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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야할 공천방식

전북정치를 쇄신하려면 근본적으로 공천방식을 바꿔야 한다. 특히 의원수가 10명 밖에 안되기 때문에 세력확대를 위해서는 재선한 의원들은 수도권으로 지역구를 옮겨서 험지출마토록 해야 한다. 지금 경제상황이 무척 안 좋아 밑바닥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 현역의원들이 중앙정치권에서 존재감이 약해 전북 몫을 제대로 찾아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대적으로 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간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무작정 찍어줬기 때문에 현역들은 타성에 젖어 정치를 쉽게 하려고 유급당원 확보에만 전력을 다한다. 현행공천 방식은 유급당원 50% 일반시민여론조사 50%를 합산해서 결정하기 때문에 당원확보여부로 공천이 판가름 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현역들은 오는 7월말까지 한명이라도 더 유급당원을 확보하면서 기존당원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조직정비에 박차를 가한다. 월 1천원씩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하면 유급당원이 되므로 노골적으로 금권선거를 부추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전북은 당원이 아니라도 거의가 정서적으로 민주당으로 경도돼 있기 때문에 역선택이 적고 공정성을 기할 수 있어 100% 시민경선제를 실시해야 한다. 22대 총선은 AI출현에 따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어 그에 걸맞는 역량있는 인물이 공천 받도록 해야 한다. 특히 내년에는 전북이 특별자치도가 되는 원년의 해라서 전문가들이 대거 국회에 진입해야만 전북발전을 이끌어갈 수가 있다. 지금 전북도가 특례조항을 많이 발굴해서 특별자치도법을 보완 통과시키는 게 목표지만 이 작업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해야 할 사항이라서 역량 있는 국회의원이 필요한 것. 전북정치권이 현재처럼 10석 고수가 가능할 것으로 여기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한두석이 줄어들 수도 있어 역량 있는 인물이 더 긴요하다. 이 때문에 최 약체인 전북정치권의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진부활론이 대두된다. 지금 같은 야권상황에서는 중진들이 전북의 정치적 자산인 만큼 이들의 역량을 굳이 사장시킬 필요가 있느냐면서 중진부활론에 힘을 실어주는 사람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이 현재처럼 국회권력을 장악하려고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은경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지만 당 내외상황이 녹록치 않아 기대반 우려반이다. 수도권 승리를 위해 호남권에서 물갈이폭을 확대할 경우 공천경쟁은 예전보다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여기에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놓고 비명계를 중심으로 당 대표 사퇴압박이 거세질 경우 공천작업도 순탄치 만은 않을 것이다. 총선9개월을 앞두고 현역들에 대한 유권자의 시선이 곱지 않아 결말이 어떻게 날지 주목된다. 3년간 코로나 때문에 힘들게 살아왔기 때문에 정치판도 역량 있는 인물들로 채워지도록 판을 갈아 엎어야 한다. 도민들이 지금 같은 약체정치권을 만들어줬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강한 정치권을 만들어줘야 한다. 도민들이 국회의원을 잘 뽑아야 전북 몫을 잘 확보할 수 있다. 모든 게 도민들 손에 달려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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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3.06.18 17:24

기막힌 오해

내가 월남전에 파병되었을 때의 일이다. 불같은 정글 속에서는 아군과 적군이 하루에도 수십 명씩 죽어가는 때였다. 이런 상황 중에서 나는 군사령부로 파견가게 되어 병사들 몇 명과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 안에는 미군 병사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소음이 매우 커서 옆 사람의 말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비행기가 이륙한 지 얼마 뒤, 한국 병사들과 마주 앉은 미국 병사 중 한 명이 혼자 뭐라고 중얼 거리더니 나에게 장난을 걸어왔다. 나는 영어를 잘 모르는데 자꾸 장난을 걸어와 나도 오기가 생겼다. '니가 미국 병사면, 나는 한국병사다. 똑 같은 전쟁터에서 내가 너한테 꿀릴 것이 뭐가 있냐. 여기 비행기 안에서까지 너희들에게 한국군의 자존심을 굽힐 수 없다. 보아라! 내 전투복 양 어깨에는 대한민국 사단 마크가 선명히 붙어 있지 않느냐.' 이렇게 속으로 곱씹으며 기(氣)를 세웠다. 나에게 다시 말을 걸어오면 나도 손짓을 하며 맞장구를 쳤다. 이 광경을 한참 지켜 본 한국군 병사들은 제각기 '저 사람 진짜 영어 잘한다.'하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 뒤 나는 사령부 통신대에 배치되어 근무하게 되었다. 그 곳은 통신이 불통나면 미군 측에 빨리 연락하 개통시켜야 했다. 신속히 개통을 시키지 못하면 통신대장은 엄한 문책을 받게 되어 있었다. 이런 막중한 임무를 영어 잘 하는 병사가 맡고 있었는데, 그가 갑자기 귀국하게 되었다. 이에 당황한 소대장은 즉시 영어 잘 하는 병사가 있는지 찾았던 모양이다. 그 때 나와 같이 비행기를 탔던 병사들이 '황 일병 그 사람 영어 기똥차게 잘한다'고 말했던 모양이다.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소대장이 나를 급히 찾는다하여 근무처로 갔다. 소대장은 나를 보자 반가운 듯 "황 일병 너 영어 잘하지?"하고 물었다. 나는 뜬금없이 묻는 말에 "예? 영어라뇨? 나 영어 못하는데요." 하자, 소대장은 처음엔 자기를 속이는 줄 알고 "이것 봐라? 너 정말 영어 못한단 말이야?"하면서 부드럽게 몇 번 더 말하더니 "정말 못하는가?" 재차 물었다. "정말 못합니다."라고 했더니, 화가 난 소대장은 느닷없이 내 뺨을 그대로 강타하면서 "임마, 너 비행기 안에서 미군 애들과 말 하는 것을 본 사람들이 있는데 나를 속여"라고 말했다. 느닷없이 뺨을 맞는 순간, 그 때 생각이 번개처럼 스쳤다. 이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가! 내 딴엔 한국군의 자존심을 굽히지 않으려고 기를 세운 것뿐인데… 그들이 나를 그렇게 오해를 했다니, 참으로 기가 막혔다. 소대장은 다시 말했다. "명령이다. 네가 인수를 받아라. 알았지? 불통이 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개통을 시켜라. 알았나?"라고 말했다. 그 뒤, 나는 뺨까지 얻어맞고 할 수 없이 인계를 받아 죽도록 고생을 하였으나 나중에는 숙달이 되어 임무를 잘 마칠 수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이름도 모르는 미군병사와 맞서 괜한 자존심을 굽히지 않으려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나에게 황당한 사건으로 돌아올 줄이야, 내 어찌 알 수 있었겠는가! 참으로 기가 막힐 일 이었다. 그 뒤 나는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귀국하였다. 그러나 그 미군 병사는 어찌 되었는지 모른다. 그와 만난 것은 스치는 인연 정도였지만 그도 나와 같이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귀국을 하였는지… 이제 월남전이 끝난 지도 수 십년 세월이 지났다. 참전했던 전우들은 모두 70살이 넘은 노병이 되었지만 그 전쟁의 포성 소리는 아직도 내 귓전에 머물고 있다. /황만택 파월용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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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8 15:26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 갖는 의미

