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5 03:50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탈 많은 ‘전주 리싸이클링타운’ 철저한 감사를

감사원이 전주 리싸이클링타운 운영과 관련한 공익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앞서 지역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에서 ‘전주 리싸이클링타운 정상화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지난 4월 2800여 명의 동의를 얻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전주 리싸이클링타운은 전주지역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와 생활폐기물을 새로운 자원으로 재활용하기 위한 폐기물 처리시설로, 수익형 민간투자(BTO) 방식으로 설립돼 지난 2016년 11월부터 본격 가동되고 있다. 당시 국비 375억원과 민간투자금 724억8900여만원 등 총 1100억여원이 투입됐으며, 시설물은 전주시로 귀속되는 대신 4개 민간회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20년간 관리운영권을 갖고 운영 중이다. 매일 엄청난 양으로 쏟아져나오는 각종 폐기물을 첨단시설을 갖춘 전문시설에서 안정적으로 처리함으로써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하고, 동시에 폐기물을 자원화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컸다. 하지만 기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가동 이후 잦은 고장과 악취 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급기야 지난 5월에는 가스폭발로 노동자 5명이 화상을 입는 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한 달여간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또 시설물 조성과 운영과정을 놓고 전주시 행정의 부당성 및 불법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전주시에서 자체 감사를 실시했지만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중복감사를 금지하는 규정을 악용한 방탄감사인지 의심된다’며 감사결과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그야말로 난맥상이다. 쾌적한 도시환경 조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당초 기대는 사라지고, 갖가지 의혹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어쨌든 감사원에서 이 시설물 운영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기준치를 초과한 악취·폐수 및 야외에 방치된 폐기물에 대한 관리·감독 사항이 감사 대상이다. 철저한 감사를 통해 시설 운영의 문제점이나 기관 업무 처리의 위법·부당성이 있었는지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점이 확인된다면 이를 바로잡고, 불법이 있었다면 관련자를 중징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막대한 비용이 투자된 이 시설이 더 이상 논란에 휩싸이지 않고 정상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7.21 19:08

탄소 시대를 준비하자

올해도 어김없이 집중호우로 인해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으며, 정부와 지자체를 비롯한 재난 관리 기관들이 막대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여 노력하고 있지만 피해 규모는 커지고 있다. 집중호우와 기온 상승 외에도 가뭄과 산불, 한파, 폭우 등의 천재지변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이렇게 국가별, 지역별로 피해가 확대되는 이유는 대기 속의 이산화탄소, 메탄 등이 일으킨 온실가스 형성으로 지구온난화가 촉진되기 때문이다. 온난화는 지구 동토의 빙하를 녹이며 해수면 증가는 물론, 수온의 변화를 초래하며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온난화는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온난화의 대표적 원인 물질은 이산화탄소로, 화석 연료 사용에서 약 85%, 도시개발 등 토지이용에서 약 25%가 배출된다. 배출 탄소는 지구생태계의 탄소순환에 의해 약 30%가 식물의 광합성이나 토양 등 지표를 통해 흡수되고, 25%가 플랑크톤의 광합성과 해양 용해를 통해 바다로 흡수된다. 나머지 45%가 대기권으로 방출되고 쌓이며 온난화를 일으킨다. 이는 모순되게도 인류가 편리성을 추구하며 개발한 것들이 부메랑 되어 인류의 생존까지 넘보는 형국이 된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온난화가 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의 필요성을 느끼고 제로 실현에 나서고 있다. 유럽에서는 동맹을 맺고 산업별 온실가스의 배출량 기준을 정해 이를 넘는 사용분에 대해 가격을 부과하고 수출통제까지 이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탄소중립은 배출량과 흡수량의 합을 0으로 만들어, 대기 중 탄소 농도가 더 높아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배출량 감소만으로는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없다. 결국 탄소 발생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흡수율을 늘려 균형을 맞추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자연의 원리인 순환, 균형, 정화 등을 이용하여 자연생태계 스스로 탄소를 더 많이 흡수 저장하도록 하는 정책에 힘을 실어야 하는 이유다. 이를 실현하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나무 심기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나무는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함으로써 대기 중의 탄소 농도를 줄이는 데 일조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에 맞는 녹색발전 토대를 마련하는 데 주안을 두어야 한다. 예를 들면 우리 진안군처럼 임야 면적이 많은 지역은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생각하여 탄소 흡수가 많은 수종으로 갱신하는 등 지역의 특성에 맞는 자연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소중한 자연환경을 지키고 확장하는 것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동창옥 진안군의회 의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07.21 19:08

안타까운 김관영 지사

전북의 정치환경이 잘못 만들어졌다. 20년만에 민주당이 10석 전석을 싹쓸이했지만 여당인 국힘 지역구 의원이 없어 중앙정치 무대에서 전북 몫의 국가예산을 확보하기가 버겁다. 민주당이 175석을 차지해서 원내 제1당 위치를 점했지만 국가예산을 편성하는 권한과 집행은 정부여당 몫이기 때문에 국힘의 협조없이는 전북 몫 차지도 어렵다. 조국혁신당 12석을 포함 범야권 의석수가 192석으로 여소야대 정치구도가 만들어졌지만 국힘이 108석을 차지, 일단 개헌 저지선은 확보했다. 변변한 기업과 자원이 빈약한 전북은 정부가 편성하는 국가예산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새만금잼버리 실패에 따른 책임을 똘똘 몰아쓰고 사상 초유의 국가예산 삭감을 경험한 전북도는 어떻게 해서든지 정부여당과 관계 개선을 할려고 총력을 기울여왔다. 지난주 목요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해서 정읍에서 열린 27번째 민생토론회를 유치한 것도 뭔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려고 심혈을 기울였던 것. 워커홀릭인 김관영 지사는 민생토론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북이 추진하는 각종현안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지원을 받아낼려고 작심했었다. 하지만 그날 생각지도 않게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익산 수해지역의 급작스런 방문으로 김이 빠졌다. 당초 계획상 오전에 윤 대통령이 수해지역 현장을 직접 방문키로 했던 계획을 이 전 대표가 방문키로함에 따라 취소, 잼버리 이후 어렵게 일정을 잡아 전북 방문길에 오른 윤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입장이 난처해진 사람은 김관영 지사였다. 모처럼만에 윤 대통령 전북 방문을 반전의 기회로 삼고 나름대로 준비를 철저히 해온 김 지사로서는 이 전 대표도 소홀하게 모실 수도 없어 직접 익산 현장으로 달려가 이 전 대표를 맞이 했다. 알려진 바로는 익산 출신 한병도 의원이 민주당에 건의해서 해마다 수해를 겪은 망성지구로 이 전 대표 일행을 안내했다는 것. 이 전 대표는 정헌율 익산시장과 함께 물이 찬 비닐하우스에서 농작물 더미를 거둬내는 등 노력봉사를 하면서 수해피해 상황을 청취했다. 이날 봉사활동을 벌인 이 전 대표의 노고에 감사의 맘을 전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대목이 남게 됐다. 왜 하필 윤 대통령이 방문하려던 수재현장을 가로채서 방문했냐는 것이다. 민주당도 국정의 한 축을 맡고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어야 옳았지 않았느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이 때문에 잔뜩 윤 대통령 전북 방문에 기대감을 가졌던 전북도만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돼버렸다. 오후에 열린 민생토론회가 김이 빠져 윤 대통령도 김 지사가 건의한 것에 원론적인 답변만 했을 뿐 가타부타 언급이 없었다. 전국 시도지사를 대상으로 업무평가 결과 김 지사가 1위를 차지한 것은 그냥 단순하게 이뤄진 게 아니다. 일 중독자처럼 미칠 정도로 전국을 동분서주하면서 열심히 일한 결과였다. 전북도는 앞으로 민주당만 전적으로 의지하지 말고 여당인 국힘과의 관계개선에 앞장서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4.07.21 19:08

신임 해수청장, 마지막 불꽃을 열정적으로 태워주길!

