만㎡ 규모의 다목적 광장 등을 갖추고 오는 2028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시는 향후 이 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국제회의와 전시, 세미나 등 대형 마이스 행사를 유치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전주종합경기장 부지에는 전주컨벤션센터와 더불어 호텔과 판매시설 등 다양한 마이스 지원시설이 갖춰지게 된다. 특히 호텔과 판매시설은 최신 시설로 갖출 계획이며, 인허가 절차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앞으로 전주형 마이스산업을 뒷받침하게 된다. 한문화의 중심, 전주의 문화가 모인다! 옛 전주종합경기장 일대에는 전주컨벤션센터 등 마이스산업 인프라와 더불어 한국문화원형 콘텐츠 체험 전시관과 전주시립미술관 등 다양한 문화공간도 속속 들어설 예정이다. 최근 착공식을 하고 첫 삽을 뜬 ‘한국문화원형 콘텐츠 체험 전시관’은 옛 야구장 부지에 오는 2027년까지 국비 247억 원 등 총사업비 403억 원이 투입돼 연면적 7367㎡에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된다. 건물 지하 1층에는 △공공제작 콘텐츠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주제전시관 △국내외 우수 미디어 콘텐츠를 선보이는 기획전시실 △몰입영상관(5면)이 갖춰진다. 또, 매표소와 카페(1층), 사무공간과 콘텐츠 제작지원실(2층)이 마련될 예정이다. 시는 전시관이 개관하면 시민과 관광객에게는 매력적인 체험 공간을 제공하고, 창작자에게는 새로운 영감을 제공하는 복합문화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는 AI를 활용해 첨단 디지털 문화콘텐츠를 제작하는 ‘G-타운’과 전주시립미술관 건립사업도 내년부터 본격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러한 문화시설 집적화를 통해 시민과 마이스 관광 등 전주를 찾은 관광객들은 대한민국 대표 문화도시인 전주만의 색다른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만끽할 수 있다. 사람 모이고 경제 움직이는 전주의 심장부로! 전주 교통의 대동맥인 기린대로와 백제대로가 만나는 곳에 자리한 전주종합경기장은 오늘날에도 전주의 교통 거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 지난 1963년 시민들의 성금이 모여져 만들어진 이후 증축을 거쳐 지난 60여 년 동안 전북특별자치도를 대표하는 체육 거점으로도 자리매김해 왔다. 특히 이곳에서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문화 행사와 축제가 펼쳐져 많은 시민이 추억을 만들어왔다. 시는 앞으로 전주컨벤션센터를 비롯한 다양한 마이스 기반 시설과 관광 인프라, 문화시설들이 갖춰지면 1년 내내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람이 모이면 경제가 살아 숨 쉬고, 이는 곧 산업으로 연결된다. 시는 이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 관광 산업 발전,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동력으로 삼기로 했다. 그뿐만 아니라 전주는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인 전주한옥마을과 더불어 새로운 관광 축을 갖게 된다. 전주의 중심부에 있는 전주마이스복합단지를 찾는 발길은 덕진공원과 팔복예술공장, 한옥마을, 아중호수 등 전주 전역으로 이어지기 쉽다. 무엇보다 전주에 마이스 거점시설이 생기면서 전주시뿐 아니라 전북특별자치도의 경우에는 규모 있는 국내외 행사를 자신감 있게 유치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갖게 됐다. 우범기 전주시장 “기업과 청년 모두에게 희망과 미래의 문 활짝” 우 시장은 “60여 년 전, 십시일반 시민들의 쌈짓돈을 모아 지어진 종합경기장은 오랜 세월 전주와 전북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사랑을 듬뿍 받아왔지만, 거센 산업화와 정보화 물결 속에 자연스레 쇠락의 길에 들어섰다”면서 “이제 60년을 돌아 개발 흐름에서 밀려나 있던 전주가 이곳 종합경기장의 역사를 밑거름으로 문화관광, AI 산업 등 미래 신성장 동력의 심장부로 거듭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순간이 있기까지, 미래 가능성과 시민들의 간절함을 믿고 행정력을 모아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다”면서 “‘전주가 변해야 한다’, ‘변해야 산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시민들과 관계 부처, 국회의원 등 모든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전주컨벤션센터가 완공되면 3314억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2600여 개의 일자리가 생겨나 지역 내 기업과 청년 모두에게 희망과 미래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될 것”이라며 “오늘 기공식이 머지않은 미래에 전주의 경제와 환경,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바꾼 기념비적인 날로 기억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우 시장은 “전주는 앞으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전주형 MICE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전주의 심장이 더 힘차게 뛰게 될 그날까지 변함없는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 기획
  • 강정원
  • 2025.09.24 18:48

[건축신문고]건축법, 누구를 위한 것인가.