주말에 가끔 세종시의 명소인 호수공원으로 산책을 가보면 젊은 부모와 함께한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 밝고 활기찬 청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평균 연령이 ‘37.5세’로 가장 젊은 도시인 세종시는 저출산 현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합계출산율이 1을 넘었다. 그러나 이처럼 젊은 세종도 ‘지방’의 어려움을 겪는 건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의료서비스의 부족이 그렇다. 세종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전국에서 가장 낮다(2022년, 1.29명). 세종뿐 아니라 전국의 다른 시·도 모두가 대부분 1~2명대에 불과하다. 서울만이 나홀로 3명대이다.(2022년 3.47명) 의료정책의 컨트롤타워인 보건복지부가 위치한 세종조차 기초 인프라에서부터 서울과 동등한 서비스를 향유하고 있지 못하다. 수도권 인구는 해마다 늘고, 나머지 지역은 ‘소멸’을 걱정하는 상황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비수도권 국민 2명 중 1명은 내가 사는 지역이 소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 생산, 고용, 기업 등 모든 자원과 기회는 전 국토의 11%에 불과한 수도권으로 지금도 몰리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노력은 중앙정부의 입장에서 지방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었다는 한계가 있었다. 위기에 처한 지방을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여 왔으면서도 그간 중앙의 해법과 노력이 의도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원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지칭할 때 이루어야 할 목표를 붙여 부르곤 한다. 과거 '산업화시대'의 대한민국은 산업화를 통해 절대 빈곤으로부터의 탈출을 이루고자 했다. '정보화시대'라는 표현에는 IMF라는 국난을 정보화라는 혁신으로 극복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의지가 담겨 있다. 같은 맥락에서 수도권 집중과 지역소멸, 그 결과로서 나타난 세계 최저의 출산율이라는 미증유의 현상을 지방이 주도하여 타개하겠다는 시대정신의 반영이 '지방시대'이다. 지방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아야 한다. 무엇이 부족하고 절실히 필요한지는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제대로 안다. 세종시의 문제, 내가 자란 전주시의 문제, 또 다른 대도시의 문제와 해법이 서로 같을 수는 없다. 현장에서 그 지역이 겪고 있는 특유의 문제가 의제로 발굴되고, 발굴한 의제를 지역 사정을 모르는 중앙의 ‘심사위원’들이 만든 획일적인 해법에 의해서가 아닌, 지역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5월 25일 국회를 통과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의 의의는 바로 여기에 있다. '특별법'과 '지방시대위원회'는 지방이 위기를 능동적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정책결정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제도적 기반이다. '지방시대위원회'에서 수립할 지방시대 종합계획은 더 이상 중앙에서 만든 채점표가 아니라, 지역별로 시급한 문제들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들이 먼저 수립된 다음, 그것을 지방시대위원회가 수렴하는 상향식 계획이다. '특별법'의 통과로 지방시대로 향하는 첫 걸음을 내디뎠다. 정부가 지향하는 진정한 지방시대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어느 지역에 살든 상관없이 공정한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국토공간에서의 정의와 공정이 바로 세워진 시대다. 산업화, 정보화시대의 과제를 해결해낸 것처럼 이제 지방시대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과 지방이 함께 노력해 나갈 시기이다. /최훈 행정안전부 지방자치균형발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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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8 15:26

참모 존재와 불편한 진실

지난달 전주시청 간부 1~2명이 ‘시장 측근’ 임을 내세워 호가호위한다는 소문에 때아닌 홍역을 치렀다. 그들은 한술 더 떠 조만간 요직으로 옮길 것이란 뉘앙스까지 풍겨 주위 사람을 놀라게 했다. 이런 사례들은 과거 관가에서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그럼에도 이번 해프닝이 과거와 달리 주목을 받은 건 민선 8기 핵심 측근에 대한 실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도청과 전주시청 주변에선 진짜 누구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전임 김완주-송하진 시절 이른바 캠프 측근 중심의 권력 질서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 이들은 각자 전주시장과 도지사 재임 16년 동안 나름 탄탄한 조직 관리를 해왔다. 그 측근 참모 중에는 국회의원과 단체장도 배출됐다. 이에 반해 당선 가능성이 낮은 상태에서 닻을 올린 김관영 우범기 후보 캠프는 출발이 단출했다. 지금은 지역 정치권의 중심축으로 떠오른 두 사람의 핵심 측근을 둘러싼 얘기는 피상적이다. 당선자 인수위 때와 달리 독보적 위치의 캠프 측근이 눈에 띄지 않은 것도 선거전 양상과 맞물려 있다. 이들의 당선 과정은 문자 그대로 반전을 거듭한 살얼음판의 연속이었다. 압도적 1위였던 송하진 후보와 여론조사 선두 임정엽 후보가 돌연 컷오프 되면서 승기를 잡았다. 결국 독자 세력이 아닌 이들과 연대를 통해 권력을 거머쥔 셈이다. 변화를 갈망하는 유권자의 시대적 요구가 그들 상승 기류에 불을 지핀 것이다. 둘 다 선거 캠프 조직력 보다는 자신의 인물 경쟁력 우위가 선거에서 어필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독자적으로 집권한 김완주-송하진 캠프의 측근 위상과 결정적 차이를 보이는 배경이다. 시중 여론은 김관영 지사와 우범기 시장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이다. 취임 1년이 흘렀지만 그간 이들이 보여준 변화와 개혁 의지를 확인한 까닭이다. 그러나 두 사람 원맨쇼 활약에 비해 참모들 역할은 그에 훨씬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김완주-송하진 시절 최측근 비서실장과 캠프 핵심 대외협력 라인이 민심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건 김 지사의 경우 정치권의 지원사격 없이 홀로 전북 마케팅에 올인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쌍두마차인 김종훈 경제부지사가 그나마 이름값을 하는 정도다. 새로 합류한 임상규 행정부지사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권력 흐름에 민감한 공직 사회의 이런 분위기는 현안 추진에서도 크게 작용한다. 전임자의 오랜 시절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캠프 참모들은 주군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이들과 코드 맞추기를 통해 익숙한 조직 문화 속에서 단체장 혼자 역동적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다. 물론 취임 초 김 지사가 200여 명 넘는 팀장급에게 타시도 벤치마킹 사례를 공모, 포상 승진 등을 통해 강한 의욕을 불러일으킨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같은 소통의 리더십을 이어 받아 철벽 마무리투수 역할의 측근 참모가 보이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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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3.06.15 17:37