불과 1년 6개월만에 군산해수청장이 또 바뀌었다. 해수청장의 짧은 임기에 따른 부작용은 수차례 거론됐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 30년동안 군산해수청장을 거쳐간 공무원은 무려 22명에 달한다. 이 기간동안 1년미만 근무하다 자리를 옮긴 공무원만도 무려 7명으로 전체의 31.8%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중에는 고작 4개월만에 부랴부랴 다른 자리를 찾아 떠난 자도 있다. 특히 거의 대부분 청장을 끝으로 공무원 생활을 마감하는 자들이다. 군산해수청장의 평균 재임기간은 1.36년에 그친다. 이들의 인사는 부임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장기 근속에 따른 보은(報恩)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오랫동안 공무원 생활을 한 만큼 말년을 일선 기관장으로 마감하라는 주문으로 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제대 말년의 짧은 재임기간이 많은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직 기강이 제대로 서지 않고 있다. "얼마 있지 않아 자리를 떠날 사람인데 ......" 하면서 청장을 바라보는 일부 직원들의 눈 빛에 긴장감이 없다. 청장 역시 조금 지나면 제대를 해야 하는 관계로 기강 확립에 소극적이다. 한마디로 조직내 기강이 느슨한데도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길 때까지 그저 별탈 없기만을 바라며 임기를 보내는 일이 허다하다. 그러다보니 근래 군산해수청 일부 직원들의 근무 기강이 땅에 떨어졌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조직내 직원간 화합은 커녕 부서간 얽혀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떠넘기기 일쑤인데다 항만발전을 위해 일을 챙기는 적극적이고 정열적인 직원이 드물다. 이런 상황속에서 행정서비스의 질적 저하는 물론 현안인 준설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1년 안팎의 재임기간 ! 기관장이 지역 현안을 파악하고 군산항의 발전대책을 추진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군산항은 나름대로 특수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동안 군산해수청은 전북자치도와 군산시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특수성에 맞는 항만 행정을 전개하는데는 소홀히 해 왔다. 그 결과 군산항은 경쟁력 저하로 전국 10대 주요 무역항만에서 밀려나 12위로 추락해 있다. 신임 류승규 군산해수청장의 어깨가 무겁다. 먼저 엄격한 신상필벌(信賞必罰)로 느슨해진 조직 기강부터 확립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양질의 행정 서비스 공급은 물론 각종 현안의 해결을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군산항의 준설 문제는 1990년 금강 하구둑 개통 이후 현안으로 부상했지만 그동안 어느 청장도 이의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아 항만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군산항은 수심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신음하고 있는 만큼 이의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건설중인 새만금 신항은 오는 2026년 개항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뒤바뀐 건설 공정과 개항 준비 부족으로 제때 문을 열 지 의문이다. 건설 공정을 제대로 세우고 개항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지는 해가 더 뜨겁다고 하지 않는가. 공무원으로서 마지막 불꽃을 열정적으로 태워주길 기원해 본다. 해양수산부는 인사관행을 바꿔야 한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지만 해양수산부의 인사관행을 보면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고 있는지 알수 없다.

  • 오피니언
  • 안봉호
  • 2024.07.21 19:04

병역판정검사, 청년 건강 관리의 시작!

우리나라 자살률이 지난해 인구 10만명당 25.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0.6명)의 2배 이상을 웃돌면서 OECD국가 1위를 기록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정신건강정책 비전 선포대회’를 열고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10년 내 자살률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 위한 정책 중 한가지로 20~34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정신건강검진을 2년마다 실시하고, 내년부터 건강보험을 활용해 청년의 첫 진료비를 지원하는 등 청년을 구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이런 정책은 병무청이 추진하는 병무정책과 무관하지가 않다. 병무청에서는 병역판정검사를 통해 청년 건강 지킴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남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반드시 받아야 하는 병역판정검사는 병리검사 항목을 확대하여 간검사, 혈구검사 등 기본검사만도 35종 57개 항목에 다다른다. 또한, ’17년부터 건강검진결과서에 세부 검사항목별 검사목적, 결과에 대한 임상적 의미 및 개인별 상세 질병 건강정보를 기재하여 제공하고 있다. 병역판정검사는 병역의무자에 대한 신체등급판정 차원을 넘어서 포괄적인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생애 첫 건강검진의 기회로 발전한 것이다. 특히,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과 연계하여 정신건강서비스 지원을 강화하였다. ’20년부터 보건복지부와 협업하여 병역판정검사 결과 정신과 4·5·6·7급 판정자는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신속한 상담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본인이 원하는 경우 병무청 임상심리사가 병역의무자의 상태를 가족들이 잘 이해하도록 상담을 시행하고 전문가적 입장에서 설명함으로써 적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등 심리상담 지원을 확대하였다. 또한, 기존에 선별적으로 실시하던 5종 마약류 검사에 사회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2종의 마약류를 추가하여 7월 10일부터 입영판정검사 대상자 전원에 대해 마약류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렇듯 종합검진 수준의 병역판정검사로 청년들의 건강 문제를 조기 발견·관리함으로써 청년들의 건강증진을 지원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전북병무청은 청년 건강 증진은 물론 청년들의 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전주대자인 병원과 업무 협약을 통해 ’16년 7월부터 무료치료 지원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오고 있다. 초기에는 무료치료 대상과 질병과목이 경제적 사유로 치료중단 및 치료를 거부하는 경제적 약자와 정신과 질환이었다. 모든 병역의무자 및 전과목 질환으로 대상을 넓히기 위해 협약병원 확대 노력을 한 결과 ’24년 3월 예수병원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였다. 이는 병역문제 해결에 끝나지 않고 청년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지역 병원과의 협업이 이루어 낸 결과이다. ’23년까지 무료치료 혜택을 받은 인원은 110명에 그쳤으나 협약병원 확대로 보다 많은 병역의무자가 이 혜택을 누릴 수 있을거라 기대해본다. 청년은 미래를 이끌어갈 주체로, 청년의 성장과 도약은 국가 경쟁력 강화와 사회 전반의 활력 제고를 위한 핵심 요소이며, 청년이 안정적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의 선제적·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필자는 전북병무청장으로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미래의 주역인 청년세대에 조금이나마 힘을 실어주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 /김성준 전북지방병무청 청장 △김성준 청장은 제38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임용된 뒤 국방부 기획관리관·인사복지실장 등을 역임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4.07.21 15:12