1962년에 처음 시행된 건축법의 목적은 건축물의 대지ㆍ구조ㆍ설비 기준 및 용도 등을 정하여 건축물의 안전ㆍ기능ㆍ환경 및 미관을 향상시킴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막상 법의 운용을 보면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건축물의 건축허가를 받으려면 건축법상의 보차(보행자와 차량)가 이용 가능하도록 도로에 접해야 된다고 돼있다. 그러나 건축법 시행이전에 지어진 구도심 건축물 등은 상당수가 차량진입이 불가한 골목길로 형성되어 있기도 하다. 건물이 오래돼 보수를 하거나 증축 또는 신축을 하고 싶어도 현행법에 저촉돼 건축행위를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한옥마을내에서는 예외적으로 접도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인허가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해마다 봉사단체에서 주관하는 연탄봉사활동을 하면서 취약계층이 아직도 연탄을 연료로 사용한다는 것에 놀라기도 하지만 경사진 능선이나 산기슭, 또는 하천주변의 골목길 등에 위치해 70년대 초반에나 볼 수 있는 어스름한 주택에서 생활하는 것에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집들은 대부분 건축인허가 없이 지어진 건물이어서 양성화도 어렵고 현행건축법에 적합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타인의 토지를 점유하고 있어서 건축행위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이런 건물들은 아파트 등의 재개발시 강제 수용 또는 철거되는 경우가 허다 하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좋은 건축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진정으로 좋은 건축은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이 편안하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고 자연환경에 순응하는 지속가능한 건축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의 잣대도 건축법의 목적인 안전,기능,환경 등에 문제가 없으면 그에 따른 대안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번에 전주시 건축사협회에서 주관해 건축관련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옥상 지붕에 설치하는 비가림 시설이다. 건물이 노후화되어 방수가 문제가 되면 지붕을 덮어서 방수와 차양을 동시에 만족시키고자 설치하는데 상당수가 무허가로 진행되고 있고 민원 발생과 구조안전에도 우려가 있어 이번에 비가림시설을 건축사의 설계업무에 포함시켜 건축사의 구조안전을 확인 받아 가설건축물로 인허가를 가능하도록 개정하는 것이다. 이에 따른 건축사의 업무는 불법건물이 없도록 하는 것 뿐아니라 구조와 미관까지 해결해야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건축물은 안전하고 기능 및 미관 등을 고려하여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주기도 해야 하지만 자연환경 등도 함께 고민하여 인류와 자연이 지속적으로 공존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 경제일반
  • 기고
  • 2025.09.24 18:46

10대의 불안과 방관을 그린 '당신의 화원에 나를 초대합니다' 출간

“사라진 그녀를 찾으려 다시 찾아간 폐허, 그곳에서 마주한 사람과 나의 운명을 맞이했다”(책‘당신의 화원에 나를 초대합니다’ 중 발췌) 전주 출신 청년 작가 에나스(본명 김건호) 첫 장편 소설 <당신의 화원에 나를 초대합니다>를 선보이며 문단에 데뷔했다. 이 작품은 믿을 사람 하나 없는 현실 속 10대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가 발전했음에도 여전히 반복되는 사회의 고질병을 함께 고민해보게 만든다. 소설은 평범한 고등학생이 여름방학 중 낯선 사건에 휘말리면서 마주하는 불안과 상처, 그리고 인간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를 추적한다. 단순한 성장담에 머물지 않고, SNS 시대가 불러온 익명성의 그늘 ‘집단적 방관과 외면, 책임 회피’ 등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특히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시대에서 당신은 방관자인가, 구조자인가?”라는 물음은 독자에게 강렬한 울림을 남긴다. 작품은 도화선처럼 번져가는 소문, 무심한 방관, 침묵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서늘하게 드러낸다. “악마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메시지는 선한 마음이 얼마나 쉽게 어둠에 잠식될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독자는 이야기 속 ‘화원(花園)’을 거닐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동시에 이 소설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민낯을 비추는 거울이자, 그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작가의 시선을 담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더 이상 ‘버려진 피해자’가 아닌 새로운 희망의 빛으로 거듭난다. 태양빛이 비추는 열린 문을 통과하는 순간, 독자는 ‘당신의 화원’이 단순한 사건의 무대가 아니라 내면을 직면하는 공간임을 깨닫게 된다. 에나스 작가는 “도화선처럼 입으로 전해지는 살인과, 그것을 외면하거나 묵인하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사회의 균열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독자들이 스스로 내면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첫 소설을 통해 지역을 비롯한 많은 독자들과 깊은 공감을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에나스는 2002년 전주에서 태어나 전북제일고를 졸업했다. 학창 시절부터 독서와 백일장을 통해 글쓰기를 이어왔으며, 오랜 구상 끝에 이번 첫 작품을 발표했다. 그는 단순한 추리 서사를 넘어 인간 심리와 현실을 정밀하게 탐구하는 작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한국 심리 미스터리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9.24 18:46