[금요수필]초록비

초록 비가 내린다. 어수선한 마음이 한줄기 비에 젖는다. 유리창이 빗물에 씻겨 때를 한 꺼풀 벗겨낸 듯 시원해졌다. 죽었던 세포가 하나, 둘 되살아나 대지를 뚫고 나오는 들풀처럼 푸릇한 기운이 스민다. 비가 나를 보고 나도 비를 본다. 비와는 같은 시간의 동승자다. 변방에서 머무는 글보다는 손으로 꼼지락거리는 일에 자꾸만 빠져들었다. 글 쓰느라 밤을 지새운 기억보다 바느질로 아침을 맞은 일이 생생하다. 날밤을 새워도 즐거움이 마냥 솟았다. 그 깊고 푸른 시간은 들뜨고, 뿌듯하고 기쁨으로 충만했다. 신은 누구에게나 하나씩의 재주를 준다는데, 어리석은 나는 신이 귀띔도 해주지 않고 나침반도 주지 않았다고 늘 엉두덜거렸다. 바느질이 나에게 신의 선물인지를 몰랐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어버렸다. 때가 있느냐고 하겠지만 나름 보편적 시기가 있는 것이다. 못 이룬 자의 변명이고 핑계지만 시기를 놓쳐버리고 환경 탓을 했다. 소질에 좋아하기까지 한 패션 쪽 일을 했더라면 넓은 광장에서 한몫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성싶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두껍다. 사람이란 나이 들수록 반추라는 걸 하게 된다. 삶의 복기다. 만일 그때 이랬더라면 이러지 않았을까, 그러지 않았다면 이랬을까 후회 비스듬한 것으로 상상한다. ‘만약’은 아쉬움이 깔린 가정일 뿐, 현재가 될 수 없다. 돌릴 수 없는 if다. 지나간 시간 속에 있고, 일종의 소망이고, 마기말로다. 때를 놓친 사람이 늦깎이로 공부해서 전문가로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을 본다. 부럽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이 되지 못한 세월에 대한 통증일까. 화가도, 의사도, 선생님도, 음악가도, 공무원도 때로는 엉뚱하게도 모델이 되어보는 꿈을 꾸어보기도 한다. 현재보다는 유려할 것 같다. 그러나, 화가는 감각이 없을뿐더러 초등학교 2학년 손녀딸보다 그림을 못 그리니 얼토당토않고, 큰딸이 의사니까 유전인자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닐 테지만 공부를 못해 의사도 어불성설이다. 둘째 딸처럼 음악을 한다 생각하면 행복하겠지만 절대음감이 없는 데다 악기 하나 다루지 못한 사람이 어찌 음악을 할 수 있겠는가. 다 늙어 버린 지금에도 남 앞에서 말을 잘하지 못할뿐더러 가르치는 테크닉 또한 젬병이니 선생님도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좋아하고 자신이 있는 것은 바느질이다. 그런데, 말이 그렇지 그것을 업으로 삼기에는 고잔잔하여 끈기 없는 나는 중간에 포기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것도 저것도 내겐 다 오리무중이다. 세상사 다지금 몫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만약’은 나에게 막연한 아쉬움의 탐욕일 뿐이다. 못 하는 영역을 뛰어넘으려는 하나의 욕망에 불과함이다. 그렇다. 나는 능력 밖을 탐하는 욕망 도둑이다. 가시에 찔린 상처도 얼룩도 없이 편안하게 취하려만 했다. 전문분야의 고지는 복권 당첨과 같은 요행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전쟁에서 피어난 꽃이요, 피나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목마른데도 사막을 건너지 않고 오아시스만 찾는 꼴이다. 불꽃 튀는 정열 한번 쏟아내지 않으면서 부러워만 했다. 이쯤에서 생각해보면 재주는 없지만 그나마 글쓰기를 잘한 것 같다. 달려보자. 이 글 저 글 주전부리를 해서라도 배부른 한 편의 글을 향해 질주하자. 나의 생에 많은 것을 지배하는 글쓰기, 밖에서 서성거리는 글을 안으로 끌어들여 옹골진 글, 문자향 펄펄 날리는 문장 하나만이라도 괜찮게 써보자. 그러면 못다 한 사랑의 갈증에도 초록비가 내려앉겠지. △이정숙 수필가는 국제펜클럽 전북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신곡문학상, 작촌예술문학상, 온글문학상, 한글사랑 유공자 전라북도지사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지금은 노랑신호등>, <내 안의 어처구니>, <꽃잎에 데다>,<계단에서 만난 시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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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5 17:11

명령 거부권, 군명유소불수(君命有所不受)