아직 꺾이지 않은 전북의 꿈

지금 전북이 직면한 암울한 현실도 모자라 젊은 세대의 미래까지 어둡다는 전망이 나와 씁쓸하다. 지난주 이 같은 경고를 알리는 지표들이 한꺼번에 발표돼 충격적이다. 전주를 제외한 13개 시군의 초고령사회 진입과 동시에 국가 비상사태로 불릴 만큼 심각한 저출생 문제와 관련해 OECD 38개 회원국 중 출산율 1명 이하는 우리나라 뿐이다. 그뿐인가 올해 2분기 전북 청년 실업률이 11.4%로 전국 평균 6.6% 보다 훨씬 높아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비관적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군마다 지역 이기주의에만 물두해 전북 발전의 시너지 효과를 못낸다는 점이다. 전북을 제외한 광주 전남과 대전 충청 그리고 대구 경북, 부울경까지 전국이 메가시티 열풍이다. 갈수록 구체화되는 초광역화 지방 발전 전략에 따라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다. 흔히 규모의 경제학과 연계돼 자치단체간 통합도 마다하지 않고 몸집을 키워 나가고 있다. 그런 기조는 국비 투자 규모에서도 지역별 차등화로 반영되는 추세다. 이뿐 아니라 SOC와 공공기관 이전, 특화단지 조성 등 국책 사업에도 예외없이 적용될 전망이다. 이런 흐름에 주목하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타시도와는 달리 소지역주의에 집착하는 시군 자치단체들은 그만큼 고립을 자초함으로써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일자리 찾아 젊은이는 떠나고 얘기 울음소리도 멈춘 지 오래다. 이제 그 빈 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조금씩 메우며 노인들과 함께 고향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개선되기는커녕 더 악화되는데도 해결할 의지조차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완주 전주 통합도 주민 찬반 투표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완주 정치권의 반대 기류가 강하다. 3번 실패의 결정적 역할도 이들이 주도했다. 새만금 관할권 다툼도 마찬가지다. 군산시와 김제시의 감정 대립으로 인해 예산과 사업 진척에 악영향을 주는 만큼 상대적으로 새만금특별자치단체의 신설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저출산과 일자리 창출은 우리 사회 시한폭탄과 다름없다. 정부도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발의를 통해 최우선 해결 의지를 보여줬다. 더불어 취업난과 맞물린 기업 유치 상황도 소멸 위기에 봉착한 지방의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하면 다소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이후 얼어붙은 경제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 지난 3월 말 자영업자 대출이 1056조인데, 이중 다중 채무자의 경우 3개월 이상 연체액이 1년 새 53% 급증한 31조원에 달했다. 구직 청년은 늘어난 데 비해 취업 기회는 꽉 막히다 보니 경제 선순환 구조가 제대로 작동될 리 만무하다. 직장 없이 고통 받는 우리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지역 현안의 미래지향적 해결 방안은 없는지 심사숙고할 때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7.18 18:14

표절 논란, 책임있는 모습 필요하다

전북지역의 한 교수가 지난 6월 'IB교육 도입에 대한 기대와 우려'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도내 한 언론사에 실었다. 하지만 이보다 한 달 앞서 게재된 A 교사의 '공교육 IB도입은 교실이데아가 아니라 환상 속의 그대'라는 칼럼 내용과 일부 문장이 매우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칼럼을 쓴 교수는 교원양성대학의 학자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교육감 후보까지 지냈던 만큼 칼럼 표절의 도덕적 해이는 충격을 넘어 교육계의 신뢰를 흔드는 사건으로 번질 수 있기에 우려가 크다. 칼럼은 생각과 근거를 정리하여 짧은 글에 담아야 하는 일이기에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칼럼을 쓴 교수 역시 많은 참고자료를 종합하고 정리하는 과정과 본인의 필체로 녹여내는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교수의 최초 글에서는 한 달 전 게시된 칼럼 문장이 조사 일부분만 변형된 채 고스란히 탑재되었다는 사실이 다소 충격적이다. 다행히 교수는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더 엄격해야 할 자신을 반성한다’는 글로 출처표시를 하지 않고 일부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에 대해 원 작성자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반성한다는 글을 남겼다. 용기 있는 사과와 늦었지만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쉽지 않았을 것을 알기 때문에 박수를 보낸다. 교수는 출처 표시를 하지 않고 일부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에 대해 해당 언론사에 자초지종을 이야기 해 바로잡았다. 현재 교수의 칼럼은 참고자료를 주석으로 달아 수정돼 게시중이다. 교수는 언론사 인터뷰에서 “논문이었으면 참고 문헌에 엄격하게 표시했을텐데, 짧은 내용의 칼럼이라 그러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적 재산권은 논문 인용에서 엄격하고 현장 교사가 쓴 칼럼에 관대한 것은 절대 아니다. 실수로 가져온 타인 물건의 원래 위치를 밝힌다고 해서 떳떳할 수 없듯이, 지적 재산 출처를 뒤늦게 수정 게시한다고 한들 당당할 수 없는 노릇이다. 지적 재산은 법으로 엄격히 보호받고 있고, 칼럼은 논문보다 대중들의 접근성이 높기때문에 더 큰 도덕적 문제를 통감해야 한다. 그러기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교육자는 도덕성에 더욱 민감할 필요가 있다. 한국교총헌장은 “우리 사회의 진정한 스승으로 존경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교직윤리헌장은 ‘교육자의 품성과 언행이 사회 전반의 윤리적 지표가 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중략) 교직의 윤리를 밝히고 사랑과 정직과 성실에 바탕을 둔 교육자의 길을 걷는다’라고 강조한다. 교육자를 길러내는 교원양성대학의 교수라면 그 잣대가 더욱 엄중해져야 마땅하다. 교육계의 리더이자 교사를 양성하는 학자로서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게시된 칼럼을 내리고 사과 입장을 해당 언론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밝히는 것이 더 좋은 돌파구가 될 것이다. 본인의 SNS을 통해 실수를 인정한 용기가 있는 만큼 지적 재산권 침해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보여주고 본인과 교육계 신뢰 회복은 물론 저작권 보호의 민감성을 사회에 알리는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호소한다. /오준영 전북특별자치도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07.18 17:24

완주 거기가 어디야? 대구 거기서 왜 왔어?