36년 문학 여정 담긴 열린시문학회 동인지 '열린시문학' 제35집 출간

열린시문학회가 회원들의 창작 성과를 한데 모은 동인지 <열린시문학> 제35집을 펴냈다. 이번 호는 지도교수이자 시 창작 교실을 이끌고 있는 이재숙·구윤상 시인의 초대시로 문을 연다. 이어 회원들이 지난 한 해 동안 집필한 신작 117편이 실려 다채로운 시세계를 전한다. 특히 ‘2025 특집’에서는 단단한 필력과 흔들림 없는 문학적 신념으로 독자층을 쌓아온 백봉기 시인을 집중 조명한다. 백 시인의 대표작 ‘추억이 있다’를 비롯해 ‘봄비’, ‘설산’, ‘눈 내리는 밤’, ‘히말라야’, ‘산길을 걷다2’, ‘미로’, ‘무언(無言)’, ‘나의 여인’, ‘이과수 폭포’ 등 시편이 수록돼 시인의 삶과 사유를 한층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또 책에는 열린시문학회의 지난 1년 활동을 기록한 화보도 실려, 회원들의 추억과 교류의 순간을 생생하게 전한다. 구윤상 열린시문학회 대표는 머리말에서 “열린시문학회가 시문학 활동을 시작한 지 어느덧 36년이 지났다”며 “처음 시의 길을 열어주신 스승 이운룡 선생님의 은덕에 힘입어 제자들은 여전히 굳건히 물길을 모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시는 인간이 스스로를 표현하는 행위”라며 “시대가 바뀌고 계절이 흘러도 열린시문학회는 흐르는 강물처럼 인류 역사의 한가운데를 도도히 걸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9.24 18:46

농담처럼 부려놓은 말들의 뒤통수…서귀옥 시집 '우주를 따도릴 것처럼 혼잣말'

2012년 김유정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서귀옥 시인의 첫 시집 <우주를 따돌릴 것처럼 혼잣말>(문학동네)이 출간됐다. 드넓은 시야로 삶을 관찰하고,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개성이 돋보이는 이번 시집은 신인문학상 수상 후 13년 만에 펴낸 첫 시집이다. 시인은 삶과 죽음, 생존과 종말의 이미지를 독창적인 상상력과 매혹적인 언어로 56편의 시를 직조한다. ‘삶의 실감이 필요한 존재들의 내적 외침’을 중심으로 비참한 삶의 현실을 익살스럽게 표현해냈다. 어두운 절망에 빠지지 않는 활달한 시편은 읽는 재미를 이끄는 동시에 미래를 포기하지 않는 진실한 태도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왜 죽여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엄마를//네, 엄마 방에 새 거울을 들였어요 새 엄마를 들인 것도 아닌데, 뭐요?//병든 엄마한테 화분을 선물한 건 집요하게 죽어가는 화초에 맹물을 주면서 웃는 엄마가 웃기니까//내가 나이를 빠르게 먹은 건 나를 죽이려고 그런 거라니까요//(…중략…)//떨긴요, 잠 못 자서 그래요 솔직히 밤중에 거울을 보다 엄마와 맞닥뜨리면 무섭죠 당연히, 아무리 반가워도 귀신인데//네네, 평생 곁에 두었어요 죽을 걸 알면서……나만 그래요?”(‘미필적 고의’ 부분 ) 서귀옥 시인은 시집 속 화자들의 “살려달라”는 비명을 유머나 싱거운 농담처럼 표출한다. 가령 “이번 생이야말로, 리미티드에디션인데 SALE, 그러니까 살래?”( 시 ‘경영철학’ 중에서) 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때 시인이 그려내는 삶의 풍경은 단순히 허구적 상상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와 맞닿아 있다. 요동치는 사회와 개인의 불안한 내면을 동시에 비추는 셈이다. 송현지 문학평론가는 시 해설에서 “서귀옥 시의 겉으로 보이는 경쾌함은 시 속 인물들의 비참을 부각시키는 장치가 아닐까 싶다”며 “우스꽝스러운 농담 같은 말들이 사실은 누군가의 살아남기 위한 ‘사투’이며 독자가 그 경쾌한 표면을 벗길 때 시의 위장은 비로소 완성된다”라고 설명한다. 서귀옥 시인은 2012년 김유정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제2회 대한민국 독도문예대전 대상 수상, 제3회 서울 암사동유적 세계유산 등재 기원 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 2014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 2016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됐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9.24 18:46

'순교자의 모습 시(詩)에 담다'…이태영 '바우배기 전설'