인사권자의 부당한 지시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단호하게 거부할 것인가? 부당한 지시나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용납한다면 그 결과는 참혹하다. 작게는 기업과 사회가 부패하고, 크게는 나라가 망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인사권자의 명령이라 하더라도 부당한 지시라면 과감하게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조직을 살리고, 미래의 더 높은 차원의 조직을 만드는 일이다. <손자병법>에는 전쟁터에 나간 장군이 부당한 지시를 내리는 군주의 명령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한다. 전방의 현장 상황도 모르고 후방에 앉아 측근들의 편협한 의견을 듣고 잘못된 명령을 내리는 군주에 대하여 현장의 장군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엄한 임금의 명령이라도(君命, 군명), 따르지 않을 경우가 있다(有所不受., 유소불수).’ 이순신 장군은 무모하게 돌격하라는 선조의 명령을 거부하고 스스로 어려운 길을 선택하였다. 나의 생존을 위해서 나라와 백성의 생명을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된다는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군대가 전쟁에서 패하고, 나라가 망하는 이유는 후방 군주의 지나친 간섭과 부당한 지시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기>에는 제(齊)나라 대장군 사마양저(司馬穰苴)가 왕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전쟁터에 군대가 출정하던 날, 왕이 총애하는 신하 장고(張賈)라는 사람이 군율을 어기고 제멋대로 전횡을 일삼았다. 사마양저는 군율에 따라 참형을 명령하였다. 왕이 이 사실을 알고 사자를 보내 측근인 장고를 죽여서는 안 된다고 명령하였으나 양저는 아무리 지엄한 임금의 명령이라고 부당한 명령이라면 거부 할 수 있다고 하면서 장고의 목을 베었다. 그는 군율을 어긴 제나라 왕의 측근 장고의 죄를 물어 처형하면서 유명한 말을 남긴다. ‘장군은 전장에서 지엄한 임금의 명령이라도 거부할 수 있다. 임무를 맡아 전쟁터에 나선 장군이 잊어야 할 것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장군은 임명된 날에(將受命之日, 장수명지일) 자신의 집안일을 잊어버려야 한다(忘其家. 망기가). 둘째 전장에서 군법을 한 번 정하게 되면(臨軍約束. 임군약속) 그때부터 부모도 잊어버려야 한다(忘其親, 망기친). 셋째 전쟁터에서 북을 치며 적진을 향해 돌격할 때는(鼓之急, 고지급), 자신의 몸조차 잊어버려야 한다(忘其身).’ 사람에게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와 조국과 임무에 충성한다는 사마양저 장군의 철학이 담겨 있는 말이다.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부대를 이끌었던 양저는 병사들의 강한 지지를 얻게 되었고, 사기가 충천한 제나라 군대는 빼앗긴 영토를 회복하고 승리한 군대가 되어 제나라 수도로 돌아왔다. 윗사람의 부당한 지시는 거부할 수 있다는 철학은 머리로는 이해하기 쉬우나 실행에 옮기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직장에서 상사의 지시가 부당하다고 생각할 때, 과감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공권력에 대하여 부당한 권력의 행사에 반기를 드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친구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충고하면 친구와 이별을 맞이할 수 있고, 직장상사의 부당함을 거부하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고, 부당한 권력에 대하여 저항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은 옳은 일에 대하여 자신의 자리와 목숨을 걸고 지켜 온 사람들에 의하여 더욱 발전하였으니, 내가 비록 어떤 이유로 옳은 길을 선택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자신의 자리를 걸고 옳은 길을 선택한 사람에 대하여 비난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부당함에 눈을 감고 침묵할 수밖에 없는 피치 못할 경우도 있고, 소신을 가지고 거부하며 저항해야 할 때도 있다. 어느 결정이든 다 이유가 있고, 논리가 있으니 어느 한 편에서 함부로 비난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때로는 목숨을 걸고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는 것은 인생에서 후회할 일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박재희 (인문학공부마을 석천학당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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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5 15:06

청년농부들의 울퉁불퉁한 발걸음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는 청년들의 귀농을 권장하며 여러 우대사항과 수많은 정책을 쏟아내고 있고 여러 청년은 인생의 선택지 중에서 농촌에 방점을 찍고 귀농을 결정하기도 한다. 2018년도에 청년창업농 1기로 선정된 이후 청년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귀농 상담과 컨설팅을 해오고 있는 필자는 그러한 정책의 흐름이 바람직하다고 느끼고 있었으며 이를 토대로 더욱 많은 청년에게 정책을 알리고 홍보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농촌에 청년들의 역할들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고 느꼈기에 해온 재능기부였다. 헌데 갈수록 귀농한 청년들이 볼멘소리와 힘들다는 하소연에 마음 한구석이 씁쓸하다. 귀농한 여성청년농업인은 몸이 부서지라 농사를 지어 집에 있던 빚도 갚고 착실히 일해왔다. 그러다가 올해 5월, 무슨 이유에서인지 농사를 지었던 하우스에 무슨 문제가 생겨 다른 농가들에 비해 수확이 늦었고 크기도 작아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직거래를 통해 판매했었지만, 작년에 택배사고가 많아 개인 택배 보내는 것도 무섭다고 하고, 공판장으로 납품을 하기엔 도저히 가격이 맞지 않아 여러모로 골머리를 앓았다. 또한 농촌지도사업에 선정되어 하우스를 신축하기로 했지만,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견적서를 받아본 결과 오히려 더욱 심란해졌다고 한다. 다른 지역 업체의 설비단가와 해당 지역의 업체 단가가 엄청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생각을 하면 다른 지역의 저렴한 업체를 선정하는 게 당연하지만, 지방비가 투입되는 지원사업의 특성상 특정한 사유가 없이는 관내 업체를 이용해야 한다는 방침으로 계속 고민을 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사연이었다. 그리고 또 한 청년 부부는 다른 지역에서 귀농한 경우인데 인연이 닿아 청년창업형후계농 영농정착지원사업 컨설팅을 했고 다행히 선정되어 곧바로 토지구매와 함께 하우스 건축을 시작하였다. 헌데 한참 공사 중 정책자금 대출업무를 위해 은행에 방문했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청년창업형후계농 사업에 선정되면 저 이자로 최대 5억까지 대출된다고 했으나 사실상 1.5% 저이자 기준은 이전의 정책이었던 3억만 해당하며 추가되는 2억의 경우는 별도의 담보대출 형태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지자체와 은행을 왔다 갔다 하며 애끓는 심정으로 알아보고 다니는 모습에 참, 씁쓸해졌다. 농촌에 청년이 필요하다고 귀농을 권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만큼 녹록하지만은 않다. 다행히 농사에 실패한 것 같지만 가을에 다시 농사를 다시 짓기로 마음을 다잡기도 하고 지자체와 충분히 상의 후 다른 지역의 업체를 선정하기로 협의를 보기도 하며 대출 문제로 힘들어하던 청년 또한 다른 지역의 농협을 통해 대안이 마련하여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필자는 올해 여름, 익산시문화관광재단과 함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농활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농생명 분야에서 진로를 결정할 청년들을 대상으로 익산시의 농업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런칭할 예정으로 다원적 농업 현실을 보여주며 농촌의 과소화 현상을 직접 느끼고 청년농업인들과 교류할 수 있는 현장들을 섭외하고 코스를 구성 중이다. 농촌에 터를 잡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이를 소개하고 그곳에서의 길을 발견하도록 안내를 하는 이유는 울퉁불퉁한 발걸음일 지라고 도전을 통해야만 얻을 수 있는 그 이상의 가치가 농촌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이들처럼! /박넝쿨 농촌기업브랜드 신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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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5 15:06

내가 집을 산 날이 언제인거야?