2019년 3월, 가족과 친구들의 걱정을 뒤로 하고 홀연히 완주로 왔다. 그리하여 어느덧 1인 가구 6년차에 접어들었다. 홀로 왔지만 진짜 혼자는 아니었고 고향 친구가 먼저 완주로 와서 살고 있었다. 그렇다. 친구 따라 완주로 온 것이다. ‘아니 너는 무슨 삶의 터전을 바꾸는 걸 그렇게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하냐’하면 할 말이 없다. 터를 옮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간다고 결정했으니 왔고 그 곳이 완주였다. 처음부터 완주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갖고 온 것은 아니었다. 내가 마침 완주에 왔을 때 청년들의 귀촌이 붐처럼 시작되고 있었다. 지역살이에 관심을 가진 친구, 타 귀촌으로 유명한 지역에서 살아본 친구들도 많다는 것을 와서야 알게 됐다. 완주로 가기 전 이민 가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낯선 지역으로 간다고 하니 친구들과 모이는 시간이 많았다. 그때마다 친구들의 반응은 완주? 거기가 어디야? 혹은 강원도 원주로 가는 줄 아는 친구들이 많았다. 왜 만주로 가냐고 정말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물어보던 친구가 잊혀지지 않는다. 원주까지는 예상했었다. 나도 그랬기 때문에. 그렇지만 만주는 정말 생각도 못했던 곳이라 깔깔 웃었다. 내 완주행을 설명할 때 가장 처음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완주에서 만나는 친구들과 대화하다 보면 억양 때문에 금방 내 고향이 탄로난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사투리를 덜 쓴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내 생각일 뿐이다. “나 사투리 안 쓰고 있지?”라고 물어보면 “지금 이 순간에도 쓰고 있다”는 답을 듣는다. 말투에서 티가 나다 보니, “왜 완주로 왔냐”는 질문에 대답하는 건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의 통과의례가 됐다. 대구에서 왔다고하면 유독 더 놀라는 친구들이 많다. 아무래도 동서 간의 왕래가 잦지 않아서일까. 그 다음 질문은 보통 “직장 때문에 완주로 왔냐”이다. 그렇지만 그것도 아니다. 완주로 오기 전 당시의 나는 혼란스러운 취준의 시기를 겪던 취준생이었다.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 나름의 계획과 포부를 가지고 시작한 일은 나와 맞지 않았다. 내 인생 최초의 암흑기였다. 출근길 버스에서 ‘크게 다치지 않고 회사만 안 갈 수 있을 정도로 사고가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일상이 반복되자 몸과 마음이 피폐해졌다. 이대로는 안된다고 생각해 초강수를 뒀다. 내 삶을 바꾸려면 내가 살고 있는 터전을 바꿔야 한다는 마음으로 완주행을 택했다. 한 번도 가족을 떠나 살아본 적 없었다. 막연하게 언젠가 독립을 하겠지 했지만 그게 혼자 연고가 없는 타지로 가는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 못 했다. 그러나 삶이 다 그렇지 않은가 예상치 못한 변수는 늘 있고 마침 그때의 내게 찾아온 것이다. 퇴사 후 일주일만에 완주로 왔다. 바로 직전까지 일을 하다가 갑자기 할 일이 없었다. 대구보다 더 조용한 이곳에서 무얼 해야할지, 좋으면서도 막연했다. 기껏 짐 싸들고 와서야, ‘무작정 온 것은 아닐까’, ‘여기서 내가 뭘 하고 살 수 있을까’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눈물이 났다. 그럴 때는 밖으로 나가 동네를 탐험하며 무작정 걷고 또 걸었다. 비비정마을부터 삼례문화예술촌과 책방 그리고 삼례성당까지, 돌이켜보니 그곳에서 참 위로를 많이 받았다. 조용하면서도 쉬어갈 수 있는 곳, 아무도 내게 닦달하지 않는 동네. 그렇게 나의 완주 정착기가 시작됐다. /조아란 프리랜서 △조아란 프리랜서는 2019년 완주로 귀촌해 완주소셜굿즈센터 청년정책담당, 완주청년공간 청촌방앗간 대표를 거쳐 현재 결혼이주여성과 중도입국자녀들의 한국어 강사와 풀뿌리교육지원센터 마을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4.07.18 15:21

가족의 빚을 대신 갚아줘도 증여일까

골프선수인 박세리가 아버지와 법적 갈등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아버지의 채무문제를 대신 해결해 와서 더는 감당할 수 없고 더 이상 채무해결의지가 없다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하게 되었는데 본인의 취지와는 다르게 일각에서는 증여세의 문제가 붉어 졌습니다. 가족의 빚을 대신 갚아주는 행위도 간접적인 증여에 해당돼 세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민법상의 증여는 타인에게 무상으로 재산을 이전시키는 행위를 말합니다. 대가 없이 현금을 송금하거나 주택, 자동차등을 선물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상증세법에서의 증여 대상은 재산 또는 이익을 현저하게 낮은 대가를 받는 경우도 포함을 하게 됩니다. 다만 가족의 경우 경제적 공동체라는 점을 반영해 10년 단위로 증여세를 일부 공제해주고 있습니다. 빚을 대신 갚아주는 것 말고도 증여세가 발생하는 의외의 상황들이 존재합니다. 채권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소멸된 경우 채무자에게 증여세가 부과될 수도 있으며 타인의 부동산을 무상으로 사용하거나 시가보다 저가로 양수받게 되어도 증여세가 발생 할 수 있습니다. 업계의 추산에 다르면 박세리가 아버지를 대신하여 갚은 빚은 10녀간 100억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 경우 증여세 최고세율인 50%가 적용되고 각종 가산세까지 더해지면 최소 50억원의 세금이 예상이 됩니다. 박세리의 납세의무 여부는 박세리가 연대납세의무자인지의 판단이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증여자인 박세리가 아버지에게 현금을 주고 이를 통해 아버지가 빚을 갚았다면 연대납세의무를 부담하지만 직접 아버지의 채무를 채권자에게 변제하였다면 증여자에게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습니다.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착수해서 정확한 사실관계가 판단이 되어야 이러한 논란은 해소가 될것으로 보입니다. 가족의 채무를 당연시하게 갚아 주게 된다면 본인도 모르게 증여세의 부담을 지게 될 수 있으니 채무 면제시 신중하게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조정권세무회계사무소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4.07.18 15:21