“순교자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싶어서 시의 형식을 빌려서 이 글을 쓴다" 이태영 대건안드레아가 펴낸 시집 <바우배기 전설>(역락)에는 저자가 스스로의 신앙을 고백한 130여편의 시가 실려있다. 천주교 신앙인이자, 가난하고 억눌린 시민들을 거둬들여 슬픔을 어루만져 온 저자가 마주한 순교의 역사와 참모습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저자는 지난 2021년 3월 완주군 초남이성지 근처 바우배기에서 발견된 한국 최초의 순교자 묘소의 유해 발굴 작업에 참여했다. 순교자들의 유해 발굴 작업에 참여하고, 유해 발굴 보고서까지 만든 그는 일련의 과정에서 느낀 감회와 생각을 시의 형식을 빌려 기록했다. "순교자의 묘소에/사제가 세운/십작가가 있네//순교자의 목뼈를 보니/주님을 못으로 박은/십자가가 떠오르네//늘 보던 십자가인데/오늘은 주님 못 박히신/십자가로 보이네//왜 그간/십자가를 보고도/주님을 알아보지 못했을까"( '십자가' 전문) 시집 말미에 실린 유종국 프란치스코의 시평 '신앙 고백의 한 방식'을 보면 저자가 순교자들의 삶을 가감없이 표현하기 위해 어떠한 고민을 했는지 유추할 수 있다. 1791년 신해년에 전주 남문 밖에서 처형 당하여 순교한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의 무덤 2기와 1801년 신유년에 전주 남문 밖에서 처형 당하여 순교한 윤지헌 프란치스코의 무덤 1기가 의미하는 신앙적 가치와 신념이 절절하다. 유종국 프란치스코는 시평에서 “시집에 실린 시들은 유해발굴 과정의 감회라고 하지만 자기 고백적 언어지향성을 지닌다”며 “한국 최초의 순교자들의 무덤 발굴과 유해 감식을 통해 시로써 그 분들의 삶을 조명해 놓은 르뽀이자 스토리가 있는 일기”라고 설명했다. 저자는 전주에서 태어났다. 한국 최초의 순교자 유해 발굴 사업에서 '전주교구 순교자 현양단' 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전주가톨릭순교현양원 신앙유산연구위원에서 활동하고 있다.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후학을 양성했으며 전북대 박물관장과 전라북도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했었다. 저서로는 <이순이 루갈다 옥중편지>(역주·공저)가 있으며, 현재 전북대학교 명예교수이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9.24 18:46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경옥 동화작가-김근혜'들개들의 숲'

인간은 늘 더 나은 내일을 꿈꾼다. 그래서 오늘의 고단함을 딛고 이상향을 향해, 현재를 담보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여기보다 나은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유토피아를 그리며 순간의 행복을 내일로, 모레로, 그다음으로 미룬다. 이러한 세상을 꿈꾸는 게 인간만은 아니다. 얼마 전, 출간한 김근혜 작가의 『들개들의 숲』에서는 인간의 품을 떠난 개들과 고양이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인간들에 의해 유기되었지만, 인간의 삶과 멀어지면서 그들만의 자유를 찾아 떠난다. ‘섬숲’이라는 소문 속 낙원을 향한 여정은 단순한 모험이 아니다. 그것은 생존, 연대, 책임에 대한 고백이며 우리 내면의 유토피아에 대한 질문이다. 『들개들의 숲』은 유기견 ‘라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라도는 자신의 주인이 감당하지 못하고 버려지지만, 거리에서 만난 늙은 개 ‘할매’의 마지막 유언을 믿는다. 인간의 폭력도 없고, 먹이 걱정도 없는 평화로운 곳, ‘섬숲’에 대한 이야기였다. 라도는 우연히 만난 길고양이 보리, 유기견 코털과 함께 섬숲으로 향한다. 이들이 섬숲 가까이 가면서 낙원에 대한 부푼 마음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 있다. ‘섬숲에서 향긋한 냄새가 불어왔다. 텁텁했던 목과 잔뜩 엉킨 실타래 같던 머리를 상쾌하게 해주었다.’라면서 노래를 부른다. (p19) 하지만, 섬숲이 소문처럼 꿈꿔왔던 낙원이 아니라는 걸 도착하자마자 깨닫는다. 먹이가 부족하고, 생존의 위협을 받고, 개장수와 개 공장, 섬의 무차별적 개발 등 인간의 욕망이 만든 그림자들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라도 일행은 섬숲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친구들을 구하기도 하고, 어떤 것은 잃기도 하면서 ‘유토피아’라는 허상과 현실 사이에서 스스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걸 배우게 된다. ‘섬숲’이라는 공간은 희망과 자유의 상징이지만, 그곳 역시 생존을 위해서는 수많은 갈등과 먹이 쟁탈전이 일어난다. 결국 낙원이라는 것도 누군가의 희생이나 상실 위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작품 곳곳에서는 유기 동물에 대한 연민만이 아니라 돌봄과 책임, 인간과의 연관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시한다. 라도와 보리, 코털의 우정은 단순한 동료애를 넘어 고통을 함께 나누는 연대를 보여준다. 인간의 보호 아래 있던 존재들이 버림받고, 때로는 인간이 만든 애견 상점과 개 공장에 갇히면서도 서로를 구하고 함께 일어서는 모습은 따뜻하게 다가온다. 작가는 생명을 소유하거나 소비의 대상으로만 다루는 태도를 비판하면서 존재의 존엄성과 자율, 그리고 인간이 가져야 할 책임도 묻는다. 더불어 은유와 상징, 섬세한 감정의 흐름을 통해 이야기를 마치 사회 소설처럼 풀어놨다. 라도의 두려움, 친구들의 생존 투쟁, 엄마를 찾는 보리의 슬픔이 단순한 감성으로 그치지 않고, 현실의 부조리와 자기 존재의 의미를 고민하게 만든다. 결국 동물들의 지상낙원은 존재하지 않았다. 유토피아는 일정한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관계의 방식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지금, 이곳 속에 낙원은 숨어 있다. 『들개들의 숲』에서는 인간들의 불편한 거울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책을 읽는 내내 지상낙원이라는 ‘섬숲’보다 현실의 무게와 희망을 놓지 않는 용기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이경옥 동화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두번 째 짝>으로 등단했다. 이후 2019년 우수출판제작지원사업과 지난해 한국예술위원회 ‘문학나눔’에 선정됐으며, 2024년 안데르센상 창작동화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의 저서로는 <달려라, 달구!>, <집고양이 꼭지의 우연한 외출>, <진짜 가족 맞아요>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09.24 18:45