통상적으로 주택을 매매하는 과정은 계약체결부터 중도금, 잔금지급과 소유권이전등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므로, 이 과정에서 특정시점을 정해 거래가 완성되었음을 규율을 해야 납세자가 혼란을 피할 수가 있으며, 이렇게 정해 진 특정일을 세법에서는 취득, 양도 시기라 하며 이 날짜를 기준으로 신고기한의 결정, 비과세에 따른 보유기간이나 처분기간의 완성과 세율적용을 위한 기간이 결정이 됩니다. 세법에서는 이러한 거래 완성일의 대원칙을 대금청산일, 즉 계약서에 표기된 잔금이 지급된 날을 취득이나 양도시기로 보며 대금을 청산하기 전에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거나 대금청산일이 불분명한 경우에는 등기부등본상의 등기접수일을 그 시기로 보게 되나, 과세당국은 이 규정을 이용하여 취득시기를 조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잔금지급이 거의 만료된 상태(통상적으로 95%정도)에서 등기접수를 미루고 기간의 완성을 기다려 등기접수를 한 경우에는 95%정도의 대금이 지급된 날을 취득시기로 봅니다. 또한 자기가 건설한 건축물의 경우에는 건축물관리대장의 사용승인일이, 증여는 등기접수일이 취득시기가 되며, 특조라 불리는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에 의한 경우에는 등기접수일이 취득시기가 됩니다. 상속의 경우 상속등기시기가 법의 규정이 없어 미루는 경우가 많은데, 사망일로부터 6개월 내에 취득세신고를 안하면 가산세가 부과되고 상속부동산을 매매하기 위해서는 상속등기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6개월 내에 상속등기를 하는 것이 유리하며 상속부동산은 상속등기와 무관하게 민법규정에 의해 사망일에 자동취득이 되므로 그 취득시기는 등기접수일이 아니라 사망일이 됩니다. 특히 주의할 점은 분양받은 아파트와 관련된 취득시기입니다. 분양받은 아파트의 경우 대금청산일이나 등기접수일, 입주일과 무관하게 사용승인일이 취득시기가 결정되는데, 대금청산이나 등기가 되기 전에 사용승인이 난다면 그 사용승인일이 취득시기가 되며 분양대금을 전부 납부했더라도 아파트가 완공되지 않았다면 대금청산일이 아닌 완공되어 사용승인이 된 날이 취득시기가 됩니다.즉, 분양받은 아파트의 경우에는 대금청산일이나 등기접수일과는 무관하게 사용승인일이 취득시기가 되어 그 시기가 빨라지거나 늦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을 요합니다. /노인환 한국∙미국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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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5 15:05

새만금 기반시설 사업 예타 일괄 면제를

예비타당성(=예타) 제도는 효율적인 재정 운영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재정법에 따른 것인데, 때로는 아주 불합리하거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일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새만금 개발과 관련된 각종 예타다. 유사한 예타를 수십 년 동안 무려 17번이나 거치도록 해 개발 속도를 저해하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 새만금개발은 국토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인데 지지부진한 현실에서 벗어나 속도전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2012년 새만금 특별법까지 제정됐다. 하지만 말만 특별법이었지 그동안 14건의 예타가 진행되면서 새만금 신항만 건설, 새만금 남북2축 건설, 새만금항 인입철도 건설 등은 차일피일 지연돼 왔다. 지역에서 진행되는 사업의 경우 경제성 분석 결과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예타에 대한 불만이 많은데 특히 새만금은 가장 문제가 많다. 타 시도와 비교하는게 내키지는 않지만 동일한 국책사업인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의 경우 13조 7000억 원 규모의 예타 면제가 이뤄진 반면, 유사한 규모의 새만금 개발사업은 무려 17번의 예타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새만금 개발의 경우 그동안 어렵사리 예타 14건을 통과해 10조 7000억 원 규모의 사업을 추진중인데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예타 면제를 통해 13조 7000억 원 규모의 사업을 일괄 추진하는 실정이다. 새만금 사업은 앞으로도 3건의 예타를 앞두고 있다. 결론은 새만금 개발사업의 경우 각 부처 장관이 참여한 새만금위원회에서 사업의 타당성을 인정해 기본계획을 수립했기에 기반시설(SOC) 에 한정해서는 예타 일괄 면제가 불가피하다. 지난 14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전북도가 새만금 종합개발계획(MP)에 반영된 새만금 기반시설(SOC) 사업 예타 일괄 면제를 건의한 것은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지난 일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예타를 앞둔 새만금 SOC 사업은 2024∼2030년 새만금 남북3축 도로 건설공사(1조 1227억 원), 2025∼2030년 새만금 내부간선도로 건설공사(6000억 원), 2025∼2030년 새만금 환경생태용지 2-2단계 개발사업(2780억 원) 등 3건이 있는데, 이것이라도 조속히 예타면제 조치를 해야한다. 당정이 당장 관심을 갖고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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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5 14:18

국산 원료 사용 식품가공업체 지원 확대를

우리 농촌에서 쌀은 과잉생산으로 문제가 되고 있지만, 콩·밀을 포함한 주요 곡물의 자급률은 매우 저조하다.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1970년대 80%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20% 안팎까지 크게 떨어져 세계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쌀을 제외한 콩·밀·옥수수 등 주요 곡물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는 기후변화나 전쟁 등으로 국제 곡물 생산 및 유통에 차질이 생길 경우 식량대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우리나라도 큰 타격을 받았다. 기후변화와 불안정한 국제정세로 인해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 생존에 필요한 곡물의 약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식량의 글로벌 공급망에 문제가 생긴다면 돈이 있어도 식량을 구하지 못하는 급박한 위기상황에 처할 수 있다. 정부의 식량안보 강화, 식량주권 확보 정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물론 역대 정부에서도 시대변화에 대응하면서 안정적인 식량 공급 정책을 추진해왔다. 윤석열 정부도 ‘식량주권 확보’를 국정과제로 내세워 식량 자급률 높이기에 나섰다. 가루쌀 재배를 늘리고 수입의존도가 높은 밀·콩 등 전략작물 직불제를 본격 시행해 식량자급률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주요 곡물의 자급률을 높이겠다는 정부 정책이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산 곡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식품가공업체에 대한 시설투자, R&D 지원을 늘려야 한다. 우리콩·우리밀 등 국산 곡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우선 안정적인 유통·소비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는 국산 곡물을 사용하는 식품가공업체가 늘어야 가능한 일이다. 정부에서도 국산 곡물 소비 촉진을 위해 국산콩 등을 활용한 대체식품·신제품 개발업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국산 원료를 고집해온 식품가공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에 밀려 극심한 경영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곡물 자급률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추진하는 이 정책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농가 지원과 함께 국산 곡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식품가공업체에 대한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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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6.15 12:30