‘피니싱웰(Finishing-well)’, 멋진 마무리란

지난주, 필자가 존경하던 선배 두 분이 돌아가셨다. 그분들과 웃고, 대화를 나누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다시는 뵐 수 없다고 생각하니 서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수년 전만 해도 친구 부모님들의 장례식 조문이 더 많았지만 이제는 주변 선배들의 부고 소식이 더 많으니 새삼 ‘피니싱웰(Finishing-well)’에 대해 생각해 본다. 90년 가까운 생애 동안 세계환경의 격변, 삶의 변화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다가 돌아가신 한 선배의 모습을 거듭 떠올려보는 요즘이다. 필자가 있는 대학의 전임 총장이었던 고(故) 존 엔디컷(John E. Endicott)박사의 삶은 수많은 도전과 변화가 담긴 한 편의 영화 같다. 군인에서 대학교수, 낯선 타국의 대학 총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 변화와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도전과 용기로 훌륭하게 수행했다. 그는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ROTC생활과 학업을 병행하였고 졸업 후 공군 소위로 임관하여 군 복무를 시작하였다. 일본, 하와이, 베트남 등 전쟁터에 투입되는 등 군에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국방 최고공로훈장을 받았다. 전역 후 1986년 국방부 산하 국가전략 연구소장 등을 역임한 후, 조지아 공과대학교(Georgia Tech.)에서 교수로서의 새로운 일을 시작하였다. 국제전략기술정책센터 소장 겸 샘넌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군에서 경험한 이론과 실무를 토대로 국가 방위전략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였고, ‘동북아시아 비핵화구역(LNWFZ-NEA)’ 개념을 도입하였다. 이런 공로로 두 번의 노벨 평화상 후보로 지명되었다. 70을 넘긴 나이에는 낯설고 물선 한국 땅에서 대학 총장(2009년 취임)으로 세 번째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고 당시로는 참신한 글로벌 대학의 모델을 실현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100%로 진행되는 영어수업과 다양한 국가의 학생, 교수 선발 등 다문화 환경을 경험할 수 있는 국제경영대학 모델을 구축하여 AACSB(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 인증을 받는 등 안정적으로 대학을 운영하였다. 국제대학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과학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단과대학을 설립하였는데 그동안의 공로에 대한 업적으로 본인의 이름으로 명명된 ‘엔디컷국제대학’을 생애 가장 큰 명예로 여기고 2021년 퇴직하여 고향인 조지아주로 돌아갔다. 평생동안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고(故) 엔디컷 총장의 삶에서 나는 많은 배울 점을 보았다. 첫 번째는 도전정신이다. 30년 가까운 군 생활 이후에도 연구소장, 대학교수, 심지어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환경에서의 대학총장까지 다양한 변화에 망설임 없는 도전으로 임하면서 나이가 장애가 될 수 없다는 개척정신을 보여주었다. 두 번째는 주변과 협업해 나아가는 열린 마음이다. 군 생활 중에 여러 파견국가에서 임무를 수행하면서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수용하는 유연성을 키웠으며 이해관계가 얽힌 동북아의 비핵화 문제 등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현명하게 해결했다. 또 낯선 한국 땅에서 총장으로서 대학을 경영하며 다양한 문화를 가진 학생, 교직원들과 직접 대화하고 소통하려고 노력하였다. 한번 만난 사람들을 잊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모습은 인연을 맺은 모든 이들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리더의 본보기와 같은 자세였다. 세 번째는 낙관적인 삶의 태도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쟁터, 두 번의 큰 수술, 타국의 낯선 문화환경 등 삶의 고비 앞에서도 그는 늘 낙관적이었다. 작년 미국 출장 중 그를 만났다. 부쩍 야위어 보여 물어보니,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내를 간호하느라 살이 빠졌다. 오히려 아내 덕에 다이어트가 되었고 그동안 인생을 살아오면서 아내에게 받은 도움을 이제야 갚는다고,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잘한 일이 아내를 만난 일.’이라고 웃으며 대답하는 그와의 마지막 만남은 힘듦 속에서도 긍정과 감사를 선택해 왔던 그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했다. 가까운 선배, 친구들의 부음 소식을 들을 때마다 울적한 마음에 빠져들지만, 그때마다 마음을 추스르고 힘을 내본다. 도전정신, 따뜻한 마음과 열린 자세, 낙관적인 삶의 태도로 아흔 평생을 열심히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던 엔디컷 총장의 모습에서 필자도 어떻게 피니싱웰(Finishing-well)해서 남은 사람들에게 어떤 아름다운 여운을 남길지 고민해본다. /오덕성 우송대학교 총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07.18 15:21

전북도, 인구영향평가제 조기도입해야

전북특자도가 인구영향평가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인구 급감으로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만큼 장단점을 따져 도입을 적극 추진했으면 한다. 인구영향평가제는 새로운 정책이나 사업이 지역 인구의 유입 또는 유출, 연령대별 인구 분포, 출산율 등에 미칠 영향을 미리 예측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이나 기반시설 구축 계획 수립 시 실시하는 환경영향평가와 유사한 개념이다. 2017년 경기도 부천시에서 전국 최초로 시행된 이후 서울, 부산, 경기, 경남 등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남이 올해 하반기부터 시범 도입을 결정했고 울산과 인천 등에서도 도입을 검토하는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남의 경우 출산율 제고와 전입인구 확대, 생활인구 유입, 청년 비율 제고 등 인구구조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 시범 적용 대상이다. 선정된 사업에 대해선 1차적으로 사업 담당자가 일자리와 출산, 양육, 거주환경 등 인구 증대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체크리스트해 자체 진단토록 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전문가에 의한 개선사항이나 제안사항 등을 포함한 2차 심층평가(정성평가)가 이뤄진다. 평가 결과를 사업 담당자가 종합적으로 판단해 수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인구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정부는 지난달 저출생에 대응하기 위해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이달 들어 저출생은 물론 고령화, 이민 등 인구정책 전반을 다루게 될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키로 했다. 전북은 이에 못지않게 심각하다. 저출산과 청년인구 유출로 인한 급격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구 역피라미드' 현상에 직면했다. 전북 인구는 1966년 252만명을 정점으로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올 6월 말 174만명으로 주저 앉았다. 14개 시군 중 11개 시군은 소멸 위험지역이고 군산, 익산은 소멸 위험 진입지역으로 분류된다. 심지어 전주도 66만명에서 64만명으로 줄어 소멸 주의지역이 되었다. 14개 시군이 모두 소멸위기에 몰린 것이다. 인구문제는 전북특자도가 존립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총체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급한 현안이다. 인구영향평가제도 조기 도입해야 마땅하다. 인구가 곧 국력이요, 도세(道勢)이기 때문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7.18 11:30

완주 아파트 전세사기 일벌백계를

대학생, 노년층, 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전세사기를 벌인 일당에 대해 일벌백계의 처벌과 선의의 피해자 구제를 위한 대책이 조속히 나와야만 한다. 상대적으로 실정에 어두운 사회적 약자를 등쳐먹는 행위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발생한 전세 사기 범죄 피해금은 무려 2조3000억 원에 달한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의 수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 사기 피해금 규모는 2조2836억 원으로 나타났다. 2022년 7월 25일부터 지난달 초까지 약 2년간 경찰 수사를 마치고 검찰로 송치한 사건을 기준으로 집계된 수치다.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을 더하면 피해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전북 또한 예외가 아닌데 대표적 사례가 바로 완주 아파트 전세사기 사건이다. 피해자가 무려 600명에 가까운 숫자다. 전주지검 형사1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아파트 시공사 대표 A씨(69)와 임대법인 운영자 B씨(60), C씨(60·여) 등을 구속기소하고 D씨(63·여) 등 공인중개사와 시공사 직원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8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5년동안 완주 아파트의 임대권한이 없는데도 대학생들과 노년층,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전세를 주는 수법으로 585명에게 58억7030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있다. 조사결과 이들은 담보신탁으로 아파트 소유권이 수탁사에 이전된 상태에서 마치 정상적인 임대권한이 있는 것처럼 대학생, 노년층, 외국인 노동자 등을 속였다고 한다. 이 사건은 피해 규모면에서 전북지역 최대 전세사기 사건이다. 경제적 약자를 상대로 자행한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해야만 유사 범죄를 막을 수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자들이 처벌받는 것과는 별개로 조속히 피해를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 국토교통위는 지난 17일 여야가 각각 당론으로 발의한 전세사기 특별법을 국토법안심사 소위원회로 회부한만큼 조속히 법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구체적 해법은 의견이 다를 수 있으나, 어떤 방식이 됐든 서민들이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전세사기에 대한 제어장치를 조속히 제시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7.18 10:57