[사설] 변죽만 울린 전주 황방산터널, 착공은 언제?

전주 서부권 교통난 해소 방안으로 추진된 황방산터널 개설 사업이 변죽만 울린 채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황방산터널은 혁신도시 정주여건 개선과 서부권 교통난 해소 방안으로 이미 10여년 전부터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도시 녹지공간 훼손을 우려하는 환경단체의 반대와 막대한 사업 예산 등의 문제로 추진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논란만 거듭됐다. 그러던 중 이를 공약으로 내세운 우범기 전주시장이 지난해 초부터 사업을 역점 추진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전주시는 800억원의 예산을 들여 혁신도시 정여립로(기지로)에서 서곡지구 천잠로(세내로) 구간에 총 길이 1.85㎞(터널 0.8㎞), 폭 25m의 왕복 4차선 도로를 내겠다고 했다. 이어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하는 등 행정절차에 돌입하면서 10여년 논란을 뒤로하고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였다. 주민들의 기대도 컸다. 새로 조성된 혁신도시·법조타운과 서부신시가지를 연결하는 도로는 지방도 716호선과 서부우회도로 2곳뿐이어서 출퇴근길 상습적인 정체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시 제자리걸음이다.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시민들에게 발표했는데 정작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졌으니 착공 시기조차 알 수 없다. 관련 기관에 의뢰한 경제성 분석(BC·비용 대비 편익) 결과가 기준치(1.0)를 크게 밑돌면서 당초 계획했던 행정안전부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 등의 절차를 진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국 출구는 황방산터널이 포함된 ‘전주 효자∼완주 이서 도로 확장사업’을 ‘제5차 대도시권 광역교통 시행계획(2026∼2030)’에 반영해 국비지원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지역 정치권이 역량을 모아 이뤄낸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대광법)’ 개정 법률이 다음달 말부터 시행된다. 전북 교통혁신의 기회다. 지역의 오랜 숙원이었던 대광법 개정으로 전북권 광역교통망 구축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주 황방산터널 개설 사업이 첫 시험대가 됐다. 황방산터널은 전북혁신도시 활성화와 전주 서부권 균형발전을 견인할 도시의 핵심 인프라다. 지역사회의 관심을 모은 교통 인프라 개선 사업이 변죽만 울린 채 무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전주시의 전략적 대응이 절실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9.24 18:42