전북금융중심지, 6차 기본계획에 넣어라

전북과 연고가 있는 국회의원 31명이 국회에 모여 전북금융중심지 지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북을 지역구로 둔 10명과 전북에서 출생한 타지역 국회의원을 총 망라한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원내 4당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사안이 절박하다는 얘기다. 이들은 “최근 ‘제6차 금융중심지 조성 및 발전에 관한 기본계획(2023-2025년)’에 전북 금융중심지 관련 내용이 빠져 논란이 일고 있다”면서 “금융위원회에서 21일 의결 예정인 ‘기본계획’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중심지 논란은 15년 전인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전북도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통합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경남 진주로 이전시켰다. 당초 토지공사는 전북혁신도시로, 주택공사는 진주혁신도시로 이전키로 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도민들이 대대적으로 반발하자 대신 진주로 가기로 했던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를 전북으로 이전하고 이어 금융도시 조성계획이 나왔다. 이후 전북금융중심지 지정은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대통령이 모두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전북만 찾아오면 이구동성으로 핵심공약으로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번번이 정부의 의지 부족과 제2 금융중심지인 부산의 반발로 발목이 잡혔다. 이를 두고 여야는 그동안 네탓 공방만 벌여왔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를 향해 “공약을 지키지 않는 것은 사기요 전북 차별”이라고 공격하면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때는 뭐 했냐”고 반박한다. 그러나 서로 네탓만 할 사안이 아니다. 금융중심지는 전북의 성장 동력일 뿐만 아니라 지방이 직면하고 있는 지역소멸이라는 국가적 난제와도 관련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21일 금융위원회에서 의결 예정인 6차 기본계획에 넣지 못하면 2025년 이후에나 거론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번 정부들어 전북금융중심지 지정을 논의조차 하지 않겠다는 점이다. 법도 고치기 전에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키로 한 태도와 너무도 대조적이다. 전형적인 약육강식의 논리다. 정부는 이번 6차 기본계획에 전북금융중심지를 포함시키고 추가지정 타당성 용역을 하는 게 맞다. 용역 결과가 나오면 그때 판단하면 된다. 전북도와 정치권은 막판까지 최선을 다해 도민의 염원을 실현시켜 주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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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6.14 18:14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의 당위성

새만금의 광활한 산업용지가 전북의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 초석이 되고 있다. 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의 급속한 팽창으로 이차전지의 막대한 공급이 필요하다. 연관 기업에서는 공급역량을 높이기 위한 생산공장의 증설이 시급하여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신규 공장 투자는 대규모의 부지를 투자시기에 맞게 제공하는 지역에 이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요구상황에 맞게 대규모 부지를 공급할 수 있는 곳으로 전북에는 이미 조성이 완료된 새만금 산단이 있으며 향후 확장성도 매우 우수하다. 최근 정부에서는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을 위하여 전국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하였다. 전북은 새만금 지역에 집적화되고 있는 이차전지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이차전지 특화단지 유치를 선언하고 대응해 왔다. 전북은 “이차전지산업 생태계 조성”으로 전북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수 있도록 집중육성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새만금은 기업에게 제공할 수 있는 공장 시설과 기술개발지원, 인력공급 여건 등 여러 장점이 있어 클러스터로의 성장잠재력을 무한히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공장가동에 필요한 전력 공급과 용·폐수 처리 등 기본 기반시설의 처리 용량이 현재까지는 상당한 여유를 가지고 있다. 전북에서 추진하고 있는 서남해 해상풍력발전단지와 새만금 재생에너지 클러스터에서 7GW 규모 이상의 친환경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어, 기업의 RE100 실현에 있어 가장 좋은 입지 여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이차전지 재활용분야 연구와 기술 개발에 충분한 역량을 가진 업체가 있어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이차전지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전북은 도내 대학, 출연(연), 기업지원 기관 등이 연계하여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고 공급할 수 있는 기반 및 도내의 대학, 연구소, 산업체 등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기술개발 지원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싱가포르의 난양공대 등 외국의 우수한 대학, 연구기관과도 함께 묶어 시너지가 나도록 지원할 예정으로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최첨단 연구와 기술개발, 기술 지원을 강화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새만금 산업단지에 이차전지 특화단지 유치는 관련기업의 성장에 크게 기여할 수 있으며, 지역 경제에도 생산액 8조 5000억 원, 부가가치 2조 7000억 원 등 엄청난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 유치를 위하여 전라북도와 기업, 학계 등의 염원을 담아 자발적으로 특화단지 유치 실행위원회를 구성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선언했다. 모든 도민이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을 간절하게 소망하고 의사 표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새만금 우수한 입지여건을 고려할 때 전북의 새만금 산업단지에 이차전지 특화단지를 지정하는 것은 전북지역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 이차전지 산업의 발전과 혁신을 촉진할 수 있어 매우 중요한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전북 지역의 경제 성장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이차전지 산업의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라북도 이차전지산업 기업지원기관의 실무책임자로서 지금까지 가보지 못한 길의 두려움은 떨쳐버리고 싶다. ‘우보만리(牛步萬里)’라는 말처럼 꿈과 희망을 가지고 전라북도 이차전지산업 육성에 일조하기 위하여 담대히 나아가겠다고 다짐하면서 글을 마친다. /김영권 전북테크노파크 에너지산업육성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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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4 18:14