방탄용 막가파 정치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한다

민주당은 지난 7월 9일 국회 법사위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와 관련된 국민동의 청원 청문회 실시계획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이 의결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원천 무효이다. 대통령 탄핵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건으로 한다. 국민동의 청원을 통한 탄핵소추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2020년 146만 명이 동의한 문재인 대통령 탄핵안은 심의 없이 폐기됐다. 탄핵조사권은 국회 본회의가 탄핵안을 의결하고 법사위에 회부해야 비로소 발동된다. 그런데 민주당은 본회의 의결 없이 불법적으로 조사권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 불법 탄핵청문회를 강행하기 위해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여당간사 선임을 막고, 대체토론도 방해했다. 헌법 제 65조는 탄핵소추 요건에 관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청원서에 적시된 탄핵 사유는 단 한 가지도 이 조항에 부합하지 않는다. ‘대북 확성기 사용재개’가 평화를 위협했기 때문에 탄핵사유라고 한다.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에는 입도 뻥긋 못하고, 도발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이 평화를 위협한 것이라고? 주사파에 포획된 정당다운 발상이다. 북한 김여정의 ‘탄핵 언급’ 하루 만에 부랴부랴 불법 의결을 강행한 대목도 의심스럽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대응도 탄핵 사유란다. 오염수 사태는 민주당의 근거 없는 거짓 선동이 발단이었음이 이미 드러났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피해 입은 수산업계와 어민들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탄핵대상은 민주당이다. 도이치모터스 사건 관련 의혹도 탄핵 사유로 적시했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인데다, 직무관련성도 없고, 결혼하기 전 배우자의 일이다. 법리상 탄핵사유가 될 수 없음이 명백하다. 민주당이 탄핵청원 청문회를 불법적으로 밀어붙이는 의도는 뻔하다. 대통령과 국정을 흔들고, 이재명 방탄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영부인과 대통령 가족을 증인으로 불러 망신주고 여론재판을 하겠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의사진행과 증인을 조롱하고 윽박지르는 모습이 벌써 눈에 보이는 듯하다. 역대급 범죄 혐의자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을 완전히 장악하자 한국 정치는 막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 대표가 아니라, 이 대표 개인을 위한 행동대원으로 전락했다. 체면도 품격도 금도도 최소한의 예의도 모두 벗어던졌다. 국민을 두려워하기는커녕 눈치조차 보지 않는다. 개원 한 달 만에 이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더니, 이제는 대통령 탄핵에 시동을 걸었다. 이 대표가 피선거권 박탈형이 확정되면 대선까지 갈 수 없기 때문에, 그 전에 대통령 탄핵까지 밀어붙여서 보궐선거를 만들어내려는 것이다. 민주당이 이처럼 무리하고 무도한 시도를 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과 선동으로 쉽게 조작할 수 있는 대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런 시도들이 성공했는지 몰라도, 세상사는 극에 달하면 반전하는 법이다. 방탄용 막가파 정치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현명한 우리 국민은 나라가 위험에 빠지도록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조배숙 국회의원(국민의힘 전북도당위원장·비례대표) △조배숙 의원은 서울대학교 법학석사로 대한민국 첫 여성 검사였고 서울고법 판사 등을 역임했으며 국회 5선 의원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4.07.17 14:59

전주 여행

맞벌이로 바쁜 아들 부부가 여름휴가를 전주로 간다고 해서 귀를 의심했다. 내 고향이긴 해도 요즘 비행기 타고 가는 흔하디흔한 일본이나 제주가 아닌 전주라니. 할아버지 산소에 성묘하기 위해 간혹 고창에 간 적은 있어도 뜻밖이라 생각했다. 나는 부안에 언제 가보았나 생각하니 아득하다. 간혹 격포에 있는 콘도에 하루 이틀 묵었던 적은 있으나, 정작 내가 태어난 부안읍에 간 지는 꽤 된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 지금도 그 자리에 있을까 싶은 우리 집, 그리고 그 둘 사이에 있는 신작로. 신작로(新作路)라니⋯. 50년 가까이 지났어도 여전히 내게는 근사한 ‘새로 만든 길’이다. 한여름 더위에 오래 서 있으면 신발 바닥이 뜨거워지고 도로 군데군데가 물컹해지는 아스팔트 포장도로였다. 그 길을 다시 걸어보고 싶다. 아무도 나를 알아볼 리 없고 내가 아는 가게나 사람도 없어 마치 외국 어느 도시를 걷는 기분이 들지도 모르지만, 느릿느릿⋯. 성묘 때나 변산에 갈 때,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줄포나 선운산 IC로 나가기 전 오른쪽으로 부안이 보인다.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할 때는 김제를 거쳐 부안읍을 왼편에 두고 지나간다. 내가 처음 서울에 유학할 때는 전주나 김제에서 고속버스를 이용했다. 모두 합치면 5시간 넘게 걸렸다. 5시간이 4시간∙3시간으로, 이제는 2시간 반으로 줄었다. 신기록을 세우기라도 하는 양 휴게소도 들르지 않고 말 그대로 주파한다. 세 시간에 갈 길을 두 시간 반으로 당겼다고 해서 경제성, 효율성이 얼마나 더 올라갔을까? 이 좁은 땅에서 하루 생활권이면 족하지, 반나절 생활권으로까지 만들 필요가 있을까? 선거철 유세하듯 말이다. 부안에서 김제나 전주로 가는 길은 오랜 세월을 두고 신작로가 많이 생겼다. 어떤 곡선도 직선보다 짧을 수는 없다는 법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신작로는 그렇게 생겨났고 옛 도로는 마을 길로 바뀌었다. 그 길은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다니고, 가을이면 고추를 널어 말리는 건조장으로 쓰인다. 그런데 길이 직선으로 나면 마음도 곡선에 머물지 않는 것 같다. 오래전 모 정치인이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라고 말했다가 지역 주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사과한 적이 있다. 이제 그 도시는 사천시로 편입되어 지도에서 사라졌다. 본래 도로의 기능이 시점과 종점을 연결하는 데만 있지 않은데도 서울, 부산, 광주 같은 큰 도시 중심으로 생각하다 보니 삼천포에 빠진다는 말이 논란이 된 것이다. 지금은 전주에, 부안에 빠져달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전주가 여수 가는 길목에 있거나 부안읍이 격포 가는 우회로의 배경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유럽 큰 도시의 중앙역은 대부분 열차가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는 구조로 되어 있다. 도심을 관통하지 않는 것은 전통적 도시의 모습을 훼손하지 않기 위한 것이겠지만, 그 도시에 머물게 하려는 뜻도 있을 것이다. 다행히 전북에는 머물러야 할 매력적인 곳과 맛이 즐비하다. 멀리서 휙 지나가며 보거나 휴게소에서 맛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가수 장기하의 “느리게 걷자”라는 노래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그렇게 빨리 가다가는 / 죽을 만큼 뛰다가는 / 사뿐히 지나가는 예쁜 고양이 한 마리도 못 보고 지나치겠네” 아들 내외가 전주에 흠뻑 빠지기를 기대한다. 추신: 17년 만에 ‘타향에서’에 다시 글을 쓰게 됐다. 독자 여러분께 첫 글로 인사를 드린다.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남형두 교수는 부안 태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대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를 거쳐 2005년 이후 연세대 로스쿨에서 저작권법을 가르치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4.07.17 14:59