[사설] ATM기기 급감, 지방 금융소외 대책필요

지방의 ‘금융소외’가 해를 지날 수록 심각하다. 지역별 은행 점포 페점과 함께 현금 출금 등 기본업무를 담당하는 ATM(현금인출기) 또한 급감해 노인 등 금융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한국갤럽의 2021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60세 이상 노년층의 81%는 점포 방문으로만 금융거래를 했다. 그런데 은행의 경제성 논리로 ATM기기 및 은행 점포가 계속해서 줄어 지방에 거주하는 노령층의 불편함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도내에서 운영 중인 은행 점포 개수는 177개로 5년 전 194곳에 대비해 17곳(8.8%) 가량이 감소했다. 또한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의하면 지자체별 ATM 설치도 급감하고 있다. 즉, 2025년 7월 말 전북지역에 설치된 ATM 숫자는 679개로 5년 전인 2020년 881개에 대비해 202개(-23%)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전주 400개에서 308개(-23%), 익산 146개에서 100개(-31.5%), 군산 146개에서 111개(-24%) 등 주요 도시의 감소폭이 컸다. 특히 고창(7개), 순창(7개), 진안(7개), 임실(5개), 장수(3개) 등 한 지자체의 ATM 기기 숫자가 한 자릿수에 불과한 곳도 다수 조사됐다. 은행별로는 각 지역마다 있던 전북은행 ATM 기기의 감소가 가장 커 5년 사이 319개에서 233개로 86개(-26.9%)가 줄었다. 또 면단위에도 있었던 농협 ATM도 224개에서 180개로 44개(-19.6%)가 감소했고 대부분 은행들도 ATM 기기를 줄였다. 이같이 은행지점 축소에 이어 ATM마저 빠르게 사라지면서 금융 소외문제가 지역과 계층별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특히 현금사용 비중이 여전히 높은 고령층과 농촌주민들은 생활의 큰 불편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은행점포와 ATM기기가 줄었을 때 수요자들의 불편함을 고려한 대응방안이 없이 이 같은 축소 추세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각 은행들이 업무 효율화와 함께 금융소외를 막는 합리적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은행들이 공동으로 연합해 각 지역별로 ATM이나 점포를 최소한 유지해 운영하는 등 이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한 대책을 요청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9.24 18:42

[오목대] 아침을 먹는 사람들

우리나라 최초의 근린공원은 바로 서울 종로에 있는 탑골공원이다. 원각사지 10층 석탑이 있었기에 ‘파고다 공원’으로 불리기도 했다. 1919년 3월1일 만세운동이 일어난 독립운동의 상징적 장소다. IMF 외환위기를 즈음해서 주변 무료급식소를 찾아 점심 한끼를 해결하려는 노인들이 탑골공원으로 몰려들면서 이곳은 노인문화가 자리잡았다. 꼭 무료급식소가 아니더라도 탑골공원 주변엔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이들이 아침이나 점심을 때우는 저렴한 식당이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다. 요즘 웬만한 식당에서 점심 한끼를 해결하려면 1만원이 훌쩍 넘는 경우가 많다. 비단 노인뿐만 아니라 젊은 청년들도 아침이나 점심 식대가 상당한 부담이라고 토로한다. 더욱이 시간에 쫒기는 청년들은 경제력 여하를 떠나서 아침을 굶는 일이 다반사였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의 53%가 아침식사를 거르고 있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이러한 문제의식에 착안해서 이곳저곳에서 간헐적으로 천원의 아침밥을 지원하기도 했는데, 4년전부터 전북대 총동창회에서 십시일반 뜻을 모아 본격적으로 '천원의 아침밥' 지원사업을 펼쳤다. 전북대 총동창회 정영택 전 회장과 최병선 현 회장이 적극 앞장서서 후원하면서 결실을 맺었다. 올해의 경우 3000만원을 후원해서 후배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전북대는 올해로 4년째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이어오며 학생 복지와 지역 농업의 상생 모델을 정착시켰다. 전북대는 올해 총 120일간 3만명의 학생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한다.단돈 1천원으로 아침을 해결하게 되자 그동안 아침을 거르던 학생들도 줄을지어 식사를 하려고 몰려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그런데 이게 예상밖으로 인기몰이를 하면서 이젠 전북대뿐 아니라 대한민국 상당수 대학으로 널리 확산됐다. 2023년에는 정부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지금은 전국 2백여 개 대학으로 확산됐다. 급기야 일선 산업현장에서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아이디어 하나가 이처럼 식사 문화를 확 바꾼 것이다. 이젠 정부에서도 젊은 층의 조식 습관화와 쌀 소비 촉진에 나서고 있다. 지난 18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전북대학교와 국가식품클러스터 산업단지를 방문했다. 송 장관은 '천원의 아침밥' 운영 현장을 둘러보고 학생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정부는 '천 원의 아침밥'을 인구감소지역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도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사실 요즘엔 돈이 없어 밥을 굶는 경우는 많지않다. 하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제때 식사할 수 있다면 개인은 물론,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서도 퍽 다행스런 일이다. 그런점에서 청년, 중년, 노년 할것없이 부담없이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물론, 각 기관, 단체가 십시일반 뜻을 모았으면 한다. 식대가 1천원 짜리가 됐든, 10만원 짜리가 됐든 각자에겐 한끼 식사가 동일한 가치를 갖기 때문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5.09.24 18:41