정치인의 용기와 비선실세

암울했던 1980년대 5공시절. 정치권에는 심심치 않게 실세라는 말이 유행했다. 정치규제에 묶여 현실정치에 참여할 수 없는 김대중, 김영삼 등 소위 양김씨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이민우 총재를 중심으로 한 신한민주당 지도부는 가슴에 배지를 달고 있고 명패도 있지만 이들은 허세에 불과했고, 당의 실질적 오너는 민추협때부터 함께 꾸려온 동교동과 상도동 등 양김씨였다.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집권세력은 실세를 인정하지 않고 허세와 대화를 해왔는데 1987년 6.10 민주항쟁을 계기로 양김씨가 현실정치의 전면에 등장하면서 왜 실세회담이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그렇다. 어떤 때는 실세와의 담판이 필요하다. 대한민국과 중국의 외교문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실세회담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들도 제법 있다. 그런데 어느사회에든 소위 비선실세(秘線實勢)가 암약하기 마련이다. 어떤 인물이나 단체와 비밀리에 관계를 맺어 실체가 드러나지 않게 권력이나 세력을 행사하는 배후 인물을 의미하는데 비선실세의 준동 여부는 그 사회의 건강성을 측정하는 하나의 지표임엔 분명하다. 2000년 12월 청와대.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최고위원회의 석상에서 정동영 의원은 DJ의 가신그룹 좌장이자 최고 실세인 권노갑 상임고문을 향해 “물러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권력역학상 구상유취한 철없는 행동처럼 보였으나 이후 권노갑은 퇴진했고, 정동영은 단박에 집권당 대표와 대선후보로 등장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이 행동의 옳고 그름은 훗날 역사가 판단할 일이지만 일개 재선의원이 정풍운동의 한 중심에 서면서 전국적인 정치인으로 부각되는 순간이었다. 그때만해도 정동영은 패기만만한 용기있는 정치인이었다. 지난 13일 밤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서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주요결정은 최고위원회가 아닌 당내 5인회가 다 한다"고 발언하면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일과 관련해 "정말 힘들었다. 지옥을 경험한 느낌으로 오(5)자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제는 오징어, 오뎅 등 오(五)자가 들어간 음식도 안 먹으려 한다고 토로했다. 당 지도부가 이용호 의원 발언을 크게 불편해하자 자신의 언급 내용을 실언 정도로 스스로 격하시킨 것이다. 앞서 지난 2일 이 의원은 전국 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서 '5인회'발언은 '잘못 선택한 어휘였다'며 공개사과했다. '5인회'논란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됐으나 지금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비선실세가 과연 누구냐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집권여당에 비선실세가 없다고 자신의 말을 취소한 이용호 의원은 과연 단순히 실언을 한 것일까, 아니면 거대한 권력에 맞서기엔 정치적 용기가 부족했던 것일까. 중국 후한(後漢) 말기, 어린 황제를 조종해 부패한 정치를 행한 환관 집단 10상시가 있었다. 간신이자 탐관오리의 대명사인데 머지않아 멸문지화를 당한것은 물론, 나라가 망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인류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어느 시대건, 어느 곳이건 십상시로 일컬어지는 비선실세가 있게 마련이다. 이를 바로잡는게 지도자의 숙명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6.14 15:25

호모 푸투루스를 위하여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지식인에게 부여된 가장 큰 소명은 시대정신(zeitgeist)을 찾아내는 일이라 믿는다. 시대정신은 현재를 살아가는 이유이자,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길(路)이기 때문이다. 시대정신을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이 세 문장이라고 본다. 폴 고갱의 그림 제목이기도 하다. 올해 ‘타향에서’ 필진이 되어 6번의 칼럼을 쓰면서 전북발전을 위해 필요한 시대정신이 무엇일지 나름대로 치열한 고민을 했다. 그 결과, 다섯 개의 새로운 인간상(像)을 제시했다. 유동하는 인간, 새로운 경제인, 공정한 인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인간, 협동하는 인간 등이다. 오늘은 결론으로 미래의 인간, 즉 호모 푸투루스(Homo Futurus)를 제안한다. 먼저 다섯 번의 논의를 상기해보면, 첫째는 인구문제였다. 총인구가 줄어들고, 상주인구의 고령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젊은 층의 유출이 거듭되는 2중의 어려움 속에서 대안은 유동하는 인구(호모 모벤스)이다. 지역을 찾아오는 인구가 많아지도록 관광 등 다양한 시책이 필요하다. 둘째는 변화한 경제 여건을 고민했다. 물가가 높고 금리가 천정부지이다. 더구나 좋은 일자리는 늘지 않고, 경제 규모도 더 이상 커지지 않는 시대이다. 이런 여건에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존과는 다른 생존전략(新 호모 이코노미쿠스)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는 공정과 정의에 관한 문제였다. 세대간, 계층간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시대에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공정(호모 주리디쿠스)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과정, 결과 모두 공정해야만 지속가능한 사회가 된다. 넷째는 기후변화였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이상 기후가 반복되는 어려운 강을 건너야 한다. 솔선수범, 공동 노력, 국제 공조가 절실히 요청(호모 클리마투스)된다. 다섯째는 공동체의 내의 협동이다. 지역발전을 위해 모두 친화력과 다정함에 바탕을 둔 소통으로 공동선을 창출(호모 코포런스)해내야 한다. 상호 도와야만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이런 시대적 여건에 맞는 미래를 위한 준비는 무엇일까? 다른 질문을 하면, 지역발전을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과 대비를 해야 하는가? 인구 감소, 고령화, 청년인구 유출 등은 ’먼저 온 미래(future arrived)’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해야 한다. 현재 도에서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기업 유치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이차전지, 새만금, 농업 등을 활용하여 먹거리의 판을 키워야 한다. 다음은 ‘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인 전북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 호지 여사가 ‘오래된 미래로 칭송한 라다크’처럼. 전북은 맛, 멋, 문화, 자연환경 등의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미래의 큰 자산이 될 거라 본다. L. 스티븐슨은 목표를 달성해버린 것보다 희망이 있어서 계속 여행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전북발전이라는 긴 여행에 반드시 희망이 있을 것이다. 시인 조동화는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마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전북발전을 위한 다양한 생각과 계획, 열정이 모이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 그게 오늘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호모 푸투루스의 길일 것이다. 생각과 글로 고향 분들을 만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김광휘 행안부 지역경제지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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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4 15:03

탄소중립시대, 새만금의 비전을 그리다!