대비 어머니가 빚은 술, 모주(母酒)의 유래

전주는 전통의 멋과 맛을 지닌 고장이다. 전주하면 떠오르는 것이 꽤 많은데 전주한옥마을에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전주전통술박물관에 들렀을 때 대부분 찾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모주’이다. 전주에 오면 한 번쯤은 먹어보는 콩나물국밥과 함께 등장하는 것이 모주이다. 모주는 어미 ‘母’자에 술 ‘酒’자를 쓴다. 한글로 풀어보자면 ‘어머니의 술’이 된다. ‘모주’가 ‘어머니의 술’이 된 유래에 대해서 통상적으로 인목대비의 어머니인 노씨부인 이야기가 수록되었다는 <대동야승>의 기록이 인용된다. 그런데 전주전통술박물관은 지난 몇 개월간 다양한 사료를 분석한 결과 노씨 부인의 이야기가 <대동야승>에 기록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렇다면 ‘모주’의 유래와 노씨 부인의 이야기는 어느 문헌을 통해 어떻게 전해져오고 있는 걸까? 1946년에 간행된 <조선문화총화>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혹자 말하기를 인목대비의 어머니요 연흥부원군 김제남의 부인인 노씨가 광해 때 인목대비가 폐위됨에 따라 제주로 귀양을 갔을 때 귀양 간 사람에게 주는 식료만으로는 도저히 살 수가 없으므로 술지게미를 얻어서 모주를 만들어 내고 다시 그것을 팔아서 생활을 해 간 것으로 처음에는 ‘대비모주’라 부르다가 후에 ‘대비’ 두 글자를 빼버리고 그냥 ‘모주’라 부른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모주의 유래가 <대동야승>이 아니라 <조선문화총화>에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조선 후기 문신이자 학자인 송시열의 시문집과 편지, 저술 등을 모아놓은 <송자대전>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남겨져 있다. “... 1616년에 다시 탐라도(현 제주도)에 유배보내져 외출을 못하는 형벌을 받고 있을 때 대비도 서궁에 유폐되는 욕을 당하였거나 혹은 이미 죽었다고 전해지니 부인이 매일 밤마다 향기로운 술로 하늘에 원통함을 호소했다. 시중드는 계집종은 그 술을 팔아 부인을 봉양했는데, 탐라도 백성들은 다투어 재물을 주고 그 술을 사며 말하기를 대비 어머니의 술이 참 맛있다고 했다...” 이 사료는 송시열이 직접 작성한 노씨 부인의 묘지명이다. 이는 기존에 모주와 관련해서 한번도 밝혀진 적이 없는 사료로 송시열이 노씨 부인의 묘지명을 작성했다는 사실도 놀랍거니와 대비 어머니의 술이 언급되어 있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다. <연려실기술>에도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연흥부인, 즉 노씨 부인이 술을 팔아 목숨을 연명하였는데 제주 목사 양확이 부인을 심히 학대하였고 술에 취하면 대비어미의 술을 가져오라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처마 끝에 까치가 날아와 계속 울자 노씨 부인은 “집안이 망하고 사람이 죽었는데 무슨 기쁜 일이 있을까?”하며 탄식을 한다. 그런데 그날 승지가 부인을 영접하기 위해 제주도에 왔다는 기쁜 소식을 듣게 된다. 제주도에서 모주를 팔며 힘겹게 유배 생활을 하던 노씨 부인은 8년 만에 드디어 딸인 인목대비와 재회하게 된다. 전주전통술박물관은 ‘모주’라는 단어의 유래에 중점을 두어 사료들을 발굴하고 조사한 결과 위와 같은 스토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새롭게 발견한 사료들을 기반으로 스토리를 구성하고 자애로운 노씨 부인과 기쁜 소식을 전한 전령사이자 전주시의 시조인 까치의 모습을 라벨에 담아 ‘대비모주’를 새롭게 출시했다. 음식이든 장소든 그것의 시작은 언제나 궁금하고 흥미롭다. 사람들은 그 ‘이야기’에 매료된다. 음식창의도시 전주시에 걸맞는 이야기들이 지속적으로 발굴되고 창작되어 전주를 찾는 많은 이들이 전주의 이야기에 매료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박소영 전주전통술박물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07.17 14:59

윤석열 정부에서 전북은 없는 것인가

윤석열 정부의 전북 홀대가 도를 넘었다. 이춘석 국회의원이 국토교통부에 요구해 보고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가 올해 추진하는 전북지역 신규사업은 고작 6건 19억8000만원 규모에 불과했다. 향후 추진 예정인 사업에 대해서는 공개조차 하지 않았다. 공개할 사업 자체가 아예 없는지도 모른다. 다른 지역에 지원되는 사업 예산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가 난다. 앞서 지난 10일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교 자료에서도 전북은 철저히 소외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북은 정부의 대도시권 광역교통망 구축계획에서 철저히 소외됐고, 국토부의 핵심 전략인 초광역 메가시티 육성 계획에서도 빠졌다. 지난해 여름에는 새만금잼버리 파행을 빌미로 새만금 예산 삭감과 함께 정부·여당으로부터 무차별 공세를 받아야 했다. 명백한 지역 차별이자, 노골적인 전북 홀대다. 정부가 특정 지역을 이렇게 대놓고 차별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누구든지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받지 아니한다’고 평등권을 규정한 헌법에 위배된다. 또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며 윤석열 정부가 누차 강조한 국가균형발전 정책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정부를 탓하기 전에 지역정치권과 지자체의 성찰이 앞서야 한다. 전국의 지자체와 지역정치권에서 굵직한 SOC사업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철저한 사전준비를 토대로 관련 부처를 수시로 돌며 설득하는 동안 전북에서는 과연 무엇을 했는지 냉철하게 돌아봐야 한다.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나란히 기자회견을 열고 ‘사상 최대의 국가예산을 확보했다’며 자화자찬에 열중했던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자체장들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정치권과 지자체가 원팀으로 뭉쳐 윤석열 정부의 노골적인 전북 홀대에 맞서 싸워서 정책 기조를 바꿔놓아야 한다. 더불어 지역 현안과 맞물린 내년도 신규사업 국가예산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인구절벽 시대,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야 할 중차대한 시기다. 게다가 올해는 전북특별자치도 시대를 열면서 전북 대도약의 힘찬 출발을 알리기까지 했다. 더 이상 도민들에게 상실감을 안겨서는 안 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7.17 12:34

전북형 방산, 탄소·수소 강점으로 특화하자

K-방산(방위산업)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방산이 호황을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7년까지 세계 방산 4위 수출국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반해 전북은 그동안 방산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방산업체도 빈약했고 방산 자체에 대한 관심도 저조했다. 그러다 얼마 전부터 전북특자도가 이차전지와 바이오산업뿐 아니라 방산 등 새로운 산업 육성에 역점을 두기 시작했다. 후발주자인 전북은 강점인 탄소·수소산업을 활용해 방산을 특화했으면 한다. 이를 통해 방산 선진지로 도약하길 기대한다. 정부는 세계 4대 방산 강국 도약을 위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관련 산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전북특자도는 전략산업인 탄소·수소산업을 활용해 방산 소부장 공급망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16일에는 방위사업청과 전북자치도 등이 한국탄소산업진흥원에서 '제4회 다파고(DAPA-GO) 2.0 소통간담회'를 열고 방산 소재·부품 공급망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소부장을 수입에 의존했으나 이제 소부장 산업을 집중 육성함으로써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는 동시에 우리의 성장동력으로 발전시켜야 할 상황이다. 이러한 방산 소부장 산업과 관련해 전북은 방산에 다방면으로 활용되는 탄소섬유, 활성탄소 등 탄소소재 부분에서 산업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 또 차세대 동력원으로 주목받는 수소연료전지 부분도 전북의 강점이다. 탄소 소재의 경우 도내 기업이 현존 최고강도의 T-1000급 탄소섬유를 개발한 바 있다. 2년 전 우주 강국의 꿈을 실현시킨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은 전북의 탄소소재 기업이 제작한 경량화된 발사체가 큰 힘이 되었다. 앞으로 전북은 전주 탄소소재 국가산단을 비롯해 새만금부터 완주까지 이어진 수소 생산·저장 체계를 연계해 방위 산업 소재의 핵심 공급망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전북은 다른 지역에 비해 방산기업이 열악한 상태다. 실제로 방사청 지정 방산기업 83개 가운데 전북 소재 기업은 다산기공, 동양정공, LS엠트론, 데크카본 등 4개에 불과하다. 이들 관련기업을 유치하는데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7.17 12:27