[의정단상] 새만금은 죄가 없다 - 시련의 일대기를 넘어, 희망으로

지난 9월 11일, 서울행정법원이 새만금 국제공항 기본계획 취소 판결을 선고했다. 조류 충돌 위험과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180만 전북도민의 염원을 외면하고 1,297명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전북 사회는 깊은 충격에 빠졌다. 하늘길을 향한 34년의 희망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새만금 잔혹사는 1991년 간척사업 착공과 함께 시작됐다. 환경단체의 소송, 갯벌 보전 논란, 람사르 협약 갈등이 이어졌고, 2011년에는 전북도 차원에서 국제공항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경제성 부족’이라는 벽에 가로막혔다. 2019년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로 다시 탄력을 받았으나, 2025년 법원의 제동이라는 또 하나의 시련을 맞았다. 대통령만 아홉 명이 바뀌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만금은 번번이 “이제 시작”이라며 되풀이되는 약속에 갇혔다. 정책 일관성은 늘 시험대에 올랐다. 전북은 30여 년 동안 스스로 희망을 부여잡고 버텨온 땅이다. 도민의 인내와 기다림은 정책의 빈자리를 채우는 유일한 자산이었다. 2년 전 윤석열 정부의 폭거에 가까운 새만금 예산 삭감이 있었다. 정부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삭발을 했다. ‘새만금은 죄가 없다’고 외쳤다. 새만금은 지금도 죄가 없다. 법정 다툼과 고초 속에 새만금은 땀과 눈물로 새겨진 세월을 보내왔다. 판결의 쟁점은 명확하다. 법원은 조류 충돌 위험성 평가 부실, 경제성 부족, 행정절차 하자를 들었다. 반면 국토부와 전북도는 국가균형발전 핵심 사업의 좌초를 우려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 180만 도민의 목소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행정과 환경, 법의 이름으로 말은 오갔지만, 전북도민의 현실과 간절함은 반영되지 않았다. 묻고 싶다. 새만금공항이 수도권이었다면 이런 판결이 나올 수 있었을까. 지역이 아닌 중앙이었다면, 기약 없는 기다림과 절망의 절벽에 수백만 명을 떨어뜨릴 수 있었을까. 새만금은 지역 민원이 아니라, 국가가 직접 공표한 미래 전략의 상징이다. 이대로 멈춰선다면, 국가는 스스로 세운 국가균형발전의 기둥을 무너뜨리는 셈이다. 정부는 새만금을 RE100 산단, 신재생에너지 메카, 글로벌 첨단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하고 있다. 새만금개발사업은 이제야 국가 전략 거점으로 발돋움할 준비를 하고 있다. 쏜살같이 내달려야 할 지금, 뒷걸음질 칠 수는 없다. 다시는 도민이 좌절을 감내하게 해서는 안 된다. 조류 충돌, 생태계 보전 문제는 과학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는 정책적 고려가 충분히 담기지 못했다. 수정과 보완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사업 존속 여부로 판단하는 것은 국가 전략의 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과제는 분명하다. 안전과 환경 대책의 정교한 보완이 우선이다. 사업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국민께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라는 국가의 정책적 결단으로 출발한 사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는 전북도민과 국민에게 한 약속을 끝까지 이행해야 한다. 대통령은 아홉 번 바뀌었지만 도민의 의지는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그 시련이야말로 새만금 가능성을 단단히 다져온 과정이었다. 이제 180만 도민의 목소리가 국정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국가가 국민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전북의 하늘길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 도민들은 기다리고 있다. 국가는 기다림에 응답해야 한다. 시련을 넘어, 이제는 반드시 희망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병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익산시을

  • 오피니언
  • 기고
  • 2025.09.24 18:41

[타향에서] 인생의 행운 ‘로또’는 단 한명, ‘탄소중립’은 전 인류의 당첨!