울릉도 면적의 1/3, 8개 섬으로 이루어졌던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 나라는 이제 여섯 개의 섬 만이 남아있다. 지구 온난화로 매년 4mm씩 상승한 해수면은 2개의 섬을 바다로 가라앉혔고, 남아있는 6개의 섬도 50~100년 내에 같은 위기를 맞이할 처지라고 한다. 기후위기가 인류의 생존과 국가의 존망이 달린 심각한 문제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인류는 기후변화를 전세계적 위기로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5년 파리협정 이후 등장한 탄소중립은 전 세계적인 추세지만 기업들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대표적으로 RE100과 탄소세다. RE100은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기로 사용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RE100에 가입한 애플은 2030년까지 자사로 공급되는 모든 부품의 조달부터 전 사업 활동에 사용되는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100% 사용하겠다 선언했다. 이는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많은 국내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이에 많은 기업들은 RE100 가입을 서두르고 있으며, RE100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전력구매계약(PPA)’ 등의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탄소세는 눈앞의 문제이다. 얼마전 EU이사회에서 확정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로 인해 철강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오는 10월부터 EU에 수출하는 철강석을 비롯한 6개 품목에 대해 탄소배출량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하고, 2026년부터는 EU기준을 넘어서는 탄소 배출량에 대해 추가 배출권을 구입해야 한다. 이른바 탄소세로 불리는 이것은 수출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렇듯 RE100과 탄소세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을 위한 투쟁이며, 신재생에너지 경제체제로의 전환은 기업들에게는 미래를 위한 필수조건인 셈이다. 하지만 이를 대비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답답하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6.7%에 불과하다. OECD평균인 17%, 심지어 OECD 비회원국의 평균인 10.1%에도 못미친다. 실정이 이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탄소 발생의 중요요인인 산업부문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4.5%에서 11.4%로 줄이는 계획을 발표하고,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도 하향 조정했다. 이는 결국 문재인 정부 시절 명실공히 대한민국 재생에너지 중심지로 선포되었던 새만금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그러나 현재 새만금에 설치된 육상태양광과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설비는 2022년 기준 각각 426GWh와 150GWh의 전력을 생산했다. 이 전력량은 23년 1월 기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 39만대를 19회 완충할 수 있다. 향후 새만금 재생에너지 단지에서 생산 예정인 발전량은 1년에 8760GWh에 달한다. 이는 2021년 기준 현대제철이 1년 동안 사용한 전력량(7038GWh)보다 많은 양이다. 이처럼 새만금에는 충분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클러스터와 기술개발에 필요한 R&D시설, 수출입을 위한 수소전용신항만, 새만금국제공항, 동서도로 및 남북도로,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등 RE100 산단을 위한 최고의 인프라가 갖춰질 예정이다. RE100에 대비해야 하는 기업들에게 새만금은 최적의 투자처임에 틀림없다. 정부는 새만금에 이미 지정된 스마트그린 국가시범산업단지 외에 추가로 RE100 산단을 조성하고, RE100 기업유치를 위한 제도적 보완 및 다양한 재정적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탄소중립시대, 새만금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자! /이원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김제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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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4 15:02

전북혁신도시 공공기관 지역현안 협력을

전북도와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해온 공공기관들이 소통의 장을 다시 열었다. 전북도가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전북혁신도시 공공기관장 정례모임인 ‘온빛회’를 4년만에 다시 갖고, 모임을 더욱 활성화하기로 했다. 지난 2016년 결성된 이 모임은 전북도와 전주시·완주군 등 지자체장과 전북혁신도시 공공기관장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기관장들은 앞으로 더욱 유기적이고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지역발전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또 회칙 개정을 통해 모임을 매 분기마다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 전북도와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이 지역 현안을 공유하면서 지역발전을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당연히 반길만한 일이다. 하지만 전북혁신도시 공공기관들이 여태껏 보여준 행보를 보면 전북도가 맡아야 할 역할과 과제가 적지 않아 보인다. 혁신도시는 지난 2003년 당시 노무현정부가 국가 균형발전 구상을 통해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태동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을 완화하고 서울과 같은 경쟁력 있는 도시를 전국에 키워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2008년 착공한 전북혁신도시에는 2017년까지 농촌진흥청과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해 모두 13개 기관이 이전했다.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는 혁신도시가 지역에 제대로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해 지방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종사자들에게 다방면에서 특혜를 줬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혁신도시가 자생력을 갖춘 지역의 성장 거점으로 정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게다가 전북혁신도시의 몇몇 기관은 주요 행사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등 균형발전보다는 여전히 ‘서울 바라보기’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여 지역사회에 실망을 안겼다. 코로나19로 수년간 중단됐던 전북도와 혁신도시 공공기관장 정례모임이 다시 시작됐다. 때가 되면 열리고 모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형식적인 간담회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역소멸 위기의 시대, 전북도와 혁신도시 공공기관들이 정례모임을 통해 지역 현안을 고민하고 지역발전에 힘을 모으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혁신도시 공공기관들은 이제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는 기관으로서 지역사회에 완전히 뿌리내리고, 지자체와 협력해 지역발전에 앞장서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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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6.14 12:34

지역 이미지 먹칠하는 바가지 요금 잡아야

최근 전통시장과 지역축제장에서 바가지 요금이 공분을 샀다. 터무니 없는 음식값과 불친절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이다. 이같은 논란이 일자 지자체가 바가지 요금 근절에 나섰다. 잘한 일이다. 이번 기회에 전통시장이나 지역축제장에서 공정한 가격이 정착되었으면 한다. 바가지요금 논란은 지난 4일 경북 영양 산나물축제를 찾은 KBS 2TV 1박2일 출연진에게 한 상인이 옛날 과자 한 봉지(1.5kg)를 7만원에 판매하면서 촉발됐다. 이에 앞서 개최된 남원 춘향제, 전남 함평 나비대축제, 경남 진해 군항제 등의 바가지요금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역 축제는 그 지역의 얼굴과 마찬가지다. 축제의 이미지가 지역의 이미지로 남기 때문이다. 돈과 시간을 들여 축제장이나 전통시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한번 바가지 요금에 당하면 다시는 찾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지금은 SNS가 발달해 부당하거나 불친절한 상행위는 금방 퍼진다. 논란이 됐던 옛날 과자 사건도 온라인에 오르면서 문제가 확산됐다. 결국 영양군이 나서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또 속초 중앙시장의 한 횟집에서 일어난 ‘6만원 회’ 논란도 유사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르자 상인회가 ‘시장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며 이 횟집에 3일간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반면 지난 2∼6일 진행된 무주군 산골영화제는 삼겹살과 수제 소시지 등 메뉴 30여 가지를 1만원 이하로 책정해 호평을 받았다. 제주도는 관광 바가지 요금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조례까지 마련했다. 전북지역도 코로나 엔데믹 이후 많은 축제가 벌어지거나 벌어질 예정이다. 군산 수제맥주&블루스 페스티벌, 고창 복분자와 수박 축제, 무주 문화재야행, 무주 반딧불축제, 진안 홍삼축제, 김제 지평선축제, 임실 N치즈축제, 순창 장류축제 등이 그러하다. 이와 관련해 전북도는 축제에 대해 페널티를 주는 방식으로 바가지 요금 근절에 나섰다. 축제 후 평가를 통해 바가지요금과 물가 관련 논란이 있는 곳은 다음 연도 축제 예산 배정 시 페널티를 준다는 것이다. 고육지책이지만 검토할만 하다. 상인들 스스로 바가지 요금을 일소하는 게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지자체가 나서서라도 이를 근절해야 옳다. 그것이 지역도 살고 상인도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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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6.1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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