고군산군도의 교역선

1974년 3월 어느날, 중국 시안에서 농부들이 우연히 지하에 묻힌 방 하나를 발견했다. 훗날 고고학자들은 6,000구가 넘는 실물 크기의 병사와 마차, 철제 농기구 등을 출토했다. 중국을 순방하는 외국정상이 가장 먼저 찾는 진시황릉의 발굴 역사다. 1975년 어느날, 신안 증도 인근에서 어부 그물에 중국 도자기 6점이 걸려 올라왔다. 이후 정부는 10년 동안 발굴조사를 통해 유물 2만4000여점과 28t 무게 동전 800만개를 찾아냈다. 때는 1323년 중국 원나라때 절강성 닝보항을 출항해 일본 규슈의 하카타항으로 가던 무역선(=신안선)이 항해 도중 한국의 신안 앞바다에서 침몰한 것이다. 배의 규모는 최대 길이 34m, 너비 11m로 200여 명이 승선하는 이 무역선의 발견은 국내 수중고고학의 서막을 올린 일대 사건이었다. 유사 사례는 전북에서도 있었다. 2020년말, 고군산군도 일대에서 고려청자 등의 수중문화재가 나왔다는 민간 잠수사의 신고를 받고,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지금까지 선유도 해역을 특정해 꾸준히 조사를 벌여왔다. 앞서 고군산군도 해역에서는 2002년 비안도, 2003~2004년 십이동파도, 2008~2009년 야미도에서 수중 발굴 조사가 진행됐는데 십이동파도에서 고려청자를 실은 옛 배의 잔해들이 발견돼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고군산군도 해역은 대형 선단들이 닻을 내리고 머물기에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고대부터 중국을 오가는 교역선들이 이 해역을 중간경유지로 기착했고 조선시대에는 조운선의 항해 루트였던게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3년간 다양한 시대의 유물이 발견된 선유도 앞바다의 조사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여서 좀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진행된 것은 전체 조사대상 면적(23만5000㎡)의 3% 에도 미치지 못한다. 과거 해상 활동의 주요 기점이었던 고군산군도 일대에서 발굴한 유산의 수는 무려 1만 6000여 점이나 되지만 지금 학수고대 하는 것은 바로 옛 교역선이다. 보물을 가득 싣고있는 고선박 말이다. 사실 그동안 수중문화재 도굴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2004년 전북 군산 비안도 해역에서 고려청자 128점을 훔쳐 몰래 판매하려고 한 일당이 붙잡혔고, 2005년에도 군산 야미도 해역에서 유물 약 320점을 불법 인양한 도굴범이 검거돼 이듬해 정식 발굴조사가 이뤄졌다. 2008년에는 충남 태안선 수중발굴에 참여한 잠수부가 가치가 높은 고려청자 19점을 빼돌리려 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국가유산청은 지난달 26일 선유도 수중 발굴 현장을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 이곳이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내 수중 발굴 역사는 1970년대 신안 해저 조사를 기점으로 본다면 반세기 가량 되는데 과연 선유도가 신안, 태안 마도에 이어 제3의 고선박을 내어줄지 모두가 숨죽여 그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7.17 12:15

농촌소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난 주말 마을이 오랜만에 분주했다. 초복을 맞아 청년회원들이 어르신들 모시고 복달임 행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순창군 풍산면 두지마을에서는 해마다 초복이면 마을주민들이 특별한 행사를 한다. 이제는 마을 안에서 직접 식사를 준비하기에는 역부족이라 몇 해 전부터는 버스를 대절하여 밖으로 나가 식사를 하고 문화공연을 관람한다. 올해는 가까운 담양에서 풍성하게 식사를 하고 광주 전통문화관을 방문하였다. 할머니들은 고운 한복을 입고 예쁘게 사진을 찍었다. 토요일마다 진행되는 국악 공연도 관람하였다. 두지마을은 섬진강을 끼고 있는 넓고 비옥한 뜰이 있어 ‘뒤주골’(뒤주 : 쌀 따위의 곡식을 담아 두는 세간의 하나. 골 : 고을을 부르는 말)이라고 불리는 마을이었다. 너른 뜰이 가까이 있었기에 사람도 많고 꽤나 부유한 마을 중에 하나였다. 또한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해마다 당산제를 모시며 전통문화를 지켜왔던 마을이다. 그러나 급격한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젊은이도, 전통문화를 이어가며 전수해 줄 어르신도 사라져가는 마을이 되었다. 이를 지켜볼 수 없었던 마을의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야 인력으로 어쩔 수 없다지만, 전통문화를 이어가는 것은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단, 남성 중심 제사 형식의 당산제 대신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정월대보름 행사로 마을공동체의 전통문화를 이어가기로 합의하였다. 그리하여 2013년도부터 정월대보름이면 지신밟기, 달집태우기, 깡통돌리기 등 재미난 일을 펼치고 있다. 이제는 꽤나 유명세를 타서 순창에서 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두지마을을 찾고 있다. 한편 농한기인 겨울에는 청년회가 준비한 ‘겨울문화사랑방’이 펼쳐진다. 민요교실, 아로마마사지, 의료봉사, 미용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각종 ‘인맥’을 동원하여 봉사해 줄 재능기부자를 찾는다. 몸을 움직일 수 없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겨울철에 경로당에서 심심하게 계신 어르신들에게는 기운을 드릴 수 있는 일이다. 농사철에는 새벽같이 논으로 나가시는 탓에 얼굴 뵙기도 쉽지 않아 농한기 때만이라도 젊은이들은 부모와 같은 어르신들의 식사를 챙기고 건강을 돌보고자 노력한다. 두지마을 청년회의 구성원들은 대부분이 귀농·촌인들이다. 이르게는 1980년대 후반 귀농, 귀촌이라는 개념조차 없을 때부터 식량을 생산하겠다며 이주한 젊은이부터, 최근에는 도시의 삶에 지쳐 시골을 선택한 가정까지 여덟 가구가 두지마을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모여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재미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토론한다. 4년 전에는 점점 사라져가는 마을의 모습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남기기 위해 ‘복작복작 재미지게 산당께’라는 마을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첫 책이 구술채록과 기고 위주의 기록이었다면 두 번째 책은 사진을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농촌이 ‘소멸’되어 간다고 말한다. 관객 또는 방관자의 언어이다. 농촌주민을 대상화한 말이고 매우 폭력적인 단어이다. 농촌주민 입장에서 달걀노른자 열 개 쯤은 삼킨 것 같이 가슴이 답답해지는 말이다. 농촌에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관망의 시각으로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 중심의 농촌정책이 만들어져야한다. 농촌을 바라보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구준회 농촌사회학연구자 △구준회 연구자는 순창 풍산면으로 귀농한 뒤 순창교육희망네트워크 사무국장 등을 맡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4.07.16 16:5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