생각이 복잡할 땐 그냥 걷는다. 걷다 보면 묘하게 마음이 정리되곤 한다. 어느 날도 그랬다. 천천히 걷던 길, 문득 복권 판매점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보게 됐다. 그들의 얼굴엔 기대, 희망, 그리고 왠지 모를 설렘이 가득했다. ‘오늘은 내가 1등?’ 그 표정에서 인생 한 방을 향한 간절함이 묻어났다. 그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한 가지. ‘우리 인류에게도 저렇게 간절히 바라는 꿈이 하나 있다면?’ 바로 탄소중립이다. 누군가는 로또로 인생 역전을 꿈꾸고, 누군가는 탄소중립으로 미래의 전환을 꿈꾼다. 로또는 운에 맡겨야 하는 일이지만, 탄소중립은 우리가 함께 만들 수 있는 확실한 당첨이다. 그것은 특정 개인이 아닌, 모든 세대를 위한 진짜 ‘대박’이다. 기후위기의 속도는 이미 예측을 앞서고 있다. 한 해가 다르게 반복되는 폭염, 이상기후, 산불, 가뭄. 자연은 분명히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 무엇인가 바꿔야 한다는 것을. 기후위기는 경고를 끝냈고, 이제는 행동만이 답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탄소중립은 단지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기술적 접근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삶을 선택하고, 어떤 세상을 후손에게 물려줄 것인지에 대한 가치의 선언이다. 더 나아가 탄소중립은 우리 사회의 구조를 공정하게 재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에너지 소비와 생산의 전환 과정에서 에너지 복지의 사각지대를 살필 수 있고,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부가가치도 함께 기대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정의로운 전환의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국가 차원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기업에는 탈탄소 혁신을 유도하고, 금융에는 ESG 기준을 뿌리내리게 하며, 시민에는 행동 실천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 설계가 중요하다. 지자체, 중앙정부, 산업계, 시민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기후 거버넌스’ 구축이 탄소중립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서 시스템 차원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탄소중립은 거창한 이상이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가 손에 쥘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희망이다. 물론 과정은 쉽지 않다. 탄소를 줄이는 일은 에너지 시스템을 바꾸고, 생활 방식을 조정하고,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길의 끝에 있는 보상은 상상 이상이다. 로또처럼 운에 맡길 게 아니라, 함께 계획하고 실천해야 얻을 수 있는 ‘확실한 당첨’이다. 우리 넷제로 2050 기후재단은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좋은 에너지, 좋은 기후환경, 더 좋은 세상’을 기치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시민교육, 기업 연계 프로그램, 지자체와의 협력사업, 탄소중립 실천 캠페인까지. 탄소중립은 더 이상 먼 이야기나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일상의 선택으로 스며들어야 할 실천이다. 생각해 보면, 로또는 단 한 명의 삶을 바꿀 수 있지만, 탄소중립은 모든 인류의 미래를 바꾼다. 그 가능성과 파급력은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우리는 이제 기다릴 수 없다. 기후위기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탄소중립은 누군가의 몫이 아니라, 모두의 책임이다. 우리가 함께 결단하고 함께 실천할 때, 그 어떤 복권보다 값진 행운은 반드시 찾아온다. 그것이 바로 인류의 최애이자 최선의 길, 탄소중립이다. 장대식 넷제로 2050 기후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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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24 18:41

[기고] 노인 안전, 재난 대응의 새로운 과제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현재 65세 이상 인구는 약 1051만 명으로 전체의 20.3%를 차지하며, 이는 안전 환경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고령자는 화재와 응급 상황에서 신체적 제약으로 인해 위험에 크게 노출되고, 작은 사고도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화재 사망자의 56%가 60세 이상이었고, 2023년에도 65세 이상이 43.4%를 차지해 고령층의 화재 위험이 인구 비율보다 두 배 이상 높았습니다. 또한 심정지 등 응급환자 역시 절반 이상이 고령층으로, 응급 이송 건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어 고령화는 소방 안전과 응급의료 체계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고령화 사회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예방 중심의 관리, 정밀한 대응 체계, 교육·문화적 기반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종합적 대책이 필요합니다. 첫째, 주거환경 전반의 화재 안전 관리가 강화되어야 합니다. 단독주택은 노후화된 전기·가스 설비로 인해 취약하므로 노후 설비 교체와 정기 점검이 필요합니다. 반면 아파트와 다세대주택은 화재 확산 위험이 커 자동화재탐지·스프링클러 등의 설비 점검과 방화문·비상구 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요양병원과 노인복지시설은 대피 시간이 길어 피난안전구역 확보와 유도 체계 강화가 필수적이며, 시력·청력이 저하된 어르신을 위한 시각·음성 보조 설비와 무장애 대피 통로, 저층부 안전 주택 보급 같은 정책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는 단순한 시설 점검을 넘어 고령화 사회에 맞는 맞춤형 생활 안전망 설계라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응급 대응 체계의 정밀화가 필요합니다. 고령자는 응급 상황에서 스스로 대처하기 어려워 골든타임 확보가 쉽지 않습니다. 이에 현재 운영 중인 119안심콜 제도의 홍보와 활용을 강화해 건강정보 등록을 확대하고 현장 대응의 정확성을 높여야 합니다. 또한 구급대원에 대한 치매 환자 대응과 노인 특화 응급처치 교육을 강화하고, 의료·복지·소방이 연계된 지역 응급의료 협력체계를 구축해 생활 거점의 응급 상황에 신속히 공동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예방·교육의 내실화와 과학화가 필요합니다. 현재 시행 중인 교육과 훈련은 VR·AR 기반 체험형 프로그램과 거동 불편 어르신 맞춤형 대피 시나리오 훈련 등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해야 합니다. 또한 훈련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위험 요인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피드백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교육과 훈련이 단순한 체험을 넘어 정책을 보완하는 지속 가능한 안전 시스템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동체의 관심과 연대입니다. 집 안의 노후된 콘센트를 교체하거나 가스 밸브를 점검해 드리는 작은 실천이 어르신의 생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 소방의 역할은 안전을 위한 제도와 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지만, 진정한 안전은 시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일 때 완성됩니다. 안전은 사회적 약자를 지킬 때 그 의미가 깊습니다. 노인의 안전은 한 세대를 넘어 우리 모두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며, 작은 관심과 준비가 생명을 살린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소방은 앞으로도 고령화 사회에 맞는 예방 중심 정책과 맞춤형 대응 체계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입니다. 이상일 정읍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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